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경제 - 금융위기와 한국경제
유종일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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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흔들리는 한국경제, "문제는 정치야, 이 바보야!"

  경제는 바닥에서 벗어날 줄 모르고, 세계에서 전해지는 소식들은 우울함, 자체다. 전날 미국장 소식에 의해 우리주식시장은 춤을 추고, 환율은 맞장구를 친다. 국민들은 가벼워지는 지갑과 장바구니를 보며 IMF의 악몽이 재현되는게 아닐까 조마조마하고 있다. 하지만 10년 전과는 크게 다른 하나가 있다. 지금은 경제에 눈뜬 국민들이 있다. 조간신문 속에는 항상 경제신문이 들어있고, 국가의 경제정책에 깊은 관심을 두며 잘못된 것이 있으면 이를 수정하기 위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제를 생각하는 국민이 있어 더 이상의 IMF는 없을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비록 폴리페서라 불릴 지언정 강의실을 떠나 현실에 대해 촌철살인을 날리는 경제학 교수, 그들 또한 경제신문 못지 않게 국민이 눈을 뜨는 데 한몫을 하는 사람들이다. 소개하는 책도 그런 폴리페서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다. 현재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이며, MBC 라디오에 '손에 잡히는 경제 유종일입니다'의 진행을 맡고 있는 유종일 교수가 작금의 금융위기와 한국경제에 대해 입을 열었다. [위기의 경제]가 그것이다. 그들의 목소리가 어떤 색이든 상관없다. 직접 참여하고, 목소리를 높이고 독자, 즉 국민들에게 소리치는 지성인이 있다는 것은 국민된 입장에서 반가운 것이다. 그가 보수든 진보든 상관없다. 정부쪽에서 소리를 내든, 국민의 입장에서 소리를 내든 모두가 귀기울여야 할 것들이다. 그는 다행히 국민의 입장에 섰고, 그는 칼을 입에 물고 서슬퍼런 목소리를 냈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지는데, 우선 금융위기와 한국경제를 말하고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그리고 경제민주화의 길을 이야기했다. 언론과 미디어에서 귀에 못이 박히게 이야기했던 미국발 금융위기는 차치로 두자. 저자는 우리나라가 IMF 이후 10년간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며 세계 4위의 외환보유고를 쌓았고, 따라서 외자에 의존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구조의 취약성과 정책 대응의 미숙함으로 말미암아 외환위기 수준의 환율 급상승과 외화유동성 위기를 맡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경제의 구조적 취약점에 대해 한국경제의 대외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서 외부충격에 대한 내성이 무척 약하다는 점, 한국경제의 양극화구조, 그리고 한국경제를 금융위기에 노출시키는 가장 직접적인 요인인 부채의존구조를 들었다. 또한 IMF이후 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 구조조정과 제도개혁을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이렇게 위기를 맞은 이유는 첫째 구조조정과 개혁을 철저하게 하지 못했다는 점, 둘째 IMF 위기 이후에도 금융리스크관리를 제대로 못한 점, 셋째 정책운용이나 시스템 리스크 관리 역량에 비해 과도하게 자본시장을 개방하고 외환자유화를 추진한 것이 문제였다고 말하고 있다. 

   이번 미국발 금융위기로부터 한국경제가 반성해야 할 점은 성장지상주의적 정책 마인드다. 우리나라의 경제정책은 대체로 성장시장주의에 중독되어 있어 성장을 위해 분배와 안정을 희생시켜왔다. 그런데 분배와 안정이 훼손되면 결국 성장에도 심대한 타격이 오는 것이다. 우리 경제의 양극화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고, 이는 실물경기의 침체로 소득(경제성장)면에서 커다란 손실로 남겨지고 있다. 성장, 분배, 안정을 위한 경제정책을 수립해야 함을 항상 고려해야 한다.

  저자는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을 한마디로 박정희 시대의 관치-재벌-토건경제를 부활시키고 감세와 규제완화를 중심으로 한 공급중시 성장정책이 서로 상충되면서 적당히 뒤섞인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철학도 없고, 더군다나 두 가지 모두 실패한 경제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섞어 따르고 있는 모습을 답답하게 여기고 있었다. 지난 해 읽은 책 중에 저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시절 자신이 '경제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는데, 이는 잘못된 말이라고 말했다. 그는 CEO라는 개념도 없던 시절의 일개 기업의 사장이었기 때문에 굳이 이야기하자면 '경영대통령'쯤 된다는 것이다. 미래를 향해 거시적인 경제 전반을 내다볼 줄 모르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꼬집은 말이었다. 

