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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스위치 - Web2.0 시대, 거대한 변환이 시작된다
니콜라스 카 지음, 임종기 옮김 / 동아시아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그리 반갑지 만은 않은 Web 2.0시대의 비즈니스 미래
 
  인류에게 있어 새로운 유틸리티의 탄생은 삶의 질과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를 마련한다. 인류가 진화해 오면서 수많은 발명과 발견이 반복되어 왔지만, 역사상 큰 획을 그은 것은 그리 많지 않다. 그 중에서 불은 생식生食하던 인류에게 화식火食을 제공하여 유전자의 변화를 불렀고, 밤에도 시야를 확보하게 함으로써 인류의 활동시간을 늘려주었다. 이 책의 시작은 바로 불火에서 시작한다.
 
  세계적인 IT컨설턴트로 알려진 저자 니콜라스 카는 전기와 인터넷을 대비해가면서 인류 최대의 변혁기인 21세기를 진단하고, 그 핵심에 위치한 Web 2.0 시대의 변화상을 이 책에서 제시하고자 했다. 신간을 찾다보면 '시대적 요구'에 의해 나온 듯한 책을 만나게 되면 '읽어야 할 지, 읽지 말아야 할 지' 갈등하게 된다. 이 책은 IT 업계의 변화바람을 이야기하는 책이라 내게는 좀 벅찰 것 같았지만, 앞에서 말했듯 이 시대를 살고 있다면 '시대적 요구'에 의해 나온 책은 읽어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돌발적 충동에서 읽게 되었다. 읽고 난 느낌은 충동은 되도록 억제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었다. "지금, 경제방정식이 다시 씌어지고 있다"고 말하는 책, [빅스위치 BigSwitch]이다.
 
 



 
  매연과 소음을 일으키는 가스등을 사용했던 시기에 전기를 이용해 소수들만 사용할 수 있었던 전구불의 효용을 에디슨의 전구와 발전시설의 대중화를 통해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 후로 이제 전기는 공기처럼 우리에게 절대로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 자원이 되었다. 소수만의 전깃불은 보다 가스등보다 효율높은 조명기구에 불과했지만, 대중화되고 상용화된 전기는 인류의 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 저자는 컴퓨터도 이와 같은 이치라고 설명한다. 컴퓨터의 등장은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빌 게이츠에 의해 퍼스널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만인이 사용하게 되는 진짜 컴퓨터 시대를 열게 된다. 하지만 이것도 보다 효율적인 계산기이며 타자기에 불과할 뻔한 컴퓨터에 살아숨쉬는 숨을 불어 넣어준 것은 '인터넷'이었다. 
 
  저자는 전기의 보급과 상용화에 이르는 역사와 컴퓨터와 인터넷의 탄생과 지금까지의 발전경로를 통해 Web 2.0 시대의 현주소와 미래를 이 책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특히 웹을 기반으로한 월드와이드컴퓨터와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즉, 인터넷 기반이라고 하는 클라우드(Cloud, 구름) 컴퓨터 기술을 사용한다는 의미의 컴퓨팅(Computing)이 결합한 복잡한 인프라 구조를 뜻하는 단어가 오늘날의 세상을 바꾸고 있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대세가 갖는 의미는 이것을 갖추기 위한 인프라가 종전의 자본비용을의미하는 것이 아니라(휴대전화의 범용화에는 기지국 건설이라는 막대한 인프라가 필요했다), 기존의 인프라를 그대로 승계할 수 있어 운영비용으로의 인프라만 필요하다는 데 주목해야한다. 특히 사용비용 측면에서 종전에 비해 90%나 절감하는 것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사용자들의 컴퓨팅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인터넷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예로서 Google Apps를 들 수 있는데 웹 브라우저로 이용할 수 있는 일반적인 비즈니스 응용프로그램들을 온라인으로 제공하고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는 서버에 저장된다.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온라인 비즈니스는 소비자에게는 그만큼 비용이 적어 이익이 될 수 있지만, 유틸리티 컴퓨팅이 성숙될수록 전통적인 회사의 운영방식은 필요없게 되는데, 최근 우리나라에서 전문 노동인구들은 그 수요가 줄어드는 반면 IT인력에 대한 수요는 점차 늘어나는 것이 좋은 예일 것 같다. 다시 말해 컴퓨터와 소프트웨어가 대규모의 노동자들을 대체함에 따라 경제의 많은 부분에 구멍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현상이 부정적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현재를 살고 있는 인류에 있어서는 '실업증가'의 사회적 문제를 생산하게 된다는 것이다.
 
  "모든 테크놀로지의 변화는 세대의 변화이다.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모든 힘과 영향력은 그것과 함께 성장한 사람들이 성인이 되고 구세대인 부모를 구석으로 밀어내기 시작할 때가 되어서야 해방된다. 구세대들은 죽으면서,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도래했을 때 사라졌던 것에 대한 자신들의 이야기와 지식을 가져간다. 그러면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가져온 것에 대한 지각만이 남는다. 이런 식으로 진보는 자신의 발자국을 지우면서, 우리가 있는 곳은 우리가 현재처럼 존재하도록 운명지어져 있는 곳이라는 환상을 영구적으로 환기시키는 것이다." 321쪽
 
  인터넷 신경으로 전해지는 정보량에 의해 인공지능을 꿈꿀 만큼 점점 똑똑해지는 컴퓨터는 이제 인간의 뇌에 칩을 이식하기만 하면 모두가 천재가 될 수 있는 미래를 멀지 않아 맞이할 수 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 내가 태어나 21일만에 시야을 얻으면서 처음 본 불빛이 전깃불이었던 것처럼, 그래서 예전부터 당연히 있어 왔던 것으로 여기는 것처럼 오늘날에 태어난 신세대 인류는 컴퓨터와 인터넷의 존재감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20세기 말 인터넷을 기반으로한 IT혁명을 목도한 우리는 '구세대'가 되어 클라우드 컴퓨팅의 무한한 진화를 지켜봐야 하는 것이다. 바로 시대를 주름잡는 대세, 이른바 '트렌드'를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거스를 수 없는 것처럼 지금도 변화하고 있다.
 
  20세기말에 내다 본 인터넷의 미래는 신기한 'SF영화'를 보듯 놀람과 가슴벅찬 설렘의 경험이었지만, 10년이 지나 같은 식으로 미래를 살필 때에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배경처럼 기계문명에 찌든 인간을 발견하게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인류의 가장 큰 불행은 Go만 있을 뿐, Stop은 없다는 데 있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IT 비즈니스의 현재를 가장 잘 나타내주고 있다.  

