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리셔스 샌드위치 - 서른살 경제학 유병률 기자가 뉴욕에서 보내온 컬처비즈에세이
유병률 지음 / 웅진윙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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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경제코드, '문화경제의 매커니즘'을 알기 쉽게 파헤친 책!
 
우선 리뷰에 앞서 아래의 자격시험 문제를 읽고 대답을 주관식으로 생각해보자.


  1.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행복이 가능한가?
  2. 우리가 하고 있는 말에는 우리 자신이 의식하고있는 것만이 담기는가?
  3. 예술 작품은 모두 인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가?
  4. 우리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만을 진리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5. 권리를 수호한다는 것과 이익을 옹호한다는 것은 같은 뜻인가?
  6. 무엇이 내 안에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를 말해 주는가?

대기업의 취직시험일까? 아니다.
그럼 무엇인가?
 
 바칼로레아(Baccalauréat)라고 해서 프랑스 대입 자격시험의 문제들이다.
이 프랑스의 시험에 대해 좀더 이야기 하자면, 바칼로레아를 합격한 학생은 대학입학자격이 주어지며 절대평가제로 되어 있다. 대한민국의 수학능력시험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는데, 줄여서 bac이라고 부른다. 프랑스의 대학입학 시험은 논술 철학시험을 필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기원은 나폴레옹 시대인 1808년에 시작되어 이백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프랑스에서 바칼로레아는 일종의 '지적 국민 스포츠'로 여기고 있어, 바칼로레아 시험일은 지식인들에게 국경일처럼 여겨지며, 제출된 문제가 뭔지 물어보는 사람들을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시험일 저녁에는 방송에서 토론회가 벌어지기도 한다. 이처럼 바칼로레아는 프랑스의 철학 문화 수준뿐 아니라 국민들의 교양과 지성을 깨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시험은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1부는 논술시험, 즉 필기시험인데 4시간동안 진행되며, 주로 시, 소설, 시나리오 등의 문학텍스트를 분석하는 것이며 분량은 제한이 없다. 2부는 일주일 후에 인터뷰, 즉 구술시험으로 텍스트를 받은 후 30분 동안 준비하여 20분 동안 시험관 앞에서 설명을 하는 방식이다.
 
 이해를 돕자면 소피 마르소가 출연했던 프랑스 영화 [유 콜 잇 러브] 를 보았다면 마지막 부분에서 에서 발렌티느(소피 마르소분)가 대학 교수가 되기 위한 시험의 마지막 관문인 구두시험 보는 날 몰리에르의 사랑에 대한 시험문제를 받는다. 그때 시험장에 에드워드도 들어와 있는 것을 의식한 발렌티느는 개인적인 소견을  마치 에드워드에게 항의하는 것처럼 눈물과 함께 피력하는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그것이 바칼로레아의 2부, 구술시험의 한장면이다.
 
 


 
  이와 같이 프랑스에서 어려운 시험이 가능한 이유는 프랑스 교육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과정에 이르기까지 지식과 사고력을 총체적으로 기르는 방식으로 진행되므로 논술시험을 치르는 기반을 쌓을 수 있다. 이 같은 교육방식은 ‘올바르게 생각하고 비판할 줄 아는 능력 양성’이라는 프랑스의 교육이념에서 비롯된다. 특히 고등학교 졸업반에 들어가면 철학을 배우는데, 일주일에 8시간이 배정된다. 고등학교에서의 철학교육이 이처럼 중시되는 것은 바칼로레아 시험이 있어서가 아니라 사회생활을 시작할 젊은이들을 정신적으로 지탱해주고, 객관적으로 사물을 고찰하는 능력을 갖추도록 하며, 민주주의 사회가 필요로 하는 자주적 판단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시민으로 양성하는 데 기본이 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수학능력시험을 70여 일 앞둔 우리나라 고3학생들은 이 문제를 풀 수 있을까?
여러분은?


 쌩뚱맞은 문제로 독자들을 자괴감에 빠뜨리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도 6월이면 어김없이 벌어지는 '지적知的 행사'가 프랑스에는 200년 가까이 치뤄지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도 바칼로레아가 성황중이라는 사실. 수많은 바칼로레아 OOO 라는 간판으로 '대입 논술고사 학원'이 성업중이다. 그곳에서 위의 질문에 대해 다섯 줄 짜리 요약본을 외운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씨는 최근 낸 책, [촌놈들의 제국주의]의 후반부에서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들에 대해 '교육파시즘'이라고 단언하고, '감시와 억압'으로 첨철된 교육(여러분이 12년간 익히 겪어왔기에 잘 알 것이다)을 청소년에게 가하는 나라는 불행히도 세계에서 한국밖에 없다고 말했다. 북한만 해도 거기에는 최소한 '과외'는 없다고 하면서. 주장이 너무 강조되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위에서 예를 든 프랑스 청소년들의 대학 입학시험과 우리나라의 그것을 비교해 본다면 여느 쪽의 교육이 더 바람직한가 하는 것에 대해서는 독자가 익히 더 잘 것이다. 200년 동안 유지된 대학입학 시험방식과 1년이 멀다 하고 바뀌는 우리의 그것 중에 어느것이 더 나을까?
 
