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shop CS3 핵심 활용 비법 400
무라카미 히로코 지음, 임효정 감수 / 삼양미디어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기존 포토샾 사용자에겐 너무나 쉬운 초보자를 위한 활용서 
   

  기억하고 싶은 순간이나 추억꺼리들을 간직하려고 사진기를 이세상에 내놓았고, 그 후부터 그것은 모든 분야를 급속히 발전시키는 혁명적인 발명품으로 자리매김을 했다. 궁즉통이라 했던가. 보다 보편화되고, 다양화되면서 성능과 기능면에서 진화를 거듭하더니 급기야 필름이 필요없는 디지털카메라가 출현하게 되었다. 이제는 소소한 일상을 기록하는 일기장을 쓰듯 이것을 활용하다보니 국민의 60%에 육박하는 보급률을 기록할 정도의 생활 속에서 없으면 안 되는 제품이 되었고, 카메라는 보다 더 가벼워지고 소형화 될 뿐아니라 한쪽에서는 고성능 카메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이렇게 카메라의 발달이 계속 되는 이유에는 기존의 수동카메라(필름)를 사용할 때 조작의 불편함과 번거로움을 없애고 사진을 좀 더 멋지고, 선명하게 그리고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디지털 카메라의 진화에 톡톡히 한 몫을 한 것이 있는데, 순간을 찍을 당시에 잡아내지 못했던 각도와 색채를 수정할 수 있고, 또 다른 자신만의 느낌이나 개성을 표현하기가 가능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그래픽 프로그램인데, 이것이 바로 Photoshop 이고, 그 손을 거쳐간 작업을 우리는 소위 '뽀샵처리'라고 한다.
 
  Photoshop은 Adobe 사에서 만들어져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업그레이드 하면서 옛날 필름으로 찍던 사진들과는 엄청난 차이와 함께 예술의 경지를 떠나 문화이자 사업으로까지 영향을 주게 되었다. 그리고 이와 함께 호황을 누리게 된 출판사들은 연이어 Photoshop에 관련된 서적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모든 분야의 책이 그렇듯 초보자부터 고급자까지 단계별로 책들은 다양하게 서점의 책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지만 Photoshop 사용자들을 만족했던 책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나 역시도 기존의 책들에게서 만족하지 못한 채 혼자만의 방법과 노하우를 쌓으며 Photoshop을 익혀가던 중 자신만만한 제목의 책 Photoshop CS3 ◀핵심 활용 비법▶ 400 만나게 되었다.
 
 









 
 
  간단하게 책의 구성을 말하자면 DSLR 카메라 사용자에 맞춰 11장으로 나뉘어져 있고 제 1 장 기본 조작 비법을 시작으로 각 Part마다 이번에 Adobe에서 새로 나온 Photoshop CS3버전을 상세하게 분석하여 400가지의 비법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각 페이지를 보면 400가지 비법 중 하나임을 뜻하는 번호와 함께 아래에는 사용빈도나 중요도를 나타내는 레벨부터 작업 순서, 비법의 세부내용, 작업의 키워드, Memo와 함께 진행사진들로 요목조목 대체적으로 구성이 좋은 편이었다.
 
그 중에서 기존의 따라하는 방식의 구성되어있던 책들과는 차별화 된 부분을 찾을 수 있었는데 Hint 나 Attention으로 Photoshop을 사용하는 유저가 한번쯤 생각할 수 있게 하여 보다 효과적으로 학습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원판인 영어로 된 Photoshop 사용자들도 어려워했던 용어에 대한 문제를 초보자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풀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맨 뒷장에는 Photoshop CS2, CS3, CS3 Extended공용과 함께 Window XP, Macintosh 공용이 되는 CD가 한 장 있는데 이는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예제 및 완성파일과 Photoshop CS3 한글판과 영문판, 메뉴를 비교 정리한 한글파일을 담고 있어 독자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서 Photoshop을 이용한 웹 작업과 텍스트의 보다 다양한 기법을 구사하고 싶었는데 제 8장의 웹용 소재와 프레임 애니메이션 비법과 제 7장 텍스트 효과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장점보다는 아쉬움이 더 많이 발견 할 수 있었는데 Photoshop을 그 전부터 사용해오던 유저로서는 400가지 중 활용하기에 유익한 정보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책의 커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핵심 활용 비법 400라 적혀 있어 고급 레벨의 비법을 배울 수 있을 꺼라 생각 할 수 있는데 책에서 말하는 400가지 중 절반이상은 기초 중에서도 기초인 부분이 대부분 이었고 Photoshop말고도 다른 그래픽 프로그램을 사용한 적이 있는 유저들이라면 이미 알고 있는 부분이나 불필요한 부분 역시 책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사용빈도나 중요도를 나타내는 세 단계의 레벨 표시로 기존의 책과 차별화를 두려 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레벨 1.2의 작업과정은 있었지만 레벨 3의 작업은 눈 씻고도 찾아 볼 수 없는 조금은 어이없는 부분을 발견 할 수 있었고, 책 속에서 Photoshop CS3는 사진과 함께 모든 용어 설명이 한글판으로 되어있어 초보자들에게는 편할지 모르지만 아직 한글판이 보편화 되지 않은 점과 현재 영어판을 사용하고 있거나 사용해왔던 유저들을 생각하면 한글판으로 소개되어있는 책의 설명이 오히려 더 혼동을 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또 책을 통해 영어판 Photoshop CS3를 컴퓨터에서 직접 적용하기에 용어에 대한 불편함 점도 느낄 수 있었다.
 
