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쇼핑 - "성형도 쇼핑이다!"
피현정 지음 / 아우름(Aurum)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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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수술 권하는 사회'에서 현명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해주는 매우 실용적인 책!  
 
  일찌기 공자께서는 신체발부수지부모 불감회상 효지시야, , 즉, '사람의 신체와 터럭과 살갗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니, 이것을 손상시키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이는 [효경]의 첫장인 [개종명의()]장에 실려 있는 내용이다. 이 말씀의 시작은 선왕께서 온 백성이 화목하게 살도록 하여 위 아래가 원망하는 일이 없도록 하신 방법중 하나로 대답하신 것인데 아울러 효의 끝은 '몸을 세워 도를 행하고 후세에 이름을 날림으로써 부모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함께 말씀하셨다. 이 말씀을 따라 우리의 선조들은 댕기를 따고, 상투를 틀어 부모님이 물려주신 모발을 하나라도 온전히 지키려 노력했고, 일제강점의 시기에 내려진 단발령斷髮令에 대해 많은 선비들은 ‘손발은 자를지언정 두발()을 자를 수는 없다’고 분개하여 정부가 강행하려는 단발령에 완강하게 반대하였다. 우리에게 그런 때도 있었다. 세월은 흘러 시대는 많이 변했고, 하늘과 함께 부모가 만들어주신 몸뚱이를 일부러 보기 좋게 만드는 의술이 서양의 몇몇 나라에서 횡횡하더니 세계 제일의 유교儒敎 국가인 우리나라에 도입되고 급기야 되려 서양에 그 기술을 파는 상황에 이르렀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도 안되는 말을 앞세워 선남선녀를 즐겨하는 우리사회가 만들어낸 신풍조, '성형수술Plastic Surgery' 이 그것이다.
 
 


 
 '요즘 들어서 신종 전염병이 유행을 하지 모두가 빚을 내서라도 성형을 하려고 자기가 본래 본 바탕이 예뻤던 것처럼 그렇게 성형미인들은 거리를 활보하지만 어릴적 사진들은 모두 없애고 겉으론 당당하게 결혼하지만 2세가 태어나면 모두 놀라고...꼭 그렇게 까지라도 해서 모두가 미인이 되고플까 똑같은 얼굴 똑같은 성형미인만을 꿈꾸며...하늘이 주신 관상까지 돈으로 고쳐가고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는 듯이 그렇게 성형미인들은 신에게 도전하지만 TV를 켜면 성형미인들 세상 더욱더 예뻐지려는 여자의 욕망 그런 미인을 즐기려는 남자들...' 이라며 남녀를 비웃던 당시 최고의 댄스그룹 노이즈의 노래 [성형미인]은 1996년에 최고의 히트를 했던 노래인데,  노래가 말하듯 그당시만 해도 성형 수술은 암암리에 시행되는 비밀스러운 수술이었는데, 수술을 받은 성형미인은 수술사실을 들킬까 두려워 했고, 의심을 받으면 극구 부인했었다. 12년이 지난 지금은 거리낌없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무뎌져 명실공히 미녀들의 필수품이요, 입사필기시험을 능가하는 무기요, 있는자의 특권이요, 남보다 앞선 출세의 히든카드가 되어버렸다. '세상일은 정말 살고 볼 일'이란 말이 틀리지 않다.  

  카메라 한 대 없는 사람이 없고, 수줍음없이 '직찍'을 하고, 얼굴을 보면서 전화를 하는 영상통화세상이 된 지금의 세상이다 보니 남자들도 색조화장을 하고, 대통령도 주름살 제거 수술을 받는 바야흐로 비주얼의 시대가 도래하였다. '보이는 그 자체'만으로 성형의 진위여부를 넘어 성형 수술한 사실을 '남에게 잘 보이고 싶은 노력'으로 보고 그것을 가상히 여기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외모를 중시하는 시대가 되고 보니 '원판불변의 법칙'이란 자연법칙은 '성형 수술'이라는 인간의 의술로 인해 무참히 깨어져 버렸다. 혹자는 '이젠 큰 키 만드는 기술만 남았다(불가능이 없다는 중국은 다리뼈를 자르고 붙여 키를 키우는 수술도 한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세태의 변화로 자연스레 '성형을 권장하는 사회'가 되어버린 지금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대처해야 할 것은 '수술을 원하는 사람들이 '안심하고 수술받을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성형수술에 관련된 뉴스들을 보면 값비싼 수술비와 무면허업자들의 시술행위, 그리고 성형수술에 대한 정보부족으로 인한 문제들이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이 변화만을 추종해 '수술결과에만 관심을 두는 모순된 사회의 시선' 때문은 아닐까 싶다.
 
