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사업부 간부들은 이미 식품 사업부에 담배가 암에 대한 책임을 추궁당한 것만큼 식품도 비만에 대한 책임을 추궁당하는 곤경에 빠질 것이며 값싸고 편리하고 매력적인 제품을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소금, 설탕, 지방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경고한 상태였다. 담배의 중독성을 시인했던 담배 사업부 경영진은 이제 식품 사업부가 제품의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 가공식품 생산에 투여하는 모든 것(제조성분, 포장, 마케팅)이 이미 담배를 공격한 바 있는 변호사들의 철저한 조사를 당해 내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깨닫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런 변호사들은 영리하고 창의적이라는 사실도, 이런 경고를 한 사람은 담배 사업부의 재무 책임자에서 필립모리스의CEO 자리까지 오른 제프리 바이블이었다.  - P221

트랜스지방은 원래 마가린을 만드는 데 쓰였다. 그의 동년배 대부분이 그렇듯이 조셉도 어릴 적에 마가린이 정말 몸에 좋은 줄 알았다. 식물성 기름으로 만든 트랜스지방은 버터에 있는 포화지방이없었고, 당시에는 버터에 든 포화지방이 문제라는 의식이 컸기 때문이다.
조셉이 트랜스지방이 동맥경화를 일으켜 몸에 더 좋지 않고 그럼에도 가공식품 업계가 트랜스지방의 발명에 열광했다는 보도를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었다. 트랜스지방은 액체 상태의 식물성 기름에 수소를 첨가하여 고체 상태로 만들 때 생기는 경화유로 무수히많은 제품에 사용되었다. 제품의 질감을 살리고 점착력이 있는 데다식품을 장기 보관할 수 있게 해 주는 등 가공식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점을 해결해 주었기 때문이다.
쿠키, 크래커, 케이크, 비스킷, 팝콘, 도넛, 샌드위치, 냉동 피자, 기름에 튀긴 패스트푸드에 이르기까지 트랜스지방이 들어가지 않은 것이 없었다. "나는 너무 화가 나서 살던 곳 근처에 있는 세이프웨이에가서 트랜스지방이 안 들어간 제품이 있나 찾아봤어요."
#3그러나 조셉이 정말로 분노한 지점은 식품 업계가 제품을 만드는데 트랜스지방이 꼭 필요하지는 않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나비스코 사업부를 통해 크래프트에서 생산하는 오레오를 예로 들어 이 사실을 입증했다. 오레오는 과자와 크림에 모두 트랜스지방이 들어 있었는데, 오레오와 비슷한 초콜릿 샌드위치 쿠키인 뉴먼오 Newman-O‘s에는 트랜스지방이 전혀 없었다. 뉴먼오를 몇 개 구입한 조셉은 혼잣말을 내뱉었다. "여기서 종이를 씹는 것 같은 맛이 난다면 이 소송은 하지 않겠어." 뉴먼오는 종이를 씹는 것 같은 맛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한 봉지를 다 해치운 뒤 격분한 상태로 법원에 달려가 만면에 미소를 머금은 채 소장을 제출했다. 2003년 5월 1일의 일이었다.
그는 법원에 캘리포니아주 전역에서 오레오 판매를 금지해 달라고요청했다. 소송에 대한 뉴스가 처음 보도된 뒤 두 시간 만에 조셉은인터뷰 서른일곱 건을 요청받았고 크래프트와의 요란한 전쟁을 시작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들의 타깃은 아주 어린아이들입니다." - P222

우리의 취약점을 이용한 기업은 크래프트만이 아니었다. 크래프트 내부 문서 중에는 1998년에 나비스코가 아이들을 타깃으로 삼는일에 대한 컨설턴트의 의견을 논의하여 작성한 메모가 있었다. 결론은 10대 청소년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식품 업계의 새로운 목표 대상은 10~12세 아동이었는데, 이 정도의 어린 나이에 이미 평생 유지될 취향이 결정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우리는 펩시, 프리토레이, 버거킹, 맥도날드와 논의했다." 메모에는 또 이렇게 적혀 있었다.