  미래지향적 정책은 잘 안보이고 과거회귀형 정책이 난무하고 있는 현 정부의 5년은 예전의 평균성장률 정도나 이루어내면 다행일 것이라고 저자는 말했다. 산업구조는 더욱 대기업 위주로 왜곡될 것이고, 비정규직의 축소와 보호강화도 기대하기 어려워 양극화는 더욱 심화된다고도 덧붙였다. 특히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규제완화와 감세를 추진한다고 하지만, 이것들이 어떻게 성장잠재력 확대로 이어지는지에 대해 의문을 두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진정으로 성장잠재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경제민주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선 기회의 평등을 심화시키는 것이 중요한데, 양적 투자확대를 위주로 한 성장단계는 이미 지났고, 혁신과 효율적 투자에 의한 성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따라서 혁신에 의해 가치를 창출하는 곳으로 자원이 배분되도록 재벌개혁, 금융개혁, 정부개혁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규제완화가 아니라 필요한 규제는 하면서 규제의 투명성과 효율성, 일관성을 확보하는 규제개혁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공정한 시장과 국가 역할의 재정립, 경제 거버넌스의 미준화 그리고 전략적 개방이라는 현 단계 경제민주화의 3대 과제를 기본으로 구체적인 정책대안들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저자는 클린턴 대통령의 유명한 선거 슬로건이었던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를 빗대어 경제가 제대로 되려면 정치가 바로 서야 한다는 내용으로 "문제는 정치야, 이 바보야!"라고 패러디 했다. 지난 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크루그먼(Paul Krugman)의 저서 [진보주의자의 양심]을 읽고 떠오른 말이라 했는데, 어디 책을 보고 떠오른 말 이겠는가? 경제학자 답게 금융위기에 대처하는 한국경제의 나아갈 바를 거시적으로 살펴본 책이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경제를 이야기하자면 정치를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정책에 휘둘려 경제가 춤을 추고 있기 때문이다. 어떨 때 보면 소비자나 기업, 시장은 그 후위에 놓인 기분이 들 때가 많다. 등소평이 흑묘백묘라 했던가? 아무렴 어떠랴, 경제가 잘만 굴러간다면 그럴 수 있는 정책이 우선된 들 무슨 상관이겠는가?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못한 것이 유감이다. 이정책 저정책 5년간 바꿔보다가 뒤로 물러나면 전 정부 욕하며 또 다시 깃대를 이리 저리 흔드는 것이 우리나라 정부의 정책이 아니던가?

  시대는 변했다. IMF 때와는 판이 다르다. 국민이 다르고 식자識者들도 변했다. 그들의 목소리와 우려는 매일 쏟아지고 있다. 현실을 이야기하는 촌철살인의 목소리들에 귀기울여서 정부를 이끌어야 한다. 오늘 내가 읽은 소리는 "문제는 정치야, 이 바보야!"였다. 제발이지 또 다시 IMF와 같은 위기를 맞고 나서 "우물쭈물하다 내 이 꼴 날 줄 알았지"라는 조지 버나스 쇼의 묘비명을 듣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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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파일 - 트렌드를 읽는 자가 미래를 선점한다!
리처드 왓슨 지음, 김원호 옮김 / 청림출판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내가 상상하지 못한 미래의 트렌드를 재미있게 풀어낸 책!

   지난 2002년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을 맡고,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를 기억하는가? 시간적 배경을 2054년으로 설정하고 있는 이 영화에는 프리크라임Pre-crime이라는 범죄가 일어나기 전 범죄를 예측해 범죄자를 단죄하는 최첨단 치안 시스템이 등장한다. 프리크라임 시스템은 범죄가 일어날 시간과 장소, 범행을 저지를 사람까지 미리 예측해내고, 이를 바탕으로 프리크라임 특수경찰이 미래의 범죄자들을 체포하는 장치다. 

  '가까운 미래를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만약 그럴수만 있다면 내일의 주식상황을 알아내고 오늘 내가 가진 주식을 사고 팔아 대박을 내겠다. 다음 달에 있을 대형참사 지역를 미리 알 수 있다면 경찰에 알려 오늘부터 그곳을 출입금지구역으로 설정해서 원인을 차단해서 시민들을 안전하게 할 수 있겠다. 그럴수만 있다면...이 영화를 보고 한동안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기억에 빠진 적이 있다. 

   여기 미래를 예측한 책이 있다. 미래에 예상되는 시장 트렌드를 토대로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기업과 개인의 이노베이션 방향을 설정하는 것을 주요업무로 하는 미래학자 리처드 왓슨이 정치, 경제, 사회 등 전 분야에 걸쳐 미래 변화를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섬세하게 설명한 책 [퓨쳐파일Future Files]이다.   

 

  "미래는 이미 우리가 사는 이곳에 존재한다. 다만 널리 확산되지 않았을 뿐이다"라고 윌리엄 깁슨William Gibson 이 말한 것 처럼 저자는 미래학자로서 누구보다 세상에 존재하는 트렌드를 많이 살펴볼 수 있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2050년의 미래를 예측하고 있다. 당장 올해의 경제성장 전망치가 궁금한 우리가 2050년의 미래를 내다봄이 SF 영화처럼 터무니없는 상상을 나열한 책은 아닌가? 의문했었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 가운데 일부는 이미 일어난 일에 관한 것이고, 이들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고 그로 인해 미래의 모습이 어떤 식으로 변해 갈 것인지를 말하고 있어  당장 내일이라도 달라질 것 같은 현실감을 지니고 있었다. 미래에 대해 예측 하는 것은 확실히 '위험한 도전'이지만, 정확하게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해서 미래의 상황에 대해 아예 생각하지 않는 것은 이보다 훨씬 더 위험한 일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미래 예측의 키워드를 크게 11가지로 잡았다. 그리고 키워드마다 미래사회를 변화시킬 다섯 가지 주요 트렌드를 싣고 그것을 설명하고 있다. 독자의 입장에서 가장 궁금한 부분이기에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1. 사회와 문화 - 사람들은 목욕을 더 오래 할 것이다.

