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원주민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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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도 '대한민국 원주민'이 살고 있는지 모른다 !
 
  만화가 최규석. 그를 만난 것은 지난 5월에 읽은 책,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에서였다. 청소년 시절 단순한듯 심오한 표정으로 인간세상을 꼬집었던 아이공룡 둘리를 한국 국적을 취득한 외계 국민으로 둔갑시키고, 소외된 서민이 되어 생명을 잃어가는 모습을 담아낸 작품이라 한편으로는 파격적인 소재를 사용한 작가의 과감함에, 또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의 만화컨텐츠에 대한 시야를 넓혔다는 점에서 자신과 작품을 나에게 각인시켰었다. 책 속에 있던 단편 [사랑은 단백질] 또한 그의 무한한 가능성을 짐작케 했던 인상깊은 작품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가족의 이야기를 들고 다시 찾아왔다. 남의 이야기도 아닌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게다가 만화로 담은 것이다. 그리 밝힐 것도 아니고, 관심도 없었을지 모르는 것에 대해 전에 없었던 또 다른 파격적인 시도가 나를 매료시키고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제목은 [대한민국 원주민]이다.
 



  아버지, 엄나, 큰형과 누나 넷, 그리고 나 이렇게 여덟 식구의 이야기가 담겨졌는데, 만화가 최규석은 자신들의 가족사는 곧 대한민국 소시민의 작디 작은 60년사 였음을 보여준다. 과거의 기억이란 다큐멘터리가 될 수 없는 것. 조각 조각 났지만 가슴에 뭍혀지고 머리 한 켠에 새겨졌던 기억들이 시간과 공간을 넘어 그림으로 표현되었다. 사실은 기억하지만 그때의 감정은 본인도 알 수 없는 것. '잘 알 수 없다' , '~~했을 것이다'는 표현이 두드러진 것은 그 때문이리라.
 
 
 

 

 

 


  무책임한 아버지, 가난을 묵묵히 감내해야 했던 엄마, 그것에 힘겨워했던 누나들 그리고 그것들을 목격한 나... 그는 '전통사회의 바닥에 깔려 있다가 느닷없이 닥쳐온 파도에 밀려 끝없니 떠돌아야만 했던 사람들, 세상의 흐름에 휩쓸려 물 마른 강바닥에서 소용도 없는 아마미를 꿈벅대대는 물고기처럼 삶의 방식을 손볼 겨를도 없이 허우적대야 했던 사람들, 그들을 키웠던 곳은 흔적을 찾을 수 없이 자취를 감추었고 그들의 일상이었던 것들은 이제 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게 되어버린 사람들' 을 일러 '원주민' 이라 해서 제목도 '대한민국 원주민'이라 이름 붙였다. 
 
 













  가족들의 차마 꺼내지 못했던 아련한 기억들은 육덕지고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에 실려 대본이 되었고, 만화가 최규석의 리얼한 화력畵力으로 그림이 되어 50여 개의 이야기책으로 묶였다. 두 세쪽 남짓한 이야기는 1분이면 보고 읽지만, 떠오르는 웃음과 상념 때문에 곧장 다음 장을 넘기기가 어려웠다. '다 맞는 말이다, 나도 그랬다. 우리집도 그랬다더라. 너도 그랬냐?' 싶고, 웃고 넘어가기엔 가슴이 너무 먹먹해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가 이 책을 만들기까지 참 울기도 많이 울었겠다 생각들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가족을 더 이해할 수 있었을테고, 최소한 예전보다 얼굴 한 번 더 봤을 것 같다는 생각에 최규석이 부러웠다. 원한다면 들을 수 있는 가족들이 있고, 그것들을 오롯이 그림으로 나타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그가 부러웠다.
 
불쑥 어머니께 전화를 했다. 필경 맛난 낮잠을 곤히 즐기셨을 법한 오후 시간.
 
 "엄마, 엄마! 엄만 아버지 어떻게 만나셨어?"
      
"그건 왜? 자다가 봉창이라고... 그건 왜 궁금한겨?"
 
"아니, 갑자기 궁금해져서 그래. 응, 응?"
 
"어유 얘, 말두 끄내지 마라.
그때 생각하믄 내 손을 절구에 콩콩 찧고 싶으니께. 끊어, 언능 !!"
 
