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 여형사 유키히라 나츠미의 두뇌게임 시리즈 1
하타 타케히코 지음, 김경인 옮김 / 엠블라(북스토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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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 한 권으로 어제의 무더운 '열대야'를 잊을 수 있었다 !
 
  예년 같으면 매일 찬물로 샤워 후 각빙이 생기기 전까지 얼려 놓은 캔맥주를 '치이익~' 따서는 목구멍으로 넘기는 맛으로 여름밤을 보냈겠지만, 한 캔이 두 캔되고, 두 캔이 세 캔되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술이 술을 부르는 상황도 마득찮았거니와 마시는 만큼 불룩 불룩 솟아나는 뱃살때문에 더욱 힘든 여름을 보낸 것 같아 그만둔 터. 올해는 지금과는 전혀 반대의 방법을 쓰고 있다. 이열치열로 오밤중에 워킹과 조깅으로 땀을 빼고, 미지근한 온수로 샤워를 한 후 마무리는 냉수로 뒤집어쓰고 나온다. 시원한 냉녹차 한 잔에, 개량된 삼베모시 옷을 입고, 선풍기는 자연풍으로 맞추고, 스토리있는 소설 한 권으로 오늘밤과 싸울 채비는 끝. 이주일째 즐기는 중인데 그 맛이 쏠쏠하다.
 
  '허가받은 거짓말'이라 불리는 소설은 원래부터 읽지 않던 터라 몰랐는데, 뭘 모르고 내린 판단이었다. 300여 페이지 남짓되는 소설 한 권을 두 세시간 몰두해서 읽고 나면 영화의 그것보다 더 풍성한 듯 가슴과 머리에 남아있고, 글맛있는 작가를 만나는 즐거움도 가득하다. 무엇보다 잠못드는 여름밤을 보내는 여흥으로 충분히 즐길만 했다. 물론 오쿠다 히데오의 최근작 '최악'같은 책을 만날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600여 페이지의 베고 잘만 한 두께에 내용은 박진감와 스피드감이 넘쳐서 첫 장을 펼치면 손에서 놓을 수가 없으니...잠을 자려고 폈다가 밤을 하얗게 새서는 그 다음날 업무를 그야말로 '최악'으로 만들었던 기억도 있기는 하다('최악'은 올여름에 꼭 읽기를 권하고 싶다. 단 주말이나 휴가때 보시길 적극 권장한다) 여름밤 소설읽기는 어제밤에도 계속되었는데, 어제 만난 녀석(소설)도 재미면에서 대단한 강적이었다. 하타 다케히코 秦 建日子 의 추리소설 推理小説 을 읽었다.   
 
 

< 한국판 책 표지와, 저자 하타 타케히코, 일본판 추리소설의 표지>
 
 
 일드(일본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중 형사물을 좋아한다면 잘된 작품 다섯 손가락안에 꼭 드는 일드로 시노하라 료코 가 여형사를 맡은 작품 [언페어 Unfair]를 드는데, 스페셜드라마(일본에서는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해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의 경우, 여름 혹은 겨울 특집으로 두 시간짜리 스페셜작품을 만든다. 즉 스페셜 드라마가 제작된 작품은 최고의 작품이라고 봐도 무난하다)로 제작되기까지 한 이 드라마의  원작이 된 소설이 바로 지금 소개하는 [추리소설]이라는 작품이다. 이런 저런 화려한 수식어에 이미 회는 동한 상태. 주저없이 읽기를 시작했다.
 

<일드 언페어의 한장면>

 
시체 수를 몇 개로 할까? 먼저 그것부터 생각하자.
처음에는 두개. 이것은 확정. 이 두 시체가 없으면 이야기가 안된다.
그리고 다음에 또 하나. 문제는 이때부터다.
네번째 시체에는 일종의 '장치'가 필요하다.
다섯 번째 시체도 마찬가지.
가능하다면 네 개로 끝내고 싶지만,
여기서부터는 상대가 있는 이야기라서,
이쪽 사정으로는 결정할 수 없다.
 
네 개, 다섯 개, 아니....최악의 경우 여섯 개의
시체를 각오해야 할지도 모.른.다.
 
  책을 펼치면서 죽은 사람을 말하는 시체의 수를 '개個'로 이야기하는 범인의 생각에서부터 섬뜩함이 뭍어났다. '범상치 않은 사이코패스같다'는 것이 범인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범행수법 또한 기가 막힌다. 비오는 어느 날 밤, 공원에서 서로 관련 없는 두 사람이 살해 당한다. 다음날 현장에 수사관들이 급파되고 수사를 진행하던 중 세 번째 희생자가 나타난다. 용의자들이 수사선상에 오르던 중 사건을 맡은 경찰서와 각 출판사에 한 권의 원고봉투가 도착한다. '추리소설 상권 재중在中' 이라 쓰여진 봉투 속의 원고는 세 명의 피살자에 대한 살해현장이 눈에 보이는 듯 피의자(살인자)의 시점으로본 소설형식으로 소설이 쓰여져 있다. 
 
