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행지능
저스틴 멘케스 지음, 강유리 옮김 / 더난출판사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세계가 주목하는 스타 CEO를 꿈꾸는 자, 그 방법을 여기서 찾아라!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 우리나라 기업들은 21세기를 접어들면서 자의든 타의든 간에 이전 세기와는 전혀 다른 경영체제를 구축할 수 밖에 없었다. 취직과 동시에 정년을 보장받는 꿈의 회사는 옛날 이야기가 되어 버렸고, 능력과 실력을 갖춘 인재만을 기업들은 필요로 하고 있다. 반대로 말하면 능력과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원은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안녕을 고하는 그 옛날에 비하면 무정한 회사가 되어버린 것이다. '한 사람의 인재가 만 명의 사원을 먹여 살린다'고 어떤 경영자가 말한 것처럼 글로벌시대의 기업이 나아갈 바는 '인재경영'밖에는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지금, 모든 기업은 우수한 인재를 자사에 영입하기 위해 모든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것은 수많은 헤드헌팅업체가 해가 갈수록 눈부신 성장을 이루고 있는 것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우수한 인재는 누구인가? 기업마다 필요로 하는 우수한 인재는 서로 다를 수 있지만, 그들을 객관적으로 우수하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 있을까? 지금껏 헤드헌팅업체가 나름의 평가기준에 따라 선택된 후보들에 따라 인재를 선발하거나, 임원과 CEO들은 지금껏 그들의 이력과 경력을 통해 회사를 이끌 수 있는 자질을 선택하곤 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카리스마, 스타성, 전 회사에서의 성과등 과거에 의한 실적과 업계 또는 주위사람들의 평판에 의해 인재를 선택해 왔는데, 이 또한 기업들이 저마다 기준을 특별히 선정해 놓은 것 없이 최고경영자의 독자적인 판단에 의한 스카우트나 필요로 하는 기술이나 영업력을 갖춘 인재를 그때마다 선별하는 주먹구구식 인재발탁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우리나라의 재벌식 경영구조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데, 그런 만큼 경영자나 관리자가 전적인 경영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단점까지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 경중의 차이가 있을 뿐 우수인재의 발탁, 특히 미래에 기업을 글로벌한 성공으로 이끌 스타 경영자를 선정하고자하는 것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모든 세계의 기업들의 고민인가 보다. 이 책 [실행지능]은 경영자의 성공 가능성을 가르는 특정한 능력은 존재하며, 그것을 측정할 수 있다고 보는데, 그것이 바로 실행지능Executive Intelligence 라고 말한다. 정말 이런 방법이 있고 그것이 가능하다면 평판과 주먹구구식으로, 또는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들의 거의 독단에 가까운 인재선발에 연연해 왔던 우리 기업에게는 희소식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욱 깊은 관심으로 책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실행지능Executive Intelligence 이란 '첫째, 업무의 완수. 둘째, 다른 사람들과 함께 혹은 다른 사람들을 통한 업무 수행. 셋째, 자기 자신에 대한 판단과 그에 따른 행동의 조정. 그리고 이 세가지 핵심적인 업무 상황에서 개인이 발휘하는 특별한 재능'을 말한다. 그러므로 실행지능이 높은 사람은 이 세 가지 분야에 숙달된 사람을 말하며, 이들은 경영자 뿐 아니라 리더격 직급, 이를테면 스타 임원이나 스타 부장도 선발할 수 있다고 말한다. 분야마다 다른 업무 수행의 성과가 있을테고, 그 성격들이 모두 다르지만 결정과 추진력 그리고 동료들과의 화합으로 그것들이 가능하다고 보면 그들이 그 성과가 가능하게 만들었던 '보이지 않는 재능'을 실행지능이라는 측정계수에 의해 그 높낮이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다면 탁월한 방법이 되겠다 싶었다. 그럼 왜 이제껏 이러한 '실행지능'을 무시해 온 것인가?
 
 지금까지는 비즈니스 지능을 결정하는 인지능력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가정했기 때문에 리더십 이론과 면접과 평판을 통한 카리스마 경영자론 등 깊은 생각없이 신속하게 행동할 줄 아는 '느낌'이 있는 인재들이야말로 '유능한 경영자'로 인정해 왔다. 하지만 경영자들의 성격이나 스타일등 실무 능력, 넘치는 카리스마등은 경영자의 선발에 있어서 플러스 요인은 될 수 있지만, 문제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던질 수 있는 능력과는 별개의 것이다. 이렇듯 기업은 스타 리더십을 가진 인재를 뽑기 위해 그들을 파악하고 계발할 방법을 찾고 있지만, 탁월한 실력을 발휘할 지적능력을 갖췄는지 확인할 도구가 특별하게 없었던 것이다.
 
이를 파악한 저자는 학생들의 지적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고안된 IQ 검사를 비즈니스 환경에 적합한 지능 이론으로 개발하여 선발되는 인재들에게 의미있는 인지적 강점이나 치명적 아킬레스건을 정확히 측정하고자 했다. '실행지능의 핵심'은 성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경영수완Business Smarts의 차원에서 개인의 판단 기준을 설정했다는 점이고, 이것은 리다가 '올바른 판단'을 내리도록 하는 그 능력이 무엇인지를 밝혀주기도 한다는 점이었다.
 
