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잃다
박영광 지음 / 은행나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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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트라로 살고 있는 진정한 영웅, 아버지를 이야기한 소설!


  
  범죄영화를 보면 이런 장면이 있다. 클라이막스 무렵, 형사는 자신들로는 부족해 지원요청을 하고 범인들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다. 한 무더기의 경찰들이 도착하자, 그들에게 팀을 나눠 전후방을 맞게 하고 정면에서 엄호를 지시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거기 몇 명, 날 따라와." 범인이 숨어 있는 건물의 문앞. 주인공인 형사는 몇 명의 경찰들에게 문을 따고 먼저 들어가라고 한다. 경찰1 과 경찰2 는 문앞에서 문을 따려고 하는 순간, 악당들은 문에 대고 총을 난사해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낸 지 채 몇 초도 되지 않아 죽어버린다.
 
 '한 명의 영웅이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산만큼 높이 쌓인 이름없는 병사들의 주검을 밟고 올라서야 한다'고 이야기했던가? 영화를 좋아하는 나는 종종 그들을 주목하곤 했다. 총은 커녕 목소리 한 번 제대로 내지 못하고, 몇 초 만에 죽어버리는 엑스트라 인생들. 영화속 이야기라 주인공은 범인은, 또 관객은 주인공을 따라 눈을 돌리겠지만, 소리없이 죽어간 그들도 삶이 인생이 있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곤 했다. 그 누구의 아들이자 남편, 그리고 아빠일 그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까? 박영광의 소설 [이별을 잃다]가 바로 그런 어느 이름없는 형사의 이야기다.
 
 이 소설을 쓴 작가가 실제로 현직 형사에 근무중이며 지방의 경찰서에서 수사과에 재직하고 있는터라 사건과 수사상황을 둘러싼 주인공의 활동은 어느 다큐멘터리나 영화 못지 않게 리얼하고 스피디하게 전개 된다. 또한 독특한 구성이 매력적인데 책의 시작과 함께 주인공이 죽게 되는 다소 황당한 구성을 목격하게 되는데, 멋지게도 이 책을 모두 읽는 순간까지 주인공은 죽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해나간다. 스토리도 장르를 딱히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형사라는 직업을 가진 한 남자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라고 보기에도 충분하지만, 범죄현장에서 범인을 추적하고 체포하는 과정에서는 어느 추리소설보다 박진감과 스릴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형사라는 직업은 원래 말보다는 행동이, 그리고 생각이 많아야 하는 직업이듯, 저자가 일을 하면서 느끼는 평소의 생각과 애환이 곳곳에서 짙은 향을 피운다. 이를테면 저자 스스로가 언제 나타날 지 모르는 범인을 기다리며 아내와 아이를 생각했던 것처럼, '막연한 기다림' 속에서 했던 수많은 작지만 소중한 생각들이 따뜻한 시선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슈퍼 일을 계속했다. 결혼하면 힘든 일 같은 거 절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그것 또한 거짓말이 되어 버렸다. 우리 둘이 일을 마치고 팔짱을 끼면 그렇게 따뜻할 수가 없었고, 가끔 등에 업고 걸을 때 누가 볼까 내려 달라고 조르는 것이 매우 예뻤다. 나는 힘들다고 헉헉댔지만, 사실 힘이 들지 않았다. 그냥 그렇게 하면 아내가 웃는다. 나도 따라 웃었다. 가로등도 추워 오들오들 떠는 골목길도 개들조차 입김을 내며 집으로 돌아간 쓸쓸한 거리도 우리에겐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보다 더 아름답고 따뜻했다."   (p55)
 
 한 아이가 어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아 잘 자라서 경찰이 되었고, 순찰을 돌다 컵라면을 먹으러 우연히 들린 슈퍼에서 평범한 처녀를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을 했다. 어느덧 두 아이의 아빠가 된 나는 사회의 파렴치들을 잡는 형사가 된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과 좀 더 많은 시간을 갖고 나누고 싶지만, 형사라는 직업은 그를 늘 밖에서 떠돌게 된다. 이런 주인공의 모습에서 적에게는 송곳니를 날카롭게 세우지만, 한 겨울 하루종일 사냥을 해 새끼를 먹이고는 자신은 물로 배를 채우는 '늑대 한마리'를 생각나게 한다. 몸은 떠나 있지만, 항상 마음만은 함께 하는 주인공의 그것은 이세상을 사는 아버지들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다.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가족의 가장으로서 갈등하는 모습과 떨어져 있으며 가족을 그리는 모습은 실제 작가의 경험에서 비롯된 듯 잔잔하고 리얼하게 내 마음으로 전해진다.
 
