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브란트의 유령
폴 크리스토퍼 지음, 하현길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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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름을 날려 줄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스펙터클한 소설 !
 
  렘브란트 반 린[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 그의 이름을 떠올릴 때면 항상 먼저 떠오르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그의 최고의 작품이면서 그 작품을 완성하면서 불우한 인생이 시작되었던 작품 야경꾼[The Night Watch]이다. '빛과 그림자의 화가'라 알려진 렘브란트는 이 작품에서부터 인간의 양면을 나타내는 분위기와 표정 그리고 눈빛를 조화롭게 그리고 극명하게 나타내었는데, 그에게 작품을 의뢰한 조합원들에게는 그리 신통치 않은 대접을 받는다. 그리고 더이상 그에게 작품을 의뢰하지 않게 되었다. 특히 이 작품이 제작되던 해에 사랑하는 아내 사스키아가 죽자, 그는 절망하여 투기와 낭비를 하게 되고, 급기야 아이들의 유모였던 여인과 스캔들을 일으키면서 그의 복잡하고 문란한 사생활은 그를 가난으로 몰아넣는다. 결국 암스테르담의 유태인 거리에서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 가운데 숨을 거두게 되지만, 마치 벽돌공이 삽으로 벽돌을 쌓는 듯 범벅으로 두껍게 칠한 듯한 임파스토 기법은 그의 작품을 어두운 곳은 빛을 흡수하고, 밝은 곳은 오히려 반짝이게 해 명암을 더욱 극명하게 했는데, 이것이 지금도 그를 최고의 화가라 부르게 만들었다. 그의 작품속에 나타나는 인간들의 표정속에서 선과 악으로 대변되는 이중성과 '왜 너는 다를 것 같아?'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들에서 항상 놀람과 두려움을 느끼곤 한다. 그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작품이다.
 


다른 또 하나는 1997년에 나왔던 영화 익명[인코그니토Incognito,1997] 이다. 우리나라에는 며칠 상영한 후 간판을 내리고 나중에 비디오로 출시되었지만, [영화매니아] 사이에서는 [진흙 속에 숨은 진주]로 평가될 만큼 예술과 스릴러가 결합된 뛰어난 작품이다. 렘브란트보다 더 렘브란트 작품같이 그림을 모사 [copy] 하는 주인공(모사화가)에게 거액의 작품료를 제시하며 모사화를 그려줄 것을 요청받는다. 아버지의 수술비에 고민하던 그는 결국 수락하고, 이름만 거론될 뿐 아무도 보지 못한 잃어버린 렘브란트의 작품을 그리게 되고 이를 의뢰인에게 건네면서 끝을 알 수 없는 사건은 시작되어 도망자 신세가 되는 내용인데, 이 영화에서 내 주의를 끈 것은 이 영화가 함부로 모사할 수 없는 렘브란트의 작품을 소재로 했다는 것과 그의 작품을 모사하는 과정을 장시간에 걸쳐 영화속에 담았는데 이 장면이 내 눈을 사로 잡았었다. 다시 보려고 대여점을 찾았지만 좀처럼 찾을 수 없어 이젠 기억속에 남겨둔 소중한 스릴러 영화다.
 
  



그러던 중 '유럽과 아시아를 넘나드는 장대한 스케일의 크로스오버 픽션'이라고 소개된 어느 소설에서 1640년에 그린 자신의 자화상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제목은 렘브란트의 유령, 원제는 Rembrant's Ghost 다. 이 소설은 철저하게 모습과 사생활을 숨긴 채 폴 크리스토퍼 라는 필명을 쓰는 작가의 손에서 나온 것으로 작품속에 소개되는 매력적인 여주인공 핀 라이언은 그의 전작인 <미켈란젤로 노트 2006>와 베스트셀러였던 <루시퍼 복음 2007>에도 등장했다. 실제로 근세사를 대학에서 가르치는 교수이면서 미술품 강탈과 도난등에 관한 책을 많이 내고, 강연도 했던 그인 만큼 미술작품과 역사에 대한 놀라운 지식들이 작품속에 녹아 들었다. 특히 작품속에 설명된 렘브란트에 대한 내용, 즉 렘브란트는 자신의 공방에서 12명의 도제徒弟를 거느렸는데, 그들은 렘브란트라는 서명을 할 권리가 있었고, 심지어 자신이 붓질 한 번 하지 않은 그림에 자기 이름을 남긴 화가라도 유명하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의 100편이 넘는 자화상은 시기에 따라 늙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 그 때의 기분과 변화되어가는 그의 붓터치가 오롯이 담겨있는데 그들의 다름이 너무나 변화무쌍해서 '혹시 이것들도?'하는 쓸데없는 상상을 하게 했다. 
 
