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처가 한눈에 보이는 2008 업계지도 - Business Graphic Book
이데일리 특별취재팀 엮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개미투자자들에게 꼭 필요한 한국시장의 기업데이터!
 
외부 기업들과 기획회의를 하거나 미팅을 할 때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논의보다 제공되는 데이터의 진위여부나 그 신뢰성에 대해 논의할 때가 종종 있다. 업계현황이라는 것이 흐르는 시간의 어느 정점을 끊어서 들여다 보는 것과 같아서 그 시점이 다를 수 있다고 하지만 같은 날에 발행된 신문들 마저 그 데이터가 다르니 기본이 되어야 할 데이터가 정확하지 않는데 그를 기반으로한 회의야 어떻겠는가? 지나 버린 과거의 자료라 할지라도 서로 기준점을 잡을 필요성에 대해 늘 아쉬워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알게 된 책 [투자처가 한눈에 보이는 2008 업계지도]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비즈니스 그래픽북' 개념의 새로운 대한민국 산업의 현황을 크게 금융, 전자, 통신, 반도체, 에너지, 화학, 자동차, 운송, 건설, 중공업, 문화, 레저, 생활, 유통, 종합상사등 47개의 꼭지로 나누어 세분했고, 일반들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그래픽과 그림으로 잘 표현했다. 
 
 

 

 

 
 
그래픽은 다시 업계의 대표기업들을 나열하고 주요 주주분포나 출자 지분 관계, 전략적 제휴 관계, 매출구성등을 나타내었다. 기업의 기본적인 지배 구조를 보면서 동시에 재무상황이나 사업구조등을 표시해 기업의 과거와 현재 상황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잘 만들어냈다. 각 업계마다 네 페이지를 할애전반부에는 그래픽으로 업계의 현황을 설명하고, 후반부에는 경기에 따른 업계의 현황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업계의 현황을 이해하는데는 너할 나위 없이 좋은 자료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부 기업들과의 미팅이나 기획회의에도 공통으로 보면서 이야기 할 수 있고, 개인적인 투자처를 확인하는데도 손쉬운 검색자료가 될 것 같다. 투자나 시장환경에 관련된 뉴스를 볼 때 옆에 두고 본다면 한눈에 알아볼 수가 있어 좋겠다.
 
 




















 
무엇보다 이 책을 만들어 낸 온라인 경제 신문사의 대표주자인 이데일리는 개인적으로 경제뉴스를 보기 위해 매일 들리는 곳이라 더욱 정감이 갔고, 그래서 이 책에 대한 내 신뢰도는 그만큼 높다고 하겠다. 아이러니컬 한 것은 웹상에 존재하는 온라인 경제 신문사가 오프라인에서 최초로 '비즈니스 그래픽북'을 만들어 냈다는 점이다. 한 편으로는 쟁쟁한 오프라인 경제지와 일간지라는 공룡들 사이에서 절묘하게 니치마켓niche-market을 형성한 이데일리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독자가 신문을 통해 진정 필요로 하는 뉴스는 한 눈에 시장을 살펴볼 수 있는 통찰력이 아니었던가?
다른 한 편으로는 온라인 상에서는 표현이 불가능한 것도 있다는 점, 다시 말해 최소한 현재까지는 e - book은 절대로 종이책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을 자백하는 것도 같기도 하다.
 
이 번에 처음 시도되어 나온 이 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계간으로 일년에 네 번 정도로 나오던가 최소한 일년에 두 번정도로 나와야 독자로 하여금 '현실적인 정보'로서의 가치를 제공해 줄 것 같다. 그래서 매회마다 변동하는 업계의 현황들이 모인다면 10회 20회 정도의 책이라면 시장의 역사를 살펴보는 대는 최고의 현황판을 제시하는 자료로 쓰일 것이라 생각된다. 기업가, 비즈니스맨, 투자자, 무엇보다 기초적인 데이터마저 빈약한 개미투자자들에게는 꼭 필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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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 혁명 - 녹색마을 자연학교의 참살이 건강 비법
이태근 지음 / 더난출판사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현대인의 식습관에 대한 녹색마을 이장님의 충고!
 
   "건강을 유지하는 유일한 길은 원하지않는 것을 먹고, 좋아하지 않는것을 마시고, 하기싫은 일을 하는것이다." 라고 미국의 극작가 마크 트웨인은 말했다. 위트넘치기로 유명한 그가 올바른 섭생攝生 의 수고로움을 빗대어 한 말이겠지만, 그만큼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님을 말해준다. 오래 사는 것 뿐 아니라 건강하게 살아야 한다는 뜻으로 웰빙Well-being을 표방하는 오늘날의 우리 사회는 '바쁨을 미덕'으로 삼는 요즘의 세태나 '환경오염'이 날로 심각해져가는 지구촌 환경에서 그것을 지키기가 힘들어졌음을 의미한다.
 
