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렌 버핏, 부의 진실을 말하다 - 워렌 버핏의 '말'을 통해 보는 삶의 지혜와 성공 투자 전략
자넷 로위 지음, 김기준 옮김 / 크레듀(credu)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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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현명한 인생과 투자를 위한 워렌 버핏의 촌철살인적 조언!
 
  올해도 어김없이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 최고경영자 워렌 버핏(Warren Buffet)과의 파워 런치를 경매로 낙찰받을 수 있는 행사가 열렸다. 올해 경매 입찰은 6월 22일 오후 7시(미 태평양 일광시) 개시되어 6월 27일 오후 7시 종료되며, 매년 이베이(eBay)에 등재되는 연례 워렌 버핏 런치 자선경매(Annual Warren Buffet Lunch Charity Auction) 수익금은 샌프란시스코의 글라이드 재단에 돌아간다. 지난해 낙찰자의 입찰 금액은 65만 달러가 넘었다. 지난해 낙찰자인 모니시 파브라이(Mohnish Pabrai), 하리나 카푸르(Harina Kapoor), 가이 스피어(Guy Spier)는 버핏과의 점심식사에 65만 100 달러를 지불했다. 올해 낙찰자는 자신 외 7명과 식사에 동행할 수 있다. 초기 입찰가는 2만 5000달러이며, 점심식사는 이베이의 기빙웍스(Giving Works)를 통해 등재되며, 뉴욕타임즈 지가 ‘모든 말다툼을 잠재우는 스테이크 요리점’이라 표현한 바 있는 스미스 앤 월렌스키(Smith & Wollensky) 뉴욕시 지점이 식사자리 제공을 맡았다고 한다.
 
온 세상의 부자들이 우리돈으로 65만 달러가 넘는 돈을 쏟아부어가며 왜 그와 점심식사를 하려고 하는 걸까?
 
  그를 두고 [금융계의 포레스트 검프], [ 오마하의 현인賢人], [성(St.) 워렌 버핏] 이라는 별명을 붙여가며 그에게 세계가 관심을 갖는 이유는 겉보기엔 우선 그가 '세계 제일의 부자'라는 것과 현대 미국 사회의 영웅이자 성인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자신의 전 재산의 85%인 370억달러를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기부하기로 약속하면서 그의 명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버핏은 게이츠 재단과 다른 자선단체에 보낸 편지에서 이번 기부 약속이 “파기할 수 없는 약속”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세상의 모든 투자자의 로망이자 모델이 되고 있는 그를 쫓아 많은 책들이 그의 성격과 철학, 그리고 실체를 파악하려고 시도해 왔다. 나 또한 그의 이름을 쫓아 다섯 권째 책을 붙잡고 있는데, 그 수를 더할수록 그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소개하는 이 책 또한 그에 관한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인데, 그의 또 다른 진면목을 발견하게 되었다. 제목은 [워렌 버핏, 부의 진실을 말하다]이고, 원제목은 Warren Buffett Speaks (REV UPD, Hardcover) - Wit and Wisdom from the World's Greatest Investor 이다.
 
  저자가 직접 그와 한 여러 번의 인터뷰(그는 얼마의 돈이 들었을지 궁금한 부분이다)와 버핏의 어록을 모아 크게 [워렌 버핏이 들려주는 삶의 지혜][워렌 버핏의 위대한 투자 원칙]이라고 나누고, 이를 다시 인생, 친구, 가족, 일, 경영에 대한 진실과 성공투자를 위한 진실 그리고 기부에 대한 진실로 구분하여 콜라주 형식으로 구성한 책이다. 그의 어록부분에는 따로 색을 입혀 대화체로 그래로 옮겼고, 저자가 다시 그에 대해 부연설명하는 형식으로 이 책은 진행되는데, 전혀 딱딱하지 않고 생생해 마치 그와 점심식사(자그만치 6억짜리 점심식사)를 하면서 듣는 듯 현장감을 느끼게 된다. 특히 항상 책을 즐기는 그인 만큼 그의 입에서 쏟아지는 말들은 '말씀'처럼 들리는데, 직유와 은유가 결합된 위트있고 유머러스한 표현들로 가득하다(아마도 그가 죽는다면 서양의 문수보살薩 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그가 전하는 삶의 지혜 중에서 돈이 많은 그를 부러워 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내 삶을 내가 번 돈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은 어떠할지 모르지만 난 분명히 그렇게 하지 않는다. 때때로 돈은 어느 정도 까지는 흥미롭고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당신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거나 얼마나 건강할 수 있는 가는 돈이 많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우리나이로 79세인 그가 사랑과 건강을 구걸하기 위해 돈을 번다고 하면 오히려 우스운 일일 것이다. 그는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투자원칙에 따라 계속 승부를 하는 승부사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그는 정직을 강조하면서 "명성을 얻는 데는 20년이란 긴 세월이 걸리지만, 명성을 잃는 데는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라고 충고한다.
수십 년 동안 그에게 투자하고 있는 투자자들이 어느 곳에 얼마나 투자할 지도 모르는 채 매 년 한 번의 주주총회에서 발표되는 연례 보고서를 신뢰하는 이유는 그가 정직하기 때문이다. 생황에 있어서 검소함을 살펴보면  "그의 피는 아마도 체리맛 코카 콜라일 것이다."라고 이야기될 만큼 코카 콜라를 좋아하는데, 그가 체리맛 코카 콜라를 좋아할 뿐 아니라, 그 콜라가 8병 팔리면 한 병은 자신의 몫으로 돌아올 만큼 많은 돈을 투자하기도 했다. 그는 콜라와 햄버거의 점심식사를 즐기고, 2001년식 중고 링컨 타운카를 손수 몰고 다닌다. 버핏은 평소 12달러짜리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고 20달러가 안되는 스테이크를 즐겨 먹으며, 1958년에 구입한 3만1000달러(약 2970만원)짜리 집에 살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워렌 버핏은 우정에 대해 "나는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한 여성에게 그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그녀는 '그들이 나를 숨겨줄 수 있는 친구인가?'가 판단 기준이었다고 말했다."고 정의했다.
 
