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에센스
한진수 지음 / 더난출판사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우리 실정에 꼭 맞는 사례로 쉽게 풀이한 '경제학 이야기' !
 
   요즘 우리나라 뉴스와 신문은 거의 모두가 '경제신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관련 뉴스가 절반에 이르는 것을 보니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국내외 경제에 그만큼 깊은 관심을 두고 있다는 반증도 되겠지만, 그만큼 우리의 생활이 예전에 비해 그만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소리도 되겠다. 택시기사님들은 모두가 '재경부 장관'을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고, '나라경제가 바로 서야 한다'는 소리를 아이들 입에서 들을 정도이니 두 말하면 입아프다 하겠다. 너나 할 것 없이 '경제 혹은 경기'를 입에 달고 사는 요즘이 우리나라라고 봐도 무리가 없겠다.
 
  이른 바 '국제화 시대'가 되면서 갈수록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경제현상들이 늘고 있는 요즘인 만큼, 그럴수록 기본적인 경제 원리에 대한 이해가 중요시된다. '경제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면, 오늘날의 문제들을 더욱 쉽게 그리고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하지만 딱히 뜻을 두고 공부를 하였거나, 경제학을 전공으로 한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그것을 제대로 알기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 지금껏 경제학 을 이야기하는 서적들은 전공자 혹은 관련자들, 이른 바 '그들만의 리그'를 위한 책들이 많아 일반인이 접해서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경제학 콘서트'를 필두로 한 '경제학 쉽게 이해하기'을 위한 책들이 십여 권이 출간되어 일반인들의 호평을 받긴 하였지만, 이들 또한 외국인 저자에 의한 외국의 사례를 들어 그것들을 오롯이 소화하기는 무리가 있어 아쉬웠었다. 최근 들어 그에 대응하듯 우리나라 학자에 의한 경제학 관련서들이 나와 반가움이 앞선다. 오늘 읽은 책 [경제학 에센스]또한 우리의 경제학자 한진수교수가 쓴 책이고, 우리 주변의 사례를 들어 쓰여졌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경제학 에센스]를 짚어준다. 다시 말해 경제학 원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개념 즉 '선택' , '기회비용' , '비용의 원리' , '한계의 원리' , '비교우위' , '거래의 원리', '가격차별의 원리' , 사회선택의 원리' , '정보와 신뢰' , ' 최선을 위한 공동의 선택', '시간, 확률, 심리학'에 대해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개념을 우리 주변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현직 교수가 일반인을 위해 쓴 책인 만큼 '전공강의'보다는 '교양강의' 시간에 이야기를 하듯 글을 서술된다.
 
  저자는 경제학을 '선택의 학문'이라고 설명하고, 하루에도 수없이 많이 만나게 되는 '선택의 상황'에서 이 책이 말하는 '경제원리'를 이해한다면 좀 더 빠르고, 올바르게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헤어진 애인과의 옛정을 생각해 다시 만나야 하는가?'
'요즘 최고의 타자들이 4할대를 넘기지 못하고 3할대에 머무르는 이유는 뭘까?'
'왜 학생들은 일반인보다 500원 싸게 자장면을 먹는 것일까?'
'쿠폰을 마구 발행해도 기업은 손해보지 않고 괜찮을껄까?'
'왜 보험은 자기부담금을 만들어놓은 것일까?'
'명절에 시댁과 친정 어디를 가야 현명한 걸가?'
 
  등 재미있는 선택의 상황들이 사례들로 소개되며 어렵기만 한 '경제원리'들을 쉽게 풀어준다. 오히려 너무 쉽게 풀어줘서 경제학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심드렁할까 두렵다. 하지만 기존의 책에 있던 사례들과는 차이가 있고, 우리의 그것에 적용했기 때문에 이해하기도, 실제로 경제생활을 하면서 그것을 염두해 두기에는 최적의 사례들이라고 볼 수 있겠다. 나라 경제의 중심에 있는 직장인들에게는 필수적인 '경제원리'를 제대로 쉽게 익힐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고, 네 개들이 한 팩을 살 것인가 한 개만 살 것인가. 수박을 한 통짜리로 살 것인가 반 통짜리로 살 것인가. 기름 값, 밀가루 값 폭등으로 물가는 계속 오르고… 같은 값으로 더 좋은 상품을 고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선택을 해야 하는 소비주체의 중심적 위치에 있는 주부들에게는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데 일조할 것이다. '경제학 원론'을 '전공기초'로 수업을 했던 나의 옛기억을 더듬어 본다면 경제학을 처음 배우는 대학생들, 그리고 입시논술을 치뤄야 하는 수험생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생활에 꼭 필요한 '경제원리'를 쉽게 읽으면서 배우고 싶다면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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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달러를 빌린 백만장자
마크 피셔 지음, 지소철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마크 피셔의 [게으른 백만장자], 2달러를 빌리다?
 
