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씽크 전략 - 비즈니스 세계의 트로이목마 전략 Harvard Business 경제경영 총서 35
번트 H. 슈미트 지음, 권영설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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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대한 비전 아래 부하들이 마음껏 꿈을 펼치게 만든 덕장德將, 유비를 닮아라! 
 
 
  미국 시애틀 그레이스 병원Seattle Grace Hospital의 레지던트 외과의사 미란다 베일리는 '나치'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만큼 말년차 인턴들의 혹독한 트레이너로 유명하다. 치프까지도 함부로 무시하지 못할  실력이 뛰어난 그녀는 자신의 입심으로 소원하던 '가정응급치료센터'를 병원의 한쪽에 건립하는 파워를 지녔다. 명실공히 최고의 의사라 자부하는 그녀다. 하지만 그녀의 가정생활은 빵점. 두 살배기 아기의 엄마이면서 한 남자의 아내이기도 한 그녀는 환자와 인턴들, 그리고 '가정응급치료센터'에 신경쓰느라 밤을 새거나 늦은 퇴근을 하기를 밥먹듯 하는 통해 남편으로부터 항상 불만의 소리를 듣는다. '대大를 위한 소小의 희생'이라고 늘 남편에게 반박하지만,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를 대신하는 남편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사랑하는 아이에게서 떨어져 있는 자신이 안타깝기만 하다.
어느 날,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고 별거를 통지한 남편은 집을 나가고, 어느 여성과 데이트를 하더라는 소문마저 들린다. 도우미에게 맡기지도 못하는 성미라 아기를 옆에 두고 병원업무를 보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실력면이나 주위의 평판으로 의사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성공한 그녀지만, 결국 가정파탄을 파탄내 버린 그녀. 어느 날 자신의 처지를 돌아보다가 마침내 결심을 하게 된다. "뭔가 큰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안되겠어!"
그녀는 어떤 큰 그림을 그렸을까?
 




  위의 이야기는 미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Grey's anatomy' 시즌 4, 마지막편의 이야기다. 드라마속 한 장면의 이야기지만, 직장과 가정 사이에서 늘 갈등하는 우리 비즈니스맨들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가정이냐, 직장이냐하는 선택의 기로에서 둘 중 하나에 몰두하게 되면 나머지 하나는 항상 소홀해져서 끝내는 잃을 것만 같은데 결과적으로 보면 거의 모두는 직장을 선택하게 된다. 그 이유는 한 가지, 돈 때문이다. 내가 열심히 일해서 돈을 돈을 더욱 많이 번다면 가정은 더욱 행복하게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이 중립에서 한 쪽으로 치우치게 되어 직장생활에 더욱 비중을 두게 된다. "조금만 더 기다려. 내가 나중에 행복하게 해 줄께." 라는 말과 함께.
 
  의사결정에 있어서 우리는 이처럼 많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개인적인 결정인 경우 그 결과가 미흡했을 경우 잠시 후회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주의를 해야겠다고 다짐하면 그만이지만, 수많은 직원들의 밥줄이 걸려 있는 기업을 이끄는 '리더'에게있어 '선택상황의 결정'은 차원이 다른 문제로 다가온다. 3월 중순 강가의 살얼음판위를 걷는 기분, 딱 그럴 것이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어림없는 소리야. 둘 다 포기해 버려!"
 
여기 이상한 소리를 하는 한 사람이 있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 하나를 선택해도 부족할 판에 두 모두를 포기하라니? 이렇게 정신나간 소리를 도대체 누가 하는거야?
그 말의 주인공은 이번에 읽은 책 [빅 싱크 전략Big Think Strategy - How to Leverage Bold Ideas and Leave Small Thinking Behind ]의 저자인 번트 H. 슈미트가 한 말이다. 그리고 '둘 다 포기해!'라며 정신없는 소리를 늘어놓은 이 책은 우습게도 '삼성경제연구소SERI 가 추천하는 CEO 여름 휴가 필독서 20선' 에도 당당히 그 이름이 올려진 책이다. 도대체 왜 이 책이 추천되었을까?
 
    



 
  우선 답을 들어보자. 이 책의 저자는 '갈등하지 말고 둘 모두 포기해라'고 말하면서 대신 ' 더 큰 생각으로 둘 모두를 선택하라'고 힘주어 말한다. 이 책은 CEO들에게 현재까지의 성공에 안주하지 말고 계속해서 혁신을 이뤄야 한다고, 그래서 시장, 사회시설, 사회전체를 아우르는 '넓은 생각'으로 미래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껏 진행했던 낡은 접근방법과 절차를 반복하는대신 '창의력'을 발휘해서 '벤치마킹'이라는 '허울좋은 모방'을 당장 그만 두고, 생각하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것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겼다면 그것을 비전Vizion으로 만들고, 이것을 실행할 수 있는 배짱과 모든 사람들의 지지를 얻어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개인의 자기계발 차원에서 각자의 삶을 바라보고 진정으로 지향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적용할 수 있다고 전한다. 스스로의 선택보다는 주위의 권유나 사회통념상 정해진 룰에 따라 순종하는 것에 익숙하게 설정된 우리나라의 '주입식 교육'으로 자라운 우리들에게는 정말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저자가 말하는 [빅 싱크 전략]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큰 생각Big Think'의 시작은 '트로이의 목마'에서 시작되었다. 이것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오디세우스와 아가멤논의 이야기인데, 그리스의 아가멤논은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갔지만, 10년 동안 트로이 성벽을 돌파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날 오디세우스가 평화의 선물로 거대한 목마를 만들어 성문앞에 둔다. 트로이 사람들은 목마를 성안으로 끌고 갔고, 자신들의 성을 지켜낸 '승리의 기념물'로 여기며 잔치를 벌인다. 깊은 밤 거대한 목마안에서 작은 문이 열리고, 그 속에 숨었던 그리스 병사들이 몰래 빠져나와 성문을 열게 된다. 그리스 군대는 기다렸다는 듯 해일처럼 성 안으로 처들어와 하룻밤 사이에 전쟁을 승리로 이끌게 된다. 10년 동안 이루지 못한 승리를 단 하룻밤 사이에 이뤄낸 것, 그것은 바로 목마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큰 생각Big Think' 때문이었다.
 
