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과 공포의 게임 -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이용재 지음 / 지식노마드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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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투자자는 지금 주식시장에 속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속고 있는 것이다!
 
 세인들은 '돈을 벌기는 어렵지만 쓰기는 쉽다'고 말한다. 이에 빗대어 나의 투자활동에 있어서는 '투자로 수익을 얻기는 어렵지만 손실을 보기도 쉬운 것' 같다. 무릎인지 허리인지 재고 또 재서 판단하여 주식에 투자했더니, 여전히 무릎인데도 시장자체가 침체되어 멀쩡했던 가가멜(사람)이 스머프(키작은 요정)가 되어버린 것이 요즘의 주식시장이다. 동반하락을 했으니 동반상승을 하면 좋을 것을, 내가 투자한 종목만 빼고 다 올라가는 듯 해 애간장이 끊어지는 듯 하다. 투자投資. 말 그대로 장차 얻을 수 있는 수익을 위해 현재 자금(資) 을 던지는(投) 행위인 투자가 수익은 커녕 손실만 계속되고 있으니 더 이상 '투자'라는 단어를 내뱉기도 무안할 지경이다.
 
  다소 급한 성격에, 한 곳에 몰입하면 세상을 잊을 정도로 덤벼드는 편이어서 '주식'만큼은 참여하지 않겠노라 다짐했건만 지난 해와 같은 저금리시대에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어 기웃대다 시셋말로 '발을 담궈' 버렸다. 그 시작은 주식을 매입한 사실조차 잊을 만큼 가지고 있기로 한 '가치투자' 였지만, 날로 흉흉해지는 주식시장의 경색장을 잊기에는 똑똑했나 보다. 매일 장이 마감되면 종가를 따져보고, 시장분위기를 점치며 보내는 시간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숫자를 아무리 세어봐도 수익은 없고, 손해만 보이니 답답함도 더해간다. '나도 별 수 없는 허리 끊어진 개미가 된 것인가?' 하는 자괴감도 더해져 결국 '잘 먹고 잘 살자'고 덤빈 주식투자행위는 '못 먹고 못 사는' 결과를 빚어낸 돈(資) 버린(投) 낭비로 전락해 버린 것 같아 속이 상한다.
 
  그런 내게 '넌 바보가 아니다. 오히려 매우 정상적인 인간이다. 네 죄는 단지 주식이라는 늪에 알몸으로 뛰어들었기 때문이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산업연구원과 신문기자, 그리고 증권사에서 선물가 옵션을 거래했던 이용재씨이다. 그는 심리학과 신경과학이 인가의 마음을 파헤친 성가를 경제학에 접목시킨 이른바 '행동주의 경제학'의 기반 위에서 금융시장에서 인간의 마음이 어떤 결과를 빚어내는 지를 보여주기 위해 책을 썼는데,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탐욕과 공포의 게임]이다.
 
 

 
 
  저자의 말대로 이 책은 재테크 책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의 마음과 두뇌가 금융시장에서 의살결정을 내리는데 얼마나 부적합한지를 보여주며 '투자에 앞서 한 번 더 생각하라고 권하는' 경계서다. 그는 근본적으로 '인간은 투자에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보고, 지금과 같이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사회에서 자산의 일부를 금융시장에서 굴리는 것은 '생계의 문제'이므로 금융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을 더욱 정교하게 연마하지 않으면 투자하지 않은 만 못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 즉 전문가의 편향, 일반인(개미)들의 편향, 편향을 극복한 사람들로 나누어 이야기하고 있다. 우선 전문가들의 편향에 대해 살펴보면 국내외 최고 전문가들의 경제변수의 전망의 특징은 한마디로 얘기하면 '후행성', 주가를 예로 들면 최근까지 올랐으면 앞으로도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내렸으면 앞으로도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하는 추세추종 또는 모멘텀 올라타기와 다르지 않다고 보았다.
그리고 주식전문가와 애널리스트들의 자꾸만 틀리는 이유는 기상예보전문가나 도박사와 같이 예측이 틀렸을 경우 감사원이 직적 감사를 나올 정도의 리액션이나 금전적 손해를 보는 것처럼 전망을내놓은 뒤 되돌아오는 피드백이 너무나 커서 신중하고 민감한 데 반해 수년간 뒷북만 치는 전망을 내놓더라도 별다른 피드백이 없다는 것이다.
주식형 펀드에 있어서는 증권사 직원 역시 인간이어서 오르면 팔고 내리면 버티는 버릇을 펀드 투자에서도 행하고 있어 손해나는 펀드는 본의아니게 '장기투자'를 해버리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들은 매매수수료와 베스트 애널리스트 선정 문제 등으로 얽혀 있기 때문에 일반투자자들이 밖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매우 다른 이해 관계에 의해 움직이고 예측을 내놓기도 한다고 전한다.
차트분석에 대해서는 금융시장에서 데이터를 가공할 때 가장 쉽게 빠지는 오류는 '과거에만 맞아떨어지는' 패턴을 찾아낸다는 데 있다. 주가 등을 예측하는 패턴을 찾아내겠다는 과도한 욕심이 과거에만 맞고 미래의 시장에서는 전혀 쓸모없는 패턴을 찾아내고 있는 셈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스스로 이익을 추구하는 인간인 탓에 순수하게 투자자를 위한 애널리스트는 절대로 존재 할 수 없고, 그 한계를 넘기 위해 만들어놓은 각종 챠트나 프로그램을 추종하여 잘못선택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인식하게 해주는 부분이었다.
 
