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 - 괴짜 CEO 리처드 브랜슨의 도전과 창조
리처드 브랜슨 지음, 이장우 옮김 / 리더스북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도전의 대명사, 버진 그룹 리차드 브랜슨의 열정과 비전을 배워라!

 

  리처드 브랜슨Rechard Branson. 그의 이름을 떠올리면 도전(모험), 재미 그리고 그가 일하는 회사 버진 그룹Virgin Group이 떠오른다. 영국의 대표적인 모험가이자 사업가인 그는 음반, 항공, 콜라, 콘돔, 금융, 화장품, 미디어, 철도, 의류 등 무려 350여 개의 사업체를 가지고 있다. 특이한 점은 버진 그룹Virgin Group은 주식회사가 아닌 개인회사라는 점이다. 그는 이 점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버진은 개인회사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 나는 규칙대로 행동하지 않는다. 만약 더 나은 방법이 있다면 할 수 있는 한 가장 최선의 방법을 취할 것이며, 또한 다른 사람의 모범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뭔가 특별하고 새로운 것이 눈에 들어오면 ‘오호~ 그거 재미있는데?’ 하면서 관심을 두고 관찰한다. 그러면 그 ‘재미있는 것’은 몇 달 후 어김없이 버진 그룹 산하의 회사가 만들어진다. 그는 회사의 크기에 연연해 하지 않는다. 소비자들이 좀 더 편안하고 만족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 수 있다면 그 사업체의 존재이유는 그것으로 족하다. 그러면서도 그는 손을 대는 사업마다 성공을 거두고 있다. 리처드 브랜슨이란 사람은 누구일까? 그토록 사업이 놀라운 성공을 만드는 비결은 뭘까? <내가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를 펴든 이유는 여기에 있다. 원제목은 Screw It, Let's Do It (Expanded Edition): 14 Lessons on Making It to the Top While Having Fun & Staying 이다. 

  화려한 사업이력 만큼 그에 대한 세상의 평판도 놀랍다. 

2000년 영국 여왕으로부터 기사작위를 수여받음

2002년 세계적인 경영컨설팅그룹 ‘엑센추어’가 선정한 50대 경영구루 중 한 명으로 선정

2005년 영국 BBC 방송이 선정한 ‘지구촌을 이끌 베스트 11’에서 넬슨 만델라, 빌 클린턴에 이어 9위로 선정

2006년 영국 피메일퍼스트가 선정한 영국 최고 영웅 5위로 선정

버진그룹이 영국인이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기업 TOP 3 중 하나로 선정됨

  리처드 브랜슨은 ‘창조경영’이란 말이 있기 전부터 창조경영을 했던 사람이다. 대신 창조경영이란 말 대신 ‘괴짜 창업자’, ‘모험을 즐기는 괴짜’, ‘경영계의 이단아’, ‘히피적 자본가’, ‘ 엔터테이너 CEO' 등으로 불렸다. 이 표현들은 묘하게 애플의 스티브 잡스Steve Jobs를 표현하는 말들이기도 한데, 스티브 잡스가 예술적인 심미안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다면, 그는 재미있고 즐거움을 선사하며 세상을 놀라게 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리처드 브랜슨은 확실히 괴짜다. 그는 멋들어진 양복을 입고, 마호가니 책상에서 아랫것들이 올려주는 결재서류에 싸인이나 하는 그런 CEO를 혐오한다(주식회사로 전화했다가 자비로 주식을 다시 모두 사들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판에 박힌 경영전략이나 마케팅 법칙들을 철저하게 무시한다. 대신 ’세상이 원하는 바‘를 찾아내 세상에 선보임으로 그냥 두어도 팔리게 만들어내는 능력을 지녔다. 이제 리처드 브랜슨을 대표하는 키워드인 도전, 재미, 버진 그룹으로 낱낱이 살펴보자.

 도전  1984년 리처드 브랜슨은 미국에서 아일랜드까지 가장 빨리 횡단한 선박에 수여하는 ‘블루 리밴드Blue Riband상을 찾아오기 위해 겨우 2,000마력의 엔진이 부착된 65피트짜리 경량급 쌍동선을 타고 출발했다. 하지만 매서운 폭풍우를 만나 목적지를 60마일 앞둔 지점에서 배가 가라앉게 되어 죽을 목숨이 되었다가 지나가던 배에 구조되어 살아난다. 1년 후 그는 다시 도전해서 엔진이 고장 나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결국 목적지에 도착해 블루 리밴드상을 거머쥔다. 그리고 상을 받은 다음날 열기구를 타고 대서양을 횡단하자는 제의를 받는데, 그는 지금껏 열기구로 대서양을 횡단한 사람도 없고, 기구를 타본 적도 없었다. 고민 끝에 도전을 제안한 사람에게 이렇게 물었다. “자녀분이 있습니까?” 그러자 “예, 둘이 있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그가 도전한다면 자신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성적으로 ’도전‘을 즐긴 그는 이 결정에 대해 “내가 하면 안 되는 올바르고 타당한 이유들은 많았다. 반면에 도전해보겠다고 하는 데는 오직 한 가지 이유밖에 없었다. 도전의 유혹이 너무나 달콤해 뿌리칠 수 없다는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도전을 사랑하는 그였지만 그에게는 변하지 않을 하나의 원칙이 있다. 그것은 바로 ‘무슨 일이든 잘하고 싶으면 빈틈없이 계획을 짜서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가 내린 도전의 정의는 이렇다. “정말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조건 하라. 두려움을 떨치고 날아가지 못한다면 목표가 무엇이든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재미  그는 돈을 벌기 위해 사업을 한 적이 없다. 하지만 사업을 하면서 즐겁게 일하면 돈은 자연스레 굴러들어온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에게 사업이 성공하고 어마어마한 돈을 버는 이유를 묻는다면 그는 대답을 하지 못한다. 비결이 없기 때문이다. 사업을 할 때 꼭 지키는 규칙도 없다. 단지 열심히 일하고 뭔가를 할 때에는 항상 할 수 있다고 믿을 뿐이다. 무엇보다도 즐기려고 노력할 뿐이다. 그는 일과 재미는 조화를 이뤄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휴식도 좋고 휴일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하든 간에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스스로 즐겨야 한다. 일을 통해 영감과 만족감을 얻어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인생의 대부분을 먹고 살기 위해 일한다. 그런데 지겨운 일을 한다면 그것처럼 무의미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일과 즐거움 사이에 균형을 이뤄야 한다.” (72 쪽)

  그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기 위해 자메이카에 갔다가 훌륭한 뮤지션들을 만나 계약을 하고, 무일푼인 상태에서 자신의 회사의 이름과 같다는 이유만으로 ‘버진 아일랜드’에 갔다가 환상의 무인도인 ‘넥커 섬’을 발견했다. 돌아갈 비행기 삯이 없어 경비행기를 빌려 ‘버진 항공사’라 속이고 돈을 받고 사람들을 태우고 무임승차해서 돌아오면서 항공사를 만들 꿈을 키웠다. 모든 것이 “즐겨라. 그러면 돈은 저절로 들어온다”는 신조가 현실화된 사례들이다. 리처드 브랜슨의 사업 방식의 핵심은 ‘재미’다. 그에게 있어 재미란 모든 것을 풀어나가는 열쇠다. 그는 어떤 일이 더 이상 재미가 없어질 때가 ‘일을 바꿔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불행하게 살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기 때문이다. 그는 직장인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열심히 일해서 돈도 벌고 친구도 사귀어라. 일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과도 즐겁게 지내라. 그런데도 여전히 행복하지 않다면, 직장과 개인생활을 분리시키고 당신만의 시간을 즐겨야 한다. 그리고 당신의 사장이나 회사가 당신이 즐길 수 있는 돈을 대는 것이라고 생각하라. 그러면 좀 더 행복해질 것이고, 삶과 일을 더 즐길 수 있을 것이다.” (90 쪽)