  워런 버핏의 ‘현명함’은 그의 직업적 성취를 떼어놓고 말할 수 없다. 성공적인 투자회사 운영자로서, ‘가치 투자의 귀재’로 일컬어진다. 가치 투자란 단기적 시세차익을 무시하고 기업의 내재가치와 성장률에 주목해 우량기업의 주식을 사서 수십년간 보유하는 투자방식이다. “돈을 벌기 위한 첫째 원칙은 절대 돈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둘째 원칙은 이 첫째 원칙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그의 가장 첫 번째 투자 원칙이다. 또한 그는 투자자들이 증시에서 도박을 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일 뿐더러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면서 "우리는 더 이상 증시에서 도박을 하는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또한 그렇게 하도록 부추기는 증권 거래인도 필요없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기업에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투자하는 사람들과 그러한 투자를 권장하는 조언자들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변덕스러운 도박 자금이 아니라 이성적이고 현명한 투자 자본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스승인 벤자민 그레이엄이 쓴 책제목인 [현명한 투자자]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 책 속의 워렌 버핏에게서 찾을 수 있는 것은 '특별한 재능이나 투자비법'이 그에게 엄청난 부를 안겨준 것이 아니라 투자자의 한사람으로서 자신이 생각하는 신념을 믿고 끝까지 버틸 수 있는 자신감과 인내심, 그리고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검소한 생활과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풍부한 교양이 그를 세계 최고의 부자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열 한 살에 처음 투자를 시작한 그인 만큼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의 주주총회에서는 어린 투자자의 질문을 받아 곤혹을 치루기도 한다. 하지만 욕설과 주먹이 난무하는 우리의 그것과는 달리 진실된 보고서 발표와 투자자들의 아낌없는 신뢰를 확인하는 축제의 장이 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주머니가 넉넉한 워렌 버핏이 아니라 마음이 넉넉한 진짜 부자 워렌 버핏을 만날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기피하는 회사에 어떤 확신을 갖고 투자하는 지 묻는 질문에 "나는 그 어떤 것보다 내 눈을 믿는다. 그 밖에 다른 것은 믿지 않는다."는 그의 신념에 찬 대답이 풍랑이 이는 듯한 우리의 시황에 임하는 투자자들에게 하는 말 같아 가슴에 와 닿는다. 인생과 투자에 있어서 절대로 잊어서는 안될 촌철살인의 금언들이 워렌 버핏의 위트와 유머에 가득 담겨 있는 책이었다. 투자자들이라면 절대로 놓쳐서는 안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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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으로 걸어가 행복하라 - 틱낫한이 전하는 마음챙김의 지혜
틱낫한 지음, 김승환 옮김 / 마음터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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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불교의 오계五戒 를 [현대인의 시각]으로 풀어낸 틱낫한 스님의 책! 
 
  내가 틱낫한 스님을 처음 만나게 된 것은 그 분의 책[화anger] 를 통해서였다.
이 책에서 그분은 함부로 떼어낼 수 없는 신체장기처럼 화도 우리의 일부이므로 억지로 참거나 제거하려 애쓸 필요가 없다고, 오히려 화를 울고 있는 아기라고 생각하고 보듬고 달래라고 충고하고 조언하셨다. '마음의 상처에서 생겨 끝내 습관이 되고 마는' 이 화는 '마음의 씨앗'이므로 이를 인정하고 찬찬히 들여다보고 결국 다스릴 수 있는 '마음 밭 갈기'로 풀어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떠한 자극에도 감정의 동요를 받지 않고 늘 평상심을 유지하는 방법을 책 [화anger]에서 말씀해 주셨다. IMF 외환위기를 가까스러 뛰어넘은 후 미쳐 추스리지 못했던 우리들의 [울화]를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조언해 준 좋은 책으로 기억한다. 그 후부터 기회가 되면 그분의 책을 [산사]로 삼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으로 마련하려고 노력했다.
 
