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엘리트의 시대가 온다 - 대한민국 100년을 먹여 살릴 창조적 소수자
전하진 지음 / 오푸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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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비즈니스는 창조적 소수자, 비즈엘리트가 이끌 것이다!
 
  초등학교 자연학습시간. 한 반의 아이들이 메뚜기를 대상으로 실험을 한다. 메뚜기를 한 시간 동안 관찰하고, 그 결과를 적는 시간이다. 초등학교 2학년 의원이는 한 시간동안 메뚜기의 이모저모를 관찰한다. 우선 메뚜기를 그리려는데 메뚜기가 거꾸로 세운 유리컵 안에 갖혀 팔딱팔딱 뛰는 통에 모습을 그릴 수가 없었다.
 
  참다 못한 의원이는 메뚜기를 잡아 다리를 부러뜨렸다. 한 쪽 다리가 부러진 메뚜기는 두 다리가 온전할 때보다는 못하지만 자꾸만 넘어지면서도 여전히 뛰고 있었다. 화가 난 의원이는 나머지 성한 다리마저 부러뜨렸다. 얌전해진 메뚜기를 보고 흐믓해진 의원이는 열심히 열심히 그림을 그렸다. 의원이가 그린 메뚜기 그림에도 다리는 부러져있었다.
 
그림을 완성한 의원이가 정작 실험내용을 적으려니 이번엔 메뚜기가 가만히 앉아만 있는 것이다. "메뚜기야, 이젠 뛰어도 돼." 뛰어 봐, 어서." 메뚜기 귀에 속삭여도 보고, 윽박지르기도 하고, 급기야 실험용 탁자를 쾅 쾅 쳐도 끄덕없이 가만히 있는 메뚜기.
 
한참을 고민하던 의원이는 노트필기를 마치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자연학습노트에 이렇게 적었다. "메뚜기는 다리가 부러지면 귀가 먹는다."
 
  역사상 투표율이 제일 낮은 가운데 선발된 국민들의 대표(초등학교 2학년 의원이)는 메뚜기(국민)가 무엇때문에 뛰는 지 아는 바도 없으면서 저희들 노는데 정신없게 만든다고 불평하며 제발 조용히 하라고 윽박지른다. 메뚜기의 손발을 묶고 입을 닫게 한 다음 저희들이 바라는 바 대로 만들어놓고는 '제법 잘 만들었다' 자축하고 있다. 그리고 열심히 일했다고 저희들끼리 박수를 치고 있다. 눈을 돌려보면 의원이 뿐만 아니다. 관료라는 학생들이 그렇고, 사장님이라는 학생들이 그렇고, 어른들이라는 학생들이 그렇다. "니들이 뭘 알아?" 눈을 흘기며 제 멋대로 만들고, 세워놓고 "어때, 괜찮지?" 물으며 박수치라 호통친다. 그리고 말한다. "내가 만들어 논 길대로 따라만 오면 돼. 알았어?"
 
  '자리'에 목숨거는 사람들, '제 밥그릇' 챙기기에 눈이 벌건 사람들, 호랑이 담배 피우던 과거에 발목잡혀 있는 사람들을 일러 '전하진'시트엘리트(Seat-Elite)라고 말했다. 시트엘리트들은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못할 일도 없고, 현재 자리를 향유하되 더 큰 파워를 발휘할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그런 그들에게 조직의 혁신이나 사회적 기여를 기대한다면 오히려 바보다. 참여와 공유, 그리고 개방이 요구되는 오늘날과 같은 웹(Web) 2.0 시대에 자리차지에 연연하는 시트엘리트들은 어쩌면 사회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국민 대다수가 이들을 비난하면서도 시트엘리트들에 속하기 위해 그들을 목표로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기를 쓰고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시트엘리트가 되는 일에 대한민국 젊은이 대다수가 목을 매고 시트엘리트가 될 수 없음에 좌절하는 젊은이가 넘쳐난다. 낡은 조직의 배를 타고 시트엘리트들과 함께 가라앉을 것인가, 아니면 혁신을 통해 무한경쟁을 당당하게 받아들이고 오히려 세계를 품에 안을 희망의 배를 띄울 것인가. 변화는 이미 나와 당신의 현실이 되었고, 우리는 선택을 해야만 한다."
 
  대한민국의 벤쳐 1시대이며 벤쳐신화의 주인공이었던 사람, 거듭된 부침속에 50대에 들어서도 여전히 벤쳐의 한가운데 있는 저자 '전하진'이 시트엘리트의 굴레를 넘어 한국의 새로운 비즈니스의 중심이 될 '비즈엘리트'(Biz Elite)의 탄생을 말하고 있다. 바로 [비즈엘리트의 시대가 온다]이다.
 


