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 파일 - 트렌드를 읽는 자가 미래를 선점한다!
리처드 왓슨 지음, 김원호 옮김 / 청림출판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내가 상상하지 못한 미래의 트렌드를 재미있게 풀어낸 책!

   지난 2002년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을 맡고,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를 기억하는가? 시간적 배경을 2054년으로 설정하고 있는 이 영화에는 프리크라임Pre-crime이라는 범죄가 일어나기 전 범죄를 예측해 범죄자를 단죄하는 최첨단 치안 시스템이 등장한다. 프리크라임 시스템은 범죄가 일어날 시간과 장소, 범행을 저지를 사람까지 미리 예측해내고, 이를 바탕으로 프리크라임 특수경찰이 미래의 범죄자들을 체포하는 장치다. 

  '가까운 미래를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만약 그럴수만 있다면 내일의 주식상황을 알아내고 오늘 내가 가진 주식을 사고 팔아 대박을 내겠다. 다음 달에 있을 대형참사 지역를 미리 알 수 있다면 경찰에 알려 오늘부터 그곳을 출입금지구역으로 설정해서 원인을 차단해서 시민들을 안전하게 할 수 있겠다. 그럴수만 있다면...이 영화를 보고 한동안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기억에 빠진 적이 있다. 

   여기 미래를 예측한 책이 있다. 미래에 예상되는 시장 트렌드를 토대로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기업과 개인의 이노베이션 방향을 설정하는 것을 주요업무로 하는 미래학자 리처드 왓슨이 정치, 경제, 사회 등 전 분야에 걸쳐 미래 변화를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섬세하게 설명한 책 [퓨쳐파일Future Files]이다.   

 

  "미래는 이미 우리가 사는 이곳에 존재한다. 다만 널리 확산되지 않았을 뿐이다"라고 윌리엄 깁슨William Gibson 이 말한 것 처럼 저자는 미래학자로서 누구보다 세상에 존재하는 트렌드를 많이 살펴볼 수 있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2050년의 미래를 예측하고 있다. 당장 올해의 경제성장 전망치가 궁금한 우리가 2050년의 미래를 내다봄이 SF 영화처럼 터무니없는 상상을 나열한 책은 아닌가? 의문했었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 가운데 일부는 이미 일어난 일에 관한 것이고, 이들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고 그로 인해 미래의 모습이 어떤 식으로 변해 갈 것인지를 말하고 있어  당장 내일이라도 달라질 것 같은 현실감을 지니고 있었다. 미래에 대해 예측 하는 것은 확실히 '위험한 도전'이지만, 정확하게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해서 미래의 상황에 대해 아예 생각하지 않는 것은 이보다 훨씬 더 위험한 일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미래 예측의 키워드를 크게 11가지로 잡았다. 그리고 키워드마다 미래사회를 변화시킬 다섯 가지 주요 트렌드를 싣고 그것을 설명하고 있다. 독자의 입장에서 가장 궁금한 부분이기에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1. 사회와 문화 - 사람들은 목욕을 더 오래 할 것이다.

트렌드 -  세계화, 지역화, 양극화, 불안감, 의미의 추구


2. 과학과 기술 - 미래 사회의 필수요소, 로봇

트렌드 - 나노테크놀로지, 바이오테크놀로지,감정에 반응하는 인공지능, 과학윤리, 로봇


3.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 나만의 공간에서는 내가 바로 슈퍼스타

트렌드 - 주체의 변화, 시간이 부족한 시청자들, 무한히 많은 콘텐츠, UGC, 미디어의 개인화

 
4. 자동차와 교통 - 인공지능 자동차가 미래를 질주한다

트렌드 - 첨단 전자제품으로서의 자동차, 원격 감시 시스템, 운전자 없는 자동차, 환경문제, 대중교통의 일대 혁신


5. 은행과 금융 - 전자화폐를 넘어 가상 화폐의 시대로

트렌드 - 전자화폐, 금융 중개인의 부흥, 부채로 인한 부담, 대출 규제, 은행시장의 개방
 

6. 음식과 음료 - 더 빠르게 혹은 더 느리게

트렌드 - 편리성과 이동성의 추구, 제철 음식-지역 특산음식-슬로푸드, 건강과 쾌락의 동시 추구 - 과거에 대한 향수, 과학과 첨단 기술의 적용


7. 쇼핑 - 편안히 앉아서 손가락으로 쇼핑한다

트렌드 - 초고가상품과 초저가 상품의 양극화, 속도와 편리성, 가구 구조의 변화, 환경보호와 윤리의 추구, 이야기가 있는 상품에 대한 선호
 

8. 건강과 웰빙 - 죽을 때까지 건강한 인생

트렌드 - 인구 노령화, 통신 진료와 통신 치료, 수면과학, 의료관광, 기억 재생과 기억 제거



9. 여행과 업무 출장 - 죄송합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꽉 찼습니다.

