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면 달라진다 Morning Question - 질문과 성장의 심리학
이민규 지음 / 끌리는책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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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오늘, 잘 살고 있습니까?

 

천재 아인슈타인은 말년에 많은 시간을 연구실에서 보냈다. 그는 양손을 등 뒤로 맞잡고 알 수 없는 소리를 중얼거리며 돌아다니곤 했는데, 괴기한 모습에 동료들은 그런 아인슈타인을 몹시 걱정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동료가 용기를 내어 아인슈타인이 그러는 이유를 찾기 위해 조용히 다가가서 아인슈타인이 뭐라고 중얼거리는지 엿들었다.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중얼거렸다. 

 

“제대로 된 질문만 할 수 있다면...”

 

훌륭한 답은 훌륭한 질문에서 나온다. 하루를 보내며 만나는 수많은 갈등과 걱정,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시행착오는 흔히들 말하는 ‘생각한 대로 살지 않고 살면서 생각한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그럼에도 꾸역꾸역 살아갈 수 있는 건 ‘이미 벌어진 일, 어쩌겠는가. 시간이 지나면 별 일 아닌 게 된다’는 자조 섞인 위로 아닌 위로 덕분이다. ‘생각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라고 퉁을 놓겠지만, ‘훌륭한 답이 나올 때 까지 거듭 질문하고 고민했는가?’ 되물어보면 부끄러워진다. 

 

문제는 나는 오늘도 ‘나는 잘 살고 있는가?’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질문하면 달라진다>에서 그 실마리를 찾았다. 아주대 심리학과 명예교수이자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달라진다>로 잘 알려진 베스트셀러 작가 이민규 교수가 쓴 이 책은 ‘중요한 건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이라며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자기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 중에 ‘일기’만한 것이 없다. 글을 알자마자 일기 쓰기를 강권하는 것도 ‘스스로에게 말을 거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나?’ 하루를 뒤돌아보고 반성하고 위로하며 다음 날을 계획하게 하는 게 일기다. 안타까운 건 이 좋은 ‘일기 쓰기’를, 정작 정말 필요한 이 일을 어른이 되고 난 이후엔 거의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점에서 나는 <질문하면 달라진다>를 어른을 위한 일기장이 아닐까 생각했다. 짧지만 주옥같은 185편의 메시지와 질문들로 채워진 이 책은 

 

성장을 자극하는 질문

 

생각을 바꾸는 질문

 

관계가 좋아지는 질문

 

자아실현을 위한 질문

 

으로 나뉘어져 있다. 짧은 글을 대표하는 한 단어짜리 키워드는 그 날 그 날 내 고민의 핵심을 대신하고 있는 듯 했다. 그 중에서도 유독 내 눈에 들어온 글은 ‘걱정도 팔자다’(키워드 - 걱정)였다.

 

“존재하는 모든 심리는 존재 이유가 있다. 걱정도 마찬가지다. 미리 걱정하면 몇 가지 이점이 있다. 첫째, 걱정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날 때 필요한 대비책을 세울 수 있다. 둘째, 걱정한 일이 실제로 일어나면 충격을 줄일 수 있다. 셋째, 걱정했던 일이 안 일어나면 대비 효과를 통해 그 기쁨이 두 배가 될 수 있다. 걱정하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너무 낭비하고 있다면 어니 젤린스키의 연구 결과를 기억하자.

걱정의 40%는 현실에서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걱정의 30%는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것이다. 

걱정의 22%는 사소한 고민이다. 

걱정의 4%는 우리 힘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는 일에 관한 것이다. 

걱정의 4%만이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일이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하는 걱정의 96%는 쓸데없다는 말이다. 

“걱정도 팔자다.” 안해도 될 걱정을 습관적으로 하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90쪽)

 

 

이 메시지에 대한 질문(여기서는 Morning Question이라고 부른다)은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부질없는 걱정은 무엇인가?” 였다.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과 이미 일어난 것, 사소한 것과 어쩔 수 없는 것들을 추려내고 내 고민의 4%를 들여다보니 ‘풀어낼 만한 것들’ 몇 개만 남았다. 그 대답은 Today's Review가 끄적이며 몇 자 적어볼 일이다. 신박한 어른의 일기장이었다. 

