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Marketing 아이 마케팅 - 사랑도 성공도 다 가져라!
추성엽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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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와 유익함을 모두 갖춘 경쟁력있는 자기계발서!
 
 
  비즈니스맨은 바쁘다. 특히 대한민국 비즈니스맨은 더욱 바쁘다. 주차장처럼 꽉 막힌 도로, 시루떡같은 대중교통수단, 지옥철로 아침 출근길부터 전쟁에 시달린다. 지속되는 불황에 M&A와 구조조정 유언비어는 매일 그 수위를 더하고, 약아진 소비자들 덕에 매일매일 머리를 쥐어짜낸다. 일하랴, 선후배 눈치보랴 가재미 눈이 될 무렵이면 퇴근시간이고, 집에 돌아오면 온 몸은 젖은 수건처럼 무겁기만 해서 눈을 뜨기 조차 힘들다. 스트레스 푼다고 술 한 잔 걸칠라치면 쌓였던 응어리 크기만큼 마셔야 하고, 오늘만은 일찍 귀가해 이른 잠을 청하려 했지만 심야택시타고 들어가기 일쑤다.
 
  나도 안다. 직장내에서 주목받는 사원이 되기 위해서는 자기계발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하지만 퇴근 후 황금같은 몇 시간은 내게 너무나 할 것이 많은 또 다른 스트레스다. 데이트도 해야하고, 늦은 밤 동대문가서 쇼핑도 도와야 하고, 트렌드에 뒤지지 않으려면 '강마에의 지휘봉'도 쳐다봐야 한다. 요즘은 재미있는 영화는 어찌나 많은지, 그리고 지금껏 꾸준히 온라인인맥들 지키려면 방명록에 안부전하고, 글도 올려 싸이질도 해줘야 한다. 술 마시지 않은 날은 오히려 더 바쁜 것 같다.이것저것 하다보면 12시를 훌쩍 넘어 내일을 위해 잠을 청해야 한다. 내겐 정말 너무나 시간이 없다.
 
  책? 주제가 무엇이든 그것을 읽어두면 좋다는 것 쯤은 나도 안다. 나 또한 읽고 싶다. 이미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듣고 싶고, 세계 초일류기업들의 마케팅전략도 배우고 싶고, 주식투자 절대 손해보지 않는 법도 알고 싶고, 3,000 만원 들여 경매로 집도 사고 싶다. 하지만 큰 맘 먹고 온라인서점을 들어가 보면 너나 할 것 없이 자기가 최고라고 '저요! 저요!' 손을 드는 한무더기의 책을 보면 지레 겁을 먹게 된다. 신경을 쓰지 않을 때는 몰랐는데 읽어야 할 책들은 뭐가 그리 많은지 평생을 읽어도 다 못읽을 만큼 되니 무엇을 골라야 할 지 모르겠다. 너무 두껍고 어려우면 한달이 걸려도 한 권을 못 읽겠고, '내 치즈 누가 옮겼어?' 같이 얇은 동화책은 너무 얇아 장난같다. 책 속에 있는 용어들은 왜 그리 어려운지, 초보들을 위한이라고 제목에 달아놓고는 용어 공부만도 일주일이 걸릴 만큼 늘어놓아 시작부터 기를 죽인다. 직장생활 전반에 대해 콕콕 집어서 나의 문제점을 해결해 줄 책, 뭐 그런 책 없나? 어렵지 않게 술술 읽히면서도 배우고 남는 것이 있어서 한 권을 읽었다는 만족감도 주고, 내일이라도 당장 출근하자마자 써 먹을 수 있는 신묘神妙 한 책, 난 지금 그런 것이 읽고 싶다.
 
  위의 글은 우리나라 비즈니스맨의 현실이다. 서울시가 시민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0명 가운데 36명이 '지난 1년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잡지나 만화책까지 포함시킨 결과여서 더욱 심각하다. 직장인 연간 독서량 0.98권. 성공과 출세는 염원하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독서를 하지 않는 이러한 아이러니는 수십 년이 흘러도 변함이 없다. 하지만 왜냐고 물으면 하나같이 위와 같은 변명으로 자신을 위로하고 있다. 이번 가을엔, 아니 올 해 안에 꼭 한 권은 읽어보리라 마음먹은 직장인이 있다면 한 권의 책을 소개하고 싶다. 바로 [I Marketing - 성공도 사랑도 다 가져라!]이다.
 
