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CEO 읽는 CEO 1
고두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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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지배사회에서의 성공열쇠는 바로 시詩에 있다 !
 
오늘날을 '지식지배사회'라고 단언하는 이유는 누구나 원하기만 하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세상에서 모아진 정보를 지식으로 만들고 다양한 경험과 입체적인 조합으로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지혜'를 얻는 사람만이 세상을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지혜'는 어떻게 나와야 하느냐가 관건인데, 이는 풍부한 지식과 경험 그리고 무한한 상상력이 동원될 때 '지혜'는 나타나는 것이다.
 
세계적인 CEO들은 경영을 하면서 조언을 얻고자 할 때 '경쟁'과 관련된 주제보다는 사고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들은 다름아닌 시詩나 철학, 역사 관련 서적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뉴욕타임스 지紙는 전했다. 여기서 특히 주목할 것은 바로 시詩인데, 바로 시를 만드는 힘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이나 관념을 인간의 감정과 상상력을 동원해서 사물의 특성을 빗대어 응축된 한 단어로 독자에게 시각화시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드는 힘에 있고, 이 능력이 바로 크리에이티브 씽킹creative thinking, 창의력이라고 세계적인 CEO들은 본 것이다. 이를 뒷바침하는 예를 보자.
 
“상상력의 경계는 상상하는 사람에 의해 정해진다. 두바이 사람들은 뭐든 잘못될 것이라고 가정하지 않는다. 그들은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라고 말한 사람은 두바이의 지도자 셰이크 모하메드이다. 그는 1995년 왕세자로 지목되자마자 그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미래지향적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삼성물산이 건설하고 있는 세계 최고층 건물로 두바이의 상징이 된 ‘버즈 두바이’, 돛단배 모양의 초호화 칠성 호텔 ‘버즈 알 아랍 호텔’, 야자수 모양으로 바다를 메워 만든 인공섬 ‘팜 아일랜드’, 사막의 찌는 더위에서도 실내에서 스키를 즐길 수 있는 ‘스키 두바이'등은 그의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력에서 비롯된 것인데 그는 시(詩)와 함께 자랐고 모든 영감과 상상력, 창의력을 시詩에서 얻는다는 것이다.

그러한 시대적 요구와 나의 욕구에 부응하기도 하듯 만나게 된 책이 바로 이번에 읽은 책, <시읽는 CEO>이다. '20편의 시에서 배우는 자기창조의 지혜'라는 부제와 함께 소개된 이 책은 한국경제신문의 기자이자 시인인 고두현씨가 썼는데, 그는 한경닷컴에 소개된 '고두현의 그래 이 책이야'라는 칼럼을 연재하면서 좋은 책을 추천해 줄 만큼 많은 책을 많이 읽기로 알려진 사람이라고 기억하고 있다. 

읽고 난 느낌은 이 책을 읽어야 할 대상은 제목처럼 CEO만을 위한 것이 아니더란 거였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분투하고 있는 1인기업의 CEO, 나를 위한 책이었다. 이 책은 외롭고 고독한 길을 걷고 있는 나에게 격려, 열정, 희망, 최선, 용기, 노력, 긍정, 창의, 배움, 배려, 인재, 아름다운 후반전, 모험, 독서, 시간, 일상, 인생, 사랑, 관계, 행복등 스무가지의 상황에 맞는 시를 소개해 주고, 다독가이자 시인인 저자의 친절한 해설로 해답을 제시해 주었다.
 
소개되는 시들은 CEO들이 가장 사랑한다는 사무엘 울만의< 청춘>과 오마르 워싱턴의 <나는 배웠다>을 비롯하여 문병란님의 <희망가>, 유안진님의 <실패할 수 있는 용기>, 이기철님의 <따뜻한 책>등 주옥같은 시詩들이 내 마음을 흔들었다. 특히 현대의 성서라고 불릴 만큼 많은 사랑을 받은 칼릴 지브란의 책 [예언자]에 수록된 시 <사랑하라, 그러나 간격을 두라>는 인생의 최대의 화두인 '사랑하는 이를 대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고, 오마르 워싱턴의 <나는 배웠다>는 험난한 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해 주었다. 그 밖에도 가슴 깊이 새기고 싶은 글들이 너무 많아서 읽어가는 동안 제가 먹은 크기만큼 줄어가는 아이스크림을 지켜보는 아이의 슬픔만큼 애가 타서 책장을 함부로 넘길 수가 없었다.
 
