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만큼의 눈물로 너를 기다렸다
김하인 지음 / 네오픽션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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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막에 던져진 물고기처럼 온몸을 퍼덕거렸다.˝, 강렬하고 정직한 몸의 언어들, 뜨거운 삶의 응시속으로 빨려들어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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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정신이 조금이라도 잠들면 불의의 욕망에 발을 담근 기득권 세력의 네트워크는 슬며시 파렴치함을 드러내고 사회정의의 둑에 틈을 만들고 그 둑을 무너뜨린다. 그리곤 그 더러운 부정을 은폐하기 위해 응집하여 자신들의 거미줄을 견고화한다. 2009, 소설도가니로 부패한 사회망을 통렬하게 고발했던 공지영이 다시금 비리와 부패를 비호하는 악의 거미줄을 추적하는 신작해리』를 발표했다.

 

 

이 소설은 2015년 발생한 전북지역의 유력인사들과 연대한 소위 봉침(벌침)을 놓는 여목사의 불법 장애복지시설 설립과 아동학대, 기부금 횡령 등에 감추어진 사실을 폭로하고 진실규명을 호소하는, 즉 끊임없이 사회정의를 파괴함으로써 자신들의 비루한 이기심을 충족하려는 세력에 대한 시민정신의 깨어있어야 함을 거듭 환기하려는 이야기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출간 전부터 이 작품의 불매운동을 추진하는 세력이 등장했다.

 

    

 

출처: 2018.6.20자 공지영 작가 페이스북(세계일보 기사 캡처사진 재인용)

 

 

 

손가혁(손가락혁명군: 이재명 경기지사 당선인 지지자 그룹)공지영이 어그로(관심을 끌기 위한 악의적 도발)를 끈다며 불매 시작한다고...”했다며 그녀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막힌 현실을 토로했다. 내 세력과 다른 견해는 불용한다는 이러한 타자 배제의 사고가 수구정당의 지지 세력이 아닌 진보세력의 일원들로부터 나왔다는 데 아연실색치 않을 수 없다. 대중의 인기에 부합하는 정치활동을 빌미로 개개인의 선의를 갈취하며, 나만이 정의라는 아집에 사로잡힌 이들를 보면, 시민정신이 대체 어디로 가버렸는지 정말 궁금하기까지 하다. 소설의 제목처럼 혹여 이들은 다중인격 장애를 겪고 있는 것이 아닌지....

 

 

공지영의 소설 해리는 선하다고 의심치 않는 곳에서 벌어지는 추악한 욕망의 드러냄과 이 부정을 지속되도록 방치하는 뿌리 깊은 악의 네트워크를 쫓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시민의 정의와 희망과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질문하고 깨어있어야 한다고 우리네를 자극한다. 불의에 저항하고 악행의 시정을 부단히 요구하며 타인에 대한 연민과 신뢰의 시선을 거두지 않을 것을 호소하는 그녀의 또 하나의 문학적 성취가 결코 왜곡되고 거절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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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18-07-21 16: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마태우스라고 합니다. 이 책 쓴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드뎌 나왔군요! 무조건 사야죠. 근데 손가혁들이 불매운동을 한다는군요. 같은 진보라고 묶이기엔 문지지자와 손가혁들은 이미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죠. 글구 선거 막판 공지영 작가의 SNS는 대작가의 멘션이라 보기엔 좀 아쉬웠고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매운동을 한다는 건 좀 어이없습니다. 봉침 사건의 실체를 짐작할 수 있는 좋은 소설인데 말입니다. 덕분에 주문합니다.

필리아 2018-07-21 17:09   좋아요 1 | URL
공 작가에게는 보다 진중한 태도가 필요했다는 점에서는 공감합니다. 그럼에도 불매운동추진자들의 중심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정치적 이익이라는 진영의 문제를 넘어서야하는데요, 그렇지가 못하네요. 안타깝습니다. 또한 여전히 문학작품을 비롯한 문화에 대한 천박한 이해도 우리사회가 아직도 갈길이 한참 멀었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하구요. ‘도가니‘를 발표할 때에는 당시 한나라당 ㅈ의원을 비롯한 보수정치세력들이 무차별 언어테러를 가했던 기억이 납니다. 문학이 정치적이어서는 안된다는 황당한 논리를 내세우면서 말이죠....

