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 1 : 얼굴을 보고 마음을 읽는다 - 허영만의 관상만화 시리즈
허영만 지음, 신기원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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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값'하는 사람되기를 권하는 허영만 선생의 충고!
 
  우리 할아버지는 술을 좋아하셨다. 너무나 좋아하신 덕에 1년을 술을 드시면 뒷산이 없어지고, 또 다음 해 일년을 술을 드시면 쌀지어 먹을 논 한 마지기가 없어졌다고 할머니가 말씀하시곤 했다. 어릴 적엔 몰랐지만 술을 드시면서 옆에 친구도 앉히고, 새악시도 앉히고, 손에는 '패'를 잡으셨던 모양이다. 아무튼 이십 수년을 그렇게 술을 드셨으니 '부락에서 내 땅 안밟고 읍내 못간다'고 말씀하셨던 선조의 땅은 모두 남의 손에 넘어가고, 소작을 부렸던 세대의 어르신이 이젠 소작을 붙여먹어야 할 형편이 되어 부끄러워 저멀리 남쪽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단다. 가족중 더이상 할아버지 옆을 있으려 하지 않자 이제 막 유치원을 다니던 내가 당신의 유일한 동무가 되었다. 할아버지는 당신의 무릎팍에 앉혀놓고 늘 이렇게 말씀하셨다.
 
"사람은 꼴값을 해야 하는겨. 제 생긴대로도 채 복을 받지 못하고 죽는 것이 사람이여. 그런께 꼴값만 허고 죽어도 여한이 없는겨. 세상을 봐라. 제 꼴이 언쩐 줄도 모르고 위로 뛰고 아래도 뛰는 것들이 월메나 많어. 눈 뜨고 봐줄 수가 없을 만큼이여. 그렇게 꼴값을 떨어뜨리는 것들을 보고 '꼴값을 떤다(떨어낸다)'고 하는겨."
 
  지금와서 생각하면 팔자八字로, 또 아래로 수염을 늘어뜨린 팔순의 우리 할아버지는 '집안 재산을 모두 거덜을 낼 꼴'을 하셨던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는 그렇게 충실하게(?) 당신을 역할을 할 수가 없을테니까. 아무튼 그 덕에 당신의 자식들은 모두 열심히 일해야 목구멍에 풀칠을 하는 상황이 되셨고, 또 그 덕에 지금도 부런하고, 검소한 자식들이 된 것 같다. 할아버지께서야 어떠셨든, '꼴값을 하라'는 그 말씀 하나 만큼은 요즘과 같은 '외모지상주의 시대'에 다시금 새겨야 할 말씀인 것 같다. 우리 할아버지 말고도 또 '꼴값'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을 만났다. 예전에는 그리 큰 빛을 발하지 못하다가 최근에 들어서 '천하의 이야기꾼'으로 명성이 자자하신 만화가 '허영만 선생님'이 최고의 힛트작 '식객食客'에 이어 다시 펜을 잡으셨다. 새로운 만화, [꼴]이 그것이다.
 
 

 
 

 


 
  외모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할 말이 참 많다. 중국에서 들어온 '관상학'이 꽤 널리 알려지면서 외모의 생김이 성공과 출세를 좌우한다는 관념이 꽤 깊숙히 자리잡혀 있는 터. '허우대만 멀쩡'해도 밥굶는 일은 우리나라에서 좀처럼 없다. '곱다, 예쁘다, 여자답다, 사내답다, 호걸같다' 등 외모에 대한 평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고, 최근에는 '훈남,완소남,완소녀'등 신조어가 생길 지경이니 우리의 외모사랑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이다. 그래서 일게다. 암암리에 시술되어 오던 '성형수술'이 이젠 내어놓고 상품으로, 심지어 남을 위한 미덕으로까지 여겨지는 사회가 되어버렸으니 '유교로 평생을 살다가 돌아가신 선조'들이 땅을 치고 통곡할 일이다. 내가 이 책을 잡으며 가장 먼저 알고 싶은 것이 하나 있었다. '성형수술하면 관상이 변하는가?'
 
   







 

 





 
  일찌기 공자께서는 신체발부수지부모 불감훼상 효지시야, , 즉, '사람의 신체와 터럭과 살갗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니, 이것을 손상시키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이는 [효경]의 첫장인 [개종명의()]장에 실려 있는 내용이다. 이 말씀의 시작은 선왕께서 온 백성이 화목하게 살도록 하여 위 아래가 원망하는 일이 없도록 하신 방법중 하나로 대답하신 것인데 아울러 효의 끝은 '몸을 세워 도를 행하고 후세에 이름을 날림으로써 부모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함께 말씀하셨다. 이 말씀을 따라 우리의 선조들은 댕기를 따고, 상투를 틀어 부모님이 물려주신 모발을 하나라도 온전히 지키려 노력했고, 일제강점의 시기에 내려진 단발령斷髮令에 대해 많은 선비들은 ‘손발은 자를지언정 두발()을 자를 수는 없다’고 분개하여 정부가 강행하려는 단발령에 완강하게 반대하였다. 우리에게 그런 때도 있었다. 세월은 흘러 시대는 많이 변했고, 하늘과 함께 부모가 만들어주신 몸뚱이를 일부러 보기 좋게 만드는 의술이 서양의 몇몇 나라에서 횡횡하더니 세계 제일의 유교儒敎 국가인 우리나라에 도입되고 급기야 되려 서양에 그 기술을 파는 상황에 이르렀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도 안되는 말을 앞세워 선남선녀를 즐겨하는 우리사회가 만들어낸 신풍조, '성형수술Plastic Surgery' 이 그것이다.
 