여러분은 물을 것이다. 책이야기 안하고 도대체 뭘 말하려는거냐?고.
바로 문화文化를 이야기하려 한다. '인간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획득한 능력 또는 습관의 총체' 라고 하는 이 문화가 앞으로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가장 큰 핵심이 되는 세상 즉, 우리는 문화를 모르면 경제도 모르는 시대를 지금 살고 있다. 지금까지 경제적 능력이 문화적 능력을 좌우했다면, 앞으로는 문화적 능력이 경제적 능력을 좌우하는 문화비즈니스(컬쳐비즈)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럼 문화비즈니스는 뭔가? 그에 대한 설명과 우리가 나아갈 바를 제시한 책을 소개한다. 지난 2005년 [서른살 경제학]으로 경제학의 대중화에 물꼬를 텄던 저자 유병률의 책 [딜리셔스 샌드위치 : Delious Sandwich]가 그것이다. 
 
  
 이 책은 컬처비즈, 즉 문화경제 시대가 무엇인지 규명하고, 이 시대의 주체는 누구이며 과거와 어떻게 다른 지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컬처비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그것을 만끽하기 위해 무엇을 갖추고 행동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는 스스로를 '문화적으로 참 무딘 사람' 이라고 표현하며 그런 자신이 일년 남짓 뉴욕 맨하튼에서 살면서 세상의 시선이 뉴욕으로 몰리는 이유를 '컬처비즈'에서 찾고 갈수록 치열해져서 전쟁터같은 비즈니스사회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문화경제의 매커니즘'을 알고, 그에 맞는 문화경제적 마인드, 문화적으로 소통할 줄 아는 능력, 그리고 문화적 유연성을 가져야 할 것을 강조한다.
 
 저자가 제목에서 사용한  딜리셔스 샌드위치Delious Sandwich 의 의미는 미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단어, 즉 자식을 부양해야 하는 의무와 부모를 봉양해야 하는 의무 사이에 끼어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하는 세대의 의미인 샌드위치 세대Sandwich Generation 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단어인 위에서 상사는 갈구고 아래에 있는 능력있는 후배들은 쳐올라와 그 사이에 끼어 있는 불쌍한 중간관리자들, 혹은 30대 비즈니스맨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샌드위치 하나로 점심을 간단하게 해결하고 남는 시간에 뉴욕의 문화를 즐기는 '걸처비즈'의 한복판에 살고 있는 맨하튼 직장인들의 '맛있는 샌드위치'를 의미한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네 개의 Chapter로 나누어진다.
 
  [Chapter 1 왜 문화가 밥 먹여주나]에서는 지금의 뉴욕이 있기 까지를 설명하면서 문화의 힘을 보여준다. 오늘의 뉴욕이 있게 한 장본인으로 위대한 미술가 잭슨 폴록Paul Jackson Pollock 으로 예를 들면서, 그가 표현한 '추상표현주의' 미술로 '뉴욕의 피카소'라는 명성을 얻기까지는 뉴욕을 문화중심지로 키우기 위해 전략적으로 밀었던 정부와 CIA의 노력이 있었다고 말한다. 당시는 뉴욕(미국)이 자신의 필요에 의해 '뉴욕의 피카소'를 만들었지만, 지금의 뉴욕은 자신이 만든 '피카소'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말하면서 보잘 것 없는 뉴욕을 찾는 방문객 수는 지난 5년간 기록적인 증가세를 보이며 2007년에는 총 4600만 명이 찾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라면서 '문화가 돈벌이가 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현대미술의 갤러리들이 뉴욕 57번 스트리트에서 소호로 그리고 첼시로 이동하면서 그곳의 토지가격을 높이고, 주변점포의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예를 들면서 '문화가 선 자리는 돈이 모이는 길목'임을 알려주고, 뉴욕주립극장에서 매년 11월 말이면 호두까기인형The Nutcracker 를 12월 말까지 공연하는데, 요일별 좌석별 매트릭스를 뽑았을 때 제일 비싼 210달러에서 20달러까지 모두 24가지의 가격표가 나옴을 보여주면서 이같은 가격차별화는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경제학적 전략에서 비롯되었음을 이야기한다. 또한 원작동화 [신데렐라]를 빌어 내용을 달리하여 디즈니에서 애니메이션으로 1, 2, 3편으로 만든 점, 파격적인 발상으로 드림웍스에서 [슈렉]을 만드는 것을 통해 미국의 대중문화는 이미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것을 약간의 변형을 통해 리바이벌하고, 비틀고 뒤집으면서 문화 브랜드를 관리하고 명성을 유지하는 크리에이티브한Creative 마인드로 무장되어 있다고 전한다. 그리고 한국의 직장인이 미국 대중문화를 통해 배워야 할 것이 바로 그들의 크리에이티브한Creative 마인드라고 강조한다. 경제부 기자답게 뉴욕의 문화를 경제학적인 예리한 시각으로 바라본 점이 이 책을 통해 가장 놀라웠던 부분이었다.
 
 


 
  [Chapter 2 왜 경제가 아닌 문화가 미래인가] 에서는 경제주체가 소비자로 변한 세상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제품을 통한 문화의 섭취임을 밝힌다. 제품의 쓰임새에 주목하기보다 그 제품을 통해 삶의 방식을 바꾸고 싶어하는 젊은 세대가 주축이 되는 웹 2.0 시대에 어필할 수 있는 제품은 바로 '느끼고, 즐기고, 배울 수 있는 문화적 컨텐츠'이다. 그리고 기존의 웹 1.0이 제공자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소비자가 감상하는 수준이라면 오늘날의 웹 2.0 은 단순히 즐기는 것 뿐 아니라, 비평과 여론이 유통되고, 아예 소비자 스스로가 참여해 보여주고 즐기기 위한 예술과 대중문화가 만들어져 공유된다고 저자는 말하며, 웹 2.0 시대에 미국이 인터넷 강국이 된 것은 수많은 개인과 집단이 각양각색의 감동적인 스토리와 콘텐츠로 그 공간을 채울 수 있는 문화력 능력을 갖추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하고, 빈약한 상상력과 콘텐츠 부족이 한국 IT의 발목을 잡는 주요 원인이라고 밝힌다.
 
