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노(中野) 브로드웨이 빌딩은 우에하라 지로(上原二郎)가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으레 한 차례씩 들르는 곳이었다.
4층짜리 빌딩인데 장난감 가게며 헌책방, 게임 센터와 레스토랑, 중국집, 일식집들이 잡다하게 들어차 있었다. 대부분이 작은개인 상점이고, 일 년 내내 잔칫날처럼 북적거렸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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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양귀비꽃 한 송이를 꺾었지.
당근색 꽃을..
꽃은 금방 시들 거라 말하면서도년 꽃을 작은 화병에 꽂았어.
오래 가지 않겠지, 알아.
네가 말했어.
그래도 나는 꽃을 바라보고 있어,
오래오래 시들지 않을 무언가를 바라보듯이.
- P105

눈으로 확인하지않으면 생각이 절대 지워지지 않아,
그리고 생각은 어두운 그림자를 잔뜩 만들어내서 다른 걸로 착각하게하지. - P121

우리 모두 몸 어디에 상처가 있어, 어떤 것은 마음 속 깊은 곳에 숨겨져있기도 하고,
깨진 화병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없듯이 우린 그 상처를 지울 수 없지.
그렇지만 우리의 이야기로 그 상처에 의미를 담을 수 는 있단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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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잡힌 삶을 위해서는 내면과 외부의 관심사를 절묘하게 혼합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타인이 겪은 사고를 통해 드러나는 일반적인 메시지(우리가 정말로 취약하고 일시적인 존재라는 것)를 자기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그들이 겪은 구체적인 경험에 너무 깊이 몰입한 나머지 낯선 이에게 닥친 재앙을 우리 스스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변명거리나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우리는 뉴스가 늘 우리 앞에 갖다놓고자 애쓰는 슬픔과 고통을 명확히 인식하는 한편, 거기에 고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 P236

저널리즘은 이런 분리 상태에 얼마간 책임이 있다. 저널리즘이야말로 문화라는 흐름의 맨 앞에 앉아 있기 때문이다. 다른 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저널리즘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정보는 혼란스러우리만치 뒤죽박죽이다. 이는 저널리스트가 잘 숙고된 심리적의제에 따라서가 아니라 출판, 영화, 미술관 산업의 홍보 계획에 따라 보도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성향을 갖고 있어서다. 결국 비평 지면은 베스트셀러 순위나 영화 관객수 차트에 지배당하고, 다음에 무엇을 읽고 볼지 결정하는 데 오로지 대중성만이 가장 생산적인 기준인 양 돼버린다.
- P272

우리는 우리 주위를 둘러싼, 딱히 달변은 아닌 종들이 내건 훨씬 낮설고 보다 경이로운 헤드라인에 주목하기 위해 가끔 뉴스를 포기하고지내야 한다. 황조롱이와 흰기러기, 거미딱정벌레와 까만 얼굴의 매미충, 여우원숭이와 어린아이들, 우리의 멜로드라마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이 모든 생명체들은 우리의 불안과 자기도취를 상쇄한다.
뉴스가 더이상 우리에게 가르쳐줄 독창적이거나 중요한 무언가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챌 때 삶은 풍요로워진다. 그때 우리는 타자와 상상 속에서만 연결되는 것을 거부할 것이다. 타자를 정복하고 망가뜨리고 만들거나 없애는 일을 그만둘 것이다. 아직 우리에게는 할당된 짧은 시간 속에서도 끝까지 지켜야 할 자신만의 목적이 있음을 자각하면서 말이다. - P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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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파리, 브뤼셀, 리스본 같은 대제국의 수도로 돌아온 유럽인들은 아프리카의 대략적인 등고선이 그려진 지도를 펼쳐놓고 그 위에 제멋대로 선(국경선)들을 그려 넣었다. 아니, 그곳에 대한 보다 공격적인 접근을 위해 선들을 그곳에 놓아두었다고 해야겠다. 그들은 이 선들 사이에 중앙콩고라든지 오트볼타 같은 지명을 적어 넣고 이곳을 나라들이라 불렀다. 이 선들에는 정작 그 선들 사이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 스스로가 느끼는 것, 또는 그들 스스로가 만들고자 했던 것들보다는 강대국의 탐험가들, 군대, 사업가들이 얼마나 더 멀리 나아갔는지가 담겼을 뿐이었다. 오늘날에도 많은 아프리카인들은 유럽인들이만들어 놓은 지정학과 자연이 남겨준 발전을 가로막는 천연 장벽에 얼마간은 발목이 잡혀 있는 형편이다. - P228

