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전쟁 화폐전쟁 1
쑹훙빙 지음, 차혜정 옮김, 박한진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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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음모론서가 아닌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한 작전계획서!  



  항상 누군가로부터 뒤를 쫓긴다는 눈빛을 지닌 사내 제리 플레쳐는 뉴욕시에서 택시 운전사다. 알 수 없는 공포에 휩싸여 살고 있는 그는 근무 시간의 대부분을 승객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들려준다. 그 이야기들은 거의 엄청난 음모에 관한 것들, 예를 들어 식수에 비금속원소가 섞여있어 곧 한꺼번에 죽을지도 모른다거나, 현행 국제 금융정책 등의 숨겨진 비밀에 관한 것들이었다. 이 이야기는 멜 깁슨과 줄리아 로버츠가 출연한 영화 <컨스피러시>의 줄거리인데, 이 책<화폐전쟁Currency Wars>을 펴면서 계속 두려운 눈의 사내 제리 플레쳐가 떠올랐다.

  방대한 역사적 자료와 증거들을 보면서 저자가 이 책을 쓴 방 역시 영화속의 제리처럼 자료들로 뒤죽박죽이 된 음습하고 어두운 방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의 전반부는 국제금융과 세계를 뒤흔드는 핫머니를 주무르는 어두운 손(이키유바라최는 이를 그림자 정부’라 불렀다)의 정체를 밝힌 음모론적 성격이 짙다. 

"우리 주변엔 음모 과대편집증이 도사리고 있다. 이 편집증에 빠진 사람은 이들 음모가 자신의 숨통을 조여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황당한 음모는 신문 등의 인쇄매체는 물론 인터넷을 통해서도 유포되며, 음모설(conspiracism)은 일종의 사종교 같은 위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음모 편집증에 걸린 사람들 중엔 O.J 심슨이 일본의 마피아의 농간에 놀아났다고 믿는 사람도 있고 찰스 황태자가 신세계 질서의 꼭두각시라고 믿는 사람도 있다." -1997년 6월 1일자 '뉴스위크'지

  음모는 진실과 오해의 중간, ‘아직 알 수 없음’의 단계다. 음모론의 당사자가 터무니없는 오해라며 진실을 밝힌다면 확인될 내용들을 굳이 밝히지 않기에 ‘음모론’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물론 세간의 음모들이 ‘대꾸할 여지조차도 없기에’ 밝히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음모가 진실의 전모에 일부 관여되어있거나, 그것이 진실로 밝혀질 경우 향후 치명적인 결과를 낳거나 그럴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어떨까? 특히 그것이 우리의 삶과 직결된 경제에 관련된 음모라면 그저 흔한 음모로 남겨둬도 괜찮은 것인가? 이 책이 2007년 7월 중국에서 출간된 이후 24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1년 만에 100만권 이상이 팔려나간 사실을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저자인 쑹훙빙(宋鴻兵ㆍ40)이라는 중국인에 주목해야 한다. 중국에서 대학까지 마친 저자는 90년대 초 미국으로 건너가 정보공학과 교육학을 전공하며 오랫동안 미국 역사와 세계 금융사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했다. 그리고 미국에 있는 최근까지 미국정부보증기관인 페니메이Fannie Mae와 프레디맥Freddie Mac의 컨설턴트 고문을 맡았다. 는 이때 미국의 금융파생산업에 깊이 접촉하고 최종적인 시스템 회계와 고객을 겨냥한 제품을 설계했다. 쑹홍빙은 인덱스 펀드의 창시자 존 고든의 말을 빌리면 ‘상혼만 넘칠 뿐 청지기 정신은 부족한 월가의 금융인’이었던 셈이다. 그는 금융파생상품을 설계하면서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귀국하기 전 4년 동안 미 국책 모기지(주택담보대출) 회사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서 일했다. 이번 금융위기가 처음 터진 곳들이다. 당시 금융상품의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게 됐고, 파생상품이 아무런 제재 없이 팔리는 것은 거대한 힘이 작용하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됐다." (2008년, 11월 어느 신문과의 인터뷰)

  그 후 금융의 ‘배후세력’에 관심을 갖게 된 저자는 오랜 연구를 통해 이 책을 완성하게 된다. 이 책의 전체적인 줄거리는 화폐의 메커니즘을 통해 화폐를 지배하려는 상업은행의 권모와 술수가 곧 중세 이후의 역사라는 것을 밝히고 그 배후에는 로스차일드가를 비롯한 세계 금융을 쥐락펴락하는 세력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세계 제일의 갑부는 빌 게이츠가 아닌 로스차일드 일가이고, 달러를 만들어내는 미국 연방준비은행은 사실 민간 중앙은행이라고 밝혔다. 또한 미국 대통령의 피살 비율은 미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일선부대의 사망률보다 높은데 대통령들이 피살된 이유는 달러의 발행권을 되찾으려는 이들의 시도가 세계 금융세력에게 들통나 축출되었다고 말했다.  

 

  그 밖에 부동산 대출이 빠르게 증가할수록 당신 손에 든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채무의 화폐화와 부분 준비금 제도가 왜 빈부 격차를 심화시키는가? 누가 황금을 ‘요괴시‘하는가? 왜 황금이 진정한 ‘화폐의 제왕’인가? 등의 의문에 대해서 답을 제시했다. 주목할 점은 누가 금융 파생상품 시장에서 매점매석을 하는가? 하는 의문에 대해 답을 하면서 곧 현실로 들어날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했다. 하지만 그는 예측을 했다고 볼 수 없다. ‘내부인’으로서 그 내용을 미리 본 것이다. 

   이 책을 읽어보면 알게 되겠지만, 저자가 이 책을 쓴 목적은 단순히 위와 같은 세계금융경제의 음모론을 폭로하는 데 있지 않았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을 꿈꾸는 중국의 미래를 염려해서 썼다. 그가 전문가적 관점에서 말하고자 한 바는 세계의 기축통화로 통용되는 달러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고 머지않아 붕괴될 것이라는 점이었다. 이는 2009년 6월말 현재 외환보유고가 2조 1,320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에 있어서는 매우 중요한 사실이었다. 

  지난 1978년 흑묘백묘론과 선부론이 있기 이전의 책이었다면 이 책은 이만큼 팔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개혁개방 이래 30년 동안 중국은 풍부한 노동력으로 값싼 중국제품을 만들어 세계를 중독시켜 왔다. 그래서 이젠 역사상 그 어떤 나라도 가져본 적이 없는 어마어마한 달러를 보유하게 되었다. 한편 이번 미국에서 시작된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요 원인은 미국이 신용창출을 통해 자신의 지불능력을 초월하는 소비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이 가능했던 이유는 마음껏 달러를 찍어낼 수 있었기 때문인데, 이러한 구조를 들여다보면 달러에는 소수가 다수의 부와 자원을 쥐고 흔드는 구조적 모순이 그득하다는 것이다. 