 

 
 
  이 책은 유수의 기업의 제조, 유통, 마케팅 분야에서 12년간 마케팅 경험이 있고, [한국형 마케팅], [대한민국 일등상품 마케팅전략], [히트상품을 만드는 마케팅 엔진], [100권 읽기보다 한 권을 써라]등의 책을 펴내 호응을 얻고 있는 저자 추성엽의 신간이다. 기존에 그가 펴낸 책이 전략적 마케팅 경제서였다면, 이 책은 직장생활에 관한 전략을 다룬 소설이다. 마케팅부 대리 '한리더'의 직장생활을 통해 일과 사랑을 동시에 얻어내는 일종의 '기업형 성장소설'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말 그대로 소설이라 쉽게 읽힌다. 그리고 지극히 현실적인 내용과 에피소드들을 담아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전체적인 주제는 책 제목과 같이 아이 마케팅I Marketing 즉, '내가 곧 최고의 상품이다'인데, 자신을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만들어 최고의 가치로 어필하라고 주문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주인공 마케팅부 대리 한리더는 자신의 부서에서 '촉망받는 인재'라고 주목받는 인물이다. 어느 날 신입사원 이고은을 알게 되고 그녀에게 반하게 된다. 하지만 업무만큼은 누구보다 자신있는 한대리지만 연애만큼은 자신감이 부족해 고민하던 중 연애선수로 알려진 동료 전문가(이름)의 도움으로 다른 남자들과의 차별화 전략으로 그녀를 공략하기를 배운다. 동료들과 본부장에게서도 신임을 받지만, 얼끄러운 상사 악부장과는 늘 대립하게 되고, 그러던 중 격분하여 악부장에게 결정적인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그가 짝사랑하던 이고은은 그일의 희생양이 되고, 한대리는 좌천의 위기에 봉착하는데 결국 이직을 결심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일과 사랑을 동시에 쟁취하는 한리더의 직장생활은 우리가 겪게 되는 현실과 너무나 많이 닮아서 소름끼치고, 자꾸만 나의 하루와 겹쳐서 조명하게 된다. 저자도 실제 인물과 사건들을 조합해서 이야기를 만들어서인지 현실감은 이야기에 흠뻑 빠지게 하는 힘이 있었다.
 
  저자는 한 편의 소설을 통해 직장생활에서 갖추어야 할 마케팅 필수요소들, 즉 열정, 기회, 타깃, 포지셔닝, 전략, 경쟁력, 차별화, 제휴, 커뮤니케이션, 정치력, 자기확신, 네트워크, 디스플레이, PR, 이벤트, 지회자, 경험, 가치 등을 이야기 속에 숨겨 두었다. 다시 말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용어들이 직장생활에서 어떻게 쓰이는 것인가를 단순히 의미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직장생활과 동료와의 사건사고 속에서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해준다. 여느 경제관련 소설처럼 전지전능한 '멘토'라는 부자나 경영자가 교육하는 것도 아니고, 주인공이 너무나도 잘난 인물이라서 처음부터 시작까지 승승장구하지도 않는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기에 뭔가 알 듯 하고 부서내에서 주목받기 시작하는 대리가 잠시 우쭐대다가 조직이라는 힘에 눌려 크게 혼이 나고 많은 것을 배워 결국엔 '인물감'이 된다는 우리 주변에 있는 동료의 이야기라 더욱 현실로 와 닿는다. 
 
  연애가 더해진 소설이라 재미있고 흥미롭게 읽히고, 읽다 보면 자연히 자신과 비교해 배우게 되는 '특별한 매력'이 있는 자기계발서다. 시간없는 비즈니스맨에게 잘 읽히고, 재미도 있고, 충분히 내용도 알차다면 그것이 좋은 책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 책은 직장인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좋은 책이다. 직장에서 대리로 있다면 이 책을 읽어 한리더와 대화를 하고, 신입이라면 대리의 세계를 배우기를 권하고 싶다. 과장이상의 상사라면 후배를 앉혀두고 "조직이란게 말이야~"하며 썰을 풀기 보다는 이 책 한 권으로 대신할 수 있겠다. 특히 애인없는 직장인에게는 필독서다. 재미와 유익을 모두 갖춘 경쟁력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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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페리움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4 로마사 트릴로지 1
로버트 해리스 지음, 조영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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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마음을 알았던 지도자, 키케로를 재조명한 최고의 팩션!
 