 
  저자가 말하는 비즈엘리트는 '세상의 질문에 답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스스로 전혀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다른 길을 찾아 끊임없이 도전을 시작한 사람들'이다. 온실에서 자란 시트엘리트의 영역을 벗어나 야생에서 나름의 생존방식으로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지고 창조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다. 바로 토인비가 말했던 창조적 소수자(Creative Minority)들이다.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비즈엘리트로는 파프리카랩의 김동신 대표, 스팟엔징의 오규석 대표, 이 세상에 없던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스테레오 디스플레이라는 회사, 1인 기업의 대명사 구본형, 공병호씨 등 우리 주변의 수많은 자영업자와 중소, 벤쳐기업가를 비롯해 각 분야에서 소위 득도得道한 사람들이 대표적인 예이다.
 
  비즈엘리트들의 특징은 자리가 아니라 가치에 도전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가치를 발견하며, 스스로 질문하며 상상력을 실현한다. 또한 실패의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들은 온실보다는 야생을 선택하고, 국내가 아닌 글로벌 파트너십을 선택하며, 규모의 경제가 아닌 스몰 자이언츠를 추구한다. 이러한 비즈엘리트를 조직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룰, 소준급의 선수들, 정보공유의 최대한, 성공과 실패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요구된다. 비즈엘리트들은 컬쳐 키워드 즉, 상상력, 개인화, 다문화, 창조적 융합을 비즈니스 코드로 변환시켜야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시트엘리트들이 판치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조목조목 짚어가면서 그 문제점과 폐해를 지적한다. 그리고 그것들이 우리 사회를 얼마나 병들게 하고 있는가를 심도있게 파헤치고 있다. 또한 세계의 선진국의 사례와 최근 경제대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예를 들면서 그들에게 가능한 것들이 왜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한지를 자신의 비즈니스 경험과 그가 만났던 경제인, 벤처인들의 목소리를 대신 전하고 있다.
 
특히 5장 '실리콘 밸리의 역동성' 에서는 실리콘 밸리가 성공할 수 밖에 없고,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실리콘 밸리와 같은 성공이 불가능한 이유를 독자 스스로가 판단할 수 있도록 잘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 6장에서는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펼치기 위해서 필요한 요소들과 비즈엘리트들에게 필요한 여섯 가지 요소가 소개되었다. 그리고 비즈엘리트들이 나아가야 할 로드맵도 제시하고 있다.
 
  우리는 공무원들의 무능을 욕하고 있으면서도 취업하고 싶은 최우선의 직장을 '공무원'으로 꼽고 있고, 정치인을 비난하면서도 냉정하게 심판해야 할 우리들은 정작 그들을 뽑는 투표에 참여할 때 참여율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여전히 아이들은 대학을 SKY를 보내야 성공의 지름길이라 생각하고 있고, 그 속에 끼지 못하는 우리의 자녀들에게 좌절의 늪으로 몰고 있다. 저자는 국민들에게 '의식의 전환'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고 이 책에서 말하고 있다. 무능한 '시트엘리트'를 마냥 추종할 것이 아니라, 모험심 가득하고 실험정신으로 무장된 '비즈엘리트'들에게 용기를 주고, 그들을 응원해 줄 때 우리나라의 미래는 밝아진다고 말한다.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겨룰 수 있는 집단은 소수의 대기업이 아니라 상상력과 창의력 그리고 패기와 젊음이 가득한 '새로운 비즈니스 세대'였다.
 
  이 책에서 저자는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보다는 다가오는 미래에 부응하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을 안타까워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시트엘리트만이 최고라고 여기고 그에 속하려 발버둥치는 젊은이들이 가득한 오늘날에 대해 우리나라를 바다위에서 침몰할 수 밖에 없는 '낡은 배'로 비유하고 있었다. 세상을 바꾸는 자들은 초등학교 2년생 의원이가 아니다. 메뚜기를 가두고 있는 유리병을 걷어내고 펄쩍 뛰는 메뚜기를 끝없이 쫓아가는 학생이 세상을 바꾼다. 스스로 창조적인 소수자가 되기를 희망하는 젊은이, 비즈엘리트가 세상을 바꾼다고 저자는 말한다. 300인 이상의 기업(대기업)과 공무원, 전문직 모두 합해 전체 일자리의 14%가 채 안된다고 한다. 나머지 86%의 직장인들은 '능력없는 사람들'로 평가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매년 기업의 신입사원 모집인원수에 일희일비하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비전과 시각을 던져주는 책이었다.
 
 지금 현재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들은 오늘을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목소리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런 시대적 요구에 저자인 전하진과 같은 벤처 1세대가 책을 냈다는 것은 참 반가운 일이다. 그 내용 또한 날카롭고 미래지향적이어서 더욱 반가웠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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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방 우편기 현대문화센터 세계명작시리즈 19
생 텍쥐페리 지음, 배영란 옮김 / 현대문화센터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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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전달하는 야간비행사의 고독한 사랑이야기
 
  깊은 밤, 적막이 짙게 깔린 깊게 늦은 밤. 잠 못드는 사람은 많은 생각을 한다. 깊이와 넓이를 가늠할 수는 없지만 이런 저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념들에 빠져 있게 된다. 어느 즈음이 되면 어느 한꼬리에 매달리게 되는데 아예 자리를 잡고 깊이를 더하게 된다. 시간도 잊은 채, 내가 생각중이라는 것도 잊은 채. 그런 적 없는가?
 
