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합리성의 심리학 - 왜 인간은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반복하는가
스튜어트 서덜랜드 지음, 이세진 옮김 / 교양인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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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인간의 비합리성, 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알려주는 책!
 
  나는 요즘 주류경제학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행동경제학에 푹 빠져있다. 독자들도 잘 아는 바와 같이 '경제학 콘서트'를 필두로 한 요즘의 경제학 책들은 거의 '행동경제학'을 말하는 책이라고 보면 된다. 시대를 풍미해서 20여 년 전까지 주류경제학은 '전제'라는 울타리 속에서 세상의 경제학을 논했었다. 합리적인 인간 즉, 호모 이코노미쿠스는 다양한 재화에 일련의 선호도를 지녔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인간으로 묘사되었다. 하지만 이 전제가 현실과는 많은 차이를 낳았고, 따라서 그 전제 속에 있는 인간의 경제법칙은 현실을 등진 학문적 경제학으로 남아 세인들의 비난을 받았다.
 
 현실의 인간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값을 치룰 수 있고, 사업가는 이윤이 큰 제품만을 생산하려 하고, 소비자는 제 구미에 맞는 제품만을 구입한다. 합리적인 생산과 소비를 한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못함을 꼬집은 '행동경제학'은 지금껏 주류경제학에서 찾지 못했던 나의 판단오류를 짚어주었다. 마치 점집에 앉아 점을 보듯 콕콕 짚어주는 일련의 책들은 내게 알아가는 재미를 선사했다. 하지만 그 책들 또한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다. "도대체 왜 인간은 실수를 하는 것인가?"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스스로에게 속는 오류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에 대한 원인과 해답, 그리고 예방책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내가 품고 있는 의문에 대해 속시원히 말해주는 책을 만났다. 저명한 심리학자 스튜어트 서덜랜드의 [비합리성의 심리학]이 그것이다.
 
  이 책은 앞서 말한 행동경제학의 책들처럼 인간이 겪는 판단의 오류들의 사례를 답습한다. 하지만 우리가 겪는 판단의 오류에 대한 원인과 해답, 또 예방책을 더해준다는 데서 차별성을 갖는다. “불행히도 사람들은 좀 더 이성적으로 행동하려고 할 때 오히려 완전히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행동한다.” 저자 서덜랜드는 이렇게 대답하며 정말 우리는 합리적인가를 살피고, 또 과연 합리성이란 말을 이해하는가? 하는 원론적 접근에 까지 도달한다. 저자는 강렬한 감정이 일어나거나 극적인 것, 구체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드는 이러한 가용성은 이미 머릿속에 각인된 이미지나 틀이 만드는 것으로 첫인상 효과 오류나 후광 효과, 악마 효과까지도 불러일으킨다며 그에 대해 아무리 인상적이라더라도 한 가지 사례만을 판단하거나 결정의 토대로 삼지 말라고 경고한다. 무언가에 복종하기 전에 생각하고, 명령이 정당한가 반문하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보통 물질적인 보상만이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유인책이라고 판단하여 각종 성과급과 특별수당, 상금 등을 지급하고 있지만,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건 어른들을 대상으로 하건 이들에게 의욕을 불러일으키려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칭찬 한마디’ 해주는 것이라고 말하고 말하기도 한다.
 
  이 밖에도 잘못된 인상,집단의 안과 밖,조직의 어리석음, 잘못된 일관성, 보상과 처벌,
욕구와 정서, 증거 무시, 증거 왜곡, 잘못 관계 짓기등 21가지 인간의 비합리성의 사례들,
즉 의사들은 환자들의 병을 오진하고, 장군들은 멍청한 전투 계획을 고집한다. 관객들은 영화가 지루해 죽겠는데도 끝까지 자리를 지킨다. 공무원들은 나태와 이기심을 조장하는 비합리적 시스템에 젖어 공금을 아무렇게나 운용한다. 왜 사람들은 타인에게 엄청난 해를 끼치는 잘못된 결정을 되풀이하는 걸까? 등의 사례를 들어 재미있고, 익살스러운 설명으로 파헤친다. 우리가 범하고 있는 비합리적 판단, 선택, 행동들이 너무나 널리 퍼져 있음을 알게 되고 저자가 펼치는 갖가지 심리 실험과 명쾌한 해설을 통해 얼마나 비합리적으로 살고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사례마다 내가 판단하는 상식적 믿음은 어김없이 깨져 버려 당황스럽게까지 만들었다. 알찬 내용, 궁금증을 풀어주는 해답을 담고 있음에도 이 책은 기존의 책에 비해 어렵게 구술되고, 지대한 인내심을 요할 만큼 집중해서 읽기가 힘들었다. 앞의 책에 길들여진 탓일까, 이 또한 잘못된 판단은 아닐지 의심스럽다. 많은 사례와 그에 걸맞는 명쾌한 해답을 던져주는 멋진 심리학 책인 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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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비오따쓰 - 세상을 다시 창조하는 마을
앨런 와이즈먼 지음, 황대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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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Walden이 혼자였다면, 가비오따스Gaviotas는 공동체다!
 