세계적인 컨설턴트가 제시하는 IT 미래인 만큼 신뢰도가 높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우리는 마이크로 소사이어티로 간다

•  서평 도서와 동일한 분야에서 강력 추천하는 도서 (옵션)
 

마이크로 트렌드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IT관련 비즈니스 종사자, 대학생, 

Web 2.0에 대해 관심깊은 독자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모든 테크놀로지의 변화는 세대의 변화이다.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모든 힘과 영향력은 그것과 함께 성장한 사람들이 성인이 되고 구세대인 부모를 구석으로 밀어내기 시작할 때가 되어서야 해방된다. 구세대들은 죽으면서,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도래했을 때 사라졌던 것에 대한 자신들의 이야기와 지식을 가져간다. 그러면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가져온 것에 대한 지각만이 남는다. 이런 식으로 진보는 자신의 발자국을 지우면서, 우리가 있는 곳은 우리가 현재처럼 존재하도록 운명지어져 있는 곳이라는 환상을 영구적으로 환기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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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빅 스위치(Big Switch) - 니콜라스 카
    from BlueWeiv 2009-01-07 18:45 
    빅 스위치 - 니콜라스 카 지음, 임종기 옮김/동아시아 저자인 니콜라스 카는 IT Doesn't matter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고 한다. 난 이 글을 읽은 적이 없지만 그가 쓴 이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어떠한 내용의 글일 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IT는 도구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IT가 모든 것을 해결줄거라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IT를 어떻게 쓰는 것인가가 더 중요한 것이다. 프로그래머들에게 가장 중요한 금언이 하나 있다..
 
 
 
육일약국 갑시다 - 무일푼 약사출신 CEO의 독창적 경영 노하우, 나는 4.5평 가게에서 비즈니스의 모든 것을 배웠다!
김성오 지음 / 21세기북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장기 불황의 유일한 탈출구, 이 책 속에서 '정情' 을 찾아라!
 
  지난 20일 자 신문에 실린 19일의 국방부 발표내용을 빌리자면, 지난 2000년 이후 해마다 육군 PX에서 많이 팔린 식품류와 과자류를 최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과자류 가운데엔 판매액 기준으로 초코파이가 가장 자주 '1등'을 차지한다고 한다. 1991년인 필자가 입대한 때에도 훈련소에서 가장 먹고 싶었던 것이 초코파이인 것을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내용이다.
 
  초코파이. 얇지만 초코렛도 발라져 있고, 햄버거처럼 익숙한 모양 한 가운데 햄 패티 대신 새하얀 머쉬멜로우가 두텁게 깔린 것이 일단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다. 두세 개와 200ml 짜리 우유 한 팩(없으면 두 세 모금의 물도 좋다)이면 적당히 요기도 되고, 입안도 덜덜해 지는 것이 '시장기를 속이는 데'는 그만한 게 없다. 2위로 들자면 자(짜)장면이 있는데, 이 녀석은 대답을 하는 사람마다 제 동네에서 파는 자장면이 제일 맛있다고 하니 객관성을 기하기가 쉽지 않고 군에서 자주 먹기 또한 어려워 초코파이를 제치고 1위를 탈환하기는 무리가 따른다. 
 
  1위인 초코파이가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 중에는 '휴대성이 간편하다'는 것인데, 여름에는 추욱 늘어져 먹기는 좀 추하지만 나름의 맛이 있고, 겨울에는 돌같이 딱딱한 것이 부러뜨려 먹는 맛도 제법이다(적지 않은 사람들이 초코파이를 냉동고에 얼려서 먹기도 하는데 그중 나이 든 사람들이 굳이 얼려 먹는 이유는 동절기 PX에서 사 먹은 꽝꽝 얼은 그 맛을 잊지 못해서 일지도 모른다). 이 편리한 휴대성의 효용은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군인들은 흡연가끼리 담배를 나눠 피우듯 즐거우면 즐거운 대로, 슬프면 슬픈대로 병영에서는 초코파이를 주고 받는다. '먹고 기운내'하며 주는 자양강장제처럼. 그래서 그런 부제가 생겼는지도 모른다. '정情'. 한국인에게만 유독 듬뿍 담겨 있다는 이놈의 정情은 느껴지기만 할 뿐, 좀처럼 보기가 힘든데 유독 흔하게 모습을 볼 수 있는 정情이 초코파이다. 누가 지었는지 몰라도 이름 한 번 기막히게 잘 지었다.
 
  뜬금없이 필자가 '정情' 타령을 하는 이유는 요즘은 '정情 나누기가 힘든 세상'이 아닐까 해서다. 군대뿐 아니라 초코파이를 찾아야만 정情을 느낄 수 있을 만큼 무정無情해진 세상이 요즘이 아닐까?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이라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하지만 아무리 우리나라 사람들이 불행의 원인을 다정多情했던 것을 탓할 만큼 정情이 많은 사람들이라지만 이 정情이 '돈을 벌어준다는 것'은 잘 모르는 것 같다. 필자가 무슨 말을 하는 지 아직 모르겠다? 그럼 더 깊이 들어가 보자.
 
  여기 한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무엇이 찢어질 만큼 가난했던 고학생이 간신히 대학을 졸업하고, 전공을 살려 시골 조그만한 약국의 약사가 되었다. 비포장 도로라 비가 오면 질퍽질퍽할 정도로 사정이 여의치 못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가 있다. 그저 그렇게 살았다면 노년에 마을의 유지 노릇을 할 만큼의 지역주민으로 살았을 법 하다. 하지만 이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유독 많은 게 하나 있었다. 그것은 정情이다. 정情많은 약사는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정情을 겁나게 많이 나눠줬다. 그랬더니 약국이 유명해지고, 같은 이름의 약국을 여러 군데에 세우게 되더니 급기야 전혀 다른 직업으로 서울을 상경해 말 그대로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이 거짓말 같은 이야기은 실화다. 그리고 지금도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다. 이 모든 이야기가 오늘 소개하는 책 [육일약국 갑시다]의 주인공 김성오씨의 이야기다.
 
 


 
  지난 해 7월에 출간된 이 책 [육일약국 갑시다]는 책은 읽지 않은 사람도 제목을 들어봤을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책이다. 지방 소도시의 약국을 지키던 약사가 30만을 넘는 중고교 학습 프로그램의 CEO로 거듭나는 소설같은 성공스토리도 흥미거리였지만, 글맛나게 써내려간 저자 김성오의 진솔한 경영담이 너무나 생생하고 재미있어서다. 게다가 지난 8월에는 책의 인세로 받은 1억 8천 만원(자신의 기부액으로는 세번 째로 컸다고 한다)로 소외 아동과 특수학교 학생들을 위한 자선음악회를 후원했다고 하니 훈훈한 그의 '퍼붓는 정情세례'에 감동받은 독자들이 많았던 탓이다.
 
"아, 이 책 나도 읽어봤어. 보기 드물게 대단한 사람이더군."하고 이 책을 읽은 소감을 말한다면 다시 이 글을 주목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 책 속에 '오늘의 불황을 떨쳐낼 수 있는 방법'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특히 2006년을 기준으로 776만 7000명에 달해 전체 취업자 2315만1000명 중 33.6%를 차지해 OECD회원국 중 1위를 차지하는 한국의 자영업자들은 더욱 주목하기를 바란다.  '오늘의 불황을 떨쳐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고 하니, 바로 '아낌없이 정情을 나누라'는 것이다.
 