  '요즘 들어서 신종 전염병이 유행을 하지 모두가 빚을 내서라도 성형을 하려고 자기가 본래 본 바탕이 예뻤던 것처럼 그렇게 성형미인들은 거리를 활보하지만 어릴적 사진들은 모두 없애고 겉으론 당당하게 결혼하지만 2세가 태어나면 모두 놀라고...꼭 그렇게 까지라도 해서 모두가 미인이 되고플까 똑같은 얼굴 똑같은 성형미인만을 꿈꾸며...하늘이 주신 관상까지 돈으로 고쳐가고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는 듯이 그렇게 성형미인들은 신에게 도전하지만 TV를 켜면 성형미인들 세상 더욱더 예뻐지려는 여자의 욕망 그런 미인을 즐기려는 남자들...' 이라며 남녀를 비웃던 당시 최고의 댄스그룹 노이즈의 노래 [성형미인]은 1996년에 최고의 히트를 했던 노래인데,  노래가 말하듯 그당시만 해도 성형 수술은 암암리에 시행되는 비밀스러운 수술이었는데, 수술을 받은 성형미인은 수술사실을 들킬까 두려워 했고, 의심을 받으면 극구 부인했었다. 12년이 지난 지금은 거리낌없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무뎌져 명실공히 미녀들의 필수품이요, 입사필기시험을 능가하는 무기요, 있는자의 특권이요, 남보다 앞선 출세의 히든카드가 되어버렸다. '세상일은 정말 살고 볼 일'이란 말이 틀리지 않다.  

  카메라 한 대 없는 사람이 없고, 수줍음없이 '직찍'을 하고, 얼굴을 보면서 전화를 하는 영상통화세상이 된 지금의 세상이다 보니 남자들도 색조화장을 하고, 대통령도 주름살 제거 수술을 받는 바야흐로 비주얼의 시대가 도래하였다. '보이는 그 자체'만으로 성형의 진위여부를 넘어 성형 수술한 사실을 '남에게 잘 보이고 싶은 노력'으로 보고 그것을 가상히 여기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외모를 중시하는 시대가 되고 보니 '원판불변의 법칙'이란 자연법칙은 '성형 수술'이라는 인간의 의술로 인해 무참히 깨어져 버렸다. 혹자는 '이젠 큰 키 만드는 기술만 남았다(불가능이 없다는 중국은 다리뼈를 자르고 붙여 키를 키우는 수술도 한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세태의 변화로 자연스레 '성형을 권장하는 사회'가 되어버린 지금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대처해야 할 것은 '수술을 원하는 사람들이 '안심하고 수술받을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성형수술에 관련된 뉴스들을 보면 값비싼 수술비와 무면허업자들의 시술행위, 그리고 성형수술에 대한 정보부족으로 인한 문제들이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이 변화만을 추종해 '수술결과에만 관심을 두는 모순된 사회의 시선' 때문은 아닐까 싶다.
 
  허영만 선생님의 이 책을 보면 '성형수술을 한다고 해서 관상이 바뀌진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지금처럼 서양사람들처럼 코를 높이 세우는 것은 사진에는 어울리고 보기에는 좋을 지 모르지만, 관상학적으로는 가장높은 산이 더욱 높은 격이 되어 복이 박해지고, 외로워 진다는 것이다(성형외과 선생들도 읽어 봐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사람의 생김이라는 것이 어느 하나 가지고 관상이 좋거나 나쁘다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한다. 역사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래된 '인상보는 법'이 지금껏 전해지게 된 것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인간의 마음을 읽기 위함'이라며, 마음이 안이라면 얼굴을 바깥이라 그래서 그것으로 우선 사람을 엿보려 하는 것이라 말한다. 그렇다면 '마음이 흉포한데 상이 좋으니 좋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반대로 마음이 너그러운데 상이 나쁘니 나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결국 시간을 두고 살펴야 할 인간의 마음을 모두 알 수 있을 때까지 참고 두고 볼 수 없는 인간의 조급함이 '인상보는 법'을 만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보면 제 아무리 화장을 하고, 수술을 해서 인상을 좋게 한다고 해도 결국 드러나는 '마음'에 의해 제 '꼴값'이 드러나는 것은 아닐까?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만화를 읽는 것'이라고 어떤 독서가가 말한 적이 있다. 빈 손이면 허전하다고 느껴질 만큼 한 권의 종이묶음이 제 손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라면 만화를 읽는다고 누가 뭐라할텐가? 더구나 양질의 콘텐츠가 영화 드라마 만화등 다양한 매체를 빌어 재창조되는 '원소스 멀티유즈의 시대'인 만큼 그 시작이 만화라면 나같은 만화광에게는 더욱 반가운 일이다. 허영만 선생님의 최근 활약이 반가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제 막 1편을 끝냈다. 그래서 아직은 모르겠다. 얼마나 많이 남았는지 모르지만 그 끝을 함께 하면 '꼴값'하는 늠이 될 수 있는 건지, 여전히 '꼴값'을 떨어내는 놈으로 남을 건지가 의문이다. 흥미로운 시작, 그 후 이야기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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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의 탄생 - 현대인이 알아야 할 부와 경영의 모든 것
조승연 지음 / 더난출판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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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고의 거부, 워렌 버핏을 능가하는 '르네상스 시대'의 부자이야기!
 
