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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1 ㅣ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
로버트 해리스 지음, 박아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오만하고 탐욕스런 인류에 대한 로고스의 상실과 불카누스(불의 신)의 징벌에 대한 이야기이며, 서기 79년 이탈리아 캄파니아지방 고대도시 폼페이의 화산폭발일인 8월24일을 전후한 4일간을 소재로 하고 있다.
베수비우스 화산폭발은 악취나는 문명에 종지부를 찍어주었다. 그 종교적 위엄에 인간의 왜소함과 외경심을 불러일으킨다. 인류의 자연에 대한 오만불손함, 그 파렴치함과 부정,욕망에 제동장치를 잃어버릴 때 자연은 엄격한 재해를 던져주었다. 베수비우스는 평화롭게 더욱 심한 재난을 인류에게 보내기위해 오래고 더디게 준비하고 있다.
작가가 무수히 인구에 회자(膾炙)되었던 폼페이의 재앙을 다시금 소설의 소재로 삼은 의미는 작금의 우리인류세계의 겸양을 잃어버린 그 방자함에 경종을 울리고자 한 것은 아닌가?
귀족들의 관광과 휴양의 거점지역인 네아폴리스(폼페이,헤라클라내움,스타비아이,미세눔등)의 도시들에 상수를 공급하는 아우구스타 수도교 책임자(아쿠아리우스)로 부임하는 젊은 수도기술자 아틸리우스를 주인공으로 하고있다. 고대 로마의 물은 상상이상의 권력이자 자원이다. 로마는 물로 망했다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호화로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공중목욕탕 시설과 공창, 그리고 발굴된 그 음란한 모자이크화와 조각상, 암각화는 그들의 퇴폐와 향락의 극한적 단면을 이야기한다. 화산 재앙의 기술적 이해와 추악한 그들의 문화에 침투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배역으로서 물의 관리자는 정말 안성맞춤이다.
권력과 더러운 부정의 기반위에 쌓여진 재화의 위용을 악행과 이기적 욕심에 삶을 바치는 암플리아투스, 실종된 수도교의 전임 아쿠아리우스인 엑솜니우스 행방의 추적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탐욕과 이중성의 현실, 순수함과 악의 근원에 저항하는 암플리아투스의 딸 코렐리아, 마지막까지 한 문명의 저주를 기록한 학자이자 제독이었던 플리니우스를 통해 인간사회의 그 보편적 당위성과 나약함, 그리고 후대 인류를 위한 절망적 희망의 메시지를 보게 된다.
작품의 진귀한 사실성으로부터 그들의 내밀한 문화와 도시 기간망, 선거와 정치 이면의 몰염치와 부패성, 그 화려한 규모와 시설의 현대성에 독자들은 압도된다. 오늘의 문명을 자만하는 21세기의 우리들은 그들보다 조금도 진전된 존재가 아님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부와 권력앞에 귀족의 자존심은 버려진다. 우리사회의 노블리스오브제의 결여와 자신의 이권에만 어두운 그 어두운 양면성까지 유전인자의 돌연변이는 발생치 않고 전달되어 오고 있다. 2000년전의 고대 로마제국의 폼페이와 오늘의 우리 인류와의 오버랩이 착잡함으로 다가온다.
이 작품의 소설적 재미는 거대한 로마제국의 상수원 관리 즉, 수도관의 정밀한 네트워크, 공급되는 수량의 감소로 야기된 그 기술적 추적과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음모, 코렐리아와의 순수한 사랑, 노예출신의 귀족 암플리아투스의 악행, 플리니우스 제독의 인간적 진정성이 역사적 사실과 소설적 허구의 통합된 이미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한다.
베수비우스 화산이 폭발하는 날, 우리 인류는 겸허했어야 한다. 그럼에도 우린 모두 망각하고 있다. 다시금 베수비우스 화산은 그 폭발을 벼르고 있다. 아직 기회는 있다. 인류는 오만과 그칠 줄 모르는 영악스러움과 탐욕을 버려야 할 것 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