 버진 그룹Virgin Group  리처드 브랜슨은 자신이 주최한 진취적인 남녀 청년들 중에서 가장 강인하고 자신의 목표를 성취하기에 적합한 사람을 뽑는 미국 TV 프로그램 ‘빌리어네어, 최고의 인재를 찾아라’에서 우승한 숀 넬슨에게 100만 달러를 건네주는 순간, 한 가지 제의를 했다. 동전 던지기를 해서 원하는 면이 나오면 그보다 훨씬 큰 상을 받을 수 있고, 지면 지금까지의 도전과 100만 달러 모두 수포로 돌아가는 제안을 한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은화입니까, 아니면 수표입니까?” 우승자인 숀 넬슨은 곰곰이 생각한 끝에 수표를 쥐면서 이렇게 말했다.“동전 던지기로, 내게 주어질 많은 돈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은 감수하지 않겠습니다.” 그 역시 ‘나는 위험을 무릅쓰고 불가능해 보이는 이들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건 정확히 계산된 위험들일 때다. 나는 내가 하는 모든 일에 있어서 항상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를 따져본다’고 생각했었다. 흡족하게 생각한 리처드 브랜슨은 100만 달러 짜리 수표와 함께 전 세계에 200개나 되는 회사들을 소유하고 있고, 직원만 해도 5만여 명에 이르는 버진 그룹을 석 달 동안 대표가 되어 기업경영을 직접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그가 CEO로서 버진 그룹에 전력을 다하는 일 중 하나는 직원들이 자신에 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직원들 속에 선천적으로 내제된 장점을 스스로 발견해서 밖으로 꺼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자신을 믿어라. 당신은 할 수 있다. 대담해져라. 그러나 무모한 도박을 하지는 마라.” 이것이 바로 직원들로 하여금 스스로 일의 재미와 기쁨을 찾게 하는 그의 방법이었다. 그는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의 전형인 것이다. 리처드 브랜슨은 동전던지기 대신 100만 달러 짜리 수표를 선택한 숀을 채용하였다. 그리고 채용하는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나는 항상 숀과 같은 사람들에게 있는 것, 즉 그들을 남들과 구별되게 만드는 것을 찾고 있다. 버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특별하다. 그들은 말 잘 듣는 양이 아니다. 스스로 생각할 뿐만 아니라 귀담아들을 만한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그들의 재능을 썩힐 거라면 똑똑한 사람들을 고용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97 쪽)

  리처드 브랜슨은 또한 버진 그룹의 ‘얼굴마담’이다. “내가 직접 몸으로 광고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는 그는 60 살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버진이라는 이름으로 도배한 열기구를 타고 성층권까지 올라가고, 프릴이 달린 웨딩드레스를 입고 나타나는가 하면, 두 기구 사이에 놓인 널빤지 위를 걸어 90미터 상공에서 번지점프를 했다. 말 그대로 ‘버진을 신문 1면에 올리기 위해 별의별 미친 짓을 다 했다. 그가 펼치는 육탄 광고는 지극히 선정적이다. 하지만 그의 광고와 브랜딩에 대한 확고한 의지는 항상 자신의 제품에 진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지 그는 유명 연예인이 나오는 낡은 방법이나 재미없고, 정직하지 않은 광고가 싫을 뿐이다. 그리고 그는 남들보다 조금 더 열정적일 뿐이었다. 

  리처드 브랜슨에게 주목해야 할 것은 200 개의 회사를 개인적으로 소유한 갑부인 점도 아니고, 하늘로 바다로 이제는 우주로 도전을 감행하는 모험가인 점도 아니다. 재미있는 일을 찾아내고, 일 속에서 또 재미를 찾아냄으로써 일과 놀이의 모호한 경계를 넘나들 수 있는 그의 능력에 주목해야 한다. 이것이 오늘날과 같이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무한경쟁사회'를 사는 비즈니스맨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능력인 것이다. 그는 아울러 이렇게 강조했다. “현실에서 사람들은 치열하게 경쟁한다. 그러다 보면 승리자도 있고, 패배자도 있으며, 때로는 불공편한 일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모든 것을 딛고 일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모든 조언은 ‘불행하게 살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는 한 문장으로 귀결된다. 바로 ‘나’를 위해 나답게 살라는 것이었다. 그의 말처럼 내가 내 배의 선장이고, 운명의 주인이라는 철저한 주인정신이 없이는 인생은 타인의 것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타인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삶에는 어떤 성취도, 보람도 없기 때문이다. 그는 남에게 휘둘리기 싫어서 주식회사를 접고 개인회사로 돌렸다. 그는 스스로가 좋아서 죽음을 무릅쓰고 모험을 하며, 60의 나이에 스스로 광대처럼 광고를 하고 있다.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그것을 즐기며 만끽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일에 대한 열정과 자신감 그리고 도전정신을 배우고 싶은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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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경제.인생 강좌 45편 - 윤석철 교수의 경영학 특강
윤석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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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경영학계의 거목, 한국적 경영의 진리를 고민하다

 

  “인간은 일을 해야만 살 수 있는 존재, 그래서 일을 잘 하기 위한 학문이 필요하고 그것이 경영학이다.” 로 책의 시작을 여는 윤석철 교수의 책 <경영·경제·인생 강좌 45편>은 한국 경영학계의 거목이 우리의 삶과 일 그리고 기업 경영의 근본에 대해 고민한 내용들을 엮은 책이다. 이 책의 탄생 이야기는 참 재미있다. 일간지와 경제지에 실었던 컬럼들을 일본에 사는 교포 교수가 일어로 번역해 책을 만들어 일본에서 먼저 출간되고, 나중에 한국어판이 출간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책을 만난 감사는 오히려 저자인 윤석철 교수보다 재일교포 교수에게 해야 할 판이다. 저자는 경쟁은 선택이 아닌 필요악이 된 요즘, 경쟁을 일work을 통해 이루어지므로 살아남는다는 것은 일을 잘 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어떻게 일해야 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를 이 책의 화두로 삼았다.

  저자는 일을 잘 하기 위한 학문이 경영학이라면, 경영학의 화두는 일이라고 하는 것은 종업원들이 기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서 일의 조직 차원의 조건을 충족시키고, 그로 인해 생산된 제품 또는 서비스가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가치로 인정받아 일의 소비적 차원의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보았다. 마지막으로 일에 소요되는 코스트는 절감되고, 이윤은 늘어나 일의 경제성 차원의 조건도 충족시킬 수 있을 때 완성된다고 보았다. 말은 쉽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 그래서 저자는 21세기의 경영자는 인간의 필요, 아픔, 정서를 파악할 수 있는 감수성으로 고객의 수요를 예측해야 하고, 과학과 기술도 예측한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수단으로써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뿐 아니라 경영자는 자기를 따르는 수동적 다수의 수용受容과 존경을 받아야 효과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의 말 하나 하나에서 연상되는 인물은 ‘스티브 잡스’였다. 그를 염두하고 한 말은 아니었을까? 감수성으로 빛나는 디자인과 첨단의 과학 기술을 접목한 아이팟과 아이폰으로 세계를 매료시키고 있는 그는 지금도 더 나은 기술과 더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를 열광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 않은가? 

   또한 오늘날의 ‘무한경쟁사회’를 살아가는 법에 대해 말했다. 자유주의 상회에서 생존경쟁은 선택이 아니라 삶을 위한 숙명의 길이라고는 하지만, 자유경쟁사회는 승자나 패자 모두에게 스트레스 혹은 좌절감을 안겨준다. 특히 그 사회는 부조리 즉, 인간의 이지를 좌절시키는 비합리성을 낳아 인생의 의미를 찾으며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이 실직 혹은 가정파탄의 고통 속으로 던져지고 있다. 부조리가 만연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자연에서 찾아야 한다.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생존 전략을 세우며 그에 맞게 신체구조를 진화시킨 자연 생태계를 닮아 환경에 적응하고, 적절하게 전략을 수립하여, 자신 스스로를 구조조정해야 한다. 위기 때 마다 업종을 바꾸고, 조직구조를 개편해서 살아남은 듀퐁사의 사례는 수억 년 역사를 가지는 자연의 생존지혜를 닮은 것이다. 자유경쟁사회에서 약육강식의 생존법칙은 피할 수 없는 법이다. 

