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길이 뭔데 난리야? - 분석 : 가로수길
TBWA KOREA 지음 / 알마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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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느림과 인간이 공존하는 젊은 거리, 가로수길을 재조명한 책!
 
 
  신선하다, 좋다는 주위의 평에 보지도 않고 주문을 했다.
엊그제 도착. 책을 펴 보곤 이렇게 난 말했다. "이게 뭐야 !?"
 
  라마단의 종료를 기념하는 메카 순례에 모인 무슬림들처럼 종이 한 쪽에 글자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어야 '이거, 읽을만 하겠다'고 여기는 활자중독증에 가까운 취향인지라 형형색색의 작고 큰 활자들과 한페이지를 가득 채운 사진이 있는 이 책에 대한 첫인상은 '꽝'이었다. '누구야? 도대체 누가 이렇게 겁없이 책을 만든거야?' 저자를 찾아 원망하려 뒤져보니 이름이 없다. TBWA 라는 영어가 떠억 자리를 잡았다. 광고회사의 이름이란다. 그것도 무척이나 잘 나가는 ... 세상들이 한 번은 봤음직하고 들으면 '아하~ 그 광고?'라며 대꾸할 만한 대단한 광고들을 만든 회사. '저자가 광고회사란 말이지?' 회가 동했다. 페이지를 한 장씩 넘겼다. 그리고 그 내용에 놀라 기절하는 줄 알았다. 문제작은 이름도 특이한 [가로수길이 뭔데 난리야?]이다.
 
 

 
 
대학로는 표현이다.
   홍대앞은 열정이고, 삼청동은 경륜이다.
       인사동은 전통이며, 청담동은 과시다. 
 
가로수길은....로망이다.
 
 '한 감각'한다는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가로수길 운운...' 하는 소리에 열 두명의 광고회사 TBWA 친구들이 시선을 한데 모아봤다. "왜 사람들은 가로수길에 모이는 걸까?" 그리고 자세히 들여다 봤다. 광고꾼들이 사물이나 현상을 들여다보고, 그 안에 숨은 속내를 꿰뚫어 보듯 관찰하고 쓴 책이 이 책이다. 저자들(?)은 말한다. 광고가 시대의 거울이라고 하는 것처럼, 가로수길도 거울이더라. 그 속에 우리의 모습이 숨어있더라 라고.
 
 

 

 
 
 특이한 구성, 크고 작은 형형색색의 활자, 낯설고 거북스럽기까지 했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는 다음 장을 넘기는 재미를 더했다. 그들은 '가로수길'이 자생적自生的 으로생긴 원인을 사회의  네 가지 변화로 들었다. IMF로 생긴 매울 수 없는 분화구, 기존의 비즈니스와는 다른 탈산업 사회, 까다로운 소비자들을 위한 온리 원 상품, 그리고 더이상의 해고도 퇴직도 없는 1인 온리 원 기업. 한데 묶자면 단연 IMF의 영향이라 하겠다. 평생직장을 선언하며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 우리만의 울타리를 만들었던 대한민국이 IMF를 계기로 생긴 '세계화'는 너무 많은 변화를 요구했다. 그리고 많은 것이 변해버린 것이다. 예전에는 있지 않던 다양한 직업군이 생겨나고, 인터넷의 영향으로 생산자보다 더 잘 아는 입맛 까다로운 고객군인 '프로슈머 군단'에 맞춰 온리 원 경영과 마케팅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리고 전혀 다른 분야의 생산자들은 서로 조합으로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게 된 것이다. 이런 사회의 변화와 그에 부응하는 결과는 곧 가로수길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가로수길은 사람을 향합니다.
과거가 효율로 대변되는 '직선의 시대'였다면 현재는 느림을 예찬하는 '곡선의 시대'다.
기능 중심의 세계에서 사람 중심의 세계로 변하고 있다." 
 
 

 

 
 
  가로수 길의 주인은 '사람'이다. 점포의 주인도 고객도 돈도 아닌 '사람' 이다. 그래서 그들은 휴일엔 놀고, 급한 일이 생기면 문을 닫는다. 권유하지 않고, 강요하지 않는다. 주인이 자신이 소중한 것처럼, 손님客도 정말 소중히 다룬다. 그래서 다른 곳보다 1도 따뜻하다. 가로수 길은 10분 느리다. 아니, 더 느리다. 그래서 그곳엔 '나를 쳐다 볼 느린 시간' 이 늘 공존한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남들보다 많은 돈 몇 푼'이 아니라, '내게 주어진 시간을 즐길 수 있는 행복'에 있다. 그들은 남을 선망하지 않고 자신에게 시선을 돌린다. 그리고 자신을 좋아하고, 사랑할 줄 안다. 그들은 본 만큼, 배운 만큼, 느낀 만큼 만들어내고 공유하려 하고, 나누려 한다. 그리고 혼자라 늘 외롭다. 한국은 좁다 느끼고, 세계는 편하다고 느껴진다.
 
  오늘날의 젊은이들이 느끼는 모든 감정들이 장소가 되고, 그림이 되고, 먹거리가 되어 작은 울타리를 만든 곳이 바로 '가로수길'이다. 안가봤다고? 그렇담 말을 하지 말아라. 일단 가서 보고, 느끼고, 먹어보라. 그리고 이 책을 읽어 보라. 가로수 길에서, 책 속에서 '내가 몰랐던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발칙하리만치 특이한 책, 그래서 멋진 책. TBWA의 다음 프로젝트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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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의 기술 - 비즈니스의 미래를 여는 힘, 통찰력
신병철 지음 / 지형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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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의 달인'이 되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 책 !
 