"나를 닮은 사람이면 좋겠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면 좋겠다.
나를 닮아 당신과 아이들이 쉽게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고,
나를 닮지 않아 쉽게 나를 잊어버리면 좋겠어.
그래야 해. 힘들겠지만 그래야 해.
내가 잊을게. 나는 그냥 당신 곁을 잠시 지나갔던 사람처럼,
나는 그때 한 번 담배를 사러 갔던 사람이고,
당신은 어쩌다 단 한 번 나에게 담배를 팔았던 사람이라고.
 
사랑해.
그리고 미안해."   (p268)
 
영화 [사랑과 영혼]을 연상하듯 주인공인 나는 죽었지만 채 죽지 못해 구천을 떠도는 영혼이 되어 자신의 주검 앞에서 오열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혼자서 이야기한다. 저자의 직업이 형사인 만큼 누구보다 '죽음에 이를 수 있는 상황'을 그림자처럼 달고 있는 사람으로서 가지고 있는 자신의 이야기인 듯 같아 마치 '늘 죽음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 같아서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어린 아이들을 생각하는 그의 애잔한 마음을 나타내는 글을 읽을 때는 김현승님의 시, [아버지의 마음]이 떠올리게 했다.
 
 
바쁜 사람도
굳센 사람도
바람같던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것들의 앞날을 걱정한다.
어린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아버지의 동포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항상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이 될 수도 있지만...
 
 
폭탄을 만드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는 사람도
술가게의 문을 닫는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의 때는 항상 씻김을 받는다.
어린것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로...
 
 
 예전에 소설가를 꿈꾸는 선배가 한 말이 생각난다.
"너, 이 세상에서 가장 아이러니컬한 직업이 뭔지 아냐?"
"뭐지?"

 "그것도 몰라? 소설가지. 허가받은 거짓말쟁이들 말이야.
거짓말을 잘 할수록 칭찬받잖냐."
 
 '사실 또는 작가의 상상력에 바탕을 두고 허구적 이야기를 꾸며 나간 산문체의 문학양식' 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 소설을 읽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테다. 시간이 펑펑 남아돌아서 주체할 수 없는 사람이 미안한 자신에 위로를 주고 싶어서 일 수도 있고, 중학교 여학생이 멋진 교생선생님을 만난 듯 한 저자에 빠져 그를 추적하고 싶어서 일 수도 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먹고 살기 바빠 자기계발을 못한 이들의 유일하고 따뜻한 안식처일 수도 있고, 잠시라도 활자를 눈에 넣지 않으면 안되는 활자중독자에겐 치료제가 될 수도 있다. 이유는 많겠지만, 독자들이 소설을 읽고자 하는 공통된 목적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다(이 말을 하자니 한편으로는 외롭다는 뉘앙스를 갖는다). 그렇기에 이야기를 잘하는 작가를 만나면 독자들도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런 작가의 책을 만나면 깊이 빠져서 시간과 자리를 잊곤 하는데, 어제 만난 이 소설이 그랬다. 이야기속 자신의 모습은 영화의 이름없는 엑스트라였는지 모르지만, 누구보다도 훌륭하고 멋진 아버지요, 가슴 뜨거운 로맨티스트였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위대하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아버지 역시 위대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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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습관에게 말을 걸다 - 손톱을 물어뜯는 여자, 매일 늦는 남자
앤 가드 지음, 이보연 옮김 / 시아출판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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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치고 싶은 습관'을 가진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책!
 
 이 책을 손에 넣은 이유는 '흡연'때문이었다. 대학입시 합격과 동시에 룸메이트의 담배를 빼어문 이후 - 흡연때문이라면 대학을 떨어졌어야 했다 - 지금껏 나와 함께한 담배는 세월이 지나는 동안 모습은 그대로인데, 기호식품에서 죄질이 많은 범죄자로 전락하고 말았고, 간접흡연의 위험성이 밝혀지면서 혐연권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열차 ·병원 대기실 등의 공공장소, 직장과 같은 공유 생활공간에서의 끽연규제를 호소하는 권리주장) 이 강조되면서 이제 담배 한 갑을 사는 나는 이십개이나 되는 '독소'를 구입하는 '멍청이'가 된 것이다. 더이상 '어때? 기호식품인데...'라며 자위할 수 많은 없었다. 그래서 금연을 생각- 스스로에겐 처음있는 대단한 결심이다 -하게 되었다. 담배를 마약과 같은 중독성 물질이라고도 하지만 '습관적인 행동'으로 비롯되기도 한다. 그래서 흡연을 '습관적인 행동'의 관점에서 우선 살펴보고 싶었다. 그래서 읽은 책, 앤 가드의 [심리학, 습관에게 말을 걸다]이다.
 
