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린 머리에게 물어봐 - The Gorgon's Look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0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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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은 사람들의 얼굴사진이 전시된 사진전시회장으로 작품은 시작된다. 눈을 감고서는 바로 그 눈을 감은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없다. 그래서 이 사진전은‘보이는 나와 만들어지는 나’라는 라캉의 거울이론을 떠올리게 하고, 이후 소설의 제재(題材)이자 사건의 중심이 되는 라이프캐스팅(인체를 본떠 조각을 만드는 기법) 석고상이 지니는 본질로서‘이중복제’, 그리고 레플리컨트(replicant), 미메티즘(mimetism)과 같은 미술용어와 미학이론으로 연결되어 문자 그대로 작품에 세련된 양식미를 더한다. 허나 이는 소설에서 그저 흘려버릴 멋스런 장식물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 작품의 묘한 매력은 인체의 손상이 없음에도 섬뜩함과 잔혹한 기운이 감도는 분위기라 할 수 있다. 자신의 아내를 모델로 하여 발표한 모녀상 연작이 평론가들의 혹독한 비평에 시달리자 은퇴하였으나 암으로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 조각가는 16년 만에 유일한 혈육인 딸의 신체를 본 뜬 석고상을 완성하고는 지병으로 사망한다. 그러나 완성된 석고상은 목 윗부분이 댕강 잘려나간 채 “피 한 방울 흐르지 않는 가상의 살인”, “천연덕스러운 잔혹함”바로 그 자체인 소름끼치는 형상으로 발견된다. 석고상의 모델인 딸‘에치카’에 대한 죽음의 예고인가?

살아있는 인체의 본을 떠서 제작하는 라이프캐스팅이라는 조각기법에서 이미 야릇한 혐오감이 피어오르는데 기법의 속성상 조각가 생전 최고의 고뇌였다는 눈(目)의 처리는 더욱 불길한 전조가 되어 파고든다. 눈을 뜬 채 석고를 부을 수 없으니 감은 눈 이상을 묘사할 수 없는 한계.

“ 라이프캐스팅 조각은 시걸의 기법을 카피한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모델이 된 인체의 카피이기도 하다. 이른바 ‘이중 복제’란 도착된 태생을 가진 레플리컨트인 것이다.”

일종의 거울상인 머리가 잘린 석고상의 존재에 무성한 추리가 가해지지만, 이내 망자의 딸인 에치카가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처럼 여느 추리소설과는 달리 본격적인 사건이 한참을 경과한 후 에야 발생함에도 긴장을 이끌어내는 것은 아마도 작가가 인터뷰에서 밝히듯이 수수께끼가‘서서히 풀려가는 경로의 재미’때문일 것이다.

거장의 컴백전을 준비하던 미술평론가‘우사미 쇼진’, 에치카를 추근대다 혼이 난 삼류사진작가 ‘도모토’, 죽은 조각가의 동생인 소설평론가인 ‘가와시마 아쓰시’, 망자의 내연녀, 이혼한 아내 ‘리쓰코’, 그의 남편 ‘가가미’등이 얽혀 사건은 종잡을 수 없는 혼돈에 빠져든다. 어찌보면 수상한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 같기도 하고, 혹은 모두 다 범인 같은 그런 상태.

또한 주인공인 탐정이자 추리소설가인‘노리즈키 린타로’의 잘못된 판단으로 결정적 과실이 발생하는 것은 이 소설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데, 어떤 의미에서 등장인물들 모두에 독자의 시선을 분산시켜 트릭을 보다 섬세하게 관찰케 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러나 이는 추리를 전개해 나감에 있어 탐정의 실수를 통해‘다른 해법들을 소거(消去)하는 작업의 일환’이라는 점을 이해하면 보다 명료한 독해를 가능케 한다.

그러함에도 도처에서 섣부른 단정을 하게하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는데 그럴수록 작품의 스릴에 더욱 깊이 몰입하게 되고, 중반에 이르면 도저히 책을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게 된다. 사라진 조각상의 머리, 급기야 진짜 시체의 머리가 더해지면서 이 두 개의 머리가 상징하는 유비성(類比性)에 거울(鏡)과 눈의 조각이라는 예술행위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상상의 세계를 그리는 매혹을 무어라 표현할 길이 없어진다.