 한편 범인과 관련이 있는 듯한 미모의 여인 가스야 리에코에게는 T.H.라는 이름으로 희생자들의 죽음을 암시하는 의문의 휴대폰메일이 도착한다. "내일, 두 생명을 거두기 위해 내 재능은 부활한다."와 "오늘 밤에 세 번째. 사랑하는 네 눈앞에서."  범인은 소설을 통해 다음 희생자의 살인사건을 미리 예시하면서 출판사가 자신의 판권을 최소 3천만엔(한화 3억원 가량)부터 입찰을 할 것을 지시한다. 이어 네 번째 희생자의 죽음 또한 소설에 쓰여져 있고, 실마리를 찾지 못하던 사건은 용의자가 하나 둘 늘어나면서 그 범위를 좁혀간다. 희생자의 주변에 있던 책갈피 "불공정한 것은 무엇인가?" 가 의미하는 의문에 대한 답도 점점 좁혀져 가며 용의자 또한 최종 한 명으로 지목되어 간다.
 
 이 소설은 제목 그대로 추리소설같은 미스터리 형사물을 통해 공정과 불공정 즉, 세상에 페어Fair 한 것은 무엇이고 언페어Unfair 것은 진정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누가 말할 수 있는지에 리얼리티와 독창성을 요구하는 출판사와 베스트셀러의 대필업자, 정의를 심판하는 자들의 고민과 갈등 등을 함께 묶어 교묘하게 실어내 눈을 사로잡아 좀처럼 놓질 않았다. 특히 '소설을 통한 예고살인'이라는 독특한 살인방식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독특한 내면을 가진 검거율 1위의 여형사 유키하라의 캐릭터도 흥미롭고, 순진하기만 한 신참내기 형사 안도는 그녀에게 어울리는 역이다.
 
  짧기만 한 서술형식은 긴장감을 더하고, 스피디한 전개와 간결한 설명은 몰입도를 높였다. 예상할 수 있었지만 설마하는 반전은 뒤통수를 치기 충분했고,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에게 담겨있던 짧은 러브스토리도 인상적이었다. 소설을 리뷰로 말하기란, 특히 스릴러물이나 추리소설의 리뷰를 담기란 정말 힘들다. 영화관을 나오며 표를 구하려고 길게 늘어선 관객의 줄에 대고 "범인은 OOO였다" 큰소리로 말하는 '못된 놈'이 되고픈 충동도 생기고, 거짓으로 범인을 말해줘 독자들을 속이고도 싶어진다. 마치 범인이 세상에 추리소설을 쓰면서 느꼈던 '나는 범인을 알지롱~'하는 한 단계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희열도 느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잘 만들어진 '추리소설'이 맞다. 이 책 한 권에 어제의 무더운 '열대야'를 잊을 수 있었다. 스피디한 전개의 영화나 드라마 특히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놓쳐서는 안될 완소작품이다.
 
P.S. 일드 [언페어]를 찾아 1편을 봤다. 열 편 모두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안보면 후회할 것 같다. 내 상상 속에서 있었던 미인 여형사 유키하라를 드라마에서 찾아보고 싶어서였다. 재미있다, 역시. 주말에 몰아서 봐야겠다. 
 



<영화로도 제작된 언페어의 극장판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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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고래
김형경 지음 / 창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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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도록 아름다운 성장소설, 우리 모두의 이야기
 
  어스름 저녁 무렵 눈을 떴을 때, 태양은 지평선 너머로 안녕을 고하느라 핏빛 하늘로 물들이고 방안엔 나 혼자 뿐이다. 푸근하고 아늑하기만 했던 방이었건만 어제의 느낌이 아니다. 가장 소중한 이름을 부르며 온 방문을 헤매고 찾아도 있었던 자리의 온기는 점점 흐려지고 있다. 이제 남은 곳은 한군데. 반지하로 만들어진 부엌의 낮은 문을 열며 온 힘을 다해 부른다. "엄마! 엄마?" 그리고 곧 알게 된다. 이 집에 나 이외에 아.무.도.없.다. 걸음으로 열 발자국 남짓되는 사방의 공간이 운동장처럼 커져 보이고, 하늘이라도 뚫을 듯 천정도 높아지고 있다. 두려움과 설램은 순간 무너지고 그렇듯 무너지며 주저 앉아 울었다. 울어대는 제 목소리에 힘을 얻어 더 크게 소리를 내어 울었다. 엄마있는 곳까지 들리도록...
 
  대여섯 살때부터 느낀 '부재에 대한 상실감'이 유독 짙은 이유는 '맞벌이 부모'를 가진 아이여서 일 것이다. 당연히 있어야 할 사람이 없다는 것은 정체성마저 무너지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일까. 아직도 어릴 적 느낌을 기억하고 있다. 느낌은 그대로지만, 지금은 목놓아 우는 대신 덜 패워진 재떨이를 끌어당겨 담배에 불을 붙이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지만. 아버지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은 작은 떨림이었다. 추호秋虎처럼 무서운 아버지를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도 일었고, 욕은 한 바가지를 얻어 먹지만 벌리는 손의 절반 만큼(딱 절반만큼. 그래서 항상 두 배로 불렀지만) 용돈을 주는 줄 지 않는 화수분지갑이 이젠 없어졌다는 허망함도 일었지만, 무엇보다 세상 그 어디에 있어도 당신의 존재 자체로 조금은 더 튼튼했던 집이 금이 간 듯, 불안한 듯 했다. 따뜻한 온도 마저 떨어진 듯 했다. 이젠 더이상 볼.수.없.다.
 