하지만 오늘날 번성을 누리는 종들은 과당경쟁이 없는 황무지를 찾아 그것을 개척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이것은 오늘날에도 유효한 현명한 삶의 방식이다. ‘나도 남들 따라하기’로 약육강식의 제로섬 게임에 끼지 말고 프런티어 정신으로 무장하여 황무지를 찾아 나서라. 힘들지만 경쟁 없는 영역을 찾아내면 살 수 있다. 프런티어 개척이 어렵다면 3D 산업 즉, 더럽고Dirty, 어렵고Difficult, 위험한Dangerous 일을 택하라. 의식주 등 인간에게 꼭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는 궁극적으로 3D산업에서 나온다. 그래서 3D산업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영원할 수 밖에 없다. 무한경쟁과 부조리 속을 살아갈 또 다른 방법은 ‘너 살고, 나 살고’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론(인仁 모형)을 개발하는 것이다. 저자가 던지는 해결책은 블루오션과 3D업종이었다. 블루오션에 대한 논의는 많이 되었었지만 결코 쉽지 않은 길이다. 하지만 3D업종은 그동안 잊혀졌던 해결책이다. 환경오염과 지구온난화로 에코경제학이 급부상하는 지금 3D업종이라는 해결책은 인식의 전환을 제시했다. 

  그리고 올바른 경영의 길은 ‘서로에게 이로움을 주는 것’이라면서 ‘너 살고, 나 살고’는 곧 주고받음 즉, Win-Win전략임을 이야기했다. 공룡은 멸종했지만, 곤충과 현화식물, 포유류와 열매식물은 서로를 도와 지구상에서 가장 번성한 종이 되었다. 주고받음(give&take)이 삶의 기반이다. 사람 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국가가 국민을 잘 살게 해 주면, 국민은 국가에 납세와 국방의 의무를 다할 것이고, 기업은 고객의 필요와 기호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야 고객으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이 된다. 결국 ‘줄 수 있어야 살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주고받음’의 시작은 감수성에서 비롯된다. 경영자가 주고받음의 삶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감수성 즉, 상대방이 좋아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감지하는 정서적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그들과 접촉하는 가운데 발휘될 수 있다. 그리고 자유분방한 상상력을 높게 평가하는 문화를 배양해야 한다. 이러한 상상력의 기술적 타당성을 실험하기 위해서는 탐색시행을 필요로 한다. 그래야 창조경영의 개발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창조경영의 대상이 상대를 살리기 위함이고, 그 방법은 감수성과 상상력을 통해 발휘된다는 저자의 생각에 깊이 공감한다. 우리는 살아남기 위한 창조경영을 찾느라 아직도 답을 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살리기 위한 창조경영이라면 그 해답은 더욱 가까운 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업의 생존방법 역시 소비자를 위하고, 종업원을 위한 방법을 제시하였다. 기업의 생존부등식은 제품의 가치(V) > 제품의 가치(P) > 제품의 코스트(C) 순서이다. 기업은 원가절감의 노력만으로는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다. 그보다 우선 소비자들이 느끼는 가치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는 또한 직원들의 인생 생존부등식에도 부합된다. 인생의 생존부등식은 가치 > 봉급 > 생활비(생계비) 순이 되어야 한다. 직원들에게 있어 봉급은 생활비보다 많아야 하고, 충분한 봉급보다 자신이 가치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다면 회사에 대한 만족감은 극대화된다. 이러한 생존부등식을 만족시키는 일이 결국 경영과 인생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시장에서 나온 제품 혹은 서비스에 대해 소비자가 느끼는 ‘가치의 구성요소는 무엇일까? 우선 제품 본연의 기능에 의해 평가되는 가치인 이성적 차원의 가치(성능)과 자기 개성의 표현이나 심미적 취향같은 감성적 차원의 가치(디자인)가 있다. 마지막으로 불가피한 불량이나 하자에 대한 품질관리는 제 3차원의 가치(품질관리)가 된다. 이러한 소비자의 가치를 높이려면 기업은 2가지 유형의 지식 즉, 제품을 기획하고 설계하는 데 필요한 지식인 제품기술과 기획 설계된 사양에 따라 제품을 불량 없이 생산하는데 필요한 지식인 생산기술이 필요하다. 

  기업의 흥망은 슈펭글러의 생명주기이론과 토인비의 도전 응전 이론을 결합함으로써 설명할 수 있다. 기업조직의 노후화 시장구조와 소비자 취향의 변화, 주력제품의 생명주기 도래 등 암암리에 나타나는 ‘도전’을 제때에 인식한 후 이 도전에 성공적으로 응전할 수 있는 창조적 소수의 지속적 등장이 기업의 존속과 발전을 위한 제1의 필요조건이 된다. 따라서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창출하려면 먼저 창조적 소수를 발굴 육성해야 한다. 이것은 창조적 소수를 전제로 하지 않았던 과거 인사관리 시스템의 수정을 의미한다. 또한 공동체가 발전하려면 공동체를 위해 자기희생적으로 일하는 사람, 즉 지성적 소수가 필요하다. 창조적 소수와 지성적 소수가 계속해 많이 배출되는 가정이나 기업, 국가는 발전을 거듭할 것이고, 그렇지 못한 집단은 쇠퇴해 갈 것이다.

  저자는 경영학의 학문적 목표에 대해 이렇게 강조했다. “종업원에게는 기쁨을, 소비자에게는 만족을, 기업에게는 이윤을 보장할 수 있도록 일을 기획하고 설계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기업경영이 어렵고 따라서 일에 대한 탐구는 영원히 계속되어야 한다. 이상 3가지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일의 탐구, 그것이 경영학의 학문적 목표다.” 우리는 기업을 만들 때 ‘돈을 벌기 위해서’ 만든다. 돈이 되는 물건, 돈이 되는 서비스를 발견할 때 이를 널리 알리고 빨리 팔기 위해 기업을 설립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저자는 기업의 나아갈 바는 제일 먼저 종업원과 소비자에게 기쁨과 만족을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기업의 수명이 짧은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겠다. 기업가는 회사를 차린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직원에게 일하는 기쁨을 주도록 업무환경을 만들고, 소비자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는 제품을 우선 만들 수 있어야 진정한 기업가라고 할 수 있다. 경영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기업가라면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것이다. 나는 ‘트렌드’와 ‘아이템’에 급급하지 않는가? 직원은 비정규직으로 모두 돌리면 그만인 소모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고객을 보면 두툼한 지갑을 먼저 떠올리지 않는가? 이 책을 읽고 답을 스스로 찾아봐야 할 것이다. 

  45개의 컬럼으로 엮였기에 주제도 다양해 통으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자연과학과 우주과학, 인문학적 사례들로 더해진 컬럼마다 경영과 인생의 소중한 배움을 얻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짧지만 강한 메시지, 30여 년의 경영학적 통찰력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글이었다. 저자의 강의가 듣고 싶어지게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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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의 원점
스즈키 도시후미 지음, 이석우 옮김 / 큰나(시와시학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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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일레븐 회장이 말하는 편의점 대박성공 비법!

