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을 둘러보니 누이들과 엄마와 모자란 남동생이 보였다. 푹 꺼진 마루와 낡은 집이 눈에 들어왔다. 부엌에서는 쓰레기 냄새가 진동하고, 카펫에서는 흙먼지가 밟히고, 옷엔 곰팡이가 피었다. 이런공간을 지워버리고 싶은 심정, 이런 사람들을 지워버리고 싶은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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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길버트 그레이프 평생 최고로 기발한 아이디어를 구상하며 한 시간쯤 혼자 즐거워했다. 터커한테 "세계 최고의 거구, 보니!"
라고 쓴 커다란 간판을 그리게 해서 이 근방 최고의 놀라운 가족을알리는 그 광고판을 13번 고속도로와 35번 국도에 몇 킬로미터마다하나씩 내건다는 아이디어였다. "그레이프를 만나세요" "춤추는 어니" "엘렌 그레이프, 맛이 참 좋아요" 같은 표지판도 붙여야지. 에이미 누나는 매점에서 팝콘과 레모네이드를 팔고, 어니가 의자에 앉아있으면 사람들이 어느 쪽이 플라스틱 눈인지 맞히면 어떨까. 제니스누나는 꼼꼼하게 구성한 우리 집 투어의 가이드가 되어 곳곳에 엄힌 일화들을 들려주되, 스튜어디스 유니폼을 입고 스튜어디스 같은미소를 지으며 스튜어디스의 동작을 곁들인다. 지하실에 아빠 인형을 매달아놓을 수도 있다. 래리 형은 거기 얼어붙은 듯이 서서 아빠를 올려다보며 그날의 순간을 재연한다. 투어의 하이라이트는 우리엄마를 만나는 순서다. 사람들은 미리 엄마의 예상 체중을 적어낸다.
내가 엄마를 깨우면 엄마는 힘겹게 일어나 관중의 박수를 받으며 체중계에 올라간다. 디지털 체중계에 엄마의 몸무게가 찍혀 나온다. 근사치를 적어낸 사람에게 소정의 상품을 준다.
짧은 투어지만, 가족 사업으로서의 잠재력은 그 무엇에도 뒤지지 않는다. 골골거리는 마을 경제도 살아날것이다. 도처에서 우리를 보기 위해 차를 몰고 찾아올 테니까.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일하면서 지나온 날들을 찬미하고 그것을 온 세상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끝내주는 아이디어였다. 어니한테 얘기해줬더니 무척 좋아했다. - P1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