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의 마음가짐 마쓰시타 고노스케 경영의 지혜
마쓰시타 고노스케 지음, 양원곤 옮김 / 청림출판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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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당신에게 일과 성공은 무엇인가? 그 답을 이 책에서 찾아라!

 

  대학을 입학한 지 두어 달이 지나서 였을게다. 학과에서 제일 고학번이자 조교를 맡고 있는 선배님이 만든 술자리에 불려갔는데, 공교롭게도 선배의 바로 옆자리에 앉았다. 서너 잔을 연거푸 마셔 홍시같이 빨갛게 된 내게 학창생활에 대해 궁금한 것이 없냐고 선배가 물었다.“최근에 인상적으로 읽은 책좀 알려주세요.” 딱히 묻고 싶은 말도 없었지만, 고등학교를 통털어 달랑 세 권을 책을 읽었고, 대학에 와서는 지성인입네 하고 펼쳐든 막스 베버의 자본론 보론을 열 페이지 보다가(‘읽다가’가 절대 아니다) 지레 포기해 버린 독서 무지랭이가 내뱉을 말은 아니었다. 선배는 옳다구나 하고 가방에서 책 한 권을 꺼냈다. 단행본이 아니라 복사해서 제본한 책, ‘신국토창성론’이라는 한자만 달랑 있었다.

  내가 경영의 신 마츠시타 고노스케를 처음 만난 때가 그때였다. 나쇼날과 파나소닉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전업체의 기업가가 국가의 미래를 염려해 1976년에 냈다는 책을 통해 처음 만났다(사실은 그룹내에 있는 PHP연구소와 함께 썼다고 하지만 책의 시작은 오롯이 그의 생각이라고 한다). 전체적인 내용은 섬나라 일본이라는 한계성을 극복하고자 일본 열도에 있는 산지를 깎아내어 평지로 만들고 깍아낸 흙은 간척지를 만들어 궁극적으로 일본 열도를 더욱 넓게 개조해보자는 것. 선배는 그 책에서 소비자가 살고 있는 사회 나아가 국가를 걱정하는 기업가 정신을 배웠다고 했다. 그 후로는 훌륭한 기업인하면 마츠시타 고노스케를 떠올린다. 뇌리에 제대로 각인된 셈이다. 

  선배의 말씀대로 그는 훌륭한 기업인이다. 소비자들에게 좀 더 나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을 뿐 아니라 후배 경영인과 젊은이들에게 인생을 살아가는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많은 책을 남겼다. 그 노력은 마츠시타 정경숙에서 잘 나타난다. 마츠시타 고노스케는 일본 정제계 최고 인재를 길러내는 일종의 엘리트 아카데미인 '마쓰시타 정경숙'을 자비로 설립하여 인재양성에도 크게 이바지했다. 또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요시하여 수많은 학술단체와 사회복지재단에 재산을 기부하는 일에 앞장서기도 했다.

  선배가 빌려준 ‘신국토창성론’ 제본판은 지금도 가지고 있는 소중한 책이다(돌려주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선배님). 일독을 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 후론 거듭 읽고 있는 책이다. ‘미약한 내가 만든 제품을 기꺼이 구입하는 소비자께 늘 감사할 따름‘이라고 죽는 날까지 자신을 낮췄던 마츠시타 고노스케. 오늘은 그에게서 훌륭한 사원 지혜를 배웠다. 소개하는 책은 <사원의 마음가짐>으로 <경영의 마음가짐>, <사업의 마음가짐>과 더불어 <마츠시타 고노스케, 경영의 지혜시리즈>중 첫 번째 책이다. 원 제목은 社員心得帖 이다.

 



  

  이 책은 크게 [사원의 마음가짐]과 [인생의 지혜]로 나누어져 있다. 그리고 [사원의 마음가짐]은 신입사원, 중견사원, 간부사원으로 다시 세분화 되어 그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말하고, [인생의 지혜]는 삶을 대하는 마음과 일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전체적인 내용은 여느 경영자의 책들과 딱히 특별한 내용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마치 윤리책이 출판사를 막론하고 같은 내용을 지닌 것과 다름아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래서 이 책이 더욱 중요한지도 모른다. ‘마땅히 당연한 것’은 변할 수 없는 법, 기업에 속한 사원이라면 마땅히 알아야 할 내용이 전부 들어 있기에 오히려 꼭 한 번은 읽어야 할 책인 셈이다. 저자는 이 책을 읽기를 권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 책에는 직장인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마음가짐과 내가 살면서 느낀 인생의 지혜가 정리되어 있다. 물론 대부분 내가 회사 생활을 하면서 뼈저리게 느껴 왔고 늘 사원들에게 이야기해 왔던, 평범하다면 평범하고, 당연하다면 당연한 극히 기본적인 내용들이다. 하지만 현대사회가 워낙 격심한 변화의 시대인지라 오히려 기본적인 마음가짐을 착실히 실천해 나가기가 어렵기에 이 내용들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6 쪽)

  회사의 형편이 나빠지면 ‘인원감축’으로 비용을 줄일 것을 먼저 생각하고, 정규직 신규채용은 줄고 비정규직과 인턴들이 빈자리를 채우는 오늘날의 기업현실에서 경영진이나 임원들에게 존경심을 갖고, 기업에 ‘애사심’을 갖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일에 전력을 다할 수 없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과 내 회사에 열정을 가지고 임해야 함을 이 책을 통해 배우게 된다. 

  마츠시타 고노스케는 이 책에서 ‘기업인’으로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을 낮춰 ‘독자와 같은 사원’으로서(먼저 경험한 직장선배) 전체적으로 내용을 끌어내고 있다. 다시 말해 기업을 위한 사원을 마음가짐이 아니라, 내 행복을 위한 ‘직장에서의 마음가짐’을 언급했다. 그는 신입사원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설명하면서 직장에서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를 가늠하는 열쇠는 자신의 첫 입사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 즉 입사를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중견사원은 마치 어학공부에 몰두하면 꿈속에서도 외국어로 말할 정도가 되듯이 꿈속에서조차 회사 일을 할 만큼 자신의 업무를 사랑한다면 그 사원의 미래는 밝고, 입사후 2-3년에 찾아오는 슬럼프나 무기력감에 대해서는 ‘감격의 첫 출근 때의 마음’은 다시 일어설 힘이 된다고 말했다. 간부사원에 대해서는 ‘책임감과 리더십’을 강조했다. 진정한 리더란 “전적으로 내 책임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고, 그런 책임의식이 있을 때 부하 직원이나 상사의 전폭적인 신뢰를 얻는다고 확인해 주었다.