  "우리는 왜 인문학에 새삼 주목하는가? 다름 아닌 '통찰의 힘'을 키우기 위해서다. 여기서 말하는 통철은 통찰洞察 이면서 동시에 통찰通察 이다. 통찰洞察 은 예리한 관찰력으로 사물을 꿰뚫어 보는 것을 말한다. 인사이트Insight 다. 아울러 통찰通察 은 곧 통람通覽 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훑어 두루 살펴보는 것이다. 오버뷰Overview 다. 결국 통찰의 힘은 바로 통찰과 통람의 융합이며 인사이트와 오버뷰의 시너지다." 
 
  지난 해 CEO를 위한 인문학 조찬특강 '메디치21'의 리딩멘토로 활약하며 '인문경영'의 새 장을 열었고,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를 써내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정진홍 교수가 한 말이다. 그가 '인문경영'을 내세운 이유는 바로 '통찰력'을 키우기 위함이었다. 과거와 현재를 살펴 미래를 내다보고, 사물과 사건의 핵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힘이 21세기를 이끌기 위해서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진홍 교수의 강연과 책은 사람들에게 '통찰의 힘'을 느끼게 하기 보다는 '인문학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한 공로가 더 컸다. 인문학을 통해 통찰력을 키우라는 요구였을 뿐이지, 통찰력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에 대한 그 시작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 두었다. 사실 십인십색十人十色 이라고 사람도 틀리고 저마다 종사하는 일이 다른지라 서로에게 필요한 통찰력이란 것이 다를 수 있어서 그것을 아울러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어쩌면 개념의 정립만으로 그것을 인지한 이들이 생각과 경험을 통해 깨닫는 개념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한 권의 책을 알게 되었다. '비즈니스의 미래를 여는 힘, 통찰력' 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통찰을 정의하고 그것을 익히는 방법을 이야기한 책을 만난 것이다. 궁즉통窮卽通 이라 했던가 부족함을 느끼고 있던 차에 만난 터라 제목을 보는 것만으로도 반가웠다.  삶이 하나의 기술이듯 사랑도 기술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내놓은 에리히 프롬의 사랑학 개론서 [사랑의 기술]과 닮았다. 신병철의 [통찰의 기술 ; The Art of Business Insight]이다.

  스스로를 '통찰의 체계를 만들고 전파하는 일을 소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라고 전하는 저자 신병철은 통찰이 이루어낸 비범한 성공을 보여주는 다양한 국내외 사례와 이론을 지난 5년동안 연구한 마케팅분야 전문가다. 이전에 그를 만난 책은 [삼성과 싸워 이기는 전략]과 [마케팅 트렌드 21]이었는데, 모두 새로운 시각으로 현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제시해줘 매력적인 책들로 기억되고 있다. 그가 말하는 '통찰력은 무엇'이고, '비즈니스현장에서 사례로 소개되는 통찰력의 케이스들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 가장 궁금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통찰이 무엇인가를 살펴보고, 그 통찰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7가지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하였다. 그리고 경영 환경에서 승부를 가른 결정과 사례들을 통해 그들이 기업의 결정권자들이 어떻게 문제를 해결했는지 자세한 방법을 찾아보면서 그 속에 숨어 있는 통찰력의 힘을 재확인시켰다. 저자는 통찰의 정의를 '발견, 파악, 살펴보는 일' 속에서 표면아래 숨어 있는 진실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찰적 정보가 입력되는 과정은 우선 그 사실에 놀라고 그리고 놀라움을 안정시키려고 기존 정보와 새로 들어온 정보를 재해석하여, 뇌 속에 서로 떨어져 있는 성보들 사이의 빈틈을 메우기 위해 추론하는 양이 늘어 결국 여러 기억들과 정보들이 하나로 합쳐져 '새롭고 정교한 기억'으로 저장된다고 말한다. 
 
  그러한 통찰의 단계로 세 가지를 들 수 있는데, 우선 소비자가 어떤 불편함을 겪는지, 그 불편함 때문에 어떤 결핍을 느끼는지를 발견하여 문제를 정확하게 정의하는 것, 이것이 바로 매우 중요한 통찰의 첫째 단계이고, 발견된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정확한 의도를 가지고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통찰의 둘째 단계라고 말한다. 그리고 마지막은 가용지식을 재조직화 해서 새로운 생각과 아이디어로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재조직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문제의 재해석, 새로운 만남, 개념의 이원화, 강점과 약점의 반전, 다른 사례에서 배우기 등의 5가지 기술로 얻어질 수 있다.
 
