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이야기
가와시마 고타로 지음, 양영철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잃어버린 10년의 장기 불황을 딛고 일어선 유니클로의 성장 비밀 

  세계적인 의류기업중에 베네통BENETTON이라는 그룹이 있다. 이탈리아 베네토주 트레비소에서 태어난 루치아노 베네통(Luciano Benetton)가  막내 동생의 자전거와 자신의 아코디언을 판 돈으로 구입한 낡은 편물기계로 여동생 줄리아나가 짠 다양하고 화려한 색상의 스웨터를 도매상에 팔면서부터 시작된 이 기업은 1980년대부터는 의류 뿐 아니라 선글라스, 시계, 보석, 향수, 화장품, 스키용품 등 다양한 분야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큰 의류기업으로 성장했다.

  베네통의 성장에는 세계패션계를 뒤바꿀 중요한 사건이 숨어있다. 1960년대 초반까지 모든 의류 회사는 선염가공한 실로 직물을 짰으나, 베네통은 획기적인 후염가공공정 기술을 개발해낸 것이다. 이 기술은 원하는 색이면 무엇이든 뽑아낼 수 있게 되었고, 화려하고 다양한 색상의 스웨터가 2차 세계 대전 이후 마치 흑백사진과도 같던 세계 패션계를 컬러사진으로 바꿔놓는 신기원을 이뤄냈다. 게다가 기계설비에 의한 스웨터 제작기술로 제조비용을 낮춰 적은 비용으로 누구나 따뜻하고 질 좋은 스웨터를 입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베네통이 세계로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의류 때문이 아니었다. 바로 1984년부터 패션 사진 작가 올리비에로 토스카니(Oliviero Toscani)를 광고 책임자로 발탁하면서 세계를 놀라게 하는 파격적인 광고 때문이었다. 에이즈로 죽어가는 환자, 가라앉는 배 속에서 공포에 질린 사람들, 흑인 엄마의 젖을 먹는 백인 신생아 등 사회적 이슈를 파격적으로 다룬 광고로 전 세계에 베네통의 독특한 기업 이미지를 인식시켰다. 일부 국가로부터 광고가 금지되고 판매를 불허하겠다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베네통은 이러한 광고를 그치지 않았다.

  그 이유 중에는 의류홍보에 버금가는 주제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이 고급의류로 평가되는 스웨터를 전 세계인이 입을 수 있게 변화된 것처럼 모든 사람은 사상과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근원적 휴머니즘’을 담고 있었다. 이러한 기업정신은 글로벌 기업으로써 성장할 자질이 충분한 기업이라는 세계의 평가를 얻어내며 성장할 수 있었다.  



 



 



 

   오늘날 베네통의 성장에 비견되는 의류기업이 있다. 바로 ‘유니클로’다. 유니클로는 ‘잃어버린 10년’으로 대표되는 일본의 장기불황 기간 동안 일본 국민으로부터 사랑을 받은 ‘국민기업’이다. 왜냐하면 얇아진 지갑에 몸과 마음이 얼어붙은 일본 국민을 따뜻하게 지켜준 기업이기 때문이다. 그 비밀에는 바로 ‘플리스’가 있었다. 방한복의 내피로 주로 사용되던 ‘플리스’를 유통구조혁신으로 비용으로 낮추고 내피가 아닌 활동복으로도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유니클로‘는 몇 년 전 국내 대기업으로부터 수입되어 같은 이유로 이제 한국 국민들을 따뜻하게 해주며 점차 사랑을 얻으며 성장하고 있다. 

  <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이야기>(비즈니스북스)는 '유니클로’의 성장비밀과 이를 가능케 한 창업주 야냐이 다다시를 파헤친 책이다. 일본에서는 이미 유니클로와 야나이 다다시에 관련된 책이 100여 권이 출간되어 있지만 국내에서는 처음 소개되는 책이라 유난히 반가웠다. 원제목은 ‘ユニクロ・柳井正 ― 仕掛けて売り切るヒット力 유니클로 야나이 다다시 - 걸기만 하면 매진되는 히트력‘이다. 



 

   독자로서 ‘기업의 성공스토리’를 읽는 이유 중에는 ‘알면 백 배 더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집에 돌아와 잠을 청할 때까지 우리가 일상에서 아무런 생각 없이 소비하는 제품들에는 제 나름의 ‘이야기’가 숨어 있다. 그 스토리를 알고 나면 단지 필요에 의해 구입할 때와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마치 우리가 세계적인 피켜 스케이팅 선수로 유명한 김연아 선수의 성장과정을 지켜봐 왔기에 경기중 조금의 실수에 안타까워하고 분발할 것을 응원하는 것처럼 기업들이 생산하는 제품 역시 탄생에 숨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게 되면 소비자는 내가 좋아하는 제품을 더욱 더 사랑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보자. 세계적인 치킨 프랜차이즈인 KFC의 원래 이름은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이었다. 그리고 매장 앞에 사람 크기 모양으로 크게 진열된 인형은 바로 창업자인 ‘커넬 샌더슨’이다. KFC는 미국에서 ‘창업은 나이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는 진리를 잘 보여주는 케이스로 통한다. 왜냐하면 KFC는 창업자인 커넬 샌더슨이 64세에 창업을 한 회사이기 때문이다. 보통사람이라면 벌써 은퇴를 하고 손자들의 재롱을 살펴야 할 나이에 흰 양복의 할아버지는 특별한 양념과 닭튀김 기계를 차에 싣고, 차 속에서 생활하며 미국의 전역을 돌면서 ‘로열티계약’을 따내며 체인점을 늘려 오늘날과 같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공시켰다. 그럼 왜 KFC로 이름을 바꿨을까? 명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름이 바뀐 즈음은 튀겨내는 음식은 비만을 부른다는 의학발표가 있고 난 다음이다.

  이 밖에도 ‘마시는 소화제’로 통하는 활명수가 독립자금을 대는 기업이었고, 배탈, 설사에 먹는 특효약으로 알려진 ‘특이한 냄새’의 정로환(征露丸)의 이름은 러일전쟁때 일본병사의 물갈이에 의한 설사를 막아준다 해서 러시아(露: 일본식 표기)를 정벌(征)한 환약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재미있지 않은가? 이를 두고 ‘아는 만큼 보이고, 알면 백 배 더 즐길 수 있다’고 말하는 게 아닐까?

   <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이야기>를 읽으면 '내가 입은 유니클로의 의류가 왜 그렇게 싼 지’를 알게 된다. 또한 입을수록 편안하고 따뜻하게 느껴지는 유니클로의 의류에는 어떤 ‘과학’이 숨어 있는지도 알게 된다. 또한 ‘10년 불황’에 허덕이며 맥을 맥추던 일본의 기업들 속에서 ‘독야청청’할 수 있었던 ‘유니클로의 성장 비밀’도 알게 된다. 우선 기업의 창업주인 야나이 다다시 기업가 정신부터  주목해 보자.

  야나이 다다시는 합리적인 사고로 ‘벤처경영’을 실현함으로써 업계에 일대 파란을 일으키는 ‘혁신’를 이끌었다. 유니클로의 원래 이름은 UNIQUE독자적인 CLOTHING의류 WAREHOUSE창고다. 그는 이름의 뜻 그대로 유니클로를 ‘소비자가 가까운 곳에서 조금씩 자주 사는 옷’이 되기를 바랐다. 그래서 야나이 다다시가 유니클로에서 중점을 둔 것은 바로 패션, 사이즈, 색상, 그리고 TPO(Time, Place, Occasion)였다.