다시 전화하면 '한 바가지' 욕을 배부르게 먹을 것 같아 전화하지 못했다. 그래서 아버지를 만난 기억과 손과의 관계는 더 이상 알 수가 없다. 다른 한 당사자 역시 이미 돌아가신 지 오래라 물을 수 없는 것은 물론이다. 잊고 싶은 기억은 굳이 꺼내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족의 이야기라면 약간은 포장되고 과장되더라도 알고 있으면 좋겠다. 어느 날 더 이상 가족을 볼 수 없는 그날엔 '한 바가지 욕'도 들을 수 없을테니까.
 

독자로 하여금 항상 생각을 던져주는 만화가 최규석의 그림은 늘 반갑다. 그리고 한쪽 켠에 숨겨진 듯 차려진 만화코너를 당당히 문화장르로 옮겨 놓는데 한 몫을 하는 것 같아 보기도 좋다. 늘 그렇듯 가슴앓이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그에게 또 다시 , 좀 더 아프라고 주문하고 싶다. 그 뒤엔 기꺼이 나도 아파해 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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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경제학 - 이론과 실전을 겸비한 핵심 재테크 노하우
최용식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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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한국경제의 미래를 예측하려거든, 반드시 이 책을 먼저 읽어라 !
 
  경제학을 알리기 위한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OO한 경제학' '경제학 OOO' 등 제목마저 서로 엇비슷한 수많은 경제학관련서가 지금도 쏟아지는 이유는 세간에 부쩍 늘어난 '경제'에 대한 중요도가 한 몫을 톡톡히 하지만, 경제생활에 참여하고 기여하고 있는 독자들이 실제로는 '경제를 말하는 학문'인 '경제학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이다. 독자들의 욕구만큼 '경제학 관련서'들도 늘어났지만, 일상의 단편을 찝어내 그것을 경제학적 개념으로 해석한 '얕은 내공의 재미위주'의 책이 거의 대부분이고, 또한 거의가 외국번역서 일색이다. 그렇기에 그들이 책에서 말하는 경제생활의 개념과 우리의 그것은은 다를 수 밖에 없어서 책을 읽으면서 우리의 실정에 맞게 재해석을 할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는 훌륭한 책을 낼 만한 경제학자가 없다는 것인가? 아니면 책을 낼 만큼 훌륭한 경제학자가 없다는 것인가? 한 해에도 수백 수천 명의 경제학 박사를 배출하는 고학력국가인 우리나라에서 경제학자들은 과연 무엇을 할까?
 
  21세기 들어서 경제학자들을 비롯해서 미래형 예측 전문가들이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기업의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들이 감봉되거나 쫓겨나는가 하면 이론가보다는 실무형에 치중해 학계의 교수보다는 실무형 재테크 고수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들이 내다본 전망은 거의 모두가 들어맞지 않는가 하면 오히려 그들의 전망을 정확히 180도 역행한다면 들어맞을 확율이 높다고 할 만큼 신뢰도가 떨어졌다. 이것은 마치 법체제가 현실을 커버하지 못하고 항상 현실을 쫓아다니며 그것들을 금지하는 법만 만들어지는 것처럼, 빠르게 급변하는 경제상황의 변화를 이론적으로 커버하지 못하는 때문이다.
이러한 현재 시점에 "경제학이 경제 원리를 탐구하는 학문이라면 당연히 돈을 더 많이 버는 방법도 가르쳐 줄 수 있어야 한다." 고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 책은 어느 재야 경제학자가 쓴 것이다. "경제학은 경제현상을 연구하는 학문이고, 경제현상이란 돈을 벌고 쓰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경제학을 열심히 공부하여 제대로 활용하면 누구나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진짜 경제학이다."라고 저자는 주장하며 기존의 경제학 개념에 반기를 나섰다. 그리고 그가 말하는 경제학은 '돈 버는 경제학'이라고 당당히 주장한다.
 
" '최소비용의 최대효과', '한계효용체감', '수요공급에 의한 가격곡선'으로 경제학의 80%을 커버할 수 있다." 고 어느 학자가 농담을 한 것처럼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학문중에 대표적인 것이 경제학이다. 특히 그 학문적 이론과 실제적 경제 현실의 괴리는 그 격차를 더 넓여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 책은 현장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자산가들로부터 '경제 멘토'로 여겨지는 저자가 경제학의 실사구시 즉, 경제학은 개인과 기업과 나라를 부자로 만들 수 있어야 하므로 돈 버는 학문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그래서 이 책은 1차적으로 부자가 되기를 바라는 보통 사람들을 위한 것이지만, 2차적으로는 경제학자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단순한 그의 주장은 내 주의를 끌기에 충분했다.
 
