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 인간의 경제학 - 경제 행위 뒤에 숨겨진 인간의 심리 탐구
이준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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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준구 교수, 전통 경제학을 버리고 행태주의이론을 채택하다!

 

  이 책은 경제학관련 분야로는 조금 특별하고 기념비적이다. 미시경제학과 재정학분야에서 대표적인 주류경제학자인 이준구 교수가 이 책을 통해 일종의 ‘커밍아웃’을 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미 간결한 문체와 친절한 설명으로 <경제학원론>,<미시경제학>,<재정학> 등을 펴낸 바 있고 경제학도라면 그가 쓴 이 책들을 최소한 한 권 이상은 읽었을 정도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잠시 눈을 돌려 행태경제이론behavioral economics에바람이 났다. 기존의 연구에 대해 반기를 든 셈이다. 

  어쩌면 그는 인간이 자신의 이익을 합리적으로 추구하는 ‘이코노미컬한 인간‘이라는 전제에 사로잡힌 전통적 경제이론의 ’비합리성‘에 질렸는지 모른다. 한편으론 평생을 경제학 교육에만 힘을 쏟던 그가 ’삐딱선을 타고 삼천포로 흘러들어가는‘ 한국경제의 현실을 더 이상 눈뜨고 못봐주겠다는 마음에 올바른 경제정책을 제시하기 위해 강단에서 한 발을 내렸는지도 모른다. 글로벌 경제시대에 걸맞게 국내는 물론 국제경제에 대한 관심이 유독 높아진 국민들의 지적 수요를 지금까지 국내 경제학자들이 충족해주지 못했고, ’괴짜 경제학‘, ’경제학 콘서트‘, ’상식 밖의 경제학‘ 등 외국인 경제학자에 의한 쉬운 ’행태주의 경제학’ 책들이 출간되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현재 이준구 교수의 ‘커밍아웃’으로 만들어진 <36.5℃ 인간의 경제학>은 독자로서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 교수가 행태경제이론에 눈을 돌린 이유는 단순한 일탈이 아니었다. 한 마디로 ‘진실을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현실의 경제정책의 불합리성은 전통 경제이론의 틀에 얽혀 있는 자들이 내린 ’합리적인 선택‘에 의해 내려진 결과물이다. 그래서 현실적으로는 경제정책이 불합리적인 성격을 띠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정자들은 ’경제원칙‘에 입각한 효율적인 정책이라고 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다. 즉, 프레임이 바뀌지 않으면 보이는 세상 역시 변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 였다. 이 교수는 늦게나마 행태경제이론 연구에 관심을 두게 된 변辯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간의 본성을 제대로 알고 그것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으로 틀을 짜야 좋은 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인간의 본성에 어떤 결이 있다면 그 결을 따라 움직이도록 부드럽게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틀을 짜야 한다는 말이다. 그 결을 거스르는 방향으로 정책의 틀을 짜면 비용만 많이 들 뿐 기대하는 성과는 나오기 힘들다. 바로 그 정이 행태경제이론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이다. (중략)

행태경제이론은 인간 본연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려고 노력한다. 인간이 정말로 이기적이고 합리적인 존재인지를 검증해 보자고 제의한다. 그리고 그렇게 찾아낸 인간 본연의 모습에 기초해 경제이론을 다시 써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행태경제이론에서는 인간의 체취가 물씬 풍긴다. 전통적인 경제이론에서는 도저히 느낄 수 없는 36.5℃의 따뜻한 체온을 느낄 수 있다.“ 본문 7-8 쪽

  이 책은 이준구 교수가 지금껏 자신이 공부한 ‘행태경제이론’을 간략하게 요약한 책이라고 보면 된다. 저자 자신이 행태경제이론에 눈뜬 지 얼마되지 않았고, 현재 신학문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고 책에 고백하기도 했는데, 난 학문적 입지에 있어 누구도 넘보지 못할 만큼 탄탄한 위치에 있는 저자가 느즈막히 새로운 학문에 도전한 것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의 연구분야에 대해 수십 년 동안 수백 수천 명의 학생들을 가르쳐 왔던 그에게 이러한 ‘변화’는 자못 위험스럽기까지 한 시도이기 때문이다. 바라건대 저자의 이러한 변화의 이유가 경제정책 수립에 직접 참여하는 위정자들 중에는 자신의 제자들이 적잖았기에 이를 통감하고 미래의 경제 정책 입안자들을 위해 새로운 경제학 코드의 접목을 시도한 것이라면 좋겠다. 

  저자는 우선 경제학에서는 인간을 끝없는 욕망과 완벽한 합리성을 갖춘 인간, 즉 ‘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 경제적 인간)로 가정한 주류 경제학에 태클을 걸었다. 백해무익한 담배를 끊는다고 다짐하면서도 끊지 못하는 사람들, 야식과 함께 다이어트 약을 먹는 여성들, 단지 싸다는 이유로 별 필요도 없는 상품을 충동구매하는 소비자들 등, 현실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경제행위는 결코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행태경제이론은 이러한 비이성적이고, 불합리한 인간을 설명하기 위해 경제학과 심리학이 결합된 새로운 경제학의 대안이다. 행태경제이론의 시작은 바로 우리들은 주류경제학이 말하는 것처럼 결코 ‘아인슈타인처럼 생각하고 간디처럼 인내심이 많은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행태경제이론을 접하면 주류경제학이 설명할 수 없었던 인간들의 경제행위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매일같이 직접 경험하면서도 지금까지 인식하지 못했던 부분을 언급하고 있어 점쟁이를 만난 듯 놀랍고 신기함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의 전체적인 내용은 기존에 나온 행태경제이론에 대한 책들과 내용면에서는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의미를 둔다면 서 너 권의 책을 종합하고 요약해 엑기스만을 한 권에 담았고, 국내의 경제상황에 맞는 사례를 들고 있어 이해가 쉽고, 잘못된 경제정책들의 원인을 모색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저자가 지난 봄 펴낸 <쿠오바디스 한국경제>이 국내 경제정책의 모순과 폐해, 그리고 비현실성을 낱낱이 지적했다면, 이 책은 이러한 원인이 주류경제학적 근거에 바탕하고 있음을 역설하고 있었다. 이를 잘 설명하고 있는 대목이 있다.  