  자신의 외모에 100% 만족하다 할 사람 누가 있을까? 내 모습도 바꿀 수 있다면 장OO 못잖게 조각같이 바꾸고 싶다만 (물론 아프지 않아야 하고, 결과가 좋아야 하고, 후유증없이 좋은 결과를 보장한다면) 의사선생에게 모습을 드러내면 손 댈 곳이 넘쳐 견적조차 나오지 않는다 할 게 뻔해서 진작에 단념한 터. 이 모든 것이 남의 일로만 여겨왔었는데, 지난 달부터 남동생이 성형수술을 할 지도 모르겠다는 소식에 '올 것이 왔다'는 기분이 든다. 이유는 가뜩이나 작은 눈에 말려들어가는 긴 속눈썹때문에 눈동자를 찔러 시력을 손상시키고 있다는 의사의 소견과 함께 '상꺼풀 수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하는 '성형 권하는 진단' 때문이었다. 그래서 좋은 병원은 없는지, 수술을 피하는 처치방법은 없는지 여기저기 묻고 찾던 중 발견한 책이 소개하는 [시크릿 쇼핑]이고, 여기서 속시원한 대답을 찾았다.
 
  
 
  
 
 
 
이 책은 여성 잡지의 에디터와 편집장을 거쳐 스타일&뷰티 큐레이터로서 활약중인 피현정씨가 썼는데 그녀가  어느 케이블 방송에서 <시크릿 쇼핑 파일>이라는 성형수술에 관련된 프로그램을 기획 진행했는데 그 때 새로이 알게된 정보들과 일반인들의 정보부족을 깨닫게 되어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잡지사의 뷰티에디터였던 저자조차도 몰랐던 사실들을 이 책을 통해 배우게 되었다고 고백했을 만큼, 책에서 소개되는 내용들은 내가 전에 귀동냥으로 들었던 것들과는 전혀 다른 것들이 많았고, 난생 처음 들어보는 시술들도 많았다. 특히 수술 전후의 이모저모한 지식들은 놀라운 것들 투성이였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성형 수술을 계획하기 위해 알아야 할 기본적인 원칙과 잘못된 성형 수술을 피하기 위해 명심해야 할 지침들, 그리고 최소한 이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할 성형 수술의 방법과 수술 후 관리, 부작용에 대한 정보들을 성형 수술을 계획하고 있거나 관심을 두고 있는 독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썼다고 말한다. 유명 연예인의 수술사례들을 실명을 거론하며 평하거나, 실제 수술을 집도하는 성형외과 의사들과의 사적인 인터뷰, 그리고 방문에 앞서 주의해야 할 병원등 일반 잡지나 언론에서는 만날 수 없는 생생하고 자세한 사실들을 이 책은 밝히고 있다. 가장 돋보이는 것은 저자의 문장력인데 에디터 출신의 여성저자인 만큼 선후배 동료들에게 설명하듯, 조언하듯 편하게 이야기하며 풀어낸 그녀의 글솜씨가 자칫 성형이라는 의학분야의 딱딱함과 수술이라는 긴장감을 전혀 느낄 수 없게 했다.
 
 
  
 
  
 
 
 
 이 책의 내용은 우선 '성형 천국'인 우리나라의 현주소를 조망하고, 성형 수술에 관련하여 제기되는 여러가지 사회문제들을 되짚어본다. 본격적으로 성형 수술의 설명에 들어가서는 수술을 하기 전에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들이 설명된다. '황금비율 공식으로 완벽한 얼굴 찾기' , '실패한 수술 왜 생기는가?' , '비즈니스맨이 아닌 의사를 선택하라' , ' 병원 광고, 그대로 믿지 마라' 등 제목만 읽어봐도 성형 수술을 예찬하거나, 성형외과 의사를 두둔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인 독자들의 편에 서서 그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려고 노력한 흔적들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된다. 
 