 
우리나라에 처음'부자 신드롬'을 불러 일으킨 책이 있다. 로버트 기요사키의 책,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인데, 시리즈로 출간될 만큼 재테크 분야에서 베스트셀러로 장기집권을 했음은 물론 유교적 청렴주의에 입각해 '부자, 돈벌이'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했던 것을 금기시 해 오던 우리네 정서에 큰 반향을 일으켰었다. 이후 많은 재테크 실용서가 쏟아졌고, '구체적으로 얼마를 가져야 부자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하는 논쟁이 있을 만큼 온국민이 부자되기에 몰입하기 시작했다(2001년만해도 10억을 가지면 부자라고 부를 만하다고 했었는데, 10년도 채 되지 않은 지금 그정도는 어림 반푼어치도 안되는 금액이 되어버렸으니 몇년만에 부동산값이 부자의 값어치를 엄청 올려놓은 셈이다). '이 책으로 부자가 되었다', 혹은 '다단계사업으로 성공했지 부동산으로는 부자된 적이 없다' 또는 '그의 말은 실전으로는 불가능한 허무맹랑한 이야기 투성이다'는 등 로버트 기요사키와 그의 책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놓고 한동안 설전을 벌린 적도 있었는데, 그만큼 우리사회에 끼친 영향을 방증하는 셈일테다.
 
 각설하자. 막 사회에 첫발을 들였던 그때 나 또한 그 책을 통해 '돈, 부자'라는 개념에 새로운 깨달음 내지 각성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최소한 재테크 전문서가 생활에 유용할 수 있음을 알려준 시작이기도 했기에, 개인적으로는 높게 평가하고 싶은 책이다. 특히 나에게 가장 큰 깨달음을 던진 부분은 정작 부자가 아닌 '장사꾼과 사업가의 차이'였는데, 사장이 하루 종일 계산대앞에 앉아서 점포를 지휘해야 한다면 천 평의 점포라 할지라도 주인은 '장사꾼'에 지나지 않고, '운영시스템'을 들여놓아 사장이 점포에 없다 하더라도 원만하게 운영된다면 '달랑 세 평 짜리 분식집'이라 할지라도 그 점포의 주인은 '사업가'라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장사꾼과 사업가의 차이'는 매출액에 상관있는 것이 아니라, 그 차이는 사업가는 직접 영업에 상관하지 않고, 또 다른 사업꺼리나 비전을 만들어낼 시간을 얻어낼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시스템System' 덕분이라는 것이다. '내가 잠을 자고 있는 순간에도 돈이 들어올 수 있는 시스템System 의 구축' 이것이 바로 사업에 성공하는 비결이요, 부자가 되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통해 배운 것이다. 지금 구멍가게 만한 사업을 하게 된 것도, 한 푼의 돈이라도 생기면 그것을 묵히지 않고 '돌고 돌 수 있도록' 노력하게 된 것도 그 덕분이라 하겠다.
 
  그 이후 부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은 많았다. 너무 많아서 그 제목만 써내려 가도 책 한 권은 될 만큼 많다. 하지만 최근에 다른 시점과 시각에서 부자를 바라보고자 한 책을 만났다. 현대가 아닌 먼 옛날 외국의 르네상스 시대에 있었던 '슈퍼 부자', 즉 소위 말하는 '하늘이 내린다는' 갑부甲富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는데, 그들이 얼마나 부자였는지, 그리고 얼마나 체계적으로 부를 형성한 부자였는지 그들이 운영했던 방법들이 21세기인 오늘날까지 전해진다는 것이다. 반갑게도 우리나라의 젊은 작가의 손에서 탄생되었다. 조승연씨의 책, [비즈니스의 탄생]이 그것이다.
 




 


 
 저자의 이력은 이전에 국내에 발간된 [지금 미국에서는 이렇게 말해야 통한다], [공부기술] 등의 책에서 이미 소개가 되었을 만큼 화려하다. 뉴욕대 경영학과인 스턴 비즈니스 스쿨과 줄리어드 음대 이브닝 스쿨을 동시에 졸업했고(언론에 관심이 있다면 들은 바가 있으리라), 그 후 파리로 건너가 '에콜 뒤 루브르'에서 중세미술을 전공했다. 지금은 더치 쉘 사와 필립스 전자 사가 대주주로 있는 영국의 경영 컨설팅 및 리더십 교육회사 UFM에서 최연소 상임이사로 재직중 이란다(언급하기도 숨이 찰 지경이니 대단한 이력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 쓴 책은 수많은 예술가들이 활약을 해 '르네상스 시대'를 열도록 만들었던 슈퍼부자 8명을 찾아, 일개 '장사'에 불과했던 상업을 '비즈니스'로 바꾼 그들의 업적을 살펴보고 그들이 부를 이룬 비법과 지금까지 우리에게 영향을 끼친 비즈니스 기법들을 조명하고자 했다. 경영학과 중세미술의 만남을 경험해 보자.
 