  “나는 행태경제이론의 영향력이 이론보다 정책의 측면에서 훨씬 더 빠르게 확대되리라고 본다. 기본 골격을 바꾸기가 어려운 이론과 달리, 정책의 경우에는 기존의 체계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따라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정책에 활용될 수 있는 길은 언제나 넓게 열려 있는 셈이다. 행태경제이론은 정책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의 보고라고 말할 수 있다.” 본문 288-289 쪽

  책의 전반에 걸쳐 행태경제이론에 대해 놀라고 있는 저자를 발견하게 된다. 전작들이 자신이 많은 연구를 통해 얻은 결과물을 전하는 내용이었다면, 이 책은 흥미롭고 즐거운 분야에 대해 공부한 학생이 레포트를 낸 듯 하다. 마치 몇 년 묵은 체증이 가라앉은 듯 갈증을 해소한 듯 깨달음에 이른 저자의 목소리는 밝기만 하다.   

  “솔직히 말해 나 자신도 행태경제이론을 공부하면서 종전에 아맂 못했던 새로운 사실들을 눈 뜨게 되었다. 전통적 경제이론에만 매달려 있던 나는 새로운 지평이 열리는 것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이와 같은 변화는 정책을 보는 내 시각에도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인간은 완벽하게 합리적이지도 않고 언제나 이기적이지도 않다는 사실을 밑에 깔고 저액을 보는 버릇이 생겼기 때문이다. (중략)

  행태경제이론 덕분에 이제 나는 훨씬 더 현실성 있고 균형 잡힌 정책 평가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느낀다. 뿐만 아니라 이 이론에 접하고 나서부터 경제학이 더욱 흥미로운 학문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해 경제이론 중에는 이론을 위한 이론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없는 것들이 많다. 단지 논리의 유희라고 볼 수 있는 것들도 많이 있음을 부정하기 힘들다. 이에 비해 인간 본성의 진실을 탐구하는 행태경제이론을 생동하는 현장감으로 가득 차 있다.

내 학자 인생에서 행태경제이론을 만난 것은 뜻밖의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아쉽게도 나 같은 행운을 누리고 있는 사람의 숫자는 지극히 적다. 일반 대중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경제학자들 중에도 이런 이론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잘 모르는 사람이 아직 적지 않은 형편이다. 내가 다른 사람보다 비교적 일찍 이 이론에 눈을 뜨게 된 것을 큰 다행으로 생각한다.” 본문 289- 290쪽 

  이 책의 의미에 대해 저자는 독자와 함께 ‘행태경제이론’을 공부해 보자는 초대장 역할을 한 것이라고 스스로 책에 밝혔다. 이 말은 곧 기존의 경제학 교과서만으로는 경제학의 모든 부분을 설명할 수 없다는 고백임과 동시에 대한민국 대표 경제학자인 이준구의 미래 연구과제는 ‘행태경제이론’임을 예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교수의 이 언급은 대한민국 경제학에도 ‘행태주의이론’이 많이 채택될 거라는 선언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이를 계기로 행태경제이론이 단순히 ‘재미 삼아 읽는 경제학’ 정도의 수준을 넘어 경제정책 방향에도 큰 영향을 미칠 만큼 발전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그래서 저자가 <경제학 콘서트>의 팀 하포트와 <상식 밖의 경제학>의 댄 애리얼리에 버금가는 멋들어진 책을 만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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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팟의 백스테이지를 엿보다 - 아이디어를 성공으로 이끄는 전략
필 베이커 지음, 조창규 옮김 / 시그마북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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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낚인 책. 이 책에 '아이팟'은 없다!

  유난히 여색女色을 밝히던 대학 동기 주진이가 자취생 대여섯 명을 제 방으로 불러모은 이유는 ‘찐한 비디오’를 세운상가에서 입수했기 때문  이었다. ‘누나의 행위’ 라는 제목은 한 겨울 야심한 밤에 하릴없어 등이나 긁고 있던 복학생들을 한데 그러모으기에 충분할 만큼 매력적이었다. 졸지에 호스트이자 야한 비디오의 공급책이 된 녀석은 한 명당 얼마씩 관람비를 받아 맥주와 주전부리를 깔아 두었다. 기기묘묘한 소음을 내는 VTR에 플레이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녹색 불이 들어오고, 벌개진 열 두 개의 눈들이 브라운관이라는 먹지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FBI WARNING'이라는 대문자 경고문과 함께 한참을 읽어야 해석될만한 영문이 페이지를 가득 채우더니 서서히 페이드 아웃 되더니 요란한 음악이 들리기 시작했다. “I will follow him~Follow him wherever he may go~" 주인공은 수녀복을 입은 코미디언 ‘우피 골드버그’였고 영화의 원제목은 ‘Sister Act'였다.

  외서外書를 번역한 책들을 살피다 보면 가끔 ‘누나의 행위’ 사건이 떠오른다. 엄연히 책의 내용에 걸맞는 훌륭한 제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출판사의 재량으로 제 멋대로 제목을 붙여놓은 사례들을 발견하면 그들이 무슨 생각에서 이런 ‘무모한 짓‘을 했는지 물어보고 싶어진다.

  켄 블랜차드의 책처럼 제목을 바꿔 성공한 케이스도 없잖아 있긴 하다. Whale done 이라는 원제목의 책이 처음에는 "YOU Excellent!:칭찬의 힘"으로 제목을 바꿨을 때 2만 부를 팔았는데,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제목으로 바꾸어서 20만 부 이상을 팔았던 사례는 지금도 출판계의 전설로 알려져 있다. ’칭찬의 힘이 아니라 제목이 힘’인 셈이다.

  반면 단순히 독자들의 시선을 낚기 위해 책 제목과 내용이 전혀 맞지 않은 실망스러운 책들이 너무나 많다. 책 <아이팟의 백스테이지를 엿보다>(시그마북스)은 내가 최근에 제목에 낚인 책 중 하나이다. 이 책의 원제목은 From concept to Consumer 풀어보자면 ‘컨셉에서 소비자까지‘이다.

  책 자체로 보면 특별하고 괜찮은 책이다. 이 책은 저자가 프로듀서의 입장에서 제품개발의 아이디어부터 제품이 소비자의 손에 넘겨지기까지의 과정을 자신의 지난 경험을 토대로 구술함으로써 제품개발자들에게 시행착오를 줄이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에는 아이팟의 백스테이지는 고사하고 ‘아이팟’이라는 단어도 몇 번 언급되지 않는다. 올 해 연말 국내에 강타한 ‘아이폰 열풍’에 대한 이해와 애플의 미래를 살펴보고자 했던 나같은 독자는 ‘책제목’에 제대로 낚인 셈이다. 

  처음 몇 장을 넘기면서는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서두가 꽤 길다’고 느꼈다. 애플과 아이팟이 언제쯤 나올까 묵묵히 지켜보며 페이지를 계속 넘겼고, 중반에 이르러 ‘뭐가 잘못됐다’는 기분에 원문제목을 확인하고 낚인 것을 알았다.