  셀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양으로 가득한 서점에서 좋은 책, 나와 맞는 책을 고른다는 것은 어려운 일임은 다들 알 것이다. 이를 알면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책의 커버나 광고에 현옥되어 책을 고르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렇게 고른 책들 중 반 이상은 실망하기 마련이다. 이 책 역시 핵심 활용 비법이라 하여 기존의 유저들의 눈을 현옥시키기에 좋은 커버를 하고 있지 않나 생각되었고, 책을 다 읽은 후의 나의 견해를 간단히 말하자면 핵심 활용이라고 하기보다는 Photoshop을 처음 사용하고자 하는 초보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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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과 코드 - 그림으로 읽는 동아시아 미학범주
임태승 지음 / 미술문화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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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그림을 느끼지만 말고, 아이콘과 코드를 읽어라!
 
  그림이라고는 동그라미와 막대기의 조합으로 이뤄진 사람밖에 몰랐던 내가 '사람을 사람답게 그리게 된 때'는 초등학교 4학년, 그림 잘 그리는 짝꿍을 만나면서부터다. 내 그림이 벽에 흰 분필로 그려진 낙서라면 짝꿍의 그림은 원근감이 살아있는 3차원의 작품에 가까웠다. 짝꿍은 공부를 썩 잘한 것은 아니지만(나보다는 잘 하지만) 그림만큼은 우리 학교 최고여서 고학년의 선배들을 물리치고 학교대표로 그림그리기 대회를 나갔고, 그럴 때면 어김없이 월요일 조회시간에 제 키만한 트로피와 상장을 받아들곤 했다. 당시 내가 바라보는 짝꿍의 모습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요, 그림과 색칠을 해대는 손은 피카소의 그것과 다름없었다. 말 그대로 입이 떡 벌어진 채 다물 줄을 모를 정도로 빠르게, 멋지게 그려냈다. 흰 백의 도화지에 마치 녀석에게만 보이는 점선이 있는 양 재보지도 않고 스윽스윽 그려대는가 하면, 하늘을 그릴 때도 보라색과 노란색을 섞어서는 구름이 튀어나올 듯, 햇살에 살이 델 듯 그려냈다. 지금 생각해도 나의 초등학교 4학년은 매주 한 두차례 있는 미술시간에 짝꿍 그림을 보고, 가당찮지만 녀석의 그림을 흉내내는 재미로 보낸 것 같다.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던가? 짝꿍의 그림감상의 힘인지, 집에서 하루 한 시간씩 소년잡지에 습자지를 대고 덧그림을 그린 덕이었는지, 제법 그림을 그리게 되어 3학년 까지 '양'이었던 미술 성적은 4학년엔 '미'를 그리고 졸업반이 되어서는 난생 처음 '수'를 받게 되었다. 자신이 붙어 중학시절엔 실력도 없으면서 미술반을 들게 되었는데, 아무도 지원하지 않는 동양화 부문에 학생이 필요했던 때문이었다. 그렇게 들어간 미술반에서 나의 '동양(한국)화 사랑'이 시작되었다. 맹물이 뭍어나도 티가 나는 얇은 화선지, 수백가지 농담을 낼 수 있는 검은 먹물, 그리고 굵디 굵은 붓의 조합. 그것에 의해 산과 바다, 강이 태어나고, 사람이 태어나며, 자연이 태어났다. 농담의 그윽함과 여백의 여운에 넋을 빼앗겨 동양화에 푸욱 빠질 수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까지 미술반에서 동양화반에 있었지만, 대학까지는 전공으로 할 수 없었다. 실력도 없거니와 '돈되는 과를 선택하라'는 추호秋虎 같은 아버지의 엄명을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이었다. 기회비용에 대한 미련은 항상 남아서인지 지금도 한가한 주말이면 인사동의 갤러리를 돌며 한 폭의 화선지에 담긴 세계를 훔쳐보곤 한다. 나이먹어 더 이상 일하지 않아도 될 나이가 되면, 채 마치지 못한 동양화에 전념하는 것이 내 노년의 작은 소망이기도 하다. 그런 내가 이 책을 만난 것은 큰 행운이었다. 동양화와 한국화의 명화를 만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작품 속에 담긴 이야기와 그것이 뜻하는 깊은 의미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소개하는 책은 중국철학과 미학을 전공한 철학과 교수 임태승님의 [아이콘과 코드] 다.
 
 


   
  우리가 흔히 그림을 즐긴다고 하는 것은 선과 색 그리고 구도적 관점에서의 회화를 즐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화가의 고유한 풍격이나 시대사조 혹은 유파등을 고려해 그것을 즐긴다. 하지만 이것들이 때로는그림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의 길목에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그림을 느끼려고만 했지, 그림이 담고 이쓴 의미나 그림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이해하는데 소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동아시아 예술 자체의 과학적 원리로써 그림을 마주하고 이해하는 방법으로 회화의 진정한 맛을 다시 발견하자는 일종의 제안에서 이 책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그림을 단순히 보지 않고 '뜻을 표현하는 과학'으로 보고 사의화寫意畵의 과학, 즉 아이콘과 코드라는 두 요소의 조합이라는 원리에서 이루어진 것이 그림이라고 보았다.
 
 그림 속의 아이콘이란 화면 속에 나타나는 개별적 요소들 즉 산, 물, 사람, 집, 정자, 다리, 배, 폭포, 바람, 달, 구름, 안개, 눈, 비, 바위, 나무, 꽃, 새, 동물, 곤충, 악기 등을 말하고, 이러한 각각의 아이콘이 담고 있는 의미 혹은 메시지를 코드라고 저자는 보았다. 그래서 저자는 "그림은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아이콘과 코드가 합쳐진 그림의 퍼즐게임에서 그 조합의 원리를 알면 간단하고 명쾌하게 작품의 감상을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전신(傳神) - 뺨 위의 터럭 세 끝이 말해주는 것
품격(品格) - 세밀한 기교로부터 꾸밈없는 투박함까지
교졸(巧拙) - 아름다움의 두 느낌, 달콤함 혹은 망설임
허실(虛實) - 서로 품기고 보듬는 시적 공간의 유희
의경(意境) - 내 마음과 세상 물상의 그윽한 만남
낙유(樂游) - 즐거움 자유 초월의 두 가지 색깔
적(適) - 넉넉하고 홀가분하며 편안한 자유로움
비덕(比德) - 예술을 모방하는 삶과 자연
동정(動靜) - 흐르는 물은 하나요, 바라보는 정감은 두 가지
추악(醜惡) - 못나고 못된 것이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
 
