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 인간학 - 다스리지 않고 다스리다
렁청진 지음, 김태성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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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애慈愛와 인내忍耐로 더 큰 세상을 휘어잡아라!
 
" 세상사에 밝으면 그것이 곧 학문이고, 인정에 정통하면 훌륭한 글이다,"라는 중국의 속담처럼 중국은 서양의 도덕이성이 근거로 삼는 현실성 없는 인식과 가치의 경향은 배제하고 실용이성의 가치 관념으로 가치관을 정했다. 그러한 가치관이 지략형 문화를 낳았고 그 지략형 문화의 사유방식이 경험성과 민첩성, 그리고 실용성이 있다는 점으로 중국 민족의 성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이는 어떤 의미에서 민족의 성격적 특징을 결정했다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중국의 지략 문화는 중화 민족의 실사구시적 성격과 심리 태도를 형성하게 되었는데, 공허함과 존재하지 않는 귀신을 숭상하지 않으며 극단으로 나가지 않고 두 발로 사는 기질을 갖게 했다.
 
치인治人을 목적으로 한 지략형 사유방식이 긍정적이지많은 않은 것은 결국 중국인들이 천성적으로 모두 정치인이 되는 결과를 낳았고, 모략가가 전통문화의 정수가 되어버렸다. 더욱 심각한 것은 모략과 계산이 기나긴 역사와 발전을 거듭하면서 처세의 태도와 인생관이 술術이 아니라 도道, 즉 처세 철학이자 문화정신이 된 것이다.
 
오늘날의 중국을 살펴보면 등소평의 선부론先富論을 계기로 받아들여진 자본주의의 수입이 짧은 역사동안에 실용적인 측면만이 확대되어 빈부간 격차심화,물질만능주의 팽배등 부작용이 극대화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그들의 사상에 대한 흡수의 태도가 그 이전부터 실사구시만을 추구해 왔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유가 인간학'에 이어 '도가 인간학'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그들에게는 뿌리깊은 고민일 수 있는 중국인들의 '사상에 대한 실사구시적 수용태도'를 배우고자 함에 있다. 중국이 그것에 너무 깊이 빠져 있다면, 대한민국의 나는 명분과 체면에 너무 얽매여 '나다운 처세'를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니 모르기 때문에 배우고 싶다는 표현이 옳을지 모른다.
 
도가道家의 핵심은 황노 도술마음과 지혜로 천하를 다스린다는 것인데, 천지만물은 드러나지 않는 도道에의 해 지배되므로 천지만물과 길흉화복의 변화를 똑바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바로 득도得道에 있다는 것이다. 도가의 정책은 '우민 정책'인데, 부드러움으로 강인함을 이기고, 지혜로움을 우둔함으로 여김으로써 다스리지 않아도 저절로 다스려지게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성인은 자신을 위에 두지만 남보다 앞에 있게 되고, 자신의 몸을 밖에 두려 하지만 오히려 안에 있게 되는데, 이는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지 않기 때문에 저절로 이익이 생기는 것이며 사익을 추구하지 않기 때문에 하늘이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이고, 무엇인가를 차지하려 애쓰지 않기 때문에 저절로 큰 천하를 차지하게 되는 것이라고 풀이한다.
 
이것은 깊이 생각해 보면 결코 욕망이 없거나, 사익을 추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더 큰 사익을 얻기 위함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도가에서는 자慈와 인忍을 강조했는데, 세상의 변화와 법칙을 통찰한 자의 인내를 바탕으로한 자애를 강조한 것이다. 이 자애는 자식에 대한 부모의 자애로움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이해관계나 원칙이 없는 사랑의 형태인데, '고객을 대할 때 한 살배기 어린 아기를 보듯 하거나, 백 살을 사신 노인을 보듯 하라. 그러면 그들에게 칭송을 받을 것이고, 네가 원하는 것을 얻을 것이다'라는 어느 세일즈왕의 말을 생각나게 하는 부분이었다.
 