 

  어린 시절 우리 동네 구멍가게 이름은 ‘비원상회’였다. 엄마한테 구걸하다시피 백 원짜리 동전 하나 얻으면 달음박질로 달려가는 그곳은 먹거리 천국이었다. 가게로 들어서는 미닫이문을 ‘드르륵’ 열면 매쾌한 내음을 풍기는 안쪽에 늘 주인 할아버지는 세상에 있는 걱정은 다 가지고 계신 듯 잔뜩 찌푸린 표정 담배를 피우고 의자에 앉아 계셨다. 한없이 인자한 웃음을 지니신 할머니가 계실 때는 내 마음껏 아이쇼핑을 할 수 있지만, 할아버지가 계실 때엔 뭐든 되도록 ‘빨리’ 사야 했다. 어림잡아 1분을 넘기면 사지도 않으면서 두리번거린다고 알밤을 맞거나 ‘뭘 훔쳤냐?’고 주머니 수색을 당하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스께끼를 살 때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다. 할아버지는 위로 올리는 냉장고 문을 항상 큰 자물통으로 잠궈 두셨다. 함부로 문을 열고 물건을 고르면 냉기가 다 빠져나간다는 이유에서였다. 유리창 너머로 먹고 싶은 것을 고르면 할아버지는 느릿느릿 걸어나오셔서 자물통을 열고 빼꼼이 문을 열고 아이스께끼를 꺼내서는 냉장고에서 혼이라도 빠져 나갈까 ‘쾅’ 하고 얼른 닫으셨다. 유치원 이전부터 거의 초등학교를 마칠 때 까지 그곳을 들락거렸는데, 그곳은 늘 그랬다. 

  ‘비원상회’보다 더 큰 구멍가게는 없을 뿐 더러 제일 가까운 곳이라 난 그곳을 단골 삼아 다녔는데, 부모님은 다른 이유가 있더라. 아부지는 집근처에서 담배와 수제 막걸리를 파는 유일한 곳이어서, 엄마는 한두 푼 남겨두었던 외상값이 솔찮게 모인 빚쟁이의 가게여서였다. 게다가 구멍가게 할아버지는 동네 유지인데다 ‘반장’까지 맡고 계셔서 밉보이면 좋을 게 없었다. 가끔 엄마가 막 만들어 온기가 남은 손두부나 도토리묵을 건너 동네 가게에서 사오는 날에는 몰래 숨겨 오거나, 빙 둘러 한참을 걸어오시곤 했다. 내 돈 주면서도 얻어먹듯 물건을 샀던 시절, 그 때는 그랬다. 세상은 변해 구멍가게의 몇 배 크기에 10%정도 값도 싼 슈퍼마켓이 생기더니, 1990년 초부터는 하루 종일 물건을 살 수 있는 편의점이 생겼다. 편의점이 생긴 즈음 난 대학을 다니고 있었는데, 학교 정문 앞에 L편의점이 처음 생겼을 때 ‘한밤중까지 불을 밝힌 구멍가게’가 신기한 듯 편의점 바로 앞에서 신문을 깔고 삼삼오오씩 수십 명이 둘러앉아 술을 먹었던 웃지 못할 광경이 아직도 기억난다. 

  이렇게 에둘러 ‘가게 이야기’를 한 이유는 책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다. 편의점, 그 중에서도 전 세계 편의접 업계를 정복한 ‘세븐일레븐’의 신화를 일으킨 스즈키 도시후미가 자신만의 장사철학을 털어놓은 책을 읽었다. 비록 편의점에 속한 이야기지만 그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 변화된 판매 패러다임의 현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제목은 <장사의 원점>, 원제목은 商賣の原点 이다.

  세븐일레븐Seven Eleven이라는 독특한 이름은 전형적인 미국사회에서 비롯된 말이다. Nine to Five 즉, 아침 아홉 시에서 오후 다섯 시까지 근무하던 미국의 직장환경에 걸맞게 Seven Eleven 다시 말해 오전 일곱 시 부터 밤 열한 시까지 문을 여는 가게를 만들어 굳이 슈퍼마켓을 가지 않아도 근처에서 식품과 일용품을 살 수 있도록 만든 새로운 개념의 편의점 사업Convenience Store business 개념을 두면서 만든 이름이었다. 이 편의점 사업이 미국에서 인기를 끌자 일본의 이토요카도라는 대형유통그룹이 이를 수입해 아예 ‘24시간 풀타임으로 가동하는 시스템’을 만들게 된 것이 오늘날 우리가 만나게 된 편의점이다.

  업무시간의 확장이라는 ‘역발상’은 유통업에서는 실로 혁명 같은 일이었다. 깔아놓은 자리에 불만 켜고 점포를 지키는 사람만 두면 되니 큰 비용을 차지하지 않으면서도 매출 진작을 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 다시 말해 24시간 물류를 제공할 수 있는 유통체계가 이 혁명의 주요관건이었다. 처음에서 미국에서 수입한 일본의 세븐일레븐이 30년 만에 10,000개의 가맹점을 돌파하면서 역으로 미국 본사를 사들이는 결과를 낳았으니 ‘24시간 풀타임 시스템’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셈이다. 

  하지만 세븐일레븐은 곧 긴장하게 되었다. 상표만 다를 뿐 거의 비슷한 시스템의 편의점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게 된 것이다. 이러한 경쟁자의 출현은 매출감소로 이어졌다. 다른 점포와 차별화를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21세기에 들어 판매의 새로운 패러다임, 즉 과거가 판매자 논리에 입각한 판매자 시장의 시대였다면, 지금은 구입자 시장의 시대가 된 것이다. 경쟁자는 점점 늘어나고, 깐깐한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기는 점점 힘들어지는 편의점 시장. 이는 비단 편의점 업계의 현실이 아니라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모든 제품의 시장이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비록 편의점 사업을 하지는 않지만 세븐일레븐은 편의점 업계의 정상에 우뚝 섰고, 그 중심에 있는 저자가 처음으로 털어놓는 장사철학에 귀를 기울였다. 그에게서 ‘오늘을 이기는 해법’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 때문이었다.

  이 책은 저자가 세븐일레븐 재팬의 창업자로서 지난 30년 간 총 1,300회에 걸쳐 매주 열었던 전체 회의에서 해 왔던 원리와 원칙을 담아놓았다. 이를테면 가맹점주와 직원들을 모아놓고 장사의 원리원칙을 내세우며 잔소리를 한 내용들이다. 그는 세븐일레븐이 10,000개의 가맹점을 돌파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우직하고 꾸준하게 이 사업을 꾸려나가면서 이러한 ‘원리와 원칙’을 철저하게 실천해온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사업의 기본이란 ‘시시각각 변화에 대응하며 원리와 원칙’을 지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스즈키 도시후미의 원리와 원칙은 무엇일까?

  지금은 완전히 구입자 위주의 시장 시대에 돌입했고, 고객의 마음에 따라서 가치가 결정되는 시대가 되었다. 다시 말해 이제 소비는 경제학의 영역을 넘어 심리학의 영역으로까지 들어왔다는 말이다. 이 말은 곧 고객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업체에게는 큰 기회가 되기도 한다. 제품 구입에 있어서 싼 값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가치가 포함되어야 한다. 지금 사람들의 소비욕구에는 효용을 초월한 심리적인 요소가 크게 작용한다. 그러므로 고객의 가치를 소중히 하는 가맹점은 가격을 내리기만 하는 할인점보다 훨씬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값싼 제품 뿐 아니라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제품, 타 가맹점에는 없는 새로운 가치가 있는 상품을 진열하라. 매니지먼트Management 라고 하는 거은 가맹점 체제를 구축하고, 발주 분담을 진행하고, 청결, 친절, 서비스 등의 기본 원칙을 철저히 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것이 확립되어서 매출이 오르면, 이미 차별화 된 가맹점이라고 하겠다. 새로운 가맹점이 나타났다고 해서 금세 발목을 잡히는 일은 절대 없다.  

