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화 전쟁 - 세계 빅3 스포츠 기업의 불꽃 튀는 기업 전쟁
바바라 스미트 지음, 김하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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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스포츠 기업 두 곳의 '스포츠마케팅 비리'를 파헤친 멋진 책! 

  늦은 밤, 혹은 이른 아침 가장 편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파워워킹'을 나설 때면 하게 되는 고민 하나는 운동화는 무엇을 신을 것인가?이다. 그렇다고 필리핀의 전대통령 부인 이멜다 여사의 구두만큼 운동화가 많아서는 아니다. 그저 걷기만 하는 운동을 택한 탓에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 이 스포츠는 매번 반복되는 단순한 운동인 터라 자칫 지겨워 운동을 포기할 수 있기에 계절이 바뀌는 석달에 한 번 씩, 지금껏 열심히 운동한 자신에게 선물로 새 런닝화와 운동복을 구입하는 것이다. 워킹을 질리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는 요령이라며 권한 후배의 조언이기도 한데, 그래봐야 구입비가 전에 다녔던 헬스클럽에 들인 비용보다 적게 들기도 하고, 또 실제로 운동이 지겨워질 때 쯤이면 이번에는 무슨 신발과 운동복을 살까 하는 은근한 기대감에 한 번씩 고비를 넘길 수 있어 유용했는데, 그 덕에 석달에 운동화가 늘어나게 된 것이다. 그제는 '불가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Impossible is Nothing' 을 신을까 고민했지만, 입고 있는 운동복에 걸린 몇 개의 갈고리 때문에 갈고리 하나를 더 추가하기로 정했다. 메이커는 '그냥 한 번 해봐! Just Do It!'. 우습다, 오밤중에 네깟놈 운동화를 누가 볼까보냐 싶지만, 그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신발장 앞에서 1분여 고민하며 치루는 유치하고 어리숙한 나만의 작은 고민이다.
 
  0.001초라도 좀 더 빠른 기록을 위해 0.1 그램이라도 더 가볍고 편안한 운동화가 필요한 육상선수나 운동선수가 아니고서야 뭘 신어도 상관없고, 그 차이를 알까 싶지만 일반인들의 운동화선택은 선수들의 그것 못지 않다. 세상에는 세계적인 브랜드의 로고가 박힌 멋지고 예쁜 운동화들이 평생을 매일같이 바꿔 신어도 될 만큼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최고의 운동선수들이 이미 신고 뛰었기에 운동효과는 극대화 될 것 같아서 마이클 조던처럼 덩크슛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데이비드 베컴처럼 화려한 프리킥으로 골을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닌 걸 잘 알지만, 정말 그럴 것만 같다. 도대체 이 멋진 것들은 누가 처음 만들었을까? 그것들의 시작도 이렇게 화려했을까? 도대체 이 운동화 한켤레로 얼마를 벌어들일까? 유독 신발에 관심이 많은(물어보면 남들은 나보다 더하지만) 이처럼 평소에 갖는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려 집어든 책이 있다. 바바라 스미스의 책, [운동화 전쟁]이다. 원제목은Drei Streifen gegen Puma 이고, 미국판은 Sneaker Wars: The Enemy Brothers Who Founded Adidas and Puma and the Family Feud That Forever Changed the Business of Sport 이다.
 
 


 
  운동화 전쟁Sneaker Wars, 제목부터 흥미로운 이 책은 페이지를 넘기기에 앞서 저자를 먼저 살펴야 한다. 이 책의 저자 바바라 스미트Barbera Smit 는 영국과 프랑스의 여러 매체의 날카로운 비즈니스 칼럼을 기고하고 있는 칼럼니스트로, 하이네켄맥주 회사를 경제사적으로 스캔들을 다룬 책, [브라우어라이 하이네켄:Heineken: Een leven in de brouwerij] 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이 책 [운동화 전쟁]을 쓰기 위해 무려 5년에 걸쳐 광범위한 조사와 자료수집, 그리고 아디다스, 푸마, 나이키와 관련된 사람들이라면 가족 구성원들은 물론 수많은 동업자, 간부들과 독점적인 인터뷰 또는 전화인터뷰를 바탕으로 저술한 책이다. 저자의 소개에서 느꼈을테지만 이 책은 세계적인 스포츠 슈즈 회사들을 홍보하기 위한 책이 절대 아니다. 그들의 시작에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발전과정을 살피고,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창업자 가족들의 과거사와 기업들간의 피튀기는 암투를 그린 일종의 고발성 르뽀다. 이 책에 소개되고 있는 기업, 즉 아디다스, 푸마, 나이키 모두 현재 왕성하게 영업을 하고 있고, 거의 독점적인 위치에 있는 덕에 저마다 최고의 매출액을 달성하고 있는 세계적인 스포츠 기업들의 숨기고 싶은 이야기이기 때문에에 이 책은 존재하는 자체만으로도 큰 가치가 있는 자료라고 할 수 있겠다.
 
 

 
 
  첫 장을 넘기면서부터 전에는 몰랐던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그것은 이 책의 첫번째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루돌프 다슬러Rudolf Dassler 와 아돌프 다슬러Adolf Dassler 형제는 세계적인 스포츠메이커인 푸마Puma 와 아디다스Adidas 의 창업주라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신발제조 기술이 뛰어난 아돌프와 경영수완이 좋은 형 루돌프가 처음에는 함께 운동화 회사를 함께 운영하다가 사업적 이견대립과 가족간의 갈등으로 죽을 때까지 화해하지 못하는 '철천지원수'로 갈라선다는 것이다. 국내의 회사인 ‘형제 주류(酒類) 회사’인 국순당(대표이사 배중호)과 배상면주가(대표이사 배영호)를 운영하며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주류 CEO형제이야기와는 격이 달랐다.
 