하루의 생활 중에서 무엇이든 입에 넣을 때마다 주위에서 너나 할 것 없이 건강식과 올바른 식생활에 대해 거침없이 쏟아놓은 말들은 가히 의사를 방불케 한다. 하지만 모순되는 이야기들이 많고, 정작 자신들도 지키지 않으면서 귀동냥한 것을 과시하거나, 고가의 약품과 시술로 귀결되는 경험을 종종한다.  이렇듯 '무엇을 먹고, 어떻게 먹어야 잘 먹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말인가?'라는 화두에 대해 관심을 두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 책 [밥상혁명] 또한 그 해결책을 위한 참고도서 중 하나다.
 
전북 임실의 구수골에 자리잡은 이름만 들어도 산좋고 물좋을 것 같은 [녹색마을 자연학교]의 교장이나 저자인 이태근씨가 쓴 이 책은 자신의 병(신장이식수술)을 치료하기 위해 찾은 이곳에서 병을 치유하게 되었는데, 모든 병의 근원은 바로 섭생攝生 즉, 식생활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고 그 치료 또한 올바른 식생활로 개선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되어 병으로 고생하는 이들에게 자신의 치유법을 소개하고 그 효과를 알려 식생활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하고자 쓴 책이다.
 
  [제1장 자유에서 찾은 참 자유] 에서는 저자가 신장이식수술 후 약으로 생명유지 할 것이 아니라 다시 건강을 되찾아 내야겠다는 생각에 300여 권에 달하는 건강 관련 책을 읽고 요가, 명상, 생식, 단식, 단전호흡,무예, 침, 요리 등을 배우면서 건강을 되찾는 방법은 [식생활]에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고, 전북 임실 구수골로 내려와 녹색마을 이장님이 된 사연을 소개한다. 그리고 도시인들의 미래의 꿈이기도 한 노년에 있을 자연과 더불어 사는 전원생활의 꿈은 미래의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해야 하는데, 삶은 지금도 진행중이고, 오늘 하루 하루가 건강하고 행복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전원생활이 좋은 줄 왜 모르겠는가? 하지만 생계의 터가 이곳, 도시이고 미래에 생길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서라도 도시에 남아야 하는 대부분의 도시민들에게는 정말 중요한 결정사항이라 그리 쉽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도시인이 병든 후 찾아가는 고향이 결국 자연인가 생각해보니 우울해지기까지 했다.
 
  [제 2장 참살이 건강의 비밀]에서는 이 책의 본론 부분에 해당하는데 기존의 상식과 의학계의 소견과는 다른 흥미로운 주장을 펼쳐 주목하게 한 부분이다. 우선 그는 독일의 자연의학자이며 암치료 전문가인 로타르 히르나이제의 말을 빌어 "암세포는 간세포와 같은 기능을 한다. 종양은 체내에서 독을 제거하는 일을 돕는다. 종양이 없다면 우리 몸은 그야말로 병들어 있을 것이다. 종양은 우리 몸이 제사하는 놀랍도록 영리한 해결책이다. 환자가 건강해지면 종양은 저절로 사라지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곧바로 종양 제거수술을 받지 말고 우선 해독작업부터 하라. 암은 문제가 아니라 해결책이다."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는 질병은 우리 몸의 해결사이고, 몸과 마음의 부조화를 조정하려는 자연스런 작용이므로 질병의 발생 자체가 요법이고, 오히려 기뻐해야 할 현상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를 발견하면 건강보조식품이나 수술 침 등에 의존하지 말고, 몸과 마음을 비우고, 자연식, 채식, 소식을 할 것을 권유한다. 그리고 꾸준한 운동과 쾌적한 환경, 정신적인 압박에서 벗어나라고 말한다.
현재 치료법과 전혀 상반된 주장이고 다소 위험하기까지 했는데, 종양 제거수술이후 전이가 확산되어 사망하거나, 제거 이후에도 재발의 가능성은 항상 있다는 암에 대한 현재의 의학소견을 비추어 봤을 때 그에 대한 부정은 어렵다는 판단이 선다. 이 주장의 근거는 온전한 건강상태의 몸일 때에는 바이러스나 세균에 대한 저항력이 충분한데, 그 균형이 깨어져 버려 침투한 것이기 때문에 다시 건강을 회복한다면 소멸하고 만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너무나 상반된 견해여서 주장에 따른 근거와 그 사례들이 궁금해지는 대목이었다.
 