 

 

 

 

 

 

 
 동아시아 미학을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필수적인 범주들인 위의 열 두가지 범주들은 서로 연결되고 상호 보충되는데, 각 범주 속에 나타나는 작품들을 들여다 보고 있자면 왜 그 속에 속했는지, 그리고 작품 속에 그려진 그림 하나 하나가 절대로 허전한 빈 칸을 채우고자 함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 책 속에서는 정말 그림을 보는 것 뿐 아니라, 읽는 것이 가능했었다. 작품마다 동양철학과 미학에 정통한 작가의 해설과 그 속에 담긴 아이콘과 코드의 숨은 그림 찾기는 '신선한 그림읽기의 기쁨'을 안겨주었다. 저자의 글을 읽기 전 한참을 뜯어본 '내가 본 작품'과 저자의 설명이 곁들여진 후 들여다 본 '미학적 관점의 작품'은 온전히 하나를 놓고 본 것인데도 그 격을 달리 했다. '정말 과연 그럴까?' 하는 의아함도 없잖았지만, 얕은 내공의 내가 이의를 제기하기는 어림없었다. 그저 들려주는 듯 배우며 즐기기에도 바빴다. 그에 대한 해석은 순전히 작품을 즐기는 자의 몫이라 이야기들 하지만, 동양화는 단순히 느끼기만 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뜻과 의미를 담고 있지 않던가? 이제는 한 편의 작품을 보더라도 오래도록 지켜보며 전보다는 더 많이 그 맛을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2006년 문화관광부 우수학술도서]로도 선정된 이 책의 속에 있는 작품만을 저자의 설명에 따라 눈으로 보고 머리로 그 뜻을 배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제 값을 할 수 있는 책이었다.
 
  최근 미술작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문화적 수준이 향상되었다기 보다는 '투자수단'으로 그 관심이 쏠려 씁쓸하긴 하지만, 작품에 대한 가치평가의 기준은 결국 값어치라고 볼 때 '국민소득 대비 문화맹'에 가까운 국민수준을 높이는 계기가 되어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좋은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좋은 작품을 볼 수 있는 혜안을 가져야 하는 법. 미술품투자에 관심을 둔다면 전문가의 평가나 소문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찾아 배워야 할 것이다. 그 시작을 이 책으로 한다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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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 2 정진홍의 인문경영 시리즈 2
정진홍 지음 / 21세기북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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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을 통한 '자기경영'을 이야기한 책!
 
 
  이 책이 반가웠던 이유는 지난 해 읽은 전편에서 많은 감동과 배움을 얻었기 때문이다. 특히 '인문학'이 세상에, 특히 경영계에 필요한 이유를 설명해 주어 세간의 주목과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터라 이 책을 읽지 않았어도 '정진홍'이라는 저자의 이름을 알고, 아이콘이 되었던 '인문학'의 단어를 논할 정도였으니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던진 파장이 꽤 컸던 모양이다. 개인적으로도 경영이념에 있어서 '인간을 위한 인본경영'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고 항상 생각하고 있던 바라 뜻을 함께 하는 책을 만나는 것 같아 무척이나 반가웠던 책이다.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것이 기업이지만, 그보다 먼저 기본구성요소가 되고 대상이 되기 때문에 직원(사원)과 소비자(고객)을 항상 어려워하고 두려워하는 기업이 되어야 하는 것인데, 그것을 깨닫기 위해서는 기업가(CEO)의 마인드가 변해야 함은 당연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기업가들에게 기업의 존재이유는 '이익에 앞서 인류에 대한 봉사'라는 큰 명제를 던저주기에 충분했다.
 
  전편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는 '경영이 인문을 만나야 하는 이유'라는 주제로 독자들과 만났다면 이번에는 '어제와 다른 나를 만드는 인문학 정신'을 주제로 했다. 나를 다시 세우고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힘을 키워주는 삶의 학문인 '인문학'이 기업경영을 넘어 개인 즉 인간경영에 대해 접근하고자 함을 알 수 있다. 주제들은 크게 치세治世 - 리더로 산다는 것의 의미, 인생 - 정상이 곧 위기인 전장, 자조自助 - 변하지 않는 삶의 지혜, 호기심 -천재를 만드는 감각 근육, 생각 - 익숙한 것과 결별하기, 문화 - 운명을 결정짓는 소프트 파워, 소통 - 성공을 위한 공감 지능, 지식 -보이지 않는 미래의 부, 전략 - 인생의 결을 바꾸는 지혜, 권력 - 먼저 나를 지배하라, 징비懲毖 - 역사를 바로 세우는 성찰의 힘 이렇게 11 가지로 나누어 '인문학을 토대로 변화하는 나'에 대해 이야기했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두 번째 주제였던 인생 - 정상이 곧 위기인 전장 편이었다. 저자는 우리가 인생을 들어 '전쟁'이라고 말하는 것은 '질곡많은 날들의 합인 인생을 다시 하루로 나누어 이기거나 지는 것이 아니라, 이기거나 '죽는 것'으로 생각하고 삶에 임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밝히고, 이 세상이라는 전쟁터에서 우리의 전쟁, 즉 아름답게 도전하고 치열하게 응전하는 도전과 응전의 역사를 기록하는 일은 오늘이 마지막이 아니라면 또 다시 내일을 맞아 그 내일과 맞붙어 싸워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특히 중년中年이라고 하는 40대의 인생후반이야말로 삶 전체의 결을 결정하는 시기임을 명심하라고 하면서, 카이사르의 인생과 그의 전쟁사를 이야기했다.
 