  구입자 시장의 시대에는 원가가 얼마든지 간에 고객이 정정하다고 인정하는 가격이 아니면 고객은 구입해주지 않는다. 이 상황을 잘 머리에 새겨 넣지 않으면 고객을 불러 모을 수 없다. 그리고 마케팅이란 소비자 한 사람이 지금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이해하고 이를 만족시켜 주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생각하는 것이다. 즉,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소매업자가 포착하여 제작자에게 만들어달라고 하는 새로운 마케팅 방법이 필요하다. 장사에서는 어떻게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이 고객이 되어보면 어떤 상태로 하면 팔리는 것인지 이 상품이 이 가맹점에서는 왜 팔리지 않는지가 명확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객관적으로 본다는 것은 말만큼 간단하지 않고, 쉽지도 않다. 하지만 자기가 몇 번이고 가고 싶은 곳은 좋은 상품이 제대로 있고 적정한 가격으로 팔리는 곳이다. 또한 상품의 신선도가 좋으며, 청결한 가맹점에서 친절한 서비스의 수준 높은 가맹점이 아닐까? 장사에서 중요한 것은 고객이 요구하는 것을 철저하게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불황이 지속되면 먼저 외치는 것이 ‘경비 절감’이고 그에 대한 행동은 ‘인원축소’다. 하지만 아무리 경비 절감이라도 해도 장사의 경우, 그저 무턱대고 절감하면 되는 것이 아니고 경비를 조절하는 것이다. 역으로 인건비를 늘려도 이것으로 경비 이상의 성과를 얻을 수 있으면 이는 유효하다. 경비라는 것은 이것이 낳은 결과에 대해서 너무 많이 소요된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유효하게 사용된 것인지를 평가 받아야 하는 것이다. 이를 정확하게 하기 위해서는 종업원의 양과 질을 항상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이것 없이는 경비는 조절할 수 없다. 

  우리들은 노렌暖簾(옛날 일본 상점이나 음식점의 처마 끝에 다는 헝겊으로 만든 막에 상호를 써놓은 것. 이는 상징적인 뜻으로 그 상점의 ‘신용’과 ‘명성’을 의미한다)을 지켜나갈 의무가 있다. 노렌은 기업의 머천다이징과 이미지 그 자체다. 편의점사업에서는 일반적으로 상품화 정책, 구체적으로는 상품의 구색(맛, 신선도, 가격)을 의미한다. 이미지는 가맹점의 청결과 친절한 서비스다. 노렌을 지키는 것은 고객들이 안심하고 구입하고, 다시 찾아오도록 만들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프랜차이즈 체인에서 가맹점과 본부, 거래처의 관계는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공존공영이 아니면 안된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 약속을 반드시 지키고,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 당연하다.  상품의 신선도에 대해서 절대로 타협해서는 안된다. 인간의 체내에 들어가는 음식을 취급하는 것은 항상 사람의 생명에 관계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중대성을 갖고 일한다는 자각을 모든 사람이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심각하게 생각한다면, 식품의 신선도에 대해서도 안이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일에서 정당한 것은 상하가 없다. 기존 가맹점의 매출이 하락한 것은 세븐일레븐에 대한 고객의 신용도가 저하된 것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고객의 신용도가 저하된다는 것은 우리들이 기본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들의 원점은 절대로 타협될 수 없으면, 엄격한 눈으로 볼 필요가 있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강조하고자 한 바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하고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라는 것이다. 소비자의 기호에서부터 날씨의 변화에 이르기까지 시시각각 변하는 환경과 시장의 변화를 체득하라고 주문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체인점이라고 하면 체인본부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에 일정액을 지불하고 그들의 노하우를 그대로 전수받아 차리고 앉아서 계산만 하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게 안일한 사고로 사업(장사)를 한다면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고 말한다. 책 속에 실린 다양한 판매전략과 이벤트 등의 사례는 변화에 대한 대응책들이었고, 그 내용을 얼마나 이해하고 흡수하는가에 따라 가맹점의 성패가 달려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둘째, 편의점의 주인은 가맹점주가 아닌 손님이다. 생산자가 만드는 제품을 줄서서 사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오늘날은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는 제품들이 넘치는 세상이다. 물건이 잘 팔릴 수 있도록 디스플레이를 하기 보다는 손님을 위한 제품들이 디스플레이 되어 사지 않을 수 없게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한 번 왔다 간 손님이 만족하고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다시 말해 단골로 만들 수 있는 편의점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편의점의 생명은 손님과의 신용이다. 신용을 잃지 말아라.

셋째, 장사를 잘하는 특별한 비법은 없다. 가치있는 제품, 적절한 가격, 친절한 서비스, 청결한 매장을 갖추는 것만으로도 차별화된 편의점의 자격을 갖춘 것이다. 기본에 충실하라. 그리고 항상 고객의 입장에서 시선을 두고 경영하라. ‘과연 내가 우리 점포에 손님으로 온다면 이 제품을 고를 것인가?’하는 질문을 던지면서 경영한다면 제 아무리 불황이라도 살아남을 수 있다. 

  한국 편의점 협회에 따르면 현재 전국 편의점 점포수는 13,045개 라고 한다. 정년퇴직 등으로 안정된 사업을 찾기 위해 무턱대고 편의점을 창업하지만, 이에 대한 사전 준비가 부족해 성공의 문턱에서 좌절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점포를 차리고 물건만 팔면 되는 것으로 쉽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가맹점주가 영업에 신경을 쓰지 않아 결국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실패 요인의 상당수가 가맹점주가 직원(아르바이트생)에게 해야 할 일을 명확하게 지정해주고 관리해야 하는데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업 부진과 실패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장사’를 하는 주인이 장사꾼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21세기의 구멍가게인 ‘편의점’을 운영하기 위해서도 ‘장사꾼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비단 편의점 사업 뿐 아니라 제품 판매를 위해 디스플레이를 하는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면 서비스 정신과 디스플레이 테크닉을 위해 읽어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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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 천재가 된 홍대리 1 (개정판) - 회계와 성장의 비밀 천재가 된 홍대리
손봉석 지음 / 다산북스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겁나게 쉬운 기업 재무회계 입문서

  나를 비롯해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회계를 잘 모른다. 오히려 회계를 좀 안다 싶은 사람을 만나면 “회계 쪽 일을 담당하세요? 아니면 회계사?” 라고 묻기가 쉽다. 그도 그럴 것이 조그마한 사업을 하는 사장이라면 근방 회계사 사무실에 연락하고 매달 일정액의 수수료만 주면 세무업무는 도맡아 할테니 따로 공부할 필요가 없다.비즈니스맨이라면 회사에 따로 회계과가 있어 회계학을 전공한 친구들이 회사의 회계업무를 처리하니 알 필요 또한 없다. 혹 회계를 아는 동료나 선배를 찾아가 묻거나 따로 공부라도 하려고 하면 “언제부터 회사 재무에 관심이 많았냐? 네 일이나 똑바로 하라”고 핀잔을 듣거나, 심지어 무슨 꿍꿍이가 있는가 의심까지 살 수 있으니 억지로 배울 마음도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웬만한 부서의 일들은 주워들은 것이 있어 아는 체를 할 수 있을 정도는 되는데 회계에 대해서라면 까막눈이다. 이게 나의 현실이자, 비즈니스맨의 현실이다.

  회계에 대해 모르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회계는 아는 사람에게 물어서 들어도 잘 모르겠고, 서점을 찾아보면 단 열 페이지도 넘기지 못할 만큼 어렵기만 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 책들만 가득하다. 자기들만 아는 용어와 수식으로 가득해 머리만 아프다. 무엇보다 회계를 왜 알아야 하는지 명확한 이유를 모르는데, 회계를 배울 마음이 생기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책 <회계 천재가 된 홍대리>는 반가운 책이다. 이 책은 공인회계사, 세무사를 거쳐 현재 회계컨설팅 대표로 있는 손봉석 씨가 쓴 책으로, 대중적인 회계서를 목표로 쓴 책이다. 회계전문가가 아닌 대중을 위해 소설형식으로 쓴 책으로는 처음 격이고, 3편까지 시리즈로 출간되어 직장인들 사이에서 ‘회계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던 이다. 시리즈중 첫 번째인 이 책은 회계가 기업 전반에 대한 내용과 흐름을 알 수 있게 하는 유용한 도구이자 의사소통수단임을 이야기했다. 