가장 중요하고 궁금한 부분은 바로 ' 내게 맞는 수술은 무엇인가 ?' 일테다. 이 책의 후반에 소개되는 이 부분은 성형 수술의 종류와 수술방법 그리고 수술 후 관리법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 수술의 종류로는 눈 성형, 코 성형, 입술 확대, 주름 제거, 가슴 성형, 복부 지방 제거, 힙 업, 날씬한 다리 성형과 그 밖의 팔, 등, 배꼽, 쇄골, 귓불, 무릎, 보조개등 잘 알려지지 않은 성형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최근 수술 없이 주사를 이용한 간단한 주입만으로 원하는 부위의 볼륨을 줄이거나 늘리는 '쁘띠 성형'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는데, 보톡스, 필러, 미세 지방 이식 등이 주로 소개되고, 고주파 사각턱 축소술, 런치 타임 리포, 이지 리프트, 성형화장품등도 언급된다.
그 밖에 독자들이 성형 수술에 관해 거의 공통적으로 궁금해하는 99가지 궁금증과 그 해답을 모았고, 뷰티 에디터 100명이 추천하는 스타일별 성형외과도 부록으로 실었다. 성형외과 의사와 직접 인터뷰하고 방대한 사실과 자료들을 가지고 있는 매체와 잡지사의 에디터들에게 앙케이트를 받아 그 사실에 근거해 준비한 내용들이어서 그런지 전문의 한 명이 집필한 책보다 훨씬 더 객관적이고 사실적이라는 느낌이 든 것 같다. 무엇보다 여성으로서 스스로 소비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집필한 저자 때문일 것이다.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부분은 성공적인 성형수술에는 그보다 더 중요한 요인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그것은 바로 성형 수술을 왜 해야만 하는지, 해야만 한다면 나에게 정말 필요한 수술은 무엇인지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단지 돈만 있으면 원하는 신체부위를 마음껏 바꿀 수 있다는 일반인들의 생각을 깨우치기 위해 다소 충격적이고, 무섭지까지 하지만 엄연한 사실들을 내용으로하여 성형의 모든 것을 설명해주었다. 이 책은 마치 유행처럼 따라하기식 성형 수술이 만연한 요즘 세태에 경종을 울릴 만하다. 예전엔 이렇게 책으로 소개가 된 적이 없었기에 내가 [시크릿 쇼핑]이라는 제목과 소개글을 을 접했을 때 받은 첫 느낌은  '이젠 성형 수술까지 쇼핑하냐?'라는 냉소적인 시선을 던졌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가족중에 누가 수술을 해야 하는 당장 닥친 현실에서 이 책을 대했을 때 한낱 '편견'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젠 더이상 '성형 수술'이라는 말도 채 끝나기 전에 '하지 말라'고 손사레를 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성형 수술에 대해 생각을 두고 있거나 그런 가족이 있는 사람, 수술을 앞두고 병원이나 시술등 궁금증으로 인해 해야할 지 그만 두어야 할 지를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이 꼭 한 번은 읽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미국의 유명한 성형외과 의사이면서 베스트셀러 작가인 맥스웰 몰츠는 그의 책 성공의 법칙 에서 자신을 찾아와 성형 수술을 하려는 환자의 70%는 실은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매력있고 개성있는 외모를 가진 사람들이었다면서, '멋진 삶을 살고 인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려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외모를 뜯어고치는 외과적 수술 따위가 아니라 ‘정신적인 성형수술’ 이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올바른 성형 수술을 권장함'을 주제로 하는 이 책이 나올 만큼 성형 수술이 사회의 주목과 각광을 한몸에 받는 것은 절대로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이다. 비단 성형 수술 뿐만 아니다. ' 전시展示 행정, 실적중시 외교, 학력위조, 물질만능세태 등' 정치,경제,문화,교육 전반에 걸쳐 비주얼Visual 을 중시하는 우리사회가 추구해야 할 것은 '속이 꽉찬 내실'이다. 그리고 보여야 하는 이들이 '눈가리고 아웅'하는 작태들의 이면에는 보는 자들이 '빨리 보여주기를 바라는 닥달'과 ' 섯부른 판단'이 숨어 있다는 것 또한 알아야 할 것이다. 외모에 의한 순간적인 판단으로 사람을 판단하기는 '매력적인 제품'을 보고 '충동구매'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스스로가 '내실을 기하고, 성숙해지기를 기다리는 은근함'이 요구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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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 계
장아이링 지음, 김은신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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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소설[색色, 계戒] !
 
 


 
하루를 쏟아부어내듯 열중한 그 무엇.
그것이 뭐였었나? 싶은 나날들이 있다.
 
처지와 관계에 얽혀 초심을 잃고,
이루어가지만, 실은 잃어가는...
그것이 눈에 보여 얼른 고치고 되돌리고 싶지만,
이미 그 무엇에 발을 푸욱 담궈버린 나날들이 있다.
 
살아있는 감각은 그것을 알지만...돌이킬 수 없다.
늦.은.때.
 
그래서 나를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싫어질 때,
거울보기가 싫어질 때,
내 눈에 걸려든 또 다른 무언가에 빠져버린다.
그것 또한 아닌 것을 알지만,
어쩔 수 없다며심하게 아주 심하게 빠져버린다.
결국 조각나 파괴될 걸 알면서도 손을 뻗게 된다.
 
중독.
 
주욱 떨어진 수트에 뽀마드를 바른 양조위는
실은 갈 곳 없이 헤매는 목마르고, 허기진, 고독한 늑대가 아니었을까?
 
한 마리 늑대.
 
그의 눈만...
그가 토해내는 숨소리만 뇌리에 남는다.
 
나같아서...
우리같아서...
 
- 지난 해 연말, 영화를 보고 난 후 쓴 리뷰.
 
 
  영화[色색, 戒계] 가 국내에 상영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은 이유는 많았다.
우선 중국의 문호 루쉰魯迅 과 함께 중국현대문학의 최고봉이라 평가되는 장아이링張愛玲 의 작품을 섬세함과 깊이있는 감정묘사로 세계적 거장 반열에 오른 리안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명배우 양조위와 신인 여배우 탕웨이의 출연도 화제를 낳았지만, 파격적인 세 번의 정사신은 실제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영화를 보았는가? 그렇다면 본 그대로다'는 묘한 대답으로 진위를 피했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였다. 최고의 원작과 감독, 그리고 배우가 만난 이 영화는 결국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기까지 한다.

