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남게 된 나는 가슴이 죄어오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가슴 아픈 일이 있을까? 이렇게 기묘한 일이 있을까? 그의 인생이 망각의 세계에서 녹아내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 어찌해야 할지 모를 지경이었다. 나는 다시 노트에 적었다. "그는 순간 속의 존재이다. 말하자면생각이나 공백이라는 우물에 갇혀서 완전히 고립되어 있는 것이다. 그에게 과거가 없다면 미래 또한 없다. 끊임없이 변동할 뿐 아무 의미
없는 순간순간에 매달려 있을 뿐이다." - P61

인간은 기억만으로 이루어진 존재는 아닙니다. 인간은 감정, 의지, 감수성을 갖고 있는 윤리적인 존재입니다. 신경심리학은 이런 것에 대해서 언급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심리학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이 영역에서 당신은 그의 마음에 영향을 미쳐 그를 변하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P76

사물의 가장 중요한 측면은 그것이 너무도 단순하고 친숙하기 때문에우리의 눈길을 끌지 못한다(들 눈앞에 있기 때문에 별로 신경을 쓰지않는 것이다). 따라서 가장 기본적으로 탈구해야 하는 것은 그냥 스치 지나가는 법이다. -비트겐슈타인

비트겐슈타인이 인식론에 대해 쓴 이 구절은 생리학과 심리학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셔링턴이 ‘우리의 비밀스러운 감각 즉 제육감第六感‘이라고 부른 것에는 딱 들어맞는다. 제육감이란 근육, 힘줄, 관절 등 우리 몸의 움직이는 부분에 의해 전달되는 연속적이면서도 의식되지 않는 감각의 흐름을 말한다. 우리 몸의 위치,긴장, 움직임은 이 제육감을 통해서 끊임없이 감지되고 수정된다. 그러나 무의식중에 자동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느끼지 못할 뿐이다.
- P85

도대체 왜 그러시죠? 눈이 보이지 않는 겁니까. 아니면 술에 취한 겁니까?" 하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고유감각이 없어졌습니다." 하고 대답할 수 있을까? 그 누구의 동정과 도움도 받을 수 없다는 것. 이것 또한 가혹한 시련이다. 그녀는 장애인이지만 그것이 겉으로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그녀는 시각장애인도 아니고 신체가 마비되지도 않았다. 겉으로 나타나는 장애는 아무것도 없다. 따라서 종종 거짓말쟁이나 얼간이로 취급된다. 우리 사회에서는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숨은 감각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같은 취급을 받는다. - P98

 단 하나라도 좋으니 무언가 돌파구를 얻기만 한다면 (단 하나의 동작이라도 좋고, 지각이라도 좋고, 충동이라도 좋고, 최초의 한마디라도 좋다. 헬렌 켈러에게 ‘물‘이라는 한 마디가 그 역할을 했듯이 말이다.) ‘무‘였던 세계가 ‘전부‘로 뒤바뀔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충동이야말로 모든 것의 시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행동도 아니고, 반사운동도아닌 오직 충동이다. 충동이야말로 행동이나 반사운동보다 그 존재가 훨씬 명백하며 또한 좀더 신비적이다.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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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3년에 제작된 다비드의 유화, 마라의 죽음을 본다. 욕조 속에서 피살된 자코뱅 혁명가 장 폴 마라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머리에는 터번처럼 생긴 수건을 두르고 있고 욕조 밖으로 늘어뜨려진 손은 펜을 쥐고 있다.
흰색과 청색 사이에 마라가 피를 흘리며 절명해 있다. 작을 작품 전체의 분위기는 차분하고 정적이다. 어디선가 레퀴엠이 들려오고 있는 것만 같다. 그를 찌른 칼은 화면 아래쪽에 배치되어 있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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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손‘이란 용어는 신경학에서 매우 자주 사용되는 단어로, 신경 기능의 장애나 불능을 가리키는 말이다. 예를 들면 이 말은 말소리상실, 언어상실, 기억상실, 시각상실, 정체성 상실,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는 기능의 상실 그리고 그 밖의 많은 특정 기능의 결함이나 상실을 지칭할 때 쓰인다. 이러한 ‘기능 장애‘들(이것 역시 자주 사용되는 단어이다)에는 그것들 각각을 지칭하는 (우리들만의) 전문용어들이 있다. 소리못냄증, 운동성 실어증, 언어상실증, 읽기언어상실증, 행위상실증, 인식불능증, 기억상실, 조화운동불능증 같은 것이 바로 그런 용어들이다. 이것들은 모두 질병이나 부상 혹은 발달 장애로 인해 환자들이 특정 신경 혹은 정신 기능의 일부나 전부를 상실하는 것을 말한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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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라시드가 그들을 내려놓고 비스를 타고 직장에 나간후, 라일라는 아지자가 손을 흔들면서 고아원 뒤뜰에 있는 담을따라 발을 질질 끌며 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아지자가 말을 더듬던 것에 대해 생각했다. 아지자는 전에 단층에 대해 이야기하며, 지구의 아래쪽에서는 강력한 충돌이 있지만 우리가 표면해서 느끼는 건 약간의 흔들림일 뿐이라고 말했었다. 아지자도 그랬다. - P443

