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고 일한다
오카노 마사유키 지음, 정택상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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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구직대란'과 '중소기업 부흥'의 해법, 이 책 속에 있다! 

  얼마전 30년 동안 흑자를 기록했던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이 '폐업', 아니 '종업終業(흑자였음에도 문을 닫게 되므로 굳이 폐업이라는 말을 피했다)'을 신고했다. 화제의 중소기업은 곰인형을 만드는 회사인 양지실업이고, 창업해서 30년 간 흑자를 내며 운영하다가 종업까지 제 손으로 하게 된 인물은 정석주 회장이다.

 그의 '종업終業'의 이유는 30년 동안 경영을 해오면서 70대에 들자 건강이 안 좋고 머리 자체가 맑지 못하고, 창의력과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하기에도 역부족을 느꼈고, 더 이상 욕심을 낼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성찰해서 양심적인 결론을 내려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 보면 더욱 기가 막힌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중소기업이다 보니 '인재'를 영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이다 보니 뛰어난 인재들은 아무리 손짓을 해도 오질 않고, 설령 입사한다고 해도 오래 머물지 못한다고 TV의 뉴스에서 정회장은 말한 바 있다.

 게다가 식구인 아들 마저 "나는 다른 길을 가겠다. 봉급생활자로 봉급 범위 내에서 인생을 살다가 죽겠다"고 말하며 아버지와는 다른 인생관을 선택했는데, 이는 좋고 편한 방법도 있는데, 어려움을 감내하면서 기업을 할 필요가 뭐가 있나'하고 자식이 중소기업인으로서의 아버지를 연민의 정으로 바라봤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중소기업인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정석주 회장은 어느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살아온 인생에서 아쉬움은 없는가 하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다시 태어나면 무엇을 하겠냐 묻는다면 '사업'은 죽어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힘들었던 것이 첫 번째고, 다시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인가 자문했을 때 '못한다'는 대답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지나간 일에 대해 후회되는 일이 있게 마련인데, 사업에 있어서만큼은 내 노력에 후회가 없다."

  살아온 인생에 후회가 없을 만큼 누구보다 열심히 일해 30년의 흑자를 이룩한 정회장이 자신이 일궈온 기업을 스스로 '종업終業'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대한민국에서 중소기업으로 살아가기는 문을 닫고 싶을 만큼 힘들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취업하면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우리 사회의 인식이다. 대기업에 취직하기 위해 대학원이나 유학을 다녀와 내 몸값을 높이려는 이른 바 '스펙'을 쌓기 위해 얼마나 많은 비용과 시간이 낭비되고 있는가? 게다가 대기업에 취직하지 못할 바엔 차라리 '나홀로 사장'을 하겠다며 특별한 준비없이 핑크빛 여론몰이에 휘둘려 많은 젊은이들이 '홈소핑몰 창업'이나 '길거리 창업' 시장에서 채 피지도 못한 채 오늘도 실패자로 양산되고 있지 않은가?

 


  지난 해 발표된 삼성경제연구소SERI에서 선정한 'CEO 여름휴가 필독서 20선'에 주목할 만한 책이 한 권 있다. 그것은 바로 '히든 챔피언' 인데, 이 책은 기업의 평균 수명이 61년 이상, 평균매출액 4,340억, 평균성장률 8.8%, 자기 분야에서 33% 이상의 세계시장점유율 차지, 해외에 평균 24개의 지사 소유하고 있으며 모두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틈새시장에서 은밀하게 움직이며 엄청난 성장세를 과시하며 세계시장을 주름잡는 중소기업들, 즉 히든 챔피언들을 20년동안 추척 연구해 조사한 책이다. 흑자 경영 30년 한국 중소기업의 '종업終業'신고와 세계를 주름잡는 히든 챔피언은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어제 또 하나의 놀라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사장(이 책에서 저자는 사장이라는 말 대신 '대표사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한다)을 포함해 직원이 단 6명인 동네 공업소에서 연간 6억 엔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익을 내는 '오카노 공업사'의 사장 오카노 마사유키가 쓴 책 [목숨걸고 일한다]가 그것이다. 원제는 俺が、つくる! ; 내가, 만든다.
 





  저자가 운영하는 '오카노 공업사'는 설립 초기부터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한다"는 모토 아래, 기술력 하나를 믿고 운영해 온 공업사다. 항상 변화를 중시하여 각고의 노력끝에 개발하여 특허까지 따낸 '기술 노하우'도 3년만 지나면 무조건 팔아버리는 비상식적인 회사다. 그래서인지 '오카노 공업사'의 기술은 세계에 알려져서 일본의 대기업인 마쓰시타와 소니를 비롯해 미 항공우주국 NASA와 미 국방부에서도 의뢰할 만큼 프레스와 금형 기술력은 세계 최고를 자랑하고 있다. 

 오카노 대표사원은 중소기업의 존재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로테크low-tech 없는 하이테크high-tech는 없다." 그리고 중소기업인들에게는 "일은 목숨걸고 제대로 해야 한다. 견디자! 지금만 참으면 더 나은 기회가 온다. 무엇 하나라도 제대로, 피땀흘려 하는 사람에겐 길이 열린다.'질투'와 '증오'같은 감정을 나를 깎아먹는 종양과 같다. 그러니 중소기업를 무시하는 사회를 탓하지 말고, 대기업 위주의 시장에 분노하지 말자"고 말한다.