 

 

 



 

 

펜을 쥐고 글을 쓰는 것도 오랜 만이었고, 책 앞에서 하나를 놓고 나 자신을 위해 곰곰이 궁리한 시간도 오랜만이었다. 심리학 관련 베스트셀러 작가가 추려낸 185편의 메시지와 질문에 하나하나 답하다 보면 나를 둘러싼 고민은 결국, 내가 풀어낼만한 것들임을 깨닫게 한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매일 아침 세수를 하면서 거울을 빤히 쳐다보면서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If today were the last day of my life, would I want to do what I am about to do today?” 

 

풀어보면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오늘 내 하고 있는 일을 계속 할 것인가?” 정도 될 것이다. 만약 3일 동안 이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는 날이 계속된다면 그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완전히 뒤집어서 새로 시작했다고 한다. 

 

3일의 고민에 하던 일을 뒤집는 잡스의 대단한 용기일랑 내게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매일 스스로에게 ‘너 지금 잘 살고 있니?’ 하는 질문하는 습관은 가져봄직하지 않을까. 

 

내가 대답해야 완성되는 책, 이런 책은 오늘을 사는 내게, 그리고 당신에게 참으로 귀하고 귀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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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의 사생활 - 관계, 기억, 그리고 나를 만드는 시간
데이비드 랜들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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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을 24시간 중 1/3에 해당하는 8시간을 잠자는 데 '허비'하며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결코 그렇지 않다. #잠 을 자는 8시간은 허비가 아니라 나머지 16시간을 잘 보내기 위한 충전시간이다. 그렇다. 말 그대로 충!전!시!간!인 것이다.

휴대전화만 하더라도 남은 전력 6퍼센트까지 멀쩡하다(15퍼센트 부근에서 전력이 부족하다고 부르륵 하고 한 번 떨어주긴 하지만). 하지만 5퍼센트가 되면 절전형으로 급전환되어 화면이 잘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워진다. 방전이 되면 당신도 경험한 바 있듯 형태만 존재할 뿐 아무짝에 쓸모없는 '멍텅구리'가 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충분히 잠들어 있어야 할 시간 1시간씩 줄어들수록 우리의 활동력도 10퍼센트씩 줄어든다. 밤을 꼴딱 새운 날은 방전된 휴대전화와 같은 '멍텅구리'가 된다. 이틀째가 되면 헛소리를 하고 급기야 미쳐버린 후 며칠을 잠 못들면 심지어 죽기까지 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잠자는 시간은 충!전!시!간! 이다.

몇년 전만 하더라도 나는 잠자는 #시간 을 아까워했던 사람이다. 거의 20여 년 동안 해야 할 것, 하고 싶은 것이 많았던 탓에 깊은 밤이 지나 #새벽 에 이를 때 까지 눈물이 흐를 만큼 큰 하품을 하면서도 잠들지 않고 뭔가를 하면서 궁싯거렸다. 평균 수면시간은 4~5 시간, 그렇게 사는 나는 '부지런하게 산다'고 자평했다. 그러다 #대장암 3기 판정을 받았다. (대장암 3기 투병생활은 <아프지만 책을 읽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책을 썼다)(대장암 3기 투병생활은 <아프지만 책을 읽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책을 썼다)


(대장암 3기 투병생활은 <아프지만 책을 읽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책을 썼다)(대장암 3기 투병생활은 <아프지만 책을 읽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책을 썼다)