  개인투자자의 편향에 대해서는 깊은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행동주의 경제학은 신고전파경제학에 반해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봤다. 이것은 심리학과 신경과학의 연구성과에 따른 결과에 따른 것으로, 그러므로 인간은 합리적이고 균형적인 호모 에코노미쿠스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람은 신체적인 본능으로 손실회피성향이 강하다. 그리고 큰 손실은 두렵고, 작더라도 잦은 이익을 편안하게 느껴서 손실이 날지도 모른다는 걱정만으로도 두뇌는 격결하게 반응한다.
한편 세계의 어느 나라보다도 첨단화된 HTS(Home Trading System)을 활용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개인투자자들은 그 활용면에서도 세계 최고인데 사실은 천 개 이상의 화면을 통해 각종 투자 정보를 쏟아내는 유익한 단말기가 평균적인 개인투자자에게는 '충분하게 정보를 습득했다는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경향을 만들어내고, 매매할 때 더 거래중독자가 되고 더 투기적인 거래를 유발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는 지식환상과 통제환상에 빠져 자기과신이 커지면서 리스크를 망각한 채 거래에 매몰돼 의미없는 매매에 휩쓸리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이러한 '개인투자자의 편향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주식투자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일반적인 규칙'들을 제시했다.
 
 1. 나도 예외가 아니다
 2. 나는 내 생각보다 적게 알고 있다
 3. 이야기는 버리고, 사실만 건져라
 4. 많은 정보가 좋은 정보는 아니다
 5. 정보의 비중과 강도를 가늠하라
 6. 당신의 견해와 반대되는 정보를 찾아라
 7. 실패를 불운의 탓으로 돌리지 마라
 8. 당신은 이렇게 될 줄 몰랐다. 단지 알았다고 생각할 뿐이다
 9. 편향을 없앨 수 없다면 반대로 편향하라
10. 세상을 볼 때 통계적으로 얼마나 그럴듯 한 지 판단하라
11. 자신의 경험을 너무 중시하지 마라
12. 크고, 명확하고, 쉽게 기억나는 일은 일어날 확률이 적다
13. 정보의 문맥을 파악하라
14. 당신이 가진 것에 너무 가치를 부여하지 마라
15. 빼도 박도 못할 룰을 정하라
 
  끝으로 저자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인간은 먼 미래보다는 가까운 미래에만 신경을 쏟는 근시안적인 동물인데다, 게으른지라 정작 중요한 노후준비를 거의 하지 않으면서 10억이니, 20억이니 하는 엄청난 숫자의 노후자금만을 상정하고 있다며 이는 은퇴 위험을 추상적인 위험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노후준비를 실천에 옮기기 위해 구체적인 현실의 욕구를 자제할 능력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행복한 노후준비를 위한 현명한 투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에서는 그러한 편향을 극복하고 국내 금융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산을 운용하거나, 기업을 분석하는 사람 세 명과의 인터뷰를 제시했다. 그 중에서 나는 가치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밸류트레이서 김철상의 인터뷰에 주목하였다. 그는 인터뷰에서 언론 보도를 참고하는 것은 호재든 악재든 너무 부풀리는 선정주의와 광고주등 자본과의 결탁하는 문제점을 들며 '주식투자를 할 때는 신문을 보지 말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기사에서 '팩트fact' 만을 걸러내어 투자결정에 참고하라는 것이다.
 
"남들이 팔 때 사고, 살 때는 파는 식의 투자법은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는 방식입니다. 어떻게 이런 방식을 고수할 수 있을까요?
 
그게 참 어려운 일입니다. '욕심'도 '공포'도 버리고 꾸준히 인내하는 건 도 닦는 일과 비슷하죠. 지루하고 포기하고 싶고... 일단 제가 권해드리는 것은 충분한 분석 후에 좋은 종목을 골라 매수했으면, 시세를 들여다보지 말라는 것입니다. 시세를 들여다 봐서는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없습니다. 주식투자로 돈을 벌려면, 주식을 사놓고 원양어선을 타든지 감방에 가라는 농담도 있지 않습니까? 실제로 공인인증서를 분실했는데, 다시 만들기 귀찮아서 HTS 에 접속하지 못한 채 주식을 근쟝 묵혀두었다가 나중에 큰 수익을 얻은 분도 있습니다. 주식을 산 뒤에는 시세를 멀리하십시오. 그러면 절반은 성공하는 겁니다." (P 232)
 
  그는 또한 주식투자에 있어서 단순히 자금투자로 보지 말고 기업의 운영에 직접 참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투자에 앞서 기업의 투명성과 장래성을 살피라는 의미도 있지만, 투자한 이후에는 기업이 설비투자를 통해 제품을 생산하고 매출을 올릴 때까지는 회사의 성장측면에서 있어서 다소 정체되거나, 때로는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때가 있음을 이해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말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성장만 있는 기업이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그러한 진리를 이해하면서도 단말기에 보이는 오늘 오후장의 하락곡선에 충격을 받고, 당일 상종가의 종목을 부러워한다면, 그래서 매도를 고려하는 나는 과연 이익을 낼 수 있는 투자자일까?
 