  열 일곱의 '주니은'도 그랬다. 늘 함께 있을 것 같던 부모를 함께 탔던 차에서 모두 잃고 혼자만 살아남았다. 아니 혼자 이 넗은 세상에 남겨져 버렸다. 부모를 잃어버렸다는 절망감과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날 것 같은 막연한 희망감에 잠시도 머물지 못하는 마음상태를 빌어 그녀는 '너풀거리는 치마를 입고 머리에 꽃을 꽂은 여자가 늘 거리를 떠도는 이유를 이해할 것 같다'고 말한다. 마음이 시큰해져 그녀의 이야기를 반복해서 읽게 한다.
 
  "니은아. 니가 시원하게 못 울어서 마음이 아픈 거다. 슬픔이 몸 안에서 돌아다니면서 몸을 두드리는 거지...사는 게 다 빚 갚는 일이라 하더라. 나는 빚이 많아 세상에 오래 남아 있는 거지. 그러니 니은이 니도 때맞춰 밥 먹으러 오너라. 이 늙은이 도와주는 셈치고." 상실의 슬픔에 혼자된 분노와 두려움에 눈물도 흘리지 못하는 어린 니은이에게 네 곱절 나이 많은 할머니는 '내 니 맘 자알 안대이' 하듯 위로한다. 이승이 지옥이라 죄값을 치룬다는 할머니의 말씀이 귀에 들어올리 없다마는 니은이는 지옥불을 뒤집어 쓰더라도 엄마 아빠와 함께 있다면...했으리라.   
 
  그녀에게 제일 친한 나무南无 또한 혼자다. 하지만 그녀는 제 스스로 혼자이기를 결정한 것, 독립인 것이다. '넌 그래도 부모가 있구나' 니은이는 그녀를 통해 졸지에 '고아'가 되어버린 자신과 자발적인 독립의 엄청난 차이를 알게 되고 분노한다. 망자亡者 앞에서 곡哭을 하는 이들의 눈물은 먼저간 자에 대한 애석한 미망未忘의 눈물이라기 보다는 남겨진 자의 살 날을 우려하는 미망자未亡者의 눈물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겨진 것이 아니라 버려졌을 때, 그 눈물은 분노를 머금는다.
 
  그리고 곧 니은이는 '어떤 것이 어른이 되는 것일까?' 고민한다. 막연히 여행을 떠나는 나무의 사촌 언니는 '징징거리지 않기, 변명하지 않기, 핑계대지 않기, 원망하지 않기' 라며 '금지'가 늘어가는 것이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라 말하고, 장수포 할아버지는 '열살 때 생각하면 열살이 되고, 마흔살 때 생각을 하면 마흔 살이 되듯 여든살이 돼도 맘속에는 모든 나이가 다 있다' 선문답하시며 어른과 아이는 차이가 없음을 이야기하신다. 칠순이 넘은 왕고래집 할머니는 뒤늦은 한글공부를 하시며 그 공부를 어디다 쓰냐는 질문에 '온 바다를 돌아다니며 보소, 이보소, 바다가 어디 있는지 아오? 하며 평생을 보낸 것 같다'고 더 이상 바다를 찾아다니는 파도가 되지 않고 싶다며 앎을 쫓는 아이도 되돌아감을 준비한다. 장수포 할아버지도 흰수염고래와 거북이가 있는 저 멀리 바다로 이십대가 되어 되돌아 갔다.   '어떤 것이 어른이 되는 것일까?' 누가 내게 묻는다면 '고아'가 될 때라고 말하고 싶다. 육순의 아들이 색동옷을 입고 어머니의 팔순잔치에서 깨춤을 출 수 있다면 아직 아이인 것이고, 사춘기를 모르고 생계를 꾸려야 하는 십대가장이라면 이미 어른이 짊어야 할 짐을 어깨에 얹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말하고 싶다. 눈물을 점점 잃어가는 것이라고...
 
"글을 쓰다보니 마음이 이상해지더라. 그냥 글자만 쓰는 거라 여겼는데 그게 아니더라. 마음을 깊이 뒤집어 밭을가는 것도 같고, 맘속에서 찌개를 끓이는 것도 같고."  (137 쪽)
 
  간신히 한글을 배워 알게 된 수십 단어로 작문을 하며 왕고래집 할머니가 하신 말씀이다. 한 편의 소설이 큰 바다를 담고 있었다. 이 소설을 '성장소설'이라고 한다면, 난 아직 아이인 것이고, 십대의 마음으로 읽은 것이다. 슬퍼서 먹먹해야 할 이야기들이 잔잔하고 아름답게만 느껴진다. 푸른 바다에 흰수염고래가 있고, 거북이가 있고, 보랏빛 물체가 떠다닌다. 그 가까이엔 장수포 할아버지, 왕고래집 할머니가 있고, 니은이가 있고, 나도 있었다. 어른인 듯, 아이인 듯 그 사이에 서 있는 사람이 많다. 세상이라는 바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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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 매니지먼트 - 빠르고 창의적인 문제해결
김성희.김승래.김영한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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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21세기 위키노믹스시대의 경영대안은 '위키 매니지먼트'다!
 