  특히 그는 단식에 대해 강조했는데, 현대인들이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일주일로 계획된 단식방법에 대해서는 많은 부분에서 호감이 갔다. 단식의 이로움이야 익히 들은 바가 있지만, 미경험자가 우선 갖는 부담감은 '먹지 않고 일상생활이 가능한가?' 라는 것과 '단식원이나 외딴 곳에서 기도하면서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것인데, 일상생활을 평소와 같이 하면서 할 수 있다는 그의 설명에 이해를 하게 되었다. 또 그는 벌꿀과 감식초의 이로움을 설명하는데, 주목되는 부분은 '벌꿀의 효능'이었다. 전에는 알지 못했던 벌꿀의 효능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 하지만 100% 양봉의 벌꿀이어야 제대로운 효능을 얻을 수 있다고 하는데 이를 믿고 구하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 3장 녹색마을 이장님의 식생활 상식 뒤집기] 가 가장 주목되는 장이었는데, 지금껏 알고 있는 우리의 식생활습관에 대해 전면으로 부정하고 나선다. 예를 들어 갈증을 느끼지 못하는 데도 물을 억지로 1.5 ~ 2 L 의 물을 마실 필요가 없다고 그는 말한다. 물을 많이 마시면 노폐물이 소변에 섞여 함께 빠져나온다는 기존의 의학계 주장에 맞서서 그것은 단지 희석될 뿐이지 오히려 몸이 습해져서 그로인한 질병이 생길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탄 것이라고 모든 것이 발암물질이 아니라, 오히려 고구마, 감자 옥수수,밥 등이 탄 것은 오히려 이로우므로 껍질채 탄 것을 먹는 거이 좋다고 말한다.
그의 다소 생소한 주장에 놀랍고 흥미로웠지만, 이것이 도시민이 느끼는 전원생활인과의 괴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즉 천연의 자연식품을 직접 경작하고 채취해서 식생활을 할 수 있고, 자연의 기온을 온 몸으로 받을 수 있는 저자의 식생활을 모두 따라가기에 한계가 있는 도시인들에게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함께 과감히 실행하기는 어려운 문제였다. 또 다른 하나는 '흐름을 거스르는 행동'에 대해 유독 민감한 것이 사람이라, 게다가 몸을 다스리는 식생활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과감하게 시도하거나 변화시키기에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현대인들이 선호하는  육식과 인스탄트 식품, 그리고 밀가루등에 대한 그의 혐오스러운 표현은 업계의 반발이 무서워 본질을 적나라하게 표현하지 못한 것을 모두 밝히는 듯 해서 다소 충격적이지만, 부족한 2%를 채운 느낌이었다. 이 글을 읽게 된다면 '과연 우리가 먹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고, 어떻게 먹어야 하는가?'하는 원점에 다시 서게 된다. 그에 대한 해답이 바로 제 4장에 있다.
 
마지막 [제 4장 살아 있는 자연식만들기]편에서는 저자인 녹색마을 이장님이 추천하는 채소와 그들을 온전히 먹을 수 있는 요리법들이 소개된다. 쑥, 고구마, 감자, 단호박, 옥수수, 콩 팥, 조, 수수, 메일, 양파, 마늘, 상추, 깻잎, 토마토, 사과 등이 그것인데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거친식품'이라는 것이다. 입속에 있는 침과 함께 충분히 저작(씹는 행위)하여 삼킴으로써 위에서 소화활동에 무리가 없도록 하는 것. 그리고 소식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가장 기본적이고 우선적인 밥상혁명의 단계임을 알려준다.   
 
'살기 위해서 먹든' , '먹기 위해서 살든' 열심히 일해서 얻어낸 결과물로 우리는 음식을 먹는다. 그러므로 노동의 댓가로 얻어진 그 음식들이 '사람을 살리기 위한 음식'이 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즐겁고 행복감을 주는 음식'들을 추구하고 즐기려고 하는 우리들에게 저자는 이 음식들이 과연 '사람을 살리는 음식'인지 '사람을 죽이는 음식'인지를 고민하라고 충고하는 것 같았다. '양약고어구良藥苦於口' 즉, 좋은 약은 입에 쓰나 병에는 이롭다는 옛말이 있다. 거친 음식을 조금 먹고 행복하게 살 것인가, 달고 맛난 음식을 가득 먹고 종국엔 병을 달고 살 것인가는 내 결정에 있는 것 같다. 짐 벗고자 했더니 웃짐이 생겼다고, 책을 읽고 난 후 그에 대한 해답은 찾은 듯 하지만, '달고 맛난 음식의 유혹'을 과연 이길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앞으로도 '밥상앞 고민'은 계속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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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Che, 회상 - 체 게바라의 부인이자 혁명동지 알레이다 마치 회고록
일레이다 마치 지음, 박채연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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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체 게바라, 그는 '꿈과 사랑을 향한 순수함과 열정을 지닌 로맨티스트'였다!
 
