일생에 한번은 고수를 만나라 - 경지에 오른 사람들, 그들이 사는 법
한근태 지음 / 미래의창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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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잘 버는 것을 넘어 돈 버는 ‘이치’를 깨달은 사람이 고수다. 경영을 잘 하는 것을 넘어 경영의 이치, 삶의 이치를 깨달은 사람이 고수다. 고수는 어느 분야에나 존재한다. 고수는 하기 싫어도 그 일을 할 수 있지만, 하수는 그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구수는 경제적으로, 시간적으로, 직업적으로 자유롭다. 거리낄 게 없다.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하고, 하기 싫은 건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한다. 같은 세상에 살아도 같은 세상이 아니다.”

기업에 컨설팅을 하는 일을 하는 저자는, 덕분에 업계의 고수라 할 수 있는 CEO를 700여 명이나 만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고수란 어떤 사람인지,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가 보였다. 고수들의 특성 중 인상적인 몇 가지는 다음과 같다.

교토 상인의 계명 중에 “두 개의 화살을 갖지 마라. 두 번째 화살이 있으면 첫 번째 화살에 집중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일에 ‘밥그릇’을 걸 줄 알아야 한다. 하는 일에 올인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수들은 생활이 불규칙하다. 쓸데없는 약속도 많고, 이벤트도 많다. 하지만 고수의 생활은 루틴rutine하다. 단순하게 산다는 것은 소중한 것을 위해서 덜 소중한 것을 위해 덜어내는 것이다. 고수들은 그 속에서 자유를 만끽한다. 아무에게서 구속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는 삶은 단순함에서 나왔다.

고수는 자기만의 콘텐츠를 가진 사람이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가장 정선된 콘텐츠를 만드는 최선의 방법은 바로 독서다. 얼마나 많은 책을 읽고 소화했느냐가 그 사람의 인생을 만들기 때문이다. 나는 고수의 길이 알고 싶어 꽤 많은 책을 읽었다. 1만 시간의 법칙을 이야기한 말콤 글레드웰의 <아웃라이어>도 읽었고, 조지 레너드의 <달인>도 읽었다. 최근에는 인간의 잠재된 능력을 최대치까지 끌어올린 힘을 ‘마스터리'라고 명명한 로버트 그린의 <마스터리 법칙>도 읽었다. 하지만 이 책만큼 고수의 모든 것을 명쾌하게 알려준 책을 만나지 못했다. 물론 백 권의 책을 읽는다고 고수가 될 수는 없다. 한 분야에서 일가(一家)를 이룬 고수가 되려면 몸으로 익혀야 한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입문(入門)이 있는 법, 이 책을 통한다면 하수(下手)는 월반하게 될 거라 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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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가 되려면 최고를 만나라 - 세계 최고 구루들에게 직접 들은 성공의 한 수
최상태 지음 / 쌤앤파커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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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고 졸업생 출신의 가난한 유학생이던 저자는 이대로 모든 걸 포기해야 하나 고민 끝에 최고들에게 삶의 방향을 묻는 편지를 보냈다. 고뇌하던 그를 구원한 건 한 통의 편지였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의 작가 잭 캔필드가 저자에게 보낸 이 편지는, 그의 삶을 180도 바꾸는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답장 내용은 이랬다. “꿈을 잃지 마세요. 당신이 이토록 간절히 원하면 언젠가는 이뤄질 겁니다. 다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고난의 시간을 통과할 수도 있습니다. 꼭 이겨내세요.”

저자는 한 통의 답장을 계기로 ‘잭 캔필드 같은 세계 최고의 구루들을 직접 만나보자!’ 다짐하고 기자가 되었다. 그는 실제로 세계 최고의 구루들을 만난 후 “최고가 되려면 최고를 만나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최고에게는 남들이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나름의 결정적 성공의 ‘한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오직 ‘최고’에게서만 얻을 수 있는 가르침이었다. 세계 최고의 자기계발 구루인 브라이언 트레이시는 ‘배움에 고파하라’고 주문했고, 밀리언셀러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의 저자이자 칭찬전문가 켄 블랜차드는 ‘남을 돕는 것이 결국 나를 돕는 것’이라며 아낌없이 베풀 줄 아는 기버giver가 되라고 조언했다. 이탈리아 어느 커피숖에서 ‘스타벅스’를 탄생시킬 아이디어를 얻었던 창업자 하워드 슐츠는 그답게 ‘꿈을 실현할 그 무엇을 만나거든 절대로 놓치지 말라’고 격려했다.