[로마사]를 쓴 테오도르 몸젠이 그를 일러 "로마 최고의 독창적 천재이자 고대 최후의 천재"라고 말했던 카이사르가 썼던 [갈리아 전쟁기]와 [내전기]를 읽으며 자신을 투영해 볼 것을 권했다. 그가 치뤘던 전쟁사를 통해 자신의 삶을 이야기했다면, 그 책을 통해 나의 전쟁사를 돌아보고, 앞으로 펼쳐질 나머지 전쟁에 대해 고민해보라는 그의 조언이 가슴속까지 스며들었다. 그것은 아마도 이제 막 인생후반에 접어든 나를 두고 던진 충고라고 생각되었던 것 같다. 성철 스님이 남자가 인생 후반에 특히 경계해야 할 것으로, 질병과도 같은 욕망 즉, '돈 병', '여자 병', '이름 병' 이 세 가지에 대한 언급은 정신이 버뜩들 만큼 놀라웠다. 주제를 이야기하면서 소개한 카이사르가 썼던 [갈리아 전쟁기]와 [내전기],[모리야 히로시의 남자의 후반생]이라는 책과 '남자의 인생에는 두 개의 봉우리가 있는데, 첫 번째 봉우리가 사춘기라면, 두번째는 폐경기'라고 이야기하며 소개한 [제드 다이아몬드의 남자의 아름다운 폐경기]는 새로이 읽고 싶은 도서가 되었다.
 
 이번 책이 전편과 특히 차별화된 점을 들자면 주제 하나마다 한 인물과 한 권의 책에 포커스에 맞춰 집중했다는 점이다.  치세治世 편에서는 [정관정요], 인생 편에서는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자조自助 편에서는 새무얼 스마일즈의 [자조론自助論]과 [인격론人格論] 그리고 [검약론儉約論]을 이야기했다. 또한 호기심 편에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생각 편에서는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부부의 [생각의 탄생]을, 문화 편에서는 조지프 나이의 [소프트 파워]를 중점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밖에도 지식 편에서는 앨빈 토플러의 [부의 미래 Revolutionary Wealth], 전략 편에서는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 권력 편은 [유혹의기술], [전쟁의 기술], [권력의 법칙]을, 징비懲毖 편은 류성룡의 [징비록懲毖錄]을 빌어 이야기했다. '어제와 다른 나를 만드는 인문학 정신'이라는 부제와 맞게 인물과 책을 통해 '자기계발적 내용'에 중점을 두었다. 전편에서는 기업가와 리더들에게 필요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면, 이 책은 변화를 추구하는 내가 알아둬야 할 내용들이라 다소 무겁고, 진중하게 펼쳐졌다. 올 9월 상반기에 출시될 예정이라고하는데, 어떤 부제로 이야기를 펼쳐낼 지 궁금하다. 재미와 흥미보다는 배워나가야 할 숙제들이 오히려 많았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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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살기 좋은 곳 33
신정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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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전 꼭 한번 찾아가고 싶은 풍수지리 최고의 명당 33곳 이야기!
 
 
  "어디 공기 맑고, 물 좋은데서 살다가 가면 좋겠다." 그리 많지 않은 나이의 선배들이 틈만 나면 하는 말이 우스웠다. 게다가 토지의 경제적 효용을 이유로 싼 땅을 사들여서는 담배갑같은 아파트를 지어대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 터라 쓴 웃음마저 들었다. '개발'이라는 이름의 '국토훼손'은 이대로 가다가는 '국립,도립,시립 공원'을 빼고는 산지는 찾아볼 수 없어 개인소유의 임야를 '공원'으로 지어서 입장료를 받아야 할 판이다. 하기는 10여 년전 서울 서초구에서 실제로 철조망을 치고 입장료를 받아 지역주민들의 원성을 산 사례가 있기도 했으니, 정말 그럴 날이 멀지 않았다.
 
 

















 
  있는 돈, 없는 돈 모으고 억대의 대출까지 받아 값비싼 아파트를 사놓고는 주말이면 휘발유 펑펑 흘려가며 산이며, 들을 찾아 남으로 북으로 오르내리는 도시민들의 모습을 보면 그런 아이러니가 없다. 한 예를 들어 강남의 수십 억하는 아파트는 현시세의 이자와 일년동안 내는 세금을 하루로 나누었을 때 특급호텔의 숙박료보다 많은 '수십 만원'이나 한다고 하는데, 하루에 수십 만원하는 제 집을 놔두고, 펜션이나 호텔등 남의 집을 또 하루 세를 놓고 찾아가는 형국이니 아이러니가 아니고 뭐겠는가? 그 이유는 뭘까? 바로 '산 좋고 물 좋아서'가 아닐까?
인간의 궁극의 노스텔지어는 바다라고 하지만, 땅을 딛고 살았던 만큼 육지에서 찾아야 할테고, 그렇다면 저마다 나고 자랐던 '고향'이 오늘날의 '노스텔지어'일 터, 주말마다 사람들이 남으로 북으로 찾아다니는 것은 이젠 눈씻고 찾아볼래야 찾을 수 없는 '고향'이 그리워서일테다.  
"몸을 해치고 마음이 병든다면,
어찌 그곳을 사람이 살 만한 땅이라 하겠는가?"
 