  밤낚시를 하면서 이런 적이 많았다. 생각이 생각을 낳고, 또 다른 생각에 매달리다 내가 원하던 생각에 도달하게 되면 깊이를 더하는...자주 가지는 못했지만, 밤낚시의 묘미는 그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특히 해결해야 할 걱정이나 문제를 안고 낚시를 드리우고 상념에 빠져 있으면 최소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때리고' 있는 것도 아니요, 세월을 낚다가 운 좋게 붕어라도 한 마리 건지게 되면 작은 기쁨도 맛볼 수 있기에 장비를 챙겨서 깊은 밤 속으로 기어들어가곤 했다. 
 
억지로 찾지 않아도 그런 경험을 맛볼 수 있는 사람들은 많을 것이다. 야간경비원, 범인을 잡기 위해 잡복중인 형사, 야간비행을 하는 비행사... 정신을 놓는다면 큰 일을 당할수도 있지만, 아무런 생각없이 이들이 자신들의 업무에 몰두한다는 것 또한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들이 글을 쓸려면 훌륭한 글이 나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지난 가을 읽은 소설 [이별을 잃다]의 작가의 직업이 형사인 것처럼. 오늘은 비행사의 이야기다. [어린 왕자]의 작가로 더 잘 알려진 생텍쥐베리의 본격적인 첫 소설 [남방우편기]다.
 
 


 
"3만 명의 연인들을 살아가게 해주는 게 바로 우편물이었던 것이다.... 연인들이여, 조금만 기다려라. 저녁놀이 불타는 가운데, 우리가 그대들에게 당도할 것이다. 베르니스 뒤로는 짙은 구름들이 회오리바람에 섞여 그 안에서 소용돌이치고 있다. 그의 앞에서 대지는 태양빛 옷을 입고 있었고, 깨끗한 옷감은 바람에 너울거렸으며 나무는 대지를 두텁게 감싸 안았다. 돛은 바다에 주름살을 수놓고 있었다."
 
  우편물을 전달하기 위해 야간비행을 하는 자크 베르니스는 수많은 연인들의 마음이 담긴 사연들을 배달하지만 자신은 유부녀 주느비에브와의 이룰 수 없는 첫사랑에 괴로워하고 있다. 비행중에 일어나는 실제의 위험상황과 그녀와의 기억, 그리고 사랑에 괴로워하는 베르니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실제로 작가인 셍텍쥐베리의 직업이 비행사였던지라 저자가 소설 속의 주인공인지, 소설인지 수필인지 분간하기가 어렵다. 다만 한 남자가 자신의 이루어질 수 사랑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진솔한 마음은 소설 전부에 가득 차 있다.
 
"지금이 몇시지?
시간은 왜 자꾸 묻는 걸까? 이곳에서의 시간은 외따로 떨어져 있는 시골 간이역처럼 0시, 1시, 2시, 이렇게 뒤로 물러나 사라지는 것 같았다. 잡아둘 수 없는 무언가가 손가락 사이사이로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늙는다는 것,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 하지만 허비해버린 이 시간, 무언가 다른 듯한 이 고요함, 아직도 조금 더 멀리 있는 듯한 는낌, 바로 그런 게 피곤함을 몰고 왔다."
 
  정작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있지 못하고, 외로움이 너무나도 고독했던 나머지 품게 되는 사랑파는 여자에게서 피곤함을 느낀다. 그리고 주느비에브에게서 떨어져 멀어져 가는 시간을 두고 하늘 위에서 흘러가는 지상의 풍경처럼 느끼게 된다. 하늘에 있는 그는 '정복자'라고 말하지만, 영원히  한 여성의 마음만 훔치고 있는 도둑이었다. 남의 끈을 이어주는 역할을 했던 그 역시 자신과 연결되어 있는 인연의 끈을 놓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 잊기 싫어서 인지 잊혀짐이 무서워 그런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자신이 느끼는 사랑과 그녀가 느끼는 사랑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겠다. 그가 말하는 관계라는 끈의 생명력과 골동품으로 비유된 숨은 본질의 깊이 또한 이해하기 힘들었다. 다만 그가 겪었던 고독과 깊은 밤 하늘 위에서 이룰 수 없는 사랑을 그리워하는 그의 마음만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베르니스는 고개를 돌려 다시 길을 떠난다. 자기 안에 살고 있는 바보 하나가 크게 상처를 입어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눈물을 흘릴 것을 알면서도 길을 떠난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솟아날 만큼의 난리가 있어야 하거늘 파리는 조용하다. 남자들은 죽을 만큼 사랑할 줄 안다. 하지만 가끔 자신이 만든 허상의 그녀를 사랑하는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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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조곡
온다 리쿠 지음, 김경인 옮김 / 북스토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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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퍼즐속에 감추어진 진실.
 