어디서 읽은 듯 익히 들은 듯한 이야기들이지만 마츠시타 고노스케라는 인물의 포스 때문인지 새삼 그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그리고 ‘소리없는 전쟁터’같은 너무나 현실적인 일상에 엮여 있던 터라 ‘도덕책’같은 그의 말은 ‘아, 그래. 원래 그런거 였지’ 재확인하게 되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그의 ‘운명론’이다. 마츠시타 고노스케는 인력으로 어쩔 수 없이 운명지어진다는 것을 부정했다. 인간의 힘과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약간의 여지‘를 운명의 신비, 인생의 묘미라며 이 10~20%의 여지 부분에 최선을 다하느냐 못하느냐가 남은 운명 80~90%를 결정짓는다고 말했다. 이 범위내에서 자신의 신념을 다한다면 성공할 수 있고, 성공했다고 우쭐하지도, 실패했다고 낙담하지도 않는 것이다. 

“성공이란 성공할 때까지 끝없이 매진하는 일이다. 내 사업을 하는 사람, 나아가 좀 더 나은 인생을 살려는 사람은 누구든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일과 삶에 몰두해야 한다.”

  그는 옛날보다 훨씬 풍요로워졌지만, 불평불만과 불안감을 토로하는 사람이 많아진 요즘을 들면서 이런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사람의 잘못된 성공관’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사회나 단체, 학교에서 지위나 명예, 재산같은 기준을 지나치게 강조해 사람들이 자신의 고유한 재능을 살리고 사명에 따르며 사는 일의 중요성을 간과해 버리는 경향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무한경쟁시대로 일컫는 오늘날 궁극적으로 어떤 목표를 위한 ‘무한경쟁’인가라는 질문에 시원하게 대답할 사람은 많지 않다. 국가와 사회, 그리고 학교가 만들어낸 이 말에 사람들은 ‘전사’가 되고 ‘선수’가 된다. 저마다 느끼는 인생의 목표와 성공의 가치는 다른데, 오로지 부와 명예를 위해 모두가 같은 목표를 설정한다면, 오히려 그것을 거부하고 돌아서는 사람이 더 쉽게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기업의 왕회장에게서 성공하는 직원의 길을 물었더니 오히려 행복한 인생을 사는 사람의 길을 들은 기분이다. 의도와는 달랐지만, 소득은 더 크다. 마저 시리즈를 모두 읽어야겠다. 난 몇 시간 동안 이젠 이 세상에 없는 경영의 신과 대화를 나눴다. 눈에 잘 띄는 곳에 두어야 할 책, 직장인에게 권하고 싶은 든든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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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랏빛 소가 온다 2 - 보랏빛 소를 만드는 방법
세스 고딘 지음, 안진환 옮김 / 재인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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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랏빛 소를 알리는 지름길, 블로그. 그리고 한국 블로그의 우울한 미래 
 

  두 번째 책의 이야기에 앞서 우선 세스 고딘의 퍼플 카우Purple Cow 이야기를 다시 요약해 보자. 외국 여행 중에 도로 한가운데를 무단횡단하는 소 떼를 지켜본다면 참으로 목가적인 풍경일텐데, 만약 20분 동안 그 광경을 계속본다면 어떨까? 지루해지고, 시간이 아까워질 것이다. 이때, 그 소 떼 가운데 보랏빛 소가(Purple Cow)가 들어있는 것을 보았다면 어떨까? 눈이 휘둥그레지고 몸을 벌떡 일으키며 이렇게 말할 것이다. "뭐지, 저건?"
 

이것도 저것같고, 저것도 이것같은 상품이 넘쳐나는 시대를 살고 있는 소비자에게 제품과 광고란 20분 동안을 점거하고 있는 소떼와 같다. 소비자의 눈이 번쩍 뜨이게 만드는 보랏빛 소는 특별한 신제품, 즉 리마커블remarkable한 신제품이다. 여기서 리마커블이란 얘기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worth talking about)이고,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고, 예외적이고, 새롭고, 흥미진진하다는 뜻이다.  제품이 없어서 팔고, 널리 알리지 못해서 못파는 구시대적 마케팅 기법으로는 더 이상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없다고 세스 고딘은 말했다. 이제는 리마커블한 제품을 창조하고 그런 제품을 열망하는 소수를 공략하라는 내용이 세스 고딘의 주문이다. 


  내가 이 책을 다시 읽은 이유는 우리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퍼플 카우는 별로 없는데, 왜 리마커블한 마케팅은 이미 마케팅의 주류로 자리잡고 있는 걸까? 오늘날은 무어의 곡선상에 있는 얼리 어답터와 전,후기 다수 수용자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왜냐하면 블로거Blogger 들이 있기 때문이다. 블로거들(여기서는 개인미디어측면이 강하다) 연예인과 TV 혹은 매체들과 함께 이노베이터의 제품과 아이디어를 관찰한다. 그리고 무어의 곡선상의 얼리 어답터들이 스니저가 되어 알리는 때와 시간을 같이 해서 블로깅blogging을 한다. 블로거가 자신의 블로그에 포스팅을 한 후 엔터키Enter key를 누르는 순간 그 아이디어는 삽시간에 온 세상에 퍼지게 된다. 무어의 아이디어 곡선은 더 이상 필요없는 이론이 된 것이다(이는 헨릭 베일가드의 책,<트렌드를 읽는 기술>도 마찬가지다). 

  오늘날은 블로거들이 얼리 어답터인 동시에 스니저가 되어 세상의 온갖 리마커블한 것들(아이디어나 제품 뿐만 아니라 사람과 장소 그리고 사건과 관념을 포함한다)을 찾아내어 알리고 있다. 게다가 서로의 정보에 링크하고 트랙백을 걸어 거미줄같이 엮어 놓아 새로운 생산자(프로슈머)가 되는데 이들이 만들어가는 세상이 웹Web 2.0세상인 것이다. 웹 기반의 산업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 사실을 이미 알았는지 모르지만, 퍼플 카우와 블로거와의 상관관계를 알게 된 것은 두 번째로 이 책을 읽으면서이다. 
 