  이 책은 앞서 말한 것처럼 재테크서가 아니라 주식투자에 앞서 독자들에게 '나는 현재 현명한 생각으로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가?고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재테크 경계서'다. 지난 해 말 중국펀드를 환매해 더 이상 나와는 상관없는 '적립식 펀드'에 대해서 '적립식 펀드가 과연 만병통치약일까?'라는 제목으로 펀드 매니저들의 오류를 짚어내는 부분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투자자인 독자 스스로를 진단할 수 있는 계기를 심어줄 수 있을 것이다. 주식에 관련하여 투자한 투자자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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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파워 - 나와 세상을 구하는 경제학의 힘
마크 스쿠젠 지음, 안진환 옮김, 김인철 / 크레듀(credu)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세계경제를 위해 발로 뛰는 경제학자들의 활약상을 그린 보고서!
 
  최근에 벌어진 일련의 경제위기에 대해 주요경제지들은 저마다 진단하고 있는데 항상 빠지지 않고 언급하고 있는 말은 '경제전문가들과 경제학자들은 현 상황에 대해 제대로 설명할 수 없으며, 오히려 그들의 예측과 대처방안에 대해 반대로 움직여야할 정도'라며 이들을 비난하고 있다. 이러한 비난은 1998년을 전후로 한 이른 바 IT혁명 때부터 시작해 아직까지 끊이지를 않는데, 그런 글을 너무나 많이 접하다 보니 나조차도 '정말 그런가 보다'고 생각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쉽게 생각만 해도 국내외 경제를 훤히 꿰뚫고 있는 그들이 '어마어마한 부자'가 될 가능성이 충분한데도 그렇지 못한 점이 그렇고, 최근 경제학자들이 예전에 비해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달픈 밥벌이'에 제 목숨 부지하기 위해 동서분주하는 내가 그들의 사정을 알리야 없다마는 훑어보듯 보는 경제지와 언론만 하더라도 확실히 예전과 다른 것은 사실이다.
 
  물론 '경제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말 그대로 학문을 연구하고 후학들에게 이것을 전달하는 직업이니 자신의 직분에만 충실하면 그 누가 뭐라 할 것 아니다. 하지만 '화폐Money'를 요소로 하는 실용학문인데다, '경제'라는 단어가 '나, 너, 우리' 쓰이듯 흔하게 쓰이는 말이 된 요즘 그것을 학문으로 연구하는 '경제학자'들의 기여도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출판시장에 던져지는 수많은 경제관련서나 재테크서들의 저자들 또한 현장에서 뛰는 '실무자'들인 것을 보면 '과연 경제학자들은 무엇을 하는가?' 하는 궁금은 더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차에 한 권의 책을 만났다. 경제학자이자 투자전문가로 활동하면서 왕성한 저술까지 하는 저자가 '경제학은 확실히 밥 먹여주는 학문이며, 경제학자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의 경제생활에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그들을 대변하고 있다. '나와 세상을 구하는 경제학의 힘'을 설파한 책, 마크 스쿠젠의 [이코노 파워EconoPower]가 그것이다. 원제목은 EconoPower: How a New Generation of Economists is Transforming the World 이다.
 
 


 
  "왜 경제가 기대했던 것보다 더 허약한가? 내년에는 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가? 상황을 호전시키기 위해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유감스럽게도 이 세 가지 답할 수 있는 것이란 '모른다', '모른다', '없다'는 사실이다." 고 했던 하버드대학 교수 로버트 배로Robert J. Barro의 말을 들어 저자는 1990년대 초기 경제학자들이 스스로 깊은 자책에 빠졌음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 이러한 자기 패배주의는 지난 10년 사이에 역전되어 21세기에 들어 '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인식이 학계에 다시 팽배해지 졌고, 21세기 경제학을 이른바 '제국주의적 학문'으로 칭해도 좋을 만큼 스스로를 재창조하며 새로운 영역으로 확대했다고 말한다. 그 결과 역사상 최초로 2006년 노벨 평화상을 경제학자이면서 방글라데시 치타공대학 경제학과 학과장을 역임한 바 있는 무하마드 유누스 박사가 민간 영리 은행을 설립해 20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을 빈곤에서 벗어나도록 도운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한 사실을 이야기했다.
 
저자가 이 책을 쓸 수 있는 용기가 생긴 결정적인 사건은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궁금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의 원서가 지난 3월에 출간되었는데, 그 후에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인한 미국의 금융위기가 본격화되었다. 아마 출간 시기가 늦었거나 미국의 금융위기가 책의 출간에 앞서 발생했다면 금융위기의 해결책을 위해 시간을 빼앗길 것이고, 또 이를 언급하기 위해 출간시기는 좀 더 늦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 책은 기존에 나왔던 경제학관련서와는 차별화를 추구했다. 즉 우리 일상생활에서 만나게 되는 사건을 경제학적 측면에서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경제학 콘서트]나 [괴짜 경제학]류와는 달리, 경제학자들이 세상의 주요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경제성장, 교통, 환경, 범죄, 건강보험, 은퇴 계획, 심지어 행복 성취 방법 등과 관련된 문제들을 개인 차원이나 국가 차원에서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좋은지 경제학자들의 연구와 제안을 통해 살펴보고자 했다. 실제로 무담보 소액대출, 신중한 투자방법, 효율적인 경매방식, 피크 가격제, 직원의 복리와 주주의 이익 보장 등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어제와는 다른 경제활동들이 사실은 경제학자들이 만들고, 국가나 기업 혹은 단체에 제안하여 채택된 방법인 것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경제학자들이 선두에 나서서 지휘를 해서 문제를 해결하거나, 신문이나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주요인물로 소개되지 못했을 뿐 지금도 음지에서 기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자는 경제학자들이 경제적 분석은 재정, 경영, 법률, 종교, 역사 그리고 여타의 다양한 사회과학 분야에 강력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이러한 경제학의 분석에 있어서는 경제학자들이 준수해야 할 경제학의 7가지 기본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가 말하는 경제학의 7가지 기본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책무성과 사용자 지불의 원칙 Accountability
2. 절약과 비용편익 분석 Economizing and cost-benefit analysis
3. 저축과 투자의 원칙Saving and investment
4. 인센티브 유인의 원칙Incentives
5. 경쟁과 선택의 원칙Competition and choice
6. 기업가 정신과 혁신의 원칙Entrepreneurship and innovation
7. 효율적 복지 원칙Welfare
 
