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세상을 바꾸다 - 나와 회사를 변화시키는 블로그 마케팅 노하우
로버트 스코블.셸 이스라엘 지음, 홍성준.나준희 옮김 / 체온365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블로깅을 하는 가장 큰 이유? 바로 이타심 때문!
 

 이 년전 업무차 충남 보령에 내려가 약 일주일 가량 바다가 보이는 콘도에서 묵었던 적이 있다. 낯선 곳에서 오전부터 저녁 늦게까지 일을 하면 힘들고 피곤할 듯도 한데, 일을 마치는 시간이 되면 대학시절 MT를 온 것 같은 기분에 빠졌다. 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시장에 들려 온갖 날생선과 횟거리, 채소 그리고 과일을 사서는 한쪽에서는 밥을 짓고, 다른 쪽에서는 매운탕을 끓이면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먹는 맛은...지금 생각해도 침이 꿀꺽 거린다. 일주일간의 출장은 별다른 큰 소득이 없었지만, 별로 후회가 없는 이유도 그 때 저녁 먹거리를 준비하며 즐겼던 시간이 꽤나 즐거워서 일게다.  

  윗배가 묵직할 만큼 포식을 하고 나면 소화를 위한 운동으로 설겆이를 하고, 산책삼아 콘도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피씨방에 갔다. 그 곳에서 내 동료는 온라인 맞고 게임을 했고, 난 4년 째 운영하던 블로그에서 블로깅을 했다. "뭔 홈피가 그리 커?" 블로그를 모르던 동료가 블로깅을 하던 내 모니터를 보며 던진 질문은 그랬다. 한참을 설명해 줬더니 왈 "돈도 안되는 그 짓을 쓸데없이 왜 하는거냐?"고 또 물었다. 그 때 난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왜 하는지 나도 잘 몰랐기 때문이다. 머리를 '꽝'하고 맞은 느낌, 멍청하게 동료를 보고 눈만 꿈뻑거릴 수 밖에 없었다.  

그 후에 나는 혹 다른 블로거라도 만나면 "당신은 돈도 안되는 그 짓을 쓸데없이 왜 하는거요?" 묻는 습관이 생겼다. 뽀대나서, 남들이 하니까, 애인이 하라고 해서, 홈페이지가 없어서 등 별의 별 대답을 들었지만, 속 시원한 대답은 찾을 수 없었다. "그러는 당신은?"하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언젠가부터 그 질문도 하질 못했다. "블로거들은 블로깅을 왜 하는 걸까?"  

  어느 날, 난 책을 읽다가 "유레카!"하고 외쳤다. 그래, 블로거들이 블로깅을 하는 이유를 블로그와는 전혀 상관없는 책에서 발견한 것이다. 그 답은 경제학의 아버지이자 국부론의 저자인 아담 스미스가 발표한 자신의 최초 저서 [도덕감정론]에 있었다. "인간이 아무리 이기적이라 해도, 그의 본성에서 특정원칙이 존재하고 있어 타인의 행운에 관심을 가지고 타인에게 행복을 안겨주고 싶어한다. 비록 자신은 타인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해도 말이다." 그래, 바로 이 때문이다. 내가 블로깅을 하는 이유는 누군가 내 말에 귀기울이고, 나에게 말을 걸기 때문에 그것이 즐겁기 때문이다. 

  실제로 에모리대Emory University의 정신의학, 행동과학 교수인 그레고리 S. 번스 박사는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을 통한 연구에서 인간의 뇌의 원시적인 부분인 선조체striatum 가 협동을 할 때 활성화된다는 알아냈다. 인간이 서로 협동할 때 섹스나 도박과 같이 자극적인 활동을 할 때 분비되는 화학물질인 도파민이 정상치의 5배나 분비된다는 것이다. 인간은 본디 협동을 하게 되어 있는 동물이고, 이는 돈을 버는 것보다 사람들을 더 흥분시킨다. 인간의 이타주의 때문이다.
 

  여기 온통 블로그이야기로 두툼한 책 한 권으로 가득 채운 책이 있다. 블로그를 '덩치 커진 입소문'이라 불렀던 요시 바르디의 말을 빌어 입소문이 언제나 인식과 도입을 확대하기 위한 가장 신뢰할 만한 방법이라면, 블로깅은 현재까지 가장 강력한 입소문 전달 메커니즘이고, 정보화 시대에 있어 섹스보다 더 자극적이고 흥분되는 일이라고 말하는 책이다. 미국에서 유명한 블로그 마이크로소프트의 채널 9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로버트 스코블과 셸 이스라엘이 쓴 책, 나와 회사를 변화시키는 <블로그, 세상을 바꾸다>이다. 부제는 나와 회사를 변화시키는 블로그 마케팅 노하우이고 원제목은 Naked Conversations: How Blogs are Changing the Way Businesses Talk with Customers 이다.

  

"올해는 지난 20년간 내 최고의 해였다.
 

왜? 2004년 7월 27일, 나는 블로그를 시작했다.

나는 맘껏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나의 '고객'들도 신나게 즐겼다.
 

블로깅...덕분에...내 인생이 달라졌다."

 

  세계적인 경영 구루인 톰 피터스의 극찬으로 이어지는 추천의 글로 시작하는 이 책은 온전히 '블로그'와 '블로거'를 위한 '똑똑하게 블로깅을 하는 법'을 말해 주는 책이다. 이 책은 미국에서 기업 블로그가 한창 활성화 되던 2006년에 쓰여진 책인데, 블로그가 기업과 고객이 서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을 새롭게 바꾸는 혁명기를 맞이했다는 것을 알리고, 그러한 변화를 받아들이기 위해 기업과 고객 간의 이해와 신뢰를 가로막는 장애들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떠한 전략으로 블로그를 운영해야 할 지를 말하고 있다.
 