리마커블한 제품이나 서비스인 보랏빛 소. 전편에서는 리마커블해진다는 것이 무엇이고 왜 성장의 지름길이 되는 지 알려주었다면, 두번 째 책에서는 리마커블한 마케팅의 영역은 어디까지인지를 보여준다. TV등의 대중매체에 막대한 자금을 들여 마케팅을 해야 하는 대안代案이 아니라 어떤 상품, 어떤 서비스라도 리마커블해질 수 있고, 회사차원에서 뿐 아니라 기업내에 있는 사원들도 그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레오 버넷과 데이비드 오길비, 빌 번버크, 그리고 마크 트웨인의 머리를 하나로 합한 다음 머리카락을 모두 밀어버리면 남는 사람이자 전편의 저자(당연한 말이겠지만), 세스 고딘Seth Godin이 썼다. <보랏빛 소가 온다 2>. 원제는 FreePrize Inside 다. 원서는 재미있게도 시리얼 모양의 포장(사진참조)시리얼 상자에 넣어 책을 출간했고, 전편에서는 사각 우유팩에 넣어 책을 출간했다. 이 책 자체가 리마커블한 모델이 아닐 수 없다.
 

  :: 힘들고 위험한 기술 혁신에는 매달리지 말라. 그걸 보상해 줄 만한 성과를 얻을 가능성이 별로 없다. 

  :: 대중매체 광고나 홍보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지 말라. 그걸 되돌려줄 만한 성과를 얻을 가능성이 별로 없다.

  

  오늘날 리마커블한 아이디어를 끌어내고 그것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사람이 승자가 되고, 그 아이디어는 작은 혁신, 즐거울 뿐 더러 공짜인 것들이고 뛰어난 기술이나 놀라운 재능이 필요없다. 즉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리마커블한 제품을 만들 수 있을까? 바로 '고객'에게 눈을 돌려야 한다. 단, 불만족스러워하는 고객, 혹은 덜 만족스러워하는 고객에게 눈을 돌려야 한다. 세스 고딘은 '경계해야 할 고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만족스러워하는 고객은 우리의 적이다."   

  이 책에서 주목된 부분은 리마커블한 마케팅에 성공한 [챔피언들에게는 통할 열 여섯가지 전략]과 제품과 서비스에 예상 밖의 장점이나 새로운 가장자리, 즉 정말로 리마커블한 무엇들의 예를 밝힌 [가장자리Edge 목록]이다. 특히[가장자리Edge 목록]은 리마커블한 상품이란 무엇이고, 범위는 어디까지인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 해준다. 세스 고딘은 오늘날은 상품이 곧 마케팅이라고 한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부분이다. 
 

"이제 마케팅의 법칙은 달라졌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모든 것이 마케팅이며, 그 어느 때보다도 게임의 규칙이 빠르게 변하고, 잘 하면 한 방에 성공할 수 있는 곳이다. 따라서 우리는 무엇을 만들어야 하고, 어떻게 만들어야 하며, 누구에게 팔아야 하는지를 알아내는 데 좀 더 주의를 기울어야 한다." (248쪽)
 

  이 말은 곧 소비자의 말에 귀기울이고, 그에 대답할 수 있는 '대화형 마케팅'을 말하는 듯 했다. '대화형 마케팅'의 보다 공격적인 내용이 요즘의 '블로그 마케팅'이 아니던가? 세스 고딘의 '보랏빛 소'는 TV - 복합체 산업, 즉 대중매체에 광고의 양적 증대만을 마케팅으로 알았던 기존의 마케팅 기법에 대한 대안으로 내놓은 마케팅 방법이다. 즉 소비자는 광고를 인식할 뿐 더 이상 현혹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주지시켰다. 이제는 소비자가 능동적으로 제품에 빠질 수 있도록 소비자의 불만과 푸념에 주목해야 한다고 알렸다. 그들이 바라고 상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제품은 금방 팔릴 것이고, 나아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스니저Sneezer(재채기하는 사람)가 되어 입소문을 낸다고 말했다.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는 책 자체도 리마커블한 책이었겠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 다시 한 번 내용을 잘 훑어 본다면 Web 2.0 세대의 소비자 특징을 말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이 책은 2004년에 출간된 것이어서 세스 고딘은 앞으로 스니저들이 입소문을 내는 방식이 블로그Blog가 될 것이라는 사실은 미처 몰랐을 것이다(하지만 웹상의 블로그 마케팅 역사는 10년에 접어들고 있다. 그래서 그는 블로그를 몰랐거나, 과소평가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그는 소비자가 가진 입소문의 힘이 점점 막강해지고 있음을 확실하게 이해했다. 그리고 몇몇 기업들도 소비자들의 불만에 적극적으로 귀기울이고 있는 상황을 제대로 캐치했다(현재 그들은 틀림없이 성공했으리라). 소비자를 위한 공짜상품을 만드는 법, 그리고 그들에게 귀기울이는 방법을 배우는 데는 이 책이 처음이라고 봐야겠다. 놀라운 책이다.
 

  이쯤에서 오늘날의 스니저의 위치와 그에 대응하는 기업들을 생각해 보자. 스니저들은 블로거로 변신해 또 다른 생산자(엘빈 토플러의 말대로라면 프로슈머)가 되어 제품의 사양을 기업을 대신해 설명하고, 그것을 사용한 후 느낌을 후기Review 형식으로 세상에 알리고 있다. 좋은 제품과 서비스라면 '정말 좋다, 이렇게 하더니 좋더라'라고 적극 칭찬하며 사용을 권장하고, 그 반대일 경우는 '적극적 불매운동'을 펼칠 정도로 악평을 한다. 스니저(블로거, 프로슈머)들은 자신의 시간을 허비해가면서 도대체 왜 남들에게 그런 내용을 알리려고 할까? 블로그 마케팅을 설명한 책 <블로그, 세상을 바꾸다Naked Conversations>의 저자 로버트 스코블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인간의 본성, 즉 이타심(他心 :  사랑을 주의로 하고 질서를 기초로 하여 자기를 희생함으로써 타인의 행복과 복리의 증가를 행위의 목적으로 하는 마음) 때문이다"
 

  그렇다. 블로그의 시작은 온전히 이기주의에서 시작했다. 남의 글을 퍼오고, 나의 하루나 생각을 알리기 위해 블로그를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에게 관심을 두거나, 혹은 나가 사용한 물건이나 장소, 서비스에 관심을 두는 다른 블로거들이 생기자 그에 대해 알리게 되었다. 순수한 이타심에서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순수한 마음을 믿고, 블로거의 포스팅을 신뢰하게 되면서 원래 이기적인 블로그는 점차 객관성을 가진 개인 미디어Social media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이제 블로그는 저마다 하나의 미디어가 되었고, 방문자수와 댓글, 그리고 트랙백은 해당 미디어의 신뢰성과 위력을 보여주는 객관적인 척도가 되었다. 
 