  한 주동안 세상은 얼마나 변했고, 얼마나 많은 생각이 토해졌는지를 한 눈에 확인하기에 내게 가장 좋은 방법은 서점을 찾는 것이다. 그래서 특별한 약속이 없는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서점'을 찾는다. 제일 먼저 들리는 곳은 '경제/경영' 코너. 수많은 경제법칙과 경영서들이 오늘도 어김없이 쏟아져 나왔는데, 저마다 '최고와 최선의 법칙과 방법'이라고 자신해 대는 책들을 보면 가끔 이들이 코메디를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말 그대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국내외 경제상황과 소비성향을 설명하는 경제법칙과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경영기법을 설명하는 책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더우기 외국의 글로벌기업의 경험사례였다고 이야기하는 것들은 그들만의 경험치에서 비롯된 것이고, 게다가 몇 년이 지난 구닥다리 '경영기법'이기에 이것을 우리에 맞게 조정하고 실천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리고 다행히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 소화할라 치면 외국의 선진기업은 또 다른 경영기법으로 성공 사례를 쏟아부으며 '우리를 닮으라' 주문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방법이 없다'는 데야 별 수 있는가? 외국의 그것이라도 훔쳐와야지. 한 해 수 천 수만의 경제학, 경영학 석박사가 쏟아지는 우리나라지만 우리 실정에 맞는 경제법칙과 경영기법을 내 놓는 학자들은 거의 없다(그것이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가의 여부를 떠난다 하더라도).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중 한 권의 책을 만났다. '총각네 야채가게' , '팽귄을 날게 하라' , '스타벅스 감성 마케팅' , '삼성처럼 회의하라' , '민들레 영토 희망스토리' 등 [창조적 기업경영과 사고]를 주제로 많은 책을 펴고, 국내 대기업에 끊임없이 강연을 하고 있는 '김영한' 씨가 공저로 써 낸 책을 만난 것이다. 그의 책의 특징은 기업의 크기를 떠나 국내 현실에 맞게 창의적인 경영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기업을 찾아내서 소개하는 점인데, 그 장점과 특징을 이해하기 쉽게 써내려간다는 점에서 그의 책을 즐겨 읽는 편이라 반가웠다. 책의 제목은 [위키 매니지먼트 Wiki Manangement]. 지금껏 그의 책이 창의적인 기업의 경영문화를 이야기했다면, 이 책은 기업의 '보다 빠르고 창의적인 문제 해결 방식'을 이야기 했다.
 
  지난 해 경제경영서 분야에서 주목을 받은 책 중에 돈 탭스코트(Don Tapscott) 교수의  
'위키노믹스'
라는 책이 있다. 과거 뛰어난 소수가 만들어간 이코노믹스의 시대는 가고, '집단의 지성과 지혜(Collective Intelligence)'가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는 위키노믹스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이 책에서 '위키노믹스Wikinomics' 는  '위키피디아'와 '이코노믹스'를 합성한 말로 '위키노믹스'의 탄생에서부터 응용, 발전에 이르기까지를 풍부한 실제 예시와 함께 설명하면서 대중의 지혜와 협업을 경쟁력의 원천으로 삼는 기업과 조직이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음을 이야기했다. 이 책에서 주목된 것은 '집단의 지성과 지혜(Collective Intelligence)'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 그리고 그에 대한 기업과 조직의 대응책은 대중의 지혜와 조직원의 협업을 경쟁력의 원천으로 삼는 경제의 파러다임을 필요로 한다는 문제제기에 있었다. 그 점에서 이 책[위키 매니지먼트]는 기업 또한 1%에 의한 제왕적 의사 결정 방식에서 벗어나 99%가 참여하는 참여형 의사 결정 체제로 변화해야 함을 이야기 한 책이다.
 
  인류 지식의 상징은 백과사전 Encyclopedia 인데, 이는 수백 명의 전문가들이 수십 년 동안 공들여서 만든 것으로 업데이트가 어렵다는데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이 문제는 위키피디아Wikipedia 의 출현으로 쉽게 해결되었는데, 이는 직원이 불과 열다섯 명밖에 안되는 작은 규모의 인터넷 회사에서 만든 온라인형 백과사전이다. 234만 개 이상의 정보를 가지고 있는 위키피디아는 200개 언어로 서비스 되고 있으며, 연간 약 6억 8,000만 명이 방문하고 있다. 현재 1,500 명의 자원봉사자가 무보수로 편집에 도움을 주고 있으며, 7만 5,000명이 적극적으로 매일 글을 업데이트 하고 있다. 위키피디아의 내용상 정확도에 있어서는 2006년 세계적인 과학 잡지인 네이쳐Nature 紙가 "백과사전과 차이가 없다"고 밝힌 바 있을 정도다.
 
'빠르다, 참여한다, 창의적이다' 라는 의미를 가진 Wiki 의 개념은 지난 해 위키노믹스Wikinomics 로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야기하더니, 이번에는 기업내 빠르고 창의적인 문제해결 방식의 개념으로 차용된 것이다. 위키 매니지먼트Wiki Management 는 직원이 경영에 참여하고 빠르고 창으적을 문제를 해결할 수있는 경영시스템을 만드는 것으로 기존의 관리적인 기업들보다 경영 환경의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나고 실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 또한 높은 경영시스템이다. 위키 매니지먼트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위키디시전Wiki Decision 이 있는데, 이는 카이스트KAIST 경영대학원과 창조경영아카데미가 공동 개발하였고, 참여형 문제 해결 기법으로는 워크아웃Worl Out 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방법인 트리즈TRIZ 를 접목했고, 디시전 매트릭스 Decision Matrix 를 개발해 하나금융그룹에서 검증 과정을 마친 것이다.
 