저자는 통찰을 얻어낼 수 있는 의 7가지 기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통찰의 기술01 어떤 문제와 결피이 있는지 정확하게 찾아 해결하라
결핍의 발견이 통찰의 출발점이다. 소비자의 말을 듣지 말고 소비자의 행동을 살피라
  통찰의 기술 02 건강한 의도를 갖고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라
나의 의도로 세상을 움직일 수 있다.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를 명확히 하라
  통찰의 기술 03 문제를 재해석하라
재조직은 재해석에서 시작된다.  
  통찰의 기술 04 새로운 개념을 만나게 하라
낯섦은 정보 재조직화의 중요한 기준이다. 새로운 만남, 은유의 메커니즘에서 찾아라 
  통찰의 기술 05 세상을 두 가지 개념으로 나누라
세상을 둘로 나누라  이분법의 힘을 이해하라 
  통찰의 기술 06 약점을 강점으로, 강점을 약점으로
약점에 주눅들 때 약점이 부각된다. 약점을 개선하기보다 강점을 강화하라
  통찰의 기술 07 다른 분야에서 성공한 사례를 보고 배우라
벤치마킹으로 실패할 확률을 줄여라. 전 세계 기업들이 벤치마킹 하는 GE를 살펴라. 
결과를 보지 말고 과정을 보라. 다른 분야에서 성공한 사례를 보고 배우라 

 
 이 부분에서 주목되는 것은 경영과 마케팅에 관한 비즈니스 현장에서 있었던 100여 개의 실제 통찰 사례들이 소개되어 통찰의 기술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이 사례들을 통찰의 기술에 적용시켜 분석함으로써 누구나 이 기술을 활용하여 노력하면 비범한 통찰에 도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볼 때 우리가 신문이나 언론에서 말하는 '기가 막힌 비즈니스 아이디어 사례'들이 주로 소개가 되었는데, 이들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라 결핍을 깨닫고 이것을 해결하려는 정확한 의도와 충분한 주의가 몰입을 이끌어내어 결국에는 해결해 낸다는 것을 이 책은 말해준다. 그리고 순간에 반짝이는 생각과 아이디어 조차도 언제나 문제의식을 가지고 집요하게 해결하려는 의지가 중요함을 알려준다. 통찰의 7가지 기술에 소개된 사례들은 기업을 더욱 뛰어난 기업으로 만드는데 일조를 하지만, 무엇보다도 위기에 봉착한 기업을 구해내고 오히려 그것을 기회로 월등히 발전하는 계기를 만들어준다는데, '통찰력'의 중요성이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마지막 [통찰의 습관]에서는 통찰력을 높이는 습관을 수록하고, 통차의 달인이 되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통찰력을 높이는 습관에 대해 가장 먼저 '시작이 반이니, 실행하라'고 주문한다. 선입견이 있다는 것을 항상 주의하고, 문득 떠오르는 생각을 반드시 기록하며, 모방도 해보고, 작은 차이를 민감하게 여기라고 주문한다. 또한 중요하지 않은 정보는 과감하게 버리라고 말한다. 두번째 습관은 바로 '심사숙고, 즉 깊이 생각하라'는 것이다. 항상 원인이 무엇인지 곰곰히 살피고, 낯선 것을 친숙하게 혹은 그 반대로 사물을 바라보고, 몰입하며, 판단은 천천이 할 것을 요구한다. 마지막은 바로 '열정과 의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자신의 선택을 믿으며, 결정을 했다면 바로 실행하라고 주문한다. 특히 다른 사람의 평가에 뜻을 접는 우를 범하지 말고, 항상 끝까지 노력하라고 말한다.
 
  아이디어는 처음 내는 사람의 몫이다. 다른 사람이 보거나 들어서 이해한다면, 그것을 들은 사람은 단순히 청자聽者 일 뿐,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 그렇기에 그것을 쉬이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을 바꾼 아이디어와 아이템 그리고 생각들은 항상 부족한 무엇인가를 발견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 사람의 몫이었다. 결국 세상을 바꾼 아이디어는 '통찰력'에서 비롯되었던 것이다. 이제야 정진홍 교수가 말한 통찰력과 이 책의 저자인 신병철이 말한 통찰이 서로 동일함을 알았다. 다만 한쪽은 역사를 통한 인문학에서, 또 다른 한쪽은 비즈니스 사례에서 그것을 구했을 뿐이었다. 통찰력은 그 어디에서 구했든 우리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이것이 실행되었을 때 인류는 좀 더 나은 세상으로 거듭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통찰력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이해하고 그것을 익힐 수 있는 방법을 배운 좋은 책이었다. 모든 비즈니스 맨들에게 권하고 싶은 멋진 자기계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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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떡살 무늬
김규석 지음 / 미술문화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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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미술품', 우리의 아름다운 떡살무늬를 이야기한 책! 
 
  친분이 있는 일본신문사의 한국특파원은 일본으로 돌아갈 때 마다 종로에 들러 '떡'을 사간다고 한다. '너희들도 모찌餠 라는 찹쌀떡이 있잖냐?'고 물었더니 대답없이 그냥 웃기만 했다. 그 웃음이 마치 나를 '바보'로 보는 듯 해 기분이 꽤 상했었다. 몇 개월 후 다시 만난 자리에서 그 친구는 내게 한국에서 떡을 사는 이유를 말해 줬다. "한국에는 떡에 예술작품이 들어 있거든. 너무 아름다운...내가 선물한 일본의 어느 지인은 먹지않고 굳혀서 벽에다 걸어놓기도 했어." 이게 무슨 황당한 소리인가?
 