  경영에 대해서도 '트로이 목마의 교훈'은 간단하다. 경영자들은 점진적으로 성과를 목표로 전략 프로세스를 가다듬는 일을 당장 그만둬야 한다. 대신 전략을 개발하고 실행하는데 있어 정말로 창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즉 복지부동, 편협한 시각, 위험 회피, 단기목표로 일관하던 작은 생각Small Think 에서 벗어나 창의성과 변화, 비전을 추구하는 리더십, 대담한 아이디어와 행동, 지속적 영향력을 지닌 장기적 목표를 지닌 큰 생각Big Think 을 지녀야 한다. 그리고 이 큰 생각은 머리속에서 머물지 않고, 반드시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즉 개인과 팀을 관리하고 조적의 변화를 동시에 이끌어야 한다. 이러한 '큰 생각'은 단지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아예 다르게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큰 생각의 사례'는 세계적인 기업들의 여러 곳에서 찾아 볼 수 있는데, 스타벅스의 출현으로 소비자에게는 '제 3의 공간'이 생겼고, 세컨드 라이프의 출현은 가상세계속 지구촌이라는 또 다른 공동체가 가능하게 했다. 이케아Ikea는 가구를 사서 쉽게 조립하는 DIY 라는 패턴의 소비활동을 가능하게 했고, 구글Google 은 정보검색과 쇼핑을 동시에 이룰 수 있는 정보검색 사이트로 거듭났다. 반면 '작은 생각'에만 급급했던 코닥, 제록스, 리바이스, AOL 등이 고통스럽게 몰락하여 회복 불가능한 수준의 내리막을 접어든 사례들을 생각해 보면 성공 비즈니스로 이끄는 큰 생각Big Think 의 위력을 새삼느끼게 된다. 그렇다면 '작은 생각'을 떨쳐버리고 '큰 생각'으로 만들어진 대담한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큰 생각' 전략은 여섯 가지의 상호적으로 연관된 단계로 이루어지는데, 전략 창출과 관련해서 세가지 즉, '새 아이디어 찾아내기' 와 '아이디어 평가하기' 그리고 '아이디어를 빅 씽크 전략으로 만들기'로 나눌 수 있다. 또 다른 세가지는 전략 실행과 관련된 것으로 '빅 씽크 실행하기', '빅 씽크 리더십' , '빅 씽크 유지하기' 로 구분할 수 있다.
 
 새 아이디어 찾아내기
단지 시장과 관련된 각종 경쟁 요소만을 분석함으로써 아이디어를 찾으려는 '작은 생각'을 뛰어넘어 새로운 관계성Connection 이 있는 것은 모두 고려해 새로이 창조하려는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 다시 말해 동종업계 뿐 아니라 다른 업종의 우수사례들도 살펴봐야하고, 업계 내의 뿌리 깊은 고정관념 즉, 성우聖牛-sacred cow 에도 질문을 던지며 현재라는 시간의 틀을 벗어나야 한다. 아이디어는 조직 내부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고객) 에게서 더 훌륭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이를 포함시켜야 한다.
 
 아이디어 평가하기
회사 내의 소수 의사결정권자들에게 평가를 맡기는 '작은 생각' 방식을 벗어나 가능한 한 참여범위를 넓힐수록 더 나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평가를 할 때에는 아이디어의 지속적인 영향력이 있는지, 시장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 그리고 실현가능한지를 고려해야 한다.
 
 아이디어를 빅 씽크 전략으로 만들기
도출된 아이디어를 '큰 생각 전략 4분면'이라는 도구를 활용해서 발전시킨다. 다시 말해 필수적인 조직 역량, 비즈니스 네트워크에서 찾을 수 있는 기회와 도전, 전략을 통한 고객 가치 창출, 대단한 아이디어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시장 전체의 생태계 등을 고려한다.
 
 빅 씽크 실행하기
새로운 생각으로 전혀 다른 방법으로 실행하는 만큼 어려울 수 있다. 직원들과 함께 커뮤니케이션을 해 가면서 진행하기 때문에 그 결정이 쉽지 않고, 고객을 찾기도 힘들 수 있다. 하지만 빅 씽크의 장점은 실행해나가면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직원들의 참여 , 그리고 고객의 관심을 끌기 위해 과감한 커뮤니케이션이 절실히 요구된다.
 
 빅 씽크 리더십
빅 씽크 전략을 펼치는 리더는 배짱gut 과 그것을 뒷받침할 열정passion 을 갖추어야 한다. 넓은 시야로 혁신적인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 일을 추진하면서도 꾸준히 그 동기를 유지하기위해 여러 그룹의 전문가와 상담도 해야 한다.
 