'이미 안 자'가 '아무것도 모르는 자'에게 대하는 자애로움과 사랑이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마케터들'이 한번 쯤 고려해볼 만한 마케팅 정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가의 정신을 바탕으로한 수많은 실존 사례들이 가득히 담겨져 있어 case by case로 나의 비즈니스 생활과 비교해 볼 수 있었다. 중국의 '지략 문화'가 나에게 의미가 있었던 것은 귄위나 명성, 재산의 존속여부를 떠나 목숨을 건 처세들이 가득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 수하에 있는 문무백관과 신하들을 생각할 때는 과거 중국 CEO들의 지혜와 처세의 경합들이 이야기로 풀어지고 있음을 목격하게 되었다.
 
'한 권의 책을 가치있는 책으로 만드는 것은 독자의 몫'이라는 말처럼 고전이 지금도 읽히는 이유는 저다마 다른 이유에서 그 답을 무궁무진하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의미를 두고 본다면 쉽게 다가올 책. 고전이 아름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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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베포포와 마법의 동전
구메 준이치 지음, 김난주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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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분지족安分知足 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그리고 돈.
 
 
하느님이 어느 마을에 있는 백 명의 사람들에게 그들이 가진 모두를 빼앗고 똑같은 천 냥의 돈을 주고 살게 했다. 그리고 말씀하셨다.
 
"자... 너희들 모두 똑같은 천 냥이 되었다.
그러니 서로 다투지 말고 행복하게 살아라. 알았느냐?"
 
세상의 일에 관여하고 계신 하느님인지라 공무에 바쁘시다 보니 천 냥의 돈을 고루 나눠준 마을의 일을 까맣게 잊으셨겠다. 일 년쯤 지나 갑자기 생각이 나신 하느님, 그 마을을 친히 찾으셨다.
그리고 경악을 금치 못하셨다.
 
한 명은 육십 명분의 돈인 육만 냥정도를 가지고 세상에 부러울 것 없이 살고 있었고,
열 명 정도는 저마다 열 명분의 돈인 일만 냥 정도를 가지고 떵떵거렸고, 스무 명 남짓은 제 몫을 잃어버릴까 전전긍긍하며 불안하게 살고 있었다. 나머지는 얼마 남지 않은 돈을 가지고 아귀다툼을 벌여 벌써 십수 명은 일찍 이 세상을 져버렸고, 서로 아웅다웅하며 하루를 전투하듯 살고 있는 것이다.
머리좋은 녀석이 걸어놓은 내기와 도박, 그리고 사기, 식탐, 정욕이 그들의 눈을 멀게 하고 급기야는 또 다시 옛날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아니 그보다 더 못한 상황이 되어버린 것은 하느님이 또 천냥을 거저 줄 것이라고 일도 하지 않고, 기다리다가 굶어죽은 이들도 있다 하니 예전보다 못한 광경이더란다.
 
그 광경을 본 하느님은 말씀하셨다.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하지 못한다고?
세상을 만든 나도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어느 곳에선가 들은 '공산주의의 모순'에 관한 이야기를 내 나름으로 각색한 이야기다.
 
'거울을 보고 혼자서 맞고스톱을 쳐도 돈이 모자른다'고 했던가? 화폐제도와 경제활동이 무슨 상관이며 죄겠는가?그 활동의 주체인 인간의 마음속에 들어있는 '탐욕'이 존재하는 한 균형과 평균이란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다. 인간의 활동 가운데 경제생활이 생기고, 시장이, 그리고 화폐가 생겨 빈부의 격차가 생기고 그것이 사회적 지위와 권력을 가늠하는 수단으로 변해버린 것은 마치 인간이 하루의 흐름을 시간이라 칭하고 시계를 만들어 그 기계의 두바퀴 안에서 하루를 마감하려는 인간들의 약속이 변형일 뿐이다.
 