  전체적인 내용은 경제학적 도구들이 개인과 공동체 그리고 국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수많은 사례를 통해 살펴보고자 했다. 다시 말해 다만 일반인이 알지 못할 뿐이고, 경제학자들의 이론을 실전에 활용하지 않았을 뿐이지, 우리 사회에 일어나는 경제문제들에 대해 이들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기여하고 있음을 하나씩 설명해주고 있다. '돈 걱정 없는 노후를 위한 저축 비결은? 개미들은 주식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을까? 숨어 있는 알짜 기업, 어떻게 찾아낼까? 전 국민 의료보험제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인생의 모든 게임에서 승리할 수는 없을가? 아시아의 기적은 거품일까? 빈부격차 줄었을까, 커졌을까? 금金 투자 가치가 있을까?' 등 이 책에 소개된 의문형 소제목들만 봐도 우리가 경제학자들에게 물어보고 싶었던 것들을 찾아서 경제학자들의 이론과 실제 적용사례들을 설명하고 있다. 경제학자가 말하는 경제학 책임에도 불구하고 도표와 숫자가 거의 없이 알아 듣기 쉬운 해설로 잘 설명되어 있어 읽기가 어렵지 않았다. 저자가 소개하는 경제학자들의 이론들 중에는 '과연 적용된다고 해결 될까?'하는 의문도 있었지만, '이렇게 하면 될 것인데 왜 아직 실행하지 않고 있는가?'하는 의문도 들게 했다.
 
  오늘날의 현실은 인터넷의 영향으로 지구촌은 더욱 좁아지고, 사회 전반에 걸쳐 그물처럼 얽혀 있어 잠시 후의 일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로 가장 곤혹을 치루고 있는 학문적 체계가 아닐까 생각한다. 변화된 사회를 반영해 수정하는 과정에도 변화를 거듭하고 있어서 현실을 따라가기가 심히 버거울 것이다. 경제학 또한 예외가 아닐 수 없다. 경제상황의 변화속도를 생각해 볼 때 경제학자들이 부응하지 못하는 것은 그들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이론을 적용할 현실이 사라져버려 적용자체가 힘드는 것은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학자들은 오늘도 부단히 연구하고 노력하고 있음을 이 책은 말해 준다. 그리고 경제학이라는 학문도 구태의 경제학이 아니라 여러 모습의 응용경제학으로 거듭나고 있음을 알려준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연구소 안에서 책상물림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직접 발로 뛰고 있는 경제학자들의 활약상을 알리는 보고서라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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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데지그난스, 세상을 디자인하라
지상현 지음 / 프레시안북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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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미 호모 데지그난스Homo Designans 입니다!
 
  난 디자인을 모른다. 하지만 눈을 네 개씩(?)이나 달고 있어 '좋은 모습'을 감지할 수 있고, 감탄하며 호들갑 떨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 디자인이 얼마나 중요한 지는 안다. 세상은 변해 제품이 생산되는 족족 팔려나가는 생산자 주도의 시대는 이미 지나 버렸고, 팔색조같이 수시로 변하는 소비자들의 취향을 아우를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내야만 소위 대박을 내는 소비자주도의 시대로 바뀌었다. 그리고 디지털이 세상을 움직이는 첨단과학 시대임해 반해 인류는 '내 마음을 움직여 보라' 며 감성을 자극하는 무엇을 요구하며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다가가고 있다. 보고, 느끼고, 만지며 체험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실용'을 넘어 '감성'을 터치하기를 소비자들은 바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감각적 요구를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디자인Design이고, 오늘날을 '디자인이 이끄는 시대'라고 말하는 이유이다. 21세기는 디자인을 떼어 놓고는 비즈니스를 말할 수 없다. 디자인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디자인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내가 이 책 [호모 데지그난스, 세상을 디자인하라]를 펼쳐든 이유는 여기에 있다.
 