사람의 입맛은 어린 나이에 결정되기 때문에 10대보다 훨씬어린아이의 관심을 사는 데 집중할 것을 유념해야 한다. 10대를 대상으로 하는 영화, 음악, 게임, 스포츠를 통한 간접광고가마케팅 전문가들에게 매우 중요한 영역이 되면서 버거킹과 맥도날드 모두 어린이 영화나 TV 캐릭터에 마케팅을 집중하고있다. 또 펩시는 대화형 웹사이트를 운영하면서 10대를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하고 직접적인 피드백을 받는다. 펩시의 제너레이션 넥스트 광고 캠페인은 오직 10~18세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다. 프리토레이, 버거킹, 맥도날드는 유명 학교 준비물브랜드와 학교 급식 프로그램, 기증품을 활용하기도 한다. - P260

그에 반해 스펄록은 맥도날드에서 아침, 점심, 저녁을 모두 해결했다. 한 달 만에 건강에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감정기복이 심해지고 성기능 장애가 발생했으며 체질량이 13퍼센트나 증가하고 전에는 없었던 지방간이 생겼다. 그 결과물인 영화 「슈퍼사이즈 미 Super Size M」는 2004년에 개봉되었고,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중독적 행위를 주제로 다루면서 역사상 가장 큰 화제를모은 음식 영화가 되었다. 「슈퍼 사이즈 미」의 탄생은 가공식품 제조업체들이 재즐린의 소송이 제기되었을 때 직감했던 심각한 위험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들이 두려워한 것은 재즐린의 소송으로 이 문제가 예술, 음악, 문학 등 더 다양한 문화 영역에서 논의되는 것이었다.
특히 과학 영역까지 확대되는 것이 가장 위험했는데 그렇게 되면 편의 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뀔 수 있었다. 「슈퍼 사이즈미]의 대중적 성공은 훗날 배심원단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원고측변호사들이 찾아낸 증거를 아주 관심 있게 들여다볼 환경을 조성하기도 했다. - P237

이런 가공식품에 관한 모든 우려가 소비자들의 식습관을 바꾸고 있다고 모리슨은 설명했다. 소비자들은 점점 캠벨과 같은 기업의지분이 적은 농산물 코너에서 식품을 더 많이 구입했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슈퍼마켓의 가장자리에 배치된 신선한 야채와 과일, 육류,
생선, 요거트와 같은 제품에 돈을 더 많이 쓰고 초가공식품이 모여있는 마트의 중심 부근에는 잘 가지 않았다. 게다가 마트에 직접 가는 대신 온라인에서 장을 보는 사람도 많아졌는데, 온라인에서 장을볼 때는 대개 본인은 물론 부모, 조부모들이 어렸을 때부터 애용해온 브랜드를 구입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모리슨에 따르면 가장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소비자들이 한때 자신이 사랑하던 브랜드들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데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심은 외식에도 적용되었다. 맥도날드는 샐러드를 팔기 위해 애썼지만, 사람들은 샐러드만 파는 새로운 패스트푸드 체인에 몰려들었다. 모리슨은 소비자들이 더 이상 빠르고 편리한 음식을 신뢰하지않는다는 사실의 의미를 오판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빠르고 편리한 음식을 생산하는 식품 업계 자체가 신뢰의 위기에 처한 것이다.
"우리는 신선 식품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음식이 건강과 행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급증했고 소비자들은 제품이 어디서 어떻게 생산되는지, 재료는 무엇인지, 그 재료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관한 투명한 정보를 식품기업에 점점 더 요구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여러분도 모두 아시다시피 수백만 명의 소비자들이 아주 오랫동안 의지해 온 거대 가공식품기업과 유명 브랜드, 이른바 빅푸드 Big Food에 대한 사회의 불신도 점점 커져 갑니다." - P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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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엘, 내 나이 벌써 여든이 넘었네. 이쯤 되면 하지 못해 한이된 일도 있고 엿 먹이지 못해 찜찜한 인간들도 있지 않겠나? 그런데" 그가 다시 에리카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 투자에는 한 가지 조건이 있소"
"말씀해보세요." 에리카가 대꾸했다.
"미카엘이 발행인 자리에 복귀해야 하오."
"안 됩니다!" 미카엘이 즉시 대답했다.
"아니, 해야 하네!" 헨리크가 단호하게 말했다. "벤네르스트림에게 한방 먹이려면 방에르 그룹이 <밀레니엄>을 지원하고 자네가 편집부에 복귀한다는 사실을 발표해야 돼. 더이상 분명할 수 없는 신호 아닌가? 자네가 복귀함으로써 이는 방에르 그룹으로 권력을 이양하는 것이 아니며 잡지의 기존 노선을 그대로 유지하리라는 기조를 의미하니까. 이렇게만 해도 현 상황에서 마음이 흔들리는 광고주들은 생각을 달리할 걸세. 벤네르스트룀은 전능한 존재가 아냐. 그에게도 적들이 있네. 그 적들이 벤네르스트룀을 골탕 먹이기 위해서라도<밀레니엄>에 광고하는 걸 고려하게 될 걸세." - P245