  이렇게 일갈하며 사람 살만 한 곳을 짚어준 책이 있다. 신정일씨가 만든 책 [대한민국에서 살기 좋은 곳 33]이 그것이다. 이 책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저자 신정일씨에 있다. '대한민국의 땅을 제대로 알려면 우선 '이중환의 [택리지]'를 읽고, 그 다음 오늘날의 그것을 알려면 '신정일의 [다시 쓰는 택리지]'를 읽어라'라는 것이 부동산 고수들이 가장 먼저 던지는 조언 중 하나다. 서구문명의 영향을 받기 이전의 시대를 살았던 이중환이 우리 민족 고유의 사상과 지리관을 바탕으로 저술한 한국적 인문지리서인 [택리지]와 대화하며 신정일이 다시 쓴 책으로 평가되는 [다시 쓰는 택리지]는 이 땅 구석구석을 누구보다도 많이 걸었던 저자가 발로 쓴 국토교과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두 다섯 권으로 무려 2,000 페이지에 걸친 그의 기록을 본다면(베스트셀러를 노린 것도 아니고, 온전히 저자의 의지로 제 흥에 겨워 쓴 것임을 확인한다면) 그에게 반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저자가 새로이 쓴 우리강산의 이야기이니 반갑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20,000여 권의 방대한 독서량을 자랑하는 저자이니 만큼 그의 문재文才 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저자가 사람이 살기에 가장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곳은 이중환선생의 말씀을 빌어 대신했다.
 
"십리 밖이나 반나절쯤 되는 거리에 경치가 아름다운 산수가 있어 가끔씩 생각날 때마다 그곳에 가서 시름을 풀고, 혹은 하룻밤쯤 자고 올 수 있는 곳을 마련해 둔다면 이것은 자손 대대로 이어가도 괜찮은 방법이다."
 
그렇다고 본다면 제 집 베란다 창너머로 산자락 끄트머리가 보인다고, 푸르스름한 물줄기가 비친다고 다른 집보다 수천만원에서 수 억 비싼 프리미엄을 붙이는 일은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온 세상을 다 가진 듯 아래로 내려다 보고 살고 싶어 위로 위로 치솟은 아파트에는 중력을 거슬러 식물이 생장을 멈추고 사람이 생기를 잃는다는 연구결과가 있고, 전면에 한강이 보인다는 이유로 수억의 웃돈을 주고 입주했지만, 쳐다보고 있자니 우울해지기만 해 아예 커튼을 치고 사는 사람도 있다. 지척을 두고 살면 오히려 눈에 익어 제 맛을 모르는 법. 이것은 다름아닌 싫증내기 좋아하는 인간의 본성 때문이리라.
 
   책에 수록된 곳들은 땅값의 높낮이와 아무런 상관없이 오로지 스스로 집을 짓고 오래도록 살고 싶은 곳들을 소개했다. 산천이 수려하고 아름다우며, 역사 속에 자취를 남긴 인물들이 삶터를 영위했던 스토리가 있는 곳, 어느 때 가도 마치 고향에 돌아온 사람을 감싸 안아 주듯 포근하고 아늑한 곳이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이고, 살아야 할 곳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래서일까? 한 장 너머 마다 그려지는 풍광은 바람소리 새소리가 들리는 듯 하고, 산내음 들내음이 풍기는 듯 하다. 언젠가 가본 듯한 낯익음도 보이고, '우와~~~' 하는 감탄을 자아내는 곳들이 넘쳐난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글자보다 그림에 먼저 눈이 가 오래도록 멈추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크게 네 가지 이름으로 나누어진다.
 
'시선이 멈추는 곳, 마음이 머무는 자리 - 10 곳'
'천하의 기운을 품은 길지 - 10 곳'
'마음과 몸이 살아나는 땅 - 8곳'
'완벽한 휴식을 주는 마을 - 5곳'
 
이렇게 예부터 살기 좋은 곳으로 정평이 난 33곳의 길지와 명당을 이야기해 준다. 그곳에 담긴 민간전승과 역사적 유래 그리고 그 땅에서 태어난 역사적 인물들의 이야기도 함께 만날 수 있다. 친절하게도 독자의 입맛에 따라 찾아갈 수 있도록 구분까지 해 주었다. 생소하기 그지없는 지역이지만, 저자의 지역에 담긴 이야기와 역사 그리고 풍광에 대한 설명을 읽고 나면 찾아가고 싶지 않은 곳이 없다. 조만간 꼭 한 번 찾아가고 싶었던 곳 '조선 최고의 명당'(경기도 남양주군 조안면 능내리)를 살펴보자. 다산 정약용 선생이 태어나고 말년을 보낸 곳으로도 뜻 깊은 이곳을 찾아가려니 저자가 일러준다. 찾아가는 길- "덕소에서 6번 국도를 따라가다 팔당대료를 만나고 그곳에서 한강을 따라가면 팔당댐에 이른다. 팔당댐에서 2.9킬로미터를 가면 중앙선 철교 밑에 이르고 그곳에서 우회전하여 1.3킬로미터를 가면 정약용 생가 앞 주차장이 나온다."
 
 

 





 
  '백문이불여일견'이라 했다.
이제는 차마다 네이게이션이 있으니 책이 일러준 주소만 찍어준다면 알아서 가줄테고, 책을 읽고 가보고 싶은 곳 점찍어 놨다가 시름이 생기거나, 한가할 때 틈만 나면 찾아볼 요량이다. 책 속의 그 장소에 앉아 그곳 이야기를 다시 읽어보고 찾아다니면 그 맛도 쏠쏠하겠다. 이 책은 '놀러갈 곳, 맛난 곳'을 이야기해 주는 책이 절대 아니다. 오히려 '살 만한 곳을 알려주는' 공부하는 책이다. 언젠가 돌아가고 싶은 내 고향을 이 책에서 찾아보고 싶다. 멋지고 훌륭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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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스탄 - 새로운 백만장자의 탄생과 부의 비밀
로버트 프랭크 지음, 권성희 옮김 / 더난출판사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BOBOS는 가라! 
오늘날의 부자코드는 리치스탄Richistan 이다 !
 