 


 
  현재 미디어디자인 학부의 교수로 있으며 디자인과 심리학을 병행한 저자 지상현 교수는 매체마다 디자인 관련 글을 싣는 것이 유행이 될 만큼 디자인에 대한 관심은 늘었지만, 반면 내용이나 깊이 면에서는 10여 년 전이나 다름없이 각론은 없고 총론만 반복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래서 디자인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을 높이고 디자인계의 역량을 강화할 필요를 느끼고, 디자인을 사물의 외양을 다루는 협의의 분야로 간주하지 않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중요한 수단이자 인간과 사회를 읽는 프리즘으로서 주목하고자 이 책을 냈다. 저자는 '디자인하는 인간'을 들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호모 데지그난스 homo designans' : 인간이란 디자인하는 존재라는 뜻.
국내에 몇 안되는 라틴어 전공자의 자문을 거쳐 탄생한 말. 디자인이 가가 사물이 갖고 있는 문화적, 경제적, 기술적 맥락을 찾아내는 일이며, 이는 디자이너의 힘만으로는 결코 이룰 수 없다는 점, 그리고 이런 의미에서는 디자인을 이미 우리 모두가 가조 있음을 표현하는 말.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제품이든, 작품이든, 공간이든 유형의 무엇이 만들어졌을 때 인간이 보고 느끼고, 체험하며 열광할 수 있다는 것은 자신들은 만들어내지 못했지만 이들을 감지할 감각들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이미 그림을 그리고 생각으로 상상하며 인지하고 있었던 터라 디자이너들에 의해 탄생되었을 때 기꺼이 감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볼 때 '호모 데지그난스'라는 저자의 새로운 인류학명에 공감할 수 있었다. 저자는 디자인design을 '인간과 사회를 읽는 프리즘'이라고 설명하며 세상을 그리는 디자인의 세계를 보고자 하였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디자인을 네 가지의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하였다.
우선 디자인을 창조하는 디자이너는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타인(세상사람)의 취향을 읽어냄으로써 그들이 바라는 디자인을 만들어 낼 수 있다(디자인, 타인의 취향을 읽는 코드)고 보았다.
 
"디자인은 마치 바둑이나 장기 같다. 겉으로 드러난 행마의 움직임 뒤에 치열한 수싸움이 있듯이, 예쁘기만 해 보이는 디자인의 이면에도 소비자의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리려는 각별한 노력이 숨어 있다. 매우 아름답고 독창적이지만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디자인이 많다. 이는 소비자의 마음을 건드려야 하는 수싸움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소비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보기 좋은 떡'이기에 '맛도 좋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맛도 좋아야' 소비자에게서 사랑받을 수 있음을 말한다. 이것은 눈에 보이는 외형만이 디자인이 아니라, 그 내부에 남겨진 진실이 모습과 일치해야만 '최고의 디자인'이 될 수 있음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디자인을 위해 접합부에 나사구멍을 없애서 고장시 수리를 대신해 교환해주는 A/S방식을 채택한 아이팟을 보면 그들이 얼마나 디자인을 위해 공을 들였는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전세계의 소비자들이 후발주자인 아이팟에 열광할 수 있었던 것은 외형의 디자인 뿐 아니라 터치스크린 운영방식이라는 지금껏 없던 촉각적 경험과 iTunes 라는 아이팟만의 음악제공 플랫폼이 소프트웨어로 제공되어 함께 어울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시선을 소비자로 옮겼다. 브랜드에 매혹되고, 문화적 아이콘을 만들어내고, 편리하되 가치있고, 아름답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은 디자인을 낳고, 그것을 가지려고 하는 소유욕은 소비를 낳는다(나는 욕망한다, 고로 디자인을 소비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시장에서 특정 제품군 혹은 계층을 대표하는 상품이자 동시에 베스트셀러를 넘어서는 문화로 확장되는 제품을 '아이콘icon' 이라고 부르는데, 할리 데이비슨이라는 오토바이가 명품 브랜드를 넘어서 로드road 문화를 만들어낸 예를 들 수 있다. 소비자들은 말을 타고 초원을 누볐던 선조들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켜 할리 데이비슨을 통해 '현대판 카우보이'로 거듭난 문화라고 볼 수 있다.
 
  디자이너들은 이처럼 소비자들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을 캐치할 수 있고,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인 남다른 감수성, EQ Emotional Quoitent 가 요구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두 번째 장에서는 인간의 무한하고 알 수 없는 욕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저마다 다른 취향때문에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디자이너가 갖추어야 할 요소들을 설명한다. 제품 뿐 아니라, 공간 그리고 환경에까지 미치는 디자인의 영역을 살펴보면서 디자인이라는 한 단어가 지니고 있는 범위와 쓰임에 놀라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훌륭한 디자이너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는 이유도 다른 데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황금비의 미학, 균형의 미학, 색채의 미학, 총체성의 미학, 그리고 견딤의 미학을 말했던 세 번째 장 디자인의 원리, 세상을 읽는 미학은 디자인의 각론을 이야기하였고, 마지막 장 세상을 향한 통로, 디자인의 안과 밖은 디자인사를 필두로 첨단과학과 결합한 디자인 과학과 미래를 이야기 하였다. 디자인의 중요성은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도 '디자인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시원하게 대답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디자인의 존재이유와 그 범위 그리고 오늘날 우리나라 디자이너로서 가져야 할 마인드에 대해 엿볼 수 있었다. 예전에는 순수하게 외형의 디자인을 즐기고 체감했다면, 이젠 그 속에 숨은 수많은 생각과 디자이너들의 노력을 들여다 봐야겠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멋들어진 디자인에 대해서는 아낌없는 찬사와 감탄을 던지는 일임을 느끼게 했다.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보다 넓은 디자인의 세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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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의 리더 검은 오바마 - 세상의 모든 패배자에게 보내는 재기 멘토링
박성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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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기자의 눈으로 본 예비 대통령 버락 오바마 !
 