 


미술사학을 전공한 매력적인 여주인공 핀 라이언은 주드 로를 연상시키는 잘 생긴 영국 공작 필 그림을 만나게 되고, 이 둘은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한 '피터르 부하르트'라는 사람의 유산을 상속받게 된다. 그들에게 남겨진 유산은 렘브란트의 그림 한 점, 암스테르담에 있는 대저택, 그리고 보르네오 섬 근처의 낡은 배 한 척인데, 이들을 모두 보름 안에 찾아야 유산이 상속된다는 조건을 변호사에게 듣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여주인공 핀은 샤를리스 테론을, 공작 필은 책속에서도 거론된 배우 주드 로를 주연으로한 영화를 보는 듯 스토리는 빠르게 진행된다. 생사의 고비를 수없이 넘나들면서 유산을 둘러싼 미스터리는 하나씩 해결되는데, 마지막에 반복되는 반전은 요즘 영화에서도 찾을 수 없이 훌륭했다. 

A mystery to be solved.
A foutune to be found.
A race to survive.
 
 
뜻하지 않은 행운과 위기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풀어야 할 미스터리, 찾아야 할 행운, 목숨을 위한 레이스를 펼치는 그들을 지켜보다 보면 이 소설의 제목으로 왜 렘브란트가 사용되었는지 결말에서 알 수 있고, 작가의 작품 속에 겹겹히 숨겨놓은 이야기들이 렘브란트의 작품성 하나로 결부되는 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서두에 말했듯 나는 책 제목에 있는 그의 이름을 보고 최근에 나온 바 있는 위대한 인물을 소재로 한 '히스토리 팩션'인 줄 알고 집어 들었다. 하지만 그의 이름은 미술품 속에서 거론되었을 뿐, 대륙을 넘나드는 장대한 스케일의 스릴러 소설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위작과 진품, 유산을 둘러싼 행운과 기회, 마지막 보물섬이라 불리는 방의 벽등의 대립을 통해 '빛과 그림자의 마술사'로 불리는 렘브란트를 이 작품 전반에 걸쳐 유령이라 불릴 만큼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음을 책을 덮으면서 깨닫게 되었다. 한 번 손에 집었다가 시간을 잊고 끝을 보게 했던 정말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던 소설이다. 올 여름쯤 발간될 신작을 위해 집필중이라는 폴 크리스토퍼를 모가지를 뺀 사슴처럼 또 다시 기다리게 하는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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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이노베이션
심윤섭 지음 / 동아일보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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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이 죽어야 '행복한' 이노베이션Innovation은 시작된다!
 
회사는 최소구성원으로  한 사람, 사장 단 한 사람으로도 가능하다. 모든 것을 혼자서 결정,생산,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세상에 속 편한 것이 한 사람이 운영하는 회사가 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생산하는 제품이 소비자의 인기를 얻어 수요가 많아지면, 혼자서 만들고 파는 생산량은 한계를 보이게 된다. 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직원을 채용'하게 된다. 게다가 계속해서 증가되는 수요량에 비례해서, 또 앞으로 늘어날 가수요량에 비례해서 다수의 직원들을 채용하게 되는 것이다. 규모가 커지는 만큼 직원의 수가 늘어야 함은 당연하다.
 
이렇듯 혼자서 마음 편히 장사하던 사장은 늘어나는 수요량을 모두 충족시켜 보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직원을 채용'하게 되었다. 직원을 채용한 사장의 가장 큰 바램은 '최소한 혼자서 장사할 때 인기를 누렸던 만큼의 제품을 소비자의 요구량만큼 생산해 낼 수 있다면 하는 것이다. 사장의 요구가 그와 같다면 '서유기'의 손오공처럼 입바람으로 날려간 제 머리카락의 숫자만큼의 복제된 자신을 만들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만족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사장의 분신이기 때문에 생산에서 판매까지 사장이 의도하는 바를 척척 알아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소설속 허구의 이야기일 뿐, 현실은 일면식도 없는 '남'을 고용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직원을 마치 내가 움직이는 것처럼, 아니 그보다 더 원활하게 업무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급료를 포함한 복지가 그것이다. 왜냐하면 직원의 입장에서 사장과 직원의 만남은 궁극적으로 '돈'바로 '급료'로 맺어진 관계이기 때문이다. 직원은 채용하기 이전까지 '모르던 사람'이 나와 손을 맞잡은 가장 큰 이유는 사장과 함께 일을 하여 그 이윤을 나누기 위해서 다시 말해 돈을 벌기 위해서다. 사장의 입장과는 조금 다른데 그들의 최대공약수는 바로 '보다 나은 이윤의 획득'에 있는 것이다. 
 
'생각보다 조금 더 많은 급료, 최고의 복지정책, 자신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된 업무진행' 이것이 바로 직원들을 가장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핵심 키워드인데, 이 모든 것들이 제대로 갖추어 졌을 때, 직원들은 기꺼이 '사장의 분신'이 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또한 이렇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앞에서 밝힌 바와 같이 '직원은 최소한 나를 대신해서 채용된 나를 위해 일해주는 고맙고,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러한 동료인 직원에게 업무를 통해 '자존감'을 느끼게 하고, 그에 버금가는 보상을 통해 '보람'을 느끼게 한다면 더할 나위없이 행복한 직장생활이 가능할 것이다.
 