어느 퀴즈쇼의 마지막 문제에서 9명은 'O' 에, 단 한 사람만 'X' 의 정답칸에 서게 되었다.
그래서 사회자는 'X'에 선 남자에게 다가가 정답에 자신이 있는 지를 물었다. 남자의 대답이 압권이다.
"복부인인 우리 마누라 말이 절대로 사람많은 곳에 가지 말래요."
 
그 사람이 선 'X'의 자리가 정답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만약 그가 정답이었다면 우승으로 결정될테고, 9명이 정답이었을 때 남은 한 사람의 우승자가 나올 때까지 또 다시 다툼을 벌여야 하는 고생은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 퀴즈쇼가 아니고 투자대상에 대한 최종 결정이라면 당신은 어떤 답을 선택하겠는가?
수많은 투자서와 재테크 관련서를 보면 '흐름을 거스를 줄 아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 또는 '대세라고 불리는 투자타이밍에 한 발 먼저 사거나, 팔아라'고 주문한다. 다시 말해 투자에 있어서는 관심과 시선집중은 곧 수요를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투자처는 더이상 '호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남들이 채 시선을 던지지 못한 '투자처'를 조금 더 빨리 찾아내어 미리 투자한다면 그 시간의 우선만큼 많은 수익을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세상에 깔린 수많은 경제학책과는 시선을 달리하는 책이라고 보여진다. 세계적인 경제학자들의 경제이론과 그에 비슷한 사례를 밝힌 기존의 경제학 책들이 '죽어버린 과거의 경제사 부검서'라면 , 이 책은 이미 현실에 촛점을 맞추지 못하는 경제 이론이라는 이름의 혼탁한 백내장을 눈으로부터 떼어내는 '개안수술'에 비유할 수 있다. 특히 그가 예를 드는 것은 모두 격동기를 맞았던 1980년대에서 부터 최근의 2008년까지의 우리나라 경제상황을 철저하게 분석하여 경제학적 지식이 커버하지 못한 것들을 낱낱이 분석하는데, 그 시대에 겪었던 나의 상황들이 오버랩이 되어 현실성은 최고에 다다른다. 
 
저자는 경제학적 지식을 넓히는 것은 기본이지만, 지식이 많이 쌓였다고 해서 반드시 지혜를 얻었다고 말할 수 없으므로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이해햐려고 노력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것이 지혜를 얻는 원천이고 지름길인데, 그런 의미에서 경제학은 경제 지식이 아니라 경제 원리를 가르쳐야 하고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경제 원리를 알야야 경제가 돌아가는 이치를 알 수 있고, 이걸 알아야 지혜를 얻을 수 있으며, 그래야 경제를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다. 다른 사람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경제 원리를 먼저 알 수 있다면, 이런 지혜야말로 돈을 버는 데는 탁월한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기존의 이론에 치우친 경제학에 대해 메스를 든 만큼 경제학에 관련된 용어와 법칙들이 나와 다소 읽기 어렵고 힘들 수 있다. 게다가 저자가 새로이 주장하는 경제 원리 즉, '수요와 공급이 시간 이동을 한다'거나, '가격 이론에 품질을 도입해야 한다', 혹은 '경제학에 병리학을 도입해야 한다', '가격 현상과 소득 현상은 합성 현상이다' 등은 새로운 것들이어서 경제학을 접하지 않았던 독자들이 충분히 이해햐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경제학에 대한 약간의 경험과 관심이 있었다면 주의를 기울여 읽어내려간다면 이해에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 기존에 나왔던 경제학 관련서와는 격을 다르게 두는 만큼 시도하려거든 마음을 든든히 먹어야 할 것이며, 공부하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지난 날 IMF 외환위기를 지나면서 우리나라는 실로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국가의 경제정책의 실패와 더불어 미래의 상황에 대해 안일하게 대처한 기업의 탓이 크겠지만, 과거와 현재를 두루 살펴보지 않고 그저 앞만 보고 달렸던 우리 모두의 탓도 없잖다 하겠다. 신도시 개발, 환율정책, 각종 부동산 조세 등  '제도권의 경제정책'은 우리나라의 경제 전반에 걸쳐 실로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투자자인 개개인이 제 아무리 뛰어난 고수라고 하더라도 국가적 경제 흐름을 거슬러 투자에 성공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경제 이론과 경제 원리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공부하여 익혀둔다면 국가 정책의 맹점과 한계를 알게 되고, 그에 따라 투자환경을 변화시킨다면 이를 알지 못하는 다른 투자자들보다는 '혜안'을 갖춘 이들처럼 보일 수 있을 정도로 투자처를 선점할 수 있다. 즉 남들이 말하는 위기의 투자시점을 기회로 돌릴 수 있다는 말이다.
 
