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관찰습관
송숙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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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력의 시작은 '관찰력', 이 책에서 '관찰력'을 먼저 배워라 !
 
  오늘날은 '창의력Creative Thinking'의 시대라고 한목소리로 이야기한다. 블루 오션을 찾으라는 요구도, 새로운 디자인을 창조하라는 요구도 모두 '창의력'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창조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엇비슷한 기능의 제품들은 시장을 채우고도 넘치고 있지만, 영악하고 까탈스러운 소비자들이 웬만해서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그들이 '깜짝 놀라' 갖고 싶어 안달이 날 만한 제품이나 컨텐츠를 찾아내는 것, 그것이 오늘날의 소비시장에서 선점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란 것을 생산자인 기업은 알고 있다. 하지만 '창의력을 발휘하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대체로 생각하고 있는 '창의력'의 소유자들이란 조금은 괴팍스럽고, 오카쿠(마니아)적인, 설명하긴 어렵지만 보통사람들과는 좀 다른 특별한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긴다. 아니면 세상에 하나 나올까 말까 하는 천재라던가, 이미 엄청난 성공을 이룬 부자들이라던가... 결과론적으로 살펴보면 거의가 그렇다. 왜냐하면 '유니크한 창의력'이 발현되어 성공을 이뤄야 세상에 알려질테고, 우리들에게도 알려질 즈음이면 이미 월등한 성공을 이뤘을 테니까 말이다.
 
  창의력이 대단한 것이고, 이 시대에 있어서 꼭 필요한 재능인 것은 알지만 특히 주입식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것을 생각하기는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만약 우리에게 요구된다면, 당장 얻어야 한다고 말한다면 우리는 '창의력을 가르치는 학원'에 등록하고 그것을 배우려 할테니까. 우리는 늘 그래 왔으니까. 하지만 창의력은 말 그대로 남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책 한 권을 읽는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주입식으로 외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창의력이란 무엇일까? 또 어떻게 해야 그것을 얻고, 발현할 수 있을까? 그에 대한 해답을 구하고자 집어든 책이 있다. 송숙희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관찰습관Observational habit]이 그것이다. 
  

 
  
  여성잡지 편집장이면서 여성포털사이트 콘텐츠디렉터이고, 출판기획자이기도 한 저자 송숙희는 이미 [워딩파워], [당신의 책을 가져라], [고객을 유혹하는 마케팅 글쓰기], [돈이 되는 글쓰기] 등 많은 베스트셀러를 낸 바 있는 저자이다. 스스로 '아이디어셀러'라 말할 만큼 창의력을 지닌 그녀가 이 책을 만들게 된 것은 시간의 문제였을 뿐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 저자는 그동안 현장에서 경험하며 수집한 방대한 자료, 생생한 사례들을 토대로 그녀만의 유려한 문체로 이야기하듯 창의력를 설명하고, 창의력을 만들어내는 그 무엇을 설명하고자 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능하게 하는 결정적인 그것은 무엇일까?
능력? 찰나하는 순간의 번뜩임? 노력? 행동? 생각? 
 
  저자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능하게 하는 결정적인 것은 바로 '관찰'에 있다고 했다. 저자가 살펴본 천재들이나 혁신가들이 쏟아내는 아이디어의 창조는 '관찰'에서 시작되었다. 그들은 눈앞에 있는 것을 유심히 관찰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지켜보고, 파고들어 보고, 스쳐가며 보고, 들춰 보고, 뒤집어 보고, 쪼개 보며 관심을 두고 그와 관련 있는 것들을 만나면 무엇이든 또 관찰했다. 다시 말해 '창의력'을 만든 사람들만 달랐을 뿐, 아이디어가 발현되는 프로세스에 있어서 앞뒤 순서가 차이가 있을 뿐, 반드시 아이디어들 앞에는 '관찰'이 있었다는 것이다.
 
  시각視覺은 눈을 통해 사물을 알아차리는 감각작용을 뜻한다. 하지만 관찰觀察은 보는 것 이상이다. 관찰은 시각視覺이 아니라 시각視角, 즉 사물을 관찰하고 파악하는 일련의 기본자세다. 따라서 관찰은 보고, 듣고, 만지고, 냄새 맡고, 맛보고, 몸으로 느기는 인지행위의 총칭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관찰이란 사뭉르 꿰뚫어보고 그 본질을 파악하며 그 속에서 기회를 포착하거나 만들어내는 능력인데, 꿰뚫어 보는 방법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오감과 일부 재능있는 사람들의 육감이나 통찰까지도 포함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아이디어를 펌프라고 본다면 관찰은 창의를 끄집어내는 한 바가지의 '마중물'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지하의 엄청난 물(잠재된 지식)과 그 물을 끌어내기 위한 마중물(관찰)과 펌프의 작동원리(지혜 -지식의 체계)가 삼박자가 맞으면 물을 퍼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직관이 작동하며 직관은 중복되는 경험에 의존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성공하는 사람들의 관찰력이란 어떤 것인가? 우리는 어떻게 그것을 습득해야 하는가? 저자는 성공한 사람들의 관찰습관을 7가지로 놓고,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각각의 관찰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어떠한 성취를 일궈냈는지 분석하고 설명하고 있다.
 
 
  [관찰습관 01] 본질을 제대로 들여다보라, 스티브 잡스처럼
당신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보다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다. 제대로 보려는 시도, 본질적인 것을 찾아내고 관찰하는 습관은 관찰기술의 핵심이다. 사물의 정수를 뽑아내려는 노력과 그것을 뒷받침해줄 호기심과 열정은 다시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모든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이야기처럼 공감할 만한 감정의 본질을 찾아내었을 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가수 박진영은 말했다. 본질을 제대로 꿰뚫어보라.
 
  [관찰습관 02] 쪼개고 분석하고 섬세하게 보라, 리처드 브랜슨처럼
창의성이란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거이 아니라, 못 보던 것을 발견하거나 봐오던 것을 연결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문제라 여겨지지 않았던 먼지를 뒤집고 있는 그것의 먼지를 털어내고 들여다보는 세심한 관찰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소할수록 눈여겨보고, 당연한 것을 의심하고, 패턴을 파악하며, 수치대신 의미를 파악하라. 그리고 쓰레기통을 뒤지는 세심함과 마지막에 종합해서 얻어내는 자신만의 직감이 필요하다. 세심하게 보기 위해 눈은 가늘게 뜨지만, 현미경을 들이대듯 관찰해야 한다.
 
  [관찰습관 03] 밀착하여 세심하게 보라, 샘 월튼처럼
가장 많은 기회를 얻어낼 수 있는 관찰법은 대상들과 함께 현장에 있으면서 자세하게 관찰하는 것이다. 촉각적인 세상에서 행동하는 것은 보는 것이고, 보는 것은 이해하는 것이며, 이해하는 것은 통찰력으로 가는 통로이고, 통찰력은 소비자의 신뢰, 공모, 인정, 충성을 얻는 지름길이다. 따라서 현장에서 고객을 끊임없이 관찰하라. 그들을 지켜만 보지 말고,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대로 삶을 살아야 한다.
 
  [관찰습관 04] 진득하게 지켜보라, 워렌 버핏처럼
워렌 버핏은 말한다. "진흙 속에 저평가된 채로 숨어있는 진주를 찾으려면 흙탕물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며 살펴야 한다"고. 마주보지 말고 같은 곳을 보라. 애정을 갖고 본다면 사소한 것도 보일 것이다. 고객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고객이 되어 제품이 나에게 무슨 일을 해주는가를 관찰해야 한다. 그러면 당신의 상품과 서비스가 고객을 위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를 관찰할 수 있다. 이것이 피터 드러커가 강조하는 '안에서 밖으로가 아닌, 밖에서 안으로 관찰하는 방법'이다.  
 