  그는 업계에서 '도쿄의 루이뷔통'이라 불릴 만큼 장인으로 통한다. 그는 일을 따 낼 때부터 돈을 떠나 먼저 '남들이 풀지 못하는 숙제같은 일'들만 수주해서 납품하고, 그로 인해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독점권을 따내는 방식으로 업계에서는 최고로 불리는 것이다. 이러한 성공의 이면에는 매일 반복되는 실패와 도전 속에서 배우는 근성, 바로 목숨걸고 일하는 근성이 숨어 있다. '세상이 모두 무시하는 일'과 '세상에서 풀 수 없는 일' 두 가지로 놀라운 성장을 이루는 그를 보면서 '대한민국의 중소기업'이 나아갈 바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저자의 말대로 중소기업을 경시하는 기업풍토와 사회에 분노하는 것은 나를 깎아먹는 종양과 같다. 분노한다고 해서 바뀔 것도 아니다. 시대에 부응하는 기술력과 변화만이 살 길이다. 조금만 더 참고 목숨걸고 일한다면 대기업도 허리굽혀 찾아오는 날이 찾아올 것이다. '기술노하우'의 축적은 돈으로 산을 쌓아 놓은 것보다 더 훌륭한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오카노 씨는 대기업만을 바라보며 취직하려는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모두가 대기업형 인간처럼 적당히 살려고 할 때 좀 남다르게 살면 성공할수 있고, 다들 움츠리고 있을 때 도전하면 성공할 수 있다. 무엇이든 도움되는 재주를 익혀라. 뭔가 하나 잘하는 것이 있으면 그것을 쭉 노력하고 연습해서 신장시켜라. 그러면 반드시 먹고 살 수 있다."

  우리가 중소기업에 주목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고,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성장동력을 중소기업으로 돌려야 하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직원이 달랑 6명인 '오카노 공업사'가 그 어느 대기업들보다 커 보였다. 취업문이 좁다며 아귀다툼을 해야 할 힘들을 자신의 재주에 목숨걸고 쏟아야 할 때가 지금이 아닐까?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히든챔피언의 길을 이 책에서 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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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 밖의 경제학 - 이제 상식에 기초한 경제학은 버려라!
댄 애리얼리 지음, 장석훈 옮김 / 청림출판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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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현명한 소비자? 
흥, 당신은 늘 속는 비이성적인 소비자일 뿐이다!
 
 
  "인간이란 피조물은 얼마나 대단한가! 이성의 고귀함이여! 능력의 무한함이여! 생김과 동작은 얼마나 반듯학 멋진가! 행동거지가 천사가 따로 없다! 헤아림은 신의 경지다! 세상 가운데 아름다움이요, 동물 가운데 귀감이다."
 
   세익스피어의 작품 [햄릿] 2막 2장 중에 나오는 이 대사는 우리 인간의 놀라운 정신과 육체를 찬양하는 부분이다. 주류경제학 또한 세익스피어 못지 않게 인간을 완벽한 이성적 능력을 갖추었다고 가정한다. 우리도 잘 알다시피 경제학은 인간이 이성적 존재라는 기본적인 전제하에 경제이론을 세우고 예측하고 조언하는 학문이다. 그래서 경제학은 이성적인 인간은 같은 조건에서 최고의 선택 즉, '최소비용의 최대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고 경제학의 전반에 걸쳐 이야기하고 있다.
 
과연 우리는 합리적인 선택을 할까? 과연 그럴까? 우리는 매일 아침 다이어트를 결심하면서도 잠자리를 편 채로 야식을 먹고 있으며, 딱히 필요한 물건이 아니면서도 '창고 방출 세일'에 혹해 바구니 가득 덤핑물건을 사들이고 있다. 그리고 매번 탁월한 선택이라고 찬사를 던지는 판매원을 뒤로 하고 나올 때 즈음이면 판매원의 말처럼 그리 '굿 초이스'인 것은 아닌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왕왕 있는데, 그 때는 어김없이 판매원의 세일즈 기법에 속았을 때다. 우리는 매일 스스로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며 결정하고 있지만, 스스로에게 속고 있다.  
 
  이처럼 때로는 비이성적인 인간에 대해 표준경제학(주류경제학)과 세익스피어의 관점처럼 인간본성에 대해 지극히 이성적이라는 낙관론에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은 행동경제학이다. 행동경제학은 인간은 언제나 이성적으로 행동하지는 않아서 의사결정에 있어 빈번하게 잘못된 선택을 한다고 전제하고 있다. 행동경제학자들은 인간이 눈앞에 벌어지는 상황에 얼토당토 않는 영향을 받는 존재이고, 개연성 없는 감정과 근시안적 생각등 여러 형태의 비이성적 행동을 곧잘 저지른다고 보고 있다. 또한 인간의 그러한 비이성적 행동에 착안하여 많은 기업이 이를 이용해 소비자는 탁월한 선택을 했다고 여기지만 실제로는 그들의 마케팅에 속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경제학의 대안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학문영역인 이 '행동경제학'은 경제주체인 소비자가 오늘까지 저지르고 있는 경제적 선택의 오류를 짚어주고 있어 소비자들로 하여금 많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출판계에 불고 있는 '신경제학 바람'또한 예외가 아닌데, 가장 먼저 행동경제학적 접근한 책 노모노 노리오의 [행동 경제학]를 비롯해 [경제학 콘서트], [벌거벗은 경제학]등 주류경제학의 한계와 소비자의 잘못된 선택에 대해 여러가지 실험과 사례들을 들어 꼬집는 책들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책들에게 있어 아쉬움이 있다면 소비자들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선택에 발생하는 오류에 대해 '아하~ 그렇구나' 하는 사실을 지적하고 인지시킬 뿐 그 대안에 대해서는 '그러니 이젠 자신이나 기업에 속지 마시오'라고 대답할 뿐, 결국 또 다시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요구하는데서 그치는데 있다. 그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아 안타까웠다. 
 
그렇다면 소비자는 '나는 비이성적인 소비주체구나'라고 인지만 한 채로 남아야 할까? 사실의 인식은 그 해답을 찾는 새로운 출발이 되기에 충분했다. 소비자들이 좀 더 이성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책이 우리 앞에 나타났다. 현재 MIT 미디어랩과 슬론 경제대학원의 행동경제학 전공 교수를 맡고 있는 경제학자 댄 애리얼리Dan Ariely의 책 [상식 밖의 경제학]이다. 원제는 Predictably Irrational: The Hidden Forces That Shape Our Decisions (예측가능하게 비합리적인-인간: 우리의 결정들에 숨어있는 힘)이다.
 