  여기까지 본다면 소비자들에게는 가장 이상적인 마케팅의 방법이 정착된 듯 하다. 하지만 기업은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기업이 블로그에 끼어든 것이다. 그들의 시작도 처음은 건전했다.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모니터링을 위해 관련 분야에 능한 블로거들을 찾아 그들에게 신제품을 증정하고 대신 사용후기를 얻고자 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기업의 속내도 숨어 있다. 바로 블로거에게 인지상정(情: 사람이면 가지는 보통의 마음)을 노린 것이다. 유일한 진리가 있다면 '세상에는 공짜는 없다'는 명제다. 비록 공짜지만 제품을 사용하고, 그에 대해 평을 하기는 쉽지 않은 작업이다. 하지만 블로거가 자신이 필요했던 제품이고, 고가일수록 공짜제품을 바라보고 그것을 평하는 시선은 부드러워진다. 그래서 약간의 포장과 과장이 더해져 제품을 평하게 된다. 뭐라 할 건 없다. 그것이 인지상정이라지 않은가?
 

  하지만 기업이 노리는 바는 그에 머무르지 않는다. 전문적으로 기업에 우호적으로 블로깅을 하는 블로거를 양성하거나, 나아가 경쟁사의 제품에 악평을 다는 블로거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처음에는 블로거의 말에 귀를 기울이던 소비자들이 '알바 블로그'인지 아닌지 의심해야 할 만큼 혼탁해졌다. 전문적으로 블로그 마케팅을 대행하는 회사들이 생겨나 기업과 블로거의 중간에서 일정금액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개인미디어로서의 블로그를 운영하던 블로거들이 나름의 '윤리적 기준'이 부족한 탓일 수도, 약아빠진 기업들의 블로그 마케팅 탓일수도 있겠다. 문제는 더 이상 블로그의 리뷰를 온전하게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블로그 마케팅에 빠진 블로거들이여, 아직도 블로그에 '이타심'이 배어 있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블로그란 원래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이다. 그래서 자신의 24시간에 일어나는 모든 사소한 것도 올릴 수 있어야 한다. 하루 24 시간에 주목하자. 개인의 정체성을 밝히는 데 있어 자신의 업무를 소개하고, 자신이 근무하는 곳도 소개할 수 있다. 사업자의 경우는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업종의 일과 업무등도 알릴 수 있다. 왜? 나의 직업과 나의 일이 내 하루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홈페이지와 같은 설치형 블로그보다는 포털 사이트가 제공하는 통합형 블로그가 주를 이루고 있어 포털사이트의 제약을 받는다. 약간의 '광고적 냄새'가 나면 포스트가 비공개로 설치되거나, 때로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삭제되기도 한다. 
 

  다 좋다. 이런 것이 설치형 블로그를 운영하지 못하는 블로거의 불익이고 설움이라면 달게 받겠다. 문제는 포털에 일정 금액의 수수료를 제공한다면 그 블로그는 허용이 된다는 것이다. 이게 말이 되는 건가? 돈을 더 내면 낼수록 '스폰서 링크'의 위에 올라서게 된다면 그래서 방문자수를 보장해 줄 수 있다고 한다면 그곳을 방문하는 블로거는 꼭두각시인가? 이런 시스템이라면 돈을 내는 블로그는 일종의 광고배너인 셈인데, 해당 블로그에 가서 클릭하는 수만큼 돈을 줘야 올바른 게 아닐까?
 

  필자가 안타까워 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블로그가 제대로 순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Web 2.0에 가장 걸맞는 소통수단이 블로그인 만큼 블로거들은 나름의 윤리관으로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바라보고, 그것을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 기업은 예전에는 없던소비자들의 소통수단을 끔찍하게 무섭게 여겨서 소비자들의 직접적인 불만이나 불평을 적극 수용하고 그것을 개선함으로써 소비자들을 충족시키는 제품으로 만들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야 할텐데, 우리나라의 블로그는 단지 새로운 형태의 '광고'로 전락한 기분을 들게 한다.
 

   그것도 TV, 케이블의 광고나 다른 마케팅비보다 훨씬 싼 껌값에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오히려 기업은 즐거운 비명을 부를 지경이다. 이렇게 된다면 결국은 블로그의 힘이라는 '칼자루'를 소비자들이 기업에게 내주는 셈이 된다. 개인의 상업적 블로그를 금지하는 포털 사이트가 자사에 수수료를 내는 기업 블로그는 양산하고, 그와 더불어 기업의 블로그 마케팅이 블로거들의 이름을 빌어 자세를 광고하려 한다면,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소비자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할 또 다른 창구가 필요해질지 모른다. '당장 먹기에 곶감이 달다'고 했다. 맛이 달다고 곶감을 계속 먹게 되면 변비에 걸린다. 심한 변비는 약도 없어 더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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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랏빛 소가 온다 - 광고는 죽었다
세스 고딘 지음, 이주형 외 옮김 / 재인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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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 카우Purple Cow 는 블로그BLOG 의 위력을 읽었던 것일까?

 

 

 외국 여행 중에 도로 한가운데를 무단횡단하는 소 떼를 지켜본다면 참으로 목가적인 풍경일텐데, 만약 20분 동안 그 광경을 계속본다면 어떨까? 지루해지고, 시간이 아까워질 것이다. 이때, 그 소 떼 가운데 보랏빛 소가(Purple Cow)가 들어있는 것을 보았다면 어떨까? 눈이 휘둥그레지고 몸을 벌떡 일으키며 이렇게 말할 것이다. "뭐지, 저건?"

 

  세스 고딘의 퍼플 카우Purple Cow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이것도 저것같고, 저것도 이것같은 상품이 넘쳐나는 시대를 살고 있는 소비자에게 제품과 광고란 20분 동안을 점거하고 있는 소떼와 같다. 소비자의 눈이 번쩍 뜨이게 만드는 보랏빛 소는 특별한 신제품, 즉 리마커블remarkable한 신제품이다. 여기서 리마커블이란 얘기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worth talking about)이고,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고, 예외적이고, 새롭고, 흥미진진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 반대는 무엇일까? 따분하고 식상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누런 소다. <퍼미션 마케팅>으로 유명한 베스트셀러의 저술가이자 변화의 전도사인 세스 고딘Seth Godin이 21세기 초에 '퍼플 카우'라는 신조어를 세상에 내놓아 이제껏 마케팅 법칙들을 새로 바꿔야 함을 역설해서 세상을 들었다 놓은 적이 있었다. 그의 책을 다시 읽었다. 원제목 또한 퍼플 카우Purple Cow.
 
