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실은 내래 모단 걸이 되는 거이 꿈이었습네다. 아이디, 안즉도 모단걸 되구자 하는 꿈은 저버리지 못했지요. 기래도 인제는 파업단에서 선봉이 되는 거이 나의 바람입네다.
저건 뭐 하는 물건이냐, 하는 조로 웃음소리가 더욱 커진다. 나잇살은 집어먹곤 철이 덜 나서 허풍 떠는 여편네, 또는 앞에 나서서 좀웃겨보자고 나온 사람으로 보이리라.
우에 웃으십네까들? 근로하는 고무 직공은 모단 껄 못 하란 법이있습데? 내일 막 시작하였을 적에 우리 반장이 내 머리채 잡구 뚜드려 패면서 그랬습네다. 모단 껄은 학생 아이면 기생이라고, 모단껄 할라면 저하구 자유연애 한번 하자구 드런 소리까지 하였습네다.
내 배운 것이라군 에서 배워준 교육밖에 없는 무지랭이지마는 교육 배워놓으니 알겠습데다. 어직공은 하찮구 모단 껄은 귀한 것이아이라는 것. 다 같은, 사람이라는 것, 고무공이 모단 껄 꿈을 꾸든말든 관리자가 그따우로 날 대해서는 아니 되았다는 것.
좌중은 고요해진다. 누군가 손뼉을 치기 시작한다. 조용히 시작된박수 소리가 섬섬 커진다. 주룡은 박수 소리가 잠잠해실 때까지 기다리며 목으로 올라오는 울음의 기미를 누른다.
- P180

저짝이 먼처 모욕을 하였는데 내래 욕 좀 하면 어드렇습네까?
그런 욕을 할 줄 안다는 것은 그런 욕을 들으며 살아온 사람이라는 것이 아닙니까. 나는 욕설은 듣는 쪽보다 하는 쪽의 품위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룡 씨는 어떻습니까?
주룡은 잠시 말을 잃는다. 어느 정도는 달헌의 말이 옳다. 방금 한 욕은 주룡이 언젠가 들어보았던 곡이다. 그런 욕을 들으며 살았다는 것을 이런 식으로 드러내는 일이 어디가 잘못되었다는 것인지는알기 어렵다.
달헌 씨 말은 반은 료해가 되고 또 절반은 아니 됩네다.
그게 뭐 어떻다고 그러시오. 자기 자신을 다 이해하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까?
- P204

달헌은 제 머릿속에서조차 말을 듣지 않는 그 여자를 속수무책으로 바라본다. 하늘로 올라가는 길처럼 빛나는 광목을 주룡은 단단히 붙든다. 사실은 두려워서 죽을 것 같은 표정이면서, 사실은 살고싶어서, 그 누구보다도 더 살고 싶어서 활활 불타고 있으면서.
지붕 위에서 잠든 그 여자를 향해 누군가가 외친다.
저기 사람이 있다.
-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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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베버가 내린 유명한 정부의 정의는 널리 통설로 받아들여진다.
베버는 사회에서 "합법적인 폭력 사용을 독점monopoly of legitimate violence"하는 것이 곧 정부라고 규정한 바 있다. 합법적 폭력의 독점과 그에 따른 일정 수준의 중앙집권화가 없다면 정부는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경제활동을 규제하는 것은 물론 법질서를 강제할 수도 없다. 정부가 중앙집권화에 실패하면 그 사회는 소말리아처럼 곧 혼란에 빠지고 만다.
우리는 충분히 중앙집권화되고 다원적인 정치제도를 포용적 정치제도(inclusive political institutions) 라고 부를 것이다. 두 조건 중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한다면 착취적 정치제도(extractive political institution)라 할 만하다. - P126