트렌드 - 국외 여행의 증가, 기후변화, 자원 고갈, 집에서 쉬다, 시간과 비용

 

10. 비즈니스 - 새로이 전개되는 우뇌형 경제

트렌드 - 노동력부족/이동성 증가/국경의 소멸, 일과 삶의 균형 추구, 첨단화와 자동화, 기업의 사회적 책임, Y세대

 

11. 정부와 정치 - 자국의 이익을 가장 우선시하다 

트렌드 - 도시국가, 신부족주의, 행복에 대한 새로운 정의,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온라인 투표

 

 
  끝으로 앞으로 우리는 어디로 나아가게 될까(12장)에서는 미래 사회에 나타날 가장 중요한 세 가지 트렌드로 첨단 기술의 발달과 인구 구조의 변화, 그리고 지속 가능한 성장의 추구를 꼽고 있다. 저자는 자신을 일러 냉소적인 낙관주의자라며 미래사회가 아무런 문제도 없는 유토피아가 될 거라는 기대는 갖지 않는 것이 좋은데, 이유는 기존의 문제들이 사라진 빈자리는 곧바로 다른 문제들에 의해 채워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필자가 이 책에서 특히 주목한 것은 노령화 인구의 증가, 첨단 (의학)기술의 발달, 물 부족 형상, 기후의 변화 등 이었는데, 앞으로의 미래가 변할수록 그에 대응하는 인간의 현명한 대응도 함께 할 것이다. 하지만 의학의 발달로 모두가 100살이 넘도록 살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보다는 발전하는 기술의 혜택은 소수 즉 부유한 자만이 받게 될 것 같다는 우울한 결론이었다. 오래 살고 봐야 할 노릇이 아니라, 어떻게 해서는 잘 살고 봐야 할 것 같다. 필자의 결론대로라면 결국 물질만능주의자만이 살아남는 미래가 된 단 말인가?
 

  한 치 앞을 모르는 우리가 미래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가올 미래를 알 수 있다면 그에 대비해 오늘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미래를 대비해 현재를 준비한다면 그 전에 알고 있는 미래는 모습이 바뀌고 또 다시 알 수 없는 미래를 맞이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타임머신]이나 [나비효과]등의 영화처럼 과거로 돌아갔을 때 과거의 현실에 변화를 일으키면 현실로 돌아갔을 때 엄청나게 변해버리는 모습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단어의 뜻 그대로 미래未來는 결국 인간은 알 수 없는 영역으로 남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앞으로의 미래는 어떻게 변할까'라는 미래에 대한 질문은 확실히 발전적이다. 대중매체나 언론 그리고 학계가 발표하는 '미래예측'들이 2000년을 맞으면서 '1999년 노스트라다무스의 '지구종말론'은 틀렸다'고 확인한 것처럼 그것이 맞고 틀리는 결과에 깊은 관심을 두기도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머지않아 빙하가 전부 녹아버려 해수면이 높아져서 대륙이 물에 잠기거나, 바다의 담수화와 기후변화로 인해 큰 재앙을 맞이할 것이다'라는 암울한 '미래예측'에 대해 신빙성을 확인하고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예견된 미래의 재앙을 바꾸기 위해 미리 오늘을 준비하고 행동하는 것처럼 미래를 바꾸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우리가 '미래'를 생각하는 것은 오늘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다시 말해  우리가 미래를 내다보며 오늘을 보내는 것은 시대의 종말로 다가서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 책 [퓨처 파일]이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미래예측서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자신이 예측하는 부분들 중에서 긍정적인 미래예측은 그를 향해 추진하고 부정적인 미래예측은 그것을 변화시키기 위해 오늘의 궤도를 수정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래예측서는 항상 옳거나 틀리는 것이다.


  20세기를 마감하면서 나왔던 미래예측서 [클릭, 미래속으로]이후 가장 재미있게 읽은 미래예측서다. 마치 공상과학영화를 보듯 눈에 보일듯 재미있게 설명하는 저자의 위트가 돋보였다. 그리고 그 속에서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사업 아이디어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다양한 직업군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만큼 자신의 업무의 미래를 이 책에서 찾고자 한다면 그 재미와 효용성은 배가 되지 않을까? 현실성 있는 미래의 이야기속에 나의 이야기가 숨어 있었고, 부자되는 법이 숨어 있었다. 무려 450여 페이지가 되는 이 책 쉬이 읽힌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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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속성 승진병법 - 승진, 직장인의 피할 수 없는 승부
박홍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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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기업의 '승진昇進'을 말하다!