오랜만에 거시경제학적 관점으로 내려다 볼 수 있는 투자서가 우리나라에 나온 것 같다. 저자의 수많은 노력과 경험이 쌓인 경제원리들은 내게 투자대상과 시점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 주었다. 이 책에 앞서 발표된 [대한민국 생존의 경제학]은 학문적인 이론서라고 한다. 그 책을 찾아 읽고, [돈버는 경제학]을 다시 읽어야겠다.
 
내게 또 다른 시선을 제공하는 책은 실로 보물과 같다. 서점에 꽂힌 수십만의 책 속에 숨어있을 뿐이다. 용케 골랐다면 다행이다. 그런 다음은 꼭 읽어야 한다. 생각하면서 읽고, 기억하면서 읽고, 나를 이입하면서 읽어야 한다. 종위 위에 있는 활자가 나에게 꽂히기를 바라지 말고 내가 읽어가며 캐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제대로 삼켜야 한다. 씹다가 뱉을 것이 아니라, 온전히 씹어서는 나에게로 들어오도록 삼켜야 한다. 다시 말해, 배운 것을 익히고 바로 실행할 수 있도록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훈련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책이 좋았는지 나빴는지를 평가해야 할 것이다. 책은 온전히 혼자 있는데, 그 책이 좋았다 하거나 나쁘다 하는 사람들은 서로 갈린다. 독자들 한 쪽은 분명이 씹다가 뱉어낸 부류일 것이다. 그렇다고 보면 이 책은 꼭 맛을 봐야 할 책이고, 온전히 씹어야 할 책이면, 제대로 삼켜야 할 책이다. 이런 책을 만나기는 절대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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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란의 다카포
호란 지음, 밥장 그림 / 마음산책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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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의 또 다른 '즐거움'을 알려준 책리뷰 고수 [호란] !
 
  가수 '호란'이라는 이름을 알기는 공교롭게도 어느 남성잡지에 매달 실리는 컬럼에서였다. 최신의 트렌드와 문화의 선두주자임을 앞다투어 자랑하는 매체들임에도 카탈로그를 보는 듯한 광고와 패션 일색의 내용에서 책에 대한 대접은 한페이지에 대여섯 권이 빽빽히 들어차 있는 정도. 그나마 소개해 주는 것만도 어딘가 싶을 정도다. 게다가 '이 책을 읽기는 한 걸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의 성의없는 책소개는 오히려 책을 고르기에 반감을 가질 만큼이다. 패션잡지에서 좋은 책을 소개받기란 어쩌면 '우물에서 숭늉찾기 인지도 모른다'고 위로하면서도 항상 마득찮은 감을 버리지 못하던 터였다.
 