Stylo 2018-09-07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가 실은 가난한 사람을 위한다며 모금한 그 돈을
세월호 유가족과 밀양 송전탑에서 싸우는 할머니들과 쌍용자동차 노동자에게 준다고 모은 그 돈을 현재 어떤 여자와 둘이 쓰고 있다는걸
아는 사람이 있다고 한들
사람들은 그걸 알아볼 수 있을까?
세상은 그걸 밝힐 수 있을까?

무진의 이 어둠˝

공지영씨가 리트윗한 해리 발췌입니다.
누가 봐도 악의적입니다.
이래서야 그쪽 지지자들이 불매를 한다 한들 탓할 자격이 있을까요.
삼류소설을 쓴다고 했더니 정말로 삼류소설을 내셨군요.
문학적 성취라... 잘 웃고 갑니다.

필리아 2018-08-01 05:55   좋아요 1 | URL
시작되었네요, 동어반복을 하시는 분들이군요. ㅠㅠ
 
오리엔트 특급 살인 (리커버 특별판. 페이퍼백) 애거서 크리스티 리커버 컬렉션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신영희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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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이국적인 디자인을 한 새로운 표지의 유혹만으로도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다시금 손에 들게 할 만큼 매혹적인 추리 문학 작품이다. 시리아의 겨울 아침 5, 알레포역을 출발하는 이스탄불 행 타우루스 특급’, 이 열차 식당칸 아래 작은 불로 잠시 지체되자 더벤 햄이라는 영국 여성의 시간지연을 걱정하는 장면이 예사롭지 않은, 중요한 암시의 하나임을 이젠 알아보게 된다. 이처럼 다시 읽기 여정은 작가가 여기저기에 지뢰처럼 묻어둔 장치들을 발견하며 그 섬세한 호흡에 일체가 되는 또 다른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준다.

 

    

 

이 소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외부의 어떤 조력도 받을 수 없는 철저하게 한정된 장소에서 사건이 발생하고 그것을 해결해야하는, 문자 그대로에르퀼 푸아로라는 탐정의 순수한 추리력에만 의존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스탄불 출발 칼레 행 심플론 오리엔트 특급열차침대칸에 모든 용의자를 몰아넣고, 눈사태로 고립된 열차 내에서 한 남자가 피살된 채 발견되는, 완벽한 밀실 구조의 수수께끼에 던져지는 것이다. 오직 용의자의 진술들과 현장의 단서에만 의존해서 풀어내야 하는 지성의 총체적 대결이 곧 이 작품의 미덕일지도 모르겠다.

 

라쳇이라는 미국인 남성이 살해된 채 발견된다. 떨어진 손수건, 성냥, 없어진 담배 파이프, 115분을 가리킨 채 멈춘 시계, 사라진 살해 도구 등등 산만한 단서들, 탐정 푸아로는 침대칸의 승객들을 한 사람씩 불러 진술조사를 시작한다. 침대칸 차장을 비롯한 13명 승객의 아무런 실마리를 제공해주지 않는 듯한 진술로부터 그 위장된 껍질들을 한 겹 한 겹 벗겨내는 쾌감이 책장 넘기는 속도를 재촉하게 한다.

 

한편, 이 소설의 마지막 장에 작품해설을 쓴애거서 크리스티의 손자 매튜 프리처드가 지적하고 있듯이 피살된 인물의 과거 행적으로 드러나는 잔혹한 어린이 유괴 살해자로서 암스트롱가 살인 사건을 이 작품의 거대한 축으로 은밀히 내장시킴으로써 생명의 존귀함, 사회정의의 실현에 대한 작가적 열망의 정도를 가늠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추리문학의 영원한 고전적 지위를 갖도록 하는 요소는 탐정 푸아로가 발휘하는 방법론으로서 추리의 명쾌함일 것이다.

 

어떤 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도대체 무엇에 대해 왜 거짓말을 하는 걸까 하고요. (....)

