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중심의 경영
찰스 G. 코크 지음, 문진호 옮김 / 시아출판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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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경영과 그 생존에서 시장(Market)이란 바로 터전이며, 대상이자, 목적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따라서 ‘시장중심(Market Based)’이란 표현은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이며, 새로운 접근이라 할 수는 없다. 다만, 저술자인 '찰스 G.코크'가 이미 세계적 대기업인 코크그룹의 회장으로서 그의 입증된 기업가적 성과에 겸허한 경청의 가치가 있다는 측면에서 유용하다.

이 저술은 기업 마케팅이나 시장의 이해, 시장분석과 관련한 저술이 아니다. 성공한 기업가의 잘 정리된 경영방법론이라 할 수 있으며, 한편으로는 기업경영의 철학적 인문서라 할 수도 있다. 시장중심의 경영에 대한 핵심요소, 정립 모델, 비전의 개발, 인력의 선발과 인재의 양성과 같은 설명은 바로 방법론으로서 훌륭한 사례가 된다. 그러나 자생적 질서, 가치창조, 사리추구, 인센티브제도에서의 대리문제 등은 논쟁의 여지가 높은 이념과 가치관의 문제를 제기한다.

우선 방법론으로서 그가 주창하는 시장중심의 경영을 구성하는 비전, 올바른 가치관과 전문성(재능), 지식 프로세스, 결정권한(권한이양등), 인센티브의 다섯 요소에 대한 체계적이고 규칙적인 설명과 상호작용에 대한 세밀한 사례의 소개 등이 그것이다. 이들 요소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히 학습되고 검토, 실행 경험(실패와 성공, 중단과 지속, 좌절과 추진 등)을 가진 내용들이기에 새로운 경영 학습이론으로서의 참신성을 가지지는 않는다. 또한 대부분 고전적 이론에 기반을 두고 있어 단속적이고 급변하며,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증가하는 오늘의 경영환경에 적절한 설명으로 만은 볼 수 없다.

필자로서는 그의 ‘재능과 미덕’에 대한 논의에서의 행동규범, 시장중심의 경영 지도원칙, 특히 재능을 기반으로 한 ‘직원의 발전’에 대한 서술은 섬짓한 자본가의 권위적인 오만함을 읽었으며, ‘지식 프로세스’中 가치창조를 위한 도전 프로세스의 설명에 이어지는 전문성과 감사에 대한 견해의 피력에서는 피고용인(직원, 근로자등)에 대한 기업발전을 위한 부품적 시선으로 불편한 기운이 내내 뒷덜미를 놓지 않는 느낌을 떨치지 못했다.

또한 ‘인센티브’항목에서는 잘못된 인센티브제는 ‘대리문제’에서 찾을 수 있다고 논리를 전개하면서 “ 주인이 대리인을 고용하면서 발생하기 시작한다. 주인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대리인의 행동은 주인의 가장 큰 관심사인데 반해 대리인은 대리인 자신을 위한 최선의 방법을 선택한다. ”고 직원과 자신의 관계를 ‘주종관계’로서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이 저술의 내면을 시종 주도하고 있다. 직원은 그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아 성장시킨 코크라는 기업의 한 낱 부품 이상이 아니며, 언제든 그의 뜻과 맞지 않으면 해고하여야 하며, 파트너기업의 의견이 그와 다르면 합작이나 제휴 계약을 무참히 해제하는 것이 기업의 존속과 발전을 위해 올바른 판단이라 하고 있다.

끝으로 이 저작물의 기업경영에 대한 신앙적이라 할 수 있는 신념은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강건한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자유주의 질서에 대한 신봉은 각종(정부,법률,제도) 규제에 대한 모호한 잣대로 표현되고, 사유 재산권에 대한 불가침성으로 설명되고 있다. 또한, 토지의 완전소유제에 규제가 존재하는 국가의 빈곤은 ‘자유주의’의 도입여부가 실증하고 있다는 주장과 같이 감상적 편견이 지배하고 있어 기업경영이나 국가경제에 대한 그릇된 시각을 포함하고 있는 것과 같이 균형성 잡힌 경영서로 보기에는 미흡한 요소가 산재하고 있다.