닐스의 사무실을 나와 집으로 돌아온 리스베트는 샤워를 하고서치즈와 피클을 넣은 샌드위치 두 개를 먹어치웠다. 그리고 너무 닳아서 보풀투성이인 천 소파에 앉아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만약 보통 사람들이 이런 모습을 보면 아마 그녀를 탓할지도 모른다. 역시 비정상이라서 성폭행을 당하고도 아무런 감정적 동요를 보이지 않는다고 혀를 찰지 모른다.
그녀가 알고 지내는 이들의 범위는 비교적 한정적이었다. 그리고그들이 교외의 안락한 집에서 평온한 삶을 영위하는 중산층은 더더욱 아니었다. 지금껏 그녀가 알아온 여자들은 예외 없이 성년이 되기전에 적어도 한 번 이상 어떤 형태로든 성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었다. 폭행은 주로 또래 남자들에 의해 벌어졌고, 그들은 협박과 회유를 섞어서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었다. 변을 당한 여자들은 눈물을 흘리고 강하게 분노했지만 리스베트가 아는 한 경찰서로 달려가 신고하는 일은 없었다.
그러니까 그녀가 살아온 세계에선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 세계에서 여자는 일종의 허가된 희생물이었다. 특히 낡은 가죽재킷을 입고 눈썹엔 피어싱, 어깨엔 문신을 한 소녀라면, 즉 사회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는 존재일 경우에는 더욱 그랬다. - P266

드라간은 계약서를 출력했다. 이 계약서를 미카엘이 헤데스타드로 가져가면 디르크가 서명할 것이다. 인쇄한 계약서를 들고 드라간이 리스베트의 사무실로 들어서자 유리벽 저쪽에서 그녀와 미카엘이 노트북을 함께 들여다보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미카엘은 한 손을 그녀의 어깨에 올려놓은 채 무언가를 가리키고 있었다. 분명 그녀의 몸을 만지고 있었다! 드라간은 잠시 멈춰 섰다.
미카엘이 뭔가를 말하자 리스베트가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큰 소리로 웃었다.
놀라운 일이었다. 그토록 오랫동안 그녀의 마음을 얻어보려고 애썼지만 드라간은 그녀가 웃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 겨우 알게 된 미카엘과는 그렇게 웃고 있었다.
드라간은 갑자기 미카엘이 너무도 미워졌다.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강렬한 감정이었다. 이윽고 헛기침을 하며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계약서가 든 파일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 P391

"여기서 두번째 질문에 부딪히게 되죠." 리스베트가 말했다.
"어떻게 하리에트가 이 더러운 일에 휩쓸리게 되었느냐? 비교적 안정된 대가족 안에서 보호받으며 지내던 열여섯 살 소녀가."
"그러면 답은 하나밖에 없죠."
미카엘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이 모든 일이 방에르 가문과 관계가 있다....." - P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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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에트는 어떻게 됐습니까?" 미카엘이 물었다.
"하리에트는 내게 너무도 소중한 아이였다네. 나는 그애에게 안정감과 자신감을 주려고 했어. 게다가 우리 둘은 서로를 굉장히 잘 이해했지. 나는 그애를 친딸같이 여겼고 그애 역시 친부모보다 나를 더 따랐다네. 정말이지 하리에트는 특별한 아이였어. 오라비처럼 내성적인 성격에, 사춘기 땐 감상적으로 종교에 경도된 일도 있었지. 다른 방에르 가문 사람이라면 꿈도 못 꿀 일이었지만, 여러 방면에서 특출났고 보기 드물게 영리한 아이였다네. 도덕적 심성과 강한 의지도 갖추고 있었지. 그애가 열너덧 살쯤 됐을 무렵에 나는 믿어 의심치 않았어. 나중에 방에르 그룹을 이끌거나, 적어도 중심적인 역할을맡을 인물이 그애 오라비, 아니면 내 주변에 득실대는 사촌이나 조카애들이 아니라 바로 그애라는 사실을."
"그런데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이제 내가 왜 자네를 고용하려는지 진정한 이유를 밝힐 때가 되었군. 우리 가문 사람 중에 누가 하리에트 방에르를 죽였는지, 그후 사십 년 가까이 나를 미치게 만들려고 집요하게 애쓰는 인간이 누군지, 부디 자네가 밝혀주게나!" - P114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이 사고 때문에 그후 24시간 동안 다리가 막혀버렸다는 사실일세. 일요일 오후 늦게나 되어서야 남은 등유를 펌프로 뽑아내고 유조차를 견인한 뒤 교통이 재개됐지. 그 24시간 동안 섬은 외부 세계와 단절됐네. 육지로 가는 유일한 수단은 섬 쪽 요트 선착장에서 교회당 아래 구舊항구로 사람들을 실어나르려고 동원한 소방 보트 한 척뿐이었어. 그나마 처음에는 구조요원들만 탈 수있었고, 토요일 저녁 느지막해져서야 주민들도 태워주었지. 무슨 뜻인지 알겠나?"
미카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리에트에게 무슨 일이 있었다면 여기 섬에서 일어났을 테고, 혐의자 역시 섬 안에 있던 사람들로 한정된다는 뜻이겠죠. 이를테면 섬을 무대로 한 ‘밀실 미스터리‘라고나 할까요." - P117