  한동안 남성운전자들의 사랑을 듬뿍 담았던 라디오 드라마 [제O 공화국] 시리즈가 그토록 많은 인기를 얻은 이유는 객관적인 시각에서 우리 시대에 있었던 지난 역사에 대해 철저한 고증과 증언을 통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밝혀냈다는 데 있었다. 특히 드라마속 주인공 중에는 아직까지 생존해 있는 인물들도 조명이 되어 진위논란도 있었고, 인기를 몰아 TV 드라마로 제작이 되었을 때는 수많은 반대에 부딪혀 난항을 겪다가 두루뭉수리 이야기를 줄여 일찍 종영하기도 했다. 이렇듯 '숨겨진 역사적인 사건의 진실과 그 속에 담긴 이야기는 어떨가?' 하는 역사에 관심 많은 이들의 의문은 사실들이 밝혀지지 않는 한 '판타지'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엄연한 차별을 보이는 것은 우리 선조의 역사이기에 한 시점에서 변곡점이 있었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가정에서 '상상뿐인 환타지'와는 다르다. 반면 현재 우리가 기정사실로 여기는 역사에 대해 새로운 시선을 두는 시도들도 만나게 되는데, 시대마다 요구하는 역사관의 전환을 의미하기도 한다. 
 
  여기 소설 [폼페이]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알려진 로버트 해리스가 새로운 시각으로 로마사를 들여다 보는 작품이 있다. 지금껏 유럽사에 대해서만 책을 써 온 그가 오래되고 방대한 역사를 지닌 로마사로 시선을 거슬렀다는 점도 흥미롭지만, 카이사르나 폼페이우스, 크라수스처럼 익숙한 인물이 아닌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부드러운 지도자 키케로에 시선을 고정시켰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었다. 카이사르와 함께 항상 반대되는 개념으로 소개되었던 그래서 늘 그에 가려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던 인물 키케로의 일생을 그의 노예비서이면서 속기기술을 지녔던 티로의 입을 통해 이야기하는 소설이 나왔다. 로버트 해리스의 [임페리움IMPERIUM] 이 그것이다.
 
 



  이 소설은 키케로의 생을 조명한 3부작 가운데 그 첫번째로 그를 정치에 입문하게 한  ‘베레스의 재판’을 승리로 이끌어낸 키케로의 활약과 재판의 승리로 위상을 확립한 키케로가 당시 로마 최고의 귀족들과 군인들 사이에서 입지를 굳히며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로마 최연소 집정관으로 당선되는 과정을 이야기 하고 있다. 팩션을 즐기는 최고의 맛은 과거의 사실을 마치 옆에서 보는 듯 읽혀지는 유려한 필체에 있다. 그 맛은 로버트 해리스의 손끝에서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귀족이 아닌 로마의 제2인자 변호사이자 원로원 의원 키케로가 지방유지 스테니우스를 만나게 되고, 그의 변호를 맡게 되면서 로마사 최고의 법정싸움인 '베레스의 재판'을 시작하게 된다. 호르텐시우스의 비호을 받고 있는 아들 베레스와의 싸움은 바로 귀족정치와의 전면전과 다름없었고, 그 재판에서의 승리로 그는 시민들의 인기와 사랑을 받게 된다. 그의 최종목표인 집정관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견제와 암투에도 불구하고 그는 최연소 집정관에 오르게 된다.
 
 

 
 
  신제국주의로도 평가되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의 현실 속에서 제국주의의 산물인 카이사르를 조명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공화정 민주주의를 꿈꾼 키케로에 시선을 던진 로버트 해리스의 통찰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권력과 부의 핵심인 귀족세력에 맞서 홀홀단신으로 논리에 맞는 유창한 변론과 국민의 심리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언변으로 아낌없는 지지를 얻으며 그들과 대립하는 키케로는 오늘날 헤게모니를 놓지 않으려는 기득권에 대해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새로운 지도자상을 제시한다. 또한 일개 변호사인 그가 로마 정치인들의 궁극의 목표인 임페리움을 손에 넣기 위해 나아가는 과정를 묘사하고 있어 대리만족의 기쁨도 선사하고 있다.
 