  나 또한 남들과 특히 다를 바 없이 숱한 화제를 낳았던 영화였고, 개인적으로 리 안 감독과 양조위를 좋아해 기꺼이 본 영화였지만, 스크린이 밝아지고 일어서서 머리속에 남았던 것은 양조위의 눈이었다. 그리고 복수를 위해 만난 남자에게서 느끼는 왕치아즈의 애증과 배신으로 그녀를 떠나 보내야 했던 이易 선생의 속내는 어떠했을까 하는 의문은 모든 것을 관객의 판단에 내맡기는 영화의 작위성때문에 그 진심을 알지 못한 채로 남겨둬야 했었다. '나라면 어떠했을까...'
 
 





  그 의문에 대답이라도 하듯 책으로 다가왔다. 장아이링의 책 [色색, 戒계]가 그것이다.
그녀가 책을 발표한 후에도 여러 번 수정을 할 정도로 아꼈던 [해후의 기쁨 相見觀]과 [색, 계 色, 戒], [머나먼 여정] 등과 함께 총 일곱 편의 작품들이 수록된 이 책을 쥐고 가장 먼저 펼쳤던 작품은 단연 [색, 계 色, 戒]였다. 나라를 배신하고 적국의 앞잡이가 되어 '오직 살아남기'만을 위해 발버둥치는 그에게 나타난 왕치아즈. 그는 본능적으로 그녀를 의심하고, 시험하고, 또 관찰했다. 그리고 전쟁상황에서 패색이 짙어가는 일본군들의 두려움을 한 몸으로 느끼며 지쳐있던 그는 그녀만이 자신을 알아 줄 지기知己로 알고 그녀를 유일한 휴식처로 느끼게 된다. 또한 나라의 복수를 위해 이易 선생을 만나게 된 왕치아즈는 그를 만날수록 묘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연애하거나 사랑에 빠져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사랑이 뭔지 알 수 없었던 그녀는 그와 함께 있는 동안 불안하고 초조해진다. 죽여야 한다는 의무감과 그에 대한 알 수 없는 감정은 수면제 없이는 잠을 이루지 못할 만큼 복잡하기만 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되는 곳은 공교롭게도 인도인이 운영하는 '보석가게'였고, 그곳은 둘의 관계에 있어 마지막 장소가 된다.
 
"내가 고른 반지인데...마음에 들어요?"
 
"반지 따위엔 관심없어. 반지를 낀 당신 손이 보고 싶을 뿐이야."
 
조금 서글퍼 보이는 미소였다. 스탠드에 비친 그의 옆모습에서 그녀는 부드러움과 왠지 모를 연민의 기운을 느꼈다. 그의 시선은 아래를 향해 있었는데 그의 속눈썹은 나방의 미색 날개처럼 여윈 그의 두 뺨 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 사람,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구나.'
 
갑자기 몰려든 생각에 뭔가르 잃어버린 듯 심란해진 그녀의 심장이 쿵광거리며 미친듯이 뛰었다.
 
 




 
그녀의 변심으로 살아남은 이易 선생. 그녀를 비롯한 일당을 모두 처결할 것을 지시하고 가정부가 차를 내오자 차를 받친 접시 위에 담뱃재를 털며 생각한다.
 
'그녀는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한 것이었다.
그녀는 그의 평생 유일하게 자신을 사랑한 지기知己였다. 중년 이후에 이런 만남이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었다. (...) 그녀는 죽으며 나를 분명 원망했을 것이다. 하지만 '독하지 않으면 남자가 아니었다.' 자신이 그럼 남자가 아니었으면 그녀 역시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의 침실에 들어와 그녀가 누웠던 침대위에 앉아 아직 구김이 남아 있는 그곳을 쓰다듬던 이易 선생은 10시를 알리는 괘종시계의 종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고 눈을 감는다. 그녀와 일당들의 사살을 명령한 시간이다.
 
'그는 현재 전쟁 국면이 일본에게 점점 불리해져가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자신이 향후 어떻게 될 것인가도 알고 있었다. 지기知己를 한 명 얻었으니 죽어도 여한은 없었다. 그는 그녀의 그림자가 평생 영원도록 자신의 곁에 머무르며 자신을 위로할 것임을 알았다. 그녀가 자신을 원망하고 미워한다고 해도 상관없었고, 마지막 순간 자신에 대한 그녀의 감정이 얼마만큼 강렬했었는지도 상관없었다. 그냥 감정이 있었다는 것으로 족했다. 그들은 원시시대 사냥꾼과 먹잇감의 관계였고, 매국노와 매국노를 위해 결국 앞잡이가 된 관계였으며 가장 마지막에 서로를 점유한 관계였다. 그녀는 살아서는 그의 사람이었고, 죽어서는 그의 귀신이 되었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영화속에서 궁금해 했던 답을 찾아낼 수 있었다. 의심, 믿음, 그리고 배신으로 얼룩져 수많은 이야기를 담았던 이易 선생의 눈, 사상과 선악에 상관없이 살아남기만을 바라야 했던 암울한 시기의 한 남자에게 찾아온 사랑에 대한 감정과 곧 이어진 배신과 이별에 대한 그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내가 이 책에서 얻어야 할 것은 다한 셈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작품들은 더욱 훌륭했다. 극장에서 우연히 만난 두 남녀가 또 다시 만나게 되고 서로 사랑하게 되지만, 저마다 가지고 있는 거부할 수 없는 운명때문에 괴롭게 되는 소설 [못잊어 多少恨]는 1950년대에 완성한 작품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세련된 필체와 심리적 묘사가 어울어져 있었다. 특히 동양인만의 보수적사고와 사랑사이에서 갈등하는 이들의 모습은 장소와 시간만 다를 뿐 아직도 존재하는 우리의 아이러니라고 볼 수 있어 책 속에 빠져들기에 충분했다. 이 밖의 소설들도 중국의 격동하는 근대사 속에서 여성들이 겪는 사랑과 연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작품 속 주인공 한 명 한 명에게 애정을 놓칠 수 없었다.
 