  이 책에 대해 어떤 사람은 '성공한 사람의 자화자찬이 가득한 자서전'이라고 말했던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실제로 읽어 보면 그런 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좀 더 들여다 보면 '저자의 순진한 면'을 찾아 볼 수 있다. 욕먹을지도 모를 만큼 자신의 '작은 성공'들에 대한 에피소드가 가득한데 이것들은 실제로 존재했었던 일이었기 때문에 더 이상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어서 그렇게 썼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다시 말해 마케팅이나 경제경영을 꿰 찬 '마케팅 전문가' 였다면 이렇게 쓸 수가 없다. 왜냐하면 자신의 마케팅 실력을 모두 드러내 놓기 때문이다.
 
'동네 할머니들 편히 쉬도록 약국에 푹신한 의자를 놓았더니 하루 종일 놀다 가시게 되었고, 이를 보는 지나는 행인들은 모두 손님인 줄 알고 '명의'가 있는 약국으로 알더라'는 에피소드나, '동전을 가득 준비해서 택기기사들이 편하게 바꾸어 가게 했더니, 미안한지 드링크라도 한 병 팔아주고 가더라. 그리고 그들에게 약국이름이 알려지니 자연히 그 지역에서는 최고의 랜드마크(유명한 곳)이 되더라'라는 등의 에피소드들은 한 번 읽기만 하면 누구나 벤치마킹할 수 있는 생생한 정보들이다. 그 뿐 아니다. 이 책 속에 그의 쉽지만 놀라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정情나누기 마케팅'을 만날 수 있다. 저자는 이를 두고 '섬김의 리더십'이라고 불렀다.
 
 

 
 
  그렇다면 이 책에 소개되는 저자의 '작은 성공담'들은 '약사'들에게만 이로운 것이냐 하면 약사 뿐 아니라 사업 최소한 '자영업'을 하는 모든 이들이 배울 수 있는 마케팅 기법이라는데 주목해야 한다. 특별한 것 없는 마케팅, 그 이름은 '정情을 마구 마구 베풀어라'다. 그렇다면 얼만큼의 정情을 얼마나 나눠줘야 할까? 그 답도 한 문장이다. "우리 엄마처럼." 그렇다. 귀한 손님이 우리집에 찾아오셨을 때 우리 엄마가 했던 것처럼만 하면 '부자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귀한 손님이 온다는 소식을 들으면 '책責 잡히지 않으려고' 우리집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손님방을 데워 놓고, 아끼던 음식을 마구 꺼내어 심혈을 기울여 맛을 내며 요리를 한다. "너 손님들 있는데서 소란스럽게 하지 말어."라 식구마다 주의를 주시고, 평소에 입던 몸빼는 벗고 아껴두던 예쁜 옷으로 갈아입고 화장을 하신다. 엄마는 손님과 대작하며 만취할 남편을 생각하면 속이 타지만, "아니에요, 많이 드세요."미소를 던지고, 손님이 가실 때까지 아무 불편한 일이 없도록 음양으로 살피며 긴장을 놓지 않는다. "사모님, 정말 편히 쉬다 갑니다. 안녕히 계세요." 손님이 가고 나면 그제야 다리에 힘이 풀리는 엄마. 원래의 내 엄마로 돌아가는 시간은 그 때부터다.
 
  어떤가? 우리 엄마, 할머니의 모습이 아니던가? 사업을 하든 장사를 하든 우리네 엄마, 할머니께서 '귀한 손님'을 대하듯 하면 요즘말로 '대박'난다. 엄마와 할머니는 품위도 고상함도 버렸다. 당장 저녁에 아이들 먹일 때거리가 없어도 손님에게는 집에서 가장 좋은 재료를 써서 음식을 만들었고, 가장 귀한 요와 이불을 깔아 손님을 대접했다. 물론 구들장 차질까 밤새워 아궁이를 지키셨다. 이 모든 것은 '답례'를 바라고 한 행동이 아니다. 먼 길을 찾아 이 '누추한 곳'을 찾아주신 손님에 대한 나의 최소한의 예의였다. 그리고 그 예의는 '아낌없이 베푸는 정情'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육일약국 갑시다]를 읽었었다면 다시 읽으며 책 속에 숨어있던 '아낌없이 정情 베풀기'를 찾길 바라고, 아직 읽지 못한 독자라면 그것을 찾으며 이 책을 만끽하길 바란다. 그리고 독자들의 엄마와 할머니의 '귀한손님 모실 때'를 떠올리길 바란다. 
 
  우리 점포(가게, 회사)를 찾아주시는 고객은 '귀한 손님'이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점포 중에 내가 끌어오지도 않았는데 찾아주셔서 내게 '기꺼이 돈을 내겠다'고 하면 장사꾼에게 그보다 반가운 손님이 또 있을까? 최대한 융숭히 대접하고 정情을 담아서 보내자. 그럼 그 정情을 기억하고 다시 찾는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다시 불러올 수 있는 무기는 '정情' 밖에 없다. '보잘 것 없이 부족하지만 정情만 가득 담는다면 그 어떤 산해진미보다 입맛당기는 요리'로 느껴질 것이다. 
 
그런 대접을 받은 손님은 돌아갈 때 '정情겹다' 할 것이고, 또 다시 찾아줄 때는 다른 손님을 데리고 와서 '정情든 집' 이라 할 것이다. 그런 손님이 바로 '단골'이 되는 것이다. 장사를 벌이기만 하면 '대박'을 내는 어느 장사꾼에게 '대박나는 비결'을 물었더니 그 장사꾼이 하는 말, "네가 무슨 장사를 하던 단골을 300명만 만들어라. 그럼 평생 먹고도 남을 부富를 이룰 것이다." 하더란다. 어려울까? 불가능할까? 할머니도 하셨고, 우리 엄마도 하셨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당신의 엄마와 할머니를 떠올리며 대접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이 책의 저자에게 나는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91년 1월의 겨울은 말할 수 없을 만큼 추웠다(훈련소에서 맞는 겨울은 늘 세상에서 가장 추운 법이다). 필자는 내무반 바닥 청소를 '그지같이 했다'고 축축한 바닥에 까까머리를 박고 열중 쉬엇을 했다. 한참이 지나 머리 반쪽이 없는 듯 무감각해 질 무렵 "기상"하며 백두산 호랑이같은 내무반장은 다시 혀로 핥듯 바닥을 깨끗이 닦고 내무반장에게 보고하라고 했다. 군기가 잔뜩 들어 보고를 했더니 "수고했어. 머리 많이 아팠지?" 하며 초코파이 두 개를 건내 주었다.
 