  그는 한편 1997년에 일어난 아시아 외환위기는 물론 현재의 금융위기 역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일명 ‘양털깎기’ 수법에 의한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즉, 국제금융자본이 아시아 금융위기 때 버블을 일으킨 뒤 한꺼번에 유동성을 회수해 자산가치를 폭락시키고 큰 이익을 챙겼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파생금융상품의 본질은 달러와 같다고 보았다. 즉 채무라는 것이다. “파생금융상품은 채무를 포장한 상품이며, 채무의 컨테이너다, 채무의 창고, 채무의 히말라야 산이다.” 나아가 저자는 서브프라임과 알트A 모기지 대출은 자산쓰레기이고, 서브프라임 CDO는 농축성 쓰레기 자산이며, 합성 CDO는 순도 높은 농축성 쓰레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파생금융상품으로 빚어진 이번 미국의 서브프라임 위기는 전형적인 채무의 내부 폭발형 위기라고 보았다. 이는 달러의 미래를 말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이것이 바로 채무화폐가 구동하는 경제 발전의 규칙이다. 즉 채무로 화폐를 창조하고, 화폐는 탐욕을 가즉하며, 탐욕은 채무를 가중시킨다. 채무는 내부 폭발을 유발하고 그 결과로 긴축이 발생하며, 곧이어 경기 쇠퇴로 이어진다.” (480 쪽) 

  저자는 이 책을 쓴 후 2008년 중국으로 귀국해 베이징 홍위안증권에서 파생상품부 총경리로 근무중이다. 월가에서 파생상품을 만들었던 그가 이젠 중국으로 돌아와 현장에서 뛰면서 미국경제와 달러의 진실을 폭로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 책이 음모론이고, ‘삼국지’와 같은 팩션이라고 볼 수 있을까? 


   저자는 기축통화 생산국이라는 이유로 흥청망청 소비하며 순채무국이 되어버린 미국과 달러에 이젠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채무화폐의 전형적인 사례인 달러는 채무가 발생함과 동시에 발행되고 채무상환과 동시에 폐기되는 일종의 차용 증서이다. 채무와 화폐가 연동되어 있으므로 채무는 늘어갈 수 밖에 없는 구조이므로 이 같은 악순환은 무거운 이자 부담으로 말미암아 경제 발전을 가로막고 결국 모든 체제가 붕괴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보았다. 채무화폐야말로 현대 경제에 도사린 심각한 잠재적 불안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대안은 뭘까? 저자는 금은화폐로 대표되는 비채무화폐라고 보았다. 금은화폐는 ‘실질적인 소유’를 나타내고 법정불환지폐는 ‘차용증+약속’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는 금본위제의 부활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는 채무화폐의 종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온 세상 사람들이 채무화폐의 본질이 차용증서에 약속을 더한 종이에 지나지 않으며 이른바 달러 재산이 ‘지나치게 과장된 영수증’과 ‘재산에 대한 무한 약속’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인식하는 순간, 이 채무 영수증은 영원히 평가절하되고, 그 속도는 달러를 찍어내는 사람들의 욕심 크기에 비례할 것이다. 금융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대중은 직감과 상식에 기대어 자신들이 피땀 흘려 창조한 재산의 ‘노아의 방주’ 금과 은을 선택하게 마련이다. 금융파생 도구로 무장한 국제 금융재벌들은 이런 대중을 대상으로 전쟁을 치러야 한다.” ( 399~400 쪽)

  그러면서 그는 금은을 기축으로 하는 안정된 중국 화폐 도량형 체계를 세워 채무를 화폐 유통 영역에서 단계적으로 축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국제시장에서 금융의 제공권을 장악하지 못하면 상품의 가격 결정권도 갖지 못하고 경제 발전 전략의 주도권도 빼앗기게 된다면서 이것이 바로 중국 화폐가 세계의 기축통화가 되어야 하는 이유라며 오늘의 중국은 금은 보유고를 늘리는 시기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자가 궁극적으로 말하는 중국 화폐개혁의 최종 방향은 중국의 국가 실정에 맞는 금과 은을 기축으로 하는 ‘이중 병행제 화폐 체계’를 세워 세계 주요 기축화폐로 향하는 전략적 준비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한 방법론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만약 중국 정부와 국민이 매년 2,000억 달러 규모로 금을 모은다면 온스당 650 달러로 계산할 때 9,500톤의 황금을 구매할 수 있어 미국의 금 보유고 총액 8,136톤과 맞먹는다. (중략) 전 세계에서 6,000년 동안 캐 모은 황금의 총량은 14만 톤에 불과하며, 유럽과 미국 중앙은행의 황금 보유고는 2만 1,000톤이다.

 1990년대에 유럽 중앙은행이 행한 금 대출 광풍을 고려하면 합계가 20,000톤도 안 될 수 있다. 온스당 650달러라는 현재의 금 가격으로 계산하면 4,000억 달러밖에 안 된다. 중국이 거대한 무역 수지 흑자로 4,000억 달러의 금 보유고를 소화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2~3년이 될 것이다. 구미 중앙은행의 총알은 얼마 안 가 다 떨어져버릴 것이다.

중국이 이렇게 왕성한 식욕으로 5년 동안 황금을 먹어치운다면 국제 금값의 상승으로 국제 금융재벌들이 설치한 달러 장기 금리의 상한선을 자극할 것이다. 결국 사람들은 세계에서 가장 강한 달러 화폐체계가 맥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생생히 지켜보게 될 것이다.“  (429~430 쪽)

  물론 현재 달러가 기축화폐로서의 지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영국 파운드화의 퇴출은 영국의 경제쇠퇴 때문이었지만 경제가 쇠퇴한 후에도 상당기간 파운드화는 굳건했지 않은가? 하지만 현재 볼 때, 향후 달러는 계속 절하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세계 최고의 외환 보유고를 가지고 있는 중국은 어쩌면 쑹홍빙에게서 점점 종이로 되어가고 있는 달러를 해소할 수 있는 답을 구했는지 모른다.