  아버지의 소매 의류점을 넘겨받은 야나이 다다시는 제일 먼저 기존의 의류매장이 추구하던 직원들의 접객태도를 바꿨다. 와세다 정경학부를 졸업한 ‘경제통’인 그에게 의류제품은 마땅이 ‘고객이 돌아다니면서 살펴보고 구입하는 물건’이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장사라는 게 온통 ‘파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비즈니스는 고객이 ‘사주어야’ 이뤄지는 것인데, 파는 것에만 집중하는 상업주의는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기업가의 입장에서 ‘매장 안에 들어온 손님이 옷을 사지 않으면 돌려보내지 않겠다’는 태도로 접객해야 한다는 기존의 판매방법을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것을 마음껏 고를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의 매장을 만들어냈다. 

  두 번 째는 바로 시간이다. 그는 개장시간을 오전 6시로 바꿨다. 모두가 출근하거나 등교한 이후인 10시에 문을 여는 업계의 관행은 ‘낭비’라고 생각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유니클로의 고객을 특정 연령대로 지정하지 않고 남녀노소 모두가 애용할 수 있는 제품이 될 수 있는 의류기업으로 전환했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색상과 저렴한 가격 그리고 어느 옷에나 어울릴 수 있는 베이직한 디자인이 요구되었다. 그래서 도입된 방식이 바로 SPA 방식이다.

  SPA 방식은 Speciali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srel의 약자로 제조직매전문업체를 뜻한다. 즉 자사상표 의류 전문점으로 종전의 납품을 받아 판매하는 일종의 소매방식에서 직접 디자인과 제조 그리고 판매를 동시에 운영하는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이것은 생산단가와 유통비용을 줄여 제품의 생산가를 낮출 수 있었다. 게다가 노동임금이 싼 중국업체에 하청을 두되 ‘완전구매 방식’을 택해 더욱 가격을 낮추는 효과를 얻어냈다. 이런 그의 파격적인 경영을 두고 이 책의 저자는 ‘벤처 경영’이라 부르며 이렇게 말했다.

  “그의 생각은 자주 ‘상식’이라는 고정관념을 뛰어넘는다. 그래서 외부에서 야나이 다다시 사장의 결론만 보면 매우 놀라워한다. 하지만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그의 사고 과정을 살펴보면 충분히 납득하게 된다. 유니클로가 지속적으로 성장한 원동력에는 그의 합리적인 발상과 상식을 뛰어넘는 아이디어가 큰 몫을 했다. 이는 유니클로와 야나이 사장이 고속성장할 수 있었던 최대의 특징이기도 하다.” 본문 28쪽



 

  이처럼 다양한 혁신으로 저렴한 가격과 공급력을 확보한 유니클로가 비약적인 성공을 가능하게 한 것은 바로 플리스라는 의류소재였다. 가볍고 얇으면서 보온성이 좋은 플리스는 비교적 두꺼운 옷 보다는 얇은 옷을 겹쳐입는 레이어드룩을 즐기는 일본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플리스는 상품력을 가능케 해서 1999년 2600만 장이라는 경이적인 판매를 이룩하며 일본내 최고의 의류기업으로 급성장하게 했다.  

  이후 폴란드제 다운 솜털을 사용한 다운재킷, 고급 캐시미어 스웨터, GIZA 45라는 이집트면을 사용한 셔츠 등 다양한 섬유소재들을 시도하며 성공과 실패를 거듭했고 마침내 2008년에는 신체에서 발생하는 수증기를 소재가 흡수하고 제체적으로 발열과 보온을 하는 상품인 히트텍Heattech을 개발해 또 한 번의 중흥기를 맞이했다. 2008년 가을과 겨울 시즌 상품으로 2,800만 장을 준비했지만, 가을이 끝나기 전에 모두 동이 나버린 것이다.

  야나이 다다시는 지난 2008년도 경영 능력이 가장 뛰어난 ‘올해의 경영자’에서 2위인 소프트방크의 손정의와 3위인 파나소닉의 오쓰보 후미오를 물리치고 1위를 차지했다. 또한 그는 2008년 말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발표한 일본 자산가 랭킹 1위에도 올랐다.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것은 야나이 다다시의 ‘벤처 정신’ 때문이었다. 

  그가 쓴 책 <1승 9패>라는 제목에서 보는 것처럼 그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모든 성공스토리가 그렇듯 실패는 어느 곳이나 찾아온다. 하지만 대기업이 되어버린 유니클로에게 실패는 상상을 초월하는 큰 손실을 의미한다. 그는 실패를 감지하면 아무리 큰 손실을 입는다 해도 사업을 접었다. 작게는 재고관리등 시스템 상의 실패에서부터 크게는 외국진출에서부터 중소기업을 능가하는 브랜드까지 판단이 서기만 하면 바로 실행에 옮겼다. 저자는 실패에 굴하지 않는 그의 ‘벤처정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보통의 경영자라면 이런 상황에서 쉽게 궤도를 수정하지 못한다. 하물며 자신의 지시로 시작한 비즈니스가 실패할 때는 그 사업에 더 집착하게 된다. 그럴수록 실패에 대한 대응이 늦어져 결국은 큰 치명상을 입게 마련이다.

그러나 야나이 회장은 실패할 경우에는 그것을 단칼에 도려낸다. 실패라는 판단이 서면 단번에 손을 빼고 방향을 전환한다. 이것이 가능했기 때문에 경쟁이 심한 의류소매업계에서 정상에 설 수 있었던 것이다.“ 본문 103쪽

  ‘실패는 곧 수치’라는 정서가 짙게 깔린 일본, 그래서 실패할 것 같으면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일본 사회풍토에서 이러한 야나이 회장의 행동은 거의 미친짓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불황의 일본’에는 가장 주효한 판단이 아닐 수 없다. 야나이 다다시는 그의 책 <1승 9패>에서도 이렇게 말했다.

“실패하더라도 회사가 망하지 않으면 됩니다. 실패할거라면 빨리 실패를 경험하는 편이 낫습니다. 비즈니스는 이론대로, 계획대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빨리 실패하고, 빨리 깨닫고, 빨리 수습하는 것이 제 성공 비결입니다.” 본문 105 쪽 


   머리에서 발끝까지 철저하게 ‘벤처정신’으로 무장된 야나이 회장이지만 그에게도 문제는 있다. 이제 나이 60에 다가선 그에게 유니클로를 맡길 ‘최적의 후임자’가 없는 것이다. 능력있는 CEO를 고용해 봤지만, 야나이 다다시처럼 뼛속까지 ‘벤처정신’으로 무장된 적임자는 아니었다. 나이 50을 넘기면 경영자는 떠나야 한다고 늘 말했던 그였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평생을 경영해야할 판’이라고 말하는 슬픈 경영자다. 또한 유니클로는 규모의 경제가 불러오는 어쩌면 당연한 ‘대기업병’에 들어있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 대기업병 일소, 본업 강화, 업종의 다각화를 추진해 ‘매출 1조 엔 달성’을 이룩해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경영을 이룩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오늘도 유니클로를 이끌고 있다.