  남이 하는 습관적 버릇을 잘 보이지만, 당사자의 행동은 부지불식중에 행하기 때문에 남이 지적하지 않는 한 본인은 잘 모른다. 행여 남이 그것을 지적하거나 하면 무안하고 창피해서 되려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뻔한 거짓말을 하거나, 부정하게 된다. 이렇듯 습관이 반복되는 것은 우리가 여전히 과거의 어딘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뜻하며 현재를 온전히 살기 위해 과거의 문제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방증이 바로 '습관'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스스로에게 습관이 있다는 것은 나는 과거의 상처에 지배당하고 있지는 않나 의심해 봐야 한다. 그리고 습관을 이해함으로써 그것이 비롯된 상처가 있다면 털어버리고 충분히 자각해야 하는데, 이러한 자각은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책의 초반부터 습관의 원인을 이야기하는데 어느정도 설득력을 지녔다는 것을 느꼈다. 이것은 이 책을 좀 더 읽고 싶은 흥미를 갖게 된 이유기도 하다.
 
  저자는 우리가 억누르는 감정의 발산이 습관으로 발산된다고 단정짓는다. 직장의 스트레스나 가정내에서 가족과의 관계 등에서 자신이 원하는 책임을 다하지 못했을 경우 우리는 좌절감과 스트레스, 공허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런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을 끝낼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스스로에게 있다. 감정적으로 공허해지면 우리는 그 공험감을 채울 누군가나 무엇을 찾으려 하지만 그 누군가가 우리의 절실함을 이용하려 할 때나 상황이 악용될 때, 어떤 것에 탐닉하게 되는데, 이는 오히려 스트레스를 치솟게 만들 것이다.
 
  나의 목적은 '흡연'에 대한 것이었다. 그리고 찾아냈다. 흡연자가 무의식적으로 담배를 피우고 싶어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우선 감정유발요소로는 자극이 필요할 때, 뭔가가 두려울 때, 그리고 무엇인가를 열망할 때란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습관의 해로움은 감정유발로 인해 습관을 일으키게 되지만, 그 습관으로 인해 또 다른, 어쩌면 더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흡연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다음과 같다.
 
죄의식 : 담배를 너무 많이 피운다는 데에 대한 죄책감
자존심 : 물질에 의존한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하며 자제력 부족에 부끄러움을 느낌
슬픔 : 습관에 발목 잡혀 있다는 슬픔
진실과 부정 : 문제의 정도를 부정함 '나는 하루에 20개피만 피울 뿐이야' 라고 위안하지만 실제로는 30개피 이상을 피움
결과 : 위의 스트레스로 인한 긴장을 줄이기 위해 다시 담배를 피움
 
 정확히 들어맞는다. 평소 내가 누구에게 말하지 못했을 뿐 늘 혼자서 가지고 있었던 담배에 대한 우울한 생각, 즉 스트레스를 바로 위의 내용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스트레스로 다시 담배를 꺼내 물곤 했었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뉴스에서 암이나 불임 혹은 사소한 병명에 대해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사망률을 따지는 내용을 들을 때면 '어휴, 끊어야겠다'고 마음 먹으면서도 겉으로는 " 사망률이 60%라고? 그럼 난 40% 안에 들어있는거네, 뭐."라며 호기찬 농담을 했었다. 그리고 뒤로 물러나 그 스트레스로 담배를 물었었다. 저자의 흡연에 대한 치료과정은 이렇다. 위의 사실을 이해하고, 과거와 현재를 통해 자신을 살피고, 자기애에 대한 애정을 좀 더 느끼고, 금연을 할 능력이 나에게는 있다는 자존심을 회복하라고 그리고 건강하고 활기있는 활동을 하라고 권한다. 
 
 이 책은 위와 같은 방법으로 우리의 습관에 대해 스스로가 인식하고 자각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무엇인가 잘근잘근 물어 뜯는 것, 빨리 먹기, 손톱주변의 살을 깨무는 것, 손톱을 물어뜯는 것, 침을 뱉는 행위, 잠자는 동안 이갈기, 잦은 구토와 음식거부 등 입을 통해 하는 우리의 습관에서부터 성적행동은 물론 고령인들만의 습관, 그리고 아이들의 이상한 행동, 삶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느 해로운 습관들, 그리고 기묘하고 별난 습관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 등을 설명해준다. 
 