또한 "소비자들이 미칠 정도로 멋진 제품을 창조하자 "고 말한 스티브 잡스가 최고의 디자인으로 '아이팟'을 만들고 게다가 온라인 음악서비스인 아이튠을 한데 묶어 기존의 MP3 제품시장(스톡경제Stock Economy)을 누르고 새로운 음악 라이프 스타일(플로경제Flow Economy)을 만들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같이 경제개념자체가 방향을 전환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소비자가 제품의 기능이나 서비스의 질 그 자체보다 제품과 서비스가 담고 있는 시대정신과 스토리 그리고 라이프스타일을 소비하고자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 한 예로 집과 일터의 중간인 '제 3의 공간'이었던 스타벅스가 규모의 경제를 꾀하기 위해 자동화된 에스프레소 기계를 들인 것과 샌드위치를 파는 점등을 들어 '예전의 영혼을 잃었다'고 밝힌 뉴욕타임스의 지적과 하워드 슐츠의 수용은 소비자가 진정 원하는 바는 '스타벅스만의 문화적 체험'이었음을 이야기해준다고 말한다.
 
 

 
 
 저자는 컬처비즈의 시대에서는 경영학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기업에 있어서는 감성과 상상력, 스토리와 감동같은 계량화할 수 없는 문화적 요소가 원가절감이나 생산성향상보다 더 중요해 졌다고 말하면서 '도그마로서의 경영 패러다임은 없다'는게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CEO 또한 GE의 잭 웰치같은 제국건설형(CEO 1.0)를 넘고, 시티그룹의 찰스 프린스의 문제해결형(CEO 2.0)을 넘어 보잉의 제임스 맥너니와 같은 팀융화형(문화형)CEO(CEO 3.0)이 요구되는 시대라고 말한다. 기업의 구성원인 직원들이 새로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장본인임을 인식하면 리더의 변화는 필수불가결한 것은 아닐까. 직원을 감동시키는 기업이 시장에서 살아남는 시대가 왔음을 의미한다고 볼 때 기업의 주인이 더 이상 혼자가 아닌 시대임을 알게 되는 부분이다. 
 
  [Chapter 3 왜 문화가 내 삶을 좌우하는가] 에서는 오늘을 살고 있는 내가 컬처비즈시대를 어떻게 인식해야 하고, 그에 대한 방법론을 제시해주는 부분이다. 컬처비즈시대에는 '나이'와 '직급'의 편견을 스스로 떼어내고 현재를 누리는 젊은 세대들을 이해하고, 그들을 더욱 발전시켜줌으로써 시대와 동참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점점 연장되는 노년기를 위해서라도 문화는 눈에 보이는 재테크 이상으로 중요한 노후대비임을 인식하고 문화적 깊이를 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방법론으로 뉴욕의 그들처럼 노년을 대학가에 자리잡아 문화현장에서 배우고 도전해야 시간많은 노년을 괴롭지 않게 보낼 수 있고, 인생의 참맛도 느낄 수 있어 결과적으로는 정신적으로 늙지 않는다고 말한다.
 
또한 저자는 '가장의 문화수준이 아이들의 미래를 결정한다'면서 주말에 쇼핑만 도와주는 가정적인 아빠가 필요한 시대가 아니라, 주말에 아이들이 문화적인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문화적인 아빠가 필요한 시대라고 말한다. 또한 자녀들의 문화체험도 적극적으로 참견하고 확인하며 과외하듯 학습시키는 것이 아니라, 일체 관여하지 않고 스포츠와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감동을 나누는 것이 중요한 자세임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문화적 마인드란 비싼 공연을 몇 편 더 보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질적인 것' '자신의 경험하거나 생각하지 못한 것'에 대한 포용력과 유연성을 기르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모든 이질적인 문화를 다 이해하고 녹일 수 있는 '인종의 용광로'라 불리는 뉴욕이 갖는 경쟁력은 바로 그것이라고 말한다. 서열을 중시하는 세계에서 가장 유교적인 국가이면서, 국내거주 외국인수가 100만 시대를 넘겼음에도 단일민족을 내세우며 '배타적인 성향'이 다분히 있는 우리나라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바를 명쾌하게 꼬집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마지막 부분인 [Chapter 4 컬처비즈의 시대, 왜 글쓰기인가] 에서는 웹 2.0으로 촉발된 문화의 제국은 스토리가 소통되는 나라라는 것을 강조하며 자신의 스토리를 생산하고 남의 스토리를 소비하는 소통의 도구가 '글쓰기'임을 강조하는 부분이다. 자신의 체험을 공개하고 의견을 토론하는 프로슈머(생산소비활동 소비자)의 웹 2.0시대는 온라인매체를 통하는데, 가장 경제적인 소통수단이 바로 '글쓰기'이다. 그래서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에서는 글을 안 쓰면 영원한 객체일 수 밖에 없고, 내 인생의 주체가 될 수도 없다고 말한다. 기업에서도 CEO 들에게 "제대로 이끌고 싶다면 블로그를 운영하라(If You Want to Lead, Blog!)" 라고 충고하는 시대이니만큼 글을 안쓰면 리더가 될 수도 없는 시대라고 말한다. 저자는 리처드 라이트 교수의 책 [하버드 수재 1,600명의 공부법]을 인용해 "하버드생들이 4년 동안 가장 신경쓰는 분야가 바로 글쓰기다.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할 줄 아는 능력은 대학생활은 물론 직장에서도 가장 중요한 성공요인이다."라고 말하며, 글쓰기를 하면 생각을 키우고, 항상 새로운 것을 접하게 해주고, 세대간 '소통'의 길을 열어준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컬처비즈 시대에 글쓰는 방법을 제시해 두었다.    
 