 



  책의 소개에 앞서 저자의 병력이 주목되었다. 저자가 18세 였을 때 다량의 마그네슘 화약이 폭발하는 바람에 전신 3도 화상을 입게 되고 사고 후 3년 동안 온몸에 붕대를 감고 병원에 있어야 했다. 본의 아니게 사회로부터 일정 부분 동떨어진 신세가 되어 자신이 참여하고 살았던 사회를 제 3의 관찰자가 되어 바라보게 되었는데, 그것이 다른 사람들의 서로 다른 행동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주었고, 그의 뛰어난 관찰력이 만들어낸 결과는 이 책의 전반에 걸쳐 놀라움을 던져준다. 
 
  저자의 이론의 시작은 표준경제학은 사람은 늘 합리적이라고 가정하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고 매우 비합리적이며, 약하고, 자주 틀린다는 행동경제학과 일치한다. 하지만 한 발 나아가 인간의 행동을 찬찬히 연구하고 실험하고 검증해보면 놀랍게도 이 책의 제목처럼 예측 가능하게 비합리적Predictably Irrational 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비합리성과 패턴과 일관성이 있어서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그런 '일관된 비합리성'에서 새로운 이론과 전략과 지혜를 만들 수 있다는게 그의 이론이다.
 
  이 책은 기존의 행동경제학을 말했던 책과는 그 궤를 약간 달리 한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비자들의 비합리적 오류를 지적하는데 그치지 않고, 간단하고 독창적인 실험을 통해 실제로 인간들의 선택의 오류가 예측이 가능하도록 반복되고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오류들을 피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 내용들이 수록되고 있다. 그 중 주목되는 몇 가지를 살펴보자
 
  "A와 B중 어떤 것이 좋을까요...알아 맞춰 보세요, 딩동댕!!" 사람(소비자)들이 선택에 있어서 가장 즐겨 용하는 방법인 비교하기는 '상대성의 문제'다. 즉 우리는 상대성의 관점에서 결정을 숙고하고, 바로 그 자리에서 비교할 수 있는 대상들끼리 비교를 한다. 하지만 제품을 파는 기업은 소비자의 비이성적인 판단을 이미 읽고 미끼효과(Dacoy effect)등을 통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미 순서를 정해놓은 상태, 그들에게 질 수 밖에 없다. 그들에게 지지 않는 방법은 비교의 순환고리를 끊는 것, 즉 시선을 돌려 A,B가 아닌 C가 더 좋지 않을까 고민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기준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그들이 하는 대로 따라하는 것, 이른 바 양떼현상herdling에 끌려 우리는 TV에 나오는 스타들이 입는 옷과 휴대폰, 그리고 그들이 먹고 즐기는 곳을 추종하여 무리하게 지갑을 열고 있다. 하지만 자신이 그들을 쫓아 얼마나 큰 기쁨을 누렸는지 자문해야 한다. 거기에 들어갈 돈을 아껴 다른 일에 썼다면, 아니면 모아 두었다면 더 기쁘지 않았을까도 생각해야 한다. 휴대폰의 경우 기능도 모르는 최신형을 고집할 것도 아니며, 어떤 고급커피를 마실까 고민하기보다 꼭 그렇게 비싼 커피를 습관처럼 마실 필요가 있을까 고민해 봐야 한다.
 
 


 
  가장 눈여겨 본 부분은 '돈이 해결해 줄 수 없는 것들'이었다. 왜냐하면 어느 때보다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해진 지금, 모든 사례를 '돈'으로 해결하려는 가정이나 기업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는데, 과연 그것이 올바른 방법인지 궁금했고 책에서 말한 대로 우리가 하는 행동 중에서 '돈을 받고 뭔가를 하면 기분(흥)이 안나는 이유'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간의 모든 행동을 시장규칙에 부합하여 돈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생각한다면 봉변을 당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돈이 아닌 명분 때문에 더 열심히 일하는 사실을 보여주는 예는 무수히 많은데, 이는 우리가 사회규범을 적용하여 남을 기쁘게 하고 도왔다는 기쁨을 얻기 위해 기꺼이 참여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돈으로는 '사명감'을 살 수 없다는 것이다. 
 
소비자를 가족같이 여긴다는 은행이 잔고부족으로 하루아침에 계좌를 정지시키는 은행, 귀빈 모시듯 제품을 팔고는 그 이후 A/S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는 세계적인 명품숍들, 그리고 월급과 상여금만 주면 애사심은 충분히 고취시킬 수 있다고 여기는 기업의 CEO에게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지를 고민하게 하는 부분이었다. 
 
  그 밖에도 사람들이 성적으로 흥분되어 있을 때는 절대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고, 다이어트에 번번히 실패하고 신용카드를 통해 소비를 억제할 수 없는 이유는 사람들 모두 '미루는 습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우리는 내 소유물이 비싸게 여겨지는 이유는 '추억의 가치'가 더한 때문이고, 다른 가능성 즉, 대안을 확보하고자 노력하다가 결국 큰 것을 놓치며, 개인적인 집착 때문에 양편으로 갈라져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갈등하게 된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소개한 연구들을 통해 얻어낸 교훈은 첫째 사람들 대부분이 자신의 존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감정, 상대성, 사회규범등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힘들이 강력하게 발휘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을 본능적으로 그 힘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고, 단순하게 떠오르는 의사결정의 환각에 빠져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는 이러한 비합리성이 우리에게 있지만, 이렇게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지를 알게 된 사실만으로 앞으로 결정을 내리는데 있어서 좀 더 주의를 기울이고, 그 결정을 다른 각도로 생각해야 지금보다 합리적인 결정에 다가설 수 있다.
 