[목요일이 좋아. 어른의 시간이 흐르고 있으니까.]
 
  2월 둘째 주 목요일을 전후하여 매년  다섯 명의 여자(시즈코, 에리코, 나오미, 에이코, 츠카사)들이 4년전 죽은 천재 소설가 '시게마츠 도키코'를 추모하기 위해 우구이스 저택에 모인다.  그들은 그녀의 죽음을 두고 한 조각씩 퍼즐을 맞추어 나간다. 자살인가 타살인가에 대한 그들의 의구심을 담은 그 퍼즐은 하나의 챕터가 끝날때마다  조금씩 완성된다.  퍼즐의 한조각은 저마다 다른 자신의 기억이며, 그렇게 하나하나의 조각이 모여 서로를 찾고 제자리를 찾아간다.  마치 그들이 과거속에서 흩어진 서로의 기억을 더듬는것처럼.
 
  책을 읽으며 퍼즐을 맞춰가면서 함께 완성된 그림을 머릿속으로 짐작할 수 있다. 그 짐작은 정확할수도 있지만 때론 의외의 결과를 가져다 주기도 한다.  이 퍼즐 역시 한조각씩 맞추어가면서 그녀들은 짐작한다. 도키코는 누군가에 의하여 살해된 것이라고. 제법 잘 맞아가는 퍼즐속에서 그녀들은 생각지 못했던 조각들의 등장에 당황해한다. 자리를 찾지못해 헤매지만 결국 그녀들은 수수께끼같은 이 퍼즐을 완성시킨다. 
 
  같을 수도 혹은 다를 수도 있는 그들의 기억이 완성시킨 이 퍼즐은, 자신들이 그렸던 것과는 다른 결과였으며,  다시말해 도키코의 죽음은 타살이 아닌 자살로 밝혀진다.  망상에 의해 도키코 자신이 만들어 놓은 덫에 자신이 걸렸던 것. 혼자만의 기억이 아닌 얽히고 설킨 그들의 모든 기억이 밝혀낸 진실은 이 책을 덮는 지금의 순간까지 섬뜩하고 놀랍다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는 탄탄한 구성에 대한 놀라움과 한시도 내려놓을 수 없는 긴박감, 마지막으로 작가의 문체속에서 느껴지는 섬세함까지 이 모두를 단 1%도 세어나가는 것 없이 100%의 버퍼링으로 전하고 싶다. 기존의 온다 리쿠 소설과는 조금은 다른 느낌 그래서 더욱 긴장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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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스위치] 서평을 올려주세요.
빅 스위치 - Web2.0 시대, 거대한 변환이 시작된다
니콜라스 카 지음, 임종기 옮김 / 동아시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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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반갑지 만은 않은 Web 2.0시대의 비즈니스 미래
 
  인류에게 있어 새로운 유틸리티의 탄생은 삶의 질과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를 마련한다. 인류가 진화해 오면서 수많은 발명과 발견이 반복되어 왔지만, 역사상 큰 획을 그은 것은 그리 많지 않다. 그 중에서 불은 생식生食하던 인류에게 화식火食을 제공하여 유전자의 변화를 불렀고, 밤에도 시야를 확보하게 함으로써 인류의 활동시간을 늘려주었다. 이 책의 시작은 바로 불火에서 시작한다.
 
  세계적인 IT컨설턴트로 알려진 저자 니콜라스 카는 전기와 인터넷을 대비해가면서 인류 최대의 변혁기인 21세기를 진단하고, 그 핵심에 위치한 Web 2.0 시대의 변화상을 이 책에서 제시하고자 했다. 신간을 찾다보면 '시대적 요구'에 의해 나온 듯한 책을 만나게 되면 '읽어야 할 지, 읽지 말아야 할 지' 갈등하게 된다. 이 책은 IT 업계의 변화바람을 이야기하는 책이라 내게는 좀 벅찰 것 같았지만, 앞에서 말했듯 이 시대를 살고 있다면 '시대적 요구'에 의해 나온 책은 읽어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돌발적 충동에서 읽게 되었다. 읽고 난 느낌은 충동은 되도록 억제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었다. "지금, 경제방정식이 다시 씌어지고 있다"고 말하는 책, [빅스위치 BigSwitch]이다.
 
 



 
  매연과 소음을 일으키는 가스등을 사용했던 시기에 전기를 이용해 소수들만 사용할 수 있었던 전구불의 효용을 에디슨의 전구와 발전시설의 대중화를 통해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 후로 이제 전기는 공기처럼 우리에게 절대로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 자원이 되었다. 소수만의 전깃불은 보다 가스등보다 효율높은 조명기구에 불과했지만, 대중화되고 상용화된 전기는 인류의 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 저자는 컴퓨터도 이와 같은 이치라고 설명한다. 컴퓨터의 등장은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빌 게이츠에 의해 퍼스널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만인이 사용하게 되는 진짜 컴퓨터 시대를 열게 된다. 하지만 이것도 보다 효율적인 계산기이며 타자기에 불과할 뻔한 컴퓨터에 살아숨쉬는 숨을 불어 넣어준 것은 '인터넷'이었다. 
 
