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대단한 아이작 뉴턴Isaac Newton 이 이미 우리 발아래에 자갈이 아닌 무언가가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중력장의 강도와 지구 크기를 알면 지구의 질량과 밀도를 쉽게 알 수 있다. 따라서 지구의 평균 밀도가 약 5.5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렇지만 암석의 밀도는 일반적으로 3을 넘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 발아래에는 자갈이아닌 다른 무언가가, 자갈보다 더 무거운 물질이 있어야만 한다.
이 무언가가 바로 금속성을 띤 핵이다. 철의 밀도는 8에 가깝고,
광물질 암석의 밀도보다 훨씬 더 높다. 
•••••
더 구체적으로는 핵이 두 부분으로이루어진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외핵은 금속이 고체 상태를 유지할만큼 압력이 높지는 않지만, 내핵의 압력은 그럴 정도로 매우 높다.
그러므로 지구의 심장부는 거대한 금속 덩어리, 융해된 금속으로 둘러싸여서 어마어마한 압력으로 고체 상태를 유지하는 씨앗과도 같다. 지구 자전의 영향권에서 움직이는 이 융해된 액체가 자전거 발전기 효과와 비슷한 원리로 지구 자기장을 형성하고, 이 자기장이 나침반을 작동하게 해준다.
- P69

겁이 나더라도 계속해서 끝까지 가보자. 이 박테리아 100조 개는 최소 서로 다른 400종의 박테리아이므로 이들 종은 각각 고유의 유전자군이 있다. 따라서 우리 유기체에 있는 유전자 100개 가운데 하나만이 우리 고유의 DNA에서 오고, 나머지 99퍼센트가 우리 몸속에서 사는 서로 다른 종의 박테리아에 있는 DNA에서 왔다고 추정한다.
유전적 요인으로 우리 정체성의 많은 부분을 설명하려고 하는 이때에 우리 몸의 유전자 99퍼센트가 우리 DNA에 속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 P77

요즘 가장 각광을 받는 이론은 ‘거대 충동설‘이라고 불리는 가설이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지구가 형성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테이아Theia‘라는 이름을 붙인, 화성과 비슷한 크기의 다른 행성과충돌했었다. 테이아는 그리스 신화에서 달의 여신인 셀레네selene의 어머니 이름이다.
충격을 받아 지구는 더 빨리 회전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테이아핵의 주요 부분은 지구 중심부로 흘러들고, 잔해는 궤도상으로 튀어나가서 조금씩 집적되어 달을 형성했을 것이다.
•••••
이 이론은 앞서 소개한 세 가지 이론(집적설潗積說, 분열설 分裂說, 포획설 捕獲說)의 장점을 합쳐놓았다. 지구와 달 사이 화학적 구성 성분의 유사성을 정당화하면서도 둘의 구조 차이를 설명해준다. 그뿐만 아니라 달과 지구의 빠른 자전을 설명해줄 수 있다.
- P100

여러분은 틀림없이 지구의 자전축(양극 축)이 태양 주위를 도는 공전 궤도면과 수직으로 교차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이 경사로 계절의 변화를 설명할 수 있다. 현재 자전축의 기울기는23. 4도인데, 약 4만 년에 걸쳐서 1도 정도를 왔다 갔다 한다는 사실을 계산해보면 알 수 있다. 대단히 심각한 문제는 아니지만, 이 작은변화가 기후에 주기적으로 변동을 일으키기에는 충분한데, 특히 퇴적물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만약 달이 없었다면 지구 기울기 변동이 훨씬 더 컸을 텐데, 수백만 년 만에 그 변동 폭이 0도에서 거의 90도까지 왔다 갔다 했을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기후가 극단적으로 변화할 것이다. 뜨거운 사막이 주기적으로 빙하가 어는 곳이 되고, 남극과 북극이 태양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곳이 되기도 할 것이다. 이렇게 혼돈스러운기후에서는 생명이 발달하기 어려우리라는 점을 예상해볼 수 있다.
- P102

우주가 현재 팽창한다는 것은 과거에는 우주가 현재보다는 덜 팽창된 채로 있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였을까? 우주 역사를 담은 필름을 되감으려면 척도인자 수치를 과거로 재구성해서 우주학 방정식을 사용하기만 하면 된다. 그림 5 이 그래프를 보면 100억년 전 척도인자가 겨우 0.35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는 당시에 우주에서 모든 거리가 현재의 3분의 1 정도로 가까웠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다. 여러분은 그래프상에서 놀라운 사실을 또 발견할 수 있다. 과거로 되돌아갈수록 척도인자가 줄어들다가… 약 138억 년 전으로 가면 완전히 0에 가까워진다.
이 계산이 의미하는 바는 138억 년 전 척도인자가 매우 작았고,
우주가 예외적으로 수축했었으며, 따라서 현재보다 굉장히 많이 압축되어 있었다는 뜻이다. 또한 우주는 굉장히 뜨거웠다. 그것도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마 수십억 도가량이었을 거다. 우주가 이렇게 압축되고 뜨거웠던 시기를 바로 빅뱅 Big Bang 이라고 부른다.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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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나는 늘 과학자가 되고 싶었다. 물론 당연히
‘소방관이나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었던 시기도 있었지만, 결국 내가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 밑그림을 아주 일찍이 그릴 수 있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과학 분야라고는 하지만 정확히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이 질문에 오랫동안 답을 하지 못한 채로 지내다가 열여덟 살무렵에야 시동이 걸렸다. 몇 날 며칠을 병원 병상에서 꼼짝하지 못하고 지내던 가운데 내 주요 일과는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의베스트셀러 『시간의 역사A Brief History of Time]를 읽는 것이었다. 영국의 유명한 천체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은 이 책에서 우주의 시작, 빅뱅설, 블랙홀을 비롯해 수많은 시간과 공간에 대한 엄청 놀라운 일을 다룬다. 이때 나는 결심이 섰다. 그래, 나도 천체물리학자가 되겠어!
- P7