  나도 모르는 것을 외국인인 네가 아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재차 물어봤더니 "모르냐? 한국의 떡에는 조각이 가득하다."는 마치 선문답을 하듯 하는 거였다. 나중에야 알았다. 우리 떡에 새겨진 '떡살무늬'를 말한 것이었다. 그 후엔 나도 종로를 들르면 항상 새로운 무늬의 떡이 있던가, 색은 무엇이든가 살피곤 했다. 그전엔 인식하지 못하던 것을 알고 먹으니 맛도 느낌도 새로웠다. 그리고 우리 떡에 새겨진 무늬들은 무엇인가 알고 싶어졌다. 그러던 차에 반가운 책을 만났다. 광주시 무형문화재 남도의례음식장으로 지정되실 정도로 남도음식의 대가셨던 이연채 선생은 떡살과 다식판 제작에 한평생을 바쳐 오다 지난 1994년에 타계하셨는데, 그 분과 함께 떡살과 다식판을 연구,제작해 오고 있으며 전통음식에 대한 뜻도 이어가고 있는 제자 김규석 선생이 꾸민 책 [아름다운 떡살무늬]를 만난 것이다.
 
 


 




































  이 책은 떡살 제작 기능보유자 김규석이 근 20년을 전통떡살 제작에 쏟아부은 정성을 정리한 책으로 전통무늬를 새겨넣은 떡살을 각각의 특징을 중심으로 분류한 책이다. 떡살의 정의, 각 떡살 무늬의 의미와 쓰임새에 관한 이야기가 저자가 직접 깎고 다듬어 새겨넣은 떡살과 어우러져 떡살의 모든 것을 집대성한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규식선생께서 이렇게 책을 만들 정도로 우리의 꽃살 무늬에 온 힘을 다하신 이유문양(무늬)이 개인적으로는 각자의 삶을 통해 발현되는 창조적 산물이며, 언어나 문자와 마찬가지로 사용 주체인 민족과 그 민족이 처한 역사적 배경에 따라 고유한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물의 재료 차이에 따른 점이나 선 등의 질감에서부터 공예·회화·건축 등의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에 이르기까지, 문양은 단순히 장식적인 기능에 국한되지 않고 인간 본연의 기원과 욕구를 다분히 종교적 성격을 띠면서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문양(무늬)는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에서 문양이란 일반적으로 물건의 겉 부분에 여러 가지 형상이 어우러져 이룬 모양을 뜻한다. 우리말로 '무늬'라 하며 한자로는 '문양(文樣)' 혹은 '문양(紋樣)'이라고 표현한다. '문(文)'은 글자(書契, 사물을 표시하는 부호), 꾸밈(飾), 아름다움(美), 빛남(華), 아롱짐(斑), 빛깔(文彩) 등을 뜻한다. 한편 '문(紋)'은 직물의 문채(織文) 즉 '비단무늬', '꽃무늬' 등을 의미한다. 문양(文樣)과 문양(紋樣)에는 각각 문화적인 소산과 문명적인 소산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그러므로 문양은 삶을 통한 문화 활동의 소산이자 창조적 문명의 산물이라 하겠다. 이와 같은 문양은 언어·문자로서의 역할 뿐 아니라, 인류가 이루어 놓은 회화·조각·공예 등 모든 조형미술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 문양(무늬)는 단지 아름다운 것 뿐 아니라, 그 이전에 우리의 역사와 정신과 혼이 담겨 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일본인 친구가 우리의 떡 무늬에 매료되고, 그것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가 그것에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떡살 무늬에는 우리민족의 모든 마음이 오롯이 담겨져 있다. 비례미가 물씬 느껴 지는 點과 線에서부터 원앙, 나비, 목단, 물고기, 잉어, 거북이, 연꽃, 국화, 매화, 포도열매 등등 그 무늬들은 곧 기도하는 마음, 간절한 소망이기도 한 것이다. 그 의미에 있어서는 모든 무늬마다 특별한 의미가 있고 또 사용하는 시기가 다르다. 즉, 백일이나 혼인 회갑때 사용하는 문양이 다르고 의미가 다른데, 예를 들어 백일에는 기쁨을 의미 하는 물고기나 파초를, 결혼에는 원앙이나 꽃위를 날아다니는 나비, 석류나 복을 가져다준다는 한쌍의 박쥐 등 아들 딸 많이 낳고 복받기를 기원하는 무늬를, 회갑 에는 壽福문자나 태극 팔괘무늬 그리고 장수를 의미하는 잉어나 거북이 등의 무늬를 새겨 넣었다. 그런가하면 스님들의 불공에는 연꽃무늬 완자형의 무늬를 넣었고, 일반 가정에서는 장수(長壽)나 다복(多福), 부(富貴) 등의 간절한 바람을 숨김없이 솔직하게 글자 무늬로 나열했던 것이다.
 
 






































 
  떡살은 절편의 표면에 무늬를 찍어내는 판이며 떡에 살(文樣)을 부여한다는 뜻으로 예부터 절편에 떡살로 무늬찍는 것을 `살박는다'고도 했다. 떡살은 떡손이라고도 하는데, 떡손이라고 할 때는 원형 문양에 손잡이가 대체로 양 가장자리에 있는 것을 말한다. 장방형의 긴 떡살은 가래떡처럼 긴 떡에 연속무늬이거나 단독무늬라도 연이어 있는 떡살을 양쪽에서 눌러 찍은 다음 떡을 적당한 크기로 떼내거나 썰어서 먹었지만, 떡손의 경우는 떡을 일정한 크기로 먼저 떼내어 그 위에 떡손으로 눌러 찍었다. 절편에 살을 박아 넣은 것은 단순히 배불리 먹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녔던 것이다. 이 떡살에서 우리는 보는 즐거움을 누리고 더 나아가 아름다움을 추구하려는 우리 조상들의 미의식과 심미안을 느낄 수 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은 바로 아름다운 무늬의 떡살로 찍은 절편을 두고 하는 말이다.
 