  지금까지 언론과 미디어를 통해 알게 된 유니클로의 이야기가 물고기의 비늘이었다면, 이 책은 내게 유니클로라는 물고기를 온전하게 보여주는 계기를 마련해 줬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성공스토리란 것이 미화되고, 기업친화적인 성격이 있어 책을 읽는 독자는 어느 정도 접어주고 읽어야 하는데, 저널리스트이기도 한 저자는 방대한 자료를 가지고 비교적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기업과 경영인을 대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건 이 책의 내용 전부가 창업자인 야나이 다다시의 목소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 책은 오랫동안 유통업계에 몸담고 있는 경영컨설턴트이자 저널리스트인 가와시마 고타로가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나름대로 경영분석을 기록했다. 원래 유니클로에 대한 책으로는 자서전으로 통하는 <1승9패>가 먼저 출간되었고, 훨씬 더 유명한 책이다.  유니클로에 대한 책이 국내에 출간된다면 <1승 9패>가 출간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일텐데, 마치 영화의 속편을 보는 듯해 아쉬웠다. 수소문을 해보니 국내의 어느 출판사가 판권을 소유하고 있을 뿐 아직 출간하지 않고 있다는 후문이다. 하루빨리 볼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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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 - 본죽 대표 김철호의 기본이 만들어낸 성공 레시피
김철호 지음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음식은 상품이 아니라, 손님이 서운함을 느끼지 않을 만큼 가치있는 정성이다!    



  기업가의 성공스토리를 읽는 것은 소설보다 재미있다. 왜냐하면 허구인 소설이 아니라 다큐멘터리 같은 진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나와 다를 바 없는 평범했던 한 사람이 ‘해내겠다’는 신념 하나로 소비자들로부터 사랑받는 거대기업으로 성장한 이야기는 정말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서점을 뒤져보면 이러한 ‘성공스토리’는 거의 외서가 차지한다. 소비자라면 누구나 들어본 적이 있는 글로벌 기업의 창업자나 CEO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그야말로 소설 같은 사연을 가진, 그래서 자국(외국)의 많은 독자로부터 사랑을 받은 바 있는 성공스토리가 나머지를 차지한다. 국내 기업의 성공스토리는 어떨까?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아니, 희귀할 정도로 적다. 왜 그럴까?

  추측컨대 우선 우리의 기업가들은 성공스토리를 쓸 시간을 낼 수 없을 만큼 바쁜 때문 것이다. 아니면 경제적으로 따져볼 때 ‘비경제적’이라는 판단도 있을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기업가가 책을 쓰기 위해 공을 들이는 시간만큼 일을 한다면 ‘인세’의 몇 곱절에 해당하는 수익을 얻을 수 있는데, 굳이 책을 쓸 이유가 뭔가? 생각해 보면 기업가의 성공스토리는 소비자나 독자에 대한 ‘이타심’이 없다면 결코 만들어질 수 없는 분야의 책다.

  억측일 수 있겠지만 책을 쓸 만큼 대단한 일을 했다고도 생각하지 않거나, 책을 쓸 수 없는 사정이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는 특히 중소기업의 CEO나 성공한 영세 상인들이 해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기업가들을 실제로 만나 ‘책으로 내도 될 만한 좋은 꺼리’라고 이야기하면 ‘에이~ 내가 무슨 대단한 일을 했다고’ 손사레를 치거나, 기업의 노하우가 공개되는 것을 꺼려서 거부하곤 한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혹시라도 무슨 떼돈이나 번 것처럼 여겨져 세무당국의 주목을 받아 ‘세무조사’라도 나올까 두려운 때문은 아닐까?

  내 추측이 사실이든 그렇지 않든 국내 기업가들의 책이 좀처럼 나오지 않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 때문에 가물에 콩나듯 국내 기업가의 성공스토리가 나오면 많은 주목을 받곤 한다. 일례로 지난 해 건강식품을 만드는 기업인 ‘천호식품’의 창업자인 김영식 회장이 쓴 책 <10미터만 더 뛰어봐!>많은 주목을 받아 베스트셀러로 오른 바 있다. 실패에 실패를 거듭한 끝에 맺은 천호식품의 성공스토리도 감동적이지만, 창업자 스스로가 세일즈맨이 되어 발로 뛰며 소비자를 찾은 김회장의 생생한 에피소드들이 세일즈맨으로서 가져야할 행동수칙으로 오래도록 기억되었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또 하나 있다. 지난 IMF 구제금융 시절 길거리 창업이 붐을 이루고 있을 때 정장을 입고 호떡을 파는 사내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가? 맛도 맛이지만 손님을 대하는 마음과 정성을 표현하기 위해 365일 내내 정장차림으로 호떡을 구워 말 그대로 ‘호떡집에 불이 난 듯’ 인기가 높다는 소식을 언론이나 TV에서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사내의 이름은 김철호, 지금은 유명한 음식기업의 사장님이 되었다. 바로 죽 전문업체인 ‘본죽’이다. 김철호 사장이 가맹점 1,200개의 본죽을 일궈낸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 책 <정성>을 읽었다. 




 

   성공스토리의 구성은 거의 비슷하다. 직장을 나왔거나, 사업에 실패해 맨주먹으로 고생을 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좋은 ‘창업 아이템’을 잡는다. 전 재산을 털고, 주위에서 돈을 빌려 창업을 하고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더니 대박이 났다. ‘이제 부자가 되는가보다’하고 잠깐 안심을 하고 잠시 한 눈을 팔았더니, 갑자기 쪽박일로를 치닫게 돼서 정신을 차리고 다시 사업에 매진해 결국은 성공하더라는 구성이 아니던가? 앞서 말한 대로 ‘그렇고 그런 늘 뻔한 이야기’라고 치부한다면 결코 ‘성공스토리’를 온전히 읽을 수 없다. 

  성공을 수집해서 종합한 ‘성공학’이 있듯 실패의 여러 사례를 정리한 ‘실패학’이란 게 있다. 성공이 되었든, 실패가 되었든 사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뻔한 이야기라도 충분히 들을 가치가 있다. 특히 창업을 꿈꾸고 있다면 음식점의 성공스토리는 독자들에게 의미가 크다. 최소한 한 번 이상 방문해서 식사를 한 적이 있어 ‘내가 먹어봤던 음식점’의 스토리를 들을 수 있는 유익한 정보라는 점이다. 아닌 게 아니라 직장인의 꽃은 창업, 즉 점포의 사장님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창업자들 중 대부분이 업종은 ‘먹는장사’ 판매방식은 프랜차이즈를 선택하고 있다. 국내 프랜차이즈 업체의 성공스토리를 책으로 낸 사례는 많지 않기에 이 책은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책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실제로 이 책은 창업에 있어 많은 여지의 시사점을 제공해 주고 있다.

저자가 성공하기까지의 수많은 역경을 따로 말하지 않으려한다. 그것은 독자가 직접 책을 통해 들어야 할 몫이다. 여기서는 본죽이 지금에 이르게 된 성공포인트를 살펴볼까 한다.

  우선 아무나 할 수 없는 ‘음식종목’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죽은 밥이다. 이 말은 곧 흔하다는 뜻도 될 수 있고, 내 어머니가 해주시는 게 아니면 어디든 딱히 다를 바가 없다는 뜻도 된다. 쉽게 말해 ‘내 엄마가 해주시는 밥과 죽이 제일 맛있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죽은 어쩌면 ‘상품성’이 없는 제품이었다. 어디 그 뿐인가? 죽은 맛있는 밥을 짓는 이상의 실력과 노력이 필요한 음식이다. 특히 ‘죽’은 아이나 노인, 그리고 병약한 환자들이 주로 먹는 음식이 아니던가? 그래서 칼국수에서 심지어 묵은지까지 수많은 음식이 상품화 되었지만, 죽은 ‘사이드 메뉴’일 뿐 굳이 돈을 주고 사먹을 메뉴가 아니었다. 하지만 저자는 이 점에 주목했다. 오랜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음식, 게다가 아무리 잘 만든다 하더라도 ‘그래봤자’ 죽이라 여기고 모두 외면한 음식에 집중한 것이다. 