트렌드 -  세계화, 지역화, 양극화, 불안감, 의미의 추구


2. 과학과 기술 - 미래 사회의 필수요소, 로봇

트렌드 - 나노테크놀로지, 바이오테크놀로지,감정에 반응하는 인공지능, 과학윤리, 로봇


3.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 나만의 공간에서는 내가 바로 슈퍼스타

트렌드 - 주체의 변화, 시간이 부족한 시청자들, 무한히 많은 콘텐츠, UGC, 미디어의 개인화

 
4. 자동차와 교통 - 인공지능 자동차가 미래를 질주한다

트렌드 - 첨단 전자제품으로서의 자동차, 원격 감시 시스템, 운전자 없는 자동차, 환경문제, 대중교통의 일대 혁신


5. 은행과 금융 - 전자화폐를 넘어 가상 화폐의 시대로

트렌드 - 전자화폐, 금융 중개인의 부흥, 부채로 인한 부담, 대출 규제, 은행시장의 개방
 

6. 음식과 음료 - 더 빠르게 혹은 더 느리게

트렌드 - 편리성과 이동성의 추구, 제철 음식-지역 특산음식-슬로푸드, 건강과 쾌락의 동시 추구 - 과거에 대한 향수, 과학과 첨단 기술의 적용


7. 쇼핑 - 편안히 앉아서 손가락으로 쇼핑한다

트렌드 - 초고가상품과 초저가 상품의 양극화, 속도와 편리성, 가구 구조의 변화, 환경보호와 윤리의 추구, 이야기가 있는 상품에 대한 선호
 

8. 건강과 웰빙 - 죽을 때까지 건강한 인생

트렌드 - 인구 노령화, 통신 진료와 통신 치료, 수면과학, 의료관광, 기억 재생과 기억 제거



9. 여행과 업무 출장 - 죄송합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꽉 찼습니다.

트렌드 - 국외 여행의 증가, 기후변화, 자원 고갈, 집에서 쉬다, 시간과 비용

 

10. 비즈니스 - 새로이 전개되는 우뇌형 경제

트렌드 - 노동력부족/이동성 증가/국경의 소멸, 일과 삶의 균형 추구, 첨단화와 자동화, 기업의 사회적 책임, Y세대

 

11. 정부와 정치 - 자국의 이익을 가장 우선시하다 

트렌드 - 도시국가, 신부족주의, 행복에 대한 새로운 정의,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온라인 투표

 

 
  끝으로 앞으로 우리는 어디로 나아가게 될까(12장)에서는 미래 사회에 나타날 가장 중요한 세 가지 트렌드로 첨단 기술의 발달과 인구 구조의 변화, 그리고 지속 가능한 성장의 추구를 꼽고 있다. 저자는 자신을 일러 냉소적인 낙관주의자라며 미래사회가 아무런 문제도 없는 유토피아가 될 거라는 기대는 갖지 않는 것이 좋은데, 이유는 기존의 문제들이 사라진 빈자리는 곧바로 다른 문제들에 의해 채워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필자가 이 책에서 특히 주목한 것은 노령화 인구의 증가, 첨단 (의학)기술의 발달, 물 부족 형상, 기후의 변화 등 이었는데, 앞으로의 미래가 변할수록 그에 대응하는 인간의 현명한 대응도 함께 할 것이다. 하지만 의학의 발달로 모두가 100살이 넘도록 살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보다는 발전하는 기술의 혜택은 소수 즉 부유한 자만이 받게 될 것 같다는 우울한 결론이었다. 오래 살고 봐야 할 노릇이 아니라, 어떻게 해서는 잘 살고 봐야 할 것 같다. 필자의 결론대로라면 결국 물질만능주의자만이 살아남는 미래가 된 단 말인가?
 

  한 치 앞을 모르는 우리가 미래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가올 미래를 알 수 있다면 그에 대비해 오늘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미래를 대비해 현재를 준비한다면 그 전에 알고 있는 미래는 모습이 바뀌고 또 다시 알 수 없는 미래를 맞이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타임머신]이나 [나비효과]등의 영화처럼 과거로 돌아갔을 때 과거의 현실에 변화를 일으키면 현실로 돌아갔을 때 엄청나게 변해버리는 모습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단어의 뜻 그대로 미래未來는 결국 인간은 알 수 없는 영역으로 남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앞으로의 미래는 어떻게 변할까'라는 미래에 대한 질문은 확실히 발전적이다. 대중매체나 언론 그리고 학계가 발표하는 '미래예측'들이 2000년을 맞으면서 '1999년 노스트라다무스의 '지구종말론'은 틀렸다'고 확인한 것처럼 그것이 맞고 틀리는 결과에 깊은 관심을 두기도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머지않아 빙하가 전부 녹아버려 해수면이 높아져서 대륙이 물에 잠기거나, 바다의 담수화와 기후변화로 인해 큰 재앙을 맞이할 것이다'라는 암울한 '미래예측'에 대해 신빙성을 확인하고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예견된 미래의 재앙을 바꾸기 위해 미리 오늘을 준비하고 행동하는 것처럼 미래를 바꾸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우리가 '미래'를 생각하는 것은 오늘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다시 말해  우리가 미래를 내다보며 오늘을 보내는 것은 시대의 종말로 다가서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 책 [퓨처 파일]이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미래예측서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자신이 예측하는 부분들 중에서 긍정적인 미래예측은 그를 향해 추진하고 부정적인 미래예측은 그것을 변화시키기 위해 오늘의 궤도를 수정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래예측서는 항상 옳거나 틀리는 것이다.


  20세기를 마감하면서 나왔던 미래예측서 [클릭, 미래속으로]이후 가장 재미있게 읽은 미래예측서다. 마치 공상과학영화를 보듯 눈에 보일듯 재미있게 설명하는 저자의 위트가 돋보였다. 그리고 그 속에서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사업 아이디어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다양한 직업군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만큼 자신의 업무의 미래를 이 책에서 찾고자 한다면 그 재미와 효용성은 배가 되지 않을까? 현실성 있는 미래의 이야기속에 나의 이야기가 숨어 있었고, 부자되는 법이 숨어 있었다. 무려 450여 페이지가 되는 이 책 쉬이 읽힌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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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걸고 일한다
오카노 마사유키 지음, 정택상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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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구직대란'과 '중소기업 부흥'의 해법, 이 책 속에 있다! 

