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취하지 않는다 - 강남 일급 룸살롱 대마담의 전략적 세상살이
한연주 지음 / 도서출판 다시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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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살롱 대마담이 말하는 대한민국 남자, "푸대접받는 사람들".
 
  "매력 있는 남자란 자기 냄새를 피우는 자다.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판단하고, 무슨 주의주장에 파묻히지 않고 유연한 사람. 그러니 더욱 예리하고 통찰력이 있는, 바로 그런 자다. 매력있는 남자에게 건배!"
 
  도서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는 그녀의 또 다른 책 [남자들에게]에서 '여자들은 남자들을 존경하고 싶어 근질근질하다. 남자들이여 기대를 저버리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사랑을 누구에게 바친단 말인가.'라고 말하며 '매력있는 남자'에 대해 정의했다. 유연함과 통찰력을 갖춘 남자. [로마인 이야기]를 통해 지금도 세계 최고의 매력남이라 불리는 이탈리안 남자만을 연구해온 그녀다운 정의다.
 
  남자들은 성공을 염원한다. 부와 명예 그리고 권력을 쥐고 세상을 내려보고 싶은 마음은 모든 남자들이 갖는 영원한 로망이다. 하지만 그 속내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근저에는 '암컷에게 잘 보이고 싶은 수컷의 동물적 본능'이 엿보인다. 남자들은 성공이나 출세를 통해 매력남으로 거듭나고 싶은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한 남자가 어마어마한 성공을 이룬 것의 원인에 '내 여자, 내 아내'가 있는가 하면, 힘들게 이룬 막대한 부를 한순간에 잃어버린 사람들의 뒤에도 여자가 있었고, 존경받는 사회지도층 사람들이 어느 날 '쇠고랑'를 차고 감옥으로 가는 것을 모습의 뒤에도 '가족, 내 아내'가 있다. 그 어떤 모습이든 남자의 성공의 이유에는 여자는 꼭 들어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동상이몽 즉, '남자들이 되고 싶은 매력남'과 '여자가 바라는 매력남'에는 시오노 나나미의 정이처럼 약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세상의 남자들이 매력남이 되기 위해 나름대로 사력을 다 하고 있지만 실은 '헛물'을 켜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여자가 생각하는 매력남이란 어떤 사람일까? 그 답은 아마도 여자들에게 물어야 할 것 같다.
 
  몇 해 전 비즈니스맨들 사이에서 한동안 유명했던 책이 있었다. [(긴자마담이 이야기하는) 성공하는 남자, 성공 못 하는 남자]라는 책 인데, 일본의 번화가 긴자에서 회원제 클럽을 경영하는 마담 마스이 사쿠라가 술집에서 손님을 접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그녀가 말하는 '성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매력남들의 65가지 법칙을 이야기 한 책이다. 제목처럼 화려한 밤의 도시 '긴자'를 찾는 일본의 남자손님을 이야기한 일본 술집 마담의 이야기라 그녀가 말하는 '성공법칙'은 우리와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고, '접대부들에게만 사랑받는 남자'를 말하는 것 같기도 해 껄끄러운 점도 없지 않지만, 비즈니스의 선상에 있는 '접대'문화가 남아 있는 우리나라 직장인들에게는 참고가 될 만한 내용을 제법 담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그녀의 두 번 째 책 [(긴자 마담이 이야기하는) 성공하는 남자들의 화술]이 더 읽을만 했다. 이 책은 비록 얕은 수일지는 모르지만, 말주변이 없는 비즈니스맨들이 성공과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갖춰야 할 화술의 테크닉을 41가지의 예를 통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두 권 모두 마담이 지켜본 남자들, 직장인의 세계를 말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는데 손님들이 긴장을 풀 듯 넥타이를 풀고 웃고 마시며 술을 즐기는 모습은 모두 같지만, 부와 명예 그리고 사랑을 쟁취한 남자들은 상사나 부하를 대하는데 있어 여성 못지 않은 배려심을 지니고 있음을 20여년 간 현장에서 손님들을 관찰하며 얻은 생생한 경험을 통해 말하고 있었다.
 
출판대국 일본에서는 '접대부'도 책을 낼 만큼 저자의 폭이 다양함을 알고 내심 부러웠는데, 지난 달 즈음 송숙희 씨가 쓴 [당신의 책을 가져라]를 읽던 중에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직업군의 저자들이 있다는 것을 예를 들면서 소개한 책들 중에서 '강남 일급 룸살롱 대마담'의 책도 소개되어 놀라웠다. 오늘 소개하는 책의 주인공 한연주의 [나는 취하지 않는다]이다.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저자가 아가씨 숫자만 수백 명에 달하는 강남 일급 룸살롱의 대마담이 된 사연과 그녀의 직업세계 그리고 그녀가 보는 남자와 손님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인데, 두 명이 가도 최소한 백 만원의 술값을 내야 하는 최고급 술집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담겨있어 자못 흥미로웠다. 언론의 르뽀나 뉴스로 조금씩 소개된 적도 있고, 많은 소설의 소재거리로 소개되기도 했지만,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자신의 육성으로 생생하게 적어놓은 책을 만나기는 처음이었다. 책의 내용은 '물장사'에 뛰어들 수 밖에 없었던 저자의 이야기가 절반 정도, 나머지는 저자가 대마담으로서 업계를 주름잡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그들만의 생존방식과 마케팅을 담고 있다. 
 
