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전체주의와 문명의 야만 問 라이브러리 2
도정일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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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국 사회가 보이는 가치의 획일화로 상실된 너무도 중요한 자유와 행복의 몰락에 대한 통찰이며, 이의 회복을 위한 우리사회에 팽배한 그릇된 가치의 방향을 전환하기 위한 지식인의 분투(奮鬪)이다. 지적되고 있는 문제제기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나, 저자의 깊고 예리한 성찰이 대중의 이해를 촉구하기에 수월한 문장으로 기술되어있어 그 전도된 가치들의 대중적 이해를 돕기에 적절하다.

주요 비평 및 논단지에 발표된 6개의 원고로 구성된 이 저작물은 발표된 시기에도 불구하고 오늘에 있어서도 그 의미와 지향하는 가치의 어느 한 부분도 손상되지 않는다.

전 지구적으로 맞닥뜨린 세계화의 거센 물결 속에서 우리 한국사회는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것인가? 그 태도는 우리에게 어떤 상황을 펼쳐내고 있는 것인가? 우리가 존중하고 지켜내야 할 가치들을 망각하고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란 어떤 모습이어야 하며, 그래서 손상된 가치들을 회복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사유하고 실천하여야 하는 것인가? 에 대한 냉철한 탐색과 분석을 통해 대안적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비평의 대상으로 저자는 공교육의 붕괴, 문화정체성의 상실과 같은 사회, 문화적 위기를 소재로 하여 시장자본주의의 전체주의화, 권력-기술-자본의 연정이 가져오는 폐해에 대해 경종을 울려주고 있으며, 오늘의 세계화를 서구의 세계 식민지화 시대인 19세기의 ‘진보논리’와 20세기 탈식민화에 따른 대체 이데올로기로서 강구된 ‘개발논리’의 연속선상으로 진단하여, 강자의 약자에 대한 착취의 악덕이라는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또한, 세계화의 중요한 특성인 전 지구의 단일화라는 획일성의 가치가 수반하는 다양하게 변주된 모습을 ‘아Q현상’과 같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잡종의 문화, 즉 혼합문화(Hybrid Culture)가 가지는 극단적 혼란을 지적하고, 이의 배후에서 은밀하고 음험하게 침투되는 시장전체주의의 과격한 몰가치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저자는 시장자본주의를 부인하는 것이 아니며, 시장유일의 만능적 사고가 만들어내는 뒤틀린 사회현상으로 인한 가치의 왜곡을 바로잡자는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공교육이나 대학경영에 물밀듯 불어 닥친 ‘경쟁의 논리’가 얼마나 모순되고 우스꽝스런 것인가는 민간기업의 경영이나 민간경제부문 또는 시장의 논리가 자연스럽게 요구되는 부분이 아닌 곳에 시장이라는 유일의 논리를 마구 들이대는 우리사회의 몰지각하고 무지한 현실로 드러난다. 이로 인한 시장전체주의의 그 야만적인 결과들은 인간과 사회의 갈등을 재촉하고 양분하여 붕괴로 견인한다.


우리의 문화적 정체성은, 우리의 교육은, 우리의 학문과 문학은, 우리의 사회정책은 그래서 지금 어떠해야 하는가? 기술과 자본과 권력의 결합이 무서운 공포를 자아내는 것은 “어떻게(How)의 기술주의적 도구 사고가 왜(Why)라는 정당성의 질문을 압도하는 정신 상태”이기에 그렇다. 세계화가 가지는 그 실체의 속성을 이해하고 우리사회가 잃어버릴 수 없는 자유와 행복이라는 고귀한 가치를 유지하고자 하는 노력은 그래서 중차대하다. 저자의 신랄한 진단에서 내려가지 않던 울화와 분통이 말끔히 씻겨 내려가는 쾌감을 얻는다. 그리고 왜 시장자본주의가 세계화의 모습에서 전체주의의 얼굴을 하고 있는지, 그래서 어떤 추악한 모습으로 우리를 나락으로 내몰고 있는지 너무도 명쾌하게 평가하고 있다.