 
 
  세상사람들은 누구나 부자를 꿈꾼다. 저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는 모두가 누군가에게 "당신은 정말 부자군요." 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 한다. 어떤 이는 '논 세마지기가 있으니 부자'라 했고, 또 어떤 이는 '자식이 일곱이나 있으니 부자'라고 했던 적이 있다. 어느때부터인가 '가난한 놈은 다리 펴고 자고, 부자는 쭈그려 잔다'며 '안분지족足'을 미덕으로 알았던 세계 최고의 유교국가 '대한민국'에, IMF는 '돈 무서운 줄'을 알게 했고, 10년 전 버트 기요사키의 책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는 우리나라에 '부자신드롬'을 일으켜 너도 나도 '부자富者'를 입에 달고 사는 세상을 만들었다. 부자의 정도가 무엇이냐를 놓고 '10억億 이면 충분하다'고 했던 때도 있었건만, 정권이 한 번씩 바뀌면서 '강원도 읍면의 임야 3.3 제곱미터도 10만원을 하는 세상'이 되어버렸으니, 그때의 가치로 따진다면 지금은 '50-60억'은 가져야 할 듯 하다. 세월이 흐를수록 알뜰하게 살며 저축해서 '부자되기'는 점점 어려워져만 간다. 예전에는 꿈꿀 수 있었던 '부자'라는 한가닥 희망의 단어가 이젠 가슴만 폭폭하게 만드는 '이루지못할 꿈'이 되었다.  
 
  20세기를 마감하면서 우리는 '보보스Bobos'를 알게 되었다. 부유층(부르주아·Bourgeois)이면서도 보헤미안(Bohemians)적 예술감각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인데, 미국의 기자출신 데이비드 브룩스가 쓴 [천국에 사는 보보스(BOBOS in Paradise)]라는 책에서 처음 나온 말로, 높은교육 수준에 연간 10만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으며 이동이 자유로운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로 가족과 종교를 중시하는 부르주아 문화를 이해하면서 여피족과는 달리 물질주의나 성공주의에 빠지기보다는 자아실현과 환경문제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일도 노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을 칭했다. 히피·여피족 등에 이어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엘리트로 부상한 계층으로 디지털 시대의 엘리트로서 미국의 상류층을 대표하는 용어로 쓰였었다. 하지만 이젠 그 단어로는 더이상 오늘날의 부자를 설명하는 단어가 되지 못한다.
 
  2000년 이후 계속된 주식시장의 강세로 미국의 백만장자 수는 3배 이상 늘어 800만 명이상이 되었는데, 이는 스웨덴이나 오스트리아 인구보다 더 많은 숫자이다. 1000만 달러(우리돈으로 100억원)정도의 부자가 750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들은 신흥부자부류중 가장 낮은 부류에 속하고, 중류층은 1억 달러 순자산 소유자가 200만 명 이상 된다. 우리돈으로 1조원이 되는 억만장자(Billionaire - 10억 달러)만도 수천 명가량된다고 하니 보보스Bobos 족族은 더이상 부자측에 끼지 못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지켜본 <월 스트리트저널>지의 기획특집 수석기자인 로버트 프랭크는 2003년 신흥부자New Rich 들을 추적하여 그들의 참과 생활을 취재하고 기사화해 The Wealth Report 를 연재하였는데, 마침내 한 권의 책을 내게 되었다. 그것이 어제 내가 읽은 책 [리치스탄Richistan], 부제는 A Journey Through the American Wealth Boom And the Lives of the New Rich 이다. 

  



리치스탄Rich -i-stan  
n. 명사
 
- 부자를 의미하는 'rich'에, 카자흐스탄처럼 나라 이름 뒤에 자주 붙는 장소를 의미하는 어미 '-stan'을 붙여 만든 신조어.
 
1. 미국 중심부에 자리한 새로운 국가 2. 국민 모두가 백만장자들로 구성 - 대부분은 지난 20년간의 새로운 황금시대를 통해 재산을 모음 3. 벨기에와 덴메크보다 인구가 많음 4. 전형적인 시민으로 네스케이프 창업주 짐 클라크, 미용사 출신 억만장자 시델 밀러가 있음 5. 약간의 행운과 배짱이 있으면 당신 역시 시민이 될 수 있는 국가
 
 
  저자는 이 책에서 리치스탄Richistan 은 누구이며 어떻게 탄생하는지, 그리고 그들의 생활을 조명했다. 그리고 최고의 부호들인 그들에게 고민은 없는지 그들의 미래는 어떤지도 함께 살폈다. 내집조차 없는 내가 그들의 부와 생활을 알아서 뭐하겠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 그는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의 말 즉,  "이 세상 모든 계층 중에서 가장 주목받으면서도 가장 연구가 이뤄지지 않은 계층이 부자다." 을 빌어 부모의 유산과 엘리트집단들에게만 허락했던 부호의 자격이 이제는 시대를 관통하는 사업아이템과 행운 그리고 배짱만 있다면 누구든 거대부호가 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또한 현재도 존재하는 그들 리치스탄Richistan 은 현대 세계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고, 그것은 나에게도 미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오늘날의 리치스탄이 된 그들은 주로 기업을 일으킨 창업자, 기업의 주요 주주, 기업을 매각한 소유주, 머니매니저들, 세계적인 기업의 월급쟁이 등의 직업군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저자는 말하며 '부자들은 열심히 일하는 만큼 얻어낼 수 있는 수익시스템을 찾는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기록적으로 짧은 시간에 거대한 부를 이룬 만큼 빨리 많은 돈을 잃기도 하는데, 과거에 미국 최고의 재산이 주로 땅이나 집, 트럭, 공장, 빌딩같은 유형자산이 부자의 근거였다면, 오늘날의 부는 주식, 옵션, 파생상품 같은 유동자산에 거의 대부분 묶여 있기 때문이다.
 