  저자는 전기의 보급과 상용화에 이르는 역사와 컴퓨터와 인터넷의 탄생과 지금까지의 발전경로를 통해 Web 2.0 시대의 현주소와 미래를 이 책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특히 웹을 기반으로한 월드와이드컴퓨터와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즉, 인터넷 기반이라고 하는 클라우드(Cloud, 구름) 컴퓨터 기술을 사용한다는 의미의 컴퓨팅(Computing)이 결합한 복잡한 인프라 구조를 뜻하는 단어가 오늘날의 세상을 바꾸고 있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대세가 갖는 의미는 이것을 갖추기 위한 인프라가 종전의 자본비용을의미하는 것이 아니라(휴대전화의 범용화에는 기지국 건설이라는 막대한 인프라가 필요했다), 기존의 인프라를 그대로 승계할 수 있어 운영비용으로의 인프라만 필요하다는 데 주목해야한다. 특히 사용비용 측면에서 종전에 비해 90%나 절감하는 것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사용자들의 컴퓨팅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인터넷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예로서 Google Apps를 들 수 있는데 웹 브라우저로 이용할 수 있는 일반적인 비즈니스 응용프로그램들을 온라인으로 제공하고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는 서버에 저장된다.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온라인 비즈니스는 소비자에게는 그만큼 비용이 적어 이익이 될 수 있지만, 유틸리티 컴퓨팅이 성숙될수록 전통적인 회사의 운영방식은 필요없게 되는데, 최근 우리나라에서 전문 노동인구들은 그 수요가 줄어드는 반면 IT인력에 대한 수요는 점차 늘어나는 것이 좋은 예일 것 같다. 다시 말해 컴퓨터와 소프트웨어가 대규모의 노동자들을 대체함에 따라 경제의 많은 부분에 구멍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현상이 부정적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현재를 살고 있는 인류에 있어서는 '실업증가'의 사회적 문제를 생산하게 된다는 것이다.
 
  "모든 테크놀로지의 변화는 세대의 변화이다.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모든 힘과 영향력은 그것과 함께 성장한 사람들이 성인이 되고 구세대인 부모를 구석으로 밀어내기 시작할 때가 되어서야 해방된다. 구세대들은 죽으면서,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도래했을 때 사라졌던 것에 대한 자신들의 이야기와 지식을 가져간다. 그러면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가져온 것에 대한 지각만이 남는다. 이런 식으로 진보는 자신의 발자국을 지우면서, 우리가 있는 곳은 우리가 현재처럼 존재하도록 운명지어져 있는 곳이라는 환상을 영구적으로 환기시키는 것이다." 321쪽
 
  인터넷 신경으로 전해지는 정보량에 의해 인공지능을 꿈꿀 만큼 점점 똑똑해지는 컴퓨터는 이제 인간의 뇌에 칩을 이식하기만 하면 모두가 천재가 될 수 있는 미래를 멀지 않아 맞이할 수 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 내가 태어나 21일만에 시야을 얻으면서 처음 본 불빛이 전깃불이었던 것처럼, 그래서 예전부터 당연히 있어 왔던 것으로 여기는 것처럼 오늘날에 태어난 신세대 인류는 컴퓨터와 인터넷의 존재감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20세기 말 인터넷을 기반으로한 IT혁명을 목도한 우리는 '구세대'가 되어 클라우드 컴퓨팅의 무한한 진화를 지켜봐야 하는 것이다. 바로 시대를 주름잡는 대세, 이른바 '트렌드'를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거스를 수 없는 것처럼 지금도 변화하고 있다.
 
  20세기말에 내다 본 인터넷의 미래는 신기한 'SF영화'를 보듯 놀람과 가슴벅찬 설렘의 경험이었지만, 10년이 지나 같은 식으로 미래를 살필 때에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배경처럼 기계문명에 찌든 인간을 발견하게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인류의 가장 큰 불행은 Go만 있을 뿐, Stop은 없다는 데 있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IT 비즈니스의 현재를 가장 잘 나타내주고 있다.  