화려한 이력만큼이나 훌륭한 작품을 써내려간 장아이링의 면모가 유감없이 발휘책 책이었다. 그녀를 통해 중국 근대사 속 여성들을 살펴 볼 수 있었고, 비슷한 시기와 상황을 겪은 우리네 여성들을 짐작하게 했다. 남성보다는 여성을 위해 만들어진 책인 듯. 여성들이 읽는다면 내가 해석한 [색, 계 色, 戒]와는 또 다른 관점으로 비춰지리라 생각된다. 일곱 편이 하나처럼 잘 엮어진 멋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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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마음대로 살아라 - 자유 사용설명서
톰 디즈브로크 지음, 김영민 옮김 / 도솔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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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도 벅찬데 쓰기까지 하라고? 난 당신의 자유를 안배울련다. 
 
 저자는 삼십대 중반의 어느날 한 가지 의문에 사로잡힌다.'지금 아니면 또 언제 할 수 있겠어?' 
그리고 대답한다. '그렇다. 바로 지금이다.' 그는 꿈꿔 온 인도 여행을 감행하였고, 지금껏 순전히 혼자 힘으로 인생, 직업, 부부생활 코치와 심리치료사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책도 저자가 카운셀링한 케이스들을 모아 '자유'에 대해 설명하고, 그것을 누리는 방법을 소개한 책이다.
 
 난 무엇인가 생각하거나 행동하기에 앞서 스스로 제약을 둔다. '이런 저런 것을 하기엔 시간이 없다. 아니 아깝다. 차라리 OOO를 하는 편이 더 나을지 모르겠다. 아니다. 이러기에는 OO을 해야 하기 때문에....' 스스로에게는 신중하다고 표현하기를 좋아하지만, 자신은 속일 수 없는 법. 소심한 구석이 없잖아 있고, 일이 그르쳐졌을 때 느낄 상실감이나 실망이 싫어 판단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대학때만 해도 저지르고 보는 편이었는데, 예를 들어 ['정말 마음에 드는 아가씨'를 만난다면 어떻게 할까?] 라는 주제를 놓고 친구들과 공방을 할 때 내 대답은 항상 '뺨 한대를 맞더라도 말을 걸어볼테다. 그래서 잠자리에 누워 '아깝다. 말을 걸었어야 했는데...'라는 후회는 하지 않겠다'고 서슴없이 대답하고 행동했었는데, 졸업을 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이목을 두려워하는 '창피'을 알게 되면서, 그리고 무엇인가에 얽매여 있다는 것을 항상 의식하게 된 이후론 변한 것 같다. '뭐, 이게 바로 늙는 것 아니겠어? 내가 애야?'라고 애써 자위하지만, 한편으론 아직도 정신못차리고 저질르고 보는 '꼴통친구' 녀석이 부럽기만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지금껏 느꼈던 [어른스러움]은 결코 그 단어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must be...]라는 의미와 책임만이 강조된 현실에 얽매인 이후엔 오히려 그것이 없으면 불안해서 찾게 되는 자승자박縛 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알았다. 아닐 수도 있다는 [may be...]나 안될건 뭐냐는 [why not...] 의 가능성을 스스로 저버린 채 그것을 그리워 했던 것 같다. 이 책에서 자유의 회복과 사용의 전제는 '행동우선'이 아니라 스스로의 '사고思考우선' 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나를 가장 강하게 옭아맨 포승줄은 나 스스로가 만들어낸 '단념'이라는 사고의 단절임을 깨닿게 되었다. 나이와 체면과 자리를 의식하고, 주위의 평판을 두려워해 스스로에게 통제했던 일들을 생각하게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행동적 사고적 습관을 버리고 뜻한 바대로 나아갈 것을 다짐했다.
 