  또한 거의 돈벼락을 맞는 순식간에 부자가 된 그들은 종종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지나치게 부를 과시하는 행동도 하게 되는데, 이러한 기품을 잃는 모습은 또 다른 신흥부자들과의 경쟁을 하게 될 때 극에 달하게 된다. 그래서 좀 더 큰 주택과 길이가 더 긴 요트, 그리고 더욱 성대한 파티등을 여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려고 해서 전통부자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거나, 아예 무시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대목을 좀 더 깊이 들어가 보면 20세기 전반에 걸쳐 부자들의 아이콘이라고 여겨졌던 럭셔리의 대명사 '명품'들은 더 이상 그들만의 소유물이 아니게 된 세상을 들 수 있다. 세인들의 부자에 대한 열망은 빚을 내었건, 저축을 했건, 방법이 없다면 가짜를 사더라도 그들의 전유물인 '명품'을 하나라도 소유하는 것이어서 그것들이 이제는 '흔한 것'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리치스탄들은 그들만이 소유할 수 있는 새로운 헤게모니를 창출해야만 했고, 그들 사이에서도 더 나은 것을 소유하기 위해 경쟁하게 되어 세인들이 볼 때 엄두도 못내는 '짓'을 하게 되는 것이었다.
 
 



 
  저자가 직접 인터뷰를 통해 소개하는 리치스탄들의 생활상과 구매활동 등을 지켜보면서 '그들조차도 예상할 수 없을 만큼의 주체할 수 없을 만큼의 돈'을 갖게 될 때의 모습을 확인하게 된다. 다시 말해 신종 인터넷 사이트나 사업 아이템, 수익 시스템 등을 만들어 낸 그들은 이것들이 '돈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그것에 몰두 했는데, 의외로 폭발적인 인기와 수요, 그리고 주식상장으로 '일확천금'을 얻게 된다. 엄청난 재산을 관리하기 위해 직접 관여하지 않고 전문가들을 고용하여 새로운 수익 시스템(내가 잠을 자는 순간에도 이자, 복리 등으로 '돈이 돈을 만들어내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진정한 부자시스템'이 아닐 수 없다)을 창출하게 된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부족한 것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시간이었다. 좀더 업무에 열중하기 위해,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과 좀 더 오랜시간을 보내기 위해, 가사업무를 도와줄 수 있는 집사(21세기에 이 단어가 어울릴 법 한가? 하지만 전문적인 집사COO 를 배출하는 학원이 미국에서 성행하고 있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를 고용하는가 하면, 굳이 해외를 여행하면서 경험할 필요없이 최고의 미술작품과 인테리어를 어마어마한 저택에 구비하게 된다. 처음에는 거의 '돈을 가지고 저지르는 만행'에 가까운 그들의 소비생활을 읽으며 '정말 미쳤어!'라고 탄식하기도 했지만, 정말 평생을 쓰기만 해도 다 쓸 수 없을 만큼의 돈을 가지고 있고, 수입은 끊기지 않으며, 기꺼이 소비하기를 권장하는 미국의 조세시스템, 정당하게 벌어들인 부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는 미국의 자본주의정신 아래서 라면 나 또한 저런 생활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내가 내뱉은 '정말 미쳤어!'란 말은 엄두도 못내는 것을 이루고 있는 그들에 대한 부러움과 질투가 만들어 낸 말이 아닐까 싶었다.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의 소비생활을 하는 그들을 살펴보는 재미는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흥미꺼리였다.
 


 
 
 
이들의 소비에 대해 시티그룹의 주식 투자 전략가인 아자이 카퍼는 금권경제, 즉 플루토노미plutonomy라는 새로운 이론을 내놓았는데, 이는 일종의 부자경제학으로, 부자 권력가를 뜻하는 'Plutpcrat' 과 경제를 뜻하는 'Economy' 의 합성어이다. 즉, 돈 가진 권력자들이 지배하는 경제란 의미다. 미국, 캐나다, 영국 같은 금권경제권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할 때 부자들이 국가 전체의 부와 소비, 수익, 경제 성장 등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높다. 카퍼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상위 20%의 고소득자가 전체 소비의 70%를 차지하고 있어서 좋든 싫든 간에 중산층과 하류층이 곤란을 겪고 있는 중에도 부자들의 소비가 경제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에 반해 일부 경제학자드은 사치품에 대한 소비붐의 어두운 면을 지적했는데, 소비의 확산은 '더 높아지려는 열망의 확산'이어서 조위에 돈 많은 사람이 너무 많고 이때문에 과시적인 명품과 사치품이 흘러넘치면서, 중산층은 물론 상류층까지도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자신이 가난하다고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또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더 부유한 사람들을 따라잡으려 소득에 넘치는 소비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경제학자 로버트 H. 프랭크는 [명품 열풍]에서 부자가 아닌 사람들이 부자인 사람들의 소비수준을 따라잡으려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런 과정으로 환경과 지역사회를 망칠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프랭크는 부자들을 따라잡기 위해 사람들이 돈 버는 데 혈안이 되어 있고, 결국 그것들을 소비하기 위해 일을 하느라 아이들과 보내는시간, 잠자는 시간 등이 줄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인들이 과거보다 덜 행복하다고 느끼는 이유도 주위 사람들과 비교하여 현재 상태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인데 이처럼 부자들이 더 부자가 되고 더 많아질수록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 책에서 내가 가장 매력을 느꼈던 부분은 '리치스탄 사람들의 기부문화'인데, 그들의 자선은 자신의 일 못지 않게 기부하는 데에도 '매우 적극적' 인데, 이것은 그들이 사치와 명품의 의미를 새로이 재정립하고 있듯이 자선의 의미도 재정립중이라는 것이다. 그 예로 이 책은 온라인 주식 거래시스템인 [사이버코프]를 개발해 4억 5천만 달러를 받고 증권사인 찰스슈왑에 판 '필립 버버'를 들었는데, 그는 '글리머오브호프 A Glimmer of Hope' 라는 개인 자선단체를 세워 전체 자산의 절반 가량인 1억 달러를 기부했다. 하지만 그는 '기부는 돈을 거저주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하면서 적십자와 같은 큰 구호단체에 단순히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필요한 곳에 돈을 쓰는 행위'를 하기를 자처했다. 
 