'나는 언제나 지식보다는 그 사람의 질에 가중치를 둔다...훌륭한 사고 시킬을 가진 사람이라면 업계 지식도 쉽게 얻을 수 있고, 그런 사람들은 업계지식만 갖추면 새로운 환경을 평가해서 비스니스에 대한 감을 잡는 속도가 놀랄 만큼 빨라진다'고 말했던 전 GE의 회장 잭 웰치의 말처럼 지식도 중요하지만 정보를 분석하고 처리하는 능력, 즉 지능이 지식과 함께 상호의존적으로 병행되어야 가치있는 결정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다시 말해 지식이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마다 불러올 수 있는 하드드라이브 속의 데이터라면, 지능은 이들 데이터들이 얼마나 능숙하게 적용될수 있는지를 결정할 수 있는 정보 프로세서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고학력과 높은 성적 수준을 선호하는, 다시말해 지식을 위주로 우선하는 우리나라의 인재채용방식에 문제점을 찾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 책의 핵심은 [제 4장 실행지능은 어떻게 측정하는가]에 있는데, 실험군을 선택해서 그들의 실행지능을 평가하는 효과적인 질문들의 예를 만날 수 있었다. 질문들을 통해 그들의 업무에 대한 평가와 사람에 대한 평가, 그리고 자기자신에 대한 평가들에 대한 대답을 얻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실행지능은 학습에 의해서도 그 능력이 발전할 수 있음을 말한다. 하지만 학창시절에서는 현장에 필요한 사고력을 키우지 못한다는 한계로 직업의 세계에 들어선 후에야 복잡다단하고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주변 환경에 맞서게 되는 자신을 깨닫게 된다는 된다는데 문제가 있다. 그래서 학창시절부터 단순히 지식을 축적만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고방식과 세계관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시간과 공간에 걸쳐 여러 형태의 학습 경험이 필요함을 제시한다. 최근 다시 부활하고 있는 산학협동시스템이 그에 대한 제대로운 방법이 될 것 같은데, 이것은 기업이 학생들을 계발하려는 노력과 의지의 여하에 달린 것 같다.  수학능력시험에서도 논술의 비중이 점점 커지는 것도 이런 이유는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선진 경영기법만을 쫓아할 것이 아니라 이런 인재선발 방법에도 귀기울여야 할 것 같다. 기업의 경영자나 인사관리자들, 그리고 기업의 경영자를 꿈꾸는 비즈니스맨들이 읽어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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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괴짜들 - 비즈니스의 경계를 허문
칩 콘리 지음, 홍정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기존의 괴짜경영자책에서 느꼈던 '2%의 아쉬운 부족감'을 가득 채워준 책!
 
"1996년 뉴욕 42번가의 타임스퀘어 광장에 탱크를 타고 나타난 리처드 브랜슨 회장은 광장에 마련된 코카콜라 대형광고판에 포탄을 쐈다. 자사 브랜드인 [버진콜라]의 홍보전략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 이벤트로 그는 벌금형을 물어야했다. 하지만 세계적인 기업 [코카콜라]에 대항한 이 당돌한 젊은이의 행동은 세계를 놀라게 했고, 덩달아 그의 회사가 만든 [버진콜라]는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16세 때 「스튜던트」지를 시작으로, 1970년 메일오더레코드회사를 발족해 본격적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 이후 항공사 ·음반 ·콜라 ·철도 ·소매업 그리고 금융업에서 신부의상에 이르는 200여 개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1999년 한해 동안 5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린 거대 상업제국의 총수로 성장한 리처드 브랜슨은 사실 중학교도 채 졸업하지 못했다."
 
위에서 언급한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과 같이 우리는 이미 수많은 매체를 통해 세계적이고, 게다가 비상식적인 CEO들을 알고 있다.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 바디샵의 아니타 로딕,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델컴퓨터의 마이클 델,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등이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하는 비상식적인 경영자들인데, 여기서 비상식적이라 함은 제대로 앨리트 코스를 밟아 정상에 오른 CEO들이 펼치는 거의 관행적인 경영형태와는 전혀 다른 형태와 방법의 경영을 펼치는 사람들을 말하는데, 이들 성공한 기업의 괴짜들이 펼치는 파격적인 사업방식과 경영형태는 최근 세계가 주목하는 사업의 성공비결이 되었고, 뒤늦게 이들을 닮으려 세계는 노력하고 있다.
 
너무나 유명한 이들에 관한 책은 자서전이나 기업분석에 관한 책들은 이를 쌓으면 산을 이룰 만큼 많이 쏟아졌고 각종 매체에서 기업의 미래를 설명하면 어김없이 그들을 언급하고 있기 때문에 괴짜기업들이 성장한 일화나 사업에 대한 에피소드에 대해서는 이미 알 만큼은 거의 다 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듯 세계가 그들을 주목하는 이유는 사업초기에 아무도 생각해내지 못한 것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던 그들의 아이디어와 용기였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해서는 대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보다 빠르게 변화할 줄 아는 그들의 민첩성이다. 무엇보다 기업 자체가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얻고 사랑을 얻어내는 알 수 없는 그 힘은 과연 무엇일까 궁금해 했다.
 