   아돌프 다슬러의 운동화 회사, 아디다스가 독일에서 인정받고, 세계에서도 주문이 쇄도하게 된 역사적인 사건은 '베른의 기적'으로 알려진 1954년 스위스 월드컵 결승전이었다. 아침에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던 하늘이 경기가 시작할 때 즈음 빗방울이 떨어지게 되자, 아디(Adi-Adolf의 약자) 다슬러는 비올 때를 대비해 만든 비장의 새 축구화를 꺼냈다. 이 축구화는 잔디 사정에 따라 스카이크 길이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게 만들어진 것이다. 경기 초반 전반 8분 만에 헝가리는 독일을  2:0으로 리드하지만, 계속되는 비에 헝가리 정부가 제공해준 축구화를 신은 선수들은 미끄러지기를 반복한다. 독일은 종료 5분을 남기고 란의 그림같은 슛이 성공하면서 3:2 역전승을 거두며 '마자르인 마술사' 헝가리를 누르고 승리를 거둔다. 헬무트 란의 결승골로 결정된 이 승리로 수백만의 독일 사람들에게는 나치 지배가 끝난 후 굴욕감, 비애, 빈곤으로 얼룩졌던 암울한 시가가 끝나는 것을 상징했다. 그들의 의미있는 승리 뒤에 아디 다슬러는 숨은 주역이 된다.
 
 

 
 
  그 후 아디다스의 축구화는 승승장구를 하며 세계에 이름을 알리게 되고, 루돌프 다슬러의 푸마는 늘 동생의 이름에 가려 이인자로 전락하고 만다. 그들의 명성은 경영권을 물려받은 아들들에서도 마찬가지가 되는데, 오히려 그 격차는 아들 호르스트 다슬러가 물려받으면서부터 그 격차는 더 커진다. 활발하고 배짱이 좋은 호르스트는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 실력과 기술자인 아버지가 갖지 못한 경영적 수완까지 물려 받아 아디다스를 세계 최고의 운동화 회사로 만든다. 그는 아버지가 성공을 일으킨 '베른의 기적' 사건에서 다른 쪽으로 성공의 열쇠를 찾게 되고, 그 역시 호주 멜버른 올림픽에서 모든 선수들에게 무상으로 운동화를 주는 것으로 다른 운동화들을 따돌리고 최고의 자리에 오른다. 올림픽에서 운동화를 팔아 돈을 번 것이 아니라 선수들이 금메달을 딴 순간 자신의 운동화를 신도록 하는 최고의 광고, 즉 '스타마케팅'의 시작을 만든 것이다.
 
  이 때부터 기업간에 불붙은 스타마케팅은 하나의 역사를 이룬다. 스포츠광이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스타플레이어들은 조금 더 많은 돈과 장비제공에 서슴없이 브랜드를 갈아치우는 모습을 보이게 되고, 그 때마다 놀라운 성장을 이루는 기업의 매출을 살펴보면서 돈이 돈을 버는 '땅짚고 헤엄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거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자신들이 후원했던 인물을 FIFA 회장으로 만들고, IOC 위원들로 내세워 명실공히 돈으로 뒤범벅이 된 '스포츠 마케팅 비즈니스'도 함께 구경하게 된다. 도청과 회유가 난무하고, 상속다툼과 지분분할로 형재애는 온데 간데 없어지고, 가정이 파탄되는 회장들도 만나게 된다. 주먹구구식으로 방만한 경영, 게다가 서로 물고 뜯는 아귀다툼으로 전락한 형제 기업들 틈에서 미국에서 키워진 필 나이트의 '나이키'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영화로 만들어도 좋을 만큼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가득하다.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는 경영속담을 재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가 아닌, 소비자로서 은근히 부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들의 잔치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막강한 브랜드 네임의 힘을 입고, 스타플레이어의 명성을 등에 업으면 팔리는 것은 당연하다는 공식이 이 책에서 성립되고 있었다. 소비자가 어떤 제품의 어떤 면에 열광했는지가 아니라 어느 팀의 누구에게 돈을 줘서 신게 했는지가 그들에게는 관건이었다. 소비자들은 그저 돈을 들고 제품이 나타나기를 바라고 있는 맹신도적 추종세력Wannabe에 불과했다. '그들이 신었던 것이니까, 나도 그것을 신는다면 그와 같은 기록과 성적을 거둘 것'이라는 망상과 허망한 동일시를 당연한 듯 생각하고, 이를 이용해 음성적으로 온갖 뇌물과 회유를 일삼았던 스포츠기업의 행태를 보면서 허탈함마저 들었다. "그들을 추종해 찾아 입으면 입을수록 허망해지고 불행했다."고 고백하며 No-Brand를 실천하며 [나는 왜 루이비통을 불태웠는가?]을 쓴 바 있는 닐 부어맨의 심정을 알 것만 같았다. 비단 스포츠브랜드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생산품목 하나를 놓고 서로 경쟁하는 국내외 모든 기업이 음으로 양으로 서로 각축을 벌이며 지금도 싸우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형제들이 싸우는 동안 나이키가 세계를 주름잡은 것처럼 레인콤과 거원을 비롯한 업체들이 서로보다 약간 더 나은 제품을 쏟아부으며 기록 경쟁을 하고 있을 때, 후발업체인 애플의 스티브 잡스 회장은 가장 단순하고 편한 기능으로 소비자를 기절시킬 만큼 놀라게 만드는 '나만을 위한 MP3 플레이어, 아이팟'을 만들어 세계를 제패했다는 것이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기업경쟁이 되어야 하는지를 이 책은 여실히 이야기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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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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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빗발치는 포화속에 피어난 꽃, 그녀의 이름 어머니!
 