"하지만 그 수백만 크로나는 결국 헛되이 날아갈 겁니다. 제가 할수 있는 일이라고는 계약서에 서명하고서 일 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거겠죠."
"자넨 그렇게 하지 않을걸? 오히려 일생 그 어떤 때보다도 열심히 일하게 될 걸세."
"왜 그렇게 확신하시죠?"
"내가 자네에게 뭔가를 해줄 수 있기 때문이지. 돈으로 살 수 없으면서 자네가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절실히 원하는 것."
"그게 뭐죠?"
헨리크의 눈이 가늘어졌다.
"자네에게 한스에리크 벤네르스트룀을 넘겨주겠네. 난 그자가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어. 삼십삼 년 전 바로 우리 회사에서 일을 시작했지. 난 그자의 목을 쟁반 위에 담아 자네에게 줄 수 있어. 수수께끼를 풀게! 그럼 법정에서 망신당한 자네를 ‘올해의 기자‘로 만들어주지!"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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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리스베트는 놀라울 정도로 냉정해 보이는 여자였다. 하지만 드라간이 가장 탐탁지 않게 여기는 건 그 점이 아니었다. 사실 지금은 이미지가 모든 걸 좌우하는 시대 아닌가. 밀톤이 표방하는 이미지가 보수적 안정성이라면 리스베트의 차가운 이미지는 해양박람회에 전시된 동력삽만큼이나 신뢰감을 불어넣는다고 할 수 있었다.
그가 도저히 적응할 수 없었던 것은, 자신의 가장 유능한 조사원이거식증 환자처럼 비쩍 마른데다 바짝 커트한 머리에 코와 눈썹에는피어싱을 한 창백한 여자라는 사실이었다. 목에는 2센티미터쯤 되는 말벌 문신이 있었고 왼쪽 이두박근과 발목에는 끈 모양 문신을 두르듯 새겼다. 가끔 탱크톱을 입고 나타나면 어깨뼈 위에 새긴 큼직한 용 문신을 볼 수 있었다. 머리는 원래 적갈색이었는데 까마귀처럼 새카맣게 물들이고 다녔다. 하드로커 떼거리들과 한 일주일 신나게 어울려 다니다가 불쑥 나타난 듯한 모습이었다.
그녀에게 영양상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가리지 않고아무거나 먹어치웠다. 타고난 체격이 말랐을 뿐이다. 뼈대가 마치 어린 소녀처럼 섬약했고 작은 손에 발목도 가늘었다. 가슴은 하도 작아 헐렁한 옷을 입으면 있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나이는 스물넷이었지어떤 이들은 열네 살로 보곤 했다.
입은 제법 컸고 코는 작은데 광대뼈가 솟아서 동양인처럼 보이기도 했다. 민첩한 몸동작은 마치 거미의 움직임을 닮았으며 컴퓨터로일할 때면 손가락이 자판 위에서 춤을 추며 날아다녔다. 패션모델을할 만한 몸매는 아니었지만 적당히 화장한 얼굴을 클로즈업해서 찍는다면 광고모델로 나서도 될 정도였다. 요컨대 화장과 이따금 눈살이 찌푸려지는 새까만 립스틱을 바르고 다녔다 문신과 피어싱아래 숨은 그녀는 나름대로 매력적이었다. 그 매력이란 게 전혀이해할 수 없는 종류인 게 문제이긴 했지만.
리스베트가 드라간 밑에서 일한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다. 그가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유형의 여자가 아니었으며 일자리를 제안할 만한 이미지는 더더욱 아니었다.