  "만약 존 멕케인이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이변이라고 이야기해야할 정도로 선거의 판도가 바뀌어 버렸다." 오늘 아침 뉴스앵커가 전하는 말이다. 내일 있을 '미국 대통령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세계의 시선이 미국에 집중되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라는 사상 최악의 경제위기로 흔들리는 미국에 주목하는 시선들도 있지만, 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대통령이 탄생할지도 모르는 순간을 지켜보려는 시선도 적지 않다. 정치라면 눈과 귀를 막고 일부러 문외한이길 자처하는 내가 그들의 잔치에 관심을 두는 이유도 그것에 있었다. 그것은 우리나라에서 여성대통령이 탄생하는 것만큼 어려웠던 것 이어서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을 목격하고 싶은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그가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정치경력 12년, 초선 상원의원인 흑인 정치가가 어떻게 민주당 대통령후보가 될 수 있었을까? 그의 어떤 힘이 쟁쟁한 흑인 지도자를 물리치고 상원에 오르게 했고, 이제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따놓은 당상과도 같았던 큰 산 힐러리 클린턴을 뛰어 넘을 수 있게 했을까? 영화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가 현실 속에서 펼쳐지는 요즘의 드라마틱한 뉴스는 개인적으로 정말 흥미로운 것이 아닐 수 없다. 그의 대한 이야기를 좀 더 알고 싶었다. 그래서 펼쳐든 책, [역전의 리더, 검은 오바마]이다.
 
 


 
  저자는 KBS 정치부 기자로 활동중인 박성래씨로 2004년 미대선특별취재팀으로 선발되어 워싱턴에 특파된 저자가 존 케리를 지지하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펼친 버락 오바마의 단 한차례 연설을 듣고 깊은 인상을 받는데, 이는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을 압도할 정도였다. 그 후로 오바마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에 대한 밀착취재를 시작하면서 정리해 온 오바마의 삶의 궤적을 책으로 펴게 된 것이다. 저자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부정을 긍정으로, 절망을 희망으로, 냉소적 차별과 편견을 따뜻한 배려와 이해로 바꿔나가는 그야말로 재기를 꿈꾸는 세상 모든 패배자의 진정한 멘토라고 이 책에서 평했다.
 
 

 
 
  사실 이번 미 대선의 양대 후보들은 그 자격면에서 예전의 상황과는 조금 다른 면을 띤다. 케냐의 유학생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흑인' 후보 버락 오바마는 하와이와 인도네시아에서 학교를 마친 철저한 아웃사이더다. 저자 역시 그의 친구 '케이스 카쿠가와'라는 일본계 흑인 혼혈아의 예를 들면서 30년이 지난 지금 단짝이었던 그의 친구는 로스엔젤레스의 노숙자 생활을 하고 있는데, 버락은 40대 초반에 상원의원에 올라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강한 자'라는 미국 대통령에 누구보다 가까이 다가선 대선후보가 되었음을 보여주면서 그의 순탄치 않았던 어린시절을 대변하기도 한다. 그는 또한 '충분히 검지 않다'는 주위의 평가를 대선을 앞둔 현재까지 가장 큰 장애물로 안고 걸어가고 있다.
 
  한편 존 매케인은 지금의 아내인 버드와이저 맥주의 미국 3대 배급사의 대주주이자 1억 달러 자산가 신디 이전에 수영복 모델 출신의 늘씬한 미녀였던 아내 캐롤이 있었다. 40대 초반의 매케인은 캐롤과 이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30대 중반의 총각 행세를 하며 20대 초반이었던 금발의 아리따운 여교사 신디와 결혼했다. 애리조나에서 하원과 상원의원으로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처가인 신디家 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또한 대선출마는 꿈도 꿀 수 없는 심각한 결격사유기도 하다. 하지만, 전처 캐롤은 여전히 매케인을 존경하며 친구로 지내고 있다고 말한다고 한다. 또한 미국 헌법은 미국 영토 안에서 태어난 사람만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파나마의 미군기지에서 태어난 매케인은 대통령이 될 법적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 의해 미국 법원에 소송이 걸려 있는 상태이기도 하다. 베이비 부머 세대들이 대선 후보로 등장한 지금부터 이런 출생과 성장과정에 대한 논쟁은 그 이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것이다. 현재 전 국민의 2%에 달하는 외국인 거주자 100만이 살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모습들이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보여진다.
 
 

 
 
  버락 오바마의 출현은 지금껏 출현했던 흑인 지도자들과는 차별화된다. 그는 흑인만을 위한 지도자이기를 거부하고, 백인과 유색인 모두가  안고 있는 공통된 문제점을 찾아내 그들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통합된 해결책을 찾아내려고 고심했다. 또한 이라크전 반대에 대한 그의 일관된 주장은 '피할 수 없는 전쟁이라면 어떤 희생을 낳더라도 꼭 치뤄야 하겠지만, 지금처럼 부시정부가 만들어 낸 [어리석은 전쟁]이라면 결단코 반대한다'고 주장한다.
 