“책을 몇 장 넘기다가 아니다 싶은 책을 만나거든 가차없이 덮어라.”고 일본의 다독가 다치바나 다카시가 조언을 했었건만, 그에 필적하는 내공도 갖추지 못했거니와 지금껏 읽었던 시간과 공력이 아까워 마지막 장까지 거의 스킵skip하듯 읽어나갔다. 책 속에서 아이팟을 찾은 내게는 아쉽고 어처구니없었지만, 제품개발자와 벤처기술자라면 일독할 만한 좋은 책이다.

끝까지 읽은 덕에 한 가지 건져낸 것이 있다면, ‘제품의 아이디어를 시장까지 이끌어가는데 유용한 10가지 규칙’(부록A) 정도가 될 것이다.   


  1. 단지 훌륭한 제품을 갖는 것만으로 성공을 보장받을 수는 없다. 만들어놓는다고 고객들이 찾아와주는 법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2. 강력한 관리자와 작고 집중적인 다기능 팀을 활용해 제품을 개발해야 하며, 그들에게 빠른 의사결정을 위한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3. 발명 자체 만큼이나 개발 과정에 있어서도 창의적이어야 한다.    4. 완전한 제품을 만들겠다는 망상에 사로잡혀서는 안 된다. 빠른 시장진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5. 잠재 고객들과 얘기해보고, 실제 어떻게 하는지 관찰하는 등 간결하고 상식적인 차원의 제품 테스트를 시행하는 것이 좋다.   6. 잘 할 수 있는 일들은 직접하되, 다른 사람이 잘 하는 일은 외주를 활용하라. 이미 구현되어 있는 것들을 다시 개발할 필요는 없다.   7. 경쟁자와 같이 생각하라. 첫 제품을 만드는 동안 후속 제품을 구상하라. 그리고 당신 제품에 대한 최고의 경쟁 제품을 스스로 만들어 내라.    8. 당신이 활용하게 될 판매와 유통채널을 이해하고, 경쟁력 있는 판매 가격을 가능케 하는 생산 원가를 맞춰내야 한다.    9. 간접 판매 혹은 유통채널에 대한 세밀한 관찰을 지속하라. 제품이 얼마나 팔릴지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기 전까지는 부품이나 제품의 제고를 많이 가져가면 곤란하다. 과잉 재고보다는 부족 재고가 더 낫다.    10. 당신 스스로의 과대광고를 맹신하지 마라.    본문 210 쪽

  이 책의 전체적인 내용을 요약한 위의 글만 보더라도 일종의 기술자(제품 개발자와 발명가)들을 위한 마케팅 입문서다. “운명이란 바로 그대들이 지닌 책, 책은 저마다 운명을 품고 있으니...”라는 오토 슈토에즐의 말이 있듯 책의 운명은 독자에 따라 변하는 법이다. 즉, 내가 보기엔 아무런 쓸모가 없는 듯 보이는 책도 다른 독자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책이 될 수 있다. 한마디로 책의 가치는 독자의 소용에 따라 달려있다는 말이다. 어쩌면 당연한 말 같은 이 진리는 한 가지 중요한 뜻을 품고 있다. 바로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몸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이 책의 원서는 자국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을 법하다. 제품의 개발자의 입장에서 후배들에게 자신의 시행착오를 고백함으로써 계몽을 하는 책은 좀처럼 만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발명가나 벤처의 CEO등 자칫 ‘내 제품이 세계 최고의 기술이다’며 제품이 만들어지기만 하면 날개돋힌 듯 팔릴 거라 생각하는 이른 바 ‘생산자의 오류’에 빠지기 쉬운 이들에게 이 책은 훌륭한 조언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책은 일반 독자들이 흥미를 갖고 읽고 박수를 치기에는 무리가 있다. 더구나 이 책은 '프로토타입'(형태를 가진 시제품)‘의 제품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혹 아이팟이나 아이폰 등에 연동되는 애플리케이션, 즉 눈에 보이지 않는 제품과 서비스를 을 제작하는 개발자가 이 책에 관심을 둔다고 해도 처음부터 '핀트가 나간' 방향으로 전개되기 때문이다. 또한 수십 년 전에 있었던 제품들도 사례로 들고 있어서 작금의 마케팅 상황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도 적절하지 않다.  아이팟의 백스테이지를 엿보다’라는 제목을 살펴보건대 이 책을 국내로 들여온 출판사는 다중을 상대로 이 책을 읽히기를 바란 것 같다. 그렇다고 보면 이 책은 독자대상의 컨셉부터가 잘못된 케이스다. 잘 살피지 않고 무턱대고 책장을 넘긴 내게 가장 큰 잘못이 있음을 인정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책의 제목에는 불편함을 지울 수가 없다. “책을 고를 때 제목에 낚이지 말라”. 이 책을 통해 새삼 배운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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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프리 - 비트 경제와 공짜 가격이 만드는 혁명적 미래
크리스 앤더슨 지음, 정준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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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 퍼 주고, 그 속에서 금맥을 찾아라. 이것이 미래 기업이 살 길이다!

 

  “공짜 술 한 잔 보고 십리 간다.“는 우리 옛말이 있다. 그리고 ”공것이라면 양잿물도 먹는다.“는 말도 있다. 모두 공짜라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거두어들이려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비꼬아 이르는 말이다. 나 역시 ”공짜“라는 팻말을 보면 가던 길을 멈추고 ‘도대체 뭐길래..?’ 하며 기웃거리는 공짜에 약한 사람이다. 사람들이 공짜를 좋아하는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손해 볼 염려가 없기 때문’이다. 심리학적으로도 사람들은 얻는 즐거움보다 잃는 괴로움을 두 배가량 더 크게 느낀다는 연구결과가 있을 것을 보면 사람들이 ‘손해 볼 염려 없는 공짜’를 좋아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장사꾼들은 이러한 사람들(소비자)의 ‘공짜심리‘를 모를 리가 없다. 공짜를 이용한 이른바 공짜 마케팅은 예전부터 있던 장사술중 하나였다. 당장 재래시장을 살펴보자. 어물전에 들려 젓갈을 사기 전에 손님은 이쑤시게로 집어서 한 입 먹어본다. 과일가게를 들려도 수박, 사과, 배 등을 깎고 숭덩숭덩 썰어놔 상품의 가치를 짐작하게 진열해 놓고 있다. 어디 그 뿐인가? 무엇이든 한 무더기를 사면 한웅큼 집어서 보따리에 더 담아주는 ’덤‘도 공짜요, 행여 무거울까 집까지 배달해주는 운송료도 공짜마케팅에 속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이런 ’공짜‘없이 무슨 물건을 살까 싶을 만큼 ’공짜‘는 물건을 사는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21세기 들어 시장은 더욱 뜨겁게 공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판매방법도 예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말 그대로 ‘공짜’를 마구 퍼주고 있는 것이다. 손님이야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일이지만, 과연 ‘이렇게 막 퍼줘도 괜찮은겨?’ 기업을 걱정을 정도다. 정말 그렇게 공짜를 남발해도 기업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살아남는다면 그들은 무엇으로 돈을 버는 것일까?