밀러의 실험이 오파린 가설을 지지하는 듯이 보이는 것은 일견사실이다. 산소가 없는 대기 환경에서는 생명체를 구성하는 기본요소들이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밀러는 산소를 초기 혼합기체에 넣으면 실험 결과에서 아미노산을 발견할수 없다는 사실을 관찰했다. 실제로 산소가 있으면 산화작용 때문에 너무 빨리 손상되어서 아미노산 같은 것들이 형성되지 못한다.
이처럼 우리가 처음에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대기에 있는 산소는 생명 출현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전혀 아니며 오히려 그 반대다.
그렇지만 초기에 지구의 대기에 산소가 하나도 없었다고 생각하는 게 과연 합리적일까?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지금 대기에 산소가 21퍼센트 가까이 포함되어 있는 걸까? 현재 우리는 지구의 원시대기 구성을 확실히 알지는 못하지만, 오파린의 가설이 맞고 원시대기에는 산소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안다. 왜냐하면 바로 생명의 출현으로 말미암아 대기에 산소가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구에 출현한 최초의 단세포 유기체는 아마도 손쉽게 흡수할 수 있는 탄소를 통해서 영양을 섭취했을 것이다. 시아노박테리아 Cyanobacteria(남조류)라는 새로운 종류의 세포가 다른 방식, 즉 광합성으로 에너지를 축적하기 시작한 게 27억 년 전밖에 되지 않는다.
광합성이란 특히 식물이 사용하는 방식으로, 광합성 덕분에 유기체가 빛과 이산화탄소CO,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한다. 시아노박테리아가 대거 증식하면서 24억 년 전 공기의 산소 농도가 엄청난 수준에 도달했다. 0퍼센트에서 0.1퍼센트로! - P29

오리너구리는 외양이 이상하긴 하지만, 털이 있고 새끼에게 젖을 먹인다는 사실로 봐서 확실히 포유류다. 이 점을 이해하려면 포유류가 세 가지 하위분류로 나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유태반류有胎盤類(Placentalia)라고 불리는 종류는 포유류의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어미 배 속에서 태아가 성장하고, 이 시기 동안 태반을 통해 영양을 섭취하는 종이 여기에 속한다. 생쥐부터 대왕고래, 인간, 코끼리까지 거의 모든 포유류가 이 부류에 해당한다.
 유대류有袋類(Marsupialia)는 성장 시기의 대부분을 어미 몸 바깥에 있는 주머니에서 보낸다. 코알라, 주머니쥐와 캥거루 같은 동물이 유대류에 속한다. 유태반류와의 차이를 더욱 명확히 하자면,
새끼 캥거루는 태어날 때 약 2센티미터에 1그램밖에 되지 않는다.
새끼 캥거루는 몇 달 동안 어미 주머니에서 더 자란 후에야 주머니밖으로 나올 수 있다.
포유류의 마지막 하위분류는 단공류單孔類(Monotremata)다. 오리너구리 그리고 그와 가까운 사촌(바늘두더지) 등 단 다섯 종밖에 없어서, 그 수가 많지 않다. 단공류는 알을 낳는 포유류다. ‘하나의 구멍‘
이라는 뜻에서 볼 수 있듯이, 단공류의 특징에서 이름을 따왔다. 단공류는 배뇨와 배변, 생식 기능을 하는 구멍이 하나밖에 없다(이런 단공류의 특징을 불결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조류나 파충류도 전부 마찬가지다).
- P37