 경제경영과 관련된 처세와 성공서를 즐겨 읽는 나는 이들 괴짜들의 비상식적인 성공스토리와 에피소드들을 읽으며 함께 재미와 흥분을 느끼고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용기도 얻게 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속한 기업과의 괴짜기업간의 괴리와 뜻한 바를 펼치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에 한숨이 나오는 경험을 여러번 한 적이 있다. 다시 말해 느끼고, 배울 수는 있었지만 그들처럼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은 찾기가 어려웠다. 그 점은 기업도 마찬가지일게다. 수많은 기업들이 그들의 뒤를 밟아 다채로운 행사와 사업방법을 쏟아내지만 그들과 함께 할 수 없는 것은 그들의 무늬만을 흉내낼 뿐, 뼈속까지 그들을 닮을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나는, 우리는 그들처럼 안되는 것인가?' 이것이 그들의 책을 읽으면 항상 돌아오는 질문이었다.  
 
그런 개인과 기업의 답답함을 말끔히 해소하려는 듯 나온 책이 있다.
 [(비즈니스의 경계를 허문) 경영의 괴짜들]이 그것으로, 원제목은 Rebel Rules이다. 이 책은 [보랏빛 소가 온다]의 사례연구로 알려진 부티크 호텔의 선두주자 <주아 드 비브르>의 창업자인 칩 콘리가 쓴 책으로, 그는  경영구루인 세스 고딘이 [리마커블한 호텔을 창조한 경영자]라고 칭찬받는 '괴짜CEO'다. 실제로 그는 리처드 브랜슨과 친구이기도 하다.
그가 말하는 '성공한 괴짜'란 자신이 속한 기업의 마인드와 열정을 십분 이해하고, 그 '지적 자본'을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고 결코 소진되지 않는 힘으로 전환시키는 사람들이고, 오늘날 기업 간의 경쟁에서는 보유한 공장이 얼마나 많은가가 아니라 얼마만큼의 혁신을 이루어내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괴짜들을 지켜본 기자나 분석가들의 글이 아닌 괴짜가 직접 말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자신의 사업스토리를 장황하게 늘어놓은 것이 아니라 다른 괴짜기업들을 아울러 분석을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시작부터 흥미로웠다.
 
저자가 이 책을 만든 목적은 독자들이 무엇을 하든 그곳에서 선구적인 리더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한 개인지첨서를 만들어주기 위해, 그리고 독자가 신생기업의 젊은 멋쟁이 직원이든 다국적기업의 중년 관리자든 상관없이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해 주기 위해서 라고 서문에 밝혔다. 또한 괴찌 기질이 있는 CEO들이 타고난 재능을 어떻게 십분 활용해 성공했는지 그 예를 보여줌으로써 독자들도 자신의 재능을 활용하도록 도움을 주고자 함에 있다고 덧붙였다.   
이 책의 구성은 16명의 대표적인 괴짜CEO들을 우선 [명예의 전당]에 올리고 소개하면서 그들의 경영원칙을 속하는 괴짜CEO들이 가져야 할 필수원칙을 설명했다. 기존에 나왔던 책들이 기업의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는 책이어서 독자들로 하여금 제 삼자적 입장에서 기업을 관찰하고 나름대로 소화하라고 했다면 이 책의 저자는 독자들의 습관과 적성이라는 '통제할 수 있는 것'들에 중점을 두어 독자가 자신만의 길을 찾는데 필요한 철학, 마음가짐, 전략등을 이 책이 제시하는 원칙들을 통해 배울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점에서 독자의 관심도를 높이고 있다. 독자 스스로가 책을 통해 괴짜CEO의 자질을 갖추었는지 점검할 수 있고, 또 무엇이 보완되고 강조되어야 하는지를 체크할 수 있어 책에 충분히 몰입할 수 있었다.
 
전통적인 기업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기업방식으로 전환하려는 기업이든, 아니면 새로운 벤쳐기업으로 기업을 시작하든 기업이념에 걸맞는 기업경영방법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고, 그러는 도중에 기업은 이미 제 색을 잃어버리거나, 많은 비용과 시간을 낭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괴짜 CEO의 경영마인드가 무엇인지를 분석하여 그 원칙을 16개로 나누고, 그 원칙에 필요한 경영자의 적성과 훈련해야 하는 자질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게다가 그것들을 익힘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장점에 대해서는 수많은 괴짜기업들의 사례를 제시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괴짜CEO의 괴짜기업이 왜 성공하였는지, 그리고 그 성공의 이면에는 무엇이 있었는지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한다.
 