  "시카고의 사우스사이드에 글을 읽지 못하는 어린이가 있다면, 비록 그 아이가 제 자식이 아니라 해도 그것은 제 문제입니다. 어딘가에 살고 있는 노인이 약값을 내지 못해 약값과 집세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면, 그분이 제 조부모님이 아니라 할지라도 제 삶은 더욱 가난해집니다. 어느 아랍계 미국인 가족이 변호사도 선임하지 못한 채로 올바른 절차 없이 체포된다면, 그 사건은 제 인권을 위협하는 것입니다.

그러한 기본적인 믿음, 내가 바로 우리의 형제자매를 지켜야 한다는 기본적인 믿음이야말로 이 나라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E pluribus unum(여럿이 하나라는 뜻의 라틴어로 미국 정부 국새에 새겨진 표어-역자주)!' 여럿으로 이루어진 하나! 그것이 바로 우리가 개인의 꿈을 추구하면서도 미국이라는 하나의 커다란 가족으로 화합할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

[오바마, 2004년 민주당전당대회 기조연설 전문 중에서]
 
  저자는 이 책에서 아웃사이더였던 버락 오바마가 대선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 할 때까지의 과정을 통해 그에게서 '지혜'를 찾아내라고 말한다. 오바마가 미국인들의 마음을 얻는 과정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상사는 부하직원의 마음을 얻는 길을 볼 것이고, 부하직원은 상사나 동료나 후배들의 마음을 잡는 방법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더불어 미국 진보 진영의 새로운 기수로 떠오른 오바마가 지난 대선에서 일패도지一敗途地 하다시피 한 대한믹구의 소위 진보진영에 던지는 의미는 클 것이고, 그의 메시지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성찰의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버드 로 리뷰Law Review 역사상 최초의 흑인 편집장을 역임했던 그의 이력만 보더라도 오바마를 단순히 한 번의 민주당 전당대회 기조연설로 일약 스타로 거듭났다고 할 순 없지만, 정치시스템을 농락할 정도로 능숙한 정치가들 사이에서 국민과 유권자의 마음을 얻어내는 탁월하고 호소력 짙은 그의 연설로 세상에 우뚝 선 모습을 보면  로마시대의 키케로가 베레스를 고발하는 1차 연설로 세상에 알려진 점과 유사해 '수사학의 달인'이 탄생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한다. FTA 비준과 미국의 대북정책기조의 변화를 놓고 누가 당선되어야 우리에게 더 이익이 될 지 고민해야 할 문제지만(우리가 결정할 그 무엇도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백인과 유색인종의 대립이 미국의 숙제라면 지금껏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합'을 강조했던 그를 통해 앞으로의 4년을 지켜볼 만 하겠다. 우리나라 정치부 기자로서 오랫동안 바라 본 '버락 오바마'에 대한 시선은 그리 나쁜 것 같지 않아 내일의 결정이 고민스럽지 않다. 지금껏 나온 자서전과 평전과는 전혀 다른 시점과 시각으로 바라본 책이라서 그 의미는 깊이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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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천재로 만드는 독서법
서상훈 지음 / 지상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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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과 학생들을 위한 책읽는 기술!
 
  평생 책을 읽지 않아도 사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것은 사실이다. 글 몰랐던 우리 할머니도 팔순을 훨씬 넘도록 건강하게 살다 가셨으니 말이다. 우리 할머니는 기독교인이셨다. 아주 독실하신 신자셨는데 새벽기도회를 가시건, 주일예배를 가시건 글도 모르는 분이 어깨 한 짐되는 가방을 들고 다니셨는데, 가방엔 다름아닌 성경이 들었던 것이다. 글도 모른다는 분이 성경을? 그림성경. 지금 생각해보니 미국판 그림성경을 한글로 번역한 것인데, 웬만한 백과사전 두 권을 합친 듯 두꺼운 그것을 키가 150 센티미터가 채 되지 않는 할머니가 열심히 들고 다니신 것이다. 네 살박이인 내가 대신 짊어질 수도 없는 노릇이고, 눈에 넣어도 안아픈 손주새끼에게 그 무거운 것을 들게 하실 리 없을테고 게다가 난 꽤 영민하지도, 싸가지가 있지도 못했으니 그 무거운 성경책은 할머니 몫이었다. 무겁고 힘들었지만 할머니는 그림성경을 가지고 예배를 보셨고, 항상 반박자가 느렸지만 다른 사람들의 입모양에 맞춰 찬송가책을 가진 사람들보다 찬송가를 잘 부르셨다.
 
  중학생이었을 때 인가 보다. 뜬금없이 할머니는 당신의 존함을 가르쳐 달라고 하시면서 말씀하셨다. "이 나이가 되야서 내 글을 몬배운기 무서운 이유가 몬 줄... 니 아나? 죽어서 귀신되아가 돌아댕기다가 내 이름 쌔야진 문패 몬일글까바 그기 무서븐기라." 완벽하게 외우지 못하고 당신의 이름을 눈에 새겨놓기만 하고 돌아가셨지만, 그림성경과 다른사람의 입모양에 맞춰 예배를 보실 만큼 눈썰미가 있으셨으니, 충분히 당신집은 찾으시리라 믿고 싶다.   
 