절묘한 트릭, 진행 될수록 점증되는 서스펜스, 치밀하고 섬세한 디테일, 빼어난 세련미, 사건의 해결에 이르러 완벽하게 설득되는 상쾌한 로직은 추리문학을 숭고한 아름다움의 경지로까지 올려놓는다. “저편의 존재, 심연, 혹은 어둠이라는 표상 불가능한 것의 영역”에서 “의태라는 행위를 통해 예술의 다른 기원”으로 올라간 작품이라 하여야 할 것 같다. 라이프캐스팅기법에 잠자는 범인에게 물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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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밭 위의 식사
전경린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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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오리 같은 겉잡기 힘든 열정의 시기가 지나고, 그 과잉의 감정이 스러지고 나면 “들에 핀 꽃나무가 누구를 향하지도 않으면서 세상을 밝히며 활짝 피어나듯” 그런 사랑을 이해하게 되는 것일까? 소설 속‘누경’의 “한 때의 공유와 공속, 공감, 공모, 개념으로 재단되지 않는 그 어떤 영역...”이라는  사랑, 강주의‘뜨거운 초연함’과 담백한 세속적 사랑을 낯 선 시선으로 바라보는 나를 발견한다.


금지된 사랑, 아내가 있는 50대의 교수와 30대 처녀와의 사랑이야기. 1970년대를 장식했던 연애스토리인‘별들의 고향’,‘겨울여자’류의 통속적 영화 장면이 떠오른다. 통속성이 유해하다, 무해하다라는 의미가 아니라, 그만큼 사람들이 그리는 사랑이란 세속성을 이탈하지 못한다는 것일 게다. 작품 속에서도 누경과 강주가 주고받는 대화에는 서로 속물 같아서 웃는 장면들과, 바로 그 속물성에‘따뜻한 사랑’의 감정이 내재하고 있다는 자기위안을 담고 있다.

“자꾸만 생각이 나, 네 속에 내가 내재되어 있는 것처럼. 온통 네 속에서 살고 있어.” 라든가, “포옹이 풀렸을 때. 우리의 두 눈은 꽃처럼 많은 겹으로 피어 있었다.”와 같이 많은 문장에서 낯 붉어지는 갈망과 미화된 표현들이 등장하는데, 그 만큼 사랑의 순간은 수식과 과장, 과잉의 포장을 하게 되는 모양이다. 시쳇말로 이들의 사랑은‘불륜’임에도 이를 도덕적 일탈로만 볼 수 없게 하는, “우리는 둘 다 매정하다. 우리는 둘 다 겁이 많다. 우리는 둘 다 내면이 강하다. 우리는 둘 다 이기적이다. 우리는 둘 다 순수하다. ~ 우리는 둘 다 부도덕하다...” 라는 객관적 상황인식의 나열이 등장하는데 짐짓 숭고함으로 위장하는 자기 정당화의 일면일 것이다.

한편, 고독한 천성과 사람을 최소한만 만나면서 영위하는 삶을 최선의 삶이라 생각하는 누경의 성격이나, 간결함과 앞뒤로 토막 쳐 함축된 지나치게 밀도와 강도가 높은 말을 뱉어내는 강주에게서 억제된 삶, 억눌린 감정의 참기 힘든 인내에서 풀려난 욕망을 다시 거둬들일 것이라는 또 다른 세속성을 목격하게 된다.
특히, ‘검은 콩과 매실’로 상징되는 견고하고 안정된 일상에 대한 희구가 두 사람의 짧은 여행이 지니는 의미와 대비되어 바라보는 것만으로, 또한 강주 부부의 안정된 삶과 명예를 지켜 주리라는 자기암시도 궁극의 위안이 되지 못하는 것은 어쩜 미완성의 귀결이 주는 아름다움일지도 모르겠다.