 
"누가 내 책에 커피 쏟았어?"
 


 
   몇 페이지를 채 넘기지 않아 가장자리에 묻은 얼룩을 보고 가족들에게 외쳤던 고함소리다. 아무도 그랬다는 대답이 없어서 적잖이 멋적고 시큰둥해져서 다시 살펴봤을 때  조금은 낡고 오래된 맛을 내기 위해 거친 종이의 질감과 함께 출판사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효과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몇 분 후였다. 손이 많이 간 듯, 정성을 많이 쏟은 듯. 이것이 위대한 혁명가 체 게바라를 가장 가까이 지켜봤던 여인, 아내인 일레이다 마치의 책, [체Che, 회상] 과 나의 첫만남이다.
 
 



 "앞으로의 세대가 어떤 유형의 인간을 바라는가에 대해선 우린 이렇게 말해야 한다. '체 게바라'를 닮아라!' 어린이들을 어떻게 교육시킬 것인가에 대해서도 우린 서슴없이 이렇게 말해야 한다. '체 게바라'의 정신을 가르쳐야 한다!"  고 말한 쿠바 지도자이자, 게바라의 혁명동지였던  피델 카스트로는 말했다. 하지만 세상을 바꾸기위해 노력했던 앞선 세대들이 체 게바라 라는 인물에 대하여 존경을 넘어 배움의 대상으로 닮아주기를 바랬던 것과는 달리 청년들에게는 제임스 딘과 같은 '반항아' 혹은 '이상을 꿈꾸는 혁명가'의 아이콘으로, 여성들에게는 '헐리우드의 꽃미남'에 버금가는 섹시가이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아 수많은 상품과 제품 속의 그림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를 우려한 저자는 새로운 세대가 체를 단지 상징적 존재로서가 아니라, 어릴 때부터 꾸어온 꿈을 창조적으로 실현해 낸, 살아있는 인간으로서 가까이 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무거운 입을 열어 책을 쓰게 된 것이라고 책을 들어가며 말했다. 
 
 
 


 
  
  
  저자의 성장과 자연스럽게 혁명에 가담하게 된 사회적 배경, 혁명동지로서 체를 만나게 되고, 전투중에 그를 보좌하면서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 것, 그리고 결혼과 네 아이를 낳게 되는 이야기등 쿠바 혁명의 발전사에 나타나는 체 게바라가 아닌 신문과 언론의 이야기 밖에 꼭꼭 숨겨진 그의 사생활의 이야기가 많은 사진과 편지 그리고 엽서, 쪽지등의 자료들과 함께 40년만에 최초로 밝혀진다. 이 책은 아내가 보는 남편이자 혁명지도자의 일대기라기 보다는 존경하고, 사랑했던 아내의 시점에서 바라본 체에 대한 사실과 기억의 면면이 여과없이 밝혀진 책이라고 봐야겠다.
 




1965년 콩고에서 체가 아내를 그리는 마음에서 보낸 편지에서 '금발의 통통한 여선생을 보는 순간, 그는 철저하게 훈련받은 혁명가와 느낌과 욕구가 있는 한 남자 사이에서 갈등을 했다'고 썼는가 하면, 그의 패션감감으로만 생각하게 했던 목둘레의 검정색 스카프는 전투중 팔에 금이 가 깁스를 했을 때 그녀가 체에게 팔을 목에 걸 수 있게 해 준 것인데, '얇은 스카프(...) 내가 팔을 다쳤을 때, 그녀가 나에게 주었는데, 팔을 매는 '사랑스러운 붕대'가 되었다'고 말했고, 부상에서 회복한 이후에도 계속 지니고 있었다고 말하는데, 이렇듯 그녀의 입이 아니면 절대로 세상은 알 수 없는 이야기가 쏟아진다. 무엇보다 체 게바라의 바로 옆에서 그와 함께 가장 많은 시간을 호흡하고 생활하며 보냈던 그녀가 바라보는 체의 모습은 지극히 평범하고 다정한 남편이자 아이들의 아버지임을 보여준다. 그 모습을 보면서 체와 나의 거리가 더 좁혀짐을 느꼈다.  
 