아침포럼을 듣기 위해 몰려든 수 백명의 CEO의 단잠을 빼앗고,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인문학의 부활'을 일으킨 책, 정진홍씨의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를 재미있게 읽은 독자라면 마찬가지로 이 책을 선택하는데 주저하지 말아야겠다.
 
창의력을 위한 시詩읽기의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지만 무엇을 읽어야하고, 그 속에서 무엇을 찾아야 할지 모르는 시詩에 대해 거의 문외한인 나에게는 저자의 '시詩읽는 비즈니스맨'과 같은 책이 또 나와 주기를 기대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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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의 역사 - 마음과 심장의 문화사
올레 회스타 지음, 안기순 옮김 / 도솔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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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하트,마음, 그리고 사랑의 기원을 낱낱이 밝힌 책.    
 
노총각이 인연을 만나 혼인을 올리지만, 시어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신부. 사랑을 확인하고 싶다며 시어머니의 심장을 꺼내오기를 청한다. 신부에게 홀딱 빠진 얼간이 노총각 신랑은 몰래 어머니의 집을 찾아가 심장을 꺼냈다. 겁에 질리기도 했지만, 어머니의 심장을 꺼냈다는 슬픔과 후회로 그치지 않는 눈물을 흘리며 달려가는데, 눈물이 시야를 가렸을까 돌부리걸려 넘어지고 만다. 데굴데굴 굴러가는 어머니의 심장을 잡으려 달려가는 노총각 신랑. 자신의 무릎에 철철 흐르는 피도 잊었는가보다.
 
싱싱한 심장을 보여주려 어머니의 심장에 묻은 지푸라기를 털어내는데, 어머니의 심장이 아들에게 말을 한다. "얘야, 괜찮니?"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한 이 동화에서처럼 심장은 그 사람의 마음을 대신한다. 딱히 학교수업에서 배운 기억도 없는데, 인체의 기관인 심장은 우리의 마음을 대신했고, 또 사랑을 대신했다.
누가 처음 이 아름다운 삼각관계를 만들었을까? 그리고 난 언제 배웠을까?
 
이 책 <하트의 역사>는 모두가 부지불식간에 알게 된 이 오묘한 하트의 상징과 그 이야기의 기원을 찾아 동서고금을 뒤져 기록한 책이다. 하트 이야기의 진원, <갈가메시 서사시>를 필두로 이집트인과 고대 그리스인이 생각했던 심장을 이야기하고, 그리스도교와 유대교 그리고 이슬람이 이야기했던 심장과 마음이야기가 펼쳐진다. 유럽과 서구의 인간관으로 초점이 맞추어진 2부의 하트이야기에서는 한국판을 위해 '아시아의 심장과 마음'편을 추가하여 서로 비교대조가 가능하도록 배려한 점이 눈에 띄었다. 사랑과 정신, 그리고 양심의 근원지인 심장은 문화를 막론하고, 역사를 막론해서 인간 존재의 중심 역할을 해 왔음을 배웠다. '인간의 마음이 무엇인가?'라는 의문에 해답을 던져준 이 책은 하트는 육체적인 생명의 원천일 뿐 아니라, 인간의 가장 깊은 감정이 깃들어 있는 소중한 곳이라는 것을 그래서 인간 문화와 역사의 중심이 되어 철학, 예술, 과학의 주제가 되어왔음을 알게 되었다.
 
인간존재의 핵심인 심장과 사랑의 상징성을 생각하면서 사랑을 고백하는 수단이 키스인 것은 심장의 색과 온도를 닮은 입술이 심장을 대신해서 서로 마주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뜨거운 사랑을 상징해서 선물하는 장미꽃은 두근대는 심장의 색을 대신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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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심리학 - 생각의 오류를 파헤치는 심리학의 유쾌한 반란
리처드 와이즈먼 지음, 한창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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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종들의 별 희안한 질문들에 대한 재미있는 연구.  
 
문명의 발전이유라고도 말하는 인간의 화두 '왜?'는 어떤 사물이나 현상이 복잡하고 이상하게 얽혀 그 내막을 쉽게 알 수 없는 상황을 '수수께끼'로 놓고 얽혀진 실타래를 풀려고 고민하고 노력한다. 그들의 고민이 현재까지는 알려진 정답으로 도출될 수도 있고, 허무한 노력에 그칠 수도 있지만 수천 년 동안 이어온 이런 인간들의 고민에 대한 열정은 정답과 오답을 떠나 원하던 답과는 다른 결과를 도출해 내는가 하면, 전혀 다른 미지의 사고를 추론하는 계기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기 어느 마술사이자 심리학자인 한 학자가 일상에서 지나칠 수 있는 하찮은 현상속에 숨겨진 수수께끼를 독특하게 파헤친 책이 있는데, 바로 <괴짜 심리학>이다.
 