아버지의 사업 부도로 채권자들이 행패를 부리고, 그 와중에 채권자들의 돌에 맞아 숨진 어머니. 패닉상태에 빠진 윌버는 학교아 주위에서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급기야 가출을 하게 된다. 목적없는 여행을 하면서 돈과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한 소년의 이야기 속에서 화폐의 생성과정과 '진정한 풍요로움', 그리고 '행복'의 의미를 전달하고자 하는 소설 <사라베포포와 마법의 동전>은 다가갈 수 없는 나라, 유토피아의 세계를 그려나간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진정한 풍요로움'과 물질만능주의적 삶의 가치관의 변화를 위해 학교 교육의 변화를 요구한다. 하지만 세상은 지덕체를 갖춘 인재의 양성 보다는 남보다 더 나은 성공인의 육성에 주력하고 있으며 학교는 그에 발맞추고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라고 하는 '있는자의 자선'은 먼저 '내가 먼저 있고 나서 후에 조금 베푼다'는 '선부론적 알량한 아량'은 아닐까? 품앗이의 자애와 인정이 가장 바람직한 본보기 일진대 이미 커져버린 사회와 물들어버린 인간들을 어떻게 교화해야 할지는 미지수다. 책을 덮으며 답답해지는 가슴을 감출 수 없었다.
 
작은 호숫가 옆 작은 통나무 집을 짓고 나무침대 하나, 탁자 하나, 책상 하나, 벽난로 하나, 의자 하나, 그리고 큰 창 하나 들여놓고, 혼자서 일한 만큼 먹고, 먹을 만큼 생산하는 삶을 살아가면서 최소한의 간소한 생활을 하면서 이른바 '자발적 가난'을 살다 간 월든Walden의 작가 헨디 데이빗 소로우의 삶이 오늘날의 물질주의를 저버릴 수 있는 유일한 답은 아닐까 생각된다.
 
착찹錯雜한 소설. 진정한 행복은 돈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지만, 그에 대한 뚜렷한 대안은 다시 내게 맡겨버렸다. 그래서 착찹錯雜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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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스팟 - 창조 에너지가 넘치는 혁신의 시공간
린다 그래튼 지음, 조성숙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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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 신바람에 취한 조직을 만드는 방법을 제시한 책!
 
사업주체가 개인에서 조직으로 구성되는 이유는 개인의 합보다 더 큰 아웃풋output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개개인마다 부족한 능력과 실력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더해지고, 그것이 결과물로 도출된다면 개인의 합보다 훨씬 큰 효과를 낼 수 있고, 기대하지 않았던 엄청난 시너지도 실현되는 것을 우리는 경제생활 전반에 걸쳐 확인하곤 한다. 문제는 언제 그런 효과들이 발생하는지를 확실하게 모른다는 것이다. 어느 한 시점에서 뛰어난 효과를 발휘해 만족했다가 다음번 계획에서 과거와 같은 결과를 기대하는데 만족할 만한 결과가 도출되지 못하는 경우를 만나게 된다. 그렇다면 최고의 효과는 어떻게 일어나는 것일까? 그것이 일어나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 엄청난 효과들이 계획에 의해, 그리고 지속적으로 일어나게 하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
 
이러한 질문에 대해 고민한 책이 바로 이 책 핫 스팟Hot spots이다.
다른 사람들과의 업무협력에서 생기는 긍정적인 에너지는 개인에게 기쁨을 주고, 회사 조직에는 가치를 안겨준다. 이 모든 것들은 열정적으로 업무에 임할 때 이루어지는데, 이러한 순간들을 핫 스팟Hot spots이라 하는데, 이것은 시공을 구분하지 않고 사람들이 비상한 창조성을 발휘하면서 협업을 추구하는 시간과 장소 어느 곳이든 가능하게 된다.
 
핫 스팟의 전제에는 '관계'가 존재한다. 즉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원만하고 긍정적인 관계가 조성되어 마치 생각과 생각이 모인 커다란 브레인이 조직되고, 업무의 추진력은 복제인간들이 움직이듯 일사불란하게 처리될 때 핫 스팟은 가능하게 된다. 이 핫 스팟이 가능하게 될 때 개개인은 지금보다 신나게 일을 하게 될 것이고, 기업 역시 더욱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게 된다. 궁극적으로 핫스팟이 가능하게 된다면 개인의 삶과 조직의 성과는 무한대로 풍요롭고 풍성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핫 스팟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지적 자본, 감정적 자본, 사회적 자본을 의미하는 '협력적 사고방식'과 핫스팟 내부 구성원들의 관계의 폭과 넓이를 의미하는 '경계 해제' 그리고 점화 질문이나 비전, 과업을 통해 핫스팟 내부의 에너지 발산을 도와주는 '점화목적'의 세가지 요소와 마지막으로 핫스팟이 지속적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느냐를 좌우하는 네 번째 요소인 '생산적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다섯 가지 생산적 관행이란 다른 사람의 재능을 높이 평가하고, 약속을 제시하며, 갈등을 해결하고, 시간의 동시성을 추구하고, 리듬을 확립하는 것을 말한다.
 