 
  세상에 부자는 많다고 하지만 실제로 찾아보려면 '눈을 씻고도 봐도' 보이지 않고 만날 수가 없다. '유유상종'이라고 그들만 만나는가 보다...라고 이야기들을 하지만 딱히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간혹 소위 '알부자'라는 사람들을 만나면 놀라운 것을 발견하는데, 그들은 TV나 영화속에서 보아온 부자들의 이미지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훨씬 수수하고, 부자인 티를 내지 않아 그냥 옆집 아저씨같은 분위기라고 표현하면 어울릴 것이다(대외적으로 활동이 많고, 다중을 상대해야하는 특수직의 부자들은 제외하자). 그리고 그들에게 부자가 된 비결을 물어보면 하나같이 '운이 좋았다'라고 하거나 '기회를 잘 포착했던 것 같다'는 표현으로 넘어가곤 한다. 하나같이 옅은 미소를 띤 채.
 
  우연한 기회에 그렇게 말했던 부자의 솔직한 충고를 들을 수가 있었다.
그는 "내가 부자된 방법을 아무리 알려줘봐야 소용이 없다. 어짜피 나를 닮으려 실행하지 않을테니까. 처음에 부자가 되어 묻는 이들에게 진심으로 내가 부자된 방법을 가르쳐 주었더니,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정말 사실인데도 믿지 않는데 더 말해줘서 무엇하겠는가? 왜 믿지 않냐고 물으니 내가 뭔가 [특별한 비법]을 숨기고 있다고 하더라. 답답할 노릇이었다. 그들은 어쩌면 부자의 진실을 듣고 싶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꿈꾸는 부자에 대한 상상을 믿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난 당신의 말을 믿을테니, 솔직하게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말했다. "좋은 방법을 알거나, 생기거든 그것을 믿고 몸을 움직여 실행하라. 의심하고 두려워서 망설이다 포기하면, 당신은 아무리 좋은 방법을 듣거나, 알게 된다고 하더라도 심지어 가르쳐준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믿고, 실천하지 않으면 절대로 부자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나 역시 그들에게 듣고 싶은 대답은 조금은 더 '특별할 것이다'라고 판단했었는데, 약간 빗나간 듯 더 해줘야 할 말이 있는 것이 아닌가 그의 추가적인 대답을 기다렸지만, 더 이상은 들을 수 없었다. 그것이 그 알부자가 말한 '부자되는 비결'이었다. 나 또한 그의 대답에 시큰둥했던 것 또한 사실이었다. 7년이 넘은 오래전 이야기라 한동안 잊었었는데, 오늘 읽은 한 권의 책이 그때의 이야기를 떠오르게 해줬다. 그리고 옛날의 알부자가 말했던 '부자되는 비결의 충고'는 더없이 소중한 황금언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게으른 백만장자]로 우리나라에서 널리 알려진 자기계발 전문가 [마크 피셔]의 새 책 [2달러를 빌린 백만장자]이고, 원제는 [The Instant Millionaire , 1998]이다.
 
 



  저자인 마크 피셔는 어느 백만장자를 만나서 겪게된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긴 자전적이야기라고 해서 덩구 관심을 끌게 된 이야기인데, 빈텉털이가 되어버린 나(마크 피셔)는 돈을 빌리기 위해 삼촌을 만나러 갔다가 돈은 빌리지 못한 채 백만장자 고든씨를 소개시켜준다며 소개장을 들려 패릭스톤의 저택으로 안내된다. 전 재산이라고는 단 돈 2달러 밖에 없던 나는 그곳에서 한 정원사에게 2달러마저 빌려주게 되고, 백만장자 고든을 만나 1만 달러가 걸린 내기를 하게 되면서 '부자가 되는 비결'을 배우게 된다는 내용의 책이다.
 