잠이 부족하면 활력도 줄어든다. 그 뿐 아니라 사람을 망가뜨린다. 잠이 부족한 만큼 피곤해져서 기분도 다운이 된다. 작은 일에도 짜증이 나고, 화내는 일도 잦아진다. 몸의 기관도 여기저기 망가진다. 당장 잇몸이 부어 이가 흔들리고, 멀쩡한 이가 아파진다. 늦게 자면 #야식 은 실과 바늘처럼 따라온다. 밤에 깨어있으니 배고픈 건 당연할텐데, 꼭 이럴 때에는 달거나, 기름지거나, 맵고 짠 것이 당긴다. 어이가 없는 건 이런 것들을 먹고 나면 식곤증이 몰려온다는 것. 그래서 숱한 날을 부른 배를 안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렇다 보니 #소화불량 은 당연한 수순이고, #역류성식도염 도 해가 갈수록 심해진다. 그 다음으로 찾아오는 건 위염 혹은 대장내 염증이고 정도가 심해지면 용종이 되고 종양이 된다. 어찌 그리 잘 아냐고? 내가 겪은 것들이니까.

모든 #암발병 의 주된 요인 두 가지를 꼽으라면 스트레스와 수면부족이다. 하지만 이 중 스트레스 역시 수면이 부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한마디로 잠을 부족하게 자는 사람은 암에 걸리기 쉽단 소리다.

대장암에 걸린 다음에야 난 이 사실을 알았다. 정말 무식하고 무서운 깨달음이었다. 항암치료를 받는 5년 동안 내가 주력한 건 잠이었다. 많게도 말고, 적게도 말고 충분히 잠자는 것 그것만 챙겼다. 덕분에 아직까지 발병하지 않고 지내고 있다. 일찍 잠드니 야식이 없고, 배부르게 먹지 않다 보니 몸무게는 발병 당시보다 12 킬로그램이 줄어 들었다.

베스트셀러 작가 #찰스두히그 는 < #습관의 힘 >이라는 책에서 "모든 습관에는 코어해빗이 있다"고 말했다. 한가지 습관을 고치니 하루가 달라지고, 나중엔 인생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금연 , #금주 , #운동#코어해빗 이다. 그중 제일가는 코어해빗은 충분한 #수면 이다.

투병을 하면서 나는 "충분히 자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했다. 그리고 그 답을 책에서 찾기로 했다. <#수면의과학 >, <#수면혁명 >을 비롯해 수면학에 대한 권위자로 알려진 스텐퍼드 대학에서 출간된 수면 관련서 일체, 심지어 #베르나르베르베르 의 소설 <잠 1, 2>에 이르기까지 국내에 출간된 수면관련서는 20여 권을 뒤져 파헤쳤다. 그러던 중 최근에 찾아낸 책이 바로 이 책 <#잠의사생활 >이다. 부제는 '관계, 기억, 그리고 나를 만드는 시간'이다.



"우리가 지금보다 더 병들거나 미치지 않는 이유는 자연이 우리에게 준 은총 중 가장 고마운 잠 때문이다." 라는 #올더스헉슬리 의 명언을 시작으로 써진 이 책은 누구나 경험하지만 미처 깨닫지 못한 잠에 모든 것을 이야기한 책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잠을 알면 알수록 더 깊고 편한 잠을 잘 수 있다. 이 책에서는 당신이 오늘도 겪고 있는 #꿈 , #침대 , #불면증 , #수면제 , 성장기의 잠, 온전한 잠, 편안한 #밤 등 다양한 소재에 대해 말을 하지만 그 끝은 당신을 위한 온전한 잠으로 귀결된다. 전혀 딱딱하지 않는 문체,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으로 구성된 점 등은 내가 좋아하는 #말콤글래드웰 을 닮았고, 다른 수면관련서에서는 만나지 못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침대 머리맡이나 화장실 등에 올려 놓고 부담갖지 말고 틈틈이 읽어보시길...다른 수면관련서 다섯 권 정도의 혜안을 이 책 한 권에서 만날 것이다.

이 쯤에서 당신이 내게 묻고픈 질문이 있을 것이다.

바로 "그래서, 당신이 찾아낸 최고의 수면은 뭔대?" 가 아닐까.

하루 6시간 이상 잔다.

밤 12시를 절대로 넘기지 않는다.

해야 할 일은 아침 6시 기상 후 한다.

평안한 잠옷이나 속옷을 입고 잔다.

내가 원하는 최고의 조건을 가진 침대와 침구에서 잔다.

방안 온도는 18~ 21도(약간 쌀쌀한)를 넘기지 않는다.