 빅 씽크 유지하기
'큰 생각' 전략은 기업이 새로이 바뀌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를 버리고 조직간에 서로 마음을 터놓고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야 하고, 직원들은 업무와 놀이를 함께 보고 스스로 기업가라고 생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서 직원들이 회사를 언제든지 '새로운 아이디어'를 마음껏 제공할 수 있는 아이디어의 장場 으로 여길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최근까지 읽은 일련의 경영관련서를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세상은 이전과는 다른 경영체계를 원한다'는 것이다. 즉,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다재다능한 능력을 지닌 뛰어난 리더가 회사를  시대를 넘어 이제는 '진정한 유기적공동체 로서의 조직' 인 회사가 스스로 자생하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무소불위의 절대권력의 힘을 지닌 리더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조직과 업계 나아가 고객을 아우를 수 있는 포용력있는 리더가 필요한 것이다. 오늘날의 리더의 능력은 신입사원과 비교해서 업계를 두루 살필 수 있는 눈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경험치가 월등하다는 점 밖에 없다. 반면 기발한 아이디어를 쏟아낼 수 있는 창의력과 열정, 그리고 IT 기술을 받아들이는 능력은 오히려 그들보다 훨씬 못미친다. 게다가 한 명의 리더와 수백, 수천 명의 직원의 머리가 합해졌다고 하면 더 이상 가늠할 바도 못된다. 오늘날 기업이 앞으로 나아갈 바는 직원들이 현재 가지고 있는 능력을 얼만큼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하는가에 있다. 리더가 그들이 직장의 업무를 '놀이터'로 여길 수 있도록 물질적, 정신적으로 충분한 여건을 마련하는데 기업의 사활을 건다면 한 치 앞을 모르는 오늘날의 경제상황에서도 앞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난세亂世에 영웅이 난다'고 했다. 뛰어난 지장知將 과 용맹스러운 용장勇將을 스탭으로 만들었지만 조직이라는 틀에 엮어 일개 군인으로 만들어 버리는 조조의 카리스마는 더 이상 필요없는 세상이다. 개성과 성격, 기호마저 다르지만 백성을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으로 만들자는 대의를 쫓아 각지에서 스스로 찾아올 수 있게 만들고,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뒤에서 응원하는 덕장德將 유비가 필요한 세상이 온 것이다. 이제 CEO를 비롯한 리더들은 '작은 생각'을 버리고 '큰 생각'을 지닌 리더로 거듭나야 한다. 또한 조직에 속한 개인들은 과연 이 곳이 내가 '큰 생각'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곳인지,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을 해야 할 시기다.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기업의 전략은 외부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찾을 수 있고, 그 시작은 기업가 즉 CEO에게 있으며 그 범위는 직원 모두에게 있음을 알려준 책이었다. 우리나라 기업이 빅 씽크 전략을 채택할 수 있는 기업의 여건만 이루어진다면, 벌써 글로벌 기업으로 가는 절반은 이룬 셈이 된 셈이라고 생각이 든다. 조직의 리더들이 '무늬만 바뀌는 기업혁신'을 빨리 벗어나고자 한다면 꼭 한 번 읽어봐야 할 책이다.  
 
P.S. : [그레이 아나토미]의 미란다 베일리는 어떤 '큰 그림'을 그렸을까?
그녀는 자신이 공들여 만들어 놓은 '가정응급치료센터'를 실력도 부족하고, 우유부단한 후배 의사 엘리자베스에게 키를 맡기고 책임질 것을 부탁한다. 그리고 말한다. "내가 그린 큰 그림은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을 버린 것이야. 그래서 이 치료센터의 키를 너한테 맡기는 거야. 실력도 부족하고, 우유부단한 너에게 이것을 맡기는 것은 정말 불안한 일이지만, 네가 직접 맡아서 운영하면서 시행착오를 겪는다면 점점 나아질 것이라고 봐. 내가 옆에서 지켜봐 줄께. 그리고 나는 이제 사랑하는 내 가족에게 좀 더 시간을 할애할꺼야.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은 일이 아니고, 센터도 아니고, 내 남편과 나의 아이였거든. 이것을 잃는다면 그 무엇을 얻는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늦은 감은 없잖지만 지금부터 내 가족에게 노력할꺼야. 나도 시행착오를 하겠지. 집나간 남편을 되돌리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 될거야. 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가족이기 때문에 난 노력할꺼야. 이것이 내가 그린 '큰 그림Big Picture'야." 마지막까지 멋들어진 미란다 베일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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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한방, 똑똑한 병원 이용 - 치료는 빠르게, 비용은 저렴하게, 권리는 당당하게! 똑똑한 헬스북 2
백태선 지음 / 전나무숲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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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을 위한 '내몸 A/S 이용 설명서'
 
 
 시대는 바뀌어 이제는 소비자가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세상이 되었다. 이제 소비자는 제품에 불만이 생기면 더이상 '소비자보호센터'에 연락해 처분이 내려질 때까지 2-3달을 기다리지 않는다. 자신의 홈피나 블로그에 그 불만사항을 온 세계에 알리고, 의견을 나누어 피해고객끼리 힘을 합쳐 '개선'과 '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 큰 소비자'의 시대가 온 것이다. 단 한가지 '의료서비스'만 빼고.
 