세계적인 컨설턴트가 제시하는 IT 미래인 만큼 신뢰도가 높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우리는 마이크로 소사이어티로 간다

•  서평 도서와 동일한 분야에서 강력 추천하는 도서 (옵션)
 

마이크로 트렌드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IT관련 비즈니스 종사자, 대학생, 

Web 2.0에 대해 관심깊은 독자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모든 테크놀로지의 변화는 세대의 변화이다.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모든 힘과 영향력은 그것과 함께 성장한 사람들이 성인이 되고 구세대인 부모를 구석으로 밀어내기 시작할 때가 되어서야 해방된다. 구세대들은 죽으면서,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도래했을 때 사라졌던 것에 대한 자신들의 이야기와 지식을 가져간다. 그러면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가져온 것에 대한 지각만이 남는다. 이런 식으로 진보는 자신의 발자국을 지우면서, 우리가 있는 곳은 우리가 현재처럼 존재하도록 운명지어져 있는 곳이라는 환상을 영구적으로 환기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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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빅 스위치(Big Switch) - 니콜라스 카
    from BlueWeiv 2009-01-07 18:45 
    빅 스위치 - 니콜라스 카 지음, 임종기 옮김/동아시아 저자인 니콜라스 카는 IT Doesn't matter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고 한다. 난 이 글을 읽은 적이 없지만 그가 쓴 이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어떠한 내용의 글일 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IT는 도구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IT가 모든 것을 해결줄거라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IT를 어떻게 쓰는 것인가가 더 중요한 것이다. 프로그래머들에게 가장 중요한 금언이 하나 있다..
 
 
 
육일약국 갑시다 - 무일푼 약사출신 CEO의 독창적 경영 노하우, 나는 4.5평 가게에서 비즈니스의 모든 것을 배웠다!
김성오 지음 / 21세기북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장기 불황의 유일한 탈출구, 이 책 속에서 '정情' 을 찾아라!
 
  지난 20일 자 신문에 실린 19일의 국방부 발표내용을 빌리자면, 지난 2000년 이후 해마다 육군 PX에서 많이 팔린 식품류와 과자류를 최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과자류 가운데엔 판매액 기준으로 초코파이가 가장 자주 '1등'을 차지한다고 한다. 1991년인 필자가 입대한 때에도 훈련소에서 가장 먹고 싶었던 것이 초코파이인 것을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내용이다.
 
  초코파이. 얇지만 초코렛도 발라져 있고, 햄버거처럼 익숙한 모양 한 가운데 햄 패티 대신 새하얀 머쉬멜로우가 두텁게 깔린 것이 일단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다. 두세 개와 200ml 짜리 우유 한 팩(없으면 두 세 모금의 물도 좋다)이면 적당히 요기도 되고, 입안도 덜덜해 지는 것이 '시장기를 속이는 데'는 그만한 게 없다. 2위로 들자면 자(짜)장면이 있는데, 이 녀석은 대답을 하는 사람마다 제 동네에서 파는 자장면이 제일 맛있다고 하니 객관성을 기하기가 쉽지 않고 군에서 자주 먹기 또한 어려워 초코파이를 제치고 1위를 탈환하기는 무리가 따른다. 
 
  1위인 초코파이가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 중에는 '휴대성이 간편하다'는 것인데, 여름에는 추욱 늘어져 먹기는 좀 추하지만 나름의 맛이 있고, 겨울에는 돌같이 딱딱한 것이 부러뜨려 먹는 맛도 제법이다(적지 않은 사람들이 초코파이를 냉동고에 얼려서 먹기도 하는데 그중 나이 든 사람들이 굳이 얼려 먹는 이유는 동절기 PX에서 사 먹은 꽝꽝 얼은 그 맛을 잊지 못해서 일지도 모른다). 이 편리한 휴대성의 효용은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군인들은 흡연가끼리 담배를 나눠 피우듯 즐거우면 즐거운 대로, 슬프면 슬픈대로 병영에서는 초코파이를 주고 받는다. '먹고 기운내'하며 주는 자양강장제처럼. 그래서 그런 부제가 생겼는지도 모른다. '정情'. 한국인에게만 유독 듬뿍 담겨 있다는 이놈의 정情은 느껴지기만 할 뿐, 좀처럼 보기가 힘든데 유독 흔하게 모습을 볼 수 있는 정情이 초코파이다. 누가 지었는지 몰라도 이름 한 번 기막히게 잘 지었다.
 
  뜬금없이 필자가 '정情' 타령을 하는 이유는 요즘은 '정情 나누기가 힘든 세상'이 아닐까 해서다. 군대뿐 아니라 초코파이를 찾아야만 정情을 느낄 수 있을 만큼 무정無情해진 세상이 요즘이 아닐까?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이라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하지만 아무리 우리나라 사람들이 불행의 원인을 다정多情했던 것을 탓할 만큼 정情이 많은 사람들이라지만 이 정情이 '돈을 벌어준다는 것'은 잘 모르는 것 같다. 필자가 무슨 말을 하는 지 아직 모르겠다? 그럼 더 깊이 들어가 보자.
 