아무리 일을 해도 능률이 오르지 않는 비효율적 업무환경에서는 손해를 보는 기업도 난처해지지만 업무에 참여하고 있는 구성원인 개인에게도 따분하고 힘든 상황 즉, '얼음지대'를 걷는 기분일 수 밖에 없다. 그것이 장기화될 경우 자신이 몸담고 있는 일자리마저 곤란한 위치에 서게 되므로 구성원 모두는 핫스팟에 뛰어들 의향은 언제든지 있는 것이다. 단지 그 방법을 모를 뿐이다. 여기서 말하는 핫스팟은 우리말로 표현하자면 '신바람'일텐데 자신의 능력이 100% 표현될 수 있고, 십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거기에 그에 걸맞는 보상이 따라진다면 얼마든지 핫스팟은 가능해진다는 것을 이 책에 거론되는 수많은 대기업의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가 어느 상점을 들어가면 직원 모두에게서 활력을 느끼는 곳이 있다. 그런가하면 들어갔다가도 알 수 없지만 썰렁한 그 어떤 기운때문에 기가 눌리는 경우도 있다. 활력을 느끼는 상점은 제품도 뛰어나고 맛도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곳은 서로 대화조차도 할 수 없을 만큼 주늑이 들어 빨리 나가고 싶어진다. 우리는 그런 곳을 '기氣'가 찬 곳 또는 빠진 곳이라고 말한다. 신바람으로 가득차서 기운이 넘치는 조직 속에서의 개인은 행복하다. 내가 몸담고 싶고, 이루고 싶은 환경이가도 하다. 이 책을 통해 그 방법을 찾아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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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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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에 <난쏘공>이 있었다면, 21세기엔 <완득이>가 있다!
 
밀레니엄을 넘어 우리가 일본소설에 주목하게 된 이유는 일본문화개방이라는 제도적 차원의 창구가 기본이겠지만 무엇보다 평범하디 평범한 우리들의 삶을 조망한 그들의 소재에 있었다. 무력해보이는 소시민의 삶과 일상, 그리고 그들이 대하는 오늘과 내일에 대한 생각을 엿보면서 자신을 투영하고 혼자만이 아니라는 위로와 함께 조금이나마 활력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공감한다는데에는 국적을 논할 바가 아니었던 것이다. 잘 만든 그네들의  일련의 청춘소설물들을 보면서 우리 작가들의 시선이 조금은 아래를 내려다봐 주기를 희망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잘 만들어진 우리 작가의 멋진 글이 내 앞에 나타났다. 완.득.이.
내방 큰소리가 옆집까지 들리는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산동네 옥탑방에 살고 있는 한 젊은 고교생의 이야기가 나를 뒤로 넘어가게 웃기는가 하면, 콧등이 시큰하게 감동을 안겨주었다.
난쟁이 방물장수 아버지와 말 더듬이 댄서 삼촌, 어릴 적 도망간 베트남출신 엄마, 욕쟁이 똥주 선생님과 만만찮은 옆집 고성방가 아저씨, 그리고 성별없이 '자매'님이라고 부르는 핫산까지 등장인물 모두 정감어린 탓에 시선이 옮겨지기 바빴다.
 
불행한 가족사와 자신의 처지는 1976년에 나온 조세희님의 난쏘공(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과 다를 바 없지만, 암울한 현실에 대한 아픔과 한탄을 공유했던 그때와는 달리 경쾌하고 스피디하게 진행되는 속도감과 조금씩 진화하는 삶의 변화를 기꺼이 행복해하는 완득이의 마음속에서 위안과 즐거움이 내게도 전해진다. 세상은 확실이 많이 나아졌고, 밝아짐을 느끼게 된다.
 