 중국은 지난 5월 현재 금 보유량이 10년 전 395 톤에서 지금은 1054 톤으로 배 이상 늘어나 세계 5위의 금 보유국으로 올라섰다. 그리고 중국 당국은 금 매집 의향을 숨기지 않고 서서히 금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 또한 중국은 오해 주요 20개국의 모임인 G20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의 금보유를 늘려 이를 기반으로 한 새 통화를 만들어 기축통화로 삼자고 브라질 등과 함께 주장하고 있다. 쑹홍빙의 말처럼 중국화폐를 현재의 위안화가 아닌 ‘금은화폐 체계‘로 전환을 추진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이 달러를 넘어 금보유고 역시 최고로 늘리려는 시도는 중국에서 책이 출간된 2년 동안 계속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이 시점에서 다시 의문을 품어야 할 것은 중국이 <화폐전쟁>을 과연 음모론에 관한 책이라고 폄하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가 당장 저자인 쑹홍빙을 지난 5월에 열린 '서울디지털포럼 2009'에 초대해 특별강연을 요청하지 않았던가? 쑹홍빙의 발언에 무게감을 느낀다면 우리는 중국과 위안화에 계속 주목해야 할 것이다. 중국인을 일러 ‘만만디 정신’의 민족이라 하지 않았던가? 그들은 결코 ‘당장’을 생각하지 않는 민족이다. 최소 5~10년의 기간을 두고 달러를 쌓아두고, 금을 사들이면서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해 고양이 발걸음처럼 조용히 한 걸음씩 걸음을 옮길 것이다. 우리는 이들의 걸음걸이에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변화를 감지할 때 민첩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그들은 지금도 한 걸음을 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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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네이티브 - 역사상 가장 똑똑한 세대가 움직이는 새로운 세상
돈 탭스코트 지음, 이진원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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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디지털 네이티브 - 가장 똑똑하고 글로벌한 넷세대의 현주소!

  시대를 아울러 젊은 세대Young Generation에 대한 기성세대들의 우려는 늘 한결같다. 걱정되고, 그들에게 미래를 맡기기가 두렵다는 것이다. 기원전 2000년도에 수메르 사람이 쓴 것으로 보이는 성형문자 판에는 “우리 젊은 세대들이 음지에서 하는 행동을 그냥 내버려둘 경우 우리 문화의 운명은 다할 것이다”라고 쓰여 있다고 하니, 젊은 세대에 대한 걱정은 인류가 생긴 이래 계속된 듯하다.

 오늘의 기성세대 역시 그 걱정을 피할 수 없다. 기성 세대들은 요즘 젊은이들이 우리 때보다 더 멍청해 보이고, 컴퓨터와 인터넷에 중독되어 사교는 물론 운동조차 하지 않는 것 같다고 염려한다. 그들은 자신의 미래에 대해 아무런 생각도 없는 듯 하고, 수많은 지적재산권을 아무렇지 않은 듯 다운로드하는 절도범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온라인상에서 악플 등을 달며 친구들을 괴롭히고, 폭력성 게임에 빠져 폭력적이다. 또한 그들은 나 밖에 모르고, 노동 윤리조차 없으며 남에게 배풀 줄 모른다고 걱정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IT 혁명이 불기 시작한 10년 전 <N세대의 무서운 아이들>이란 책을 써서 화제를 모았던 저자 돈 탭스콧은 이러한 기성세대들의 걱정에 “당신들은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몰라서 두려운 것이다.”고 주장한다. 그는 N세대(Net Generation - 이하 ‘넷세대’라 부른다)는 인류 역사상 가장 똑똑한 세대라고 말하며, 기성세대는 앞으로 넷세대들에게서 배워야만 한다고 역설했다. <위키노믹스>를 비롯해 <패러다임 시프트>,<디지털 캐피털>,<디디털 경제>등의 인터넷 경제 관련 베스트셀러를 쏟아낸 바 있는 돈 탭스콧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구글의 CEO인 에릭 슈미츠와의 인터뷰를 인용했다. 에릭 슈미츠는 “넷세대들이 가장 멍청한 세대입니까?”라는 저자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넷세대는 가장 멍청한 아니라 가장 똑똑한 세대입니다. 그들은 더 빠르고, 더 국제적이고, 더 똑똑하고, 더 좋은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들이 태어나자마자 휴대폰, 메신저, 소셜 네트워크 등을 통해 서로 연결된다는 분명한 사실은, 그들이 가장 많이 연결되어 있는 세대라는 걸 의미합니다. 그들은 우리보다 상대방을 더 깊이 배려할 줄 압니다. 제가 지금 하고 있는 말을 책에 인용해서 써도 좋습니다!”

  저자는 넷세대 출현의 10년이 지난 지금은 어리게는 11살에서 많게는 31살이 된 그들을 다시 살펴 봐야 할 중요한 시점이라고 보고 이들을 집중 조사해 책으로 폈다. 제목은 <디지털 네이티브>, 원제목은 Grown Up Digital: How the Net Generation is Changing Your World으로 원서는 2008년 3월에 출간되었다.  



 

   이 책은 현재를 만들어가고 있는 넷세대를 이해하는 데에는 더없이 유용한 책이다. 저자는 <N세대의 무서운 아이들>을 펴낸 이후 계속해서 그들을 관찰해 왔고, 이번 책을 펴면서는 2007년부터 세계 12개 국가의 16세~29세까지의 넷세대 5,935명을 인터뷰 했고, 아울러 미국과 캐나다의 30~41세 나이의 X세대와 42~61세까지의 베이비 붐 세대에 대한 표본 조사도 실시한 결과이기 때문에 객관성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의 목적을 넷세대가 진정 누구이며, 우리가 소속한 조직과 사회를 더 낫게 변화시기키 위해서 그들에게서 무엇을 어떻게 배울 것인가로 두었다. 나아가 넷세대를 이해하게 되면 미래를 이해하게 될 것이고, 오늘날 우리의 조직과 사회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책의 전체적인 전개는 ‘기성세대들의 오해를 깨부순다’는 형식이다. 기성세대들이 넷세대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이 주로 무엇인지 밝히고, 그에 대해 조목조목 반론을 제기하며 멀리서 바라본 제 3자의 시선이었음을 알려준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이러한 원인은 ‘기성세대들이 자신들보다 더 똑똑한 넷세대들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는 논지를 펴 나갔다. 책의 구성은 넷세대의 전부를 보여주는 듯하다.

 넷세대들은 누구인가에 대해 많은 부분을 할애해서 밝혀내고, 넷세대들이 학습자로서, 근로자로서, 소비자로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고 그들이 바라는 바를 제시해 주었다. 또한 새로운 가족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넷세대와 민주주의에 참여하는 넷세대의 현주소도 보여주고 있다. 나아가 미래를 담당할 넷세대들의 역할과 이를 보조하기 위해 기성세대들이 공감하고 함께 해야 할 바도 밝혔다. 

우선 저자는 부모 세대와 구분되는 넷세대의 대표적인 특성은 다음과 같은 8가지라고 밝혔다.   