등이다.

"에이~ 다 큰 어른이 그걸 어떻게 지켜?" 라고 퉁을 놓을 것이다. 선택은 당신의 자유다.

하지만 #수면부족 으로 암에 걸렸던 환자의 조언이란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면, 가장 먼저 충분히 잠을 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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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란 무엇인가 - 천재들의 생각을 훔칠 단 하나의 방법 북클럽 은유 1
김용규.김유림 지음 / 천년의상상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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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의 기술, 설득의 심리학에 버금가는 은유의 대표작!




“너까짓 게, 어디 감히?”


기사와 글에서, 방송과 스크린에서 심지어 상업광고에 이르기까지...우리가 읽고 듣는 거의 모든 것에 들어 있는 이것, 하지만 막상 나도 하려고 들면 드는 생각은 “너까짓 게, 어디 감히?”다. 그래서 익히 알면서도 모른다고 하고 흠모하면서도 어렵다고 시도하지 못하는 게 이것이다. 바로 #은유 #metaphor다.



알듯 말듯 가깝고도 먼 어려운 단어 ‘은유’에 대해 < #철학의시대 >와 < #소크라테스스타일 >로 잘 알려진 철학자 #김용규 와 #김유림 이 은유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그는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인류문명의 거대한 수레바퀴가 소음을 내며 움직이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능력이 은유적 사고력이라며 < #은유란무엇인가 >라는 책을 펴냈다. 







은유란 뭔가? #아리스토텔레스 는 < #시학 >에서 은유를 “어떤 것에다 다른 낯선 어떤 것에 속하는 이름을 옮겨놓는 것”이라 말했다. ‘사물의 상태나 움직임을 암시적으로 나타내는 수사법’ 이란 사전적 의미가 어렵다면, 한 번쯤은 써먹었을 법한 ‘당신은 나의 태양’이나 ‘여자는 흔들리는 갈대’ 같은 문장에 ‘은유’가 쓰였다. 한마디로 너도 쓰고, 나도 주구장창 쓰고 있는 표현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학생인가? 교사인가? 직장인인가? 사업가인가? 아니면 시나 소설, 드라마나 수필을 쓰는 사람인가? 화가인가? 건축가인가? 노래나 영상 또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인가? 광고인인가? 블로거인가? 유튜버인가? 발명가인가? 아니면 정치인인가? 방송인인가? 설교자인가? 아니면 학자인가? 그렇다면 인문학자? 사회학자? 수학자? 자연과학자? 그것도 아니면 앞으로 이들 중 어느 하나가 되려는 사람인가?


(은유란 무엇인가, 16쪽)



제목만 읽으면 얼핏 국어자습서나 철학기본서 같지만 펼치면 은유 훈련을 통해 설득력과 창의력을 만렙으로 키울 수 있는 지적이며, 유익하며, 심지어 재미가 가득한 실용서다. 게다가 ‘이 책 한 번 읽어봐!’고 약장수 약 팔듯 허세 없이 겸손하기까지 하다.



“이 책이 당신을 하루아침에 다빈치나 세익스피어 또는 아인슈타인과 같이 탁월한 천재로 만들어줄 것이라고 장담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당신과 당신의 아이가 이 책을 따라 은유적 사고와 표현을 익히고 훈련하면, 적어도 각자가 일하는 또는 학습하는 분야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그것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데에서 주변 동료들과는 사뭇 다른 능력을 지니게 되리라는 것을 약속한다. 따라서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쓰임새는 교육에 있다.” (17쪽)


언어적 유희에 그쳤을 은유는 20세기 후반 #뇌신경과학 과 #인지과학 이 발달하면서 단순한 수사법이 아니라 우리 정신의 밑바닥에서 #생각 과 #언어 그리고 #행동 마저 새롭게 만들어내는 원초적이고 근본적인 사유 패턴임이 밝혀졌다. 원관념 - 본질 - 보조관념 - 창의를 기본패턴으로 하는 은유적 표현의 주된 목적은 #설득 이다. 상대에게 내가 지닌 생각을 보다 적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서로 익히 알고 있는 사물을 차용함에 대해 저자는 ‘은유는 설득의 아버지’라고 말했다. 