수단, 소말리아, 케냐, 앙골라, 콩고민주공화국, 나이지리아, 말리말고도 여러 곳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민족 갈등은 유럽인의 지리에대한 생각이 아프리카의 인구학적 현실과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점을 반증하고 있다. 아프리카에는 늘 분쟁이 있어 왔다. 예컨대 줄루족과 호사족은 유럽인들을 처음 구경하기 훨씬 이전부터 서로 어울리지 않았다. 그런데 식민주의는 이 차이를 인위적인 틀 안에서 해결하도록 강요했다. 다시 말해 민족 국가라는 유럽인의 개념으로 그들을 무조건 한 국가의 국민으로 몰아놓으려 한 것이다. 오늘날 목격되는 내전의 양상은 부분적으로 서로 다른 민족들을 한 국가 안에서억지로 단일 민족으로 묶으려던 식민주의자들과 그들이 쫓겨난 뒤에새로 부상하여 모든 것을 지배하려 한 신진 지배 세력, 그리고 그에수반된 폭력의 결과물이다.
- P229

오늘날의 이집트는 미국의 군사 원조 덕에 아랍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방력을 갖춘 국가가 되었다. 하지만 이집트의 군사력은 사막과 바다 그리고 이스라엘과 맺은 평화 조약의 제약을 받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시나이 반도에서 툭하면 터지는 이슬람 봉기를 상대하고,
(매일 전 세계 교역량의 8퍼센트가 드나드는 수에즈 운하를 지키면서 8천4백만 명에 달하는 인구를 날마다 먹여 살리느라 고군분투하는것만으로도 이집트는 여전히 뉴스거리임에 분명하다. 전 세계 석유의 2.5퍼센트가 매일 이 수에즈 운하 길을 통과한다. 혹시라도 이 운하가 폐쇄된다면 유럽은 15일, 미국은 10일의 수송 시간을 더 잡아야한다.
- P236

에티오피아에서 시작되는 청나일Blue Nile 강과 백나일 White Nile 강은 누비아 사막을 거쳐 이집트 내부를 흐르다가 수단의 수도인 카르툼에서 만난다. 중요한 것은 물의 대부분이 청나일 강에서 흘러온다는 점이다.
고지대라는 위치와 더불어 고지대에서 내리는 비를 이용해서 20개가 넘는 댐을 보유하고 있는 에티오피아는 때로 아프리카의 급수탑)으로 불리기도 한다. 2011년 에티오피아 정부는 수단 국경과 인접한 청나일 강에 중국과 합작으로 거대한 수력 발전용 댐을 건설한다는계획을 발표했다.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 댐으로 불리는 이 사업은 2020년에 이르면 완공될 예정인데, 일단 이 댐은 전기를 생산하는 용도로 쓰일 예정이어서 이집트로 흐르는 물이 끊길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론상으로만 보면 댐에 일년치의 물을 저장할수 있어서 댐 건설이 완료되고 에티오피아가 자국민만 쓸 수 있는 물을 보유하려 한다면 이집트로 흘러가는 수량이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 또한 도사리고 있다.(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댐)
- P237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여타의 아프리카 국가들에 비해 훨씬 빠른 발전을 이룬 데는 대륙의 최남단에 위치하여 양 대양으로 (대서양, 인도양) 진출하기 수월한 위치도 한몫했다. 또 금과 은, 석탄의 매장량이 풍부하며 대규모 식량생산이 가능한 기후와 토양을 지닌 덕도 있다.
대륙의 맨 끝단에 위치한데다 연안 평지가 가파르게 높아지는 바람에 모기가 번식하기 힘든 조건이 돼준 것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말라리아의 저주에서 고통받지 않는 몇 안 되는 아프리카 국가 가운데하나가 된 이유였다. 이 조건 덕분에 유럽 식민주의자들은 말라리아가 맹위를 떨치는 열대 지역보다 훨씬 멀리 빠르게 내륙 깊숙한 곳에정착해 소규모 산업 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 산업이 모태가 되어오늘날 남아프리카공화국 경제의 주요 부문들을 성장시켰다.
- P248