  세계 최고 속도의 인터넷망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블로그'는 개인블로거 측면에서는 미국과 거의 시작을 같이 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 블로그 측면에서는 우리나라가 한참 미비하다. 이 책에서 말하는 기업 블로그란 기업내에서 직원이 자신의 회사에 대해 코멘트를 하는 블로그를 의미하는데, 우리는 거의 개인블로그가 대부분이고 현재 말하고 있는 기업 블로그란 모양만 바꾼 또 다른 형식의 홈페이지 역할을 하고 있고, 그 쓰임 또한 미비하다. 문화적 환경이 다르고 기업환경도 달라 미국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우스운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처음에는 미니홈피 대용으로, 혹은 스크랩이나 개인적인 소감을 적은 개인블로그들이 주를 이루다가 최근에는 블로그에 설치된 광고베너의 누적 클릭수로 수입을 얻는 '전업블로거'가 생기고 영화, 음반, 책, 화장품등 기업의 신제품을 알리기 위한 기업 블로그가 하루에도 수백 개 씩 포스팅되며, 블로거가 소비자로서 자신이 사용한 제품과 장소 요리등에 대한 리뷰가 대규모 포털 '지식in'을 뛰어넘는 호응을 발휘하는 우리나라의 블로그 시장을 볼 때 시장의 규모나 파급효과는 서로 다르지만 블로그의 성격이 스스로 진화되어 가고, 점점 상업서이 짙어지면서(기업이 끼어들면 항상 돈이 따르지 않던가?) 그에 따른 윤리성 혹은 진정성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이 책의 발행년도가 2006년 이라는 즉, '오래된 책'이라는 사실을 무색하게 만든다.
 

"이제 사람들은 제품과 기업에 대한 진실과 그들의 욕구에 대해 서로에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웹이 다시 대화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  <웹 강령 95> 중에서

 

  Web 2.0 시대, 즉 누가 시키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지극히 인간적인 '이타주의'에 의해 블로그를 통해 자신이 소비한 제품의 체험담 혹은 사용후기 등을 통해 잠재소비자들을 자극해 새로운 '생산력'을 창출한다는 프로슈머prosumer 라는 진화된 소비자가 있는 이 시대에 '블로그'는 생산자(기업)와 소비자를 잇는 수단이 되고 있다. 주된 대화방법은 '입소문'. 기업은 이를  대화 마케팅, 오픈 소스 마케팅, 쌍방향 마케팅 이라 부른다. 다시 말해 '블로그'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해서 '블로그'에 관심이 없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인거다. 이 책의 많은 부분을 할애해 미국의 성공한 블로거들의 예를 들면서 성공적인 블로깅을 통해 개인과 블로그가 얼마나 유명해질 수 있는 지 그리고 그 파급효과는 얼마나 대단한 지를 알려준다. 또한 블로깅의 어두운 측면 즉, 시간 소비, 지적 재산권 등의 침해등으로 인한 법적인 우려, 악성 댓글, PR 분야와의 갈등, 중요한 정보의 유출 등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언급하고 있다. 
 

  블로그에 대한 전반에 대해 알 수 있도록 해주고 있지만 주로 2006년 현재 미국의 블로그 환경 등을 말하고 있어, 구체적인 사례로 드는 미국의 대기업 웹 사이트와 유명한 블로거들에 대한 스토리는 우리의 환경과는 많이 달라서 공감하면서 집중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대기업의 직원들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대해 기업과 블로거이면서 직원인 개인과 발생하는 문제점 등의 내용은 우리나라에서는 잘 일어나지 않는 상황(블로그스피어환경이 달라 정직원이 자신의 회사에 발생하는문제에 대해 운운했다가 자칫 잘못하면 소리 소문없이 해고될 지 몰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이라 몰입하기 어려운 내용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블로깅의 6대 핵심사항, 블로깅의 주요 이점, 성공적인 블로그를 위한 다섯 가지 조언, 나라별 블로그의 문화적 차이등 블로거라면 한 번쯤은 숙지해야 할 중요한 내용들이 많아 책을 놓기가 힘들다. 이 책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개인홈피 수준에서 벗어나 모두를 위한 소셜 미디어social media로서 블로그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그에 대한 법적 윤리적 책임을 피할 수 없는 데 그에 대처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장, 잘못된 블로깅, 제대로 된 블로깅, 어떤 위험도 없는 안전한 블로깅, 위기 상황에서의 블로깅(10-13장)은 눈여겨 읽어봐야 할 부분이었다. 권말에는 '한국에서의 블로그'편을 따로 두어 국내 블로그의 현주소와 인기있는 블로그를 위한 8계명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최근들어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이 블로그에 참여해 블로그 마케팅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마케팅 홍보 비용이 기존의 매체를 통할 때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비용적 측면도 있지만, 기업과 고객간의 거리를 좀 더 좁혀서 만날 수 있다는 장점도 이들의 관심을 높이는 주요 요인이겠다. 하지만 개별적인 설치형 블로그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블로그들이 거의 모두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고 있어 포털의 블로그 정책에 위배되면 삭제되는 등의 제한 등을 받고 있다. '포털의 블로그 정책'이란 것이 포털 검색의 상위에 링크되는 스폰서들을 보호하기 위해 '상업용 블로그'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내용이 많아 우리나라 블로그는 개인을 위한 블로그가 아니라,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사람이 받는 격'으로 아무런 수익은 없이 포털에게 콘텐츠만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게 아닌가 의문이 들때가 많다. 미국과 우리나라가 비슷한 시기에 함께 출발한 블로그스피어 환경이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도 바로 이 부분때문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통해 블로그스피어 환경을 좀 더 이해하고 블로그를 더욱 활성화시키고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블로거라면 숙독해 봄직한 유익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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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아빠의 몰락
로버트 H. 프랭크 지음, 황해선 옮김 / 창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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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부자들을 위한 세금 완화'는 경기부양책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줄 뿐이다!  