  이 책은 우선 21세기의 새로운 경영을 위해서는 의사결정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과거에 싸거나, 좋거나, 빠르면(Cheap or Good or Fast)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할 수 있었지만, 오늘날 소비자들은 'or'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and'를 요구하고 있다. 즉 싸고, 좋고, 빠르다면(Cheap and Good and Fast)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말한다. 이들 소비자들이 이렇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웹 2.0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정보를 그저 보여주기만 했던 웹 1.0 시대를 넘어 이젠 사용자(소비자)의 자발적인 참여와 집단지성이 가능해진 새로운 시대이기에 소비자들은 지구반대편에서도 그들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찾아내는 것이 가능해 졌다. 이처럼 디지털 기술 발달로 정보와 기술의 혁신이 이루어지고 모든 업종이 글로벌 경쟁 체제로 전화되는 지금,  경영진이 경영 목표와 전략을 결정하고 하위 직원들이 이것을 실행하도록 이끄는 관리 체제인 톱 다운 Top Down 방식은 더이상 먹혀들지 않는다. 또한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수준높은 전문성을 지닌 직원에게 지시와 규율Command & Coontrol 의 매커니즘은 이제는 통하지 않는 것이다.
 
  이제는 높은 변화 대응력을 갖춘 활력 넘치는 건강한 조직의 창조를 위한 참여형으로의 조직 개편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고 저자는 말한다. 상하간의 관계에서 대립적 사고를 버리고 조직의 각 경계를 연결해서 성과를 내는 동시에 변화를 수용하는 체제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직에 대한 인식이 '우리Coop' 에서 '우리We' 로 바뀌어 공동체 의식이 자리 잡을 때 참여형 조직은 그 빛을 발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때 요구되는 것이 바로 참여와 공유, 개방과 협업을 강조하는 '위키Wiki' 의 개념이고, 이것은 오늘날의 위키노믹스를 사는 현세대를 이끌어가는 키워드라고 강조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몇 달 전 읽은 '책 칩 콘리의 경영의 괴짜'들이 생각났다. 그 책을 읽으면서 경영자에 의한 교조주의적 관리체계로는 절대로 이룰 수 없는 '젊은 경영'을 목격할 수 있었는데, 천재적인 창업자와 창업 아이템과 시스템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조직원들과의 조화 Combination을 경험할 수 있었다. 조직원 사이의 벽이 허물어지고, 계급이 없어지고, 적절한 보상체계가 지원되는, 무엇보다 조직원간의 '경청과 관심'이 돋보였는데 이것을 굳이 설명하자면 위키 매니지먼트의 기본개념과 근접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위키 매니지먼트의 의사결정은 과거의 경험주의적 판단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작원의 참여를 유도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게 하는 과정에 있는데, 그러한 새로운 의사 결정 방법론으로 개발된 것이 위키디시전WikiDecision이다. 이것은 참여형 문제 해결 기업인 워크아웃Work out 과 창의적 문제 해결 기법인 트리즈TRIZ가 결합한 것이다. 그 조합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위키디시전의 목적은 '문제 발굴과 해결 능력을 키우고, 문제 유형에 따른 적합한 소루션을 만들며, 아이디어 벤치마킹으로 창의적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빠르고 바른 의사결정 능력을 키우는 것'에 있다.
 
이러한 위키디시전은 직원이 참여해 문제를 분석하고 이상적인 해결안을 마련해 바로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는 문제 해결 프로세스이며, 다음의 다섯 단계를 거친다.
 
문제를 객관화하라 (PA Problem Analysis),
다양한 대안을 찾아라(AA Alternative Analysis),
이상적인 해결안을 만들어라(SA Solution Analysis)
최고의 아이디어를 선택하라(DA Decision Analysis)
90일 실행 계획을 짜라(AP Action Plan)
 
