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집단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정책의 요지가 불리한 처지에 놓인 사람을 돕는 것이라면, 인종이 아니라 계층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인종별 우대정책의 목적이 노예제와 인종차별정책이라는 역사적 부당함을 보상하려는 것이라면, 그 부당 행위에 가담하지도 않은 홉우드 같은 사람에게서 보상을 끌어내는 것을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는가??
- P239

미국 연방법원이 배키 소송을 심리할 때, 하버드 대학은 법정 조언자 자격으로 소견서를 제출해, 교육을 근거로 소수집단우대정책을 변호했다. 하버드 대학은 소견서에서, 학업 성적과 시험 점수가 입학 심사의 유일한 기준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했다. "학문적 우수성이 유일한 또는 지배적 기준이라면, 하버드 대학은 활기와 지적우수성을 상당 부분 잃을 것이며, (...) 모든 학생에게 제공되는 교육의 질도 떨어질 것이다." 과거에는 다양성이라고 하면 "캘리포니아·뉴욕·매사추세츠에서 온 사람들, 도시 거주자와 시골 소년들, 바이올린 연주자와 화가와 축구선수들, 생물학자와 역사학자와 고전학자들, 앞으로 증권거래인과 교수와 정치인이 될 사람들로 구성된 학생들"을 일컬었다. 그러나 하버드 대학은 이제 인종적·민족적 다양성도 함께 고려한다. - P241

드워킨의 답은 이렇다. 분리주의 시대에 특정 인종을 배제한 행위는 "어떤 인종이 다른 인종에 비해 유전적으로 더 가치 있다는 경멸스러운 사고방식"에 기초한 반면, 소수집단우대정책에는 그러한 편견이 없다. 소수집단우대정책이 주장하는 내용은 단지, 중요한 전문직에서 다양성 증대가 중요해지다 보니, 흑인이나 히스패닉이라는사실은 "사회적으로 유용한 특성" 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 P24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선 칸트는 공리주의를 개인 도덕성의 기초만이 아니라 법의 기초로서도 거부한다. 칸트가 보기에, 공정한 헌법이라면 개인의 자유가 다른 모든 사람의 자유와 조화를 이루도록 힘써야 한다. 그것은공리를 극대화하는 것과는 관계가 없으며, 공리는 기본권 결정에 "결코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 "행복이라는 경험적 목적에 관해, 그리고행복의 구성요소에 관해 저마다 견해가 다르기 때문에 공리는 정의와 권리의 기초가 될 수 없다. 왜 그럴까? 공리를 권리의 기초로 삼는다면, 행복에 관한 여러 견해 가운데 사회가 어느 하나를 지정해야한다. 특정한 행복을 (이를테면 다수의 행복을) 헌법의 기초로 삼는다면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의 가치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게 되면 자기만의 목적을 추구할 개인의 권리가 무시된다. "어느 누구도 나더러타인의 기준에 맞춰서 행복하라고 강요할 수 없다.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한, 저마다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행복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192

공정한 헌법이 왜 진짜가 아닌 상상의 계약에서 나올까? 우선 국가가 형성된 이래 사회계약이 맺어졌다는 증거를 찾기 힘들다는 현실적 이유 때문이다. 둘째로, 도덕 원칙은 경험한 사실에서만 나올수는 없다는 철학적 이유 때문이다. 도덕법이 개인의 이익이나 욕구에 좌우될 수 없듯이, 정의의 원칙도 공동체의 이익이나 욕구에 좌우될 수 없다. 과거에 어떤 한 집단이 헌법에 동의했다는 사실만으로그 헌법이 공정하다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어떤 상상의 계약이 이런 문제를 피해갈 수 있을까? 칸트는 그것을 간단히 "이성이라는 관념"이라 말한다. "관념이지만 의심의 여지 없이 존재한다. 그 이유는 그것이 입법자들에게, 국가 전체의 뜻을 통일한다면 어떤 법이 만들어질까를 고려해 법의 틀을 짜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 이며, 각 시민에게는 "동의한 듯한" 의무감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칸트는 집단적 동의라는 상상의 행위가
"모든 공공법의 정당성을 판가름하는 잣대" 라고 결론짓는다.
- P193