쿠르디스탄(Kurdistan, 쿠르드족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터키 남동부, 이란, 이라크, 시리아 접경지대를 총칭)은 주권을 인정받는 국가는 아니지만 그에 걸맞은 특성들을 제법 갖고 있다. 그리고 현재 중동에서 진행되는 양상은 국제법의 틀 안에서 쿠르디스탄에게 정식 명칭을 부여할 가능성을 더해주고 있다. 단, 여기에는 문제가 있다. 쿠르디스탄은 과연 어떤 형태를띨 것인가? 또한 쿠르드족 거주지가 신생 국가의 일부로 편입되고 지중해로 진출해서 쿠르디스탄을 탄생시키려소 한다면 인접국들인 시리아, 터키, 이란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 P265

20세기에 들어와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영국의 위임 통치가 시작되면서 당시는 소수에 불과했던 유대교도들에 가세하는 유대인 운동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동유럽의 포그롬(pogrom, 19세기에서 20세기 초반에 걸쳐 제정 러시아와 동유럽에서 벌어진 유대인 등에 대한 조직적 약탈과 학살)으로 촉발된 유대인의 이주가 점점 늘어나면서 더 많은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에 정착하기 시작했다. 영국은 팔레스타인 땅에?<유대인의 나라>가 세워지는 것을 긍정적으로 여겨 유대인들의 이주는 물론 아랍인들로부터 땅을 사들이는 것도 허락했다. 제2차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를 겪고 난 뒤 이전보다 훨씬 많은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으로 몰려왔다. 그러자 유대인과 비유대인 간의 긴장은 정점으로 치달았고 골치가 아파진 영국은 1948년 이 문제를 유엔에 넘겨버렸다. 결국 이 지역을 두 개의 나라로 분리하는 투표가 실시됐다.
하지만 유대인은 찬성했지만 아랍인은 반대했다. 그 결과는 곧장 전쟁으로 이어졌다. 결국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처음으로 그 땅을 탈출했고 유대인 난민의 파도가 중동을 넘어 이 지역으로 밀려들었다. - P281

마지막으로는 이란이 갖고 있는 비장의 카드인데, 바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는 판매량에따라 날마다 전 세계 석유 수요의 약 20퍼센트가 통과하는 길목을 봉쇄한다는 뜻이다. 전략적으로 지구상에서 손꼽는 요충지인 이 해협의 가장 짧은 폭은 겨우 34킬로미터에 지나지 않는다. 호르무즈 해협이 몇 달간만 봉쇄된다 해도 연쇄적으로 불러올 석유 가격 상승에 산업국들은 패닉에 빠질 것이다.
- P290

터키 국토의 5퍼센트 미만만이 유럽에 속해 있다. 대다수 지리학자들은 터키 국토의 아주 작은 면적, 즉 보스포루스 해협의 서쪽만을 유럽으로 보고 나머지, 즉 보스포루스의 남쪽과 남동쪽은 넓은의미에서 중동으로 보고 있다.
이것도 터키가 이제껏 유럽연합에서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이유가된다. 그 외 다른 이유들로는 인권 문제, 특히 쿠르드족과의 문제가 한편에 있고 다른 쪽에는 경제 문제가 있다. 유럽은 터키가 유럽연합회원국이 되는 순간 경제적 불평등 상태에 놓여 있는 7천5백만 명의 터키 인구가 유럽 국가들로 우르르 밀려들어올 것을 두려워한다. 물론 이것 말고도 유럽연합 내에서 대놓고 얘기 못하는 한 가지 이유가있다. 바로 터키가 인구 98퍼센트가 무슬림인 대형 무슬림 국가라는 것이다. - P293

우리가 별에 도착했을 때 우리보다 한 발 앞서 온 도전들이 우리 앞을 가로막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그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 서로 힘을모아야 한다. 러시아나 미국, 중국인의 자격으로가 아니라 인류의 대표로서 우주를 방문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는 중력이라는 족쇄만을 겨우 풀었다. 게다가 우리는 여전히 우리의 마음속에 같혀 있다. 타인에 대한 의심과 자원을 탐하는 원초적 경쟁이 형성한 틀속에 말이다. 우리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 P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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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감정을 다스리는 데 실패하고, 집착을 억제하는 데 실패하고, 잘못된 판단을 바로잡는 데 실패하고, 기회가 남아 있을 때조차 제대로 행동하는 데 실패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실패를 그냥 보아넘겨서는 안 된다. 뉴스는 문학이나 역사학처럼 인생의 시뮬레이터‘로 기능할 수 있다. 일상의 경험을 훨씬 뛰어넘는 다양한 상황 속으로 우리를 안내함으로써, 여유가 있을 때 그런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대처 방안을 미리 생각해보도록 돕는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뉴스는 비참한 동료 인간들의 경험에서 우리가 뭔가를 배우는 데 도통 협조하지 않는다.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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