이 책 [마음속으로 걸어가 행복하라]는 2,500 년전, 부처가 세속의 제자들에게 완전하고 평화롭고 행복한 삶의 길잡이가 되어줄 오계五戒 즉, 불교도이면 재가자나 출가자() 모두가 지켜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생활규범을 틱낫한 스님의 시선으로 현대에 맞게 잘 풀이해 놓은 책이다. 살생하지 말라[],  도둑질 하지 말라[],  음행을 하지 말라[],  거짓말을 하지 말라[],  술을 마시지 말라[] 의 오계를 지켜나감을 [정념수행]이라고 해서 스스로를 아끼고, 상대를 아끼고, 인생을 아낀다면 이 다섯 가지 정념 수행을 실천에 옮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스님은 말씀하신다.
 
살생하지 말라[]의 계를 나타내는 '생명존중'은 스스로 살생하지 않는 것을 포함해 살생을 묵과하지 않도록 결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한다. 부처는 마음이 곧 모든 행동의 근원이기에 마음으로 살생을 저지르는 일이야말고 가장 위험하므로 혼란과 절망, 분노와 증오가 발생하는 상황을 만나거든 그 상황의 원인을 찾아내는 통찰력을 키워 그 본질을 찾아 이해하라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내면의 평화를 찾기 위해 [명상식 호흡법]을 설명했는데, 당황스러운 상황에 봉착할 때마다 하던 일을 멈추고 말을 삼가고, 들숨과 날숨을 반복하면서 그 호흡에 집중하고, 그래도 진정이 안되면 천천히 걸으면서 호흡에 정신을 집중시키는 걷기 명상을 시도하는 방법이 좋다고 했다. 화가 나거든 바로 대답하지 말고 큰 숨을 하나로 두고 열을 쉰 후에 답하라는 어느 처세관련서의 말이 떠오르는 대목이었다.
 
도둑질 하지 말라[]의 계를 설명하는 [관용]은 두 번째 정념 수행으로 절도와 착취, 압제를 대신해 관용을 실천하라고 말씀하셨다. 불교에서는 물질적 축복, 스스로의 의지로 자립할 기술을 터득할 수 있는 능력, 담대함이라는 세 가지 선물이 있는데, 그 중 담대함은 질병과 외로움, 그리고 죽음에 대한 공포심을 느끼는 우리 인간들이 파멸에 이르지 않도록 돕기 위해 마음을 나누는 좋은 선물이다. 그래서 우리가 누군가를 안심시키고 삶과 죽음과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줄 수 있다면 [담대함]을 선물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음행을 하지 말라[]의 계를 설명하는 [성적性的 책임]은 세 번째 정념 수행으로 상대방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담긴 사랑을 통한 관계를 유지할 것을 권유하셨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랑의 본질을 올바로 이해하여 감정을 바로 보고 얕은 감정에 속지 않는 지혜를 익혀야 함을 강조하셨다. 다시 말해 다른 사람을 사랑하거나 흠모한다고 느끼는 것은 사실으 스스로의 이기적인 욕구를 충족싴미기 위한 감정의 유희인 만큼 그런 상황은 상대방으로부터 따뜻한 보호와 관심이 필요한 시기라는 것을 깨닫거나 그것을 보호해줘야 욕망의 대상으로 여겨지지 않는다고 전한다.
 
거짓말을 하지 말라[]의 계를 설명하는 [깊은 경청과 사랑의 말]은 네 번째 정념 수행으로 우리는 말을 조심하는 세심한 배려만으로도 다른 이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고, 자애의 마음으로 타인의 말에 구의를 기울이는 이른 관용을 실천하는 길이라고 전한다. 그래서 일상에서 상대방에게서 듣는 생각과 배려 없는 말로 인해 상처를 받거든 '당신의 말이 상처가 된다. 이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는 표현을 확실히 해서 상대에게 알림으로 더 이상 듣기를 거부한다는 것도 알리고, 스스로에게도 앙금으로 남겨지지 않도록 하라고 충고하신다. 그리고 진지하고 충실한 태도로 대화에 응하고, 상대방의 말을 들을 때는 그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경청하는 자세가 이 네 번째 정념 수행을 실천하는 길이라고 전한다. 보살 수행이기도 한 이 정념 수행은 도움을 얻기도 하지만, 도움을 주어야 하는 것으로 이 숭행으로 사람들에게 평화와 이해, 그리고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말해주셨다.
 