  우리 할머니의 예처럼 글을 배우지 못해도, 책을 읽지 않아도 사는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하루 24 시간이 모자라 온종일 뛰어다녀도 모자를 판에 한가하게 책을 읽는다니 어쩌면 독서는 시간이 배부른 자들의 향락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책을 조금 읽는 사람들을 만나보면 책을 보면 볼수록 부족함을 안다고 하고, 읽어야 할 책은 태산보다 클 만큼 많다고 그래서 시간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래서 좀 더 효율적으로 독서를 하려고 노력하고, 좀 더 능률적으로 책을 읽은 내용을 습득하려 나름대로의 독서법들을 찾는단다. '책을 잘 읽기 위한 책'이라... 이 책 또한 독서법 중에서 '독서토론'과 '베껴쓰기'의 놀라움을 주로 알려주는 책이다. 온라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강호들의 한 사람으로 '감오행感悟行;느끼고 깨달았으면 움직여라' 라는 아이디로 더 잘 알려진 서상훈씨의 책 [나를 천재로 만드는 독서법]이다. 
 
  온라인상에서 이른 바 '독서노트'로 알려진 사람들이 꽤 있다. '공병호씨의 홈페이지'에서도 찾을 수 있고, 매일아침 메일로 배달되는 '예병일의 경제노트'도 있고,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고도원의 아침편지'도 있다. 이들 독서노트는 책의 일부를 우선 소개하고, 그 내용을 저자가 나름대로 해석해 '행간에 숨어 있는 내용의 핵심'을 잘 짚어내 주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이 책의 저자 감오행 역시 블로그인가 카페글 중에서 한 권의 책을 잘 요약해 둔 글들을 썼던 것을 여러 번 본 기억이 있어 그의 아이디를 확인하고 집어들게 된 책이다.
 
  이 책에서 가장 중점을 둔 내용은 '독서토론'과 '베껴쓰기'. 먼저 저자는 독서토론에 대하여 교육 방법 가운데 독서는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며 인류의 역사를 통해서 검증된 방법이고, 토론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꼭 필요한 부분임을 감안할 때 독서토론은 통해 자신이 책을 읽으며 얻은 지식을 표현하는 능력을 키우고,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는 태도를 배우며, 이러한 과정 속에서 올바른 삶에 대한 가치관 형성과 사회성을 기를 수 있다고 말한다. 독서토론은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등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활용해 지식, 사고력, 논리력, 창의력, 사회성을 키워주고 이미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러한 방식을 채택해 큰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하며 세계를 이끌어갈 21C 핵심인재를 키우는 일에 독서토론 만큼 좋은 프로그램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자는 자신이 지금껏 실행해 온 독서토론의 경험을 종합해 독서토론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그 예를 5단계 독서토론 프로세스와 책의 후반부에 있는 '실전 천재 독서법'에서 자세히 설명해 놓았다. 나 역시 독서토론이라는 명목으로 여러 번 참가한 적이 있었는데, 정형화되지 않은 진행과 미숙한 준비로 난상토론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던터라 이부분을 주목했다. 하지만 저자가 제시하는 정형화된 독서토론 역시 다소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독서란 자신의 느낌을 있는 그래도 표현할 수 있어야 하는데, 리더가 제시하는 바에 따라 그 답을 찾아야 한다는 제한이 있어 또 다시 생각을 걸러내야 한다는 점이 아쉬웠다. 잘못하면 '토론을 위한 독서'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들었다.
 
  독서란 독자가 제 깜량에 맞게 읽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자신이 읽어 어렵다고 느꼈다면 그 누가 뭐라해도 어려운 것이고, 아무리 쉽고 유치하다 하더라도 내가 읽어서 감동적이었다면 나만의 '최고의 책'이 되는 것이다. 책을 읽어 느끼고 배운 점은 머리와 가슴으로 체득되어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더 풍부한 시야와 생각을 제공해 준다는 점에 독서의 의미를 둔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다. 저자의 독서토론의 변을 들어보면 오히려 '학생들'에게 더 어울리는 독서법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베껴 쓰기 또한 마찬가지다. 저자가 예를 든 것처럼 성경이나 불경등을 베껴쓰는 일을 전에 목격한 바 있지만, 이는 '기도의 또 다른 방편'이다. 공자님의 '위편삼절'이나 정약용 선생께서 자식들에게 '초서(메모해 가며 책을 읽는 방법)'를 권했던 방법처럼 책이 귀했던 때이거나, 완전히 외워야 할 만큼 주옥같은 책이야 그럴 수 있다고 보지만, 모든 책에 그럴수야 없잖은가? 목사님의 성경 베껴쓰기는 그것이 그의 업業 이 이유일테고, 저자 역시 자신의 예를 든 것이 영영 사전과 옥편이 아니던가?
 
  세상은 변했다. 21세기에는 '종이로 된 책과 신문'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언할 만큼 기술과 과학이 발달하였고, 전자책과 전자신문이 이미 상용화 되는 만큼 현재는 그 과도기에 접어들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이 종이로 된 것이냐, 컴퓨터 안에 들은 것이냐 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옛날보다 훨씬 더 많은 책이 쏟아지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많은 책이 쏟아지는 가운데 채 한 권도 읽지 않는 우리나라 국민이 많은데 이들에게 독서토론과 베껴쓰기를 권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지 않을까? 이 책은 청소년을 비롯한 현재 공부를 업으로 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어울리는 책이다. 다소 시간적 여유가 있고, 책과 접할 시간이 많은 이들에게 좀 더 효율적이고, 알찬 독서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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