  진보적인 아르헨티나의 의대졸업생인 체가 여행중 미국(제국주의)의 만행을 목격하고, 그의 이상을 위해 쿠바로 향한다. 친미성향의 바티스타 독재정권을 붕괴시킨다. 그는 쿠바혁명 승리후 쿠바공산당과 쿠바혁명정부의 중요직책에 있으면서 쿠바혁명에서 얻은 것들을 지키며 혁명을 더욱 전진시키기 위하여 정력적인 노력을 기울였는데, 그랬던 그인 만큼 점령지의 주택에 대해서도 440불의 월급에서 집세를 내고, 세계 제 3국을 순방할 때도 비서직에 있던 '아내'가 혹시 특혜를 받는다는 오해를 부를까 염려해 혼자서 수행한다. '이정도는 누릴 수 있는 자격이 있는 것 아닌가?'하는 범인凡人들의 예상을 무참히 부수는 사례들이다. 그는 개인보다는 모두를 먼저 생각한 리더였다. 한편 혁명과 전투참여로 그녀와 떨어져 있는 동안 수시로 그녀와 아이들에게 보낸 수많은 연서書와 메시지들은 한 남자로서의 체가 아내와 아이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잘 표현한다. '대통령이든, 육군대장인든, 깡패든, 살인자든 집으로 돌아오면 그들은 모두 남편이 되고, 아버지가 된다'는 언젠가 읽은 글을 생각나게 했다.
 

 

 
  독서광이기도 한 그가 전투중에도 항상 책을 옆에 두어 책읽기를 멈추지 않았고, 돈키호테를 여섯 번을 읽고 [자본론]은 인류지식의 금자탑이라고 칭찬하며, 함께 참여하고 싶은 아내를 위해 독서지도까지 하는가 하면 철학이라는 학문에 접근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그의 지인에게 고백했다고 한다. 그리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는 많은 좋은 책이 나와야 하고 이것들이 국민들에게 읽혀져야 한다고 피력한다. 그가 남긴 기록들을 함께 살펴보면서 '넘치는 꿈과 사랑을 지닌 지성인의 진면목'을 엿보게 되었다.
 
....
 
만일 내가 시멘트 바닥 어두운 곳으로 배정되어 가면
기억의 서글픈 보관소에 그것을 보관했다
눈물과 꿈의 밤마다 그것을 사용하구려...
 
안녕, 하나뿐인 내 사랑.
배고픈 이리 떼 앞에서
내가 없는 초원의 추위에서도 떨지 마요.
내 심장 옆에 당신을 데려가니까요.
그리고 우리 둘이 길이 끝날 때까지 함께 갈 거에요...
 
죽음을 예감한 체가 아내에게 마지막으로 보낸 편지. 병마와 싸우고 있는 시한부 생명의 환자도 아닌 그가 '꿈과 이상'을 위해 죽음을 각오하는 한켠에 남겨지는 아내와 아이들에 대한 연민이 느껴진다. 발각을 우려해 60대 노인으로 분장을 하고도 가족을 만났던(아이들에게도 아버지임을 알리지 못하고) 그인 만큼 그가 없는 가족의 상황을 '이리 떼 앞에 놓인 초원의 추위'로 표현하는 가장으로서의 고뇌와 번민이 느껴졌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이, 과연 몇 있을까? 이런 그는 이데올로기를 뛰어넘어 변혁과 개혁을 꿈꾸는 모든 이에게 사랑받아 마땅한 사람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 순수함과 열정을 지닌 로맨티스트였음을 알게 되었다.
 




 
 
지난 25일 폐막한 제61회 칸국제영화제에서는 미국의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만든 게바라의 전기영화 ‘체(Che)’가 큰 관심을 모았는데, 이 책이 그 영화의 시나리오의 바탕이 되었고, 체 게바라를 연기한 푸에르토리코 배우 베니치오 델 토로는 남우주연상을 받았다고 한다. 게다가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의 탄생 80주년이 다가오는 올 6월14일이다. 이젠 그의 평전과 자서전을 추적하고자 한다. 체 게바라를 알고 싶은 이들이 절대로 놓쳐서는 안되는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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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도 - 역사를 바꾼 중국 황제 10인의 통치 리더십
이세민 지음, 진성위엔 엮음, 김윤진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이 시대 국민들에게 필요한 '위대한 군주'는 누구인가를 이야기한 책 !
 