"남자들은 치밀하기도 하고 단순하기도 하다. 작은 것에 쉽게 감동을 받는다. 이렇게 말하면 그건 여자들의 특성이 아니냐고 말할 사람도 있겠지만 천만의 말슴이다. 이런 소소한 감동 때문에 술을 마실 때 단골집을 즐겨가고 즐겨찾는 마담을 따라 다니게 되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이 땅의 남자들이 얼마나 푸대접을 받고 사는지 알 수 있다. 우리를 찾는 사람들은 다 그래서 사회에서 한 자리씩 하는 사람들인데도 그렇다면 다른 사람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다섯 권의 고객 관리 노트에 2,000명의 단골을 관리하는 저자가 보는 대한민국 남성은 '사회에서 그리고 가정에서 푸대접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낯선 아가씨들과 최고급 술을 주문하는 것으로 갑甲 자신의 지위와 성공을 자축하지만 그 속에서 자의든 타의든 밤을 잊고 갑甲을 접대하기 위해 온갖 시중을 드는 을乙도 공존하고 있다. 저자가 보기엔 모두 안쓰러운 사람들이었다.
 
  지난 2004년 도입된 접대비실명제가 곧 폐지 될 것 같다. 접대비실명제는 영리법인이 건당 50만원 이상 지출한 접대비에 대해 접대상대와 접대목적 등을 기록해 업무관련성을 입증하는 경우에만 세법상 비용으로 인정하는 제도인데 접대를 늘려 소비를 진작시키자는 말인지, 접대가 늘어야 대한민국 기업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간다는 말인지 의도를 알 수 없다.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라면 영업을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 접대하고 대접받는 안쓰러운 사람들'이 지금보다 늘어날 것은 확실하다. '밤의 꽃'이 말하는 우리나라의 '매력남'은 누굴까? 이 책은 말하고 있지 않다. 다만 손님을 두고 좋은 손님, 나쁜 손님, 그리고 특별한 손님을 구분하고 있다. 물 쓰듯 돈을 펑펑 쓰는 손님들이 대접받고 싶어 안쓰럽다는데 '매력남'은 어떤 사람인지 묻는 것이 오히려 우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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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마이크로 소사이어티로 간다 - 세상의 변화를 읽는 디테일 코드
팔란티리 2020 지음 / 웅진윙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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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공동체'나라, 대한민국을 읽는 기술!
 
  필자가 대학교 새내기였을 무렵, 성적에 반영되는 과제인 '레포트'는 대학마크가 찍힌 200 자 원고지에 볼펜으로 필사를 해서 제출했었다. 워낙 악필인데다가 중학교 시절 작문시간에 성의없이 숙제를 했다고 '정신봉'이라 명명된 작대기로 '반 죽도록 맞은' 트라우마가 있던 터라, '적당히 베끼기만 해도 중간은 간다'던 그시절의 레포트 숙제는 자정 즈음 공동묘지 고개을 넘어가는 것만큼이나 끔찍한 경험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전공기초과목으로 들었던 '정치학개론'시간에 종신교수로 계셨던 老 정치학 교수께서 일주일의 시간을 주며 10여 년 전에 출간한 자신의 700페이지짜리 정치관련 서적을 사서 읽고는 더도 덜도 말고 '딱 100장'으로 레포트를 제출하라는 과제를 통보받았을 때는 학교를 그만둘까도 생각했을 정도였다(실제로 그 주에 두 명이 입대휴학을 했는데 레포트를 안써서 F를 받느니 일찍 군대에 입대하기를 택했다는 후문이 있다). 
 
다행히 가입했던 동아리UNSA의 동기 여학생이 주일치의 점심 식권과 대필해 준 레포트를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그 고비를 넘어갔는데, 그녀가 아니었으면 난 대학을 그만두었던지 아직까지 졸업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0현숙양에게 축복이 있기를...
 
  1학년을 마치고 군에 입대하고 제대를 해서는 사회경험을 한다고 2-3년을 더 밖에서 떠돌다가 복학하고 보니 워드 프로세서와 퍼스널 컴퓨터라는 것이 학교 사무실마다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리고 한 해가 지나자 수기手記였던 레포트는 컴퓨터를 통해 나온 인쇄물로 제출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쓰레기 차를 피하니 똥차가 덤비더라고 원고지에 수기手記로 쓰지 않아 다행이다 안도했더니, 이젠 컴퓨터를 모르는 것이다. 메모리, 하드,플로피 5.25, 3.5 플로피 디스크 C 프로그램 ...듣지도 보지도 못한 말들과 절차에 머리가 하얗게 될 지경이었다. 대학에서 예비역 3학년이면 무서울 것 없는 학번의 선배가 되었건만, 새카만 새내기 후배들에게 머리 조아리고 컴퓨터를 배우는 신세가 되었으니 얼마나 억울했던지. 
 
독수리타법으로 밤새워 친 레포트가 순간 다운이 되거나 사라져 버려 모니터앞에서 울던 숱한 나날들은 어찌나 많았던지. 그 시절 필자를 비롯한 수많은 컴맹들의 악의 축은 '빌 게이츠'였고, 가능하다면 돌팔매질로 창문(Windows)이란 창문은 모두 깨버리고 싶은 다윗이 되고 싶었다. 대학을 졸업하면 이 몸쓸 기계덩어리와는 안녕일 줄 알았는데, 지금도 나는 두들기고 있다. 매일 아침 '안녕?'하며 반가운 아침인사를 날리고 있다.
 