이 책의 원제는 Quirkology이고, 부제는 'The Curious Science of Everyday Lives' 즉, 일상생활의 색다른 측면을 과학적으로한 연구의 총체"라고 보면 되겠다. 여기서 실험된 모든 연구는 행동주의 과학의 정통에서는 벗어났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 학술잡지에서 숨어 있었던 것들로 지난 20년간 인간 행동 속의 특이한 점들을 연구해 온 저자와 시대를 앞서 특이한 연구를 수행했던 몇몇 헌신적인 학자들의 연구결과라고 저자는 말한다.
 
괴짜 심리학의 연구대상은 인간의 직감과 사주팔자,점,미신,유령,초능력과 같은 믿음, 시간, 숫자등 형이상학적 관심과 현상이 한 축(1장과 3장)이라면 거짓말,암시,외모,학습,인간관계등 인간의 활동범위내의 현상이 또 다른 한 축(2,4,6장)을 이룬다. 내가 주목한 것은 연구대상의 세번 째 축으로 놓아도 좋을 법한 '세상에서 제일 웃긴 농담을 찾아라'(5장)이었다.
 
이제껏 '그럴 것이다'라고 막연히 규정했거나 '그렇다더라'라고 주워들은 인간의 행동양식들이 틀릴 수 있음을, 아니면 명제 자체를 의심해야 함을 알려주는 연구의 결과들을 통해 '생각의 오류를 파헤치는 심리학의 유쾌한 반란'이라고 부제를 정한 이유를 알 듯 했다. '오호~'하는 감탄과 흥미에 이끌려 책속에 점점 빠져드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여기서 한가지 주의 할 점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한 이들의 연구를 결과에 치중하지 말고 그들이 연구에 치중하려고 했던 그 질문들과 그들의 연구과정을 유쾌하게 즐겨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맹랑한 수수께끼'의 답을 찾아 상당한 시간을 투자하여 수고를 아끼지 않았던 학자들과 그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 책을 읽는 내내 내게는 즐거움과 재미를 안겨주었다. 모든 실험마다 실험참가자가 되어 나를 적용시켜보려 애쓰는 모습도 경험할 수 있었다. 제 5장, 세상에서 제일 웃긴 농담을 찾아라를 읽으면서 나는 '속없이 잘 웃는 놈'이란 걸 확인하게 되었다. 이 장은 따로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도 좋을 만큼 광대하고 재미있는 실험이었다.
 
첨단을 만끽하며 살아가는 듯한 이 시대의 인간이지만 그들의 불합리성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그리고 무미건조한 것 같은 일상과 사람들의 행동이 조금만 들여다 보면 흥미로운 관찰대상이 될 수 있음을 느꼈다.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미래를 위해 정처없이 걸어가는 불합리한 인간, 그리고 나.
세상살이가 재미있을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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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인의 기술 - 5초 안에 상대를 사로잡는
스기무라 다카요 지음, 전경아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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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브랜드를 만드는 기술을 알려주는 책.
하지만 각인의 기술은 없었다.
 
각인刻印 Imprinting. 모든 마케터와 프로모터들이 갖기를 희망하는 능력. 이것을 배울 수 있다면 앞으로의 비즈니스생활은 어제와는 또 다를 것이다라는 희망에서 집어든 책이 바로 이것이다. 사람을 처음 만나는 5초, 그 결정적인 최초의 순간, 나를 강하게 ‘각인’시키면, 상대는 나의 열렬한 추종자가 된다는 이 책의 소개글은 말 그대로 나에게 각인시켰다. 지금 읽지 않으면 중요한 무엇을 놓치는 것 같고, 읽은 이들에게 뒤쳐질 듯한 두려움까지 생기게 했다. 잊혀지는 사람보다는 기억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이 책을 읽었다.
 
하지만 페이지를 거듭할수록 뭔가가 이상했다. 책의 서두에 쓴 저자의 프롤로그 그리고 PART1에서 '경쟁에서 이기려면 나를 각인시켜라'라는 주제글을 빼고는 '각인'이라는 단어는 찾을 수 없었고, 대신 '세일즈 포인트'또는 '개인 브랜드'라는 단어가 주를 이뤘다. 각인에 대한 설명이 언급된 글은 82페이지부터 네페이지동안 언급된 '절대로 잊혀지지 않는 첫인상의 법칙' 뿐이었다. 책장을 넘겨가면서 각인이란 단어는 찾을 수가 없었다.
 