  저자가 말한 것과 같이 내가 지금껏 한 번도 생각하지 못한 것들도 습관이었고, 내가 상상하지 못한 다른 사람들의 습관도 있었으며, 나만이 아닌 다른 사람들도 그러한 습관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 모든 것들은 개개인이 저마다 가지고 있는 생활 속 스트레스로 인한 일종의 발산행위라고 봤을 때,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겪으며 살고 있구나 하는 것을 이젠 모습으로도 알 것 같았다. '아, 내가 이러는 것이 습관이구나'라고 인식하는 순간, 그것을 의식하게 되고 그런 행동을 시작하려 할 때마다 머리속에서 환기가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게 있느 스트레스로 인한 습관은 나만이 고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것을 깨닫게 해준 것으로 이책의 몫은 톡톡히 했다. 그리고 '당신만이 그런게 아니다. 이렇게 별난 습관을 가진 사람들도 많다'라고 위로를 해 준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고 확실히 담배를 적게 피우게 되었다. 최소한 담배를 물고 싶을 때 '습관으로 피우고 싶은거냐? 아니면 중독이냐?'라고 의식하게 된다. 바보같은 소리같지만, 그만큼의 발전도 내겐 대단한 진일보가 아닐 수 없다. 자신의 습관에 대해 고민하거나, 가족 중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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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스이카
하야시 미키 지음, 김은희 옮김 / 다산책방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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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경쟁사회가 만들어낸 어두운 그림자, 왕따 이야기!


  
  내가 보낸 학창시절에도 '미움받는 아이'는 있었다. 군대에서도 이른바 '고문관'이라고 해 고참들의 꾸중을 도맡아서 듣기도 했다. 누가 먼저 그렇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그 아이는 몇몇에게 미움을 받았다. 한편으로는 안쓰럽고, 한편으로는 미안하지만 함부로 거들 수 없는 것은 대다수가 미워하고 있기에 애잔한 마음을 가지면서도 애써 무시했었다. 이제와 그들을 생각해 보니 주늑들어 움츠려 있는 그들의 어깨와 반쯤 내리 깐 멍한 시선이 떠오른다. 난, 그들을 지켜보기만 했다.
 
  "우리 게임하자. 치카 데리고." 2학년 3반의 어느 점심시간, 이 누군가의 입에서 제안된 이말로 모든 것은 시작되었다. "심심하잖아. 장난인데 뭐 어때?" 로 동의를 구하며 시작된 그녀들의 게임은 같은반 친구 치카를 따돌리는 일이었다. 집단 따돌림, 소위 왕따를 말하며 일본말 이지메 에서 비롯된 무서운 게임이다. 일주일이 넘어 계속 되고 필사적으로 자신의 눈을 쫓으며 도와달라는 표정을 짓는 치카를 외면하기 힘들어 스이카는 "이제 그만해!"라고 말한다. 다음날, 교실 자신의 책상위에 흰 국화꽃이 놓여 있다. '어제부로 다치야마 스이카는 죽었습니다.'라고 말하는 듯. 스이카 그녀가 왕따의 대상이 된 것이다. 16세의 나이로 소설을 낸 하야시 미키의 소설[미안해, 스이카], 원제목은 いじめ 14歳のMessage -이지메(왕따)14세의 메시지 이다.
 
 



     <국내판 표지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포스토들, 마지막 일본원서 표지>
 


 이 책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집단따돌림(이하 왕따)을 당한 여학생이 자신이 실제로 겪었던 아픈 경험을 소설로 쓴 소설이다. 왕따를 당한 동급생 치카를 돕다가 오히려 왕따의 대상이 되어버린 스이카는 같은 반의 요우꼬와 그 무리들로부터 참을 수 없는 시련들을 겪는다. 처음 자신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던 치카마저 스이카를 외면하면서 그 슬픔과 괴로움은 더해 간다. 섬득한 아이들이 행동과 그것을 온몸으로 부딪혀 막아내며 '절대로 지지 않을거야'라며 스이카는 버텨내지만 날로 더해가는 그들의 괴롭힘을 끝내 이겨내지 못한다. '지겨워. 지겨워 죽겠어. 이내 끝을 내야 할 때야.' 여기까지의 내용으로 본다면 비극적인 성장소설로 보인다. 하지만 이 소설은 스이카의 투신으로 새로운 국면으로 이끌어낸다. 유체이탈 상태의 스이카는 사고후 자신을 둘러싼 지난 날의 일에 대해 치카는 밝히게 되면서 모든 사실이 밝혀지게 된다.
 
 피해자이기도 했던 저자는 스이카의 입을 빌어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용기가 있다면 자신을 '쉬게 할 용기'도 가질 수 있는 법이니 등교거부든 뭐든 방법을 찾으라. 분명한 것은 죽는다면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고 말한다. 혼자서 감내하지 말고 외부로 표출할 수 있는 용기있는 행동이 벗어날 수 있는 방법임을 이야기해준다. 하지만 난 가해자의 두목격인 요우꼬에 주목하고자 한다. 왕따를 주도한 학생은 다른 아이에게 권력을 행사하려 한다. 이들은 욕을 퍼붓거나 고립시키고, 위협하고, 물건을 손상시키며, 감정적 신체적으로 상처를 입히고 자기들이 하기 싫은 일을 시킨다. 그래서 이런 행동을 시킴으로써 다른 아이들이 두려움을 느끼도록 만든다. 이 아이들은 자신도 부모나 형제로부터 왕따를 경험했으며 자신의 보금자리를 다스리는 방법으로 그런 행동을 배웠을 수 있다. 따라서 아이들은 자신의 행동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그녀가 가족과 사회에서 무시하고, 무시당하는 것을 겪었는데, 학교에서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한편 희생자는 자신이 고립됐으며, 불안하고, 자신감이 부족하여, 적합하지 않고, 다른 친구들과 다르게 대접받는 것을 느끽게 되면서 어울리기 힘들어진다. 이러한 영향은 오래가기 때문에 왕따가 위험한 것이다. 왕따에 동조한 아이나 친구를 위해 나서지 못한 아이들도 죄책감으을 느낄 수 있다. 슬프게도 왕따의 희생자는 제대로 지도되지 않는다면 쉽사리 가해자로 돌아설 수 있는 것이다. 먼저 왕따를 겪었던 치카처럼.
 