 인간들이 꿈꾸는 유토피아, 아니 토피아가 '콜롬비아'에 있다는 난생 처음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이 책을 읽어서였다. 콜롬비아 동쪽의 황량한 초원지대에 생태공동체 '가비오따스'는 30년이 넘도록 날로 번창하고 있다. 환경공해와 자원고갈로 '환경과의 전쟁', '자원전쟁'이 21세기 인류 최대의 화두로 떠오르는 지금, "진정한 위기는 자원 부족이 아니라 상상력의 부족이다"라고 말하는 가비오따스 설립자 파올로 루가리는 '가비오따스'를 통해 자연과 더불어 사는 인간의 나아갈 바를 제시하고 있다.
 
  '목좁은 병 속에 든 바나나를 잡고 있는 원숭이'처럼 이대로는 안된다고 변화는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도 현재 소유하고 있는 헤게모니를 놓칠 수 없어 스스로 망가져가고 있는 인류에게 있어 생태공동체 '가비오따스'는 충분히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해준다. 특히 '가비오따스'가 아이러니컬하게도 마약과 내전으로 얼룩진 나라 콜롬비아에 정착해 왔다는 것으로 세계 어느 곳이든 '제 2의 가비오따스'가 생겨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그보다 더 훌륭한 시설과 규모를 자랑하는 곳도 있겠지만 생태공동체 운동이라는 의식의 변화 즉, 먹지 않으면 먹힌다는 고착화되어 버린 경쟁적 사회관에서 사회성원 모두가 동등한 자기존재를 실현해가며 돕는 협동적 세계관의 전환이 가능함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과연 정말 그것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하는 눈으로 보고 느끼지 못하면 믿을 수 없는 나의 성격을 자극한다. '정말 이런 곳이 있단 말인가?' 무엇보다 원주민들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이주민과 전문가들이 함께 어울려 지낸다는 것은 나로써는 정말 믿을 수 없는 소설같은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
 
  서구근대화에 실망한 한 무리의 이상주의자들이 가장 척박하고 불안한 곳, 콜롬비아의 초원지대에 건설한 계획공동체 '가비오따스'는 그 능력은 아직 미흡하지만 석탄자원을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를 개발해내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오염된 지구를 버리고 새로운 별을 찾아 정착하려는 선진국의 이른 바 '별들의 전쟁'에 천문학적인 숫자의 자원와 인력을 투자하기에 앞서 지구를 다시 살려내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책을 읽는 내내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월든Walden]이 생각났다. 문명사회를 통렬하게 비판하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 소박하고 검소한 삶만이 인간에게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소로우의 사상을 아름다운 문장에 담은 이 작품은 현대인들에게 깊은 깨우침과 위안을 주었던 그 책은 자연인으로서의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할 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어줬다. 하지만 그는 홀로 살지 않았던가?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 스스로의 '무인도'를 만들어 '로빈슨 크로우소'가 되기를 자처했던 것은 둘 이상의 인간이 모이게 되면 생겨나는 계급주의와 경쟁, 그로 인해 질시와 안목이 생겨 급기야는 함께 살면서도 서로를 두려워해서 결국은 '혼자'가 되어버리는 것이 인간세상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사람들이 성공적이라고 칭찬하고 그렇게 생각하는 삶은 단 한 종류 뿐이다. 우리는 왜 다른 모든 것들을 희생하면서 고작 한 가지만을 과대평가하는가?"라며 자신의 인생을 오로지 자신의 뜻대로 살아보기 위해 외로이 숲으로 들어간 소로우를 보면서 궁극적으로 인간의 삶은 '혼자'인가 하는 알 수 없는 외로움을 느꼈었다. 하지만 생태공동체 '가비오따스'를 보면서 공동체 사람 모두가 소로우면서 이들은 함께 살고 있음에 안도한다. 그리고 나 또한 그 공동체에 합류하고 싶다는 희망을 안게 되었다. 특히 [인간 없는 세상]으로 미국 최고의 과학 저술상에 빛나는 앨런 와이지먼의 손끝으로 펼쳐진 책이어서 '가비오따스'가 한층 더 생생하고 친밀하게 읽혔는지 모르겠다. 그의 저널리즘 정신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싶다. 버릴 수 있기에 얻을 수 있다는 숭고한 진리를 다시 깨닫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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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세 끼가 내 몸을 망친다
이시하라 유미 지음, 황미숙 옮김 / 살림Life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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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몸도 마음도 편해지는 식사법, 소식小食을 알린 책!
 