 

 
 
  집정관에 오름으로써 막을 내리는 [임페리움]은 앞으로 있을 카이사르와의 동맹과 결별에 이르는 흥미로운 사건들에 있어 그가 정치에 참여하게 된 과정과 그가 생각하는 정치관을 설명해주는 부분이다. '베레스의 재판과정'에서의 키케로는 카이사르의 칼 만큼이나 날카로운 촌철살인의 입을 가졌음을 암시하는 주요사건으로 묘사된다. 카이사르에게 패한 '패배자'로 기록되고 있는 그가 정말 패배자였는지, 아니면 부드러운 내면과 올바른 정치관을 지녔던 진정한 승리자 였는지는 앞으로 펼쳐질 2, 3부에서 알게 될 것 같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와 HBO의 미국 드라마 ROME과 함께 비교하며 읽는다면 더욱 흥미를 더할 것 같다.
 
Consul sine armis(군사력을 갖지 않은 집정관),
Dux et imperator togae(토가 차림의 최고 사령관),
Cedant arma togae(文이 武를 제압하다)
 
키케로가 출세의 정점에 있을 때는 이처럼 자신을 표현하기를 즐겼다 한다. 로버트 해리스가 펼칠 키케로의 그 다음 이야기가 정말 궁금해진다. 로마를 이야기한 최고의 팩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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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더링
앤 엔라이트 지음, 민승남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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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혼란한 그녀의 심리를 차마 공감하기 어려웠던 소설


 
"우리는 죽은 이들을 비방하지 못하며, 오로지 위로할 수 있을 뿐이다."
 
  죽은 자 앞에서의 통곡은 먼저 떠나간 이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비롯된다 하겠지만, 어쩌면 '나를 두고 먼저 가면 어떻게 하라고~' 하는 남겨진 나에 대한 안타까움 인지도 모른다. 떠나간 이를 추억함에 있어서도 내가 담고 싶은 기억만을 생각한다. 그것을 알기 전에는 아무도 반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죽은 이를 비방할 것인가, 위로할 것인가는 나의 마음에 달려있다. 인간은 원래 지극히 이기적이니까...
 
 



 
  이 소설의 시작은 마흔 살의 오빠 리엄의 바다에서의 자살로 비롯된다. 11개월 늦게 태어난 여동생 베로니카는 그의 자살원인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그로 얽혀지는 복잡한 가족사를 되짚어 이야기하는 화자로 등장한다. 복잡다난하고 시공을 뛰어넘는 그녀의 생각들은 그녀의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다. 다만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독자는 함께 혼란해질 뿐이다. '미치지 않고서는 존재할 수 없는 사건'은 자신의 현실에 그대로 반영되고 도피와 그리움의 교차하고 있다. 망자亡者를 추억함에 있어 영화로도 소개된 바 있는 [메디슨카운티의 다리]와 맥락을 같이 하지만, 정도에 있어서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어머니의 죽음 후에 알게 된 불륜을 사랑으로 인정하고 이해할 것인지, 망자인 것을 수원수구하랴 용서할 것인지가 자식의 몫이었던 것처럼 소년기에 일어난 오빠의 불행을 그녀는 어떻게 받아들였는지가 이 이야기를 대하는 독자의 몫이 되겠다. 책을 읽으면서 더해지는 우울함도 독자의 몫이다.
 
  가족의 발생은 부모의 사랑에서 비롯된다지만 어디 그렇기만 할까? 나는 어떤 결실로 맺어졌는가를 고민함은 어쩌면 성역불가침의 영역인것을 베로니카는 감히 넘나들고 있어 독자인 나를 불편하게 한다. 조부모를 이름으로 대신하여 그들의 섹스를 언급하고, 있을지 모를 그들의 또 다른 불륜을 상상함은 불쾌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입밖으로 꺼내지 못할 뿐 기억하지 못할 뿐 나조차 생각하지 못했으랴 라고 본다면 그녀의 불쾌한 추적은 가족애에 대한 그리움이 아닐까 싶어 안타깝기까지 했다. 오빠의 자살에 얽힌 가족사를 기억하는 여성의 심리란 차마 만나기조차 꺼려질 만큼 복잡하기만 했다. 순조로운 이야기의 진행를 예측했던 나를 꽤 혼란스럽게 만든 책이다. 그녀를 이해하기는 나에게는 벅찼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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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친 막대기
김주영 지음, 강산 그림 / 비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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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지만, 꿈을 놓지 않는 사람을 닮은 어느 막대기의 이야기!
 