그녀를 채용한 것은 순전히 홀게르 팔름그렌 때문이었다. 과거 요한 프레드리크 밀톤의 개인적인 일들을 관리했었고 지금은 조기 은퇴한 변호사다. 그는 행동에는 약간 문제가 있지만 통찰력이 뛰어난 아가씨라고 리스베트를 소개했다. 그가 기회를 줘보라고 당부하는 터라 드라간은 내키지 않았지만 받아들였다. 거절할수록 끈질기게 달라붙는 사람임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또한 문제 청소년 같은 사회의허섭스레기들을 돌보느라 쓸데없이 정력을 낭비하긴 하지만 판단력하나만큼은 제대로인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를 직접 본 순간, 곧바로 자신의 결정을 후회했다.
그녀의 문제는 단지 외모와 행동만이 아니었다. 중학교도 제대로마치지 못했고 고등학교는 근처에도 안 갔으며, 어떤 종류의 고등교육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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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을 제조하는 회사들은 가공식품 업계의 요청에 따라 채식용햄버거를 더 맛있게 만들기 위해 고기의 탄 맛을 흉내 내는 냄새를 만들기도 한다. 또 처음에는 무향이었다가 물이 섞이면 냄새가 나기시작하는 향, 가공식품 제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쾌한 냄새를 가리는 향도 만든다. 이러한 묘약들은 부엌 선반에서 몇 달을 묵어도 썩지 않는 현대 포장 가공식품의 탄생에 공헌한 숨은 영웅이면서도 계획적으로 베일 속에 가려져 있다.
연방 규제 기관들은 식품 제조 업체들의 편의를 위해 펌킨 스파이스와 같은 합성 향료에 쓰이는 화학물질의 제품 성분 표시를 의무화하지 않고 있다. 그런 화학 성분들은 ‘천연 및 인공 향료‘라는 모호한 항목에 한데 묶여 있다. 따라서 우리는 어떤 화학물질이 우리가 먹는 식품에 사용되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우리 뇌는 아주 잘 안다. 이런 화합물에서 나오는 휘발성 물질은 오직 식욕을 자극하겠다는 목표로 후각 망울을 강타한다. 그중에서도 천연 바닐라 맛을 내는 인공 향료 바닐린은 구미를 가장 강하게 돋우는 물질이라 할 수있다. 식품 제조 업체들은 1만 8000개가 넘는 제품에 바닐린을 첨가하는데, 이 중에는 초콜릿 아이스크림처럼 자신이 바닐라 향을 좋아한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제품들도 있다.(초콜릿 아이스크림은 아이스크림 중 두 번째로 인기가 많은 종류다. 모두가 예상하다시피 가장 인기가 많은 아이스크림은 플레인 바닐라 맛이다.)향 제조 회사들이 우리의 식습관을 형성하는 데 이런 간계를 쓰기는 하지만, 천연 향료의 맛을 흉내 내는 능력이 이들이 식품 업계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기능은 아니다. 식품 기업들이 이런 향 제조 회사들에 도움을 요청할 때는 천연의 맛을 흉내 내는 일보다 더강력한 효과를 기대한다. 식품 기업들이 이런 화학 실험실을 이용하는 이유는 바로 인간 심리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파고들어 사람들이 현명한 판단이 아니라 본능이나 습관에 따라 행동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 P185