  "뭘 좋아하세요?" 30대 초반까지 가장 난감해 하던 질문이다. 터지도록 배가 부르지 않다면 뭐든 먹는 것은 다 좋은 식성을 가지고 있어 웬만해서는 음식을 거절하지 못한다. 타고난 식성食性 과 '없어서 못먹고, 안줘서 못먹었던' 경험으로 키워진 후천적 식탐食貪 덕분에 남의 집을 가면 '남자답게 먹는다 혹은 복스럽게 먹는다'는 말을 듣고 살았다. 밥상 앞에 앉았을 때 듣는 그 칭찬에 더욱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되도록 가리지 않고 먹었고 되도록 배가 부르도록 먹어 '뭘 좋아하냐' 물으면 '못먹는 것 빼고 다 좋아한다'고 선문답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까다로워 진다고 스스로 느낀다.  "음식은 곧 사람이다."라고 어떤 음식을 먹는가를 살피면 그 사람이 보인다는 말이 있듯 건강을 생각하게 되면서 '비싸고 좋은 것을 먹기' 보다는 '제대로 만들어진 음식'을 찾게 되었다. 그리고 '삼신할미는 사람을 세상에 내보낼 때 제 밥그릇 숫자를 정해주는데, 한 끼라도 적게 먹으면 그만큼 명命을 줄여서 다시 부른다' 는 우리 할머니의 섬뜩한 가르침을 깨닫게 되면서 되도록 '제 때에 잘 먹으려' 노력하고 있었다.  음식은 몸을 움직여야 할 남은 시간을 위해 배를 불려야 하는 '연료보충'의 의미도 있지만 맛을 느끼고 행복을 느끼는 '욕구충족'의 의미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먹는 양을 반으로 줄이면, 누구나 100세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말하는 책, [하루 세 끼가 내 몸을 망친다]이다.
 
  우리 아버지 시절만 해도 "식사 하셨습니까?"고 인사를 할 정도로 끼니를 걱정하며 살아가던 때에는 '삼 시 세 끼 잘 먹는 것'이 최고였다. 지금도 잘 먹고, 맛있게 먹는 것이 미덕으로 여기고, '밥 잘 먹게 생겼다'는 외모 또한 후덕함을 대변하는 우리에게 '하루 세 끼는 많다'고 이야기하는 이 책의 제목은 뜨악하게 만든다. 의학박사인 저자 이시하라 유미씨는 식사를 통한 자연치유요법을 연구했고, 여기에 한방지식을 결합해 독자적인 소식 건강법을 개발했는데, 일본에서는 꽤 많은 반향을 일으켰다고 한다. 우리보다 적게 먹는 듯한 일본인들에게는 쉬울지 몰라도, 쌀 많이 먹는 우리나라 사람들 특히 내게는 꽤 곤혹스러운 식사법일 것 같다는 예감으로 책을 펼쳤다.
 