  이 글을 쓰기 전까지는 이런 날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까맣게 잊고 있었다. 시간이 시냇물을 타고 흘러가듯 눈 앞에 있던 현실이 저만치 흘러서 과거라는 이름이 되면 남의 이야기가 되어버린 것처럼 생각하지 않고 살았다. 돌이켜 보니 그런 날도 있었구나 싶고, 변화된 오늘이 새롭게 느껴진다. 그때에 비하면 사람은 늙었고 덩치는 더 커진 반면, 눈 앞에서 함께 작업하고 있는 컴퓨터는 커다란 사과상자 크기가가 3-4센치 두께의 서류봉투만한 크기가 되었고, 인터넷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手 아니 선線에 연결되어 더 큰 세상을 보여주고 있다. 많이 변했다, 세상이. 난 이렇게 변할 줄 정말 몰랐다. 어쩌면 알려고도 하지 않은 때문일지도 모른다 
 
  모처럼 호랑이 담배피우던 시절로 생각을 거스르게 한 것은 오늘 마지막 장을 덮은 [우리는 마이크로 소사이어티로 간다] 덕분이다. 이 책은 오늘 우리가 부딪히는 현실과 걱정스러운 내일을 염려하느라 채 생각하지 못했던 '변화된 대한민국의 면면'을 "세상의 변화를 읽는 디테일 코드"라는 부제로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을 쓴 사람은 한 사람의 개인이 아니라, NHN의 오픈 네트워크형 조직의 학자와 전문가들이 함께 작업했다. 이 책이 말하는 마이크로 소사이어티Micro Society"작고 사소한 힘이 큰 변화를 이끌어내는 사회. 네트워크 환경의 변화로 누구든, 언제, 어디서나,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작은 신세계"를 말한다.
 
 


 
  이 책은 '휴대전화와 인터넷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이 가능해졌는데 그만큼 더 친해진 것일까?', '인터넷 덕분에 연애기간은 짧아졌을까?', '인터넷을 많이 쓰면 늘어난 정보량만큼 똑똑해질까?','오늘날은 잘 놀아야 일도 잘하는 걸까?' 등 우리가 한 번쯤 우문愚問 삼아 던져봤을 질문들 속에서 '정체성, 프라이버시, 지식, 경제, 놀이, 권력, 예술문화'등 7개의 키워드를 통해 인터넷이 결합된 오늘날의 네트워크 세상을 조망하고 분석하여 다가올 미래의 모습 또한 살피고자 했다. 그 중에서 특히 필자가 주목한 부분은 개인의 정체성을 이야기한 '나는 몇 개 인가?'와 경제부문의 '클릭의 경제학을 읽어라', 그리고 놀이를 이야기한 '나는 논다, 고로 존재한다'였다.
 
  인터넷 공간 속에서의 '나'는 아바타와 퍼스콘, 그리고 닉네임과 아이디가 결합된 새로운 '나'로 변신한다. 익명성은 행동(온라인상에서는 발표, 표현을 말하겠지만)을 자유롭게 하여 현실에서 드러내지 못한 또 다른 '나'로 존재할 수 있기에 한 편으로 보면 표현하지 못했던 내면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게 되어 보다 '나 다운 정체성'을 구축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화력의 제공과 화재의 원인을 동시에 제공하는 동전의 양면같은 불의 소용'처럼 표현의 자유로움을 제공하는 익명성이 오용되고, 악용되는 사례들도 생겨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악플로 인한 잇달은 자살과 출처를 알 수 없는 정제되지 못한 정보들로 혼란이 가중되어 법치와 규율이 존재하는 오프라인과는 달리 온라인은 무정부화되는 경향도 없잖다.
 
  한편 네트워크화된 개인주의는 집단을 좀 더 세분화시켜 관계면에서는 적극적인 참여와 활동이 더욱 활발해 지지만, 과연 온라인상에서의 친분이 인간대 인간의 면대면 만남이 갖는 의미나 가치만 할까 하는 부분에서 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손쉽게 친해지는 만큼 쉬이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아닐지, 또 잦은 온라인으로의 접속으로 인해 고독하고 외로운 대로 살아가는 본연의 인간이 살아갈 힘마저 잃어버리는 것은 아닐지도 고민하게 된다. 이를 단순히 초창기에 있을 법한 약간의 혼란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그리고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정화는 불가능할까?
 
 

 
 
  경제를 살펴보면 앨빈 토플러가 말했던 생산소비주체자 프로슈머의 등장과 조회수와 클릭수가 화폐가치로 변하는 오늘날의 경제구조는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공유와 공감을 기반으로하는 온라인상의 경제구조는 반면 컨텐츠 창조자의 권리와 수익구조를 모호하게 만들어 새로운 사회문제를 만들고 있다. 새로운 컨텐츠 구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소비자는 어느새 '범죄자'가 되어버리는가 하면 '재주는 곰이 부리고 주인은 돈을 받는'식의 수익구조는 '스토리텔링'이 원천이 되고 있는 온라인시장의 기반을 흔들기도 한다.
 
  사람들이 만나 정보를 교환하는 시장은 미디어가 대신하고 있어 시장이 곧 미디어가 된 오늘, 오프라인을 보조했던 온라인은 사실상 통합되어 경쟁하고 있다. 앞으로 오프라인시장은 어느 인터넷 서점처럼 상품주문은 온라인에서 주문하고 물건은 퇴근길에 상품을 찾아가는 '창고로서의 역할'만 하는 시대도 도래할 것 같다. 문제는 시장과 세상은 바뀌고 있는데, 기업과 기업가의 마인드는 여전히 영화로웠던 아날로그 시대를 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대를 공감하고 참여하는 기업가의 대두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대다.
 
  마지막으로 놀이. 하루중 컴퓨터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늘어난 현대인은 놀이 또한 전보다 컴퓨터에서 많아진다. 단순히 게임만을 했던 과거와는 달리 생활의 한 부분이 되어버린 지금 놀이와 업무의 경계는 모호해졌다. 최고의 업무능력이 향상되는 순간이 '몰입Flow'은 게임중 일 때 극도에 달하듯, 업무를 게임처럼 몰입할 수 있는 환경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인터넷 중독, 게임중독과 같은 과몰입현상을 불러 새로운 질병으로 대두되고, 반면 성공과 부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중독에 이를 만큼 몰입한 사람들은 소수지만 '새로운 창조자'가 되어 과거에는 볼 수 없는 어마어마한 성공의 반열에 오르고 있다.
 
