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드의 얼굴에는 다시 걷는 빗자루의 이미지가 떠올랐고 그것과 함께 공포가 춤추듯 되살아났다. 갑자기 듀샌더는 지금 이 상황을 즐기고 있지 않을까 하는 기분과 자기가 듀샌더의 참모습보다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원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기분이들었다. 왠지 노령이고 부엌에서의 장난임에도 불구하고 듀샌더는 우스꽝스럽게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무섭게 보였다. 토드에게구덩이나 소각로 안의 시체가 비로소 현실처럼 다가왔다. 팔과 다리와 몸통이 물고기의 배처럼 하얗게 뒤얽혀서 독일의 차가운 봄비를 맞고 있는 시체 사진이 공포 영화의 한 장면처럼 만들어진것(예를 들면 촬영이 끝나면 뒤쪽 어딘가로 가져가 버리는 백화점의 마네킹을 사용한 시체 더미 같은 것)이 아니라 이해할 수 없는 사악하고 사실적인 사건을 직접 찍어놓은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순간적으로 토드는 시체가 부패하면서 풍기는 평온하고 희미하며 아릿한 냄새를 맡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공포가 그를 빙 둘러 쌌다.
-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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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생명의 종 모양 곡선에서 복잡성의 최대값을 증가시키는 오른쪽 꼬리는 두 가지 원인 중 어떤 것을 통해서든 형성될 수있다. 하나는 진화가 본질적으로 복잡성이 보다 높은 방향으로 생명을 밀어 올리기 때문에 오른쪽 꼬리가 생겼다는 것이고(전통적 이론의 주장), 또다른 하나는 생명이 복잡성의 최소값인 왼쪽 벽에서 기원해 그 뒤에는 변화하지 않는 박테리아 형태를 유지하면서 오른쪽으로 확대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오른쪽 꼬리가 우연하게 부산물로서 생겼다는 것이다(이 책의 핵심 주장)
...
앞의 주장은 복잡성의 증가를 생명 역사의 존재 이유라고 말하고 있으며, 뒤의 주장은 오른쪽 꼬리를 주된 결과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 진화 원리의 수동적인 결과라고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의 도식에서 진보는 근본적인 원인의 주요결과이자 생명의 역사를 지배하고 형성해 가는 것이지만, 뒤의 도식에서 진보는 2차적이고, 드물게 발생하는 우연적인 부산물이며, 진보를 목적으로 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없어도 형성되는 것이다.
- P274

《디스커버》 (1993년 6월호)에 실린 로리 올리벤스타인의 글.
생물이 진화하면서 더 우수해져 간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더고등해지고, 더 현대적이 되면서 원시성에서 벗어나게 된다. 댄 맥시 (「복잡성과 진화 - 누구나 아는 것」이란 논문을 발표)에 의하면, 누구나 생물이 진화하면서 복잡해져 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원시 생명수프에서 합성된 최초의 세포에서 호모 사피엔스의 놀라운 복잡성까지 생명의 진화는, 누구나 알고 있듯이 더 큰 복잡성을 향한 장거리행진이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 사실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문제는그것을 확인해 줄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증거를 요구하는 사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명명백백한 사실이라는 이유로 그 누구도 증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진리. 누구나알고 있지만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를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진리만큼 폭력적인 지적 독단도 없다. 그리고 망치로 톡 하고 치면 힘없이 부서질 진리라는 이름의 이끼 낀 거대한 바위를 정보라는 망치로 톡톡 쳐보는 것보다 더 유익한 지적 활동은 없다. 나는 고생물학회의 모토를 사랑한다. 프랑고 우트 파테파치움(Frango utPatefacium, 발견을 위한 파괴), 이것은 수사적인 의미와 실제적 의미를 다 갖고 있는 모토다. 고생물학자들의 주요 연장이 망치이기때문이다.
- 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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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에 대한 증거는 확고하다고 할 수 있다. 둘 다 거의박테리아 정도의 크기를 가지고 있다(원핵세포는 진핵세포보다 훨씬작기 때문에 진핵세포 안에 여러 개의 원핵세포가 쉽게 들어갈 수 있다). 모양과 기능도 박테리아와 비슷하다. 또한 독자적인 유전 암호를 가지고 있다(진화 과정을 통해서 대부분의 유전물질을 핵으로 이전시켰기 때문에 현재는 최소의 양만을 가지고 있다). 이 모든 사실들은 조상이 본래 독립적인 생활을 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렇기 때문에, 광합성 박테리아에 의해 직접 방출된 것이든, 진핵세포 내부에있는 박테리아 후손에 의한 것이든, 대기 중의 산소는 오늘날까지도 박테리아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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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 안에는 석영이 두개 들어 있었는데 모두 잘 다듬어져 있었다. 두 개 모두 물에 흘러가는 나무의 모습을 한 것이었다. 그안에 섞여 있는 황철광의 작은 광채는 금가루처럼 빛나고 있었다.
만약 그렇게 무겁지 않았다면 멋진 신사용 커프스단추가 되었을것이다. 한 쌍이 될 수 있을 정도로 크기가 같았다. 그 두 개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 소등한 뒤에 몇시간씩 그것을 위해 정성을 쏟았을 것이다. 그것만은 나도 알 수있었다. 먼저 깨서 형태를 정리한다. 그리고 그 록 해머를 사용하여 다듬고 또 다듬어 완성하는 것이다. 그것을 보고 있는 사이에인간이 뭔가 예쁜 것, 손으로 정성을 다해 만들어낸(그것이 인간과 동물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것을 보았을 때 느끼는 따스한 기분ㄹ 느꼈다. 그리고 조금 다른 것도 느꼈는데, 그것은 앤디의 끈기에 대한 존경심이었다. - P55