고교생다운 말투와 생각들, 거침없는 욕지거리들, 타이어같은 퇴계백숙, 'ㅋ'자 빠진 킥복식 도장의 간판까지 즐겁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전혀 다른 등장인물들을 끈끈하게 이어주는 '뜨거운 인간성'은 아닐까? 내가 가장 좋아하게된 인물은 바로 '똥주선생'인데, 지식과 해학이 똘똘 뭉쳐진 멋진 사나이의 모습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실재한다면 찾아가서 만나고 싶을 만큼 매력으로 넘친 인물이었다.
 
타고난 쌈마니에 킥복싱을 하게되었음에도 '꽃냄새 나는 껌'과 함께 찾아온 완득이의 사랑의 감정은 찢어지는 구름과 개천가에 생긴 얼음까지 즐거운 광경으로 보이게 만드는데 무뚝뚝한 남자들이 느끼는 설명할 수 없는 사랑을 잘 표현한 부분이었다. 즐기며 책장을 넘기다 보니 마지막을 맞이한 오랜만에 읽은 멋진 우리의 청춘소설이다. 지금도 개천가를 열심히 뛰고 있을 완득이가 1승 3패, 1TKO라는 전적을 얼른 갖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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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습관 - 고대로부터 전해오는 부자들의 비밀 습관
로버트 콜리어 지음, 김우열 옮김 / 가야북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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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두고 봐야 할 얇지만 많은 큰 가르침이 있는 소중한 책!
 
보다 많은 것을 획득하려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면서 이미 내가 바라는 것 이상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이유는 내가 원하는 바를 좀 더 빨리 그리고 확실하게 이룩하고 싶어서이다. 세상에 뿌려진 많은 소식과 이야기를 들어볼 때 순간 '나도 가능할 것 같다'라는 용기가 들지만 이내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은 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매 한가지다.
 
'그들은 어떻게 해서 부자가 될 수 있었을까?'
 
내가 수많은 부자관련서와 재테크 관련서에 관심을 두고 꾸준히 읽는 이유는 그 이유 하나였다. 이제야 깨달은 것이 하나 있는데, 내가 만들고 고민해 왔던 '부자가 되기위한 방법론적' 화두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어쩌면 질문 자체가 부자에게서 답을 구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 이유인 즉 그들이 엄청난 부를 이룩하게 된 경위나 결정적인 계기들은 이미 과거의 것이어서 내가 그 사실을 접하게 되었을 때는 이미 시장상황이나 경제여건이 바뀐 후라 그들을 답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비단 책 뿐 아니라 신문이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도 포함되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소식을 접하고 투자에 참여했을 때는 이미 시장은 바뀐 상태이고, 그 이야기를 들은 사람은 나 혼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또 다른 이유 하나는 부자는 자신의 투자법에 대해 잘 말해주지 않고, '열심히 일해라, 긍정적으로 세상을 봐라, 저축으로 투자에 대비하라'라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던진다는 것이다. 그 또한 이제야 깨닫게 되었는데, 부자들은 이미 자신이 투자해서 이룩한 방법은 그 시기에 맞는 투자법이었을 뿐 자신의 과거사를 답습한다면 결코 자신만큼의 부를 이룩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들이 자신들의 과거를 돌아볼 때 부를 이룩할 수 있었던 계기보다는 그들이 고생하며 하루 하루를 지내왔던 생활에 그 방법이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성공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교육이나 도구의 문제가 아니다.
기회나 행운의 문제도 아니다. 단지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일 뿐이다'
라고 말하며 내가 가졌던 부자가 되기 위한 방법론적 사고를 처절하게 부수고, 새로운 시각의 사고로 부자를 바라보기를 제시한 책이 바로 <부자습관>이라는 책이다.
 