또한 위키 매니지먼트에는 6가지의 원칙 즉, 위키 일터Wiki Workplace를 만들어라, 벽 없는 사무실을 만들어라, 기업 밖의 지식을 활용하라, 위키 리더십을 발휘하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샘솟는 기업문화를 만들어라, 퍼실리테이션 기술을 습득하라 과 위키 워크숍 등이 소개된다. 마지막으로 부록으로 소개된 [40가지 창의적 해결 원리]는 TRIZ의 문제 해결원리 40가지를 잘 설명하고 있는데, 특히 업무적 문제 해결 사례들이 실려 있어 TRIZ를 이해하고 활용하는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국내의 전문가들에 의해 21세기 경제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다만 문제는 그것이 기업에 있어 적용이 가능하고, 활용이 용이하는가 하는 것인데 이에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 책은 디시전 매트릭스 기법을 개발해 하나금융그룹에서 검증 과정을 거쳤다고 하지만, 그 결과에 대해 구체적으로 사례를 들지 않아 어느정도 검증이 되었는지 확인할 길이 없었다. 게다가 위키노믹스가 화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에서 '위키피디아'가 그만큼 널리 보급되고 활용되기 때문에 그에 대한 개념의 이해와 활용도에 대해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환경적 여건이 가능하지만, 우리에게 있어서는 그만한 저변이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위키피디아'가 우리나라에서 외국만큼 호응을 얻지 못하는 것은 '지식 in'으로 대변되는 '온라인 지식창구'가 있기 때문인데, 이는 활용도에서는 비슷하지만 엄연하게 다른 시스템적 차이를 가지고 있어 그것을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없지 않다.  또한 현실적인 입장에서 볼 때 변화되는 경제 상황과 시장을 미쳐 따라가지 못하는 우리 기업의 모습을 곳곳에서 발견하는데 이것은 경영자의 마인드가 그만큼 '젊지 못하다'는 것을 말해주는데, 과연 이렇게 '싱싱한 경영기법'을 이해하고 과감하게 추진할 수 있을까가 의문이다. 창의력을 존중하는 젊은 기업가의 새로운 기업에 적용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 경영문화가 될 수 있겠다. 최소한 팀장이 자신의 팀을 운용하는데도 위키 매니지먼트는 적용이 가능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과연 그들이 과감히 실행을 할 지는 의문이다. 이제껏 외국의 사례를 빌어 온것도 그들을 통해 검증된 것을 확인하고 나서 흉내를 내려 한 것이 아니던가? 하지만 기업가 뿐 아니라 조직원 모두가 동참해야 하는 새로운 경영기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대가 왔음을 알리고, 그 대안을 제시했다는데 이 책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이 책을 통해 오늘날 필요로 하는 기업환경이 무엇인지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고, 그 어느때보다 조직원(직원)들이 파트너로서 존중되어야 하는 시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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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달인이 말하는 업무달인 되는 법
나카지마 다카시 지음, 김주영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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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을 읽는다면 당신의 '실용서 독서습관'이 확 바뀔 것이다 !  
   

  
  내가 주로 읽는 책은 경제, 경영, 처세, 자기계발 등 실용서적이 대부분이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업무에 관련된 책과 보다 나은 직장생활, 사회생활을 위한 책을 읽다보니 자연히 그쪽으로 쏠려서 이른바 '편식'을 하게된 것이다. 당장 해결하고 싶은 문제의 답을 찾거나, 미래의 나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책을 대하다보니 독서생활이 '업무의 연장'으로 느껴지는 때도 없잖았다. 그래서 한 권의 책을 읽으면 '읽어버렸다'는 마치 '숙제를 끝낸 듯한' 소감의 한숨을 뱉어내곤 했다. 재미도 없었고, 남는 것도 없는 것 같은 느낌은 씻을 수 없었고. 그렇게 재미없는 '편식'을 하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시간'이 부족해서였다. '시간은 [있고 없고] 의 문제가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라고 누군가는 말했지만, 책은 시간을 내서 읽는 것이 아니라 틈틈히 '틈새시간'에 읽는 것이라고 말들은 하지만 그것을 지키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한 눈으로 훑어보면 외워버리는 좋은 머리도 가지지 못해서 내게 있어 독서는 '조용한 자리를 찾고, 한가한 시간을 내서 읽어야 하는 일종의 공부'와 다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나였기에 이 책을 선택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년간 '3,000권'을 읽는다는 저자의 독서량에 있었다. 하루에 8권 정도를 읽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을 때 이 말도 안되는 숫자를 밝히며 책을 낸 '저자'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살펴본 결과 저자는 하루 종일 책만 읽는 사람이 아닌 컨설팅업 활동을 하고 있고, 영화 프로듀싱도 하며, 지금까지 170여 권의 책을 펴낸 것으로 알려진 대단한 사람이었다. 그가 그렇게 왕성한 활동을 하면서도 책을 3,000 권이나 읽는 비결, 그리고 지금껏 170여 권의 책을 쓸 수 있는 비결등의 [지적생산 知的生産 을 위한 독서법]을 설명한 책이었다. 내게 있어 그의 이력은 정말 기적처럼 놀라운 일이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 이것이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가장 주요한 이유다. 소개하는 책은 나카지마 다카시의 [독서달인이 말하는 업무달인 되는 법, 원제는  キラー・リーディング 「仕事脳」が劇的に回り出す最強の読書法 -킬러 리딩 -'업무뇌'가 극적으로 되돌아나오는 최강의 독서법] 이다.
 
 

                           
  
  
  그는 한 해에 약 3,000권 정도의 책을 읽는다고 했다. 하지만 좀 더 들여다 보면 그중 실제로 지식이 담긴 알째배기 책은 고작 20% 즉, 600여 권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2,400 권의 실패가 있음으로 600권을 건질 수 있게 되는데, 그가 되도록 더 많은 책을 건지고 싶었기 때문에 버릴 것을 각오하고 3,000권이나 구입한다는 것이다. 대충 어림잡아 계산을 해도 3,000권의 책값만도 보통 직장인의 연봉과 맞먹는다. 정말 놀라운 수치다. 또한 자신이 생각하는 알짜배기 책 600권을 찾기는 어디 쉬운 일인가? 내가 그 정도를 찾아내야 한다면 10년은 걸릴 만큼의 양이다. 물론 그는 이 도서들을 읽음으로써 새로운 책을 쓰게 되고, 또 새로운 프로그램의 기획이 가능하다고 하면 그 역시 보다 더 큰 부가가치를 위한 투자라 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엄청난 숫자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특히 도서량도 대단하지만, 실제로 유용한 책은 20% 정도 나온다는 추론하에 좋은 책을 좀 더 많이 발견하기 위해 더욱 더 많은 책을 사들인다는 그의 생각은 상식을 파괴하는 대단한 발상이다. 일반인의 독서와는 큰 차별성을 갖는다.
 