 

 

 

 

 


 
 이 책에 소개되는 슈퍼부자들은 모두 8명. 대략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르네 상스 최강의 금융권력자 메디치 가문, 정치권력을 이용한 자크 쾨르, 정보의 바다를 지배한 해상왕국 베네치아, 대항해 시대를 연 해상완 엔히크, 최초의 미디어 재벌 마르칸토니오 라이몬디, 채권방식을 고안한 현대 금융업의 아버지 야콥 푸거, 세상에서 가장 큰땅을 소유했던 에르난 코르테스, 세계 최초의 대기업 네델란드 동인회사인데 비슷한 시기의 다른 나라 사람들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부자가 되는 모습들이 펼쳐진다. 책의 내용은 슈퍼부자들을 소개하고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부자가 되었는지, 그리고 그들이 우리에게 남긴 비즈니스 기술은 무엇이 있는지를 살폈다. 그리고 그들의 방식을 적용하고 있는 세계의 대기업들과 그들이 남긴 문화 이야기를 찾아 설명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르네상스 최강의 금융권력자 메디치 가문'과 최초의 미디어 재벌 마르칸토니오 라이몬디,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큰 땅을 소유했던 에르난 코르테스 편이 가장 흥미로웠다. 슈퍼부자들의 부자이야기를 듣는가 하면 르네상스의 역사와 중세 미술을 보는 듯 역사와 미술을 감상하는 듯 해 배움과 재미가 두 배가 된다. 저자의 풍부한 지식과 기획력이 돋보였다.
 








































  저자는 비즈니스를 탄생시킨 르네상스 유럽의 슈퍼부자들은 부를 이루는 것 못지않게 분배에도 많은 공을 들였고, 공헌도에 따라 이윤을 나누는 수학적 계산 방법을 찾아내 분배의 공정성을 유지하고자 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 지금 우리가 쓰는 투자지분, 증권 발행과 시장 형성, 채권, 회계 방식등이 모두 그들의 발명품임을 이야기하면서 가난한 대륙 유럽을 최고의 부자대륙으로 탈바꿈 시킨 그들은 재산 뿐 아니라 농사법과 항해술, 문화와 예술을 발전시켜 당시의 르네상스 시대를 여는 초석이 되었음을 강조했다. 특히 오늘날 부자나 기업가들이 자신만의 이익을 생각하고 경제와 사회를 별개로 생각하는 면이 없잖은데, '경제란 어떻게 부를창조하고 분대하는 것인가에 대한 학문'이라는 점에서는 르네상스 시대의 슈퍼리치를 닮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림이 있는 경제이야기'특히 '부자이야기'라는 점에서는 높이 평가하고 싶다. 우리나라의 인물들이 아닌 중세 르네상스의 그들을 살폈다는 점 또한 기발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역사를 소재로 하는 책은 지식의 전달도 중요하지만, '입심'도 한 몫을 해야 하는 법. 마치 이야기하듯 '이야기꾼'다운 입담으로 책이 진행되었더라면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읽혔지 않을까 싶었다. 그 차이는 국사책을 독학으로 하는 것과 선생님의 수업이 곁들여진 역사이야기의 차이가 아닐까? 지난 초여름에 읽은 파워 블로거 김홍기씨의 [샤넬, 미술관에 가다]처럼 재담꾼다운 서술이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렇지만, 역사를 넘나들며 부자와 기업관에 대한 통찰력을 제시한 이 책이 우리나라 저자의 손에 쓰여졌다는 것은 놀랄만한 일이다.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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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계다 - 글로벌 커뮤니케이터 박현정이 말하는 세계인으로 일하는 법
박현정 지음 / 리더스북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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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이후의 미래를 준비하는 청년비즈니스맨들이 꼭 읽어야 할 책!


  8-9년 전, IMF 외환위기의 여파로 막 대학을 나온 동기들 모두 너나 할 것없이 직장이 없어, 아니면 인력이 모자른 직장에서 힘들어 하던 때에 유일하게 말 그대로 '잘 나가던 친구'가 있었다. 졸업 후 취업을 못해 한 학기를 도서관에 출근도장을 찍던 동기 녀석이 우연히 신문을 보고 지원한 미국계 컨설팅회사에 당당히 입사한 것이다. 학과공부에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해 1년 간 어학연수를 다녀왔는데, 그것이 경력사항이 되어 평균에도 못미치는 학점을 가지고도 들어간 것이어서 녀석의 취직은 있을 수 없는 '소 뒷발로 쥐잡은 격'이라며 한동안 화제꺼리였다. 그때만 하더라도 외국으로 어학연수를 가는 대학생은 지금만큼 그리 많지 않은 덕을 본 것이리라. 취업 후 몇 달만에 중고이지만 외제차(회사를 고려해서인지 포드)를 뽑고, 1분기마다 우리의 연봉에 버금가는 인센티브를 받아 수입면에서 같은 해 졸업한 동기들보다 비교가 되지 않는 단연 톱을 달렸다. 가끔 동기들을 불러 술을 사기도 했는데, 부러워하는 동기들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너희들이 몰라서 그래. 돈을 많이 받는 이유는 그만큼 더 벌어주기 때문이야. 내가 얼마나 견디기 힘든지...그 이상은 말 못한다."
 