  “첫째, 그들은 자유와 선택의 자유를 중시한다. 둘째, 물건을 자신의 개성에 맞고 고쳐서 쓰는 걸 원한다. 셋째, 천부적으로 협업에 뛰어나다. 넷째, 강의가 아니라 대화를 즐긴다. 다섯째, 여러분(기성세대)과 여러분 조직을 철저히 조사한다. 여섯째, 성실성을 중시한다. 일곱째, 학교와 직장에서도 즐겁게 생활하기를 바란다. 여덟째, 그들에게 속도(스피드)는 일상적인 것이다. 혁신도 생활의 일부이다.” (34 쪽)

  그리고 기성세대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넷세대들의 컴퓨터와 인터넷 중독에 대해 기성세대들 역시 밤을 세워 라디오에 귀를 기울였으며 일주일에 평균 22시간 TV에 빠져 살았던 세대들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는 것이다. 기성세대와 넷세대의 차이는 단 하나 넷세대는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TV를 볼 때도 TV를 배경음악처럼 생각하고, TV를 켜 놓은 채 온라인에서 정보를 찾고, 게임을 하고 친구들과 대화를 할 뿐이라고 했다.

 또한 한군데 집중하지 못하고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하는 이른바 ‘멀티태스킹’ 역시 집중력 저하와 몰입을 해치는 행위라는 기성세대의 우려에 대해서도 저자는 이들이 펼치는 ‘멀티태스킹’은 ‘디지털 몰입’이라면 넷세대의 뇌는 네트워크화 된 세상에 맞게 적응하고 있다는 증거는 속속 등장하고 있다며 이 또한 기성세대의 ‘기우’일 뿐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저자는 기성세대들은 일주일 평균 22.4 시간 ‘수동적인 시청자’였지만, 넷세대들이 온라인에 머물고 있는 시간은 그들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들은 능동적인 활동가이며, 협력자이며, 조직가이며, 독자이며, 작가이며, 감정사이며 심지어 비디오 게임의 사례에서와 마찬가지로 전략가이다. 그들은 단순히 관찰만 하지 않는다. 그들은 참여한다. 묻고, 토론하고, 주장하고, 놀고, 쇼핑하고, 비판하고, 조사하고, 조소하고, 몽상하고, 모색하고, 정보를 준다.” (62 쪽)

  이 말에 ‘컴퓨터는 사실 우리로부터 시작된 것이다’라고 말하는 X세대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야 할 것은 온라인 상에서 인터랙티브 즉, 쌍방향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 진 웹 2.0 시대의 수혜자는 넷세대들이다. 초기의 인터넷 웹 1.0은 TV와 큰 차이가 없었다. 저자는 넷세대는 여러 가지로 TV세대의 안티테제라며 특히 인터랙티브 미디어로의 전환은 넷세대에게 심오한 영향을 미쳤고 이것이 기성세대와 구분되는 가장 큰 핵심요소가 된다고 말했다.



 

    우리가 이토록 ‘정신사나운 존재’인 넷세대들에게 주목하고 연구해야 하는 이유 역시 이 때문이다. 그들은 소비자로서 시장과 마케팅 방법을 바꿔 놓고 있다. 그들은 제품과 서비스의 차별화된 특성을 요구하고, 또한 기업들이 풍부한 경험을 창조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들은 적극적인 참여자이다. 단순히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와 제품과 서비스를 공동으로 개발하는 ‘프로슈머’라는 생각을 갖고 참여하고 있다. 프로슈머로서의 넷세대는 좋은 제품과 서비스는 극찬을 아끼지 않고, 차별성이 없거나 형편없는 제품과 서비스는 퇴장을 하도록 당당히 요구하고 있다. 그들이 요구하는 바는 명백하고 까다롭다. 그래서 기업들은 현재 R&D에서부터 소비자 지원에 이르기까지 프로슈머들와 함께 하며 이들로부터 배우면서 생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저자의 주장은 강하다. 넷세대를 제대로 읽는 기업, 사회, 정부가 미래를 동참할 수 있는 조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성세대들의 관념으로 이해할 수 없는 사항들 역시 ‘디지털 환경’이 만들어 낸 일종의 ‘사회적 진화’라고 봐야 한다면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이에 익숙하지 않은 기성세대들이 그들의 환경을 무조건 거부할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배우려고 한다면 사회는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의 비약적인 성장을 위해서도 기성세대의 이해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말콤 글래드웰가 말한 아웃라이어 즉, 노력과 열정으로 만들어진 천재들이 자신들이 추구하는 바를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사회와 조직의 환경적 도움이 필수인 것처럼 넷세대들 역시 기성세대의 환경적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넷세대들은 기성세대들이 만들어놓은 20세기의 교육체제와 근무환경에 어울리지 않는다. 기성세대와 넷세대가 만드는 불협화음은 이러한 환경적 요인의 상충이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저자는 기업이 소비자로서의 넷세대를 인정하고 그들이 요구하는 바대로 변화하고 있듯이 교육과 기업의 근로조건 역시 변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아가 넷세대들이 온라인 상에서 다양한 시민 활동과 정치활동에 마음껏 참여하고 발언할 수 있도록 제도 역시 개선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특히 각 분야에 대해 기성세대와 넷세대에게 전하는 저자의 조언은 새겨서 읽을 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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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세대가 시민 사회 조직을 위해 자발적이고 효율적으로 일하게 만드는 7가지 방법

리더십 2.0 : 새로운 세대를 위한 7가지 지침

  저자가 온라인 상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밝히는 일련의 활동은 나중에 있을 사생활 문제에 대해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는 점, 그리고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은 디지털 몰입이 넷세대의 뇌에 미칠 영향등 넷세대들에 대해 갖는 걱정도 없진 않았다. 하지만 넷세대를 보는 저자의 시선은 기성세대가 보기에 불편할 만큼 편향적이라고 할 만큼 우호적이다. 하지만 넷세대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장본인이자, 디지털 환경에서의 비즈니스에 대해 연구를 하는 사람이 아니던가? 두 수 정도는 접어주고 들어야 600 여 페이지의 다소 많은 분량을 막힘없이 끝까지 읽어나갈 수 있다. 