 

    책<프리;free>는 21세기 마케팅의 대세로 자리 잡고 있는 ‘공짜마케팅’에 대해 이야기한 책이다. 저자는 롱테일 이론의 창시자이자, 베스트셀러 <롱테일 경제학>을 쓴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이다. 전작 <롱테일 경제학>이 저장과 유통 비용이 제로zero인 온라인의 잇점이 롱테일이라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 가능하게 한다는 점을 이야기했다면, 이 책은 한계비용이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제품과 서비스로 어떻게 수익을 일으켜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했다. 저자는 앞으로의 비즈니스, 특히 온라인 비즈니스 시장은 공짜일 수밖에 없다면서 그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시장에서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21세기의 공짜는 전 세기까지 추구해 왔던 ‘말뿐인 공짜’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웹은 인간의 지식과 경험과 표현이 집적된 세계 최고의 집적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유통비용 제로의 디지털 배급 시스템으로부터 오늘날의 웹의 기적이 일어났다. 공짜 진열공간이 바로 그런 기적을 촉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공짜는 아무런 조건도 붙어 있지 않다. 그것은 향후 매출을 올리기 위한 미끼가 아니라 진정한 공짜다...21세기의 공짜는 20세기의 공짜와 다르다. 원자 시대에서 비트 시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현상이 변화를 일으켰다. 공짜가 진정한 공짜가 된 것이다.” 본문 22 쪽

  저자는 비트 시대(21세기)의 공짜는 원자 시대(20세기)의 공짜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 차이는 이렇다. 20세기의 공짜는 ‘말 뿐인 공짜’다. 공짜를 대신한 사은품, 증정품, 할인 등의 혜택이 공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최초에는 내 지갑에서 돈을 꺼내어 물건을 사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본다면 공짜로 받는 만큼 깎는 ‘에누리 효과’는 얻을 수 있지만,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대가를 치르는 마케팅 술책 중 하나일 뿐 공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세상인 비트 시대의 공짜는 다르다. 말 그대로 공짜다. 돈 한 푼 내지 않고 가입만 하면 메일, 블로그 등 다양한 서비스를 공짜로 얻을 수 있다. 싸이월드 홈페이도 공짜다. 온라인 공간상에서 우리가 누리는 공짜 혜택은 ‘그것이 정말 공짜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짜투성이다. 게다가 기업들은 ‘공짜로 더 퍼주지 못해 안달’하고 있다. 이것이 어떻게 해서 가능할까? 저자는 인터넷 세계는 프로세서, 대역폭, 그리고 저장장치라는 세 가지 기술에 힘입어 가격 하락을 배가시켜 종국엔 한계비용이 제로Zero, '0'에 이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러한 공짜경제 속에서 수익을 올리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구글과 같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과연 공짜경제 속에서 생존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일까?

  그 설명에 앞서 살펴야 하는 것은 우리 일상 속에서 만나는 공짜는 어떤 것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 크리스 앤더슨은 네 가지의 공짜모델을 제시했다.    



 

   공짜모델1 - 직접 교차보조금(기업이든 스폰서든 누군가 돈을 대신 내주는 형태)

공짜 상품: 다른 무엇인가를 유료 구입하도록 당신을 유인하는 모든 상품

공짜 수령자: 궁극적으로 이런저런 방식으로 비용을 지불하게 될 모든 사람

예: 1+1 증정행사, 이동전화 상품, 패키지 상품

 

  공짜모델2 - 3자간 시장

공짜 상품: 콘텐츠, 서비스, 소프트웨어 등

공짜 수령자: 모든 사람

예: 라디오, TV, 신문, 잡지 등 - 광고주가 대신 비용을 대는 형태

 

  공짜모델3 - 프리미엄Freemium Model

공짜상품: 고급 유료 버전과 겨루는 모든 상품

공짜수령자:기존 버전 이용자

예: 어도비의 포토샵의 고급 버전을 구매하는 유료 이용자 1명이 체험판을 내는 이용자 19명의 비용을 부담하는 형태

 

  공짜모델4 - 비금전적인 시장

공짜상품: 사람들이 대가를 기대하지 않고 공짜로 제공하는 모든 것

공짜수령자: 모든 사람

예: 위키피디아, 블로거 등 - 일종의 기부 경제로 이들은 명성과 관심, 표현 등의 비금전적인 인센티브를 얻는다.

 
  저자는 앞선 두 가지의 공짜모델 즉, 교차보조금과 3자간 시장은 원자 시대인 20세기의 공짜모델이고, 21세기를 대표할 공짜 모델은 세 번째인 ‘프리미엄 모델’(= free+premium의 합성어로, 모료 서비스로 고객을 끌어들인 후 고급 기능을 유료화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제품을 널리 알리는 데에는 공짜버전(체험판 등)을 제공하고, 고급형은 유료화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을 말한다. 저자는 이를 두고 ‘시장 세분화Market segmentation'이라 불렀다.

  덧붙여 비트 시대에 있어 또 하나의 공짜모델로 제시되고 있는 것은 바로 비화폐 시장, 즉 비금전적 시장이다. 위키피디아나 블로그 등과 같은 공짜모델들은 관심 경제와 명성 경제가 돈을 대신하고 있다. 이들이 제공하는 노동은 공짜다. 그래서 이들이 제공하는 경제는 순수한 ‘기부경제’이고, 기부경제에 쏟은 노동의 보상은 다른 블로거나 유저들로부터 얻는 존경과 관심, 표현 그리고 청중(팬)이다. 이러한 보상은 트래픽(방문)으로 이어지고 광고 클릭수를 높여 금전으로 되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금전을 추구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 본연의 ‘이타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공짜 노동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요컨대 좋아서 무료로 하는 일이 월급을 받기 위해 하는 일보다 종종 더 즐겁다. 살려면 어쩔 수 없이 무엇인가를 먹어야 하지만, 매슬로우가 보여준 것처럼 먹는 것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창의력도 발휘하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도 받으면서 사회에 공헌할 기회는 매슬로우가 다른 욕망들보다 중요하게 평가한 자아실현 욕구와 일맥상통한다. 웹에서 자발적 참여가 넘쳐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웹 덕분에 사람들은 창의력을 발휘하고, 무엇인가에 기여하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무엇인가에서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어 행복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몇백 년 동안 그러한 비화폐를 생산할 경제적 잠재력을 지닌 채 그것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 및 도구들의 출현을 기다려왔다. 그리고 웹이 바로 그러한 도구들을 제공했고, 그 때문에 갑자기 무료 교환 시장이 부상하게 된 것이다.” 본문 298 쪽

  더불어 저자는 기존의 공짜 비즈니스 개념에 대한 오해와 반론들 중에서 중요한 14가지를 나열하고 그에 대해 각각의 사례를 들어 답변을 제시했다. 원자 시대와 비트 시대의 과도기에 있는 지금 두 가지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나아가 책의 말미에 미래의 공짜 비즈니스의 방향(공짜의 규칙)을 예측하고, 저자가 공짜 경제 시대의 유일한 생존방법으로 제시한 효과적인 프리미엄Freemium을 독자들이 효과적인 활용하는 방법(프리미엄 전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오늘날 우리가 일상에서 수없이 만나는 공짜 비즈니스 모델들을 유형별로 정리(50가지 공짜 비즈니스 모델)해 제시했다.