술을 마시지 말라[]의 계를 설명하는 [정념 사회를 위한 소비]는 마지막 정념 수행으로 이것은 건강과 치유에 대한 수련이다. 즉 음식을 잘 씹어 삼킴으로 음식의 본질을 느끼면서 먹는 것과 흡연과 음주로부터 멀어지는 것을 말하는데, 특히 외로움을 많이 타는 현대인들은 이 [외로움의 허기]로 인해 과식을 하거나 흡연과 음주의 중독에 물들게 된다면서 스스로의 육체와 의식을 깊이 성찰하여 그것들을 확인하고, 물을 많이 마시고, 마사지로 혈액순환을 도와 독소를 몰아내고, 신선하고 깨끗한 공기를 마셔 그 독소들을 몰아내라고 말하신다. 육체와 의식의 식이요법을 대표하는 이 다섯 번째 정념 수행은 영양이 많고 상쾌하고 치유의 힘이 있는 대상을 가까이 하고 흡수하는 기술을 배워 균형을 되찾고 우리 안에 이미 자리 잡고 있는 고통의 외로움을 변하게 하는 길이라고 말씀하신다.
 
윤리시간에 들어봤음직한 불교의 오계는 길지 않은 다섯 가지의 계율로만 이해했었다. 다시 말해 스님이나 불자들이 해서는 안될 것들을 모아놓은 것으로만 기억했던 것이다. 하지만 틱낫한 스님은 오계를 풀이하면서 이것들을 지켜야 하는 이유는 완전하고 평화롭고 행복한 삶의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라고 전한다. 모든 것들은 고개를 돌려 보듯 생각을 고쳐서 바라보면 지킬 수 있는 것들이었음을 알게 된다. [마음을 어디에 두는가?]에 따라 세상은 어두울 수도 밝아질 수도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가장 내 주목을 끈 것은 부록에 실린 [정념에 다가서는 열 가지 물음]인데, 현대인들이 불가의 오계를 지키는데 겪게 되는 문제점과 의문에 대해 잘 설명해 놓았다.
생명존중의 정념 수행을 설명하는 중에 '식물을 꺾고, 삶아서 먹는 것도 살생이 아닌가?' 하는 현대인의 질문에 틱낫한 스님은 [누구도 완전한 비폭력의 화신이 될 수는 없다]고 말하시며 [채식주의]를 신천함으로써 비폭력의 방향성을 가지게 되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대답하셨고, 술을 마시지 말라는 정념 수행에서는 '포도주 한 잔 정도는 몸에도 좋다고 하지 않은가?'라고 물은 현대인의 질문에 첫번째 잔을 들지 않으면 두 번째나 세 번째 잔도 들이키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중독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인간의 미련과 술권하는 사회의 유혹에 대한 명쾌한 답이 아닐 수 없었다.
 
산사를 찾아가 며칠간 법회를 듣고 온 듯 마음이 차분해지고 머리가 맑아짐을 느낀다. 하지말라는 터부가 아니라 이들을 금함으로써 얻게 되는 행복감을 알게 되었다. 잠시나마 마음의 위안을 찾게 되었고, 그 마음을 오래도록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틱낫한 스님의 말씀은 높은 곳에서 내려온다기 보다는 옆에서 들리는 듯 하다. 불편하지 않고, 부담스럽지 않다. 그 분을 책으로 찾고 만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인 듯 하다. 같이 공존하는 듯 한 분, 이것이 그 분을 큰스님이라고 불리는 이유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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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걱정 없는 노후 30년 - 2010년 증보판 돈 걱정 없는 노후 30년 1
고득성.정성진.최병희 지음 / 다산북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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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마지막을 '구립 양로시설'에서 보내고 싶지 않다면, 이 책을 읽어라!
 
  스촨성 대지진등 작금에 일어나고 있는 큰 자연재해와 더불어 우리 식생활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소고기 수입문제로 하루를 살기도 바쁜 우리들에게 미래에 대해 수심을 드리우게 하더니 어쩌면 그들보다 더 심각하게 미래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 나왔다. [돈 걱정없는 노후 30년]이 그것인데, 현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어른들의 미래를 내다봄으로써 오늘의 가계를 어떻게 꾸려나가고 미래를 준비해야 할 지를 조망한 책이다.
 
한 은행의 PB업무의 팀장 세 명으로 구성된 전문가들이 둘째 아이의 탄생을 목전에 둔 35세의 평범하고 젊은 직장인 가장, 김민석의 이야기를 빌어 우리나라 가장들이 얼마나 노후대책에 대해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는지 그 실상과 심각성을 알리고, 곧 체감할 현실이 될 미래가 얼마나 어두울 지를 알려줌으로써 지금부터 그 미래를 대비하라는 경고에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말한다.
 