PX를 갈 수도 식사외엔 간식도 할 수 없는 기간에 만나는 초코파이는 말할 수 없이 귀한 음식이었다. "너 이거 먹다가 들키면 나까지 혼나니까 화장실 가서 혼자 몰래 먹어." 화장실에 숨어 들듯 들어가 한 개를 가로로 뉘어 한 입 가득 구겨넣고 먹고 있는데, 눈물이 흘렀다. 울음까지 삼키며 맛있게 먹던 기억. 20년이 다 되도록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최 병장의 초코파이는 정情이었고, 눈물과 함께 먹은 것도 정情이었다. 오늘처럼 눈이 많이 오는 겨울이면 딱딱하지만 맛있는 초코파이가 생각난다. 정情이 그리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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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옥 2009-01-13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고객만족은 별거 아닌것 같지만 대단히 중요하군요 상대방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습관이 고객만족의 첫걸음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다음 좋은 아이디어 떠올라 불황없는 업체로 성장합니다.

리치보이 2009-02-10 14:39   좋아요 0 | URL
고객을 다시 부르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요? 댓글 감사합니다.
 
우리는 마이크로 소사이어티로 간다 - 세상의 변화를 읽는 디테일 코드
팔란티리 2020 지음 / 웅진윙스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디지털 공동체'나라, 대한민국을 읽는 기술!
 
  필자가 대학교 새내기였을 무렵, 성적에 반영되는 과제인 '레포트'는 대학마크가 찍힌 200 자 원고지에 볼펜으로 필사를 해서 제출했었다. 워낙 악필인데다가 중학교 시절 작문시간에 성의없이 숙제를 했다고 '정신봉'이라 명명된 작대기로 '반 죽도록 맞은' 트라우마가 있던 터라, '적당히 베끼기만 해도 중간은 간다'던 그시절의 레포트 숙제는 자정 즈음 공동묘지 고개을 넘어가는 것만큼이나 끔찍한 경험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전공기초과목으로 들었던 '정치학개론'시간에 종신교수로 계셨던 老 정치학 교수께서 일주일의 시간을 주며 10여 년 전에 출간한 자신의 700페이지짜리 정치관련 서적을 사서 읽고는 더도 덜도 말고 '딱 100장'으로 레포트를 제출하라는 과제를 통보받았을 때는 학교를 그만둘까도 생각했을 정도였다(실제로 그 주에 두 명이 입대휴학을 했는데 레포트를 안써서 F를 받느니 일찍 군대에 입대하기를 택했다는 후문이 있다). 
 
다행히 가입했던 동아리UNSA의 동기 여학생이 주일치의 점심 식권과 대필해 준 레포트를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그 고비를 넘어갔는데, 그녀가 아니었으면 난 대학을 그만두었던지 아직까지 졸업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0현숙양에게 축복이 있기를...
 
  1학년을 마치고 군에 입대하고 제대를 해서는 사회경험을 한다고 2-3년을 더 밖에서 떠돌다가 복학하고 보니 워드 프로세서와 퍼스널 컴퓨터라는 것이 학교 사무실마다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리고 한 해가 지나자 수기手記였던 레포트는 컴퓨터를 통해 나온 인쇄물로 제출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쓰레기 차를 피하니 똥차가 덤비더라고 원고지에 수기手記로 쓰지 않아 다행이다 안도했더니, 이젠 컴퓨터를 모르는 것이다. 메모리, 하드,플로피 5.25, 3.5 플로피 디스크 C 프로그램 ...듣지도 보지도 못한 말들과 절차에 머리가 하얗게 될 지경이었다. 대학에서 예비역 3학년이면 무서울 것 없는 학번의 선배가 되었건만, 새카만 새내기 후배들에게 머리 조아리고 컴퓨터를 배우는 신세가 되었으니 얼마나 억울했던지. 
 
독수리타법으로 밤새워 친 레포트가 순간 다운이 되거나 사라져 버려 모니터앞에서 울던 숱한 나날들은 어찌나 많았던지. 그 시절 필자를 비롯한 수많은 컴맹들의 악의 축은 '빌 게이츠'였고, 가능하다면 돌팔매질로 창문(Windows)이란 창문은 모두 깨버리고 싶은 다윗이 되고 싶었다. 대학을 졸업하면 이 몸쓸 기계덩어리와는 안녕일 줄 알았는데, 지금도 나는 두들기고 있다. 매일 아침 '안녕?'하며 반가운 아침인사를 날리고 있다.
 
  이 글을 쓰기 전까지는 이런 날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까맣게 잊고 있었다. 시간이 시냇물을 타고 흘러가듯 눈 앞에 있던 현실이 저만치 흘러서 과거라는 이름이 되면 남의 이야기가 되어버린 것처럼 생각하지 않고 살았다. 돌이켜 보니 그런 날도 있었구나 싶고, 변화된 오늘이 새롭게 느껴진다. 그때에 비하면 사람은 늙었고 덩치는 더 커진 반면, 눈 앞에서 함께 작업하고 있는 컴퓨터는 커다란 사과상자 크기가가 3-4센치 두께의 서류봉투만한 크기가 되었고, 인터넷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手 아니 선線에 연결되어 더 큰 세상을 보여주고 있다. 많이 변했다, 세상이. 난 이렇게 변할 줄 정말 몰랐다. 어쩌면 알려고도 하지 않은 때문일지도 모른다 
 
  모처럼 호랑이 담배피우던 시절로 생각을 거스르게 한 것은 오늘 마지막 장을 덮은 [우리는 마이크로 소사이어티로 간다] 덕분이다. 이 책은 오늘 우리가 부딪히는 현실과 걱정스러운 내일을 염려하느라 채 생각하지 못했던 '변화된 대한민국의 면면'을 "세상의 변화를 읽는 디테일 코드"라는 부제로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을 쓴 사람은 한 사람의 개인이 아니라, NHN의 오픈 네트워크형 조직의 학자와 전문가들이 함께 작업했다. 이 책이 말하는 마이크로 소사이어티Micro Society"작고 사소한 힘이 큰 변화를 이끌어내는 사회. 네트워크 환경의 변화로 누구든, 언제, 어디서나,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작은 신세계"를 말한다.
 
 


 
  이 책은 '휴대전화와 인터넷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이 가능해졌는데 그만큼 더 친해진 것일까?', '인터넷 덕분에 연애기간은 짧아졌을까?', '인터넷을 많이 쓰면 늘어난 정보량만큼 똑똑해질까?','오늘날은 잘 놀아야 일도 잘하는 걸까?' 등 우리가 한 번쯤 우문愚問 삼아 던져봤을 질문들 속에서 '정체성, 프라이버시, 지식, 경제, 놀이, 권력, 예술문화'등 7개의 키워드를 통해 인터넷이 결합된 오늘날의 네트워크 세상을 조망하고 분석하여 다가올 미래의 모습 또한 살피고자 했다. 그 중에서 특히 필자가 주목한 부분은 개인의 정체성을 이야기한 '나는 몇 개 인가?'와 경제부문의 '클릭의 경제학을 읽어라', 그리고 놀이를 이야기한 '나는 논다, 고로 존재한다'였다.
 