  대학시절 학교앞에서 동기 두 사람과 자취를 할 때, 주말이면 '영양보충'을 한답시고 삼겹살을 끊거나 삼계탕을 끓여서 먹곤 했다. 사내녀석 세 놈이 무슨 청승이냐 하겠다만 저 멀리 거제도에서 서울로 대학생활을 하는 동기 한 명에게는 '외식'은 학생식당에서 식권으로 사먹는 밥이면 충분하다는 철칙 탓이었다. 상추 깻잎 씻고, 통마늘을 가로로 썰어서 만찬을 준비하면 마지막에 꺼내놓는 것은 두꺼비 그림이 그려진 소주 한 병과 포도주였다. 와인? 아니다. 말 그대로 포도주. 두꺼비 그림이 그려진 마트에서 파는 '두꺼비표 포도주'다. 검붉은 색과 덜덜한 맛을 가진 이 포도주는 1,500원 안팎이었으니 소주 두 병과 섞어서 마시면 그럴싸한 와인소주가 되어 호사를 할 수 있었다(양도 700밀리리터다). 

  대학을 졸업한 후 녀석이 결혼을 한다고 해서 장거리 고속버스를 타고, 배타고 들어가 결혼식을 참석하러 갔을 때는 5리터 들이 종이상자에 담긴 '진짜 와인'을 꺼냈다. 외국인들이 평범한 식사를 할 때 마시는 일종의 하우스 와인이라면서 '학생딱지'를 뗐으니 업그레이드된 셈이라며 나이를 먹을수록 와인의 급도 높아져서 나중에 호호 할아버지가 되서는 진짜 좋은 와인을 마시고 싶다고 했다. 녀석의 노후는 와인의 질로 가늠하겠다는 말 같아서 와인을 무척 좋아하는 가보다 생각했었다. 하지만 오늘 읽은 책에서 찾아낸 문장에서 친구의 말은 '와인 애호가'가 한 말이 아니라 '부자되는 방법'을 알려준 것이 아닐까 생각 되었다.  

  "지금부터 25년 전 코넬 대학의 동료였던 딕 탈러가 나를 와인시음클래스에 초청한 적이 있다. 이 초청은 거절하면서, 나는 한 병에 6달러짜리 와인에 충분히 만족하는데 굳이 그것이 그리 좋은 제품이 아니라는 이유를 알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딕은 재능있는 응용심리학자이지만, 내가 참석을 거부하는 이유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지금 되돌아봐도 내가 미각 훈련을 게을리한 것은 잘했다고 생각한다. 쉰줄에 들어서서 스탠포드대학의 고등행동과학연구센터에서 안식년을 보낼 때, 더 이상 예산에 제약을 받지 않게 되었으니 이제 와인에 대해 더 공부할 때가 되었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여러분이 30대 초반에 처녀수확한 포도로 만든 (값비싼) 보르도 와인을 마신다는 것은 그리 좋은 계획으로 보이지 않는다. 벌써 그렇게 앞서 간다면 나중에는 어떤 와인을 마실 수 있겠는가?" (121 쪽)

  <이코노믹 씽킹>, <승자독식사회>등의 저서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고, 지난 2008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을 비롯해 벤 버냉키, 맨큐 등과 함께 명성높은 쉬운 경제학 교재의 저자로 잘 알려진 로버트 프랭크의 새로운 책 <부자아빠의 몰락>에 실린 글이다. 이 글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현재 영유하는 것들이 미래에 영유할 것들의 '참조틀'을 바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예로 설명했다. 그는 이 책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인간이기에 '인지상정'으로 느끼는 질투심이 아니라 '정황'과 '가치평가'가 근본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감정이라고 말하고 있다. 원제목은 Falling Behind, 낙오落伍를 뜻하는 제목이겠다.   


  이 책은 1970년대 이후에 심화된 '빈부의 불평등 심화'즉 부의 양극화(편재화)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저자가 필립 쿡과 공저로 썼던 전작 <승자독식사회>에서 세계 최고의 오페라 가수가 100곳에서 노래를 부를 수 없었지만, 과학기술의 발달로 CD와 DVD로 전세계 어느 곳이든 원하면 들을 수 있게 되면서 수백만 달러의 수입을 얻는 반면 엇비슷한 재능을 가진 두 번째 세 번째 가수들은 그저 버티기에도 곤란을 겪게 되는데, 이같은 승자독식Winner- takes - it - all 급여구조는 수많은 다른 노동시장의 최상위 수준에도 널리 퍼져 있고, 이들이 소득분배의 상위 5%에서 막대한 몫을 차지하고 있는데 1970년대 이전에 비해 오늘날 불평등 심화를 낳게 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고 주장했다.
 
  부의 정도가 높아진 이들 상위 5%들은 '문명의 이기' 덕에 쏟아지는 넓고 좋은 집, 최신형 자동차, 수많은 신제품과 고가의 물건등을 거리낌없이 사며 생활하는데, 상대적으로 적은 부를 가지고 있는 중산층들은 '상대적 박탈감'과 동시에 '욕망'을 느끼게 되어 과도한 지출을 하게 된다. 품질 자체를 소유하고 싶어서라기보다는 친구나 이웃보다 앞서고 싶은 혹은 뒤처지고 싶지 않은 욕망이 '인지상정'일 것이다. 이것은 마치 '트렌드나 유행'처럼 빈곤층에 까지 번지게 되어 심각한 경제 문제를 낳는 요인이 되는데, 결국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정당하지만 유독 많은 부를 가진 사람들'의 소비활동이 '상대적 박탈감'을 일으키는 주요인이 되는 셈이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저자는 오늘날 승자 독식사회에서 중산층의 과도한 소비에 대해 런던 정경대 리처드 레이어드 교수의 말을 빌어 이렇게 말한다. "가난한 국가에서 남편은 아내에게 장미 한송이를 선물하는 것으로 자신의 사랑을 증명할 수 있지만, 부유한 국가에서는 12송이를 주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상위 5%의 부자들을 제외한 중산층와 그 하류층의 소비는 무조건 그들을 추종하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또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광고업자에게 속는 얼간이도 아니고, 유혹에 쉽게 빠지는 사람도 아니며 의지박약한 존재도 아니다. 그리고 사회비평가들이 말하듯 비합리적인 존재도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직면한 수많은 의사결정은 군비경쟁에서 벌어지는 것과 같은 종류이다. 어떤 나라도 어리석기 때문에 폭탄을 구매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국가가 폭탄을 보유할 대 자기네만 없으면 불리하기에 폭탄을 사들이는 것이다." 부자를 좇는 과소비는 정황과 가치평가에 근거한 '상대적 박탈감'의 발로라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승자 독식의 미래를 변화시키는 방법으로 누진소비세를 도입할 것을 주장했다. 누진소비세는 좋은 물건을 사고자 하는 기본적인 욕망을 변화시키지 못하지만 모든 사림이 소비를 줄이도록 동기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사치품이나 귀금속에 부과하는 특별소비세보다 더욱 무거운 세금인데 소득에서 저축액을 뺀 나머지를 소비한 것으로 보고 세금을 물리자는 의견이었다. 그리고 부시의 법인세, 배당금, 자본소득세등의 인하등 부자들의 감세정책에 대해 맹비난했다.  