 일본사회에서 만연되고 있는 말 중에 마케이누(負け犬 -まけいぬ)란 표현이 있다. 원래는 '싸움에 져서 꼬리를 감고 도망치는 개'를 뜻하는데, 예를 들어 '30대 이상, 미혼, 아이가 없는 여성'을 일러 마케이누라고 한다. 우리로선 상상할 수 없는 표현이지만, 일본여성은 20대 안에 결혼을 해야 한다고 하는 전통이 있는 일본사회에서 20대에 경쟁에 뒤쳐저 30대까지 결혼을 못한 여성을 비꼬는 말인데, 이처럼 일본은 알게 모르게 '경쟁부추기는 사회' 이기 때문에 경쟁에 조차 끼지 못한다고 생각되는 부류를 선정해 경쟁에서 느꼈던 스트레스와 분노를 그들에게서 풀어내려는 비열한 행동을 서슴치 않는다. 본디 내성적이고, 표현을 자제하는 이들이었던 만큼 왕따의 대상에 행하는 짓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비인간적이고 포악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그들만 그럴까?
 
  일본의 여학생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지만, 이 무섭고 슬픈 이야기는 결코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의 가족과 자녀들이 오늘도 가해자로, 피해자로, 그리고 가슴졸이며 지켜보는 목격자가 되어 겪는 우리의 이야기 이기도 하다. 왕따문제의 단절은 그들을 통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무한경쟁사회'가 된 것을 당연한 일인 듯 아주 잘된 일 인듯 생각하고 있는 기성세대가 먼저 자성해야 할 문제이다. 이 소설을 통해 '왕따'를 당하는 피해자가 얼마나 괴로운 것인지, 그리고 얼마나 무서운지를 독자가 가슴으로 체험느낄 수 있다. 스이카와 같은 피해자가 또 다시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이 책은 모든 사람들이 한 번쯤 읽어야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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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독종 - 세계 양궁 1등을 지킨 서거원의 승부 전략
서거원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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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세계정상을 지킨 양궁, 그 위대한 리더십을 밝힌 책! 
 
 
  흔들리지 않는 고목처럼 우뚝 서서 과녁을 겨냥한다. 남겨진 시간 10초. 하늘을 올라 포물선을 그리며 돌듯 날아서 노란 동그라미에 꽂힌다. 관중은 함성을 지르고 상대편은 한숨을 짓지만, 당연하다는 듯 무표정한 모습으로 다시 활을 꺼내든다. 또 한 발의 명중을 위해...
 
 지난 2008년 북경 올림픽때 그 어느 때보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바로 '양궁'이었다. 25년 정상을 지켜온 우리나라를 끌어내리려 경기운영방식을 또 다시 바꿔 한 발을 쏘는데, 1분의 시간만을 허락하고 모두 열두 발만 쏘게 했고, 이번엔 승리를 가져올 요량으로 적진 북경의 응원단은 선수의 조준시간에도 야유를 서슴치 않고 보냈다. 비바람이 치는 변덕스러운 날씨는 또 하나의 변수가 되어 한 발의 실수라도 생기면 패배를 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남,녀 단체전 모두 석권하고, 개인전은 남, 녀가 은메달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경기를 지켜보는 내내 '저들을 저렇게 오래 정상으로 이끄는 힘은 무엇일까?'궁금했다. 전 국가대표이면서 금메달 수상자였던 각 방송국의 해설자들은 '지도자와 선수의 단합 덕분'이라는 '짜놓은 각본'같은 말만 대신했다. 그리고 한 마디 더 했다. '정말 정말 뼈를 깎고 피나는 훈련을 했던 덕분'이라고 했다. 한편으로는 '에이~ 또 저소리.' 하면서도 '도대체 얼마나 훈련을 열심히 했고, 지도자와 선수들의 단합이 잘 되었기에 감히 저들이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으며, 저렇게 훌륭한 성적을 거두는 것인가?' 다시 의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든 답이 한 권의 책에서 풀어졌다. (양궁경기를 더욱 실감나게 보기 위해) 좀더 일찍 나왔더라면 더 좋았을 법하지만 얄궃게도 올림픽 직후 출간된 책, 한국양궁의 1등 신화를 이끌어낸 장본인이며, 현재는 대한양궁협회의 전무이사로 있는 서거원씨의 [따뜻한 독종]이 그 책이다.
 