나아가 은유를 ‘인간 정신을 구축하는 두 개의 시원적 사유 패턴인 동일률(산은 산이다), 모순율(산은 산이 아닌 것이 아니다)에 이어 제3의 패턴(산은 인생이다)’이라며 은유는 인간 정신만이 지닌 가장 중요한 시원적 사유 패턴이라고 말한다.


이 책의 압권은 책의 중반에 있는 은유의 대표시인 #파블로네루다 와 우체부를 주인공으로 한 칠레 출신 작가 #안토니오스카르메타 의 소설 < #네루다의우편배달부 >(영화 ‘ #일포스티노 ’의 원작)를 통해 ‘은유의 힘’을 설명한 부분일 것이다. 저자는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는 한마디로 은유가 지닌 마술과 같은 기능과 놀라운 힘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주점 여점원 #베아트리스 를 짝사랑하는 우체부 #마리오 는 유명시인 네루다의 편지담당이라는 행운을 얻는다. 마리오는 이미 ‘산들바람에 흩어진 밤색 곱슬머리, 슬픔을 머금은 듯하면서도 꿋꿋한 둥그런 갈색 눈, 두 치수는 작음 직한 새햐얀 블라우스에 앙증맞게 짓눌려 있는 젖가슴으로 미끄러져 나리는 목, 눌려 있으면서도 도발적인 젖꼭지, 새벽이 다하고 포도주가 바닥날 때까지 휘어감고 탱고를 추고픈 허리, 그리고 눈길을 확 끄는 미니스커트가 아찔한 엉덩이’의 소유자 베아트리스 때문에 상사병이 난 상태, 그런 그에게 네루다는 은유를 가르쳤고, 은유적 표현으로 무장한 마리오는 베아트리스를 유혹하는데 성공한다. 은유는 참말로 힘이 셌다! 도대체 마리오는 어떻게 베아트리스를 유혹했을까?



“그렇다고 해서 베아트리스를 유혹하는 데 마리오가 사용한 은유가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다. 베아트리스와 그녀의 어머니 가 나눈 대화를 들어보면 알 수 있다. 


-그가 말하길 내 얼굴에 번지는 미소가 날아다니는 나비래요.


-그러고는?


-그 말을 듣고 웃음이 났어요.


-그랬더니?


-그랬더니 이번엔 내 웃음에 대해 말했어요. 내 웃음이 한 떨기 장미이고 영글어 터진 창이고 부서지는 물이래요. 홀연히 일어나는 은빛 파도라고도 했어요.” (130 쪽)



마리오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네루다의 시들을 읽으며 은유를 부단히 익혔고, 그는 서서히 시인이 되어갔고 마침내 ‘온 세상이 다 무엇인가의 메타포’임을 알게 되었다. 


난 이 대목을 읽다가 책을 덮고 십수년 전에 봤던 영화 ‘일 포스티노’를 새로운 눈으로 다시 봤고, 제목만 알던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사 읽었다(글의 힘이란 무섭도록 놀랍다). 마지막 장 ‘은유는 어떻게 학습하나’는 백미였다. 이 대목은 독자들이 은유를 만들어내는 방법을 구체적이고 쉽게 설명하는 ‘은유 사용설명서’이자 앞으로 출간될 시리즈 < #은유가만드는삶 >과 < #은유가만드는세상 >는 어떻게 펼쳐질지를 예감하게 하는 만큼 독자들이 직접 일독하며 확인해야 할 것이다. 지금껏 은유를 소수의 창의적 인재들만이 공유하는 ‘그들만의 리그’라고 생각했다면, 이 책을 읽고 다시 생각해 보길 바란다. 이 책은 #허브코헨 의 < #협상의기술 >과 #로버트치알디니 의 < #설득의심리학 >에 버금가는 은유의 대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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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T - 내가 사랑한 티셔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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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 하다 이제 티셔츠냐?" 이 책을 만날 때 저도 모르게 내뱉은 한마디였다. 