이 저술은 어느덧 황폐해지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는, 무가치의 세계로 향하는 우리들과 우리사회에 대한 진지하고 사려 깊은 조언으로서 저술자의 땅을 치는 진정을 볼 수 있다. 가치가 전도(顚倒)된 이 기막힌 한국사회의 병리현상에 대한 최고의 진단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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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 개정판, 하버드 초청 한류 강연 & 건국 60주년 기념 60일 연속 강연 CD 수록
박진영 지음 / 김영사on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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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의 대중스타 박진영의 20대 청년으로서의 삶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다양한 시각에서 기술되고 있다. 대중음악인으로서의 음악에 대한 정열, 사회의 불평등한 가치에 대한 균형적 시각에 대한 사유, 페미니스트로서의 남녀의 성에 대한 담론, 부조리한 사회규범에 대한 나름의 가치 정립 등이 의례 그 나이에 하게 되는 치열한 의문을 당당하게 자신만의 목소리로 정리하고 있다.

25살의 청년이 연예스타로서 대중 앞에 서게 되면서, 자아를 어떻게 정립하고, 나아가 사회에 대한 책임이 어떤 것인지 고민하는 이야기는 성숙한 시민으로서의 면모를 드러낸다. 표제인 ‘미안해’가 그의 아내에 대한 배려의 미흡에서 야기되는 표현이기는 하지만, 이는 그의 팬들, 그리고 그를 아는 모든 대중에 대해 자신이 받은 갈채에 대한 미흡한 화답으로 여겨진다.

이렇듯 10여 년 전에 쓰여진 그의 가치관이나 사회와 대중에 대한 배려의 뜻이 2008년인 오늘에도 변함없이 지켜내고 있다는 자신감이 재출간을 가능케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청년 박진영이 이제 장년이 되어 미국이란 음악시장의 중심에 진출하는 과정을 마지막장에 추가 수록한 것은 ‘한류’라는 다분히 천박한 민족주의적이고 정치적인 인사들의 시각에 대한 대중을 향한 폭넓은 이해를 촉구하기 위해서인 듯하다. 이처럼 박진영의 주장은 겸손한가운데 투철한 정의가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다.

20대의 젊은이로서의 사유에 비롯되어 그 미숙함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가치들이 부분적으로 보여 지고는 있으나, 그가 이야기 하듯이 모든 전문적 사상을 논의하는 것이 아니듯이 한 청년의 성숙한 사유로의 과정으로 이해 될 수 있다. ‘보편성’이란 언어는 정말 조심스러운 어휘가 아닐 수 없다. 자칫 지역이나 소득계층, 서로 상이한 사상의 시선에서는 격렬한 논쟁을 야기할 수 도 있기 때문이다. 그의 시장자본주의적 질서에 대한 이해나 만족감의 표시와 같은 개인적 성향까지 문제시 할 수는 없으나, 앞선 서술에도 불구하고 왜곡된 연민이나 동정으로 비추어 질 수도 있음을 경계하여야 할 것 같다.

대중의 스타로서 이제는 그가 말하듯 프로듀서로서, 그리고 사업가로서의 역할에 열정을 불사르는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 또한, 음악에 대해, 나아가 사회에 대한 소명의식이 우리의 대중음악 뿐 아니라 대중의 삶에도 의미 있는 실천으로 이행되기를 기대해본다.

200여 쪽의 이 작은 책자는 화보와 에피소드, 소년시절의 일기, 담론, 그리고 에세이와 같이 다양한 편집구성으로 독자들의 시각을  즐겁고 화려하게 꾸며준다. 책속의 그 무지개 같은 컬러들이 탁월한 뮤지션, 아니 그가 정의내리는 뛰어나 딴따라의 세계로 안내하는데 손색이 없다. 우리의 대중 음악인이 이처럼 철저하게 사유가 정리되어 있고, 인간에 대한 넓은 연민의 가슴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하게 되어 유쾌하기 그지없다. 그의 음악세계가 더욱 공고해지고 의지가 더욱 확장되어 세상에 펼쳐지기를 진정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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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생육기 책세상문고 세계문학 5
심복 지음, 권수전 옮김 / 책세상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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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詩經)의 가장 첫머리에 사랑을 노래한 관저(關雎)를 두었듯이 심복(沈復)또한 사별한 아내와의 행복했던 추억을 맨 앞장에 두었다. 자전(自傳)문학으로 분류되는 이 작품은 애달픈 부부의 사랑 이야기를 근간으로 18세기 말 청조의 문화와 일상의 소소함, 그리고 중국대륙의 자연 정취, 안빈낙도(安貧樂道)하는 삶의 즐거움을 펼치고 있다.