  같은 '서비스'인데도 좀처럼 소비자가 기를 펴지 못하는 곳이 '병원과 약국'이다. 그곳에 들어가는 순간 '소비자, 고객'에서 '환자患者' 즉 근심을 가지고 있는 아픈 사람이라는 뜻의 이름을 갖게 되면서 소비자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약해지는 존재'가 되어 버린다. 세상의 시시비비는 죄다 알고 있는 사람들도 '흰가운의 그들'을 찾아가게 되면 '개장수를 만난 황구黃狗 꼴'이 되니 신기할 따름이다. 그들이 관장하는 것이 다름아닌 '생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인간의 두려움을 감싸주고, 대신처리해주는 사람들이어서 그런지 그들의 자세 또한 꼿꼿하기 그지없다. 그 이유를 거듭 생각해보니 의사들이 수요를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환자'들이 많다는데 있다. 제 몸을 보석처럼 여겨야 한다는 웰빙의 시대인 탓도 있지만 당당히 '국민건강보험'의 혜택을 입는 국민이다 보니 기침만 세번을 연이어 하고 방귀소리만 이상해도 병원을 찾을 판이다. 한정된 병원에 찾아드는 환자가 늘다 보니 병목현상으로 당장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들이 죽어나가는 현상마저 일어나게 된다. 제 목숨이 달린 일을 맡겨야 하고, 누구보다 빨리 진료를 받으려 하니 '의사의 손'은 '신神의 손' 못지 않고, 고평가를 받는 의사의 지위에 반비례해 '환자의 권리'는 저평가되어 가기만 한다. 
 
  두 해 전 어깨를 다쳐 수술을 한 후 병원을 찾을 때마다 느끼는 '병원의료 서비스' 문제에 대해 불만과 걱정을 했었는데, 그런 중에 우연히 만난 책이 있다. [양,한방 똑똑한 병원 이용] 이다. '의료 소비자의 당당한 권리 찾기'라는 매력적인 부제가 마음에 들었다. 보통 의사들이 낸 책이라고 하면 [질병]을 설명하고, 그 치료법과 예방책을 주로 다루고 있고, 마지막엔 자신의 치료법으로 시술하고 있는 병원을 알리는 내용으로 마무리를 짓는 것들이 거의 대부분이었는데, 부제는 일종의 '양심선언'같은 뉘앙스를 띠고 있어 흥미로웠고, 특히 의사이자 한의사인 저자의 이력이 돋보였다.
 
  저자는 병원에서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지시와 순종, 또는 단순히 치료하는 자와 치료받는 자의 수직적 관계로만 인식되고 있는데, 이러한 의료 소비자의 권리의식 부족과 주체성 결여가 결국 병원을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공간으로 만들었다고 말하면서, 적극적으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의료 소비자가 되기 위해 지식과 정보를 갖춘 똑똑한 소비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병원의 의료 정보 독점은 유니크한 지식을 가진 권력자가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 가하는 횡포나 다름이 없는데, 지식의 벽이 상당히 높은 의료계에서 이렇듯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의료 소비자들을 위해 [치료에 대한 정보]를 모아서 제공했다는 점에서 반가움이 앞섰다.
 
이 책의 구성을 살펴보면 우선 환자들이 질병에 닥쳤을 때 제일 먼저 고민하는 문제 '병원(양방)을 갈까, 한의원(한방)을 갈까?'하는 문제에 대해 양방 진료와 한방의 진료의 특성과 장단점을 알리고, 저마다 찾아야 할 질병의 경우를 설명해준다. 그리고 주류의학을 보완 대체하는 치료법인 대체의학에 대해 설명하고 주의할 점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두번 째는 양,한방 병원을 똑똑하게 이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데, 크기와 단계별로 차이가 큰, 양방 병원에 큰 비중을 두었다. 우선 병원의 규모에 따라 보건소, 의원, 종합병원, 대학병원으로 나누고 병원에 따라 소비자에게 장단점이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부분에서는 '보건소'에 대한 설명이 유익했는데 영유아, 임산부, 성인대상 혜택들이 생각보다 많았고, 특히 보건소에 따라서는 각종 물리치료와 한의 치료와 치과 치료도 받을 수 있다는 데 놀랐다. 조금만 아파도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을 먼저 생각하게 되는데, 그 질병의 정도에 따라 보건소나 의원에서도 치료가 가능하겠다고 느꼈다. 똑똑한 환자의 좋은 병원 찾기, 좋은 의사 찾기, 양방 병원의 현명한 이용법, 그리고 진료 부분별 실속 가이드는 현명한 병원의 선택방법에서부터 입원과 수술 그리고 응급상황시 소비자와 그 가족들이 병원을 대상으로 유의해야 할 사항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있다.
 
  가장 주목된 부분은 바로 '의료비를 줄이는 실속 전략'. 부르는게 값인 것이 병원의 '진료비'인데 의료 소비자로서 꼼꼼하게 짚고 넘어간다면 의료비를 줄일 수 있고, 그 방법을 상세히 설명해 놓은 부분이다. 이 부분만 읽고 기억해도 책값은 톡톡히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목된 부분은 진료에 앞서서 보험이 적용되는 진료 인지를 확인하는 방법과, 비보험 진료는 병원마다 비용에 큰 차이가 있으니 그것을 점검해야 한다는 것, 고액이나 중증 질환은 특별 지원도 받을 수 있으며, 종합검진 대신 증상별로 검사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는 것 등이 소개된다. 또한 진료비가 과다하게 청구된 것 같다면 진료비 세부 명세서를 받아 건강보험 공단이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진료비 확인요청을 하라고 말하며 그 방법에 대해서도 알려주었다. 또한 병원의 불만과 불편에 대해서도 이들 기관에 당당하게 신고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알려주고, 그 방법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설명해 두었다. 특히 있어서는 안될 '의료사고'에 대해 사전 방지법과 그 대처법에 대해 언급한 마지막 부분은 '당하지 않으면 모르는' 특별한 노하우가 아닐 수 없다.   
 