무라카미 하루키, 신드롬을 넘어 바라기 열풍으로 이어지는 현상 덕에 태어난 책이 이 책이 아닐까. 이 책은 한마디로 '무라카미 하루키가 가지고 있고, 입는 티셔츠들에 대한 단상들을 이미지와 함께 수록한 글모음'이다. 

어느 잡지에 연재한 것을 모았다는 글을 얼핏 읽은 것 같은데, 게 뭐가 중하랴. 하루키가 입는 티셔츠라고 하지 않은가.






나는 하루키 글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려워서다. 그도 그럴 것이 1990년대 중반, 막 독서가 좋아질 무렵 용돈을 아끼고 아껴 화제가 된 하루키의 소설 <댄스 댄스 댄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을 읽고, '이게 뭔 소리냐' 하며 나만 모르냐는 절망감과 그 돈으로 차라리 뻥튀기를 사 먹을걸하는 아쉬움에 허탈해한 이후, 애써 무시했던 작가다. 거대한 서사에 놀라 엄지척을 하고 난 소설 <사랑과 환상의 파시즘>은 알고 보니 하루키가 아니라 '무라카미 류' 였던 적도 있으니...난 하루키를 안다고도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하루키가 쓴 소설과 수필집과, 그를 필력을 말하고, 소설 속에 넣은 음악들을 말하고, 심지어 그가 입고 갖고 있는 티셔츠를 말한 책들을 거의 가지고 있으니, 이 역시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다. 그의 책들 절반 정도는 읽었고, 나머지 절반은 언젠가 곧, 읽을 예정이다. 

이 책 <무라카미 T>도 몇 해 전 출간되자마자 구입해, 비바람이 치던 지난 주말 침대 위에 쭈구려 앉아 몽땅 읽었다. 내용이라곤 별 게 아니다. 절반은 이미지, 절반은 글로 가득한 티셔츠에 대한 수다집. 티셔츠를 언제 왜 샀는지, 입었는지 지 얼마 줬는지 등이 난삽하게 적혀 있어 읽기에 아무런 부담이 없었다. 


그럼 난 이토록 투덜거리면서 그의 책들을 긁어모으는 걸까. 

하루키가 가진 매력 때문이다. 


그의 글은 나의 상상을 닮았다. 아니, 망상이라고 해야겠다. 

두서는 없지만 끊임없이 생각하던 스토리,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등장인물과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결국은 결말을 맺는...어느 한가한 날, 어떤 계기로 한동안 내 머리속을 떠오르던 스토리들을 그가 말하고 있어서다. 그의 글을 읽다가 보면 어데서 읽은 듯 데자뷰를 자주 경험하는데, 그 때문이 아닐까. 원래 데자뷰란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만나는 내 기억일텐데, 그의 소설을 읽으면 당연히 데자부를 랑데뷰할테니, 랑데자뷰라 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일까. 그의 소설은 허무맹랑한데 친숙하다. 실제로 그는 책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자신은 소설을 배운 적도, 써 본 적도 없다고 했다. 오죽하면 영어로 쓰고 일어로 번역하며 글을 쓴 적도 있다고, 그래서 번역체라 불린다고도 하잖은가. 

물론 30여년을 소설을 써서 먹고 살고, 책도 많이 팔았으니 재능이 없다고는 볼 수 없다고 자신을 평가하기도 했지만, 기승전결은 고사하고 스토리보드도 없고, 플롯보드도 없고, 티핑포인트도 없는....의식의 흐름이 시키는대로 적어가는 한마디로 근본없이 쓴 소설이란 말인데....귀해서 일까, 생각이 발칙해서 일까, 이게 참 묘한 매력이다.



손님 없는 어느 재즈바 주인과 한 잔 두 잔 걸친 게 한 시간 정도 되었을 때, 문득 주인 하루키씨가 "난, 이런 생각을 해 봤어..." 라며 주저리 주저리 끝없이 낮지만 같은 톤으로 떠들고, 적당한 취기와 분위기에 무장해제된 난 가끔 고개를 주억거리며 이야기에 빠지는....그런 느낌을 소설 속에서 경험한다. 