  재질에 따라 나무떡살과 자기떡살로 나눌 수 있는데, 단단한 소나무·참나무·감나무·박달나무 등으로 만드는 나무떡살은 1자 정도의 긴 나무에 4∼6개의 각기 다른 무늬를 새겼다. 사기·백자·오지 같은 것 등으로 만드는 자기떡살은 대개 보통 5∼11㎝ 정도의 둥근 도장 모양으로, 손잡이가 달려 있어서 잡고 꼭 누르게 되어 있다. 이와 같은 떡살무늬는 일반적으로 가문에 따라 독특한 문양이 정해져 있다. 그 문양은 좀처럼 바꾸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다른 집안에 빌려 주지도 않았다. 부득이하게 떡살의 문양을 바꾸어야 할 때에는 문중의 승낙을 받아야 할 만큼 집안의 상징적인 무늬로 통용되었다. 이 책에서는 김규석 선생이 직접 제작하신 나무떡살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는 우리의 떡살무늬들이 십장생문 十長生文, 사군자문 四君子文 을 시작으로 다식판 무늬까지 80여 종의 떡살무늬들이 저마다의 모습에 설명을 더해 소개되고 있다. 특히 한쪽에는 영문을 두어 외국인들도 우리의 떡살 문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 눈에 띄었다. 명절 때마다 만날 수 있었던 눈에 익은 떡살무늬도 있었지만, 전혀 보지 못한 아름답고 섬세한 떡살무늬가 대부분이었다. 이것이 과연 우리나라의 문화란 말인가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문양들에게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떡살무늬를 보기 쉽게 하기 위해 낙관을 찍는 형식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갓 뽑아낸 떡에 모양을 새겼다면 그 입체감과 모양에 더 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최근에 생일이나 행사때 케익을 대신해서 우리 떡으로 된 케익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어느 커피전문점에서도 떡을 취급하는 곳도 있다는 소식을 접한다. 그 뿐 아니라, 옛날의 재래식 방앗간을 대신해 우리 떡 전문점이 프랜차이즈화 되어 동네마다 떡집이 서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곳에 우리의 떡살무늬들이 액자에 담겨지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작은 틀에 담겨진 수많은 그림과 기호, 그리고 글자들은 목판화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입는 티셔츠에 새겨넣어도 훌륭한 디자인이 될 것도 같았다. 그 활용도는 너무나 무궁무진해서 생각을 거듭하다가 그만 둘 지경이었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는 말이 있듯, 우리네는 한번 먹고 나면 없어져 버릴 떡 하나라도 보는 즐거움으로 구미를 돋구었다. 평면의 떡이 아닌 음과 양의 요철을 지녔고, 들어가고 나온 부분마다 떡을 씹는 식감funnylion도 다른 우리의 떡에 새겨진 떡살은 먹는 조각품이 아닐 수 없었다. 이렇듯 생활의 사소한 것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치장하기를 즐기던 우리 문화의 상징성을 보여주는 떡살은 선조들의 격조 있던 음식문화를 대변하고 있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문화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었고, 아름다운 우리미술의 멋을 즐길 수 있었다. 이제 활용하고 대중에 알리는 일이 남은 것 같다.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기록된 이 책은 음식을 다루는 요리사나 경영자, 그리고 다양한 디자인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많은 아이디어와 활용도를 알려줄 책이다. 그리고 우리문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봐야 할 잊고 있는 우리문화유산을 이야기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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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화원 박스 세트 - 전2권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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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미술이 조화된 우리나라 팩션의 맛깔한 한상차림!
 
 지구가 멸망하고 말 것이라는 노스트라다무스의 두려운 예언과 동시에 세상의 모든 컴퓨터가 혼란에 빠진다는 밀레니엄버그는 2000년을 넘으면서 1900년대의 달력과 함께 사라져 버리고, 세상은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 나섰다. 가장 찾기 쉽고 알리기 쉬운 것은 조상들이 남긴 책 속에서 찾았다. 바로 '역사歷史'다.
 
 새로운 세기를 시작하면서 문학계를 사로잡은 것은 [해리포터 시리즈]와 [반지의 제왕]을 필루로 하는 환타지 장르와 [다빈치 코드]를 시작으로 펼쳐진 히스토리 팩션 장르. 여기서 두번째로 거론된 팩션이야기를 한다. 역사적 사실이나 실존인물의 이야기에 작가의 상상력을 덧붙여 새로운 사실을 재창조하는 문화예술 장르인 팩트(Fact)와 픽션(Fiction)을 합성한 신조어 팩션(Faction)이란 장르의 소설로는 미국에서만 7백만 부 이상 판매되었으며, 독일, 영국, 이탈리아, 일본 등지에서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차지한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 가 단연 지금까지는 최고의 화제꺼리다.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작품을 설명하는데 흔히들 '빅뱅'과 '블록버스터'라 표현을 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 루브르 박물관과 각종 건축물에 대한 풍부한 지식으로 무장한 소설의 인기가 판매량을 끌어올렸고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가 결혼한 사이였으며 예수가 마리아에게 자신의 사후, 교회를 이끌어가도록 했다는 내용은 뜨거운 종교적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우리도 함께 서양의 그것에 함께 열광하다보니 '남의 잔치에 흥돋우는 격'이라, 그래서 될 말인가? 우리의 작가들이 [다빈치 코드]라는 '낫' 앞에서 'ㄱ 기역자字'를 찾았다. 바로 우리의 역사인 것이다. 우리나라를 설명하면서 가장 머리에 세우는 것이 바로 '반만년半萬年', 즉 5,000년의 역사가 아니던가? 21세기를 '지식문화산업'이 중심이 되는 시대임을 이야기한 미래학자들이 주목한 것은 '스토리텔링'즉 풍부한 이야기를 '컨텐츠'였다. 그도 그럴 것이 몇년 째 '아시아 전역'을 뒤흔든 한류韓流의 영향도 바로 우리 외엔 세상의 어느 단어로도 설명할 수 없는 '뭉근한 정情 이라는 정서'와 그들은 상상할 수 조차 없어 '판타지'와 같은 '우리의 역사이야기'였던 것을 보면, 이젠 한 나라의 정서와 이야기가 '확실한 돈을 가져다 주는 산업'으로 흘러거고 있는 것만은 확실한 듯 하다.
 