  정말 놀라운 책이다. 이미 새로운 패러다임에 속해 있었으면서도 저자가 이 책을 통해 규명해주기 전까지는 전혀 몰랐던 내용의 것이었다. 정보의 조합이 지식이라고 하면 '컬처비즈'는 내게 새로운 지식체계를 보여준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문화'라는 단어 자체를 단순하게 정의하기도 힘든 부분인데, 뉴욕의 이모저모를 골라내어 세상이 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나에게 새롭게 규명해 주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 언급한 '글쓰기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새삼 깨닫는 바가 많았다. 오히려 '문화'이기에 설명하기 힘든 주제일 수 있었는데, 생생한 사례와 자세한 해설로 독자로 하여금 쉽고 빠르게 그것을 흡수할 수 있게 한 저자의 능력에 반했다(이 책을 읽자마자 비슷비슷한 제목으로 내용도 비슷할 것이라고 치부해 살피지 않았던 저자의 전작 [서른살 경제학]을 바로 주문했을 정도였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뒷맛이 씁쓸했던 은 컬처비즈 시대를 만끽하며 앞서가는 나라의  세대들이 있는가 하면 웹 3.0, 웹 4.0 세대를 살아가야 할 한국의 학생들에게 그것이 시대적 조류인지를 망각한 채 단지 기업의 마케팅 전략으로만 평가하고, 언제적 이야기일지 모르는 '무한경쟁의 시대' 운운하며 그들의 소중한 하루를 책상앞에 잡아두는 우리나라 교육현실과 정부의 교육이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소위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 그것에 끌려가는 아이의 부모를 보면서 이러한 '세대 착취 현상'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인지 생각하게 했다. 문화의 기반은 바로 교육이 가장 우선하기 때문이다. 200여 페이지의 다소 짧은 글이었지만, 다가온 느낌과 놀라움은 그 어느 장서보다 컸던 대단한 책이었다. 시대를 내다보고 싶은 이들에게 꼭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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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o 2008-09-01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리뷰 감사히 잘 봤습니다.
위에서 두번째 인물 이미지는 저자와 동명이인으로 보입니다. 아는 분이라 첨에 좀 놀랐습니다^^

루니앤 2008-09-04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쓰시는 분이신가
보면서 계속 감탄했다는..

리치보이 2008-09-04 15:23   좋아요 0 | URL
리앤님...과찬이지만 감사합니다.^^
제 글이 도움이 되셨다면 좋겠네요.

좋은 책이니 꼭 읽어보세요.

댓글 감사합니다. 풍성한 9월 보내세요~~ ^^
 
직녀의 일기장
전아리 지음 / 현문미디어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 문 앞에서 만날 것 같은 '꼴통' 여고생의 이야기 !


  
  "아, 씨바~" 신호를 기다리다 흠칫 놀라 뒤를 돌아본다. 내 뒤에는 여고생 단 둘 뿐. '에이, 설마' 했다. 헛들은 소리가 아님을 안 것은 삼 초도 되지 않았다. "그니까, 졸라..." 제 눈에 보이는 세상은 단 둘만 있는 듯 연신 욕으로 시작되는 그녀들의 대화 속에는 까르르르 뒤집어지는 웃음이 하나 가득이다. '쯧쯔 어디 세상에 여학생들이 욕을...' 하며 생각하면서도 나도 미소가 번진다. 목젖이 보일 듯 큰 입을 벌리고 웃는 그녀들의 웃음소리가 언제 웃었는지 의식조차 하지 못하는 나의 굳은 입모양을 번지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 생각했다. '세상, 참 많이 밝아졌다'고... 여고생들의 웃음소리를 등에 두고 잰걸음으로 횡단보도를 걷던 그때가 아마 내가 '을乙'의 입장에 서서 '갑甲'과 더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성사하기 위해 가던 길은 아니었을까. 몇 분을 더 '간신나라 충신'이 되어야 할 지 몰라 '자괴감'에 무너져 있던 때는 아니었을까. 아무튼 난 그녀들의 웃음에 전염되어 몰래지만 함께 웃을 수 있었다. 태초부터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 또래들의 웃음소리. 내가 기억하지 못할 뿐.
 
  하지만 확실히 정말 세상은 많이 변했고, 많이 밝아졌다. 마치 오늘이 구석기 시대때부터 그대로인 것 같이 생각하지만, 천만에 말씀이다. 내 아버지 세대는 산업역군이 되고, 새마을 운동가가 되어 몸이 가루가 되도록 열심히 일해 이 나라를 굶지 않는 나라로 만드셨고, 죄수번호같은 486, 386 세대는 목이 터지고 어깨가 끊어질 만큼 가열찬 구호를 외치고, 불끈쥔 주먹으로 하늘을 찔러대 독재를 물리고 주인이 되었다. 하지만 전후 허허발판의 땅덩이인 이 나라를 보다 나은 세상으로 만든 이들이 겪는 오늘날을 대변해주는 우스개소리가 있다. 놀부가 죽어 지옥에 가서 제가 받을 죄를 선택하라고 해서 살펴보니 뜻뜨미지근한 똥물을 가득채운 운동장 만큼 큰 욕조에 몸을 담근 채 사우나를 하는 사람들이 보여 '여기서 벌 받겠소'하고 홀딱 벗고 탕에 몸을 담그니 이러더란다. " 삼분 휴식 끝, 또 다시 백년 똥물에 잠수우~."
나도 목젖을 내놓고 웃을 줄 알듯이 그녀들에게도 고민은 있겠지. 하지만 그녀들은 잠시 잊을 수 있는 능력, 잠시 뒤로 미루고 지금을 느끼고 만끽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어깨에 백 톤은 되는 짐을 진 듯 엄살피우는 내가 부러운 건 그녀들의 잠시동안의 여유인지도 모른다.
    