  중동국가의 두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아프간 전쟁의 참상과 두 아이의 우정, 그리고 진정한 용기를 말했던 할레드 호세이니의 첫 소설, [연을 쫓는 아이]는 내게 많은 감동을 남겼다. 처녀작이라고는 절대로 생각할 수 없는 놀라운 필체와 묘사 그리고 감동적인 스토리는 계급사회가 있었던 우리의 그것과 닮아서 충분한 공감과 연민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같은 제목의 영화를 보고, 그때의 감동을 되새김했고, 이제는 두번 째 이야기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마주했다.
 
 


 
  끝없는 포화속에 남겨진 여성들의 삶과 죽음을 이야기한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소련의 침입과 철수, 나지불라 정권과 무자헤딘 동맹군 간의 내전, 탈레반 정권과 미국과의 다시 시작된 전쟁으로 이어지는 아프가니스탄의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숨가픈 격동의 세월을 보낸 두 여성의 삶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야기속 주인공인 이 여성들은 사실 엑스트라다. 그녀들을 고통받고 신음하게 만든 전쟁은 남성, 그들의 전쟁이었기 때문이다. 취임했다가 암살을 당하는 대통령들, 제국의 패배, 전쟁의 종식과 함께 또다시 반복되는 전쟁이 그녀들에겐 이유도 물을 수 없고, 항변도 할 수 없는 자연재해와도 같다. 그곳 중동국가에는 여성의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얼굴과 몸을 전부 가리고 다녀야 하고, 남자 없이는 외출의 기본권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자유와 행복을 추구하기란 사치에 가깝고, 그저 폭력과 굶주림만 면할 수 있다면 그 이상 바랄 것도 없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여자로서, 어머니로서의 처절한 삶에 대한 투쟁은 녹아 있었다. 가슴 시리도록 슬프고, 그래서 처연하게 아름다운 노래들이 이 소설속에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다.
  
  이 소설은 두 주인공 하리미(사생아)로 태어난 마리암, 근대적 교육자의 아버지를 둔 라일라의 이야기가 서로 옴니버스 형식으로 펼쳐진다. 현대 여성으로서의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자 하는 라일라와 하리미로 태어나 벗어날 수 없는 테두리에 익숙해 져 삶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마리암. 너무도 다른 삶을 살아 어울릴 것 같지 않은 10대의 라일라와 30대의 마리암 두 여자가 전쟁으로 인해 우연과 같은 필연을 맺게 되며 이야기는 절정에 다다른다. 남편의 억압과 폭력, 계속 되는 사산으로 자식을 갖지 못한 여인으로서의 절망감에 모든 것을 잃었던 마리암의 인생에 나타난 라일라. 그녀 역시 전쟁으로 부모를 잃어 살아남기 위한 최선책으로 선택한 결혼이었기에 라일라와 마리암의 만남은 처음부터 삐걱 거린다. 자신의 눈앞에서 부모님의 죽음을 지켜봐야 했던 마리암과 라일라는 서로의 아픈 상처를 남편을 공유해 가는 과정을 통해 서서히 치유해 간다. 자식을 가질 수 없었던 마리암은 라일라의 딸 아자자를 통해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자신의 눈앞에서 죽음을 선택해야 했던 어머니를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라일라와 아자자를 위해 벽 뒤에 숨은 태양으로 자신을 이끌며 두 모녀에게 찬란한 태양의 빛을 선물한다.
 
  두 여자의 끈끈한 우정과 사랑. 여자로서, 어머니로서의 그들의 삶은 그렇게 서로에게 찬란한 빛을 비추며 다시 탄생한다. 언제 폭격을 받아 생사를 달리할지 모르는 극박한 상황, 군벌간의 내전으로 인한 이유 없는 전쟁 속에 사라져 가는 친인척과 수많은 사람들, 옆집이 폭격으로 산산이 부서지고 함께하던 친구의 죽음과 갈기갈기 찢어진 친구의 파편을 챙기는 어머님의 모습은 그녀들의 눈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의 참혹함을 저자 할레드 호세이니는 눈앞에 영상이 그려지듯 생생하게 전한다.  계급으로 인한 신분의 차이로 안타깝게 살다간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렸던 [연을 쫓는 아이]와는 다른 시선으로 접근한 [천개의 찬란한 태양]은 사회적 지위를 갖지 못하는 여성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무책임한 남자들의 판단으로 치뤄진 전쟁의 실제적인 피해자인 여성들이 바라보는 전쟁과 남성 그리고 아프카니스탄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붕 위에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달들을 셀 수도 없었고
벽 뒤에 숨은 천 개의 찬란한 태양들을 셀 수도 없었네.”
 
 이 책[천개의 찬란한 태양]의 제목은 17세기 페르시아 한 시인이 카불에 대해 노래한 시 속의 한 구절 속에서 만들어졌다. 시 속의 [천개의 찬란한 태양]은 그들 아프가니스탄의 어머니를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한 남자의 아내로서 폭력과 억압받는 여성으로서의 삶이 아닌 한 아이의 어머니로서 그들이 가지는 여성상은 찬란한 태양과 같게 느껴진다. 라일라의 딸 아자자는 무의미한 마리임의 삶에 한줄기 빛으로 다가와 그녀를 찬란한 태양으로 바꾸어 놓는다. 그리고 마리암은 또 다시 그들에게 빛을 선물하지 않았던가.
 