  얼마전 30년 동안 흑자를 기록했던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이 '폐업', 아니 '종업終業(흑자였음에도 문을 닫게 되므로 굳이 폐업이라는 말을 피했다)'을 신고했다. 화제의 중소기업은 곰인형을 만드는 회사인 양지실업이고, 창업해서 30년 간 흑자를 내며 운영하다가 종업까지 제 손으로 하게 된 인물은 정석주 회장이다.

 그의 '종업終業'의 이유는 30년 동안 경영을 해오면서 70대에 들자 건강이 안 좋고 머리 자체가 맑지 못하고, 창의력과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하기에도 역부족을 느꼈고, 더 이상 욕심을 낼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성찰해서 양심적인 결론을 내려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 보면 더욱 기가 막힌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중소기업이다 보니 '인재'를 영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이다 보니 뛰어난 인재들은 아무리 손짓을 해도 오질 않고, 설령 입사한다고 해도 오래 머물지 못한다고 TV의 뉴스에서 정회장은 말한 바 있다.

 게다가 식구인 아들 마저 "나는 다른 길을 가겠다. 봉급생활자로 봉급 범위 내에서 인생을 살다가 죽겠다"고 말하며 아버지와는 다른 인생관을 선택했는데, 이는 좋고 편한 방법도 있는데, 어려움을 감내하면서 기업을 할 필요가 뭐가 있나'하고 자식이 중소기업인으로서의 아버지를 연민의 정으로 바라봤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중소기업인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정석주 회장은 어느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살아온 인생에서 아쉬움은 없는가 하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다시 태어나면 무엇을 하겠냐 묻는다면 '사업'은 죽어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힘들었던 것이 첫 번째고, 다시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인가 자문했을 때 '못한다'는 대답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지나간 일에 대해 후회되는 일이 있게 마련인데, 사업에 있어서만큼은 내 노력에 후회가 없다."

  살아온 인생에 후회가 없을 만큼 누구보다 열심히 일해 30년의 흑자를 이룩한 정회장이 자신이 일궈온 기업을 스스로 '종업終業'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대한민국에서 중소기업으로 살아가기는 문을 닫고 싶을 만큼 힘들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취업하면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우리 사회의 인식이다. 대기업에 취직하기 위해 대학원이나 유학을 다녀와 내 몸값을 높이려는 이른 바 '스펙'을 쌓기 위해 얼마나 많은 비용과 시간이 낭비되고 있는가? 게다가 대기업에 취직하지 못할 바엔 차라리 '나홀로 사장'을 하겠다며 특별한 준비없이 핑크빛 여론몰이에 휘둘려 많은 젊은이들이 '홈소핑몰 창업'이나 '길거리 창업' 시장에서 채 피지도 못한 채 오늘도 실패자로 양산되고 있지 않은가?

 


  지난 해 발표된 삼성경제연구소SERI에서 선정한 'CEO 여름휴가 필독서 20선'에 주목할 만한 책이 한 권 있다. 그것은 바로 '히든 챔피언' 인데, 이 책은 기업의 평균 수명이 61년 이상, 평균매출액 4,340억, 평균성장률 8.8%, 자기 분야에서 33% 이상의 세계시장점유율 차지, 해외에 평균 24개의 지사 소유하고 있으며 모두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틈새시장에서 은밀하게 움직이며 엄청난 성장세를 과시하며 세계시장을 주름잡는 중소기업들, 즉 히든 챔피언들을 20년동안 추척 연구해 조사한 책이다. 흑자 경영 30년 한국 중소기업의 '종업終業'신고와 세계를 주름잡는 히든 챔피언은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어제 또 하나의 놀라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사장(이 책에서 저자는 사장이라는 말 대신 '대표사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한다)을 포함해 직원이 단 6명인 동네 공업소에서 연간 6억 엔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익을 내는 '오카노 공업사'의 사장 오카노 마사유키가 쓴 책 [목숨걸고 일한다]가 그것이다. 원제는 俺が、つくる! ; 내가, 만든다.
 





  저자가 운영하는 '오카노 공업사'는 설립 초기부터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한다"는 모토 아래, 기술력 하나를 믿고 운영해 온 공업사다. 항상 변화를 중시하여 각고의 노력끝에 개발하여 특허까지 따낸 '기술 노하우'도 3년만 지나면 무조건 팔아버리는 비상식적인 회사다. 그래서인지 '오카노 공업사'의 기술은 세계에 알려져서 일본의 대기업인 마쓰시타와 소니를 비롯해 미 항공우주국 NASA와 미 국방부에서도 의뢰할 만큼 프레스와 금형 기술력은 세계 최고를 자랑하고 있다. 

 오카노 대표사원은 중소기업의 존재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로테크low-tech 없는 하이테크high-tech는 없다." 그리고 중소기업인들에게는 "일은 목숨걸고 제대로 해야 한다. 견디자! 지금만 참으면 더 나은 기회가 온다. 무엇 하나라도 제대로, 피땀흘려 하는 사람에겐 길이 열린다.'질투'와 '증오'같은 감정을 나를 깎아먹는 종양과 같다. 그러니 중소기업를 무시하는 사회를 탓하지 말고, 대기업 위주의 시장에 분노하지 말자"고 말한다.