  저자는 6,000년 전 만든 이집트 피라미드의 비문의 글 "사람은 먹는 양의 1/4로 산다. 나머지 3/4은 의사를 배부르게 한다"는 말을 빌어 '병은 과식에서 온다'며 '하루 두 끼' 또는 '하루 한 끼'만 먹는 '초소식'이 사람을 건강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그가 제시하는 '이시하라 식단'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아침에는 당근+사과주스 한두 잔, 점심에는 국수, 저녁에는 뭐든지 먹어도 된다는 것이다. 제대로 실천된다 싶어 하루 한 끼만 먹고도 생활할 수 있을 것 같으면, 점심을 아침식사처럼 '당근+사과주스'나 생강홍차'로 바꾸고, 도중에 공복감이나 저혈당증상(가슴이 두근거리고 초조함, 현기증, 손 떨림 등이 나타나는 증상)이 있으면 초콜릿, 사탕, 흑설탕을 넣은 생강홍차를 먹으면 좋다는 것이다. 과연 정말 그정도만 먹고 살 수는 있는 것인가 의문스럽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우리가 느끼는 공복감은 배(=위)가 '텅 빈' 상태라서 느끼는 증상이 아니라 혈당이 낮아졌을 때 뇌의 공복중추가 느끼는 감각이어서 한 끼라도 굶으면 큰일 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굶으면 몸을 해친다고 경고하는 의학자와 영양학자도 있지만 그것은 단순한 감정론일 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다시 말해 시장기는 속이면 된다는 것이리라. 인간의 몸은 공복에 익숙하며, 오히려 포만에는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메타볼릭 신드롬(대사 증후군)이나 면역력 저하 등에서 오는 알레르기, 자기면역질환, 암 등의 현상에 시달리게 된다는 것이다.
 
  성인병이나 암예방을 위해 특히 장수하기 위해서는 '소식'을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아는 사실이다. 게다가 양적으로, 시간적으로 불규칙한 식사는 건강을 해치는 가장 좋지 않은 식사법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로빈슨 크로스처럼 혼자서 살지 않는 이상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업무에 치고, 사람에 치여 내 뜻대로 식사를 하기는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식도락' 즉, 먹는 즐거움을 즐기는 것조차 스스로에게 허용하지 않는다면 생활이 참 슬플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알면서 안하는 것만큼 바보스러움은 없다'지만 어쩔텐가? 그게 나인데. 몸에 영양이 넘치면 세균을 죽이는 백혈구마저 배불러 더 이상 세균을 먹으려 하지 않는다는 저자의 경고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글쎄, 소식하면 정말 건강할 수 있는거야? 내가 지킬 수 있을까?' 의심을 거듭하게 된다.
 
  저자는 책에서 자신이 개발한 '이시하라 식단'의 놀라운 효능과 사례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우선 자신이 그 식단으로 지금껏 건강을 유지하고 있고, 자신의 클리닉을 찾아온 많은 환자들의 편지나 후일담을 소개하며 '이시하라 식단'의 효과를 증명하고 있다. 책을 덮은 후 '옛날에 비해 현대인은 너무나 많은 열량의 음식물을 섭취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움직이는 것에 비하면 먹어도 너무 많이 먹는 것은 사실이다. 
 
  아침겸 점심과 저녁으로 하루 두 끼를 먹기는 하지만 의도적이라기 보다는 바쁘고, 귀찮아서 먹고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몰라도 먹지 않는 한끼에 대한 보상을 얻으려는 듯 두 끼를 다소 많이 먹는 편이었는데, 줄여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한다. 대신 아침은 저자가 권하는 당근+사과주스를 만들어서 먹어봐야겠다. 그래도 여전히 점심으로 국수를 먹는다는 건 나로써는 지속하기 힘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점차적으로 개선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은 '다이어트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는 참 좋을 것 같다. 식사량을 줄이는 것은 '참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그렇게 먹어야 건강해지고, 날씬해지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기 때문이다. 저자가 밝히 '이시하라 식단'의 효과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 했던 것은 '체중감소로 인한 성인병 치료'였던 것을 보면 '과체중과 비만'은 현대인에게 있어서 '무서운 병'인 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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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개의 별을 요리하다
에드워드 권 지음 / 북하우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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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접시에 담을 줄 아는 요리사, 에드워드 권의 이야기!
 
