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그림자의 책 뫼비우스 서재
마이클 그루버 지음, 박미영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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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익스피어가 이 책을 읽으면 뭐라 칭찬할까?
 
'400년간 숨겨진 세익스피어의 미발표 희곡을 둘러싼 인간의 욕망과 갈등'이라는 독특한 소재는 흥미를 자아내기 충분했고, 600페이지를 조금 못미치는 밤색 책의 포스는 베개를 써도 충분할 만큼의 두께에 처음부터 기가 죽었다. 자주 바뀌는 시점 변경과 극적 요소가 겸비된 주변인물과 배경에 대한 세밀한 요소들은 무협지의 그것처럼 속이 빈 두께를 자랑한 것은 아니었다. 숨을 길게 늘어뜨리면서 보지 않으면 안될 정도의 인내가 요구된 전반부. 힘이 들었다.
 
중반에 들어서면서는 큰 착각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 세밀한 묘사들이 이 작품의 핵심이라 할 정도로 눈에 잡힐 듯 냄새가 날 듯 빠져들기 시작한다. 브레이스거들의 암호들, 인물들의 복잡한 가족과 주변인물들의 이야기, 위트넘치는 저자의 구술능력은 연신 혀를 차게 만들었다.
 
팩션의 특징은 현대의 시점에서 과거를 추론하고 역으로 밟아가는 과정인데, 당연한 기본틀을 마구 부숴버려 난처한 초반을 되려 추적의 즐거움을 더해준 부분이란 것을 깨닫게 된다. 움베트로 에코의 장미를 연상케 하는 해박한 지식이 뭍어나는 부분들이 가득했다. 역사를 꽤 지루하게 여기는 내가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은 암호를 풀어가는 과정과 이야기의 배경으로 소개되는 영국역사, 그리고 세익스피어를 둘러싼 미스테리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너무 흥미로워서 이 책은 마치 스토리가 두 개인 소설이 씨줄과 날줄로 엮여진듯한 느낌을 들게 했다.
 
세계적인 문호이자 편지와 일기같은 사실적 사료없이 작품만 남겨진 세이스피어의 존재여부를 의심하고, 미발표된 작품을 등장시켜 그를 사랑하는 수많은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그의 포커스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만약이라는 불확실성과 이제껏 아무도 본 적이 없다는 희소가치성에 눈이 멀어버린 인간의 욕망등이 작품속에 녹아들어 그 세계에 참여하고픈 욕망마저 들게 한 작가의 힘은 정말 놀라웠다. 소설을 읽는 또 다른 재미는 독자마다 들여다 본 세계가 다르다는 것. 그 재미를 톡톡히 이끌어낸 멋진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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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를 해치는 맛있는 유혹 트랜스 지방
안병수 지음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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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필독서!
'침묵의 살인자', 트랜스지방을 낱낱이 파헤친 책!
 
신문,방송 등 언론을 비롯해 인터넷으로 익히 들었던 트랜스지방을 다시 보게 되었다.
그 이유는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린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최근에야 자제하고 있지만, 그 전에는 아무런 개념없이 바삭한 식감을 즐기느라 먹었던 '튀김'의 찌꺼기는 여전히 내 몸을 유유히 돌아다니고 있을 터, 그 이름의 진상을 알고 주의하고, 제거하는 방법을 알고 싶었다.
언론의 이야기는 그 깊이가 얕고, 인터넷의 정보들은 제각각이라 '먹는 음식에 장난치듯' 우유부단할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좀 더 사실적으로 말해서 썩 나쁘지 않다면 죽을 때까지 '바삭한 식감이 주는 고소한 행복'을 버리고 싶진 않아서였다.
 