  회사 생활에서의 꽃은 '승진'이다. 회사에서의 명예는 직위에서 나오고, 높은 직위는 승진을 통해서 차지할 수 있는 것이며, 직위가 높을수록 많은 보수가 따르니 회사 생활을 하면서 '돈과 명예'를 한번에 얻는 길은 '승진' 밖에 없으니 '꽃'은 확실히 '꽃'인 셈이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승진자리에 몰리는 10배 수 가까이의 후보자들의 90%는 탈락할 것이고, 이러기를 반복한다면 자의반 타의반으로 회사를 물러나야 하니 '승진'은 동전의 양면이요, 날선 칼이 아닐 수 없다.

  취직이나 이직에 성공하지 못한 구직자들은 '취업도 못한 판에 승진 운운할 법인가?' 볼멘 소리를 할 수도 있을테지만, 우리나라 비즈니스맨들이 '승진'에 있어서는 '취업'할 때의 절반 만큼도 관심을 두지 않는 척 하는 것이 현실이라 '승진에 목숨건 사람'들에게 있어서 그 '족보'를 얻기는 쉽지가 않다. 왜냐하면 회사 내에서 '승진'운운 하는 자체가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어서 아래 윗 사람들에게 경계의 대상이 되거나 유언비어의 주인공 혹은 다른 승진 후보자들의 견제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어느 시점이 되어서 몇 년간 자리를 유지한 채 머무르면 후배들에 밀려 퇴출될  수 밖에 없는 기업시스템에서 '승진'은 잔존의 유일한 방법이요, '학연과 지연', '라인과 스텝'이 그물처럼 엮어진 사다리를 얼마나 잘 타고 넘었는가 하는 처세의 결과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년 동안 '승진'에서 좌절한 후 절치부심 끝에 '승진'을 따낸 '승진에 목숨걸었던 사내'가 자신의 경험담을 소설형식으로 꾸민 책이 있다. 

  비주류 윤차장이 부장승진을 앞두고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서 부장을 단 홍보부 강부장을 찾아가 술과 식사를 대접하며 '비법전수'를 받는 내용을 소설형식으로 꾸몄는데, 저자가 우리나라 사람이어서 국내 기업의 승진문화를 엿볼 수 있는 반가운 기회를 제공했다. 박홍진씨가 쓴 [승진병법]이다. '학연, 지연, 혈연, 직장연...제대로 된 줄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비주류 직장인의 치열한 승진 분투기'라는 부제가 흥미를 자극했다.


  이 책은 인사평가서에도 없고, 인사권자도 모르는 이른 바 승진의 13가지 골든룰Golen-Rule를 제시한다. 그 중에서 '승진이란 실력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능력을 키우지 못한다면 회사의 중역들은 당신을 승진시키는 데 주저하게 될 것이다, 인맥관리의 핵심은 사람을 만나 정情을 쌓는 것이다. 인간관계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으면 상대를 만나기도 쉽지 않고, 만난다 해도 자시닝 진짜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한다, 키맨Key-man이란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핵심인물로 직속상사를 말한다. 인맥이 탄탄하지 못할수록 키맨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 웃음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필요할 때 웃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배어 있는 웃음이 더욱 중요하다, 승진을 생각한다면 당분간 가정을 포기하고 사람들과의 교류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가정의 평화가 깨지지 않도록 최소한의 대비책을 만들라,백그라운드라는 칼을 빼들겠다는 마음을 쉽게 가지면 안된다. 만약 더 이상의 방법이 없어 이 칼을 빼들었다면 반드시 성공해야만 한다' 등의 골든룰 등이 주목되었는데, 백그라운드를 언급한 부분에서는 승진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우리 직장인들의 현실 마저 느끼게 했다. 