가장 주목된 부분은 기존의 경영방식을 파괴한 그들만의 경영방식이었는데, 관리자와 직원들간의 커뮤니케이션과 적절한 보상제도, 그리고 그들이 자랑으로 여기는 집보다 편한 직장환경을 어떤 시행착오를 거쳐 마련했는지, 그리고 현재 기업마다 어떤 작업환경을 채택하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특히 관리자적 측면에서 이런 경영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파급효과에 대해 고백하듯 전하는 부분에서는 과연 그들에게 '비밀'이란 단어가 있을까 하는 의문마저 들게 했다. 괴짜기업들이 활용하고 있는 수많은 차트와 체크리스트와, 그들이 직원들에게 행하고 있는 구체적인 보상제도들에 대한 언급과 마지막에 부록으로 소개된 근무환경 설문지와 괴짜들의 실적 및 인간관계 격자 처방(이 방법은 정말 탁월한 직원평가 방법이다)은 기업경영자나 관리자에게는 황금같은 자료였다.
 
기회와 모험을 찾아 끊임없이 움직이고, 비전을 찾으면 선교사에 필적하는 열정과 노력으로 직원과 고객에게 다가가는 괴짜 CEO들의 이야기에는 '부자가된 자신'의 이야기는 공통적으로 별로 없었다. 대신  '대기업의 횡포를 물리치고 고객들에게 진정한 가치를 전해주자'는 버진그룹의 비즈니스 철학과 같이 건강하고 발전적인 경영이념을 갖고 실제로 다가가는 그들의 순수한 신념들이 항상 강조되었고, 이것들이 열정적인 기업문화를 만들어내고 행복한 직원들을 만들어 궁극적으로는 고객의 만족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느낄 수 있었다.
수많은 괴짜CEO들의 자서전과 평전, 그들의 성공스토리를 이제껏 읽어오면서 항상 느꼈던 '2%의 아쉬운 부족감'을 이 책이 차고 넘치도록 채워주웠다. 전에는 알 수 없었던 '2% 아쉬운 부족감'은 바로 괴짜들의 성공을 읽고 박수만 칠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당장 나의 일과 프로젝트에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내용이었던 것이다. 괴짜기업의 진면목을 알고 싶고, 배우고 싶은 이들에게는 더 없이 반가운 필독서가 될 것이다. 정말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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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으로 간 사이코패스
폴 바비악, 로버트 D. 헤어 지음, 이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직장상사나 동료들로 고민하고 있거든, 조용히 이 책을 펼쳐라!
혹시 그도 사이코패스일지 모른다!
 
  사람이 모이면 그런 사람 꼭 있다, 군계일학鶴 같은 사람.
무리속에 있어도 그는 항상 돋보인다. 수려한 외모와 제몸에 정확히 어울리는 의상도 돋보이지만, 실력도 대단하다. 무엇보다 윗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다는 점이 그에게 견줄 수 없는 치명적인 장점이다. 혹자들은 소위 '스타성'강한 그들과 눈만 마주쳐도 두드러기가 나는 듯 아예 근처에도 가기 싫어할 만큼 의식적으로 상대하지 않으려하는 이들도 있다. '상대적인 박탈감'에 휩싸이기 싫다나? 하지만 다수들은 잘 나가는 그와 친해지려 한다. 그의 장점들을 가까이서 목격하고 그를 닮고자 하는 것이 주된 이유일테지만,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어서다. 어쩌면 높은 자리에 오를 지도 모르는 그 사람과 친해질 수 있다면 '콩을 만질 확률이 높은 사람과 어울려 콩고물이라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인지상정情'일 것이다. 문제는 겉모습만 학같은 사람들이 이렇듯 당연한 사람의 마음을 간파하고 그것을 이용하는데에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호감을 유도하고, 그 호감을 이용하여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그들을 사용하고, 그 가치가 없어지면 가차없이 '폐기처분'하는 치 들, 바로 싸이코패스Psychopath 가 그들이다. 드라마나 영화속 스릴러 물의 결정적인 악역의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했던 이들은 스크린 속에 있는 것만 아니라 우리와 가까운 삶의 터전 직장에 있고, 그들은 지금도 나의 목을 서서히 죄고 있을지 모른다고 경고하는데, 바로 지금 소개하는 책 [직장으로 간 싸이코패스]이 그들을 낱낱이 해부한다. 원제는 Snake In Suits다. 이 책은 사이코패시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폴 바비악과 로버트 D. 헤어 두 사람의 풍부한 연구살계와 과학적 접근을 통해 사이코패스가 어떻게 매력을 느끼며, 어떤 식으로 채용과정을 거치고 또 기업과 조직 속에서 구체적으로 행동하는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거짓말, 교묘한 조종, 속임수, 자기중심주의, 냉정함, 그밖의 잠재적 파괴성들에 뿌리를 두고 있는 인격장애를 정신병리학적 측면으로 부르는 이름, 사이코패스Psychopath 는 거짓말과 변명에 능하고 충동적이며 불안정하고 공격적이고 폭력적이며 피해 망상이 짙게 깔려있고 (범죄를 저지르고도 자신은 사회의 피해자라는 둥) 합리적이지 않은 변명들을 내세워 합리화 하기도 한다. 그러나 행동장애와는 다른 점이 있다면(15세 이상의 반사회성 성격장애라 불리는 이들에게) 이들은 어른이며 사리 분별이 가능하고 자신이 저지르는 일들이 나쁜 일이고 그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까지 모두 알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다시 말해 기본적인 양심을 가지고 있지만, 선악의 기준을 전체 사회가 아닌 자기가 속한 특정한 집단의 기준과 기대치에 따라 결정하는 소시오패시 Sociopathy 나 그 밖의 성격장애를 가진 이들은 일반인과 구분이 가능한 정도여서 취직면접시 일차적으로 걸러질 수 있는데, 양심이란 게 없으며 기본적으로 동정심이나 죄의식을 느낄 줄 모르고 오로지 자신만을 위할 줄 아는 사이코패스 Psychopath 를 걸러낼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것이 문제점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사리분별이 가능할 뿐 아니라, 사람들이 폭력적인 행도을 할 때는 보통 감정이 격렬해지지만, 이들에게는 이런 감정의 변화도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냉정함을 유지하는데, 이를 달리보면 다분히 침착하고, 이성적으로 보이는 듯한 태도로 비춰질 수 있어 사이코패스의 특징이 보통사람들에게는 뛰어난 장점으로 보일 수 있어 사람들의 호감을 사는데 충분하다는 점이다.
 