  이 소설을 읽으면서 뇌리에 떠오르는 영화는 [델마와 루이스 Thelma & Louise]였다. 덜렁대는 성격에 뜨거운 가슴을 가지고 있지만, 남편이 자신을 어린애 취급하여 외출도 매번 허락을 받아야 하는 답답한 현실에 불만인 가정주부인 델마. 꼼꼼하고 이성적이지만, 식탁들 사이에서 반복되는 일상이 지겹기만 한 웨이트레스 루이스. 자신의 존재를 발견하려는 델마와, 틀에 박힌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루이스의 여행은 권위적인 남성들로부터의 자유를 꿈꾸는 여성들의 화려한 탈출이었다. 그 결말을 떠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었던 가치관과 아닌 것에 대해 거침없이 반대하는 그녀들의 용기가 뜨거운 감동으로 다가왔는데, 마리암과 라일라의 삶을 엿보면서 그녀들의 마지막 질주가 떠올랐던 것은 왜 였을까? 남성으로 대표되는 전란과 폭력 속에 처절하지만 아름답게 피어나 있는 여성들을 이야기한 영화같은 소설, 역시 할레드 호세이니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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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가족으로 가는 미래 설계
이영권 지음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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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설계'를 걱정하고 있는 부부들이 꼭 읽어야 할 책!


  
  '승자독식사회'에서 살아가기가 여간 쉽지 않다. 계속되는 불황에, 늘어가는 자녀교육비,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 미래를 책임져 줄 국가성장동력은 아직 없어 보이고, 경제는 지구 건너편 미국의 일희일비에 함박웃음을 지었다가 독감에 걸렸다가 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새 정권이 시작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사건, 사고'로 범벅이 되어 벌써 3년은 지난 듯한 감마저 든다. '먹는게 남는 것'이라는 말도 이젠 옛말이 되어, 안심하고 먹을 먹거리조차 없다. 하지만 이것들도 오늘 먹어야지, 내일이면 또 높아질 소비자물가지수 때문에 비싸지기 때문이다. 앞, 뒤, 좌, 우를 살펴도 무엇하나 안심되고, 즐거울 것이 없는 요즘이다.
 
 예전의 우리 부모님 시절은 그리 팍팍하지 않은 것 같았고, 부족했지만 나름 '안심'하고 살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무엇부터 시작해야 좋을 지조차도 모르겠다. 아니 내가 뭘 모르는지조차 모르는 '바보'가 된 기분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나를 비롯한 독자들에게 깊은 한 숨을 쉬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으라는 경제학자가 있다. 학자라 해서 권위적이고 독선적이지 않은 사람, TV 채널의 아침방송에서 꾸준히 패널로 출연하면서 직장인 보다는 오히려 주부들에게 더 잘 알려진 경제학자, 이영권 교수가 쓴 책 [부자 가족으로 가는 미래 설계]가 그것이다.
 
 

 
 
  이 책은 숫자와 이론으로 첨철된 일반 제테크서와는 다르다. 마치 대형은행의 PB가 고액예치금을 넣은 VIP 고객을 모시고 차 한 잔 앞에 두고 조용한 목소리로 대화를 하듯 경제와 재테크와 우리의 미래를 이야기해 준다. 알지도 듣지도 못한 어려운 말을 절반이나 집어넣어 현혹하여 마치 '투자의 귀재'라도 된 듯 제가 찍은 예금상품과 투자종목이 최고라며 그것을 종용하지도 않는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 그러니 당신과 당신의 주위를 둘러 봐라. 그리고 변화하는 내일을 위해 오늘, 미래를 준비하라" 고 쉬운 말로 조언한다. 수필집을 보듯 술술 읽힌다. 하지만 연신 머리를 끄덕이게 만든다, 토크쇼의 청중들처럼. 그렇다, 이 책은 청장년층을 위한 [TV 재테크 특강]이라고 보면 딱 좋겠다.
 
스스로가 50대 중반에 있는 저자가 30~50대 독자들을 겨냥해 마치 가방끈이 긴 형님, 삼촌이 이야기를 주듯 '오늘을 행복하게, 내일을 알차게 준비하는 방법'을 이 책을 통해 설명해준다. "딱 10년전에 그 땅을, 그 주식을, 그 보험을 샀더라면..."하는 '경제적 판단의 후회'를 매년 거듭하는 이유는 경제란 기본적으로 '수많은 선택'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경제생활이란 미래를 위한 끊임없는 선택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후회가 따라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가 경제 공부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누군가 경제생활의 멘토가 되엇 마치 자동차 네이게이션처럼 그 때 그 때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가르쳐 준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경제에 대한 안목을 갖추고 경제의 흐름을 읽는 일은 인간생활에서 더 없이 중요한 것이다.특히 경제적인 부를 성공의 중요한 구성요거능로 생각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P 7) 
저자는 이 책에서 노후준비를 위해 네 가지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그것들을 설명하고 그것들을 알게 되면, 가정성공학의 관점에서 나와 가족이 행복한 노후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누후준비를 위해 필요한 네 가지의 인식전환은 다음과 같다.
 
1. 직장을 버리고 직업을 가져라.
2. 주가를 관리하듯 가족행복도 관리하라.
3. 부동산보다 든든한 자녀교육에 투자하라.
4. 재테크 하기 전에 경제를 배워라.
 
그리고 남들과 다른 경쟁력을 갖기 위한 성공습관으로 또 다시 네 가지를 들었다. 그것은 "일찍 일어나라, 건강을 지켜라, 경제신문을 읽어라, 책을 읽어라" 였다. 위에서 말한 인식전환 네 가지와 성공습관 네 가지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과 생활'에 쫓겨 지켜낼 수 없는 '마냥 미뤄두고 있는 숙제'와 같은 것들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이들을 지금 실천하고 행동해야만 우리가 지쳐하고 있는 지금의 '생활'을 좀 더 나은 그것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경쟁력없이 직장에서 쫓겨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말고 스페셜리스트가 될 수 있는 직업을 갖으려고 찾아보고, 미래의 행복이 아닌 부족하지만 단란한 가족의 행복을 오늘부터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자녀교육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수도 없이 변하는 교육제도 마다 '경쟁력'이라는 이름으로 '과외수'만 늘려 아이들을 등떠밀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근접한 위치에 있고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는 아이의 미래를 위해 자신에게 행복한 것을 찾아주도록 노력하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재테크 또한 마찬가지다. 피땀흘려 지금껏 모은 경제적 혜택을 소위 전문가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예측과 판단에 의존해 투자하지 말고, 독자 스스로가 투자자가 될만큼의 경제적 역량을 키워 진중하게 투자할 것을 저자는 권한다.
 