착취적 정치제도하에서 가능한 두 번째 성장 유형은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그런 제도가 어느 정도 포용적 경제제도의 발달을 허용하는 상황에서 목격된다. 착취적 정치제도를 갖춘 사회라면 으레 창조적 파괴가 두려워 포용적 경제제도를 꺼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사회마다 엘리트층이 권력을 독점할 수 있는 정도가 다르기 마련이다. 엘리트층의 입지가 워낙 확고해 자신들의 정치권력이 위협받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한다면 어느 정도 포용적 경제제도를 수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는 역사적 상황 때문에 착취적 집권 세력이 얼마간 포용적 성향의 경제제도를 물려받게 되고, 어떤 이유에서든 그런 제도를 차단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바로 이럴 때가 착취적 정치제도하에서도 성장이 가능한 두 번째 경우라 할 수 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한국이 급속도로 산업화한 것이 그런 예다. 박정희는 1961년 군사 쿠데타로 집권했지만, 당시 한국 사회는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었고 경제 또한 본질적으로 포용적이었다. 박정희정권이 권위주의적이라고는 해도 경제성장을 추진할 만큼 권력 기반에대한 확신이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정희 정권은 대단히 적극적으로 경제성장을 추구했다. 아마도 그가 정권을 지탱하기 위해 반드시 착취적 경제제도가 필요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착취적 제도하에서 성장을 이룬 소련 등 다른 대부분 사례와 달리 한국은 1980년대 들어 착취적 정치제도 역시 포용적 정치제도로 변모한다.  - P141

정치제도가 착취적 성향에서 포용적 성향으로 바뀌지 않는 한 권력을 분배하고 행사할 능력은 언제든 경제적 번영의 기반을 훼손할 수 있다는 뜻이다.
- P145

(서유럽에서)흑사병으로 노동력이 급감하자 봉건질서의 기반이 흔들렸다. 소작농이 변화를 요구할 힘을 얻게 된 것이다. 엔셤 수도원Fynsham Abbey에서는소작농이 벌금과 부역을 대폭 줄여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들은 실제로 그 뜻을 이루었고 새로운 계약을 맺었는데, 이런 기록이 덧붙여져 있다. "1349년 창궐한 페스트로 숨진 사망자가 많아 영지에는소작농이 고작 둘밖에 없었다. 이들은 당시 영주이자 수도원장이었던 업턴의 니컬러스 사제 Brother Nicholas of Upton 가 새로운 계약을 맺지 않는다.
면 떠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주는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었다.
엔념 수도원의 사례는 곳곳에서 되풀이되었다. 소작농은 강제노역을 비롯해 영주에 예속됨으로써 져야 했던 온갖 부담에서 풀려나게 되었다. 임금도 차츰 올랐다. 
.....
잉글랜드 엘리트층이 가장 염려한 것은 가뜩이나 귀한 소작농을 스카우트하려는 다른 영주들의 유혹이었다. 고용주의 허락 없이 고용을 파기하면 징역형에 처하는 해결책이 제시되었다.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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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눈을 감고 이마 한중간을 꾹꾹 눌렀다. 신음 같은 한숨이 샜다.
세상에는 외면하거나 거부해봐야 소용없는 일들이 있다. 세상에 태어난일이 그렇고, 누군가의 자식이 된 일이 그러하며, 이미 일어나버린 일이그렇다. 그렇다고는 해도, 나는 추측항법으로 날아가는 제트기는 되고싶지 않았다. 나에 대한 마지막 주권 정도는 되찾고 싶었다. 이 빌어먹을상황이 어떤 식으로 끝나든, 내 삶은 내가 결정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남은 힘을 끌어모아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어둠속에 갇힌 2시간 30분을 내 앞으로 끌어내야 했다.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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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그따위 결속이 다 무어란 말인가. 여자 하나를, 어린 남자애 하나를 우스개로 만들지 않고서는 유지할수 없는 결속이라면 그따위 것 없는 게 백번 낫지 않은가.  - P79