모두 열 두 명의 최고들이 전하는 성공의 ‘한 수’는 최고가 되고 싶은 당신에게 훌륭한 어드바이스가 되기에 충분하다.

나 역시 최고가 되고자 최고를 만났다. 내가 대학을 졸업하던 해 IMF 외환위기를 맞았다. 본의 아니게 백수생활을 할 때 나를 붙잡아준 책은 당시 베스트셀러였던 구본형 선생의 <낯선 곳에서의 아침>,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었다. 구본형 선생은 최고였다. 나는 그를 내 마음 속 스승으로 삼고 작가의 꿈을 키웠다. 5년 후 나는 운명처럼 구본형 선생과 두 시간 동안 인터뷰할 기회를 만났고, 그 분으로부터 '세상에 당신이 있음을 알리세요.' 라는 메시지를 얻었다. 덕분에 나는 작가가 되어 <질문을 던져라 책이 답한다>와 <책 앞에서 머뭇거리는 당신에게>를 쓸 수 있었다. 당신의 마음 속 최고는 누구인가? 찾았다면, 이제 그를 만나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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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브앤테이크 Give and Take - 주는 사람이 성공한다
애덤 그랜트 지음, 윤태준 옮김 / 생각연구소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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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성공을 거두고 싶다면, 기버giver가 되라

 

  "심판들은 결정을 내리겠지/ 나 같은 패자는 승복하라고/ 쇼의 관중들은 항상 조용히 지켜볼 뿐/ 게임은 다시 시작되고/ 연인이든 친구든/ 큰 것이든 작은 것이든/ 승자가 모든 걸 갖게 마련이지."

 

  영화 <맘마미아Mamma Mia!>의 끝 부분에 엄마인 도나(메릴 스트립)가 결혼식장으로 올라가는 길에 딸을 먼저 보내고 눈물을 흘리며 샘(피어스 브로스넌)과 식장에 들어서면서 누구 손을 잡고 입장할 것인지 이야기를 하던 중 다투면서 부르는 노래의 일부분인데, 한 여자가 사랑하는 남자를 다른 여자에게 빼앗기지만 규칙에 따라 떠나보내야 한다는 슬픈 내용의 이 노래제목은 ‘승자가 모든 것을 다 갖지요The Winner Takes It All’이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지금껏 윗사람들로부터 ‘착한 끝은 있다’며 ‘베풀며 살라’는 말을 진리처럼 여기며 자라왔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로는 ‘착하면 바보가 되는 세상’으로 변했고, 신자유주의라는 뱀이 토해낸 맹독 중 하나인 승자독식(勝者獨食)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TV나 언론매체에서는 부자나 성공한 사람들의 ’한탕주의‘로 비겁하고 비열한 단면이 연일 보도되고, 나의 일상에서도 주기에 앞서 가진 것을 어쩔 수 없이 빼앗기는 일들을 겪으면서 ‘착한 끝’이 아닌 ‘뒤끝’있는 독한 놈으로 변해가고 있다. ‘나만 잘 되면 돼’라는 풍조는 염치란 단어조차 기억이 없는 후안무치(厚顔無恥)의 세상이 되었고, 이른바 ‘독한 놈, 악한 놈이 성공하는 시대’로 변해버렸다. 참다못해 ‘부끄러운 줄 알라’고 충고하면 “내 맘이다. 왜?“라며 자유를 들먹인다. 신자유주의 시대의 자유는 한마디로 정치철학자 칼 폴라니의 말대로 ‘사람들을 착취하고, 공동체에 합당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은 채 과도한 이익을 챙기는 자유’로 전락한 것이다.

 

   <기브앤 테이크Give and Take>에서 와튼스쿨 조직심리학 교수인 저자 애덤 그랜트는 독한 놈으로 가득한 승자독식의 사회에 ‘성공’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집고, 또한 착한 사람은 이용만 당할 뿐 성공하기 어렵다는 고정관념 역시 불식시킨다.

 

   “통념에 따르면 커다란 성공을 이룬 사람에게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능력, 성취동기, 기회다. 성공을 거두려면 재능을 타고나는 것은 물론 열심히 노력해야 하고 기회도 따라 주어야 한다. 그런데 대단히 중요하지만 흔히 간과하는 네 번째 요소가 등장한다. 그것은 ‘타인과의 상호작용이 성공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19 쪽).