  2005년에는 8명이 노인 1명을 부양했다. 그러나 2020년에는 젊은이 4.6명이 노인 1명을 책임져야 하고, 2050년에는 젊은이 1.4 명이 노인 1명을 책임져야 하는 것이 출생률 저하, 노령인구 증가의 우리나라 미래이다. 그러므로 지금의 40-50대는 자식에게 부양을 의지하지 못하는 첫세대가 되고, 지금의 젊은이들은 부모 대신 생면부지의 노인들을 세금으로 모시는 첫 세대가 된다. 이 말은 청년층과 장년층은 지금과 전혀 다른 암울한 미래를 맞이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부모들이 해왔던 가정생활과 직장생활을 해서는 절대로 행복한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저자의 조언들 모두 맞는 말이고,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작은 실천들이었다. 똘똘 뭉쳐져 무엇부터 풀어나가야 할지 모르는 현재의 실타래였는데,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당장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은 실밥들을 발견하게 된다. 세계 최고의 부자인 워렌 버핏의 투자습관이 '안전한 종목을 가급적 오랫동안 보유하는 것'이라면,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 느긋한 마음으로 서서히 풀어나가는 것' 이 '부자 가족으로 가는 미래 설계'임을 저자는 알려주는 것 같다. 나와 내 가족의 행복을 거론하면서 미래를 위해 준비하게 하는 재테크 책은 처음인 것 같다. 꽉 막혀 가쁜 숨만 쉬던 가슴에 큰 한숨을 제공하는 듯 했다. 가정을 꾸민 독자들에게 '보다 나은 미래설계'를 준비하고 있다면, 꼭 읽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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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 연애를 말하다 - 사랑의 시작에서 이별까지 연애 심리 보고서
이철우 지음 / 북로드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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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지금 솔로라면, 이 가을이 가기 전에 읽어야 할 책!
 
 엊그제인 9월 19일, [한국경제신문]의 [고두현의 책마을 편지]제목이 재미있다. "심리학이 밥먹여 준다!" 라는 제목으로 세 권의 [심리학 서적]을 소개한 컬럼인대, 얼마 전 '심리학 책이 연봉을 높여준다'는 본인의 컬럼을 빌어 심리학 관련서를 읽는 사람이 남보다 앞선 생각이나 지혜를 발휘하게 되므로 직장에서도 좋은 대우를 받는다는 요지를 설명하였다. 앞선 바와 같이 최근들어 심리학 서적이 많이 출간되는 이유는 '심리학 책을 읽으면 도움이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겠다. 또한 이 '사람의 마음(心)을 이해(理)하는 학문(學)'이 독자들에게 그 소용을 점점 늘어간다는 말은 그만큼 현실 속에서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없게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다만 '학문적 위치'로서의 심리학이 아니라, 그 쓰임을 실생활에 점점 넓혀가는 심리학 전공자들의 노력이 독자들의 요구에 충분히 노력하며 부응하는 것 같아 반가운 마음도 든다. 
 
 The scientific study of the human mind and the reasons for people's behaviour, 즉 '인간의 마음과 사람들의 행동의 이유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인 심리학Psychology 이 이제 그 영역을 넓혀 '연애'에도 손을 뻗었다. 제목도 솔직하게 [심리학이 연애를 말하다]고 써져있다. '사랑의 시작에서 이별까지 - 연애 심리 보고서' 라는 부제를 가진 이 책의 저자는 심리학 박사이자 자신의 블로그 유멘시아 닷컴(http://www.umentia.com)을 통해 사회심리학을 일반인에게 소개하고 있는 이철우씨가 쓴 책이다. 한 길 속도 모르는 것이 인간의 마음인데, 거기다 알다가도 모르는 그것, 사랑을 더했다. '심리학과 연애'라, 의문투성이들의 오묘한 조합이 시작부터 흥미롭다.
 
 저자는 사람들이 이성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는 배경과 연애가 시작되고 전개되는 과정 그리고 그 연애가 결국 이별이라는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까지, 그 각각의 과정들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인 요인들을 살펴봄으로써 연애에 대해 품고 있는 지나친 기대감이나 비현실적인 환상에서 벗어나 연애 그 자체에 대해 이해를 높이고자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구성도 모두 네 가지로 나누었다.
 
 1장에서는 왜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배력을 느끼고 좋아하는지에 대해 살펴보았고, 2장에서는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원론적인 물음에서 시작해 사랑에는 어떤 유형들이 있고, 다양한 연애의 단계설을 통해 연애가 어떻게 시작되고 진행되는지를 집중적으로 파고 들었다. 3장에서는 연애가 진전되는 과정에서 우리가 흔히 마주치게 되는 현상이나 심리들을 알아보았고, 마지막 4장에서는 '실연'에 대해 이야기했다. 저자는 각론에 들어가면서 이 책은 제대로운 연애를 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사회심리학에서 이루어진 연애에 관한 연구 결과들을 쉽고 현실에 맞게 풀어쓴 책이지, 절대 '연애를 잘 하는 기술을 가르치는 전략서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결코 늘 그러한 답은 될 수 없다는 것을 언급한 것이리라.
 