독일의 극작가 실러는 "인간은 가장 인간다울 때 놀 수 있고 가장 인간적이다."고 말했지만, 지금은 '가장 잘 놀 때 업무적으로 성과도 생기고, 인간다워지는 세상'이 도래한 것은 아닐까? 확실한 것은 가능하다면 편집광적으로 미치듯 일하는 사람은 놀 듯 일한다고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어느 것이 제대로운 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시대적 요구는 후자에 있고, 그것을 절대선善으로 본다는 것이 걱정스럽다. 놀이는 몰입과 중독에 이르는 아드레날린적 효과도 있지만, '휴식'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휴식을 권하는 말은 이 세상 어디에도 찾을 수가 없는 것이 우려된다. 
 
  이 책은 어느 것 하나에도 문제제기나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우리가 오늘날을 살아가면서도 이미 젖어 있기에 넘기고 있는 현실을 조목조목 짚고 있을 뿐이다. 서로 다른 분야, 서로 다른 필자들이 말하고 있어서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도 있다. 화법 또한 틀려 때로는 난감할 정도로 딱딱하고, 지루한 감도 없지 않다. 하지만 외국의 다른 나라에서는 예를 찾을 수 없는 '인터넷 강국'만이 갖고 있는 대한민국의 네트워크 사회를 잘 조명하고 있어 오늘날의 우리를 살피고자 한다면 읽어볼 이유는 충분하다. 통찰력은 과거와 현재를 조망해 미래를 내다보는 것이라지만, 과거에는 있지도 않았던 새로운 세상이 갑자기 찾아와 자리잡고 있는 오늘날은 현재를 보는 것만도 숨이 차기 때문이다. 마케팅과 트렌드에 민감한 독자들이라면 이 속에서 원하는 답을 찾을 지도 모른다. 오늘을 보여주는 책이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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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흡혈귀를 퇴치하는 유쾌한 방법
댄 S. 케네디 지음, 서영조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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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간을 빨아먹는 흡혈귀가 있다고?
 
  어느 날, 하느님이 인간세상을 내려다 보시니 생지옥이 따로 없더란다. 하느님께서 생각하시길 나름 꽤 신중하게 만든 작품이 인간세상이거늘 왜 이리 혼탁할까 곰곰히 살펴보시니 모든 것의 원인이 이더란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돈을 모두 압수하시고, 모든 사람들에게 백 만원씩 공평히 나눠주셨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자, 인간들이여. 내가 너희에게 모두 공평하게 돈을 나누어 주었으니 평등해졌다.
더 이상 아귀다툼하지 말고 잘 살아야 한다."
 
  돈을 거두고 나눠주고 한 일에 피곤하셨던지 하느님은 곤히 낮잠을 주무셨다. 몇 시간 쯤 지났을까? 잠에서 깨신 하느님은 오늘 하신 일로 '지상낙원'이 되었을 인간세상을 보시고 싶어 구름아래를 내려다 보시곤 기함을 하셨다. 잠깐 사이에 갑부가 생겼는가 하면, 거지도 생겼고 돈 때문에 살인을 저지르고, 남을 속이고 헐뜯는 것이 오히려 전보다 더 혼탁해진 것이다. 하느님은 혀를 차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쯔쯔쯧, 내가 헛수고를 했구나. 문제는 돈이 아니라 거울보고 혼자서 고스톱을 쳐도 돈 잃었다고 악다구리하는 너희 인간들의 탐욕 때문이었구나. 평생 너희들이 만든 생지옥에서 살거라. 나도 이젠 모르겠다."
 
  끝없는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꼬집는 우스개소리지만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돈을 나눠준다면?' 하는 의문이 참 재미있다. 정말 이야기처럼 생지옥으로 변할까? 아니면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을까? 과연 어떨까?
 
  절대 불가능할 것 같은 이야기의 한켠을 살펴보면 하느님이 인간들에게 공평하게 나눠주신 한 가지는 있다. 바로 '시간'이다. 빌 게이츠에게 있는 하루 스물 네 시간은 내가 가진 하루와 똑같다. 돈이 많은 사람이라고 해서 두 세 배를 가진 것이 절대 아니다. 똑같다. 하지만 빌 게이츠와 같은 날 같은 시간에 같은 병원에서 태어난 미국인 A씨가 LA 거리에서 노숙자로 살고 있다면, 빌 게이츠와 A씨의 차이는 뭘까? 그리고 그 이유는 뭘까? 
 
  난 그 차이가 뭔지 오늘 확실히 알았다. 그것은 벰파이어, 바로 시간흡혈귀라는 '시간잡아먹는 귀신' 때문이다. 사람들의 개인적인 성공, 재정적인 성공, 사업상의 성공을 있게 하는 한 가지 '비밀'은 바로 내게 주어진 시간을 시간 흡혈귀에게 쪽 빨리지 않고, 얼마나 시간을 잘 사용하는가 아닌가에 달려 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 특히 '시간이 없어 죽겠다'고 하는 사람들의 옆에는 항상 시간흡혈귀가 그들의 시간에 빨대를 꼽고 빨아먹고 있다. 그렇다면 시간흡혈귀는 도대체 무엇이냐? 이것들을 퇴치하는 법은 무엇인가? 그 해답을 알려주는 책은 댄 케네디의 [시간흡혈귀를 퇴치하는 유쾌한 방법]이다.
 
 


 
  이 책의 저자는 서로 다른 직업군의 일을 자유자재로 하면서 한 달에 3억원에 가까운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시간흡혈귀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다. 그는 우리 옆에 존재하는 시간 흡혈귀의 정체를 다음과 같이 명시했다.
 
가는 곳마다 튀어나오는 ‘시간 있으세요’씨, 시도 때도 없이 달려드는 ‘회의’씨, 웃는 얼굴로 이빨을 꽂는 ‘중언부언’씨, 우선순위를 무너뜨리는 ‘하찮은 일’씨, 감정의 틈을 파고드는 ‘침소봉대’씨, 절대 비켜주지 않는 ‘막무가내’씨, 순식간에 리듬을 끊는 ‘급해요’씨, 파렴치하게 강탈해가는 ‘늦었습니다’씨...
 