하지만 저자는 '튀김식품은 아예 먹지 않는 편이 좋다'고 단언한다. 트랜스지방에 대한 해악은 지난 수 십년 전 고소하고 바삭하다는 이유로, 보관이 편하다는 이유로 지구촌의 모든 가정의 사랑을 독차지 해 왔지만, 그 해악은 최근에 발견되고 있는데, 그 심각성은 미국에서만 한 해에 약 3만 명이 숨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지구촌 전체로 치면 수십만 명에 달한다는 계산이 된다는 것이다. 이를 트랜스지방의 초기부터 계산해서 한 세기를 따져보면 수천만 명이 이 인공물질에 의해 희생이 된 것이다. 다시 말해 그 이전에는 트랜스지방에 대한 부정적 연구 자체가 없었으므로 그들의 죽음은 '병명을 알 수 없는 의문사'로 포장되었던 것이다. 튀김식품을 먹는다는 것은 '우물에 독약을 풀고 마시는 격'이라는 저자의 충격적인 발언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고 그 무시무시한 심각성은 지금도 진행형으로 계속 된다는 것이다.
 
트랜스 지방은 '난분해성 속성'을 가져 마치 플라스틱에 비유할 수 있는데, 최근에는 '돼지와 같은 가축의 몸에서도 트랜스지방산이 발견된다'는 것은 또한 충격이었다. 그 이유는 사료에 있다고 한다. 이는 소의 골분을 사료로 먹인 소들에게서 발견하는 '광우병'처럼, 토양에 흘러내린 트랜스지방은 식물체 내로 흡수되어 그것이 식물체 지방의 일원이 되고 이는 다시 인체 또는 가축의 몸으로 들어가 축적된다는 것이다. 무엇을 먹어야 할 지 심히 난감해지는 대목이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저자는 바로 먹는 기름은 가열하지 말라고 전한다. 가열된 지방은 영양분도 아니고, 지방도 아닌, 차라리 독극물이라고 해야 한다면서 꼭 명심하라고 한다. 그리고 튀김식품을 만들지 않으면 안된다면 차라리 포도씨유보다는 발연점이 낮은 올리브유를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물론 제일 좋은 방법은 '튀김식품을 먹지 않는다'는 각오라고 전하면서 말이다.
 
가장 염두해야 할 것은 나쁜 기름은 체내에 들어와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이런 현상이 누적되어 병리문제로 발전해서 질병으로 표출되는 데 이것이 바로 생활습관병이라고 하면서 '식생활을 자연과 분리시키지 말라'고 경고한다. 인공물질이 아닌 자연식으로 섭생하고 적당이 먹으며, 꾸준한 운동습관이 동반될 때 건강해 진다고 권고한다.
 
이 책은 트랜스지방의 생성과정을 자세하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그것이 우리 인체에서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해준다. 성인이 된 나의 몸 속에는 트랜스지방이 숨어 있을 것이다. 그 무서움을 알았으니, 이제는 튀김식품은 먹지 않겠다고 결심해야겠지만, 부제에 쓰인 것과 같이 우리의 분별력없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무조건 먹지 말란다고 통제되는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 어느 것보다 맛있고, 고소한 그것들을 금지시킬 방법은 많지 않다. 트랜스지방이 얼마나 무서운 인공물질인지,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식품은 무엇인지, 그렇다면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함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어른'들이 꼭 읽어봐야 할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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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단절 - 과잉정보 속에서 집중력을 낭비하지 않는 법
에드워드 할로웰 지음, 곽명단 옮김 / 살림Biz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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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와 소통의 바다'에서 허우적대는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책! 
 
수많은 책들속에서 선택으로 혼란스러워 할 때 발견한 책의 부제,[과잉정보 속에서 집중력을 낭비하지 않는 법]. 숨이 막힐 지경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나의 현재를 위한 책인 듯 싶어서 낙점한 책, <창조적 단절>이 오늘 읽은 책이다. 책을 펼치자마자 만나게 된 시험아니 시험이 있었으니 그것은[조급증으로 인한 집중력 결핍도 테스트]인데, 그 중 몇개를 소개하자면 이렇다.
 
