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다행인 것은 내가 반추하는 건 주로 사랑받은 기억이다. 나는 문명과는 동떨어진, 농사짓고 길쌈하고 호롱불 켜고 바느질하고 사는 산골 벽촌에서 태어났다. 물질적으로 넉넉지 못했을 뿐 아니라 아버지를 일찍 여의었으니 요샛말로하면 결손가정이었다. 부족한 것 천지였다. 넉넉한 건 오직사랑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미움받거나 야단맞은 기억은없고 칭찬받고 귀염받은 생각밖에 나는 게 없다. 그게 이른새벽 잠 달아난 늙은이 마음을 한없이 행복하게 해준다.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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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삭임
마나님이 툇마루에 나앉은 것은 밖에서 나는 어떤 기척 때문이었다. 분명히 소리도 아닌 것이 냄새도 아닌 것이 불러낸 것 같은데 밖은 텅 비어 있었다. 겨우내 방 속 깊이 들어오던 햇빛이 창호지 문밖으로 밀려나면서 뒷마루에서 맹렬히 꼼지락대고 있을 뿐, 스멀스멀 살갖을 간질이던 기척은 바로 저거였구나. 봄기운이었다. 별안간 방 안이 굴속처럼 어두워 보였다. 낮잠을 자던 영감님도 어느 틈에 무릎걸음으로 기어 나와 눈을 가느스름히 뜨고 아직은 겨울나무 티를 못 벗은 마당의 감나무 살구나무 앵두나무 가지 끝에서 노니는 봄볕을 바라본다.
- P15

봄을 또다시 맞아 흙냄새를 맡으며 나물을 캘 수 있다는것, 캐어 가면 반길 사람이 있다는 것이 너무 고마워 천지신명께 절이라도 올리고 싶다. 천지신명의 올해 첫 선물인 파릇파릇한 먹거리를 찾아 이렇게 겸손되이 땅을 기는 게 곧 절인것을. - P47

 사람은 속절없이 늙어가는데 계절은무엇하러 억만년을 늙을 줄 모르고 해마다 사람 마음을 달뜨게 하는가.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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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여기서 이른바 양극성의 원리가 필요하다.
양측 야전사령관의 이익이 서로 동등한 크기로 대립한다고 생각함으로써, 순수한 양극성을 가정할 수 있다. 
양극성의 원리는 양적 요소와 음적 요소가 서로 정확하게 상쇄되는 동일한 대상을 고찰할 경우에만 적용된다. 하나의 회전에서 양측은 모두 서로 승리하고자 한다. 이것이 진정한 양극성이다. 왜냐하면 어느한 편의 승리는 다른 한 편의 승리를 배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재적으로 공동의 관계를 맺은 두 가지 다른 요소에 관한 문제라면 이 요소들이 양극성을 갖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관계가 양극성을 갖는 것이다.
- P48

따라서 원래 절대적인 것, 이른바 수학적인 것은 전쟁술의 계산적사고 과정에서 확고한 역할을 차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쟁은 최초부터 가능성, 확률, 행운, 불행 등이 관련된 도박이며, 이 도박은 마치 굵고 가는 실로 조직된 직물처럼 얽혀 있다. 모든 유형의 인간 행위 중에서 전쟁에 가장 가까운 행위는 카드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 P52

추후 전쟁 계획을 논의하는 편에서 한 국가를 무장해제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해 상세히 연구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바로여기서 세 가지 목표를 구별해야 한다. 이 세 가지 목표는 일반적인 목표로서 그 외의 다른 모든 목표들을 포괄하는 것으로 적의 전투력,
적의 국토, 적의 의지를 말한다.
적 전투력은 격멸되어야 한다. 즉 적 전투력이 더 이상 싸움을계속할 수 없는 상태로 몰아넣어야 한다. 여기서 ‘적 전투력의 격멸‘ 이라는 표현은 이러한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명백히 하고자 한다.
적 국토는 정복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국토를 기반으로 새로운 전투력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가 성취되었다고 할지라도 적의 의지가 강제되지 않는한, 즉 적국 정부와 동맹국이 평화협정을 체결하거나 적 국민이 항복하도록 강제되지 않는 한, 전쟁 다시 말해서 긴장과 적대감정을 지닌 적 전투력의 행동은 종료되었다고 볼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적 국토를 완전하게 점유하고 있는 동안에도 싸움은 적국 자체에서 또는동맹국의 지원을 통해 새롭게 촉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평화협정이 체결된 후에도 발생할 수 있으며 결국 어떤 전쟁도 완전히 결정되고 종결될 수 없다는 점을 입증하고 있다.  - P60