  누군가 했더니 이름만 들어도 알것 같고, 모두가 길지 않은 내 인생에 한 번쯤 거쳐간 시간 흡혈귀 들이고, 이들 중 둘 셋은 여전히 내 시간에 빨대를 꼽고 있었다. 가장 귀찮은 존재는 바로 '하찮은 일'씨와 '회의'씨. 우선 해야 할 일들을 다짐했건만 하루를 뒤돌아 보면 가장 중요한 일만 뺀 채 하찮은 일만 그득 했고, 돈도 되지 않는 회의들은 왜 그렇게 많은지 게다가 무슨 시간을 그리 오래 잡아먹는지 정말 '피가 마를 지경'이다.
 
  이 책은 제한된 시간 안에 동시다발적인 수많은 요구들을 처리해야 하는 바쁜 사람들, 즉 리더나 기업가들이 실제로 너무나 시간이 없다는 것에 주목했다. [포춘Fortune]지 선정 500대 기업의 CEO들에 대한 한 연구에 따르면, 그들의 하루중 생산적인 시간은 단 28분 뿐이라고 한다. '시간은 가장 많을 것 같은 사람들이 사실은 시간이 제일 없단 말인가? 저자가 말하는 28분은 '생산적인 시간' 즉, 진짜 일같은 일을 하는 시간을 말한다.
 
  저자는 이렇게 묻는다. 당신의 시간 가운데 몇 시간이 정말로 생산적인가? 즉 수익을 만들어내는 일을 하는 시간은 몇시간인가? 반대로 말하면 출퇴근, 잡무처리, 쓰레기통 비우기, 화장실 출입, 휴식 등 수익을 만들어내는 것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일을 하는 시간은 얼마나 되는가?
 
  그리고 저자는 그 시간에 대한 가치를 다음과 같은 공식으로 우리가 시간당 실제 벌어야 할 수입액을 산출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기본수입목표 0000원÷연간 근무시간(연평균 근무일수*일평균 근무시간=총 근무시간)
=시간당 수입목표000원*생산성vs비생산성 비율=시간당 실제 벌어야 할 수입액000원
*생산성 대 비생산성 비율:총 8시간 중 4시간을 생산적으로 일한다고 했을 경우, 4/8 즉 1/2가 된다.
 
  즉 월급을 총 30일로 나누고 다시 24시간으로 나누었을 때 월급에 맞는 나의 시간당 가치가 나오지만 24시간 중 8시간만 일하고, 실제로 일하는 시간이 4시간이라면 나의 시간당 가치는 엄청난 가격이 되는 것이다. 만약 독자의 월급이 300 만원이고, 생산적인 시간이 4시간이라면? 당신의 시간당 가치는 49,500원인 셈이다.
 
  10여 년 전 재벌기업 S그룹이 1시간 짜리 회의를 할 때 회의 참석인원과 회의시간을 정해 놓고 회의가 시작되기에 앞서 "오늘 이 시간의 회의는 00백만원 짜리 회의입니다."라고 말하고 시작했다는 말이 생각났다. 인간인 직원들을 포드나 테일러식 경영에 어울리는 기계처럼 평가한다고 말들이 많아 없어졌다는데, 나 스스로에게 매기는 나의 시간당 가치는 확실히 의미가 있고, 긴장감을 더했다.
 
  이처럼 비싼 시간은 돈으로 살 수도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방법은 단 하나, 시간흡혈귀를 처치해서 내게 주어진 시간을 생산적인 시간으로 돌리는 방법 뿐이다. 이 책은 시간흡혈귀들을 퇴치하는 방법, 내가 시간흡혈귀가 되지 않는 방법, 아무리 노력해도 없는 시간을 늘려주는 7가지 방법들을 제시해준다. 
 
  가장 중요한 대목은 시간의 절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미 성공한 기업가나 리더들, 다시 말해 시간관리를 잘 해서 성공한 사람들에게서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시간간리의 천재들을 벤치마킹하는 8가지 방법은 이 책의 알짜배기 부분이었다. 그 밖에도 리더들에게 이르기를 모든 것을 혼자 하려 하지 말고 나보다 그 일을 더 잘하는 사람, 나 자리에 다른 사람을 앉혀서 결국 내가 없어도 되는 존재가 되도록 스스로를 해고할 수 있어야 비로소 '생산적인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조언한다.  
 
  '시간 낭비 요인'을 '시간 흡혈귀'라고 재미있게 이름지은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의 생활에 존재하는 시간낭비사례와 그 대책에 대해 책 전반에 걸쳐 재미있게 설명해주고 있다. 나의 시간당 가치는 얼마 일까? 내 목에는 몇 개의 빨대가 꽂혀 있을까? 궁금하지 않은가? 올해가 가기 전에 독자들이 풀어야 할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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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누피의 글쓰기 완전정복 - 세계 유명 작가 32인이 들려주는 실전 글쓰기 노하우
몬티 슐츠.바나비 콘라드 지음, 김연수 옮김 / 한문화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세계 유명 작가 32명의 스누피 작가만들기 대작전!
 
  스누피가 글을 쓴다고? 정말 뜬금없는 소리였다. 그 말은 '개 풀 뜯어먹는 소리'와 견줄 만큼 황당한 소리였기 때문이다. 다른 책을 찾다가 우연히 재미있는 제목과 귀가 솔깃한 부제에 끌려 선택한 이 책을 읽고 보면서 스누피의 개집 지붕에 타자기가 있었단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고, 책을 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스누피가 작가 지망생이었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다. 지금껏 스누피와 피너츠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머슥해지는 순간이다. 스누피를 창조한 아버지 찰스 M. 슐츠의 아들이면서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몬티 슐츠와 스누피가 엮은 책, [스누피의 글쓰기 완전정복]이다.
 