이러한 모순되고 비이성적인 논지와 고전적 인간행동학을 기초로 함으로서 발생하는 인간의 기계화에 대한 인식 등은 비판적 시각을 가지지 않고 성공신화에 현혹되는 우리의 경영자들에게 왜곡되어 읽히지 않기를 기대케 한다. 부분적으로 ‘관점의 개발’이나 ‘미덕’에 대한 내용과 같이 기업비전의 개발과 인재에 대한 이해에 있어 유용한 지식을 제공하기도 한다. 많은 기업 경영 저술들과 기법들, 성공한 기업가들의 저술이 소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깊이와 가치를 찾아내는 일은 수월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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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중국 당대문학 걸작선 1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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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두 주인공의 섹스만큼이나 문화혁명의 인간 존엄성 압살에 대한 거센 역설의 변()이다. 작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류롄우다왕두 남녀의 치열할 정도의 육체에 대한 탐닉과 성애의 묘사는 환락이기에는 어둡다. 사단장 관사인 ‘1호 원자의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적나라한 그네들의 행위는 작가의 소설적 장치에도 불구하고 인간본성의 회복이라는 지독한 목적성이 감추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주인공들은 작가가 추구하는 거대한 본질적 희구, 사랑과 인간 존엄성의 회복이라는 가치에 뒤덮여 그들의 주인공으로서의 소설적 본질을 잃어버린다. 그네들의 사유와 행위는 근원적 목적을 대리하고 표현하는 중개자적 역할에 그치고 만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사단장이 집을 비운 2개월 동안 사단장의 젊은 아내 류롄과 원자1호의 취사담당 공무 분대장 우다왕의 위험한 사랑의 이야기이며, 발가벗겨진 인간 본성을 통해 억압된 인민의 존엄성에 대한 발악적 외침이라고 까지 하고 싶다.

 

그가 온 힘을 다해 그녀의 두 다리 사이 꽃이 피어 있는 곳에 도달했을 때, ~ 中略 ~ 그리고 끊임없이 이어지던 그녀의 비명소리도 갑자기 뚝 멈춰버렸다.”

 

격정에 사로잡힌 류롄의 혼절을 묘사한 구절이다. 경험하기 힘든 섹스의 숨 막힘과 활력의 거침없는 묘사는 이 작품이 우직할 정도로 일관되게 추구하는 인간본성에 대한 이해의 촉구이며, 이를 통해 사회주의 혁명의 기치 하에 숨겨지고 짓눌린 인간 존엄성에 대한 반발의 세기라 가늠할 수 있다.

 

서로 누구의 사랑이 더 무한하고 죽음을 불사할 정도인지, 문화혁명의 상징이자 사회주의의 공고한 정신에 대해 "못으로 뱃지에 새겨진 마오 주석의 코를 내리찍고, 마오 주석의 어록 다섯 글자 위에 붓으로 자신의 사리를 추구해야 한다(要自私自利)’"고 조롱하기까지 한다. 그리곤 다시금 한 마리 작은 새를 잡듯이 그녀를 붙잡아 두 다리를 바닥에 대고 ~ 中略 ~ 들 짐승 같은 성애 행위를 했다. ~ 中略 ~ 이번에도 그녀는 그의 몸 아래서 또 한 번 시원하게 목 놓아 울었다.”

 

이 작품의 소설적 매력은 다음에 있다. , 혁명언어의 경전이자 무소불위의 금언인 마오쩌둥의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라는 연설제목에 부여한 의미의 이중성이다. 사단장 사택의 식탁 한가운데 놓여있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라는 팻말이 주인공 두 남녀의 성애를 알리는 도구로 사용된다. 바로 이 소설의 핵심 소재이자 주요 제재이다.