식습관을 형성하고 가공식품 중독을 야기하는 가장 기본적이고강력한 인간의 본능은 가격과 관계가 있다. 진화생물학자들이 인간의 진화를 에너지 관점에서 설명했던 것을 다시 떠올려 보자. 에너지 관점이란 음식에서 얻는 에너지를 어떻게 소비하며 그 음식을 획득하는 데 얼마만큼의 에너지를 소비하는가를 말한다. 후자와 관련하여 우리 조상들이 가장 쉽게 음식을 구하는 길을 택했다는 사실은쉽게 이해가 된다. 그들은 직립보행을 시작하면서 음식을 구하러 다닐 때 힘이 덜 들었고, 불을 사용하여 음식을 익혀 먹음으로써 소화율이 높아졌으며, 신선한 고기를 먹으려 할 때는 영양 대신 나무늘보를 사냥했다. 오늘날 우리가 음식에 관해 내리는 의사결정에도 조상들의 행동 방식이 어느 정도 작용하는 듯하다. 싼 음식을 구매하는 것은 그 음식을 사기 위해 일을 덜 해도 됨을 의미하므로 우리는본능적으로 값싼 식료품과 저렴한 레스토랑에 끌린다. - P187

슈퍼마켓 체인들이 도둑질을 하는 것은 아니다. 슈퍼마켓들은화학 회사에 유명 브랜드의 제조법을 훔쳐 오라고 하지 않는다. 그것은 너무 쉽기도 하거니와 핵심을 벗어나 있다. 슈퍼마켓들은 자체상품을 더 싸게 팔아야 한다. 그러려면 제조 비용이 덜 들어야 하는데 여기가 바로 향 제조 회사들이 식품 업계에 아주 중요한 존재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지점이다. 그들의 임무는 값싼 재료를 사용하여특정 브랜드의 상징과도 같은 맛을 모방하는 것이다. 향 전문가인샌손의 말처럼 "대형 할인점들은 유명 브랜드의 제품과 유사한 것을바라면서도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
예를 들어 천연 바닐라는 자연의 놀라운 작품으로 수많은 천연향 성분이 혼합되어 있어 매우 깊은 맛을 낸다. 그러나 천연 바닐라는 마다가스카르에서 자라는 난초에서 얻기에 엄청나게 비싸고 가격 변동 폭도 매우 크다. (일례로 2019년에 바닐라콩은 1파운드약 450그램에 272달러였다.) 따라서 식료품이나 레스토랑 요리에 쓰이는 바닐라향은 대부분 향 전문가들이 만든 가짜다. 가짜 바닐라 향인 바닐린은 천연 바닐라의 향 분자 중 하나로 펄프와 제지 공업의 폐액에서추출하거나 실험실에서 합성한다. 바닐린의 부족한 향은 가격으로 상쇄하고도 남는다. 1파운드에 7달러밖에 하지 않기 때문이다.
펌킨 스파이스를 만드는 시클로텐과 락톤류처럼 향 제조 회사들과 그들의 고객사인 식품 제조 업체들이 가공식품 제조에 사용하는 성분의 더 값싼 공급원을 찾아서 절약하는 생산 원가는 고작 몇푼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바로 후각 망울을 자극하지 못하면 뇌가 비용절약에서 느끼는 흥분으로도 보완할 수 없다는 것이다. - P191

편의성에 주목하도록 한 식품 업계의 전략은 아주 순조로우면서도 철저하게 실행되어서 우리는 설탕 전선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눈치채지 못했다. 업계에서 편의성이라는이름으로 달게 만든 것은 시리얼만이 아니었다. 기업들은 옥수수 시럽부터 농축 과즙에 이르기까지 60가지가 넘는 당을 무기로 마트에서 파는 거의 모든 제품, 과거에은 단맛이 나지 않았던 제품에까지 설탕을 첨가했다. 한편으로 그들의 목적은 일명 설탕에 대한 지복점(blisss point. 최고의 만족도를 제공하는 지점), 즉 뇌의 추동하는 영역이 매우 자극되어 억제하는 뇌 영역이 제동을 걸 기회조차 없는 설탕의 양을정확히 찾아내 자극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빵에도, 요거트에도, 토마토 주스에도 지복점을 자극할 만큼의 설탕을 넣었다. 그러나 편의적 측면도 중요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단맛이 첨가되었다는 특징은 음료수는 물론이고 디저트류, 유제품, 시리얼, 크래커까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기대로 소비자들을 사로잡으면서 제품의 포장 전면에 표기되는 매력 요소가 되었다. 이런 전략 때문에 이제 마트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무려 4분의 3가량에 감미료가 함유되어 있다.
이로 인해 우리는 모든 음식이 달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어린아이들에게 달지 않은 것, 특히 채소 같은 것을 먹으라고 할 때인상을 쓰는 것도 그래서다. 우리가 먹는 시간을 아끼려 하자 식품기업들은 우리를 설탕에 중독시켰다. 또 제품 자체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만큼이나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소금과 지방도 첨가했다. 우리는 소금, 설탕, 지방 섭취의 주도권을 식품 기업들에게 통째로 넘겨주었고, 이로써 우리의 음식 문화는 기업들이 만든 식습관으로 변하고 말았다. - P195