고용주나 고용자 모두 직장에 출근하고 함께 근무하며 가정에 있는 시간보다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생활한다. 회사와 내가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작은 변화들을 모아놓은 책이 바로 [행복 이노베이션]이다. 저자는 우리가 하루의 절반을 머무는 곳 '직장'을 '행복의 힘으로 움직이는 곳'으로 바꾸기 위해, 다시 말해 일터 밖에서 행복을 찾고, 일터는 오직 생계를 유지하기 우해 인내해야 하는 곳으로 만들어 버린 조직과 그 조직의 리더들에게 왜 직원의 행복이 중요한지, 그토록 원하는 이익과 성과는 어떻게 달성하고 있는지를 알려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지금껏 직장인을 위한 들이 성공을 위해 보다 나은 직장생활을 위한 방법을 제시했다면, 이 책은 시선을 돌려 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책이라고 봐야겠다. 즉 회사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고 푸념하지 말고, 스스로 그런 회사가 되도록 자신이 만든 것은 아닌지 '거울'을 보고 살펴보기를 권한 책이다. 저자가 서문에 '책 속에는 조언이나 지침 뿐 아니라 쓴소리도 들어있으니 거슬리더라도 리더의 삶에 '쓴 약'이 될테니 너그럽게 끝까지 읽어 주길 바란다'고 밝힐 만큼 책 속에 소개되는 형편없고, 무식한 그렇지만 우리 주변에 한 두명씩 있을 법한 리더의 모습들이 등장한다. 뇌리를 스치는 몇 몇 선배간부나 임원이 보이는가 하면 혹 후배들도 나를 그렇게 보고 있지는 않을까 두려워지는 '난처한 상황'들을 이 책을 통해 만나게 된다.
 
저자는 모든 변화의 발원지는 리더가 되어야 된다고 말한다. 문제점이나 그 해결책에 대해 지시를 하고 보고 받기만을 기다리는 리더가 있는 조직에서는 절대로 이노베이션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뒤에서 지켜만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동참하고 앞에 서서 참여해야 그 변화가 크던 작던 이루어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고 지적한다. 뒤집어서 말하면 모든 문제의 시작은 리더 자신에게 있음을 이야기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에서 지적하고 있는 이노베이션의 걸림돌 20가지, 즉 통제 지향적 조직문화, CEO의 즉흥적인 목표 설정, 수치경영 만능주의, 잘못된 인재 채용 관행, 조직의 자기 중심적 사고, 복지부동 정치꾼 생쥐, 선수보다 코치가 많은 조직, 권한은 없고 책임만 많은 조직, 일일 업무일지를 쓰는 회사, 무임 승차자, 허접한 회의문화 등의 20가지 장애물 모두의 근저에는 리더의 의견이나 경영(경영이라고 말하기조차 껄끄러운)방식이 녹아있음을 알 수 있다. 리더 스스로가 불행을 초래하는 틀을 마련해 놓고, 조직이 행복해지지 않는다고 푸념을 늘어놓는 식이라면 한 사람이 총대를 매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지 않는 한 그것에 손을 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이다. 독자된 이가 관리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장애물 20가지에 속해 있거나 만들지는 않았는지 꼭 읽어 보며 점검해야 할 대목이다.
 
퇴근 후 한 잔자리처럼 해결은 없고 문제점만 늘어놓는다면 이 책을 읽는 의미가 없는 법. [리더를 위한 이노베이션 9가지][직원들을 위한 이노베이션 7가지]를 저자는 제시했다. 리더에게는 남을 탓하기에 앞서서 자신을 살펴보고, 구체적인 보상의 원칙을 만들고, 반대의견을 즐겁게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지시자가 아니라 유쾌한 인생 상담자로서 직원을 볼 것을 권하고, 체면을 앞세우기 보다 직원들에게 물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가장 중요한 대목은 지휘자는 직업 연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리더인 지휘자는 전체의 조화를 위해 가장 완벽한 호흡을 유도하는 코디네이터임을 명심할 것을 주문한다. 직원들이 일에 흥미를 느끼고 적어도 맡은 바 일에 대해 책임을 다하게 하는 방법은 간단한데, 그것은 바로 해야 할 업무가 결정된 뒤에는 일단 내버려두고 기다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보상에 대해 '더 줄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는다.
 