  그는 업계에서 '도쿄의 루이뷔통'이라 불릴 만큼 장인으로 통한다. 그는 일을 따 낼 때부터 돈을 떠나 먼저 '남들이 풀지 못하는 숙제같은 일'들만 수주해서 납품하고, 그로 인해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독점권을 따내는 방식으로 업계에서는 최고로 불리는 것이다. 이러한 성공의 이면에는 매일 반복되는 실패와 도전 속에서 배우는 근성, 바로 목숨걸고 일하는 근성이 숨어 있다. '세상이 모두 무시하는 일'과 '세상에서 풀 수 없는 일' 두 가지로 놀라운 성장을 이루는 그를 보면서 '대한민국의 중소기업'이 나아갈 바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저자의 말대로 중소기업을 경시하는 기업풍토와 사회에 분노하는 것은 나를 깎아먹는 종양과 같다. 분노한다고 해서 바뀔 것도 아니다. 시대에 부응하는 기술력과 변화만이 살 길이다. 조금만 더 참고 목숨걸고 일한다면 대기업도 허리굽혀 찾아오는 날이 찾아올 것이다. '기술노하우'의 축적은 돈으로 산을 쌓아 놓은 것보다 더 훌륭한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오카노 씨는 대기업만을 바라보며 취직하려는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모두가 대기업형 인간처럼 적당히 살려고 할 때 좀 남다르게 살면 성공할수 있고, 다들 움츠리고 있을 때 도전하면 성공할 수 있다. 무엇이든 도움되는 재주를 익혀라. 뭔가 하나 잘하는 것이 있으면 그것을 쭉 노력하고 연습해서 신장시켜라. 그러면 반드시 먹고 살 수 있다."

  우리가 중소기업에 주목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고,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성장동력을 중소기업으로 돌려야 하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직원이 달랑 6명인 '오카노 공업사'가 그 어느 대기업들보다 커 보였다. 취업문이 좁다며 아귀다툼을 해야 할 힘들을 자신의 재주에 목숨걸고 쏟아야 할 때가 지금이 아닐까?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히든챔피언의 길을 이 책에서 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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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 밖의 경제학 - 이제 상식에 기초한 경제학은 버려라!
댄 애리얼리 지음, 장석훈 옮김 / 청림출판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현명한 소비자? 
흥, 당신은 늘 속는 비이성적인 소비자일 뿐이다!
 
 
  "인간이란 피조물은 얼마나 대단한가! 이성의 고귀함이여! 능력의 무한함이여! 생김과 동작은 얼마나 반듯학 멋진가! 행동거지가 천사가 따로 없다! 헤아림은 신의 경지다! 세상 가운데 아름다움이요, 동물 가운데 귀감이다."
 
   세익스피어의 작품 [햄릿] 2막 2장 중에 나오는 이 대사는 우리 인간의 놀라운 정신과 육체를 찬양하는 부분이다. 주류경제학 또한 세익스피어 못지 않게 인간을 완벽한 이성적 능력을 갖추었다고 가정한다. 우리도 잘 알다시피 경제학은 인간이 이성적 존재라는 기본적인 전제하에 경제이론을 세우고 예측하고 조언하는 학문이다. 그래서 경제학은 이성적인 인간은 같은 조건에서 최고의 선택 즉, '최소비용의 최대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고 경제학의 전반에 걸쳐 이야기하고 있다.
 
과연 우리는 합리적인 선택을 할까? 과연 그럴까? 우리는 매일 아침 다이어트를 결심하면서도 잠자리를 편 채로 야식을 먹고 있으며, 딱히 필요한 물건이 아니면서도 '창고 방출 세일'에 혹해 바구니 가득 덤핑물건을 사들이고 있다. 그리고 매번 탁월한 선택이라고 찬사를 던지는 판매원을 뒤로 하고 나올 때 즈음이면 판매원의 말처럼 그리 '굿 초이스'인 것은 아닌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왕왕 있는데, 그 때는 어김없이 판매원의 세일즈 기법에 속았을 때다. 우리는 매일 스스로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며 결정하고 있지만, 스스로에게 속고 있다.  
 
  이처럼 때로는 비이성적인 인간에 대해 표준경제학(주류경제학)과 세익스피어의 관점처럼 인간본성에 대해 지극히 이성적이라는 낙관론에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은 행동경제학이다. 행동경제학은 인간은 언제나 이성적으로 행동하지는 않아서 의사결정에 있어 빈번하게 잘못된 선택을 한다고 전제하고 있다. 행동경제학자들은 인간이 눈앞에 벌어지는 상황에 얼토당토 않는 영향을 받는 존재이고, 개연성 없는 감정과 근시안적 생각등 여러 형태의 비이성적 행동을 곧잘 저지른다고 보고 있다. 또한 인간의 그러한 비이성적 행동에 착안하여 많은 기업이 이를 이용해 소비자는 탁월한 선택을 했다고 여기지만 실제로는 그들의 마케팅에 속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경제학의 대안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학문영역인 이 '행동경제학'은 경제주체인 소비자가 오늘까지 저지르고 있는 경제적 선택의 오류를 짚어주고 있어 소비자들로 하여금 많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출판계에 불고 있는 '신경제학 바람'또한 예외가 아닌데, 가장 먼저 행동경제학적 접근한 책 노모노 노리오의 [행동 경제학]를 비롯해 [경제학 콘서트], [벌거벗은 경제학]등 주류경제학의 한계와 소비자의 잘못된 선택에 대해 여러가지 실험과 사례들을 들어 꼬집는 책들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책들에게 있어 아쉬움이 있다면 소비자들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선택에 발생하는 오류에 대해 '아하~ 그렇구나' 하는 사실을 지적하고 인지시킬 뿐 그 대안에 대해서는 '그러니 이젠 자신이나 기업에 속지 마시오'라고 대답할 뿐, 결국 또 다시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요구하는데서 그치는데 있다. 그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아 안타까웠다. 
 
그렇다면 소비자는 '나는 비이성적인 소비주체구나'라고 인지만 한 채로 남아야 할까? 사실의 인식은 그 해답을 찾는 새로운 출발이 되기에 충분했다. 소비자들이 좀 더 이성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책이 우리 앞에 나타났다. 현재 MIT 미디어랩과 슬론 경제대학원의 행동경제학 전공 교수를 맡고 있는 경제학자 댄 애리얼리Dan Ariely의 책 [상식 밖의 경제학]이다. 원제는 Predictably Irrational: The Hidden Forces That Shape Our Decisions (예측가능하게 비합리적인-인간: 우리의 결정들에 숨어있는 힘)이다.
 