그럼에도 고백하건데 이 책을 읽기를 선택하기 전에 자세히 들춰보지 않았다. 그것이 큰 실수였다.신선한 제목과 부제, 그리고 저자가 독일인이어서 이 책을 선택했다. 아마도 이 책의 저자가 내국인이었다면 난 선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왜나햐면 나와 별 차이가 없을 거란 생각을 했을테니까. 내가 배우고 싶었던 것은 합리주의적 사고방식에 개인주의적 행동방식을 가진 외국인들이 느끼는 자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들이 추구하고 느끼는 자유에 대한 생각은 어떤지를 공유하고 싶었다. 그래서 대화체의 평이한 문장이어서 서로 대화를 주고 받았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좀 달랐다. 내가 가장 읽기 불편해 하는 것중 하나가 덩그라니 박스를 던져놓고 내 생각을 쓰라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답을 찾아서 다음 장으로 따라오라는 형식의 책이었다. 원래 지시받기를 싫어하는 기질이 있는 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이런 책을 읽을 때면 난감하다. 특히 쓰지 않고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데는 빈정까지 상한다. '그래? 그럼 관두지, 뭐.'
 
이 책이 자유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해주고, 지금껏 가졌던 생각에 변화를 준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느낀 바도 없잖지만, 책의 저자가 시키는 대로 빈칸을 채우지 못해 그가 전달하고자 했던 이 책의 전부는 소화하지 못했다. 아니 안했다고 봐야겠다. 자유를 설명한 것이 아니라, 자유찾기를 훈련시킨 격이어서 제목도 틀린 것 아닌가하는 의문도 들게 한다. 배움은 주지만, 시키는 대로 노력해야 그것을 얻을 수 있는 책. 그래서 난 제대로 읽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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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기적
틱낫한 지음, 오다 마유미 그림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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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오늘의 하늘 색을 기억하나요? 하늘을 보긴 했나요? 
 
지난 해 성탄즈음 이었다. 새로 산 노트북 덕분에 침대 위에서 워드 작업과 인터넷 서핑이 가능하게 되면서 밤을 잊은 채 그것에 매달린 덕에 자세가 틀어졌다. 척추에 이상이 생겨 왼쪽 다리가 저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이유를 모른 채 '곧 사라지겠지..' 하고 안일하게 생각했다가 더 심해져 통증을 동반했다. 그 후부터 일반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졌다. 한쪽 다리가 불편하니 걷기도 힘들었고, 그 좋아하던 산책도 싫어졌다. 다리쪽 통증에 온 신경이 가서 두통이 생기고 덕분에 인상은 쭈그러진 걸레처럼 구겨진 채 펴지지를 못했다. 생전 특별히 아픈 적이 없다가 당한 것이라 '황망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어이가 없었다. 편히 잠도 자지 못하고, 일도 하지 못하고,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못했다. '총체적 난국', 연말부터 석 달간 내 상황이 그랬다.
 
다행히 침술에 능하다는 한의사를 만나게 되었고, 꾸준히 침술과 약을 복용하면서 운동을 겸해 조금씩 나아지더니 이젠 자세를 불편하게 하지 않으면 거의 모를 만큼 낫게 되었다. 신체의 일부가 고통을 당해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데, 잃었거나 상해거든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은 것은 거의 다 나아가서였다. 그리고 건강한 육신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 감사함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모두 나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아팠을 때 못했던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졌다. '아~ 마음껏 보폭을 넓히고 절뚝거리지 않고 걷는 것이 큰 복이구나'. 아프고 난 후 이를 깨우치게 된 것이다. 세상에 모든 것이 당연當然 한 것은 없다. 원인이 있어서 결과가 있음이다. 술을 많이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스트레스를 부르니 몸에 병이 생긴다. 짜증을 내니 리액션이 좋을리 없고, 화를 내니 다투게 되는 것이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은 나에게서 비롯함인 것이다.  
 
베트남의 선승이자 시인이며 전 세계인의 정신적 지도자로 여겨지는 틱낫한 스님이 저술하신 이 책 [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기적]은 깨어있는 상태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는 게송偈頌 즉, 일상새활에서 암송할 수 있는 짧은 싯귀를 모아놓은 책이다. 선불교 전통의 핵심적인 부분이기도 한 이 게송은 명상 훈련임과 동시에 시적 훈련이기도 하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 일어나면서 행하는 모든 동작들과 음식을 먹을 때, 그리고 일상적 활동을 하면서 하는 게송등 모두 53 개의 짧은 싯구와 해설이 담겨 있다. 읽기 편하게 쓰여진 게송들을 읽다가 보면 나의 하루를 더듬게 된다. '하루에 몇 번 하늘을 봤는가? 그리고 얼마나 숨을 쉬었을까? 얼마나 땅을 내딛고 걸었으며, 얼마나 많은 물을 마시고, 화장실을 몇 번 갔었는가?' 모두 자세히 기억나지 않았다. 하루동안 살면서 스스로가 했던 행동을 몰랐던 것이다. 모든 것이 무의식적으로, 생존의 습관적으로 행했던 것인데 이것들을 의식하면서 그 속에 자연의 섭리와 베풂이 담겨 있음을 깨닫고 그것에 감사하게 되었다. 제목 그대로 [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기적]임을 알 게 된다.
 