  이 책의 전체적인 스토리는 이렇다. 갑작스런 사장의 죽음으로 회사가 혼란에 빠지자 사장 부인 최영순은 사장의 공석을 메우고 2년 안에 목표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지분과 경영권을 넘기는 조건으로 경영권을 인수하며 대주주들의 기업매각을 저지한다. 기업쇄신으로 추진된 보직전환신청에 매출향상에 대한 압박감을 갖고 있던 홍대리는 영업부에서 경영지원팀으로 옮기고 회계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회계의 ‘회’자도 모르던 홍대리는 재테크의 귀재이자 사내에서는 마당발로 알려진 신 부장과 꼬장꼬장한 버즈 배차장, 회계업무 3년 차인 섹시공주 이주임과 허준 회계사등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기업내에서 회계란 무엇이고, 그 중요성은 무엇인지를 배워간다. 

  그러던 어느날 회사의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신임사장 최사장과 생산 1팀장인 유상무간의 성장과 안정을 놓고 의견차이가 생겨 충돌이 일어나 각자 다른 생산 라인에서 두 제품이 생산되면서 경쟁을 하게 된다. 신규 프로젝트였던 클린업의 성과가 보고되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홍대리는 결산서에 클린업의 실적을 조작해 분식회계되었음을 발견해 회사의 신제품 프로젝트를 위기로부터 구해낸다. 국내 저자에 의해 써진 책이라 전체적인 스토리는 마치 내 회사의 경영지원팀의 이야기같다. 총각 사원 홍대리의 연애이야기도 담겨 있고, 캐릭터 강한 사원들의 면면이 내가 아는 지인들과 닮아 비교가 되었다. 재미있는 기업소설 같은 이 책에서 회계에 대한 주목할 만한 개념들이 소개된다.  

회계는 생활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회계와 자기 생활에 공통분모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모든 사람에게 회계는 공기와도 같다.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은 물론이겠고 재테크를 하거나 자영업을 하는 경우에도 회계는 필수다 사업계획을 세우고 회계자료를 근거로 체크할 때 그때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계를 제대로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기에 소수만이 부자가 되는 것이다. 회계의 생활화가 부자로 가는 지름길이다. (102 쪽)

  회계팀이 기업의 재무를 관리하듯, 각 개인은 회계를 통해 자신의 재무를 관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숫자와 친해져야 한다. 부자들의 생활은 회계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자들은 투자에 앞서 수익성 여부에 늘 고민하며 ‘어떻게 하면 자산을 늘리고 비용을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한다. 자산을 늘리는 것은 재테크고, 비용을 줄이는 것은 절약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구입은 자산도 되고, 비용도 된다. 자동차로 생계를 꾸려간다면 자산이 되고, 단순히 이동수단이거나, 과시용이라면 비용이다. 부자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는 ‘선자산취득 후비용지출’의 순서로 자금을 사용해야 한다. 생활 속에서 숫자감각을 키우고, 자산과 비용을 구분하는 능력을 갖춰야 부자가 될 수 있다.  

회계는 비즈니스언어다

모든 회사의 경영활동은 회계라는 공통언어로 보고된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의 비전을 위해 개인이 무엇을 해야 할지 숫자로 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계량화된 목표는 그렇지 않은 목표보다 실천가능성이 훨씬 높다 개인의 목표만을 추구하다 보면 회사의 목표와 상반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데 회계로 커뮤니케이션한다면 이러한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 (148 쪽) 

  회계란 회사의 경영활동을 기록하여 이해관계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회계정보로는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가 있다. 대차대조표는 회사의 재무상태를, 손익계산서는 회사의 경영성과를 알려준다. 회계정보의 대상이 되는 이해관계자란 회사의 이해관계자 모두다. 은행, 주주, 거래처, 정부기관등이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회사 임직원도 될 수 있다. 회계는 회사의 임직원들이 첫 번째 고객이 되어야 한다. 사내 임직원은 회계의 중요성도 모르고, 잘 알지 못해 자신과는 상관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회사의 경영에 도움을 주고 회사 사정을 잘 알리기 위해서는 이들에게 회계지식을 알려줘서 회계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회계는 기업의 청진기이다

회계는 기업의 건강상태를 제무제표로 나타내는 청진기와 같다. 회계에 근거한 의사결정은 의사가 환자를 진단하고 처방하는 과정과 동일하다. 즉 기업의 모든 의사결정은 정확한 회계정보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하며 회계정보가 잘못되거나 이를 활용할 줄 모른다면 의사결정은 정반대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 (256 쪽)

  결론적으로 회계는 싸이클이고, 이러한 회계의 싸이클은 경영을 말한다. 기업의 경영활동은 자금흐름이 얼마나 원활한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금은 재무제표라는 기업의 몸체에서 시계반대방향으로 흘러가는 혈액과 같다. 기업의 목표는 이러한 회계의 싸이클이 원활하게 유지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각 부서와 개인은 자신의 업무가 현재 기업의 자금흐름을 막는 것은 아닌지 유념해야 한다. 

  이 책을 통해 회계의 중요성과 회계를 배워야 하는 필요성을 알게 되었다. 회계공부는 개인적으로는 지금보다 나은 금전관리를 통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투자가 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을 배웠고, 직장인으로서는 내가 맡고 있는 업무가 회사경영의 자금흐름에 순행하고 있는지, 역행하고 있는지 체크할 수 있는 수단이고, 다른 부서와 보다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된다는 것을 배웠다. 보다 중요한 것은 ‘회계’를 알아야 기업경영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회계통의 임원이 모두가 회사의 CEO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회사의 CEO는 회계통 만큼이나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마찬가지로 자기사업을 하는 사람들도 보다 나은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회계를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두 번 째 책인 2권은 회계로 본 경영 시뮬레이션을 통하여 현실에서 활용할 수 있는 회계 정보뿐만 아니라 회계 커뮤니케이션으로 기업의 이익과 성장의 비밀을 밝힐 수 있음을 말하고, 3권은 세금 이야기에 집중해 세금의 기본 개념을 통해 절세와 세무 리스크를 주체적으로 관리하는 비밀을 알려준다고 한다. 시리지의 나머지를 모두 읽으면 회계에 대한 개념이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회계를 알고 싶다면 제일 먼저 읽어봐야 할 입문서격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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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독식사회
로버트 프랭크.필립 쿡 지음, 권영경 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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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금은 '세금감면'이 아니라 '누진소득세'를 만들어야 할 때다! 

  포르투갈이 낳은 세계적인 축구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가 최근 역대 최고 이적료(9300만유로·약 1632억원)을 받고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을 결정했다. 캐나다 인구(약 3360만명)에게 맥도널드 빅맥 햄버거 한개씩 돌릴 수 있는 엄청난 거액을 내놓을 만큼 의 몸값으로 성장한 호나우두가 놀랍다. 한편 레알 마드리드는 “만약 호나우두를 데려가려면 몸값의 최소 두 배는 준비해야 한다”고 바이아웃(최소 이적료) 조항을 계약서에 넣었다 하니 한마디로 레알 마드리드는 계약 기간 동안 호나우두를 내놓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 하겠다. 



   이렇게 파격적인 거액으로 호나우두를 영입한 것은 레알 마드리드 회장의 그 유명한 ‘갈라티코(Galactico) 정책’ 때문이다. 세계적인 스타Star,星들을 한데 모아 아예 은하銀河(갈라티코)를 만든다는 계획인데 이러한 마케팅 정책은 방송 중계권료나 입장권 판매 같은 단기적 수입에 의존하기 보다는 유명 스타 선수 영입을 통해 구단의 마케팅 가치를 상승시키고자 하는 정책이다. 다시 말해 최고의 선수들을 불러 한데 모아 두면 그들이 뛰는 게임은 연일 매진이 될 것이고, 팀의 이미지를 높여 입장료외 부가판매 수익도 최고로 높아질 거라는 속셈인 것이다.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이야 그들을 한 눈에 볼 수 있어 눈요기가 되겠지만, 한편으로는 알맹이만 쏙쏙 뽑아가는 자본의 힘이 얄밉기도 하고, 선택받지 못하고 팀에 남겨진 플레이어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싶어 뒷맛은 영 씁쓸하다. 이런 모습은 비단 스포츠 스타들에서만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최근 우리나라의 스타급 가수들 또한 컴백과 함께 모든 오락프로그램을 독식하고 있다. 이들은 과거 인기가수들이 음악프로그램에서만 활약했던 모습과는 달리 각종 버라이어티를 비롯해 코미디물, 토크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출연해 하루에도 몇 번씩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최근의 스타급 가수들은 거의 ‘그룹’이 아니던가? 한꺼번에 출연하기 어려운 방송은 ‘각개전투’로 뛰고 있으니 ‘종횡무진’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뿐아니다. CF, 공익광고 게다가 알짜배기 방송만은 틀어주는 케이블방송이 가담하니 ‘아이돌’이라 불리는 스타급 가수들은 거의 매 시간 모습을 비추고 있다. 