  1장 연애의 배경은 연애나 결혼을 하고 싶다면 먼 데서 짝을 찾을 것이 아니라 가까운 데서 찾아봐야 할 것이라고 '지리적 근접성'을 선호하는 인간의 심리를 들어 조언하고, '단순접촉효과'를 빌어 '호감'이란 자주 볼수록 높아지기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되도록 상대의 눈에 자주 띌 것을 권하며 이것이야말로 연애를 시작하는 첫 번째 절차라고 말한다. 또한 '호의의 상호성'에 의해 사람은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는 사람에게 호감이 생긴다면서 입발린 말이라도 칭찬을 거듭할 것을 권하고 있다. 이성에게 사랑받는 성격으로는 여자들은 상냥하고 부드러우면서 상대를 배려하는 남성을 가장 좋은 연인 상대로 생각하고 있고, 남성들은 함께 있을 때 즐겁고 명랑한 여성, 그리고 자기 속마음을 솔직하게 이야기해주는 여성이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연애의 시작은 '생리적으로 흥분해 있을 때' 심장이 뛰고 격양된 상태에 연애의 감정이 생기기 쉽다면서 '높은 산을 등반한다든지, 함께 운동을 한다든지, 놀이동산의 롤러코스터를 타라'고 권한다. 또 단 둘이 배를 타는 방법도 좋은 방법인데, 배가 흔들려서 내 가슴이 뛰는 건지, 상대방이 마음에 들어서 가슴이 뛰는 것인지 헷갈리는 상황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기 위해 "사랑을 속삭이려면 투우장에서"라는 스페인의 속담을 예를 들었다.
 
  2장 연애의 시작에서는 심리학자 스턴버그의 연구를 빌어 사랑의 구성요소는 '친밀감', '열정', '커미트먼트(결정과 관여)'가 있는데, 이들의 조합에 따라 사랑의 종류는 호의, 짝사랑, 공허한 사랑, 연애, 우애, 뜨내기 사랑, 비애, 완전한 사랑 이렇게 8개로 도출된다고 한다. 가장 이상적인 완전한 사랑은 그 자체가 대단히 어려울 뿐 아니라 현실에서 이러한 사랑을 하는 커플은 거의 보기 힘들기 때문에, 그 대안으로 '우애적인 사랑'을 현실적인 사랑의 최고형태로 생각한다고 한다. '우애적인 사랑'이란 친밀감과 커미트먼트가 높은 상태로 결혼한 지 비교적 오래된 부부나 친구 사이에 생기는 감정을 말한다. 사랑하면 떠오르는 최고는 '모성애'이고, '우정'은 세번째라고 한다. 그럼 연애는? 자매간의 사랑보다 한 단계 아래인 다섯번 째라고 한다. 재미있지 않은가? 짐작은 하고 있지만, 학자들도 연애에는 단계가 있다고 말한다. 그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연구는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머스타인이 제안한 '연애 과정의 3단계론'인데, 단계별로 중요한 요인의 머리글자를 따서 'SVR : Stimulus-Value-Role' 즉, 자극 - 가치 - 역할분담 의 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이 모두를 넘어서면 결혼에 이르게 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 연구는 돈과 외모는 단지 자극, 즉 S일 뿐이며 첫 단계에 불과 하다면서 연애란 만남 자체보다는 그것을 어떻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가느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3장 연애의 전개에서는 '첫눈에 반하는 사랑'에 대해 연구들이 호의적인 것을 들어 비논리적이고 비이성적인 '직관', 즉 '감이 좋은 만남'으로 맺어진 케이스들은 직관이 발달한 사람이라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얻기도 한다고 전한다. '첫눈에 반한 사랑'이 오히려 '계산적인 그것'보다 나을 수 있음을 암시한다. 그리고 연애를 한 단계 발전시키려면 어둠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면서 밑저야 본전이니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있으면, 극장이나 조명이 어두운 술집등 그런 분위기가 연출된 곳으로 함께 가라고 조언한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사랑해'를 반복하게 하거나, 비슷한 것을 확인하려 하는 사랑은 절대 오래가지 못하는데, 그것은 '자기정체성 즉, 자기 아이덴티티'가 확립되지 않은 사람들이 자꾸만 요구하기 때문이란다. 양보와 배려가 부족한 미성년의 경우는 자주 있을 수 있지만, 청년기에 형성되어야 할 이것이 부족하면 '자기 정체성을 위한 사랑'이 되기 때문에, 상대가 쉽게 지친다고 말한다. 진정한 친밀성이란 나를 상대에게 나누어주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양보와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커플 사이에서 생길 수 있는 '질투심'을 처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냉정하게 질문을 하라'이다. 냉정하게 질문하면 상대방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다음에는 이런 일이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답을 얻어낼 수 있다. 하지만 주의 해야 할 것은 '내 여자가 질투를 드러낸다면 헤어질지도 모르니 조심하라'는 것이다.  
 