  많은 부분을 넷세대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언급들이어서 내용 역시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 많은 사례를 동원하는데 있어 디지털 강국인 한국을 제외했다는 점은 다소 의외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인류의 첫 번째 글로벌 세대이자 가장 똑똑한 세대인 넷세대가 이제 막 본격적인 참여를 시작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지금도 혼란하고 말썽스러운 이 세대들의 활약은 이제부터인 셈이다. 미래를 이끌어갈 넷세대와 동참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좀 더 잘 이해하고 나아가 이들이 마음껏 뜻을 펼칠 수 있도록 아낌없는 환경적 지원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 책이 갖는 의의는 오늘날의 넷세대의 현주소를 재확인하는데 있다. 이 책을 통해 온라인 누리꾼으로 불리는 대한민국의 네티즌의 활동이 결코 외국에 비해 지나치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프로슈머로서의 역할과 온라인상의 정치참여는 많은 발전의 여지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네티즌이라면 한 번쯤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특히 교육공무원과 기업인, 그리고 정치인들에게는 넷세대를 좀 더 알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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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물고기 날다
존 요코하마, 조셉 미첼리 지음, 유영만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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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떡이는 물고기처럼’의 진짜 비결은 하나되게 하는 비전과 팀웍이다!  


  지난 2000년, 미국 시애틀의 어느 생선가게 상인들의 성공을 담은 <펄떡이는 물고기처럼>라는 책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 적이 있다. 남편을 잃고 혼자 가정을 꾸려가던 주인공은 새 직장에서 문제가 많은 부서를 떠맡게 되었다. 변화가 절실했던 그녀는 어느 날 파이크 플레이스 어시장에 들렀다가 열정과 즐거움이 가득해 보이는 구성원들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그녀가 놀란 것은 파이크 플레이스 어시장은 몇 해 전만 해도 그녀가 맡은 부서처럼 무기력하고 실적이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그곳은 생선도 사고 놀이도 즐기고 삶의 생기를 충전하려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그녀는 어시장에 변화를 주도했던 관리자를 찾아 결정적인 변화를 이끌었던 비결을 얻었다. . 왕 선택한 일, 어차피 주어진 하루를 좀 더 즐겁고 생산적으로 보내자고 구성원들이 모두 마음을 고쳐먹은 것이다. 개인과 조직을 긍정적이고 쾌활한 사고로 바꾸는 것, 경쟁력의 근본을 '인간'에 두고 고객과 내부 구성원을 연결하는 서비스등 이렇게 보이지 않는 작은 것들이 그들을 성공으로 이끈 것이다.  

   손님이 생선을 주문하면 접수자는 주문받은 것을 매장에 대고 외친다. 그러면 모든 직원이 그것을 반복해서 외치고, 손질을 하는 직원에게 쇼를 하듯 생선을 던진다. 손님들과 인사와 농담을 주고받으며 손님을 기억하는 직원들의 활기는 고객에게 신선한 즐거움으로 다가 왔다. 그리고 직원들의 고객을 존중하는 마음을 느끼는 고객들은 자연스럽게 이들에 동화되었다. 파이크 플레이스 어시장의 이러한 판매전략을 신조류 경험마케팅(experiential marketing)과 관계 마케팅(relationship marketing)으로 불렀다. 그리고 IMF 외환위기로 침체된 기업환경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본보기로 보았다. 이어 한국판 <펄떡이는 물고기처럼>이라 불리는 <총각네 야채가게>가 탄생하기도 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파이크 플레이스 어시장’은 그때의 성공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어시장”으로 불리는 이곳의 신화는 계속되는 것이다. 책 <HOW? 물고기 날다 When fish fly>이러한 성공이 계속 유지되는 비결을 이야기 한 책이다. 저자는 ‘파이크 플레이스 어시장을 성공으로 이끈 CEO, 존 요코하마와 이들에게 변화를 주도했던 컨설턴트 조셉 미첼 리가 공저를 했다. 낚시를 좋아하던 존은 자신이 일하던 생선가게를 맡게 된다. 야채가게를 하는 직원과 손님을 함부로 대하는 아버지의 영업방식이 싫어 물려받지 않으려고 생선가게를 맡았지만, 자신도 아버지를 닮아가는 모습을 보고 적잖이 실망하게 되고, 급기야 도매업에 진출했다가 큰 실패를 보고 간신히 가게 문을 닫는 파국을 막고 새로운 마음으로 장사를 하기 위해 경영 컨설턴트인 짐을 만나게 된다. 컨설턴트인 짐이 존과 직원들에게 던진 한 가지 화두는 ’파이크 플레이스 어시장이 어떤 곳이 되기를 바라는가?‘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생선가게가 되자‘고 결론을 내렸다.  



 

    이들이 처음 내린 결정은 ‘어시장을 유명하게 만들어서 장사가 잘 되게 해서 성공하자’ 였다. 이런 단순한 생각은 사장과 직원 모두의 뜻을 하나로 만드는 ‘비전’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이러한 비전을 가지고 장사를 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만의 ‘세계적 명성의 차이’가 어떤 것인지 참의미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시장을 찾는 고객을 비롯해 일상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제공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어야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에 대해 컨설턴트 짐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세계적인 파이크 플레이스 어시장’을 만들기로 했고, 그것은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차이를 보여줘 세계를 유명해지는 것이었습니다. 우리의 목적은 단지 유명해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사람들에게 멋진 그 무언가를 제공하는 일을 즐김으로써 유명해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실제로 그렇게 되었답니다.(37 쪽)

 ‘세계적인 파이크 플레이스 어시장’이라는 비전을 위해 CEO인 존이 비전 실현을 위한 세가지 맹세는 아래와 같다. 

1. 우리 가게를 찾는 모든 사람들에게 세계적인 명성에 걸맞는 삶의 즐거움을 제공한다.

2. 직원들이 서로에게, 고객에게 그리고 공동체에게 세계적 명성에 걸맞는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변화시킨다.

3. 직원들을 임파워먼트했을 때 그들 스스로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여준다.   

   파이크 플레이스 어시장은 단순히 재미있는 ‘생선손질 쇼’를 통해 언론에 소개되고 유명해지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 이것은 손님들이 자신의 가게를 찾아와 느끼고 가는 즐거움의 일부였다. ‘삶의 현장’에서 활기차고 즐겁게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인생을 사는 이유는 바로 저런 것이 아닐까’하는 힘을 얻게 하려고 노력했다. 이러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그들의 노력은 대단했다. 그들은 생선을 파는 행위를 ‘세계적인 명성의 차이를 만든다’는 생각을 갖고 차별화하려고 노력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이라는 수식어는 그들에게 공동 목표에 대한 헌신을 요구했다. 그래서 직원을 채용함에 있어서도 3개월 간의 수습기간을 두어 그들의 비전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인물인지 신중하게 검토한 후 채용했다. CEO와 직원들은 2주에 한 번씩 저녁식사를 하며 서로 비전을 논의하고, 동참을 권유하고, 비전을 이루기 위한 헌신을 다짐했다. 서로의 말에 경청하고, 서로 기꺼이 코칭을 했다. 고객의 불만을 ‘차이를 만드는 기회’로 삼아 경청에 힘썼다.  