 


 
  이 책은 대한민국 양궁이 양궁 종주국도 아닌 우리나라가 40년의 짧은 양궁역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지난 25년간 세계 양궁을 리드하고 있으며, 국내 스포츠 종목 중 훈련 프로그램과 기본 사법 심지어 스포츠 종목 용품까지 한국화되어 역수출되는 유일한 종목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그 힘은 어디에 있는지, 이른바 '한국 양궁의 저력은 무엇'인지에 대해 산증인이라 할 수 있는 저자가 설명해 준 책이다. 올림픽 금메달 효자종목이면서도 자주 접할 기회가 없어 -내가 찾질 않으니 '비인기종목'이라는 말은 창피해서 못쓰겠다 - 세계대회 때만 되면 늘 궁금해하던 것들의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오히려 그 대답들이 너무나 솔직해서 '외국의 양궁관계자들에게 번역되어 읽혀지면 어떻게 하나?' 걱정스러울 만큼 솔직담백한 이야기들로 가득했다.
 
  저자는 제일 먼저 '화랑의 후예이기 때문에 활을 잘 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는 국민들의 자랑스러운 우문愚問 에 손사레를 친다. 세상에 마땅히 그러한 것은 없다. 우리나라 양궁선수들이 국가대표선발전에서 국가대표로 뽑히게 되어 인터뷰를 하면 모두 이렇게 대답한다. "훌륭한 선수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제가 뽑힌 만큼 더욱 더 열심히 해서 꼭 금메달로 보답하겠다."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피땀 흘린 우리의 궁사들이 있었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지, 화랑의 후예였기 때문에 그들이 그렇게 성적을 낼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저자는 힘주어 이렇게 말한다. " 그 선수는 원래부터 대단한 카리스마를 타고나서 아무렇지 않게 10점을 꽂을 수 있었던 게 아니었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되는 그 순간의 순간적 집중력과 승부근성, 목표를 꼭 이루겠다고 하는 열정, 그것은 순전히 후천적인 노력이 맺은 결실이었고, 노력하고 또 노력한 끝에 나온 결과일 뿐이다. 후천적으로 만들어진 노력과 열정이 그 죽을 것 같은 순간에 담담하게 집중해서 활을 쏠 수 있게 한 것이다. 태극전사들이라고 해서 무서움을 모르고 긴장도 하지 않는 초인들이 결코 아니다. 인간적인 공포와 긴장을 이기기 위해 4년 내내 피땀을 흘린 평범한 젊은이 들이다."  (p77)
 
 또한 한국양궁의 역사는 남들이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것을 스포츠에 접목시키는 혁신적 개발의 역사, 역발상의 역사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나라 최초로 스포츠에 과학을 접목시키고, 스포츠 심리학을 적용하였으며, 등산, 수영, 해병대 훈련, 북파 공작원 훈련, 번치점프, 무박 3일 행군과 같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기상천외한 훈련방법을 끊임없이 개발해 시행했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없었지만 최근 자국민의 성적을 위해 고성이나 소음을 일으키는 관중 - 지난 북경올림픽때 우리가 목격한 것과 같은 - 들을 고려해 올림픽 공원에서 양궁연습을 하는가 하면 미사리에 있는 경정경기장에서 관중들을 옆에 두고 그들의 함성과 소음을 견뎌가며 활시위를 당기는 연습을 했다. 극한의 공포를 위해 11미터 높이의 다이빙을 시켰고, 뱀을 옷 안에 넣어 바지 밑으로 꺼내는 담력테스트도 했다고 한다. 저자는 번지점프 중에 정말 뛰어내리지 못하겠다고 버티던 어느 선수와의 에피소드를 들어 이렇게 말했다.