- 대화중에 문자를 주고받다 핀잔을 듣곤 한다.
- 바탕화면에 사용하지 않는 아이콘이 3개 이상 있다.
- 윈도우 창을 평균 5개 이상 열어 놓는다.
- ADSL에서 광랜으로 바꿨는데도 로딩시간 때문에 답답하다.
- 에스컬레이터도 걸어서 올라간다.
- 엘리베이터 문이 자동으로 닫히기 전에 '닫힘' 버튼을 누른다.
- 도로에 뛰어 내려가서 택시를 잡거나 버스를 기다린다.
- 사탕을 끝까지 녹여먹지 못한다. 등등
 
스무 개의 테스트 문항이 있었는데, 자신과 부합되는 칸을 체크하고 체크된 숫자에 의해 5개,10개,15개,20개 이렇게 네 등급으로 자신의 조급증을 진단하는 것이었다. 솔직하고 신중한 체크 끝에 나의 결과는 자그마치 14개. 뜨악할 노릇이었다. '주의력 결핍 중기. 일과 인생에서 조금 삐걱거리며 주도권을 잃어가고 있다. '창조적 단절'의 의미를 돌이켜 보지 않으면 결국 조급증 때문에 어떤 일에도 집중할 수 없고, 열심히 바쁘게 살지만 성고는 적어 상실감에 빠지는 주의력 결핍 말기증상으로 바뀔 것이다'라는 테스크 결과를 받았는데, 툭~하고 심장 떨어지는 소리를 들을 뻔 했다. 게다가 이 테스트를 하는 그 시간에도 내 옆에 있는 노트북은 언제 들여다 볼지 알 수 없는 뉴스그룹들이 열심히 다운되며 스크랩되고 있었던 것이다. 난 조급중으로 인한 주의력 결핍 중기환자다.
 
테스트의 진단은 이 책을 단숨에 쉬지 않고, 읽어내려 갈 수 있도록 만드는 흡인력을 갖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펼쳐지는 책속의 내용들은 일상에서 벌어지는 '주의력 결핍'상황들, 가령 친구에게 전화를 걸고 기다리는 1분 동안을 참지 못해 초조해 하거나 심지어 전화를 받은 상대에게 다짜고짜 화를 내는 경우나, 어떻게 지내는가하는 질문에 '늘 바빠서 미치겠다'라는 말을 자랑스레 하면서 인사를 대신하는 경우, 메신저나 메시지를 로그온, 부팅, 다운로드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중압감에 사로잡히는 경우, 언제 볼 지도 모르면서 정보를 긁어모을대로 모아야 비로소 마음이 놓이는 경우 등이 낱낱이 고발되는데, 모두가 나의 이야기인 듯 해서 읽는 내내 나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다만 이 상황은 집중력 가중으로 인한 초조증상이겠지만 말이다.
 