  가장 나중에 만들어진 남성잡지(매월 멋들어진 몸매를 자랑하는 남자 연예인을 표지모델로 하는 잡지여서 오히려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후문이 있다)임에도 많은 판매부수를 자랑한다는 이 잡지의 뒷부분을 보면 한 권의 책(주로 소설)을 소개하고, 한 페이지 가득 '화려한 리뷰'를 만날 수 있는데, 그 리뷰를 쓰는 이가 '호란'이었다. 영화나 IT제품의 리뷰를 본 적은 많았지만, 신문의 주말판 별지에서 보도자료를 보고 베낀 듯, 기자의 이름만 빌린 듯 확인불가해 감히 '리뷰'라 말하기 어려운 것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펜을 가지고 업으로 삼고 있지 않은 사람이 독자로서 책을 읽고 제대로 써 내려간 '어른의 독후감'을 만나기는 처음인 듯 했다. 특히 가수라는 그녀의 직업을 알고 난 후엔 '입만 살아있는 치들'로 여겨왔던 나의 연예인에 대한 편견 또한 제동을 걸게 했던, 말 그대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마치 '책'이라는 풀장에 푸욱 빠져서 마음꺼 헤엄치다 나온 듯 그녀의 리뷰를 읽노라면 책에 대한 전체적인 흐름과 느낌을 알 듯 하고, 그녀가 풀어놓은 책에 대한 자신의 소감을 듣노라면 그녀가 헤엄쳤던 풀장의 물은 진탕 헤엄을 쳐서 모두 밖으로 튕겨버렸던, 모두 마셔버렸던 한 방울도 남지 않았을 것처럼 모두 흡수한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그녀가 읽고 난 책을 다시 편다면 무제 연습장처럼 활자는 하나도 남아있지 않으리라...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녀의 리뷰를 읽는 것은 '책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큰 자극이 되었고, 내가 읽은 책에 대해 나의 생각을 담아 글을 쓴다는 것은 책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미치게 되었다. 그녀의 책을 읽고 이렇게 리뷰를 쓰게 되는 것도 어쩌면 그녀의 덕인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책 [호란의 다카포]의 책출간소식을 들었을 때 처음 만나는 책이었음에도 몇 권의 책을 통해 만나는 작가를 만나는 듯 익숙하고 반가웠다. 정방형에 가까운 핸디사이즈의 크기도 마음에 들었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삶과 즐거움 그리고 책의 이야기가 오롯이 담긴 책의 내용이 압권이었다. 가수인 그녀가 생각하는 음악과 음악하는 즐거움에서는 '천직을 만난 사람의 행복감'이란 것이 무엇인지 알 듯했고,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이야기할 때는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그대로 전할 수 있는 재능'에 부러움을 숨기지 못했다. 이미 남성잡지에서 읽은 바 있는 그녀의 리뷰는 덧대어  'p.s.'라고 해서 칼럼에서 못다한 책 속 이야기와 느낌을 만날 수 있었다.
 
"홍대 구석 카페에서 노트북을 펼쳐놓고 글을 다듬으며,
가끔 한 번씩 스트레칭을 해주며,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면서,
나는 정말 행복했다.
 
다카포. 처음으로.
나의 오랜 혼자놀기의 산물인 책 이야기들"
 
  이 책을 쓰게된 이유와 과정, 그리고 제목을 그녀는 이렇게 설명했다.
요즘같이 즐길 시간은 부족한데, 무엇이든 원하면 얻을 수 있는 '유혹많은 세상'에서 '한 권의 책을 읽기'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오죽하면 책이 제 모습을 버리고 '컨텐츠'만 빠져서는 유체이탈해서 e-book에 담기겠는가?) 하물며 내가 읽은 책에 대해 그 감상을 '리뷰'나 '서평'이라는 이름으로 글을 쓴다는 것은 큰 맘 먹지 않으면 좀처럼 하기 힘든 일이다. 하지만 이것이 '즐거울 수 있다면' 가능해진다. 책장을 넘기기가 무섭게 다음 장을 넘기고 싶은 충동이 일 만큼 나에게 '딱'맞는 책을 만나고, 그 책을 모두 읽고 나서 무심하게 책꽂이에 꼽기는 너무 '헛헛'하다. 누군가에게 그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을 때, 책을 통해 얻은 느낌을 말하고 싶을 때, 하지만 딱히 그런 상대가 없거나 상황이 여의치 못할 때 '책리뷰'가 필요한 것이다. 단순히 '읽은 책 목록'이 아니라 허접하지만 개인적으로 소중한 '독서노트'가 될 수 있다. 얼마전 어느 행사에서 소설가 김영하씨는 '책리뷰를 쓴다는 것은 책과 자신의 마음을 한데 어울리게 해서 새로이 만들어지는 또 한 권의 책일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녀만의 혼자놀기 산물이었던 책 이야기들이 한 권의 책이 되었고, 또 다른 책읽기라는 혼자놀이를 즐기는 이들에게 선물이 되었다. 책을 만든다는 것은 산모의 산고産苦만큼이나 괴로운 것이라고들 하지만 그녀는, 그녀만큼은 즐겁고 행복한 작업이었으리라.
 