  이제 의업에 종사할 허락을 받음에, 나의 생애를 인류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 나의 은사에 대하여 존경과 감사를 드리겠노라. 나의 양심과 위엄으로서 의술을 베풀겠노라. 나의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나의 환자가 알려준 모든 내정의 비밀을 지키겠노라. 나는 의업의 고귀한 전통과 명예를 유지하겠노라. 나는 동업자를 형제처럼 여기겠노라. 나는 인류, 종교, 국적, 정당, 정파 또는 사회적 지위 여하를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노라. 나는 인간의 생명을 그 수태된 때로부터 지상(至上)의 것으로 존중히 여기겠노라. 비록 위협을 당할지라도 나의 지식을 인도에 어긋나게 쓰지 않겠노라. 이상의 서약을 나의 자유의사로 나의 명예를 받들어 하노라.
 
-히포크라테스 선서 전문

 의사가 되었음을 확인하는 마지막 부분에 이들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다. 양심과 위엄으로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는 의사들로 가득한 세상이면 좋겠다. 하지만 환자 역시도 자신의 질병을 잘 알고, 그 질병에 맞는 병원과 의사를 찾아 자신을 내맡길 수 있는 현명한 환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나를 비롯한 그런 잠재적인 의료 소비자들에게 있어 이 책은 참 반갑고 고마운 책이다. 우선 한 번 읽어 본 후 병원을 찾게 될 경우 다시 한 번 살펴본다면 더욱 현명한 병원이용이 가능할 것 같다. 집안에 가정상비약을 항상 준비해 두듯이 한 권쯤 가지고 있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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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중문 - 세계가 주목하는 중국 최고의 젊은 작가 한한 대표작
한한 지음, 박명애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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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소설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독특한 '글맛'의 중국소설.
 
 
일본소설이 국내 서점가를 점령하다시피 하고, 발군의 힘을 발휘하는 우리 작가의 소설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성장소설'로 주류를 잡고 있는 요즈음 '뭐 특별한 소설은 없을까?' 시선을 돌린 건 톡 쏘는 맛이 없는 밍밍하다 못해 느끼한 일본음식에 물린 사람이 다른 음식을 찾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먹자골목 여기 저기를 둘러보다 들어간 곳, 중국집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특별한 음식, 아니 소설을 만났다. 
가장 눈에 띈 것은 작가 한한韓寒의 이력. 1980년대 이후 태어난 차세대 작가군을 일컫는 '80후後'의 대표적인 작가로 놀라운 글솜씨 못지 않게 영화배우를 뺨치는 수려한 외모, 그리고 2006년 2억 6천만 위안이라고 하는 엄청난 인세수입으로 <포브스>지 유명인 명단에도 오른 젊은 작가가 쓴 소설이다. 베이징 외곽의 한 중학교 3학년생 린위샹林雨翔 의 학창시절을 이야기한 성장소설(일부러 피해서 고른 책 또한 성장소설이다. 트렌드는 트렌드인가 보다) [삼중문三重門] 이다.
 
 





이제껏 중국소설을 접한 적은 많지 않지만 김용의 웅장고 스펙터클한 서사적 소설과 문화혁명 전후 그리고 공산체제내에서의 소시민들의 애환를 그린 작품들이 내가 알고 있는 중국소설의 주류였다면, 이 소설은 보수주의적 교육으로 첨철된 한 학생이 바라보는 현대의 중국과 중국교육을 꼬집는 청춘소설이다.  실제로 저자 한한韓寒은 중국 교육문제를 비판하는 글을 주로 썼다가 유급처리를 당하는가 하면, 고등학교 2학년 때는  중국 교육계의 부패와 입시위주의 틀에 박힌 교육에 회의를 품고 학교를 자퇴한 터라 그가 갖는 중국 교육계에 대한 불만을 글 속에 녹여 여과없이 내보냈다. 
  