  이 책을 소개하면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자기계발서나 동기부여에 관련된 책을 읽고자 함에 앞서서 갖추어야 할 마음가짐은 '이 책에서 무엇인가 얻어내야겠다' 고 마음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돈을 주고 책을 사는데 당연한 것 아니냐?"고 묻는다면 책을 집어들고 계산대로 향하면서, 아니면 장바구니에 넣고 주문버튼을 클릭하면서 '이 책이 나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알려주는지 한 번 기대해 보겠어.' 혹은 '이거 또 다 그렇고 그런 소리로 한 권 채워놓은 것 아냐?'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는지 되묻고 싶다. 다시 말해 자기계발류의 책을 집어들면서는 '이 책을 통해 꼭 바라는 바를 얻겠다'는 간절함이 묻어나야 그 책에 담긴 내용을 온전하게 모두 소화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류의 책은  '부동산 또는 주식'등의 투자지침서같은 실전투자기법을 설명한 책이 아니기 때문에 태어나서 처음 듣는 말은 들어 있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우리가 지금껏 살면서 들어왔고, 읽어왔던 수많은 좋은 말 중에 부자 혹은 부자들을 만났던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해진 그들의 방법을 저자의 스토리텔링에 의해 그것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얼마나 잘 전달되는가 하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마크 피셔]의 부자에 대한 [어른을 위한 우화]는 좋은 책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백만장자 고든의 부자되는 핵심은 다음과 같다.
부자가 되는 길은 뜻밖의 장소에 있다,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어라, 당신의 가능성을 믿는다면 밑천은 필요없다, 성공하고 싶다면 배수의 진을 쳐라,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히 제시하라,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생각부터 바꿔라, 셀프 이미지Self -image, 오늘로부터 6년 후, 나는 기필코 백만장자가 된다, 말의 힘을 믿어라, 난관에 부딪히더라도 정신적으로 자유로워져라, 세상은 그 인간의 내면을 반영하는 겨울에 불과하다, 큰 소리로 되풀이해서 말하라, 잠재의식을 마음으로 통제하라, 돈이 돈을 부른다, 목표 금액과 기한을 반드시 함께 적어라, 나는 날마다 모든 면에서 향상해간다, 만약 오늘 밤 죽는다면 오늘 할 일을 완수했다고 자신에게 말할 수 있을까?, 백만장자를 목표로 하든, 작은 부자가 되기 위해서든 일을 즐거워하지 않으면 안된다, 날마다 나는 모든 일에서 좋아지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신이 스스로의 신神 임을 인식하라, 자기 운명의 지배자가 되면 불가능은 없다, 겨자씨 같은 믿음이 산을 움직인다, 인생의 모든 면에서 집중력은 성공의 열쇠다, 사물의 중요성은 자신이 그것을 중요하다 믿는가 아닌가에 달려 있다, 집중력을 키워라, 틀림없이 성공한다고 마음속 깊이 믿으면 그것은 반드시 실현된다, 아무 생각말고 부탁하라, 자기암시 즉 자신의 말을 지상명령으로 삼는다, 인간의 으뜸가는 재산은 자유다.
 
 

 
 
 
 
  그리고 백만장자 고든씨가 말하는 [백만장자의 키워드]는 가능성, 목표, 셀프 이미지, 말, 시련극복, 자기 암시, 계획, 자기 확신, 믿음, 집중 이렇게 열 가지이다. 이 책의 [부자되는 핵심]과 [백만장자의 키워드]를 아무리 읽어본다고 해도 그가 말하는 확실한 대답을 알 수 없다. 마크 피셔의 스토리텔링에 의한 이야기를 접한다면 그것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백만장자(부자)가 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 이 책을 접하고 꼭 무엇인가를 '얻어내겠다'는 마음으로 읽는다면 그동안 깨닫지 못했던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더불어 [게으른 백만장자]와 [골퍼와 백만장자]도 함께 읽는다면 더 많은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백만장자들은 말한다. " 되고 싶다고 말하지 말고, 되겠다고 말하라. 그리고 마음을 먹었거든, 의심하지 말하라. 마지막 하나는 좋은 방법을 찾았거든 두려워말고 행동하라. 꼭 행동으로 옮겨라! " 이 말들이 독자의 가슴속에 새기고 싶다면 반드시 마크 피셔의 이 책을 읽기를 바란다. 책은 TV와 다르다. 단지 본다고 아는 것이 아니라, 읽고 생각해야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진정 부자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면 이 책을 읽는 것이 그것을 위한 첫 번째 실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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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의 지구에서 인간으로 유쾌하게 사는 법 - 전 세계 인생 고수들에게 배운다 막시무스의 지구에서 인간으로 유쾌하게 사는 법 1
막시무스 지음 / 갤리온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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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를 식혀줄 [위인들의 유쾌한 농담]이 듬뿍 담긴 책 !
 
 
  [지구] - 아주 오래전부터 허공을 돌고 있는 커다란 배다.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시용설명서가 첨부되지 않아 아무도 제대로 된 사용법을 모른다. 게다가 배를 책임질 선장은 원래부터 없고 승객만 가득 타고 있다. 책의 가장 첫 장을 지구에 대해 재미있는 설명으로 시작하는 멋진 책을 소개할까 합니다.
 