  야릇한 이름, 몽환적인 노래의 음색만큼이나 느낌있는 글들이 가득찬 책이다. 솔직 담백하고 당당한 그녀의 글에서 간혹 독자를 의식해서 무언가를 부연하고 해명하는 식의 글을 만난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나는 연예인으로서의 그녀를 만나고자 한 것이 아니라 작가로서의 그녀를 만나고 싶었으니까. 그녀는 강호에 존재하는 수많은 무림고수들의 존재를 '뒤통수 한구석에 묵직하게 의식'하면서 이 책을 썼다고 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녀가 이미 고수임을 내게 확인시켜주는 시금석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또 다시 그녀가 책을 낸다면 난 기꺼이 그 책을 찾아 나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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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강의
랜디 포시.제프리 재슬로 지음, 심은우 옮김 / 살림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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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앞둔 교수가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황금같은 메시지 !
 
  사람은 누구나 언젠가 죽는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일테고. 자신의 죽음을 곰곰히 생각해 보기는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괴롭거나 곤란한 일을 겪을 때 마다 습관적으로 '아~죽고 싶다'고 말하거나,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막상 내 죽음에 대해 생각하기엔 영 껄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생각만 해도 이럴진대 "당신은 이러이러한 병으로 얼마 후 사망할 것입니다."라고 '사형선고'를 받는다면 어떨까? 정말 끔찍하기 그지없다. 우선은 '왜 그런 병이 하필 나에게..?'라고 억울하다 생각할테고, '도대체 얼마나 더 살 수 있을까?'라고 고민할테지. 그리고는 아직 채 하거나 이루지 못했던 일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없음을 안타까워 할것 같다. 언젠가는 돌아갈 여정이지만 언제라도 '닥친다면', 그 마음은 변함이 없을 것 같다. 
그 우울함 또한 늘 여전해서 생각하기조차 두려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느 환자는 어제나 혹은 오늘 그 이야기를 들었을 수 있을 것이고, 내일 들을 수 있다. 그런 미래의 환자의 이름이나 일수도, 이 글을 읽는 독자일 수 있다.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면 난 어떻게 생의 마감을 준비할까? 
 
  미국의 카네기멜론 대학의 컴퓨터공학 교수로 있던 어느 중년의 남성이 가장 치료가 어렵다는 췌장암에 걸려 '사형선고'를 받았다. 이상형의 여자를 만나 결혼해 세 자녀의 아버지이기도 한 그는 남은 시간을 소중하게 보내기 위해 고민한다. 특히 남겨지는 어린 세 자녀들에게 아버지로서 알려주고 싶은 모든 것을 짧은 시간안에 남겨주기 위해 고민했는데, 부모로서 또한 교수로서 자녀와 제자들에게 살아가면서 겪게 될 장애물을 헤쳐나가는 법을, 그리고 삶의 나침반이 될 수 있는 말을 들려주기 위해 '마지막 강의'를 기획하게 된다. 이 강의의 내용이 유튜브youtube 를 통해 조회누적수 1,000만 건을 기록하는가 하면 구글 인기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큰 반향을 일으킨다. '마지막 강의'에 참석한 [월스트리트저널]의 칼럼니스트가 교수와 강의 내용과 쉰세 번의 전화인터뷰(이들은 쉰세 번의 강의라고 부른다)를 통해 한 권의 책을 냈다. 랜디 포시Randy Parsch 교수와 제프리 재슬로Jeffrey Zaslow 의 책, [마지막 강의 The Last Lecture] 가 그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랜디 포시는 우선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자신의 병에 대해 좌절하지 않고(이 책에서 말하지 않았으니 사실은 모른다. 하지만 유튜브의 동영상을 보면 그가 얼마나 긍정적인 사람인지 알게 된다) 또한 죽음에 대한 공포심에 떨면서 시간을 보내지 않고, 오히려 살아있는 동안 그에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집중하기를 마음먹었다. 또한 그는 가족을, 자신의 일을, 자신의 제자들을 진정 사랑하는 사람이다. 공학도이기도 하지만 효율성에 대해 늘 고민하는 그는 자신이 아끼는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처음이자 마지막인 '단 한 번'의 이벤트로 그들을 행복하게 한다(심지어 전날 강의를 위해 챙기지 못한 아내의 생일축하까지). 그에게 남겨진 시간은 그 무엇보다 소중한 보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허송세월을 하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시간은 당신이 가진 전부다.
그리고 당신은 언젠가, 생각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생을 마감하면서 자신의 과거를 뒤돌아 봤을 때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그는 한 시간의 강의를 위해 그리고 자신의 아이들과 제자들에게 꼭 남겨주고 싶은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그야말로 '액기스'만을 골라 '당신의 어릴 적 꿈을 진짜로 이루기Achieving Your Childhood Dreams' 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시작한다. 그는 자신이 살아오면서 꾸었던 꿈들에 대해 그것들을 이룩하기 위해 노력한 내용을 그리고 그 결과를 알려준다. 무중력 상태에서 둥둥 떠 있고 싶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력한 끝에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가상현실 프로젝트 실험에 참가하는가 하면, 우상이었던 [스타트랙]에 등장하는 우주선 엔터프라이즈호의 사령관인 제임스 T. 커크 선장을(실제로는 배우 윌리엄 새트너)를 만나고 그와함께 책을 썼다. 서른 여덟이 되도록 만나지 못했던 이상형의 여인을 우연히 만나고 그녀에게 구애했지만, 거절을 당한다. 하지만 그의 노력으로 그녀와 결혼을 했고, 그에게 꿈의 천국이었던 월트 디즈니에서 이매지니어링에 동참했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그가 지금까지 이룬 모든 것들과 자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들은 어린 시절 가졌던 꿈과 목표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얻은 것들이었음을 전해준다.
  