  인터넷 공간 속에서의 '나'는 아바타와 퍼스콘, 그리고 닉네임과 아이디가 결합된 새로운 '나'로 변신한다. 익명성은 행동(온라인상에서는 발표, 표현을 말하겠지만)을 자유롭게 하여 현실에서 드러내지 못한 또 다른 '나'로 존재할 수 있기에 한 편으로 보면 표현하지 못했던 내면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게 되어 보다 '나 다운 정체성'을 구축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화력의 제공과 화재의 원인을 동시에 제공하는 동전의 양면같은 불의 소용'처럼 표현의 자유로움을 제공하는 익명성이 오용되고, 악용되는 사례들도 생겨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악플로 인한 잇달은 자살과 출처를 알 수 없는 정제되지 못한 정보들로 혼란이 가중되어 법치와 규율이 존재하는 오프라인과는 달리 온라인은 무정부화되는 경향도 없잖다.
 
  한편 네트워크화된 개인주의는 집단을 좀 더 세분화시켜 관계면에서는 적극적인 참여와 활동이 더욱 활발해 지지만, 과연 온라인상에서의 친분이 인간대 인간의 면대면 만남이 갖는 의미나 가치만 할까 하는 부분에서 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손쉽게 친해지는 만큼 쉬이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아닐지, 또 잦은 온라인으로의 접속으로 인해 고독하고 외로운 대로 살아가는 본연의 인간이 살아갈 힘마저 잃어버리는 것은 아닐지도 고민하게 된다. 이를 단순히 초창기에 있을 법한 약간의 혼란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그리고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정화는 불가능할까?
 
 

 
 
  경제를 살펴보면 앨빈 토플러가 말했던 생산소비주체자 프로슈머의 등장과 조회수와 클릭수가 화폐가치로 변하는 오늘날의 경제구조는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공유와 공감을 기반으로하는 온라인상의 경제구조는 반면 컨텐츠 창조자의 권리와 수익구조를 모호하게 만들어 새로운 사회문제를 만들고 있다. 새로운 컨텐츠 구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소비자는 어느새 '범죄자'가 되어버리는가 하면 '재주는 곰이 부리고 주인은 돈을 받는'식의 수익구조는 '스토리텔링'이 원천이 되고 있는 온라인시장의 기반을 흔들기도 한다.
 
  사람들이 만나 정보를 교환하는 시장은 미디어가 대신하고 있어 시장이 곧 미디어가 된 오늘, 오프라인을 보조했던 온라인은 사실상 통합되어 경쟁하고 있다. 앞으로 오프라인시장은 어느 인터넷 서점처럼 상품주문은 온라인에서 주문하고 물건은 퇴근길에 상품을 찾아가는 '창고로서의 역할'만 하는 시대도 도래할 것 같다. 문제는 시장과 세상은 바뀌고 있는데, 기업과 기업가의 마인드는 여전히 영화로웠던 아날로그 시대를 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대를 공감하고 참여하는 기업가의 대두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대다.
 
  마지막으로 놀이. 하루중 컴퓨터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늘어난 현대인은 놀이 또한 전보다 컴퓨터에서 많아진다. 단순히 게임만을 했던 과거와는 달리 생활의 한 부분이 되어버린 지금 놀이와 업무의 경계는 모호해졌다. 최고의 업무능력이 향상되는 순간이 '몰입Flow'은 게임중 일 때 극도에 달하듯, 업무를 게임처럼 몰입할 수 있는 환경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인터넷 중독, 게임중독과 같은 과몰입현상을 불러 새로운 질병으로 대두되고, 반면 성공과 부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중독에 이를 만큼 몰입한 사람들은 소수지만 '새로운 창조자'가 되어 과거에는 볼 수 없는 어마어마한 성공의 반열에 오르고 있다.
 
독일의 극작가 실러는 "인간은 가장 인간다울 때 놀 수 있고 가장 인간적이다."고 말했지만, 지금은 '가장 잘 놀 때 업무적으로 성과도 생기고, 인간다워지는 세상'이 도래한 것은 아닐까? 확실한 것은 가능하다면 편집광적으로 미치듯 일하는 사람은 놀 듯 일한다고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어느 것이 제대로운 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시대적 요구는 후자에 있고, 그것을 절대선善으로 본다는 것이 걱정스럽다. 놀이는 몰입과 중독에 이르는 아드레날린적 효과도 있지만, '휴식'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휴식을 권하는 말은 이 세상 어디에도 찾을 수가 없는 것이 우려된다. 
 
  이 책은 어느 것 하나에도 문제제기나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우리가 오늘날을 살아가면서도 이미 젖어 있기에 넘기고 있는 현실을 조목조목 짚고 있을 뿐이다. 서로 다른 분야, 서로 다른 필자들이 말하고 있어서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도 있다. 화법 또한 틀려 때로는 난감할 정도로 딱딱하고, 지루한 감도 없지 않다. 하지만 외국의 다른 나라에서는 예를 찾을 수 없는 '인터넷 강국'만이 갖고 있는 대한민국의 네트워크 사회를 잘 조명하고 있어 오늘날의 우리를 살피고자 한다면 읽어볼 이유는 충분하다. 통찰력은 과거와 현재를 조망해 미래를 내다보는 것이라지만, 과거에는 있지도 않았던 새로운 세상이 갑자기 찾아와 자리잡고 있는 오늘날은 현재를 보는 것만도 숨이 차기 때문이다. 마케팅과 트렌드에 민감한 독자들이라면 이 속에서 원하는 답을 찾을 지도 모른다. 오늘을 보여주는 책이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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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처럼 일한다는 것 - 위기에서 빛나는 스티브 잡스의 생존본능
리앤더 카니 지음, 박아람.안진환 옮김 / 북섬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불황에 더욱 빛나는 스티브 잡스의 특별한 업무방식
 