  지금까지 소개된 행동경제학 관련서들이 표준경제학의 대안으로 떠오른 행동경제학을 일반독자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 소개한 책이라면, 이 책은 표준경제학이 오늘날의 경제상황을 설명하지 못하는 어려운 난제들을 하나 둘 씩 풀어주고 있다는데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문제제기에서 실험 그리고 해설까지 경제학을 배우지 않았던 독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재미있게 풀어나간 이론서이기에 세계의 주목을 받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이 책을 통해 인간의 본성에 대해 접근한 행동경제학이 현실의 경제를 이해시키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같아 더욱 기대가 되었다.
 
  지난 주에 실린 우리나라 모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저자는 현재의 위기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응에 대해 국민의 '상실된 신뢰감의 치유'에 대해 놓치고 있음을 안타까워 했다. 정부는 국민들의 신뢰감 상실, 배신감 증폭을 슬기롭게 진정시키면서 정책을 펴야 하는데, 그런 배려가 없다는 것이다. '어차피 뺏긴 돈은 뺏긴 돈이다. 이제 당신 세금으로 월가를 돕겠다. 그게 당신에게도 남는 장사다' 이렇게만 이야기하며, 화를 돋우고 보복 심사를 달굴 뿐이다'라고 까지 이야기 했다. 국민의 신뢰감이 배신감으로 돌아설 때 정부는 더이상 '국민을 위한 정부'가 아니다. 또한 더 이상 정부가 국민을 배불려주기만 하면 되는 시대도 아니다. 정부는 시장규칙만을 내세워 국민들이 따라올 것을 강제할 것이 아니라 정부를 신뢰했던 국민을 우선 어루만져 사회규범을 먼저 회복하는 것이 중요할 때가 지금이 아닐까? 보다 합리적인 미래의 선택을 위해서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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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 김열규 교수의 열정적 책 읽기
김열규 지음 / 비아북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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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책과 함께 놀고 있는 어느 할아버지의 이야기!
 
 
"할아버지, 뭐해?"
뭐하긴 뭐해? 책 읽지.
 
"책 그게 뭔데? 그렇게 재미있어?"
그럼, 재미있고 말고. 얼마나 재미있는지
책을 읽다 보면 잠도 잊고, 밥도 잊는 걸?
 
"우와! 그게 그렇게 재미있어? 그럼 책 이야기 해 줘."
책 이야기라...좋아. 이 할애비가 해 주지.
이바구 떼바구 강떼바구...
 
 
  나이 칠십 하고도 절반을 넘게 산 할아버지가 자기의 가장 친구 이야기를 한다. 그 친구는 손으로 마루바닥을 치며 배가 아프도록 웃음을 주는가 하면, 신새벽 남에게 들킬까봐 이불자락을 깨물며 끄억끄억 눈물을 빼기도 하고, 인생의 진리를 이야기하는가 하면, 고결한 사랑의 참맛도 느끼게도 한다. 할아버지의 친구는 이다. 주인공인 할아버지는 다름아닌 '한국학'의 석학으로 잘 알려진 독서가 김열규 교수이고, 칠십 평생 함께 한 친구인 책을 [독서讀書]를 통해 이야기했다. 그는 책 읽기, 즉 독서에 대해 '삶이자, 앎이고, 배움이다'고 이 책에서 정의하고 있다.
 
 


 
 
"인생에는 무수한 가닥 길이 나 있다...인생은 '모름'으로 시작해서 '모름'으로 이어지고 또 이어지곤 한다. 모르는 것, 그게 바로 인생일지도 모른다...삶은 앎이 되려고 무진, 무진 애를 쓴다...삶은 앎을 향한 행보行步이다. 아니 아예 삶을 앎이라고 해두는게 좋을 것 같다...읽기는 나를 위해서 세계 속으로 길을 안내해준다. 그래서 읽기는 아직 잘 모르는 삶의 길을 가는 사람에게 나침반이 되고 이정표가 된다...독서讀書는 삶이자 앎이자 배움이다."
 
  김열규 할아버지에게 책은 나무의 다른 모습인 종이로 엮은 것들 만은 아니었다. 할머니의 무릎팍에 누워 듣는 '이바구'도 책이 되고, 어머니가 제사날에 가신 분을 기리는 '제문'도 책이 되었다. 교회에서 들려주는 듣기 교실도 책이었던 것을 보면 할아버지에게 있어 책은 이야기로 된 모든 것이었다. '사람이 말해주는 사람사는 세상의 이야기'가 '책' 아니던가? 어릴 적 할아버지는 책을 듣고 자랐다.
 
  소학교에 들어가 배운 글자는 가나문자인 일본어. 하지만 사관과 주체의식이 있을 리 만무한 소년 김열규에게는 그 어느 문자였더라도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기쁨 하나였으리라. 그에게도 문자가 있는 유사有史시대가 열린다. 소리내어 읽고, 외워 읽고, 누워 읽고, 책상앞에서 책상다리로 읽었다. 일본인이 만든 일본 이야기를 일본글로 읽으며 그는 삶의 희로애락을 경험하고, 더욱 깊이 책에 빠지게 된다. 소년이야 태어난 제 땅이 남의 나라에 속해 있었으니 어쩔 수 없다지만, 오늘날 인성이 채 길러지지도 않은 어린 아헤들을 돈보따리 싸매어 일부러 파란 눈의 나라로 보내서는 자랑하는 판국이니 소년을 두고 안타깝다고 말할 것도 없겠다.
 
"정말 탐독했다. 정신이 나가고 넋이 나가도록 읽고 또 읽었다. 내가 위대한 정신을 읽어내고 위대한 영혼을 읽어내고 있다는 느낌이 어슴푸레 하게나마 들곤 했다. 그때 읽은 그들의 작품 대부분은 지금도 그 느낌은 물론이고 줄거리까지 훤하게 기억난다."
 