그런 덕에 오히려 호감을 얻어가며 거리를 자유롭게 활보하는 이들이 저지르는 범죄로 사회에 끼치는 사회적 경제적, 육체적, 심리적 손실은 실로 엄청나게 큰데,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사이코패스들이 '직장'이라는 조직에 들어갔을 때 생기는 문제점을 밝히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자 함에 있다고 이 책은 전한다 
 
사이코패스들을 연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사회적인 카멜레온'이라고 별명을 붙일만큼 그들은 자기 정체와 의도를 상당 기간 동안 가면을 쓰고 자신을 숨긴 채 장차 먹이로 삼을 사람들을 감쪽같이 속이고 거의 완벽에 가깝게 행동한다. 이들에게는 '기술'이라고 칭할 만큼 뛰어난 능력이 있는데, '사람들의 마음을 읽고' 그 사람이 자기에게 얼마나 많은 이용가치가 있는지 판단하는 능력', '화려한 말솜씨' , '뛰어난 감정과 인상의 조작능력'을 지녔다.
 
하나의 목적을 가진 경제집단인 회사에 모인 사람들 중에는 이런 저런 사람들이 있는 게 아니겠는가? 사이코패스 하나 들어온다고 해도 내게 큰 지장만 없다면 상관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할 수 있지만, 이들은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이용할 사람들에게 호감을 사고, 지지기반을 확보한 후 적으로 삼은 이들에게 이간질을 시키고, 거짓정보등을 흘려 이들을 제거한 후 어느 궤도에 이른 후에는 경영진과 동료들을 속이고 조종하여 그 그물망이 기업 전체 권력 조직을 아우를 정도로 확장되어 모든 핵심인물들이 그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사태로까지 악화될 수 있다고 말하며 나또한 언제든 그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할지 모른다고 경고하며 그런 사례들은 지금도 생겨나고 있다고 전한다. 
 
이들이 비즈니스 사회에서 일으키는 심각성이 더욱 부각된 것은 기업의 대내외적 상황이 급면하고, 실적위주의 인사평가와 인적관리를 중요시하는 현재의 '혼란한 기업환경'이 '인간성보다는 능력우선'의 인재를 찾는데에서 비롯된다고 이 책은 지적한다. 즉 프로젝트와 관련된 내용을 경쟁 회사가 알지 못하게 한다거나, 인수 합병 협상등 재정 상태의 세밀한 부분을 상대방이 알지 못하게 하는 등 비밀과 보안이 중요시 되는 최근의 기업환경에서는 오히려 새로운 인재인 척하고 등용된 이들 사이코패스들이 자신의 이력과 실력을 검증되는 기회가 줄어들기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이런 사이코패스에게 피해를 당한 일반 피해자들은 일정한 양상을 띠는데, 상대에 대한 호기심이 커지고 경계심이 줄어들고(유혹), 자기와 인간관계를 맺기에 완벽한 사람을 만났다고 생각하게 된다(유대감). 그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이 사람이 바라고 요구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제공하지만(공모), 그르쳐진 일에 대해 진싱르 알지 못한 채 그 사람이 잘못된 게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게 된다(의심과 부정). 그 사람이 제공하는 편의를 받아들이고(동참), 결국 그에게 속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때(깨달음), 너무나 당혹스러워 다른 사람에게 말을 하거나 도움도 청하지 못한 상황이 된다(수치심), 그래서 그에 대해 복수를 원하게 되고 여태껏 입은 피해를 복구하고자 한다(분노의 복수심)고 말한다. 글을 읽어가면서 내가 조직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상사와의 불협화음들이 떠올랐다. 충분히 그랬던 적도 있었고, 구분하기 힘든 일들오 있었다. 그리고 혹 지금의 나는 동료나 후배들에게 그런 경험과 생각을 안겨주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누구에게 '사이코패스'로 불리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사이코패스의 접근을 예방하는 방법, 그리고 '[사이코패스적인 직장 상사]와 [사이코패스적인 동료]에 대처하는 법' 등이 소개되었는데, 결론을 말하면 우선 그 누구에게든 '사이코패스'라는 딱지를 붙이지 말라는 것이다. 설령 그가 분명하다 하더라도 동료들이 나의 생각에 동의해 준다는 보장도 없거니와 그 사실이 알려지면 상황은 더욱 나빠진다는 것이다. 둘째는 원만한 사내관계이다. 대결이나 갈등상황을 만들지 말고, 불평분자로 낙인찍혀 사이코패스들의 눈에 드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이코패스의 전형적인 성격을 우선 파악해야 그런 동료나 상사를 만난다 하더라도 그들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책은 전한다. 
 