그러다 보니 나는 하루키라는 이름을 들으면 '노벨 문학상을 받아야 할 대표작가'라기 보다는 '옆집에 사는 얘기꾼 술친구 아저씨' 같은 이미지를 떠올린다. 

그래서 난 그가 달리는 이야기도, 그가 즐겨 듣는 올드 뮤직 이야기도, 심지어 목이 늘어난 게 묘한 매력이라는 빈티지 티셔츠 이야기도 흥미롭게 들리는 게 아닐까. 그래서 하루키를 키워드로 하는 책을 죄다 모으는 게 아닐까. 





책을 집어들며 '티셔츠에 무슨 이이기가 그렇게 많냐?'는 의문이 들었다. 

답은 바로 티셔츠에 담긴 프린트가 주된 소재였다. 이 티셔츠는 이 글자라서 좋았고, 저 그림이라서 맘에 들었고, 어떤 티셔츠는 아예 뜻도 맥락도 없는 글자라서 좋았다는...물론 몇몇은 누가 줬고, 가격 싸기로 유명한 단골 빈티지샵에서 싸서 골랐다는 것도 있었다. 재미있는 대목은 자신의 책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자기 이름이 박힌 티셔츠를 받은 게 가득한데, 이건 '죽었다 깨어나도 못 입겠더라'는 부분이었다(내 이름이 프린트된 티셔츠를 경험해 보지 못한 내겐 마냥 부러운 대목이기도 했다). 


중요한 건 이 책을 덮을 즈음, 나 역시 맘에 드는 프린트가 새겨진 티셔츠를 찾아 온라인 빈티지샵을 뒤지고 있더란 거다. 한참을 뒤져 목선이 좋은 미인을 실루엣을 박음질한 다크 그레이색 티셔츠를 한 장 구입했고, 오늘 도착할거란 메시지를 받았다. 입으면 어떤 기분일까, 과연 그걸 입고 밖에 나갈 수 있을까, 아님 잠옷으로 입지 뭐, 잠깐 설랬다. 이렇게 난, 또 한 번 옆집 아저씨와 뜻을 같이 했다. 

별 거 아닌 소재로 글을 쓰고 싶다면, 티셔츠를 무쟈게 좋아한다면(좋아하고 싶은 사람 포함) 읽어보시길...물론 하루키 광팬이라면 놓치면 안 될 최애템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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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50℃ 세척법
히라야마 잇세이 지음, 서혜영 옮김 / 산소리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세상에서 가장 쉽고 안전한 먹거리 세척법


당장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은 늦은 오후. 엄마(50이 가까운 나이지만 지금껏 그렇게 불렀다)가 끓여준 바지락시금치국이 먹고 싶어졌다. 하지만 엄마는 지난 해 갑자기 돌아가셨으니 이젠 그 맛과 향을 기억만 해야 한다. 전업작가를 선언한 이후로 집밥도 내가 챙겼던 터라 직접 바지락시금치국을 끓여보기로 했다.

싱싱한 국산 바지락과 남해 시금치는 마트에서 사고, 절친에게서 어렵게 구한 전라도 시골된장과 구운 국멸치와 다시마로 우려낸 육수로 준비는 완료. 헌데, 가장 까다로운 일이 남았다. 시.금.치. 흙이 묻은 시금치를 깨끗이 씻어야 할텐데...이걸 언제 다 씻지?


요리의 절반은 요리재료 씻기다. 황사와 일본원전사태로 보이는 흙은 물론 보이지 않는 무엇마저 씻어야 할 요즘, 씻기는 제일 중요한 과제다. 그렇다고 매 번 세제를 사용할 수도 없고(난 사실, 세제로 씻는 것이 오히려 요리재료 위에 세제를 코팅하는 것 같아 거부감이 들어 사용하지 않는다), 식초 몇 방울은 '이게 과연 세척이 가능할까?'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포털을 통해 세척법에 대해 검색해 보니 포스팅 된 글의 숫자만큼이나 방법도 많아서 무엇이 진짠지 구분조차 가질 않는다. 