감정을 미진한 채 남겨둔 채로, 잠간의 남은 시간도 채우지 못하고 이별의 걸음을 내딛는 누경을 이해케 된다. 그래서 어느 날부터 “속물 같아도 괜찮아, 그래도 섬에 가자.”하던 강주의 말이 그리움이 되어 인후를 아프게 하였으리라. 그리고 깨진 유리병을 녹여 다시금 완성한 녹색화병, 어둠속에서 건져 올린 고통의 앙금까지도 차라리 맑고 투명 했으리 만큼 봉합된 유리병이 전하는 사랑의 의미는 그대로 사랑의 진리가 되어 날아든다. “깨어지지 않는 것이 사랑이야”
그래 “어제의 무게를 내려놓아라. 그러지 않으면 추락한다.” 사랑은 지속되는 것이지. 지금 나 역시 새로운 사랑을 꿈꾸고 있지 않는가 말이다.

내안에 또 다른 나, 진정한 나, 나의 내부를 응시하는 시선, 적요(寂寥)와 우수, 그리곤 사랑의 아름다운 매혹을 말하는 작가의 진솔한 내면이 다시금 깨어난 작품이란 느낌이다.
선명한 욕구, 일탈과 격렬한 사랑, 그러나 “현재야말로 매순간 얼마나 눈부신 기회인지...”를 말하는 그녀의 전언은 그대로 진정한 삶을 포착한다. 이제 사랑이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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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이 아름답다 범우사상신서 35
E.F.슈마허 지음 / 범우사 / 198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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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40여 년 전만해도 세계 저개발국의 지위를 벗어나지 못했던 한국사회가 이젠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원조국의 대열에 합류했다. 그 과정에 대한 시시비비는 차치하고 근대화, 산업화라는 서구열강의 흉내를 낸 것이 지금의 외형적 성장을 이룩한 것만큼은 사실이다. 결국 제한된 자원 하에서 여전히 성장을 도모 할 수 있는 지역적 환경의 덕을 보아왔으나 이젠 값싼 노동을 구하기 위한 이전의 틈새도 점진적으로 고갈되어 가고 있어 양적 성장만을 추구 하던 경제기조의 근본적인 변화를 고려하여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할 수 있다.

한없이‘성장’을 밀고 나가기만 하려는 사고방식은 심한 장벽에 부딪히고 있다. 그 하나는 기본적인 자원의 제약이며, 다른 하나는 경제 성장에 의해 초래된 간섭이 자연이 감내 할 수 없는 한도에 이르러 있다는 점이다. 무한한 전면적 성장을 지향해도 수용되던 과거의 환경은 지나갔다. 더구나 끝없는 팽창주의로 자원과 환경의 양면에서 자연을 폭력적으로 파괴하고 오염시키는 한편,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 창조성을 억압하여 인간소외를 진행시켜온 결과는 인류 문명의 다양한 부문에서 붕괴와 몰락의 조짐을 보여주고 있다.

이 저술은 바로 이와 같은 기계화, 산업화를 통한 유물주의적 철학이 판치는 경제지상주의의 세계가 야기하는 인간과 자연의 심각한 손상과 인간을 배제하고 양(量)이 지배하는 시장논리로 질(質)을 논하지 못하는 실증주의의 과학을 비롯한 19세기 대사상의 비판과 이의 대안으로서 인간중심의 기술인 중간기술과 새로운 소유의 형태 등 인류사회의 영속적 존재를 위한 제안을 품고 있다.