  이러한 '문화산업'이 우리나라에서 계속해서 순조롭게 태동되고 있다. 서양에서 만들어지고 히트한 것만을 골라서 제공하는 역할만 하던 과거와는 달리 그동안 외국의 하청으로 단련된 경험과 새로 개발된 기술, 그리고 세상을 감동시키는 이야기를 엮어 새로운 '문화컨텐츠'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조상들의 기록인 역사를 비롯해, 허구의 소설을 드라마와 영화로 만들어 대중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만화도 그에 동참해 새로운 문화장르로 탈바꿈을 하고 있으니, 원소스 멀티 유즈One Sauce -Multi Use로 소비자를 감동시키는 '컬처비즈의 시대'에 제대로 순풍을 탄 느낌이다. 
 
 최근에 이러한 거대한 흐름에 동참을 한 소설이 있다. 치밀한 복선과 방대한 역사적 지식을 통해 한글 속에 숨겨둔 세종대와의 비밀코드를 타이틀로 한국형 팩션의 장을 열었던 [뿌리 깊은 나무]의 저자 이정명의 [바람의 화원] 이 지난 주부터 드라마로 제작되면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데, 예전의 이야기가 의술을 말하고, 음식을 말했다면, 이번에는 미술 그리고 미술가를 말한다. 그리고 드라마가 시작부터 재미가 쏠쏠하다. 이야기의 전부를 알면, 드라마가 더 재미있을 것 같아 얼른 집어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정말 재미있고, 흥미로운 소설 [바람의 화원]이다.    
 


 우선 주인공을 소개하자. 본관 김해(金海), 자 사능(士能), 호 단원(檀園)인 김홍도, 그는 강세황(姜世晃)의 천거로 도화서 화원(圖畵署畵員)이 된 뒤 1781년(정조 5년)에 어진화사(御眞畵師)로 정조를 그려 도화서 최고의 영애인 어용화사가 되었다. 1790년 수원 용주사(龍珠寺) 대웅전에 [삼세여래후불탱화(三世如來後佛幀畵)]를 그렸고, 1795년(정19년) 중인의 신분으로 오를 수 있는 최고 벼슬직인 정6품 연풍현감(延豊縣監)이 되었지만 곧 사임한다. 이듬해 왕명으로 용주사의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 삽화를 그렸으며, 1797년 정부에서 간행한 [오륜행실도(五倫行實圖)]의 삽화를 그렸다. 산수화·인물화·신선화(神仙畵)·, 불화(佛畵), ·풍속화에 모두 능하였고, 특히 산수화와 풍속화에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며 정조의 총애를 받았던 명실상부한 조선 최고의 화원인 단원 김홍도. 그리고 조선후기의 풍속화가, 김홍도 ,김득신과 더불어 조선 3대 풍속 화가로 김홍도와 쌍벽을 이루며 주로 도회지 양반의 풍류 생활과 부녀자의 풍습, 그리고 남녀 간의 애정을 풍자적인 필치로 묘사했던 혜원 신윤복 이들이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아쉽게도 조선 최고의 화원 김홍도에 필적한 혜원 신윤복에 대한 역사적 자료는 찾아보기 힘들다. 도화서에서 춘화를 그려 파직 되었다는 것 이외에는 그에 대한 어떠한 신뢰할만한 자료가 없는 게 실정이다. 그의 성별의 모호함과, 사라쿠란 이름의 일본 화인이 혜원이라는 풍문까지 그에 대한 궁금증을 중폭시킨다. 강한 필력으로 서민들의 삶을 담았던 단원 , 섬세한 묘사와 풍작정인 필지로 조선 최고의 화원으로 이름을 널리 펼쳤던 단원의 그림과 극과 극을 이루며 여성적인 섬세한 표현과 묘사의 새로운 화풍의 또 다른 천재화원 혜원 신윤복. 이 소설은 그 사라진 한 천재 아니 두 천재의 이야기가 이정명의 글을 통해 화려하게 세상으로 얼굴을 드러낸 것이다. 
   