 

 

 

 

   이 책에서 저자는 호혜의 원칙 차원에서 사람들을 ‘기버’(giver), ‘테이커’(taker). 그리고 그 중간 쯤 위치한 사람을 ‘매처’(matcher)라고 부른다. 타인과의 상호작용에서 테이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자신이 준 것보다 더 많이 받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승자독식 사회의 대표적인 인물형으로 세상을 경쟁의 장으로 보는 테이커는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시 한다.

   한편 오늘날 비지니스 세계에서 ‘기버’는 상대적으로 드문 분류인데, 이들은 ‘상호 관계에서 무게의 추를 상대방 쪽에 두고 자기가 받은 것보다 더 많이 주기를 좋아하는 인물형’이다. 자칫 잘못하면 다른 사람들의 ‘호구‘가 되기 쉽다. 마지막으로 ’매처‘는 ’손해와 이익이 균형을 이루도록 애쓰는‘ 부류로, 테이커가 받는 자이고, 기버가 주는 자라면, 매처는 주고받는 자 정도 된다.

 

   저자는 ‘바쁜 와중에도 누군가를 돕고, 지식과 정보를 기꺼이 공유하며, 남을 위해 자신의 이익을 양보하는 기버giver가 성공 사다리의 맨 꼭대기를 차지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팀으로 하는 일이 많아지고, 평판이나 소문이 쉽게 눈에 띄는 요즘 기버가 더 빨리 성공 궤도에 오를 수 있다고 말한다. '기버'인 척 가장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 '기버'로 사는 사람이라면 오늘의 희생과 선행이 쌓여서 내일의 성공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기버라고 해서 남 좋은 일만 하는 사람은 아니다. 기버 역시 테이커와 매처 못지않게 야심을 품고 있다. 다만 기버는 목표를 다른 방식으로 추구할 뿐이다. 테이커의 성공이 단순히 기존의 가치를 차지하는 것이라면, 기버의 성공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낸다. 다시 말해, 기버의 성공은 주변 사람들의 성공을 유도하는 파급 효과를 가졌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건질 것은 ‘기버로서 호구가 되지 않는 법’일 것이다. 저자는 기버의 성향에 따라 사다리 맨 위의 성공자가 되거나 혹은 사다리 맨 아래에서 호구가 된다고 말했다. 기버가 성공의 사다리의 꼭대기를 점령하는 이유는 기버가 신뢰와 신용을 쌓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명성을 얻고 성공을 돕는 관계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핵심이 되는 내용인데, 바로 베풂은 위험을 동반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호구가 아닌 성공자가 되는 방법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우선 ‘선행을 베풀지언정 내 요구사항은 정확하게 전하라‘ 이다. 두 번째는 ’상대방의 감정에 이입하지 말고, 상대방의 생각에 이입하라’이다. 감정에 이입되면 연민을 느껴 무조건 양보하게 되므로 상대의 생각에 이입해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할지 상상해야 통찰력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은 '나를 위하여가 아닌 다른 이를 위하여 지금 상황에 처했다고 생각하라‘이다. 예를 들면 기버는 연봉협상을 하면서 회사의 요구에 반대를 하지 못하고 수긍하기가 일쑤이지만 나 자신이 아닌 ‘내 가족’을 위해 연봉협상에 임한다면 협상의 결과에 반영되기에 보다 더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책 전반에 걸쳐 다양한 사례를 통해 '주는 사람, 즉 기버giver가 성공한다‘는 저자의 주장을 접하는 내내 필립 코틀러의 마켓 3.0이 오버랩 되었다. 3.0 시장은 빈곤과 빈익빈 부익부, 환경 파괴와 같은 현실적 문제점을 뛰어넘을 수 있는 가치(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어 궁극적으로 ‘더 나은 세상 만들기’에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기업들이 살아남는 시장이다.

 

   예를 들어 전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탐스슈즈TOMS Shoes의 탄생은 아르헨티나를 여행중이던 청년 블레이크 마이코스키가 현지 아이들에게 신발을 무상으로 나눠주는 자원봉사자들을 보고 “착한 사람들의 기부에만 의존하지 말고, 꾸준한 신발 공급이 보장되는 해결책을 생각해 내는 게 어떨까?” 하고 아이디어를 낸 끝에 즉 신발 한 켤레를 팔 때마다 한 켤레를 기부하는 시스템을 생각해 내 만든 신발이다.

   멕시코의 세계적인 시멘트 기업 시멕스(Cemex)는 멕시코의 집이 없는 빈민자들에게 땅을 살 수 있도록 대출을 도와주고, 집을 지을 수 있도록 설계도도 제공하고, 벽돌값도 할부로 제공해 내 집을 갖게 함으로써 고객으로 만들며 멕시코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이 되었다.