이 책은 종교에 상관없이 명상하고자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시도하고 외울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인이 의식적으로 그것을 외우기는 명상에 참여하는 것만큼 쉽지는 않았다. 오히려 아팠을 때를 생각하면서 읽음으로써 그 싯구와 순간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생각해 보건데 일상생활에 지쳤거나, 병중이거나, 스스로를 달래려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지 싶다. 게송 아래 틱낫한 스님의 해설은 작지만 큰 깨달음을 전달해 줄 것이다. 잠시의 순간이지만 평온해진 마음이 말해주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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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광고로 세상을 움직였다 - 데이비드 오길비의 비즈니스 철학과 경영 이야기 다산 비즈니스 클래식 2
데이비드 오길비 지음, 강두필 옮김 / 다산북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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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모든 비즈니스맨들에게 꼭 읽혀야 할 광고계의 천재 '오길비'의 이야기!
 
 
"신문광고 심상치 않다"
전년 동기比 10% 가까이 하락... 하반기도 호전 기미 안보여
 
 지난 6월 4일자 신문에 나온 기사의 헤드라인이다.
전체적인 내용은 신문 광고시장이 지난달부터 하강기로 치닫고 있는데, 연일 치솟고 있는 유가에다, 원자재 가격 폭등까지 겹치면서 신문광고 매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고, 더구나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이 정해지지 않으면서 기업들이 신규투자를 망설이기 때문에 당분간 이 같은 기류는 지속될 전망이라는 내용이다. 주요신문들의 광고매출액의 경우 전년 동기대비 10%안팎으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같은 수치는 거의 외환위기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신문뿐만 아니라 방송도 사정은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신문관계자는 말하는데, 이 같은 광고매출 악화는 내수경기가 침체되면서 기업들이 광고 집행을 줄이는 게 가장 큰 원인이라는 내용이었다.
 
  책 리뷰를 쓰는데 뜬금없이 신문광고 기사를 인용하냐고 의문을 가질 지 모르겠지만, 내가 광고에 관심을 놓지 않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시중경기를 한눈에 알려거든 신문광고를 살펴보라"는 금언은 부자들이 신문을 찾는 10가지 이유 중에 항상 들어가는 내용이다. 즉, 경기가 호황이면 지면의 반 이상이 광고로 가득차고, 경기가 위축될 기미가 보이면 기업들은 가장 먼저 광고비 집행부터 줄인다. 또한 휴대폰 업계의 양대산맥이 광고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것처럼 산업 내 경쟁이 치열할 때도 광고가 넘치고, 아파트 상가 분양광고가 넘칠 때는 부동산시장이 호황을 이루는 시기라고 보면 된다. 증권도 예외가 아니다. 신문 1면에 아이들 들쳐업은 주부가 객장에 나와 있는 사진이 나오면 '증시가 꼭지에 올랐다, 하강을 대비하라'는 경고라고 본다고 하듯이, 증권사 광고에 유명 연예인이 등장하면 증권사 경기가 꼭지에 올랐다'는 말이 있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러다고 근거가 전혀 없는 말도 아니다. 상승을 지속해 꼭지를 찍으면 다시 주가는 하락하게 마련이어서 광고가 넘쳐나는 시기가 '꼭지'라고 보면 고두 주가가 떨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로 해석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처럼 광고 속에는 시장경기가 숨어 있다. 그리고 시대상과 문화가 녹아 있다. 흔히 "광고는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광고는 시대의 흐름을 짚는데 효과적이다.
 
우는 아이를 그치게 하는 데는 옛날에는 곳감이 최고라고 하지만, 지금은 텔레비젼 광고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어디 울음만 그치는가? 순간 순간 바뀌는 화면에 넋을 놓고 방긋 웃는가 하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한다. 어디 아이에게만 국한될까? 유명연예인의 이름을 딴 휴대폰이 유행이 되는가 하면 광고속 음악이나 '아들아~~~'같은 멘트들을 어른들의 입에서 듣기까지 한다. 그리고 웃으며 항상 이렇게 생각한다. "도대체 이런 기발한 걸 누가 만들었는지 몰라?" 예측할 수 없는 국내경기를 보다 잘 살피기 위해, 그리고 소비자의 관심을 좀 더 잘 알기 위해 광고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고, 이 책 [나는 광고로 세상을 움직였다] 를 읽게 된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이 책은 20세기 산업혁명 주도자 중 마지막 생존자로 광고계를 휩쓸었고, '현대 광고계의 아버지’라 불리는 데이비드 오길비David Ogilvy 1962년 여름휴가에 집필한 책으로, 전 세계 14개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200만 부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 [Confessions of an Advertising Man]을 완역한 것이다. 1990년대에 [어느 광고인의 고백] 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서 출간된 적도 있지만, 오길비의 자전적 메시지가 빠져 있어 많은 광고인과 비즈니스맨들은 원서에서 남은 부분을 번역한 해적본들을 보물처럼 소장하고 있었던 것을 이번에 처음으로 완역해서 출간되었다는데 뜻이 깊다고 하겠다.
아는 사람만 아는 그의 이름은 홍보업계에서는 전설적인 인물로, 많은 마케팅 서적에는 그의 어록이 인용될 정도이고, 지금도 광고인들에게는 이 책과 더불어 또 다른 그의 저서 [광고 불변의 법칙Ogilvy on Advertising]과 함께 '광고계의 바이블'로 통하는 책이다.
 