  만약 전지전능한 왕이 있다면 신하가 왜 필요할까? 같은 인간이고, 세상을 홀로 관장하기엔 체력과 능력이 부족하여 주위에 신하를 두어 그들의 입을 빌어 세상을 듣고, 그들을 통해 세상에 알린다. 당나라의 태평성대를 열었던 태종 이세민이 당을 열면서 강대한 진과 수가 하루아침에 멸망한 것을 거울 삼아 천하를 오래도록 편안하게 이끌어가는 방략을 담고저 천하를 다스린 10인(무측천, 양견, 이세민, 조광윤, 쿠빌라이, 주원장, 한 무제, 건륭제, 유방, 강희제)의 통치술을 엮어 책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이 책, [왕도]이고 이것은 정관의 치貞觀之治 라 명명하는 대당大唐 태평성대의 기초를 닦는데 일조했다.
 
 







  나라를 다스리는데 선대의 입에 귀를 기울인 것만으로도 나라를 이끌려 하는 의욕과 배움에 겸허한 그의 품성을 알 수 있는데, 이를 책으로 남김은 후세에도 그것을 따라 본받게 하기 위함이니 이 책의 완성이 태평성대를 예감하기에 걸맞지 않나 싶다. 이 책 [왕도]는 천하를 휘두른 중국 황제 10인의 통치술을 통해 리더십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군자는 군자를 부르듯 그를 보좌하는 뛰어난 신하들의 조언들이 가득 담겼다.
혼란에서 치리로, 부국안민과 태평성대를 통해 나라를 다스리는 도와 리더십을 갖추기 위한 덕목을
 
왕도는 군주의 실체다-왕도군체(王道君體),
현자를 찾아 등용하다-구현임능(求賢任能),
간언을 채택해 나라를 다스리다-납간치국(納諫治國),
관리를 심의하다-심핵관리(審核官吏),
상벌의 기준을 정하다-상벌유도(賞罰有渡),
간신을 없애 평안하게 하다-거참안방(去讒安邦),
농업에 힘써 백성을 편안하게 하다-무농안민(務農安民),
군을 정비하여 위험에 대비하다-열무방위(閱武防危),
검소함을 중히 여겨 부국을 이룬다-숭검부국(崇儉富國),
절제하고 경계해야 민심을 얻는다-계영득심(誡盈得心) 등
 
10가지로 두고 그 덕목에 필요한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였다. 군주로서 명심해야 할 사항들을 상세하게 적어둔 것이라, 현대에서 적용한다면 정치를 하는 위정자들을 비롯해, 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 특히 비즈니스 사회에서의 군주라 할 수 있는 기업의 CEO들에게 있어서는 '사장의 제왕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필독을 권해야 할 책이다.
 
  이 책의 특징이자 단점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은 여느 책과는 다르게 '코멘트'가 없다는 것인데, 이는 우선 저자이자 나라의 행정수장인 군주 이세민이 자신의 성정聖政을 위해 마련한 일종의 '학습서'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후세에 자신의 정치를 알리기 위함이 아니라 당면한 과제를 보다 더 잘 해결하기 위한 '야전교범'이기 때문에 '미화나 허구'가 배제된 '객관적 사실에 입각한 사례'들이라는 점에서 여타 왕조들의 리더십 책과는 차별화를 둔다고 봐야겠다. 즉 '이 책은 정관의 치貞觀之治를 가능케 한 당태종 이세민 만의 교본'이기 때문에 필요한 자는 이것을 본으로 삼아 알아서 자신의 그것에 적용하라는 뜻이라 보겠다. 시대가 다르고 상황이 다른 현대인들이 자기에 맞게 체득화시키기에는 최적의 책이 아니겠는가?
 
  성군이 되고자 노력한 이세민의 책인 만큼 실정失政을 한 왕들의 치지들은 보이질 않는다. 선견지명이 뛰어난 놀라운 황제들의 판단력에 의한 정치도 보이질 않는다. 역대의 황제들은 '백성'을 불쌍히 여기고, 두려워 하여 그들을 대신한 신하들에게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독단적인 판단보다는 신하들의 귀중한 충언을 구한다. 이를 위해 더 나은 신하를 얻기 위해 삼고초려에 버금가는 노력을 하고, 그들에게 걸맞는 상벌을 주어 그들의 덕을 높이 치하했다.
 