 매년 성과를 놓고 1년의 계약갱신을 하는 방법으로 총 3 년을 일한 그 친구에게 남은 것은 7-8천 만원하는 외제차와 절반가량 대출을 받아 30평 대의 아파트(당시는 외환위기의 마지막이라 가격이 무척 쌌다). 그리고 15 킬러그램 늘어난 몸무게와 인공모발을 고려해야 할 만큼 심한 탈모증이었다. 업무량도 많았지만, 외국인들과 함께 근무하기가 꽤 힘들었던 것 같았다. 지금은 작은 무역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지금도 그는 '외국계 회사'를 다닐 정도면 뭘 해도 먹고 산다고 토로하곤 한다. 난 그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좀 알 것도 같다. 한 권의 책 덕택이다.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오길비PR, 딜로이트 컨설팅코리아를 거쳐 글로벌 PR회사인 호프만 에이전시의 한국 지사장을 지냈고, 현재 글로벌 투자은행인 크리디트 스위스Credit Suisse 의 기업커뮤니케이션 이사로 지내고 있는 박현정씨가 '글로벌 비즈니스맨'으로 일하는 법에 대해 쓴 책, [나는 세계다]이다. 저자는 지금도 한경비즈니스에서 '박현정의 The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컬럼을 쓰고 있는 명컬럼니스트이기도 하다.
 
 



 
  이 책의 키워드이자 화두는 '글로벌Global' 이다. 토머스 프드먼의 책제목처럼 '평평해지고 있는 세계'에서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일상을 영위하는 직장인의 관점에서 '글로벌'이 의미하는 바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것인지 고민하고자 저자는 이 책을 쓰게 되었다. 15년간 글로벌 커뮤니케이터로 왕성하게 할동하고 있는 그녀는 '순수국내파', 다시 말해 외국에서 공부한 적이 없다. 저자는 유학파인가 국내파인가가 한 사람의 직업적 역량을 가늠하는 절대 기준이 될 수 없다며 조기유학이나 해외유학을 해야만 글로벌 경쟁력을가질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글로벌화라는 시대적 특수성과 인터넷을 비롯한 현대문명의 기술 덕분에 예전보다 훨씬더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환경의 수혜를 받고 있는 지금,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이나 경험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소화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때문에 '글로벌 자질'이라 함은 '지리적 반경'이 아니라 '심리적 반경의 경험치'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일식 요리사가 되는 것이 꿈인 어린 막내동생이 국내에서 요리학원을 다니며 아침에는 어학원을, 저녁에는 '스카이프Skype'를 통해 일본인 친구들을 사귀며 어학실력을 키우고 있는데 저자가 말하는 '심리적 반경의 경험치'를 늘리고 있는 것이구나 싶었다.
 
 저자는 조기유학이나 어학연수를 떠나 보내는 아이들의 부모들에게 '영어'는 글로벌 인재가 되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라, 가장 기초적인 수단(그렇기 때문에 필히 배워야 하겠지만)이라면서 영화나 미드 속에서의 '원어민'처럼 유창하게 해야 한다는 강박을 떠나 '우선 우리나라 역사, 문학, 문화에 대한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해서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단단히 키우는 것'이 글로벌 시장에서 내가 내밀 수 있는 가장 든든한 밑천이 되고, 그렇게 해서 한국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야 균형감이 있어야만 비로소 세계를 조망하는 진정한 글로벌 시각이 생긴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나뉜다. 제 1장 평평해진 세계, 국경없는 일터에서는 '글로벌'이라는 이 시대의 화두가 직업세계로의 진출을 준비하거나 현재 일터에 있는 이들에게 어떤 변화를 의미하고 요구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제 2장 글로벌 기업에서 일한다는 것에서는 외국기업에 대해 우리가 흔히 오해하는 부분, 외국인과 일할 때 일하는 방식과 사고방식의 차이 그리고 글로벌 기업의 속성과 성공법칙 등을 정리 하였다. 제 3장 한국을 넘어서 세계와 소통하라 와 제 4장 글로벌 비즈니스 경쟁력, 소통의 기술 에서는 글로벌 시대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특히 동양과 서양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의 차이, 한국인들이 취약한 부분, 특히 영어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중요한 점 등을 소개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설득적인 커뮤니케이터가 되기 우해 필요한 기술과 이메일 작성요령에서 외국 기업의 구직인터뷰까지 기업체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에 대한 생생한 실전 노하우도 들어있다. 제 5장 문화적 유연성으로 세계를 설득하라 편에서는 '글로벌 비즈니스맨'으로서 '글로벌 마인드'를 가진 한국인으로써 영어를 구사하는 것에 대해 다루고 있다.
 
  영어를 잘하는 것과 글로벌 시각은 다르다, 한국형 인재의 우수성 뒤집어 보기, 아파트 프리미엄만큼 비싼 영어 프리미엄, 가만있으면 중간도 못간다, 동서양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의 차이, 비즈니스 현장에서 한국인이 자주 저지르는 실수, 성공하는 영어 프리젠테이션, 글로벌 일터에서 필요한 미팅의 기술 등 제목만으로도 귀가 솔깃한 생생한 이야기들이 저자의 체험과 함께 이 책에 녹아 들어있다. 특히 21세기의 인터넷 시대에 들어 가장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되고 있는 이메일에 대해 '이메일의 정치학, 나를 대변하는 이메일 작성법'등을 유독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데, 때론 거시적으로 글로벌 인재를 논하고, 한편으로는 미시적으로 외국계 기업에서 '한국인'이 놓칠 수 있는 작은 문화차이에 대해서도 언급하는 세심함을 보여줬다.
 