  38살의 실업자이고, 스코틀랜드인(그당시 스코틀랜드인이 영국에서 직장을 잡기는 재일교포가 일본에서 공문원하는 것보다 어려웠다)에, 대학까지 중퇴했으며, 마케팅도 모르고, 카피도 써본 적이 없던 그가 런던의 한 광고대행사에 취직하고 3년 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카피라이터로 성공하고, 자신의 회사 오길비 앤 매더Ogilvy & Mather 를 설립한 후 14년 만에 세계에서 열 번째로 큰 광고대행사로 만든 1963년에 발간되었다. 그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첫째 자신의 회사에 새로운 클라이언트를 유치하기 위해서 였고, 두 번째는 주식의 일반 공개 조건을 조정하기 위해서 였고, 세 번재는 광고 업계에 자신의 존재를 좀 더 확실히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개정판에 부치는 저자의 서문에서 솔직히 밝혔다. 
4천 부 권 정도 팔릴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의 예상과 달리 이렇게 '광고계의 바이블'로 지금도 비즈니스맨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오길비에 의해 고안된 '매직 랜턴'이라는 지침(이 책에서는 Ogilvy-ism, 1-11로 대체된다) 즉, [오길비의 비즈니스 철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의 다섯 가지 유형], [ 마케팅 글쓰기 원칙], [창조적 리더의 조건], [ 성공 캠페인을 위한 지침], [카피라이팅에 대하여], [오길비의 명언], [오길비의 유언]등 주옥같은 오길비의 충고때문인데 광고를 포함한 첨예한 비즈니스 현장에서 사람들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을 다루고 있어 세월을 넘어 지금까지 그의 충고는 유효하며 그보다 월등한 것을 찾지 못한다는 데 있다.
 
  광고인을 천직으로 여기는 그는 크리에이티브(광고인)가 갖추어야 할 자세에 대해 "클라이언트(광고를 의뢰한 기업)에게 하는 제안은 우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클라이언트의 회사를 경영한다는 가정 하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세일즈맨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자신이 만든 것을 팔지 못하는 창의적인 사고는 아무 의미가 없다. 훌륭한 세일즈맨이 좋은 제품을 소개하기 전까지 경영진은 그것이 얼마나 좋은 물건인지 알지 못한다" 고 말했다. 또한 "나는 항상 클라이언트의 제품을 사용한다"클라이언트에 대한 예의를 논했고, "당신의 가족이 읽지 않았으면 하는 광고는 만들지 마라. 당신은 당신 부인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 내 부인에게도 거짓말 하지 마라. 즉 남의 부인에게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말이다" 소비자에게 거짓없는 진실된 광고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카피라이터로서 세상을 흔들었던 그의 카피보다 광고인으로서 그리고 기업인으로서 가지고 있는 그의 비즈니스 마인드가 마음을 흔들었다. 그리고 클라이언트의 제품과 소비자의 지갑 사이를 이어주는 크리에이티브로서의 넘치는 그의 자존감과 자신감은 모든 비즈니스맨이 갖추어야 할 사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그가 생각하는 최고의 광고"소비자가 광고를 보고 그 광고가 잘 되었다는 말을 듣고 작품으로서 상을 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광고를 보고 난 후  전에는 그런 사실을 몰랐는데 그 상품을 한 번 써 봐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하는 광고" 라고 말했다. 광고 자체로서의 흥행이 제품의 매출실적에 영향은 미치겠지만, 어디에 중점을 두는 지 소비자인 내가 그것을 잘 모를 때가 종종 있었다.  시각적 즐거움만 쫓다 유치하기 짝이 없는 광고가 아니라  제품의 사실성과 아울러 신선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매력적인 광고가 되어야 한다는 그의 말에 귀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광고가 경제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깊은 지를 더욱 깊이 알게 되었고, 30초의 짧은 광고가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복잡한 관계가 엮여지는지 그리고 훌륭한 한 편의 광고가 나오기까지 그들의 땀과 노력이 얼마나 투여되는 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앞으로 광고를 볼 때 마다 데이비드 오길비라는 이름과 그의 말이 기억될 것 같다. 매력적인 그를 좀 더 알기 위해 그의 다른 책 [광고 불변의 법칙Ogilvy on Advertising]도 찾아 읽어야 겠다. 이 책은 광고인 뿐 아니라 기업과 소비자, 그리고 비즈니스에 관련된 모든 경제인들, 광고를 즐기고 관심있어 하는 이들에게 꼭 읽혀야 할 최고의 책이다. 이런 책을 만날 때 정말 책을 읽는 보람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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