“사실, 왜 하필 죽이냐는 질문에 대한 나의 솔직한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남들이 하지 않은 거니까요.”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기에 모든 음식을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었고, 그런 생각들이 모여 본죽의 차별화된 장점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본문 55쪽

  미용실은 이미 있었지만, 남자들을 위한 미용실은 없었다. 그래서 ‘블루클럽’이 짧은 시간에 국내를 장악하며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었다. MP3 플레이어가 처음 나왔을 때 세계시장 점유율은 우리나라가 최고였다. 하지만 국내업체들이 ‘저작권’을 이유로 아예 무시했던 소프트웨어, 즉 음원시장을 아이팟은 ‘아이튠즈’라는 플랫폼으로 통합시켜 단 몇 년 사이에 세계 MP3 플레이어 시장을 점령해 버렸다. 블루오션은 이전에 없던 시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다시 말해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것을 ‘새로이 발견하는 것’이다. 본죽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성공 창업 아이템’은 기발한 것이 아니라 모두가 무시하는 아이템, 버려진 아이템, 한물간 아이템에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창업할 때의 원칙을 지켜내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죽’이라는 사업아이템을 결정하고 ‘전통을 중시하는 메뉴와 젊은 층이 즐길 수 있는 메뉴’를 개발했다. 그리고 ‘그냥 죽’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밥 대용으로 즐길 수 있도록 고민했다. 저자는 장사에서 처음 정한 원칙을 벗어나는 순간 실패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라고 보았다. 왜냐하면 주위의 의견을 듣는 것은 중요하지만 자신의 올바른 선택이 아닌, 그저 남의 의견에 줏대 없이 이끌리게 되면 일을 그르치기 때문이다. 그는 창업 때의 원칙을 고수하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금도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음식장사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이 고객에게 향해 있었으며 이것은 결코 나의 욕심만을 채우기 위함이 아니라는 것이다. ‘맛있고 한 끼 식사로 충분한, 맞춤 죽’을 만들겠다는 나의 원칙. 이런 차원에서 볼 때, 나의 원칙과 첫 마음은 힘들지만 지켜내야 했던 중요한 부분이었다.

(중략) 어렵지만 지키기 힘든 수많은 원칙, 그것이 훗날 본죽을 본죽답게 만드는 바탕이 되었다. 지금 어려운 상황 속에서 흔들리고 있다면, 가고자 했던 길에서 조금씩 멀어져가고 있음을 느낀다면, 자신을 가장 자신답게 만드는 첫 원칙과 첫 마음을 떠올려보길 바란다.” 본문 107~109 쪽

  본죽 제품의 양은 대체로 꽤 많다. 그래서 양을 적게 하고 가격을 내리자고 주위에서 조언했다. 누군가는 다다익선인가, 박리다매인가를 언급 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환자가 아닌 일반인이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는 죽’이라는 처음의 원칙을 지켰다. 그래서 여성의 경우 양을 줄이고 대신 포장을 해줬다. 노인의 경우는 세 번에 나눠 먹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영업시간이 다 되서 찾아주는 손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한 그릇이라도 더 팔자’는 심리적인 유혹에 흔들리기도 했지만, 다음날 찾아주는 손님을 위해 영업시간을 지켰다.

  저자를 통해 ‘원칙의 힘’을 배울 수 있었다. 원칙의 반대말은 ‘변칙’이다. 임기응변과 융통성을 발휘한다고 말하지만 변칙은 원칙을 어긋난 것이다. 이 말은 곧 ‘시스템화’되지 못함을 뜻한다. 사업은 하루 이틀하는 것이 아니다. 내일의 손님을 위해 직원들을 위해 순간의 이익을 떨쳐내는 힘은 ‘원칙 고수’에서 나온다. 원칙을 지키는가의 여부에 따라 장사꾼과 사업가로 나뉘는 것이다.

  “음식은 상품이 아니다.

이렇게 말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이의를 제기할지도 모르겠다. “아니 돈 벌자고 하는 장사인데 어떻게 상품이 아닐 수 있나. 무슨 자선사업 합니까?”하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음식이 상품이라는 생각, 원가를 재고 따지며 음식 자체에서 수고와 비용을 덜어내려는 생각에 철저히 반대한다. 이는 음식에 대한 나의 기본적인 가치관에서 비롯된 것이다. 음식이란 ‘넉넉하고 푸근한 것, 절대 먹고 나서 서운한 감이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중략)

  사업을 자선사업처럼 하라는 소리가 아니다. 들고 나는 수 개념을 명확히 따지되 음식 자체에 드는 원가만큼은 손대지 않고 철저히 고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유혹이 많은 현장에서 지켜내려면 기본적으로 주인에게는 음식을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좋아하는 습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나가는 음식이 아깝지 않고 사업 또한 즐거워진다. “고객이 계산하면서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절대로 들지 않도록 하라.” 본문 115~117 쪽

  소비자로부터 사랑받는 제품과 서비스의 공통점은 ‘가치가 있다’는 점이다. 가치價値는 다시 말해 ‘값어치’를 뜻한다. 지갑에서 돈을 꺼내어도 ‘기꺼이 돈을 꺼낼 때’가 값어치 있는 제품이다. 소비자가 이렇게 행동할 때는 ‘상품=가격’이 아니라 ‘상품>가격’일 때다. 다시 말해 가격보다 가치가 있는 제품을 구입할 때 소비자는 ‘만족감’을 느낀다. 그리고 행복해 한다. 소비자가 제품 사용하고 행복해 할 때 재구매의 가능성은 높아진다. ‘가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성공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특히 오늘날과 같은 소비자 주권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가장 기본적인 말이기도 하지만, 기업가는 먼저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제품을 우선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소비자들이 그 제품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여기서 여건이란 ‘공간’도 될 수 있고, ‘디자인’도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그 제품이 최대한 널리 알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본죽의 성공요인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죽 시장’을 개척했고, ‘원칙을 고수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치 있는 제품‘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다. 

  성공의 정도를 계량화하여 보여주지 않은 점, 그리고 직원들의 서비스와 청결, 그리고 어느 가맹점을 가더라도 같은 맛을 낼 수 있는 표준화에 대한 자세한 언급이 없어 다소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거나,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창업자라면 읽어 둘 필요가 있다. 앞서 말한 본죽의 성공비결과 창업에서 성공에 이르기까지의 에피소드등 주위에서 좀처럼 듣기 힘든 알찬 정보들이 많기 때문이다. 성공스토리를 읽으면서 독자로서 주목해야 할 점은 성공의 크기와 정도가 아니라 성공까지의 과정이라는 점다. 책을 읽은 후 본죽을 찾아 음식을 먹는다면 이전과는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어 기업을 아는 자 만이 느낄 수 있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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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노믹스 - 세계를 강타한 인터넷 문화혁명, 트위터와 소셜미디어 에이콘 소셜미디어 시리즈 1
에릭 퀄먼 지음, inmD 옮김 / 에이콘출판 / 2009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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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네트워크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강력한 추천시스템이다!

  2008년 TIME 지紙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은 버락 오바마 Barack Hussein Obama 대통령이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유색인종 대통령의 탄생은 게티즈버그에서의 링컨이 연설을 한 이래, 워싱턴에서 킹 목사의 대행군 이래 이런 날이 올 거라 상상하지 못했던 일대 거대한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것은 예상했던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한다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대신할 ‘2008 올해의 인물’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최초의 유색인종 대통령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는 미국 유권자의 한 목소리가 있었고, 이들 유권자의 목소리를 한 데 모으는데 큰 힘을 발휘한 것은 트위터twitter와 페이스북을 대표로 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Social Network Service)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은 소셜미디어Social Media로 가능해진 ‘대중이 주도권을 쥔 혁명’people-driven-revolution을 보여주는 가장 전형적인 사례였다. 