 

사회주의 혁명이 휩쓸어 버린 사회의 잔해로 남겨진 텅 비어버린 인간들의 상처 난 심장과 상실된 인간성에 대한 울먹임이 깊이 베어있다. 사단장의 젊은 부인인 인민을 위해 우다왕은 힘닿는데(?)까지 성심껏 복무한다. 또한 장면마다의 상황에 따라 묘사되는 심리와 행동의 표현은 섬세함과 창의성, 그리고 그 디테일로 혀를 차댈 정도의 공감을 자아낸다. 질주하는 환락, 그 곳에 있는 성적 본질, 거대한 시류 속에 손상된 인간의 영혼에 대한 연민이 우다왕의 창백한 원망과 함께 서려있다. 인류의 뛰어난 작가의 한사람으로 옌롄커를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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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를 사랑한 남자 - 인간 존재의 수수께끼를 푸는 심리학 탐험 16장면
조프 롤스 지음, 박윤정 옮김, 이은경 감수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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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과학적, 윤리적 시선으로는 선뜻 수용하기 힘든 일화(逸話)적 사례나 동일 상황의 반복이 불가능한 과학적 검증이 이루어지 않은 실험, 비윤리적인 기반 하에 이루어진 성취 등이 현대 정신의학, 심리학, 생리학분야의 발전이나 그 초석이 된 16편의 심리학 기반의 고전적 연구가 저자의 균형 잡힌 시각으로 기술되고 있다.

각 연구사례마다에 당해 연구나 실험의 과학적, 사회적, 윤리적 검증을 통해 불합리성, 과학적 흠결 등 문제점을 제시하고, 그럼에도 오늘에 그들의 실험이나 연구가 미친 의학, 신경 생리학, 심리학에 끼친 영향과 그 과학적 가치, 여전히 의문투성이인 인간 정신에 대한 경외를 표현하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 번역 소개된 ‘올리버 색스’나, ‘로렌 슬레이터’의 저술 등에 소개된 낯익은 내용을 볼 수 도 있다. 그러나 이 저술은 오늘 우리들의 정신세계에 대한 뚜렷한 성찰의 근원이 된 인류사에 있어 커다란 경계를 짓는 사례의 구성이라는 측면에서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 할 수 있으며, 또한 심리, 정신, 생물학적 뇌와 같이 피실험자인 인간에 대해 가해진 비인간적이고 몰염치한 실험행위와 이들 연구 성과가 일구어낸 심리적, 의학적 혜택위에 놓여있는 오늘의 우리세계에 대한 윤리적 회의와 과학적 성취의 딜레마를 곤혹스럽게 사유케 하는 철학적 의문을 담고 있다는 측면에서 고귀하다.

 

결국 이들 연구실험의 본질은 오늘에도 계속되는‘인간의 본성과 양육’의 논쟁과 같이 인간의 본성(Human Natures)을 이해하려는 것으로 파악 할 수 있겠다. 고립과 방치로 인간관계가 차단된 채 성장한 아이, 인간세계와 격리된 야생에서 살아온 아이를 통해 취해진 심리, 정신 분석, 행동분석등 일련의 관찰과 실험, 연구 등의 결과는 인간의 타고난 능력과 환경의 영향에 대한 모호한 답만을 제공할 뿐이다. 또한 인간 뇌에 대한 무지는 오늘에도 크게 개선된 것은 없다. 뇌 스캔기술의 발전이 살아있는 뇌의 형상을 보다 선명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 해도 그것이 곧 인간 뇌에 대한 이해는 아닌 것이며, 이들에 대한 이해의 욕망은 인간의 참담한 희생과 파렴치함에서 이루어져 왔다.

외과의 ‘스코빌’은 각종 정신의학사, 뇌과학, 신경생리학, 심리학 저술들에 등장하지 않는 경우가 없을 정도로 악명이 높다. 이와 함께 등장하는 기억을 상실한‘헨리’의 사례는 다양한 시선에 맞추어져 그 의학적 의미가 제시되고 있다. 편도체와 해마상 융기등이 무분별하게 잘려져 나간 이 사람의 사례가 현대의학에 남긴 선물(?)과 같이 이 잔인한 수술이 오늘에 주는 그 의학적 족적은 광대하고 중요한 의미를 제공하지만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윤리적 고뇌를 촉발하기도 한다. 이러한 광기어리고 오만한 자들의 대의명분이 당시 수술자이거나 피실험자라는 개인에 가해진 손상과 사회적 진보라는 가치의 경중이라는 저울을 갔다대는 것과 같이 어리석기도 하다.