고대로부터 전해오는 부자들의 비밀(습관)The Secret of the Ages 이라는 부제를 가진 이 책은 로버트 콜리어에 의해 1926년에 만들어진 책으로, 이미 천만 부 이상 이상 팔리는 스테디셀러이며 나폴레온 힐의 성공학의 기초로 이 책이 연구되었다고 할 정도로 최고의 성공학 바이블로 알려진 책이다.
여기서 발견하게 되는 흥미로운 점은 80여 년 전에도 '부자되기'에 대한 고민을 풀어줄 책이 나왔었다는 점 그리고 천만 부 이상이 팔려왔다는 점인데, 예나 지금이나 부자에 대한 관심과 열망을 짐작하게 한다. 이 책을 읽고 과연 얼마나 많은 부자가 탄생했을지도 궁금했다. 대단한 숫자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저자는 인간의 잠재의식에 주목하고 잠자고 있는 '내면의 나'를 깨울 것을 주문한다. 그래서 나의 소망이 나의 잠재의식까지 전해질 수 있도록 그것을 믿고 하나가 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칼 구스타프 융의 말처럼  잠재의식은 한 개인의 삶에서 일어난 지식뿐 아니라 과거 세대의 모든 지혜까지 담고 있으므로 그 지혜와 힘을 이용해 건강과 행복, 부와 성공에 이르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잠재의식은 '암시'에 극도로 취약한데, 우리가 소원하는 무엇을 진정으로 원하는 어떤 것에 대한 욕망이 소유하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와 결합하여 '야망'으로 변하고 그 한결같은 야망이 잠재의식을 건드려 각인시킴으로써 현실로 이루어지게 도와준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욕망'의 정도이다. '아~ 무엇 무엇을 갖고 싶다'라고 느끼는 것은 욕망이 아니라 욕심으로 봐야 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욕망이란 '익사 직전에 숨을 쉬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 혹은 '길을 잃거나 조난된 자가 나무껍질을 벗겨 먹거나, 상하고 말라버린 빵을 먹을만큼의 지독한 굶주림'들을 말하는 것이다. 이렇듯 간절히 원하는 것이 여럿이 아닌 단 하나일 때 잠재의식은 그것에 주목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부분이 내가 놓쳤던 부분은 아닐까 싶었다. 부자들은 자신이 소원하는 부에 대해 이렇듯 강렬한 욕망으로 무장되어 하루 하루의 삶을 살았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지금껏 내가 원하던 '정신적 물질적 소원'들은 '못가진 자의 푸념'이거나 '단순한 욕심'에 불과했다는 것을 배우게 된 부분이었다. 
 
그 밖에도 이 책은 내가 읽었던 기존의 부자관련서나 성공서적들이 말하는 '나 자신을 믿어라'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마치 부자가 된 듯 상상하고 그들을 닮아라' '긍정적인 믿음이 성공이 부른다'등의 어쩌면 당연하지만 '도대체 왜 그렇게 생각해야 하는지' , '정말 그렇게 믿고 살아가도 되는건지'에 대한 의문과 의심에 대해 그 이유를 자세하게 풀어서 설명해주었다. 
 
이 책은 '부자가 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자신이 소원하는 것을 가진 사람들'이 그것을 가질 수 있도록 할 수 있었던 마음가짐이 무엇이었는지 알려주는 책이다. 단순히 '돈'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 출세, 행복, 지혜'등 원하는 것이 그 무엇이든 진정으로 내가 무엇을 원한다고 확인하고 그것에 대해 욕망을 갖고 임한다면 얻을 수 있도록 우선 '나를 다스리는 법'을 가르쳐주는 책이었다. 큰 느낌으로 다가와 자꾸만 놀라게 만들어준 책이다. 다시 읽어 '내가 진정 원하는 바'를 먼저 찾아봐야 할 것 같다. 얇지만 많은 큰 가르침이 있는 소중한 책이다.
 
절대로 가벼운 책이 아니다. 하지만 무거운 만큼 크나큰 가르침을 주는 책이다. 우려가 되는 것은 기존의 비슷한 책들이 워낙 많이 나와 있는 탓에 자칫 초반부터 도매금으로 넘어가 읽기를 꺼릴까 염려되는 책이다. 불안한 미래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거나, '얼마갖진 않았지만 현재 이룩한 것'에 대해서도 모두 잃을까 두려워하는 사람들, 너무나 갖고 싶은 것이 많아 '뭘 갖고 싶은지조차 모르는 사람'이나 '긍정적인 마인드로 세상을 대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가장 권하고 싶은 책이다. 구입한다면 속단하지 말고 조용한 곳에서 나의 내면과 대화해가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읽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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