      
  중국고전책을 목숨같이 사랑하는 아버지. 그래서 자식이라고는 하나 밖에 아들에게 자신이 사랑하는 고전만을 고집하며 가르쳤다. 중재를 해야 할 어머니는 자식보다 마작이 우선이다. 용하게도 아버지가 권한 고전에 재미를 붙여 수박겉핥기식으로나마 섭렵한 아들 린위샹은 어려서부터 한학의 천재로 소문나고, 고전으로부터 베끼다시피한 그의 글들은 '천재적 작가의 소질을 타고난 아이'로 불리운다. 자비로 200권의 책을 내어 '문학가'행세를 하는 마더바오는 우연한 기회에 중학교의 문학선생으로 취업을 하고, 그 학교의 문학도 주인공 린위샹을 만나 환상적인 결합을 하게 된다. 마더바오의 권유에 의해 작품을 응모하게 된 전국 중학생글짓기대회에서 1위로 입상하면서 위샹은 교내에서 독야청청하게 되고, 같은 문학반 여학생 선시얼의 친구 수잔을 만나면서 사랑에 빠지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베이징 시에 있는 고등학교에 체육특기생으로 들어갔지만, 재력으로보나 실력으로보나 뛰어난 동급생 치엔룽을 만나면서 좌절을 느낀다. 영원할 줄 알았던 수잔과의 사랑은 흔들리고, 치엔룽과의 맞대결은 번번이 패배를 하고, 급기야 어렵게 얻어낸 문학반의 대표에서도 물러나야 할 위기에 처하게 되는 등의 불행의 연속으로 린위샹은 생애 최고의 고통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간단하게 보면 약간의 차이만 있을 뿐 엇비슷한 스토리의 성장통을 겪는 주인공의 학원소설같지만, 이 소설은 '이것이 현대중국문학이야'라고 차별화를 선언하는 듯 하다. 중국인 특유의 과장과 허세 그리고 위선어린 대사들은 중국고전의 그것들보다 오히려 더 과장되었다. 특히 문장구사에 있어서 '마치~ 하는 듯'한 직유적 비유가 유독 눈에 띄는데, 자연스럽게 읽히는 맛은 다소 떨어지지만, 적절한 묘사와 딱 들어맞는 표현은 놀랍기만 하다. 그리고 고전의 싯구를 빌어 연애를 걸거나 편지를 쓰고, 앎의 정도를 표현하는 그들에게서 순수함마저 느끼게 한다. 특히 20대 중반의 작가의 글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책 속에 인용되는 수많은 책이야기와 명언들은 놀랄만큼 방대해서 오히려 저자가 능글맞다고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렇다고 재미가 없느냐? 유쾌하고 재미있다. 세상의 모든 것을 을 하나 둘 알아가는 순진한 소년의 시선도 재미있지만, 무엇보다 작가 한한의 표현력은 정말 재미있다. 예를 들어보자. 주인공 린위샹이 수잔을 만난 후의 소감을 '미인은 경치 같아서 귀로 들으면 그저 그런가보다 하지만 직접 보고 나서도 정말 아름다우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눈이 가장 먼저 먼다고 하더니 위샹은 귀까지 멀어버렸다' 로 표현하는가 하면, 비를 피해 숨은 처마밑에서 젊고 예쁜 애인을 둔 중년의 아저씨를 표현하면서 '그 남자 나이는 짐작하건대 아마도 베이징 대학만큼이나 나이를 먹은 듯했는데, 마음은 늙지 않았는지 수시로 자기 머리카락을 손으로 빗어댔다. 안타깝게도 몇 가닥 담지 않은 머리카락은 빗질할 게 없어 그저 이리저리 문질러대고 있었다'고 말한다. 또한 과외교사라는 직업에 대해서는 '비싼 교습비(과외비)는 정말 대단해서 한 시간에 몇 십 위안하는 기녀 팁과도 같았다. 돈을 번다는 행위는 같았지만 교사들은 기녀들보다 더 고약하다. 그녀들은 상대에게 즐거움을 제공하며 돈을 벌지만 교사드은 상대방에게 고통을 안기며 보란 듯이 돈을 버니 이것이 바로 위대한 고문 아닌가'라며 비웃는다. 재치있고 유머러스한 그의 표현과 대사들은 능글맞기까지 해서 독자들도 연신 능글맞은 미소를 짓게 만든다.
 
  지금껏 읽은 소설들과는 확실히 다른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뿌리깊게 박혀 있는 '꽌시(관계)'와 부정부패 그리고 부조리한 중국교육의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한 젊은 작가 한한의 글들이 젊은이들과 식자들 사이에서 그토록 열광하는 이유를 알 듯 했다. 중국고전의 큰 흐름을 잃지 않은 범위에서 새롭게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그들의 힘에서 80후後 작가 들의 선전은 계속될 듯 하다. 다소 낯설은 표현과 과장된 표현으로 엮어졌지만 '색다른 맛'을 느낀 것은 틀림없다. 과연 80후後 작가들의 소설이 우리나라의 젊은 세대들에게는 어떤 호응을 얻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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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즐거움 - 삶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들려주는 120편의 철학 앤솔러지
왕징 엮음, 유수경 옮김 / 베이직북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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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을 책
 
 
  세상에 태어나 아기가 처음 하는 것이 우는 것인데 그것이 안전하기만 했던 모태에서 떨어졌기 때문이고, 그 순간부터 끝이 없는 인생人生이라는 길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두려워서 일 것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차츰 커가면서 눈이 트여 세상의 빛과 색을 알게 되고, 막연했던 감각들이 살아나면서 부드럽고 좋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닌 걸 알게 된다. 말문이 터지면서 "이게 뭐야?" 연신 물으며 그동안 궁금했던 모든 것을 묻게 된다. 아니, 내 입 속에서 뱉어낸 소리가 더이상 '옹알이'가 아니라 '대답'이라는 메아리가 되돌아옴이 신기해서 반복하는지도 모른다. 걷고 뛰게 되면서 '보살핌'은 귀찮아지고, 잠시라도 들리지 않으면 무섭기만 했던 엄마의 목소리는 '잔소리'로 들린다. 참 간사하다, 인간이란.
성인이 되고 정신적 독립을 외칠 때 즈음이 되면 이 모든 것들이 사실은 아직 부족했던 것임을 알게 된다. 인생이라는 끝이 없는 길을 걸으면서 내딛는 한 걸음마다 장애물을 만나고, 갈라진 길의 한 가운데 서게 되고, 여기 저기에서 훼방꾼이 나와 걸음을 멈추게 한다. '삶의 길찾기'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한 마디의 조언'임을 알게 되었지만, 이젠 진심어린 충고를 던지는 이도 없거니와 그들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 인간은 점점 더 외로워지고 고독해져만 간다.
 