  저자는 실력과 능력의 차이에 대해서 실력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의 힘이라면, 능력이란 지식을 포함한 모든 힘이라고 말한다. 즉, 사람에게 능력이 있는가를 판단할 때는 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해낼 추진력이 기준이 되는데, 능력 있는 사람은 자신의 친화력과 인맥 등을 동원해 목적을 달성하며 때로는 그 과정에서 실력 있는 사람을 이용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실력'은 능력의 가장 기본이 되는 힘이기에 실력을 키우는 것이 승진에 있어 가장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전공부서와 관련된 서적을 꾸준히 읽어 독보적인 전문지식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한다. 직장생활 10년 정도면 누구든 해당 분야에서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갖게 되는데, 그에 더해 책을 통한 전문지식을 갖춘다면 읽지 않는 자와는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을 두고 '임원 승진을 앞둔 윗동네 사람들 이야기가 아니냐?' 혹은 '승진에 목숨거느니 박차고 나와 장사나 하겠다'고 말하는 직장인 독자가 있을 지 모르겠다. 하지만 자영업을 하는 필자가 이 책을 읽은 이유는 내 주위의 동료들, 즉 내 인맥의 사정을 좀 더 이해하고 그들을 배려하기 위한 인맥관리차원에서 였다. 다시 말해 이백 여페이지 남짓의 작은 책을 읽어 지금보다 내 '상사'의 현실을 이해하고, 그들을 좀 더 배려할 수 있다면 독자들의 사내 인간관계는 더욱 돈독해 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발상의 전환'으로 이 책을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대한민국 직장인이라면 한 번 훑어 볼 가치는 충분하다. 우리 기업의 현실, 특히 승진에 관한 책은 찾아보기 힘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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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더 씨의 실천하는 하루 - 하루하루 실천하는 7가지 위대한 결단! 폰더씨 시리즈 4
앤디 앤드루스 지음, 하윤숙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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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스테디셀러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의 실천편!

   미국인 한 사람이 있다. 직장을 잃은 데다 열두 살짜리 딸아이는 병이 났고, 치료비조차 마련할 수가 없다. 절망 속에서 괴로워하다 큰 교통사고까지 당했다. 죽음으로 가는 시간 여행 속에서 그는 일곱 명의 역사적 인물을 만나게 되었고, 역사 속에서 그들이 선택한 결단을 배우게 된다. 이를 지켜본 미국인은 자신이 지금껏 살아온 인생의 전환점으로 삼고 새로이 태어나게 된다. 미국인의 이름은 폰더 씨다. 지난 2003년 출간되어 선풍적인 화제를 낳았던 책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를 설명한 내용이다. 

   책의 저자인 앤디 앤드루스는 거리의 노숙자로 몰락했다가 우연히 도서관 무료 이용권으로 도서관을 찾게 되었다가 그곳에서 위인들의 이야기만을 찾아 2년 간 2,3백 권의 책을 읽게 되었다.  그는 위인전을 펼치면서 '그들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까?' '어떻게 그리 운이 좋을까?'를 연구한 끝에 자신을 비유한 인물 폰더 씨를 주인공으로 하여 유명한 위인 7명에게서 '개인의 성공을 결정하는 일곱가지 결단'을 얻게 된다. 

   저자는 책임지는 결단, 지혜를 구하는 결단, 행동하는 결단, 확신에 찬 결단, 기쁨 가득한 결단, 연민 가득한 결단, 끈기 있는 결단 의 일곱가지 결단을 설명한 책[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에 이어 일곱가지 결단을 자기 것으로 익히도록 할 수 있도록 그 실천편을 준비했다. 개인 성공 매뉴얼이 되어 독자로 하여금 자신이 원하는 삶에서 높은 성취감을 얻도록 도와주기 위해 만들어진 책 [폰더 씨의 실천하는 하루]이다. 원제는 Mastering the Seven Decisions That Determine Personal Success 이다.
 



   전작이 일곱가지 결단에 대한 지혜를 소개해 줬다면 이 책은 일곱가지 결단이 우리 삶의 모든 면에서 작용하는 원리임을 여러 사례들을 들어 증명하고, 우리가 이를 실천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책이다. 지금까지 소개되어 베스트셀러로 자리잡고 있는 자기계발서 류들이 성공원칙이나 법칙들을 소개한 것에 그치고 있어 '책으로써의 한계'를 보여주었다. 그래서 처음에 자기계발서를 즐겨 읽던 독자들은 어느 정도 지나 '이 책이나 저 책이나 말만 약간 바뀌었을 뿐 같은 내용이다. 그리고 실행에 옮기기가 어렵다'는 불만을 토로했었다.