우리는 모두 왜 이다지도 바쁠까? 따라잡히면 안되고, 남들도 그렇게 살고 있어서, 바쁘다는 건 사회적 지위가 높다는 것을 상징하니까, 느리게 살다가 무시당하거나 무엇인가를 잃을까 두려워서, 생활수준이 뒤처질까 두려워서, '일없이 빈둥거리면 사람 버린다'는 말에 길들여져서, 모든 일을 빨리빨리 처리하지 않으면 불안하기 때문에 등등의 이유를 대면서 체념하는 우리는 어쩌면 '우리가 기계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 기계가 우리를 부르는 형국'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저자는 '에너지가 넘치고 새로운 자극이 가득하고 턱없이 할 일이 많고, 신기한 것 투성이고 빠르게 움직여서 걷잡을 수 없이 어지럽고, 먼지바람 일듯 온갖 정보가 난무하고, 전통의 틀을 깨는 남다른 창의력을 요구하고, '지금'에 적응하는 능력을 키우라 강조하고, 시도 때도 없이 바뀔 정도로 변화무쌍하면서 배려하는 마음이 없고, 갈팡질팡 종잡기 어려운 우리들의 오늘날 세상'을 주의력 결핍 장애ADD-Attention Deficit Disorder세상이라고 진단한다. 그리고 저자는 사람들이 통제력을 잃어버린 것은 다름 아닌 통제력을 차지하려는 욕심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하면서 "행복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갖는 게 아니라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원하는 것이다."라는 어느 랍비의 말을 빌어 모든 통제력을 완전히 틀어쥐려 하지 말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통제권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애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주목할 점은 다중작업 즉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은 두 개의 공을 가지고 하는 테니스 게임과 같은 허황한 활동이라고 단언하면서 이것을 유능함의 척도로 여기는 현대사회를 비난한다. 우리가 멀티태스킹을 하는 진짜 이유는 이것저것 하는 일은 많으면서 어떤 일에서도 재미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빨리빨리 잇달아 해서라도 짜릿한 쾌감을 얻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모든 것이 익숙해져서 피아노 연주를 하면서 책을 읽을 수 있거나, 자전거를 타면서 깊은 생각을 하거나, 과학이론에 대해 골똘히 생각할 수 있지만, 이것은 뇌에 있는 자동조절장치인 소뇌안에 입력해 놓은 결과물일 뿐, 두 개의 공으로 하는 테니스의 결과는 끝을 보지 않아도 뻔하듯 그 깊이와 넓이는 한 곳에 집중할 때의 효과에 절대로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책으로 빠져들수록 나의 주의력 결핍 증상이 혹시 말기는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나의 일상의 습관에 대해 하나하나 짚어내려가는 내용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저자가 현대인들이 앓고 있는 중압감의 대표주자들, 즉  겜멜스머치, 과대망상 괴물, 기가 죄책감, 스크린서킹,해충,운명의 화살, 줏대없이 따라 하기, 화근, 쌓이는 일 더미, 무의미한 다중작업 등을 해충같은 것들이라고 말하면서 그것들이 우리의 삶을 마음대로 주무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의 말 그대로 나는 그들의 힘에 휘둘리며 소중한 나의 시간과 주의력을 빼앗기고 있었다. 책 속에서 나를 발견할수록 나는 얼마나 무기력이라는 늪속에 빠져있는가를 내려다 보게 되었다. 이대로는 큰일이다는 위기감이 엄습했다.
 
책의 서두를 통해 나는 주의력 결핍 증상이 있다는 진단을 얻었고, 중반에서는 내 증상이 얼마나 심한지, 그리고 그런 증상의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알려주었다. 하지만 현대인 모두가 그렇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말에도 나는 위로가 되지 못했다. 책값을 톡톡히 하는 순간은 후반부 [산만한 세상을 극복하는 창조적 단절] 부분이었다.
 
저자는 알코올 중독자 자활모임에서 자주 낭송하는 신학자 라인홀드 니버의 시 [평온을 비는 기도Serenity Preyer]를 빌어 수정을 가해 이렇게 말한다.
 
하느님 제게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는 평온을 주시고,
바꾸고 싶은 것들의 순서를 슬기롭게 정하는 통찰력을 주시고
비록 그럴 만한 기력과 시간이 있더라도
모든 것을 다 통제하려는 욕심을 뿌리치고 견뎌낼 힘을 주시고
바꾸겠다고 결정한 일들을 바꾸는 용기와 능력을 주시고
이 모든 것을 가려낼 지혜를 주소서.
 
완전한 통제력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나를 되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저자는 우선 시간의 쓰임새를 결정하는 일은 곧 자기 자신이 누구이고 자기 자신이 절실하게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 성찰하는 일이라고 말하면서 그 해결책으로 시간 투자 수익 포트폴리오를 제시한다. 노력도, 실현도, 필요도 및 정당성 이 세가지 요소를 모두 곱한 값의 가치를 '가치도'라 칭하고, 가치도 점수가 제일 높은 25점의 일들로부터 우선적으로 하고, 그 점점 낮은 점수의 일을 할 것을 권유한다. 그래서 스크린서킹(인터넷 동영상 파도타며 보기) 한시간 시청과 같은 아무것도 노력하지 않으므로 노력도 5점, 이룬 것이 없으므로 실현도 1점, 불필요한 일이므로 필요도 1점 그들의 곱셈의 결과물인 가치도 5점과 같은 일은 당장 그만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한 가치를 값으로 매겨 그 점수가 높은 것부터 순서대로 하면 내게 필요한 것들을 통제할 수 있다는 논리인데, 주관적 사항에 대한 주관적 가치평가이므로 설득력있는 공식이고, 실행에도 무리가 없는 적절한 방법인듯 했다.
 