또한 직원들에 대해서는 이기적인 성취보다는 함께했지만 실패하는 편이 더 낫다는 것을 알라고 말하고, 미련하게 참거나, 포기하는 습관을 버리고 열정과 몰입을 체험하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혼신의 힘을 다해 맡은 일을 하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을 위한 길이므로 돌아올 대가가 뻔하다 하더라도 자신을 위한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 간다는 마음으로 매진할 것을 주문한다. 일하기 좋은 기업이란 직원 개개인의 성공이 회사 내에서 발생하도록 유도하는 기업이다. 개개인의 성공 스토리의 배경이 회사가 된다면 기업의 성공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마지막 [행복 이노베이션 액션 플랜& 새로운 탄생] 에서는 리더가 서로에게 행복한 보다 나은 직장 여건을 만들기 위해 부하직원들에게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첨부된 조직문화 자가진단 노트 또한 참고, 활용하는데 유용하게 만들어졌다.
 
암울했던 옛날, 독재자로 이름난 어느 대통령이 서울 상공을 헬기로 날고 있었다.
 
차량과 사람으로 가득찬 서울시내를 흐믓하게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서울 하늘에 만원짜리로 1억 정도 뿌리면 국민들이 정말 행복해 하겠지?"
 
그러자 어제밤 술이 채 깨지 않은 채 대통령을 수행했던 경호실장이 이렇게 말하더란다.
"각하! 각하가 이 헬기에서 떨어지시면 아마도 온 국민이 행복해 할겁니다."
 
  21세기는 20세기와 비교해서 '이름만 바뀐' 것이 아니라 생각과 사회구조 전체가 바뀌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뜻만 있다면 넘치는 정보와 지식을 갖출 수 있고, 그래서 옳고 그름을 제대로 판단 할 수 있는 시대가 지금이다. 또한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지구 반대편까지 실시간으로 피력할 수 있는 무서운 세상이 오늘이다. 근무년수와 연륜으로 후배직원들을 제압하고 통제하려는 관리자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변하거나, 변할 수 없다면 조직을 위해 그들을 위해 그만 두어야 한다. 넘쳐나는 제품과 서비스에 익숙해져 "좀 더 날 만족시켜 보란 말이야!" 외치는 소비자와 고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정보력과 기술이 넘치는 후배들을 두려워 할 것이 아니라 몸을 굽혀 시선을 맞춰 그들과 함께 나아갈 바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 오늘의 중간관리자요 리더인 것이다. 후배직원은 동료이자 밖에서는 두려운 소비자이자 고객임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껏 이노베이션Innovation 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온 책들이 아웃소싱, 벤치마킹, 리모델링,ERP, SCM, Six Sigma 소위 말하는 선진기업들의 경영기법들을 소개하면서 이들을 닮을 것을 종용했었는데, 기업분위기와 사내 여건이 그들의 것과 맞지 않아 뚜렷한 결과를 보지 못하고 사장된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이노베이션Innovation 의 시작은 직장내에 함께 하는 리더와 직원들의 관계와 마음가짐의 작은 변화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우리의 직장현실에 대해 그 문제점을 잘 파악하고 그에 적절한 해결책을 던져주는데, 그방법들이 어떻게 보면 가장 기본적이고 실행하기 쉬운 부분이어서 더욱 몰입할 수 있었고, 쉬이 읽힌 듯 하다. 중간관리자, 임원, CEO들이 한 번쯤 꼭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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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산장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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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텁지근한 여름 밤을 시원하게 해 줄 멋진 소설!
 
'히가시노 게이고'東野圭吾, 일본 추리소설의 대부라는 그의 명성은 많이 들어왔던 터라, 영화의 원작소설로도 인지하고 있던 터라 그 유명세를 일찍부터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그에 대한 사전지식이 별로 없었음에도 운 좋게도 그의 초기작으로, 학원물 위주의 작품을 쓰던 작가가 처음으로 본격 추리소설에 도전해 성공을 거둔 작품 [백마산장 살인사건]을 집어들었다. 원제는 白馬山莊殺人事件이다.
 
한 해전 자살사건으로 종결된 오빠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친구 마코토와 함께 문제의 산장을 찾게 되는 것은 사건이후 배달된 "마리아 님은 집에 언제 돌아왔지?"라고 씌여진 엽서 한 장과 그리고 매년 같은 시기에 같은 손님들이 투숙한다는 또 다른 이유 때문이다. 사건의 진실을 찾기 위해 나선 두 여대생과 다음해 어김없이 찾아온 손님들, 그리고 특별한 이름의 방에 걸린 벽걸이의 동요 등이 이 사건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이자 실마리들이다. 오빠가 투숙했던 방 '험프티 덤프티' 안에서 홀로 주검으로 발견된 것은 추리소설의 전형을 나타내는 '밀실살인'을 보여주는데 '이런 구도의 사건이라면 나쯤 되도 풀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이 책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었다. 후반부엔 지나친 자만심이었다는 것을 알게 하지만...
 