 

   천연재료만을 사용하는 바디샵 사회활동을 비즈니스의 일부로 삼고 있고, 애플은 사람들이 기술을 즐기는 방식으로 혁신을 꾀했다. 페이스북은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는 셜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회사이며 트위터 역시 인맥과 관심사를 공유하는 도구를 공유하며 고객의 사랑을 받는다. 평범함을 넘어서는 위대한 기업은 이렇듯 기버들에게서 비롯되고 있다.

   마켓 3.0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기업이 소비자의 감성을 충족시키는 마케팅을 넘어서 소비자의 영혼을 감동시키는 마케팅을 추구해야 한다면 그 몫은 기버giver가 적임자가 아닐까.

 

이 리뷰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격주로 발행하는

출판전문저널 '기획회의(348호)'에 기고된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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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뚜벅뚜벅 - 익숙한 일상에서의 성찰을 담은 포토힐링에세이
최남수 지음 / 에이원북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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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삶이 담긴 디지털 산수화

 

 

 

   ‘풍치가 있고 멋스럽게 노는 일‘, 사전에서 말하는 풍류風流의 의미다. 성인 특히, 남성들의 로망이 풍류를 즐기며 사는 삶이다. 고래로 우리 민족을 일컬어 풍류를 아는 민족이라 불렀다. 온 겨레가 춤과 노래를 즐겨서다. 그렇다고 오늘날 밤거리에 횡횡하는 음주가무飮酒歌舞처럼 배 띄우고 기생을 옆에 두고 농짓거리 하는 일을 풍류라 아는데, 큰 착각이다. 언행에 제약이 많은 대부분의 양반들은 글로 그림으로 풍류를 즐겼다. 자연이 선사하는 풍광을 벗 삼아 글과 그림으로 고단한 몸과 어지러운 심경을 털어냈다.

 

   불혹을 넘기면서 인생의 맛은, 진정 사는 재미는 풍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정한 행복은 요란뻑쩍지근하고 화려한 이벤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소소한 일상 속에서 소회(所懷)를 나눔에 있더란 말이다. 하루 중 어느 순간 풍류를 느낀다면 그게 행복한 하루이고, 행복한 삶인 셈이다. <그래도 뚜벅뚜벅>을 읽으면서 줄곧 떠오른 단어가 바로 풍류(風流)였다. 내가 오늘을 살며 바라본 이 세상을 닮은 자연과 우리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리고 여백에는 렌즈 속에 풍광을 담은 순간의 생각이, 소회가 기록되었다. 페이지마다 멋진 그림과 생각이 그득한 그런 풍류스러운 책이다.

 

 

 

 

   저자 최남수는 전문 사진작가도 글쟁이도 아니다. 24시간 경제이야기에 유독 귀가 밝은 방송, ‘머니투데이의 보도본부장’이 그의 일이다. 직장인이 구두와 넥타이를 맸다면, 뭔가를 배우는 학생은 운동화를 신는다. 저자의 출퇴근 길은 운동화를 신은 학생이다. 회사와 집을 오가는 중에 그의 손에는 카메라가 들렸다. 문득 바라 본 풍경에 생각이 뜨면, 렌즈에 담았다.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던가 싶을 만큼 낯설고 멋들어진 풍경이 페이지마다 그득하다. 그런 그에게 주말은 마음껏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는 온전한 하루이다. 운동화와 구두 사이를 오가는 직장인, 그런 점에서 그는 슈퍼맨의 다른 모습 ‘클락 켄트’를 닮았다(그에겐 하늘을 나는 망토 대신 쌩쌩 자전거가 있다).

 

   만추(晩秋)에 흩뿌려진 낙엽에서 ‘버림의 미학’이 담겼고, 안개가 자욱한 어느 한 날 속에서 ‘보이지 않을 때 마음의 눈이 열린다’는 글을 남겼다. 선유도를 가로지르는 보트 두 대를 보면서 그는 과도한 경쟁의식 탓으로 타인을 의식하고 남을 따라하기가 지나치게 심한 편인 우리사회를 생각했고, 하늘에 매달린 감 하나를 보고 생의 유효기간을 고민했다.