  마지막 4장은 연애의 파국, 이별을 이야기한 장이다. 연애의 끝은 결혼이나 이별, 둘 가운데 하나다. 대부분 경험해보았겠지만 결혼까지 골인하는 연애는 매우 드물다. 나도 물론 이제껏 이별만 거듭했다. 대개의 연애는 어떤 방식으로든 이별로 끝난다. 특히 젊은 날의 연애란 그 끝이 이별이라는 것을 알고 시작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헤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조금 놀란 사실인데, '권태'가 가장 많았단다. 흥분해 있던 감정이 식어버린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상대에 대한 실망 혹은 상대의 진면목을 파악하고 난 후 환멸로 나타날 수도 있다고 한다. 그 다음은 '흥미나 관심의 차이' 나머지 모두 배경, 지적, 성적 태도 등의 차이로 순서를 매긴다고 한다. 이별하기 직전에 나타나는 징후들은 서로간에 만나자는 약속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던가, 시시콜콜 알고 싶어 오랜시간동안 하던 전화와 메시지가 뜸해지거나 단순해질 때인데, 유념해야 할 것은 남성들은 전화, 문자, 이메일등을 도구적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으로 여기는 반면, 여성들은 이를 적극 활용하는 표출적 커뮤니케이션의 도구로 쓴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처음에 사귈 때는 남성들은 여성들이 원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통화나 문자를 주고 받지만 실은 그녀를 위한 행동일 뿐 사실 즐기지 않는 반면, 여성들은 전에도 그렇게 해 왔기 때문에 남자들의 이러한 태도를 수상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남성들은 처음처럼 그녀를 위해 배려를 해야 겠지만, 여성들 또한 남성들의 그런 점을 이해해 그 횟수를 줄여야 할 필요도 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 실연 후에 대처해야 하는 올바른 마음가짐은 사랑에는 정말 다양한 모습이 있고 언제나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새롭게 다가온 사랑은 쓰라렸던 과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느꼈던 불안감과 상실감은 새로운 사랑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니 충실하게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사랑에 대한 조언을 구하거나, 대답을 해준다는 것은 '정말 바보같은 짓'이기에, 누가 그런 사람이 있거든 옆에서 입다물고 그저 자리를 지켜주거나, 고개만 끄덕여주라."고 어느 러브 카운셀러가 말한 적이 있다. 개개인 마다 다른 절대적 가치인 '사랑'을 논하고 돕기가 그렇게 어렵다는 말일테다. 중요가치이면서도 정답이 없는 것이 사랑인지라 묻기도, 답하기도 어렵다. 그런 이들에게 이 책은 좋은 카운셀러가 되줄 것 같다. 오롯이 '완전한 사랑'을 이룬 저자의 생각이 아니라 사회심리학적 연구를 근거로 한 다수들의 의견이기도 하기에 정답은 아니겠지만, 새겨들어야 할 조언이 많다. 사랑을 여전히 로맨틱한 판타지로 여기고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사랑를 찾는 사람들의 현실을 알아야 할 테다. 당신이 지금 솔로라면, 이 가을이 가기 전에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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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현대 산수화의 대가 이가염
장정란 지음 / 미술문화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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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동적인 힘'을 노래한 산수화가 이가염의 작품세계 ! 
 
  "너, 수업 끝나고 미술실로 오너라." 중학교 2 학년 따뜻한 봄의 어느 날, 미술 수업시간에 넌지시 건낸 미술 선생님의 이 한 마디의  말씀 때문에 난 '한국화'를 알게 되었다. 새로 생긴 중학교에 선배가 있을 턱이 없는데, 석 달 후에 있을 '도내 학생 미술대회'를 위한 '시군구 학생 미술대회'를 위해 우리 학교는 부랴부랴 빈 교실 하나에 미술부를 만들었고, 나를 비롯한 대여섯명을 미술부원으로 뽑힌 것이다. 그 중 내가 맡은 부문은 '한국화'. 말 그대로 동양화라고는 '화투장' 밖에는 모르는 완전 '초급'이 급조되어 졸지에 붓을 잡게 된 것이다. "한국화의 기본은 동양화요, 동양화의 생명은 여백이다."는 말씀과 함께 건내신 것은 중국 현대 산수화의 대표주자로 알려진 이가염 선생님의 그림 몇 장이었다. 그리고 말씀을 덧붙이셨다. "그대로 보고 베껴라." 달력 그림 몇 장, 이것이 나와 이가염 선생의 첫 조우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우리 미술선생님의 전공분야는 '유화'셨다. 여백이 생기면 절대로 안되는 미술분야를 전공하신 선생님이 내게 한국화를 가르친다는 것 자체가 지금 생각해도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실력도 되지 않는 먹물 값도 못하는 그림이지만, 하루에 다섯 장씩 베껴서 검사를 받아야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붓을 잡고 선을 그리는 것도 쉽지 않던 내가 두 달여를 그렇게 하자, 화선지에 얼핏 산도 보이는 것 같고, 초라하지만 나무도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출전한 '시 대회'의 성적은 2위. 세 명 출전해 두 번째가 된 것이다. 그 해 도대회에서는 거의 모두가 받는 '입선'도 받았고, 그 다음해에는 꽤 많은 학생들 가운데 운 좋게도 '금상'을 받게 되었다. 동양화를 전공하신 선생님이 계신 1시간 거리의 여고를 매주 '과외수업'을 받게 해주신 유화전공의 미술선생님 덕분이었다. 그림 실력은 여전히 베끼는 수준이었지만, 먹향을 좋아하게 되었고, 붓의 날림과 먹빛 가득한 그림 속 여백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것이 인연이 되고 그것들이 좋아서 지금도 '한국화'를 보러 다닌다. 흐린 주말이면 어김없이 인사동을 찾아 점포 한 곳 한 곳 뒤지듯 그림쳐다보는 맛을 즐긴다. 딱히 흐린 날을 좋아하는 이유는 유리창 넘어 멀찌기서 봐야하기 때문에, 맑고 푸른 날은 선과 색이 진하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흐리거나 비오는 날은 인사동에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언젠가 더 이상 '지겨운 밥벌이'를 하지 않아도 되는 그 때가 오면 또 다시 붓을 잡으리라 마음을 먹고 있는데, 그 때까지는 '보는 맛'으로나마 위안을 삼으려 노력 중이다. 오늘 소개하는 책, 장정란의 [중국 현대 산수화 대가, 이가염]은 그런 나를 위로한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이가염의 이강산수화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장정란씨가 십년 전 북경의 서비홍 기념관에 있는 이가염의 인물화와 소 그림을 보고 마치 중국화된 마티스를 보는 기분같다는 느낌을 받게 되면서 그에 대해 연구를 하게 되면서 만들어진 책이다. 그녀의 이가염에 대한 의문은 하나였다. "왜 이렇게 검게 그러야 했을까? 묵에 대한 찬미인가, 절망인가?" 서구문물의 많은 유입으로 용도폐기 되었던 '산수화'가 사회주의국가인 중국에서 여전히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아름다운 조국강산을 그려내어 인민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대상으로 평가되었기 때문이었다. 그 가운데 이가염의 산수화가 있다. 전국의 명산대천을 어행하고 사생하면서 그려낸 그의 산수느 인민들이 살고 있는, 인민을 키워내는 생활 속의 산수화이다. 그가 그려내는 산과 기세 넘치는 폭포들, 기이하고 환상적인 구름과 안개는 그가 바라보는 조국의 웅장한 기상이었다. 어릴 적 동양화를 처음 만났을 때, 베끼던 그의 달력 그림 산수화는 사람사는 집과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었던 생활산수 몇 점이었다. 이 책 속에서 만나는 그의 산수들은 내가 보고 상상했던 그 이상을 초월하는 놀라운 장관들을 보여주었다.
 


