 



  한편 '당신의 인생을 사는 방법' 편을 통해서는 자신만의 인생을 위해 어떻게 노력했는지, 그리고 어떤 방법들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었는지를 말했다. 꿈을 크게 꾸고, 겉멋보다는 성실함을 추구하며, 불평하지 말고 노력하기를 권했다. 알 수 없는 다른 사람의 생각에 집착하지 말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사람을 볼 것이며, 모험에 기꺼이 동참하는 첫 번째 펭귄이 되라고 주문한다. 또한 무성의한 사과는 아예 하지 않느니만 못하며, 항상 진실을 말해야 하고,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그의 글의 곳곳에서 마치 어른이 된 자식들에게 삶의 지혜를 들려주는 듯 했는데, 그는 절대로 볼 수 없는 어른이 된 자식들의 모습을 강의에 참석한 학생들에게서 찾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마음이 아팠다. 그가 일찍 죽는 것에 대해 가장 안타까워 했던 부분이 '아이들의 성장의 과정에 아버지가 없는 것'이었는데, 그는 이 편을 통해 아이들이 인생을 살면서 명심해야 할 것들을 적어놓은 듯 했다. 진심이 가득 담긴 그의 글을 읽다 보면 뜨거워지는 가슴과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는 내모습을 여러 번 발견했다. 
 
 




  죽음을 앞둔 그는 이 책 [마지막 강의]에서 관객들에게, 독자들에게 웃음과 교훈을 던지며 꿈을 이야기한다. 그가 전하는 한마디 한마디의 웃음과 감동이 자신의 아이들에게 전해지는 듯 해 가슴이 뭉클해져 아리기까지 했다. 지난 해 12월 성균관대 법학과 이기용교수가 학기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오후 2시30분께 연구실에서 쓰러져 인근 서울대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진 일이 있었다. 직장암 3기 판정을 받은 이 교수는 “강의를 모두 마치고 입원치료를 받겠다”며 수술 날짜를 연말로 미루고 수업을 강행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가 계속해서 오버랩된 것은 아마도 교수로서 자신의 '천직'에 대한 소명을 다했던 두 사람의 공통점 때문이리라.  이 책은 후회없는 삶을 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그리고 진정 사랑하는 이들에게 자신의 사랑을 어떻게 전해야 하는지를 내게 말해준다. 그리고 나에게 앞으로 남겨진 시간이 절대로 영원하지도, 길지도 않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나의 꿈, 나의 미래를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다시 위의 질문으로 되돌아가 가본다.
미래의 어느날 의사가 내게 '당신은 이러이러한 병으로 얼마 살지 못한다'고 말한다면 난 어떻게 생의 마감을 준비할까? 나 또한 내가 현재와 미래의 가족과 최대한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다. 그리고 그들에게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전할 것이다. 내가 아는 모든 이들에게도 못다한 나의 애정을 전하고 싶고 이해와 용서를 구하고, 베풀고 싶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다 보니 내 죽음의 시간을 알게되는 '시한부선고'를 받는 그 날까지는 '다가오는 매일의 '오늘'을 후회없고, 미련없이 보내야겠다' 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정말 생각보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기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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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0-2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0
프레데릭 포사이드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쟈칼의 날>의 프레더릭 포사이스는의 펜끝은 아직 무뎌지지 않았다!
 