 "좋은 군주가 악한 신하를 기용하면 조정이 제대로 다스려지지 않고, 충성스럽고 정직한 신하가 그릇된 군주를 받들어도 마찬가지가 되오. 임금과 신하가 모두 물과 물고기처럼 되어야만 천하를 평안하게 다스릴 수 있을 것이오. 비록 짐의 지혜가 부족하나, 다행히 그대들을 곁에 두어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게 되었으니, 조금도 숨기지 말고 짐에서 바른 소리를 해주어 함께 태평천국을 만들어 봅시다." 라고 이세민이 정관 6년에 신료들에게 말하자 "먹줄을 따라 자른 나무는 곧고, 군주가 신하들의 간언을 들으려 하면 현명한 군주가 된다고 합니다. 교경敎經 에서는 군주에게 7가지 바른 말 잘하는 신하가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이들은 직언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고하는 그런 신하라고 합니다. 폐하께서는 지혜로우셔서 어떤 의견도 기탄없이 받아들인다고 하시니, 신들은 앞으로 온 힘을 다 하겠습니다." 라고 간언을 잘하는 왕규가 말했다고 한다. 서로의 부족함을 알고, 부국안민을 향해 서로 돕자는 군주와 신하의 다짐이 너무나 아름다운 대목이다.
 
  이렇듯 위대한 군주들은 정치를 함에 있어서 자신의 의지와 신료들의 찬반을 놓고 서로 머리를 맞대고 조율했다. 그것은 군주의 위대함을 알리기도 아니요, 신하들의 자잘못을 가리기 위한 것도 아니다. 오직 백성들을 아끼고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발로된 것이다. 그들의 세치 혀로 발표된 정치는 군사적으로는 수십 수백만의 군사를 죽음의 수렁으로 내몰 수 있음을 아는 것이고, 경제적으로는 온나라가 궁핍해져 먹기 위해 서로를 해치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함이다. 목숨을 걸고 간언하는 신하들이나, 나라에 뜻이 깊은 백성들의 상소가 끊임없이 올라옴은 바로 그 까닭이다. 군주에게 바른 눈으로 백성과 나라를 보살피기를 바람에서 그들의 뜻을 봐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 무엇이 하늘인지 알아야만 왕업을 달성할 수 있고, 하늘이 무엇인지 모르면 왕업을 달성할 수 없다고 합니다. 왕은 백성을 하늘로 알고, 백성은 식량을 하늘로 압니다."
 
  퇴각하려는 유방에게 여식기가 말한 간언중 일부이다.
백성이 배불러야 성격이 온화해지고, 일할 의욕을 느끼며, 나라에 감사하게 된다. 그렇지 못하면 위정자를 원망하고, 나라에 호소하며 자신들을 봐주기를 항변한다. 그들의 간절한 목소리와 행동이 즉흥적인 충동에 의한 돌발행위로 보거나, 국가를 부정하기 위한 행동으로 본다면 잘못이다. 또 그렇게 평가하고 군주에게 잘못 알리는 신하들은 더 큰 잘못이다. 수단과 방법이 없는 백성들의 항변은 군집되고 무질서할 수 밖에 없다. 이를 유념해서 보고 제대로 판단해야 현명한 군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일말이라도 애정이 있기에 백성들은 군주에게 호소한다. 그 한계를 지나치면 백성들은 무관심해 질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신하의 간언을 무시하거나, 칼로써 응징하려한 군주에게는 현명한 신하와 백성은 타국을 떠나 자신을 의지했다. 독재정권에 맞서 제 일선에서 항변하던 뜻있는 국민들은 감옥으로 수감되거나, 나라에 실망해서 타국으로 떠났다. 백성이 없는 왕은 없다. 백성을 하늘로 아는 왕은 위대한 왕으로 칭송되었다.
 
 1,400년을 거슬러 둘러 본 역사속의 이 책은 군주에게 묻는다.
" 너의 하늘은 무엇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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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도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십 대의 어느날을 추억하게 하는 경쾌한 소설!
 

이 책을 집어든 이유는 단 하나, 나의 [스무 살, 서울]이 생각나서였다.
그리 순탄ㅎ지 않은 학창시절을 보낸터라 가족들을 남겨두고 고등학교는 강원도 강릉에서 보내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더할 나위없이 소중한 내 생애 최고의 시간이었지만, 그 시절은 그 반대였다. 가족과 친한 친구들을 남겨두고, 난생 처음 강릉땅에 떨어져 홀로 고교생활을 했던 터라 외톨박이 3년의 시간으로 느껴졌다. 공교롭게도 강원도에서 제일가는 수재들이 입학시험을 치루고 들어가는 학교에 꼴찌로 들어갔는데, 서울로 대학을 갈 수 있다면 '유아교육학과'라도 가겠다고 생각한 나에겐 당연히 낭만적인 학창시절은 머나먼 꿈에 불과했다. 다행히 서울의 '유아교육학과'가 아닌 삼류대학을 들어가 오늘에 이르게 되었는데 일상생활에 치어 그동안 잊었던 나의 스무 살 시절을 이 책을 만나면서 다시 떠오르게 된 것이다. 오늘, 우리나라에 무라카미 하루키 이후 제 2의 일본소설 붐을 일으킨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스무살, 도쿄]를 읽었다.
 