책을 읽는 내내 그들에게서 벌어지는 행태들 속에서 직장내에서 내가 품었던 생각이나 행했던 행동들이 보여져서 '혹시 내가 사이코패스는 아닌가?'하는 우려를 곳곳에서 하게 되었다. 게다가 책 속에서 펼쳐지는 사이코패스들의 행태 사례들을 보면서 직장상사와 동료, 그리고 후배들의 모습이 겹쳐지는 경험도 하게 되었다. 심리학자들도 확실하게 구분할 수 없다는 사이코패스들을 한 권의 책으로 단정지을 수는 없는 문제고, 그렇다고 아예 무시하자니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 말이 틀림이 없다. 조직의 목표를 위해 정진해도 모자를 판에 동료와 직장상사때문에 몸까지 사려야 하는 직장인의 고단함이란 결국 '밥벌이의 지겨움'을 언제까지 해야 할까나하는 푸념으로 마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론에서 말한 것처럼 사이코패스의 전형에 대해 공부할 수 있었던 것으로 언제 만날지 모르는 그들을 알아보고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었지 않았을까 싶다. 전혀 몰랐던 것을 배운 느낌은 항상 밥을 먹은 듯 마음을 든든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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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일기 - 최인호 선답 에세이
최인호 지음, 백종하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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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 넘긴 청년의 자연과 성현을 통해 느낀 삶, 그리고 인생!
 
 
"에이, 이 꼴 저꼴 보지 말고 머리깎고 산에나 들어갈까봐."
세상사에 실망하고 화류항花柳港의 도시에 지친 이들의 푸념에 자주 들을 수 있는 이야기중 하나다. 제 못난 탓은 안하고 애꿎은 산을 찾고 삭발운운하는가 하고 산을 즐기는 이들이나, 불가佛家에 적을 둔 이들은 나무날지 모르지만 제모습이 그런 탓에 어쩔 수 없다. 시름시름 앓는 이가 제모습 되찾으려 맑은 공기와 풍광을 쫓아 산을 오르듯 사람은 괴로우면 산을 찾는다. 자연으로 대변되는 산은 인간의 고향이요, 어머니 품이다. 문명이 발전하고, 고도화될수록 산을 찾는 이들이 늘어가는 모습은 자못 아이러니컬 하지만, 차마 그곳마저 없어진다면 매마른 인간성은 어디서 찾을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더더욱 산을 찾는 건 아닌지. 주변에 산이 많아 한국사람은 정이 많은 지도 모른다는 어느 외국인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지 싶다.
 

 
사람이 마음속 응어리와 바라는 염원을 안고 산을 찾고 게서 휴식을 한다. 꼬일대로 꼬인 번민이 하루사이 풀어질까. 그 나날이 많은 이들을 위해 절이 생겼고, 그곳에 스님이 계신다. 현대인의 마지막 도피처가 산이고, 절에 있는 스님이 되고 싶은 것은 아마도 어머니 품속같은 자연 속에 살고 있는 그들이 한없이 부러워서 일게다. 그럴거다. 
 

 
 
한국문단에 큰 획을 긋고 있는 작가 최인호의 새로운 글을 만났다. 자연 속에서 60 평생을 되돌려 크게 일상, 욕망, 해탈 이렇게 세가지에 대하여 말한다. [산중일기], 그의 선답에세이다.
 
 

 

 
 
최고가는 소설가답게 범인凡人도 읽기 쉽게 소설쓰듯 독백하듯 말하고 있어 읽기에 거북하지 않다. 수려한 글에 걸맞게 자연을 담은 화면들이 그득 그득 글들과 어우러졌다. 가족을 말하고, 청춘을 고백하고, 역사를 논하고, 미래를 밝히던 열정적인 그가 이젠 조용히 시선을 자신에게 옮겼다. 그 배경도 다름아닌 산속으로 잡았다. 살아온 날을 뒤돌아보는 그의 시선을 훔쳐보건데, 모습에 비해 유난히 허옇던 머리카락이 그저 유전의 탓은 아닌가보다. 글을 통해 예순 해를 넘긴 세월의 흔적을 가진 그를 만나게 된다.
 