  제목은 [막시무스의 지구에서 인간으로 유쾌하게 사는 법]. 조금은 긴 듯한 제목이네요. 저자 역시 특이하게 '막시무스Maximus' 라는 이름의 소유자입니다. 저자의 소개란을 보니 지구에서 태어나 지금껏 살면서 가장 잘한 일로 손꼽은 것은 딸아이를 낳은 일(여기까지 읽고 난 저자가 이름과 어울리지 않게 여자라고 생각했습니다)이고, 어느 출판 문화회사에 근무하고 있으며, 요즘은 [넥타이 매지 않기], [날마다 은퇴해서 글쓰기], [일 년에 한두 주제를 골라 관련된 책 몰아 읽기], [밥은 제때 챙겨 먹기], [비행기에 타서는 비행기 폭파범이 등장하는 소설 읽기], [마음에 있는 그대로 말하기(영화 '라이어'를 권하고 싶습니다. 그리 쉽진 않을거에요)], [날마다 조금씩 더 부드러워지기]를 실천하며 살아가는 남자인 듯 합니다. 특이한 듯한 저자만큼 책도 특이 하고 재미있습니다.
 
"인생에 정답은 없지만 현명한 답은 있으며,
현명한 답을 아는 사람들에게 인생은 축제가 된다."  
 
  이 책은 유쾌할 수 있는 삶을 방해하는 인생의 여러가지 문제 즉, 실패, 불안, 거짓말, 가난, 곤경, 비난, 어긋난 우정, 죽음 등에 먼저 산 현인들이 자신만의 답을 제시한 것들을 모았습니다. 마치 톨스토이가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앞서 산 사람들의 글을 읽으며 삶의 문제들에 대해 보다 현명한 답을 찾고자 노력했고 그 결과 [인생독본]을 펴낸 것처럼 말입니다. 세상에 흩어진 소중한 말들을 한데 모았다고 하니 정성이 고맙지 않습니까? 이 이유만으로도 읽을 가치는 충분한 듯 합니다.
 
  그런데 거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작가인 막시무스maximus 는 참 멋진 사람입니다. 원래부터 멋진지, 아니면 그런 멋진 글들을 읽고 나서 멋져 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세상의 말들에 대해 던지는 농담을 모아 [그만의 단어장]을 만들어 책 속에 숨겼습니다. [막시무스 농담사전]이 그것인데요... 처음에는 웃음이 나고, 몇 초 후엔 그말의 의미에 공감하고 뜻을 되새기느라 고민하게 만듭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제가 무척이나 사랑하는 [커피]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커피' [ 커피가 천천히 사람을 죽이는 독약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술과 담배도 마찬가지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커피와 술과 담배를 즐긴다. 나도 빨리 죽기는 남들만큼이나 싫기 때문이다.] 커피와 술, 그리고 담배를 즐기지 않는 사람보다는 빨리 죽는다는 사실을 뒤로 한 채, '천천히 죽이는 독약'이기 때문에 즐긴다는 말도 안되는 그의 농담에 '그렇단 말이지?' 미소지으며 담배를 한 개피 물었습니다.
 
커피와 함께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사랑하는 [독서]에 대해서는 또 이렇게 말합니다.
 
'독서' - [책의 의미는 읽는 사람 마음대로다. 같은 책을 읽고도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하고 같은 사람이 같은 책을 봐도 때에 따라 다르게 해석한다. 따라서, 원래부터 좋은 책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좋은 책이 좋은 사람을 만들지도 않는다. 좋은 책은, 좋은 당신이 그렇게 읽을 때만 존재하는 그러니까 당신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책에서 성자의 말을 읽어 냈다면 그것은 당신 마음속에 성자가 앉아 있기 때문이다. 혹시 당신이, 좋은 책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면, 마음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의심해 볼 일이다.] 재미있는 해석, 아닙니까?
 
  책을 좋은 책과 나쁜 책으로 구분하는 잣대로 '베스트셀러'로 판단해야 할까요? 그렇다고 세상에 잘 알려진 사람이 쓴 책이라면 모두 좋은 책일까요?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 현재의 내 나이, 나의 환경, 나의 생각에 '딱' 어울리는(해답을 던져주거나, 문제를 던져주거나, 내 등을 긁어주거나, 내 맘을 설레게하는...) 책을 만났을 때 우리는 '이 책은 참 좋은 책이다'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나중에는 그 책이 우스워보일 수도 있고(정말 멋진 명작이 아닌 다음에, 내용을 아는 책을 다시 읽기는 TV 주말의 명화로 영화를 다시 보는 것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죠), 다른 사람에게 강력히 추천했음에도 내가 느낀 소감만큼 느끼지 못했다는 실망스러운 대답을 듣기도 합니다. 그 이유를 막시무스가 말하는 독서의 정의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한 권의 책은 언제든 최소한 '한 명의 주인'과는 만난다고 합니다. 그래서 모든 책이 소중한 것이 아닐까요? 그렇지 않다면 일생동안 좋은 공기를 남기고 세상을 푸르게 할 나무가 제 명을 다 못하고 그 시체가 책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뿌려진 의미가 없어져 불쌍하잖아요.
 