  <부자아빠의 몰락>은 오늘날의 부의 불평등 심화 문제를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특유한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점이 특이했다. 이러한 불평등은 중산층에까지 무척이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오늘날 미국을 위기로 몰고 있는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내집마련의 꿈에 빠져버린 중산층의 몰락을 잘 말해주는 것 같았다. 또한 이 책은 부시 정부의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얼마나 근시안적인 생각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잘 말해주는 듯 했다. 현재 이명박 정부는 상속세, 법인세, 특소세 인하, 양도세 완화등 '경기 부양책'이라는 이유로 정책을 추진중이다. 이 책의 말대로라면 부자에게 혜택을 주면 줄수록 경기가 살아나는 것이 아니라 부자이외의 국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더욱 안겨주지 않을까 우려가 되었다. 저자는 공공정책을 통해 '경쟁의 낭비적 요소와 불평등을 동시에 줄여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목소리가 국회의사당의 여당 의원들과 청와대에 들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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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의 사장학 - 대한민국 사장들을 위한 생존전략
공병호 지음 / 해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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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만만치 않은 사장의 길을 알려주는 대한민국 [사장학 원론] 


  "난 나중에 사장이 되고 싶어요." 대학을 다니다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며 중퇴를 하고 '여행사'에 계약직으로 입사한 22살 동생의 포부였다. 어떤 사장이 되고 싶냐고 묻자, 그냥 사장이 되고 싶단다. 그것도 '뽀대'나는 사장. 넓고 멋들어진 사장실에 외제 고급승용차를 타고 접대를 한답시고 골프를 치면서 '사장입네'하는 제 여행사의 사장이 마냥 부러웠던 모양이다. 동생의 눈에 비친 '뽀대나는 사장'이란 그런 모습이었다. 이제 서른이 된 동생의 꿈은 '스페셜리스트'다. 당장의 벌이는 둘째치고 여생을 후회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는 '직업'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덤벼들고 있다. 사장이 되고 싶은 꿈은 어디갔냐고 물었더니 "그 어려운 일을 아무나 하는 줄 아느냐?"고 오히려 묻고 있었다. 사장 해먹기 어려운 줄 아는 동생은 이제야 사장될 첫 발을 띤 것 같았다.

  직장생활을 하는 모든 직장인의 로망은 '내 회사의 대표이사'면서 나만의 구멍가게 '사장'이다. 그렇다고 보면 이 땅에 살고 있는 비즈니스맨이라면 누구나 '사장님'소릴 듣고 싶어 한다면 지나친 말일까? 대한민국에서 사장을 하기는 정말 쉬우면서도 어렵다. 사업자등록증만 내면 누구나 사장이 될 수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사장이요, 사업을 잘 일으켜서 제대로 '사장'소리를 듣고 살기는 어려운 것이 또 이 땅이다. 신문사 기자 생활을 하다가 창업을 해 사장의 길을 걷고 있는 서광원 사장이 <(사장이 차마 말하지 못한) 사장으로 산다는 것>이란 책을 쓴 적이 있다. 이 책은 '대한민국에서 사장으로 살아가는 괴로움'을 저자가 직접 경험하면서 잘 표현해 한 때 화제가 되었던 책이었다. 말로만 사장이 되었다고 사장이 아니다. 사장의 꿈이 '속 편한 신입사원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면 믿어지겠는가? 

  "직원들은 회사의 이익은 상관없이 다른 회사로 옮기면 되지만 오너에겐 다른 데로 갈 때가 없다. 회사가 곧 내 집이요 자식이기에 버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취침 전에도 회사 생각, 식사할 때도 회사 생각, 가만히 있어도 회사 생각이 들어 마치 온 몸을 회사라는 것에 씌어 있는 지도 모른다. 항상 잘 되어야 한다는 마법의 주문에 걸려 한평생 살아가는 것이 사장의 인생인 것 같다." 서핑중에 발견한 어느 블로그의 글이다. 대한민국 사장으로 열심히 살고 있는 어느 의류업체 사장의 블로그(몬테밀라노 대표 오서희)의 글인데, 그는 사장의 인생을 일러 '항상 잘 되어야 한다는 마법의 주문에 걸려 한평생을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사장이라는 이름을 콕 집어 잘 표현했는데, 덧붙여 '하루 24시간을 한평생 동안' 이라고 하면 더욱 가까운 답일 듯 싶다. 

  <공병호의 사장학>은 고독하고 힘겨운 '사장'의 길에 도움을 주고자 만들어진 책이다. 저자는 소기업 사장들이 '살아남고 성공하기 위해 사장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체계적으로 알려주고 싶어서', 대기업의 사장, CEO를 위한 것이 아니라 10인 이하의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을 위해 이 글을 썼다고 했다. '자영업자 위기의 시대'라고 일컫는 요즘에 맞춰 시의성있게 나와준 책, 그래서 반가웠다.