 




 
  책이 참 재미있다. 스케치 북 모양의 긴 가로모양의 책도 그렇거니와 한 쪽 면 가득 스누피가 글을 쓰는 그림들로 채워져 있어 그림책을 보는 듯 책을 읽는 듯 한 기분이 든다. 자신의 집 지붕 위 끝에서 끝을 걸어다니며 고민하고, 심사숙고 하는 열 칸 정도의 장면에 스누피가 쓴 글은 딱 한 문장. "어둡고 바람부는 밤이었다." 그러면서 스누피는 느낀다. '역시 글을 잘 쓰는 건 힘든 일이야.' 몇 장을 넘기자니 역시 스누피는 글을 쓸 준비를 하고 구상을 하고 있었다. 잔뜩 인상을 쓰고 짜낸 단어는 '바로'. 그리고 또 혼잣말을 한다. '훌륭한 작가라면 적절한 단어 하나를 찾는데만 몇 시간씩 허비하는 법이지.' '개가 땅과 바다와 하늘에서, 어쩌면 이 우주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물체 중에서 가장 뛰어난 까닭'이라는 엄청나게 긴 제목을 본 루시가 한마디 거들었다. "이렇게 긴 제목이 어딨어?" 그러자 스누피는 이렇게 말한다. "'어쩌면'을 빼야겠군."
 
  전혀 글을 쓸 수 없을 것 같은 초보자 스누피가 글을 쓰는 모습은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나의 글쓰기 작업을 닮았고, 개집 지붕위에 누워 하늘을 쳐다보며 창작의 고통에서 신음하는 모습도 도대체 무엇부터 써야 될 지 감이 잡히지 않아 고민하는 나와 닮았다. 말도 되지 않는 몇 줄을 써놓고는 우쭐대는 모습, 팔랑거리는 귀를 가져서는 주변 사람들의 한마디에 혹해 가차없이 손질해대는 줏대없는 모습 또한 나였다. 목언저리까지 쳐진 귀만 갖지 않았을 뿐 나를 보는 듯해 재미있지만 뜨끔하기도 했다.
 
  얼마를 썼을까? 스누피는 얼마의 원고를 출판사에 보냈다.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K. 롤링이 되는 꿈도 잠시 출판사로부터 답장이 왔다. "투고자(스누피)귀하. 보내주신 원고는 잘 받았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한테 보내신 거죠? 우리한테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 겁니까?" 이에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글을 쓰고 원고를 보냈다. 그러자 또 답장이 왔다. "투고자 귀하, 원고를 돌려 드립니다. 우리 출판사와는 맞지 않는군요. 멍청하기 짝이 없는 소설이더군요. 또 보내지 마세요. 제발, 제발, 부탁합니다." 그러자 스누피는 하늘을 보며 흐믓해 하며 이렇게 생각한다. "편집자가 사정할 때가 있네?"
 
 

 

 

 
 
  이렇게 작가 지망생 스누피가 어떠한 비난에도 굴하지 않고, 글을 써서 원고를 만들어 출판사에 보내는 낯두꺼운 뻔뻔함과 끈질긴 근성은 작가될 자질을 갖춘 듯. 하지만 써도 써도 늘지 않는 실력에 대해 이 책이 준비한 것이 있다. 시드디 셀던, 잭 캔필드, 다니엘 스틸 등 세계 유명 작가 32인이 스누피의 습작에 관한 에피소드를 보고 '실전 글쓰기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다니엘 스틸은 글쓰기는 엄청나게 힘든 일이라며 어느 때에 떠오르는 영감에 기대지 말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꾸준히 습작하라고 조언해 준다. 미국 미니 시리즈의 대가였던 시드니 셀던은 자기가 정말, 진짜로 좋아하는 글감을 택하고, 멋지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글감을 발전시키고, 모든 단어들이 빛을 발할 때까지 1년이고 2년이고 다시 쓰는 것. 이것이 베스트셀러를 쓰는 공식이라고 말해준다. 레슬리 딕슨은 글을 쓰든가 죽든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서 사생결단을 내라고 말하고, 캐서린 리안 하이드는 출판사의 편집자를 일러 '거절하기 위해 원고를 읽는 사람들'이긴 하지만 그들 손에 의해 작가가 될 확률은 복권에 당첨되는 확률 보다는 높다고, 그렇지만 '차라리 많은 복권을 사라'고 충고한다.
 
 

 

 

 

 

 
 
  귀여운 그림과 생각을 던지는 그림 속 글, 게다가 세계적인 작가들의 글쓰기에 대한 유머러스한 조언이 결합해 수업같은 분위기가 흘러야 할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가 재미있는 꽁트를 생각나게 한다. 번번히 루시의 태클에 굴복해서 종이를 구겨버리는 스누피의 표정과 독백은 그림을 보는 맛을 더한다. 전체적으로 책의 주인공인 지망생 스누피를 통해 창작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과 고통을 알게 되고, 맛깔난 스토리로 독자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글쓰는 이들이 벌이는 하루하루의 투쟁을 엿볼 수 있었다.
 