이 밖에도 제안되는 현대 생활 관리10원칙, 주의력 체조 1,2,3, 뇌용량 확보하기 등을 읽어내려가면서 의욕을 갖고 실행에 옮기기만 한다면 통제력을 갖출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알게 되었다고 해결된 것이 아니다. '알았을 때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용기와 실천력' 가장 필요한 이 덕목이 지금 내게 있어 요구되는 시점이 되었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 전 총리는 부인의 출산을 앞두고 '아버지휴가'를 신청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사회적인 이슈들과 맞물려 박수와 찬사 그리고 염려가 혼재되어 말도 많았던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총리로서 그리고 아버지로서의 본분사이에서 그 우선순위를 놓고 갈등했을 그가 '나의 우선순위의 가치점'이 얼마나 높은가에 따라 판단했다면 어땠을까 그리고 나라면 어떻게 점수를 매겼고, 무엇을 우선했을까 고민도 해보았다. 아쉽지만 결국 난 총리의 본분을 택했을 것이다.
 
알게 모르게 정보의 강박에 시달렸던 나를 다시 돌아보게 만들어준 책이었다. 그리고 섬뜩했지만 미소를 잃지 않으며 읽을 수 있도록 재미있게 써내려간 책이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지금도 언제 볼 지, 들을 지 모르는 파일을 다운받거나 쌓아두고 있는 현대인들이 읽고서 한 번쯤은 고민해볼 만한 좋은 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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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광효, 세상에 감성을 입히다 - 옷 짓는 남자의 패션라이프 스토리
장광효 지음 / 북하우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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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정신으로 무장된 남성복 디자이너의 대부의 이야기
 
장광효. 그를 주목한 이유는 대한민국 최초의 남성복 디자이너라는 점, 그리고 외환위기 이후 수많은 남성복 브랜드가 사라졌지만 그의 브랜드 '카루소'는 화려하게 부활했다는 점이다.
그 무엇이든 '최초'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극한의 위험와 모험'을 극복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남의 것을 벤치마킹하려 해도 시대적,공간적 위험을 극복해야 하는데, 본보기가 없이 '홀로' 일어서기란 여간 쉽지 않은 일이며, 무섭기 짝이 없는 일인데 남성복 시장을 연 그가 느꼈던 부담과 공포 그리고 의지를 읽고 싶었다. 오늘 읽은 이 책 <장광효, 세상에 감성을 입히다>또한 남성복 디자이너의 자서전임을 감안할 때 최초라는 단어는 '도전을 통한 성장'이라는 그의 철학에 어울리는 책이다.
 
대학 4학년시절, 그래픽디자인을 그만두고 진로를 부전공인 의상학과로 선택한 것, 그리고 시장성이 뚜렷하지 못한 남성복 디자이너로의 선택, 경영위기 상황에서 '홈쇼핑으로의 진출'을 시도해 위기를 기회의 발판으로 삼은 것, 시트콤등의 전방위적 등장으로 디자이너로서의 저변을 확대시킨 것 등, 그의 도전정신과 민첩한 방향전환은 정말 놀라운 사업가적 기질을 가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알고 싶어도 알지 못했던 디자이너라는 직업에 대해 많은 것을 엿볼 수 있었고, 하나의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창조의 고통과 수고가 따르는지를 알 수 있었다. 또한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마음껏 펼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그리고 디자이너로서의 그를 통해 진정한 '천직'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다. 잡지나 TV에서 무심히 보았던 카루소의 의상들이 대한민국의 남성복 트렌드에 한 획을 긋고 있는 그의 작품들이었음을 알게 되면서 다시 보는 계기가 되었다. 작품같은 사진컷들과 글들이 한데 어울려 그가 사랑하는 일, 사람,그리고 라이프가 고스란히 담겨진 한 권의 책. 이 책을 덮고 그에게서 나만의 옷을 디자인해서 입는 것이 작은 소망이 되었다. 책의 후반부에 실린 SFAA 장광효컬렉션은 2003년 이후 SFAA에 출품한 그의 작품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놀라운 창조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패션에 종사하는 사람들,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꼭 읽어봐야 할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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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만화 - 그림쟁이 박재동이 사랑한, 세상의 모든 것들
박재동 글.그림 / 열림원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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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1도 따뜻하게 만드는 젊은 흰머리 만화가의 시선, 그리고 그림.
 