비밀리에 문제를 해결하던 중 투숙객이 또 다시 자살하게 되고, 이것이 타살이라는 증거를 찾게 되면서 삼 년에 걸쳐 세 건의 자살사건이 타살임을 그리고 전혀 개연성이 없는 듯 보이는 이 사건들이 사실은 하나로 교묘하게 얽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점점 더 책 속에 빠져들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난감하게 만든 것은 바로 동요 [마더구스]였는데, 그 유래나 내용을 전혀 몰랐던 터라 터무니 없어 보이는 가사를 이해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책을 좀더 이해하기 위해 찾아 보니 이 소설의 핵심적인 실마리를 제공하는 영국 동요 [머더구스]는 구전동요로 운율을 우선으로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리듬을 따라 부르는 아이들의 노래가사가 다소 엉뚱하고 섬뜩하기까지 한데, 특히 이 동요는 잔혹해 보이는 가사 때문에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반 다인의 소설에도 쓰였다고 한다. '운율을 우선한 동요'의 괴상한 가사 때문에 이들이 암호적 요소를 품고 있었고, 추리소설의 소재로 쓰였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3년 연속 사람이 죽었어요. 게다가 똑같은 시기에."
"우연이라면 무서운 일이죠."
"아니오, 우연이 아닌 경우가 무서운 일입니다."
 
세 번 째 희생자 '오오키'의 자살로 등장한 형사 무라마사 경부의 등장은 이제 곧 사건이 해결되는 국면에 돌입했음을 알려준다. 우연치고는 좀 괴이한 또 다른 자살로 단정지을 즈음 나오코와 마코토는 이번 사건도 지난 해 오빠의 자살사건과도 연관이 있음을 알리게 된다.
 
백마산장의 관계자와 손님으로 있었던 등장인물들이 법률상 '용의자' 선상에 올라서면서 사건은 급진전하게 되고, 두 여대생의 사건해결을 위한 추적도 박차를 가한다. 추리소설의 전형인 밀실살인, 트릭들, 그리고 마지막 오십여 쪽을 남겨두고 펼쳐지는 거듭된 반전은 이 소설을 빛나게 하는 하일라이트였고, 학원물 작가 히라시노 게이지를 당당히 추리소설 작가로 거듭나게 할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나오코가 위험을 무릅쓰고 백마산장을 찾은 이유는 타살이라면 억울한 죽음을 당한 것이라 생각한 여동생의 오빠에 대한 가족애때문이었고, 이 사건의 발단들 또한 그 이유로 비롯된 것이었다. 친구를 위해 함께 위험에 동참하는 친구 마코토의 우정,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비밀을 알기 위해 함께 한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한 사람의 참여 또한 가족애에서 비롯된다. 추리소설 속에 담겨진 군상들의 심리를 알아가는 재미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전편에 걸쳐 외모나 체격으로 그리고 '툭' 던지듯 한 말투의 마코토가 "잘 모르겠는데, 왠지 여자는 무서운 존재 같아." 라고 의미있는 한마디를 던지며 이 책은 끝이 난다. 그 말 뜻이 무엇일지 그 답을 찾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늦은 초여름 밤 홀로 책 속에서 주인공들을 상상하며 느끼는 긴장감은 음산한 음향과 배우들의 표정들을 영상으로 보면서 느끼게 되는 스릴러 영화의 그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느낌이었다. 한 겨울 고립된 공간 백마산장에서 펼쳐지는 히라시노 게이지의 이 소설은 내게 추리소설의 맛이 어떤 것인지를 알려주었다. 그의 다른 작품들도 읽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게 했다. 20여 년 동안 60 편이 넘는 작품을 냈다는 것이 뜨악하게 하긴 하지만 말이다. 후텁지근한 여름 밤을 시원하게 해 줄 멋진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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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 우리 음식 - 음양이 조화된 한국의 전통음식, 국영문판 Korean-English edition
김규석 지음 / 미술문화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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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먹거리 고민, 우리의 한식韓食 에서 찾아라!
 
  최근 늘어나는 성인병과 암, 그리고 비만등과 같은 질병의 발생률은 우리가 자신의 깜냥보다 양적으로 질적으로 많이 먹거나, 잘못 먹고 있기 때문에 계속 늘어가고 있다. 게다가 많이 씹지 않아도 되고 빨리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의 출현과 각종 화학조미료, 그리고 트랜스지방으로 범벅이 된 음식과 과자 등의 맛에 길들여져 그것이 몸에는 이롭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좀처럼 그만두기가 힘들기만 하다. 다행히 웰빙Well-being가 하나의 건강트렌드로 자리를 잡으면서 천연에 가까운 유기농 채소와 조미료들로 만들어진 음식을 찾고 만들고 있어 반갑다고 하겠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웰빙식이라고 하는 식단에 있는데, 이들이 거의 모두 외국의 식단을 쫓는다는 것이다. 일전에 소개한 도서리뷰 [식탁위의 명상] 를 쓸 때 언급했던 바와 같이 육류가 주식인 서양인의 신체구조와 곡물이 주식인 우리의 그것은 적지 않은 차이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 땅에서 나는 우리의 식재료가 우리 몸에는 제일 잘 맞듯이, 선조때부터 내려온 우리의 음식이 우리 몸에 가장 잘 맞는다고 봐야겠다. 또한 우리나라 음식은 지금, 건강식 또는 다이어트식으로 그 어느 때보다 세계의 주목과 각광을 받고 있는데, 자국민이 자기나라의  음식을 잘 알지도 못하고 즐기지도 않는다는 것은 아이러니라 아니할 수 없다.
 