  지난 해 여름 끝 무렵, 어느 공영방송에서 '글로벌 한국인' 비슷한 이름의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중동의 두바이에 있는 '페어몬트 호텔'에서 수석총괄조리장으로 근무하는 요리사 권영민를 주인공으로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의 성격이 외국에서 성공한 한국인을 조명한 것이어서 지긋한 나이의 주인공이 나와 처음 외국에 와서 무척 많은 고생과 수고를 했는데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것에는 '한국인 만의 끈기와 신념'이 있었다...운운 했던 것과는 달리 젊은 청년이 나와 말보다는 행동으로 전 세계에서 모인 수십 수백의 요리사들의 앞에서 진두지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곧 이렇게 생각했다. '혹시 교포 아냐? 그렇지 않고 저렇게 성공할 수 있겠어?' 어쩔 수 없는 이인자 정신, 맞다 부끄럽지만 그렇게 생각했었다.
 
  올해 봄에 음식재료 광고에 그의 이름이 거론되더니, 곧 책이 나왔다. 일곱 개의 별, 칠성급 호텔 버즈 알 아랍을 칭하는 말, 그곳으로 스카운된 모양이다. 그렇다면 제대로 일을 냈다는 말인데, 그의 책을 들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어제 에드워드 권, 권영민의 책 [일곱 개의 별을 요리하다]를 만났다.
 

















 

 
 









 
 

 
 



  한 사람의 성공스토리를 책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다. 관심이 있었던 분야에 대해서는 깊이를 더할 수 있는 기회, 그리고 정진하는데 동기부여를 제공하는 롤 모델로 삼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고 즐거운 일이고, 책을 통해 처음으로 관심을 갖게 되는 경우는 예전에는 알지 못했던 세계를 소위 말하는 '진정한 프로'로부터 제대로 알게 된다는 점에서 신선한 즐거움을 준다. 이 책이 그런 즐거움을 마음껏 선사했다. 에드워드 권은 이 책을 통해 요리사로서 걸어온 20년이 채 되지 않는 길을 모두 보여주고 있다. 
 
  여느 성공스토리와 다른 점은 '천부적인 소질'를 자찬하거나, 자신의 힘들었던 역사를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모든 과정을 '기꺼이' 즐기고 있는 점이 꽤 인상적이었다. 그의 성공요인은 긍정적이고, 부지런하며, 변함없이 꾸준히 제 갈 길을 걸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컸다. 그리고 지금도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써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음식재료의 참맛을 알기 위해 매일 같은 시간에 100그램씩을 한 달간 먹어보고, 그 다음엔 조금 다른 시간대에 기름에 볶아서 먹어본다면, 또 불 조절과 조리시간을 달리 한다면 그 음식의 참맛을 이해하는 좋은 방법이고, '접시에 담아야 할 것은 맛깔나는 요리가 아니라 마음'이라는 저자의 말은 제 직업에 대한 궤를 뚫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음식을 맛있게 먹고 손님이 '잘 먹었습니다' 하고 인사를 하는 것은 단순히 배를 충분히 채웠다거나 맛있게 먹었다거나 하는 의미가 아니라 '좋은 경험을 하고 갑니다'라는 뜻이며 요리사는 손님들에게 좋은 경험을 선사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곳이 아니라 집과 일터와 더불어 문화를 제공하는 제 3의 공간을 제공하는 곳을 만들고 싶다'던 스타벅스의 창업자 하워드 슐츠의 말이 떠올랐다. '식문화食文化'의 진정한 정의는 바로 이게 아닐까?
 
 






























 
  모르는 식재료를 알기 위해 매일처럼 시장에 가서 직접 먹어보고, 모르는 음식을 알기 위해 틈만 나면 서점을 들러 요리책을 읽었으며 현재도 700 여 권의 요리책을 소장하고 있다는 것, 외국에서 비교적 쉽게 알아 듣고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이렇게 많은 요리책 덕분이었는데, 관심있는 분야를 톨한 외국어 습득만큼 외국어 향상의 지름길은 없다는 그의 조언등은 후학들이 벤치마킹을 하는데 더 없이 좋은 내용이었다. 그는 자신의 실력을 자랑하지도, 그리고 자신의 스승과 동료들의 실력도 자랑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요리사로서의 마음자세와 프로페셔널리즘에 대해서는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요리가 아닌 마음을 담는 요리사이기에 그들의 마음을 닮으려 했던 점은 아닐까 싶었다.
 