  "우리나라에도 들어온다며?" 며칠 전 만난 사람마다 꺼낸 이야기는 단연 '애플의 아이폰i-Phone' 이다. 지난 11일자 신문에 내년 4월 1일부터는 아이폰을 비롯해 세계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거물급 휴대폰을 우리나라에서도 상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책사업으로 추진했던 이동전화 단말기의 표준 플랫폼 규격인 위피('Wireless Internet Platform for Interoperability)의 준수 의무를 해제하고, 사업자가 위피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전기통신설비의 상호접속기준' 고시를 개정하기로 하면서 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거의 15년 동안 외국계 회사인 M사의 제품을 쓰고 있다. 휴대전화가 보급될 당시 가장 먼저 소개된 제품이어서 우연히 쓰게되었는데, 그런 인연으로 타사의 훨씬 더 좋은 제품들이 있다고 하지만 꾸준히 써 왔다. 휴대전화를 한 번 바꾸면 아주 보기 흉할 만큼 낡거나, 더 이상 기능을 할 수 없을 때까지 평균 2-3년을 쓰기 때문에 M사에게도 그리 탐탁치 않은 고객일지도 모르지만 손에 익은 익숙함과 내 취향에 딱 맞는 디자인이라 다소 떨어지는 기능과 불편함을 감수하고 사용하는 충성고객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해 왔지만, 내년엔 아이폰으로 등을 돌려야 겠다고 마음을 고쳐 먹고 있다. 아이폰은 이제껏 만나 보지 못한 '대단한 물건'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바로 '디자인'과 '가격에 있다. 예전에는 없었던 그래서 상상하지 못했던 제품을 만나는 것은 소비자에게 큰 즐거움이다. 이미 출시만 했다 하면 세계의 디자인상을 모두 휩쓰는 것이 애플 제품이 아니던가? 그런 멋진 디자인의 휴대전화가 내 손에 넣는 것은 놀라운 경험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종전의 휴대전화 신제품의 반가격에 제공된다면 사지 않으면 손해 볼 것 같은 느낌마저 주지 않을까? 최근 미국에서 8G가 199달러, 16G가 299 달러에 판매되고 있는 아이폰이 이번 크리스마스 전후로 월마트를 통해 4G 용량으로 99달러에 판매한다는 소식에 올 연말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다는데, 우리나라엔 어떻게 공급될 지도 궁금하다. 올 해 안에 국내에 출시된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말썽투성의 휴대전화로 앞으로 4개월을 더 버틸 심산이다. 어제 서점에서 만난 [잡스처럼 일한다는 것 Inside Steve's Brain]은 그런 지루한 기다림을 흐믓한 설렘으로 만든 책이다.
 
 


 
  'Cult of Mac'이라는 인기 블로그를 운영하며 스스로 맥 예찬론자라고 이야기하는 저자 린더 카니는 12년 넘게 취재한 스티브 잡스와 애플의 이야기를 이 책에 생생하게 담고 있다. 21세기의 대표적인 기업모델로 부상한 애플의 화려한 이력 속에는 '스티브 잡스'가 존재하고 있다. 그에 대한 평가는 평가하는 사람만큼 분분하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를 일러 사업가라기보다는 예술가에 가깝다고 할 만큼 창의적인 제품을 상품화하는데 뛰어난 능력을 지녔다고 말하는가 하면, 픽사의 관계자들은 문화적 엘리트주의자이자 탐미주의자이며 반물질주의자라고 평한다. 그의 수하에서 일했던 사람들은 채찍질만 안하는 독재자와 다름없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내가 주목하고자 한 것은 그의 범상치 않은 어떤 점들이 '애플'을 빛나게 하고, 그 결과물들은 전 세계의 소비자들을 열광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점이다. 그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세계를 놀라게 할 물건들을 쏟아내는가? 이것이 내가 궁금해 하는 점이었다.
 
  이 책은 지금의 스티브 잡스가 있기까지를 전체적으로 살펴보고 그 속에서 사업가로서 그리고 한 명의 인간으로서 그가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 그를 한마디로 평가한다면 '괴팍한 창조자'가 아닐 수 없다. 스티브식 종결Getting Steved라고 해서 해고 대상인 직원들을 구석에 몰아세우고 회사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캐묻고 그에 대해 만족스러운 대답을 듣지 못하면 해고했다는 소문이 들릴 만큼 그는 경영자로서 직원 한 명 한 명을 챙기는가 하면, 잡스 자신이 개발자가 되어 직원들과 함께 숙식을 하며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그의 괴팍한 성격과 업무스타일은 오늘날의 아이팟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는 또한 소비자를 아는 기업가다. "애플의 핵심은 기업이 아닌 사람들을 위한 컴퓨터를 만드는 것이다.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은 또 하나의 델이나 컴팩이 아니다."고 말했는데, 기업을 대상으로 주문를 얻는 기존의 컴퓨터업체들의 생각을 벗어나 이윤이 적고 까다로운 소비자를 직접 공략하는 방식을 채택해 그들이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해 낸다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델과 부딪힐 필요도 없고, 고급화 해 더욱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2등만 해도 어딘가? 하는 무사안일한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의 '사람(개인소비자)을 위한 컴퓨터'에 대한 생각이 결실을 맺은 것이 바로 아이팟이다. 이미 레드오션이 되어버린 시장에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훌륭한 디자인에 음원을 제공하는 플랫폼인 아이튠즈itunes을 결합한 제품을 가장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를 공략해 2007년 4월까지 아이팟 제품라인은 1억 개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고,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기까지는 5억 개의 아이팟이 팔릴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소비자 전자제품의 히트작을 만들어 낸 것이다. 무엇보다 인상깊은 것은 그의 '디자인관觀'이다. 그는 디자인을 단순히 외관을 의미하는 사람도 있지만 좀 더 깊이 파고 들면, 사실 작동방식을 의미하고, 무언가를 진정으로 적절하게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완벽하게 이해해야 하며, 본질이 무엇인지 철저하게 파악해야 가능하다고 보았다. 한 제품의 멋진 디자인은 제품의 본질 정확히 이해해야 가능하다는 그의 말은 아이팟에 소비자들이 열광하는 이유를 말해주는 듯 했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똑똑하고 날카로운 눈을 가진 오늘날의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기업이 제품 디자인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알려주는 것 같았다.
 
  그의 책을 읽으면서 지루함을 모르는 직장, 도전정신으로 꽉찬 편집광적 직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던 인텔의 앤드루 그로브 회장의 말이 생각났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스티브 잡스를 보면서 그처럼 쉼 없이 도전하고 모험하는 진행형이며 빈틈없는 밀봉이 아니라 그 틈을 뚫고 나오는 활화산 같은 역동의 에너지 즉, 정진홍교수가 말했던 [완벽에의 충동]을 느끼게 했다. 그래서 각 장의 말미에 잡스의 업무스타일과 경영방식을 요약해서 정리해 놓은 '스티브의 교훈'은 더욱 가깝게 다가온다. 지금까지 파격적이지만 완벽한 프리젠테이션을 자랑하는 '괴짜 경영자'로만 여겨왔었는데, 아이팟의 성공이 가능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는 그의 기업이념과 경영방식이 충분이 녹아있었기 때문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소설보다 흥미진진한 제품개발 스토리와 주변사람들의 생생한 육성은 300 페이지의 책이었다는 것을 잊게 만들었다. 스티브 잡스와 애플에 이렇게 귀기울이게 했던 것은 성장동력을 찾지 못해 애태우는 오늘날 우리 기업들의 모습들을 안타깝게 지켜보며 느꼈던 절박함 때문인지도 모른다.
 