 만약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그는 이런 이유로 이 거짓말을 한다는 답을 만들어 보는 겁니다.”

그렇지만 당신 추측이 잘못된 것이라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렇다면 그 사람은 완전히 혐의를 벗는 거지요.”       

                                                              (P 310 ~311 에서)

 

소거법이라 할 이 수단의 사용은 사건 해결의 절대적인 결과를 낳는데, 은폐되어있던 용의자들의 정체는 물론 경이로울 만큼 사실을 드러내는 강력한 도구로서 깊은 인상을 남긴다. 아마 즐비하다고 할 정도로 널려 있었던 암시를 확인하는 이 과정은 지적 쾌락 최고의 맛을 느끼는 그런 즐거움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마치 이것은 전희에 불과한 것이야! 라고 말하려는 듯이 놀란 뇌세포의 꿈틀거림을 감각할 만큼의 상식 전복의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이런 걸 환천희지(歡天喜地), 열광적 즐거움이라 해야 할 것이다. , 범인이 누구라고! 올 여름을 애거서 크리스티가 선사하는 지적오락과 함께하는 것도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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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 대미지의 일기
벨린다 스탈링 지음, 한은경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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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여성에게는 온갖 금기와 금지가 덧씌워져 있던, 오직 굴종과 대상화된 존재로서의 의미만을 지닌 세계에서 그 세계의 경계에 매달려 힘을 다해 버티는, 마침내 19세기 영국 사회를 지배하는 질서의 위선과 실체의 허상을 드러냄으로써 자기욕구의 온전한 자각과 공정한 성(fair sex) 질서를 복원해내는 한 여인의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에는 불구의 남편이 있으며, 간질발작을 일으키는 어린 딸이 있고, 생업을 위해 남성이 축조한 세계에 발을 내딛어야 하는 여인이 감당해야 할 권력으로서의 귀족사회와 백인남성, 제국주의가 있다. 그리고 인종주의적 인류학과 골상학 등 합리주의를 자칭하는 의사(擬似)과학과 이들 지성의 외피를 쓴 추한 욕망, 외설(猥褻)의 세계가 있다.

 

이렇게 적대적인 환경에 에워싸인 세상에 진입하여야만 하는 불가피성의 상황, ‘대미지 제본소의 주인 피터 대미지의 아내인 도라는 세계의 영역, 즉 지배질서의 공간으로 들어간다. 더 이상 손의 사용과 거동이 불가능해진 남편, 일감의 부족과 사채의 압박에 굴복한 터전 상실의 위협은 그녀를 밖의 세계로 밀어낸다. 여성에게 금지되어 있어 남편의 이름으로 작은 일감을 얻어내고 도라는 자신만의 감각으로 주어진 제본을 납품하지만, 제본협회의 중심인물이자 중개자인 디포로스에 의해 여성인 도라가 제본 작업의 실체임을 들키고 만다. 금지의 도전은 곧 권력으로부터의 위협이 되어 그녀를 향하고 이것은 여성의 실존을 한없이 취약하게 만든다. 약점을 확보한 권력은 결코 먹잇감을 놓치지 않는다.

 

불구의 남편, 간질 발작을 일으키는 어린 딸을 가진 여성, 남성의 영역에 은밀하게 들어 선 여성은 강고한 믿음과 신중함을 요구하는 일감을 받게 된다.

 

원초적인 반응, 다시 말해서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이는 유해한 내용의 글에 족쇄를 채워서 보호함으로써 아무나 우연히

책장에 꽂힌 책을 꺼내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제본사로서 부인의 책임은 (....) 적절하고 유쾌한 덮개를 입히는 것입니다.

부인이 나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P 158)

 

데카메론을 시작으로 도라가 받게 되는 책은 관능적이면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되, 그 안에 담긴 놀라운 내용에 운만 띄워야하는 이중성을 요구하는 것들로 채워지기 시작한다. 외설물로서의 금서, 소유조차 금기시되는 책의 은밀한 제본, 절대적 비밀을 요구하는 것, 자기 삶을 지켜내기 위한 도라의 버텨내기는 살얼음판 위를 걷는 아슬아슬한 지대로 내몰리는 것이다. 지성의 위선 속에 숨은 귀족들의 내밀한 욕망충족의 하수인이 되는 것이다. 여성 제본업자에 대한 호기심은 해부학의 권위자인 의사이자 귀족인조슬린 나이틀리경과의 대면으로 이어지는데, 조슬린이 도라의 외모를 묘사하는 장면은 당대를 휩쓸던 골상학이라는 과학적 지성의 왜곡된 단면을 상기시킨다.