그러던 차에,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세척법에 대한 방송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직접 다운을 받아 방송을 봤다. 신기하고 놀라웠다. 듣기로 '에이, 그게 되겠어? 오히려 음식재료나 망치는 것 아니야?'라고 의심했지만, 방송을 보니 의심한만큼 확신이 들었다. 한마디로 신기원이었다. 방송에 나온 내용은 이미 일본에서 책으로 나와 베스트셀러라고 했다. 바로 <기적의 50℃ 세척법>이다.


방송내용은 편성시간과 프로듀서의 편집이 더해져서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렵다. 해서, 방송은 '정보제공자' 수준으로 여기고 방송에 출연한 전문가의 이름을 알면 혹시 책이 나왔나 검색을 해 보는 것이 좋다. 다행히 이 책도 국내에 출간되어 있어 반가웠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내용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요리용 온도계 하나만 준비하면 된다.


채소는 물론, 과일과 생선 심지어 육류도 50℃로 세척할 수 있다. 시든 과일이나 채소는 50℃의 물을 만나 세포들이 다시 호흡을 해서 다시 갓 따낸 것처럼 신선해지고, 생선과 육류는 겉에 남은 지방과 찌꺼기가 높은 온도에 녹아 깨끗해진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인데, 원리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시키는대로 해 보니 역시 모두 신선해진다는 점이 신기할 정도였다.

특히 생선이나 육류는 '익지 않을까' 싶었는데, 막 뜨거운 물을 만나면 익는 듯 색깔이 약간 탁해지지만 1분만에 꺼내어 놓으면 원래의 색으로 돌아가는 점이 놀라웠다.


이후 나는 모든 식재료는 50℃의 물에 약 1분 정도 담궈둔다. 다른 무엇도 아닌 물이니 성분을 의심하지 않아도 되서 좋다. 50℃세척법에 익숙해지다 보니 한 가지 터득한 것이 있는데, 바로 50℃의 물을 쉽게 얻는 법이다. 보일러가 있는 가정의 수도에서 온수를 가장 뜨겁게 한 상태로 1~2분 정도 틀어놓으면 꽤 뜨거운 물이 나오는데, 이 온도가 약 50℃ 남짓이니 따로 물을 끓여서 온도를 측정해가면서 찬물을 넣을 필요가 없다.


물론, 오늘 끓인 바지락 시금치국의 시금치도 50℃세척법으로 씻었다. 뿌리를 칼로 자르고 상한 시금치 잎을 정리한 후 따로 씻지 않고 우선 큰 보울에 담아놓은 50℃의 물에 담궈서 1분을 기다렸다. 숨이 죽었던 시금치들이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볼 법한 모습으로 서서히 살아나는 것이 보였다. 잎사귀가 탱탱해지니 흙도 스스로 떨어졌다. 1분 후 다듬은 시금치를 꺼내니 맑은 녹색을 띤 물에 시금치에 붙었던 흙들이 바닥에 깔려 있었다. 이후에는 평소처럼 흐르는 찬 물에 마무리 하듯 씻어주면 세척은 끝이다. 


이런 내용을 굳이 책으로 사서 읽을 필요가 있을까 싶겠다만, 공짜 정보가 흐드러지게 많은 만큼 거짓되고 부풀어진 찌라시같은 정보도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특히 가족이 씻고 먹는 일에 공짜를 바랐다가 혹시라도 잘못되면 어쩔텐가? 몇 년 전 가습기를 깨끗이 하겠다고 세제를 사용했다가 안타까운 수많은 아기들의 목숨을 잃은 사건은 큰 본보기가 된다. 먼저 의심하고 분석하고 스스로 고민해서 판단하지 않고 남들이 많이 하니까 따라하다가 큰일난 것이 아니던가?


그 점에서, 이 책은 참으로 유익하다. 무엇보다 내 가족이 먹을 모든 음식을 제대로 씻는 법이라는 점에서 재확인하는 차원에서라도 추천하고 싶다. 난 이보다 더 쉽고 안전한 세척법을 아직 만나보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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