그는 스스로를 '부자 기부자'가 아니라 '사회사업가'라고 말하며 "난 뭔가를 그냥 주는 것이 아니다. 나에게 자선이란 없다. 나는 사회적 이익을 위해 자본을 투자하는 사회투자가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기존의 큰 구호단체들은 프로젝트들이 비용이 너무 커서 그들 상당수가 기부받은 돈 1달러당 단지 19센트만을 사람들을 돕는 데 쓰고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그는 자신이 사업가이자 경영자로서 배웠던 기본 적인 교훈들을 적용하고, 그 경험들을 기부사업에 활용하여 좀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고, 더 많은 감동을 주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2001년 에티오피아에 1,6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해 1,657 개의 우물을 만들어 88만 6천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깨끗한 물을 제공했고, 190개의 학교를 지어 112,000 명 이상의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다. 그가 펼친 프로젝트는 큰 구호단체가 했던 것들의 절반의 비용만이 소요되었는데, 예를 들어 깨끗한 물은 한 사람당 5.74 달러의 비용, 의료 서비스는 한 사람당 4.01 달러의 비용으로 제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의 효율적인 자선방식에 대해 델 컴퓨터의 마이클 델과 버진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등의 동조자도 얻고 있다. 
 
구호단체나 NGO들은 '돈이 많다고 해서 그들이 모든 능력을 갖춘 것이 아니다. 그들은 기부도 자기과시의 또 다른 방편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필립 버버처럼 리치스탄 사람들은 자신들의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를 감시하고 발언권을 갖기를 원한다. 그리고 그 돈으로 어떤 결과가 나타났는지 구체적으로 알기를 원한다. 무료스프배급이나 구호품 지급등은 시대에 뒤떨어진 자선방법이 되었다. '사회적 이익'과 '높은 수준의 참여 기부'등이 새로운 기부 문화를 나타내는 전문용어가 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자신의 돈을 가지고 좀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기부를 하려고 한다는 그들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러한 새로운 기부 방법은 논란의 여지가 많겠지만, 설령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그 방법들은 모두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쓰인 것이고, 구호시스템 또한 진화해야 한다면 성공한 사람들이 자신의 시스템으로 구호프로젝트를 실행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제대로 성공한다면 '불평등한 부의 실질적인 분배효과'는 사회의 건강관리시스템과 과학에서부터 예술, 전 세계적인 빈곤 교육에 이르기까지 전면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저자의 생각이 공감되었다.
 
  결론 부분에서 저자는 이와 같은 '리치스탄의 출현'에 대해 빈부 격차의 문제, 불평등의 문제로 리치스탄이 몰락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점점 더 세계화되는 금융시장, 새로운기술의 등장, 전 세계에 걸친 투자처의 확대와 현금 흐름의 증가 등 지금까지 리치스탄을 성장시켰던 요인들은 앞으로도 한동안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백만장자와 억만장자의 숫자가 앞으로 몇 년간 연평균 6%씩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는데 이것으로 리치스탄과 리치스탄이 아닌 미국인사이의 격차뿐 아니라, 리치스탄 사이에서의 자산 격차와 불평등도 확대될 수 밖에 없다고 저자는 바라봤다. 다만 저자가 희망을 거는 것은 이러한 부의 편향된 집중 속에서도 리치스탄 스스로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을 살펴볼 때, 우리(미국인)가 부자들을 사회 불평등의 원인이 아니라 그저 운 좋은 수혜자로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부자들이 자신들의 부를 이용해 사회의 가장 뿌리 깊은 문제와 갈등을 해소하는데 발 벗고 나서 100 년 전 카네기의 꿈이었던 '부자와 가난한 자의 화해, 화합의 통치'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었다. 
 
  현대 자본주의의 온상인 '미국'에서 그들이 바라본 '리치스탄'의 이야기는 어쩌면 '강건너 불 보듯 할 수 있는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2001년 이후 '부동산 가격 폭등'과 '주식시장의 성장' 으로 인해 엄청나게 늘어난 부자의 숫자와 더 부자가 된 슈퍼부자들, 그리고 그들을 시장으로 하는 PB의 출현과 VVIP 마케팅 등은 예전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시장임을 감안하면 '리치스탄의 출현'의 비단 미국만의 이야기는 아닌 듯 하다(사업이나 능력에 의한 부자의 탄생과 부동산가격 폭등으로 인한 부자의 탄생은 엄연히 그 구조는 다르겠지만). 또한 세계 경제를 짓주무르고 있는 중국의 성장 속에 태어난 '리치스탄 사람들'을 우리는 언론등을 통해 발견하게 된다. 혹자들은 부자만을 위한 세상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혹평할테고, 또 한편은 나도 그 속에 동참하기 위해 오늘도 땀흘리며 노력할 것이라고 이야기할테다. 지금 이시간에도 백만장자는 세계 곳곳에서 태어나고 있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 하는 것은 내 판단에 달려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놀람과 한탄의 경험이 얼마였는지 모르겠다. 어처구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그들의 소비행태를 접하면서 혀를 차는 이성 속에서 스멀스멀 꿈틀대는 욕망의 순간을 함께 경험했다. 하지만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리치스탄 사람들 속에서도 '더 갖고 싶은 욕망'과 '행복하지 못한 고민'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다익선多多益善 의 인간의 욕망은 피난처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끝없는 인간의 욕심과 고민'의 확인은 '리치스탄 사람들' 역시 그렇다는데에 안도와 위로감을 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인간인 나 스스로에 대해 한계를 짓는 바보같은 생각인데도 말이다. 결국 어느정도의 안분지족足은 있어야 '행복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나는 얼마나 부자이면 행복해 질까? 진짜 부자가 되고 싶어 이 책을 폈는데, 모두 읽고 난 다음도 그 답을 몰라 되돌이표 앞에서 헤매고 있다. 이것도 인간의 끝없는 욕심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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