  크리스 앤더슨이 제시하는 비트 시대의 공짜경제를 살펴보면서 아쉬웠던 점은 사례로 제시한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들이 하나같이 세계적인 온라인 기업으로 거듭난 기업만을 소개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여전히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고, 이들이 펼치는 비즈니스 모델들이 표본이라면 무어의 법칙만큼이나 빠른 속도의 지금의 경제환경에서 신생업체들이 거대 기업을 상대로 나아가야 할 바는 무엇일까 의문을 두었는데 끝내 그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온라인 시장의 대표적인 마케팅이라 할 수 있는 ‘공짜경제’에 주목하여 공짜의 역사에서부터 시작해 공짜가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유, 그리고 공짜 마케팅 유형과 성공적인 공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방법들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 크리스 앤더슨이 제시한 공짜경제Freeconomics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롱테일 경제학>의 후속타로서 전혀 손색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국내 독자로서 숙제가 있다면 이 책을 어떻게 소화해야 할 것인가 하는 부분일 것이다. 작금의 온라인 시장을 살펴보면 이미 ‘규모의 경제’를 이룩한 거대 온라인 사업자들은 막대한 자금과 네트워크를 통해 신생기업들의 아이디어를 사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이 책에서 언급된 기업들은 거의 대부분 미국업체가 아니던가? 이들이 만들어낸 컨텐츠는 충분한 마켓쉐어가 있기 때문에 95%의 공짜 유저와 5%의 유료 유저로 운용이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의 신생업체가 이들을 비즈니스 모델로 삼는다면 과연 그들처럼 시장을 키울 수 있을까?(국내에서 먼저 개발된 싸이월드가 미국에서 철수한 점과 뒤늦게 개발된 페이스북이 전 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현실만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생각을 확장해 보면 이러한 공짜 경제의 도래는 신생기업들의 성장을 가로막는 ‘사다리 걷어차기’가 될 것이고, 이는 가상공간에서의 승자독식사회가 자리매김을 하는 것은 아닐까 우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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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즈 : 입소문으로 팔아라 - 고객을 전염시키는 소리
엠마뉴엘 로젠 지음, 송택순 옮김, 이주형 감수 / 해냄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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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입소문마케팅의 백미는 나쁜 입소문을 적극 경청하고 수정해서 옹호자로 만드는 것이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말이 있다. 또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말도 있다. 말만 잘 전하면 누구에게든 전할 수 있고, 그 파장은 비용 하나 없이 천리만큼 퍼뜨릴 수 있다. 사람들의 수다, 즉 ‘말言 의 힘’을 마케팅 방식으로 채용한 것이 ‘입소문 마케팅’이다. 동양은 물론 서양에까지 속담이 있을 만큼 대단한 입소문의 위력을 사람들은 알고 있으면서도 그 위력을 측정하기 어려운 탓인지 20세기까지만 해도 한낱 요행으로 얻어지거나 사실보다 과장되는 허구라고 평가되어 왔다. 하지만 인터넷과 IT 붐을 경험한 21세기에 들어와서 오프라인이 뿐 아니라 온라인이라는 가상의 대화공간이 생기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엠마뉴엘 로젠은 입소문을 마케팅의 한 수단으로 보고 여러 가지 사례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개념과 구체적 전략을 분석해서 <입소문으로 팔아라The Anatomy of Buzz: How to Create Word of Mouth Marketing>는 책을 내면서 ‘입소문 마케팅’을 처음으로 소개했다. 

  책 <버즈, 입소문으로 팔아라The Anatomy of Buzz Revisited: Real-life lessons in Word-of-Mouth Marketing>(해냄)은 2000 년에 출간된 <입소문으로 팔아라>의 개정판이다. 이 책은 입소문 마케팅에 대한 최신 연구 성과와 사례들과 입소문 측정의 필요성, 스토리텔링, 참여의 힘, 윤리적 문제, 이야깃거리, 2차적 입소문, 시각적 입소문 등에 대한 내용이 추가되어 거의 다시 쓰여진 책이다. 전작을 아직 읽지 않았다면 전작을 먼저 살펴보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이번 책은 ‘입소문 마케팅’에 대한 개념과 입소문 마케팅이 ‘왜 중요한지’에 관한 내용은 생략했기 때문이다.(저자는 이제는 그런 개념을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확산되어서 뺐다고 한 만큼 입소문 마케팅에 대한 개념을 비즈니스와 생활을 통해 익히 파악하고 있다면 굳이 읽지 않아도 되겠다). 



 

    우리는 왜 입소문을 낼까? 그 이유를 찾기 전에 우선 책의 제목이기도 한 버즈buzz에 대해 알아보자. 버즈buzz는 입소문을 뜻하는 말로, 원래 벌들이 윙윙거리는 소리를 나타내는 의성어이다. 벌들은 춤을 통해 의사소통을 한다. 꿀벌은 꽃을 찾으면 벌집으로 돌아가 춤을 추며 buzz buzz 소리를 냄으로써 다른 벌들에게 꽃이 있는 곳을 알려준다. 정보 공유는 벌 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도 생존을 위한 매우 효과적인 매커니즘이다. 다시 말해 정보지식 시대에 정보공유을 뜻하는 입소문은 생존을 위한 의사교환 수단인 것이다.

  입소문에 대해 내린 저자의 정의는 이렇다. “이 책에서 입소문이라는 용어는 ‘현재나 과거의 고객 또는 잠재 고객들 사이에 언어적,시각적으로 전달되는 모든 개인 간 커뮤니케이션’을 일컫는다.”(본문 25쪽) 입소문의 시작은 바로 언급comment다. 이러한 언급은 직접 대면, 전화, 메신저, 이메일, 블로그 등을 통해 전달된다. 저자는 입소문 중에서 사람들 사이의 사회적 상호 작용의 일부로서 무작위로 튀어나오는 입소문은 제외하고 작위적인 입소문, 즉 기업 활동의 방아쇠trigger를 당기는 역할을 하는 입소문에 집중했다.