  [관찰습관 05] 상식을 배반하고 새롭게 보라, 월트 디즈니처럼
창의가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창의하는 능력에 대한 오해 때문이다. 창의는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있던 것을 변형하거나 달리 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월트 디즈니처럼 다르게 보고 다르게 생각하라. 고정관념의 안경을 벗어버리고, 상식을 배반하는 소수의 시각으로 봐라. 관찰한 것을 기존의 지식과 결합한다면 혁신이 이뤄질 것이다. 이노베이션은 관찰에 달렸다.
 
  [관찰습관 06] 상상의 눈으로 보라,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대부분 디자인을 겉포장쯤으로 여긴다. 하지만 이는 디자인의 진정한 의미와 거리가 멀다. 디자인은 인간이 만든 창조물의 영혼이다."
고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말했다. 오늘날은 '바이 디자인Buy Design' 의 시대다. 관찰이 창의로 도출되려면 '상상'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상상을 형상화한 것이 디자인이고, 창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상상으로 관찰하는 것을 '창조적 관찰'이라고 불렀다. 허망한 공상空想이 아니라 Dream을 imagine 하라.
 
  [관찰습관 07] 보이는 것 너머를 보라, 버락 오바마처럼
MP3의 선두주자는 우리나라였다. 하지만 우리는 껍데기만 생산했을 뿐이다. 애플의 아이팟이 그 속을 채울 수 있었기 때문에 세계를 점령했다. 현상을 뛰어 넘어 건너편을 보라. 생각이나 단어 속에 갇혀있던 의식을 일깨우는 것이 통찰이다. 글쓰기를 하라. 글쓰기를 연습하면 글감을 찾기 위해 눈앞의 것을 관찰하는 습관이 생긴다. 처음엔 막연히 보이다가 어느새 그것을 꿰뚫어보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인식하는 자신을 깨닫게 되고 그에 따른 생각을 기록하다 보면 직관과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저자는 어떻게 관찰할까? 하는 것에 대해 '관찰'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네이게이터로 익숙한 길을 눈감고도 가듯 그렇게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끄고 가던 길을 달리 하여 긴장하듯 관찰하라고 한다. 그리고 순간순간을 기억하고 자각하려 노력하고 한다. 그래야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살필 수 있다. 보면서 질문하는 습관, 오감을 총동원해서 의문을 가지려 하라고 강조한다. 끝으로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하지 말고,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생기거든 잊지 않게 기록하라고 말한다. 
 
  창조력, 창의적 인간, 통찰, 통섭 등 생각을 확장하라는 시대의 주문은 계속 이어지고 있고, 또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 위력을 가졌는지 국내외의 성공사례들을 보면서 우리는 통감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 마치 '신 포도'를 보는 여우처럼 '그것'은 태어날 때 부터 '이미 가진 자'의 몫이거나, 특별한 사람들 만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왜냐하면 그것들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한 사람은 많았지만, 어떻게 얻어야 하는 지를 말하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것들의 근본을 '관찰'이라고 보았다. 달린 눈이 있어 쳐다 보는 것이 아니라, 깊은 관심과 노력으로 오감을 동원해서 살피는 것에 그 시작을 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누구나 노력하면 얻을 수 있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깨닫지 못한 개념에 대해 논리정연한 전개로 그것에 접근하기에 쉽게 설명되었고, 현장감있는 생생한 사례와 증언들은 그것을 깨닫는데 용이하게 도와주었다. 현장에서 고민했던 자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노력의 산물이었다. 저자는 이 '관찰의 기술'을 지속적으로 활용하고 훈련하면 독자들의 창의력은 크게 신장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관찰은 창의라는 뇌관에 불을 붙이는 도화선 역활을 하기 때문이다. 관찰은 기술이요, 습관이므로 훈련하면 누구든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명확한 개념 파악'만으로도 그것을 얻는데 절반의 성공은 이룬 것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나도 노력하면 그들처럼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공한 이들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고, 내가 걷고 있는 분야에서의 관찰은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모든 이들에게 꼭 읽혀져야 할 좋은 책이다. 특히 [생각의 탄생], [트리즈], [크리에이티브 씽킹] 등 생각과 창의력에 관련된 책을 읽고도 그것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일상에 접목하기가 힘들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다시 시도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이 책이 읽혀야 할 가장 중요한 대상은 여성이다. 오늘날의 세대들이 '정답'을 찾지 못해 헤매는 이유는 어려서부터 자연적으로 습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사고가 상대적으로 외국에서 쏟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은 어려서부터 충분히 생각하고 고민하고, 관찰할 시간을 갖는다는데 있다. '관찰'이라는 단어를 현실로 대입하면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거나, 땅을 쳐다보거나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 상태일 수 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멍청하게 뭐하고 있느냐?'고 다구칠 것이 아니라, 무슨 생각을 했는지 함께 참여하고 생각을 넓혀주어야 한다. 최소한 훼방을 놓거나, 하지 못하게 하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 무엇보다도 '닥치고 외우는' 주입식 학원에 보낼 것만 아니라, 아이들이 자신만의 생각을 추스릴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 엄마, 바로 여성들의 몫인 것이다. 이 악순환이 계속될 것인지, 여기서 끝날 지는 우리 여성들의 손에 달려 있다. 손숙희, 그녀만이 가진 관찰력 만들어 낼 수 있는 대단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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욘스 마인드 - 21세기 부의 지도를 바꾼 백만장자 시크릿
키스 캐머론 스미스 지음, 정하원 옮김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얇지만 임팩트가 강한 책, 욘스부자가 되고 싶거든 꼭 읽어라!
 
  부자에 대해 우리가 솔직해지기 시작한 것은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부터였다. '안빈낙도安貧樂道' 즉, 가난에 개의치 않고 聖人의 道를 좇아 즐겁게 삶를 추구한다면, 그게 잘 사는 게 아니겠나 하는 우리의 생활관이 외환위기의 암울한 시기를 보내면서 '그건 아닌가 봐' 깨닫기 시작했다. '구조조정', '실업률 증가', '경제적인 원인으로 인한 이혼' 등 모든 사회문제의 원인은 '경제적 능력'으로 결부되면서 '부富'에 대한 개념이 달라진 것이다. 말 그대로 '일단은 잘 살고 봐야 한다', '경제력이 최고' 라는 현설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IMF에 전국민이 시름에 빠져있을 때에 유일하게 '호황'을 맞은 사람들도 있었으니 그들은 '부자'와 '외국인투자자'였다. 대출로 분양받은 아파트는 실직과 부도로 인해 높아가는 이자와 밀려가는 대출금을 갚지 못해 반값도 안되는 가격에 부동산 급매물이 부지기수로 시장에 쏟아졌다. 당시에 넉넉하게 현금으로 예금을 해 두었던 부자들은 '20%'에 육박하는 이자율과 외환차익으로 앉아서 더욱 부자가 되어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금싸라기급 떨이매물'들을 쓸어담듯이 주워담기만 하면 됐다. 게다가 정부는 경기부양책으로 세금면제나 감면혜택을 덤으로 쏟아냈으니, 당시에 현금보유율이 높았던 부자들은 2년 새 두 배 이상의 부자가 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외국인투자자들은 국내은행에 빽빽히 쌓인 부실채권들(대출금을 환수하지 못해 압류한 부동산 물건들)을 전국을 대상으로 지역으로 묶고 그것을 다시 적게는 10개, 많게는 200개의 패키지로 묶어 헐값에 사들이고, 한국에 '지사'입네하고 버젓이 회사를 차려 한국인으로 고용해 이것을 다시 쪼깨어 집장사를 했으니, 그야말로 '돈 놓고 돈 먹기'가 아닐 수 없었다. 그 뿐인가? 주식시장 개방으로 순식간에 외국인이 40%를 차지하면서 오늘날과 같이 해외증시의 등락에 따라 다음날 파도를 치는 현상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IMF로 인한 득과 실의 차이는 부자와 아닌자, 즉 수중에 '투자할 현금을 가지고 있었는가의 여부'에 있었던 것 만은 아니다. 충분한 현금이 있었으면서도 은행도 문을 닫는 '위험한 때'라고 판단해서 모두 인출해 장롱 속에 숨겨두었던 부자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위기危機 를 위험요소로 받았는가, 기회요소로 받았는가에 있었다. 이는 IMF가 지난 지 10년 후인 오늘의 상황과도 일치한다. 불안한 외환시장과 한없이 떨어져가는 주식시장을 지켜보면서 오늘의 시장상황을 '위험상황'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절호의 기회'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는 개개인의 마인드에 달려 있다. 금융소득(예금이자, 배당수익 등)이 1억 원을 넘는 부자들이 10,000 명을 넘고, 5억 원 이상인 부자들은 2,000 명이 넘는다는 기사가 어제 일자 신문에 실렸다. 그들에게는 요즘과 같은 불안한 경제상황이 위험상황일까? 기회상황일까? 궁금해진다. 
 