  
    3대가 도화서 화원이었던 집안 신한평의 둘째로 태어나 형 신영복과 함께 도화서 화원이 된 혜원 신윤복. 철저하게 규정된 도화서 양식에서의 틀에 박힌 그림에 반항이라도 하듯 여인을 그림의 중심으로 한 춘화를 그려 도화서에서 쫓겨 날 위기에 처한다. 당시 여성은 남성의 주변 배경으로만 그려졌던 양식을 뒤집어 버린 그의 그림은 그의 천재성을 여실히 보여줬지만 사회적 인정을 받기엔 너무 앞선 그림 이었다. 그리고 같은 하늘 아래 두 명의 천재를 내린 하늘의 뜻을 안 듯 그의 천재성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김홍도. 그는 혼이 담겨진 혜원의 그림을 누구보다 인정 하지만 양식을 거부하고 규율을 무너뜨리며 마음이 가는대로 가는 그의 그림이 화원이 될 수 없는 그림임을 또한 알고 있었다.
 
  화원이 되지 못한 그의 그림은 천재가 아닌 미치광이의 그림에 지나지 않았던 당시의 사회적 규약이 그들의 자유로움을 허락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혜원의 섬세하면서도 정밀한 묘사와 틀에 박히지 않은 자유로움 화풍은 조선의 부흥기를 이끌며 예약을 사랑했던 또 한명의 천재 정조의 눈에 띄어 김홍도와 함께 어진화사를 준비하기에 이른다. 도화서의 눈엣가시 같았던 두 천재화가를 정조가 어진화사에 참여할 화원으로 뽑히게 된 또 다른 이유를 정조를 통해 듣게 된다. 10년 전 두 화원이 살해 된 사건의 재수사와 함께 뒤주에 갇혀 처참한 죽음을 당했던 정현세자의 어진을 찾는 일이 그것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과 어진을 찾아가며 밝혀지는 진실, 그리고 그 속에 단원과 혜원의 갈등, 아픈 상처를 지닌 또 한명의 천재 정조, 동생을 위해 화원이 되기를 포기하며 색을 연구하는 단청쟁이 영복, 이루지 못할 사랑의 여인 예기 정향, 살해당한 김홍도의 스승 강수항과 친구 서징, 그리고 재물을 바탕으로 권세를 휘어잡은 거상 김조년, 제자로서 경쟁자로서, 그리고 한명의 인간으로서 혜원을 향했던 김홍도의 애정과 열정이 하나의 하늘아래 내려진 두 천재화원의 작품과 함께 이정명의 손에 의해 긴박하게 살아난다. 
   

  
  책속에 수록된 30여 편의 신윤복과 김홍도의 작품은 책을 이끌어 가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교과서를 통해 익히 보아 왔기에 눈에 많이 익은 그들의 작품은 작가의 손에 의해 다시 그려진 것이다. 단지 한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으로서 뿐 아니라 그들의 혼과 삶이 담겨진 반짝이는 보석으로 오늘날까지 빛을 발했다. 같은 주제로 두 화인이 그린 극명하게 다른 두 작품을 보며 그들이 느낀 삶의 애환과 그들이 표현하고자 했던 그들의 삶을 느낄 수 있다. 짧은 역사기록과 남겨진 미술작품을 통해 미술가들을 그려보고 추억함이 이 소설을 읽는 백미라 할 수 있다. 역사소설로서 가지기 힘든 긴박감과 탄탄한 구성, 그리고 치밀하게 계산된 스토리 전개는 읽는 이로 하여금 한 편의 영화와 같은 영상을 뇌리에 떠오르게 만든다. 드라마가 아니었다면 영화로도 손색없는 소재였다.
 
  이제 드라마를 통해 책을 읽으면서 상상했던 영상과 모습들을 비교해 볼 차례다. 팩션임을 알린 소설을 놓고 다시 영상으로 재구성한 것에 대해 '사실과 거짓'을 논하기는 마치 영화를 보면서 스토리에 몰두하며 즐기는 것이 아니라 '하루 동원된 엑스트라의 급여'를 계산기로 계산하는 제작자의 입장일 게다. 원작을 읽으며 내가 상상한 이야기가 늘 최고인 법, 드라마는 영상을 즐기고, 연기자의 표정을 즐기는 것이 아닐까? 드라마를 백배 즐기고 싶다면 소설을 먼저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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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경영과 마케팅에 빠지다 - 영화 속 주인공을 통해서 비즈니스 성공 모델을 벤치마킹하다
심상훈 지음 / 북포스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미래의 사장님들을 위한 심상훈의 '영화보는 CEO' ! 
 
  우연히 들린 식당에서 생각지도 못한 음식을 만나면 반갑듯, 우연히 만난 책에서 기대하지 않게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게 되면, 마치 길에서 큰 돈을 주은 것처럼 횡재한 기분이 든다. 우연히 지인과 함께 한  술자리에서 영화와 경영(창업)을 잘 섞어놓은 재미있는 책이란 소개말을 들었다. 잊을까 메모지에 적어둔 덕에 주문을 하게 되었고, 그야말로 횡재를 했다. 브랜드매니지먼트사의 대표 컨설턴트이자 창업스쿨의 강사로 활동중인 이사람, 독서광에 영화광이란다. 경제 주간지 [이코노믹리뷰]에 '심상훈의 영화 속 장사이야기'라는 컬럼을 2년간 연재할 정도의 실력파 심상훈의 책, [영화, 경영과 마케팅에 빠지다]를 만났다.
 