 

   책에서는 보잘 것 없던 ‘파이크 플레이스 어시장’이 비전을 갖게 되면서 직원 모두가 서로 헌신하고 협력하는 팀으로 거듭나는 과정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서로에게 힘이 되는 대화를 하는 법, 또 고객은 물론 직원끼리도 경청하는 방법, 서로에게 코칭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밝혔다. 특히 일터에서 가장 곤혹을 치루는 ‘일과 사람’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걸림돌들을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풀어 놓았다. 이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을 간단히 하면 다음과 같다.   

1. 하나의 팀으로서 힘과 가능성의 비전을 만들어라.

2. 비전에 맞는 개인과 팀의 헌신을 고취하라.

3. ‘되기being'와 ’하기doing'의 차이점을 구분하라.

4. 리더를 변화의 매개체로 재규정하라.

5. 힘을 약화시키는 내적 및 외적 대화들을 버려라.

6. 방어난 비난을 위해서가 아닌, 차이를 만들기 위해 경청하도록 이끌어라.

7. 효과적인 코칭을 통해 서로에 대한 헌신을 실천하라.

8. 장애물을 돌파구로 인식하라.

   식당이든, 기업이든 장사가 잘 되고 사업이 잘 되는 곳을 가면 ‘말할 수는 없지만 다른 무엇’을 우리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이것을 활기活氣 혹은 생기生氣라고 한다. 느긋한 미소를 머금고 사장과 직원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제 3자인 손님도 절로 기분이 좋아지고 흥이 난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물건을 구입하는 행위를 ‘함께 동참했다’고 느끼게 된다. 이런 환경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CEO와 직원 모두 ‘비전을 공유’해야 한다고 이 책은 말한다. 책의 역자이자 지식생태학자로 잘 알려진 유영만은 여기에서 말하는 비전이란 ‘듣는 순간 3초 이내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주먹이 불근 쥐어지며 입술이 깨물어지고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의미심장하게 다가오게 하는 무엇’이라고 밝혔다.

   ‘파이크 플레이트 어시장’의 경우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어시장’이었다. 내가 속한 일터에서 가져야 할 ‘비전’은 무엇일까 고민하게 했다. 역자인 유영만은 따로 부록으로 ‘꿈의 일터를 만드는 사람들 이야기’를 두어 ‘파이트 플레이트 어시장’의 성공을 우리의 일터에 적용할 수 있도록 ‘커뮤니케이션 7단계‘를 제시했다. 이 책을 통해 얻은 결론은 결국 노사勞使를 하나 되게 하는 힘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에 있다는 것의 재확인이었다. 그렇지만 하나가 되려면 서로 어떻게 노력해야하고, 무엇을 할까 하는 것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파이크 플레이스 어시장의 물고기쇼를 직접 보고 싶으시다면...
Justin Hall, Pike Place Market Fishmonger를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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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시대 - 미국에 맞서는 중국의 초강대국 전략
매일경제 국제부 중국팀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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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현실에 대한 풀이는 좋지만 해답에 대한 고민은 없는 책!

 

  G2 전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미국과 중국 두 나라를 뜻하는 용어다. 용어의 근원을 찾자면 선진국 7개국 즉, Group of 7의 약자인 G7(지난 해부터 G20으로 선진국 모임이 확대되었다)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쉽게 말해 중국과 미국을 지칭하는 대명사인데, 이 용어가 의미하는 바는 크다. 세계를 내려다보며 홀로 독야청청하던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영향력이 커진 중국의 세계적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굳이 G2를 언급하지 않아도 국제뉴스에 중국뉴스의 비중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환율을 비롯 증시, 자원부족, 경제성장, 소수민족의 인권탄압 문제 심지어 먹거리 사태까지 다사다난한 국제뉴스 전반에 중국이 언급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아시아의 신흥경제강국을 뛰어넘어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중추적인 위치에 자리매김하고 있다. 세계대전 이후가 미국과 소련이 주도하는 ‘냉전시대’였다면, 지금은 미국과 중국이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G2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경제신문지인 ‘매일경제’의 국제부 중국팀이 책을 폈다. G2 시대를 여는 중국의 현황을 살펴보고, 미국과 주변국들과의 관계도 점검했다. 나아가 G2 시대를 맞는 한국이 중국에 대응해 나아갈 바를 모색했다. 책 <G2 시대 - 미국과 맞서는 중국의 초강대국 전략>을 읽었다.



 

   이 책은 ‘오늘날의 중국을 주제로 한 종합뉴스‘다. 특히 지난 해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로 변화된 세계경제 상황을 중국을 메인으로 놓고 살펴보았다. 한마디로 ’팍스 차이나’,승승장구하는 중국의 현황판이었다. 자동차, 조선, 철강, IT, 항공산업, 녹색산업까지 현재 중국기업은 세계의 모든 산업지도를 바꾸고 있다. 세계 제 1의 인구 수는 그들이 가진 가장 큰 무기다. 16억의 중국인구는 오늘날의 중국을 이끌어왔던 생산자원임과 동시에 세계 제일의 소비자원이 되고 있다. 전반부에 설명되는 다양한 분야의 현황은 G2로서의 중국의 위상을 실감하게 한다. 또한 이러한 성장의 그늘 속에서 중국이 해결해야 할 내부적인 문제 역시 심도있게 조명했다. 책의 전반부에서 책장을 더할수록 중국의 외견에 대해 놀라움과 두려움으로 책을 읽었다면, 중국의 내부적 문제점들을 해부한 후반부는 아직 해결해야 할 장애가 많은 대륙의 상처들을 돌아보는 부분이었다. 문화와 혁신산업 등의 낙후를 보여주는 대목은 오늘의 중국을 잘 설명한 대목이 있다.   

  “중국이 제조업이나 일부 첨단기술 산업에서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주요 도시에선 하루가 다르게 마천루가 솟아 오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시설들을 자유로우면서도 안정되게 운영할 소프트웨어를 갖추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이는 ‘밤길에 비단 옷을 걸친 꼴’이다.” 160 쪽

  경제신문의 기자답게 중국의 현황에 대해서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잘 구성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이 책의 핵심에 해당하는 ‘중국의 부상이 앞으로 한국에 미칠 영향’과 ‘G2 시대에 한국이 나아갈 바’를 언급한 <제 4장 G2 시대- 중국을 뚫어라>는 구성이 너무 허술했다. 현황과 문제점만 나열하고 그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은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다. 기자로서의 고민이 많이 뭍어있길 바랐다면 욕심이 큰 걸까? 새로운 통일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고 한국의 통일 외교가 미국뿐 아니라 중국의 태도까지 염두에 두면서 슬기롭게 진행해야 한다고 말하는가 하면, 중국 내수시장의 판로를 개척하는 해결책으로 세계적인 기업들이 중국시장을 향해 몰려 있으므로 최신 제품으로, 최고의 역량을 집중하기 않으면 중국시장을 공략하기 힘들다는 말로 마무리한다. 