 



 
  이 책은 크게 '대한민국 사장이 꼭 갖추어야 할 생존전략'과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현장 사장학'으로 나누었다. '대한민국 사장이 꼭 갖추어야 할 생존전략'은 진정성, 전문성, 판단력, 실행력, 생존과 성장력, 선견력, 유연성, 신념, 몰입, 수양, 학습력, 지구력, 동력, 통찰력 등으로 세분하였는데 '사장으로서의 자질론과 인성'을 주로 이야기하고 있다. 대기업의 오너조차 모두 갖추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은 듯 하고 다소 원론적이고 이론적인 내용이 상당하지만 '아이템과 자본'만 있으면 누구나 사장질(?)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여기는 사장아닌 사람들에게는 한 번은 짚고 넘어야 할 내용들이 수록되었다. 오히려 10인이하의 소규모 사장(창업자, 오너)이기에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사항들이었다.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이 사장이라면, 사장이 될거라면 어느 부분이 부족한 지를 점검할 수 있는 부분이다.

  흥미로웠던 부분은 후반부인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현장 사장학'이었다. 이 부분은 '실전편'이라 볼 수 있는데 기업의 수장으로서 상품, 세일즈, 조직 운영, 재무, 인재 관리등 사업에 필요한 기술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불경기 요즘과 같은 전반적인 불황의 조짐이 있는 때에 창업자나 사장들은 경쟁업체의 흥망을 지켜보며 '나만 불경기가 아니구나'하며 위안삼기 쉬운데, '스스로를 먼저 돌봄으로써 위기를 돌파할 줄 아는 자 만이 진정한 리더'라며 전체적으로 자신의 기업을 돌볼 수 있는 안목을 제시하고 있었다. 현재 독자가 사장이라면 이 부분을 읽으면서 자신의 기업과 점포에 필요한 부분은 무엇이고, 리더로서 당장 추진해야 할 덕목들은 무엇인지 살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저자의 경영담'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1인경영이지만 스스로 기업을 운영하면서 경험했던 부분들에 대해 자세하게 언급했더라면, 아니라면 부인이 운영하시는 음식점에 대한 생생한 운영담이 포함되었더라면 독자들이 더욱 체감하듯 '사장학'을 익힐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었다. 그것은 내가 독자로서 저자 공병호의 <사장학>을 대하면서 가졌던 기대이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책에 제시된 사례들 또한 대기업이나 세계적인 CEO들의 것들이 많았는데, 우리나라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소기업의 사장이나 창업자들의 사례들이 수록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하지만 국내 저자에 의해 '사장학'을 처음으로(내가 알기론) 언급된 책이라는데 의미를 두고 싶다. 구멍가게지만 7년 째 자기사업을 하고 있는 내가 사업을 시작하는 동료나 후배들을 만나면 선물하곤 했던 책은 일본인 기업가 이하라 류우이치의 <사장의 제왕학>이었는데, 이 책을 선물하면서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우리나라 저자가 쓴 사장학'은 없을까 하는 것이었는데 작은 바람이 해결된 것 같다(이하라 류우이치의 <사장의 제왕학>은 현재 절판되었는데, 곧 재발간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출간된다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아무나 하기 힘든 것도 사장이지만, 또 아무나 해서도 안되는 것이 사장이기도 하다. 사장이라면, 사장이 되고 싶다면 일독해봐야 할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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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그리고 그 이후
자크 아탈리 지음, 양영란 옮김, 이종한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머지 않아 미국 국채와 달러는 상대해서는 안될 기피 품목이 될 것이다!  



  지난 2008년 10월 9일 기준 미국 부채시계의 자리수가 모자라는 역사적인 기록 순간이 있었다. 자리수가 모자라는 것을 억지로 수리해서 $가 들어갈 sign 옆에 1자를 끼워 넣어 $10 Trillion을 만들었다. 미국 정부의 현재 빚은 10.2 Trillion Dollar 이상이다. trillion은 1조, 즉 10.2조 달러. 우리돈으로 대략 1경 6300조원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금액의 빚을 지고 있다. (사진출처는 데일리 헤럴드 지) 세계는 지금 미국 달러로 인해 사상 최악의 경제위기를 맞고 있다.  
 

"세계는 여전히 '아메리카 대마불사大馬不死'를 믿는다?"

  지난 달 25일 미국 재무부는 320억 달러 규모의 만기 5년 짜리 국채를 발행했다. 이는 2006년 이후 최대 물량이었는데, 이 국채는 시장에 각국 중앙은행과 기관투자가들이 앞다퉈 사들여 나오자마자 동이 났다. 사실상 '제로 금리' 상태인 미국 국채가 이처럼 불티나게 팔려나간 것은 그만큼 국제 금융 시장이 불안하다는 방증이고, 손실을 보느니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안전자산에 일단 묻어 놓겠다는 투자자들의 심리가 발동했다. 역설적이게도 마구 찍어대도 '몸값'이 치솟는 달러의 이유는 대안이 없는 현 경제상황에서 미국이 국채를 다량으로 발행해 달러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다른 나라들도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이 상황에서 돈이 갈 곳은 달러 외에는 금밖에 없다는 전문가의 지적이다(2009. 3.3 일자 중앙일보 기사 요약). 세계금융위기의 진앙지 미국은 과연 대마불사일까?