  1959년생 작가의 이력과 맞물려 반쯤은 자전적인 내용이 담겨 있는 이 책은 주인공 다무라 히사오의 재수생활을 시작으로 서른을 일주일 남긴 스물 아홉의 인생까지 이십대의 청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가 보낸 이십대중 시대의 이슈와 맞물린 여섯 개의 이야기로 꾸며졌는데, 독특한 구성이 주목된다. 재수를 하기 위해 태어나고 자란 나고야를 떠나 도쿄에 도착한 날, 대학시절 연극과 동아리 동급생 고야먀 에리와의 첫 키스날, 스물 두 살 직장생활을 막 시작했던 존 레넌이 죽던 어느 날, 고향나고야가 유치경쟁국 한국의 서울에 올림픽을 빼았겼던 어느 날 등의 하루가 재미있게 소개된다. 작가가 써내려간 글에 맞춰 눈이 따라가다 보면 어느 시절마다의 다무라 히사오의 모습이 보이고, 그의 주변이 배경으로 떠오른다. 그에게 말을 걸고, 그가 답하는 대목을 읽다 보면 목소리까지 들리는 듯 했다.
 
억지로 꾸미지 않은 하루 하루의 에피소드는 마치 내가 겪은 어느 하루 같은데, 인간사이에서 만들어진 실수와 우연들이 웃음짓게 만들었다. 너무 쉽게 읽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은 저자만의 자연스럽고 친근한 표현력때문이리라. 이것은 다소 허무주의적이고 자조적인 하루키의 그것과는 다른 점이고, 소설을 통해 배움을 얻어야 한다는 강박을 벗어나게 하는 그의 라이트한 표현력이 한결 가깝게 느껴진다. 요즘 젊은이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도 그것이 아닐까?
 
"젊다는 건 특권이야. 자네들은 얼마든지 실패해도 괜찮다는 특권을 가졌어. 근데 평론가라는 건 본인은 실패를 안하는 일이잖아? 그러니 안된다는 게야...실패가 없는 일에는 성공도 없어. 성공과 실패가 있다는 건 참 으로 멋진 일이야. 그거야말로 살아 있다는 실감이란 말씀이야."  알지 못하는 술주정뱅이 아저씨가 주인공 히사오에게 한 충고는 마치 작가가 이 글을 읽는 젊은 독자들에게 충고하는 듯 하고, "스물다섯 살이라.  벌써, 인가? 아니면 아직, 인가?" 하고 고민하는 대목에서는 기호지배적인 개념에 이끌려 결혼을 생각해야 하는 시기가 되었음을 인식하게 되면서 얼마 남지 않은 청춘을 생각하게 된다.
 
가장 마음에 드는 에피소드는 [마지막 스물 아홉을 일주일 남긴 어느 날]이었는데, 직장동료이자 친구인 오구라의 결혼에 앞서 배첼러 파티를 하기로 한 날 주인공 오구라는 나타나지 않고, 사업상 큰 고객인 고다씨는 별 일도 아닌데 보자고 하고, 형식적인 연인으로 여기는 리에코는 내일도 아닌 오늘 꼭 봐야 한다고 한다. 경중을 따지자면 순위를 매길 수 있지만, 인정과 관계를 따지자면 모두 봐야하는 순간은 언제든 언제고 찾아온다. 큰 부자가 된 고다씨의 자기고백을 들으면서 돈에 쫒겨 살다보니 고독하게 허세만 부리고 살게 되는 삼십 대를 알게 되고, 처가식구들의 권유로 결혼을 앞두고 내 것이었던 기타는 고향으로 보내고, 긴 머리를 자르게 된 오구라의 텅민 마음은 결혼이라는 이름으로 고독한 자유를 버리고, 아름다운 구속을 선택함으로 청춘과 맞바꾼 젊은이의 마음을 알게 된다. 잊었던 마음속 기억을 되찾는 느낌.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모습이 중첩되어 그 속도가 더뎌졌다.
 
시간과 공간은 다르지만 그 시절 젊은이들의 마음은 모두 같은가보다. 내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고,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있었고, 있을게다. 독립한 날, 키스한 날, 첫 직장에 출근한 날, 맞선 보던 날, 친구의 결혼식 전날 등 내게도 있었지만, 잊었던 기억을 묵혔던 앨범속에 찾아내듯 책속에서 추억했다. 확실히 필력을 지닌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를 추적해서 읽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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