《정의론》에서, 정의를 고민하는 올바른 방법은 원초적으로 평등한상황에서 어떤 원칙에 동의하겠는가를 묻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

롤스가 생각한 사회계약은 이처럼 원초적으로 평등한 위치에서 이루어지는 가상합의다. 롤스는 만약 그런 위치에 놓인다면, 이성적이고 자기 이익을 챙기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어떤 원칙을 선택할지 자문해보라고 한다. 그는 모든 사람이 현실에서는 자기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사고실험을 위해 도덕적, 종교적신념을 접어둘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원칙을 택하겠는가?
우선 공리주의를 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무지의 장막 뒤에서, ‘모르긴 몰라도 나는 억압받는 소수에 속할 거야‘ 라고 생각할 수있다. 그리고 군중의 쾌락을 위해 사자 우리에 던져지는 그리스도인이 되고 싶은 사람도 없을 것이다. 완전한 자유지상주의 원칙을 선택해, 시장경제체제에서 벌어들인 돈을 죄다 소유할 권리를 인정할 사람 역시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추론한다. 나는 빌 게이츠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집 없는 사람일지도 몰라. 그러니 무일푼에다 도움도못 받을 상황에 놓일지도 모를 제도는 피하는 게 좋겠어."
롤스는 이 가상계약에서 정의의 원칙 두 가지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언론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 같은 기본 자유를 모든 시민에게 평등하게 제공한다는 원칙이다. 이는 사회적 공리나 일반적 행복에 앞선다. 두 번째는 사회적, 경제적 평등과 관련한 원칙이다. 이원칙은 소득과 부를 똑같이 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더라도,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을 인정한다면, 사회 구성원 가운데 가장 어려은 사람들에게 유리한 불평등이라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 P199

실제로 존재하는 방식은 마땅히 존재해야 하는 방식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자연의 분배 방식은 공정하지도, 불공정하지도 않다. 인간이 태어나면서 특정한 사회적 위치에 놓이는 것 역시 부당하지 않다. 그것은 단지 타고나는 요소일 뿐이다. 공정이나 불공정은 제도가 그러한 요소들을 다루는 방식에서 생겨난다.
- P23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어떤 동물이 있다면, 나는 그 동물을 무척 두려워하게 될 것이다.
개미가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목이 잘린 개미는 특별한 냄새를 발한다. 고통의 냄새인 것이다. 개미의 몸 안에서 무슨 일인가가 벌어지지 않는다면 그런 냄새가 생길 리 없다. 개미에게 전기적인 신경 감응은 없지만, 화학적인 신경 감응은 있는 것이다. 개미는 자기 몸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면 고통을 느낀다. 제 나름의 방식으로 고통을 느끼는 것인데, 그 방식은 우리가 고통을 느끼는방식과 사뭇 다르다. 하지만 고통을 느낀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 P206

의산의해(儀山媛海), 질풍노도(疾風怒濤).
모두 한데 뒤섞여서, 어지러이 흩어졌다 가지런히 정렬하고,
치달리고, 돌아가고, 달아나고, 덤벼들고, 흩어지고, 모여들고,
쑤석거려 시비 걸고, 밀었다가 당겼다가, 뛰어오르고, 주저앉고, 일어나서 추스르고, 욕지거리, 맞대거리, 뜨거운 김 내뿜으며 울부짖듯 악을 쓴다. 도처에 살기가 어려 있다. 서로 맞서서힘을 겨루고 칼싸움하듯 위턱을 휘두른다. 살아 있는 몸뚱이,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몸뚱이를 가리지 않고 짓밟으며 내달린다. 불개미 한 마리마다 성난 난쟁이개미가 적어도 세 마리씩은 달라붙어 있다. 그러나 불개미들의 덩치가 세 배는 더 크니까, 거의 대등한 전력으로 싸움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드잡이 싸움, 냄새의 아우성, 엷은 안개처럼 뿜어지는 씁쓸한 페로몬.
- P212