그녀는 앞에 있는 책상으로 돌아가면서, 전날 방에 저녁을 먹으며 다시 즐겼던 이름 짓기 놀이에 대해 생각한다. 그것은 라일라가 타리크와 아이들에게 그 소식을 전해준 후로 계속되는 밤의 의식이 되었다. 그들은 돌아가며 자기들이 지은 이름에 대한 이유를 낸다. 타리크는 모하마드라는 이름이 좋다고 한다. 최근에 비디오로 <수퍼맨>을 본 잘마이는 왜 아프간 소년의 이름이 클라크일 수 없는지 궁금해한다. 아지자는 아만이라는 이름이 좋다고 열을 올린다. 라일라는 오마르라는 이름이 좋다.
하지만 이 놀이에서는 남자 아이의 이름만이 거론된다. 딸의 이름은 라일라가 이어 지여놓았기 때문이다.
- P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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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연하자면 사회민주주의와 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와의 차이도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합니다. 사회민주주의는 자본가 계급서 세금을 걷어 서민들을 위한 복지 재원으로 사용하는 정책을 추진합니다. 일종의 부의 재분배 정책이지요. 하지만 사회민주주의는 바로 그 지점이 최종 목표지입니다. 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는 단순히 조세 정책을 통한 부의 재분배만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생산수단에 대한 사회적 소유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끊임없이 개혁(혁명)을 추동합니다. 이를 프롤레타리아 계급 스스로의 힘으로 실현하려는 것이지요. 즉, 사회민주주의와는 최종목표가 다른 것입니다.
- P309

끝으로, 공산주의자들은 모든 나라의 민주적 정당과의 연대와 협력을 위해 어디서나 노력한다.
공산주의자들은 자신의 견해와 의도를 감추는 것을 경멸한다.그들은 자신의 목적이 지금까지의 모든 사회질서를 폭력적으로 전복해야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천명한다. 지배계급들을 공산주의 혁명 앞에서 벌벌 떨게 하라.  프롤레타리아가 공산주의 혁명으로 잃을 것이라고는 쇠사슬뿐이다. 그들에게는 얻어야 할 세계가 있다.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 - P310

그러나 누군가 필요로 할 때만 자신의 노동을 팔 수 있는, 말하자면 전체 부르주아계급의 재산인 개별 프롤레타리아는 생존을 보장받지 못한다. 생존은 전체 프롤레타리아 계급에게만 보장된다. 노예는 경쟁 밖에 서 있지만, 프톨레타리야는 경쟁 안에 서 있으면서 경쟁의 모든 변화를 경험한다. 노예는 물건으로 간주되고 사회구성원의 하나로 간주되지 않는다. 프롤레타리아는 사람으로 사회구성원의 하나로 인정받는다. 그래서 노예가 프롤레타리아보다 더나 생활을 할 수는 있지만, 프롤레타리아는 사회의 더 높은 발전단계에 속하며 노예보다 더 높은 단계에 서 있다. 노예는 모든 사적소유관계 가운데에서 노예 관계만을 폐지하고 비로소 고돌레다리이가 힘으로서 해방된다. 프롤레타리아는 사적 소유 자체를 폐지할이로써만 해방될 수 있다.
- P320

17. 사적 소유를 단번에 폐지하는 것이 가능한가?
아니다. 공동체 건설에 필요한 만큼 기존의 생산력을 단번에 증대시킬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 또한 불가능하다. 따라서 시작되고 있는 프롤레타리아 계급 혁명의 모든 가능성은 단지 점차적으로만 현 사회를 변화시킬 것이며, 생산수단이 필요한 만큼 갖추어졌을 때 비로소 사적 소유를 폐지할 수 있을 것이다.
- P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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