  이 책 [철학의 즐거운 The Pleasure of Philosophical Life]삶이라는 길에서 멈춰있거나, 나아가기를 망설이고있는 나그네들을 위해 만들어진 책이다. 힘든 삶과 고달픈 생활에 지쳐있는 이들에게 지혜와 용기를 심어주기 위해 120편의 위인들의 글을 모아두었다. 주제를 크게 [참과 진리] , [생명의 존귀함] , [고귀한 덕] , [인간의 본성] , [우정] , [사랑] , [삶의 즐거움] 으로 일곱 개로 나누고, 큰 주제마다 작은 제목을 만들어 수많은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볼테르, 칼릴 지브란, 나폴레옹 힐, 쇼펜 하우어, 프랑수아 피용, 네루다 등 익히 귀에 익은 위인과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들도 만나게 되는데, 하나의 이야기마다 소중한 가르침이 들어 있고, 생각하지 못했던 깨달음을 만나게 된다. 특히 위인들의 이야기 끝에는 저자의 친절한 부연해설을 만나게 되고, 마지막으로 꼭 새겨야 할 강조구문을 만나게 된다.
 
  어느 쪽을 먼저 읽던 상관이 없었는데, 가장 마음에 와닿는 부분은 [우정], [사랑], 그리고 [삶의 즐거움] 편이었다. 작은 제목 하나 하나는 큰 느낌과 배움으로 다가와 책장을 감히 넘길 수가 없었다. 중국의 비수민은 말하길 우정은 한 권의 책과 같아서 끝까지 다 읽어야만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고, 친구는 나의 그림자와 같아서 햇빛이 있으면 나를 따를테지만, 더움으로 사라지면 친구도 역시 나를 떠난다고 말한다. [사랑]편의 '아내를 그리워하다'에서는 이 세상을 등진 아내를 생각하며 독일의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수많은 사람중에 당신과 만난 그 사람은 단 한 걸음도 빠르거나 늦지 않게 정확한 순간에 내 앞에서 나타난 사람이 바로 아내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천 년에 한 번 만나기도 어려운 이 소중한 인연을 귀하게 여기지 않을 수 있으며, 아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되묻는다. [삶의 즐거움] 편의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에서는 오늘의 청춘을 걱정이라는 부질없는 짓에 내일을 위한 노름 밑천으로 바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 말하며 "내일 일 때문에 미리 걱정하지 마라.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길지 지금은 결코 알 수 없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법을 배워라 그러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는 [성경] 말씀으로 대신한다.
 
 "어제는 히스토리History 였고, 내일은 미스터리Mistery이다. 
그렇다면 오늘은 무엇인가? 최고의 기프트Gift 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현재를 Present (현재, 선물)이라 부른다"
 
 애니메이션 '쿵푸 팬더'에서 용의 전사가 될 지 두려워하는 팬더에게 시푸(사부)는 이렇게 말하며 미래를 위해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할 것을 당부한다. 그 길만이 용의 전사가 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바꾸어 말하면 '행복하게 살다 죽는 것'이 생의 목표하면 하루 하루를 행복하게 살아가면 그 합은 자연히 행복한 삶이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미래에 원하는 무엇인가가 목표하면 하루 하루를 그것을 위해 노력하며 살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되는 것이라는 것을 느낀다.
 
 거창한 제목에 긴장을 하게 했지만, 이 책 [철학의 즐거움]은 평이하다. 오히려 너무 평이해서 '과연 철학을 말한 것인가?' 의문을 품게 만든다. 하지만 보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 고민하고, 보다 나은 삶을 찾기 위한 고민이 철학이라면 그 방법을 가장 편하고 이하하기 쉽게 알려준 책이 아닐까 싶다. 절대로 빨리 읽어서도 안되고, 그럴 수도 없는 책이다. 작은 제목 하나 하나마다 소중한 뜻과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 스스로가 생각을 던지고 내게 맞는 답을 찾아가도록 만든다. 소위 말하는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 읽는다면 어울리는 책일 듯 싶다. 두고 두고 옆에 두고 만나야할 친구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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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사 장기려
손홍규 지음 / 다산책방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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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고 나약한 환자를 온몸으로 감싸안았던 의사, 장기려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시기를 논할 것이 못된다. 항상 고민해야 하는 평생의 숙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질문을 던질 때가 그리 많지 않고, 그 답에 대해서도 내 처지와 형편에 따라 다르기만 하다. 늘 '훌륭한 삶'을 살고 싶다는 희망만 가질 뿐, 그에 다가가기는 마음과 몸이 엇갈리는 나를 발견하는데 참 안타깝기만 하다. 그런 내게는 자신의 소신껏 평생을 살다 간 사람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부러운 이야기다. 마지막 숨을 다하는 그 순간 '후회없이 살았노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삶일까? 게다가 제 혼자만 잘 살려고 노력한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을 위해, 세상을 위해 살다 갔다면 이보다 더 훌륭한 삶은 없으리라. 제 몸 추스리기에 바빠 아둥바둥 살아가는 인생이 한없이 부끄럽게 만든 한 권의 책을 만났다. 평생을 가난한 사람들과 아픈 이들과 함께 하며 살다 간 아름다운 의사 장기려의 생을 손홍규씨의 손을 빌어 쓴 책 [청년의사 장기려]이다. 
  