 



  책의 소개에 앞서 저자의 병력이 주목되었다. 저자가 18세 였을 때 다량의 마그네슘 화약이 폭발하는 바람에 전신 3도 화상을 입게 되고 사고 후 3년 동안 온몸에 붕대를 감고 병원에 있어야 했다. 본의 아니게 사회로부터 일정 부분 동떨어진 신세가 되어 자신이 참여하고 살았던 사회를 제 3의 관찰자가 되어 바라보게 되었는데, 그것이 다른 사람들의 서로 다른 행동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주었고, 그의 뛰어난 관찰력이 만들어낸 결과는 이 책의 전반에 걸쳐 놀라움을 던져준다. 
 
  저자의 이론의 시작은 표준경제학은 사람은 늘 합리적이라고 가정하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고 매우 비합리적이며, 약하고, 자주 틀린다는 행동경제학과 일치한다. 하지만 한 발 나아가 인간의 행동을 찬찬히 연구하고 실험하고 검증해보면 놀랍게도 이 책의 제목처럼 예측 가능하게 비합리적Predictably Irrational 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비합리성과 패턴과 일관성이 있어서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그런 '일관된 비합리성'에서 새로운 이론과 전략과 지혜를 만들 수 있다는게 그의 이론이다.
 
  이 책은 기존의 행동경제학을 말했던 책과는 그 궤를 약간 달리 한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비자들의 비합리적 오류를 지적하는데 그치지 않고, 간단하고 독창적인 실험을 통해 실제로 인간들의 선택의 오류가 예측이 가능하도록 반복되고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오류들을 피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 내용들이 수록되고 있다. 그 중 주목되는 몇 가지를 살펴보자
 
  "A와 B중 어떤 것이 좋을까요...알아 맞춰 보세요, 딩동댕!!" 사람(소비자)들이 선택에 있어서 가장 즐겨 용하는 방법인 비교하기는 '상대성의 문제'다. 즉 우리는 상대성의 관점에서 결정을 숙고하고, 바로 그 자리에서 비교할 수 있는 대상들끼리 비교를 한다. 하지만 제품을 파는 기업은 소비자의 비이성적인 판단을 이미 읽고 미끼효과(Dacoy effect)등을 통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미 순서를 정해놓은 상태, 그들에게 질 수 밖에 없다. 그들에게 지지 않는 방법은 비교의 순환고리를 끊는 것, 즉 시선을 돌려 A,B가 아닌 C가 더 좋지 않을까 고민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기준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그들이 하는 대로 따라하는 것, 이른 바 양떼현상herdling에 끌려 우리는 TV에 나오는 스타들이 입는 옷과 휴대폰, 그리고 그들이 먹고 즐기는 곳을 추종하여 무리하게 지갑을 열고 있다. 하지만 자신이 그들을 쫓아 얼마나 큰 기쁨을 누렸는지 자문해야 한다. 거기에 들어갈 돈을 아껴 다른 일에 썼다면, 아니면 모아 두었다면 더 기쁘지 않았을까도 생각해야 한다. 휴대폰의 경우 기능도 모르는 최신형을 고집할 것도 아니며, 어떤 고급커피를 마실까 고민하기보다 꼭 그렇게 비싼 커피를 습관처럼 마실 필요가 있을까 고민해 봐야 한다.
 
 


 
  가장 눈여겨 본 부분은 '돈이 해결해 줄 수 없는 것들'이었다. 왜냐하면 어느 때보다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해진 지금, 모든 사례를 '돈'으로 해결하려는 가정이나 기업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는데, 과연 그것이 올바른 방법인지 궁금했고 책에서 말한 대로 우리가 하는 행동 중에서 '돈을 받고 뭔가를 하면 기분(흥)이 안나는 이유'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간의 모든 행동을 시장규칙에 부합하여 돈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생각한다면 봉변을 당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돈이 아닌 명분 때문에 더 열심히 일하는 사실을 보여주는 예는 무수히 많은데, 이는 우리가 사회규범을 적용하여 남을 기쁘게 하고 도왔다는 기쁨을 얻기 위해 기꺼이 참여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돈으로는 '사명감'을 살 수 없다는 것이다. 
 
소비자를 가족같이 여긴다는 은행이 잔고부족으로 하루아침에 계좌를 정지시키는 은행, 귀빈 모시듯 제품을 팔고는 그 이후 A/S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는 세계적인 명품숍들, 그리고 월급과 상여금만 주면 애사심은 충분히 고취시킬 수 있다고 여기는 기업의 CEO에게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지를 고민하게 하는 부분이었다. 
 
  그 밖에도 사람들이 성적으로 흥분되어 있을 때는 절대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고, 다이어트에 번번히 실패하고 신용카드를 통해 소비를 억제할 수 없는 이유는 사람들 모두 '미루는 습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우리는 내 소유물이 비싸게 여겨지는 이유는 '추억의 가치'가 더한 때문이고, 다른 가능성 즉, 대안을 확보하고자 노력하다가 결국 큰 것을 놓치며, 개인적인 집착 때문에 양편으로 갈라져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갈등하게 된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소개한 연구들을 통해 얻어낸 교훈은 첫째 사람들 대부분이 자신의 존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감정, 상대성, 사회규범등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힘들이 강력하게 발휘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을 본능적으로 그 힘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고, 단순하게 떠오르는 의사결정의 환각에 빠져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는 이러한 비합리성이 우리에게 있지만, 이렇게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지를 알게 된 사실만으로 앞으로 결정을 내리는데 있어서 좀 더 주의를 기울이고, 그 결정을 다른 각도로 생각해야 지금보다 합리적인 결정에 다가설 수 있다.
 