 하지만 최근에 와서는 그 원칙들을 배운 독자들이 실제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원칙들을 통해 성공한 사례나 또는 실천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실천편'이 쏟아지고 있다. 자기계발서의 키워드는 '실천'인 셈이다. 이 책도 최근의 경향에 발맞추어 나온 것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렇다고 해서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를 읽지 않은 독자들이 전작을 찾아 읽을 필요는 없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폰더씨의 결단 부분을 다시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이 실천편이라는 증거는 여기저기에서 발견된다. 저자가 오프라인에서 하고 있는'일곱 가지 결단 강의'에서 종종 이용하는 실전훈련의 내용을 소개하는가 하면, 실천에 앞서 제일 중요한 이 책을 읽는 법부터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은 기분전환이나 재미를 위한 책이 아니기 때문에 이 책의 정보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공감되는 부분을 되풀이해서 읽고, 형광펜으로 칠하거나 밑줄 등을 그어 나만의 표시를 해서 읽으라고 말한다. 또 별도의 공책이나 다이어리를 이용해 저자가 제시하는 실전훈련을 완벽하게 마무리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실전훈련'은 다른 것이 아니다. 저자가 묻는 질문에 자신의 지금껏 살아온 과거와 생각을 정리하여 그것을 제 3자의 입장에서 다시 검토하고 수정하는 일종의 '자기고백의 과정'을 말한다. 어떻게 보면 독백이고 일기가 되겠지만, 자신을 성찰하는데 그만큼 좋은 일이 없기에 책을 읽음과 동시에 실전훈련을 빠짐없이 참여하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 책 또한 일종의 자기계발서라고는 하지만, 전작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가 소설형식으로 만들어졌던 만큼 이 책에서도 저자의 유려한 문체 덕분에 책읽는 재미와 배움을 끝까지 느낄 수 있었다. 풍부한 사례와 에피소드 그리고 자세한 설명으로 저자는 독자들에게 '당신은 이미 내부에 성공을 품고 있다'고 말한다. 독자 스스로 부정했던 것들을 돌아보고, 망설이거나 두려워하는 것에 담대하게 나아갈 때 즉 '생각한 바 대로 실천할 때'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자신이 성공한 사람이 되는가 그렇지 않은가는 끊임없이 '실천'하고 있는가를 돌아보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덧붙인다.

   필자 역시 5년 전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를 접했을 때 다이어리에 폰더 씨가 품었던 일곱가지 결단을 적고 닮으려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실천의 어려움으로 흐지부지되어 버렸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실전훈련'을 따라 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나의 마음을 다잡아야 할 필요를 느끼는 올해였는데, 좋은 경험이 되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성공을 꿈꾸고 있다면 이 책을 집어드는 것이 가장 빠른 실천이 아닐까? 새해를 맞이하며 새 마음으로 출발하려는 이들에게는 자기성찰을 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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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 세상을 점령하다 - TBWA KOREA가 청바지를 분석하다
TBWA KOREA 지음 / 알마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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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청바지를 입었다고? 그럼 청바지를 읽어봐! 



   가끔이지만 보는 TV라고는 '뉴스'와 'TV, 책을 말하다(즐기던 프로인데,방송이 폐지된 것이 심히 유감이다)', '타큐멘터리 류' 정도인데, 시간이 허락하는대로 시간대를 맞춰 보거나, 인터넷에서 일부러 찾아 보는 프로그램이 하나 있다. EBS의 [지식 e]이다. 비록 5분이지만 충분히 나이를 먹어 모를 것이 있을쏘냐 싶은 '얕은 지식'을 늘 무참하게 깨부셔줘 주는 프로그램이다. 


지식 e - 2005년 9월에 기획․편성된 프로그램으로, 일주일에 세 편씩 방영되며, ‘e’를 키워드로 한 자연(nature), 과학(science), 사회(society), 인물(people) 등 다양한 소재를 다룬다. ‘5분’ 동안 전해지는 강렬한 메시지와 영상은 시청자들에게 당대의 예민한 시사쟁점을 제시함과 동시에 생각할 여지를 준다는 점에서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일종의 TV 형식으로 진화된 백과사전이라고 볼 수 있는데, 단 5분 만에 시대성과 시사성, 그리고 고민해야 할 과제를 제시해 주는 프로그램으로 웬만한 1시간 짜리 프로그램과 비중을 같이한다. 지난 2007년 책으로 출간된 후 지금까지 3편이 책으로 나왔는데, 이 또한 TV물 못지 않게 글과 그림을 잘 조합해 '블로그 형식'으로 엮어 많은 배움과 재미를 안겨주고 있다. 출간된 지 1년 8개월 만에 30만 부를 돌파했다고 하니, 교양서로서 손색없는 책 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 같다. 