  단순히 요리를 잘하는 셰프chef 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문화를 창출하는 예술가가 되고 싶고, 한국음식을 기본으로 한 미슐랭 레스토랑도 만들고 싶고, 세계최고 수준의 요리학교를 한국에 세워 후배양성을 하고 싶다는 바람에서 그가 늘 추구하는 '경영학의 성과관리기법'에 있는 도전적 목표stretch goal을 느낄 수 있다. 그가 바라는 것 모두를 이루게 될 지 그 중 하나를 이룰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천성 요리사이다. 박사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평생 배우고 노력하고 연구하는 요리사, 그것이 그의 길처럼 보였다. 생생한 요리현장과 그의 요리세계를 보여주는 듯한 화보와 작가 못지 않은 글솜씨, 편집이 하나가 된 멋진 책이었다. 에드워드 권을 만나고 그의 요리를 먹는 것. 오늘 추가된 107 번 째 버킷리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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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데지그난스, 세상을 디자인하라
지상현 지음 / 프레시안북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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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미 호모 데지그난스Homo Designans 입니다!
 
  난 디자인을 모른다. 하지만 눈을 네 개씩(?)이나 달고 있어 '좋은 모습'을 감지할 수 있고, 감탄하며 호들갑 떨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 디자인이 얼마나 중요한 지는 안다. 세상은 변해 제품이 생산되는 족족 팔려나가는 생산자 주도의 시대는 이미 지나 버렸고, 팔색조같이 수시로 변하는 소비자들의 취향을 아우를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내야만 소위 대박을 내는 소비자주도의 시대로 바뀌었다. 그리고 디지털이 세상을 움직이는 첨단과학 시대임해 반해 인류는 '내 마음을 움직여 보라' 며 감성을 자극하는 무엇을 요구하며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다가가고 있다. 보고, 느끼고, 만지며 체험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실용'을 넘어 '감성'을 터치하기를 소비자들은 바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감각적 요구를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디자인Design이고, 오늘날을 '디자인이 이끄는 시대'라고 말하는 이유이다. 21세기는 디자인을 떼어 놓고는 비즈니스를 말할 수 없다. 디자인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디자인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내가 이 책 [호모 데지그난스, 세상을 디자인하라]를 펼쳐든 이유는 여기에 있다.
 
 


 
  현재 미디어디자인 학부의 교수로 있으며 디자인과 심리학을 병행한 저자 지상현 교수는 매체마다 디자인 관련 글을 싣는 것이 유행이 될 만큼 디자인에 대한 관심은 늘었지만, 반면 내용이나 깊이 면에서는 10여 년 전이나 다름없이 각론은 없고 총론만 반복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래서 디자인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을 높이고 디자인계의 역량을 강화할 필요를 느끼고, 디자인을 사물의 외양을 다루는 협의의 분야로 간주하지 않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중요한 수단이자 인간과 사회를 읽는 프리즘으로서 주목하고자 이 책을 냈다. 저자는 '디자인하는 인간'을 들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호모 데지그난스 homo designans' : 인간이란 디자인하는 존재라는 뜻.
국내에 몇 안되는 라틴어 전공자의 자문을 거쳐 탄생한 말. 디자인이 가가 사물이 갖고 있는 문화적, 경제적, 기술적 맥락을 찾아내는 일이며, 이는 디자이너의 힘만으로는 결코 이룰 수 없다는 점, 그리고 이런 의미에서는 디자인을 이미 우리 모두가 가조 있음을 표현하는 말.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제품이든, 작품이든, 공간이든 유형의 무엇이 만들어졌을 때 인간이 보고 느끼고, 체험하며 열광할 수 있다는 것은 자신들은 만들어내지 못했지만 이들을 감지할 감각들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이미 그림을 그리고 생각으로 상상하며 인지하고 있었던 터라 디자이너들에 의해 탄생되었을 때 기꺼이 감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볼 때 '호모 데지그난스'라는 저자의 새로운 인류학명에 공감할 수 있었다. 저자는 디자인design을 '인간과 사회를 읽는 프리즘'이라고 설명하며 세상을 그리는 디자인의 세계를 보고자 하였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디자인을 네 가지의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하였다.
우선 디자인을 창조하는 디자이너는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타인(세상사람)의 취향을 읽어냄으로써 그들이 바라는 디자인을 만들어 낼 수 있다(디자인, 타인의 취향을 읽는 코드)고 보았다.
 