우리의 문화적 규범에서 이러한 거대한 변화가 언제 일어났는지, 언제부터 우리가 식품 기업의 손에 놀아나기 시작했는지 정확히짚어 내기는 어렵다. 강박적인 식습관을 해결하기 위해 섭식 행위를연구하는 연구자들은 이런 변화가 1980년대 초반에 갑작스럽게 발생한 것으로 본다. 과거에는 식사 전에 입맛을 떨어뜨리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이 무렵부터 무엇이든 어디서든 아무 때나 먹는일이 사회적으로 용인되었다. 이렇게 되자 사람들은 이전과 달리 군것질을 하기 시작했다.
식품 기업들이 군것질을 네 번째 식사로 만드는 데 성공하면서기업의 수익과 함께 사람들의 허리둘레도 늘어났다. 현대인은 군것질로 하루 평균 580칼로리를 섭취한다.‘ 하루 먹는 양의 대략 4분의1에 해당하는 수치다. 또 군것질은 값싸고 편리하게끔 만들어진 가공식품과도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우리는 마트에서 사서 집에 가져와 세척하고 껍질을 벗겨 잘게 썰어 보관해야 하는 당근을 군것질거리로 먹지 않는다. 식품 회사들은 군것질거리로 작은 셀로판 봉지에든 사탕, 포장된 초콜릿바, 빨대를 꽂아 먹을 수 있는 음료, 전자레인지용 봉지에 담긴 음식, 튜브 형태로 쉽게 짜 먹을 수 있는 요거트나과일 퓌레 같은 것을 내놓았다. 대부분 별 고민 없이 즉석에서 구입할 수 있는 식품이다.
여기에서 식품 기업들은 한 가지 작은 문제에 봉착했다. 그들은 연구를 통해 인간이 한 가지 음식을 계속 먹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 뇌가 다른 음식을 찾도록 명령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인간은 맛이든 촉감이든 색이든 한 가지 감각 요소에 너무 많이 노출되면 싫증을 느낀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해석하면 포만감을 느낀 우리조상들이 다른 음식을 찾아다니면서 필요한 다른 영양분을 섭취했다고 볼 수 있는데, 궁극적으로는 잘된 일이었다. 아르디가 나뭇잎외에 다양한 음식을 먹으면서 더 튼튼해졌기 때문이다. 이로써 한가지에 쉽게 질리는 인간의 특성은 자연선택을 통해 지속되었다.
그러나 이런 생물학적 특성은 식품 제조 기업들에게 또 하나의기회가 되었다. 식품 기업들은 인간의 행동을 연구하여 포만감을 느껴 그만 먹게 만드는 것은 무엇이고 또다시 먹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지 답을 찾아냈다. 제품에 약간의 변화를 주어 조금만 다르게 해도, 심지어 달라 보이게만 해도 더 오랫동안 먹을 수 있었다. 그들은이 전략을 다양성(Variety 이라고 불렀다. - P197

사람들이 다양성에 열광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식품 기업들은 음식을 달게 만들었을 때처럼 단순히 스낵류를 다양화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들은 마트에서 파는 거의 모든 식품에 다양성을 입히기 시작했다. 1980년에 대형 마트에는 약 6000개의 제품이 있었는데 1990년에는 1만 2000개로 증가했고 현재는 평균 3만 3000개에 달하는 제품이 있다. 이 중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개발한 경우는 거의 없다. 기존 제품에 새로운 색을 입히거나 포장을 달리하거나 맛을 추가하는 편이 기업에게는 더 쉽고 안전했다. - P199