"감독이 뛰어내린 다음 다시 올라와서 한 30분 동안 선수를 설득하고, 그래도 안 되자 감독이 또 뛰어내리고, 다시 올라와서 선수 붙들고 설득하다가 도저희 못 뛰겠다고 하니 또 뛰어내리고...그렇게 하기를 무려 9번! 여자팀 감독이 무려 9번을 뛰어내린 것이다....(중략)..."꺄~악!"
감독들이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그 선수가 사라지고 없었다. 이미 번지점프대에서 뛰어내린 후였다. 너무나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감독들 모두 입을 쩍 벌렸다. 다리에 밧줄을 매고 뛰어내린 게 천만다행이었다. ... 충주호에서 그 일이 있고 나서 한 달 후 그 선수는 세계대회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p122)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한국양궁을 이끈 우리의 지도자들의 면면에서였다. 국가대표선수들이 몸담고 있는 실업팀이 해산되자 졸지에 직업을 잃은 선수들과 고통을 함께 하기 위해 자신의 국가대표감독직을 사직한 후 기약없는 '백수'생활을 하며 '새로운 실업팀 창단'을 위해 발벗고 뛴 가족같은 지도자, 선수들의 흔들림과 슬럼프에서도 그들을 믿고 끝까지 함께 하며 기다려준 인정人情을 가진 지도자, 그리고 모든 훈련을 함께 하며 선수와 지도자는 늘 함께 한다는 동반자적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대목들이 가슴 뭉클하게 했다. 이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저자의 문재文財가 예사가 아니다. 스포츠 지도자라고 하면 선수생활을 먼저 했던 선배 선수라는 편견때문에 저자의 글솜씨에 대해 선입견이 없잖아 있었는데, 독자로 하여금 감동과 재미를 느끼게 하고, 책을 놓을 수 없을 만큼 흡인력이 있는 글을 만나고 놀랐다. 그리고 곧 그런 힘은 '독서력'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의 기발한 훈련방식이나 탁월한 리더십 또한 그의 '독서력'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아무리 못 읽어도 1주일에 최소 1권, 1년에 기본적으로 50권 이상의 책을 읽는다는 원칙에 대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며 실천하기 어려운 일로 여긴다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되었다. 평생 동안 독서사 생활 습관의 하나였었기에 그런 시선을 접할 때마다 겸연쩍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 독서는 내 양궁 인생의 중요한 자산이다. 흔히 운동하는 사람들은 책도 읽지 않고 무식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지만, 지금의 나를 만든 양식이 밥이 아니라 책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책 읽기를 좋아하고 또 매우 중요시해 왔다. 예를 들어 앨빈 토플러의 [제 3의 물결] 같은 경우 다 읽고 나서 저자가 제시하는 통찰의 힘에 대해 신선한 충격을 받은 나머지 두 번 세 번 반복해 다시 읽을 정도였다. [제 3의 물결], [부의 미래]를 비롯해 앨빈 토플러의 책은 거의 다 읽었는데, 나로 하여금 양궁인으로서, 그리고 양궁 지도자로서 깊은 성차을 하게 해 준 저자중 하나다. (...) 책을 붙들고 있는 것과 더불어 '메모'는 내 몸에 밴 또 하나의 중요한 습관이다. 인상 깊은 구절에 밑줄을 긋거나 색지를 끼워 표시를 해두는 것 이외에도 반드시 메모를 해 둔다. 기억에 남는 문구, 감동을 주는 글귀들, 선수들에게 들려주면 좋겠다 싶은 문장들, 기업체 강의를 할 때 활용하면 좋을 것 같은 인용구들, 그리고 책을 읽고 나서 머릿속에 떠오른 나만의 생각드을  그때마다 수첩이나 메모장에 적은 다음 통째로 외워둔다."
 
   이 책의 곳곳에 숨어 있는 [서거원의 Winning Secret]은 그의 독서량과 범위 그리고 이해와 활용을 어떻게 하는지를 보여준다. 우리나라도 '거스 히딩크'만큼 책 좋아하는 '멋진 지도자'가 있다는 데에 놀랍고, 반갑기 그지 없었다. 또한 조그맣지만 사업을 하는 만큼 사장 내지는 CEO라는 관점으로 이 책을 읽었는데, 저자가 책에서 언급한 자신의 지도자관 또는 선수들을 이끌어가는 리더십을 지켜보면서 [서번트 리더십], [감성마케팅], [블루오션의 전략]등을 발견하게 되었다. 선수들은 제품을 만드는 사람(직원)들이 아니다. 그들의 몸을 이용해 최대한을 뽑아 세계의 정상을 차지할 수 있을 만큼 구성원 하나 하나를 읽어낼 수 있는 지도자라면 그 어떤 일을 하던 최고의 리더가 될 것 같았다. 한편 독자의 입장에서는 선수들을 말 그대로 '가족처럼, 형제 자매처럼' 대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배우게 되었다.
 