당시 페이스북facebook에 올라온 오바마 지지자들의 모임 

   오늘날은 제품은 있지만 기업은 없는 시대다. 다시 말해 기업의 의지대로 제품을 만들던 시대는 이제 막을 내렸다. 요즘 성공하는 기업의 제품들을 보면 거의 100% 소비자의 니즈needs를 반영한 제품들이다. ‘왜 이러이러한 제품은 없는 거야?’, ‘이 제품은 이런 이런 점이 부족하잖아!’라고 불평을 내놓기가 무섭게 기업은 이를 보완하고, 개선한 후 ‘자, 이렇게 바꿨습니다. 어떠세요?’라고 새로운 버전의 제품을 내놓는 기업만이 소비자의 사랑을 받는다. 겨우 ‘소비자의 사랑’이라고 낮춰볼 것이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소비자란 한 지역이나 국가 정도가 아닌 지구촌, 즉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게 된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까칠한 소비자에게는 살buy 맛 나는 세상’이 오늘날인 셈이다. 

  소비자가 소비와 동시에 생산이 가능해진 시대, 다시 말해 소비자가 프로슈머prosumer가 되는 시대를 웹web 2.0 시대라고 하면, 지금은 그보다 한 단계 발전된 시대다. 블로그나 홈피에 신문기사를 방불케 하는 내용을 자주 써야 하고, 항상 컴퓨터(노트북을 포함) 앞에서 써야하는 시간적, 공간적 제약성을 탈피해 ‘스마트폰’을 통해 나의 일상을 둘러싼 모든 것에 대해 언제든지 단문으로 포스팅이 가능한 ‘단문 메시지’의 시대가 온 것이다. 이러한 시공간적 제약의 탈피는 실로 어마어마한 혁명에 가까운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순간’들이 의욕과 약간의 노력만 기울이면 실시간으로 ‘글과 그림, 그리고 영상’으로 전 세계에 알릴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소셜노믹스Socialnomics>(에이콘)은 소셜미디어를 통한 SNS의 영향력에 대해 이야기한 책이다. 이 책은 소설미디어로 인해 거시적 트렌드, 행동양식, 사회현상에 어떠한 변화가 나타나는지에 대해 자세히 다루고 있다. 원 제목, Socialnomics: How social media transforms the way we live and do business 이다.

 



 

    “소설노믹스는 거대한 사회경제적 변화다. 지난 몇 세기를 지배하온 주요 마케팅/비즈니스 이론 중 일부는 여전히 유효하겠지만, 원하지 않는 대중에게 상품을 계속 강요하는 기업은 구시대적 유물과 함께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다.” 본문 21 쪽

  이 책은 소셜미디어 경제 즉, 기업 중심의 경제를 뛰어넘은 ‘대중 중심의 경제’를 다루고 있다. 우리는 책을 통해 다양한 관점, 즉 웹web의 발전사적 관점과, 기업/마케터의 관점, 그리고 네티즌들의 커뮤니케이션과 라이프스타일의 관점에서 소셜미디어가 현재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를 파악하게 된다. 나아가 소셜미디어의 미래를 예측하고, 이것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얻는다. 

  소셜미디어Social-media라는 말은 ‘블로그’를 통해 우리에게 이미 익숙해진 단어다. 이 단어의 뜻은 방송과 신문을 대표로 하는 제도권 미디어 매체의 일방적인 송출을 벗어나 소규모 단체를 비롯해 작게는 개인도 ‘하나의 미디어’가 되어 송출이 가능해졌음을 말한다. 2000년 초 블로그가 출현한 후 이제 네티즌이라면 거의 대부분 개인 홈피나 블로그를 한 두 개 정도를 소유하고 있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인터넷 논객, 파워 블로거들은 제도권 미디어가 정보를 취득하는 대상으로까지 발전했다. 소셜 미디어의 국내 출현은 새로운 경제활동을 가능하게 하면서 ‘온라인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했고, 이에 따라 기업환경에도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하지만 이 책은 소셜 미디어의 대상을 블로그를 넘어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두었다. ‘싸이월드 홈피’를 통해 소셜미디어의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이 한국이었지만, 이보다 더 보강된 ‘페이스북’과 140글자의 단문블로그로 대표되는 ‘트위터’는 최근 2-3년 전부터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가 현재 말하는 소셜미디어가 ‘블로그’라면, 세계는 지금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더해져 더욱 확대되고 강해진 소셜미디어를 활용하고 있다. 지난 연말, ‘아이폰i-phone'이 국내에 상륙하면서 아이포너i-phoner가 되는 것은 ’보다 빠르고 정확한 정보‘를 점유할 수 있는 새로운 부류에 속하는 하나의 ’사회현상‘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도 곧 아이폰을 필두로 한 스마트폰에 의한 소셜미디어의 급속한 확산이 예상되는데, 이런 점만 살펴봐도 비즈니스맨이라면 이 책을 읽어봐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이 책을 통해 앞으로 국내에서도 펼쳐질 미래의 모습을 미리 내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폰으로 트위터를 불러 트위팅을 하고 있는 모습

 

    블로그가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한 포스팅이었다면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내 주위에 있는 나를 아는 사람들(팔로우어follower 라고 부른다)’을 대상으로 글을 쓴다한다. 소셜미디어는 개인이 자신의 삶을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라는 해묵은 질문에 답을 찾는데 도움을 준다. 또한 더 많은 사람이 생산적인 활동이나 자선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함으로써 사회적 이득을 가져온다. 블로그에서 트위터(페이스북)으로 인기가 옮겨지는 이유는 ‘넘쳐나는 정보’에 기인한다. 소셜미디어는 정보의 과다한 생산으로 인한 병목현상을 해소해준다.

  소셜미디어는 나와 비슷한 성향과 행동반경을 가진 사람들 다시 말해, ‘내 친구’로 삼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 ‘수다’를 통해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정보들을 가능하게 해준다. 실시간 업데이트, 마이크로블로그(140자 내외의 단문), 참여형 북마크, 비디오 공유, 사진, 댓글 달기 등은 우리가 전통적으로 만들어오던 컨텐츠들을 웹상에서 공유하며 소규모 이익 집단의 수요를 보다 쉽고 효과적으로 채울 수 있게 되었다.

  추천 상품, 맛집도 이젠 기업이 스폰서가 되어준 검색을 통해 보지 않고 나를 아는 친구들이 추천하는 믿을 수 있는 곳을 찾게 된다. 소셜미디어는 네티즌 모두가 기자가 된다. 내 주변에 일어나는 사건과 사고 그리고 업계의 뉴스를 글과 사진 그리고 동영상로 실시간으로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네이티브라 불리는 Y세대와 Z세대에게 제일가는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수단은 이메일이 아니라 소셜미디어 메시징이다. 그 이유는 이메일과 비교할 때 친구들 간의 진짜 대화와 닮아서다. 소셜미디어의 발전을 짐작하게 하는 사례다.



페이스북에 참여하고 있는 세계인의 모습

 

   내가 중점적으로 관심을 두고 읽은 측면은 소셜미디어 시대에 대한 기업의 마케팅적인 측면이었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소셜미디어 환경을 이해하고 이에 대응하고 있지만 아직도 부족한 면이 많고, 기존의 제도권 미디어를 통한 마케팅에 주력하고 소셜미디어에 대해서는 소비자의 불만창구라고 인식해 두려워하며 아예 귀를 닫아버린 기업들도 아직 적잖기 때문이다. 과거에 익숙한 기업들의 이러한 반응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당시의 마케팅 매체로는 좋은 점이 많을수록 고객 구매가 늘어날 거라는 생각에서 짧은 광고 안에 많은 혜택을 집어넣는데 열중했고, 고객은 ‘말을 듣는’ 쪽에 더 익숙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 지금은 그럴 가능성은 점점 낮아진다. 