  이 책은 [부당한 비난에 웃으며 대처하는 법], [불안을 잠재우는 기막힌 방법],[국회의원들에게 보수를 줘야 하는 이유],[사소한 일에 목숨 걸어야 하는 이유],[박수 받을 때 주의할 점],[곤경에 빠진 친구를 돕는 법],[맘에 안드는 세상을 바꾸는 법],[기회를 잡는 유일한 방법],[살면서 필요한 넥타이의 개수] 등 우리가 한 번쯤은 고민하게 만드는 것들을 집어내고 현인들의 입을 빌어 명쾌하고 유쾌하게 답을 던져줍니다. 그리고 저자 막시무스가 '촌철살인의 해설'도 해 줍니다. 친절하기 그지 없습니다.
 
  지구에서 인간으로 유쾌하게 사는 방법이 68개나 들어 있고, 막시무스의 농담사전에는 74개의 특이하고 재미있는 정의가 들어 있습니다. 이 책 속에서 아인슈타인과 단테, 소크라테스, 윈스턴 처칠, 막심 고리키까지 반가운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이 모두가 한 권의 책에 오롯이 담겨져 있습니다. 근사하지 않습니까?
 
  제게는 다시 한 번 꼭 읽고 싶은 글을 만나면 책의 한 쪽 귀퉁이를 살짝 접는 습관이 있습니다. 아랫쪽에만 접으면 두꺼워져서 첫 장이 아랫쪽이었다면 다음 장은 윗쪽을 접습니다. 책을 읽고 난 후 접힌 부분이 많아지면 다시 읽어야 할 좋은 책인지 아닌지 스스로 판단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 번 읽어서 모두 기억할 수없는 저의 한계를 확인하고는 합니다. 이 책은 세워서 모로 봤을 때 'll' 모양의 책이었던 것이 '][' 모양이 되어버렸습니다. 제가 얼마나 즐겨 읽었는지 아시겠죠?
 
  이 책을 읽으면 즐겁습니다. 그리고 '이렇게도 세상을 볼 수 있구나~' 하는 안도감에 어깨에 놓여진 무거운 짐들이 약간은 가벼워 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연신 미소를 머금고 책을 읽을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지루한 휴가길에, 잠 못드는 늦은 밤에 아니면 조용한 북카페에서 한 권의 노트와 연필 한자루 놓고 읽는다면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오늘은 어째 쇼핑몰 호스트가 되어 물건을 파는 멘트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글을 읽고 여러분이 제가 소개한 이 책을 구입해서 읽으신다면 [쇼핑 호스트]라 불려도 [책장수]라 놀려도 웃으면서 감사해 하겠습니다. 제가 이 책을 읽고 느낀 즐거움을 여러분도 느끼실테니까요. 
 ^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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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살 경영학 - 경영 공부가 10년 후 미래를 결정한다
이타미 히로유키 지음, 고정아 옮김 / 살림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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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팀장'이라면 읽어야 할 [실전 경영학 교본] ! 
 
  비즈니스맨이 직장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저마다 다른 전공의 대학을 나와 낙타가 바늘구멍을 들어가듯 어렵게 취직을 했고, 그리고 회사는 나의 이런 저런 적성을 고려하고 회사사정에 맞추어 저마다 가장 어울리는 부서에 배치했다. 까마득히 높은 자리에 있는 듯한 부장님 아래로 선배들이 가득이다. 이들이 던지는 한마디만 모두 더해도 책 한 권은 되고, 업무와 사람에 치여 허둥지둥 대다 보면 하루가 간다. 부서의 선배들이 시키는 일만 하기에도 바쁜 직장인에게 나의 회사를 이해하고, 상사의 의중을 캐치하기는 절대로 쉽지가 않다. 여기 기업이라는 조직 속에서 중간관리자, 혹은 책임자나 리더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경영經營'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 책이 있다. 이타미 히로유키 교수의 책 [서른 살 경영학], 원제 経営を見る眼 -日々の仕事の意味を知るための経営入門 (경영을 보는 눈 - 하루 하루의 업무의 의미를 알기 위한 경영입문) 이 그것이다.
 
 중견사원 혹은 중간관리자의 역할을 떠맡게 될 30대의 회사원들이 기업 경영 전체를 바라보는 안목을 지니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나에게 매일 하는 일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은 경영 전체에 어떻게 자리매김 하게 할까? 그리고 이익이란 무엇일까? 후배들은 왜 생각한 대로 움직여주지 않을까? 조직 전체의 책임자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등 현재 고민에 빠져있거나 앞으로 그런 고민을 해야 하는 30대의 직장인을 위해 이 책을 만들게 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회사라는 조직의 개념을 이해하고, 경영의 전반을 살펴봄으로써 현재보다 거시적인 안목으로 회사를 이해하고, 업무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데, 이 책의 저작의도를 높게 평가하고 싶다. 특히 대학전공서와 같은 이론적 접근의 '경영학經營學'에 접근한 것이 아니라, 경영인으로서 기업이라는 조직과 리더, 그리고 일하는 사람 즉 사원들을 어떤 식으로 봐야 할 지에 대한 정신적 접근mental approach 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데에 큰 의미를 두어야겠다.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마치 차세대의 젊은 경영인에게 [경영자 수업]을 가르치는 스승의 입장에서 글을 써내려간 느낌마저 들게 한다. 
 