  시선을 돌려보자. 2년 전, 어느 젊은 청년이 로또에 당첨되었다. 당첨근은 16억, 평범한 직장인은 손에 만져보기도 힘든 금액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형사입건되어 철창 신세를 지고 있다. 당첨이 되자마자 부모님에게 집 한 채를 사드리고(효자인 것만은 확실하다), 남은 돈을 물 쓰듯 썼다. 16억을 모두 날리는데는 2년도 짧았다고 한다. 빈털털이가 되었지만, 낭비벽은 여전한 터라 남의 돈에 손을 대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주 뉴스에 나온 순수한 사실이다. 부모님께 사드린 집이 얼마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씀씀이가 대단했다는 것을 짐작하게 된다. 16억을 온전히 은행에 예금하고 몇 년만 있었다면 부보님께 사드린 집은 이자로 충당할 수 있었을 것이다. 원금은 그대로 보전한 채로. '로또나 복권으로 대박난 국내외 졸부'들의 말로가 오히려 그 전보다 못하게 된 것을 신문이나 언론으로 전해듣는데 그 이유는 '복권당첨자'가 '부자될 깜량'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꿈이 현실로 이루어졌는데도, 이를 감당할 수 없어서 그 많은 돈들이 손에서 모래가 흐르듯 흘러 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부자될 깜량'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얻을 수 있을까?
 
  내가 '재테크서'나 '부자관련 도서'에 관심을 두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자될 깜량', 즉 '부자 마인드'를 얼마나 갖추었느냐 하는 것이 부자가 되기 위한 기본이고, 더 큰 부자가 되기 위한 공부라고 생각했다. 주위에서 흔히 만날 수도 없지만, 만난다 하더라도 성공한 '부자'들은 좀처럼 아무에게나 이야기해 주지 않고, 또한 "부자되는 법은 이야기가 아니라 생활에 있다."는 등의 선문답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책을 통해 그것을 얻으려 하는 것이다. 이 책 [욘스 마인드]역시 그 길을 걷던 중에 만난 책 중 하나다. 
   

 

   시작에 앞서 궁금한 것, 하나. 욘스가 무엇인가? 욘스(YAWNs)는 ‘Young And Wealthy but Normal’의 머리글자와 무리를 뜻하는 s의 합성어로서 평범해 보이는 젊은 부자들을 의미한다. 자수성가해 큰 부자가 된 그들은 자신의 부와 성공을 자랑하지 않으며 감사와 사랑의 마음으로 배려와 베풂을 실천하는 행복한 부자들이다. 1980년대에는 여피족, 1990년대에는 보보스족이 있었다면 21세기에는 욘스가 부의 트렌드를 주도한다. 여피족이 과소비와 사치를, 보보스족이 정신적 자유와 현실적 실리를 추구했다면 욘스는 경제적 자유와 나눔을 추구하는 창조적인 부자들이다. 양극화가 심화된 21세기에 그들은 자신만의 경제적 자유와 풍요가 아니라 모든 이의 경제적 자유와 풍요를 위해 감사하는 마음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존재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는 안젤리나 졸리의 말은 욘스의 활동과 삶을 대변하고 있다. 패리스 힐튼이나 도널드 트럼프처럼 돈과 돈 벌기에만 집착하고 자신의 성공과 부를 과시하기만 하는 부자들은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하더라도 아등바등 사는 중산층의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에 불과하다고 이 책은 말한다.
 
  이 책의 저자 키스 캐머론 스미스Keith Cameron Smith 는 자수성가하여 서른 셋의 나이에 백만장자가 된 사람으로 자신이 만난 세계의 1% 욘스들을 만나 그들의 부와 성공의 비결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자신의 실패와 성공 사례들을 결합해 책으로 만들었다. 원제목은 [The Top 10 Distinctions Between Millionaires and the Middle Class: 백만장자와 중산층의 10가지 차이점] 이다. 저자는 욘스를 백만장자로 놓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중산층과 저소득층으로 나누어 이들을 비교함으로써 그 차이점을 명확하게 해 두었다. 자서전을 연상하듯 저자의 개인적 역사를 기록하거나, 요즘 유행중인 셀픽션Self -fiction,즉 소설형 자기계발서처럼 구성되어 독자 나름대로 그 답을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단도직입적으로 부자와 중산층의 명확한 차이점 10 가지를 밝혀내어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부자가 되기위해 중산층의 사람들이 가져야 할 욘스 마인드는 다음과 같다.
 
 
욘스 마인드 10. 길게 생각하고 미래를 계획하라
  눈앞의 것이 아니라 멀리를 내다보는 장기적인 사고방식은 강력한 힘이 있다. 이 사고방식을 버릇처럼 몸에 익혀라. 인내심은 백만장자의 삶, 아니 억만장자의 삶을 이루기 위한 큰 자산이다. 중산층은 대부분 조바심을 내며 사는 경향이 강하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인생의 말년에는 인간관계야말로 삶을 진정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욘스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미래를 내다본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현재에 집착한다.

욘스 마인드 9. 아이디어를 이야기하라
  "세상에는 세 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사람,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는 것을 지켜보는 사람, 그리고 이미 만들어진 것에 대해 이야기만 하는 사람.",아이디어보다 더 가치있는 자산은 이 세상에 없다. 돈은 힘이지만 아이디어는 돈보다 더 강력한 힘을 지닌다. 말의 힘은 정말로 무서운 것이어서 자신이 입 밖으로 내뱉은 말 그대로 나중에 꼭 한 번은 자신이 겪게 된다. 나중에 불평불만을 늘어놓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스스로에게 한번 물어보라. "내 삶이 지금 내게 무슨 교훈을 가르쳐주려고 하는 걸까?" 욘스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신변잡사와 유행, 가십, 타인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좋아한다.

욘스 마인드 8. 변화를 받아들이고 기회를 창조하라
  부자들은 변화가 더 큰 성장을 불러오는 기회라는 것을 알기에 변화를 받아들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두려움은 변화 속에 감춰진 새로운 기회들을 보지 못하게 한다. 변화는 우리에게 새롭게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 준다. 욘스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변화를 받아들인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변화를 두려워 한다.

욘스 마인드 7. 실패를 두려워 말고 위험을 감수하라
  위험을 감수하면서 삶을 살아가게 되면 삶이 주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실패는 우리의 삶을 올바로 인도해주는 고마운 스승이다.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으려 하기보다 성공을 열망하라."...했어야 했는데."라고 말하는 것과 "...했어!"라고 말하는 건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다. 삶의 종착역에 다다를수록 자신이 이전에 했던 것보다는 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 후회하게 된다. 두려움은 어둠이지만 지식은 어둠을 없애는 빛이다.욘스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미리 잘 계산한 후 위험을 감수한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위험을 감수하길 두려워한다.

욘스 마인드 6. 끊임없이 지식을 얻고 지혜를 쌓아라
  성공은 끊임없는 과정이다. 부자들은 평생 학생의 마음가짐으로 산다.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배우는 학생이 될 수 있는 비결은 당신이 좋아하는 걸 찾아 배우는 것이다.욘스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한다. 그렇지 못한 사람은 배움이 학교를 졸업하면서 끝나는 거라 생각한다.