  그가 읽는 3,000권 중 2,000권은 업무상 살펴봐야 하는 자료이고, 순수하게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읽는 책은 1,000권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킬러 리딩] 이라는 많이 읽기도, 빨리 읽기도 아닌 한 권의 책을 완벽하게 자신의 정보로 소화하여 현재 고민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독특한 그만의 지적 생산을 위한 독서법을 통해 책을 단순히 '재미있다'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고 어떤 형태로든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성과로 만들어낸다고 한다. 그렇다면 [킬러 리딩]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그가 말하는 [킬러 리딩]이란 한 권의 책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핵심적인 단어, 즉 [킬러 단어] 와 그 단어를 설명하거나, 책의 주제를 짚어낼 수 있는 핵심적인 문장이나 페이지, 즉 [킬러 문장]을 찾아 그것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을 말한다. 170 여 권의 책을 쓰고, 500 여 권의 책을 기획하는 '시간과 싸워야 하는' 그의 업무에 있어서는 딱 어울리는 방법이었다. [킬러 리딩]은 한 마디로 '빠르고 많이 제대로 읽어라' 였다. 속독과 다독 그리고 성독省讀(정독)을 모두 합한 개념이라 하겠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르게 읽고 많이 읽는 등의 기술 즉 스킬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책에서 내가 필요한 것을 찾아내고자 하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책을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뭔가 일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가 없을까?' 하는 문제의식만 있다면 소설, 역사책, 추리소설, 만화책, 심지어 누드집에서까지 일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의 데이터베이스로 바뀔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세상은 보고자 하는 것만 보인다."라는 말처럼 단순히 보거나 읽는 Seeing의 행위가 아니라, 의식적으로 보거나 읽으려고 하는 Looking의 개념으로 책을 대해야 [킬러 단어와 문장]을 찾을 수 있다는 그의 말에 동감을 느꼈다. 그러한 문제의식없이 단순히 정보를 섭취하거나, 시간때우기 혹은 단순한 흥미 본위로 책을 대한다면, '독서활동'만큼 시간적 손실이 많은 '취미활동'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킬러리딩]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를 샘솟게 만드는 방법, 알짜배기 정보를 쏙쏙 뽑아내는 방법, 그리고 업무달인이 될 수 있는 300% 책 활용법 등이 소개된다. 책을 구입하는 요령에서부터 책을 효율적으로 읽는 방법, 그리고 그거을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새로 재생산해내는 방법등 수십 년의 베테랑만이 쏟아낼 수 있는 그만의 독특하고 실용적인 도서법들이 소개된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킬러 단어, 킬러 문장]의 보관법인데 디지털 카메라와 IC레코더 등으로 손쉽고 편하게 저장하는 방법등은 생각하지 못한 것들이어서 나의 형편에 맞춘다면 좋은 방법이 될 것 같았다.
 
  업무에서 지금까지 있었던 문제와 똑같은 문제가 없고 똑같은 정답도 없지만, 비슷한 문제는 많고, 비슷한 정답도 적지 않은 만큼 독서를 통해 문제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면 그것을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여 업무를 개선하고 성과를 내거나 돈을 버는 구체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면 그것은 '지적이고 생산적인 독서'가 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특히 업무에 있어 정답은 해결책을 창조해 내는 것이므로 책을 읽는 속도나 양보다는 책을 통해 무엇을 생각했느냐가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가 말하는 책은 작가나 저자의 주장이나 생각, 의견을 베끼는 도구가 아니라 문장을 실마리로 당신이 '느끼는' 도구 즉, 당신이 당신 자신과 대화하는 도구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독서활동'에 대해 단순히 읽기 reading 이 아니라 겨루기 sparring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단순히 책을 읽는 행위를 나와 저자 그리고 독자인 나와 또 다른 나와의 '싸움'이라고 생각하라는 저자의 조언은 내게 책읽는 방법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던져준다. TV나 라디오 가 수동적인 지식습득이지, 책을 읽는 것은 적극적인 지식습득과정이라 여겼는데, 더 나아가 책과 스파링을 한다는 마음을 갖지 않으면 독서행위 자체도 결국은 수동적인 행위가 될 수 있다는 그의 생각때문이었다.
 
  소설등의 순수문학 도서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 혹은 생산을 위한 실용서등의 책읽기에 대해 이야기한 책인 만큼 내게 있어서는 '좀 더 나은 효율적인 독서생활'에 큰 도움을 준 책이다. 실용서 읽기에는 제일 좋은 방법을 제시한다고 느껴서 추천도 많이 했던 '공병호 박사의 실용독서의 기술' 과 함께 읽는다면 더욱 효과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저자와는 하는 일의 성격이 다른 만큼 이 책에서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그가 한 해에 책을 얼마나 많이 그리고 빨리 읽는지 그것을 닮으려 할 것이 아니라, 그가 책을 읽을 때 임하는 '마음가짐' 즉, '뭔가 일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가 없을까?' 하는 능동적인 자세가 중요함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 꾸준이 노력해야 함을 배우게 되었다. 시간은 없지만 보다 나은 직장생활과 업무에 도움을 얻기 위해 '책읽기'에 몰두하는 직장인들에게는 좋은 '지침서'가 될 것 같다. 이 책을 읽는다면 당신의 실용서 독서습관이 확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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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의 팬더
타쿠미 츠카사 지음, 신유희 옮김 / 끌림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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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속에 담긴 치명적 유혹. 더 이상 상상하지 말라, 계속되면 다친다!