   사람들은 점점 똑똑해지고 있고, 똑똑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변하는 세상에 순종하지 않고, 왜 변해가는지, 변한 것이 있으면 무엇이 변했는지 또 앞으로 어떻게 변해 갈 것인지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다. 이러한 니즈needs에 발맞춰 네티즌이 만드는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를 비롯해 국내포털의 지식in, 신지식 등 지식 알고리즘등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처럼 사람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려는 노력 또한 대단하다.그런 발맞춤에 '책'이 동참함은 물론이다.

   2년 전부터 서서히 인구에 회자되던 장소, '신사동 가로수길'에 대한 책이 있었다. [가로수 길이 뭔데 난리야?]라는 책인데, 국내 굴지의 광고회사 TBWA 사람들이 만든 책인데, 새로운 트렌드의 메카로 떠오른 '가로수길'을 재조명하고, 그 속에서 기존 트렌드에서 새로운 변화로의 진화를 보여준 보기드물게 참신하고 놀라운 책이었다. 그 느낌은 '시대를 이끌어가는 트렌들셰터들 답게 만든 책', 딱 그랬다.

   그들이 또 한 권의 책을 만들어냈다. 가로수길을 넘어 이제 전국 아니 전세계 사람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대상에 태클을 걸었다. 바로 블루진, 청바지를 말했다. 소개할 책은 [청바지, 세상을 점령하다]이다. 


 

  이 책은 기획부터가 흥미롭다. TBWA가 새내기 신입사원(TBWA의 ECD의 표현대로라면 그들의 눈빛은 블랙홀이었고, 감수성은 스폰지였단다)들을 뽑아 2008년 4월 4일 강원도의 펜션으로 데리고 가서 OJT(직장내 훈련기록)를 한 결과물이다. 다시 말해 신입사원들이 만든 책이란 거다. 이 사실을 알고 난 후 첫 느낌은 '뭐야? 베테랑들의 소산물이 아니란거야? 그럼 볼 것도 없겠네?'였다면, 이 책을 다 읽고 난 느낌은 'TBWA사람들이 사원을 잘 뽑는군. 인물들이 앞으로 '사고(?)', 제대로 치겠네' 였다. 더욱 대단한 것은 신입사원의 OJT를 가지고 책을 만들어 낼 기획을 한 TBWA의 발상이었다. 생각이 통통 튀는 사람들, 그들은 보면 절로 흥이 난다.

 
인간은 청바지의 서식지다 !
  

  잘못 표현한 것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한 해에 만들어지는 청바지의 수량만으로 전 세계인?, 청바지의 수량은 이미 세계 인구의 그것을 뛰어 넘었다. 이 책의 저자(사원이나, 훈련생이라 표현하는 것이 더 이해가 쉽겠지만)들은 인간을 점령한 청바지를 파고 들었다. 천막 - 실용 - 팍스 아메리카나 - 이념 - 보보스 - 다양화 - JEANNE 이렇게 책을 구성하고 있는 챕터CHAPTER만 보고도 알 수 있듯, 청바지의 원류에서부터 지금까지 의복으로서의 청바지와 이념으로서의 청바지, 그리고 청바지에 대한 사람들의 사랑을 한 권의 책으로 꽉 채웠다. 
 

 



  룁 슈트라우스가 마차를 덮는 덮개나 천막을 위해 만들어 낸 청색의 옷감이 광부들의 작업복 재료가 되었고, 실용성을 더해 프래그머티즘의 대명사로 급부상하면서 팍스 아메리카나의 상징으로 자리잡는다. 그 후로 청바지는 단순한 '옷' 이상을 표현하는 수단이 된다. 바로 '이념의 상징물'이다. 젊음과 끈기의 상징인 동시에 노동자, 히피족, 배드 보이 이지 라이더(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을 대신했고, 우리나라에서는 통기타세대, 386 세대의 상징이 되었다. 나아가 합리적인 부자 보보스와 IT의 메카 실리콘 밸리 사람들의 근무복이 되어 지금도 사랑을 받고 있다. 노트북 하나면 거처를 정할 필요없이 업무가 가능하다 해서 디지털노마드(유목민)족이라 불리는 요즘 세대들이 여전히 청바지를 사랑하는 이유는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의복의 한 종류에 불과한 '청바지'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는 무궁무진했다. 이 책을 통해 룁 슈트라우스가 청바지의 천을 처음 만든 사실을 알게 되었고, 리바이스와 리Lee, 렝글러와 같은 세계적인 청바지 메이커의 탄생소식도 알게 되었다. 나의 러브마크(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제품, 기업의 측면에서는 충성고객)인 리바이스 501의 이름이 어떻게 비롯된 것인지 알게 된 것은 10년 묵은 체증을 풀어주는 것 같은 큰 기쁨이었다. 트루릴리젼, 전지현의 지아나 진, 조이, 빌리, 베키를 구분할 수 있게 된 것도 이 책 덕분이다. 베개만한 딕셔너리나 칠판 앞 선생님께 배우는 것만이 지식이 아니더라.