욘스 마인드 5. 이익을 만드는 법을 배워라
  당신이 이익을 만드는 법을 배운다면 그때부터 당신의 수입에는 한계가 없어진다. 욘스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이익을 만들기 위해 일한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월급을 받기 위해 일한다.

욘스 마인드 4. 감사하고 나누고 베풀어라
  진실한 마음으로 누군가에게 배풀 때 굉장한 행복감이 찾아든다. 모든 부자들이 다 베풀고 살지는 않지만, 행복한 부자들은 분명히 베풀고 산다. 욘스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베풀고 산다. 그렇지 못한 사람은 남에게 베풀 여유 따위는 없다고 생각한다.
 
욘스 마인드 3. 의도적인 일치를 통해 투자수익의 시너지효과를 높여라
  수입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부자가 될 확률은 훨씬 높아진다. 부자들은 중산층 사람들과 생각이 다르다. 그들은 자신만큼의 능력이 있는 사람은 물론, 자신보다 훨씬 능력이 좋은 사람이 세상에 널리고 널렸다고 생각한다. 욘스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의도적인 일치를 실천함으로써 투자수익을 높인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한 우물만 파다가 그 구덩이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욘스 마인드 2. 투자수익을 높이는 순자산을 증가시켜라
  주자들은 자신의 돈이 자신을 위해 열심히 일하게 한다. 반면 중산층 사람들은 자신의 돈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 순자산을 늘리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인내심, 지식 그리고 지혜가 필요하다. 부자들은 수입이 늘어났을 때 지출을 늘리는 게 아니라 투자를 늘린다. 명심하라.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기회를 잡는 것이다. 위험은 곧 기회다. 욘스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순자산을 증식시키는데에 주력한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월급을 올리는 데 주력한다.

욘스 마인드 1. 자신에게 힘을 주는 질문을 던져라
  현재의 경험과 능력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크고 담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라.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들은 당신의 삶과 삶에서 얻게 될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자신에게 힘을 주는 질문들을 계속 던지는 것이야말로 성공을 향한 마음가짐을 갖게 하는 첩경이다. 자신과의 마음속 대화를 통제하고 관리함으로써 삶 자체를 조절할 수 있다. 명료함으 힘이다. 부자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하게 안다. 욘스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자신에게 힘을 주는 질문을 계속 던진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힘 빠지게 하는 말을 스스로에게 한다.
 
 
 
  '낭중무일전(푼)囊中無一錢 이면 장부무안색丈夫無顔色 이라' 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주머니에 돈 한 푼 없으면, 사내대장부 얼굴색이 검어진다'는 말인데, 돈이 주는 '심리적 위안'을 꼬집는 말이겠다. 이를 바꿔 말하면 '수중에 돈이 많으면, 사내대장부 얼굴색이 환해진다'는 말인데, 누가 한 말인지 참으로 옳고도 옳다. 어느 부자는 '돈은 자존심이다'라고 말했다. 주머니에 천 원이 있으면 세상 모든 음식이 먹고 싶어지지만, 백만 원이 있다면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다고 덧붙여 말했다. 이 책은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고, 매사에 늘 감사하고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적극적인 사람들'이야기다. 그렇게 산다면 그 사람은 '자신감이 있는 사람'으로 보일 터, 벌이는 모든 일이 안될 턱이 없을 것이다. 이 책은 '돈이 부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부자마인드를 가진 사람에게 돈이 붙는다'고 알려준다. 세상에 나온 부자관련서가 이 한 권으로 응축된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얇지만 임팩트가 강한 책, 부자가 되고 싶거든 꼭 읽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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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더미의 유산 - 한국전쟁에서 이라크전쟁까지 세계 역사를 조종한 CIA의 모든 것
팀 와이너 지음, 이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지금껏 잘못 알아 온 CIA의 '불편한 진실들'을 담은 책 !
 
  내 할아버지에게 미국은 '아버지의 나라'였다. 1950년 6월 25일,(날짜를 모르는 젊은이가 허다하다니 굳이 적는다) 한국전쟁을 참전하셨던터라, 게다가 총 한 번 쏴보지 못한 채(나중에 할머니가 할아버지 몰래 말하셨다) 총상을 입고 가까스로 살아나셨던 당신에게는 '나라를 구해준 훌륭한 나라'였다. 그래서인지 4-5 살 때 늘 저녁때만 되면 할아버지의 무릎 위에 앉아 빅 머로우가 출연했던 미국드라마 컴뱃Combat 을 꼭 봤다. 그리고 내게 늘 말씀하셨다. "미국은 좋은 놈, 독일군은 나쁜 놈이란다." 그것은 국민학교 3-4 학년때 학교에서 단체로 관람했던 반공영화 '똘이장군'에서 북괴의 수괴로 나온 김일성은 '붉은 돼지'였던 것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나는 오래도록 그렇게 믿었다. 영화속 주인공은 항상 '좋은 놈'이니까.  

 

  그래서 일꺼다. 대학 새내기 때 붉은 깃발을 두르고 '양키 고 홈'을 외쳐대는 80년대 학번의 선배들을 이해할 수가 없었고, 그들과 어쩔 수 없이 함께 한 '학습'은 간첩교육과 다름없었다. 지금껏 듣고 믿으며 자라왔던 사실과 너무나도 달라서 제대로 영글지도 못한 정체성은 혼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언론'이 말하는 '좌익 용공세력'들과 함께 한 학기를 보내며 전경에게 잡혀가고 매맞기를 되풀이 하면서 나 또한 그들이 말하는 '빨갱이'가 되었다. 차라리 '모르는 게 약'인지도 모른다. 뒤늦게 알게 된 게 화가 났고, 그동안 속아왔던 것이 더 화가 났고, 앞으로도 속아야 한다는 것에 치를 떨게 되었다. 내가 사는 세상은 속고만 있는데, 이 세상을 움켜쥔 우두머리는 여전히 '아버지의 나라'로 받들고 있었으니, 그 시절은 정말 '웃는다고 웃는 게 아니었고, 살아간다고 사는 게 아니'었다.
 
  비밀秘密 을 만들고 또 그것을 가지고 있는 자의 쾌감은 인생에 있어 색다른 맛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전제는 알지 못하는 자도 그 비밀에 관심이 지대함에 있다. 비밀의 유효기간은 그것을 몰랐던 자들이 알게 되는 그 때까지만 일테지만, 밝혀진 후엔 비밀을 가졌던 이유에 대한 막대한 책임과 알리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도 비난을 감내해야 한다. 하지만 그 결과의 무서움을 견디는 것은 현재는 밝힐 수 없다는 것이다. 비밀의 크기가 커지는 만큼 그 위험도도 커지지만, 알고있는 자들에게는 들키지 않는 한 인간만이 가지는 즐거운 '스릴'도 된다.
 
  '비밀'을 지켜야 하고, 또 다른 '비밀'을 만들어 내야 하는 자, 그것을 '업業'으로 하는 자들은 아직도 이 세상에는 존재하고,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비밀을 모르는 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미명아래 물론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 우스운 것은 그것을 만들어낸 자들은 '비밀'이었다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을 할테지만, 나중에 안 이들은 '속았다'고 분개할꺼란 사실이다. 다시 말해 '비밀'이 노출되어 대중화되면 '사기'가 되는 것이다. 비밀을 품고 있는 자들에게 있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비밀'들이 끝까지 지켜져야 이유는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비밀에는 무섭고 사악한 마성魔性이 있다. 네가 알지 못하는 '어떤 사실'을 내가 앎으로써 갖는 작은 우월감, 바로 그것이다.그래서 어떤 병적인 이들은 '습관적'으로 비밀을 만들어내고, 즐거워 할 수도 있다. 어쩌면 이 마성때문에 비밀이 만들어지고, 지켜지는지도 모른다. 이 매력적인 '비밀'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혼자되기를 자처하기'라는 것이다. 내가 가진 비밀때문에 다른 이와 공유할 수 없고, 스스로가 배척하기 때문에 혼자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왕따'가 아닌 '자발적 외톨이'가 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결국 남과 공유할 수 없는 '비밀'은 '공상'이 되어버리는 결론에 치닫는다. 비밀은 비밀을 낳고, 그것이 반복될수록 현실과는 멀어지고, 그 속에 갇혀버리게 되는 것이다.
 