  



  세스 고딘의 <보랏빛 소가 온다>를 다시 읽은 이유는 단 하나. 리마커블한 마케팅을 주목하고 싶어서였다. 세스 고딘은 TV -산업 복합체(TV-industrial complex)을 기반으로 하는 기존의 마케팅기법으로는 더 이상 기업과 제품이 살아날 수 없다고 말했다. TV - 산업복합체의 원리란 이런 것이다. 성장 가능성은 높지만, 아직 선점되지 않은 틈새 시장을 찾아라. 공장을 짓고, TV광고를 많이 하라. 이렇게 광고만 뒷받침 되면 판로는 저절로 확보되고 매출로 이어질 것이다. 매출이 늘어나면 공장을 바삐 돌려야 하고, 결국에는 이윤이 창출된다. 

 

  이렇듯 제품이 없어서 팔고, 널리 알리지 못해서 못파는 구시대적 마케팅 기법으로는 더 이상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없다고 세스 고딘은 말했다. 이제는 리마커블한 제품을 창조하고 그런 제품을 열망하는 소수를 공략하라는 내용이 세스 고딘의 주문이다. 당시만 해도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고, 책 속에 소개된 미국의 리마커블한 사례들은 중요한 벤치마킹의 소재들로 회자되곤 했다. 하지만 5년여의 세월이 흘렀다고 하지만 지금의 우리 시장을 살펴보면 세스 고딘의 미래지향적 마케팅은 더이상 리마커블한 퍼플 카우가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 왜 그럴까?

 

  우리에게는 후터스같은 리마커블한 패밀리 레스토랑도 없고(라이센스를 취득해 들어온 매장은 있지만), 허먼 밀러의 비싸지만 아트적인 의자도 만들지 않았으며, 뉴비틀이나 아이팟같은 획기적인 제품을 생산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리마커블한 마케팅은 이미 우리 마케팅의 주류로 자리잡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를 찾으려면 우선 마케팅의 경로를 살펴봐야 한다. 아이디어(제품)의 확산 곡선을 무어의 곡선으로 설명해 보면 제품을 처음 만들었거나 그 작업에 참여한 이노베이터가 가장 먼저 새로운 제품을 사용하고 그 다음 얼리어답터(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찾아내서 다른 사람들보다 첨단을 걷기를 갈망하는 사람들), 전기 다수 수용자, 후기 다수 수용자, 지각 수용자의 순으로 제품을 사용한다. 세스 고딘은 얼리 어답터를 충분히 유혹할 만한 리마커블한 제품을 개발해야 퍼플 카우가 된다고 보았다. 동시에 얼리 어답터가 곡선상의 나머지 사람들에게 쉽게 퍼뜨릴 수 있도록 만만하면서도 흥미를 돋우는 그런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 얼리 어답터에 주목해 보자. 세스 고딘은 이들을 파리에서 열리는 패션쇼에 가서 맨 앞줄에 앉거나(잡지 에디터, 연예인, 관계자), 인터넷 월드(전시회)에 참가하거나, 또는 첨단의 전문잡지를 읽는 사람들, 혹은 TV 프로그램등으로 보았다. 그들이 이노베이터의 아이디어에 매료되어 사용할 때 세상은 그들을 주목한다. 진정한 퍼플 카우의 승리는 '퍼져나가는 아이디어'에 있다고 말했다. 얼리 어답터들이 아이디어 바이러스의 핵심 유포자인 스니저(sneezers;재채기하는 사람 이란 뜻)가 되어 적극적으로 세상에 퍼뜨린다면 빙고! 퍼플 카우가 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세스 고딘이 말하는 퍼플 카우 마케팅이란 얼리 어답터(동시에 스니저이기도 한)를 찾아내고, 이들을 매료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나 제품을 안긴다면 그들은 시키지 않아도 제품에 대해 얘기하고 다닌다는 것이다. 

 

  내가 이 책을 다시 읽은 이유는 우리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퍼플 카우는 별로 없는데, 왜 리마커블한 마케팅은 이미 마케팅의 주류로 자리잡고 있는 걸까? 그 답을 찾기 위해서였다. "유레카!" 그리고 찾아냈다. 그 답은 인터넷 인프라 있었다. 이미 시장은 퍼플카우를 만들기에 앞서 퍼플카우를 인지하는 경로를 먼저 터득한 것이다. 바로 블로그Blog를 통해서였다. 그리고 이것은 비단 우리 시장 뿐 아니라 세계시장에 적용되는 것이란 걸 알았다. 오늘날은 무어의 곡선상에 있는 얼리 어답터와 전,후기 다수 수용자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왜냐하면 블로거Blogger 들이 있기 때문이다. 블로거들(여기서는 개인미디어측면이 강하다) 연예인과 TV 혹은 매체들과 함께 이노베이터의 제품과 아이디어를 관찰한다. 그리고 무어의 곡선상의 얼리 어답터들이 스니저가 되어 알리는 때와 시간을 같이 해서 블로깅blogging을 한다. 블로거가 자신의 블로그에 포스팅을 한 후 엔터키Enter key를 누르는 순간 그 아이디어는 삽시간에 온 세상에 퍼지게 된다. 무어의 아이디어 곡선은 더 이상 필요없는 이론이 된 것이다(이는 헨릭 베일가드의 책,<트렌드를 읽는 기술>도 마찬가지다).

 

  오늘날은 블로거들이 얼리 어답터인 동시에 스니저가 되어 세상의 온갖 리마커블한 것들(아이디어나 제품 뿐만 아니라 사람과 장소 그리고 사건과 관념을 포함한다)을 찾아내어 알리고 있다. 게다가 서로의 정보에 링크하고 트랙백을 걸어 거미줄같이 엮어 놓아 새로운 생산자(프로슈머)가 되는데 이들이 만들어가는 세상이 웹Web 2.0세상인 것이다. 웹 기반의 산업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 사실을 이미 알았는지 모르지만, 퍼플 카우와 블로거와의 상관관계를 알게 된 것은 두 번째로 이 책을 읽으면서이다. 

 

  좀 더생각을 해보자니 퍼플 카우를 만들어내는 회사와 그렇지 못한 회사의 차이점과 퍼플 카우를 승리하게 만드는 '스니저'를 역이용하는 기업들의 실태에 대해서도 궁금해졌다. 이 점은 지난 2007년에 나온 책 <보랏빛 소가 온다 2>를 마저 읽어야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하나의 정보 제공자로만 여겼었는데, 읽은 책들이 모여 새로운 깨달음을 제공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되었다(남들은 이미 알았던 간에). 이미 읽은 책을 묵혀 두었다가 다시 읽기의 힘이 여기서 나오는 것일까? 아무튼 특별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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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의 동침 - 자본주의와 세계화가 잉태한 악당 경제학, 그 실체를 파헤치다
로레타 나폴레오니 지음, 황숙혜 옮김 / 웅진윙스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글로벌 자본주의 시대에 아직도 노예제도가 존재한다고? 