  광복 후 소년이 도떼기시장에서 흘러 나온 책들에 탐독하게 되는데, 책의 저자들이 하나같이 토마스 만, 헤르만 헤세, 한스 카로사, 앙드레 지드, 아나톨 프랑스 도스토예프스키 등의 문호들의 고전들이다. 필자에게 언급된 저자들의 책들을 읽었는지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몇 권 뿐이다. 그렇다면 이 소년을 부러워해야 할까? 그 또한 아니다. 지금처럼 낙점을 기다리는 수만 권의 책들이 쌓인 보물섬이 그득그득한 세상에 살고 있지 않은가? 소년은 없어서 못 읽었고, 안줘서 못 읽었건만 책장에 켜켜이 쌓인 책들을 두고도 '읽을 시간이 없다'고 애써 위로 하며 외면하는 필자가 부끄러워진다. 저자의 소년시절이 오늘날이었다면 어떠했을까? 과연 더 많이 읽었을까? 얄궃은 질문도 던져 본 부분이었다.
 
"읽기 반, 생각 반, 그런 읽기를 계속하다 보면, 책을 자주자주 엎어두어야 했다. 팔짱 끼고 고개 숙이고 눈 감고 침사沈思에 빠져들기 일쑤였기 때문이다...책을 읽다가 어느덧 빠져드는 꿀맛 같은 잠! 그건 단상집이나 명상집에서 얻을 수 있는 엉뚱한 수확이었다. 그 쾌적한 수면제, 단잠을 불러오는 달콤한 수면제! 그 때문에도 단상집이나 명상집은 모두 명작이고 걸작이 아닐 수 없었다."
 
  저자는 단상집斷想集 읽기를 쾌적한 수면제로 비유하며 책을 읽다가 잠드는 나른한 경험을 이렇게 말한다. 한여름 낮에 모시 속옷을 입고 사방 뚫린 대청마루에 턱을 괴고 책읽다가 간간히 불어 속살 만지고 가는 산바람에 소름 떨며 잠에 빠진 경험을 한 사람들을 알리라. 대여섯 살 아헤가 밥든 수저를 들고 단잠에 빠진 그 형국과 다름없다. 책은 때로 최고의 수면제가 되기도 한다며 할아버지는 그 또한 책 읽기의 맛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번죽도 좋으시다.
 
  할아버지의 칠십여 년의 세월만큼이나 책읽기의 방법도 다양하고, 그 방법마다 나는 책읽는 맛 또한 쏠쏠함을 이 책에서 구할 수 있었다. 친한 친구가 있다. 손 뻗으면 나타나고, 원한다면 하루 종일 만날 수 있고, 만날 때 마다 다른 이야기를 해주며 둘이 낄낄깔깔 댄다면, 그런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와 함께 함은 무엇일까? 놀이다. 할아버지의 책읽기는 책과 함께 자유롭게 이리저리 슬슬 거닐며 돌아다니는 놀이 즉, 소요유遙遊 라고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여느 책이 말하듯 '학문의 보고'이고 '선사의 말씀'이고 '지식의 창고'가 아닌 그저 편한 '친구'라고 말씀하신다. 배움에는 지침이 있지만, 친구와의 놀이는 지칠 줄 모른다. 배우고, 느끼고, 공감하는 책읽기를 '친구와 함께 하는 놀이'쯤으로 여겼으니 평생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할아버지가 책과 함께 제대로 놀았고, 지금도 놀고 있음을 여실히 알 수 있는 곳이 이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내 것이 되어버린 책들 - 작품 읽기'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지하 생활자의 수기], 체호프의 [내기], 토마스 만의 [토니오 크뢰거],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 릴케의 [말테의 수기], 슈테판 츠바이크의 [에빈스무스 전기] 등 그가 사랑하다 못해 제 것이 되어버린 책들은 하나같이 대문호의 위대한 작품들. 하지만 그는 마치 시골 마을의 농부가 소꼽친구였던 대통령을 소개하듯 아무렇지 않게 작품을 논하고 평하고 있다. 온전히 제 몸을 책 속에 던지지 않았다면 나오지 못한 글들, 서평을 쓰는 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보물이다.
 
"한 작품을 읽을 때마다 나의 세계는 하나씩 늘어갔다. 나는 이미 점이 아니었다. 나의 존재성은 점으로 찍히고 말 것은 아니었다. 나는 좀 더 넓은 무엇인가로 변모해 가고 있었다. 내가 읽는 작품 속의 세계는 모두 나의 영지고 영토가 되어갔다. 나의 존재는 드넓은 공간, 확대된 공간으로 그 영역을 넓혀갔다. 그건 훗날 대학에 가서 읽게 된 릴케Rainer Maria Rilke의 말대로 나의 '순수 공간'이고, 나만의 '세계 내 공간'이었다.
숲과 호수, 그 자연 속에 작품이 있었다. 나 또한 다만 '읽는 자'로서 자연 속에 있었다. 어느새 읽는 일이 사는 일이 되어가고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새롭게 변해가는 세상에 '시간을 잊고 책읽기'가 시대를 역행하는 '짓'은 아닐까 고민하곤 했다. 필자가 한 권의 책이 보여주는 세상에 탐닉하는 만큼 세상을 등지고 있는 지도 모른다는 걱정때문이었다. 하지만 김열규 할아버지는 '책을 읽는 것이 나라는 존재의 공간을 넓히는 행위'라고 말씀해 주신다. 무리 속의 '내'가 아니라, 스스로 선 '내'가 택한 세상을 살 수 있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2050년의 미래를 이야기한 리처드 왓슨의 책 [퓨처 파일Future Files]에서 이야기한 책의 미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책의 장르와 책을 읽는 방법은 바뀔 수 있지만 지금 보다 다양한 책이 쏟아질 것이라고 예언했다. 오늘날 세상은 '스토리'가 있는 제품을 사랑하고, '스토리텔링'이 도입되어야 시선을 끌 수 있다. 세상이 디지털화 될수록 이야기에 주목하는 것은 사람을 그리워하고, 보다 사람다운 삶을 살고 싶어서는 아닐까? 그런 관점에서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은 영원할 것이고, 책읽기는 세상을 읽는 가장 좋은 수단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세상에 뿌려진 책과 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책과 보다 잘, 보다 재미있게 노는 방법은 이 책이 말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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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의 The Boss - 쿨한 동행
구본형 지음 / 살림Biz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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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괴롭히는 무능한 '쓰레기 상사'를 꼼짝 못하게 하는 법!
 