 

부인의 세련된 코를 보고 알았소. (....) 부인의 코에는 분별력과 사업에 대한 적성이 있어요.

경쾌한 턱을 보니 부인이 빨리 배우고 창의적이고 적극적이면서도 신중한 사람이라는 걸 알겠소.“

                                                                                            (P 149)

 

그녀가 제본하는 책들 -욕정의 투르크인, 혹은 동방군주의 하렘, 사티리콘과 남근 숭배의 글,프리아포스 숭배와 고대의 신비 신학의 관계에 대한 담화- 은 갈랑트리(galanterie)계열의 외설물로 점차 그 강도와 폭력의 세기는 강화된다. 윤리와 종교, 과학이라는 지성의 외피를 쓴 추악한 욕망의 세계를 상징하는 이러한 책들은 당대 지배권력 위선의 일면이 될 것이다.

    

 

도라는 또한 조슬린 경의 아내인 레이디 나이틀리의 초대를 받게 되며, 미국에서 탈출한 흑인노예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서 그녀가 보호하는 흑인 남성을 대미지 제본소 도제로서 고용할 것을 부탁받게 된다. 이 국면은 남성대 여성의 불평등에서 식민지와 인종적 편견이라는 또 다른 불평등의 세계로 시선을 확장시키며, 인종주의에 도사린 곡해와 경계, 호기심이라는 양가적 감정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소설적 장치가 된다. 남편 피터의 도덕적 무장상태가 완전히 허물어지는 죽음과 흑인 의 등장은 도라에게 새로운 세계의 이해, 자기 욕망을 비로소 들여다 볼 수 있는 자기응시, 온전한 인격의 주체로 나아가는 과정이며, 여성 귀족사회의 흑인 남성에 대한 타락한 욕망의 세계 드러내기이고, 인종주의에 씌워진 불의한 논리 이면에 감추어진 백인 남성 중심체제의 불온성을 해체하는 여정이 된다.

 

은밀함이 위협되는 요인의 발생, 낯선 흑인 남성의 고용은 일감 중개자인 디프로스로부터의 믿음에 대한 증거의 요청과 딸 아이 루신다의 간질병 제거를 위한 음핵제거술의 실험대상화라는 폭력적 위기를 낳는다. 이것은 점차 자신이 죄악의 어두운 동굴로 끌려가고 있다는 자각과 함께 인피(人皮)제본이라는 사건적 상황은 평등과 자유라는 존재적 저항의 세계로 도라를 이끈다. 백인 평민 여성인 도라와 흑인 남성 딘과의 사랑, 여기에 조슬린으로부터 혼혈아로 의심되는 아이를 낳았다고 쫓겨난 레이디 나이틀리(실비아)의 의탁은 당대를 지배하는 질서의 조악함과 위선의 까발림을 동시에 이야기 한다.

 

결국 이 저항은 금지위반의 여성이 삶을 버텨내기 위해 권력에 굴복, ‘먹잇감으로서 여성이 되어 손쉬운 욕망의 대상화와 도구로 이용되지만자기 직시를 통해 지배 권력에의 저항을 위한약자 연대를 하며죽음의 쟁투를 겪어내고 마침내 그 금지된 경계를 허물고, 권력을 해체함으로써 자유, 평등, 온전한 존재자로서 성립하게 된다는 치밀하게 구성된 페미니즘의 도식을 떠올리게 한다. 바로 이 도식적 구조를 명확하게 함으로써 말하려는 주제가 더욱 강렬하고 힘차게 전달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것, 낯선 것에 대한 멸시와 경계, 그리고 호기심은 자신에게 복종하는 한 배제를 유예하지만 그것이 저항하는 순간 배제의 원칙은 공고하게 그 힘을 행사한다.