 

 
 
'낯익은 것은 아는 것이 아니다. 공부를 할 때 낯익혔다고 해도 아는 것은 아니므로 실제로 시험을 보면 틀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공부는 눈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라며 큰 아들의 입을 빌어 공부방법과 기억의 기술을 이야기하고,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은 더 가까워진다. 참사랑이라면 눈에서 멀어질수록 마음은 그만큼 더 가까워져야 하고, 참우정이라면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은 그만큼 더 가까워져야 한다' 고 말하며 진실한 사랑과 우정을 이야기한다.
 
 

 

 
 
그는 또 '서로 모르는 타인끼리 만나서 아이를 낳고, 그 아이들과 더불어 온전한 인격 속에서 한 점의 거짓도 없이 서로서로의 약속을 신성하게 받아들이고, 손과 발이 닳을 때까지 노동으로 밥을 빌어먹으면서 서로를 사랑하고고 아끼면서 살다가, 마치 하나의 낡은 의복이 불에 타 사라지듯이 감사하는 생활 속에서 생을 마감할 수 있는 가족이라면, 그들은 이미 가족이 아니라 하나의 성인聖人이고, 그렇게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가정이야말로 하나의 엄격한 수도원인 셈' 이라며 가족과 가정의 의미을 되새겨준다. 가장 완벽한 인간이며 인격체는 어린이들인데, 완벽한 이들이 자라면서 탐욕으로 인해 추악한 어른으로, 괴물같은 마음으로 변한다며 인간의 불행은 완전한 아이에서 불완전한 어른으로 뒷걸음치는데 있다고 꼬집기도 한다.
 
 

 

 
 
자비에 대해서는 '남에게 자비를 베푼 사람은 받은 사람으로부터 되갚음을 받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에게 복덕福德을 지은 것이다. 남에게 자비를 베푼 사람은 결국 자신에게 자비를 베푼 셈이므로 남에게 베푼 자비는 베푼 순간 잊어버려야 한다. 심지어 부모들도 자기 아이를 키운 은혜를 잊어야 한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하는 집착은 가족 모두에게 상처를 준다. 그러나 남에게 베푼 보시에 집착하기보다 더 어려운 것은 남에게 입은 은혜를 기억하는 것'이라 가르쳐준다.  
 
 

 

 
 
저자 최인호는 심청이가 아침저녁 수발을 들고 어가는데도, 고양미 300석을 따로 구하고 있는 심봉사처럼 함께 살아가는 가족의 얼굴을 진정 보지 못하고 눈 뜬 장님처럼 살아가는 건 아닐까하고 소중한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고, 인생에 대해서는 차를 한 잔 마시는 일에 불과한 것 같이, 하늘의 아이가 지상의 골목에 잠시 놀러 내려와 동무 만나 놀고, 예쁜 각시 만나서 살림 차리고 애를 낳다가 어떤 놈은 질경이풀 좀더 먹고 부자라 거들먹거리고, 어떤 녀석은 힘좀 세다고 코피 터뜨리다가 먼저 집으로 들어가고, 나중들어가고 밤이면 모두 들어간다고 한다. 하느님이 부르시니까. "얘들아, 그만 놀고 들어오너라. 내일 또 만나서 놀던지" 하시니까...
 
 

 

 
 
부처를 찾는 당나라 때 사람 양보에게 어느 노인은 "지금 곧바로 집으로 가면 이불을 두르고 신발도 거꾸로 신은 채 뛰어나와서 맞는 사람이 있는데, 그분이 바로 부처님이다"고 말씀하신다. 이 말을 들은 양보가 집으로 돌아가니 노인의 말처럼 옷도 입지 못하고 그대로 이불을 두른 채 신발도 신지 못한 맨발로 달려나오는 부처를 만나게 되는데, 그 부처가 바로 어머니더란다. 이에 크게 깨달은 양보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부처님은 집 안에 있다[佛在家中]."
늘 그렇듯이, 최인호를 놓고는 [어머니]를 떼어 놓을 수가 없다. 그는 일찍이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라는 책을 펴, 얼마전 영화로도 우리에게 소개했듯 그에게 어머니, 아니 엄마는 절대 떼어놓을 수 없는 이름, 그는 천성 마마보이다. 어머니를 이야기할 때는 항상 아이같은 그가 그래서 더욱 좋다.
 
 



그는 그렇게 산속에서 우리의 삶에 소중한 것들을 생각하고 이야기 했다.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무엇이 소중한지 그 소중한 것은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를 말했다. 그리스도의 말씀과 부처님의 말씀을, 그리고 성현들의 가르침과 자연의 가르침을 빌어 자신의 두 입으로, 글로 말한다.
 
 

 
 
편한 듯 쉬운 말 속에 담긴 가르침 하나 하나가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고, 한 컷 한 컷 작품같은 그림속 풍경에 감동은 곱이 된다. 글을 읽고, 그림을 보노라면 뇌까지 시원한 산바람이 일고, 세상사를 잊게끔 나뭇잎 소리가 쳐대고, 풀내음이 나고, 향내가 진동한다. 공교롭게 석가탄신일 신새벽에 산사에서 읽게 되어 그 감흥은 더 한 듯, 그분이 직접 내 귀에 말하시는 듯 예서 마냥 머물고 싶었다. 고즈넉한 산마루 어디메서 읽으면 정말 좋을 책이 계절에 맞게 나왔다.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하게 한 너무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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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눈물 사용법
천운영 지음 / 창비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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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혼자보다는 괴로운 둘을 선택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녀를 처음 만났다. 네 번째 모습을 드러내었다고 하는데 봤음직 하지만 만나서 이야기하진 못했다. 무관심. 소설에 관심을 두지 않은 터라 굳이 미안할 마음을 둘 것도 없지만, 후회가 되는 것은 솔직한 마음이다. 일찍 만날 수 있었으리라.
 