  독자들이 '외국기업 종사자'들에게 가장 관심있고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 즉 '과연 영어를 얼마나 잘해야 하는가?' 하는 것에 대해 저자는 직무의 성격상 다소 차이는 있지만, 제2 외국어인 이상 우리가 원어민만큼 영어를 잘하기는 불가능하므로 어려운 단어, 관용어, 신조어, 원어민만이 뉘앙스를 이해할 수 있는 속어까지 따라잡기란 웬만한 노력으로는 도달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저자는 '유창함이란 상대편이 말하느 뉘앙스를 재대로 이해하고, 쉽고 명료하게 그리고 설득적으로 자신의 의도와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이 비언어민으로서 구사할 수 있는 이상적인 유창함의 수준'이라고 말한다. 특히 저자는 FTA 시대의 도래가 기정사실화된 지금, 앞으로 인력시장에서 재미교포나 외국인들과 대등한 경쟁을 해야 하는 세상이 온다는 것을 감안할 때 앞으로 영어로 인한 기회 또는 불이익은 더욱 커질 것은 자명하다고 말하면서 'FTA 이후의 영어는 경쟁력이 아니라 기본요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저자는 '글로벌 시각이란 우리의 관심과 열린 태도에서 시작된다'고도 말한다. 즉, 우리말 능력과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야말로 영어능력보다 더 중요한 세계인이 되기 위한 자산이고, 이 땅에서 주어진 일상에서 충실하는 것이 글로벌 인재가 되고 글로벌 시각을 갖추는데 가장 이상적인 발판이라고도 충고한다.
 
  외국계기업 현장 15년의 생생한 실무경험과 후배에 대한 아낌없는 충고, 그리고 격려가 뭍어나는 책이었다. '무한경쟁시대'운운하며 너나 할 것 없이 외국으로 책가방을 들고 빠져나가는 이들에게, FTA 이후 세계의 젊은이들과 입사경쟁을 치룰 우리젊은이들에게, 무엇보다 지금도 외국계 기업에 들어가 그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경쟁을 하려는 취업준비생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그리고 오늘날과 같은 불황 때 취업의 기쁨에 안도해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을 하지 않는 직장인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지금 이시간에도 이 나라 안에 있는 기업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세계를 상대로 싸우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다. 현장에서 뛰고 있는 실무자들의 책을 읽으면 그들이 움직이는 만큼 숨이 가파진다. 그들이 흘리는 땀과 노력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책이 그랬다. 내일을 준비하는 비즈니스맨들에게 꼭 필요한 멋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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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단 한번의 약속 - 김수연 산문집
김수연 지음 / 문이당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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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책을 전하는 '365일 산타클로스 할아버지' 이야기!
 
 
  지난 봄 존 우드의 책 희말라야 도서관을 읽고 많은 감동을 받은 기억이 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아태지사장으로 있으면서 고액연봉이 보장된 직업을 버리고 그는 네팔, 인도, 베트남 등의 오지에 현재까지 200개 이상의 학교를 세웠다. 3,000권의 도서관을 지었고 150만 권 이상의 도서를 기증했다. 이 모든 것이 일을 시작한 지 10년도 되지 않아 이뤄낸 일이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자선사업의 성공담을 과시하기 위한 책은 아니다. 인생의 의미를 다시 발견하고 열정을 바친 한 남자의 고백록이기도 한 이 책을 읽고, 성공한 사람이 노년에 '자선사업'을 하며 여생을 보내는 것도 멋진 일이지만, 젊은 나이에 가장 멋진 사업을 하는  "사회기업가"(Social Enterpreneur)"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리고 마냥 부러워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우리나라엔 이렇게 훌륭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생각했었다.
 
  오늘 그에 버금가는 훌륭한 '사회기업가'를 또 만났다.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목회일을 하면서 전국 방방곡곡을 '책 버스'를 타고 돌며 '도서관'이 없는 시골마을을 찾아내 그곳 사람들, 특히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는 분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김수연목사님의 책, [내 생애 단 한번의 약속]이다. 이 책은 '작은 도서관 만드는 사람들'의 대표로 있으면서 2008년 7월 현재 지금까지 245 곳의 작은 도서관을 개설한 김수연 목사님이 자신의 일에 대해, 그리고 책사랑에 대해 쓴 산문집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일생을 둘러보고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이야기한다. 어린 둘째아들을 사고로 잃은 후 아내와 헤어지고 방황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후배의 교회를 찾고는 그곳에서 안정을 찾게 된다. 목회 일을 하며 '둘째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시작한 책 나눠주기 사업이 작은 도서관 만들기로 까지 커지게 된다. 혼자 힘으로 수고로운 그 많은 일을 해내면서 많은 사람들의 질타와 비웃음, 의심도 사지만 오랫동안 꾸준히 이어온 그의 진정성에 감동해 많은 사람들이 그를 돕게 된다. 그의 무한한 책사랑과 또 다른 '일용할 양식'으로써의 책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시골의 아이들의 손에 전해지는 순간을 위해 노력하는 그의 모습을 통해 나누면서 느끼게 되는 진정한 행복을 알게 되었다. 20여 년간 기자생활을 했던 저자인 만큼 놀라운 문장력이 책 속에 흠뻑 빠지게 만든다.
 