  여름에 팥소가 듬뿍 뿌려진 시원한 빙수가 생각나고, 겨울엔 따끈따끈한 호빵이 생각나듯 한 해를 마감할 요즈음의 겨울이 오면 생각나는 저자가 있다. 기억의 시작은 10년 전. 대학을 막 졸업한 첫 해에 IMF를 맞은 해 였다. 필자가 사람에 치이고, 일에 치여 정신없는 직장초년병이었을 때 하늘 높다하고 소위 잘 나가는 선배들이 하나 둘 명퇴를 하고, 구조조정을 당하더니 급기야 소식마저 끊기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비즈니스맨들에게는 가장 추운 겨울이었다.
 
퇴직한 사실을 가족들에게 말하지 못해 한겨울에 양복을 입고 등산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노인들의 아지트인 '파고다공원' 한 쪽 켠에 퇴직한 샐러리맨들의 공간이 생겼었다. 종신직장으로 여겼던 회사가 등을 돌리고, 치솟는 주택담보대출이자때문에 집마저 빼앗기는 현실 앞에서 직장인들은 손쓸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 무렵 선배들은 술자리에서 입을 모아 말했다. "이건 꿈이야. 하룻밤 지나면 없어질 악몽일거야." 그 해는 정말 일 년 내내 뼈 속까지 추운 겨울이었다. 
 
  하루아침에 변해버린 현실 앞에서 직장인들은 속수무책이었다. 늘어나는 실업자, 노숙자, 자살... 직장인들은 갈 곳을 잃고 헤맸다.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그 때 그들을 위로해준 책이 있었다. '세상은 변했습니다. 그리고 세상은 예전으로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 우리는 변한 세상을 등질 것이 아니라, 이젠 변한 세상만큼 함께 변해야 합니다. 세상이 이 지경으로 변한 이유는 그자리에서 멈춰서 있었기 했기 때문이고, 앞으로의 세상은 꾸준하게 변하지 않으면 안되는 세상이 될 겁니다. 그 작은 변화를 지금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변화만이 살 길 입니다.'라며 직장인들을 위로하고 변화할 것을 권했던 책은 [익숙한 것과의 결별], 그리고 [낯선 곳에서의 아침]이었다. 
 
  필자를 비롯한 내 주위의 많은 직장인들은 이 책을 읽었다. 그리고 많은 위로와 격려를 받았다. 세계적인 외국계 기업인 IBM을 나와 당당하게 '1인기업'을 차린 그를 일러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선각자'로 부르기도 했다. IMF를 겪었던 직장인이 그를 모른다면 간첩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그는 많은 강연을 하고 언론에 글을 올리고, 매스컴에 등장했다. 그가 말하는 변화는 닥친 현실에 대한 해결책이었고, 그 때마다 필요한 해법이었기에 나는 그를 존경하고, 그의 책을 늘 학수고대하고 있다. 금융위기로 인해 세계적인 불황 중인 올해 말은 어떤 책이 나올 지 더욱 궁금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올 해에 그가 내민 카드는 '내부결속'이었다. 말 뿐인 '글로벌 인재'도 아니고, 의미조차 모호한 '프로페셔널리즘'도 아니다. 시야를 내부로 돌려 나를 단속하고 내 주위를 단속해서 내가 있는 곳을 강하게 만들라고 말한다. 변화하라고 지시하지 말고, 스스로 변화해서 그 모습을 보고 주위가 느끼게 만들라고 한다. 아래로부터의 혁명, 올해 말 구본형이 내놓은 키워드는 '상사학司學' 이다. 그리고 궁극의 목표는 '상생相生'이다. 소개할 책은 [구본형의 THE BOSS - 쿨한 동행]이다.
 
 


 
  저자는 이 책의 주제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상사와의 관계에서 얼마든지 바로잡을 수 있는 것과 절대로 바꿀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을 알았다면 이제 어떻게 훌륭한 수직적 관계를 만들어 갈 것인가?"
 
  저자는 이 책에서 '직장은 버릴 수 있지만, 상사司는 버릴 수 없다'는 부하들의 딜레마에 대해  약삭빠른 처세술이 아니라 '훌륭한 상생의 묘妙'를 제시하고 있다. '상사를 이기려 하지 말고, 나의 지지자로 만들자'는 것이다. 이 책의 매력은 틀에 박힌 이론이나 조사에 의한 실험결과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껏 자신이 경험해 왔던 직장생활과 듣고 보았던 사례들을 통해 당장이라도 답답한 오늘과 내일에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방법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지금껏 나왔던 저자의 책들이 독자로 하여금 내면의 열정과 힘을 불러 일으키게 만들었다면 이번 책은 좀 더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했다는 데에서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했다. 변해가는 독자의 욕구에 대해 웹 2.0시대에 걸맞는 저자의 적절한 대응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상사란 무엇인가'부터 시작한다. 직장내에서 '상사'라는 자리가 차지하는 위치와 자격 때문에 '후배'들을 괴롭힐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해준다. 좋은 상사와 나쁜 상사, 그리고 인격적으로 상대하기 조차 싫은 쓰레기 상사(회사마다 부서마다 이런 사람은 꼭 있다)란 누구며 이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두 번째로는 '부하인 나'를 살펴본다. 상사를 미치게 하는 부하직원(이런 부하들도 쓰레기 상사의 수 못지 않게 꼭 있다)는 어떤 부류이고, 상사들의 인정을 받기 위한 부하란 누구인지, 그리고 상사들이 나에게 열광하게 만드는 법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이미 틀어진 상사와의 관계를 풀어내는 방법과 쓰레기 상사에게서 존중받는 기술, 나쁜 상사들을 반면선생反面先生 삼아 그들에게서 존경할 수 있는 점들을 찾는 방법(피하지 못할 바엔 차라리 즐기라 했다)등에 대해 조목조목 자세히 해설해주고 있다. 상황마다 지금껏 내가 모셔왔던 상사들의 모습을 만나게 되고, 내가 그르쳤던 모습들도 확인하게 되었다. 결국 나 역시도 누군가의 '상사'가 될 수 밖에 없다면 '쓰레기 상사'가 되지 않는 법에 대해서도 공부하게 된다. 
 