  우리는 이 말에 주목해야 한다. 입소문 마케팅은 작위적인 입소문이고, 의도적으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언급을 조장하는 마케팅이므로 입소문 마케팅을 벌이기 전에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제품과 서비스의 질이 훌륭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용에 비해 가치가 있는 제품과 서비스라면 언젠가 당연히 소비자의 사랑을 받을테지만, 굳이 일부러 입소문 마케팅을 펼치는 이유는 공급자의 측면에서는 우리 제품보다 더 좋은 경쟁제품이 언제 나올지 모르는 공급 초과 시장이기 때문이고, 마케팅적 측면에서는 웹2.0을 기반으로 한 소비자 주권의 시장에서 입소문 마케팅의 위력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입소문 마케팅의 전제조건은 ‘가치 있고 뛰어난 제품과 서비스’ 여야 한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입소문 마케팅은 ‘칭찬’이 아닌 ‘불만’을 베이스로 한 마케팅으로 변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입소문 마케팅의 전파자는 바로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입소문 마케팅 워크숍’에서 ‘당신의 제품은 올바른 것인가?’하는 질문으로 입소문 마케팅에 앞서 기업 스스로가 명심해야 할 일련의 질문들을 제시했다. 

 
-당신은 우수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가?

-당신 제품은 사람들의 삶을 개선시키는가?

-사람들이 ‘와!’하고 놀라는 효과를 창출할 또 다른 기회들이 있는가?

-당신 제품은 눈에 띄는가, 그리고 더 눈에 띄도록 만들 수 있는가?

-추상적인 개념들도 눈에 띄게 만들 수 있는가?

-당신은 새로운 것을 제공하는가?

-당신 제품은 준비되어 있는가?

  저자는 순수한 형태의 입소문은 사람들이 좋은 제품을 찾기 위해 이용하는 여과 체계이기 때문에 대부분 긍정적이라고 말한다. 조언을 부탁하는 사람은 궁극적으로 어떤 제품을 피해야 할지보다는 어떤 제품을 사야 할지 알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또한 소비자로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부정적인 경험보다는 긍정적인 경험을 전반적으로 더 많이 이야기하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프레드 레이켈트의 책 <1등 기업의 법칙>이 말한 입소문의 다양한 원천에는 촉진자(권유자, 긍정적)와 저해자(만류자, 부정적)이 있고, 이는 다시 경험의 여부를 따져 경험 기반 촉진자(써봤는데 정말 좋아), 경험 기반 저해자(써봤는데 형편없어), 2차 촉진자(정말 좋대), 2차 저해자(정말 형편없대)의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저자는 기업은 이들을 잘 살펴 부당하고 부정적인 입소문은 최소화하고 긍정적인 입소문을 최대화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즉 입소문을 운에 맡기지 말고 노력에 의해 전환시키라는 말이다. 

  입소문을 촉발 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찾아내는 데에는 경청이 큰 도움을 주고, 경청은 또한 보다 확실한 방법으로 입소문을 증가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고 저자는 말했다. 기업이 소비자의 목소리를 진정으로 경청하며, 고객 경험을 향상시켜 결과적으로 입소문을 증가시킬 기회가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기업이 우선 불평하는 고객들을 도우면 그들이 옹호자로 바뀔 수 있고, 더 중요한 것은 경청이 기업의 시스템 문제를 밝히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보았다. CRM메트릭스의 CEO인 로렌 플로레스의 말은 기업이 소비자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말해준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어떤 아이디어가 가장 많이 공명하는지뿐만 아니라 어떤 언급이 그 아이디어를 가장 잘 뒷받침하는지도 알아낼 수 있습니다.”

  저자는 입소문 마케팅을 보다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허브를 공략하라고 말한다. 네트워크 허브는 특정 제품 분야에 대해 보통 사람보다 더 많이 이야기하는 사람을 가리키킨다. 네트워크 허브는 말콤 글레드웰의 책<티핑 포인트The Tipping Point>에서 사용한 영향력자influential과 전문가maven, 그리고 연결자connector과 비슷한 개념이다. 네트워크 허브의 특성은 얼리 어답터 즉 앞선 수용자이고, 다른 사람에게 소개를 하는 연결자이며, 정보에 목말라있고, 블로그나 온라인 포럼등에 참여하며 큰 목소리를 내고, 때로는 언론에도 노출되는 부류다.

 주의할 점은 이들은 효율성을 높일 뿐 네트워크 허브만이 입소문을 만들어내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저자는 네트워크 허브가 입소문의 30% 정도를 좌우하고, 입소문의 70%는 네트워크 허브가 아닌 사람들에 의해 생긴다고 말했다. 기업이 네트워크 허브들을 찾아내기 위해 애쓰며 노력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기업은 네트워크 허브 뿐 아니라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찾아내어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들이 더 열성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최선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한편 저자는 입소문의 전파를 가속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다발 속의 전략지점(네트워크 허브 등)에 씨앗 단위들(seed unit-신상품, 제품견본 등)을 할인 가격, 신용 판매, 혹은 공짜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뿌려야 한다며, 성공적인 씨뿌리기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규칙을 제시했다.

1.넓게 생각하라. 고객이 별로 없는 지역들을 찾아내는 것처럼, 당신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소셜 네트워크들을 찾아낼 필요가 있다. 그들을 찾아내 적극적으로 씨뿌리기를 하라 


 2. 직접 제품을 주어라.대체로 사람들은 직접 경험해야만 제품에 관심을 보인다. 

3. 가격 장벽을 낮추어라.가능하면 씨앗 고객에게 공짜로 제품을 주어라. 그렇지 않으면 최대한 낮은 가격으로 제공하라.

4. 침묵에 귀 기울여라.성공적인 씨뿌리기는 죽은 네트워크(씨앗들이 발아하지 못하며, 활동성을 잃은 네트워크)에 관심을 갖고 추가로 씨뿌리기를 할 때 가능하다.

  저자는 입소문 마케팅을 하면서 기업이 유념해야 할 점은 입소문의 경로를 끝까지 추적해서 어디까지 어떻게 전파되는지 소비자들에게 경청하며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군대시절에 들은 ‘지시 1%, 확인 99%’라는 말이 떠올랐다. 특히 불만과 나쁜 소문에 대해서는 더욱 더 귀를 기울이며 그것을 덮으려 하지 말고, 소비자들이 불만을 해소하고 나아가 옹호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제대로운 입소문 마케팅을 실행하는 것임을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의 백미는 책의 맨 뒤에 있는 ‘입소문 마케팅 워크숍’이다. 이 책에서 한 부분만 읽어야 한다면 이 부분을 반드시 읽어야 할 실용적인 부분이었다. 저자는 입소문 마케팅을 실행하는 독자에게 입소문 마케팅을 펼칠 때 유념해야 할 내용들에 대해 질문하고 그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제시했다. 만약 독자가 입소문 마케팅을 하고자 한다면 체크리스트로 사용해도 무방할 만큼 자세하게 언급하고 있다. 질문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당신의 제품은 올바른 것인가?