  직접 소비자를 대면하는 나의 일을 비롯해 많은 기업들은 저마다 '최고의 품질과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것을 약속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판단'이었을 뿐 '소비자의 판단'을 유보한 것이었다. 그래서 매출이 늘어나면 '우리가 그렇게 훌륭한 제품과 서비스를 내 놓았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다'고 하고, 매출이 줄어들면 '바보같은 소비자들이 우리의 제품을 몰라준다'고 원망하는 것이 나의 솔직한 고백이다. 이 책은 지금까지의 내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80년대 초반 잡스는 가구가 거의 없는 저택에서 생활했다고 한다. 잠을 침대없이 매트리스 위에서 잘 정도였는데, 그 이유는 수준 이하의 가구를 구입하는 자신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훌륭한 세탁기 하나를 고르기 위해 가족이 2주 동안 토론을 벌였을 만큼 잡스는 소비자로서 정말 괴팍하고 깐깐한 사람이다. 자신이 그런 사람인지라 제품을 생산할 때도 소비자의 입장이 되어 완벽을 추구했다. '과연 내가 소비자라면 이 제품을 기꺼이 살 것인가?' 항상 되물으며 완성도를 높였던 것이다. 부실한 매출의 원인을 소비자의 탓으로, 시기를 잘못 만난 탓으로만 돌렸던 나 자신을 돌아보게 했다. 그리고 앤드루 그로브가 말했던 지구 종말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편집광'이란 무엇인가를 알게 했다. 소비자의 아낌없는 사랑을 갈망하는 기업이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애플의 제품과 스티브 잡스의 업무방식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지난 2005년 스탠포드 대학교 졸업식에 참석한 스티브 잡스는 이렇게 말했다. "진정한 만족을 누리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이 대단하다고 믿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단한 일을 하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는 것이다." 자신의 일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비즈니스맨, 철저하게 고객 중심의 경영을 펼치는 경영자, 우주에 흔적을 남기겠다는 열정을 가진 인간, 이 책 속에서 찾을 수 있었던 스티브 잡스의 모습이었다.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과연 내가 소비자라면 이 제품을 기꺼이 살 것인가?' 항상 되물으며 완성도를 높였던 것이다. 부실한 매출의 원인을 소비자의 탓으로, 시기를 잘못 만난 탓으로만 돌렸던 나 자신을 돌아보게 했다. 그리고 앤드루 그로브가 말했던 지구 종말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편집광'이란 무엇인가를 알게 했다. 소비자의 아낌없는 사랑을 갈망하는 기업이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애플의 제품과 스티브 잡스의 업무방식을 통해 알 수 있었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애플의 법칙

딜리셔스 샌드위치

편집광만이 살아 남는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기업가

직장인

애플제품 매니아

스티브 잡스라는 인물을 존경하는 사람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애플의 핵심은 기업이 아닌 사람들을 위한 컴퓨터를 만드는 것이다.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은 또 하나의 델이나 컴팩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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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를 읽는 기술 - 비즈니스맨과 트렌드세터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트렌드 입문서
헨릭 베일가드 지음, 이진원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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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트렌드를 만들고, 트렌드는 인간을 분해한다?
 
  "유행하고 트렌드의 차이가 뭐지?" 동료들과의 대화중에 튀어나온 말이다. 하루에도 골 백 번을 듣는 말이면서도 자리에 있던 사람 그 누구도 그 차이를 명확하게 말하지 못했다. 한글과 영어로 쓰여졌다는 것 정도? 유행이란 말이 20세기에 주로 쓰여진 단어라면, 트렌드는 21세기에 사용되는 단어가 아닐까? 한 명씩 입을 섞어 대답을 했지만 처음 질문으로 비롯된 새로운 질문이었을 뿐 확실한 정답은 찾을 수 없었다. 곧이어 다른 화제로 넘어가버리고 말았지만, 세상에 뿌려진 '핫 트렌드Hot treend' 일색의 광고 문구를 접하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질문은 하나였다. '트렌드가 무엇일까?' 
'트렌드가 정확하게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정의하며, 그것이 기업과 사회 차원에서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 내가 이 책을 찾은 것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명쾌한 제목 때문이기도 하지만 신뢰가는 저자의 이력때문이었다. 저명한 트렌드 분석가이자 트렌드 분석에 '사회학'을 접목해 '트렌드 사회학'의 선구자로 알려진 헨릭 베이가드가 쓴 책, [트렌드를 읽는 기술 Anatomy Of A Trend]이다.      
 
 


 

  내가 미래서라 불리는 이런 종류의 책을 찾는 개인적인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이른 바 '밀레니엄 신드롬'이라 해서 새로운 21세기에 대한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커갈 때 즈음 미래를 팔아 성공하고 있는 마케팅 컨설턴트, 페이스 팝콘이 내놓은 책 [클릭, 미래속으로]는 앞으로의 미래에 대두될 17개의 트렌드를 소개한 책으로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01년, 선후배와 힘을 합쳐 사업체를 시작하려고 했을 무렵 창업아이템을 가지고 고민하고 있던 때에 이 책이 제시한 '전문성을 추구하라'는 메시지의 도움으로 '한가지 음식만 제공하는 전문식당'을 차리기로 했다. 당시에는 되도록 많은 메뉴를 포함시키는 것이 전반적인 창업경향이었는데, 위험천만했지만 과감했던 이 선택은 적중해서 전문성을 갖춘 집으로 소문나 재미를 톡톡히 봤었다. 그 후에 비슷한 점포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지만 성공창업을 하는데 큰 아이디어를 제공한 책이어서 이후에도 새로운 사업이나 마케팅을 준비할 때 다시 한 번 점검하게 하는 실용서다.
 
  물론 팝콘의 미래예측이 모두 적중했다고는 보기는 어렵지만 그 중에서도 개인화와 핵가족화 그리고 안전을 희망하는 시대적 요구로 코쿠닝(누에고치)족이 생기고, 동호인클럽을 위주로 한 유유상종의 집단화가 진행되고, 주머니 한도 내에서 작지만 최고의 사치를 즐기는 명품족이 탄생하고, 멋진 남성상은 유니섹스형의 부드러운 남자가 되고, 건강과 장수에 대한 바람은 그 어느 때 보다 크고, 소비자를 의식하지 않으면 안되는 생산시스템이 될 것이라는 등 저자가 제시한 미래예측의 상당부분이 8년이 지난 지금까지 현실에서 확인하고 있을 만큼 대단한 예측력을 지녔다.   
 
  하지만 이 책은 미래서적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다. 저자가 내 놓은 미래예측들의 근거가 무엇인지를 밝히지 않고 있어 객관적 판단이 어렵다는 것이다. 팝콘이 제시한 미래예측들이 과연 맞을까 하는 것은 나중에 시간이 흐른 후에 판단할 문제이고, 어디까지나 제 3자적 독자로서 그것을 지켜보는 것 밖에는 없다는 것이다.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트렌드를 직감하고, 판단할 수 있어서 그 트렌드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까지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얻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부족함을 없애주기에 충분했다.
 