전쟁은 맹목적인 열정의 행동이 아니고 정치적 목적에 의해 지배되기 때문에, 전쟁이 갖는 가치는 그 가치를 얻는 데 요구되는 희생의 크기를 결정한다. 여기서 희생의 크기는 그 규모뿐만 아니라 지속시간도 포함한다. 정치적 목적의 가치와 균형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전투력의 소모가 크다면, 정치적 목적은 포기되어야 하며 그 결과 평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 P61

위대한 정신의 인물이 이와 같이 예기치 않은 요인과의 끊임없는 싸움을 성공적으로 극복하려면 두 가지 자질을 필수적으로 구비해야 한다. 하나는 암흑 속에서 그를 진리로 이끄는 내면의 불빛의 흔적에 비유되는 이성이요,
다른 하나는 이 희미한 불빛을 좇는 용기이다. 전자는 프랑스 회화적 표현에 의하면 혜안coup d‘ oeil이며 후자는 결단력이다.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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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야구가 있다는 걸 신이치는 그동안 까맣게 잊고 살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소년 야구단에 들어가, 그 후로는 줄곧 이기기 위한 야구만을 해왔다. 연습 때는 이를 악물고 덤벼들었고,
팀 동료는 모두 라이벌이었다.
은퇴하면 동내 야구팀에 들어가자. 이기든 지든 웃는 얼굴이 사라지지 않는 팀으로. - P246

 인간의 보물은 말이다. 한순간에 사람을 다시 일으켜주는 게말이다. 그런 말을 다루는 일을 하는 자신이 자랑스럽다. 신에게 감사하자.
"아~ 자!" 아이코는 두 계단씩 뛰어 올라갔다. 밖으로 나가서도 내쳐 달렸다.
"야호~옷~" 하늘 높이 뛰어올랐다.
- P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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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전쟁이란 무엇인가
1. 서론
우리의 연구 주제와 관련된 개별 요소들과 개별 부분들을 사유하고, 이어서 최종적으로 내적 연계하에 전체를 고찰하고자 한다. 즉 단일한 것에서 복합적인 것으로 진전되는 연구방법론이다. 하지만 다른 장보다도 이 장에서는 전체의 본질을 조망하면서 연구에 착수하는 것이 요구된다. 왜나하면 이 장에서는 항상 부분과 함께 전체를 사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 P33

전쟁은 생명이 없는 집단에 대한 생명이 있는 힘의 작용이 아니며,
완전한 무저항은 결코 전쟁일 수 없으므로 항상 생명이 있는 두 힘의상호 충돌이다. 전쟁 행동의 궁극적 목표에 관해 논급한 것은 양자에게 공히 적용된다. 여기서 다시 상호작용의 개념이 등장한다. 내가 적을 타도하지 못하는 한, 나는 적이 나를 타도할지도 모른다고 두려워해야 한다. 따라서 나는 더 이상 지배하는 입장에 설 수 없으며, 내가적에게 법칙을 강요하는 것처럼 적이 나에게 법칙을 강요하게 된다.
- P37

모든 전투력이 동시에 효력을 발휘할 수 없는 원인은 전투력의 본질과 전투력 운용의 본질에 있다. 여기서 전투력이란 자국의 군사력,
지표물과 국민으로 구성된 국토 그리고 동맹국이다. 지표물과 국민으로 구성된 국토는 자국 군사력의 근원이기도 하지만 전쟁에 효과적인 규모로 한정된 구역을 형성한다. 즉 전구戰區에 속하거나 전구에뚜렷한 영향을 주는 국토의 일부만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모든 동적인 전투력을 동시에 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전쟁의 첫번째 행동을 통해 전체를 장악할 수 있을 정도로 국토가 좁지 않다면 모든 요새, 하천, 산악, 주민 등을 운용할 수는 없다.
다시 말하면, 전체 국토를 전투력으로 운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동맹국의 협력은 교전자의 의지에 달려 있지 않다. 동맹국이 대체로 뒤늦게 참전하거나 상실된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 중원되는 것은 국제관계의 본질에서 기인한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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