 
   이 책의 구성은 크게 중국 근대산수화의 동향, 이가염의 회화관, 대단한 정신과 화법의 이가염, 수묵으로 연주한 산수의 세계(이강산수)로 구분된다. 중국 근대산수화의 동향에서는 서비홍, 고검부, 임풍면, 유해속 등의 개혁파와 황빈홍, 반천수, 부포석 의 전통파 들을 작품을 소개하며 작품속에서 말한 두 파벌의 갈등을 이야기해주었다. 처음 듣는 이야기, 놀랍고 기함하는 작품들을 보게 되는 부분이었다. "그림은 정감이고, 생활의 반영이다."고 말한 이가염의 화론을 이야기한 이가염의 회화관 역시 그의 작품이 있게 한 이가염의 역사와 생각을 알 수 있게 하는 부분이었다.
 
 



그의 산수화들은 검다. 그것에 대해 저자는 그의 묵접은 적묵(묵을 쌓는 것)이 주류인데, 이것은 근대화단의 황빈홍이 연구한 전통적인 묵법이라고 했다. 그리고 고원으로 본 웅장한 산들의 모습이나 대소로 운용되는 경물들의 배치, 특히 산수를 치밀하게 탐구하는 자세는 곽희의 작화태도를 본받았다고 말한다. 이가염에 있어서 산수화는 조국을 그리는 것이고, 검고 검은 묵색은 쌓고 또 쌓아가는 혁명정신과 같은데, 혹자는 그런 그의 작품들이 사회주의적 산물이라고 하지만 전통산수화가 지닌 완벽한 필묵의 아름다움과 이 시대의 현장성을 결합하여 독창적인 화면을 창출해 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이가염의 회화사적 공로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자신의 이름보다는 의미있는 단어나 글귀들을 즐겨 사용한 이가염의 수집 종에 달하는 인장들을 보고, 읽는 것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소牛를 즐겨 그렸던 그가 '사우당師牛堂' 즉, '소에게 배우는 집'이라 하여 소의 희생정신을 높이 샀는가 하면, '일일학지사日日學之始' 라 하여 '날마다 처음 배운다는 자세로 그림을 그리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식결재識缺齋' 역시 '결점을 아는 서재'라 하여 자신의 결점을 알아야 진보할수 있다, '스스로 결점이 많은 사람임을 언제나 자각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책을 좋아하는 내가 언젠가 꾸밀 서재의 이름을 이가염 선생의 인장의 말을 빌어 '식결재識缺齋' 로 해야겠다는 생각했다. 그의 산수를 대표하는 인장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산수지음山水知音'이 그것이다. 그는 산수를 말하면서 전체적인 흐름과 작품속에서 '음악'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늘 강조했는데, 그것을 아우르는 인장의 글귀가 아닐 수 없다. 이 밖에도 훌륭한 인장 속의 단어와 글귀들을 통해 동양화라는 것은 그림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화가의 생각과 사상과 음악적 상상들이 그림으로, 글로, 작은 인장으로까지 표현된 '종합예술'임을 알게 한다.
 




































  이 책의 백미는 제 2부 이가염이 이룩한 현대 산수화 이다. 대담한 정신과 화법으로 표현된 이가염선생의 작품을 본격적으로 보게 되는데, 전통의 정신을 이어서 배우는 학습시대와, 자유로운 개성을 연출하여 다양한 화법을 시도하는 사생시대, 그만의 화풍이 굳건하게 만들어지는 완성시대 이렇게 세 부분으로 이가염의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특히 '이강산수' 편은 따로 두어 이강의 아름다움을 묘사한 수십년 간의 그의 작품들을 따로 감상할 수 있게 해 두었다. 이가염선생의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책이었다. 특히 번역작이 아니라 십수 년간 그를 연구한 우리 학자의 시각으로 바라본 작품집이라 이해 면에서 공감하는데 충분하지 않았나 싶다.
 

 

 

 

 




 

 


















































 
  알랭 드 보통이 쓴 책 [여행의 기술] 에서 그는 '진정한 여행의 참맛은 실제로 여행을 통해 여정 속에 생긴 복잡다난함을 경험하면서 도착한 여행지에서 느끼는 맛보다는 그런 것들이 모두 걸러진 후 여행지에 집중한 이미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와 사진, 그림을 보면서 상상하는 것에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책을 보고 읽으면서 느끼는 내 기분이 그랬다. 자세히 들여다보고, 만지고 만끽하면서 중국의 어느 미술관에 온 듯, 감히 이가염 선생을 가이드삼아 중국을 여행하고, 이강에서 머물며 풍류를 즐긴 듯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어제 읽은 '옛시읽는 CEO'를 읽은 탓일까? 그림을 보면서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생각나 시를 짓고 싶다는 충동까지 일게 한다. 이제 막 찾아온 서늘한 가을 주말을 만끽하게 한 정말 멋지고 훌륭한 작품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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