  대기업의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직장인이자 이제 곧 태어날 둘째의 아버지가 되는 가장 김민석은 35세다. 2억 원정도의 주택대출로 산 3억 8천만 원의 아파트와 2,500CC 중형 자동차를 소유했고, 950만 원 정도의 은행예금을 지니고 있는 평번한 중산층 가장이다. 어느 날 잠에서 깬 그는 35년 후인 70세의 노인이 되어 있었고, 함께 늙어버린 67세의 아내와 함께 어느 구청의 양로시설에서 거주하고 있으면 배식대를 향해 줄을 서서 밥을 타는 자신을 본다. 그리고 준비하지 않는 미래는 걱정한 대로 되는 것이 바로 인생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던 중 노후요정을 만나게 되고, 자신이 살아왔던 인생을 그와 함께 되돌아보면서 구택구입자금, 자녀교육자금,자녀결홈자금, 주택확장자금 등의 '목적자금'과 은퇴를 대비한 '노후자금' 그리고 '비상자금'등이 안전한 노후를 위해서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젊었을 때는 검소하기 그지 없어 업신여겼던 친구 장은우의 성공적인 인생설계를 살펴보면서 '복리효과의 놀라움'을 깨닫게 되고 잠에서 다시 깨어난다. 현실로 다시 돌아온 김민석은 앞으로 25년동안 30년을 살 수 있는 자금을 준비해야 하는 현실을 깨닫게 되고, 그것을 위해 현재의 무분별하게 사용했던 월급을 가계부에 기록할 것을 결심하고, 저축과 투자를 위해 차를 줄이고, 지출을 절약하면서 보다 확실하고 든든한 미래에 대한 준비를 시작한다는 내용으로 이야기를 끝을 맺는다.
 
  이 책은 은행의 PB인 실무자로 근무하면서 노후미래설계를 준비하지 못한 독자들에게 할 말이 많았던 것 같다. 그들이 만나게 되는 고객들이 부자들인 만큼 그들을 부자로 만들어준 저축습관과 투자방법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막연하게 미래를 두려워하라고 경고하는 것이 아니라, 소설형식을 빌어 노후자금에 대한 대책이 없이 맞게 되는 안타까운 미래를 자세하게 묘사해 주었고, 또 그 대책에 대해서는 수치와 도표로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잘 설명해 놓았다. 사실 지금껏 나온 재테크에 관련된 책에서도 노후대책에 관한 '노테크'는 많이 언급을 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처럼 마치 미래를 거슬러 다녀온 듯 실감나게 표현한 책은 이제껏 없었다. 2020년이면 일본보다 더할지도 모르는 '초고령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연구발표도 있었지만, '그건 아직 먼 이야기잖아?'하고 애써 무시했던터라 이 책을 대한 느낌은 더욱 남다르다. 오늘을 열심히 살고, 벌어들인 소득으로 '알뜰히' 잘 꾸려나가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것 아닌가? 했던 생각들이 너무 안일하게 대처했던 미래계획이라는 점에서 정신이 번쩍들게 했다. '인플레이션'이 적이라면 '복리'는 아군이고, 노후대책은 나중이 아닌 지금, 당장! 이라는 금언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다양한 세대의 독자층의 구체적인 노후 미래 계획을 위해서 마련한 제 4 장 [돈 걱정없는 30년을 위한 세대별 실천지침]은 당장이라도 자신의 미래설계를 할 수 있도록 꾸며졌는데, 세대들마다 고려해야 할 금융상품을 따로 구분해 놓아 독자로 하여금 살펴보기 쉽게 해놓았다. 특히 '자기 일에서 성공하라' , '당신 인생의 1/3은 '노후'임을 명심하라' , '노후 대비 최고의 적은 '인플레이션'이다' , '노후대비는 자녀교육보다 우선순위여야 한다' , '안전한 상품이 안전한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 목돈을 활용하면 매월 적립하는 자금의 부담을 덜 수 있다' , '항상 변화에 대한 준비를 하라' , '1년에 한 번씩 재무상태표를 만들고 가계부를 생활화하라' , '건강을 지키고 인생을 즐기는 법을 미리 익혀라' 등 돈 걱정 없는 30년을 위한 노후대비 실천 10계명은 노후대비의 중요성과 빠른 실천을 일깨워주었다.
 
 한편 책을 읽으면서 생각하게 되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 뿐 아니라 모든 세상 사람들이 20대에 들어서면서 노후를 계획하는가?하는 것이었다. 자녀교육열이 유난히 높은 나라일 뿐더러 갈수록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이다 보니 사교육은 필수가 되고, 그에 따른 사교육비의 지출은 갈수록 가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자식에게 폐끼쳐서야 되겠나?'며 자신의 장례비를 마련하기 위해 보험을 들 정도로 자식들을 위하는 부모이고 보니, 조금이라도 더 가르치고 한 푼이라도 더 물려주기 위해 평생을 치열하게 살다 가는 인생이 대한민국 부모의 인생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이 전반적으로 말한 것처럼 미래는 갈수록 불안한 기운만 더해 가는데, 국가(정부)를 포함해 그 누구도 나의 미래를 도와주지 않는다는 것이 어짜피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가질 법한 미래를 더욱 암울하게 만든다. 하지만 지금 그걸 깨닫게 된 것만으로도 다행한 일이다. 오래도록 잘 살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내일이라도 준비를 해야 한다면 하루 빨리 실천할 일만 남았다. 이 책이 불확실하고 어두운 미래를 밝혀 줄 등대역할을 해 줄 것이다. 보장자산, 은퇴자산, 투자자산을 왜 지금 당장부터 마련해야 하는지, 그 중요성과 실현 가능한 재테크 비결을 담아 2편이 나왔다는데, 아마도 실전편인듯 싶다. 그마저 꼭 읽어야 겠다. 재테크를 하고 있다면 놓쳐서는 안될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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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맥 관리의 기술 - 인맥의 달인이 공개하는
김기남 지음 / 서돌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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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나은 인간관계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에게 참고가 될 만한 책
 