  길 위의 작가, 장똘뱅이 김주영님이 어느 날 가던 길을 멈춰섰나 봅니다. 크디 큰 백양나무 그늘 아래서 밀짚모자 벗어 부채 삼아 펄렁거리며 흐른 땀을 닦으며 쉬고 있다가 손 뻗으면 닿을 듯한 높이에 있는 옹이에 곁가지가 자란 듯 한데, 칼로 벤 듯 잘려나간 자리가 눈에 보인 듯 합니다. '저걸 누가 꺾었지? 어디로 간 거지?' 궁금했던 모양입니다. 인정없는 그 범인을 찾아 주위를 둘러본 듯 합니다. 서레질하는 농부와 새끼밴 암소 한 마리를 봤을까요? 아니면 댕강 짧은 머리 수줍음 많은 계집아이를 봤을까요? 정확히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상황만으로 짧은 동화가 태어난 듯 합니다. 다름아닌 '인생은 나그네 길'이라는 어느 노래의 가사처럼 숱하게 길을 걸으며 말과 글을 주워담고 생각을 키워 명작 [객주]를 만들어낸 김주영의 손에서 말입니다.  짧은 글 속에서도 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곳곳에 숨은 '강산'의 그림은 읽는 맛과 느낌을 더합니다. 어제 읽은 그림소설, [똥친 막대기]입니다.
 
 


 





 
  주인공인 200 년 넘은 백양나무의 곁가지로 자라고 있던 '나뭇가지'는 어느 날 소치는 농부의 손에 의 해 잘려나가 '막대기'가 되었습니다. 어미의 보살핌에 자라던 그것은 그후 암소의 엉덩이와 재희의 종아리를 때리는 회초리로, 냄새를 맡을 줄 아는 것이라면 줄행랑을 쳐버리는 똥친 막대기로, 그리고 낚싯대로 변신을 거듭합니다. 고통과 슬픔은 항상 있었지만, 늘 호기심과 꿈을 지닌 '막대기'는 거듭된 변신에도 계집아이 재희에 대한 연정과 제 어미나무와 같은 거목이 되는 하늘 오름의 꿈을 버리지 않습니다. 막대기는 흡사 부모의 살핌을 떠난 우리를 이야기하는 듯 합니다. 세상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세파에 시달리지만, 꿋꿋한 엄마와 아빠가 되고 싶은 꿈을 지닌 우리를 말입니다.
 
  "나는 침착하게 내 운명의 속살 안으로 가만히 손을 내민 행운을 겸허하게 받아들입니다. 사방 어디를 살펴보아도 내가 뿌리를 내리고 다시 새잎을 피우려는 작업을 훼방놓을 천적은 없었습니다. 그 대신 나는 필경 외로울테지요. 그러나 외로움을 사르며 자라나는 나무는 튼튼합니다. 외로움을 갉아먹고 자라난 나무의 뿌리는 더욱 땅속 깊이 뻗어 나갑니다. (...) 그녀가 암소를 몰려고 봇도랑으로 나왔던 그날, 그녀가 만약 나를 기억해서 또다시 집어 들었다면 그것으로 닥친 불운이 나를 어떤 나락으로 떨어지게 했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녀가 나를 모른 척 지나쳐 준 것이 내가 살아갈 땅을 찾아내는 데 결정적인 단초를 제공한 것입니다."
 
  외로움을 이기려 기대려 한다면 내가 꾸는 꿈은 꿀 수 없습니다. 나만의 꿈을 꾸고 있기에, 그것을 이루려 노력하고 있기에 외로울지도 모릅니다. 어미나무에서 떨어진 '막대기'가 싸릿문에 새끼에 얽혀 말라죽어가는 한 무리의 '작대기'가  되지 않고, 제 몸에서 뿌리내린 '작은 나무'가 되기 위해서라면 외로움은 필경 슬픈 경험은 아닐 겁니다. "인생이란 무거운 짐을 지고 끝을 알 수 없는 길을 '홀로' 걸어가는 것과 같다"는 어떤 분의 말이 생각납니다. 나라는 막대기가 '작대기'가 되어가는지, '어린나무'로 사는지를 살펴보게 합니다. 그리고 '독야청청'의 외로움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그리고 나무그늘에서 휴식을 마친 길 위의 작가 김주영님이 다음에 멈출 곳은 어디인지 사뭇 궁금해 집니다. 사람을 닮은 어느 '막대기'의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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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살 경제학 - 30대를 위한 생존 경제학 강의
유병률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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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맨의 경제학 공부, 가장 먼저 이 책으로 시작해라!
 