외사촌누이 운(芸)과의 사랑과 그리고 아내로 맞이한 이후의 이들 부부의 지극한 배려와 이해는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시울이 붉어질 정도의 감동을 안겨준다. 심복은 자기부부를 후한시대 부부의 본으로 알려진‘양홍과 맹광’에 비유하면서, 금슬을 자랑한다.
아내 운이에게 멋진 풍광과 멋스런 구경을 시켜주려고 밖으로 이끌면, “손을 꼭 잡고 어디 가세요?”하고 묻는 그 사랑스런 모습을 기억한다. 그리곤 “세세무궁토록 부부가 되기를 원합니다(願生生世世爲夫婦)”라는 양각과 음각의 도장을 새겨서 서로 떨어져 편지를 띄울 때면, 이를 정표삼아 찍어 보내기도 한다. 시집을 갓 와서 시댁의 낯설음과 어려움에 말없는 아내 운이를 위해, “나는 그녀가 말을 하게 하려고 울지 않는 귀뚜라미를 갈대풀로 건드려 울게 할 때처럼 했더니 운이도 차츰 말을 하기 시작했다.”라는 구절에서, 사랑하는 이에 대한 그리움의 간절함을 읽는다.

아내 운은 시화(詩畵)를 할 줄 아는 여성으로, 심복과 서로 글을 논하고, 그림을 평하기도 하며. 산수(山水)를 같이 즐길 줄 아는 여성으로 묘사되고 있다. 작자는 이런 아내에 대한 의지가 깊었음을 내내 아쉬워한다. 더구나 침실을 아내의 이름 운(芸)이의 뜻을 풀어‘빈향각(賓香閣)’이라는 이름을 써 넣기도 하고, 친구들과 자연 속에서의 풍류를 즐기려 할 때, 재치있는 방법을 마련하는 아내를 “규중의 여인들 중에 이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지금 세상에도 아마 찾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까지 칭찬해대기도 한다.

이처럼 이 자전문은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 진운(陳芸)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이 閨房記樂(행복한 결혼생활), 閑情記趣(아름다운 멋을 찾아서), 坎坷記愁(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이렇게 전반부 3편을 중심으로 짙게 표현되고 있으며, 浪遊記快(내 숨결이 묻어나는 곳), 中山記歷(유구국을 다녀와서 ), 養生記道(건강하고 여유롭게 사는 법) 후반부 3편은 작자인 심복 자신의 외유기와 인생의 말년을 정리하는 삶의 경륜이 담겨져 있다.
그러나 이들 글 역시 아내 진운에 대한 상실의 상념이 곳곳에 묻어나고, 멋스런 산수와 드넓은 세상을 보여주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절절하게 흐른다.

코를 막을 정도의 고약한 냄새가 나는 음식으로 개로유부와 하로과가 등장하는데, 죽은 아내 운이가 즐겨하던 음식이었으나 작자는 싫어하였단다. 그러나 아내 운이의 지극한 권유로 코를 막고 씹어보는 모습에서 절로 사랑의 기쁨이 넘치는 광경이 그려진다.“처음에는 싫었는데 자꾸 먹다보니 좋아지게 되었소.”하는 심복이 그때 아내에게 하던 말과,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비록 추녀라 할지라도 아름답게 보이는 법이지요.”하는 작자의 마음속 정감이 아내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커다란 것이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옛말에 금슬이 좋은 부부는 백년해로를 못 한다.”고 자기부부의 금슬을 시샘해 아내가 먼저 떠났음을 애처로워하고, 아내가 죽은 후 자신의 호를 매일(梅逸, 매화를 여의다)이라 지었다는 고백은 사랑의 그 심원함에 천박하기 짝이 없는 오늘의 사랑만을 아는 나를 부끄럽게 한다.
임종을 앞둔 아내가 작자에게 재혼을 말할 때, 심복은 다음과 같이 아내에게 시를 선사한다.

『이미 창해를 건넌 사람에게 보통 물은 물이라 하기 어렵고,
무산을 겪은 사람에게 보통 구름은 구름이 아니라네.』

그리움과 외로움, 상실로 인한 번민으로 삶의 지탱이 불가능 할 때, 그리고 세상에 대한 욕망으로 불편함을 멈추지 못하는 노년의 자신을 수양하는 마지막편인 養生記道(양생기도)는 오늘의 가치관과 환경에 비추어 다소 괴리되는 수련도 있으나, “마음의 멈춤과 휴식, 만족을 알고 한가할 수 있으면 이것이 바로 즐거움을 얻는 것”이라는 깨달음은 “마음이 쉴 수 있으면 눈은 저절로 감긴다.”는 손진인의 시구와 어울려 삶의 깊은 맛을 느끼게 해준다.