  차라리 ‘중국으로 부자되기’는 실용적이다. 중국의 주식시장의 현황과 투자법을 설명하고, 중국의 부동산 투자와 월세 얻는 법, 그리고 중국에서 창업하는 요령과 뜨는 아이템 등을 설명했다. 하지만 ‘G2 시대 도래‘를 운운하며 위기감을 고취시킨 것에 비해 궁색하고 미약한 결말이 아닐 수 없다. 부록으로 마련된 ’중국 10대 부자들이 돈 번 사연’은 왜 이 책 속에 있어야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 독자로서 알고 싶은 내용의 절반만 얻은 기분이다. 이 책을 펼친 이유는 온라인 논객들의 근거 없는 전망 대신 폭넓은 정보력과 관찰력을 바탕으로 한 경제기자들의 신선하고 깊이 있는 통찰력을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문제집을 펼쳐서 열심히 문제를 풀었는데, 답안지가 없는 황당함. 이 책을 읽은 지금이 딱 그런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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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CEO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 경영의 역사를 다시 쓴 위대한 리더들의 마지막 강의
토드 부크홀츠 지음, 최지아 옮김 / 김영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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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세계 대학 경영학도들의 경영입문서로 부족함이 없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이란 말이 있다. 꾸준히 한 가지 일만 하면 마침내 큰일을 이뤄낸다는 뜻의 고사성어인 이 말은 <열자列子> 탕문편에 나오는 말이다. 중국 기주 남쪽과 하양 북쪽에 둘레가 700리나 되는 거대한 두 산이 있었다. 나이 아흔에 이른 우공이란 노인이 산에 가로막혀 멀리 돌아다녀야 하는 불편을 덜고자 자식들과 의논해 산을 옮기기로 했다. 한 삽 한 삽 퍼낸 흙을 발해만까지 한 번 운반하는 데 일 년이 걸리는 무모한 짓(?)에 친구들이 비웃으며 만류했다. 그러자 우공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늙었지만, 나에게는 자식도 있고 손자도 있다. 그 손자는 또 자식을 낳아 자자손손 한없이 대를 잇겠지만 산은 더 불어나는 일이 없으니, 언젠가는 평평하게 될 날이 오지 않겠는가?”

 

자신을 비롯해 마을 사람들의 불편함을 덜고자 자자손손 운운하며 산을 옮기고자 하는 우공의 깊은 뜻을 전해들은 옥황상제는 감복하여 힘이 센 신하들을 시켜 산을 번쩍 들어 옮기게 했다고 한다.

 

  작금의 비즈니스현장은 우공이산愚公移山의 고사가 절실하게 요구되는 세상이다. 오늘날의 비즈니스 현장은 효율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임시방편의 잔꾀나 권모술수로 이른 성공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성공의 잣대도 상상할 수 없는 큰 성공이어야 하고, 그것도 최단기에 이룩한 성공이어야 성공이라 말하는 세상이 되었다. 이러한 폐단은 좀 더 빨리, 좀 더 많은 배당금을 지급하는 기업과 CEO를 유능하다고 인정하는 투자자들의 조급함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지만, 투자한 이후 한 번도 배당금을 받지 않고, 다시 재투자하고 있는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의 투자자들을 본다면 ‘구차한 변명’에 불과하다. 원칙에 기초한 경영전략과 한 발 한 발 계단을 오르듯 성실하게 비즈니스를 펼치는 비즈니스맨을 ‘시대에 뒤떨어진 경영자’로 매도하는 비즈니스 풍조가 만연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이미 이 세상에는 없는 전설적인 열 명의 CEO들을 한데 모은 책 <죽은 CEO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를 읽고 살피면서 비즈니스에 있어서 다시 한 번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위대함을 실감했다. 이 책은 전 세계 주요대학의 경제학도에게 필독서가 된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를 썼던 토드 부크홀츠가 쓴 책이다. 원제목은 New Ideas from Dead CEOs: Lasting Lessons from the Corner Office 이다.

 

 



 

 

  이 책은 위대한 CEO들의 작은 평전이다. 은행업의 대중화를 이끈 아마데오 피터 지아니니, IBM을 만들어낸 토버스 왓슨 부자父子, 화장품의 대중화의 주역 메리 케이 애시, 화장품의 품위를 높인 에스티 로더, 대중매체를 만들어낸 데이비드 사노프, 맥도널드의 전설 레이 크록, 소니의 아버지 아키오 모리타, 어린이의 우상 월트 디즈니, 할인점의 대표주자 월 마트의 샘 월튼 등 토드 부크홀츠는 한 시대를 풍미하고 지금까지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위대한 CEO들을 찾아내어 그들을 성공으로 이끌게 한 ‘힘’을 찾아내었다.

 

  토드 부크홀츠이 주목하고자 하는 바는 여느 책의 저자와 달랐다. 오늘날의 영광보다는 글로벌 기업이 탄생하게 된 여정과 순간에 주목했다. 긴 역사를 두고 봤을 때 승승장구했던 시티은행이 한 해 만에 뉴욕발 금융위기로 사실상 ‘국영화’되는 것처럼 ‘오늘의 영화로움’은 한낱 ‘순간’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고자 했음일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죽은 CEO의 살아있는 아이디어>에 등장하는 기업들을 통해 21세기의 트렌드를 생각하기 보다는 20세기를 풍미했던 세계적인 기업의 CEO(엄밀하게 이야기하면 창업자)들을 통해 ‘기업을 세움’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를, 그리고 평생을 바쳐 기업(회계학상으로는 법적인 인격을 갖춘 법인法人)을 운영하는 것이 얼마나 가치있는 일인가를 알려주고자 했다. 책 속에 있는 글로벌 기업들을 살펴보면 알겠지만, 창업자는 죽고 없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지 않은가? 이것만 봐도 죽은 CEO의 영향력이 ‘죽은 관우’ 못지 않음을 알 수 있다.(참고로 오늘날 기업의 평균 수명은 10 년이 채 되지 않고, 우리나라에서도 100 년을 이어온 기업은 열 손가락 안쪽에 든다)

 

  창업 분야기 각기 달랐던 이들 10 명의 비즈니스 리더들의 공통점은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는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기업에 대한 열정이다. 이들 모두 CEO로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실패를 거듭했다. 이들은 비슷한 업종에서 최초의 기업은 아니었지만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경쟁자들의 훼방과 조롱 섞인 비웃음도 숱하게 받았다. 하지만 그들은 파산과 빚더미 상황의 위기에서도 굴복하지 않았고, 작은 성공에서도 안심하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은 뜻하고자 한 바를 이룩하려는 열정과 자신의 에너지를 믿는 ‘자존감’에 있었다.