무엇보다 “인간을 서로 다투도록 만드는 원인인 탐욕과 질투심을 의식적으로 조장시킴으로써 성립되어 있는 자본주의경제를 기초로 하여 평화를 이룩하려는 것은 二重의 환상”이라고 오늘을 지배하고 있는 경제사상을 비판하는 저자는 수량화의 발달로 놀라운 학문적 발전을 이룩한 듯한 근대경제학이 질적인 가치를 도외시하거나 파악치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일례로 국민총생산과 같은 수치의 신장을 단순히 선(善)으로만 바라보도록 하는 왜곡된 교육이 진행되고 있어, “그 신장은 좋은 일인가 나쁜 일인가하고 질문하면” 답변을 할 수 없게 되어있다는 것이다. 즉, 무엇이 신장한 것이냐 라든지, 그 이익을 얻은 사람이 있다면 누구냐 라는 문제 등은 간과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5파운드의 석유, 5파운드의 밀, 5파운드의 호텔비”등과 같이 총량에 한계가 있는 재생될 수 없는 재화와 반복 재생 될 수 있는 재화의 구분과 같이 본질적인 질적 차이에 대한 이해를 반영하지 못하는 근대경제학의 무분별한 합리성의 판단이란 것이 오직 공급하여 얻어지는 이윤율뿐이라면 이는 진정 합리적 신호라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결국 질적 가치를 희생시키고 양적 가치, 다시말해 돈의 형태로 충분한 이익을 올리지 않는다면‘비경제적’이라는 기이한 사고를 정착시킨 오늘의 시장자본주의 사회의 가치이념은 오직 부를 손에 넣는 것만이 현대의 최고목표라는 물질 하나로 수렴되어가는 전례 없는 세상을 만들고 있다. 물질적인 것이 본래의 정당한 지위인 종속적인 지위로 돌아가는 생활양식을 역어내는 것, 탐욕을 무장해제하고 기술과 조직의 틀을 바꾸고 새로운 생산과 소비 생활시스템을 만들어 노동의 인간화를 꾀하며 건강하고 아름다운 영속성을 지니는 경제를 살려내는 것은 오늘의 우리들에게 최고의 과제여야 할 것이다.

인간이나 자연까지 단순한 생산도구 이상으로 고려하지 않는 현대의 대량생산, 규모의 경제와 같은 거대(巨大)신앙은 윤리를 삼켜버리고 경제이외의 가치인 인간적 관점을 봉쇄해 버렸다. 또한 논리적으로 아무리 따져 봐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확산 문제)와 해결 가능한 문제(수렴문제)에 대한 구별없이 수렴되는 문제만 상대하고, “탐욕과 고리(高利)와 경계심(경제적 안전)을 신(神)으로 삼고”있는 오늘의 경제세계는 덕(德),사랑, 절개 등의 말조차 무가치한 것으로 만들어버리고 있다. 
 역사가 보여주듯 문명의 숙명을 좌우했던 토지의 이용 역시 경제적 효용가치로서만 인식될 뿐 생명, 목숨이 있는 무한한 살아있는 물질로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 농업과 공업에 대한 차이인식의 결여, 재생불능 천연자원에 대한 오만한 태도, 근본적으로 자동차와 동물조차도 효용의 가치로만 구분하는 중대한 형이상학적 오류로 인한 위험, 즉 존재의 차원을 간과하고 있기에 이르고 있다.

한편, 인간으로부터 창조적 일을 빼앗고 파편화된 일을 떠넘긴 현대기술, 과학이 야기한 세 가지 동시적인 위기 - 기술, 조직, 정치 등이 인간성을 거역하여 사람의 마음을 침식하고, 생물계라는 환경 손상과 부분적 붕괴의 징후, 재생 불가능한 자원의 낭비 극도화로 인한 고갈 가능성 - 의 지적과 함께 인간중심의 기술로서 거대기술보다는 소박하고 값이 싸며, 제약이 적은 자립, 자주, 민중의 기술로서 중간(中間)기술에 대한 피력은 오늘의 남반구에 집중되어 있는 저개발국 및 농촌지역의 발전을 위한 대안으로 示唆하는 바가 높다하겠다.

그러나 이 저술의 꽃은 단연 3부 5장의‘새로운 소유 형태’라 할 수 있다. 사유와 공유, 시장경제와 계획경제, 자유와 전체주의를 매트릭스화 하여 오늘의 우리가 궁극으로 지향하여 할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는 장으로서 사기업의 국영화에 대한 치밀한 제언들, 사적소유에 대한 마르크시즘의 경제적 교조주의를 비판하고 그만의 새로운 견해의 피력은 매혹적이라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적정규모의 소비로 인간으로서의 만족을 극대화하려는 간소와 비폭력, 모순되어 보이는 자유와 질서의 조화, 인간에게 주의를 돌리는 사고체계에 근간하는 대중생산체제에서 중간기술까지, 그리고 새로운 형이상학체제의 구축에 이르는 슈마허의 제안들은 오늘을 걱정하는 인류 모든 이들에게 중대한 사상적 기초를 제공한다.