최근 인테크人 - Tech 라 해서 인맥의 중요성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두 사람이 기대어 사람 인人 자를 만들었다 하듯 혼자서는 세상을 살 수도 없거니와 가장 무서운 형벌인 '외로움'에 직면할 것이다. 출세와 성공을 위해서 뿐 아니라,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가며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사는 것이 제일이겠다. 나이를 점점 먹어갈수록 아는 사람은 많아지는 반면 친했던 이들은 점점 줄어듦을 느낀다. 예전에 친한 친분을 맺었던 이들과의 관계가 허상이었는지, 아니면 내치거나 내쳐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문득 문득 생각나는 그들과의 추억이 소중하게만 느껴진다.
 
'많은 사람을 알고 그들과 꾸준히 친해지는 것'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개인적인 성격과 직업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상대방의 동의와 호의가 있지 않는 한 내가 아무리 깊은 관심을 갖는다 할지라도 이뤄질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사람과 친해지고, 관계를 꾸준히 맺는 기술''인맥관리'라 하고, 이것에도 기술이 있다고 하는 책이 있어 읽어 보았다. 이름하여 [인맥관리의 기술]이다.
 
이 책은 독창적인 인맥관리로 이름이 나 있고, 현재 왕성하게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기남씨가 쓴 책이다. 중소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그는 자신의 독창적인 인맥관리 시스템양식으로 '마당발'이라는 개념을 넘어 더욱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인맥관리를 꾸려 나가고 있는데, 자신의 20년간 쌓아온 인맥관리 노하우를 알려주고자 만든 책이라고 해야겠다.
 
전체적으로 책을 살펴보자면 인맥 관리의 중요성과 상대를 내 인맥으로 만드는 요령등은 이미 발간된 책과 언론의 기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자신의 일상에서 실제로 있었던 에피소드들이 사례로 설명되어 있어 그 이해도를 한층 높였다. 주목되는 것은 저자가 독자적으로 만든 인맥관리 플래너와 그 사용법에 대한 부분인데, 일반 다이어리와 플래너와는 좀 더 차별화된 양식을 지녔다. 플래너의 사용법에 있어 활용의 예까지 들어가며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꼼꼼하게 적는 노력과 꾸준히 기록하며 진행하는 인내심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원래 '관계'라는 단어 자체에 노력과 인내가 요구되는 것이 아닌가?
 
이 책은 사람을 조종하는 수사학에 관한 책이 아니다. 그래서 알고 지내는 사람과 친한 척하기 위해 수시로 연락하고 만나야 한다고 '거짓을 조장'하지도 않는다. 인맥이라고 해서 단순한 지인의 숫자를 말하는 [마당발]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한 관계의 [인테크]를 구성하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즉, 내가 상대에 대해 물론 마음을 쓰고 있지만, 그것을 상대에게 보여주지 않으면 자신을 오해하거나, 혹은 나와 같은 심정으로 상대방도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마음은 있지만 연락은 뜸한 어중간한 관계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 스스로에게 '내가 상대에게 마음을 전해주기로 한 바'를 플래너에 꼼꼼히 기록해서 제 때에 그것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플래너를 만든 것이다.
 
"내가 나만을 위해 일했을 때에는 나를 위해 열심히 일한 사람은 나 혼자뿐이었지만, 내가 생각을 돌려 모두를 위해 일하게 되었을 때에는 모든 사람이 나를 위해 열심히 일해주었다."고 말한 벤자민 플랭클린의 이야기는 '인맥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한 말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해득실을 떠나 상대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노력을 보여준다면 그런 마음은 다시 내게로 돌아와 서로가 행복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설명해준다. 그만의 플래너를 잘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도 이 책을 읽는 보람은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보다 나은 인간관계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에게 참고가 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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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땐 이 와인 - 40가지, 상황별 추천, 와인 가이드
이재형 지음 / 코코넛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맛있는 요리, 반가운 사람, 기쁜 선물에 어울리는 최고의 와인리스트를 공개한 책!
 