  저자는 아래와 같이 과거 마케팅 담당자의 철학과 오늘날 마케팅 담당자의 철학을 비교하면서 현재는 고객과 대화하고 변화하는 고객의 요구사항을 얼마나 빠르게 식별하고 대응하는가에 기업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말했다. 

과거 마케팅 담당자 철학 

- 중요한 건 메시지와 브랜드 이미지의 화끈한 성적요소다.

- 핵심은 메시지다. 좋은 마케팅 담당자라면 뭐든지 팔 수 있다.

- 고객에게 무엇이 맞는지 우리는 잘 안다.

고객은 정말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르기에 우리는 고객을 도와주는 셈이다.

- 우리는 내부에서 개발한 제품과 메시지를 밖으로 대중에게 전파한다.

오늘날 마케팅 담당자 철학

- 고객 요구에 귀 기울이고 반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 핵심은 제품이다. 전 부서와 항상 소통해야 한다.

- 우리는 고객에게 무엇이 가장 잘 맞는지 절대 알 수 없기에 항상 물어보고 수정해야 한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한 번에 맞출 확률은 거의 없다.

- 우리보다 고객이 제품을 더 잘 마케팅할 수 있는 경우도 많다.

아이디어를 잘 활용한다면 모두에게 득이 될 것이다.    본문 178-179 쪽

 

  과거의 기업 성공이 규모의 경제와 엄청난 광고 물량을 동원해서 가격과 이미지로 승부했다면, 이제부터는 말 그대로 훌륭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만이 소셜노믹스의 세계에서 승리할 수 있다. 저자는 이에 대해 한마디로 “소셜네트워크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강력한 추천시스템이다.”라고 말했다. 소셜미디어 시대를 가장 잘 표현한 말이 아닐 수 없다. 

 

리치보이의 트위터 ID - @RichboyBook

 

  아직도 국내에는 ‘네티즌을 추천여부를 통제할 수 있다’고 여기는 기업들이 많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어리석고 위험한 착각이다. 우리는 소셜미디어의 탄생에 주목해야 한다. 아무런 보수도 약속하지 않은 일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글, 그림, 동영상으로 포스팅을 하고, 댓글을 올리는 이유는 단 한 가지,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좋은 것은 좋다고 말하고, 나쁜 것은 나쁘다고 말하고 싶어서다. 이러한 행동의 근원에는 ‘무조건적 이타주의’에서 비롯된다.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좋은 평판을 작위적으로 만들려는 기업의 노력은 돈을 주고 표를 사려고 했던 정신 빠진 국회의원후보와 다름없는 쓸데없는 짓이다. 저자는 기업이 소셜미디어 시대에 나아갈 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누가 이 새로운 소셜노믹스의 세계에서 승자가 될 것인가? 당연히 소비자와 최고의 상품이 승자가 된다. 이는 산업혁명 이후 사회 전체적으로 달성하려 애써왔던 것이다. 소셜미디어는 이렇듯 유토피아 같은 사회를 가능하게 한다. 좋은 기업은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더라도 이를 행동할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이고, 그에 따라 상품과 서비스의 질을 개선한다. 나쁜 회사는 고객의 피드백을 귀찮은 일 또는 숨겨야 할 일로 간주한다.” 본문 309 쪽

  트위터를 아직도 한낱 채팅서비스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면 이 책을 읽어봐야 한다. 스마트폰의 출현이 휴대폰의 새로운 모델이 나온 것으로 생각했다 해도 일독을 권하고 싶다. ‘난, IT하고는 별로 상관없어’라고 쉰 소리 하지 말라. 지금 세상은 인터넷 혁명에 버금가는 새로운 변화의 문 앞에 서 있다. 그 누구라도 ‘오늘’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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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기의 생존경제 - 대한민국을 위한 희망의 경제학
최진기 지음 / 북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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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장바구니 경제를 알려주는 살아있는 경제학, 이 책으로 잡아라!

  지난 2009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쓴 단어는 ‘경제’일지 모른다. 2008년 하반기부터 국내에 불어닥친 뉴욕발 글로벌 금융위기는 IMF의 끔찍한 악몽을 경험했던 국민들에게는 일 년 내내 살얼음판을 걷는 나날을 보내게 했다. ‘지금의 위기를 겪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내일을 준비해야 하는가?’ 사회 전 분야에 걸쳐 ‘경제’라는 코드에 걸쳐져서 영향을 받았던 만큼 국민들의 ‘경제’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 보다 뜨거웠다고 봐야 할 것이다. 대중은 곧 모든 두려움은 무지無知에서 비롯됨을 깨닫고 해답을 제시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최진기의 생존경제>도 많은 사람들이 경청했던 목소리중 하나다.



 

   이 책은 지난 KBS가 국민경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6개월간 28부작으로 꾸민 방송 프로그램 ‘최진기의 생존경제’의 내용을 책으로 옮긴 것이다. 방송보기 

  입시학원인 메가스터디에서 사회탐구 영역을 강의하면서 전국 점유율 1위를 기록할 만큼 명강사로 통하는 최진기는 한때 동부증권에서 근무를 했던 증권맨 출신이다. 그가 세상에 알려진 계기는 지난 2008년 7월 <환율 방어, 무엇이 문제인가>이라는 제목의 강의내용이 온라인상에 급속하게 퍼지면서부터였다. 내용은 현 정부의 잘못된 환율정책을 사례로 일반인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어려운 환율의 개념과 그 움직임을 쉽고 명쾌하며 재미있게 풀어냈다. 그 후 경제학이 현상에 얼만큼 깊숙이 개입되어 있는지를 설명하고, 일반인들이 경제학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피력한 <지금 당장 경제공부 시작하라>(한빛비즈)를 출간한 바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 우리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에 대한 냉정한 관찰과 우리 앞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라며 ‘생존경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허황된 종말론에 휩싸여 공포심에 짓눌리지도 말아야 할 것이고, 과장된 희망으로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 하지도 말아야 할 것이다. 공포와 희망, 그것은 험난한 경제현실 속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이다. 또한 그것은 언제나 경제를 극단으로 치닫게 만드는 한 요소겠지만, 그 안에서 균형을 찾아 나가는 것은 우리에게 남겨진 의무일 것이다.” 본문 6쪽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생존경제’의 독자는 전 국민이다. 특히 ‘경제학’을 접해보지 못한 중고교생이나 주부들을 포함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했다. 그래서 ‘경제용어’ 하나 하나 마다 쉬운 예로 잘 설명해주며 이해를 돕고 있다. 강의를 들어본 독자라면 알겠지만, 강의를 그대로 필사하듯 옮겨와 책으로 접한다면 KBS의 강의를 따로 기록하거나 모두 들어야 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바꿔 말하면 강의를 들었던 독자라면 이 책으로 배움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기도 하다. 이제 막 경제에 대해 관심이 생겼거나, 경제학을 공부해보려는 독자에게는 더한 나위 없는 입문서가 된다.  