  그에 대해 응답하는 글을 만나 보자. "이쯤에서 일단 한번 정리를 해두자. 전 세계 은행들의 보유 자산 총액인 4테라 달러에 대해서, 현재 국제통화기금은 1.4테라 달러, 루비니 교수는 2테라 달러 정도의 손실이 있다고 추정한다. 이는 미국 내의 손실에만 국한된 수치이다. 여기에다 불투명한 미국 소비 관련 신용 액수인 4.5 테라 달러를 더해야 한다. S&P는 국내총생산의 10포인트, 즉 1 테라 달러를 납세자들이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지금까지 공금된 자금은 0.8 테라 달러이다. 주식시장의 폭락과 부동산 하락으로 액면가 37 테라 달러가 증발했다. 신용을 극복하는데 필요한 돈은 어디에서 마련할 수 있을까? 납세자들의 주머니에서? 그럴 경우, 그나마 유지되는 거의 명목뿐인 성장마저 타격을 받을 것이다. 그러다면 적자 재정을 통해서? 이경우, 미국 국채와 달러는 머지않아 더 이상 상대해서는 안 될 기피 품목으로 전락할 것이다."(P 106) 

  이처럼 미국 국채와 달러에 대해 무시무시한 발언을 한 사람은 '현존하는 프랑스 최고의 지성'이라는 수식어를 갖고 있는 자크 아탈리가 한 말이다. 그에 대해 미국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재기와 상상력, 추진력을 겸비한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지식인"이라 평하기도 했다. 그가 이번 세계금융위기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의 책 <위기 그리고 그 이후>를 통해서다. 세계금융위기를 바라보는 유럽 지식인의 책이라 더욱 주목되었다. 원제는 La crise, et après 이다. 자크 아탈리는 이 책에서 "이번 위기를 계기로, 적절한 시기에 세계 정부가 창립되어야 할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고, 이렇게 되기까지는 적어도 1세기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며, 그 사이에 무수히 많은 전쟁의 위협도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의 무시무시한 전망의 이유를 추적해 봤다. 
 

 


  이 책은 프랑스의 최고 지성 자크 아탈리가 이번 세계금융위기를 분석하고 앞으로의 미래를 예측해 본 책이다. 지금껏 지구상에 있었던 경제 위기들을 살펴보고, 이번 세계금융위기가 어떻게 시작된 것인지를 재검토함으로써 앞으로 우리에게 닥칠 위협과 그 대책, 무엇보다 당장 세계가 강구해야 할 긴급대책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닥쳐올 금융 위기에 대한 경고와 더욱 복잡하게 전개될 미래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170여 쪽의 짧은 글은 세계금융위기를 다룬 그 어느 장서보다 자세하고 솔직하게 적혀 있었다. 무엇보다 이번 위기를 유럽의 시각으로 바라봤다는데 그의 해석은 더욱 냉철하고 대담했다. 

  저자는 이번 위기는 인류에게 닥친 여러 위기중 하나라면서 현재를 이해하기 위해 12세기경 벨기에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부터 더듬으며 과거의 위기를 전체적으로 살펴보았다. 그러면서 이번 위기는 미래에서 보면 방향의 선회라기보다는 진행의 가속화로 기록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흥미로운 부분은 2002년 미국이 수요가 둔화되자 미국 정부가 소득 증가 정책을 쓰는 대신 주택금융업기관을 비롯, 여타 부동산 관련기관을 통해  지불 능력이 낮은 고객들에게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을 최상의 금리로 대출해줄 것을 부추겼는데, 마르크스주의자들과 헤지펀드 운영자들의 총아였던 하이먼 민스키는 이때 심각한 금융 위기가 몰려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익성 높은 혁신(또는 경제 정책의 변화), 경제 호황, 낙관주의 팽배, 이익의 유출, 그리고 '민스키 모멘트'라고 하는 패닉상태가 닥칠 것이라고 했는데, 그 시기를 2009년쯤으로 내다봤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는 그의 말에 귀기울인 경제학자들은 극소수였다는 것이다. 

  전반부의 내용에 해당하는 인류 역사상 이번 위기보다 먼저 닥쳤던 위기들과 세계금융위기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짧게 조망한 부분은 한 편의 프리젠테이션처럼 컴펙트했다. 미국의 현실과 함께 동조하여 변화했던 유럽의 상황도 함께 볼 수 있어 전체를 이해하기가 더욱 용이했다. 이 책의 백미는 후반부 [앞으로 닥칠 위협]부터였다. 이번 금융위기는 실물 경제 위기로 번져 대부분의 기업과 소비자, 근로자, 예금자, 대출자, 국가들을 모조리 곤경에 빠뜨리게 될 것이고 몇몇 나라는 사회불안과 정치불안의 요인으로도 작용될 것이며, 현대의 이데올로기는 도마위에 올라 어쩌면 민주주의 자체가 위협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주의의 경제주의로 알려진 '신자유주의 경제주의'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컸는데, 이번 세계금융위기를 계기로 '존립위기'에 놓였다고 봐야 할텐데, 아직 그 대안이 없어 세계의 입장에서 미국은 '무너져서는 안되는 나라' 격이다. 다시 말해 한 줄을 선 도미노의 첫 블록이나 다름 없는 것이다.

  경기침체, 불황,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경제위기의 진행으로 전세계적으로 외환 위기까지 겪게 되고, 이는 사회적, 이념적, 정치적 위기로까지 번지게 될 것으로 저자는 내다보았다. 그 해결책으로 저자는 법치를 통한 시장의 균형 되찾기 즉, 정보가 공평하게 그리고 동시적으로 이루어지고 이를 관리 감독할 수 있는 기제가 확보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반 규칙을 어기는 자들을 감독하고 제재를 가할 수 잇는 진정한 의미에서 전 세계적인 경찰과 사법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해결책이 한편으로 유토피아적이기도 하지만, 유일한 해결책은 이것 뿐이라고 덧붙였다. 전작 [미래의 물결]에서 처럼 '하이퍼 민주주의'실현을 주장했던 자크 아탈리다운 의견이다. 