   크고 작은 형형색색의 활자, 그 바탕엔 온갖 청바지와 역사에 담긴 그림과 사진들. 말 그대로 이 책은 종이로 된 멋진 블로그다. 포털에 이런 블로그가 있다면 하루 조회수가 몇 만은 될 것 같다. 한 해에 수 억, 수십 억짜리 광고를 만들어내는 씽크탱크들이 책을 만들었다는 것은 독자의 입장으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만 원짜리와 천 원 짜리 지폐 한 장씩이면 그들의 생각을 싸 잡아 읽을 수 있다는 데 안반가울 턱 없다. 지식을 날로 먹고 싶은 독자라면, 최소한 지식e를 책을 읽어 봤거나, 청바지를 사랑하는 독자라면 일독을 권하고 싶다. 가장 권하고 싶은 사람은 3년 전 굳이 내키지는 않았지만 하도 유행이라기에 찢어진 구제 청바지를 거액을 들여 샀더니 다음 날 아침 찢어진 틈틈을 미싱으로 죄다 박아 6.25 때 중공군이 입은 누비바지로 만든 바 있는 울 엄니께 권하고 싶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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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해자 1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북스토리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단숨에 세 권을 읽게 하는 오쿠다 히데오식 하드보일드 소설!
 

  우리나라에서는 [코믹 작가]로 잘 알려진 '오쿠다 히데오'. 우리나라에서 그를 알게 된 소설들이 [공중그네]를 비롯한 일련의 코믹소설들로 이루어져 그렇게 생각될 뿐, 일본에서는 하드보일드한 스토리로 인간의 심리를 잘 묘사하기로 알려진 작가다. 갓 스물부터 스물 아홉까지를 이야기한 [스무살 도쿄]가 그렇고,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세 주인공의 스토리가 옴니버스형식으로 엮어진 소설 [최악]은 소설의 진면보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그의 또 다른 소설이 우리나라에 소개되었다.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전개와 눈에 보이는 듯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문체로 세 권을 단 숨에 읽게 하는 매력을 지닌 소설,   [방해자]다. 원제는 邪魔 .
   

 

  어느 날 일본의 작은 시에 위치한 기업에 방화사건이 일어나고, 그 사건을 전후로 주변에서 평범하게 살았던 인물들이 직간접적으로 그 사건에 연류되면서 얽히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이 소설은 서로 다른 사건에 휘말려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세 주인공이 결국 한 사건에서 만나게 되는 전작 최악(最悪)의 사건전개방식에서 좀 더 복잡하고 세밀하게 진화하였다. 최악이 한 스토리를 위한 세 주인공의 결합이었다면, 이 소설에 소개되는 방화사건은 세 명의 스토리를 위한 발단 사건에 불과하다. 세 주인공의 이야기, 그래서 3권, 모두 1,000여 페이지에 이른다.

  열 일곱의 소년 유스케는 요헤이, 히로키와 함께 셋이서 늘 그렇듯 용돈벌이로 '아저씨 사냥'을 하다가 그들의 먹잇감이 '형사'인지도 모르고 접근했다가 동료는 팔이 부러지고, 자신은 턱을 얻어맞는 부상을 입고 도망친다. 그냥 재수없는 날이라 생각했다.

  직장을 다니는 남편과 두 아이를 두고 파트타임으로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주부 쿄코는 남편이 다니던 회사에서 일어난 방화사건으로 인해 두 손에 화상을 입고 입원하자 혼란에 빠진다. 한편 그녀에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를 계기로 본점의 아르바이트원인 고무라와 인권변호사인 오기와라와 함께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을 위해 할인마트와의 투쟁을 시작하게 된다. 사건에 연류된 남편에게 보이는 수상함과 근무하는 할인마트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대해 민감해지지만 애써 무시하려고 노력한다.

  7년 전 교통사고로 임신한 아내를 잃은 형사 구노는 동료형사 하나무라의 부정한 행실을 추적중이다. 잠복중에 '아저씨 사냥'에 찍혀 불량소년 셋을 혼내주지만, 별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악질형사 하나무라는 소년들을 회유해 형사의 폭행에 대해 '피해신고'를 하게 해 위기에 점점 빠지게 된다. 