200여 년 전의 이야기이나, 이 작품은 18~19세기 자전문학의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으며, 당 시대의 다양한 문화와 유적의 면모를 볼 수 있는 사적 가치, 그리고 당시로는 파격적이라 할 수 있는 사대부의 진솔한 개인사를 드러냈다는 측면에서 높은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기도 하다.
작품의 모두에서 작자는 이 자전문(自傳文)을“먼지 낀 거울에서 투명함을 찾는 것처럼 훌륭한 문장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고 겸양을 보이지만, 오늘에도 그 문학적 향취는 사그라지지 않을 정도로 세월의 풍화에 견고하다. 사족 같지만,‘명예와 이익에 얽매이고’, 물질의 욕망에 마음을 멈추지 못하며, 사람의 관계에 대한 연민을 생각조차 갖지 못하는, 그래서 가치의 혼란과 정신의 황폐함에 내몰린 우리들에게 정말 때 묻지 않은 깊은 자연의 청명함을 주는 책이라 감히 추천하고자 한다.

註(주)* 부생(浮生):‘덧없는 인생’이란 의미로 해석될 수 있으나, 아득한 추억(꿈)의 삶을 표현한 것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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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와 리리의 철학 모험
혼다 아리아케 지음, 박선영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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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적 인간행동에 대한 철학적 사색을 평범한 일상적 사고의 패턴 속에 녹여낸 훌륭한 철학입문서라 할 수 있겠다. 또한, 10대를 주인공으로 한 학교소설의 형식을 채택하여 보다 친근하게 청소년들의 삶과 가치관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어 이야기로서의 재미를 배제하고 있지 않으며, 우리들의 삶과 철학을 좀처럼 연결 짓지 못하는 그 괴리를 말끔히 메워주고 있다.

이와 같이, 이 작품은 생각하는 삶, 인생의 가치에 대해 사유케 하는 뚜렷한 주제의식을 가진 흥미로운 청춘소설이며, 그래서 그 거창하고 낯설게 여겨질 수 있는 철학자들의 고뇌어린 사색의 결과가 보편적인 인간의 삶속에서 ‘왜’, 그리고 ‘어떻게’의미를 가지는가에 대한 자연스런 동화로 이어지게 하고 있다.

따라서, 주요 등장인물인 고등학교 2학년 남녀학생들의 시선을 경계로 하여 설정된 소재들 역시 ‘사람 마음의 본질’, ‘영혼의 존재 여부’, ‘원조교제’, ‘인간의 생명과 관련한 사형제도’, ‘종교’ 등으로 누구나 한번쯤 의문을 가져보았던 것들로 구성되어 있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미미와 리리, 두 여학생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일상과 번민이 윤리선생 데코라는 인생의 멘토(Mento)를 통해 가볍지만은 않은 인생의 본질적 가치의 설명이 흥미롭고 유쾌한 에피소드와 함께 전개된다.

리리 오빠의 자살이 가족과 가까운 이들의 상실감이란 상황을 시작으로 자살이 갖는 본질적 의미를 생각게 하고, 이에 따라 자연스레 사후세계에 대한 역사적, 철학적 성찰을 이끌어낸다. 과연 어떠한 의미를 가지며, 존재하는 것인가?, 그리고 사람의 마음이란 무엇인가? 『인간기계론』같은 저술과 플라톤의 주장 등을 대비하여, 기능적이고 물질적인 접근과 물질과 영혼의 2원론을 고찰하기도 한다.

또한, 원조교제와 관련하여 인간 개인의 욕망에 대한 처리와 그 책임의식, 자아와 타자에 대한 개념의 정립, 나아가 사형제도에 대한 토론을 통해 개인적 자아와 사회적 자아의 상충과 조화를 위한 멋진 사유의 접근도 드러내고 있다.

이처럼 이 작품은 우리가 가져야만 하는 성숙한 사회적 인간으로서의 성장에 철학이 어떻게 스며들어 있는지를 본원적 사유와 성찰의 방식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왜 인간은 서로 죽여서는 안 되는 것인가? 와 같은 다소 어처구니없어 보이는 의문에 대해 ‘호모 데몬스(Homo Demons)', 즉‘착란인’으로서의 인간에 대한 설명과, “종(種)이 살아남기 위한‘제1원리’로서 ‘인간들이 서로 죽이는 것을 금지한다.”라는 공리(公理)의 소개나, 칸트의‘목적의 왕국’, 미야자와 겐지의‘진정한 복지에 이른 길’, 벤담의 ‘공리주의’에 이르는 사랑과 조화의 메시지로의 전개, 철학적 태도를 인류에게 비로소 제시했다는 데카르트의 ‘의심하는 자아’, 칸트의 이성비판, 홉스, 존 로크, 루소에 이르는 사회계약론이 가지는 의미까지 폭넓은 철학적 식견들이 ‘철학’이란 이름을 붙이지 않고 친근하게 서술되고 있다.