  '악한 사람들의 무리, 혹은 나쁜 짓을 일삼는 사람'을 일러 우리는 '악당惡黨'이라 한다. 스스로 악당이라 부르는 이는 많지 않다. 이 명사는 주로 남에게 불리는 이름으로 다시 말해 악당이 존재한다는 말은 곧 상대가 존재한다는 말이다사람들이 사는 세상에 악당은 늘 존재하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나에게 피해를 입히거나, 최소한 나의 뜻에 반反하는 사람은 때로 악당으로 불리기 때문이다. 논란의 소지가 다분한 이 불명예스러운 이름은 자신의 뜻은 상관없이 남에게 불리기 때문에 되도록 선하게 살려고 하는 나 역시도 혹시 누군가에게는 악당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본다면 이 세상 사람 모두 누군가의 악당일지 모른다. 

  아주 특별한 경제학 책을 만났다. 세계 경제의 어두운 페르소나, 이른바 악당경제학을 이야기 한 책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어쩌면 눈에 보이는데도 우리가 애써 모른 채 하고 있는 어두운 세상에 대해 시선을 고정한 여성은 이탈리아의 경제학자이자 언론인이다. 30여 년 동안 세상에 숨겨진 어두운 세력들을 파헤친 용감한 저널리스트 로레타 나폴레오니Loretta Napoleoni의 촌철살인적 시선이 돋보이는 책, 제목은 <적과의 동침> 원제는 Rogue Economics 이다.   



   저자는 악당 경제학에서의 '악당''경제활동을 긍정적으로 이끌어온 이면에 숨어 있는 부정적인 그림자이며, 진보의 기저에 늘 도사리고 있는 그릇된 세력'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아직도 세계에 존재하고 날로 늘어가는 현대판 노예들, 세계인들의 늘어가는 빚, 광고나 정책에 교란되어 휘둘리는 소비자, 수많은 착취 노동자들의 피가 스며든 신제품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악당들과 묵인하에 살고 있는 셈인데,이런 현실을 '적과의 동침'이라고 불렀다. 즉, 현재 우리는 알게 모르게 악당들이 일으킨 경제 시스템 즉,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값싼 임금으로 착취당하는 제3세계 아동, 성 매춘, 짝퉁 산업 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고, 이를 감시해야 할 정치세력들은 오히려 이들과 이익을 나누고 다.  

  이 책은 관념적인 경제학적 이론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 또한 현재 미국발 금융위기로 재부상한 케인즈 학파와 하이에크 학파간의 대립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는다. 저자는 경제학자라기 보다는 저널리스트의 입장에서 세계경제에 지대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악당경제학'에 주목하고 있다. 전통경제학파의 편에 서느냐 신자유주의경제학파의 편에 서느냐에 따라 세계 경제 더 나아가 미래 자본주의의 정체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면 저자는 '악당 경제학'이 존재하는 한 자본주의의 안정성은 늘 위협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처음에 저자는 공산주의 체제가 세계화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부조리한 경제 세력이 어떻게 확산되는가를 조사하려 했지만, 악당 경제학은 비단 공산주의 체제만의 특수한 현상이 아니라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양지와 음지를 이루는 하나의 축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즉 악당경제학은 승자와 패자, 부유층과 빈곤층의 구분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천박한 생활양식으로 확산시켜 우리의 삶와 사상을 천박하게 만들어 가고 있다. 저자가 찾아낸 사례들은 무척이나 방대하다. 그리고 그녀가 지적한 악당들은 러시아 마피아를 비롯해 미국의 금융기관, 유럽과 중국, 제약업체와 인기 그룹U2, 이슬람에 이르기까지 개인과 단체, 국가를 막론하고 하나하나 거명되고 있었다. 그곳에는 엄청난 액수의 돈과 정치 그리고 권력이 거미줄처럼 엮여 있었다. 

 



   저자가 특히 주목한 것은 '노예제도'. 우리는 미국의 남북전쟁과 함께 사라졌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실상은 민주주의의 발전과 더불어 노예제도도 함께 확산되고 있다. 냉전시대의 종말과 함께 일자리를 잃은 서유럽의 여성들은 '거리의 여인'이 되어 신종 매춘노예의 희생양이 되었고, 서부 아프리카의 코코아 농장에서 캘리포니아의 과수원까지 값싼 노동력으로 착취당하는 노예무역의 재물들이 존재하고 있고, 불법어획에서 '짝퉁산업'에 이르기까지 자본주의 세계에서 없어서는 안될 한 축을 형성할 만큼 현대판 '노예'들은 확산되었다. 놀라운 것은 이 시대에 민주주의와 노예제도가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가지며 공존한다는 것은 경제학자들도 인정하는 사실이고, 실제로 해외 비즈니스를 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의 한 종류일 뿐이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끔찍한 것은 책 속에 수록된 읽기에도 악당들의 사례가 '남의 집 불보듯 할 만한 먼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주위의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었다. 밤거리 유흥가에 출현하는 '러시아 미녀'들은 러시아 마피아를 총책으로 하고 우리나라의 '어깨'들이 판매책으로한 '매춘노예'의 현실이었고, 손님이 없는 오후 시간에는 유니폼을 벗고 거리를 배회하게 해 '알바비'를 줄이는 '88만원 세대'를 노예로 삼는 허가받은 악덕업주들이 우리의 현실이었다. 어디 그 뿐인가? 피땀 흘려 한 두푼 모은 국민들의 소중한 돈을 늘려주지는 못할 망정 수수료를 따먹기 위해 펀드가입을 권유하는 최소한의 윤리적 직업의식도 없는 '은행'들, 최고의 법률가 집단인 로펌을 등에 업고 온갖 로비로 저희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법률을 바꾸는 대기업들, 향응과 비자금에 놀아나는 국회의원들이 우리에게 펼쳐진 악당 경제학의 사례들이었다.   

  이렇듯 버젓이 악당들이 세상을 활개치는 동안 선량한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던 것일까?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리는 지금 '환각의 매트릭스'에 갇혀 다. 쏟아지는 신제품과 점점 나아지는 생활로 우리는 세상이 '제대로' 굴러가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 제 스스로 악당 경제학에 엮여 점점 깊이 빠져들고 있는 줄도 모른 채 그저 세상은 좀 더 나은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어쩌면 제 스스로가 어떤 정체일 지 모르는 악당 경제학에 발을 담구고 있어 애써 함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면서 '정말 사실일까?'하고 의문을 던지기 보다는 '어이쿠, 정말 이런 세상에 살고 있었구나'하고 탄식하는 나를 만나게 되었다.   