 

특히, 이 저술의 특성은‘행동과학(Behaviour Science)’의 태동이 된 실험, 파블로프식 고전적‘조건화’에 대한 실험이나, 다원적 무지를 근인으로 하는 방관자 효과, 강박충동장애, “과학적인 동화에 불과하며, 플라시보 효과를 주는 것 말고는 전혀 효과가 없다”는 혹평과 함께, “20세기 지성사에서 가장 특이한 사건 가운데 하나”로 보는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의 ‘한스’에 관한 사례, ”이브의 세 얼굴“이라는 ‘조앤 우드워드’주연의 영화의 소재인 ‘해리성정체장애(다중인격장애)’에 이르기까지 그 언어의 근원적 연구와 실험을 제재로 하고 있음이다.

저자의 인간에 대한 연민의 기저위에 고전적 의학실험과 사례에 대한 탁월한 과학적 통찰이 인간 정신과 행위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포장되어 흥미롭게 대중을 향하고 있다. 우리자신의 무한한 미지를 탐험하는 진지한 성찰을 제시하는 최고의 심리학 판례 해설서라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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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좋은 방 E. M. 포스터 전집 4
E. M. 포스터 지음, 고정아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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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기가 지난 1908년 발표된 작품이다. 세월이 가져온 인간사의 정신적, 문화적 환경의 변화로 인해 오늘의 시선으로는 꽤나 낯설다. 그러함에도 이 작품의 문학적 의미가 퇴색되지 않음에는 그 사실적 심리묘사, 신분적 갈등과 화해, 현대사회화로의 진행에 따른 여성의식의 변화, 그리고 인간 본성의 섬세한 해부 등 그 구성의 탁월함이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도시와 교외, 현대와 봉건, 남성과 여성, 권위와 민주, 구속과 자유와 같은‘문명의 충돌’이 첨예해지는 새로운 세기로의 전환에 따른 혼란스러운 인간정신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 듯하다. 작품의 제목과 같이 '전망(View)'은 이러한 다양한 갈등을 바라보는 창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 아닐까?

영국 귀족 여성의 전형적인 사고를 가진 어린 아가씨‘루시’와 그녀의 사촌인‘샬럿’의 여행지인 이태리 피렌체의 한 펜션에서의 전망 없는 방이 배정됨으로서 작품은 시작된다. 펜션 베르톨리니는 작품의 귀중한 제재로서 동기를 제공하는 사건의 무대역할을 한다. 펜션에 묵고 있는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 이국적 문화와 그 사회를 구성하는 새로운 질서에서 주인공 루시는 새로운 세상을 이해하게 된다.

비브목사와 이거목사를 통해 권위적 종교의 해체를, 소설을 쓴다는 엘리너 레비시는 남성중심 사회에 도전하는 여성으로서, 그러나 진실 되지 못한 여성으로서 여전히 여성정신의 뚜렷한 설정에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고, 샬럿의 권위적이고 중세적인 여성의 자의식에 내재하고 있는 이중성을 그리고 있다. 신문기자였던 사회주의자로서 에머슨을 등장시켜 사회적 평등주의의 시선과 당시대의 가치관과의 마찰적 요소로 보여주기도 한다.

특히, 이 작품의 특성을 꼽는다면, 등장인물들에 대한 성격, 태도, 행동양식, 가치관등이 디테일하게 묘사되고 있다는 점이다. 루시의 약혼자로 등장하는 세실, 동생 프레디, 엄마 허니처치 부인, 그리고 그녀의 사랑을 얻는 조지 에머슨까지, 이 인물들을 독자는 아주 구체적으로 예상할 수 있으며, 루시와 세실, 그리고 루시와 조지의 관계를 통해 낭만적 로맨스를 뚜렷하게 구별할 수 있게 된다.