  정상급 스포츠 플레이어와 연예계의 스타들이 이런 대우를 받는 것에 대해 일면 이해는 간다. 권불십년權不十年 이요, 화무십일홍花無十一紅이라 하지 않았던가? 권력이 십년을 넘지 못하고, 꽃이 열흘이 넘게 붉지 않은 것처럼 이들의 전성기는 유한하기에 한창 때 더욱 많이 뛰어야 하고, 그만큼 대우를 받는 것이라면 딱히 할 말은 없다. 이 글을 쓰는 나 역시 호나우두가 최고로서 더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싶고, 빅뱅의 ‘현란함’을 오래도록 지켜보며 반박지 늦지만 흥얼거리고 싶으니까.

  문제는 이처럼 ‘최고에 가까운 사람들이 불균등하게 보상을 누리는 시장’이 연예계, 스포츠계, 예술계에 그치지 않고, 사회전반에 만연해 점점 더 현대적인 경제생활의 중요한 특징으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불균등한 시장은 법률, 언론, 컨설팅, 의료, 투자금융, 경영, 출판, 디자인, 패션, 그리고 심지어 신성한 학문의 전당인 학교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렇듯 지금 우리는 최고, 즉 일등만이 거의 모든 것을 가지며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사회를 살고 있다. 이등 이하는 ‘인기가 덜한 실패자들’이라 보고 알아주지 않는 사회, 1명이 99개를 차지하고, 99명이 1개를 놓고 또 다시 싸워야 하는 지금의 사회를 우리는 ‘승자독식사회’라고 부른다. 책 <승자독식사회 The Winner-Take-All Society>는 1995년 로버트 프랭크Robert H. frank 와 필립 쿡Philip J. Cook에 의해 씌여진 책이다. 저자 로버트 프랭크는 경제학적 사고로 일상 속 수수께끼들을 재미있게 풀어낸 베스트셀러 <이코노믹 씽킹(The)economic naturalist>로 이미 우리에게 잘 알려진 경제학자다. 

  승자독식사회가 언제부터였는지 알아보기 위해 우선 영화와 음악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지난 해 뮤지컬만큼이나 인기가 있었던 영화 <맘마미아Mamma Mia!, 2008>의 마지막 부분에서 엄마인 도나(메릴 스트립)가 결혼식장으로 올라가는 길에 딸을 먼저 보내고 눈물을 흘리며 샘(피어스 브로스넌)과 식장에 들어서면서 누구 손을 잡고 입장할 것인지 이야기를 하던 중 다투면서 부르는 노래가 있다. 공교롭게도 소개하는 책의 제목과 일치한다. <The Winner Takes It All>이다. 이 노래는 스웨덴 그룹 ABBA가 1980년도에 발표한 앨범<Super Trouper> 중에 삽입된 곡이다. 한 여자가 사랑하는 남자를 다른 여자에게 빼앗기지만 ‘승자독식’이라는 게임의 규칙에 따라 떠나보내야 한다는 슬픈 내용의 노래를 살펴보면서 1980년이 아닌 그 이전부터 이 세상엔 ‘승자독식’이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노래의 가사 뒷 부분을 해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    

심판들은 결정을 내리겠지/ 나 같은 패자는 승복하라고/ 쇼의 관중들은 항상 조용히 지켜볼 뿐/ 게임은 다시 시작되고/ 연인이든 친구든/ 큰 것이든 작은 것이든/ 승자가 모든 걸 갖게 마련이지 네가 슬픔을 느낀다면/ 말하지 않을게/ 그리고 네가 악수를 청해 온데도/ 난 이해해/ 만약 네가 긴장되어 자신감 없이 서 있는/ 나의 모습을 보는 것이 언짢다면/ 사과할게/ 너도 알다시피/ 이긴 자가 모든 걸 갖게 마련이니까 

  시간이 흘러 1995년 미국 코넬대학교와 듀크대학교의 경제학자인 두 저자는 미국의 모든 시장에 불고 있는 ‘승자독식현상’에 주목했다. 시장의 이익이 소수에게만 돌아가는 것은 사회적인 재앙이고, 이것은 엄청난 사회적 비용과 낭비를 초래한다고 보았다. 무엇보다 ‘승자독식사회’는 시장의 이익이 모두에게 적절하게 배분되어야 하는 자본주의사회 속에 살면서 ‘극소수의 승자’에게 밀려난 ‘대다수의 사람’들이 ‘보잘 것 없는 패자’로 남아 평생을 실패의 그늘에서 괴로워하며 살게 되어 결국 사회문화도 폭력적이고 선정적으로 만듦으로써 삶을 황폐하게 만들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이 책은 ‘승자독식사회’의 부정적인 결과들을 다룬 책이다. 우선 승자독식의 매커니즘을 밝히고, 왜 승자독식사회는 멈추지 않는지, 그리고 이러한 낭비적 경쟁을 그만두는 해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혔다. 

  일반적인 시장과 다른 승자독식시장의 특징은 상대적인 능력차에 의해 보상을 받는다는 점(상대평가에 의한 보상)과 승자에게 돌아가는 보상이 몇몇 최고 실력자들에게 집중되고, 재능이나 노력의 작은 차이가 엄청난 소득의 차이로 이어진다는 점(소수에게 보상이 집중)이다. 그렇다면 승자독식시장은 왜 생겨나는 것일까? 승자독식시장을 탄생시키는 원리에는 공급측면에 있어서는 생산비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에서 찾을 수 있고, 수요측면에 있어서는 소비자가 지불하고자 하는 돈의 액수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이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복제기술의 발달 - 최고 실력자들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무제한 재생산, 복제가 가능

예)최고 가수의 CD 대량복제, 영화 필름의 복제, TV 생중계 등

연결망경제 - 다수의 소비자가 한 상품만 사용한다면 그 가치는 상승

예) 비디오시장에서 베타방식을 이긴 VHS방식, 표준이 된 IBM의 MS-DOS 등

경험과 투자를 통한 ‘가두기’ - 초기단계에서 사용된 기술은 연구개발에 투자우위를 점유 예) 1890년대의 증기자동차와 가솔린 자동차의 기술경쟁, 일류대학 졸업생이 이류 대학 졸업생보다 일류 대학원에 진학할 높은 확률 등 

의사결정의 지레작용 - 의사결정의 내용이 엄청난 결과를 초래 

예) 보다 능력있는 CEO를 영입하기 위해 연봉을 높임

인지력의 한계 - 재화시장에 나와 있는 수많은 경쟁제품을 기억할 수 없는 인간

예) 스포츠에서 승자만을 기억, 시장을 주도하는 브랜드 만을 기억

습관과 취향의 힘 - 처음엔 별로 였지만 어느새 익숙해지는 인간의 습성

예) 브랜드 충성도, 제품 충성도

지위에 대한 관심 - 사회적 신분에 대한 욕구로 프리미엄을 지불하고서라도 제품 소비

예) 지위재positional goods 소비 - 명품 구입, 가장 빠른 자동차

선물과 특별한 경우들 - 소수의 일류 상품에 수요가 집중

예) 최고급 레스토랑에서의 식사, 400달러 짜리 1982년산 샤토 페트루스, 다이아몬드 반지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 두려움이라는 인간의 본성

예) 교통사고가 두려워 미쉐린 타이어를 구입, 경영자의 뛰어난 컨설턴트 고용 등

구매력 집중 - 주머니가 두둑한 소수구매자(부자)들이 상황을 유리하게 하기 위한선택

예) 이기기 위해 승률이 높지만 수임료가 비싼 최고의 변호사 선임 등

  위와 같은 이유로 탄생한 승자독식사회에 대해 저자들은 운송비와 관세의 하락, 정보혁명의 힘, 국제어가 된 영어, 생산방식의 혁신, 싸움 부추기는 사회, 독립계약의 증가, 보여주기 위한 소비등의 이유로 이러한 ‘위험한 패러다임’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1995년에 출간된 이 책의 이야기가 2009년에도 유효하고, 그 정도는 더욱 심화되었으니 그들의 진단은 맞는 셈이다. 저자들은 거의 2/3를 할애해 가며 승자독식사회의 심각성을 열거했는데, 오늘날의 우리 사회와 정확히 겹쳐진다는 점이 신기하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언제부터 ‘승자독식사회’로 빠져든 것일까?