그녀는 우울하다. 팀 버튼 영화의 푸르죽죽한 어두운 배경을 연상케 하고, 축축하거나 먼지마저 부서질 듯 건조한 공기 숨쉬는 것들은 뭔가 아는 듯한 조소어린 미소만 엿보인다. 책장을 넘기면서도 차마 눈을 감고 싶은 기분. 그랬다. 그녀는 없음이다. 있음을 말하기 보다는 있기를 원하기 보다는 밀가루 가득 담은 듯 텁텁한 입으로 없다고 말한다. 보일듯 보이지 않는 냉담한 미소는 여전하다. 기분나쁘지만 변화를 기대하고 페이지를 들추게 된다. 그러길 바라지만, 어림없다. 그녀는 장롱이다. 그녀에게 아직은 갈 수 없는 무덤이고, 엄마품같이 쉴 집이고, 막연한 두려움이고, 유일한 자신의 공간이다. 항상 그녀 곁에 두기에, 아니 항상 그것을 의식하기에 오늘을 보낼 수 있는 듯 하다. 내가 그런 것처럼.
 
...그래서 그는 그 몸을 더욱더 적대시하고 부정하고 음해하려 애를 썼다. 결국 그에게 남은 감정은 깊은 죄의식이었다. 파괴하고 싶은. 그러나 보존되어야 할 순수한 육체,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불길하고 위태로운 이 낯선 육체. 그는 미간을 좁히며 머리를 감싸쥔다.  패배한 이 늙은 영혼아.  ( 소년J의 말끔한 허벅지, p 16)
 
그는 빈 스튜디오에 혼자 남는다. 그는 버려졌다는 생각이 든다. 허전하고 불안하다. 무엇이 그를 허전하게 만드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모든 소음이 한꺼번에 사라진 듯한 느낌. 폭풍 전야의 이 무서운 정적 (p 17)
 
사연을 차지로 두고 내가 택해 함께 사는 아내에 대한 애증은 굴복과 방치로 표현되고, 차마 먼저 버리지 못하고 처분을 바라는 방관자적인 사진사의 시선이 나를 사로잡는다. 그는 단지 혼자이기가 싫은 것이다. 사진사와 아내와의 관계는 소설가 이상의 [날개]속 둘과 닮았다. 나와 아내는 원래 가장 가까운 사회적 관계에 있다. 그 아내와 합치될 수 없는 나의 위상은 곧바로 세상과의 단절을 의미한다.  격한 몸싸움으로 스킨십을 대신하게 된 소년(사회)과의 새로운 만남은 아내의 간섭으로 불안하게 한다. "아저씨 꼭 거머리 같았어요. 아니 낙지요. 머리는 빡빡 밀어갖고 그냥 들이미는데, 떼어낼 수가 있어야죠." 실은 그에게 있어 아내는 거머리였고, 낙지가 아니었을까. 양분을 모두 빨려 푸석한 몸뚱이가 되어버린 채 버려지려 할 때 그는 소년을 만났고, 그는 안도와 편안한 휴식을 느끼게 되었다. 아내와 소년의 밀애를 의심함에 그가 흥분한 것은 아내의 불륜에 대한 분노보다는 소년에게 들러붙으려하는 거머리에 대한 증오가 아니었을까? 아니다. 이젠 자신이 소년에게 들러붙고 싶은 혼자이기를 끔찍이도 싫어하는 푸석푸석한 거머리였는지도 모른다. 그는 또 외로운 혼자보다는 괴로운 둘을 선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머지의 단편속에서도 그녀는 '욕망에 얼룩진 관계속의 나'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 그 속'에서 허우적대는 자신을 들여다보기를 남이 보듯 깊이 그리고 꼼꼼히 관찰했다. 그녀에게 사랑의 이름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세 시간 전만해도 난 생각이 많았다. 어제 했던 일들의 자잘못을 고민하고, 곧 있을 시간 그리고 내일이라는 시간에 닥칠 일에 대한 기대와 설렘 그리고 약간의 두려움으로 정신이 복잡했었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지금은. 멍~하고, 우울하고 침울하다. 한 권의 소설 때문이 아니라, 이것이 거울이 되어 나를 비추어서...그 속에 내모습이 보였고, 내가 그것을 봐서 였다. 화가 난다. 스스로를 가장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나를 더 잘 아는 듯한 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이 화난다. 내팽겨치고 싶지만, 손과 눈은 자꾸만 그녀를 쫓는다. '끊을 수 없는 기분나쁜 중독의 느낌'. 오늘 그런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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