이 철학이란 삶의 필수적 사유의 방법을 청춘드라마에 슬기롭게 입혀낸 소설은 ‘나와 너’라는 인간관계의 순수한 존재방식에 대해 어느덧 같이 진동하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그리곤 타자(他者)에 대한 사랑과 자비의 마음으로 책을 덮는 나를 발견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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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제국 - 소설로 읽는 아메리카의 초상
김욱동 지음 / 소나무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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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와 20세기의 미국을 대표하는 문학작품과 작가에 대한 비평서이자, 해설서라 할 수 있으며, 현대문학에 대한 다양한 비평기법의 소개와 활용을 통해 작품의 보다 깊이 있는 이해를 지원해주는 진정 상쾌한 저술이다.

또한, 수록된 미국문학을 대표하는 8명의 작가와 그들의 작품은 일반 독자들에게도 잘 알려진 친근한 것으로서 각 작품들에 대한 다양한 비평과 시선이 독서의 흡입력을 제고하여 수월하게 문학적 이해에 접근하게 하여준다.

1850년 발표된 너새니얼 호손의 『주홍글자』를 시작으로, 1970년 마여 앤젤루의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에 이르는, 21세기 오늘에도 세계에 넓게 독자를 형성하고 있는 고전적 작품들이 우리가 미처 읽어내지 못했던 속살을 저자의 친절하고 풍부한 이론적 식견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저자가 선정한 작품들은 이미 많은 독자들이 읽었거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 소설들이기에 더욱 흥미롭고, 명쾌함을 느끼게 해준다.

이 문학 비평서는 그 어느 문학수업, 창작수업, 문학비평 강의를 뛰어넘는 자연스러운 몰입을 형성케하여 현대문학의 사조(思潮)에서 비평기법, 작가의 창작세계, 그리고 이들 작품의 현대사적 의미에 이르는 풍부한 문학적 지식을 체화시켜준다.

페미니즘적 시선으로, 해체주의자의 분석을 통해, 시대적 조류(潮流)에서, 플롯인가, 인물인가, 인종과 종교와 계급에 대한 시대적 변화는 어떻게 반영되고 변화되어왔는가, 이를 받아들이는 대중들의 시선은 어떻게 변화되었는가와 같은 일관된 연속성에 의해 구성되어 있어 미국현대문학을 이해하는 귀중한 문학적 자양분을 충일하게 제공하고 있으며, 작가의 문학적 토양이 이떻게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인문적 설명까지 더해 하나의 작품을 이해함에 있어 실로 다채로운 도구의 실제를 목격하게 된다.

특히, 해체주의자들의 구조주의 이론에 의해‘주홍글자’라는 소설의 제목이 “간음이나 불륜의 사랑 보다는” 오히려 “언어와 정치, 담론과 권력에 초점”을 맞추려 하였음을 읽어내듯이, 헤스터의 가슴에 부착된“A"자의 다중적 의미로의 이전(移轉)은 문외한인 나로서는 새로운 발견이 되기도 했으며, 나로서 가장 큰 애정을 가졌던 작품인 『이선프롬』과 작가 이디스 워튼의 세계는 정말 매력적인 기회가 아닐 수 없었다.

자연주의에 대한‘환경론적 결정론’에 대한 그 단순한 학습이 있었다면, 이디스 워튼의 작품을 대했을 때, 보다 풍요로운 이해와 재미에 빠져들었을 것임을 알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원문이 가진 독특한 언어의 뉘앙스가 우리말로 번역되어 그 참맛을 미처 느끼지 못했던 몇몇 구절의 소개는 번역서에 의존했던 독서의 미진한 그 무엇을 발견케 하여준다.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 마크트웨인의 『톰소여의 모험』,『허클베리핀의 모험』,F.스콧 피츠제랄드의 『위대한 갯츠비』, 오 헨리의 단편소설들에 대한 위대한 작가들과 비평가들이 빚어 낸 다채롭고 통찰력 넘치는 비평들의 소개와 어우러진 해설들이 독자들의 작품을 보는 안목을 한층 격상시켜 주리라 예견된다. 문학작품에 심취해있는 독자들은 물론, 문학작품에 쉬이 접근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에게 작품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재미와 삶과 사회와 인류의 본성을 꿰뚫는 혜안을 가지게 하여줄 역작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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