  의식주는 풍족해졌는데 왜 살림살이는 점점 힘들어질까? 세계인의 행복지수왜 점점 낮아지는 것일까? 세계적으로 출산율이 저하되는 이유도 자식을 키울 경제능력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내 아이가 팍팍한 세상에서 고생하는게 두렵기 때문이라 하는데 과연 우리는 행복한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일까? 우리의 미래는 점점 행복해 질 수 있을까? 이 모든 미래의 해답은 찾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그 미래를 점칠 수 있는 도구인 현재를 조망하는데 이 책은 큰 도움을 주었다. 소설보다 더 소설같고,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경제학 책이었다. 지금 세상을 주무르고 있는 지하경제의 실체를 알고 싶다면 특히 오늘날 이 세상에 존재하는 악당들이 누군지 알고 싶다면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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쏭군 2009-04-03 0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급여생활자는 다 노예라고 생각해요...
그것이 변호사든 햄버거 가게 아르바이트든요...

해외여행 다니면서도 주머니에 돈이 들어오는 사람만이 노예가 아닌게죠..

잡설이 길었는데,
좋은 책 소개 잘 보고 갑니다^^

리치보이 2009-04-04 02:32   좋아요 0 | URL
확장을 해보면 그렇겠네요. 하지만 여기서 노예는 악당들에게 농락당하는 현대판 노예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고용을 통한 노사관계로 확대되면 오히려 더 우울해지지 않을까요? 좋은 말씀과 방문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괴짜 경제학 (개정증보판) - 상식과 통념을 깨는 천재 경제학자의 세상 읽기 Economic Discovery 시리즈 4
스티븐 레빗 외 지음, 안진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4월
평점 :
일시품절


'소년탐정 김전일'보다  더 재미있는 이야기 경제학 책! 

 

  뉴욕시내 한복판에 핵폭탄을 터뜨리는 것과 2002년 수도 워싱턴 일대를 공포로 몰아 넣었던 무차별 저격사건중 저(低)비용으로 미국에 최대의 공포를 일으키는 테러는 무엇일까? 정답은 '비용 대비 효과’ 면에서 훨씬 뛰어난 테러 방식은 후자인 무차별 저격 사건이다. 누구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초래하고, 동시·다발 공격으로 개인이 아닌 테러 ‘집단’이 존재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테러범의 희생을 가급적 줄이고, 경제 활동을 마비시키고, 장기간 유지되는 ‘값비싼’ 법률들이 무더기로 제정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등 제한된 자원으로 공포를 극대화하려면 뉴욕시내 한폭판에 핵폭탄을 터뜨리기 보다는 “20명쯤 되는 테러범들에게 소총과 차를 주고 전국 곳곳에서 동시에 무차별 사격을 벌이게 한다면 엄청난 혼란이 벌어지고 범인 체포도 극히 어렵다"는 것. 이처럼 끔찍하게 '효과적인 테러 방식' 을 생각하다니... 말이 될 법한 일인가? 오사마 빈 라덴이 생각했을까? 아니다. 

  미국 시카고 대학에서 경제학 교수로 있는 스티븐 레빗Steven D. Levitt 이 자신의 블로그(www.freakonomics. com/blog) 에 올린 글이다. 개연성있는 시나리오를 미리 논의해 보려고 2007년 8월에 올린 이 글은 삽시간에 달린 600여 개 댓글 가운데 “당신도 테러범과 마찬가지” “관심을 끌려는 무책임한 글” 이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시카고 대학은 돈이 많아서 이런 쓸데없는 사람에게 월급을 주고 학생을 가르치라는 건지, 아니면 학생을 가르치고도 시간이 남아돌아서 이런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남다른 그의 생각을 적은 한 권의 책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고, '올해의 책'으로도 선정될 만큼 화제가 되었다.  

  스스로를 '자료 탐정'이라고 설명할 만큼 산더미같은 각종 자료 속에서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고 분석하기 위해 경제학 이론을 적용하는 것이 그의 연구다. 자료 탐정이 찾아낸 세상의 이면에 숨겨진 법칙들이 공개된 책은 <괴짜경제학 플러스>이다. 원제목 Freakonomics; Revised and Expanded Edition 이다. 그는 "경제학은 매우 중요한 주제들을 많이 다루는데,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끌지는 못한다”면서 “내가 궁금해 했던 것은 사소하고 부차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근간에는 경제 이슈에 대한 탐색이 있다”고 말했다.  

  이 책<괴짜 경제학 플러스>는 <괴짜 경제학>의 개정증보판이다. 기존의 책에 스티븐 레빗, 그는 누구인가? '뉴욕 타임즈 매거진'에 기고했던 칼럼 7편과 '괴짜 경제학 블로그'에 실은 게시글 등이 포함되어 100 페이지 넘게 추가되었다. 주된 내용은 <괴짜 경제학>에 실었던 글들에 대한 반향과 그에 대해 추가적으로 해야 했던 말들, 그리고 또 다른 엉뚱한 생각(?)들이 대부분이다. 도대체 어떤 글들을 실었기에 그렇게 뜨거운 반응이 있었을까? 
 

  교사와 스모선수의 공통점은? KKK와 부동산 중개업자는 어떤 부분이 닮았을까? 마약 판매상은 왜 어머니와 함께 사는 걸까? 그 많던 범죄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완벽한 부모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부모는 아이에게 과연 영향을 미치는가? 등 제목만 읽어봐도 '문제의 소지가 다분한' 질문들이 가득하다. 구체적인 직업군을 파헤치는가 하면 한 나라의 국기國技인 스모에 태클을 걸고, 종교나 정치문제 만큼이나 언급하기를 꺼리는 낙태와 흑인 사회문제에 대해 도마위에 올렸다. 갱스터와 직접 생활하기도 했다는 저자 스티븐 레빗은 탐정과 별 다를 바 없다. 그래서 이 책은 경제학 책이라기 보다는 '탐정소년 김전일'의 롤플레잉 게임을 책으로 옮겨 놓은 것 같다. 재미? 두 말하면 입아프다. 골때리게 재미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재미를 느끼고, 통쾌하기까지 한 것은 한 번쯤 생각했거나, 공상처럼 짐작했던 문제들 하지만, 감히 언급하기 어려운 사회의 이면을 당당하게 파헤쳤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인센티브로 인한 부정행위는 인간의 본성일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분명한 점은 인간의 갖가지 노력 가운데 특출난 재능에 속한다는 것. 그래서 고부담 시험(우리나라의 일제고사)의 인센티브 즉, 가르치는 학생의 성적이 나쁘면 비난을 받고, 승진이나 연봉인상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고, 나아가 학교 전체의 점수가 낮으면 정부에서 보조받는 기금이 중단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때문에 일부 선생님들은 성적이 나쁜 학생의 시험성적을 고의로 높은 성적이 나오도록 조작한 사례를 들었다(올해 초 우리나라에서도 일제고사의 성적조작문제가 발생했었다). 그리고 적발된 사례 이외에도 '찾으려고만 한다면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음을 제시한다(이부분에서 저자의 경제학적 소견이 빛을 발한다). 
 