  책은 크게 일하는 사람과 회사, 기업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리더의 자세, 경영의 전체상, 경영을 보는 안목을 기른다로 나누어졌다. 제 1부 사람과 회사에서는 사람에게 있어서 일의 중요성과 일자리의 의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어떤 형태로 일을 하든지 간에 일이 그 사람에게 가져다 주는 가장 기본적인 것은 '소득(벌이)'과 '할 일(일자리)' 두가지 인데, 인간은 무리를 짓는 동물이고 또 무리속에서 함께 하며 서로 협력할 때 의미있는 일을 하고, 인간은 기본적인 생활과 동시에 인간관계가 형성되는 자리를 원하며, 회사는 그것을 제공하는 관계에 있음을 밝혀준다. 또한 회사와 개인과의 관계에 있어 미국과 일본의 경우를 비교할 때, 미국은 '참가'적 성격을 띠는 반면, 일본은 '소속'의 성격을 띤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미국은 취직就織 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직업을 얻는다'고 표현하는 반면 일본은 취사就社라 하여 '회사에 들어간다'는 뜻의 표현을 취하는데, '직업'을 고르기보다 '회사'를 고르려는 경향이 두드러진 일본의 예를 잘 설명했다. 이 부분에서 '취직'이라는 단어를 사용함과 동시에 '취사적 선택'을 하는 우리나라의 경우를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외환위기 이후 늘어난 이직률과 줄어든 애사심을 살펴보면서 우리나라 기업문화는 일본식 회사형태과 미국식 형태가 혼재되어 있는 과도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것이나 장단이 있겠지만, 둘이 모두 존재한다면 장점만 취득할 수 있는 기업문화로 자리매김을 하면 좋을텐데, 현실은 그 반대가 되는 것 같고 그래서 대한민국 경제가 바람잘 날이 없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특히 저자는 일본시장에서 불고 있는 '노동시장의 유연화'에 대해 지적하고 '파견직'이라고 하는 우리의 '임시직 직원'을 채용하기를 즐기는 일본기업을 지적하고, 고용유지가 지니는 바람직한 의의와 구조조정이라는 칼바람을 일으키는 경영자가 갖추어야 할 마인드를 강조하는데, 무척 공감가는 부분이었다.
 
  제 2부 기업이란 무엇인가? 에서는 기업이라는 존재는 외부세계와 돈, 정보, 감정을 주고 받고 이를 토대로 기술적 변환을 이루어 보다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함으로써 부가가치를 창출해나가며 기업에게는 향상되는 기술축적을, 소비자에게는 고객만족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기업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삼안三眼 발상 즉, 인간에게 혈액이 흐리기만 하는 것으로는 인간적으로 제대로 기능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업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돈과 더불어 인간의 신경에 해당하는 정보의 흐름, 인간의 마음에 해당하는 감정의 흐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즉 경영을 보는 안목으로서는 세 가지 흐름 즉, 돈과 정보 그리고 감정의 흐름을 함께 보는 삼안발상을 지니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하는데, 경영의 전반을 설명하는데 이보다 더 나은 표현을 없을 듯 싶었다. '이익실현'을 기업의 존재목적으로 본다면 기업에 속한 인간의 존재는 수단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과연 '누구의 이익'을 위한 기업이냐 하는 근본적인 문제로 접근해 보면 우선은 '고객'에게 이익을 줄 수 있어야 하고, 그를 위해 노력하는 '직원'에게 이익이 앞서야 하는 것이다. 기업의 존재에는 '직원'이 있음을 강조한 저자의 명쾌한 설명이 멋졌다. 
 
  제 3부 리더의 자세는 사람을 움직일 수 있어야 리더이고, 그 리더가 갖추어야 할 조건과 역할에 대해 설명한다. 주목된 부분은 '상사를 매니지먼트 한다'는 부분이었는데, 중간관리자나 책임자는 후배와 상사 중간에 걸쳐져 있는 직책 임을 감안할 때 '상사를 매니지먼트 한다'는 부분은 타인을 통해 일을 이루는 것, 즉 'Doing things through others' 를 경영의 본질이라고 보았을 때 상사를 경영하는 것이 아니라, 상사의 언동이나 행동에 영향을 주어 자시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상사를 끌어당기는 노력을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사에 대해 보고,연락,상담의 체계를 두어 팀장으로서 팀의 업무상황을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상사가 그들을 커버할 수 있고, 그들과 하나됨을 인식하게 된다고 말한다. '상사를 제대로 미니지먼트 할 수 있는 리더를 부하들은 신뢰하고 따른다'는 저자의 강조는 유난히 귀에 솔깃하는 부분이었다. 
 