  다시 북경올림픽 양궁경기장으로 돌아가보자.
세찬 비바람이 불고, 관중이 야유를 하고 있는 가운데 선수들은 한 발 한 발 정상을 위해 다가간다. 그들이 긴장되거나 혹은 한 발을 쏜 후 만족스럽지 못해 안타까워할 때 그들은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같은 관중의 야유를 듣고, 비바람을 맞으면서도, 과녁의 점수에 상관없이 조용한 미소를 짓고 끄덕이며  '잘했어, 잘했어' 작은 박수를 보내는 '큰 나무'들이 있었다. 그들이 다음 활시위를 위해 마음을 고치며 임할 수 있었던 것은 그 '큰 나무'가 있었기 때문이다. 직원이 즐겁게 자신의 일에 임하고 그들이 100% 기량을 발휘할 수 있게 한 것은 리더의 '조용한 미소와 작은 박수'가 아닐까?   웬만한 소설보다 스포츠 경기보다 더 감동적이고 교훈적인 멋진 책이었다. 한국 양궁을 더욱 더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아 기쁘다. 그날의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은 사람들, 훌륭한 리더가 되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정말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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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 직관의 힘
아루파 테솔린 지음, 안진환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예감豫感 이 뛰어난 사람' 이 되는 법을 알려주는 책! 
 
 
  직관直觀,intuition 이란 판단이나 추론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대상을 직접 인식하는 것이다.  추론의 반대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는 직관은 감각기관이나 일상적 경험, 또는 그것의 순수한 형태인 이성을 동원하지 않은 상태에서 파생된 간파력이라고 할 수 있고, 그래서  비논리적이고, 비이성적이다. 데카르트는 최고의 관념은 직관을 통해서만 경험할 수 있다고 했으며, 프랑스의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은 "오성을 파악하는 대상의 세계는 허구이며, 참된 진실은 우리가 삶의 흐름에 우리를 완전히 맡겨버릴 때 우리를 향해 열린다"라고 말한 바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감이 좋다' 혹은 '예감이 않좋다' 등의 표현에서의 '감感'이 바로 직관인데, 생각이나 지성이 아니라 내면의 직관을 통해 느끼고, 짐작하고, 자연스럽게 감지하려는 노력을 발전시키면 어느 때인가 부터 자신의 안에 '팅Ting'신호를 울리게 하는 원동력을 얻을 수 있게 되고, 이 직감의 힘을 활용해 활력있고 행복한 생활이 가능해진다고 말하는 책이 있다. 아루파 테솔린Arupa Tesolin의 책, [Ting, 직관의 힘]이 그것이다.
 
 이 책에서 '직관'은 우리가 자각하지 못할 뿐 사실 직관은 매일매일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려주고, 우리가 하고 있는 일과 우리의 본성, 우리가 소통하고자 하는 바에 더욱 집중하게 해주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직관을 갖기 위해 하루에 5분 정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감각, 감정, 자신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자각하라고 말한다. 5분 동안 어떤 생각이 떠오르더라도 그 생각에 얽매이지 말고 그냥 왔다가 사라지도록 그냥 두고, 호흡에 집중해야 하는데 이것이 '자각을 높이는 연습'이라고 말한다. 5분이 가능해지면 10분으로 늘려 자각에 귀를 기울이라고 한다.
 
 저자가 말하는 '팅Ting'은 평범한 일상과 현상을 뛰어넘는 직관, 통창, 예감, 본능적 직감이 찾아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인데, 우리에게 숨겨져 있는 '팅!'을 이끌어내기 위해 '자각을 높이는 연습'을 해야 하는 것이고, 그 훈련이 계속될 때 '팅!'을 더욱 쉽게 찾아낼 수 있다고 말한다. 방법은 정말 간단하다. 마치 명상을 하듯 편한 자세로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며 자신의 내부를 자각하라는 것인데, 자신에게 있는 자각력을 인식하고 그것을 넓히고자 한다면 직감의 힘은 더욱 늘어난다는 것이다.
 
 일본의 저명한 경영자들이 자주하는 말에 "사업은 이치만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라는 것이 있다. 이치만을 따지다가는 망하는 것이 사업이라, 노련한 경영자일수록 시장전망에 대한 분석이 아무리 좋더라도 감이 좋지 않으면 시장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든 분석과 전망이 제시된다고 하더라도 마지막 결정에서는 경영자로서 산전수전을 겪으면서 배양해온 감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속도가 생명인 요즘과 같은 시대에는 빠른 결정이 집단의 생사를 결정짓는 주요 변수로도 작용한다. 오히려 방대한 양의 정보와 분석은 많아졌지만, 빠른 판단을 요구하기 때문에 경영자들의 직관력은 어느때보다 대단히 중요해지고 있다. [팅Ting!]의 저자 아루파 테솔린은 저 멀리 보일 듯 말 듯한 성공에 가장 빨리 가는 길은 한 템포 쉬어가기요, 자신의 안에서 들리는 소리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쉴 틈없이 미디어나 자료에 정신을 빼앗길 것이 아니라 5-10동안 자신의 동물적 자각력을 높여 '직관의 힘'을 갖는다면 보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알지 못할 뿐 직관을 가지고 있고, 이것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연습'또한 어렵지 않아서 시도해보고 싶어진다. 명상이나 요가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또 하나 찾아야 할 것은 바로 '팅Ting!' 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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