100년 전의 열정에 대한 작가의 생각은 아주 재미있다. “열정이란 저항 할 수 없는 것이어야 한다. 예의범절이라든가 심사숙고하든가  그 밖에 교양이라는 이름의 각종 족쇄를 잊는 것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그것은 통행권이 있는 곳에서 허락을 구하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무척이나 예의바른 포옹 후에 무언가 결핍된 듯 하여 이어지는 나레이션이다. 이 작품이 오늘에 읽혀지며 흥미로운 것은 바로 이와 같은 당시대의 사회상이라 할 수도 있겠다.

전망에 대해 작가는 작품 속에서 조지가 아버지 에머슨의 말을 인용하여“완전한 전망은 하나”이다,“우리 머리위로 올려다 보이는 하늘의 전망”, “땅위에서 보이는 전망들은 다 그걸 어설프게 흉내 낸 거래요”라고 전망이란 진실과 위선의 차이를 슬그머니 던진다. 이는 등장인물들의 심리와 성격묘사에서 샬럿이란 인물을 통해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세실과 조지의 대비적 특성등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일부 유치한 전개방식이나 설명식 사족, 구태의연한 표현 등 비록 1세기가 지난 작품이지만 문학적 감수성을 이해하고 인간 심연에 대한 본질적 탐험과 같은 섬세한 인물묘사 등은 가히 명작으로서 우리의 양식을 풍요롭게 하는데 일조한다 할 수 있다. 유쾌한 고전적 낭만과 로맨스를 즐기는 색다른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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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의 눈
금태섭 지음 / 궁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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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대중에게 가까이 소개하려는 작자의 의도가 충분히 전달되었을까? 오히려 이것이 법의 실체란 말인가? 하는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쉽게 풀어쓴 판례해설문에 가까운 일화와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몇 가지 소송사례와 배경 등 17개의 소재로 구성되어 있는 인간사회에 대한 작가 나름의 시선을 담고 있다할 수 있겠다.

작자가 검사출신이다 보니 형사소송에 치중되어 일반 대중들이 빈번하게 시달리는 민사부문과 관련한 법의 실상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법은 현실이다.”라고 했던가?, 그럼에도 실제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거나 이해하고 있지 못한 것이 법이란 이야기는 없다. 재판법정에 참여해 본 사람들은 불과 1~2시간 만에 수 십 건의 재판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우리의 재판현실을 목격할 수 있다. 변호사를 선임한 돈 많은 기업과 법에 대해 무지한 소시민과에 대한 재판부의 태도도 볼 수 있다. 짜증이 묻어나는 판사의 비난어린 목소리와 법적 용어와 지식이 전무(全無)한 원고의 초라한 모습을 보게 된다. 작자의 말은 옳다. 법은 현실이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인데 법적 판단의 원리와 재판부의 고심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섰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기존중 욕구의 다른 표현 아닌가?

가볍게 그리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저술임에는 틀림없다. 그리고 많은 독자들의 대다수는 익히 인지하고 있는 내용들이기에 작자의 사변적 특성을 보여주는 소재로 선정된 17개의 항목구성이나 각 소재의 설명에 앞서 인용되고 있는 관련문헌을 찾아보는 재미와 같은 것이다.

진화론과 창조론과 관련한 일부 소재는 작자의 의도가 앞서 “디케의 눈”이라고 진지하고 거창하게 시작된 법 이론의 친절한 접근은 장황하게 과학과 종교의 논리를 대변하느라 슬그머니 본질이 실종된 느낌을 갖게 한다. 디케는 정말 왜 두 눈을 가리고 있을까? 이론과 현실, 말과 행동이 정말 일치하고 있는가? 불일치하는 그 틈새는 누가 감당하고 있는가? 감히 쳐다보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일체의 편견을 버리고 공정하게 양쪽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라는 것”, 재판부의 시각에서 할 말이다. 그러나 현실의 대중은 이렇게 평등하고 공정한 지위에 이미 있지 않다. 이것이 현실이다! 흥미롭고 유익한 법의 시선을 이론적이지 않은 이야기로 전달하고자 한 작자의 따듯한 노고를 이해하지만 보다 폭 넓은 입장(Stance)를 가지고 접근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떨치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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