  
  인간의 느낌(감각)을 말로 전하는 것은 어렵다. 개인적인 느낌을 상대가 100% 느꼈는지를 확인할 길 도 없거니와 그 느낌의 표현이 정확하게 묘사되었는가 하는 것도 다분히 주관적이어서 느낌을 묘사한 것 자체는 '밥상을 차린 것'일 뿐 그 묘사된 것을 어떻게 느끼는 가의 몫은 스스로에게 달려 있다. 내가 소설을 즐기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소설 속에서 표현된 작가의 느낌들은 눈으로 보이는 듯, 내 살갗에 닿는 듯 실제적이어서 그들의 표현력에 소름마저 돋는 경험을 하기 때문이다. 기억했거나 배운 그 표현을 나중에 어느 때인가 누구에게 내가 할 때 즈음이면 그 느낌은 두 배가 된다.
 
  감성의 시대가 온 때문인가? 인간의 감각을 대상으로 한 소설이 부쩍 눈에 보인다. 인간에게 있어 가장 예민한 감각인 후각을 자극하며 몇 해 전 화제를 일으켰던 파트리트 쥐스킨트의 [향수]를 비롯해 최근에 들어서는 미각 즉, 맛을 이야기하는 소설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우리의 작가 조경란님의 책 [혀]는 지난 해 우리의 뇌를 맛으로 충분히 자극했고, 해외로도 판권이 팔릴 만큼 놀라운 인기를 구가 했다. 이 즈음에 어쩌면 나와야 할 책이 나온지도 모른다. 2008년 제6회 일본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을 수상한 본격 미식(美食) 미스터리 소설. 타쿠미 츠카사의 [금단의 팬더], 원제는 禁断のパンダ 이다.
 
 
  이 소설은 요리와 미스터리적 요소가 더해져 크로스오버된 형식으로 새로이 시도된 미스터리 소설이다. 그래서 두 요소를 별개로 놓고 본다면 본격 요리소설도 아니고, 본격 미스터리 소설도 아니어서 약간 부족한 맛이 없잖다고 여길 수 있겠다. 하지만 서로 물과 기름일 것 같은 요리와 미스터리가 합해져 새로운 하나를 만들었다는 것, 그리고 작가의 놀라운 표현력은 눈에 띄는 장점을 지녔다고 봐야 할 것이다. 특히 전직 요리사이기도 했던 저자의 요리에 대한 표현력은 [향수]의 그것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놀라웠다. 다만 전체적인 스토리의 흐름에서 팬더에 대한 지나친 설명은 복선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장황한 표현이었고, 또한 그렇게 돈이 많고 장사잘 되는 레스토랑에서 그 관계자들이 살인되어야 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그리고 한 명이 아닌 다수는 그 개연성으로 미루어 보거나, 용의자의 도주 우려성(도망치면 오히려 더 의심을 받고, 직업자체도 외부로의 탈출이 불가능하지 않던가?) 그리고 획일화된 알리바이 등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특히 살인사건의 이유가 '반인륜적인 이유'였다는 점에서 자못 실망스러웠다(이것은 살인방식과 표현에서 향수의 그것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유럽과 중국 일본, 우리나라등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현대물에서 요리 소설과 함께 등장하기에는 소재로서 탐탁치가 못하다. 캐릭터를 잘 못 판단한 나에 대한 자괴감도 그렇지만, 캐릭터들의 유창하고 매력적인 말을 믿고 그들을 신뢰하며 요리와 스토리의 즐거움을 계속 누리려했던 나의 '실망감'은 '배신감'으로 다가왔고, 급기야 분노마저 느끼게 되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소설인 것만은 확실하다.
그리고 "그 책, 읽어봤어?"라며 나의 독서경험을 이야기하게 만드는 묘한 전파력 또한 지니고 있다. 일본 원작 소설의 표지보다 훌륭한 복선을 지닌 노란색 표지와 가장 강한 캐릭터를 지닌 인물, 일흔둘의 나카지마 히로미치. 한때를 풍미한 저명한 요리평론가이자 요리 칼럼리스트이기도 한 그는 음식을 예술과 학문에 비유하는가 하면 세상에서 그의 관심은 오로지 하나, 바로 황홀하리만치 혀의 감각을 사로잡는 미식(美食)에 대한 영원한 사랑을 가진 매력적인 인물이다. 책 속의 그의 말은 그 자체가 요리책이었고, 멋들어지게 꾸며진 정찬이었다. 팬더에 대한 그의 독특한 시각 또한 이 책 속에서만 찾을 수 있는 또 하나의 매력이다. 마지막은 일본의 고베를 거점으로한 간사이 사투리의 원서를 완전 100% 경상도 사투리로 표현한 역자의 발상이 돋보였다. 이 전부를 조합해 봤을 때 매력이 듬뿍 담긴 소설임에는 틀림이 없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고자 하는 이들에게 경고하고 싶다. 당신이 상상력이 풍부하다면, 이 책의 결말을 읽을 때엔 너무 깊이 상상하지 말라. 그것만 지킨다면 어쩌면 책 속에서 요리향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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