  언젠가는 밝혀지는 숨겨진 비밀. 어쩌면 세상에 나오지 말아야 할 비밀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쏟아졌다. 지금껏 미국을 세계 제일의 자리에 있게 해 온 조직, CIA를 낱낱이 파헤친 책이 나온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수년간 CIA 전·현직 국장 10명과 요원 300여 명을 수천 시간에 걸쳐 인터뷰했으며, 참고한 문서만 5만 건이 넘고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한 분쟁 국가들을 여러 차례 직접 여행하기도 했다. 책이 나온 후 그 파장은 실로 대단했다. 이 책은 이미 미국 출간과 동시에 아마존,뉴욕 타임스에  베스트셀러로 오르며 미국의 정치계, 학계, 언론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아울러 ‘미국 대통령 후보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으로 선정되고, 비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해온 CIA의 공식 논평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화제의 책, 팀 와이너Tim Weiner 의 [잿더미의 유산 LEGACY of ASHES]이다. 

  

   
  저자 팀 와이너Tim Weiner 는 '뉴욕 타임스'의 기자이자 국가 안보와 비밀 공작에 관한 최고의 저널리스트로 지난 20여 년 동안 미국 정보기관에 대해서 글을 써 왔으며, 1988년 미 국방부의 비자금을 파헤친 기사로 퓰리처상을 받은 바 있는 명실공히 베테랑 기자다. 그런 그가 이번엔 미국의 최고 정보기관이었던 CIA를 목표로 파고 들었다. 현재 CIA는 미국 정보 분야에서 2류 조직으로 밀려난 상태다. 60년 만에 사형선고를 받은 셈인데, 그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9.11 사태에 있었다. 그들의 세계를 잘 모르는 우리 조차도 "세계 최고의 정보력과 장비를 갖춘 미국이 왜 몰랐는가?"하는 의문을 이구동성으로 쏟아부었을 정도이니, 미국인의 토로는 얼마나 대단했을테고 그것에 미국정부도 할 말을 잃었다. 결국 CIA는 지난 2005년 CIA 국장 체제를 없애고 국가정보국장DNI 이 총지위하는 체제로 만들기에 이른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은 정확하지 않는 '실제 정보'로 정권자의 의도에 맞도록 왜곡되고 가공된 채 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 행정부가 세계에 슬로건을 내건 '테러와의 전쟁'의 관건은 테러를 미연에 방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인데, 그것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하고 정확해야 하는 것이 '정보'일텐데, 그런 정보를 핵심업무로 하고 있는 CIA가 실제를 왜곡하거나, 실체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북핵 현실을 놓고 보더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책은 우리의 그것까지도 건드리고 있다.
 
 정보기관의 정보 업무는 해외에서 진행되는 사실들을 제대로 파악하거나 혹은 그런 사실들을 다른 방향으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한다.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의 말을 빌리자면 '역겨운, 그러나 반드시 필요한 일', 즉 넓은 세계를 바라보면서 어던 일이 다가오는지 파악하고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필요악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그들의 일인데, '세계의 보안관'을 자처한 미국의 CIA가 지난 60년 역사동안 이런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을 이 책은 하나하나 파헤쳐서 소개한다. CIA는 공산주의와 대결하기 위해 전 세계 독재정권에 돈과 무기를 제공했고 심지어 폭력을 동원해 다른 국가를 전복시키는 ‘미국을 위한 테러’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영화나 소설에서 미화된 CIA의 성공 스토리와 달리 CIA는 잘못된 정보수집과 정세 판단으로 한국전쟁에서부터 이라크전쟁까지 끊임없는 실패와 실수를 저질렀고 이는 지금의 세계적인 테러 현상의 원인을 제공했다. 구체적으로는 일본 자민당과 CIA의 반세기에 걸친 밀월관계, 이슬람 근본주의 단체에 무기를 제공한 CIA의 비밀 공작, 미국의 도움으로 전 세계 수백만 명을 학살한 독재정권의 폭력 행위, 부시 대통령의 이데올로기를 만족시키기 위해 정보를 왜곡한 이라크전쟁의 진실 등 지금까지 우리가 믿어왔던 현대사의 진실을 뒤집는 충격적인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서 주목할 점은 CIA가 창설된 이후 처음 일어난 전쟁이었던 한국전쟁에 대한 그들의 한반도 정책은 모두 실패로 거듭된 것들이었고, 저자는 현재의 한반도 위기의 한 원인으로 CIA의 북한에 대한 무지와 잘못된 정보 분석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며 북한을 압박하고 있지만 정작 북한에 대한 정확한 정보의 수준은 극히 미미한 형편이고,  CIA 내부에 있는 북한 전문가 중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북한 내부사정에 어두우며 특히 북한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서는 접근통로조차 제대로 없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도 모르고 우리는 현재까지도 북한의 징후에 대해 우리 정부가 기대하는 것은 미국 정부의 공식발표이고, 그들의 발표는 우리의 그것보다 더 정확하고, 훌륭하다는 판단 아래 정부는 물론 언론과 학계가 한 목소리로 입을 모은다는게 정말 어의가 없었다. '에이 설마, 정말 그럴까?' 추측이나 억측없이 1차 보고서 및 문서들을 바탕으로 작성했기에 '진실만을 이야기 하고 있다'는 저자의 말이 차라리 '거짓이라면 좋겠다'고 바랄 만큼, 알고 있던 사실과 너무 다른 것들이었다. 더욱 걱정이 되는 것은 아직도 그 사실들이 현재진행형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경고의 메시지를 받아들이길 바란다. 역사상 그 어떤 공화국도 300년 이상 지속되지 못했다. 미국 역시 만일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지지 못한다면, 즉 원래 CIA가 수행했어야 할 임무가 제대로 수행되지 않는다면, 강대국이라는 지위에서 언젠가는 밀려날 것이다." (서문중에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CIA는 사라지지만 다른 이름의 또 다른 정보기관은 'CIA'의 역사를 통해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또 다른 해석이 필요하다. 만약 CIA가 온전히 미국을 위해 제대로 활동했더라면, 즉 실패하지 않고 승승장구하면서 원했던 모습으로 있었더라면, 이 책은 나오지 않았을테고(저자가 쓸 이유가 없다), CIA의 강력한 반대로 나올 수도 없었을 것이다. 이젠 종이호랑이가 되어버린 CIA와 정권 교체시기가 다가왔기 때문에 시의적절하게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위에서 말한 저자의 숨은 의도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저자는 결코 석고대죄하며 "우리 미국은 바보였습니다. 우리의 이익을 위해 세계를 상대로 괴롭히고 이용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라고 고해성사하지 않았다. '제대로 잘 했으면 좋았을 것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비판하면서 이후에 정보기관을 만들거나 속할 '독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정권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정보기관도 되지 말 것이며, 개인의 사익을 위하지도 말 것이며, 오로지 미국이 강대국으로 거듭날 수 있는데 도움이 되는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길 바란다'는 내용과 다름이 아니다. 다시말해' 9.11이 아니었으면 CIA는 없어지지 않았을 것이고, 그랬다면 지금까지 세상을 주무르면서 벌인 '불편한 진실'도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 땅에 테러가 벌어질 만큼 무능력하고 썩은 CIA 였기에 사실을 밝히는 것이다'라고 난 해석하고 싶다.
 