  이 책은 우선 재미있다. 현장감이 생생한 사례들로 구성된 최진기만의 독특한 강의법으로 구성되어 술술 읽힌다. 어려운 그래프와 경제학 이론은 뒤로 하고 뉴스나 신문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현실적인 지표와 그래프를 소재로 미시, 거시경제학에 접근하고 있다. 재미있는 그림과 사진 그리고 속풀이 토크, 경제상식 따라잡기 등 따로 마련된 코너들은 경제학 상식들을 높이는데 많은 도움도 준다. 한 장이 끝날 때마다 정리된 ‘생존노트’는 꼭 기억해야 할 점과 생존하기 위해 우리가 관심을 둬야 할 부분들을 짚어준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소제목마다 ‘국내경제상황의 문제점’에 대해 조목조목 짚어주고 그에 대한 나름의 해결책도 제시한다는 점이다. 문제점에 대한 지적의 강도는 ‘미네르바‘등의 온라인 논객이나 ’위험한 경제학‘ 류의 학자들의 그것보다는 약하지만, 저자의 주장보다는 ’동의‘를 구하는 논조로 구술되는 문제점 제기와 해결책은 독자로 하여금 공감을 얻기에 충분하다. 다시 말해 ’내가 말하고 싶었던 국내경제의 문제점‘을 시원하게 대변하는 기분을 얻을 수 있다.

  책의 크기가 일반 단행본에 비해 약간 큰 듯도 하지만 앞서 말한대로 쉬이 읽히는 만큼 틈틈이 한 챕터씩 읽어나간다면 어렵지 않게 완독할 수 있을 것이다(완독후 강의를 듣는 것도 추천하고 싶은 방법이다). 평소 ’경제공부‘에 유념을 두었다면 이 책으로 시작하기를 추천한다. 완독 후 연이어 읽으면 좋을 책으로 2008년 파란을 일으켰던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가 쓴 <미네르바의 생존경제학>(미르북스), 삼성경제연구소 곽수종 박사의 <경제독법>(원앤원북스) 등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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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 CEO - 상추로 매출 100억을 일군 유기농 업계의 신화 장안농장 이야기 CEO 농부 시리즈
류근모 지음 / 지식공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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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이 낙후산업이 아니라 아무도 손을 대지 않은 블루오션이다!  

  농업. 이 단어를 떠올릴 때 마다 잠깐이지만 항상 스쳐가는 기억이 있다. 대학 복학 후 대동제를 앞두고 너덧 명이 미팅을 했더랬다. 호기심 반 설렘 반으로 나름대로의 성장盛裝으로 미팅장소에 들어설 때 새내기시절부터 ‘농민의 자식’으로 자신을 부르던 동기 녀석도 끼어 있었다. 장학금을 타지 않으면 등록금을 낼 때마다 소 한 마리를 팔아야 한다던 녀석은 학문보다는 ‘학습’에 더 열성적이었고, 강의에 참여한 날 보다 전국에서 진행되던 학생운동에 참여하는 날이 더 많았던 ‘상비군’급 운동권이었다. 미팅을 유치한 ‘아이들 소꿉놀이’ 쯤으로 여기고 비웃던 녀석이 그곳을 참여한 건 생리학적으로 엄연한 ‘아저씨’가 되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건 녀석의 파트너가 된 여학생이 ‘농업관련업을 하는 집안의 딸’로 소개하면서부터 였다.

  그녀는 얼핏 봐도 고가를 짐작케 하는 옷차림에 악세서리들, 그리고 행동과 말본새는 그 당시 강남의 멋진 젊은이들을 일컫는 ‘오렌지족’과 많이 닮았다(실제로 그녀는 강남에 거주한다고 했다). “아버님이 농업 쪽에서 어떤 일에 종사하시죠?” 농민의 자식이 던진 질문은 우리도 묻고 싶었던 당연한 의문이었다. “네에, 밭떼기 장사해요.” 

  밭떼기란 쉽게 말해 밭에서 나는 작물을 수확 전 밭에 나 있는 채로 농민에게 돈을 주고 몽땅사는 방식을 말한다. 벼농사를 짓는 농민의 입장에서는 입도선매立稻先賣 즉, 아직 논에서 자라고 있는 벼를 미리 돈을 받고 파는 것과 동일하다. 이 매매방식은 날씨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농업에서 주로 이뤄지는데, 농민 쪽에서는 당장 급전이 필요하거나, 풍수해의 자연재해와 풍작으로 가격하락의 피해를 입을지도 모르는 불안한 미래를 피해 미리 적절한(과연 해피한 가격일까는 알 수 없지만) 가격을 받고 팔 수 있다는 잇점이 있지만, 수확의 결과물을 중간상인 밭떼기 장사꾼의 몫으로 돌아가 ‘영세성’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니 농민의 자식과 밭떼기 장사꾼의 자식의 미팅이 잘 될 법이 있겠나? 미팅은 고사하고 녀석의 한숨과 푸념을 들으며 밤을 새워야 했다. 

  친구가 밤을 새워 푸념했던 말들의 핵심은 농사를 지어 봤자 이익은 모두 중간상들의 몫이라는 것이었다. 품종을 개량하고 수확을 몇 배 수 늘려봤자 직거래를 할 수 있는 판로가 없어 중간상들이 알아서 매기는 가격에 수확물을 넘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 높은 값을 쳐달라고 요구하면 ‘다른 곳에서 사겠다’고 발길을 돌리니 시간이 지나면 상해버리는 식물이니 눈물을 머금고 팔 수 밖에 없는 것이 농민의 현실이었다. 친구는 ‘유통구조의 개혁’만이 살 길이라고 목소리 높여 주장했다. 아무리 차별성 있는 제품을 만들어봤자 그 판단의 유무를 소비자가 아닌 중간상이 내린다면, 그리고 그 이익을 모두 그들이 취한다면 어떻게 생산성을 높일 수 있겠나 하는 것이 친구의 판단이었다. 그런 기억이 있는 지 벌써 십 수 년이 지난 후 농업 유통의 후진성은 많이 개선되었다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아 있다. 일년 간 땀흘려 일한 농민들의 수고가 소비자를 통해 고스란히 소득으로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 답을 책 <상추 CEO>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장안농장의 홈페이지에 가면 더 많은 정보를 알 수 있다 - http://www.ssamnhub.com



 

   이 책은 1997년에 귀농해 유기농 상추 재배로 13년 만에 매출 100억원대의 유기농 기업으로 성장시킨 류근모 씨가 쓴 것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농업인의 미래를 잘 보여주고 있다. 전체적인 책의 내용에는 류씨가 조경사업으로 실패 한 후 융자금 300만 원으로 시작해 지금의 ‘장안농장’을 이룩하기까지의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고 아울러 농업인과 귀농을 꿈꾸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성공 비결을 한마디로 이렇게 말했다.  

 “지금의 장안농장을 어떻게 일구었을까. 지난 13년을 돌이켜 봅니다. 어려웠던 많은 순간이 눈앞을 스치지만 무엇보다 다음의 말이 제가 드리 수 있는 성공 비결입니다. ‘편견과의 싸움’

농업에 승부를 걸기로 마음먹었기에, 숱한 밤을 지새우며 활로를 찾았습니다. 그렇게 아이디어를 얻어 실행에 나섰지만 사람들은 번번이 고개를 저었습니다.

“네? 상추를 소포로 팔겠다고요? 말도 안 됩니다.”

“농사짓는 사람이 혁신인증을 받아서 뭐합니까?”

“브로콜리를 왜 잘라서 팝니까? 품이 많이 들고 남은 것도 없잖아요?”