궁극적으로 알고 싶은 '각인'의 내용을 찾지 못한 내가 이 책에 집중하기는 어려운 문제였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기분은 마치 모험을 떠나는 '인디아나 존스'가 아니라, 범인을 추적하는 '형사'인 듯한 우울하고 수고스러운 과정이었다. 하지만 그만 둘 수 는 없는 일이었다. 일본인이 저자인 이 책을 추적해 아마존 재팬을 찾았다. 그리고 '각인'이라는 단어를 찾을 수 없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 책의 원제목은 キャラ立ちの技術 ―自分ブランドをつくろう! 이다 .
우리말로 설명하면 '캐릭터의 기술 - 자기브랜드를 만들어라'라고 할 수 있다.
 
 
의미를 확실히하기 위해 キャラ立ち를일본어통속어사전에서 찾아보았더니 キャラ立ちとは、個性を際立たせ、他との違いがはっきりしていること。다시 말해 타인과 확실한 차이를 만드는 것을 뜻하는 말이었다. 우리는 흔히 '개성'이라고 하는데, 이 책에서는 자기브랜드를 말하는 것이었다.
아마존 재팬에서 이 책의 저자의 코멘트도 적혀 있었는데,
 
 
著者からのコメント
저자로부터의 코맨트
"企業や商品のPR技術を、個人のパーソナル・ブランドづくりに 応用してみました。
기업이나 상품의PR기술을 개인의 퍼스널 브랜드형성에 적용시켜 보았습니다.
...
自分ブランドに興味をお持ちの方ならず、若手とのコミュニケーション・ギャッ
プにお悩みの方にも、ぜひともご愛読いただけましたら幸いです。
자기브랜드에 흥미를 갖고 있지만 그 방법을 모르거나, 젊은이와의 커뮤니케이션 갭으로 고민하고 있는 사람에게도 꼭 읽혀질 수 있다면 행복하겠습니다. "
 
 
라고 적혀 있었다. 저자는 '각인'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남과는 차별화된 자기브랜드를 만드는 법을 만드는 책인 것이다. 일본원서의 제목대로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던 책이었다. 경제생활에 있어서 평범하기를 거부하고 스스로를 변화시켜 개인브랜드를 확립하여 자신을 남들에게 알리는 '세일즈 포인트'를 늘리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상당히 어필할 수 있는 책이었다. 하지만 제목을 쫓아 '각인의 기술'을 알고자 하고, 익히고자 하는 독자가 있었다면 그들을 만족시키기는 부족한 면이 없잖다. 이 책은 내가 찾고자 했던 각인의 기술을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개인브랜드를 구축해서, 독특한 캐릭터로 상대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으면 그것이 '각인의 기술'이 아니고 뭐겠냐고 묻는 이도 있겠다. 하지만 이것은 크게 잘못한 생각이다. 일본의 독서문화가 발전된 이유는 실용서의 측면에서 거시적이든 미시적이든 불문하고 독자가 답을 구하거나, 찾고자하는 것을 제대로 찾을 수 있도록 세분화되어 있는 것이 그들의 출판경향이라는 것이다. 다양한 입맛을 최대한 맞추기 위해 책을 쓰기 때문에 책의 종류가 많은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책을 찾는 독서인이 꾸준한 것이다. 실용서는 실용서다워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내가 찾고자 하는 답을 그 책에서 찾지 못한다면 그 책은 제 몫을 하지 못한 것이고, 독자의 사랑을 받을 수 없다. 책은 읽혀야 제 이름의 책인 것이지, 그렇지 않으면 목재의 또 다른 모습의 시신에 불과하다.
 