 






 
  몇 해 전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던 드라마 '대장금'을 시작으로 국내외적으로 우리의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한편으로는 만화가 허영만이 [식객食客]이라는 만화로 우리나라의 위대한 음식문화를 소개했다. 이는 또 지난 해 영화로 제작되어 흥행에 성공하였고, 며칠 전엔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화제를 낳고 있다. 또한 우리의 식기와 전통주 [화요]를 생산하는 광주요의 조태권 회장은 한식韓食의 세계화를 위해 사비를 털어 한식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일련의 상황들을 잘 살펴보면 지금껏 우리가 서양의 음식을 즐기고, 그것들을 쉬이 접하는 것은 우리음식의 우수성에 대해 말로 만 듣고 말할 뿐, 그것을 실제로 먹거나 확인해 보지 못한 탓도 있겠다. 제대로운 우리 먹거리를 먹을라 치면 그 품질과 희귀성때문에 서양의 어느 요리보다 비싼 가격을 치뤄야 맛볼 수 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도 든다. 그래서 제 나라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그 음식문화가 널리 전파되지 못하고 소수의 부자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부의 상징이 된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의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맛을 물론이고 듣지보 보지도 못한 것들이 태반인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우리나라 고급요리의 대중화가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때가 지금이 아닐까?
 










  그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었던 탓일까? 아니면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기라도 한 것일까? 한 권의 소중한 책이 최근에 출간되었고, 내 눈에 띄었다. 5만원의 책값에 가로 23 센치미터, 세로 27센치미터의 만만치 않은 크기로 344쪽에 달하는 방대한 양을 자랑하는 우리음식에 관한 책이 그것인데, 제목은 [지혜로운 우리음식]이고 부제는 [이연채의 남도 전통음식]이다. 이 책은 1994년 타계하신 무형문화제 제 7호 남도의례음식장 이연채 선생의 음식 저작권을 관리하는 대한민국 목공예 명장 김규석 선생과 함께 무형문화재 제 17호 남도의례음식장 최영자 선생의 감수로 만들어진 책이다. 총 100가지의 음식과 20가지의 상차림을 분류별로 나누어 유래와 재료, 요리법 순으로 설명되었다. 게다가 세계인의 한식韓食에 대한 관심을 고려해 영문으로도 대역을 해놓은 놀라운 책이다. 특히 이제껏 [비법]으로 전해오면서 전수자들에게만 이어졌던 우리 고유의 음식문화를 책으로 만날 수 있다는데 큰 의미가 있겠다.
 
 



  저자는 예로부터 자연과 더불어 전통의 맥을 이어온 문화적 유산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의 전통음식은 자연의 재료에서 우러나는 순수한 맛을 멋과 함께 느끼며 계절에 맞춰 음식을 만드는 것으로 우리 생활과 가장 밀첩한 관계에 있었던 문화인데, 현대의 변화된 생활 속에서 조금씩 잊혀지고 묻혀져가는 우리 음식 문화를 보존하고, 연구 개발하여 보다 독특한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가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이 책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전통음식에는 우주의 질서인 음양오행陰陽五行 의 사상이 짙게 깔려 있는데, 모든 산물의 현상이 서로 대합되는 속성을 가진 음양으로 이루어져 있어 상호 조화를 이루고, 우주의 기초인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 등 오행이 서로 어울려 만물의 조화를 이룬다. 목木은 동쪽- 봄 - 푸른색 - 신맛에 해당하고, 화火는 남쪽 - 여름 - 붉은 색 - 쓴맛 에 해당한다. 토土는 중앙 - 환절기 - 노란색 - 단맛을 의미하고, 금金 은 서쪽 - 가을 - 흰색 - 매운맛 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수水는 북쪽 - 겨울 - 검은색 - 짠맛 에 해당된다. 이렇듯 우리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계절에 따라 음식을 섭취해야 하고, 인체의 약한 기관을 보양해주기 위해 음양오행에 따라 보양음식을 먹기도 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음식궁합'이라 함은 '음식의 조화'를 의미하는데, 모든 음식재료는 음陰 의 성질의 식품과 양陽 의 성질의 식품이 있어 이들 두 성질의 재료를 적당히 섞어 조리하면 음양의 조화가 잘 이루어져 맛을 살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몸도 건강하게 해주는 음식이 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저자는 음식飮食 은 몸에 맞춰 만든 것이고, 요리料理는 입에 맞춰 만든 것으로 내 몸이 뜨거우면 찬 음식을 먹어줘야 하고, 차가우면 뜨거운 음식을 먹으며 음식들 만들 때 음양의 재료 비율은 8 : 2로 해주면 이상적인 음식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제 1부 [지혜로운 밥상] 에서는 우리 국민의 보약, 밥을 필두로 매일 식사를 위한 음식인 찜과 탕 그리고 밑반찬인 저장찬이 소개된다. 그리고 한식의 최고요리라 할 수 있는 신선로를 소개하고 있다. 침이 절로 넘어가는 맛있는 음식의 사진과 음식의 설명 그리고 그 순서에 맞는 제조법과 영문 해설등 어느 것 하나 모자람이 없었다. 특히 신선로는 무려 10 페이지를 할애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지금껏 내가 먹어 봤던 것은 '신선로가 아닌 듯' 한식의 백미라 하는 이유를 알 듯 했다.
  