  그는 가난한 사람을 도울 때 많은 사람들은 우선 의식주에 모든 초점을 두는데 이는 당장 굶어 죽는 사람에게 책은 사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그것은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한 인간을 도태시키고 마는 것이라고 말한다. 책을 주면 스스로 구하여 먹을 방법을 찾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우리나라 성인들의 한해 평균 독서량이 0.7권으로 21권인 일본에 비해 무려 30배가 차이가 난다며 이러한 차이가 바로 국가 발전의 차이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또한 '인생은 완성이 없는 큰길의 일부다.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게 인생이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죽는 날가지 해야 하는 게 공부다. 배움은 무엇을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배운다는 것,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다'라도 말하며 책읽기를 권한다.
 
  '베풂의 기쁨'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하더니, 그말의 뜻을 김수연 목사에게서 찾는다. 슬픔과 분노를 사랑과 베풂으로 승화시켜 그 행복을 위해 오늘도 묵묵히 일하실 저자를 보면서 '인생의 참맛'이 무엇인가를 느끼게 한다. 게다가 '마음의 양식'인 책을 나누는 일을 하니 그에게는 '365일 산타클로스'가 어울리는 것 같다. 잔잔한 감동과 배움을 주는 아름다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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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계급사회 우리시대의 논리 11
손낙구 지음 / 후마니타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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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부동산문제의 전부를 '처음'으로 제대로 파헤친 책! 
  

  '부동산에 관한 책이 도대체 몇 권이 될까?' 책을 모두 읽은 후, 갑자기 의문이 생겨 온라인서점을 통해 검색해 보았다. 모두 1,681권의 책이 출간되어 있었다. 전체적으로 대략 훑어보니 공인중개사 또는 부동산 감정평가사를 위한 수험서와 부동산 경매등을 위한 투자서, 그리고 나머지는 부동산투자를 위한 지침서들이 마련되어 있었다. 사회과학 부분의 55권의 대부분 또한 분류만 잘못되어 있을 뿐, 부동산 투자를 위한 도서들이다. '설마... 시간을 들여 눈을 씻고 찾아본다면 분류가 잘못된 '대한민국 부동산의 문제점'에 관한 책이 몇 권을 있겠지' 살펴보지 않고 미리 위안을 삼기로 했다. 그렇지만 입맛은 여전히 씁쓸하기만 하다.
 
  바로 이 점이 '대한민국의 부동산 문제'가 국가와 국민경제의 가장 '골치꺼리'로 남아 있는 이유다. 수많은 경제학자와 부동산 전문가 심지어 수많은 부동산학과가 존재하면서도 투자가를 위한 '부동산투자'에 대한 관심을 둘 뿐, 악순환으로 거듭되고 있는 '부동산문제'에 대해 심도있게 '고민한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부동산 문제에 대한 대학원 논문은 매년 수백, 수천 권이 쏟아지고 있다'고 혹자들은 반론을 제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독자들도 익히 알지 않는가? 온 국민앞에 '단행본'으로 출간될 만한 가치를 지닌 '대학원 논문'이 과연 몇 권이 될 것인가?   
 
여기 글을 아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지고 있고(공원에서 놀던 꼬마아이도 관심을 둔다. "너 어디살아?" CF에도 나온 말이다. CF는 현실을 대변하는 거울이다), 스포츠신문까지도 매일 거론되고 있는 단어, 관심도를 따진 검색어로 따진다면 단연 1위가 되고도 남음직한 '대한민국 부동산문제'에 과감하게 메스를 댄 책이 있다. 손낙구씨가 쓴 책, [부동산 계급사회]가 그것이다. 
    
  
 저자 손낙구씨는 이미 온라인 미디어 [레디앙]에 '전국 부동산지도' 를 연재한 바 있고, 한국의 부동산 문제에 대해 계속해서 통계를 만들고 분석글을 발표해 온 이른바 진보파의 부동산전문가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의 보좌관으로도 재직한 바 있는 그가 공직에 있으면서 검토한 수많은 통계자료를 토대로 부동산을 둘러싼 신화와 이데올로기는 무엇이며, 왜 문제인가? 부동산 투기의 먹이사슬을 이루는 자는 누구인가? 이 먹이사슬에서 혜택받은 자는 누구이며 피해자는 누구인가? 무엇이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는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은 있는가, 없는가 등 우리나라 부동산문제를 심도있게 고민한 책이다.
 
  이 책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통계'. 저자는 통계라는 키워드로 이 책을 만든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통계는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독이 될 수도 있고, 약이 될 수도 있다. 사실 부동산 신화가 힘을 발휘하는 이유는 정부와 기업이 생산하는 수많은 통계의 왜곡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통계를 통해 통계의 신화를 따져 묻는 방법이야말로, 부동산과 관련된 기존의 논의 속에서 진실을 가려내고 잘못된 허상을 벗겨 내는 가장 효과적인 접근이라 할 수 있다." (P 12) 그래서 저자는 지금껏 정부정책에 이용된 수많은 부동산 관련 통계들을 취합해 '그들만의 리그'의 이야기를 위해 만든 통계들을 가지고 '국민의 고미'을 이야기하는 방법을 만들게 되었다.
 