 

내겐 도라와 딘의 열정적인 정사장면을 비롯해 인상 깊은 몇몇의 장면이 있는데, 도라의 피부에 문신을 강제로 새겨 넣는, 즉 권력이 배제의 힘을 행사하는 장면은 단연 최고로 꼽고 싶다.

디프로스는 백인 귀족 남성사회로 대변되는 지배 권력의 사신이라 할 수 있는데, 그는 도라가 가장 우려하는 루신다에 대한 폭력적 수술이 아니라 그녀의 피부에 문신을 새겨 넣는 것이다. 인체의 피부에 문자, 그림, 기호를 새기는 이 행위는 소위 완전한 소유에 대한 갈망이라 할 것이다. 권력에 도전하는 신체에 문자를 씀으로써 그 존재의 주체성을 무화시켜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하는 것, 그런데 디프로스는 여기에서 더 나아간다. 조슬린 경에 대한 그의 과잉 충성은 새겨 넣은 피부만을 원하는 것이며, 그래서 그녀를 살해하는 것이 최종 도착지가 된다. 도라는 자신이 책의 표지가 될 운명을 감지하지만 그 결과는 디포로스의 죽음, 다분히 상징적인 결말을 보여준다.

 

도라가 거둔 이 싸움에서의 승리에는 실비아(레이디 나이틀리)가 보낸 딘, 그리고 조슬린 경의 가장된 의료행위가 있다. 여기에는 쫓겨난 귀족 여성, 흑인 남성 이라는 약자들의 연대와 자신의 실존적 안위를 지켜내기 위해 친자를 외면해야 했던 귀족 남성의 이면에 놓인 진실이라는 배후가 있다. 작가의 용의주도한 서사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는데, 도라와 실비아의 흐릿한 동거적 삶의 형상으로 굴종으로부터의 해방, 완전한 자유를 쟁취한 고고한 여성을 마침내 세워내는 것이다. 외설 서적 제본이라는 독특한 소재는 물론, 짧은 호흡으로 거침없이 질주하는 서사, 멜로 드라마적 사랑의 열기까지 더해 성()과 계급, 인종에 대한 인문학적 성취까지 이뤄낸 페미니즘 문학의 정수라 하여야 할 것이다. 어쩌면 시간의 경과에 따라 더욱 독자들의 반응이 깊어질 작품이라 해도 한 치의 과장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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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78, 맨부커상 재단은

맨부커상 50주년을 기념하는 '황금 맨부커상(The Golden Man Booker Prize)' 수상자를 발표했다

 50년간 수상작 중 최고의 작품을 선정하는 공개 투표 결과 발표로

영국 런던 사우스뱅크 센터에서 페스티발의 대미를 장식하였다.

 

 

 

 

 

  

후보작은 조지 손더스의 Lincoln in the Bardo와 힐러리 맨틀의 Wolf Hall,

V. S. 나이폴의 In a Free State, 페넬로페 라이블리의 Moon Tiger,

마이클 온다체의 The English Patient이었으며,

1992년 맨부커상 수상작인 온다체의 잉글리시 페이션트가 영광을 차지하게 되었다

이미 불멸의 현대고전이라는 수식어를 얻은 이 작품이 

다시금 국내 독자의 시선을 끌게 되었다.

아름다운 문장, 詩的이며 哲學的 성취를 지닌

  소설이라 칭한 재단의 선정 수사 또한 작품의 위대성을 빛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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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07-09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오래 전에 영화를 보고 나서
올해인가 새로 나온 책으로 만나 봤었는데
역시 책이 더 훌륭했던 것 같습니다.

영화는 사실 잘 기억이 나지 않아서 다시
돌려보기로 본 것 같습니다.

줄리엣 비노쉬 정말 대단하더군요.

필리아 2018-07-09 09:36   좋아요 0 | URL
왜 위대한 문학작품으로 거듭 지목되는지 그 문장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형상화한 이미지가 발산하는 철학적 감각, 서사시라 불리울만큼
향수어린 이야기들은 그 이유를 확인하게 해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