농사꾼이 무슨 마케팅을 하느냐, 농사꾼이 왜 빵집에서 교육을 받아야 하느냐, 농사꾼이 서비스는 잘해서 무엇 하느냐, 농사에 무슨 비즈니스 마인드를 접목하느냐, 남들도 안 하는데 왜 굳이 우리가 하느냐...안된다. 안된다. 안된다. (중략)

한 물 간 사업은 세상에 없습니다. 사양사업이란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농사에 뛰어든 이후로 농업이 호황을 구가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제아무리 IMF의 위기 앞에서도 성공하는 사람은 있습니다. 다 쓰러지는 와중에도 살아남는 단 한 명은 존재합니다. 살아남은 그 사람이 희망입니다. 여러분 자신이 그 한 명이 되면 됩니다. 미리 한계를 긋지 마십시오.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한 살아날 길은 반드시 있습니다. 제가 바로 그 증인입니다.“ 본문 5~6쪽

  장안농원의 유기농 채소들은 마트에 가면 유기농 코너에서 볼 수 있는 채소들이다. 류씨는 ‘잘 먹고 잘 사는 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트렌드를 읽고 유기농 채소를 키우는 농업으로 뛰어들었고, 모두가 괜한 짓이라고 무시하거나 불가능할거라 여기는 일을 보란 듯이 성공시켰다. 그가 이 일에서 최고가 되고자 마음을 먹었을 때 농사의 달인들에게서 반면선생反面先生으로 얻은 교훈은 세 가지였다. 

 첫째, 과거의 좋았던 시절에 연연해서는 발전이 없다.

 둘째, 객관적인 데이터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농사를 지어서는 안 된다.

 셋째, 자신이 지은 농산물이 어디로 어떤 가격에 팔리는지 몰라서는 최고가 될 수 없다.

  요약해 보면 농사꾼 역시 제품을 만들어내는 회사를 CEO가 경영하듯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단순히 농사일지를 써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객관적인 데이터를 뽑아내야 하고 꾸준히 공부하고 연구해야 한다. 또한 전자제품을 팔 듯 탁월한 마케팅을 찾아내어 소비자들의 반응을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취해야 한다고 류씨는 생각했다. 그는 ‘농사꾼이자 장사꾼이 되어야 성공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가 추진했던 사업방식의 대부분은 이전에는 없었던 ‘최초’로 시도하는 방법들이다. 우체국 소포를 이용한 물류 배달로 그렇고, 땅심(힘)을 높이기 위해 지하 암반수에 옥돌과 맥반석 가루를 섞어 물을 준 것 역시 처음이다. 그가 보는 농업은 낙후산업이 아니라 미개척지 즉,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았던 블루오션이었다.   

  “농업이 미개척지라는 사실은, 재배 방식뿐 아니라 마케팅이나 유통 과정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만큼 기회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만큼 후진성을 벗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만일 누군가 나보다 앞서 이 길을 개척했던 사람이 있었다면 과연 나는 지금의 장안농장을 만들 수 있었을까? 그 사람의 뒤를 따라 손쉽게 갈 수 있는 길이었다면 나는 이 일에서 살아가는 보람을 느끼며 살았을까? 번번이 새로운 것을 개척할 때마다 왜 농사에는 이렇게 안 된다는 게 많은 것인지 답답할 때도 많았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 보면 그렇게 처음 가는 길이었기에 어쩌면 내 적성에 맞지 않았나 싶다.” 본문 101-102 쪽

  그의 농업 경영에 있어 주요 정보 습득처는 바로 책이었다.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을 읽고 인터넷의 발전으로 유통혁명이 있을 것을 발견하고 인터넷을 통해 대형 쇼핑몰을 공부하고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장안농장의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김영세의 <이노베이터>, 공병호의 <10년 법칙>, 김영모의 <빵굽는 CEO>, 로버트 그린의 <전쟁의 기술> 등 그가 경영을 위해 펼쳤던 수십 권의 책을 발견할 수 있는데, 과연 이것이 농사꾼이 읽은 책이란 말인가 놀라울 정도였다. 또한 류씨는 21세기는 ‘감성의 시대’라는 것을 이미 감지 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장안농장을 통해 펼치는 마케팅의 핵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상품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감동을 기억한다. 우리만 해도 그렇다. 실패의 쓰라린 가슴을 안고 좌절해 있을 때, 그때 누군가 권하는 밥 한 술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어서 평생 기억을 안고 사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맛만으로 기억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농산물도 마찬가지이다. 단순히 상품을 파는 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농촌의 향수와 정을 팔아야 한다. (중략)

  ‘마케팅’하고 질문을 꺼낼 때는 도깨비 방망이 따위를 기대하는 것이겠지만 세상에 그런 마케팅은 없다. 별다른 노력 없이 단박에 수익을 거두는 방법은 세상에 없다. 머리 좋아서, 잔꾀를 부려서 돈을 벌 방법은 없다. 머리 좋기로 따지면 요즘 소비자를 누가 따라갈 것인가? 잔머리로 돈을 벌려고 하면 그 머리 때문에 망하는 게 요즘 시대이다. 싸게 판다고, 품질만 좋다고 고소득을 올리는 시절은 지났다. (중략)

  ‘좋은 상품을 만들자.’

  나는 이런 말을 하고 싶지 않다. 세상에는 좋은 상품이 넘쳐난다. 제품 만드는 기술은 금세 공유되므로 따라잡기는 시간문제이다. 좋은 상품만으로는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 좋은 상품을 넘어 감동을 주는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유일한 마케팅 방법이다.“ 본문 144-145 쪽

  이 책은 성공한 인물의 한 맺힌 사연을 주저리 밝힌 고백서도 아니고, 자화자찬과 허장성세가 그득한 성공스토리도 아니다. 농사꾼에게는 이룩한 자가 말하는 농업 발전을 위한 계몽서이고, 귀농하여 부농이 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헛꿈’ 꾸는 것을 경계하는 경험담이다. 류씨의 말을 듣고 있자니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는 앤드 그로브의 말과 공병호가 말하던 10년 법칙의 전형적인 사례가 이 사람을 두고 한 말이 아닐까 생각됐다. 1차 산업의 성공사례를 책으로 만나서 반가웠다. 저자는 물론 세상에 널리 알려야 할 인물을 잘 찾아내고 책을 편 출판사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 책과 더불어 두부를 팔아 주식상장을 이룬 일본의 다루미 시게루의 <두부 한 모 경영>(전나무숲)과 일본의 10년 장기불황기에 100엔 짜리 우동을 만들어 급성장한 '(주)하나마루' 우동 프렌차이즈의 성공기를 다룬 <하나마루 우동집 성공기>(씨앗을 뿌리는 사람)을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이것저것 하다 안 되면 장사를 하던지, 시골가서 농사나 짓지, 뭐.”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주변에 다. 그런 친구들이 농사를 할 수야 있겠지만, 성공은 절대하지 못한다. 내게 이들의 성공여부에 돈을 걸라면 난 차라리 개가 껌을 씹어 풍선을 불고, 풀을 뜯어먹고 되새김질하기에 돈을 걸겠다. 숨막히는 도시를 떠나 귀농歸農하여 넉넉한 여생을 생각하고 있다면 이 책을 읽어둘 필요가 있다. 한낱 푸성귀 밖에 안된다고 생각되는 상추일망정 이것으로 밥을 바꿔 먹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언감생심 농사를 지어 부농富農이 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이 책을 서 너 번은 더 읽어야 할 것이다. 행간에 숨은 성공의 비밀들이 무수히 숨어있기 때문이다(책의 말미에 따로 적어둔 류근모의 ‘귀농십계명’은 필독해야 한다). ‘죽을 작정’으로 실행하는 용기는 그 다음에 가져야 할 각오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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