  과연 저자는 이 책을 내면서 알게 된 모든 진실을 알렸을까? 그리고 그들은 늘 '진실'만을 추구하는 나라 사람들이기에 언론은 그에게 '수상의 영광'을 줬을까? 과연 그럴까? 나로선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 책을 알고, 읽게 된 이상 우리나라가 지금껏 미국의 정보통을 통해 얻어왔던 진실의 경로는 수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길 밖에 없다고 한다면, 최소한 전해준 그대로 믿을 것이 아니라, '추악한 CIA의 역사'를 생각하며 또 다른 분석의 여지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결코 세계의 독자들에게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다. 미국인들을 겨냥해서 쓴 책이다. 이 책이 나온 이유에는 CIA 보다 더 강력한 정보기관이 출현되어 강대국으로서의 미국을 지켜나가는데 일조하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담겨있다. 그것을 비판할 수 없는 것은 '실패를 뒤집어 보는 것은 더 나은 미래을 만들기 위함'이라는 역사탐구의 올바른 자세에 근거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실패'에 대하여 "세계가 알면 우리를 어떻게 볼 것인가?" 걱정하며 숨기기에 급급하는데 익숙한 우리가 볼 때는 '미국의 관대함' 또는 '저자의 용감성'에 칭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은 '보다 강한 미국을 만들기 위한 자성의 목소리'임을 명심해야 한다. 여지껏 당해온 CIA 보다 더욱 강력해진 조직을 감당해야 하는 것은 우리이고, 세계임을 깨달아야 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만들어야 할 것은 미국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자국 스스로 알아낼 수 있는 많은 정보의 루트를 새로 개척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이제 정말 '믿을 놈 하나도 없다'는 말이 재확인 되었다. 아니 '제대로 믿어야 할 놈을 믿어도 끝내는 시원찮더라'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지난 역사의 진실을 알려고 하는 것은 그것을 믿고서 펼치는 현재와 미래의 역사에 누를 범하지 않기 위함이다. 이 책을 읽고 배우고 느껴야 할 점은 많다. 특히 위정자와 언론, 그리고 학계와 젊은이들이 '역사'란 세상에 들어난 것을 재해석한 것 뿐, 진실은 그림자 속에서 항상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배워야 할 것이다. 옛말을 따르면 '믿지 못할 놈은 상종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이치이거늘, 상종할 수 밖에 없는 우리가 한스러울 따름이다. 앞으로는 '내 네놈에게 또 당할쏘냐?' 각오를 단단히 다지고 상대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이 우리가 앞으로 가져야 할 자세가 아닌가 생각된다. 많은 한숨과 분노와 각오를 안겨준 '불편한 진실'을 담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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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행복해
성석제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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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대소 속에 뭍어나는 삶의 페이소스, 성석제의 여행 단편모음집!
 
"걘 뭐해? 전화해서 나오라고 하지?"
 친구중에 그런 녀석 하나 꼭 있습니다. 세사의 재미있는 이야기는 다 가지고 있는 것 같은 친구. 녀석의 하루가 슬랩스틱코미디인 듯, 만날 때면 이야기 보따리가 한가득인 친구가 있습니다. 표정과 말투가 어찌나 재미있는지 남이 했던 시시한 이야기도 녀석의 입을 통하면 박장대소를 부릅니다. "허 참, 내가 이런 일도 있었다니까?" 라며 말문을 열면 흩어져있던 이야기들이 잠잠해 집니다. 그리고 잠시 후 배를 움켜지고 쓰러지는 친구들의 웃음소리에 그냥 옅은 웃음으로 좌중을 지긋이 보는 녀석. 그래서 모임에 그 친구가 나오지 않게 되면 비빔밥에 고추장이 빠진 듯 뭔가 하나 빠진 것 같아 도통 흥이 나질 않습니다. 그래서 녀석이 보이지 않으면 누군가는 꼭 이런 말을 합니다. "걘 뭐해? 전화해서 나오라고 하지?" 
 
  어제 읽은 소설이 그 친구를 생각나게 했습니다. 아홉편의 단편 하나 하나가 어찌나 구성지고 재미있고,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지 그래서 눈물나게 웃다 보면, 그 웃음 속에 숨어 있는 아련한 인간적 비애감도 느끼게 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소설가 성적제의 [지금 행복해]를 읽었습니다. 이번 소설은 절반 이상이 여행에서 일어난 이야기들을 엮었습니다. 그래서 모처럼 넉넉하게 보내는 연휴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줬습니다. 분명히 난 소설을 읽었는데 말이죠, 마치 만화가게에서 코믹만화 한 권을 집어든 사람처럼 조용한 북카페에서 편한 자세로 읽기 시작했다가 '크득크득' 웃느라 자세를 고쳐잡아야 했고, 페이지를 넘기지 못한 채 웃음을 참느라 '끄윽끄윽'대다가 결국은 야외테라스에 나가 뒤집어지게 웃어야 했습니다. 물론 한 쪽 손에는 이 소설을 들고 말이죠. 내가 겪었던 어린 시절 여행생각도 나고, 함께 갔던 말썽장이 친구들이 생각이 나서 웃음 뒤엔 한참동안 옛날을 더듬게 했습니다.   
 

   
  성석제 만큼의 가벼운 소재와 오만 군상의 주인공들이 엮어내는 가벼운 사건 사고가 항상 즐거운 것은 남의 나라 이야기도 아니고, 남의 이야기도 아닌 '내가 겪은 이야기'같아서 입니다. 나에게 있어 그분의 소설은 감탄과 찬사를 던지며 읽는 소설이기 보다는 한 겨울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조용한 겨울밤을 배경삼은 푸근하고 넉넉한 오뎅집에서 서너 살 위의 형님과 마주앉아 따끈한 정종과 안주 마시며 끌끌껄껄대는 그런 소설 이거든요. 웃다가, 혀를 차다가, 뒤집어지다가 책을 덮으면 '그래, 이런게 세상 사는 게 아니겠어?' 하며 안도의 한숨을 쉬게 해주는 소설이거든요.
 
"여섯, 여섯, 여섯, 이래 논구고, 그래마 두 개가 남는다. 둘 나누기 셋은 영 점 육육육쩜쩜쩜. 하고 무한대다. 가위바위보나 홀짝으로 해서 맞히는 사람이 한 개비씩 가지는거 어떠냐."
 
"가위바위보나 홀짝이나 난 그렇게 우연에 맡기는 게 싫다."
 
"그래마 이래자. 두 개를 한꺼버네 불을 붙이가이고 돌아가민서 삼분의 이씩 피우마 되잖아."
 
"무슨 수로 삼분의 이를 피웠는지 아느냐고. 난 남의 침 묻은 담배 피우기 싫어."
 
"갑(담배케이스)를 담배 하나로 보고 두 사람은 담배 하나씩. 한 사람은 갑을 가지기로 하자고. 갑 있으마 담배 간수하기 좋지."
 
"갑하고 답배하고 같다는 논리에 반대한다."
 
"에에, 씨부랄. 그 새끼 더럽게 따지쌓네."
 
단편 [여행]은 배알 꼬일 일이 뭐가 그리 많은지 티격거리는 만재와 봉수, 그리고 영덕은 태양 담배가지고 싸움을 일으킵니다. 이렇게 서로가 못마땅하고, 다른 듯 하면서도 항상 같이 붙어다니는 무리, 그게 친구인가 봅니다. 아들과 친구 먹은 중독자 아버지 이야기(지금 행복해), 여행중에 한 여자에게 반해 그녀만을 쫓다가 생기는 이야기(설악 풍정), 바위에 잘못 올라갔다가 죽다가 살아난 이야기(기적처럼), 남자 셋, 여자 셋 국민학교 동창들이 이십대가 되어 떠난 여행(피서지에서 생긴 일), 옴니버스란 이런 것이다 말해주는 듯한 이야기(톡), 낚시하다 일어난 이야기(낚다 섞다 낚이다 엮이다) 이런 저런 배꼽을 빼는 에피소드가 모두 아홉가지가 모여 성석제표 여행 9종 세트로 한 권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저자는 어느 인터뷰에서 자신의 소설이 재미있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웃음과 슬픔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 아닐까요? 실제 삶에 있어서는 슬픔이 훨씬 더 많습니다. 그러나 문학에 슬픔이 지나치게 들어가면 과장이 되기 쉽죠, 아홉 스푼의 웃음에 한 스푼 정도의 슬픔이 비극을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놀라고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음이 나고, 너무나 슬퍼서 우스운 일들이 많은 세상입니다. 억지로라도 웃어야 건강하다고 말들은 하지만, 억지 웃음처럼 사람을 비참하게 하는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목구멍이 훤히 보이도록 가슴내어 뒤집어지게 웃는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한  제 친구의 말이 생각납니다. 나이먹을수록 생각되고 계산된 웃음에 점점 더 익숙해지는 게 아닐까 두렵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끔이라도 마음껏 웃고 싶고, 마음껏 슬프고 싶어서 옛친구를 찾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오늘은 이 책을 만나보세요. 선배를 만난 듯, 친구를 만난 듯 편안하게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공공장소에서는 읽을 때는 주의하세요. 거짓웃음에만 익숙한 사람들이 당신을 보고 '사알짝 미쳤다'고 할 지도 모르니까요. 즐거운 친구의 이야기같은 소설, 성석제의 [지금 행복해] 이야기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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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5
이권우 지음 / 그린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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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호모부커스 -  저자? 독자? 누구를 말한 것인가?
 