 

  죽은 10인의 CEO의 두 번째 공통점은 재능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재능을 찾아내고, 그 재능을 십분 발휘했다. 처음 배우가 꿈이었던 ‘월트 디즈니‘가 그 만의 캐릭터였던 토끼 캐릭터 ’오스왈드‘를 그리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미키 마우스로 거듭 창조하지 않았더라면 디즈니 랜드와 디즈니 월드는 없었을 것이다. 제 2차 세계대전에도 밥을 굶지 않을 정도로 부유하게 자란 아키오 모리타가 대대로 내려온 가업인 ’사케(일본의 술) 제조업‘을 포기할 수 있었던 것도 자신이 ’소리를 전파하는 기계‘에 재능이 있음을 알고 노력한 때문이었다. 또한 자신의 재능을 죽는 날까지 썩히지 않았다. 그들은 풍족했음에도 불구하고 죽는 날까지 일했다. 그들은 ’돈을 벌기 위해‘ 일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꿈을 이룩하기 위해‘ 일을 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공통점은 행운이었다. 그들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행운’을 만나게 된 것은 어떠한 시련이 닥쳐도 자신이 하고 있던 일의 연장선상에 있었기 때문이다. 신문사를 입사하려던 데이비드 사노프는 ‘엉뚱한 사무실’의 문을 두드려 무선전신을 발명한 굴리엘모 마르코니를 만나 미국을 라디오와 텔레비전의 선두주자로 만들었고, 레이 크록이 캘리포니아 주 사막을 니난 샌버나디노에 있는 괴상한 팔각형 모양의 햄버거 가게을 알게 되어 맥도널드 형제로부터 프랜차이즈 사업권을 52 세에 따게 된 것도 거의 평생을 프랜차이즈를 할만한 아이덴티티(identity 유일무이한 고유성)을 찾아 헤맨 덕분이었다.

 

 



 

 

  시간이 지난 지금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한편으로는 무식하고, 한편으로는 순진한 구석을 발견하게 된다. 결코 경제학적으로 효율적이지 않고, 합리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자신이 꿈꿔온 일을 할 수만 있다면 <파우스트>의 멤피스트에게 영혼이라도 팔려 했던 이들의 노력과 열정을 보면 오늘날 CEO들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충분히 짐작하게 된다. 독자로서 이를 짐작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풍부한 지식과 통찰력을 지닌 저자가 죽은 CEO들의 사례를 소개할 때마다 오늘날의 기업과 CEO들의 사례를 비교하고 문제점과 해결책을 즉답형식으로 제시하고 있어 읽어나가면서 답을 얻게 된다. 저자만의 관심에서 대답한 것이기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거나 ‘이 사람아, 그건 당신 생각이 틀렸지!’하며 반박하고 싶은 케이스들도 만나게 된다. 하지만 그 부분을 독자가 새로 재인식하게 하는 공간으로 배려해 두었다고 억측한다면 너무 우호적인 시선이 될까?

 

  오늘날 인구에 회자되지 않는 CEO들의 평전이어서 자칫 지루해지거나, ‘So What?' 즉, ’그래서 이들이 한 일이 오늘날과 무슨 상관이냐?‘고 반문할 법한 이야기들을 토드 부크홀츠만의 독특한 구성과 필력으로 재미있고 쉬이 읽히게 했다. 그의 전작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를 ’세계 대학 경제학도의 입문서‘라고 부르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본다면 이 책은 ’세계 대학 경영학도의 입문서‘라고 불러도 부족함이 없겠다.

 

  이 책에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죽은 CEO의 살았있는 아이디어>의 경영인들은 온전히 ‘기술자’ 집단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경제학이나 경영학을 전공하지 않은 평범한 무지렁뱅이라는 것이다(나중에 기업의 활성화를 위해 따로 공부를 한 CEO가 있긴 하다). 하지만 100 년 남짓한 ‘경영학’의 근본이 이들이 만들어낸 기업의 역사 속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CEO의 근본은 ‘경제 경영학’ 학위를 얻거나, MBA를 취득한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몸소 뛰면서 얻어내는 ‘일체험’에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특히 경영학에 있어 진정한 CEO 학습은 책상물림 이론가들의 ‘경영이론’에 있는 것이 아니라 ‘땀과 노력을 통해 현장’에서 얻어진다는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광우병과 미국을 주축으로한 글로벌리즘의 상징이 되어 최근 10여 년 동안 냉대받았던 맥도널드의 창업자인 레이 크록을 거론한 점을 높게 평가하고 싶다. 그야말로 오늘날의 프랜차이즈를 있게 한 ‘장본인’이자, 요식업의 표준을 이끌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레이 크록’을 읽으면 점포수가 가장 많으면서도 가장 천대받는 국내의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나아갈 바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레이 크록에 집중한다고 해도 리뷰를 쓸 만큼 유익했다). 특히 뱅크 오브 아메리카를 세워 은행의 대중화를 이끈 아마데오 피터 지아니니를 알게 된 점이 인상적이었고, 라디오와 텔레비전을 일반에게 배포한 데이비드 사노프를 만난 점도 유익했다.

 

  한편 소니의 이키오 모리타에 대한 토드 부크홀츠의 평가는 공감하기 힘들었다. 그가 10 명의 CEO 중에서 유일하게 동양인이라는 점에서 ‘그러면 그렇지’라고 인정할 법도 하지만 일본을 전혀 가지 않고 일본에 대해 글을 썼음에도 지금까지 가장 일본에 대해 잘 이야기 한 책으로 손꼽히는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이 있다는 점에서 저자가 그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하지만 갈 길을 잃은 소니Sony 호에 대한 저자의 우려에는 같은 공감을 한다. 소니의 오늘같은 부유浮游는 창업자가 가졌던 ‘기술자적 마인드’가 결여된 까닭은 아닐까? 그 마인드를 스티브 잡스에게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조언해주고 싶다.

 

  이 책은 위대한 경영자들의 작은 평전이자, 살아있는 경영학의 역사서다. 재미있고 쉬이 읽히는 면에서는 최고로 꼽고 싶다. 게다가 경영적 교훈과 가르침을 전하는 친절함에도 여느 경제경영서에 비해 단연 손꼽힌다이 책으로부터 얼마나 깊이 배우는가 하는 점은 이제 독자의 몫이자 역량이다. 토드 부크홀츠가 엮어내는 ‘21세기 살아있는 CEO'의 이야기도 기대하게 한다. 대한민국의 죽은 CEO들의 이야기도 이처럼 엮여진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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