  하지만 소수의 선점자만이 시장의 정보를 공유했던 작금의 시스템이 존재하는 한 이번 금융위기를 벗어난다고 하더라도 제 2, 제 3의 세계금융위기가 올 것은 자명하고, 기축통화인 달러를 만드는 미국에서 비롯된 이번 위기인 만큼 세계 또한 더 이상 미국을 신뢰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도 사실이기에 그 대안의 필요성은 불가피하다. 분명한 것은 자크 아탈리 역시 1929년에 내 놓은 뉴딜정책을 지금 다시 사용한다면 훨씬 더 끔찍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점은 앨빈 토플러의 [불황을 넘어서]에서 뉴딜 정책은 더이상 해답이 될 수 없다고 말한 경고와 일치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오늘날은 그만큼 경제의 간섭 현상이 광범위해졌으며, 분업도 훨씬 강도 높게 진행되었을 뿐 아니라 자본시장, 재화와 노동력의 시장까지도 빈틈없이 얽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근에 본 외국 석학들의 세계금융위기를 보는 전망은 무척이나 어둡다. 해결책에 대한 논의는 차치로 두고라도 이번 위기는 상당히 오랜 시간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데는 입을 모으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어느 나라도 위기의 폭과 넓이를 아직까지도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책을 덮으면서 우리의 소비국들이 이럴진대 수출주도국가인 우리나라는 그 파장은 얼마나 될 지 심란해서 생각조차 하기 두려웠다. 우리가 이번 위기를 넘어설 대안은 무엇일까? '그린 뉴딜'정책일까? 외국과의 끊임없는 FTA 체결일까?  한국이라는 배는 제대로 항로를 잡고 나아가고 있는 지 고민하게 했다. 금융위기 이후에 다가올 최후의 시나리오는 무섭기 그지 없고, 그 해결책은 막연하다. 하지만 오늘까지의 전모를 파악하고, 앞으로의 미래를 가늠하고 싶다면 꼭 넘겨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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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빈 토플러, 불황을 넘어서 -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앨빈 토플러, 하이디 토플러 지음, 김원호 옮김, 현대경제연구원 감수 / 청림출판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세계금융위기를 이겨낼 해법은 '뉴딜정책'엔 없다.  


경제주체들의 통제력 확보에 달렸다!

 
  IMF 총재 “올 세계경제 성장률은 제로에 이를 것” 이라는 어제자 뉴스를 접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는 “3개월 후에 나오는 차기 IMF 전망은 제로에 바짝 다가설 가능성 있다”며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이 계속 나빠지고 있음을 시사했다고 AFP와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프랑스 경제일간지인 ‘러 에코스’와 인터뷰에서 “이번 상황은 매우 분명하다. 2009년은 이미 흐름이 결정이 났으며 몹시 나쁜 한 해가 될 것” 이라고 말하며 일부 국가들의 부도 위기와 관련해서는, “몇몇 국가들이 우리의 도움을 받고 있다”면서 “앞으로 2차로 IMF의 문들을 두드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국가가 현재보다 더 늘어날 것임을 시사했다. 세계경제가 끝이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2009년에 있어 가장 큰 화두는 '생존 Survival' 이 될 것 같다.
 

  우리 일상생활 중에 순조롭던 일이 한순간에 막히고, 집안에 우환이 끊이질 않으면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점占집'을 찾듯이, 지금 전세계는 경제를 관망하고 맥을 짚어가는 경제석학들의 한마디에 온 세계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금세기 최고의 미래학자라고 불리고 미래 쇼크》, 《제3물결》, 《권력이동》 등 일련의 미래학 도서들을 써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만든 엘빈 토플러가 오늘날의 세계경제위기 상황에 대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재미있게도 30 여년 전인 1975년 자신이 쓴 책 <불황을 넘어서 The Eco-Spasm Report>을 다시 내 놓는 것으로 대체했다. 신자유주의경제의 문제점을 밝히며 1975년 이후 다가올 경제위기를 우려한 책이었는데, 그 우려들은 오늘날의 세계경제위기와 절묘하게 맞물려있다. 스스로도 자신의 책을 읽고 놀랐다고 했듯이, 나 역시 그의 통찰력을 재확인할 수 있는 책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같은 제목, <불황을 넘어서>이다. 원제는 BEYOND DEPRESSION 이다.  
 

 


  이 책의 요지는 저자가 우려한 1975년 이후에 다가올 경제위기에 대한 대응책에 있다. 즉 당시(1975년) 경제학자들은 경제문제들을 1930년대 대공황에 빗대면서 그 상황을 벗어나게 한 해법들이 지금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 거라고 말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때와 지금의 커다란 차이점 하나를 말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커다란 차이점은 바로 제 2차 세계대전. 1930년대의 대공황 이후 제 2차 세계대전을 거친 후 진행된 1970년대의 경제상황은 경제적 발전 정도, 인구, 노동자 수, 인구 구성, 가족구조, 여성인력 활용도, 노령인구 비중, 보건의료 시스템등 핵심변수들이 모두 차원이 다르게 달라졌다고 저자는 지적했다. 그래서 1970년대 이후의 경제위기는 1930년대 대공황의 해법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하물며 21세기에 접어든 지금의 세계경제위기에 대한 해법도 여기서 찾을 수 있을까? 어림없는 소리다.  

이와 마찬가지로 지금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경제위기를 제대로 이해하고 올바른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21세기의 경제가 과거와 달라져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며, 새로이 변화된 21세기 경제의 주된 특징을 크게 진부해진 경제모델, 지식의 역할 증대, 가속화와 탈동시화, 증대되는 복잡성, 국경의 소멸 이렇게 다섯가지로 나누었다.  

  21세기에는 경제활동에 있어 정량화하기 어려운 지식의 비중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에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산업화시대의 경제모델로는 지금의 경제위기에 대한 해법을 올바르게 제시할 수 없고(진부해진 경제모델), 지식이라는 정량화하기 어려운 무형요소들은 점점 더 큰 역할을 맡고, 컴퓨터 통신관련 기술, 공장자동화, 정부와 기업의 재정운용에 필요한 금융비중 증대등 다양한 요소로 확산되고 있다(지식의 역할 증대). 한편 지식 산업을 바탕으로한 민간 부문의 발전 속도는 빛의 속도로 움직인다고 할 만큼 빨라지는 반면 공공 부분의 속도는 제자리에 머물고 있어 사회 곳곳에서 탈동시화[de-synchronization]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가속화와 탈동시화). 아울러 금융, 제조, 법률,과학, 의료, 네트워크 그리고 우리의 일상생활등 모든 것이 점점 더 복잡해져서, 각 분야의 전문가[experts]들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가고 있다(증대되는 복잡성). 마지막으로 오늘날의 기업과 정부는 경제활동의 범위를 계속해서 확장해나가려 하기 때문에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상업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국경의 소멸). 