  여기 한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무엇이 찢어질 만큼 가난했던 고학생이 간신히 대학을 졸업하고, 전공을 살려 시골 조그만한 약국의 약사가 되었다. 비포장 도로라 비가 오면 질퍽질퍽할 정도로 사정이 여의치 못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가 있다. 그저 그렇게 살았다면 노년에 마을의 유지 노릇을 할 만큼의 지역주민으로 살았을 법 하다. 하지만 이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유독 많은 게 하나 있었다. 그것은 정情이다. 정情많은 약사는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정情을 겁나게 많이 나눠줬다. 그랬더니 약국이 유명해지고, 같은 이름의 약국을 여러 군데에 세우게 되더니 급기야 전혀 다른 직업으로 서울을 상경해 말 그대로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이 거짓말 같은 이야기은 실화다. 그리고 지금도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다. 이 모든 이야기가 오늘 소개하는 책 [육일약국 갑시다]의 주인공 김성오씨의 이야기다.
 
 


 
  지난 해 7월에 출간된 이 책 [육일약국 갑시다]는 책은 읽지 않은 사람도 제목을 들어봤을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책이다. 지방 소도시의 약국을 지키던 약사가 30만을 넘는 중고교 학습 프로그램의 CEO로 거듭나는 소설같은 성공스토리도 흥미거리였지만, 글맛나게 써내려간 저자 김성오의 진솔한 경영담이 너무나 생생하고 재미있어서다. 게다가 지난 8월에는 책의 인세로 받은 1억 8천 만원(자신의 기부액으로는 세번 째로 컸다고 한다)로 소외 아동과 특수학교 학생들을 위한 자선음악회를 후원했다고 하니 훈훈한 그의 '퍼붓는 정情세례'에 감동받은 독자들이 많았던 탓이다.
 
"아, 이 책 나도 읽어봤어. 보기 드물게 대단한 사람이더군."하고 이 책을 읽은 소감을 말한다면 다시 이 글을 주목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 책 속에 '오늘의 불황을 떨쳐낼 수 있는 방법'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특히 2006년을 기준으로 776만 7000명에 달해 전체 취업자 2315만1000명 중 33.6%를 차지해 OECD회원국 중 1위를 차지하는 한국의 자영업자들은 더욱 주목하기를 바란다.  '오늘의 불황을 떨쳐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고 하니, 바로 '아낌없이 정情을 나누라'는 것이다.
 
  이 책에 대해 어떤 사람은 '성공한 사람의 자화자찬이 가득한 자서전'이라고 말했던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실제로 읽어 보면 그런 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좀 더 들여다 보면 '저자의 순진한 면'을 찾아 볼 수 있다. 욕먹을지도 모를 만큼 자신의 '작은 성공'들에 대한 에피소드가 가득한데 이것들은 실제로 존재했었던 일이었기 때문에 더 이상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어서 그렇게 썼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다시 말해 마케팅이나 경제경영을 꿰 찬 '마케팅 전문가' 였다면 이렇게 쓸 수가 없다. 왜냐하면 자신의 마케팅 실력을 모두 드러내 놓기 때문이다.
 
'동네 할머니들 편히 쉬도록 약국에 푹신한 의자를 놓았더니 하루 종일 놀다 가시게 되었고, 이를 보는 지나는 행인들은 모두 손님인 줄 알고 '명의'가 있는 약국으로 알더라'는 에피소드나, '동전을 가득 준비해서 택기기사들이 편하게 바꾸어 가게 했더니, 미안한지 드링크라도 한 병 팔아주고 가더라. 그리고 그들에게 약국이름이 알려지니 자연히 그 지역에서는 최고의 랜드마크(유명한 곳)이 되더라'라는 등의 에피소드들은 한 번 읽기만 하면 누구나 벤치마킹할 수 있는 생생한 정보들이다. 그 뿐 아니다. 이 책 속에 그의 쉽지만 놀라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정情나누기 마케팅'을 만날 수 있다. 저자는 이를 두고 '섬김의 리더십'이라고 불렀다.
 
 

 
 
  그렇다면 이 책에 소개되는 저자의 '작은 성공담'들은 '약사'들에게만 이로운 것이냐 하면 약사 뿐 아니라 사업 최소한 '자영업'을 하는 모든 이들이 배울 수 있는 마케팅 기법이라는데 주목해야 한다. 특별한 것 없는 마케팅, 그 이름은 '정情을 마구 마구 베풀어라'다. 그렇다면 얼만큼의 정情을 얼마나 나눠줘야 할까? 그 답도 한 문장이다. "우리 엄마처럼." 그렇다. 귀한 손님이 우리집에 찾아오셨을 때 우리 엄마가 했던 것처럼만 하면 '부자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귀한 손님이 온다는 소식을 들으면 '책責 잡히지 않으려고' 우리집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손님방을 데워 놓고, 아끼던 음식을 마구 꺼내어 심혈을 기울여 맛을 내며 요리를 한다. "너 손님들 있는데서 소란스럽게 하지 말어."라 식구마다 주의를 주시고, 평소에 입던 몸빼는 벗고 아껴두던 예쁜 옷으로 갈아입고 화장을 하신다. 엄마는 손님과 대작하며 만취할 남편을 생각하면 속이 타지만, "아니에요, 많이 드세요."미소를 던지고, 손님이 가실 때까지 아무 불편한 일이 없도록 음양으로 살피며 긴장을 놓지 않는다. "사모님, 정말 편히 쉬다 갑니다. 안녕히 계세요." 손님이 가고 나면 그제야 다리에 힘이 풀리는 엄마. 원래의 내 엄마로 돌아가는 시간은 그 때부터다.
 