  제 4부 경영의 전체상과 제 5부 경영을 보는 안목을 기른다는 타인을 통해 일을 이루는 경영을 거시적으로 바라보고, '일의 상황을 설계하는 경영'에 대해 이야기 한다. 조직의 거시적 경영에 공통적인 것 사업의 틀(전략), 구조의 틀(경영시스템), 프로세스의 틀(현장), 사람의 틀(인사), 사고의 틀(경영이념)으로 나누어 설명하는데, 오히려 미시적인 경영의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또 경쟁우위전략, 비즈니스 시스템 전략, 기업전략, 조직구조등 경영 일반에 걸친 개념들에 대해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속한 기업과 조직에 대해 그동안 품고 있던 의문에 대해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나아가 [기업의 경영]이라는 전반에 대해 풀이를 한 책이기 때문에 중간관리자로서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바를 [경영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30대의 중간관리자이거나 곧 그 자리에 서야할 직장인들이 한번쯤은 읽어봐야 할 '실전경영학 교본'이다. 이 책의 말대로 40대에 명퇴나 진급의 갈림길에서 더 나은 길을 택하고자 한다면 꼭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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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된 평화
존 놀스 지음, 박주영 옮김, 김복영 감수 / 현대문화센터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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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성장소설'의 진수를 보여주는 풋풋하지만 무게감 있는 책!
 
  주위에 그런 사람, 꼭 있다.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이 특출나고, 월등해서 무엇이든 경합이 있는 장소에는 그 사람이 빠지면 오히려 이상한 사람. 능력뿐 아니라 성격도 좋아서 만인의 호감을 부리고, 그와 함께 있으면 손오공이 제 머리털로 복제를 해대는 환공술처럼 그의 그림자 속에는 또 다른 그가 족히 100명은 숨어 있는 듯 너무나 당당하고 도도해 보이는 사람. 감히 그와 견줄려고조차 하지 못하고, 그저 그와 함께만 있어도 좋겠다고 여기게끔 만드는 그는 요즘 말로 풍겨져 나오는 카리스마와 아우라를 지닌 멋진 사람이 주위에 꼭 있다. 지금이야 주위를 둘러 볼 시간조차 없을 만큼 제 깜량을 채우느라 바빠서 모르지만, 깃털같이 많은 시간이 할애된 어린 시절에는 그런 사람이 주위에 있었다는 것을 기억한다. 그 시절 나는 그들을 일러 '인물人物'이라 불렀다.
 
  본교수업과 보충수업 그리고 야간자율학습으로 빡빡한 하루일정을 채워나가던 나의 고등학교 시절은 그야말로 펜을 들고 잠을 자야 마음이 편할 만큼 오로지 '공부'만 허락된 생활이었다. 꼴찌로 들어간 학교가 공교롭게도 제 동네에서 공부꽤나 한다는 일명 '수재'들이 몰려든 학교라 예상치 않은 학교생활은 '지옥같은 현실' 그 자체였다. 나는 M- T- M이란 책이 영문법에 관한 책이란 걸 입학하고 처음 알았는데, [정석 수학]과 함께 입학고사을 치뤘다 하니 두말 하면 입아프다(입학고사가 있는 것 조차 모르고 놀다가 입학한 터라 680명 정원에 648등을 했으니, 내 뒤에 누가 있다는 것조차 신기할 따름이었다). 뒤늦게(?) 시작한 공부, 단어외우랴 숙어외우랴, 수학공식외우랴 머리에 스팀이 날 정도로 책에 박혀 있던 내게 "야~ 난 너처럼 공부하면 당장이라도 서울대 들어가겠다." 며 멋진 미소로 말을 걸어온 녀석은 '인물'이었다. 중학교 때 학생회장을 했고, 고등학교 입학식때 입학선서를 한 녀석. 공부가 되는 때는 사흘을 밤을 새우고, 안될 때는 하루종일도 잠을 자는, 수학공식을 머리로 풀이하느라 집에서 학교까지의 40분 거리를 걸어다녔던 녀석. 그는 항상 1등이었고, 전교에서도 세 손가락안에 항상 드는 녀석이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새로운 영화를 보기 위해 세 시간 동안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을 가서 영화를 보는가 하면, 주말이면 공룡능선을 타고 설악산을 올라 산장에서 일출을 보고 내려오는 괴짜기도 했다. 어디로 튈 지 모르는 그의 행동과 발언은 마치 외교관의 치외법권을 지니고 있는 양 아무도 그에게 뭐라고 하지 않았다. 몰래 숨어들어 화학실험을 한답시고, 과학실에 불을 낼 때에도 에디슨과 아이슈타인도 그랬을 거라며 교장선생님이 오히려 칭찬을 했다는 후문과 청소시간에 유리창을 깨끗이 닦으려다 2층에서 떨어진 내게는 오히려 일주일의 유기정학을 먹인 사실을 비교하면 그와 나와의 거리는 상당함을 짐작하고도 남으리라. 이런 저런 이유로 우리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고, 그가 저지르는 사건 사고의 배후에는 내가 숨어있었고, 그의 그림자 속에 숨겨진 나는 '체벌'을 피할 수 있었다.  
 