제 2부 [보기 좋고 먹기 좋은 떡과 한과] 에서는 14 가지의 떡과 4 가지 다식, 13 가지의 한과와 4 가지 정과, 8 가지 부가과 5 가지 건포 그리고 식혜, 수정과 동동주 삼해주와 같은 음청류와 술을 소개한다. 수많은 떡과 다식, 한과등 먹어 보지 못한 것들이 태반이고 그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그 맛은 과연 어떨지 궁금하기 그지 없었다. 특히 건포 부분에서 소개되는 어화는 말린 오징어를 가지고 꽃을 만드는 것인데, 드라마 [식객]에서 일본 대사관에 가서 음식을 만드는 장면에서 본 것과 같았다. 음식이라고 하기엔 아까운 한 편의 미술 작품같았다.
 
 










 
 
  
 
  
 


 


 
 
제 3부 [사랑받는 이바지 음식] 에서는 친정에서 시댁으로 보내는 음식선물, 이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음식 중에서 특히 예를 갖추어야 하는 이바지는 함부로 보내지 않았으며 내용물의 질을 따지고 가짓수를 잘 갖추어 보냈다고 한다. 정성가득한 이바지 음식을 보면서 예와 정성을 다하는 우리의 음식선물들을 만나게 된다.
 
 

 
 
제 4부 [격식있는 상차림]에서는 의례나 절기에 따라 각각 상 차리는 법도가 따로 있었던 우리의 음식문화를 보여주는데, 결혼과 회갑같은 큰상 차림을 비롯해 명절상, 제례상, 돌상, 주점상, 다과상, 주안상을 설명해 주고 있다. 특히 아침, 저녁 밥상에 쓰이는 일상식을 반상이라 하는데, 독상을 원칙으로한 우리의 5첩, 7첩, 9첩 반상을 자세히 소개해 준다. 잊고 있었던 계절 감각과 잃었던 입맛을 살려주는 한식韓食의 위대함을 새삼 깨닫게 되는 부분이었다.
 
 




  웰빙도 좋고, 퓨전도 좋다만 우리의 기본이 되는 우리 음식을 모르고 어떻게 그 좋고 나쁨을 평할 수 있을까? 시간도 오래 걸리고, 손도 오래 가는 것이 우리 음식의 흠이라면 흠이겠지만, 그만큼 정성이 담긴다는 뜻이기도 하겠다. 이렇게 깊은 정성과 손맛이 결합한 음식을 먹는다면 성인병, 비만, 당뇨, 아토피 등 지금 우리가 음식으로 인해 고민하는 모든 현대인의 병으로부터 벗어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신토불이身土不二 즉, 우리의 몸에는 우리 땅에서 나는 식재료가 제일이듯, 우리 음식이 우리 몸에 가장 잘 어울린다. 이 책의 저자가 말한 것처럼 우리가 우리 한식韓食 의 기본을 안다면 그것을 연구하고 발전시켜 현실에 맞게 간소화하고 활용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책은 우리의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둬야 할 책이다. 특히 한식을 취급하는 음식점의 관계자와 한식 조리사, 요리사 과정을 준비하고 있는 수험생들에게는 소중한 자료임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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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북스토리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존 레넌]의 마음속 응어리를 풀어주는 [오쿠다 히데오]만의 특급처방!
 
  사람이면 누구나 호불호好不好 란 것들을 갖는다.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호好 들만 많다면 좀 좋으련만 사람들에게 까무러칠 만큼 좋은 호好 만큼이나 불호不好 가 많다는 것 씁쓸한 일이다. 싫은 것은 끔찍이 싫어해 보기만 해도 두드러기가 날 정도이니 가히 중증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것들을 모아 의학용어로 외상성 신경증(外傷性神經症)이라 불리우는 트라우마trauma 일텐데, 수 년 전 모 개그맨이 한동안 읊었던 '않좋은 기억'과 비슷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어린시절에 겪었던 끔찍한 기억으로 인해 나이를 먹어서도 비슷한 상황이나 사물을 혐오하게 되는 이 트라우마는 그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가 한 두 개정도는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내게는 무엇이 트라우마일까? 이 소설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는 오쿠다 히데오의 데뷔작이자, 유명한 팝스타의 트라우마에 관한 이야기다.
 