  어떤가? 우리 엄마, 할머니의 모습이 아니던가? 사업을 하든 장사를 하든 우리네 엄마, 할머니께서 '귀한 손님'을 대하듯 하면 요즘말로 '대박'난다. 엄마와 할머니는 품위도 고상함도 버렸다. 당장 저녁에 아이들 먹일 때거리가 없어도 손님에게는 집에서 가장 좋은 재료를 써서 음식을 만들었고, 가장 귀한 요와 이불을 깔아 손님을 대접했다. 물론 구들장 차질까 밤새워 아궁이를 지키셨다. 이 모든 것은 '답례'를 바라고 한 행동이 아니다. 먼 길을 찾아 이 '누추한 곳'을 찾아주신 손님에 대한 나의 최소한의 예의였다. 그리고 그 예의는 '아낌없이 베푸는 정情'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육일약국 갑시다]를 읽었었다면 다시 읽으며 책 속에 숨어있던 '아낌없이 정情 베풀기'를 찾길 바라고, 아직 읽지 못한 독자라면 그것을 찾으며 이 책을 만끽하길 바란다. 그리고 독자들의 엄마와 할머니의 '귀한손님 모실 때'를 떠올리길 바란다. 
 
  우리 점포(가게, 회사)를 찾아주시는 고객은 '귀한 손님'이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점포 중에 내가 끌어오지도 않았는데 찾아주셔서 내게 '기꺼이 돈을 내겠다'고 하면 장사꾼에게 그보다 반가운 손님이 또 있을까? 최대한 융숭히 대접하고 정情을 담아서 보내자. 그럼 그 정情을 기억하고 다시 찾는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다시 불러올 수 있는 무기는 '정情' 밖에 없다. '보잘 것 없이 부족하지만 정情만 가득 담는다면 그 어떤 산해진미보다 입맛당기는 요리'로 느껴질 것이다. 
 
그런 대접을 받은 손님은 돌아갈 때 '정情겹다' 할 것이고, 또 다시 찾아줄 때는 다른 손님을 데리고 와서 '정情든 집' 이라 할 것이다. 그런 손님이 바로 '단골'이 되는 것이다. 장사를 벌이기만 하면 '대박'을 내는 어느 장사꾼에게 '대박나는 비결'을 물었더니 그 장사꾼이 하는 말, "네가 무슨 장사를 하던 단골을 300명만 만들어라. 그럼 평생 먹고도 남을 부富를 이룰 것이다." 하더란다. 어려울까? 불가능할까? 할머니도 하셨고, 우리 엄마도 하셨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당신의 엄마와 할머니를 떠올리며 대접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이 책의 저자에게 나는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91년 1월의 겨울은 말할 수 없을 만큼 추웠다(훈련소에서 맞는 겨울은 늘 세상에서 가장 추운 법이다). 필자는 내무반 바닥 청소를 '그지같이 했다'고 축축한 바닥에 까까머리를 박고 열중 쉬엇을 했다. 한참이 지나 머리 반쪽이 없는 듯 무감각해 질 무렵 "기상"하며 백두산 호랑이같은 내무반장은 다시 혀로 핥듯 바닥을 깨끗이 닦고 내무반장에게 보고하라고 했다. 군기가 잔뜩 들어 보고를 했더니 "수고했어. 머리 많이 아팠지?" 하며 초코파이 두 개를 건내 주었다.
 
PX를 갈 수도 식사외엔 간식도 할 수 없는 기간에 만나는 초코파이는 말할 수 없이 귀한 음식이었다. "너 이거 먹다가 들키면 나까지 혼나니까 화장실 가서 혼자 몰래 먹어." 화장실에 숨어 들듯 들어가 한 개를 가로로 뉘어 한 입 가득 구겨넣고 먹고 있는데, 눈물이 흘렀다. 울음까지 삼키며 맛있게 먹던 기억. 20년이 다 되도록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최 병장의 초코파이는 정情이었고, 눈물과 함께 먹은 것도 정情이었다. 오늘처럼 눈이 많이 오는 겨울이면 딱딱하지만 맛있는 초코파이가 생각난다. 정情이 그리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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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옥 2009-01-13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고객만족은 별거 아닌것 같지만 대단히 중요하군요 상대방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습관이 고객만족의 첫걸음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다음 좋은 아이디어 떠올라 불황없는 업체로 성장합니다.

리치보이 2009-02-10 14:39   좋아요 0 | URL
고객을 다시 부르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요?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