-당신의 접근법은 올바른가?

-당신은 네트워크에 귀를 기울이는가?

-당신은 네트워크 허브들과 함께 일하는가?

-당신은 입소문 창출의 모든 기법들을 고려하는가?

-당신은 사람들을 참여하게 하는가?

-당신의 판매자들은 입소문을 만드는가?

-어떻게 입소문을 계속 살릴 것인가?

  내용이 주로 기업들이 추진했던 입소문 마케팅의 사례들을 들어 읽기는 편한 반면 개념의 이해와 문제점에 대한 대안을 찾는 데에 있어서는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독자들이 학술적인 개념을 이해하려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자신의 직장이나 사업에서 입소문 마케팅을 활용하고자 한다면 책이 제시한 다양한 사례들 속에서 독자가 마케팅을 추진하고자 하는 아이템을 접목해서 읽는다면 적잖은 소득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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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경제학 1 - 부동산의 비밀 위험한 경제학 1
선대인 지음 / 더난출판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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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집 마련을 준비하는 서민을 부동산 정책 제대로 보는 법!

  세상이 매수를 외치고 있을 때, 조용히 손을 털고 나오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부자들이다. 반대로 당장 팔지 않으면 깡통을 찰 것처럼 일손을 놓고 매도주문을 쏟아내고 있을 때 거의 주워 먹듯 반값에 사들이는 사람 역시 부자들이다. 그들은 늘 조용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왜 그런가 누군가 물으면 돌아서서 웃으며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우리 마누라가 사람 많은 데 가지 말라고 했거든요!” 

  대다수의 투자자는 부자처럼 행동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돈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 그들의 부동산 투자는 사실은 남에게서 돈을 빌려와 그 돈을 조금 더 불려보려고 애를 쓰고 있다. 그래서 부자들처럼 미리 사 놓고 가격이 높아질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없다. 시골의사 박경철은 ‘남에게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고파는 것은 투자가 아닌 투기다’라고 책 <주식투자란 무엇인가>에서 말한 바 있다. 부동산 역시 마찬가지라고 봐야 할 것이다. 혹시 ‘온전히 내 돈으로 집을 사는 놈이 어딨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집을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은행이나 여타의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아 산다. 하지만 이것은 내가 살 나의 첫 집을 대출 빌려 산 것일 뿐 투자라고 투기라고도 부를 수 없다. 오늘날은 대출, 즉 은행에서 돈을 빌려 부동산투자를 한다는 ‘레버리지식 투자’는 이제 일반인의 몫이 아니라, 두 채 이상의 집을 가진 사람들이나 소수의 부자들에나 어울리는 궁극적으로는 투기인 투자법이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주택 대출금리가 세계금융시장의 경기에 따라 출렁거리고 궁극적으로는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어 대출이자로 인한 가계부담은 계속 커지고 있다. 대출이자도 갚지 못하고 부동산에 묶인 원금마저 날아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현재 이러한 위험한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투자자는 부자들뿐이다. 부자가 아닌 일반 투자자들은 부자가 움직이는 ‘그대로’를 쫓으면 안 된다. 그들의 행보만 믿고 잘못 투자했다가는 내 집마저 그들에게 엎드려 돈을 바치는 격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의 정책과 신문과 언론의 부추김을 곧이곧대로 믿고 움직여서도 안 될 것이다. 그들은 빠르면 당장 내일이라도 어제와는 정반대되는 소리도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말을 100% 믿지 말자. 그 실효성을 꼼꼼히 따져서 살피고, 내 형편에 맞춰서 다시 생각해 보자. 그렇게 충분한 시간을 가져도 절대로 늦지 않다.”며 이들의 움직임을 경계하는 책이 있다. 책 <위험한 경제학>은 바로 ‘국내의 위험한 흐름’을 경계하기 위해 만들어진 책이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정부의 근시안적 생각이 만들어낸 일련의 경기부양성 부동산 대책과 이에 동조하는 언론 미디어의 바람잡이 플레이, 이들이 동향에 한 발 앞선 부자들의 움직임에 ‘뇌화부동附和雷同’하지 말기를 권하는 책이다. 가뜩이나 대세라는 흐름에 거슬러 목소리를 내는 것이 힘들어졌다는 요즘 서민경제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사항에 대해 언급한 저자 선대인의 용기는 지난 해 낸 공저자로 펴낸 책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에 이어 계속되고 있다. 



 

    지난 해 글로벌 금융위기는 투자자들에게 있어서 자신의 투자관을 재점검하는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전 세계에 불어 닥친 불황의 기운이 던져준 교훈은 바로 ‘탐욕과 모럴 헤저드’가 아니었던가? 이 부분에 있어 나 역시 자유롭지 못했다. 보장되지 않은 미래의 결과물에 눈이 멀어 현실을 잊고 내 깜량에 넘치는 투자를 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금융위기 이후 최근 1년 간 세계 주요도시의 집값이 하락세인 이유는 ‘지나친 투자’로 일어난 거품이 제거되는 ‘성찰의 기간’인 때문이다. 활발했던 거래가 ‘결정적인 사건‘으로 인해 올스톱되었을 때 온전히 제 가치를 지닌 ’집값‘이었다면 보합세로 그쳐야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가격은 크게는 30%이상 하락하고 있다. 이는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지난 해 하반기에 느꼈던 위기감에 비한다면 그나마 경착륙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여겨질 정도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부동산경기만은 올해 초부터 세계경제와는 다르게 독야청청하고 있다. 이 부자연스러운 흐름은 바로 내부에서 일어나는 바람에 기인한 것이다. 주택보급률을 높이고 내수경기진작을 위한다는 명목의 각종 부동산 계발계획은 대가족으로 뭉쳐 살던 때 명절날 밤 둘러앉아 치는 고스톱에 비유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밤을 새워 고스톱을 쳐봐야 결국 가족의 돈일 뿐 더욱 생산적인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인사차 방문한 외부인(그것도 돈을 많이 가진)이 끼어든다면, 그래서 운이 좋게 돈을 잃지 않는다면 그 때 그날의 가족들의 가계살림은 나아질 것이다(돈을 딴 가족이 저녁이라도 살 게 아닌가). 하지만 아무런 외부인이 없이 내부인끼리 눈에 불을 켜고 고스톱을 친들 가계살림이 나아질 것인가? 이는 혼자서 거울보고 맞고(스톱)을 하는 것과 다름없다. 