군사첩보소설의 대가 톰 클랜시의 맥을 잇는 최고의 소설가 프레데릭 포사이드의 새 작품을 만났다. 전작 <자칼의 날>, <어벤저> 과는 또 다른 시각으로 내려다 본 소설 [아프간]이다. 냉전시대와 그 이후 요원들의 생존을 그린 작품들을 읽었을 때는 이미 지난 과거의 일이고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려서 영화처럼 즐기듯 재미로 읽었지만(어려서 읽은 탓도 있으리라), 이 작품은 현재도 진행중인 보이지 않는 치밀한 전쟁 '테러와의 전쟁'의 일부를 다룬 것이고, 인터넷을 통해 관심만 둔다면 그 전쟁의 진행과정과 피해상황들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시대가 된 터라 즐기듯 읽을 수만은 없었다. UCC등으로 보이는 참상등이 사실과 조작이 혼재하는 세상인 만큼 '허가받은 거짓말'을 표방하는 소설임에도 실재한 사전, 실존인물, 진행중인 사전등 그 생생한 사실감에 허구와 사실을 구분하지 못한다.
 
이 소설은 21세기 첩보전의 현황을 완벽하게 묘사한 작품이라 할 수 있는데, 007영화에서나 봤음직한 최첨단의 무기와 도청기법, 그리고 작전의 치밀함은 놀람과 동시에 공포감까지 느끼게 한다. 첩보소설의 주인공은 거의가 영웅으로 묘사되지만 소설 [아프간]의 주인공 마이크 마틴은 그렇지 않다. 현실에서 최소한의 희생을 원하지 않는 한 인간으로 묘사되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오늘날 전쟁의 양상이 국가의 존립을 가늠하는 관념적 사상체계을 넘어 지하자원과 식량등 현실적인 생존의 문제와 결부된 만큼 다툼의 정당성을 표방하기는 절대로 쉽지 않다. 선방은 항상 테러로 분류되고, 일당 백의 생명가치를 표방하는 강대국의 잣대에서 적군은 항상 후진국의 미개인으로 가늠된다.
 
무엇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전쟁의 한 부분을 묘사한 이 작품을 보면서 단순히 흥미만을 느끼기에는 너무 알거나 늙은 것일까 전에 읽은 [연을 쫓는 아이]와 [천개의 찬란한 태양]을 떠오르게 한다. 이 소설의 몇 줄로 표현된 미사일과 폭탄의 폭발로 사그러져간 민간인의 모습들이 계속 눈에 보이는 듯 하고, 장군 멍군을 번갈아가며 그들이 벌이는 첩보전과 요원들의 활동은 체스게임을 벌이는 인간 보다 더 큰 어떤 존재를 연상하게 한다. 이 모든 상념들의 이유가 프레더릭 포사이스의 논픽션같은 사실적인 묘사 때문이리라.
 
톰 클렌시의 군사소설을 즐겼거나 '테러와의 전쟁'을 둘러싼 현대 첩보전에 관심있거나, 두 시간짜리 영화로는 표현할 수 없는 스케일과 스토리의 영화를 혼자 머리속으로 만들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하지만 읽기 힘든 중동국가의 지명이나 이름을 기억하기는 냉전시대의 소련의 그것보다 어렵다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앞서 말한 소설 [연을 쫓는 아이]와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읽어 본 이들에게는 덜 하겠지만. 현재진행형의 사건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라 즐기듯 읽기보다는 지구 반대편의 보이지 않는 전쟁을 느낄 수 있다고 봐야겠다. 프레더릭 포사이스는의 펜끝은 아직 무뎌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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