  마찬가지로 일본의 국기國技인 스모의 경우 대회가 열리면 한 선수가 하루에 한 경기씩 15일간 치루는데, 8승 이상의 전적으로 대회를 마치면 순위가 상승하며 7승 이하의 전적으로 패배하면 순위가 하락하게 된다. 그들에 대한 물질적 보상도 마찬가지. 그렇기 때문에 대회 마지막 날 7승 7패의 전적으로 시합에 임하는 선수는 8승 6패를 기록하고 있는 상대방에 비해 승리에 대한 갈망은 훨씬 클 것이고, 만약 '어느 보상(인센티브)'이 주어진다면 8승 6패의 전적을 가진 선수가 7승 7패를 기록하고 있는 상대 선수에게 일부 선수에게 일부러 져주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저자는 생각했다. 그리고 직접 자료를 가지고 확인해 보았다. 어떠했을까? 답은 독자들이 짐작한 대로이다. 
 

스티븐 레빗은 '왜 현대 사회에는 이토록 많은 범죄가 일어나는가?' 하는 익숙한 질문보다 '왜 더 많은 범죄가 일어나지 않는 것일까?' 되묻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인센티브때문에 '그나마' 이정도의 범죄율과 부정행위가 생긴다면서 앞으로 경제적, 사회적, 도덕적 인센티브들이 계속 진화하여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보았다. 그가 제시하는 경제학적 통계의 근거는 무조건 반발하기에 오히려 창피할 만큼 근거가 있었고,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추론들이었다. 그래서 저자의 블로그에 실리는 댓글들은 반론보다는 그가 표현한 글의 방법(때로는 독설적이고, 조롱하는 듯하긴 하다)에 토를 다는 수준이다. 판검사가 범죄자 앞에서 당당하게 꾸짖을 수 있는 이유는 그가 잘 나서가 아니라 법앞에 서 있기 때문이듯, 저자가 직업군들을 꼬집어서 그들의 이면을 이렇게 드러낼 수 있었던 것은 자료를 근거로 한 경제학적 접근 때문이었다.
 

   KKK단과 부동산 중개업자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정보를 독점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KKK단은 조직을 구성하고 협박을 위해 암호를 쓰고, 부동산 중개업자는 시장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활용해 의뢰인을 거의 농락하면서 거래를 성사시킨다. 만약 부동산 중개업자가 자신의 집을 매도한다면 의뢰받아 중개할 때보다 최소 1만 불은 더 받는다고 한다(이 해답역시 자료에서 추출해 냈다.그를 두고 천재라고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나보다)
 

즉 그는 수수료만큼 일하려 하기 때문에 부동산 중개인에게 보다 높은 가격으로 집을 팔려고 한다면, 어느 가격 이상에 팔면 수수료 외에 '인센티브'를 준다고 해야 현명한 거래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매입자는? 물론 자신이 제시한 가격 이하에 살 수 있게 해준다면 '인센티브'를 준다고 제시해야 한다. 그런게 어디있냐고? 지금 부동산 중개업소에 암암리에 성행중인 주택매도방식이다. 재미있지 않은가?
 

  <괴짜경제학>은 <행동주의 경제학>과는 다르다. 행동주의 경제학은 인간은 비합리적이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없다는 심리학적 전제하에(늘 나는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일상생활에 숨어 있는 경제학적 요인을 찾아내고, 보다 경제학적인 판단을 알려주고 있다면, <괴짜경제학> 기존의 주류경제학이 아예 생각조차 두지 않고 있는 사안들이나 '경제학적으로 답을 찾을 수 없다'고 결정된 사항들에 대해 세상에 존재하는 기존의 자료들(경제학과는 거리가 먼 통계자료)을 들이대며 '이래도 안돼?'냐고 뒤통수를 친다. 그 답을 찾기 위해 동원되는 '상상조차 해 보지 않았던' 자료들이 바로 경제학자 스티브 래빗의 몫이었고, 그 천재성에 대해 세상이 놀라고 감탄해 마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표현은 다소 직설적이고 독설적이어서 논란의 대상이 된다(그런 점이 돋보여 그의 블로그가 뉴스에도 보도되기도 하지만...). '듣기 싫은 말이지만, 실은 맞는 말'? 그가 던지는 정답이 그렇다. 그래서 독자로 하여금 통쾌함마저 선사한다. 특히 사회 이면에 숨어있거나 함부로 꺼내기가 어려워 금기시하고 있는 내용들을 들고 나와 그는 항상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다. 유려한 문체와 재미있는 사례들, 멋들어진 스토리텔링은 한 편의 추리소설를 버금간다. 생각의 힘을 재확인할 수 있는 책이다. 계산과 숫자, 그리고 그래프가 보이지않는 경제학 책? 이 책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어느 날 36.09 달러나 하는 닭고기 요리를 먹던 스티브는 그 닭고기가 상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지배인을 불러 따졌지만 지배인은  와인 두 잔값을 서비스로 빼줬으니 닭고기 요리는 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서로 한 발씩 양보하는 협상의 가장 기본적인 단계를 말해주는 행태주의자드의 '닻 내리기anchoring'에 의해서 였다면 경제학자인 그는 0퍼센트에 닻을 내려 '음식값을 공짜로 해줘야겠다'고 으름장을 놔야했다. 소심한 그는(자신은 수줍음 때문이라고 하지만) 0퍼센트에 닻을 내리지 못하고 음식값을 지불하였다. 
 

그리고는 블로깅으로 '그 날의 사건을 낱낱이 고발하고, 로스트치킨 요리는 아직도 팔리고 있다며 식당의 위치'까지 적어놓았다. 그의 소심함의 값어치는 36.09달러이고, 다른 블로거들에게 고발하는 '이타주의'로 보상받았다. 경제학자라면 세계최고의 갑부가 될텐데 그럴 수 없는 이유를 알 듯 하다. 대신 그는 멋진 블로거였다. 재미있는 천재 경제학자의 새로운 경제학 이야기, <괴짜 경제학플러스>는 웬만한 소설보다 재미있었다. 그의 다음 책을 기다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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