  너무나 깊어 채울 수 없는 헛헛함은 이젠 이력이 났다. 걱정과 고민도 이젠 웬만해서는 1분도 채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이 없으면 '매맞지 않고 잠자리에 든 신병의 마음'처럼 두근대고 울렁거린다. 이룬 것 하나 없는 것 같아 자꾸만 뒤돌아보고 싶어지는 것이 요즘, 한 권의 성장소설이 버스비 아껴 만화가게에서 킥킥대며 '문화생활'을 즐기던 중학교 1학년으로 나를 몇시간 돌려놨다. 바로 전아리의 소설 [직녀의 일기장]인데, 글을 읽을 맛이 성게알 빼먹듯 참 쏠쏠했다.
 
  이 책으로 작가를 처음 알았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청소년문학상을 휩쓸고, 대학을 가서도 문학상을 탔단다. 이 작품 또한 제 2회 세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라고 하니 문재文材가 입증된 여대생 작가다. 노구老具가 될 법한 나이의 작가들이 써내려간 추억 가득한 성장소설도 아니라 책 속 주인공은 오늘을 이야기하는 성장소설이다. 약간은 삐딱한 성격에 잘 웃지 않을 것 같은 외모를 지녔을 것 같은 만만치 않은 여고생 직녀는 문밖에만 나가도 만날 수 있는 요즘 여고생같은 현실속의 인물이다. 그 시절이면 누구나 거의가 그랬듯 학교와 집을 오가며 만나고 얽히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이 책의 주를 이룬다(한 번의 가출, 그녀에게는 또 다른 세상의 경험도 포함되지만). 항상 자신을 응원해주고 사랑해주는, 하지만 그리 자주 볼 수 없는 바쁜 아버지, '견원지간' 네 마디로 둘 관계를 대신할 것 같은 엄마, 세상의 남자를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만드는 한심한 오라버니 그리고 직녀, 그녀의 생각들이 이 책의 이야기 절반을 넘긴다. 그리고 절반이 약간 넘지 못하는 나머지는 그녀의 친구들, 그녀의 학교생활, 선생님들이 채운다. 아주 적절하고 타당한 배분이다. 내 시절을 더듬어도 딱 그정도 였으니까.
 
  학생이 '공부'빼면 고민이 뭐 있겠나 쉰소리들 하지만 왜 없겠는가? 하지만 그녀들은 다르게 고민하는 모양이다. 어른들은 바쁘다고 입버릇을 떨지만 자갈만한 걱정으로 하루를 꿍싯거리며 고민하지만, 그녀들은 그리 오래가질 않는다. 순진무구? 단순무지? 아니다. 보이는 세상과 사람이 모두 궁금하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온갖 것이 흥미롭고 생각을 자극한다. 그래서 1분을 채 넘지기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왜, 감정이 이성보다 먼저 튀어나와 미친 말처럼 나를 끌고 다닐 때가 있거든. 얼핏 보기에는 내 기분 내키는 대로 하니까, 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거든? 근데 뒤에 보면 그게 아니야. 정신 차리고 보면 오히려 내가 원하는 것으로부터 너무 멀리 와 있기 일쑤란 말이지. 그래서 난 감정이 날뛰려고 할 때면 일단, 유체이탈을 시작해. (...) 혼을 육체에서 분리해 빠져나오게 해서, 마치 다른 사람을 보듯이 내 몸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거야. 그리고 재판관 같은 목소리로 묻는 거지. 지금 네가 진짜 원하는 게 무어냐?하고." (p111-112)
 
남들 마음 아는 것보다 제 마음 아는 것이 더 어렵다며 친구 민정이가 직녀에게 던지는 이 말에서 스스로도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그녀들의 마음을 넌즈시 알려준다. 그렇다고 '너는 어떤 사람이니?' 혹은 '너는 누구니?' 라고 묻지 않고 '넌 커서 뭐가 될래?' '넌 대체 왜 그러니?' 라며 묻는 뻔한 어른들의 매뉴얼로 본인들이 묻고 싶은 질문만 툭툭 던지고는, 그 답이 자신들이 지닌 모범 답안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에 따라 그 아이가 어떤 사람인지를 판가름하는 어른에게 자신을 맡기려고도 하지 않는다. 
 
"왜 자기 마음을 아는 게 더 어려울까? 내 생각엔,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잘 앍로 있다고 확신하는 데에서 문제가 비롯되는 것 같아. 사람이 사라을 완벽하게 파악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거야. 그 사람이 나 자신이라고 해도. 때문에 나에 대해선 내가 제일 잘 안다는 오만을 품기에 앞서서, 나 자신에 대해 계속해서 알아 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라며 그 답을 자신에게 있음을 알고, 찾으려고 노력한다. 그들의 대화체는 숨쉬기 좋게 무척이나 짧다. 직녀를 포함한 그녀들의 생각도 짧다. 그리고 주어지는 시선도 짧은 만큼 에피소드들이 짧고 많게 느껴진다. 마치 직녀의 한 줄 일기장처럼. 그래서 전반적인 내용의 흐름이 스피디하게 느껴진다. 요즘 세상과 많이 닮았다. 직녀는 확실히 오늘날을 살고 있는 여고생이었다.
 