 
  고등학교 삼 년을 홀로 강릉에서 보냈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부모를 떠나 멀리 지방에서 황금같은 학창시절을 보냈으니 떨어지는 성적만 빼고는 문제될 것이 없는 말 그대로 '화려한 인생' 그 자체였던 시였다. 처음엔 아무것도 모르니 그저 어머니가 정한 하숙집에서 머물러 있었지만, 입학한 후 3개월쯤 지나자 학교생활도 익숙해지고 도시도 익숙해졌고, 싸이클을 타고 10분 거리에서 통학을 했었는데, 한 20분 정도를 더 가면 경포대 해수욕장이 있다는 걸 반에서 친하게 된 구섭이한테 알게 된 때도 그 무렵이었다.
  한 학기를 보내고 뜻이 맞는 동기 두명과 자취를 하게 되었는데, 모대학 불문과 교수님이 아버지였던 구섭이가 주말에 집에 들렀다가 제자가 외국에서 가져온 와인을 몰래 가방에 숨켜왔다. 스크류를 알지도 못했던터라 젓가락으로 코르크를 파내어 구멍을 내려고 하다가 코르크와 부서진 조각들을 병속에 그만 빠뜨리고 말았다. 살짝 기울여서 '쪼르르륵~' 소리를 내며 떨어져야 할 향기나는 피빛 액체가 꺼꾸러질 만큼 세워도 '꿀럭'대며 코르크 가루와 함께 토해지는 것이 웃음도 나지 않지 않았다.  코르크 가루를 '퇴~퇴' 뱉어가며 마셨던 시큼털털하고 단 듯 쓴 듯 기묘한 맛은 어찌나 요상하던지. 셋이 10분도 채 안되 와인으로 세수한 듯 빨개진 얼굴을 하고선 방바닥에 누워 천정을 보며 낄낄거렸던 기억이 나는데, 그때가 처음으로 맛 본 와인이었다. 병에는 큼지막한 종이가 붙어있었는데, 대문자로 써진 MEDOC 이란 글씨는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우리 외할아버지는 술을 드시면 항상 웃는 얼굴이셨다. 평소에는 말씀도 없으시고 표현도 잘 안하시던 분인데 가끔 술을 드시면 세상에서 가장 편한 미소로 귀가하셨다. 누런 봉투에 군만두나 찐빵을 사오시거나, 군고구마나 귀하던 귤을 사오시기도 했다. 그리고 자던 아이들(엄밀하게 이야기하면 나의 삼촌,이모들)을 깨워서는 식을라 맛없어질라 한입 가득 먹이며 지갑이 빈털털이가 되도록 용돈을 주셨다. 머리를 쓰다듬고 뽀뽀를 하시고 '아끼시는 모습'이 어린 내가 봤을 때도 보기 좋았다. 다음 날 아침이면 '얘들아~~~'부르시고는 지갑이 빈 줄 알면 호랑이같은 아내에게 혼난다시며 평소때 용돈보다는 약간 많이 남기시고 전날 밤 주셨던 돈을 다시 빼았는다고 삼촌들은 투덜댔지만, 술드시고 귀가하시는 할아버지의 붉은 얼굴에 귀에 걸린 미소를 하신 술취한 외할아버지가 난 보기좋았다. 그래선가보다. 난 술을 마시면 즐거워진다. 아니 즐겁지 않으면 술을 잘 마시지 않는다. 내 경우엔 화가 나거나 속상할 때 술을 마시면 다음 날 열 배는 더 않좋아지는 듯 해서 몇 번 하다가 그만두었다. 하지만 즐거우면 술을 마신다. 비를 좋아해 비가 오면 즐거워지니까 술을 마시고, 영화를 좋아하니 영화를 보면서 혼자 술을 마신다. 대낮에 이런 경우를 만나면 술대신 커피로 대체되긴 하지만.
 
 
 
 
 
 
 
  술을 즐기면서도 실상은 술맛을 잘 모른다. 소주맛도 제조사마다 차이가 있다는데, 난 잘 모르겠다. 누군가 그렇다고 하는 말을 듣고 마시면 그런 것 같다는 느낌은 들지만, 쓴 맛은 변함없더라. 맥주도 그렇고, 막걸리도 그렇다. 양주야 항상 거나하게 취해서 마셨기 때문에 게다가 한 두 잔만 빼고는 폭탄주로 마셔서 진정한 그 맛은 알 수가 없다. 와인이라고 별 다를까? 내게는 매 한가지다. 처음 맛본 화이트 와인은 시큼덜덜한 맛에 쪽 빠진 와인글라스가 예쁘다고 세 명이 일곱 병을 글라스에 가득 담아 원샷으로 비웠고, 우연히 알게된 두꺼비표 '진로 포도주'와 소주를 '오십세주'처럼 반반 섞어 삼겹살 구이와 돼지족발에 마시면 그 맛이 최고인 줄 안다. 그래서 항상 술자리를 생각하면 그 때마신 술에 대한 기억보다는 사람에 대한 기억만 남는다. 어디에서 어떤 술을 몇 병을 마셨고, 몇 잔째에 내가 취했더라 라고 정확하게 카운트해주는 친구도 있더라만 내게 만약 그짓(?)을 시킨다면 필기도구와 메모장을 잘 둬야 할테고 이것들을 내 바지춤에 묶어둬야 할거다. 취해서 웃고 즐기느라 잃어버릴지도 모르니까.
 