 

 

   “우리 말 중 ‘뚜벅뚜벅’ 이란 말을 제일 좋아한다. 사전적 의미로는 ‘발자국 소리를 뚜렷이 내며 잇따라 걸어가는 소리. 또는 그 모양’이다. ‘허겁지겁’, ‘비실비실’, ‘비틀비틀’ 같은 허약한 말보다 멋지지 않은가. 상황이 어찌되더라도 기도하며 우직하게 자신의 삶을 완주해내는 모습. ‘태어날 때는 자신은 울고 주변은 웃는다. 세상을 떠날 때는 주변은 울고 자신은 웃자’는 말이 있다. 병마와 시달리며 웃는 것까지는 힘들더라도 뒤돌아볼 때, ‘잘 살 것 같다’는 마음으로 삶을 종료할 수 있다면 그런대로 괜찮은 삶 아니겠는가.”

 

 

   글쓰기를 강의 때 ‘여행작가’가 되고 싶다는 학생을 보면 열에 아홉은 아직 여행다운 여행을 다녀보지 못한 사람들이다. ‘제사보다 젯밥이‘라고 글쓰기를 빌미로 여행을 많이 다녀보고 싶어 하는 말인데 여행작가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르고 하는 소리다. 알랭 드 보통이 <여행의 기술>에서 했던 말처럼 진정한 여행의 맛은 행장을 꾸린 여행 출발의 전날 밤일지도 모른다. 여정동안 겪어야 하는 숱한 고생을 만나다 보면 ’내가 이 짓을 왜 하지?‘ 하는 생각이 하루에도 수십 번 들어 여행온 것을 후회하게 되기 때문이란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여행이 아니라 ’생각할 시간‘, ’마음껏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는 온전한 내 시간‘인지도 모른다. 다음에 ‘여행작가’ 운운하는 학생을 또 다시 만난다면 이 책을 건내줘야겠다. 이 책이야말로 삶이라는 여정의 순간을 눈과 마음으로 담은 ‘진짜’ 여행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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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힘 - 말없이 사람을 움직인다
아가와 사와코 지음, 정미애 옮김 / 흐름출판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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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이건희가 삼성에 입사하여 출근하는 첫날 아버지인 고 이병철 회장은 인생을 살며 마음의 지표를 삼으라고 벽에 걸어놓고 늘 볼 수 있는 휘호를 선물했는데, 다름 아닌 경청(傾聽), 단 두 글자 였다. 스스로에게 잘 듣고 있는가를 묻고, 더 잘 들으려고 노력하라는 뜻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참고 상대방의 말을 잘 듣는다는 것은 상당한 훈련이 아니면 어렵다. 그래서 인간관계에 관한 어느 책이나 상대방의 말을 잘 듣는 것이 인간관계에 대한 성공의 열쇠라고 말한다. 이 세상에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다.

 

잘 말하는 사람에게는 귀를 열지만 잘 듣는 사람에게는 마음을 연다. 말을 제대로 하려면 3년이 걸리지만, 말을 제대로 들으려면 20년이 걸리는 법, 남의 말을 기꺼이 들어줄 수 있는 귀(경청의 능력)가 있다면, 그 사람은 ‘듣는 힘’이 있는 사람이다.

 

책 <듣는 힘>은 일본의 전문 인터뷰어이자 방송인이 아가와 사와코가 20년 동안 1000명이 넘는 유명 인사를 인터뷰하며 터득한 ‘상대의 마음을 여는 궁극의 지혜’를 담았다. ‘마음을 열게 하는 35개의 힌트’라는 부제의 이 책은 2012년 1월, 일본에서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올라 판매부수 130만 부를 돌파하며 ‘2012년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선정된 밀리언셀러다. 그만큼 독자들이 ‘듣는 힘‘에 대한 욕구가 대단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저자는 듣는 힘을 키우려면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대화에서 승자는 경청하며 듣는 사람이다. 경청은 가만히 듣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자기를 낮추고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으로 듣기에 열중하면 그 대가로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자기 말을 아끼고 남의 말을 듣는 일은 정말 어렵다. 가정, 친구, 직장에서 생기는 문제들의 대부분도 제대로 듣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저자는 제대로 잘 들어주고, 적절한 리액션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미국의 가장 위대한 법사상가 올리버 웬델 홈즈는 "말하는 것은 지식의 영역이고 듣는 것은 지혜의 영역이다."고 말했다. ‘듣는 힘’을 제대로 키우게 되면, 상대방이 어떤 것에 관심 갖고 있는지, 어떤 어려움과 고민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게 되어 결국 말하는 사람, 듣는 사람 모두가 원하는 것을 얻게 된다. 매일 낯선 고객을 대해야 하는 감정노동자들에게 특히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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