  지금까지 소개된 행동경제학 관련서들이 표준경제학의 대안으로 떠오른 행동경제학을 일반독자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 소개한 책이라면, 이 책은 표준경제학이 오늘날의 경제상황을 설명하지 못하는 어려운 난제들을 하나 둘 씩 풀어주고 있다는데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문제제기에서 실험 그리고 해설까지 경제학을 배우지 않았던 독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재미있게 풀어나간 이론서이기에 세계의 주목을 받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이 책을 통해 인간의 본성에 대해 접근한 행동경제학이 현실의 경제를 이해시키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같아 더욱 기대가 되었다.
 
  지난 주에 실린 우리나라 모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저자는 현재의 위기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응에 대해 국민의 '상실된 신뢰감의 치유'에 대해 놓치고 있음을 안타까워 했다. 정부는 국민들의 신뢰감 상실, 배신감 증폭을 슬기롭게 진정시키면서 정책을 펴야 하는데, 그런 배려가 없다는 것이다. '어차피 뺏긴 돈은 뺏긴 돈이다. 이제 당신 세금으로 월가를 돕겠다. 그게 당신에게도 남는 장사다' 이렇게만 이야기하며, 화를 돋우고 보복 심사를 달굴 뿐이다'라고 까지 이야기 했다. 국민의 신뢰감이 배신감으로 돌아설 때 정부는 더이상 '국민을 위한 정부'가 아니다. 또한 더 이상 정부가 국민을 배불려주기만 하면 되는 시대도 아니다. 정부는 시장규칙만을 내세워 국민들이 따라올 것을 강제할 것이 아니라 정부를 신뢰했던 국민을 우선 어루만져 사회규범을 먼저 회복하는 것이 중요할 때가 지금이 아닐까? 보다 합리적인 미래의 선택을 위해서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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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엘리트의 시대가 온다 - 대한민국 100년을 먹여 살릴 창조적 소수자
전하진 지음 / 오푸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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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비즈니스는 창조적 소수자, 비즈엘리트가 이끌 것이다!
 
  초등학교 자연학습시간. 한 반의 아이들이 메뚜기를 대상으로 실험을 한다. 메뚜기를 한 시간 동안 관찰하고, 그 결과를 적는 시간이다. 초등학교 2학년 의원이는 한 시간동안 메뚜기의 이모저모를 관찰한다. 우선 메뚜기를 그리려는데 메뚜기가 거꾸로 세운 유리컵 안에 갖혀 팔딱팔딱 뛰는 통에 모습을 그릴 수가 없었다.
 
  참다 못한 의원이는 메뚜기를 잡아 다리를 부러뜨렸다. 한 쪽 다리가 부러진 메뚜기는 두 다리가 온전할 때보다는 못하지만 자꾸만 넘어지면서도 여전히 뛰고 있었다. 화가 난 의원이는 나머지 성한 다리마저 부러뜨렸다. 얌전해진 메뚜기를 보고 흐믓해진 의원이는 열심히 열심히 그림을 그렸다. 의원이가 그린 메뚜기 그림에도 다리는 부러져있었다.
 
그림을 완성한 의원이가 정작 실험내용을 적으려니 이번엔 메뚜기가 가만히 앉아만 있는 것이다. "메뚜기야, 이젠 뛰어도 돼." 뛰어 봐, 어서." 메뚜기 귀에 속삭여도 보고, 윽박지르기도 하고, 급기야 실험용 탁자를 쾅 쾅 쳐도 끄덕없이 가만히 있는 메뚜기.
 
한참을 고민하던 의원이는 노트필기를 마치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자연학습노트에 이렇게 적었다. "메뚜기는 다리가 부러지면 귀가 먹는다."
 
  역사상 투표율이 제일 낮은 가운데 선발된 국민들의 대표(초등학교 2학년 의원이)는 메뚜기(국민)가 무엇때문에 뛰는 지 아는 바도 없으면서 저희들 노는데 정신없게 만든다고 불평하며 제발 조용히 하라고 윽박지른다. 메뚜기의 손발을 묶고 입을 닫게 한 다음 저희들이 바라는 바 대로 만들어놓고는 '제법 잘 만들었다' 자축하고 있다. 그리고 열심히 일했다고 저희들끼리 박수를 치고 있다. 눈을 돌려보면 의원이 뿐만 아니다. 관료라는 학생들이 그렇고, 사장님이라는 학생들이 그렇고, 어른들이라는 학생들이 그렇다. "니들이 뭘 알아?" 눈을 흘기며 제 멋대로 만들고, 세워놓고 "어때, 괜찮지?" 물으며 박수치라 호통친다. 그리고 말한다. "내가 만들어 논 길대로 따라만 오면 돼. 알았어?"
 
  '자리'에 목숨거는 사람들, '제 밥그릇' 챙기기에 눈이 벌건 사람들, 호랑이 담배 피우던 과거에 발목잡혀 있는 사람들을 일러 '전하진'시트엘리트(Seat-Elite)라고 말했다. 시트엘리트들은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못할 일도 없고, 현재 자리를 향유하되 더 큰 파워를 발휘할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그런 그들에게 조직의 혁신이나 사회적 기여를 기대한다면 오히려 바보다. 참여와 공유, 그리고 개방이 요구되는 오늘날과 같은 웹(Web) 2.0 시대에 자리차지에 연연하는 시트엘리트들은 어쩌면 사회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국민 대다수가 이들을 비난하면서도 시트엘리트들에 속하기 위해 그들을 목표로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기를 쓰고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시트엘리트가 되는 일에 대한민국 젊은이 대다수가 목을 매고 시트엘리트가 될 수 없음에 좌절하는 젊은이가 넘쳐난다. 낡은 조직의 배를 타고 시트엘리트들과 함께 가라앉을 것인가, 아니면 혁신을 통해 무한경쟁을 당당하게 받아들이고 오히려 세계를 품에 안을 희망의 배를 띄울 것인가. 변화는 이미 나와 당신의 현실이 되었고, 우리는 선택을 해야만 한다."
 