 

 
 
  이 책의 저자는 흔히들 트렌드 하면 '뭔가 새롭거나 최근 유행하는 것' 또는 '가볍고 신비로운 것' 혹은 '완전히 예상할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트렌드란 '신제품'을 만드는 '제품 개발'로 인해 생기는 '변화 과정'으로 보면 된다고 말한다. 새로운 트렌드는 생겨날 때마다 특정 패턴이 반복적으로 되풀이 되는데 이 패턴은 일정한 틀에 따라 움직이는 인간의 행동에 깊이 관계가 있다. 그래서 실제로 트렌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쉽게 예측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 근거는 트렌드는 인간의 행동을 수반하는 사회 문화적인 과정이라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트렌드를 쉽게 예측할 수 있다는 저자의 장담은 그 해답을 구할 수 있다는 생각에 책을 읽는 열정에 박차를 가하게 한다.
 
  트렌드를 확산시키는 주인공에는 트렌드 창조자, 트렌드 결정자, 트렌드 추종자, 초기 주류 소비자, 주류 소비자, 후기 주류 소비자, 보수적 소비자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중 트렌드의 확산에 가장 넓고 깊은 영향을 끼치는 부류는 '트렌드 결정자' 즉, 트렌드 셰터trendsetter 들로 시각적으로 민감한 집단, 젊은이, 디자이너, 예술가, 부자, 유명인사, 남성 동성애자 그리고 스타일을 의식하는 하부 문화부류 중 하나 이상이 새로운 트렌드를 수용할 경우 그것이 트렌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로스엔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뉴욕, 파리, 런던, 밀라노, 도쿄 등의 특정적인 세계적인 도시에서 발생하는 유행일수록 트렌드로 생겨날 가능성은 더 커진다.
 
  어떤 트렌드가 트렌드 결정자로부터 주류 소비자들에게 전달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제품마다 다르다. 예를 들어 화장품은 1-2년, 의류는 2-3년, 액세서리 2-3년, 홈 디자인 5-7년, 스포츠 장비는 6-8년 정도 걸린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확산 과정이 보통 저가의 제품에서 더 빠르게 일어난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이 글의 처음에 언급한 질문, "유행과 트렌드는 무슨 차이가 있는가?" 또 하나는 "트렌드가 가장 유행할 때는 언제인가?"이다. 우선 유행과 트렌드의 차이는 새로운 무언가가 일시적 유행에 그칠 경우 그것은 시장에서 매우 짧은 기간 동안만 생명력을 유지한다. 하지만 트렌드의 어느 한 정점에서도 유행을 감지할 수 있고, 일시적 유행과 트렌드 모두에 '트렌디trendy하다'고 칭하기 때문에 일정한 시점을 놓고 그것을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다시 말해 트렌드 결정자가 전파시킨 그 무엇이 트렌드 추종자에서 그칠 경우 그것은 유행일 뿐이고, 주류 소비자를 거쳐 보수적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확산된다면 그것은 트렌드라는 것이다. 
 
  저자는 트렌드 포착에 필요한 주요 단서 열 가지를 제시한다. 주류에 대항할 때, 서로 다른 분야의 트렌드 결정자들이 받아들일 때, 많은 트렌드 결정자들이 받아들일 때, 트렌드 결정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주요 도시에서 등장할 때, 트렌드의 확산 초기에는 제품과 디자인의 발전이 계속될 때, 제품이나 스타일의 모방 혹은 복사가 가능할 때, 유명인사 혹은 언론들이 주목할 때, 헐리우드 영화에 등장할 때 등다음과 같은 조건이 충족될 때 주류로 편입될 가능성이 가장 커진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스타등과 같은 유명인이 주목하고, 그들을 추종하는 팬들이 따르고, 이것을 언론이 세상에 알린다면 그것은 트렌드가 되기 위한 충분조건이 된다는 것인데, 케이블 TV등에서 유명인의 의상이나 집 그리고 생활이 공개되는 방송들을 보곤 했는데, 이 모든 것이 트렌드의 전파과정이었고, 그것들을 보면서 주류 소비자인 나는 그 트렌드를 따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트렌드를 직감해서가 아니라 '보기 좋더라'는 느낌과 '그들도 경험하고 있는데..'하는 신뢰감 그리고, 그들과 닮으려고 하는 마음이 트렌드를 쫓게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었다.
 
  그렇다면 미래의 트렌드는 어떤 모습일까? 이에 대해 저자는 기술의 발전과 운송과 여행수단의 변화에 힘입어 트렌드의 변화는 빠르고 점차 더 짧은 모습을 띨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리고 모방과 위조, 인터넷과 인쇄 매체 에 의해 그 속도는 더 가속을 붙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렌드 결정자가 얼마나 변화를 많은 변화를 추구할 것인가, 그리고 트렌드 추종자와 주류 소비자들이 그들을 얼마나 따를 것인가가 우선될 뿐, 가속 수단들은 차후의 이야기라며 가까운 미래에 트렌드의 패턴은 지금보다 극적으로 변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 책이 미래의 트렌드를 예측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이유를 설명한 부분이기도 하다.
 

  트렌드의 시작은 스타나 유명인과 같은 소수의 트렌드 결정자들에 시작되고, 언론은 그것을 세상에 알리는 것을 돕고, 보수적 소비자에게까지 수용될 때 트렌드는 생명을 다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지금도 수많은 트렌드가 생겨나는데, 이는 트렌드 결정자들의 일거수 일투족에서 비롯된 것이라는데 이미 알고 있는 유행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어 약간 힘이 빠진다. 하지만 이것은 소비자의 경우일 뿐, 제품의 공급자의 입장에서는 그들에 포커스를 맞추고 소비자들의 외형과 소비성향을 꾸준히 파악한다면 트렌드의 진행정도를 감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까지 수동적으로 어디에서 왔는지 조차 모르고 막연히 따라가야만 하는 흐름으로만 여겨졌던 '트렌드'에 대해 이 책은 트렌드가 유행과는 어떻게 다르고 얼만큼의 생명력과 힘을 지녔는지를 알게 해 주었다. 오늘을 시점으로 유심히 그리고 꾸준히 관찰한다면 트렌드의 흐름도 알 수 있겠다하는 느낌을 심어준 책이다. 비슷한 류의 트렌드 관련서인 [마이크로 트렌드], [우리는 마이크로 소사이어티로 간다]가 페이스 팝콘의 [클릭 미래속으로]와 같이 현존하는 트렌드와 앞으로 다가올 트렌드 경향을 콕 짚어서 제시하고 있다면, 이 책은 과연 트렌드 속에서 우리의 삶은 어떤 변화를 겪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를 고민하는데 있어서 속 시원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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