"디자인은 마치 바둑이나 장기 같다. 겉으로 드러난 행마의 움직임 뒤에 치열한 수싸움이 있듯이, 예쁘기만 해 보이는 디자인의 이면에도 소비자의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리려는 각별한 노력이 숨어 있다. 매우 아름답고 독창적이지만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디자인이 많다. 이는 소비자의 마음을 건드려야 하는 수싸움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소비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보기 좋은 떡'이기에 '맛도 좋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맛도 좋아야' 소비자에게서 사랑받을 수 있음을 말한다. 이것은 눈에 보이는 외형만이 디자인이 아니라, 그 내부에 남겨진 진실이 모습과 일치해야만 '최고의 디자인'이 될 수 있음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디자인을 위해 접합부에 나사구멍을 없애서 고장시 수리를 대신해 교환해주는 A/S방식을 채택한 아이팟을 보면 그들이 얼마나 디자인을 위해 공을 들였는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전세계의 소비자들이 후발주자인 아이팟에 열광할 수 있었던 것은 외형의 디자인 뿐 아니라 터치스크린 운영방식이라는 지금껏 없던 촉각적 경험과 iTunes 라는 아이팟만의 음악제공 플랫폼이 소프트웨어로 제공되어 함께 어울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시선을 소비자로 옮겼다. 브랜드에 매혹되고, 문화적 아이콘을 만들어내고, 편리하되 가치있고, 아름답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은 디자인을 낳고, 그것을 가지려고 하는 소유욕은 소비를 낳는다(나는 욕망한다, 고로 디자인을 소비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시장에서 특정 제품군 혹은 계층을 대표하는 상품이자 동시에 베스트셀러를 넘어서는 문화로 확장되는 제품을 '아이콘icon' 이라고 부르는데, 할리 데이비슨이라는 오토바이가 명품 브랜드를 넘어서 로드road 문화를 만들어낸 예를 들 수 있다. 소비자들은 말을 타고 초원을 누볐던 선조들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켜 할리 데이비슨을 통해 '현대판 카우보이'로 거듭난 문화라고 볼 수 있다.
 
  디자이너들은 이처럼 소비자들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을 캐치할 수 있고,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인 남다른 감수성, EQ Emotional Quoitent 가 요구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두 번째 장에서는 인간의 무한하고 알 수 없는 욕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저마다 다른 취향때문에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디자이너가 갖추어야 할 요소들을 설명한다. 제품 뿐 아니라, 공간 그리고 환경에까지 미치는 디자인의 영역을 살펴보면서 디자인이라는 한 단어가 지니고 있는 범위와 쓰임에 놀라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훌륭한 디자이너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는 이유도 다른 데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황금비의 미학, 균형의 미학, 색채의 미학, 총체성의 미학, 그리고 견딤의 미학을 말했던 세 번째 장 디자인의 원리, 세상을 읽는 미학은 디자인의 각론을 이야기하였고, 마지막 장 세상을 향한 통로, 디자인의 안과 밖은 디자인사를 필두로 첨단과학과 결합한 디자인 과학과 미래를 이야기 하였다. 디자인의 중요성은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도 '디자인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시원하게 대답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디자인의 존재이유와 그 범위 그리고 오늘날 우리나라 디자이너로서 가져야 할 마인드에 대해 엿볼 수 있었다. 예전에는 순수하게 외형의 디자인을 즐기고 체감했다면, 이젠 그 속에 숨은 수많은 생각과 디자이너들의 노력을 들여다 봐야겠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멋들어진 디자인에 대해서는 아낌없는 찬사와 감탄을 던지는 일임을 느끼게 했다.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보다 넓은 디자인의 세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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