  저자는 우선 회사에 해만 끼치는 쓰레기 상사의 존재 이유는 두 가지가 있는데, 경영자의 의도적 배치이고, 다른 하나는 경영자의 무책임한 방기라고 보았다. 그리고 어떤 이유는 쓰레기는 쓰레기를 낳는다며 모든 피해는 직원들이 입게 되고, 결국 회사는 쓰레기로 감염되기 때문에 경영자가 쓰레기 상사에 대한 신속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한다.
 
조직에 존재하는 백해무익한 쓰레기 상사는 크게 특정상황에 불같이 화를 내거나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황적 막무가내형, 일부러 거칠고 거만하게 행동하는 전략적 막무가내형, 말 그대로 깡패같은 무작정 막무가내형이 있다고 보고 그에 맞는 대처법과 행동강령이 책에 자세히 제시되고 있다. '위와 아래는 하루에 백 번은 싸운다'는 말처럼 일만 하기도 힘든데 말처럼 십인십색의 상사들에 맞게 행동해야 하는 직장인들의 씁쓸한 현실이 묻어나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실용적인 면에서는 타당하고 합리적인 대응책이 아닐 수 없었다.
 
  휴렛 패커드의 전 회장이었던 칼리 피오리나Carly Fiorina 는 '상사라는 자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상사는 직원을 한 사람의 인간으로 보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직원도 상사를 한 인간으로 보기 힘들다. 상사는 권위와 능력으로 나타난다. 지위가 높아질수록 그 사람보다는 직위를 본다. 고위직으로 올라가면 업무는 어려워지지만 그만큼 보상도 커진다. 그러나 높이 올라갈수록 점점 더 외로워진다." 저자가 내민 상생相生의 카드가 힘을 발휘하는 점은 상사라고 하는 자리는 바로 '외로운 자리'라는 것이다. 나의 상사도 '외로운 사람'이고, 얼마 있지 않으면 나 자신도 '외로운 사람'이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금 나는 상사를 욕하지만, 언젠가는 후배들의 욕을 먹는 상사가 되어 있을 것이다. 상생相生의 카드는 내가 모시는 상사는 머지 않아 나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듯 했다.
 
  저자는 궁극의 해답에 대해 '누군가의 상사가 되면 아랫사람의 충성과 관계없이 그 재능을 가려 쓰는 것이 최선이지만, 누군가의 부하가 되면 모든 재능을 다하여 상사를 가까이 보필하고 상사의 가장 가까운 곳에 머물러 공을 세우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하 한사람 한사람이 리더, 즉 스스로를 주도하는 사람이 되기를 권한다. 그러면 부하직원이라도 상사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고, 상사에게 영감을 주며, 상사를 격려하고 고무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상사없는 부하없듯, 부하없는 상사는 없다. 이 둘의 가장 바람직한 존재의 해답은 상생相生이고 그것은 스스로부터의 리더십에서 나온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경영은 과학이지만 상사와 부하의 패러독스를 풀어내기에 리더십은 예술과 같다고 저자는 덧붙였다.
 
 

 
 
  이 책의 바로 전에 나왔던 책은 [세월이 젊음에게]였다. 취직을 해서 출근하는 큰 딸에게 선물을 대신해 썼다고 전해진 이 책은 직장초년병에게 '일'이란 무엇이고, '직장, 사회'란 무엇인가, 그리고 직장인으로서 행복한 인생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 '자상한 아버지의 목소리'로 들려준 책이었다. 그 후에 나온 책이 '상사학'인 것을 보면 큰 딸이 직장생활을 하는데 상사 때문에 고민을 했었나 하는 우스운 의문을 품게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약속한 강연시간을 넘겨가며 거의 모든 독자들의 질문에 대해 성실하게 대답했던 저자였던 만큼 전작에 대한 철저한 애프터서비스는 아닐까 해서다. 자상하고 부드럽지만, 그 내용에는 칼이 담겨 있는 선배님의 목소리를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역사적으로 왕은 하늘이 점지해 준다지만, 왕다운 왕을 만들어주는 것은 왕들의 스승, 책사 였다. 왕자는 책사에게서 '제왕학王學'을 배워야 비로소 왕이 되었다. '왕은 공부해야 제대로운 왕노릇을 한다'. 사업을 처음 시작할 무렵 '사장'이 뭔지를 알아야 했다. 대형서점을 다 뒤져 한 권의 보물을 만났는데 일본 중소기업의 사장 이하라 류우이치가 쓴 책, '사장의 제왕학'이었다. 필자는 이 책을 네 번 읽고 창업했다. 그리고 사업을 하면서도 필자로 비롯된 문제가 생길 때마다 '사장의 제왕학'을 펼쳤다. '사장도 공부해야 제대로운 사장노릇을 한다'. 직장인인 나를 먼저 만족시켜줄 회사는 세상에 없다. 나를 먼저 만족시켜주는 상사도 없다. 제대로 상사가 되려거든, 제대로 상사를 모시려거든 '상사학司學을 읽고 공부해야 한다. 이 책은 '직장인의 상사학司學'이다. 올 해를 통틀어 직장인을 위한 최고의 자기계발서를 꼽으라면 '이 책'을 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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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기 경전 - 성공과 열정을 부르는 데일 카네기의 화술과 철학
데일 카네기 지음, 박안석 옮김 / 베이직북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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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읽어도 새로운 인간경영의 최고 바이블 !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는 찰스 슈왑에게 당시로는 엄청난 금액의 연봉인 100만 달러를 지급했다. 궁금한 데일 카네기는 찰스 슈왑에게 앤드류 카네기가 그토록 많은 연봉을 지급한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찰스 슈왑은 그 비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에게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능력, 이것이 바로 나의 가장 큰 자산이네. 또한 사람들의 재능을 발굴해 최고의 가능성을 이끌어내는 데는 칭찬과 격려만한 것이 없다네! 자네, 혹시 아는가? 상사의 질책이야말로 직원의 의욕을 꺾는 최악의 카드라는 사실을 말이네. 난 어느 누구도 질책하지 않네. 상대방의 장점을 보려 노력하면서 그저 격려해줄 뿐이지. 그리고 직원들의 업무성과가 마음에 들면 아낌없이 칭찬을 해준다네." 그리고 덧붙여 이렇게 말했다. "난 평생토록 세계 각지의 유명 인사들을 많이 만나봤네. 헌데 아무리 지위가 높고 아무리 위대한 사람이라도 비판보다는 칭찬을 받을 때 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더군."
 