  전업주부인 한 남자가 길에서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는다. 없어야 할 어머니가 '존!'하며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으면서 존은 극도의 긴장감에 휩싸인다. 실제의 어머니가 아닌 것을 확인했지만, 그 후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하복부의 위화감과 장에서 맹수가 우는 소리같은 것을 느끼게 된다. 병원을 다녀온 후로는 배변을 보지 못하게 된 존. 아내 게이코와 살고 있는 오봉즈음의 일본. 그리고 그를 둘러싼 사람들과 자신의 기억으로 이야기는 변비로 고생하는 '존'의 답답함 만큼이나 똘똘 뭉쳐 풀어질 실마리를 전혀 보이질 않는다. 배변을 못하는 괴로움으로 고민하는 그를 추적하다 보니 괜히 내 속도 더부룩한 듯 답답함을 느낀다.  
아내가 채근해서 가게 되 곳 아네모네 병원에서 관장도 해 보았지만 그것도 허사 급기야 닥터는 그에게 불면증으로 인해 그가 배변을 하면서도 못한다고 기억하는 것일지도 모르다고 말한다. 한편 그는 병원을 고가면서 안개낀 공원에서 그가 보고싶어 하지만 죽어서 볼 수 없는 이들을 만나서 나름의 회한을 풀게되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큰 범죄에 대해서도 해결할 수 있게 된다. 배변을 못하는 신체적인 답답함이 계속되는 와중에 오봉을 즈음해서 소위 말하는 귀신들을 만나서 마음속의 응어리는 풀게 되는 야릇한 며칠이 계속된다. 그리고 결국 그를 변비로 몰아넣었던 비밀과 잃어버렸던 기억 그리고 트라우마에 대한 이해와 용서를 하면서 끝을 맺는다.
 
 오쿠다 히데오는 존을 무척 좋아했었나보다. 그의 공백 4년에 대한 의문에 대해 그동안 나온 한 장의 앨범을 나름대로 해석해서 그를 뒤쫓을 수 있었다는 것은 팬의 정도가 아니라 마니아에 가까울 만큼 존을 좋아했던 것이 아닐까? 실제의 인물과 그와 관련된 사건들을 일본의 오봉과 연관을 지어 굳이 판타지 형식을 취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도록 독자를 유도하고, 자신의 답답하고 갑갑한 마음의 상태를 변비로 나타낸 저자의 치밀함이 돋보였다. 그의 데뷔작이라해도 등장인물의 대화속에서 편하게 묻어나는 위트와 유머는 훗날에 발표된 [공중그네]와 [걸]이 나올 수 있게 한 충분한 공감대를 만들어준다. 눈에 보이는 듯 묘사되는 이야기는 등장인물 하나 하나를 독특한 캐릭터로 인식하게 하고, 글 속에 숨어 있는 핵심단어에서 작품을 이해하기 보다는 항상 읽고 난 후 느끼게 되는 잔잔한 감동이 저자 오쿠다 히데오의 책을 읽게 하는 매력이 아닐련지... 요즘의 독자에게 사랑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작가다.
 
이 책은 묘하게 어느 것에도 미혹되지 않는다는 불혹 즉, 40의 나이가 겹친다. 존이 사망할 즈음에 저자가 데뷔를 했는데, 모두 마흔 즈음이다. 호불호가 명확한 이십 대를 지나, 뭔가를 저지르면서 앞만 보고 달리는 삼십대를 넘고 나니 예전엔 미처 몰랐던 것도 알게 되고, 딱히 놀랄 것도 많지 않은, 무엇에도 시큰퉁한 사십대가 되었다. 호불호의 자기인식에서 '사실'을 추구하게 되면서 '아~, 사실은 그게 아니었구나'하는 깨달음을 얻는 시기가 되었나 보다. 한동안 잊었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 결코 해결되지 않았던 체증 은 결말에 완벽하게 해결된다. 독자가 보아도 시원하다고 느낄 정도였다. 모든 병은 마음이 키우고 마음이 치료한다. 오해와 곡해로 생긴 병은 이해라는 치료제 밖에는 없다. 언제 어떻게 치료하는가 하는 것은 오롯이 나의 몫인 셈이다. 되돌아보자. 나에게 트라우마는 무엇일까? 나역시 존과 마찬가지로 가족인데 6년 전 돌아가신 추호秋虎 , 굶주린 가을 호랑이같은 우리 아버지인 것 같다. 나도 존과 같이 해결할 수 있다면 보름쯤 변비에 걸려도 좋겠다 싶다. 그럴 수 있다면 이젠 그렇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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