  지난 주에 읽은 최인호님의 [머저리 클럽]을 읽은 덕에 나보다 앞선 세대의 학창시절과 나보다 뒤에 선 학창시절을 겹쳐보며 내 학창시절도 덧대어보는 재미가 있었다. 직녀보다 두배가 넘는 나이가 되어 웃어가며 그녀들을 읽는 내게 '롤리타 신드롬'이냐고 눈흘길 지 모르지만, 낙엽이 굴러가는 것만 봐도 까르륵 거리는 철없는 여고생들이 아니라, 그들도 나처럼 친구와 가족을 바라보고, 이 세상을 진지하게 바라보며 공유한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었다면 독자로서 제대로 이 소설을 읽은 것이 아닌가 하고 대꾸하련다. 하나 있는 딸을 두고 '자식이 웬수'라며 속썩고 있는 또래의 딸을 가진 박선배에게 한 권 권해야겠다. 걱정하지 말아라, 직녀같은 딸도 있더라고 말하면서. '간호사'수업을 받는 직녀의 근황도 궁금하다. 직녀라는 이름이 꽤 오래 뇌리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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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1 - 상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밀레니엄 (아르테)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아르테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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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잊게 만든 최고의  X등급 추리 스릴러소설 !
 
 한동안 즐거웠다. 유난히 더운 더위와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서 벗어나 16일을 환호하며 열광했던 북경올림픽을 보며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집합(集合), 기억(記憶), 광희(狂喜)  로 이어지는 채 끝나지 않는 폐막식을 보면서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하나. '이젠 뭘 한다지?'...
다행히 그 열광은 오늘까지 계속되었다. 섬뜩하게 쳐다보는 여자아이 그림의 심상치 않은 책 표지에 끌렸고, 지금까지 전유럽을 1,000 부를 눈앞에 둔 경이로운 숫자로 팔리면서 '어른들을 위한 해리포터'라고 불릴 만큼 놀라운 책이라는 소개글에 기꺼이 서재에 꽂게 만든 책을 지금까지 읽었다. "일요일 저녁에는 [밀레니엄]을 읽지 마라. 뜬눈으로 월요일 아침을 맞고 싶지 않다면." 이라고 언급했던 어느 프랑스 독자의 경고를 미쳐 알지 못했다. 폐막식이 끝난 바로 직후 읽기 시작했고, 난 월요일을 뜬눈으로 하얗게 지새워야 했다. 스티그 라르손Stieg Larsson 의 책, [밀레니엄I] 원제목은 les hommes qui n'aimaient pas les femmes (Millénium, T1) (Paperback)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상,하)이다.
 
 


 
  훌륭한 작품의 작가답다고 해야 할까? 이력 또한 기이하다. 이 작품은 저자인 스티그 라르손의 데뷔작이자 유작인데, 2005년부터 3년 동안 세 편의 시리즈로 [밀레니엄]을 발표했는데, 3부 집필을 마치고 12일 후 2004년에 사망했다는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2005년에 출간되면서 엄청난 판매부수를 기록했는데, 그 인세는 32년을 함께 한 동반자인 그의 아내에게 전해지 못했다는 것. 법적 혼인관계가 아니라는 점 때문에 아버지와 형제에게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현재 소송중이라고 하는데, 우습게도 그 시작은 '노후보장' 차원에서 10부작을 계획하고 쓴 작품이라고 한다. 그의 죽음이 정말 유감일 따름이다.
 






  책을 펴면 시작부터 풋내기 작가의 글이 아니라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 대기업을 상대로 폭로기사를 썼다가 억울하게 수감생활을 하게 된 베테랑 기자 미카엘 블로크비스트와 천재적인 해커지만 철저하게 반사회적인 생활을 하는 미스테리 여인 리스베트 살란데르를 주인공으로 스웨덴의 대기업 가문에 숨어있는 미스테리를 낱낱이 파헤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스웨덴 사회당의 열혈 당원이자 독립 언론사의 기자였던 이력만큼 대기업의 횡포와 하수인으로 전락한 언론사의 비리를 사실적으로 고발하면서 스토리를 이끌어나간다. 전체적으로는 전형적인 '밀실 미스터리'의 형식을 띄면서도 범상치 않은 두 주인공의 활약과 매 번 독자의 예상을 뒤엎는 반전들, 그리고 점점 커지는 스케일은 모래귀신의 늪에 빠지듯 깊이 깊이 빠지도록 만들었다. 현실과 가공을 넘나드는 리얼리티한 전개 또한 매력 중 하나인데, 주인공의 직업이 기자인데 저자도 기자였고, 진보적 성향의 사회고발적 폭로 기사를 주로 다루는 신문사의 이름이 [밀레니엄]이고, 이 책의 제목 또한 [밀레니엄]이다. 그렇기에 필연성과 정교함이 묻어난 생생한 '리얼리티'를 이 책을 읽으면서 경험하게 된다.
 

  
 

 장르를 장편 스릴러 추리소설(1, 2, 3부를 합하면 2,000 페이지를 넘는다고 한다)이라고 해야 할까? 1부는 800 페이지 가량. 하지만 걱정할 것이 없다. 몰입도가 최고치에 달해서 책의 두께와 시간을 잊었으니까. 반지의 제왕과 같이 주인공을 골자로 다른 사건을 펼치기 때문에 현재 출간된 1부로 하나의 사건은 종결된다. 올 9월에 나올 2부와 내년 2월에 나올 3부가 마냥 기대될 뿐이다. 더 이상 말하면 스포일러라 욕먹을 것 같고, 조금 더 언급을 하자니 가슴만 답답하다. 이 책을 읽은 독자로서 또 다른 잠재독자에게 이 책을 소개시킬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쁠 따름이다. 여름의 끝에서 절대로 놓치면 안될 최고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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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이미선 옮김 / 열림원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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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용기를 알게 한 내가 읽은 최고의 소설 !
 