  하루 세 끼 같은 밥을 먹고, 비슷한 시간만큼 잠을 자고, 뇌의 용량도 그리 차이나지 않은 듯(내용물에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지만 그와는 엄연한 차이가 있었다. 한 때는 그와 똑같이 행동을 같이 한 적도 있었다. 그러면 그와 비슷해지지 않을까 하는 일종의 인간실험이었는데, 참 어리석은 발상이었고, 그 결과는 참담했다. 그는 다른 별의 외계인일지도 모른다고 스스로 판단할 즈음 우리는 반이 갈리고 대학입학을 위해 가열찬 투쟁(?)을 해야 했던 터라 입시일이 가까울수록 기억속에 있는 그의 모습은 옅어져 갔다. 3학년이 한창일 즈음이었나 보다. '참교육'을 외치는 '전교조'가 생기고, 이를 저지하려는 정부와 그에 맞서는 선생님, 학생들 이야기로 학교는 오일장마냥 시끄러웠다. 나의 '인물'이라는 친구도 그 속에 포함되어 있었는데, 수업을 거부하는가 하면 학교기물을 파손하여 유기정학을 먹더니 스스로 '자체방학'을 만들어서는 설악산에 한 달여를 숨어버렸다. 그와 함께 해야 했지만, 그게 당연한 일이지만, 당장의 현실로 닥쳐온 '대학입학고사'가 내 발목을 잡고 있었고, 무엇보다 도봉산을 보고 100일 기도를 하신다는 어머니의 소식이 내 몸뚱이 마저 잡아버렸다.
 
  기특하게도 가까스로 대학에 합격하고 새내기 대동제를 준비할 즈음, '인물'은 서울대에 낙방하고, 후기대학을 들어가서는 '운동권', 그것도 '국가대표급 운동권 선수'가 되어 경찰과 형사들을 뒤로 하고 전국을 도망중이라는 소식을 접했는데, '철렁거리는 가슴'과 '야릇하게 미소짓는 내 모습'을 감지하게 디었다. 이전의 것이 제일 친했던 친구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나의 반응이었다면, 그 뒤의 것은 그에 대한 내 기억에서 '인물'이라는 뱃지를 떼어낼 수 있게 되었다는 한 편의 기쁨일까? 순간 나에 대해 온 몸에 소름끼치는 경험을 하게 되었는데, 나의 음흉함. 그것이 내가 접한 나의 이중성에 모멸감을 느낀 때는 아마 그때가 처음인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소신껏 옳은 일을 위해 청춘을 불사르는 그를 두고, 단지 도망자라는 이유로 '시대가 낳은 사생아'가 되어버린 그를 두고 안도해 했던 나를 두고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예전의 기억을 되살리게 하고, 그 때 느꼈던 나의 이중성이 '야수성'은 아닐지 의문을 던지게 한 책이 [분리된 평화] 원제, A Separate peace 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미국의 어느 도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보는 듯 활기찬 학교, 데번 스쿨에서 '인물'은 피니어스였고, 책 속의 화자인 '나'와 '내'는 큰 차이가 없다. 인물과 나 그리고 한 떼의 무리들이 만들어나가는 이야기 속에서 그들의 우정과 비밀, 경쟁과 공감, 그리고 배신과 속죄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 옛날 지구 반대편의 서양아이들의 이야기가 이나라에 사는 그 옛날의 내 이야기 같아 마음을 졸인다. 차마 기억하지 못했고,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내가 감정이 이 책의 '나'가 아니었을까, 내가 느꼈던 이중의 감정은 정말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야수성'이었을까 고민하게 했다. 살아온 날과 살 날의 중간에 있는 내가 '성장소설'에 눈과 마음을 던진 것은 어쩌면 더욱 더 기억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나의 옛날을 더듬고 싶어서였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의 나를 살펴보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인물'을 만나고 싶어서였다. 그가 궁금해졌다. 올해 가을에는 동문회라는 곳을 찾아가 봐야겠다. 그래서 그 시절의 '인물'이 보이걸랑 진심으로 사과해야겠다. 그는 왜 그런지 영문도 몰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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