 

  이 책은 영화광이면서 창업컨설턴트를 하는 저자가 영화속에서 발견하게 되는 '경영(장사)이야기' 찾아내어 쓴 글을 모은 책이다. '직업은 못속인다' 고 했던가? 신축건물을 보면 세무사는 조세를 따지고, 부동산업자는 시세를 따지고, 사업가는 장사목을 따진다더니 창업을 도와주는 일을 하는 저자가 책만큼이나 소재와 주제가 다양한 영화 속에서 '사업의 묘妙'를 찾아내었다. 내가 이 책을 '횡재'라고 까지 하는 이유는 내가 이미 저자가 소재로 삼은 영화를 모두(바그다드 카페를 제외한) 봤다는데 있다. 나도 그것들을 모두 보면서 그것을 즐기기만 했지, 미처 아니 상상도 하지 못한 생각들을 그 속에서 찾아냈다는 것이 정말 놀라웠다. 어디 그 뿐인가? 영화를 설명할 땐 어느 영화 전문기자 못지 않게 영화이야기를 펼치고, 경영과 창업이야기를 할 때 또한 따로 그것만 떼어내 책을 내어도 충분할 만큼의 내공을 가지고 있다. 읽히는 글맛, 또한 '거시기'하다. 영화를 새로 보는 재미와 경영을 배우는 교육 그리고 글 읽는 맛을 겸했으니 이럴 때 '횡재'란 말을 안쓰고 또 언제 쓰겠는가(이 책을 소개해 준 지인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전한 것은 물론이다)?
 
[김관장 VS 김관장 VS 김관장], [약속], [바그다드 카페]를 소개하면서 '고객만족, 고객감동 경영학'을 이야기하고 '창업 CEO 마인드'를 이야기하기 위해 [300], [황후화], [주먹이 운다], [가타카]를 소개한다. 맛있는 경영학에서는 [묵공], [왕의 남자], [와호장룡], [넘버3]가 동원되기도 한다. 이 밖에도 [노팅힐], [유브 갓 메일], [코요테 어글리], [사랑을 놓치다] 등 총 26편의 영화이야기를 바탕으로 그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경영의 묘妙, 창업의 묘妙를 이야기 해준다. 
 
"고객만족, 고객감동 경영학의 핵심은 '공부'에 있다. 공부란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과정은 무도에서 말하는 '단련'으로 이해하면 된다. 좋은 결과는 평소에 단련하는 과정에서 시작되지 그냥 절로 생겨나거나 완성되는 게 아니다. 언제나 고객의 반응은 솔직하다. 더 나은 상품과 남다른 서비스 제공에 만족하고 감동하며 약할 수 밖에 없다. 경영의 핵심은 고객에게 '어떻게 보이느냐'가 관건이다. 이 점에 주의하고 신경을 써야 경영과 마케팅은 성공한다."
 
 

 
 
  창업컨설턴트이기도 한 저자인 만큼 '경영이론'보다는 실전에 필요한 경영의 진수를 뽑아 기업운영 뿐 아니라 '장사'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조언을 해준다. 또한 실제로 유명한 식당과 점포의 예를 들면서 그 점포가 손님이 끊이지 않고 줄을 서게 하는 이유들도 함께 설명해 준다(저자가 이야기한 곳 중 여의도의 창고, 일산의 아소산, 대구의 연경반점은 꼭 찾아가 보고 싶은 곳이다) 그 뿐 아니다. 조용모의 [백만번째 프로포즈], 제이 골츠의 [(사장이 알아야 할 모든 것) 경영노트], [머니사이언스], 켄 블렌차드의 [얌, 고객에 미쳐라], 이치조 신야의 [하트풀매니지먼트], 데이비드 W. 모러의 [빅콘게임], 잭 트라우트의 [마케팅 전쟁], [일상의 경제학], [사랑의 경제학], [경영의 마음가짐] 등 저자의 주제에 맞는 멋진 쪽글들이 포함된 책들을 소개해 주어 읽어야 할 책의 리스트들도 덕분에 가득해졌다. 지금 곧 창업해도 성공할 것 같은 창업아이템과 기발한 브랜드네임등 소규모 창업자들에게는 '산해진미'가 가득한 저녁상같은 책처럼 여겨질 것이다.
 
  저자는 '창업시장을 바라보는 안목의 자세'를 제시하면서 견見, 시視, 관觀, 각覺 이렇게 네 가지의 자세를 들었다. 눈이 있어 막연하게 쳐다보는 자세(견見)에서 뭔가 보이는 듯 해 예의주시하고(시視), 흩어져 있는 현상을 관찰함으로써(관觀),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경영을 깨닫게 되는(각覺) 과정을 설명한 것인데, 이제껏 내가 보았던 영화가 견見의 자세 였다면, 이 책을 통해 더 나은 자세로 영화를 즐기게 도와주었고, 지금껏 내가 하는 나의 일을 시視 하고, 관觀 했다면, 어떻게 해야 각覺 할 수 있는 지를 알려주었다. 저자는 이 책을 즐기듯, 놀듯 이 책을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치 옆에서 대포 한 잔 놓고 두런 두런 이야기하듯 매끄럽게 읽혀졌기 때문이다. 영화와 경영, 그리고 창업의 전반에 대해 진짜 '공부'를 했던터라 이들을 모으고 섞으면서 놀이하듯 엮어놓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즐겁고, 재미있고, 유익한 경영서였다. 지금도 무수히 쏟아지는 영화들(Story)이 있고, 지금 세상은 똑똑한 소비자와 직원을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경영의 묘妙(Wants)가 절대 필요하다. 이 책의 속편이 나오지 않는다면, 저자가 게으른 것이거나 출판사들이 바보거나 둘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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