 
  "다시 좋아질 수 있는 방법이 있단다." 후회막급인 지난날의 기억에 대해 누군가 이렇게 이야기해준다면, 나도 그 방법을 쫓아 보고싶다. 세상에 있는 마지막 날, 일생을 잘 살았다고 스스로 인정할 수 있을 때는 삼 대를 물려줄 만큼의 억만금 재산을 가져서도 아니요, 천군만마를 휘두르는 황후장상이 되어서도 아니요, 삼천궁녀와 정을 통하는 천하영웅이 되는 것도 아닌, 되도록 '후회없는 삶'을 살다 가는 것이 그것이라 여긴 때문이다. 그래서 다소 무리가 따르더라도 하고 싶은 일은 할려고 노력하고, 하기 싫은 일은 피할 수 있다면 하지 않으려고 한다. 누가 뭐라던 '내 인생'이기에. 하지만 이 작은 '개똥철학' 마저도 요 몇 해 전에 스스로에게 다짐한 터라 과거에 저지른 수많은 과오로 인한 후회는 도저히 풀 방법이 없다. 혹자는 업장障이라고, 또는 팔자라고 하더라만, 바꿀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바꾸고 싶은 것이 욕심이다. 오늘 한 편의 소설이 내게 그 방법을 알려준다. 큰 감동와 깨달음으로 시간을 잊어버리게 한 책은 할레드 호세이니Khaled Hosseini[연을 쫓는 아이], 원제목은 The Kite Runner 이다.
 


 
  뭐하나 부러운 것이 없는 아이 아미르는 소심했다. 그런 탓인지 친구가 없는 그에게는 유일한 친구이자 하인인 하산과 친하게 지낸다. '형제'만큼이나. 하지만 유일한 친구한테마저 그는 질투를 느꼈다. 학교 근처에도 가지 못해 글자도 모르는 하산의 박식함에, 그를 칭찬하는 아버지의 지나가는 칭찬도 질투의 대상이 된다. 하산의 권유에 의해 참가한 연날리기대회에서 최후의 승자가 되어 아버지의 인정을 받지만, 우승자의 상징인 연을 가지러 간 하산의 부재로 인해 보든 일은 벌어진다. 그리고 그는 말한다. "1975년 겨울로 인해 모든 것이 확 바뀌어버렸다. 그리고 그해 겨울로 인해 지금의 내가 되었다." 
 
  아버지로부터의 인정받고 싶었고, 그에게는 용기가 부족해서 하산을 저버렸다. 그리고 괴로워하는 그를 위해 물건을 훔친 것처럼 꾸며 억지도 등떠밀어 보내버렸다. "도련님을 위해서라면 천번이라도 할께요."라고 말하던 유일한 친구인 하산을. 그것이 어리고 소심한 아미르가 하산에게 한 최고의 배려였는지도 모른다. 그랬기에 아미르는 그에게 죄책감없이 잊을 수 있었는지 모른다. 소련군의 침공으로 미국으로 이주한 아미르는 대학을 졸업할 즈음 벼룩시장에서 만난 여인 소라야를 사랑하게 되고 그녀와 결혼을 결심한다. 거짓을 안고 결혼하기는 싫다며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는 소라야에게서 그 내용을 떠나 그녀의 '용기'를 부러워한다. 그는 또 한 번 그의 '과오'를 그녀에게 이야기 하지 못했다.
 
"네가 사람을 죽이면 그것은 한 생명을 훔치는 것이다. 그것은 그의 아내에게서 남편에 대한 권리를 훔치는 것이고, 그의 자식들에게서 아버지를 훔치는 것이다. 네가 거짓말을 하면 그것은 진실을 알아야 할 다른 사람의 권리를 훔치는 것이다. 네가 속임수를 쓰면 그것은 공정함에 대한 권리를 훔치는 것이다. 알겠니?" (p33)  
 
  저자 할레드 호세이니Khaled Hosseini 는 500 쪽이 넘는 분량의 장편소설을 통해 전쟁의 의미와, 거짓, 그리고 속임수에 대한 경계를 알리려 했다. 시대적 상황과 자신의 처지로 합당화될 지 모르는 그것들이 상대에게는 권리는 훔치는 '도둑질'임을 경계했다. 아미르 역시 가장 신뢰했던 아버지 '바바'에게서 '그 권리'를 빼앗겨 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그 누구도 원망할 수 없는 원죄임을 깨닫고 그는 '다시 좋아질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 저자는 그의 행동을 통해 아프카니스탄에 존재하는 수니파 이슬람교도인 파쉬툰인과 소수의 시아파 이슬람교도인 하자라인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탈레반의 인종청소의 해결책이 무엇인지, 그리고 지금도 지구반대편에서 계속되고 있는 '종교전쟁'의 해결책이 무엇인지를 제시하는 듯 했다. 제 자신도 온전히 판단할 수 없는 인간이 '신의 이름'을 빌어 인간을 판단하고 단죄하는 반인류적인 행동에 대해 그들의 권리를 '훔치고 있음'을 이야기 한다. 알거든 그만두고, 다시 좋아질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을 권유하고 있다.
 