맨틀의 구성이 지각과 엄청난 차이는 없다. 사실 맨틀은 마그네슘 산화물과 규소, 철로 이루어진 규산염 암석으로 구성된다. 맨틀내부는 맹렬한 고온이 기승을 부리는데, 그 온도가 1,500~3,000도다. 일반적으로 암석은 800~1,200도에서 녹으므로 맨틀의 광석을 액체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할 것 같다. 그렇지만 틀렸다.
실제로 암석의 압력이 높아질수록 녹기는 더 힘들어진다. 압력이 높아질수록 녹는점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맨틀 한가운데에서 압력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높아서 대기압의 약 50만 배다.
이런 압력에서 암석의 용해 온도는 1,000도 근처가 아니라 4,000도정도까지 올라간다. 따라서 맨틀에서 암석은 액체가 아니라 고체이고, 맨틀은 압력 때문에 이렇게 고체 상태로 유지된다.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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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저승사자는 오전 9시에 찾아온다.
사카키바라 료는 딱 한 번, 그 발자국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처음 들려온 것은 철문을 여는 중저음이었다. 땅이 울리는 것같은 그 공기의 흔들림이 멎자, 감방 전체 분위기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지옥을 향한 문이 열리고, 미동조차 허용되지 않는 완전한 공포가 흘러 들어온 것이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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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것은 지력이 아니고, 하물며 무력도 아닙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그것을 사용하는 이의 인격입니다."
- P415

"모든 생물 중에서 인간만 같은 종끼리 제노사이드를 행하는 유일한동물이기 때문이네. 이것이 사람이라는 생물의 정의야, 인간성이란 잔학성이란 말일세. 일찍이 지구상에 있던 다른 종류의 인류, 원인(原人)이나 네안데르탈인도, 현생인류에 의해 멸망되었다고 나는 보고 있네."
"우리만 살아남게 된 것은 지성이 아니라 잔학성이 이겼기 때문이라는 말씀이신가요?"
"그래. 뇌의 용적은 우리보다 네안데르탈인이 컸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현생인류가 다른 인류와의 공존을 바라지 않았다는 점일세."
- P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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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 탐색의 과정은 단순한 것에서 시작해 갈수록 점점 힘들어진다. 처음에는 우리가 우리 밖의 세계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단계는 쉽다. 그런 다음에는 우리 자신의 몸 안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우리가 통제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과정은 더 어렵다. 궁극에는 우리의 욕망,
심지어 이런 욕망에 대한 반응까지 우리가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이 사실을 깨닫게 되면 우리는 우리의 의견이나 느낌, 욕망에 덜 집착할 수 있다. 우리는 자유 의지가 없다. 하지만 우리 의지의 폭정에서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인간은 보통 자신의 욕망에 너무나 큰 중요성을 부여한 나머지 이 욕망에 따라 온 세상을 지배하고 조성하려 애쓴다. 자신의 열망을 추구하느라 달에도 날아가고,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전 생태계까지 불안정하게 만든다. 만약 우리의 욕망이 완전히 자유로운 선택의 마술 같은 발현이 아니라 생화학적인 과정(여기에는 문화적 요인들도 영향을 미치지만 이 역시 우리의 통제력 밖에 있다)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우리는 그것에 덜 사로잡힐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머릿속에 떠오르는 환상이라면 무엇이든 실현하려 애쓰기보다 자기 자신과 정신, 그리고 욕망을 이해하는 것이 더 낫다.
- P454

그러니 정치인이 신비로운 용어로 이야기하기 시작할 때는 늘 경계해야 한다. 그들은 이해하기 힘든 거창한 말 속에 숨기는 방법으로 실제 고통을 위장하고 변명하려 들지 모른다. 특히 다음 네 단어를 조심해야 한다. 희생, 영원, 순수, 구원. 이 중 어떤 단어라도 듣게 되면 경보음을 울려야 한다. "그들의 희생이 영원한 우리 민족의 순수함을 구원할 것" 이라는 말을 지도자가 상습적으로 해대는 나라에 살고 있다면 각오해야 한다. 정신을 온전히 보존하려면 그런 지도자의 주문은 늘 현실의 용어로 바꿔 이해해야 한다. 즉, "병사는 고뇌 속에서 울고, 여성은 얻어맞고 야만적인 취급을 당하며, 아이는 두려움 속에 떨게 될 것" 이라는 뜻으로 말이다.
우주와 삶의 의미, 자신의 정체성에 관한 진실을 알고 싶은가. 가장 좋은 출발점은 먼저 고통을 관찰하고 그것이 무엇인지 탐구하는것이다.
답은 결코 이야기가 아니다.
- P466

 고통은 외부 세계의 객관적 조건이 아니다. 나 자신의 정신이 일으키는 정신적 반응이다. 이것을 깨닫는 것이 더한 고통의 발생을 그치는 첫걸음이다.
- P473

기술이 개선되면서 두 가지 일이 일어났다. 첫째, 돌칼이 점차 핵미사일로 진화함에 따라 사회 질서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은 더욱 위험해졌다. 둘째, 동굴 벽화가 점차 티브이 방송으로 진화함에 따라 사람들을 속이기는 더 쉬워졌다. 가까운 미래에 알고리즘은 이 과정이 완결에 이르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관한 실체를 관찰하기가 거의 불가능해질 수 있다. 장차 우리가 누구이며, 우리 자신에 관해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알고리즘일 것이다.
앞으로 수 년 혹은 수십 년 동안에는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가 있다. 우리가 노력을 기울인다면 아직은 우리 자신이 진정 누구인지 탐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기회를 활용하고 싶다면 지금 실행하는것이 좋을 것이다.
- P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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