“생명이 없는 물질은 우아한 것으로 만들어져 공장을 나오지만,
인간은 거기서 부패하고 타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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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마술사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5 링컨 라임 시리즈 5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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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과 과학의 대결이라 해야 할까? 바로 눈앞에서 벌어지는 마술사의 현란한 손동작에 기만당하는 느낌이란 참담함이라기보다는 경외가 맞을 것이다. 대체 어떻게 사람이 사라지는 것일까, 아니 몸을 두 동강냈는데 어찌 다시 살아난단 말인가, 찰나에 불과한 시간에 계속 새 옷으로 변신하는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등등, 그러나 마술사들의 노력이 빚어낸 그 신비로움이 매혹의 즐거움이 아니라 인간의 생명을 향한 사악한 도구로 바뀌었을 경우, 그대로 꽁꽁 묶여 물탱크를 탈출하지 못하고 죽어버리고, 몸을 자르는 것이 실제라면 그 참혹함을 우린 감당할 수 있을까? 

음침한 음악학교에서의 살인, 경찰관을 버젓이 마주한 범인이 감쪽같이 사라져버린다. 펑~ 섬광과 함께. 그리곤 작가는 범인의 이름 '말레릭(Malerick)'을 소개한다. 탈출마술의 거장 후디니의 본명 에리히 바이스(Erich Weize)와 세계적 마술사 말리니(malini)를 합성한 이름. 더구나 어두운 자기 마술의 본질인‘악(惡)’을 뜻하는 어근에서 따온 것이라는 심상치 않은 설명을 곁들이면서.

결국 독자는 선(善)을 대표하는 과학수사의 대명사‘링컨 라임’과 악의 화신인 마술사의 자존심을 건 한 판 대결에 동참하여야 하지만 작가는 그리 단순한 구도만으로는 만족치 못했던 모양이다. 인종차별주의자들의 비밀집단인 애국단이라는 극우범죄자들의 검사 살해 음모와 결합되고, 유명 서커스단과의 과거원한까지 가세하여 사건을 혼미에 빠뜨린다.
스릴로는 모자라 무수한 복선이 깔리고, 이로 인해 독자의 감각을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서스펜스에는 그만 작가‘제프리 디버’의 명성에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자기 영혼을 기만이라는 예술에 바친”사람, 라임의 손발이 되어주는 현장 감식의 베테랑 경관 ‘아멜리아 색스’의 코앞에서도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범인을 과연 잡을 수 있을까하는 무력감이 엄습할라치면 평온과 행복 그리고 매혹을 표현하는 선의 마술사‘카라’의 등장으로 활기를 채운다. 기막히게 적절한 인물들의 배합과 그들이 발산하는 매력으로 작품은 의기양양해진다.

여기에 색스의 승진시험까지 더해지면 사람 사는 세상냄새로 이야기는 그야말로 풍요로워진다. 연쇄적 살인이 이어지고 과거의 화재로 인해 아내를 잃고 자신의 페르소나(persona)까지 상실당한 범인의 과거가 하나씩 밝혀진다. 그 분노와 초조함을 달래기 위해 사람을 살해함으로써 보상받는 신출귀몰 하는 환상 마술로 무장된 살인마의 실체는 좀체 드러나지 않는다. 작품의 재미는 바로 이러한 환상마술이 다양하게 변주되어 살인행위에 이용되고 있는 점이라 할 수 있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살인자의 범위가 축소가 되는 것이 아니라 외려 확장되고 있다 할 정도로 스토리는 더욱 풍성해지기만 하여, 단 한 순간도 지루함을 느낄 여유를 주지 않는다. 이 작품의 키워드라 할 수 있는 마술에서 일종의 트릭행위라 할 수 있는 '미스디렉션(misdirection)'은 수사팀과 범인의 치열한 두뇌싸움의 중심에 서서 그 예측으로 독자를 몸살 나게 한다.