  저자는 바로 이를 경계하고 있다. 밖에 나가 돈을 벌어와도 시원치 않을 판국에 집안에서 치는 고스톱을 과연 가족 중 아버지 격인 정부가 나서서 부추겨야 할 사항인가 하는 것이다. 결국 가족 중 누군가는 돈을 딸테지만 결국은 지갑 속의 돈이 이동된 것일 뿐, 국가라는 한 가족의 가계살림에는 도움이 될 것이 없다. 다시 국가경제로 돌아가보자. 정부와 미디어는 내수부양책의 목표를 국민들이 가지고 있다는 ‘800조의 부동자금’을 유입시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자금규모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 말인가? 그리고 그 돈은 누가 가지고 있다는 것인가? 저자는 이 터무니없는 정체불명의 숫자에 놀아나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는 아무리 후하게 계산을 하더라고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은 800조 원의 반에도 채 미치지 못하고, 그 자금의 소유자 역시 거의 대부분이 ‘부자’들 것이기 때문에 투자할 대상의 자금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책은 정부의 근시안적 부동산 경기부양 정책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정부가 내세우는 정책의 수혜자와 실제로 정책의 수혜자들은 맞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그나마 숨겨둔 쌈지돈까지 꺼내어 부자를 살찌우는 결과를 초래할 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편 저자는 이 책을 읽는 독자, 나아가 ‘평생을 살아야 할 내 집 마련’을 고민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당부하고 있다. 지금의 이 흐름은 세계 경제의 흐름과는 다른 기류로 흘러간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소한 윗사람(정부, 미디어)들이 말하듯 ‘지금이야말로 내 집을 갖기 위한 적기適期’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 책이 내다보는 견해로는 ‘앞으로 3-5년은 매수하지 말고 더 지켜보자’고 말한다. 정말 투자를 해야겠다면 사건과 사고는 보험회사와 국민보험이 일부 도와주지만 부동산 투자는 ‘온전히 내가 감당해야 할 책임’인 만큼 한 번 더 고민하고 살펴보기를 권하고 있다.



 

   선대인은 Daum의 경제토론방(경방)에서 케네디언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논객이다. 그는 자신이 펼치는 논지에 대해 왜 ‘정부의 부동산정책과 부자들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냐?‘는 식의 세인들 시선에 대해 자주 언급했다. 대부분의 목소리가 ’예‘일 때, 한 사람의 ’아니요‘라는 목소리는 불협화음이 틀림없다. 하지만 우리가 고민하고 답을 내야 하는 이 사안은 선생님의 지시에 대답하는 학생들의 그것이 아니지 않은가?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을 하고 자신의 판단을 의심해야 하는 것이 투자다. 그런 면에서 <위험한 경제학>은 부동산 투자선택에 있어 한 번 더 고민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 한편 저자와 이 책에 대한 ’불편한 심기‘는 아파트 실거래가를 외부에 알렸다가 부녀회장에게 쫓겨난 아파트 관리소장을 보는 것 같아 오히려 의심을 더하게 만든다. 이 책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갖는 이들은 누구이며, 왜 그럴까?

  어떤 형태의 투자이든 투자자들이 명심해야 할 ’투자금언‘중에 “정책의 흐름을 거스르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저자가 이 책을 읽어야 할 대상으로 지목한 것은 ’내 집 없는 서민‘이다. 부동산을 재테크의 수단으로 삼고 있는 ’내 집 가진‘ 투자자가 아닌 안 먹고 안 입고 아껴서 평생을 모아둔 돈에 은행이나 저축은행에서 아파트 값의 절반 이상을 대출받아야 하는 ’서민‘을 대상으로 했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시야를 조금 더 넓히라고 말한다.

  절반 이상의 대출이 아니면 아파트를 살 능력이 안 되는 국민투자자들과 중대형이 아니면 분양이 되지 않는다며 높은 분양가에 크게만 지으려고 하는 건설회사들로 인한 주택수급불균형, 자금과 인력이 없어 고전하고 있는 중소기업, 전세계가 내수진작에 힘을 쓰느라 수년 간 수출감소는 피할 수 없는 세계경제, 늘어나는 실업률 등으로 곧 다가올 전체적인 국내경기 등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투자자들이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불안요인들이다. 그래서 국내 경제에 대해 총제적으로 ’다른 시선‘을 가져볼 것을 권하는 이 책은 시의성도 적절하고 시사하는 바 역시 크다고 봐야 할 것이다. 

  나는 저자의 생각이 틀리길 바란다. 저자의 예상대로 앞으로 아파트 가격이 폭락하고, 그래서 내 집을 가진 국민들의 재산이 불어난 거품만큼 꺼진다면 그 충격이 국내경기에 미쳐질 파장은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더 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한편 다행스럽다고 생각되는 일은 모든 ‘예언이나 예측’은 사실여부를 떠나 사람들로부터 시선전환의 계기를 마련해 주듯 이 책을 통해 투자자는 물론 정부의 정책관계자들이 제도의 맹점과 취약점을 점검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면, 저자가 말하는 위기는 틀림없이 경감될 것 같아서다. 

  이 책을 통해 본 선대인은 투기꾼을 위한 부동산전문가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는 소수의 부자들에게 우호적인 정책을 쏟아내는 정부 정책과 광고주에 우호적인 미디어의 뉴스에 휩쓸려 전 재산을 잃어버린 서민들을 위해 무모한 투자를 저지하기 위해 스스로 바리케이트를 치기를 자처한 부동산전문가다. 그래서 책에서 만나는 정부와 언론에 대한 저자의 불편한 심기들이 격양된 논조로 기술되어있다. 이에 대해 그에게 과연 ‘편향적이다’고 말할 사람이 있을까?

  이 책은 정부의 정책을 올바르게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준다. 나아가 신문, 뉴스, 미디어 나아가 온라인상의 글까지 우리들의 투자에 있어 판단의 근거가 되는 조각들을 온전하게 이해하고 교정해서 읽는 방법까지도 제시하고 있다. 부동산에 관심을 가진 서민의 독자들이 이 책에서 얻어야 할 부분은 바로 여기다. 보다 더 객관적인 판단을 위해 그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기회를 가져볼 필요가 있다. 그가 예상되는 수많은 태클(?)을 감수하고라도 이 책을 낸 이유 역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좀처럼 만나기 힘든 의로운 부동산전문가가 있어 참 다행이다 싶다. 서민 경제의 미래를 이야기했다는 2 권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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