 
 
 
 
 
 
  최근들어 주변에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와인을 마시는 횟수도 늘어가는데, 직접 사오거나 추천하는 사람들의 품평을 들으며 와인을 마시면 한결 그 맛을 알기가 쉬웠다. 그리고 와인에 어울리는 음식이라든가, 음식에 어울리는 와인을 매치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그들의 숨겨진 매력을 엿보기도 한다. 시키는대로 주는대로 마시는 와인은 맛있다. 그들이 평하는 와인의 맛은 늘 새롭고 그들의 이야기처럼 술에 그 맛이 깃들여 있는 것 같아 좋았다. 문제는 내가 선물로 준비를 해 가거나 자리를 마련해야 할 때인데 이럴 때는 여간 난감한게 아니다. 잘 아는 척하는 것도 싫지만 그렇게 마셔놓고 모르겠다고 하는 고백하는 것도 창피한 일이기 때문이다. '알아야 면장도 한다'고 무턱대고 마시기만 할 것이 아니라 뭐라도 좀 알고 마셔야 기억이라도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던 중에 눈에 띈 책이 바로 [이럴 땐 이 와인]이다.
 
 
 
 

 
와인이나 맘껏 마시자고 떠난 여행이 유학이 되어버린 와인애호가이면서 와인수입회사의 마케팅을 담당하는 저자 이재형씨의 이 책은 나같은 와인 문외한  한사람을 위해 만든 책같았다. 제목도 정말 마음에 든다. [이럴 땐 이 와인]이 그것인데, 종종 블로그를 찾는 사람들이 내가 책을 엄청나게 많이 읽고 조외가 깊은 줄 알고 '이러저러한 상황에 처했는데 그 답을 찾아줄 책을 구한다'는 사연의 댓글을 보내오면 나름 고민하면서 책을 찾아보다가 [이럴 땐 이 책을 권합니다]같은 책을 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와인에 관련되어 같은 생각 같은 이름의 책이 나와 반갑지 그지 없다. 내용 또한 제목에 걸맞다. 숯불구이, 스테이크, 오이스터(생굴), 양고기, 한식, 중국요리, 피자, 치즈 등 우리가 자주 접하는 요리에 어울리는 와인을 권해주는가 하면 친구들을 함께 할 때, 외국인과 함께 할 때, 접대용으로, 멘토(스승)와 함께, 와인전문가와 함께, 여인들과 있을 때, 소개팅과 프로포즈를 할 때 등 일상에서 마주칠 수 있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와인도 소개해준다. 그 뿐 아니다. 성공 기원, 연인에게, 결혼선물, 집들이, 아기의 탄생, 생일선물, 명절, 입학과 졸업, 은퇴선물 등 선물이 필요할 때 적합한 와인도 알려준다. 와인과 함께 하는 무드있는 상황에서의 숨은 연출법도 상세하게 설명한다.
 
 
 
 
 
 
 
이 밖에도 와인과 요리를 함께 만끽할 수 있는 추천 레스토랑이나 바를 추천해주고, 어려운 와인의 이름을 간편하게 외우는 팁도 공개한다. 저자가 유학생활을 하면서 와인에 얽힌 이야기와 국내에서 소믈리에로 근무하면서 겪었던 에피소들들 토대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고 있어 마치 영화 사이드웨이를 보는 듯 즐기기에 충분한 책이었다. 곤혹스러웠던 것은 소개하는 와인들에 대한 맛과 향 그리고 그에 어울리는 요리와 안주들에 대한 설명을 읽을 때였는데, 달려가 한 병을 사들고 오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든다. 한 잔의 와인을 옆에 두고 마시면서 읽는다면 읽는 맛은 두 배가 될 듯하다. 이 책의 압권은 책의 마지막 부분에 있는 부록과 같은 것인데, [5만 원 미만대 최고의 와인들]이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루마니아, 이스라엘, 미국, 칠레, 아르헨티나, 호주, 뉴질랜드, 남아공 등 적당한 가격대비 최고의 와인리스트들이 짧은 소개와 함께 공개된다. 고맙고, 반갑다 아니 할 수 없는 멋진 선물이다.
 
 

 
 
제 맛도 모르고 달달 외워 내뱉는 어설프니는 체질에 맞지 않고, 대단한 내공을 지니려면 수백 명의 와인을 마셔줘야 할 지경인 내게는 적재적소에 적당한 와인으로 요리와 함께 맛과 멋을 즐기기에 충분한 책인 것 같았다. 이 책을 통해 두 해전 출장선물로 받은 와인세트가 '동료들과 가볍게 한 잔 할 수 있는 '모스카토 다스티Moscato d' asti와 아스티'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출처를 알 수 없이 내 방 책장 옆에 잠들어 있는 묵직한 와인이 타닌과 산도가 훌륭한 밸런스가 돋보이는 유기농 와인의 대명사 타라파카 나투라Vina Tarapaca Natura 란 것도 처음 알았다. 천천히 세계 와인리스트의 이름을 쫓아 사람과 사연의 기억들을 만들어 갈 생각이다. 어떤 맛일지, 어떤 사람일지, 어떤 기억들이 남겨질 지 벌써 설렌다. 전문적 지식을 갖춘 소믈리에가 되라는 듯 딱딱하고 어렵게 설명된 와인 관련서에 질렸거나, 즐길 수 있을 만큼의 와인지식을 가지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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