가장 쉬운 예로 IMF 외환위기와 맞물리는 최초로 본격적인 메이저리거가 된 박찬호와 LPGA에서 첫승을 거둔 박세리가 활약한 2000년도 즈음으로 보면 될 것이다. 다시 말해 IMF가 구제금융을 조건으로 내건 금융시장을 포함한 모든 시장의 대외개방, 외국인 투자에 대한 규제철폐, 공기업의 민영화, 기업 및 은행의 구조조정, 고금리정책, 자율변동환율제도, 외환규제조치 철폐, 긴축재정정책 시행 등 ‘경제의 신탁통치’로 인해 세계화가 촉진되면서부터였다. 이 책의 번역자 역시 ‘IMF 경제위기는 미국식 고도자본주의turbocapitalism'을 강요받는 계기가 되었다’고 서두에서 말했다. 



    그 당시 박찬호와 박세리가 받은 엄청난 연봉과 상금은 IMF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당시만 해도 국내 프로선수들의 연봉과 상금은 엄격하게 상한선을 제한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외화벌이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이 대목에서 승자독식사회를 제어하기 위한 노력을 살펴보자. 승자독식시장을 ‘낭비적인 지위군비경쟁’이라고 한다면, 그에 맞서는 정부규제들은 ‘지위군축협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소득세, 소비세, 부가가치세, 정치자금법, 산업안전법, 소비자보호법, 노동시간이나 영업시간 등을 제한하는 법규 등이 존재하고 있지만, 이들은 승자만을 겨냥한 법도 아닐 뿐더러, 갖가지 편법들이 동원되어 이런 규제들은 오히려 약자들에게 손해를 입히는 경우까지 생겨 승자독식시장을 멈추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저자들은 끝으로 ‘승자독식사회’에서 벗어나는 길은 우선 소송남발을 규제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고, 높은 액수의 진료비를 전문의들에게 상환해주는 책임보험 제도를 없애고 자격증보다는 의료행위에 부합하게 진료비를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등록금 정책을 수정하여 더 많은 학생들에게 교육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확대해야 하고, 조세부담은 누진소비세의 형태를 띠어야 한다고 말했다. 1995년 미국의 현실에서 바라본 해결책이지만, 이 또한 우리의 현실에 정확하게 부합되는 해결책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누진소비세 형태의 조세부담이다. 누진소비세는 ‘소득’이 아닌 ‘소비’에 세금을 매기라는 것이다. 누진소득세의 경우 높은 한계세율이 저축과 투자의 동기를 약화시키지만, 많이 지출할수록 세액이 늘어나는 누진소비세는 저축 동기를 강화시킨다. 저자들은 누진소비세는 저축과 투자를 자극하고, 최고 실력자들에게 보다 무거운 조세부담을 주면 경제질서가 잡힐 뿐 아니라, 가장 재능 있는 시민들이 법조계나 의료계로만 빠지는 것이 아니라 가장 생산적인 일로 방향을 전환할 수도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결국은 형평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효율성도 촉진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렇게 해서 서로 합의를 통해 최고상의 크기를 줄이고 경쟁을 완화해야만 비참한 사회로 추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현 정부의 보수적인 경제학자들, 그리고 조세감면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최근 형평성에 근거한 진보적인 조세제도를 도입한다면 ‘성장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오늘날과 같은 ‘승자독식사회’에서는 오히려 불가능한 말이다. 두 저자는 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승자독식시장에 많은 사람들이 유입되는 것은, 이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매력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누군가 승자독식시장에 뛰어들어 엄청난 소득을 올릴 경우 그 소득에 높은 세금을 부과한다면 과잉유입 문제는 줄어들 것이다. 더욱이 이 시장에서 빠질 사람은 애초부터 승리할 가능성이 가장 적었던 사람들이다. 고율의 세금을 승자들에게 부과해도, 승자독식시장에서 생산된 가치는 크게 감소하지 않는다. 게다가 그렇게 감소된 가치는 전통시장의 생산증가로 얼마든지 보충할 수 있다. 승자독식시자엥 참여한 사람들이 고소득층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면 누진세를 강화하는 것이 좋다. 누진세는 경제의 효율성을 감소시키는 대신 오히려 증가시킬 것이다!“ (40-41 쪽)

  또한 현 정부의 정책결정자들이 쏟아내는 경제정책의 근거에는 한결같이 낙수효과이론trickle-down effect theory이 들어 있다. 낙수효과이론이란 마치 넘친 물이 흘러내리듯이 한 부분의 성장을 자극하는 정책은 다른 부분에도 영향을 준다는 이론인데, 결국 조세감면은 경기를 부양하면 소득이 증대하고 분배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말인데, 이 또한 IMF 이전의 국내에서나 적용될 수 있었던 이론일 뿐 현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현재 상황에서 조세감면이란 부자를 더욱 부자로 만들어주는 세제일 수 밖에 없다. 

  안타까운 것은 ‘승자독식사회’를 정부나 국민 모두가 짊어질 수 밖에 없는 숙명으로 전제를 놓고, 현실을 바라본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현실의 문제점은 모두 ‘위험한 패러다임’ 안에 들어 있는데도 먼저 빠져나올 생각은 하지 않고, 그 속에서 해답을 찾으려고 하니, 답없는 공방전만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무한경쟁사회’라는 이름좋은 허물을 쓰고 있는 ‘승자독식사회’는 우리가 짊어져야 할 운명이 아니라, 사회적인 재앙이다. 지금은 이러한 인식의 전환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현 정부와 경제정책 관계자들이 이 책으로 인식 전환의 기회로 삼으라고 전해주고 싶다. 또한 현대사회에 대해 문제점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으로 우리사회 전체를 조망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대단한 책, 고전으로 남을 만한 책이었다. 

끝으로 이 책의 화려한 수상경력을 주목해 보자.

1995년 <비즈니스 위크> 10대 비즈니스 북

1995년 <뉴욕 타임즈> 올해의 주목도서

1995년 <샌프란시스코 리뷰 오브 북스> 평론가가 뽑은 책

1996년 <차이나 타임즈> 올해의 10대 도서

1996년 <런던 옵저버>올해 최고의 책

책 <승자독식사회>는 1995년 미국에서 출간되자마자 미국 출판계와 경제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화제작이다. 이듬해에는 중국(대만)과 영국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08년 3월, 웅진지식하우스를 통해 초판으로 출간되었다. 20세기 말부터 불이 붙기 시작해 오늘날까지 세상을 뒤흔드는 패러다임을 논한 책을 우리나라는 2008년에 만나게 되었다니, 세계 출판시장 10위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출판계는 깊이 반성해야 할 문제다(어느 포털 사이트의 뉴스 카테고리에서 ‘승자독식사회’를 검색해 보면 2001년부터 국내의 어느 신문사가 미국사회를 설명하는 기사에서 사용하기 시작했음에도 이 책은 7년이 지나서야 출간되었다는 것은 오히려 놀랍다). 아직 숨겨진 보석같은 책은 없는지 한국의 출판계는 눈을 뒤집고 찾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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