 
  대학을 입학하기까지 운동과 놀이를 워낙 좋아하던 탓에 나는 '독서의 즐거움과 이로움'을 알지 못했다. 고교시절까지 내가 들여다 본 책이라고는 교과서와 참고서 그리고 사전이 전부였다. 교과서 속에 들어있는 문학과 인문, 역사 그리고 예술등 그 많은 활자들을 쫓아가기도 바빴던 나에게 교과목 이외의 책을 읽은 것은 열 손가락 안에 들었을 정도였음을 고백한다. 소위 말하는 '지성의 상아탑'이라고 하는 대학을 들어가면서는 '책을 읽지 않은 자신'이 대학에 들어갔다는 자기적 모순에 빠져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안될 당면과제로 인식하게 되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은 박식해 보이는 선배의 손에 항상 들려 있던 F. 엥겔스의 '자본론 보론'을 쫓아서 산 것이 첫 번째 도서구입경험인데, 우리말로 쓰여진 문장임에도 활자를 쫓아 읽어갈 뿐, 내용을 전혀 이해할 수 없어서 달랑 두 페이지를 읽고는 덮어버렸다. 그 뿐 아니다. 대학 새내기 시절, 짝사랑하던 여학생을 쫓아 농활(농촌활동)을 떠나는 길에 열차에서 그녀에게 보일 요량으로 '헤겔의 변증법적 유물론'을 사서 앞에 앉아 읽었는데, 사람을 죽인다는 소린지 살린다는 소린지 분명 한글로 써져 있는데도, 내가 읽어가는 한 줄의 의미를 몰라 윗줄로 추적하기를 반복하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는데, 모가지는 오후 세 시 방향으로 꺾은 채 입을 벌리고 잔 터라 흘러내린 침때문에 '조갈'을 느껴 깨어버렸다. 나의 '천사'는 건너편으로 건너가 예비역 선배의 기타소리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때의 비참함이란...그 시간 이후 지금까지 난 '헤겔'을 좋아하지 않는다.
 
  무엇이든 읽기는 해야겠는데 무엇을 읽어야 할 지 몰라 강박으로까지 다가온 나의 '독서의 충동'이 답을 찾기 시작한 건 전공기초 과목이었던 '국어'교수께 상담하게 되면서부터다. 그 분은 책을 처음 접하는 내게 '칼 구스타프 융'의 '잠재의식'을 알기 쉽게 설명하면서 수준과 종류를 따지지 말고 닥치는대로 읽기를 권했다. 책을 읽은 후 무엇을 읽었는가 되돌리려 하지 말고, 그저 다음 책에 몰두하며 수많은 카테고리가 담겨져 있는 두뇌라는 하드에 양적으로 저장하기를 권했다. 독서이후의 남는 것에 대해 의심하지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라고 말하셨다. 두뇌는 그릇과 같아서 내가 배운 지식들이 하나 하나 채워져 가고, 그것들이 숙성이 되면서 느끼게 되고, 쌓이고 느끼는 과정이 반복되면 발효되어 궁극적으로는 깨달음으로 다가온다고 말해주셨다. 그래서 그 작은 깨달음들이 그릇을 차고 넘치게 되는 순간, 나의 일상생활의 곳곳에서 그동안 읽고 배운 것들이 내가 의식하지도 않았음에도 현실에 적용되고 활용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고 말씀하셨다. 그 경험은 무척 놀라운데, 그 맛을 느끼는 순간 '독서의 즐거움'이 시작될 거라고, 그 전까지는 조금은 수고로운 과정일 거라고도 말씀하셨다.
 
  그리고 그 분은 독서생활도 인간의 경험이라 누가 알려주기 보다는 스스로 익혀야 그것이 내 것이 되는 것이어서 처음 책읽기를 시작했으면 추천을 바라지 말고 나의 판단으로 무조건 다독하기를 권했다. 그야말로 닥치는대로 읽고 무조건 수용하라고 말씀하셨다. 읽고 난 정보와 지식이 나의 일상생활과 결합되면서 책에서 이야기했던 것을 분석하게 되고, 그 과정을 통해 나에게 좋은 책과 나쁜 책은 무엇인지 그리고 나에게 필요한 책은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그 분이 처음 권해주신 책은 '시드니 셀던의 통속소설'이었다. 미국 드라마의 미니시리즈나 영화의 원작이 될정도로 재미가 넘쳤던 책들인데, 국내에 나온 그의 소설을 전부 읽으면서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습관'을 배웠던 것 같다.
의심과 두려움이 사라진 그 때부터 책에 흥미를 붙이면서 지금까지 책은 둘도 없는 '친구'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좋아하게 되었고, 시드니 셀던의 소설에서 다른 작가들로, 다른 장르로 범위는 넓어졌고, 책을 읽는 양과 속도도 향상되었다. 물론 지금의 내가 대학새내기 시절보다는 지적으로 더 성숙해 진것은 틀림없는 사실이 되었다.
 
 하지만 좀 더 효율적이고, 알차게 책을 읽는 방법에 대한 갈망은 무슨 책을 읽어야 할 지 알만한 지금이 예전에 '당장 무슨 책부터 시작해야 하는 지 모르는 초보' 때 보다 더욱 더 큰 강박으로 다가온다. 한창 일을 할 나이인 지금은 쪼개고 쪼개도 나지 나지 않는 것이 시간인지라, '책을 읽은 후 후회하는 누'를 범하고 싶지 안아서였다. 지금도 서점을 가서 느끼게 되는 설렘과 두려움은 지식의 보고인 서점을 보물섬이라고 비유한다면 평생을 보고도 다 못볼 만큼의 쌓여있는 책들과 매일 쏟아지는 싱싱한 신간들을 목격하노라면,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책 [보물섬]에서 파란곡절 끝에 누런 황금이 가득한 보물들이 가득한 곳을 찾아가 눈앞에 둔 보물들을 어찌해야 할 지 모르는 소년 짐 호킨스의 마음과 다를 바가 아닌 것이다. 그래서 소위 말하는 '책 읽는 책' 혹은 '좋은 책 권하는 책'을 틈틈히 읽으며 나름의 좋은 방법을 아직도 찾아 헤매는 중이다. 오늘 만난 이권우씨의 [책읽기의 달인, 호모부커스]도 그 맥락에서 만난 책이다.
 