나는 그림엔 젬병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까지 내가 그리는 사람은 머리와 눈을 그릴 동그라미 세 개와 짧고 긴 막대기 몇 개로만 필요할 정도로 둔치였다. 초중고를 합해 교과목 성적이 '양'인 과목이 유일하게 미술이었는데, 3학년 1학기에 받은 성적이다.(그렇다고 다른 과목이 '우수범벅'이었던 것도 아니다. 난 아름다움을 꾀 좋아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어머니가 취하신 행동은 미술학원이 아닌 만화월간지 소년중앙 한 권과 습자지(트레이싱 페이퍼) 10장. 어머니는 만화위에 습자지를 올려놓으시고는 연필로 선을 그대로 따라 그리라고 하셨다. 내가 쓴 글씨도 얼마 후엔 못알아볼 정도로 엉망이었던지라 구름말 속 대사까지 적었던 것은 물론이다. 나의 그림의 시작은 '만화 베끼기'였던 것이다.
 
매일 10장을 베껴쓰기는 5학년까지 계속되었고, 그에 따라 미술성적도 점차 늘어 졸업반때에는 '수'를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만화에 대한 관심은 지금도 높아 머리를 식힐 요량이면 만화방을 찾아 책을 빌려서는 '낄낄끌끌'대며 즐겨 읽는다. 물론 머리가 굵디 굵어진 지금도 보기에 멋진 그림을 발견할라치면 베껴그리곤 한다.
 
이 같은 까닭에 만화가는 내게 '예술가'이다. 오히려 미술관에 걸린 미술작품들에 찬사를 보내기 보다는 만화 속에서 그 경이로움을 경험하는데, 그래서 대중 속에 존재하는 예술작품은 만화라고 생각한다. 오늘 읽은 이 책은 대학시절 운동권 신문이란 별명으로 탄생한 한겨레 신문에서 촌철살인의 메시지를 날렸던 삽화를 그렸던 만화가 '박재동'화백이 자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을 그림과 글로 표현한 책이다. 세월은 벌써 이십 년을 훌쩍 넘어 정치와 사회를 고발하던 날카로운 펜촉은 둥그렇게 무뎌진 듯 부드러운 화선으로 그림을 만들고, 색감과 인물 모두 10도 정도 따뜻해졌다.
 
내가 체감하지 못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그림과 글로 묘사 되었고, 중년을 살아가는 대한민국 남성으로서 인생을 이 책은 말하고 있었다. 솔직하고 따뜻한 글은 한 편의 시와 같아 인생 중에 담은 한 컷 한 컷의 그림들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의 글과 그림이 친구들을 말할 땐 동네 개구장이가 되고, 자녀들을 말할 땐 푸근한 등을 가진 아버지의 시선이 된다. 그가 사랑하는 세상의 모든 것은 자연이요, 주변의 사물이요, 그의 눈을 멈추게 한 일상의 나날들 이었다. 그리고 그가 마음을 던지는 소중한 그의 사람들이었다. '귀신도 부릴 수 있다'는 돈으로도 못사는 그의 펜잡은 손과 시선은 이 책을 보는 사람들의 가슴을 데우기 위해 하늘이 주신 선물 같았다. 부럽다. 한없이 부러웠다.
 
또 몇 해가 지나고, 달라진 세상을 본 박재동화백의 달라진 그림과 글, 그리고 시선을 보고 싶다. 그런 책이 나온다면 초판 1쇄 중 한 권은 내 것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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