  글쓰기는 참 어려운 작업이다. 하지만 지금 글을 쓰기는 고사하고 독서 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던 내가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들기며 글을 쓰고 있는 것을 보면 행위 면에서는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멍청하기 그지없던 내가 하니까.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소질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같은 내용이지만 말을 하는 것과 글을 쓰는 것은 엄연히 차이가 있다. 말하는 것은 녹음이나 녹취를 하지 않는 이상 듣는 이의 귀에 남겨질 뿐 담배연기처럼 사라져 버리지만, 글을 쓴다는 것은 그것이 기록으로 남겨지게 된다. 이 '내가 생각한 것의 결과물이 남겨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사람들로 하여금 말은 잘 하면서 글쓰기는 주저하는 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알게 모르게 우리는 글을 쓰고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오늘 하루에도 많은 글을 썼을테다. 내 휴대전화에 온 문자에 대해 최소한의 용량에 맞게 적절한 단어를 써서 답장을 보냈고, 내 홈피에 들린 사람들의 댓글에도 리플을 달았다. 온갖 메일과 서류를 작성했고, 보고서도 올렸을 것이다. 독자들도 이미 어떤 의미에서는 '글쓰는 사람'인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직접 얼굴을 대하며 생활하던 시대를 넘어 말과 함께 글로써 스토리를 만들어내야 하는 웹 2.0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글쓰기의 괴로움이 사로잡힌 독자라면 나와 같이 분투하는 스누피를 만나 보기를. 스누피는 개 밥그릇에다 개밥을 만들 때는 물을 먼저 부을 수도 있고, 마지막에 부을 수 있는 '어짜피 개밥'에 대한 요리비법에 대한 책도 고심하여 쓰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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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처럼 일한다는 것]의 서평을 보내주세요.
잡스처럼 일한다는 것 - 위기에서 빛나는 스티브 잡스의 생존본능
리앤더 카니 지음, 박아람.안진환 옮김 / 북섬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불황에 더욱 빛나는 스티브 잡스의 특별한 업무방식
 
  "우리나라에도 들어온다며?" 며칠 전 만난 사람마다 꺼낸 이야기는 단연 '애플의 아이폰i-Phone' 이다. 지난 11일자 신문에 내년 4월 1일부터는 아이폰을 비롯해 세계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거물급 휴대폰을 우리나라에서도 상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책사업으로 추진했던 이동전화 단말기의 표준 플랫폼 규격인 위피('Wireless Internet Platform for Interoperability)의 준수 의무를 해제하고, 사업자가 위피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전기통신설비의 상호접속기준' 고시를 개정하기로 하면서 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거의 15년 동안 외국계 회사인 M사의 제품을 쓰고 있다. 휴대전화가 보급될 당시 가장 먼저 소개된 제품이어서 우연히 쓰게되었는데, 그런 인연으로 타사의 훨씬 더 좋은 제품들이 있다고 하지만 꾸준히 써 왔다. 휴대전화를 한 번 바꾸면 아주 보기 흉할 만큼 낡거나, 더 이상 기능을 할 수 없을 때까지 평균 2-3년을 쓰기 때문에 M사에게도 그리 탐탁치 않은 고객일지도 모르지만 손에 익은 익숙함과 내 취향에 딱 맞는 디자인이라 다소 떨어지는 기능과 불편함을 감수하고 사용하는 충성고객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해 왔지만, 내년엔 아이폰으로 등을 돌려야 겠다고 마음을 고쳐 먹고 있다. 아이폰은 이제껏 만나 보지 못한 '대단한 물건'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바로 '디자인'과 '가격에 있다. 예전에는 없었던 그래서 상상하지 못했던 제품을 만나는 것은 소비자에게 큰 즐거움이다. 이미 출시만 했다 하면 세계의 디자인상을 모두 휩쓰는 것이 애플 제품이 아니던가? 그런 멋진 디자인의 휴대전화가 내 손에 넣는 것은 놀라운 경험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종전의 휴대전화 신제품의 반가격에 제공된다면 사지 않으면 손해 볼 것 같은 느낌마저 주지 않을까? 최근 미국에서 8G가 199달러, 16G가 299 달러에 판매되고 있는 아이폰이 이번 크리스마스 전후로 월마트를 통해 4G 용량으로 99달러에 판매한다는 소식에 올 연말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다는데, 우리나라엔 어떻게 공급될 지도 궁금하다. 올 해 안에 국내에 출시된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말썽투성의 휴대전화로 앞으로 4개월을 더 버틸 심산이다. 어제 서점에서 만난 [잡스처럼 일한다는 것 Inside Steve's Brain]은 그런 지루한 기다림을 흐믓한 설렘으로 만든 책이다.
 
 


 
  'Cult of Mac'이라는 인기 블로그를 운영하며 스스로 맥 예찬론자라고 이야기하는 저자 린더 카니는 12년 넘게 취재한 스티브 잡스와 애플의 이야기를 이 책에 생생하게 담고 있다. 21세기의 대표적인 기업모델로 부상한 애플의 화려한 이력 속에는 '스티브 잡스'가 존재하고 있다. 그에 대한 평가는 평가하는 사람만큼 분분하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를 일러 사업가라기보다는 예술가에 가깝다고 할 만큼 창의적인 제품을 상품화하는데 뛰어난 능력을 지녔다고 말하는가 하면, 픽사의 관계자들은 문화적 엘리트주의자이자 탐미주의자이며 반물질주의자라고 평한다. 그의 수하에서 일했던 사람들은 채찍질만 안하는 독재자와 다름없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내가 주목하고자 한 것은 그의 범상치 않은 어떤 점들이 '애플'을 빛나게 하고, 그 결과물들은 전 세계의 소비자들을 열광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점이다. 그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세계를 놀라게 할 물건들을 쏟아내는가? 이것이 내가 궁금해 하는 점이었다.
 