 주인이 준 증서는 잘게 박박 찢어 가는 길에 흩어놓을 것이다.
아무도 저를 모르는 곳에 가서 아무것도 모르는 낯을 하고 살 것이다. 누구에게도 무엇에게도 마음을 빼앗기지 잃을 것이다.
가슴에 번진 먹물을 손으로 가리고 주룡은 집으로 간다.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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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안정과 계속성을 보장해준 것은 정치제도였다. 정치제도는 한편으로 독재자가 집권해 시장 환경을 지배하는 규칙 자체를 바꿔버리고 이들의 재산을 몰수한 다음 감옥에 보내버리거나 목숨과 생계를 위협할 위험을 제거해주었다. 또 한편으로는 사회 특정 이익집단이 정부를 경제적 재앙으로 몰고 가지 못하도록 막아주었다. 이런 기능이 가능한 것은 정치권력 자체가 제한적이고 워낙 광범위하게 분배되어있어 번영의 밑거름인 인센티브를 창출하는 경제제도가 태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76

아프리카에서 열대성 질병이 고통을 야기하고 영아 사망률을 높이는 원인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아프리카가 가난한 이유는아니다. 주로 빈곤과 질병을 박멸하는 데 필요한 공중 보건 정책을 취할능력이나 의지가 없는 정부 때문에 질병이 창궐한다. 19세기 영국도 굉장히 건강에 해로운 곳이었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차츰 깨끗한 물 공급과 적절한 하수 및 오물 처리는 물론 더 나아가 효과적인 공중 보건 서비스를 위해 투자를 늘려나갔다. 공중 보건이 증진되고 기대 수명이 늘어나서 영국 경제가 성공한 것이 아니라, 반대로 정치·경제적 변화의 결실이었다는 것이다. 

.....

 특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에서 대체로농업 생산성(에이커당 농작물 생산량)이 바닥을 그리는 주된 요인은 토양의 품질과는 거의 상관이 없다. 그보다는 토지 소유구조, 정부 및 제도때문에 농부들이 인센티브를 기대하지 못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 P88

아메리카 대륙 내에서 관찰되는 소득 격차나 유럽과 서아시아 간에 장기적으로 극명하게 드러나는 차이 등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패턴을 불변의 지리적 위치로 설명할수 있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아메리카 대륙 내의 불평등 패턴이 지리적 요인으로 초래되었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1492년 전만 해도 멕시코 중심부의 계곡, 중앙아메리카, 안데스산맥의 문명이 북아메리카나 아르헨티나 및 칠레 등의나라보다 월등히 탁월한 기술과 생활수준을 자랑했다. 지리적 위치는변함이 없지만, 유럽의 식민통치자들이 강요한 제도가 ‘운명의 반전‘을야기한 것이다.
- P94

한국전쟁으로 38선을 따라 허리가 잘리기 전까지는 언어, 인종, 문화적인 면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동질성을 가졌다. 노갈레스처럼 남북한 역시 국경이 문제다. 북쪽에는 다른 제도를 시행하는 다른 정권이 들어서 있다. 당연히 다른 인센티브가 만들어진다. 결국 국경을 사이에 두고 남북 노갈레스나 남북한 간에 목격되는 문화적 차이는 번영의 차이를 초래하는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는 뜻이다.

.....

콩고가 탁월한 기술을 채택하지 않은 진짜 이유는 그럴 만한 인센티브가 없었기 때문이다. 생산성을 높여보았자 가톨릭 개종 여부와 무관하게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왕에게 모조리 빼앗길 위험이 컸다. 사실 재산만 불안한 게 아니었다. 이들의 존재 자체가 풍전등화의 운명이었다. 그만큼 붙잡혀 노예로 팔려가는 이들이 워낙 많았다. 장기 생산성을 늘리겠다고 투자를 할 만한 환경이 전혀 아니었다. 왕도 대대적으로 쟁기를 도입하거나 농업 생산성 증진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만한 인센티브가 없었다. 노예를 수출하는 것이 훨씬 수지맞는 장사였기 때문이다.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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