  이렇듯 전혀 다른 환경에 벌어진 경제위기에 대해 '사례적 측면'에서 예측할 수 있는 규모와 범위를 짐작하게 하는 예로 들고 있는 '1929년의 경제 대공황'을 마치 지금의 세계경제위기와 비슷하게 보고 정부와 언론 그리고 식자들은 그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하는 부질없는 누를 범하고 있다. 전례가 없는 동시다발적인 세계적인 경제위기인 점에서 비슷하다고 하겠지만, 또 하나 비교할 빌미를 제공한 것은 미국 새정부의 대통령으로 취임한 '버락 오바마'대통령의 취임사에 나온 '신뉴딜 정책'도 한 몫을 한다. 

  1930년대 루즈벨트 대통령이 실시한 뉴딜정책의 정책은 '잊혀진 사람들을 위한 뉴딜'이었다. 단지 토목공사 사업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경제 시스템을 자유방임에서 국가개입으로 바꾸고, 소득세 증대를 통해 사회의 부를 재생산하겠다는 정책이었다. 다시 말해 소득 양극화를 해소하고 미국을 중산층 중심 사회로 만들겠다는 정책이었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가진 기본적인 생각은 '사람은 다른 사람들의 복지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고, 다른 사람을 해치면서까지 지나치게 자신의 부를 늘리려고 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결국 루즈벨트의 뉴딜 정책은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배려, 부의 재분배, 노동자들의 권리 강화 등 사회주의의 강점을 적극 수용한 것들이었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250만 개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2009년 1월 20일 취임 직후 1950년대 아이젠하워 대통령 이후 최대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단행키로 했다. 오바마의 신뉴딜 구상은 단순한 토목 일자리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에너지 효율 개선 및 교육환경 개선을 통한 경쟁력 강화와 연계돼 있다. 오바마는 우선 연방건물의 난방과 조명을 에너지 효율이 높은 설비로 교체하는 작업을 전국에 걸쳐 실시, 에너지 예산을 수십억달러 절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전국의 노후한 도로와 다리 등 기반시설에 투자할 것을 다짐하면서 예산을 지원받을 주정부들이 신속하게 집행하지 않을 경우 지원예산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바마는 또 "학교건물 현대화 및 컴퓨터 기자재 확충 등 미국이 아직 경험하지 못한 획기적인 교육환경 개선에 나설 것"을 다짐했다. 특히 "인터넷을 발명했던 미국이 초고속인터넷통신망 가입 순위 세계 15위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모든 아이들이 인터넷에 접근할 기회를 부여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정책과 비교해 에너지 효율 개선과 교육환경 개선을 통한 경쟁력 강화라는 새로운 카드를 제시하며 천연자원 고갈과 지식산업시대를 위한 경쟁력 제고라는 21세기에 걸맞는 인프라 투자 계획이 '신뉴딜 정책'이라고 불리게 된 것이다.  

  한편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은 기축년 신년초 ‘신년 국정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히면서 올 한 해를 ‘4대강 뉴딜정책’의 원년으로 선포했다. “4대강 사업은 28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4대강 유역을 친환경 공원으로 조성하고 전국 곳곳을 자전거길로 연결해 생태문화가 뿌리 내리게 할 것이다. 녹색뉴딜정책도 본격적으로 점화하고자 한다. 태양광·풍력·연료전지 등 신재생 에너지의 원천기술 개발에 주력하는 동시에, 건물과 교통의 에너지 효율화 사업, 폐자원 활용 사업은 올해부터 당장 대대적으로 전개해 나갈 것이며ㅡ 이를 위해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를 설치하고 ‘녹색성장기본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고 발표했다. 이른 바 전국에 ‘망치 소리’를 울려 경제를 살리겠다는 ‘대운하식’ 경제 정책인 것이다.  

  오늘날의 경제위기를 1930년대의 대공황을 해결한 뉴딜정책을 해법으로 삼는다면 큰 착각이라고 경고한 앨빈 토플러. 한국경제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은 그가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뉴딜정책'을 익히 들었을 법 한데 그는 어떻게 느꼈을까? 예전에 한국에 와서 역설했음직한 그의 대답이 귀에 남는다. "오늘날 산업과 경제는 빨리 발전하는 데 비해 정치와 규제의 속도는 더딘 '탈동시화'가 이뤄졌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현재의 정부는 상명하달上命下達식 관료주의에 빠져 발전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만큼 정부는 관료주의를 타파하고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는 혁신적인 새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세계 금융위기에 대한 견해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으며 이렇게 말했다. "문제해결 전망에 대해선 낙관적이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가 위기의 본질과 상황을 알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해결될 것이며, 최악이 국면을 벗어나는 데만 1년 반에서 2년이 걸릴 것이다." 이어 이번 세계금융위기를 겪는 세계인들의 과제에 대해서는 "이번 경제 위기로 과거의 전통적 세계는 종결된 셈이다. 경제를 '희소자원의 배분'으로 보는 시각은 한계가 있으며 무한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무형자산과 유형자산이 맺고 있는 연관관계를 제대로 규명할 수 있어야 한다." 고 대답했다.  

  세계가 고민하고 있는 이번 금융위기에 대한 명확한 해답은 이 책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어쩌면 그 해답을 단 한사람의 전문가에게서 들으려고 했던 내 생각이 잘못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엇을 하면 안되는 지는 확실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금쪽같은 시간과 비용을 치뤄야 하는 앞으로의 미래에 해서는 안될 것이 무엇인지 이 책에서 찾아야 한다. 위정자와 정부관료들, 특히 우리의 경제대통령께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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