 한편으로 보면 독서행위는 하여금 까칠한 사람으로 만들기도 한다. 자리를 잡고 책을 읽는다는 행위 자체가 정적靜的인 듯 동적動的인 활동이라 신체활동을 최소화시켜 묵묵히 독서를 하지만 두뇌활동은 그 어느때보다 왕성해서 오히려 평소때보다 더 민감해짐을 경험한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종이의 질감이나 색깔에 따라, 그리고 활자의 모양과 크기, 자간에 따라 독서를 쉽게 혹은 어렵게 한다고 해서 책의 내용에 관계없이 그 형태만을 보고 책을 구입하기도 할 정도이다. 그럴 정도인데 내가 선택한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어떻겠는가.
한 권의 책을 선택한다는 것은 지식과 느낌을 추구하는 것임과 동시에 자신에게 허용된 소중한 시간과 비용을 기꺼이 투자하는 경제활동인 만큼 그 선택에 있어서 심사숙고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처럼 내가 찾고자 하는 답을 찾지 못한다면 단지 표지에 적힌 글과 출판사의 소개글에 '각인'되어 선택한 나의 결정이 얼마나 한심스럽게 느껴지겠는가.
 
이 책은 자기브랜드를 만들어 타인과 차별화된 '객체'의 나를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그리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자기관찰 체크리스트가 잘 정리된 책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패라고 한다. 자신의 장단점을 확실히 알고, 그들을 수정보완할 수 있게 된다면 이미 '자기브랜드'가 만들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는 기존의 책과는 확연한 차이를 지닌 책이다. 하지만 각인의 기술을 말하기 위한 책은 아니었다. 5초 안에 상대를 사로잡는 각인의 기술에 대한 언급은 네 페이지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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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의 사나이
김성종 지음 / 뿔(웅진)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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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가 자욱한 날이면 생각이 날 것만 같은 책.
 
축축한 공기, 탁한 시야. 금방이라도 하늘에서 물벼락이 쏟아질 듯한 두려움. 어깨를 움추른다. 코트깃을 세운다. 난 안개가 싫다. 불란서 영화속 축축한 거리에 뿌옇게 번지는 가스등은 운치를 느끼지만, 영화속 모습일 뿐 보기는 좋지만 그 속에 있기는 별로다. 아니 싫다고 말하겠다. 무엇인가는 닥칠 듯 한데 알 수 없는 그것을 기다리는 듯 해서 난 싫다. 내가 운치를 느끼는 가스등 퍼지는 밤거리를 표지로 김성종의 <안개의 사나이>가 내 손에 쥐어졌다.
 
안개 자욱한 신새벽에 일어난 살인사건, 그리고 중국발 민항기의 폭발사고 속에서 범인인 '나'는 알 수 없는 미래 속에서 자신을 추스리는 불완전한 우리를 보여주는 듯 했고, 범인을 추적하는 형사들의 '수사일지'는 그런 현대인을 조망하듯 지켜보는 안개의 증언같은 기분이 들었다.
 
단순한 육체적 관계로만 생각했던 여인의 존재는 그녀의 죽음을 통해 '나'에게 있어서 그녀는 '유일한 영혼의 안식처'였고, 동무였음을 알려주고, 잠깐은 사실이었던 '나'의 죽음은 10년간 부부였던 아내에게 있어서 '나'는 단지 '돈버는 기계, 물주'였음을 알려준다. '나'는 알면서도 모른 체 살았고, 이제껏 몰랐던 것을 새삼 알게 된다. 인간의 간사하기도 하고, 사악하기도 한 내면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거울을 보는 듯 뜨끔한 면도 있었고, 그것들을 공감하게 될만큼 어른이 되어버린 나에 놀라 그림자가 없어진건 아닐까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나'를 따르던 떠돌이 개를 보면서 어쩌면 갈 곳 없는 자신을 떠올린 것은 아닐까?
그래서 데려다 키울 수도 없으면서 씻고 닦인 것은 아닐까? 자신의 허물을 씻고 싶었던 것처럼.
따뜻한 파카로 새로 씻은 개를 감쌌지만, 피살자의 피로 범벅되듯이 그의 재탄생은 불가능했던 것이다. 예전과는 다르게 그가 서울을 배회하고, 추억에 젖고, 떠돌이 개에게 이제는 없는 내연녀 미주라는 이름을 붙이고 애정을 주게 된 것은 아마도 안개속에 휩싸여 갈 곳을 잃었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피살자의 혼령이었든, 자신의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포기든 지금도 알 수 없다. 작가는 인간은 언어라는 함정 속에서 스스로를 몰아놓고 언어라는 한정된 시야로만 사물을 관찰하려 한다면서 그것이 옳은 것인지 물었다. 하지만 난 이 책을 읽으면서 음습하고, 축축한 나흘간을 '나'와 함께 동행하면서 음습하고 답답해 햇볕이 보고 싶을 만큼 충분히 느꼈다. 우리는 지금도 안개속을 헤매고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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