  세계대공황을 탈출하며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안에 들기도 했던 기업가 앤드류 카네기가 100만 달러의 연봉을 주며 찰스 슈왑에게서 구하고자 했던 것은 '격려와 칭찬의 힘'이었다. 요즘같이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불황의 늪에서 고민하고 있는 기업과 기업인들에게 뼈있는 한마디가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생사고락을 함께 해온 직원들을 비용절감의 차원에서 마구 감원하는 요즘 기업들을 보면서 과연 위기만 모면한다고 해서 미래를 보장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경기가 나빠졌기 때문에 구조조정을 한다? 이 말은 뒤집어서 생각하면 경기가 좋았기 때문에 감원했어야 했던 직원들을 데리고 있었다는 말이 아닌가? 물론 판매부진으로 인해 생산인원들이 전부 있을 필요가 없게 되었다든지, 갖은 이유야 있겠지만 결국 기업이 구조조정을 한다는 말 자체는 경기악화 이전에 필요이상의 직원을 고용하는 등 경영진들이 방만한 운영을 했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너나 할 것 없이 직원들을 감원하고 살아남는다면 유능한 직원은 과연 몇이나 남아있을 것이며, 전문가와 기술자들은 몇이나 남을까? 구조조정된 그들이 자신의 전문직에 있지 못하고, 다른 일을 하게 된다면 이는 기업의 손실이요, 국가의 손실이 되는 것이다.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기업이 생긴다면 우선 CEO부터 그만 두어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 이유는 구조조정을 해야 할 만큼 방만한 경영을 했기 때문이고 비용의 문제를 놓고 보더라도 CEO 한 명의 퇴직은 임원 5 명의 퇴직과 같고, 직원 50명의 퇴직과 같기 때문이다. CEO 한 사람이 직원 50명의 능력에 비해 낫다고 자평할 수 있는 CEO는 과연 누구이고 몇 명이나 있을까? 그렇다고 보면 과연 CEO는 불황을 이유로 구조조정의 칼을 들이대며 직원들을 협박할 자격이 있을까? 그에 대해 성공한 자의 대명사, 카네기의 묘비에 쓰여진 글귀는 멋들어진 대답이 아닐 수 없다.
 
"자기보다 똑똑한 사람을 다룰 줄 알았던 이, 이곳에 잠들다."
 
  데일 카네기는 인간관계 이론에 선구자적인 인물이다. 오늘날 세계적인 처세술의 대가들도 그의 책을 공부하고, 그것을 현실에 맞게 고쳐 활용하고 있는데 1888년에 태어난 그였으니 인간관계 이론에 대해서는 제일 먼저 '선점한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특히 그가 1936년에 쓴 책 『카네기 인간관계론』(원제 : How To Win Friends And Influence People)은 그의 가장 대표적인 저서이고, 카네기의 성공적인 인간관계 원리를 제시해 주고 있다. 그 밖에도 다수의 책들과 강연프로그램 들이 있는데, 그의 책들 중에서 삶의 진리를 알게 하는 에피소드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요약된 것이 나왔다. 최근에 나온 책, [카네기 경전]이다. 
 
 


 
  데일 카네기의 저서는 수많은 출판사에서 서로 다른 이름으로 많이 출간된 바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성경이후에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알려진 카네기의 책을 모두 읽을 수 없는 독자들을 위해 따로 에피소드들만을 모아서 만들었다는데 특징이 있다. 구성은 크게 인간관계론, 자기계발론, 행복론으로 되어 있고 그의 저서 속에 있는 재미난 일화등의 에피소드들을 소개하고 그것을 다시 재해석해 독자로 하여금 교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수록되어 있다.
 
  처음 출간된 지 100년 가까이 되었음에도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저자인 데일 카네기가 인간관계 원리에 대해서는 선구자임을 여실하게 증명하는 말도 되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인간관계'에 대한 원리는 무수한 세월이 지나도 크게 변하는 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아 배워서 온전히 실행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나은 인간관계형성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특히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있듯, 에피소드의 말미에 적혀있는 독자들에게 던지는 시사점은 하나 하나 머리와 가슴 속에 새겨야 할 교훈들로 가득차 있었다.
 
  한 페이지 분량의 재미있는 이야기와 촌철살인의 몇 줄 교훈으로 만들어진 이 책을 읽으면서 90년대 초에 읽었던 '오쇼 라즈니쉬'의 [배꼽]과 비슷한 구성을 하고 있다고 느꼈다. 읽기도 편하고 이해하기도 편해 어디서든 읽기가 쉬웠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550 페이지에 달해 휴대하며 읽기에는 두껍고, 무겁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저서들의 엑기스들을 한 권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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