  이 책을 달랑 표지만 보고 집어들게 된 이유'저자' 때문이었다. 저자 유병률의 전작 [딜리셔스 샌드위치]를 읽고, 그가 펼쳐내는 글맛에 쏙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딜리셔스 샌드위치]는 컬처비즈, 즉 문화경제 시대가 무엇인지 규명하고, 이 시대의 주체는 누구이며 과거와 어떻게 다른 지를 이야기한 책으로 컬처비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그것을 만끽하기 위해 무엇을 갖추고 행동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책이었는데, 정말 놀라운 책이다. 이미 새로운 패러다임에 속해 있었으면서도 저자가 이 책을 통해 규명해주기 전까지는 전혀 몰랐던 '컬처비즈'는 내게 새로운 지식체계를 보여준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문화'라는 단어 자체를 단순하게 정의하기도 힘든 부분인데, 뉴욕의 이모저모를 골라내어 세상이 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나에게 새롭게 규명해 주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 언급한 '글쓰기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새삼 깨닫는 바가 많았다. 오히려 '문화'이기에 설명하기 힘든 주제일 수 있었는데, 생생한 사례와 자세한 해설로 독자로 하여금 쉽고 빠르게 그것을 흡수할 수 있게 한 저자의 능력에 반했었다. 그럴 정도였으니 그의 전작前作 을 읽지 않고 다른 책을 헤맬수는 없잖은가?
 
 '30대를 위한 생존 경제학 강의'라는 부제를 가진 이 책은 '강의식'으로 구성된 책이다. 수많은 청중을 앉혀두고 강의하는 시간 내내 그들의 시선을 하나하나 모두 모아 집중시킬 수 있도록 되도록 어려운 용어는 피하여 술술 읽혀 지상강연을 지면으로 옮겨놓은 듯 했다. 그의 높임말 구성은 경제학 관련서에서는 좀처럼 찾을 수 없는데 [딜리셔스 샌드위치]에서도 경험했던 것처럼 편안해 매우 인상적이었다. 내가 읽은 그의 두번 째 책, [서른살 경제학]이다.
 
 


 
 "직장에 들어가서 가장 먼저 할 공부는 경제학이다. 사람, 물자, 금전 그리고 자원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들이 경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경제를 모르면 생활하기가 어렵다. 특히 직장인이 경제를 등한시한다는 것은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경제를 알면 전체와 부분의 관계가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모든 현상을 예리하게 판단하고 대처할 수 있다. 직장인 입장에서 본다면 전제는 사회를 가리키고 부분은 사회 구성원의 한 사람인 자신을 가리킨다. 따라서 이 두 관계를 명확하게 결론 짓지 못하는 사람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어제 소개한 책, [30대, 다시 공부에 미쳐라]의 저자 니시야마 아키히코는 30대에 배워야 하는 경제학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무척이나 공감이 가는 이야기인데, 지금껏 이론으로 배운 경제학과 실제로 비즈니스 사회를 경험하면서 체감하게 되는 경제학은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 차이의 정도를 떠나서 '실전 경제학'이라는데 크게 구별된다. 특히 전공이든 교양이든 간에 '경제학'을 접해 본 경험의 유무의 차이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더욱 크게 느껴진다. 그것은 특히 '거시경제'에 있어서 더욱 두드러진데, 말 그대로 '죽인다는 소린지, 살린다는 소린지' 전혀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것을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경제학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공부하자니 어렵고, 무시하자니 나만 모르는 것 같은 '계륵'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이 책이 나온 것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여러분은 돈 버는 데 특효라는 책을 보고 과연 재테크에 성공하셨습니까? 직장생활에 효험이 있다는 처세술 책을 보고 회사생활이 달라졌나요? 이런 책들이 일회용 전술을 모아 놓은 책이라면, 경제학은 인생과 비즈니스의 종한 전략을 만들어주는 바이블입니다. 그래서 경제학은 먹으면 먹을수록 그 영양분이 몸속에 남아 체질을 바꿔줍니다. (...) 경제학은 지식이 아닙니다. 사고하는 방식입니다."
 