  대한민국의 벤쳐 1시대이며 벤쳐신화의 주인공이었던 사람, 거듭된 부침속에 50대에 들어서도 여전히 벤쳐의 한가운데 있는 저자 '전하진'이 시트엘리트의 굴레를 넘어 한국의 새로운 비즈니스의 중심이 될 '비즈엘리트'(Biz Elite)의 탄생을 말하고 있다. 바로 [비즈엘리트의 시대가 온다]이다.
 


 
  저자가 말하는 비즈엘리트는 '세상의 질문에 답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스스로 전혀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다른 길을 찾아 끊임없이 도전을 시작한 사람들'이다. 온실에서 자란 시트엘리트의 영역을 벗어나 야생에서 나름의 생존방식으로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지고 창조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다. 바로 토인비가 말했던 창조적 소수자(Creative Minority)들이다.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비즈엘리트로는 파프리카랩의 김동신 대표, 스팟엔징의 오규석 대표, 이 세상에 없던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스테레오 디스플레이라는 회사, 1인 기업의 대명사 구본형, 공병호씨 등 우리 주변의 수많은 자영업자와 중소, 벤쳐기업가를 비롯해 각 분야에서 소위 득도得道한 사람들이 대표적인 예이다.
 
  비즈엘리트들의 특징은 자리가 아니라 가치에 도전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가치를 발견하며, 스스로 질문하며 상상력을 실현한다. 또한 실패의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들은 온실보다는 야생을 선택하고, 국내가 아닌 글로벌 파트너십을 선택하며, 규모의 경제가 아닌 스몰 자이언츠를 추구한다. 이러한 비즈엘리트를 조직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룰, 소준급의 선수들, 정보공유의 최대한, 성공과 실패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요구된다. 비즈엘리트들은 컬쳐 키워드 즉, 상상력, 개인화, 다문화, 창조적 융합을 비즈니스 코드로 변환시켜야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시트엘리트들이 판치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조목조목 짚어가면서 그 문제점과 폐해를 지적한다. 그리고 그것들이 우리 사회를 얼마나 병들게 하고 있는가를 심도있게 파헤치고 있다. 또한 세계의 선진국의 사례와 최근 경제대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예를 들면서 그들에게 가능한 것들이 왜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한지를 자신의 비즈니스 경험과 그가 만났던 경제인, 벤처인들의 목소리를 대신 전하고 있다.
 
특히 5장 '실리콘 밸리의 역동성' 에서는 실리콘 밸리가 성공할 수 밖에 없고,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실리콘 밸리와 같은 성공이 불가능한 이유를 독자 스스로가 판단할 수 있도록 잘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 6장에서는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펼치기 위해서 필요한 요소들과 비즈엘리트들에게 필요한 여섯 가지 요소가 소개되었다. 그리고 비즈엘리트들이 나아가야 할 로드맵도 제시하고 있다.
 
  우리는 공무원들의 무능을 욕하고 있으면서도 취업하고 싶은 최우선의 직장을 '공무원'으로 꼽고 있고, 정치인을 비난하면서도 냉정하게 심판해야 할 우리들은 정작 그들을 뽑는 투표에 참여할 때 참여율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여전히 아이들은 대학을 SKY를 보내야 성공의 지름길이라 생각하고 있고, 그 속에 끼지 못하는 우리의 자녀들에게 좌절의 늪으로 몰고 있다. 저자는 국민들에게 '의식의 전환'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고 이 책에서 말하고 있다. 무능한 '시트엘리트'를 마냥 추종할 것이 아니라, 모험심 가득하고 실험정신으로 무장된 '비즈엘리트'들에게 용기를 주고, 그들을 응원해 줄 때 우리나라의 미래는 밝아진다고 말한다.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겨룰 수 있는 집단은 소수의 대기업이 아니라 상상력과 창의력 그리고 패기와 젊음이 가득한 '새로운 비즈니스 세대'였다.
 
  이 책에서 저자는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보다는 다가오는 미래에 부응하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을 안타까워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시트엘리트만이 최고라고 여기고 그에 속하려 발버둥치는 젊은이들이 가득한 오늘날에 대해 우리나라를 바다위에서 침몰할 수 밖에 없는 '낡은 배'로 비유하고 있었다. 세상을 바꾸는 자들은 초등학교 2년생 의원이가 아니다. 메뚜기를 가두고 있는 유리병을 걷어내고 펄쩍 뛰는 메뚜기를 끝없이 쫓아가는 학생이 세상을 바꾼다. 스스로 창조적인 소수자가 되기를 희망하는 젊은이, 비즈엘리트가 세상을 바꾼다고 저자는 말한다. 300인 이상의 기업(대기업)과 공무원, 전문직 모두 합해 전체 일자리의 14%가 채 안된다고 한다. 나머지 86%의 직장인들은 '능력없는 사람들'로 평가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매년 기업의 신입사원 모집인원수에 일희일비하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비전과 시각을 던져주는 책이었다.
 
 지금 현재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들은 오늘을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목소리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런 시대적 요구에 저자인 전하진과 같은 벤처 1세대가 책을 냈다는 것은 참 반가운 일이다. 그 내용 또한 날카롭고 미래지향적이어서 더욱 반가웠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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