 






 
  의사이기도 한 저자의 첫번 째 책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장대한 시간의 흐름을 역사적 사건과 함께 어울려 잘 표현했다. 눈앞에 펼쳐지는 듯 생생한 책 속 아프카니스탄의 시대적 사정은 조선말과 일제를 거치는 우리의 역사와 닮아서, 그리고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는 데에 가슴아팠다. 위트있고 유머러스한 표현으로 편하게 읽힌 소설 속에 숨어 있는 강한 메세지는 마치 후폭풍처럼 오히려 책을 덮은 후 자꾸만 뇌리에 남아 자꾸만 아미르와 하산을 생각하게 한다. 무섭도록 놀라운 책이었다. 단순히 한 소년의 성장통을 이야기한 성장소설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장대한 시간과 내용을 담았다.  이 책을 알았던 모든 사람들이 왜 최고라고 말하는 지를 알 것 같다. 단지 표현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 느낌이 너무 강하고 깊어서 일게다. 누가 내게 묻는다고 해도 같은 말을 할 것이다.
 
"올해 내가 읽은 최고의 소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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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가 오기전에 플랜B를 꺼내라
신용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나태해지는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펼쳐봐야 할 각성제같은 책 !
 
 
 이 책은 독특한 자기계발서다. 강연을 업으로 하는 강사들이 자신들의 자료를 책으로 꾸민 것도 아니고, 사무실 한 켠에서 꼼짝하지 않고 동서고금을 뒤져 온갖 좋은 말을 다 갖다 붙이고 미사여구를 들이대어 만든 책도 아니다. CEO가, 그것도 채 마흔이 되지 않은 8년차의 젊은 사장이 자신의 체험과 자신이 본 기업가와 CEO들의 사례들을 담은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자기계발서다. 저자인 신용한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법학을 전공한 후 대학원을 나와 그룹 경영에 뛰어들어 지분관계정리, M&A 및 기업구조조정등 기업지배 구조를 개선하는 업무를 담당하다 서른넷의 나이에 그린화재의 최연소 그룹 사장에 취임하게 된다. 하지만 당시의 그린화재는 법정관리의 상태에 있는 위기상황이었다. 그는 일반화된 정공법이 아닌 만약을 대비해 준비해 두었던 지분법 투자와 후순위채 조달 등의 플랜 B 시나리오를 활용해 난관을 극복한다. 현재는 벤처 기업의 창업이나 자금조달 등 컨설팅을 하는 맥스창투의 대표이사로 있는 그는 지금까지 자신이 경험한 그룹 경영의 사례와 업무를 통해 알게된 기업가와 CEO들의 혁신 사례들을 종합하여 그들이 위기를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위기의 징후도 보이지 않던 때에 준비한 그들만의 플랜 B가 있었음을 이야기한다.
 
 


 
 '플랜 B'미리 준비한 또 하나의 계획으로 숨겨져 있던 새로운 시나리오 또는 위태로운 나를 구해줄 인새의 두번 째 비상 전략을 말하며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지금, 이 순간부터 세워놓아야 할 비정한 정글에서 살아남는 생존의 필수조건을 말한다.
다시 말해 '가장 잘 나갈 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이라는 것, 클라이맥스를 지나면 고요와 정적이 찾아오듯, 가장 높은 명성을 얻고 있을 때, 많은 돈을 벌고 있을 때, 미래가 밝아 보일 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임을 알아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면서 평생직장의 개념이 없고 상대적 가치가 중요시되는 요즘같은 때에는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부터 인생의 플랜 B와 비즈니스의 플랜 B를 동시에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의 구성 또한 인생의 플랜 B를 세워야 함을 강조하는 [퍼스널 플랜B 프로젝트 - 당신의 오늘, 지금, 현재를 믿지 마라]편과 비즈니스 플랜 B를 갖출것을 강조하는 [워킹 플랜B 프로젝트 - 직장생활, 똑똑함과 성실만으로는 부족하다]편 마지막으로 기업가로서의 플랜 B를 이야기하는 [비즈니스 플랜 B 프로젝트 - 경영자는 특별한 사람만의 전유물이 아니다]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글을 읽으면 저자가 풍부한 독서량과 그에 버금가는 다상량多想量의 소유자임을 짐작하게 한다. 사례를 빌어 '~라고 하더라'라고 권유하는 것이 아니라 '~해보니 그렇다'고 자신있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힘있는 문장들은 다른 책에서 찾을 수 없는 반가운 글이었다. 또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깊이 있는 기업가들의 경영혁신 비하인드 스토리는 '생생하다'고 표현할 수 밖에 없을 만큼 신선한 내용들이었다.
 
 플랜 B의 중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자신의 이력과 가정사까지 자세히 소개하고, 자신이 경험한 8년간의 CEO 생활 그리고 평범했던 자신이 거물들로 구성된 VIP 인맥을 알기까지의 우여곡절등 밝히기 어려운 부분까지 피력한다. '현장을 뛰는 우리나라 기업가의 생생한 자기계발서'라는 점에서 여느 도서와 차별화를 둬야겠지만, 신용한이라는 젊은 CEO의 존재를 알게 된 것도 이 책을 통해 얻은 큰 소득이 되었다. 현재 그는 실력있고, 건강한 생각으로 창투사의 CEO로 있는 그가 현재 머문 곳이 플랜 A라고 본다면, 앞으로의 플랜 B는 무엇일지 어떻게 펼칠 지가 주목된다. 언젠가는 한 번 만나보고 싶은 멋진 인물인것 같다. 판매량만을 자랑하는 외국 전문 강연자의 자기계발서에 식상했거나, 실천해 본 적도, 경험도 없이 남의 이야기만을 주워 담아 만든 자기계발서에 질려버린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그가 던지는 촌철살인의 독설이 섬뜩할 수도 있지만, 풍부하고 생동감 있는 그의 이야기에 힘을 얻을 것이다. 나태해지는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펼쳐봐야 할 각성제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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