아마도 이처럼 많은 반전을 지닌 작품은 없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정교하고 속도감 넘치는 플롯으로 무장되어있는 소설이라 할 수 있다. 다름 아닌 이 소설자체가 이미 마술의 한 자락이라 하여야 할 것이다. 경애하는 독자 여러분! 500쪽까지 읽으시고 범인을 밝혀내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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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던져라 책이 답한다
김은섭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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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을 부추기고, 소비를 촉진하며, 타인과 끝없는 비교를 통해 보이는 모습에 가치를 부여하는 사회, 그래서 그 가치들을 쫓아‘성공’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게 하는 사회를 조성하기 위한 무수한 비즈니스 실용도서들이 서점을 현란하게 장식하고 있다.
부단히 학습하고 자신의 역량을 계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조직과 사회는 보이지 않는 압력을 행사한다. 잠시라도 정체되어 있으면 남보다 뒤지고 생존경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 할 것만 같아 조바심치게 하는 시대에 몇 권의 관련 도서라도 읽어볼라치면 즐비하게 진열되어 있는 책들이 그만 질리게 만들고 어렵게 선택한 책은 허황되기만 하다.

이러한 비즈니스 실용도서의 광대한 시장에서 먼저 그러한 책들을 읽어보고 세월의 흐름에도 풍화되지 않고 독자들에게 주요한 지혜와 실천지식을 풍부하게 전달해 줄 수 있는 나름 고전적 지위를 획득한 책들을 선정하여 바쁘고 심적 여유를 훼손당한 오늘의 생활인들에게 시행착오라는 낭비를 제어하게 해준 이 저술은 아마 지극히 반갑고 고마운 노고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대략 비즈니스 실용도서 중 70여권의 엄선한 부문별 저작들이 저자의 세심하고 친절한 소개글과 함께 설명되고 있다. 노동(일)의 의미와 그 가치에 대한 사유의 저작들에서부터 트렌드와 미래의 세상에 대한 분야, 기업 경영의 현장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실무지식들과 관리자, 경영자로서의 갖추어야 할 미덕, 그리고 전형적인 자기계발분야, 기획에서 마케팅, 회계, 인간관계, 협상과 설득의 기법에 이르는 실용적 삶의 기술, 끝으로 부자학과 창업에 이르는 분야까지 각 분야마다 5~6책의 주옥같은 저술들이 풍부한 독해력을 기반으로 한 저자의 완벽한 주제와 핵심내용의 정리로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이 추구하고 요구하는 지식을 품고 있는 저작을 수월하게 고를 수 있게 해준다.

특히 독서와 독서법을 위해 추천된 저술들은 광의의 독서에 대한 매혹적 글에서부터 점진적으로 비즈니스 실무자들에게 필요한 독서기술로 전문화되고 심화된 저술의 소개로 이어져 책과 친하지 않은 독자들에게도 책 읽는 재미와 흥미로 인도하기도 한다. “책 읽기와 비즈니스의 성공적인 결합을 위해서 글을 읽는 사람과 책의 내용이 이가 맞아야”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저자의 세심한 배려가 도처에서 돋보인다.

책을 읽는 이들에게는 누구나 자신만의 이유가 존재할 것이다. 정서적 위안을 구하거나, 정체성을 확인하는 도구로서, 또는 삶의 희로애락을 폭넓게 느끼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저술은 사회적 신분상승이나 존재론적 변신에 목적을 가지고 지식습득과 인격형성에 관심을 가지는 사회인들 모두를 위한 진정 엑기스 같은 훌륭한 비즈니스 실용 독서 안내서라 할 수 있다. 더구나 매 저술들의 소개글 자체가 이미 탁월한 비즈니스 실용 지혜를 담고 있기도 하여 이 저술 한 권이 지속적인 독서의 욕구를 자극하는 멋진 수단이 되어주기도 할 것 같다.

책 읽기를 말하는 책이며 엄선된 비즈니스 실용도서의 안내서이기도 한 이 저술이 소개하는 71권의 저작들에 대한 단상들은 독자들의 다음의 독서를 위한 멋진 생각의 촉진제가 될 것이다. 아직도 책을 집어 들기를 주저하는 비즈니스맨들에게 우선 이 한 권의 비즈니스 핵심 메시지를 읽어 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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