  이 책은 지금의 스티브 잡스가 있기까지를 전체적으로 살펴보고 그 속에서 사업가로서 그리고 한 명의 인간으로서 그가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 그를 한마디로 평가한다면 '괴팍한 창조자'가 아닐 수 없다. 스티브식 종결Getting Steved라고 해서 해고 대상인 직원들을 구석에 몰아세우고 회사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캐묻고 그에 대해 만족스러운 대답을 듣지 못하면 해고했다는 소문이 들릴 만큼 그는 경영자로서 직원 한 명 한 명을 챙기는가 하면, 잡스 자신이 개발자가 되어 직원들과 함께 숙식을 하며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그의 괴팍한 성격과 업무스타일은 오늘날의 아이팟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는 또한 소비자를 아는 기업가다. "애플의 핵심은 기업이 아닌 사람들을 위한 컴퓨터를 만드는 것이다.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은 또 하나의 델이나 컴팩이 아니다."고 말했는데, 기업을 대상으로 주문를 얻는 기존의 컴퓨터업체들의 생각을 벗어나 이윤이 적고 까다로운 소비자를 직접 공략하는 방식을 채택해 그들이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해 낸다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델과 부딪힐 필요도 없고, 고급화 해 더욱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2등만 해도 어딘가? 하는 무사안일한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의 '사람(개인소비자)을 위한 컴퓨터'에 대한 생각이 결실을 맺은 것이 바로 아이팟이다. 이미 레드오션이 되어버린 시장에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훌륭한 디자인에 음원을 제공하는 플랫폼인 아이튠즈itunes을 결합한 제품을 가장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를 공략해 2007년 4월까지 아이팟 제품라인은 1억 개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고,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기까지는 5억 개의 아이팟이 팔릴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소비자 전자제품의 히트작을 만들어 낸 것이다. 무엇보다 인상깊은 것은 그의 '디자인관觀'이다. 그는 디자인을 단순히 외관을 의미하는 사람도 있지만 좀 더 깊이 파고 들면, 사실 작동방식을 의미하고, 무언가를 진정으로 적절하게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완벽하게 이해해야 하며, 본질이 무엇인지 철저하게 파악해야 가능하다고 보았다. 한 제품의 멋진 디자인은 제품의 본질 정확히 이해해야 가능하다는 그의 말은 아이팟에 소비자들이 열광하는 이유를 말해주는 듯 했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똑똑하고 날카로운 눈을 가진 오늘날의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기업이 제품 디자인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알려주는 것 같았다.
 
  그의 책을 읽으면서 지루함을 모르는 직장, 도전정신으로 꽉찬 편집광적 직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던 인텔의 앤드루 그로브 회장의 말이 생각났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스티브 잡스를 보면서 그처럼 쉼 없이 도전하고 모험하는 진행형이며 빈틈없는 밀봉이 아니라 그 틈을 뚫고 나오는 활화산 같은 역동의 에너지 즉, 정진홍교수가 말했던 [완벽에의 충동]을 느끼게 했다. 그래서 각 장의 말미에 잡스의 업무스타일과 경영방식을 요약해서 정리해 놓은 '스티브의 교훈'은 더욱 가깝게 다가온다. 지금까지 파격적이지만 완벽한 프리젠테이션을 자랑하는 '괴짜 경영자'로만 여겨왔었는데, 아이팟의 성공이 가능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는 그의 기업이념과 경영방식이 충분이 녹아있었기 때문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소설보다 흥미진진한 제품개발 스토리와 주변사람들의 생생한 육성은 300 페이지의 책이었다는 것을 잊게 만들었다. 스티브 잡스와 애플에 이렇게 귀기울이게 했던 것은 성장동력을 찾지 못해 애태우는 오늘날 우리 기업들의 모습들을 안타깝게 지켜보며 느꼈던 절박함 때문인지도 모른다.
 
  직접 소비자를 대면하는 나의 일을 비롯해 많은 기업들은 저마다 '최고의 품질과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것을 약속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판단'이었을 뿐 '소비자의 판단'을 유보한 것이었다. 그래서 매출이 늘어나면 '우리가 그렇게 훌륭한 제품과 서비스를 내 놓았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다'고 하고, 매출이 줄어들면 '바보같은 소비자들이 우리의 제품을 몰라준다'고 원망하는 것이 나의 솔직한 고백이다. 이 책은 지금까지의 내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80년대 초반 잡스는 가구가 거의 없는 저택에서 생활했다고 한다. 잠을 침대없이 매트리스 위에서 잘 정도였는데, 그 이유는 수준 이하의 가구를 구입하는 자신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훌륭한 세탁기 하나를 고르기 위해 가족이 2주 동안 토론을 벌였을 만큼 잡스는 소비자로서 정말 괴팍하고 깐깐한 사람이다. 자신이 그런 사람인지라 제품을 생산할 때도 소비자의 입장이 되어 완벽을 추구했다. '과연 내가 소비자라면 이 제품을 기꺼이 살 것인가?' 항상 되물으며 완성도를 높였던 것이다. 부실한 매출의 원인을 소비자의 탓으로, 시기를 잘못 만난 탓으로만 돌렸던 나 자신을 돌아보게 했다. 그리고 앤드루 그로브가 말했던 지구 종말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편집광'이란 무엇인가를 알게 했다. 소비자의 아낌없는 사랑을 갈망하는 기업이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애플의 제품과 스티브 잡스의 업무방식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지난 2005년 스탠포드 대학교 졸업식에 참석한 스티브 잡스는 이렇게 말했다. "진정한 만족을 누리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이 대단하다고 믿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단한 일을 하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는 것이다." 자신의 일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비즈니스맨, 철저하게 고객 중심의 경영을 펼치는 경영자, 우주에 흔적을 남기겠다는 열정을 가진 인간, 이 책 속에서 찾을 수 있었던 스티브 잡스의 모습이었다.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과연 내가 소비자라면 이 제품을 기꺼이 살 것인가?' 항상 되물으며 완성도를 높였던 것이다. 부실한 매출의 원인을 소비자의 탓으로, 시기를 잘못 만난 탓으로만 돌렸던 나 자신을 돌아보게 했다. 그리고 앤드루 그로브가 말했던 지구 종말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편집광'이란 무엇인가를 알게 했다. 소비자의 아낌없는 사랑을 갈망하는 기업이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애플의 제품과 스티브 잡스의 업무방식을 통해 알 수 있었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애플의 법칙

딜리셔스 샌드위치

편집광만이 살아 남는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기업가

직장인

애플제품 매니아

스티브 잡스라는 인물을 존경하는 사람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애플의 핵심은 기업이 아닌 사람들을 위한 컴퓨터를 만드는 것이다.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은 또 하나의 델이나 컴팩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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