섭식 장애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이런 사실이 사람들의 행동에 미친 영향을 놓치지 않았다. 그들은 연구를 통해 다양성이 자제력을 잃게 하는 강력한 요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식품이 다양할수록 더 많이 먹는다는 사실, 인간이 다양성에 대단히 민감하고 그것이 대개는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연구가 많습니다." 드렉셀 대학교의 심리학 교수인 마이클 로가 내게 말했다. "한 연구자는 사람들에게 열 가지 색상의 엠앤엠 초콜릿을 주면 여섯 가지 색상을 줄 때보다 상당히 더많이 먹는다는 사실을 밝혀냈어요. 심지어 맛이 다 똑같은데도 말이죠. 또 어떤 연구는 사람들에게 스파게티 한 접시를 주면 일정량을먹고 그만 먹었는데 양은 더 많지만 이후 모양이 다른 토르텔리니 한 접시를 주면 그냥 다른 파스타일 뿐인데도 또 먹는다는 사실을밝혀냈습니다. 슈퍼마켓만 보더라도 식품 종류가 어마어마하게 많아요. 집에서든 식당에서든 음식 종류가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는 질릴 때까지 더 많은 양을 먹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취약성이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측면은 또 있다. 다양성을 좋아하는 인간의 욕망을 이용해 판매량을 늘리려는 식품기업들은 실제로 제품을 바꿀 필요도 없다. 연구에 따르면 음식을 먹는 동안 TV를 보거나 핸드폰을 사용하는 등 다른 일에 정신이 팔리면 음식에 집중할 때보다 더 많이 먹는다고 한다. 음식 대신 전자기기처럼 눈을 뗄 수 없는 것에 집중하고 있으면 정신이 팔린 사이에 뇌가 음식을 먹는다는 사실을 잊는 것이다. 그러다 다시 음식에 집중하면 마치 음식이 달라진 것처럼 느껴지고 새롭게 보인다. 그 결과 우리는 과식을 자제할 수 없게 된다. - P203

제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는 대체로 곡식, 채소, 고기와 같은 자연식품으로 음식을 만들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편의성과 군것질에열광하기 시작하면서 이런 패턴이 바뀌었고, 그 결과 오늘날에는 식품 제조 기업들이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먹는지를 완전히 지배하게되었다. 2015년에 이런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최초의 설문 조사결과가 발표되었는데 그 수치는 실로 놀라웠다. 열량으로 따졌을 때오늘날 우리가 구매하는 식료품의 4분의 3이 가공식품이며 심지어대부분이 초가공식품으로 분류된다. 28 이런 식품은 식물이나 동물에서 얻은 원재료를 더 이상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 변형시킨 성분을 혼합하고 조제하여 만든 것이다. 또 편의성이 아주 높아서 대부분 즉석에서 섭취할 수 있거나(68퍼센트) 데우기만 하면 되고(15퍼센트) 소금, 설탕, 지방도 우리가 직접 요리할 때보다 훨씬 많은 양이 들어간다. - P207

FDA가 영양 성분 표기를 실제로 의무화한 것은 그로부터 20년후였다. 하지만 사실 그럴 필요도 없었다. 1990년대에 들어설 무렵식품 기업들은 이미 자발적으로 대부분의 포장식품에 제품의 영양성분 정보를 자세히 표기했기 때문이다. 1990년에 대형 스낵 기업인 프리토레이는 FDA에 전달하는 의견서에 식품 업계가 해당 정책을 크게 환영한다고 강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자사는 언제나 소비자의 요구와 우려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으며, 영양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 및 요구와 관련하여 식품에 정확하고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라벨을 부착하는 일에 직접적인 관심과 책임을 느낀다. 우리는 미국의 일반 대중에게 영양 성분에 관한 확실한 정보를 제공하는이 정책을 지지한다."
그들은 업계의 기밀을 밝히는 일을 왜 이렇게 즐거워했을까? 먼저 가공식품 업계가 연방 정부로부터 많은 양보를 얻어 냈다는 점을들 수 있다. 새로운 라벨 정책에 협조하는 대가로 FDA는 제품 포장 전면에 모조 식품임을 표기해야 하는 규정을 폐지하는 데 동의했다. 기업들로서는 그동안 판매에 엄청난 타격을 입혀 온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었다. FDA가 이 규정을 둔 이유는 소비자들이 가짜 식품에 속아 돈을 헛되이 소비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포화지방함량을 줄이기 위해 식물성 기름을 사용한 유제품이 이 규정으로 타격을 받고 있었다. 그렇지만 소비자에 대한 기만행위를 우려하여 시•행한 정책이 가공식품 전반에 적용되면 그 영향이 어디까지 미칠지누가 알겠는가?
원료를 열거하는 영양 성분 표기의 특성으로 인해 식품 업계는또 다른 유예를 받았다. 표기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향을 내는 데 사용한 화합물(이를테면 펌킨 스파이스에 쓴 80가지성분)과 음식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주로 보조물로 쓰였으나 최종 제품에는 전혀 보이지 않거나 아주 극소량만 남은 다양한 물질은 영양성분 표기에 포함되지 않았다.  -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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