 이 책은 크게 여섯 부분으로 나뉘었다. 우선 1장에서는 부동산이 왜 문제이고 무엇이 문제인지를 따졌고, 2장에서는 부동산 투기가 한국 경제를 어떻게 위기를 빠뜨리고 있는 지를 분석했다. 3장에서는 부동산 투기가 어떻게 사람의 인생을 갈라놓고 있는지를 살폈고, 4장에서는 부동산 격차와 부동산 빈곤층의 실상을 고발하고, 5장에서는 대한민국 부동산 100대 부자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끝으로 6장에서는 저자가 생각하는 현재의 부동산문제에 대안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각 장의 첫 페이지에는 그 핵심적인 사항들을 ' 입이 다물어지지 않아 웃지도 못하는 우리나라 부동산의 실태를 스퀴즈 퀴즈 형식'으로 꾸몄는데, 기함을 할 정도였다. 그 중 몇을 들어본다.
 
- 대한민국 땅을 팔면 캐나다 몇 번을 살 수 있나? 여섯 번.
-  강남에 아파트를 한 채 사려면 은평구의 같은 평수 아파트 몇 채가 필요할까? 네 채.
-  우리나라 최고 집 부자는 과연 몇 채나 갖고 있을까? 1,083 채.
-  한국 땅값은 중국의 몇 배 일까? 40배
-  서울대 합격은 아파트 가격과 상관 있을까? 아파트 값 3억 동네 = 8명, 8억 동네 = 28명.
- 전 국민이 가구당 한 채씩 집을 갖는다면 집은 모자랄까, 남을까? 100만 채나 남는다.
- 우리나라에서 열 살도 안된 어린아이가 소유주인 땅을 합하면? 여의도 크기 다섯 배.
- 집 100채 가진 사람은 집 부자 30위 안에 들까? 못든다(107채 가진 사람이 37위)
- 10대 재벌 중 땅 재산이 가장 많은 재벌은? 1등은 롯데, 2등은 삼성.
- 집을 두 채 이상 가진 가구 수는? 105만 가구가 평균 다섯채씩 총 477만 채 소유.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은 정부로 나온 통계를 토대로 한 것이다. 진보야당의 대변인으로 있었던 만큼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대한민국 부동산 정책에 대해 실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정권의 바뀔 때마다, 경제적 혼란이 제기될 때마다 부동산 억제 정책을 완화하거나, 채 다듬어지지 않은 부동산 개발안을 발표해 투기세력들에게 꾸준히 불로소득을 제공해 왔던 우리나라의 부끄러운 부동산 역사를 되짚어보기도 한다. 어처구니 없는 현실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한 저자의 생각들은 100년를 두고 수정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그만큼 우리의 '부동산문제'가 곪아서 고착상태에 있음을 이야기하는 듯 했다. 정부의 통계 뿐 아니라 고금을 망라한 전문가들의 저서와 의견을 빌어 부동산의 어원이기도 한 real - estate 가 '왕王 의 소유', 즉 Royal property 임을 밝히고, 근본적인 국유화에서 재생산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고민이 필요하겠지만, 저자가 작금의 부동산문제를 한 권의 책으로 내면서 그 대안을 모색했다는 데에는 큰 의미가 있다 하겠다. 이부분을 대하면서 일본의 어느 기업가가 생각났다. 고도성장기인 70년대 초에 일본의 기업가 '마츠시타 그룹'의 회장 마츠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가 '신국토창성론'을 내놓았는데, 국민 모두의 번영을 위해서는 모든 국민이 토지를 사랑하고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며 내 땅은 내가 지키겠다는 투철한 정신이 필요하여 부동산학도로써 만들게 되었다는 이 이론은 200년이 넘게 걸리는 장기적이고 방대한 사업이었다.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그 이후 일본열도에 간척사업의 붐을 일으키는데 방아쇠역할을 했었다. 저자의 대안 역시 수많은 정책 수립자와 부동산 전문가들에게 읽혀 많은 생각과 그보다 더 발전된 대안을 내놓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야당 국회의원의 보좌관으로 있었던 그가 이 책을 냈다는 데 또한 큰 의미가 있다. 당리당략을 기반으로 한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충분한 시간과 노력이 더해져 현실에 대해 명확하게 꼬집을 수 있는 밝은 눈으로 '정부정책'을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정부가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될 만큼'의 현실성있고, 지혜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겠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정책입안자들에게는 국내 현안에 대한 관심을 어떻게 두어야 하고, 그에 대한 방법은 어떻게 모색해야 하는 가에 대한 모범적인 답안을 제시해주고 있다. 나아가 '국내 문제'에 대해 비판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이들 역시 현실과 현황파악에 대해 얼마나 심도있게 들여다 보아야 하는 가에 대해서도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 특히 이 책은 부동산에 관련된 업종에 종사하는 이들에게는 '~카더라'하는 유언비어가 아닌 정부도 내놓을 수 없었던 가장 생생하고, 현실적인 부동산 현황을 보여주는 '2008년 부동산 통계 지도'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의 사회과학분야에서 이토록 날카로운 시선을 던져준 책은 올해 초에 나온 같은 출판사의 책, [김앤장]이후 처음인 것 같다. 읽으며 현실에 눈뜰수록, 불투명한 미래를 걱정하게 했던 책. 하지만 이런 책이 있어 앞으로의 미래가 밝아질 것 같아 반가웠던 책이다. 올해 사회과학 부분에서는 최고라고 말하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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