 인간의 자유를 빼앗고 좁은 감방에 살도록 교육받으면 다른 곳에 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된다. 조금 전에 말한 토끼와 마찬가지로 다가오는 트럭에 치일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도 그 불빛 가운데서 몸이 얼고 마는 것이다.  - P127

부디 그 곳에 앤디가 있기를,
부디 무사히 국경을 넘을 수 있기를,
부디 친구와 다시 만나 악수를 할 수 있기를,
부디 태평양이 꿈속에서 본 것처럼 짙은 푸른색이기를,
이것이 나의 희망이다.
-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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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문화의 원칙>은 .... 한 지질학적 연대에서 고도로 발달된또는 전문화된 형태들은 뒤에 오는 새로운 시대의 선조가 되지 못했고 오히려 후손들은 덜 전문화된 전 세대에서 유래되었다는 사실을설명한다. 이 법칙은 어느 시대에서나 전문화된 형태들은 새시대가 도래할 때의 특징인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사실로 증명된다.
그러한 영향은 특히 먹이 섭취량이 큰 대형종에서 심했다.
잡식성 동물은 특정 먹이를 필요로 하는 종들이 죽은 곳에서도 생존할 수 있었다. 몸집이 작은 종들은 먹이가 귀할 때에도살아남지만 큰 종들은 죽는다.
포유류 계통의 자손들은 작은크기에서 기원한 이래 계속 그 크기를 유지했다.이것은 다른 모든 척추동물도 마찬가지다.
- P229

우리는 지금 <박테리아의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의 행성은 35억 년 전 화석으로 보존된 최초의 생물(물론 박테리아)이 출현한 이래 언제나 박테리아의 시대였다.
가장 합리적이고, 공평하고, 정당하게 평가를 할 때 박테리아야말로 지구 생물체 중에서 예나 지금이나 가장 지배적 형태라는 것을인정해야 한다. 이렇게 명백한 생물학적 사실이 널리 받아들여지지못하는 것은 우리의 오만이 시야를 협소하게 만드는 이유도 있지만대체로 그 미세한 크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의 척도 즉, 크기는미터 단위, 나이는 몇십 년 단위로 일어나는 현상을 가장 전형적인자연으로 보는 데 익숙해져 있다. 박테리아들의 크기는 육안으로는보이지도 않으며, 그 수명은 내가 점심 먹는 시간, 또는 나의 할아버지께서 저녁에 시가 한 대 피우는 시간만큼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박테리아의 입장에서 본다면, 인간의 몸은 광대하게 펼쳐진 그리고 사실상 영원하고 거대한 대륙이다. -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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