  내가 '책 읽는 책' 혹은 '책 권하는 책'을 부러 찾아 읽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는데, 우선 나보다 훨씬 내공이 많은 사람에게서 '보다 나은 책 즐기는 법'을 배우기 위함이다. 저자의 책읽는 습관을 엿들어서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려 나만의 방법을 하나 더 추가하고 싶은 욕심의 발로인 것이다. 두 번째는 '좋은 책을 소개받고 싶어서'다. 책을 말하는 저자인 만큼 필이 나보다 훨씬 더 좋은 책을 읽었을테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끝에 언급하는 도서와 저자들의 이야기나 발췌부분이 있다면 기록해 두었다가 추적해서 읽고자 함이다. 마지막으로 '위로'받고 싶어서다. 스물 네시간이라는 하루의 한정된 시간 중에 '정중동靜中動'의 자세로 책을 읽음은 더 이상 남에게 '독서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함도 아니고, 낭비하는 시간에 대한 자위책自慰策 도 아니다. 부족함을 느껴서 책을 통해 만회하려는 노력의 과정일텐데, 인풋Input 에 비해 아웃풋Output 을 좀처럼 발견하지 못하니 독서를 하는 시간이 '또 다른 시간낭비가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들기도 하는데, 대단한 내공의 고수들이 "자네, 지금 잘하고 있다네." 라고 위로해 준다면 지금보다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짧은 생각에서다. 그런 면에서 이 책 [책읽기의 달인, 호모부커스]는 많은 생각을 던져주었다.
 
  스스로가 '책벌레'라 말하는 저자는 대단한 내공의 소유자다. 그리고 실제로 그는 '고수 책벌레'다. 이미 [어느 게으름뱅이의 책읽기] [각주와 이크의 책읽기]라는 책을 내어 많은 도서애호가들에게 회자된 바 있으며, 도서평론가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으니 이른바 '책읽기가 직업'인 그보다 더 나은 독서가가 몇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책의 내용 또한 고수답게 새로운 생각과 깨달음을 던져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글이 모였다지만, 제 집을 잘못 찾은 듯한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우선 '호모부커스'에 대한 개념이다. 처음 들어보는 듯 한(책을 읽고난 지금도 이 단어가 이미 존재하는지조차 난 모르고 있다)당당히 이 책의 제목으로 소개되었다면, 그 개념에 대해 소개를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이 책이 '호모부커스'를 설명한 책인지, 아니면 독자가 이 책을 읽으면 호모부커스가 되는지, 저자의 별명이 '책벌레' 뿐 아니라 '호모부커스'인지을 짐작하게 할 것인데, 제목을 빼고는 한 번도 언급하지를 않으니 '언제 이 단어가 나올지' 답답했다. 결국 책을 모두 읽고 나서 마지막 장을 덮으려 하니 출판사의 기획물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속에 들은 'Homo~ 시리즈'임을 알게 되어 한동안 허탈한 감마저 느끼게 했다.
 
  두 번째는 '첫머리에' 부분인데, 저자는 "이 책은 달인이 되는 지름길을 말해 주지는 못합니다. 제가 책읽기의 달인이 되는 왕도를 몰라서 그렇습니다. 하지만 달인이 되는 작은 길은 열어 놓으려 애썼습니다. 이 길을 편안한 마음으로 걸어 보십시오. 땅이 패어 있고 가끔 끊어지기도 하고 자갈도 여전히 널려 있지만, 한번 가고 나면 스스로 달인 되는 법을 깨우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라고 이 책을 설명했다. 그렇다면 제목과 부제는 도대체 무엇인가? 이 책을 읽고 '책읽기의 달인'이 되는지, '호모부커스'의 대열에 낄 것인지 궁금해서 책을 산 독자들에게는 무엇을 얻으라는 것인가? 이는 마치 '만명통치약' 라벨이 붙은 약을 팔면서 '약 사용설명서'에 "이 약은 만명통치는 아닙니다. 약이 독해서 머리가 빠질수도 있고, 위액이 모두 쏟아질 만큼 구토를 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약을 모두 마시고 견디다 보면 내성이 생겨 병으로 인한 고통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을 아실 겁니다.'라는 것과 무에 다를 바가 있더란 말인가?
 
저자의 책에는 '좋은 책을 고르는 방법'에 대하여 언급한 부분이 있다. "(...)이 정도 시간을 들였는데도(책의 표지에 담긴 광고성 문구드에는 책의 주제와 강조점이 들어 있고, 목차는 책 전체의 내용이 들어 있으니 그것만 살펴봐도 그 책이 좋은 책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데도) 아직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서문을 보면 된다. 물론, 서문 가운데는 감사패를 늘어놓은 듯한 책도 많다. 그런 책은 안 보면 된다(그래서 감사의 글을 책의 맨 뒤에 놓았나 보다). 서문이란 본디 책을 쓰게 된 동기, 책에서 문제 삼고자 한 주제의식, 그것을 풀어 나가기 위해 부여잡았던 고민거리들을 함축적으로 풀어놓은 마당이다. 그러니, 읽어 보면 대략 무슨 내용인지 짐작하게 된다. 그러니, 읽어 볼 만한 책인지 아닌지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되게 마련이다. 더욱이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서문은 그 책으로 들어가는 출입구다. 그런데 그 서문이 제대로 쓰이지 않았다면, 속된 말로 볼 장 다본 셈이다. 문제의식이 없거나, 주제의식이 애매하거나, 문장이 인상적이지 않다면 그 책은 돈 들이고 시간 들여 읽어 볼 가치가 없다는 뜻이다."( P 140 - p 141) 역시 고수답게 정확하게 '시간을 절약하면서 좋은 책을 고르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자가당착에 빠진 느낌이 들지 않는가?
 
저자의 말대로라면 제목에 대한 언급도 없고, 책을 쓰게 된 동기도 맞지 않으며, 이 책에서 문제 삼고자 한 주제의식까지 결여되어 있으니 책을 구입해서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 난감하기 이를 데 없었다. 책을 끝까지 읽어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한참을 고민하게 하는 부분이었다. 마음을 고쳐 고수인 저자의 말대로 책을 산 이상 이 책의 '주인'인지라 마음껏 책과 씨름한다는 마음으로 끝을 보고 말았다. 많은 것을 배웠다. 읽고 싶은 책은 십 수 권을 소개받았고, 당대의 독서가들의 '독서예찬'들도 만날 수 있었다. 저자의 독서에 대한 애정과 독서가 부재로 인한 우리나라의 미래를 우려하는 바에도 충분히 공감하고 박수를 쳤다. 정말 책을 사랑하고 독서를 즐기는 '책벌레'임에 틀림이 없었다. 국내의 '독서 권하는 책'으로는 손색이 없는 훌륭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제 집을 잘못찾은 훌륭한 이야기와 내용들은 이미 '빈정이 상해 버린 마음'을 달래주지는 못했다. 제 직업에서 승승장구해서 제 흥에 못이겨 책을 내는 일부 '실용서의 저자'들도 아니고, 다름 아닌 '도서평론가'라는 직업을 가진 '책벌레' 저자가 독서고수의 또 다른 이름을 명명하는 듯한 '호모부커스'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산문집'을 내었으니, 과연 내 서재의 '인문학'이라는 카테고리에 넣어야 하는 것인지 조차 의심이 간다. 게다가 시작과 말미에 담았던 '겸양의 자세'들은 너무나 인상적이고 '책을 많이 읽은 사람'다웠는데, 본문에서의 그것은 너무나 하대下待해서 표리부동함마저 느끼게 했다. 전작에서 만난 저자와 너무나 다른 터라 오히려 '내가 전에 잘못 읽었었나?' 하는 의심에 전작들을 뒤져보게 만들었다.
 
  저자의 말대로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구입한 하수下手의 부덕이 탓이라면 할 수 없겠다. 이 책으로 그것을 배웠으니 앞으로는 더욱 조심히 책을 집어들어야 겠다고 다짐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저자 또한 명심해야 할 것은 타인의 저서를 평하는 평론가가 자신의 책을 내는데 있어서는 여느 저자보다 몇 배 더 심사숙고 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호평好評은 세 명에게 전하지만, 악평惡評은 일곱 명에게 전한다'는 마케팅 속담이 있다. 저자를 처음 만나는 독자라면 모르겠지만, 이전에 호감을 가졌던 독자들에게는 실망감을 안겼을 것이다. 최소한 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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