  미국이나 중국, 일본의 하루 경제가 다음 날 내가 투자한 주식과 펀드에 영향을 미치는 세상을 살아가는 요즘 신문이나 뉴스의 내용을 좀 더 잘 이해하고, 판단하기 위해서라도 '경제학'은 필요하다. 저자의 말대로 경제학은 '나의 오늘을 사고하는 방식을 제시해 주는 학문'인 것이다. 막상 경제학을 공부하려고 보면 베개로 쓸 만큼 두꺼운 대학교재용 혹은 외국인 저자가 쓴 일상생활 속에 찾을 수 있는 재미난 경제학 요소들을 적어놓은 책들을 만나게 되는데, 이 둘 모두 내가 필요한 경제학을 이해하기는 어렵거나, 부족하다. 이 책은 기자이기도 한 저자가 10년 동안 현장을 누비며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수많은 경제 현상들을 목격하면서 겪은 내용들을 경제학에 도입해 독자들로 하여금 이해하기 쉽게 쓴 책이다. 특히 '대한민국 경제상황'을 바탕으로 구성해서 우리나라 경제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1장 경제학을 아는 30대는 전략에 강하다 에서는 경제학의 기본 개념을 이용해 비즈니스 전략을 짜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트렌드 읽기와 전략 수립의 핵심코드인 탄력성을 설명하고 기업간 경쟁에서 꼭 필요한 게임이론의 전략을 설명했다.
  2장 경제학을 아는 30대는 경영을 안다 에서는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고 있는 대기업, 재벌의 탄생과 생존의 비밀을 소개하고 있다. 기업가정신, 모럴 헤저드, 출자사슬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재벌들의 특징과 대표주자격인 삼성, LG, SK 의 지배구조를 조망했다.
  3장 경제학을 아는 30대는 돈의 길을 본다 에서는 금리와 환율을 중심으로 금융의 핵심 원리를 설명하고, 고령화 시대에 살아 남을 수 있는 제테크 원칙에 대해 이야기 한다.
  4장 경제학을 아는 30대는 불황을 예측한다 에서는 비즈니스맨이 경기를 읽는 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도구인 '길거리 지표'로 경기 읽는 법과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산업활동동향 활용법에 대해 말하고 있다. 즉 거시경제가 돌아가는 메커니즘을 소개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우리 주위의 현실 경제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5장 경제학을 아는 30대는 고령화 시대가 두렵지 않다 에서는 예측 가능한 미래의 문제점으로 다가온 우리나라의 '고령화'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소비 트렌드, 생활, 재테크의 지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어 놓을 고령화시대에 대비에 짜야할 생존 전략과 비즈니스 전략에 대해 이야기 한다. 
  6장 30대가 알아야 할 두 나라, 겁 없는 중국과 잘난 미국에서는 해외수출의존도가 큰 우리나라가 가장 관심을 두고 봐야 하는 두 나라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에 대해 저자가 설명한 부분이다. 세계 경제대국 1,2 위를 다툴 두 나라의 미래를 전망하고 그에 대해 우리가 대비해야 할 부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거시경제학 부분을 다룬 4장을 제외하곤 평이하고 무난하게 구성되어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도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꽤 노력했다는 느낌을 준다. 지금껏 경제학 관련서를 수십 권 읽어봤지만, 우리실정에 맞게 재미있을 것 하나 없는 경제이야기를 이렇게 편하게 읽도록, 그래서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책은 이제껏 만나보지 못했다. 경제관련서를 읽는 즐거움 중 하나는 책을 읽기 전에는 보지 못한 세상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그것이 나의 경제적 수준을 결정짓는 '투자'와 관련되어 있을 때는 그 즐거움은 더하다. 책을 읽지 못했다면 오늘도 몰랐을테고, 내일도 몰랐을 법한 내용들을 몇 시간 동안 읽은 책 덕분에 오늘을 알고, 미약하지만 내일을 예측해 볼 수 있다면 그것은 '투자'에 있어서 큰 차이를 낳기 때문이다. '탄력성', '대기업의 지배구조', '금리와 환율', '고령화' 부분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보다 나은 비즈니스 생활을 원한다면, 신문을 좀 더 재미있고 알차게 읽고 싶은 비즈니스맨이라면 이 책을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우리나라 비즈니스맨이라면 두고 두고 읽어야 할 좋은 경제학 관련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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