  
나는 아픈 이들을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
하나님께 감사했다.
가난하고 약한 이들이 아프면 더 힘들다.
이들과 함께한 시간이 너무 짧다.
 
  1935년 그의 나이 스물 다섯에 스승없이 자기 생애 첫 수술을 집도한 장면부터 시작되는 이 책은 '아름다운 청년의사 장기려'의 생을 소설로 만든 책이다. 일제시대의 학생시절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던 그는 식산殖産 즉, 산업을 부흥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를 물리치고, 사람 살리는 일에 뜻을 둔다. 의사가 되어 의사를 한 번도 보지 못하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평생을 바치겠노라 맹세하게 된다. 선생은 1932년 경성의전을 졸업하고 당시 국내 최고의 외과의사였던 백인제(백병원 설립자) 선생의 수제자로 경성의전 외과에 근무를 시작해 평양 연합기독(기흘)병원에 근무하기도 했던 그는 해방후 평양도립병원장과 평양의과대학(김일성대학) 외과교수로 재직하면서 일제시대와 해방, 분단과 한국전의 개시까지 우리 역사의 질곡의 순간을 그대로 겪으며 환자를 치료하게 된다.  
 
 





둘째 아들 가용(張家鏞·전 서울대 해부학과 교수)씨만 데리고 우역곡절 끝에 월남하면서 그의 제2의 인생은 시작됐다. 한국전쟁은 그에게 가족과의 생이별이라는 아픔을 안겨주었지만 평생을 어려운 이웃을 보살피며 참의사의 길을 걷게 만든 동기가 되는데,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을 두고 온 가장의 슬픔을 승화시켜 병약하고 가난한 환자의 가족을 제 가족을 보듯 돌보고, 그들을 위해 평생을 희생하게 된다. 선생은 북에 두고 온 아내와 자녀들에 대한 그리움을 가슴에 안고 한평생 절개를 지키며 45년을 홀로 살았다. 늘 빛바랜 가족사진 한 장을 가슴에 품고 그 사진을 보면서, 사랑하는 아내를 그리워 했다. 선생을 아는 이들은 그에게 자꾸 재혼하기를 권유했다. 그럴 때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의 사랑하는 아내가 북에 살고 있습니다. 아내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데 내 어찌 그 기다림을 저버릴 수 있겠습니까?" "내가 평양에서 결혼할 때 주례하시던 목사님이 우리 부부를 앞에 세워놓고 백년해로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니 재혼하는 것은 100년 뒤에 가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의 삶에 버팀목이 되었던 것은 하나는 신앙심(기독교적 가치관), 다른 하나는 분단과 함께 생이별한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었다. 특히 그는 가장 없이 힘들게 지낼 가족들을 생각하면 항상 마음이 저렸고, 그래서 병원에 오는 어려운 환자들을 보면 모두 가족 같이 여겼다. 선생 자신이 그 환자들을 잘 돌보면 누군가 자신의 가족도 잘 돌보아 줄 것이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그는 마지막 생까지 "늙어서 별로 가진 것이 없다는 것이 다소 기쁨이기는 하나 죽었을 때 물레밖에 안 남겼다는 간디에 비하면 나는 아직도 가진 것이 너무 많다"며 겸손해 했던 무사무욕의 삶을 실천한 사람이었고, 그런 까닭에 우리나라 최고의 외과 의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떠나는 그날까지 집 한 채는커녕 통장에 달랑 천만 원을 남겨 놓았고, 그마저도 간병인에게 줘 버리고 빈손으로 떠나갔던 사람이었다.
 
 


 

"왜 아픈 사람을 일컬어 환자患者라고 하는지 아나? 환患은 꿰맬 관串자와 마음 심心자로 이루어져 있다네. 다시 말해 환자란 다친 마음을 어루만져줄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야.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는 치유하기 쉽지만 마음에 생긴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네. 자네가 진정한 의사가 되려면, 무엇보다 먼저 환자의 마음을 고치는 의사가 되어야 하네." (P406)
 
  수많은 의사들의 집무실에 그의 액자가 걸려 있을 만큼 그는 우리나라 의사들의 모범이 되고 있고, 한국의 슈바이쳐, 푸른 십자가, 성인聖人 등 수많은 수식어가 붙을 만큼 그가 생에 보여왔던 행적은 존경을 받고 있다. 그의 신앙심과 가족에 대한 사랑은 그대로 환자들에게 옮겨졌고, '가난하고 병들어 의사 얼굴 한 번 보지 못하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한 번 더 진료를 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떠나갔다. 그가 추앙받는 이유는 바로 의술업적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공평히 보고 그들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받아들이는 진정한 의사의 마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의사로서의 고뇌와 질곡 많은 삶의 모습들이 생생하게 소설로 표현되어 장기려 선생의 삶을 더욱 가까이서 느끼게 해 준 책이었다. 기독교인으로서, 의사로서 나아가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는 과연 잘 살고 있는 것인가?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고 있는가? 내가 아파하는 모든 것들은 어쩌면 한낱 미망未忘의 찌꺼기들이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며 시간의 흐름에 맡기며 살아온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행동하는 사랑, 실천하는 지식이 무엇인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내가 살았던 이 땅에도 이토록 훌륭한 의사가 존재했다는데 행복하고 감사했다. 나 또한 당장 무엇인가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 '어떻게 사는 것이 참된 삶'인지를 몸소 가르쳐준 그를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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