이따금 어떤 터무니없는 생각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그 도래 도시들을 바라보면서 저는 이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혹시 이게 우리의 도시는 아닐까? 혹시 우리는 어떤 어항 안에 갇혀 있고 다른 거대한 존재가 우리를 감시하고 있는것은 아닐까? 혹시 누군가가 무대 장치를 만들어 아담과 이브를 넣어 놓고, 실험용 흰쥐를 관찰하듯 <구경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혹시 성경에서 말하는 에덴동산에서의 추방은, 단지 갇혀있던 어항이 바뀐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혹시 노아의 대홍수라는 것도 기껏해야 신이 조심성이 없거나 호기심이 많아서 그저 물 한 컵 쏟은 걸 가지고 그러는것이 아닐까?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하시겠지요? 글쎄요...…. 개미집과 우리가 사는 지구가 차이가 있다면, 개미들은 유리벽 안에 갇혀 있고 우리는 물리적인 힘, 즉 지구의 인력에 의해 갇혀 있다는 점뿐입니다.
합니다.
제 개미들은 갇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어항의 주둥이를막고 있는 판지를 베어 내고, 벌써 몇 마리는 도망을 쳤습니다. 우리는 어떻습니까? 우리도 중력을 벗어나는 로켓을 쏘아 올리고 있습니다. - P24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의 노벨상 수상 연설문에서 윌리엄 포크너는 말했었다.
"문학은 인간이 어떻게 극복하고 살아가는가를 가르친다."
그렇다. 문학은 삶의 용기를, 사랑을, 인간다운 삶을 가르친다. 문학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치열한 삶을, 그들의 투쟁을, 그리고 그들의 승리를 나는 배우고 가르쳤다. 문학의 힘이 단지 허상이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도 나는 다시 일어날 것이다.
- P31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개미보다 아름다운 것이 무엇이 있을까? 구부슴한 테두리 선은 맵시좋게 다듬어져 있고, 몸매에 구현된 공기 역학의 원리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몸의 구석구석이 정교하게 고안된 차체와 같아서, 공기역학의 원리에 맞게 오목오목 들어간 자리에 다리 하나하나가 완벽하게 박혀 있다. 몸마디 하나하나가 경이로운 기계 장치이다. 몸마디를 감싸고 있는 판들은,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어떤 디자이너가 마름질한 것처럼 사개가 꼭 들어맞는다. 그것들은 삐걱거리는 일이 없고마찰을 일으키는 일도 없다. 세모진 머리는 공기를 헤쳐 나아가기에 알맞고, 구부러진 긴 다리가 땅바닥에 닿을 듯 말 듯한 몸을 사뿐하게받치고 있다. 마치 이탈리아의 스포츠카를 보는 듯하다.
발톱은 천장에서도 붙어 다닐 수 있게 되어 있고, 눈은 180도의 넓은시야를 가지고 있다. 더듬이는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수천 가지의정보를 감지하며, 그 끄트머리는 망치 구실을 한다. 배에는 화학 물질을 저장할 수 있는 주머니나 자루나 샘들이 가득하다. 위턱으로는 물건을 자르고 구멍을 내며 붙잡을 수도 있다. 몸 안에 그물처럼 퍼져있는 관들을 통해 후각 정보를 방출한다.
- P153

개미 세 마리가 완전 소통을 실행하려고 세모꼴을 이루며앉아 있다. 그럼으로써 그들은 자신들이 겪은 일들을 길게 늘어놓지 않고도 순식간에 모든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들은 마치 조사 활동을 더 잘하기 위하여 한 몸뚱이가 셋으로 나뉜 것처럼 보였다.
그들이 더듬이를 결합하자 생각들이 순환하면서 융합하기시작한다. 아무 문제 없이 일이 잘되어 간다. 각각의 뇌수는하나의 트랜지스터가 되어, 자신이 받아들인 전기 신호를 증폭시켜 다른 뇌수에 전하고 있다. 그렇게 결합된 세 개미의 정신은 그들의 능력을 단순히 합쳐 놓은 것보다 뛰어나다.
- P15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