처음엔 아주 작았던 사건이 점점 커져서는 '모래귀신'처럼 깊은 암흑 속으로 빨려들고 마는 세 주인공, 그들은 사건의 본질을 발견했을 때는 이를 대처하기에는 너무나 나약하고 힘없는 존재에 불과했다. 부정으로 얼룩진 기업의 뒷모습, 그리고 암흑과 결탁한 경찰 수뇌부, 노동인권을 빌미로 기업후원을 얻어내는 NGO들의 황동등 일본사회의 어두운 면들을 소개하고 그 속에 끼인 작은 소시민들의 절망감을 스토리로 엮고 잘 접목시켜 독자로 하여금 동질감과 많은 시사점을 남기는 소설이다. 

 오쿠다 히데오 소설의 강점은 역시 심리묘사다. 우리나라의 추리소설가 김성종이 심리학자 못지 않게 인간 성향의 양면을 섬뜩하게 잘 묘사하고 있다면, 오쿠다 히데오는 다면적인 인간의 심리를 때로는 섬세하게, 때로는 해학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전작 [최악] 때와 마찬가지로 나이와 성별이 서로 다른 주인공들의 감정들을 제 캐릭터에 정확히 들어맞게 잘 표현되어 놀라웠다. 특히 가정은 방화범의 가족으로 몰리고, 자신 또한 기업인을 괴롭히는 공산당으로 몰리는 상황에서 사력을 다해 두 아이와 가정의 행복을 지키려는 쿄코의 불안한 여성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어 이 소설이 남성 작가가 쓴 글인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소설의 제목은 邪魔사마, 일본어로는 '쟈마'라고 한다. 불가에서는 몸과 마음을 괴롭혀 수행(修行)을 방해(妨害)하는 악마(惡魔)라는 뜻인데, 일본에서는 '귀찮은 것, 벌레'라는 뜻이기도 하다. '단체 속의 나'를 강조하는 일본사회이기에 어느 나라보다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겪고 있는 일본인들이 가장 치욕스럽게 생각하는 단어이면서도, 상대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말이기도 한 단어다.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쟈마邪魔 였다. 대大를 위해서라면 희생해도 좋을, 당연히 희생을 해야 하는 소小, 개인들. 평범했던 그들이 손댈 수 없는 만큼의 큰 사건 속 중심이 된 이유는 그들의 뒤에 존재하는 세력들의 발전을 위해 '정치政治'수단으로 이용되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정체성을 좌우하는 선악의 가름은 체제의 존립 앞에서는 애매모호해진다. 아니 체제 존립을 위해서라면 어떤 선택이든 '선'이 되는지도 모른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억세게 운이 나쁜 특정한 인물이 아니라, 이 글을 읽는 독자들 모두였다. 정권에 따라 좌우익으로 나뉘고, 보고자 하는 시선에 따라 때로는 숨은 천사가 되고, 의도된 쇼로 보여지는 세상에 사라고 있는 우리들 모두는 체제 속의 쟈마邪魔 인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우리는 누군가에게는 '방해자'인 것인다. 

  모든 것을 떨쳐 버리고 홀로 된 세상을 살기 위해 자전거로 도피하는 쿄코에게 길에서 우연히 만난 할머니는 이렇게 말한다. "젊을 때는 자신만 위해서 살면 돼." 앞으로 자신을 찾아올 대부분의 것들은 현기증을 일으킬 정도로 어지러운 고독과 자유일거라 생각하며 쿄코는 고독과 자유의 두려움을 안고 제 길을 떠난다. 캄캄한 미래, 하지만 저자는 안경 낀 형사 이노우에의 입을 빌어 비록 전부 조건부겠지만, 인간에게 미래가 있는 한 무조건 행복한거라고 말한다. 체제 속의 나의 행복은 신기루 일 뿐, 두렵지만 고독하고 자유로움 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을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내가 느끼는 행복과 불행은 온전히 스스로 판단한 것일까? 혹시 남이 그렇게 여겨서 또는 남과 비교해서 그렇게 여기는 것은 아닐까? 스스로 '방해자邪魔'라 부르지 않는 것처럼 내 행복과 불행은 남에 의해 만들어지고, 평가되는 것은 아닐까 고민하게 했다. 한 번 잡으면 끝을 봐야 할 만큼 흡인력이 강한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이번에도 그의 필력은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최악]을 필두로 이 소설을 통해 '코믹작가'라는 오명을 벗기고, 그에 대한 새로운 평가가 요구된다. 이러한 평가 또한 그에게는 방해자邪魔가 될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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